진심이 닿다 5
진심이 닿다
제 5 화
아침부터 누구야~
의뢰인 만나고, 1 시간 늦게 출근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오늘 춥다던데 옷 따뜻하게 입으세요
너무 오버했나?
오진심 씨도 따뜻하게 입으시죠.
따뜻하게 입으라고 그렇게 강조를 하니
따뜻하게 입어주지
역시 핑크는 언제나 옳아 응? 너무나 예뻐
문이 닫힙니다.
잠시만요 잠시만요 어우 어우 감사합니다
어? 권 변이네
문이 닫힙니다
오늘도 어김없이 엘리베이터에서 뵙네요 의뢰인 만나느라 1 시간 늦게 출근했는데도
누가 들으면 내가 권 변 만나고 싶어 환장해가지고 맨날 엘리베이터 앞에서 죽 치고 앉아 있는
사람인 줄 알겠네
나도 클라이언트 만나느라 1 시간 늦은 거거든
- 참, 기쁜 소식이 있는데
- 안 궁금합니다
대표님이 전해준 기쁜 소식을 듣고 진짜로 기뻤던 적이 단 한 번도 없거든요
이번엔 진짜거든 완전 대박, 엄청 기쁜 소식이 두 개나 있는데
뭐부터 알려줄까?
커다란 기쁨과 소소한 기쁨 이렇게 두 개가 있는데 오케이.
남자는 스케일이 커야 되니까 커다란 기쁨부터 알려줄게
우리 올웨이즈가 아주 아주 큰 사건을 수임하게 될 것 같아
거의 99% 확정인데 이 사건만 맡게 되면 이슈 몰이를 확 할 수 있을 것 같아
대체 어떤 사건이길래?
그건 비밀이야
그럼 이제 소소한 기쁨으로 넘어갈게 우리 오늘 회식이야
권 변, 권 변 왜 대답이 없어?
- 오늘 회식이라고
- 저는 불참입니다.
맨날 불참이래 아 왜 기쁨을 두고도 누리지를 못해 이 사람아
- 늦었습니다.
- 오셨어요
이게 다 뭡니까?
완전 예쁘죠?
이제 봄이 오잖아요 그래서 핑크 핑크하게 꾸며봤어요
아무리 봄이 온다고 해도 로펌 사무실에 핑크 핑크는 좀
그래서 안 된다고요?
변호사님 지금 이러시는 거 행복추구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침해하는 거 아시죠?
- 그건 어떻게...
- 변호사님이 자동차 극장에서 얘기해줬잖아요
나 기억력 좋아서 다 기억하거든요
알겠습니다 뭐 맘대로 하시죠.
이게 다 뭡니까?
제 방만 꾸미는 건 좀 치사한 거 같아서
그래도 전 핑크 핑크보단 블랙이 더 좋습니다
아 아무리 블랙이 좋아도, 응?
요렇게 가끔씩 핑크도 써보고 하면은 기분이 업 되실 텐데?
제 행복추구권과 일반적 행동자유권도 보장해 주시죠
알았어요. 치우면 되잖아요
딸기...
아 저...
- 이것도 가져가시죠
- 그냥 그건 쓰세요
제가 자리에 없을 때 전달사항 생기면 거기에 적어서 자리에 딱 붙여놔 주면 좋잖아요
서로 까먹을 일 없게! 그럼.
그럼
아니 이건...
네.
내용증명 바로 발송해 드리겠습니다.
♫ 여기 너와 나 지금 이 순간 ♫
♫ 꼭 담아두려 해 내 맘 깊은 곳에 ♫
♫ 편하게 포개진 손의 감촉 ♫
정다형 님께 내용증명 발송 부탁드립니다.
♫ 기억해 너무 소중해 ♫
♫ So make it count ♫
네.
♫ 오늘을 기억해줘요 ♫
♫ 옅은 바람과 꽃피우던 ♫
♫ 1 분 1 초를 make it count ♫
♫ 그럼 난 영원해져요 ♫
♫ 모든 순간을 모아 그대에게 줄게요 ♫
네. 알겠습니다.
말로 하면 될 것을
♫ 시간이 가도 ♫
♫ (la la la la) ♫
♫ 꼭 바래요 make it count ♫
♫ 한가로운 오후에 벤치 위에 편하게 누워봐 무릎베개 ♫
박재현 씨 공판 다음 주 화요일로 기일 변경 신청서 제출해주시죠
♫ 여긴 중력이 딱 두 배니까 ♫
2 월 26 일 3 시로 변경되었습니다.
청주지검에 백선명 씨 형사기록 문서송부촉탁 신청 해주시길 바랍니다.
문.촉.신 완료
한상철 씨 항소기한 체크해주시고 고지 바랍니다.
항고 기한은 27 일까지고 항소하시겠다고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미안합니다.
뭘요. 언제든, 뭐든 말만 하세요.
♫ 그럼 난 영원해져요 ♫
♫ 모든 순간을 모아 그대에게 줄게요 ♫
♫ 오늘이 어제가 되어도 내 옆엔 너 ♫
♫ 꼭 바래요 make it count ♫
아, 네 번개퀵맨이죠
저 올웨이즈 단문희 변호,
네
퀵서비스 보낼 게 있어서요
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어, 그 사람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그 사람도 나를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 좋아
- 한다~
그 분도 단 변호사님 좋아하나 봐요
근데 전 꽃잎으로 하는 건 봤어도 귤로 점치는 건 처음 봐요
저도 처음 해봐요 그 사람 마음이 어떨지 하도 답답해서
어떤 사람인데요? 아직은 짝사랑이에요?
글쎄요.
그 분도 저를 좋아하는 것 같기는 한데....
들어보실래요?
오 완전 궁금해요
아니 저희 로펌에 종종 오는 퀵서비스 직원 분인데요
저한테만 말하는 톤이 달라요
다른 사람들한텐 퀵서비스 부르셨죠? 이렇게 하시는데,
저한테만 퀵서비스 부르셨죠?
아이 저 만나는 게 얼마나 들떴으면
그것만이 아니에요 원래 퀵서비스 다섯 번 시키면 열쇠고리를 서비스로 주거든요
근데 전 단 네 번, 오직 네 번 딱 네 번밖에 시키지 않았는데도
이 열쇠고리를 사은품으로 주더라고요
왜 사랑하면 아낌없이 주고 싶잖아요
어머 예쁘다
그 분이 단 변호사님한테 흠뻑 빠졌나 봐요
정말요?
연애 경험 많은 윤서 씨가 그렇게 얘기하니까 완전 믿음 가요.
나 연애경험 없는데?
아 참. 인터뷰에서 봤다
모태솔로...
근데 제가 연애 경험은 좀 없어도 연애 코치는 잘해요.
그 커플매칭 프로그램 센터방 MC 도 했었잖아요, 내가
그런 내가 봤을 때,
- 이건 100%예요
- 아 몰라요
예~
비밀이에요?
뭐야? 진짜 좋은가 봐
귤로...
나도 한 번 해볼까?
자.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좋아한다 안 좋아한다 좋아한다 안 좋아...
좋아한다
오진심 씨, 재판 갈 시간입니다.
네네 갑니다.
본권 증인심문 결과 피고인의 알리바이,
즉 현장 부재의 사실이 명확히 입증되었기 때문에
피고인에 대하여 무죄를 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변호사님 우리가 승소할 분위기죠?
네. 뭐 그럴 것 같기도
에이 겸손한 척 하지 마요
웃고 있는 거 보니까 이미 확신하고 있는 것 같은데 뭐.
이겼다고 좋아하고, 천상 변호사라니까
근데 변호사님은 왜 변호사가 된 거예요?
얼핏 듣기로는 대학시절 친구들은 다 검사가 됐다면서요
변호사가 돈을 더 많이 법니다.
뭐야? 돈 때문에 변호사가 됐다니
참 진솔하기까지 하고 알면 알수록 매력이 넘치네
점심시간 다 됐는데 밥 먹고 갈까요?
그러시죠.
뭐야?
아 맞다.
또 커피 마시자고 그러면 어떡하지?
아니야! 점심시간이니까 같이 밥 먹자고 할지도?
안 가십니까?
가요 가! 빨리 가요. 빨리 빨리
권정록
- UFO 다!
- 네?
저저저저 저쪽으로 갔어요
빨리요 빨리 와요 빨리 빨리
정록아
어
재판 있었나 봐?
어.
요즘 자주 본다
그래서? 싫어?
오 비서님도 같이 오셨네요?
아... 네 뭐
시간 괜찮으면 같이 점심 먹을까? 파스타 어때?
파스타?
실은 할 얘기가 좀 있어서
- 중요한 얘기야?
- 응. 중요해 엄청
시크릿하기도 하고
미안하지만 먼저 들어가시겠습니까?
네?
먼저 들어가라고?
나랑 먼저 밥 먹기로 해놓고 왜 약속을 안 지켜
내가 얼마나 좋아하는데
파스타를.
그래서 중요하고 시크릿 한 할 얘기라는 게 뭔데
임윤희 사건 알지?
그 사건 내가 맡았어.
수년간 남편에게 폭행을 당해온 여자가
구타당하던 중 남편을 칼로 찔러 죽였다.
이거 살인일까, 정당방위일까?
네 생각은 어때?
근데 정당방위 한번 인정되기 시작하면
수사검사 입장에서도 부담되는 건 물론이고
앞으로 모든 피해자들이 전부 정당방위를 주장하려 할 거고
또 변호사들 전부 판례를 들이밀면서 정당방위를 주장하겠지.
우리 쪽엔 민감한 문제야.
뭐라 딱 단정 지어 말하기 곤란한 사안이네.
그렇지?
답을 바라고 물은 건 아니야
그냥 호기부리면서 맡았는데
좀 막막해서.
커피 한잔 하러 갈까?
아니, 나 바로 들어가 봐야 돼
왜? 아직 점심시간 남은 거 아니야?
일이 좀 있어서. 다음에 또 보자.
뭐가 저렇게 바쁘대?
왜 거기서?
이거 압수하려고요
변호사님은 이 메모지를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에요.
자격도 필요합니까? 메모지 갖는데?
왜요? 갖고 싫다고 그럴 땐 언제고 이제 와서 욕심나요?
그건 아니지만 준 걸 왜 도로 뺏나 싶어서
그건 준 사람 마음이죠. 기분 나쁘시면 소송 거시든 가요.
소송까지 할 건 아니고
점심시간 20 분 정도 남았는데 얼른 나가서 간단하게 식사라도...
저 밥 생각 없거든요?
아까부터 자꾸 노려보시는 거 같은데
아닌데요? 저 원래 눈빛 강렬하단 소리 많이 듣거든요
배우는 원래 눈빛으로 카메라도 씹어 먹을 수 있을 정돈 돼야 되거든요.
네, 그럼 수고하세요
- 저기요.
- 네?
네? 뭐 하실 말씀이라도?
외람된 말씀이지만 언제 저랑 밥 한번 먹어요
- 예?
- 내일 어떠세요? 내일 우리 같이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요?
아, 내일은 제가 배가 안 고플 거 같은 데요?
그럼 영화 봐요 멜로 좋아하세요?
- 티티카카의 사랑 어때요?
어제 봤어요.
내일 개봉인데
내일 개봉이구나
저, 그냥 단도직입적으로 말 할게요
저도 찬성 씨가 좋아요.
저도?
그래서 같이 영화도 보고
같이 밥도 먹으면서 찬성 씨에 대해서 더 알아가고 싶어요.
죄송한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혹시 저한테 생각할 시간을 좀 주실 수 있나요?
당연히 드릴 수 있죠
- 얼마나.
- 한 10 년 정도?
수고하세요.
저 의뢰인 만나고 바로 퇴근하겠습니다.
네.
저한테 마음 상하신 거 있습니까?
혹시 아까 점심 같이 먹기로 한 약속 못 지킨 거 때문에 그러시는 거면
그런 거 아니거든요?
그럼 왜 그러시는지
그걸 제가 일일이 다 말해야 하나요?
우리 헌법에 사생활의 자유가 있는 거 모르세요?
그것도 제가 알려드렸습니까?
아니요, 그건 제가 독학한 거예요. 헌법 제 17 조잖아요.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알겠습니다. 사생활의 자유 지켜드리겠습니다.
어? 저...
뭐 하나만 물어볼게요.
2009 년에 봤던 아바타랑
지난 주에 본 변호사가 왜 그럴까랑
둘 중에 뭐가 더 좋았어요?
네?
뭐가 더 재미있고 뭐가 더 기억에 남았냐고요.
아바타는 독특한 소재의 영화라 신선했고
변호사가 왜 그럴까는 공감이 많이 가서 재밌었습니다.
그러니까
둘 다 좋다? 둘 다 포기 못 하겠다?
변호사님 진짜 나쁜 사람이에요.
그럼 재판 당일 날 뵙겠습니다.
네, 필요한 서류 또 있으면 말씀해주세요, 변호사님.
그럼 들어가십시오.
다음 주 공판 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하실 분
법원 출석 여부 확인하신 하시고 법정안내 부탁드립니다.
이응 이응?
도대체 왜 이러는 거지?
룸 있는 데를 잡았어야 됐나?
윤서 씨 이렇게 오픈된 공간에서 회식하는 거 괜찮으세요?
그럼요. 이러고 구석에 앉아있으면 돼요
그런데 권변호사님은 오늘도 불참이세요?
권 변이 언제 순순히 회식에 참석하는 거 봤어?
저기 순순히 참석하셨는데요?
건배
오랜만에 다 같이 모였네.
단 변호사님 왜 그렇게 급하게 마셔요.
또 까였대요
그 번개퀵맨 직원한테요.
정말요?
와, 번개처럼 빠르더니 번개처럼 빨리도 까였네요
단 변은 바쁘시겠어요. 일주일에 한 번씩 꾸준히 실연당하시느라
뭐라고요?
그나저나 어떻게 된 거야 아침까지만 해도 불참이라 그러더니
왜 생각이 바뀌었어?
그게...
왜 윤서 씨를 왜 보세요?
설마 윤서 씨를 보러 온 거예요?
네, 오진심 씨 보러 왔습니다, 저
대박 돌직구
그럼 둘이 썸 타고 그러는 거야?
썸이라뇨.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그런 거 아니에요
근데 왜 저런 이상한 발언을
이상한 발언 아닙니다. 저 진짜로 오진 심씨 보러 왔습니다.
물어볼 게 있어서요
물어볼 거라니
요 근래 일도 열심히 하고 따로 법률 공부도 하는 등 매우 의욕적이었던 분이
오늘은 웬일인지 불성실한 태도로 업무에 임하며
저에게 불만을 표시했습니다.
이유 없이 그럴 분 아니라는 생각에 오해를 풀고자 이 자리에 왔는데
오진심 씨 대체 저한테 왜 화가 나신 겁니까?
아 참...
아니, 이렇게 다 있는 자리에서
네, 이렇게 사람들 다 있는 자리에서 얘길 들어보고
다수가 저의 잘못이라고 판단한다면 제가 고쳐볼 생각입니다.
그러니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말씀하시죠.
점심 같이 먹기로 한 약속 못 지킨 거 때문에 아니라고 하셨고
그러면 혹시 방을 핑크 핑크로 못 꾸미게 해서 화가 나신 겁니까?
아니, 그게 무슨 소리예요?
아니, 제가 핑크를 좋아해요.
좋아해요.
근데 변호사님 방을 핑크로 좀 꾸며드렸는데 그거 싫다고 하셔가지고 제가,
근데 그거 때문은 아닌데
그러면 제가 오늘 일을 너무 많이 시켜서 화가 나신 겁니까?
계속 할 일을 메모지에 적어 책상에 붙여둬서?
에이, 이런 인간미 없는 인간을 봤나
시킬 일이 있으면 상대방 눈을 보고서는 정중히
부탁을 해야지 그 메모장에 적어서 책상에 던져놓으면 나도 기분이 나쁘지.
- 안 그래요?
- 아니에요, 그것 때문도. 그게 아니...
아, 실은 제가 뭐 특별히 계기가 있었던 건 아니고 그러니까...
배, 배가 고파서
저도 모르게 예민하게 굴었던 거 같아요
그렇죠. 응.
오해하게끔 행동해서 죄송합니다. 변호사님
아닙니다. 오해가 풀려서 다행입니다.
별 일도 아니었네.
화해의 의미에서 둘이 건배.
아니에요, 건배는 무슨, 참.
권 변호사님 오해 풀려서 마음 편해지셨나 보다. 얼른요.
치얼스.
아 보기 좋네. 응?
드시죠.
네.
변호사님? 저랑 얘기 좀 하시죠
네.
저희 오해 다 풀린 거 아닙니까?
그런데 무슨 여기를 또.
왜 그랬어요?
- 대체 왜 그랬냐고요.
- 아니, 뭘
우리 둘이 있었던 일은 우리 둘이 풀어야지
왜 사람들 다 있는 데서 떠벌떠벌 했냐고요 왜?!
떠벌떠벌이라니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사람들이 다 있는 자리에서 얘기를 들어보고
다수가 저의 잘못이라고...
재판해요?
사람들 다 있는 데서 잘잘못 따지는 거 그거 재판이지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하지만 애써 오해가 다 풀렸는데...
오해가 풀리긴 개뿔
우리 아직 안 풀렸거든요?
왜냐! 내가 변호사님한테 화가 난 이유는
따로 있으니까
그게 무슨
왜 파스타 혼자 먹었어요?
왜 나랑은 안 먹었어요? 나도 먹고 싶은데!
그럼 파스타 못 먹어서 하루 종일 그랬다는 겁니까? 내일 당장 드시러 가시죠, 파스타...
왜 그랬어요? 왜 다른 사람이랑 파스타 먹었는데
파스타.
파스타.
나도 파스타.
- 왔어?
- 어
참, 주원이가 지나가다 봤다는데
너 오늘 여름이랑 파스타 먹었다며
또 파스타 얘기냐?
또라니? 처음 얘기하는 건데?
그래서 뭐? 파스타 먹은 게 왜? 그래서 뭐. 그게 왜, 왜
질투난다고
뭐? 질투?
당연하지. 지금 비록 여름이랑 헤어져서 이러고 있지만
아직 마음 정리 된 건 아니거든?
근데 내가 마음 있는 사람이 다른 남자랑 파스타 먹고 있다 생각하면
화가 안 나겠냐?
다른 사람이랑 파스타 먹었다고 화내는 거
그거 마음이 있는 거야?
뭐?
마음이 있다
오빠, 우리 바다 보러 갈까?
아침부터 무슨 뜬금없는 소리야 출근해야지, 너
그렇지? 나 출근해야지
너 어제 혹시 술 먹고 또 실수했어?
술은 누가 만든 걸까?
했네, 했어.
내가 묻고 싶다. 도대체 술이라는 거를 누가 만들어서
매번 너를 이렇게 궁지로 몰아넣는 건지
이번엔 또 무슨 실수를 한 건데
몰라.
모르긴 빨리 말해봐. 그래야 오빠가 수습을 해주든 변명을 해주든 할 거 아니야
몰라, 모른다고 나 혼자 있고 싶어, 나가줘
여, 여기서?
저기 다 왔네 로펌
벌써? 벌써 다 왔어?
어우 나 어떡하냐 뭐라고 변명하지?
나 어떡해?
안녕하세요
네. 좋은 아침입니다.
오진심 씨
네
어제 판결 선고된 사건, 판결문 송달 됐는지 확인해 주시고
2018 고단 327 호 사건 항소장 법원에 접수됐는지 체크해 주십시오
아, 네.
저기 변호사님.
제가 어제 한 말이요
네? 무슨?
어.. 파스타를 왜 나랑 안 먹고 다른 사람이랑 먹었냐고 했던 그...
그거 친구로서 그랬던 거예요
친구라고요
네네 원래 여자들은 그래요
학교 다닐 때 나랑 제일 친한 단짝 친구가 나 말고
다른 친구랑 떡볶이 사먹으러 가면 그게 그렇게 서운하거든요
막 친구 뺏긴 기분 들고
근데 솔직히 우리 둘이 올웨이즈 로펌의 단짝 친구잖아요
단짝 친구
응응 완전 단짝이죠
제일 가까이서 일하지 같이 밥 먹지
같이 사건 처리하고
이보다 더 단짝이 어딨어요
근데 그런 내 단짝이 다른 사람이랑 좀 가까워 보이니까
이게 조금 섭섭하더라고요 조금
유치하죠?
제가 얼굴만 동안인 게 아니라
마인드까지 좀 동안이라서
그러니까 어제 있었던 일은 잊어주세요. 아시겠죠?
네. 알겠습니다.
권 변호사님, 대표님께서 부르세요
네
다녀오겠습니다.
네
하, 지금 이게 뭐 하는 짓이냐
하실 말씀이란 게
내가 어저께 얘기 했었나? 얘기 했었지? 얘기 했어
좋은 일 있을 거 같다고 얘기 했지?
우리 올웨이즈 로펌이 이슈몰이 할 만한 아주 큰 사건을 맡게 될 거 같다고
결국 수임하게 됐습니까?
뭐, 그냥, 뭐
이거 한번 읽어 봐봐. 이거랑 이렇게 해갖고
이거 임윤희 사건 아닙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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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변이 맡아서 정당방위 받아내 줘.
- 못합니다.
- 왜 못해. 이거를 왜 못해
아 이렇게 큰 사건을 주면 감사합니다, 하고 받아야지
왜 또 반항이야.
반항이 아니라 여력이 안 됩니다.
제가 지금 맡고 있는 사건이 무려 32 개 거든요.
야, 그래도 온 세상이 주목하고 있는 사건인데 이거 아깝잖아.
그렇게 아까우면 대표님이 직접 하시죠.
요즘 바쁜 일도 없지 않습니까. 어차피 방송섭외도 안 들어올 거고.
방송 얘긴 하지 말자. 이젠 섭외 들어와도 안 할 거거든?
나 방송 트라우마 생겼잖아.
내가 단지 컨디션 난조였을 뿐인데 악플이 너무 많이 달렸더라고
사시 합격한 거 맞냐, 사시나무 떨듯이 떨기만 하던데 바지사장 아니냐
진짜, 진짜 나 수치스러웠어.
그러니까 내 앞에서 앞으로 방송의 방자도 꺼내지마, 진짜.
대표님 근데 방, ...
그러니까 방송얘기 내 앞에서 하질 말라고
- 방석
- 그러니까 방송
방석
이게 방석이야?
이거 담요야.
아무튼 이번 사건 수임하는 거다.
권 변이 그 동안 공익적인 사건을 많이 맡아서 그런지
여성단체에서 권변을 콕 찍어서 의뢰를 했단 말이야.
남편 살해 혐의 임모씨 경찰에 구속 가정폭력의 피해자에서 살해용의자로 남편 살해 혐의
임모씨. 5 년 전 전남편도 화재로 사망
남편 살해 혐의 임모씨 경찰에 구속 가정폭력의 피해자에서 살해용의자로 남편 살해 혐의
임모씨. 5 년 전 전남편도 화재로 사망
자세히 읽어보시고 관련된 기사 있으면 더 찾아주시기 바랍니다.
네.
나 이거 뉴스에서 봤는데
이 사건 변호사님이 맡으신 거예요?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
잘 됐다.
변호사님처럼 능력 있는 분이 변론해주시면
이 사건 정당방위로 인정받을 수 있지 않을까요?
오진심 씨는 이 사건이 정당방위라고 생각하십니까?
네 남편한테 엄청 심하게 폭행당하다가
우발적으로 그런 거라던데?
그게 그렇게 간단하지가 않습니다.
그리고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선 몇 가지 전제조건이 필요하고요.
전제조건이요?
검사 유여름
검사님 임윤희 씨 이제 곧 도착한다고 합니다.
알겠어요. 오늘은 간단히 할 거예요.
- 온다.
- 온다. 온다.
정당방위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나 제 3 자에 대한 공격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공격은 바로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어야 하죠.
마지막으로 아무리 자기 자신을 방어하기 위한 행동이라고 하더라도
결코 그 정도가 과해선 안 됩니다.
쉽게 말해 아무리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행위라 하더라도
그 정도가 지나치면 안 된다는 거죠.
이를 테면 자신의 뺨을 손으로 때린 사람을
무기로 때려서 안 된다는 겁니다.
이는 과잉방위로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똑같은 사건들이 있었지만
결국 대법원에서 다 정당방위가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검찰은 이 같은 판례를 근거로 들 거구요.
그럼 이참에 변호사님이 새로운 판례를 만드시면 되잖아요.
정당방위 받아내서.
고의로 남편을 살해한 걸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부탁 드린 기사 더 찾아주십시오..250
네.
임윤희 씨? 이제부터 임윤희 씨를 피의자라고 부르겠습니다.
피의자는 일체의 진술을 거부할 수 있고
개개의 질문에 대해서도 진술을 거부할 수 있습니다.
진술을 하지 않더라도 불이익을 받지 않고
신문을 받을 때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수 있습니다.
임윤희 씨 진술 거부권 고지 받으셨죠?
변호인의 조력을 받으시겠습니까?
아니면 그냥 조사를 시작할까요?
- 무슨 일로 또 부르신 겁니까?
- 어, 왜 바빠?
임윤희 씨 사건 파악 중이긴 했습니다.
어때, 빈틈 좀 보여?
글쎄요. 일단 내일 구치소 가서 임윤희씨부터 만나봐야 될 것 같습니다.
역시 막상 이렇게 맡으면 이렇게 열심히 한다니까
그래서 열심히 하나 안 하나 그거 감시하려고 부르신 겁니까?
아이, 사람 참 설마 내가 그것 때문에 불렀겠어? 응?
넥타이 좀 골라줘. 이거는 치명적인 섹시가이 이거는
풋풋한 사기가이 어떤 게 더 좋을까? 응?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사실 나 방송 잡혔어.
내일 인터뷰 따러 로펌으로 온대
방송 트라우마 생겼다고 섭외 들어와도 절대 안 한다고. 좀 전에 말씀하신 거 아닙니까?
공자님이 말씀을 하셨어.
가장 완벽한 영광은 한번도 실패하지 않음이 아니라
실패할 때마다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난 첫 방송 좀 긴장을 해서 실패를 했지만
난 그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설 거야.
근데 혹시 실패를 또 하면 또 다시 일어서고
저도 이만 일어서겠습니다.
너무 피곤해져서 커피를 좀 마셔야 될 것 같습니다.
내 것도 찐하게 한잔 부탁할게.
잠깐만. 윤서 씨. 내일 윤서씨 어떡하지?
방송국에서 이것저것 촬영이 밀려가지고
내일 정확하게 몇 시에 도착할지 모르겠다고 하더라고
괜히 왔다 갔다 하다가 촬영 팀 눈에 띄면 되게 곤란하실 텐데
그렇다고 하루 종일 커피숍에 가 계시라고 할 수도 없고
아니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뭐
이 넓은 로펌에 윤서씨 한 명 숨을 데 없겠어? 응?
섹시가이
풋풋가이 어때? 이게 낫네?
- 섹시가이로 가시죠
- 섹시가이
이게 낫네.
변호사님도 커피 한잔 드릴까요?
아니요. 제가 마시겠습니다.
오진심 씨. 내일 임윤희 씨 만나러 구치소 가는데
- 같이 가시겠습니까?
- 저도요?
네. 비변호인은 접견은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구치소 한번 가보시면 한꺼번에 법조계 생활하시는데 도움이 좀 될 거 같은데
당연하죠 안 가보는 거 보다는 훨씬 도움 되겠죠
감사해요. 저를 이렇게 생각해주시다니
커피 드시죠.
구치소면 차 타고
꽤 멀리 갈 텐데?
그럼 둘이
멀리 가는 만큼 만만의 준비를 하자.
일하러 가는 거니까. 응.
내일 뭐 입지?
옷이 이상하면 기분도 다운되고 그럼
일에 집중을 못할 테니까
피부가 건조하면 피부 신경 쓰느라 일에 집중 못할 테니까
난 정말 워커홀릭인가 봐.
♫ 그래 나는 뭐든 새롭지 ♫
♫ 뭔가 느낌 있는 거 알지? ♫
♫ 뭐든 HIP 하고 우아하게 ♫
♫ 음.. 까다롭기는 하지 ♫
♫ 모르는 것도 척하면 척 ♫
♫ 주눅 들지 않게 조심해 ♫
음~
♫ 그래 나는 ‘Thunder’ 반짝 빛났지 ♫
♫ 요란해질 나를 기대해 ♫
♫ “Hi lovely! We’re beautiful no matter how we doodley” ♫
♫ 어렵잖아 좀 더 쉽게 말해봐 ♫
♫ 내 진심이 보이니 ♫
좋은 아침이에요, 변호사님.
♫ 거기 내 마음이 보이니 ♫
넥타이 잘 어울리시네요.
♫ 어쩜 그리 두근두근 새로운 날 So what you gonna do? What you gonna do ♫
오진심 씨도 목걸이 예쁩니다.
♫ 모르는 척하지 마 넌 내게 빠져들 거야 ♫
타시죠, 추운데.
♫ 이제 어서 내게 너를 보여줘 ♫
♫ So what you gonna do? What you gonna do? Woo hoo! ♫
오랜만에 드라이브 하니까 너무 좋네요.
드라이브가 아니라 구치소 가는 건데 일하러
차 탔으면 다 드라이브지 뭐.
네, 권정록입니다.
네, 알겠습니다.
구치소에서 연락 왔는데 접견시간이 2 시간 미뤄졌다고 하네요.
정말요?
점심시간 거의 다됐는데 어디 가서 식사하시죠.
실은 제가 도시락 좀 싸왔는데
도시락이요?
뭐, 식당 찾으러 돌아다니는 거 시간 낭비잖아요.
시간 절약해서 일에 집중하려고
풍경 예쁜 야외에서 도시락 먹는 거 제 로망이기도 하고요.
뭐, 시간도 많이 남았는데 그러시죠.
네.
그냥 들어가서 먹을까요, 우리?
그냥 여기서 먹겠습니다.
왜요, 춥잖아요, 여기
로망이라면서요.
생각보다 요리를 잘하시네요.
생각을 어떻게 했길래
제가 드라마에서 한식셰프로 나온 적 있거든요
그때 전문가에서 배워서
이런 한식이라면 눈 감고도 뚝딱뚝딱 이에요.
배우란 직업은 참 여러 가지 인생을 다채롭게 경험하네요.
꽤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그땐 진짜 행복했어요.
변호사님은 언제 행복하다고 느껴요?
월급날?
뭐예요. 돈 많이 벌어서 변호사 됐다 그러더니
진짜 돈 좋아하시네요.
안 되겠다. 우리 들어가요.
변호사님 감기 걸리면 나만 손해니까
- 네? 왜 오진심 씨가 손해입니까?
- 어?
변호사님이 우리 로펌 에이스인데
나랑 피크닉 왔다가 감기 걸려서 결근이라도 하면은 내고
얼마나 눈치가 보이겠어요.
크나큰 전력손실이지, 그거는
아
추우면 주머니에 손 넣으시죠
정말요?
- 감사합니다.
- 네
오진심 씨 주머니에 손 넣으라는
추워... 죄송합니다.
주머니가...
선배님 친구분 집에서 지내는 거 안 불편하세요?
불편해. 워낙 까칠한 녀석이라
그럼 주말 내내 집에 붙어있기 그럴 텐데
저랑 같이 영화라도 보실래요?
그게 더 불편할 거 같은데
유여름 검사님이다.
유 검사님 임윤희 사건 때문에 요즘 속 좀 끓이시겠어요.
왜? 뭐가 잘 안 풀린대?
임윤희 사건, 임 검사님이 욕심 내던 건인데
유 검사님이 맡으셨잖아요.
임 검사님이 뒤끝 작렬이어서 엄청 갈구나 보던 대요?
어, 쟤가 이번에 특수부에 새로 온 애구나? 김세원이 밑으로
근데 왜 저렇게 달라붙어있어? 둘이 사귀어?
쟤 부친이 글로아어스 고위직이라든데
병원장 아들이랑 고위직 공무원 딸이랑
괜찮네, 끼리 끼리 그렇지?
그러네요.
검찰
김세원이하고 새로운 애 잘 어울리지 않아? 금수저들끼리
하긴 병원장아들이랑 사기 피의자 딸이랑은
말이 안 되지.
그러고 보면 너도 참 대단해 부친이 사기죄인 것도 모자라서
전 남자친구는 그걸 불기소 처리 해주는 바람에 춘천으로 유배까지 갔는데
근데 너 어떻게 그렇게 얼굴을 뻔뻔하게 들고 다닐 수 있는 거냐?
아~ 나 같으면 여기 못 있어.
하고 싶은 얘기가 뭐예요?
출신은 속일 수가 없다고
네가 아무리 욕심부려 봤자 넌 어차피 평검사로 끝이야
그래. 너도 아니까 이렇게 발악을 하는 거겠지 응?
어떻게든 출세 한번 해볼라고.
그만하시죠
부장이 너한테 임윤희 사건 맡긴 게
네 능력 때문인 거 같냐? 네가 여자라 이용해먹을게 있어서 그러는 거야.
알았으면 적당히 까불어.
차에서 기다리시겠습니까?
아니요. 저도 좀 둘러볼게요.
말씀 드렸지만 변호사 접견실에는 같이 못 들어갑니다.
저도 그 정돈 안다니까요.
근데 여기 있는 사람들은 다 임윤희 씨처럼 재판 기다리는 사람들인가?
꼭 그렇진 않습니다.
이미 형이 선고된 기결수도 있고 재판 중이거든 재판을 기다리는 미결수도 있습니다.
2 시 다 됐어요. 변호사님 얼른 가보세요.
날도 추운데 그냥 차에서 기다리시는 게
왜요? 걱정돼요?
네. 걱정됩니다.
오진심 씨가 감기에 걸리면 저도 손해니까요.
아니, 왜
오진심 씨가 감기에 걸리면 일 처리가 더뎌질 거고
그러면 제가 부담해야 될 일이 많아 지지 않겠습니까?
거기다 오진심 씨가 감기를 저한테 옮기기라도 한다면
와, 진짜 너무 하시네
됐죠?!
날이 많이 춥습니다. 고집 부리지 말고
대충 둘러보다 차에서 기다리시죠.
참, 뭐야. 나 걱정해 준 거야?
뭐야, 뭐야 뭐야. 치
임윤희 씨
그날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설명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기억을 떠올리는 게 괴롭겠지만
그날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저한테 솔직히 말씀해주셔야 됩니다.
남편을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은 모두 인정하십니까?
본인이 저지른 일에 대해선 반성하고 있습니까?
임윤희 씨가 수 년 동안 남편한테 폭행당해 왔는데 사실은
충분히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가정폭력의 피해자라고 해서
살인까지 정당화 될 순 없습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했어야 하는 데요?
제가 죽었어야 했나요?
증거 기록
아무리 봐도 정당방위 같은데
만나보니까 어때요? 정당방위 맞죠?
그렇게 속단할 문제는 아닌 거 같습니다.
직접 만나보니 더 혼란스러우신가 봐요.
그럼 변호사님 운전하시는 동안 제가 이거 더 열심히 읽어볼게요
꼼꼼히 읽다 보면 돌파구가 있을지도 모르잖아요.
저만 믿으세요.
네.
♫ Left home, out on my own ♫
♫ Had to leave cause I had no choice ♫
돌파구를 찾는다더니.
♫ Kept going ♫
♫ To find what I've lost through the years ♫
♫ Through all the noise, yeah ♫
♫ I see clear ♫
♫ Naming lights is the life I live ♫
♫ Sing my song for a thousand loud ♫
아 잠깐 생각을 좀 한다는 게 잠깐 졸았나 봐요
아유 다 왔으면 깨우시지 왜
깨우기 미안할 만큼 깊이 잠드셨길래
- 오래 기다렸어요?
- 아닙니다.
제가 졸면서 실수 같은 건 안 했죠?
이걸 실수라고 표현해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코를 고셨습니다. 많이
제가요? 오윤서가?
그럴 리 없어요. 저 코 안 골아요.
농담입니다.
무슨 농담을 그렇게 무슨 웃음기 하나 없이
근데 코를 고는 게 그렇게 큰일입니까?
당연하죠. 변호사님한테는 예쁘고 좋은 모습만 보여주고 싶은...
저한테 말입니까?
네, 왜냐하면...
왜냐하면 변호사님은 누구보다 엄격하시니까
그렇지 않으면 제 흉을 보실 거 같아서
오늘 고생하셨어요.
조심이 들어가십시오.
미쳤어, 미쳤어 거기서 그런 말이 왜 나와 너 미쳤어?
네, 사무장님 네.
급하게 좀 알아볼 게 있어서요
임윤희 씨 부친이 가정폭력을 일삼아서 어머님은 일찍 가출했고
부친과 단 둘이 살던 중에 부친 또한 10 년 전부터는 생사를 확인할 길이 없었다고 하네요.
부친이 실종된 지 10 년이라
그러면 이미 사망처리 됐겠네요.
그렇죠.
엄마는 가출에 아빠는 실종으로 인한 사망인정
전 남편은 화재로 사망
재혼한 남편은,
너무 기구한 운명이네요.
그러게나 말이에요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로는 마트캐셔나 백화점 판매직 등
이런 저런 일들을 전전하면서 살았다고 하네요.
이 보험도 했었고요.
보험이라고 하셨습니까?
어떻게 잘 풀릴 수 있을까요, 이 사건?
글쎄요. 우발적인 사고인지
보험금을 노린 계획살인인지가 쟁점이 될 것 같습니다.
더구나 임윤희 씨가 보험설계사를 한 적이 있어서 더 의심할 것 같고
근데 임윤희씨 말이에요
조서를 보니까 전 남편도 폭력전과가 있던데
왜 재혼한 남자도 그런 폭력적인 사람을 만난 걸까요?
한번 데었으면 피할 법도 한데
제가 드라마에서 심리치료사로 나온 적 있었는데
폭행을 당하면서도
남편이 빌면 용서해주기를 반복하는 여자가 있었거든요?
근데 그게 정신적인 문제가 있는 거라 그러던데
안 그래도 임윤희 씨의 정신감정 신청해놓은 상태입니다.
유여름
좀 당황스럽다.
내가 이 사건에 얼마나 힘 쏟고 있는지 뻔히 알면서
굳이 내 반대편에 설 이유가 있어?
의뢰인이 변호를 요청했는데 거절하는 건 변호사 윤리에 반하는 거잖아.
사건의 내용, 경중, 검찰, 법원과의 인적 관계
그런 거 다 따지면 사건 못 맡아.
알아 그런데 너도 알아야 할 게 있어
법원에서 살인사건을 정당방위로 인정해 준 적 단 한 번도 없다는 거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아
어쨌든 난 최대한 사실관계를 밝혀낼 거고
죄가 있다면 죄가 있는 그만큼만 책임지도록
죄가 없다면 무죄를 받을 수 있도록 만들 거야 그게 내 역할이니까
무죄가 되는 일 결코 없을 거야
그것 또한 내 역할이니까.
오늘은 임윤희씨 첫 공판이 있는 날입니다.
검찰은 남편의 폭력을 저지하던 중
우발적으로 남편을 살해한 것으로 알려진 임 씨를
상해치사죄가 아닌 살인죄로 기소했습니다.
피고인 임윤희는 피해자 김형태와 법률적 혼인한 부부 사이로
2019 년 1 월 21 일 자택에서
피해자 김형태에게 폭행을 당하던 중
부엌에서 식칼을 가져와 김형태를 위협하고
위 피해자의 복부와 가슴에 각 1 회를 찔러 살해하였습니다.
사망한 김형태는 상습적인 가정폭력범이었기에
남편의 폭력을 더 이상 견디지 못한 피고인의 정당방위로 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출한 부검감정서를 보시면
이것은 명백한 의도를 가진 살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우연히 하필이면 칼날이 급소에 정확히 꽂힐 확률이 얼마나 될까요?
이에 본 검사는 피고인 임윤희를 살인죄로 기소하는 바입니다.
변호인 공소사실에 대한 의견을 말씀하시죠.
당시 현장에 출동한 구급대원의 진술에 의하면
피고인 임윤희는 갈비뼈 두 대 골절을 비롯한
전치 9 주의 심각한 상해를 입은 상태였습니다.
설사 의도가 있었다고 가정한들
전치 9 주의 상해를 입은 왜소한 체격의 여성이
급소를 정확하게 노려 단 한번에 찌를 수 있는 확률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이에 본 변호인은 정당방위에 의한 무죄를 주장하는 바입니다.
당시 현장에는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치던
피고인의 생존의지 외에는
그 어떤 의지도 계획도 없었습니다.
피고인의 모친은 피고인이 10 살 때 집을 나갔다고 하던데
그 이유가 뭡니까?
술 취한 아버지한테 맞다
바닥에 머리를 찧었어요.
피가 많이 났었고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릴 뭔가를 찾는 사이에
도망치셨어요.
살기 위해서였겠죠.
그 후엔 부친이 피고인에게도 폭력을 행사하기 시작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전 남편도 사망한 김형태씨도 모두 폭력적인 사람들이었습니다.
부친의 폭력도 견디기 힘든 기억이었을 텐데
왜 하필 부친과 같은 폭력적인 성향의 사람들을 만났습니까?
재판장님, 피고인의 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정신과 전문의를 증인으로 신청입니다.
얼핏 생각해보면 납득이 안 될 수도 있지만
장시간 특정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면
그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성향이 생깁니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어린 시절부터 학대 받은 아동의 경우
그 학대가 잘못된 건지 여부도 잘 판단하지 못하고
어느 순간 그걸 당연하게 학습하게 되는 거죠
그리고 동일한 환경이 유지되지 않으면
심리적 불안을 느끼게 되고 결국엔 악순환이 반복되는 겁니다.
증인이 작성한 피고인 임윤희의 정신감정서를 보면
피감정인은 어린 시절부터 장기간 폭행 환경에 노출된 점을 비춰볼 때
온전한 사물변별능력을 보유하였다고 볼 수 없다.
라고 기재되어있습니다. 맞습니까?
네, 그렇게 결론 내렸습니다.
즉, 증인이 감정한 결과 피고인 임윤희는 정신의학적으로
이 사건 범행 당시 온전한 정신상태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받아들여도 되는 겁니까?
네.
이상입니다.
검사 재심문하시겠습니까?
네
임윤희 씨
화재로 사망한 전 남편의 사망 보험금과
10 년 전 실종 된 부친의 사망 보험금 청구서입니다.
임윤희 씨가 직접 청구한 게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사망한 김형태 역시 보험에 가입되어있었던 사실 알고 계셨죠?
네.
금액이 얼마인지도 아십니까?
모릅니다.
사망한 김형태가 가입한 사망보험금의 총액은 49 억 4,000 만 원입니다.
몰랐다고 하기엔 상당히 큰 금액이군요.
이상입니다.
심신미약 주장하는 거야?
하긴 뭐, 정당방위 못 받아도
억울한 피해자인 척 심신미약으로 끌고 가서
감형만 받아도 변호사 입장에선 손해 볼 거 없겠지.
그렇게 말하지 마.
정당방위건, 심신미약이건 모두 형사소송법에 있는 법리들이니까.
심신미약이 인정되도록 가만 놔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 괜히 힘 빼지마.
이건, 이길 수 있는 사건이 아니니까.
왜 그렇게 임윤희 사건에 집착하는 거야.
방법이 이것밖에 없으니까.
태어날 때부터 높이 있던 넌 내 마음 절대 이해 못해.
오셨어요?
- 왔어요?
- 다녀왔습니다.
저 권변호사님은요?
아, 담당검사님이랑 얘기 좀 하고 오신다고
저 먼저 들어가라고 하셨어요.
오늘 재판 어떻게 됐어요? 기사 엄청 많이 났던데
표정이 안 좋은 거 보니 혹시 우리 쪽이 불리 했어요?
네. 변호사님이 임윤희씨 심신미약 주장할 때까지만 해도 분위기 괜찮았었는데
남편 사망으로 받게 될 보험금 얘기 나오니까
분위기가 그쪽으로 많이 기울었어요.
사망보험금이 대체 얼마길래
49 억이요
49 억이라니 사람들이 동요할 만 했겠네요.
그러게요. 진짜 돈 때문에 저지른 일은 아닌지 의심이 확 드는 데요, 저도?
우리 권 변호사님 어떡해요.
지금 이 사건 뉴스에서도 엄청 크게 다뤄서
만약에 패소하면 꽤 타격 크실 텐데
아직 판결이 난 것도 아닌데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변호사님.
다녀왔습니다.
저... 저 변호사님
사람들이 한 얘기 너무 신경 쓰지 마세요.
신경 안 씁니다.
오늘 결과만 보면 누구나 그렇게 생각할 법 하니까요.
네.
근데 전 변호사님이 승소하실 것 같아요
솔직히 변호사라는 직업 좀 딱딱하고 논리적인 사람한테나 어울리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따뜻해야만 할 수 있는 일인 거 같아요
변호사님 같이
변호사님 의외로 되게 따뜻하시고 배려심도 많으시잖아요.
저도 예전에 세상에 혼자 남은 것처럼 외로웠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 막 내편 들어주는 사람 하나도 없고
되게 막막했었는데
만약 그때 변호사님 같은 사람이 곁에 있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더라고요
그만큼 훌륭하신 변호사님이니까
이번 사건도 반드시 잘 해결하리라 믿어요.
벌써 시간이.
왜 아직 퇴근 안 하셨습니까?
아... 정당방위 관련 판례 좀 찾아 보느라고요.
뭐라도 도움이 좀 될까 싶어서.
저녁 같이 드시겠습니까?
네. 그렇지 않아도 완전 배고팠어요.
그럼 가시죠.
사실은 말입니다.
제가 변호사가 된 이유
벌주는 사람보다는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고 싶어서였습니다.
어~
근데 왜 일전엔 돈을 많이 벌어서라고 하셨어요?
그땐 뭔가 솔직히 말하기 좀 민망해서.
응? 그럼 지금은 왜 솔직히 말해요?
지금은 오진심 씨 이야기 듣고 왠지 그러고 싶었습니다.
아까 믿어준다고 해서 고마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또 세상이 오진심 씨 혼자 남은 것처럼 외로워지고
누구도 편 들어주는 사람 하나 없어 막막해진다면
그땐 제가 편 들어드리겠습니다.
♫ 모르는 것 투성이 ♫
변호사님.
♫ 솔직히 난 어려워 umm ♫
♫ 타이밍 그게 뭔지 ♫
♫ 왜 멋대로 꼬이는지 ♫
저 변호사님한테 할 말 있어요.
♫ 걸음이 느린 내 맘이 ♫
근데
♫ 힘을 내서 널 쫓아왔어 ♫
지금은 안 할래요.
하지만 지금 느낀 이 감정
♫ 한 발짝 닿는 곳에 내가 있어 ♫
언젠가 변호사님한테 꼭 얘기할 거예요. ♫ 뭘 망설이니 ♫
오진심 씨.
혹시
좋아하십니까?
네?
♫ 아마도 나는 널 ♫
♫ One one one my one ♫
♫ The only one one one you are ♫
♫ If this is love love love if love ♫
♫ 어떡할까 어떡할까 what if this is the love ♫
♫ 한참을 널 바라봐 ♫
♫ 내 맘과 똑같을까 uhm ♫
♫ 역시 잘 모르겠어 ♫
♫ 여전히 참 어려워 ♫
진심이 닿다
일하는 현대여성 일 중독자 같은 네 모습
완전 섹시하다.
우리 윤서 너무 부려먹는 거 아닙니까?
우리 윤서요?
야, 오빠가
오빠
커피 한잔 타 드릴까요?
어제 오진심 씨 부려먹지 말라고 항의했지 않습니까?
남자친구분이.
연애 안 해봤죠?
그쪽으론 영 소질이 없는 거 같아서요
누가 그러더라고요 제가 꼭 승소할 거라고
그러니 끝까지 믿고 기다려주시죠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겠네
어쩌면 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일 수도
아니면 또 다른 용의자일 수도 있습니다.
♫ 어떡할까 what if love? ♫
♫ 아마도 나는 널 ♫
♫ One one one my on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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