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아 6

 

승유야

 

갑자기 그게 무슨…

 

(승유) 어떻게 해야 돼요?

 

[잔잔한 음악]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문제를 만나면

 

미치도록 풀고 싶으면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놀란 숨소리]

 

모르겠다

 

네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선물이에요

 

[부드러운 음악]

 

[한숨]

 

[어두운 음악] [천둥이 연신 콰르릉 친다]

 

근데 이걸 왜 보여 주는 거니?

 

그 사진

 

드릴게요

 

유용하게 쓰실 것 같아서요

 

대신

 

대신 뭐?

 

말해 봐

 

대비해 주세요, 중간고사

 

[웃음]

 

(정아) 어머, 예린아

 

우리 예린이

 

아픈 만큼 성숙했네?

 

거래를 다 할 줄 알고

 

잘 봤다, 네 물건

 

근데 나 안 살래

 

예린아

 

거래는 말이야

 

그렇게 보험 들 듯이 하는 게 아니야

 

네 말대로 언젠가 써먹을 날이 오겠지?

 

그때 다시 얘기하자

 

그 사진

 

누구 보여 준 사람 있니?

 

아니요

 

그래, 꼭꼭 숨겨 놔

 

언젠가 써먹을 날이 오기 전까지

 

[잔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승유) 사랑하지 않을 수가 없는 문제를 만나면

 

미치도록 풀고 싶으면

 

(승유) 정말로

 

다 보여도 돼요?

 

[휴대전화 진동음]

 

- (윤수) 여보세요? - (성재) 어, 퇴근했어?

 

일요일 날 11시 반까지 데리러 갈게

 

응?

 

[헛웃음]

 

또 까먹었어?

 

본가에서 점심 먹기로 했잖아

 

아

 

알았어

 

목소리에 기운이 없네

 

일요일에 봐

 

[통화 종료음]

 

[새가 지저귄다]

 

(현일) 성민준 의원 딸이 아성고 다니더구나

 

(윤수) 예

 

(현일) 얼마 전에 네 인터뷰도 봤다

 

항상 언행을 조심해야지

 

성재도 이제 큰일 할 사람인데

 

장성금융그룹의 둘째 딸하고

 

현성일보 두 아들도 그 학교에 있다고 들었다

 

유념해서 잘 살펴라

 

(윤수) 아버님

 

제가 왜 발을 다쳤는지 아시나요?

 

제가 가르치는 학생 하나가

 

제 자전거를 망가뜨렸어요

 

[차분한 음악] 그런데 저는

 

망가진 건 자전거가 아니라

 

그 아이가 아닌가 하는 걱정이 됩니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게냐?

 

소위 부모 찬스라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헛기침]

 

우리 아이가 태어나면 어떨 거 같아?

 

(성재) 내 자식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 주고 싶은

 

그런 마음 안 들까?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서 내 자식 사랑하는 거랑

 

남의 집 자식 피눈물 흘리게 하면서

 

내 아이 앞세우는 건 달라

 

장담은 말자

 

류성재, 지윤수가 아니라

 

누가 아빠, 누구 엄마가 돼도 같은 마음일진

 

그, 두고 봐야 아는 거니까

 

[방향 지시 등 작동음]

 

[안전벨트 조작음]

 

[한숨]

 

[성재의 깊은 한숨]

 

우리 요즘 왜 이러지?

 

왜 이렇게 덜컥거리는 느낌이 들지?

 

(성재) 결혼 앞두고 원래 이런가?

 

윤수야

 

(윤수) 응

 

난 너 보면 항상 마음이 편했거든

 

그런데 요즘은

 

편하지가 않다

 

뭐 할 말 없어?

 

[한숨 쉬며] 글쎄

 

나도 결혼 앞두고 생각이 많아지기도 하고

 

다들 이런 건가 싶기도 해

 

[성재의 한숨]

 

집으로 갈 거지?

 

아버지한테 가려고

 

청첩장 드려야지

 

[깨달은 탄성]

 

어, 미안

 

다녀와

 

나 오늘 장관님 모시고 청와대 일정이 있어서

 

(윤수) 그럼 나는 여기서 내릴게

 

[안전벨트 조작음]

 

조심해서 가

 

응, 전화해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수녀들이 대화한다]

 

새롭군

 

(현욱) 이제껏 본 적 없는 방법이야

 

이제 다음 도전은 뭔가?

 

(승유) 선생님은 수학을 사랑하게 했다

 

(성재)

 

(성재)

 

이걸 증명하겠다는 건가?

 

증명한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요

 

그냥

 

말하고 싶어요

 

내 명제는 참이라고

 

(현욱) 참이란 걸 증명할 필요가 없는 명제라

 

[현욱의 한숨]

 

공허하군

 

[휴대전화 진동음]

 

(윤수) 어제 네 증명 학술 아카이브에 올려 보면 어때?

 

- 아카이브에요? - (윤수) 응

 

(윤수) 내가 알기론

 

네가 쓴 증명 방법은 그동안 나온 적이 없어

 

정리해서 한번 올려 봐

 

[다가오는 버스 엔진음]

 

[버스 문이 쉭 열린다]

 

[교통 카드 인식음]

 

(윤수) 엄마

 

아버지

 

저 결혼해요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휴대전화 진동음]

 

(윤수)

 

일요일에

 

아버지 병원에 왔었지?

 

네

 

고마워

 

증명 보여 드려 줘서

 

학회에 초청받았어요

 

(승유) 선생님이 말씀하신 아카이브에 올렸더니

 

[기쁜 숨소리] 그래?

 

잘됐다

 

네가 했던 말

 

생각해 봤어

 

[차분한 음악]

 

(윤수) [한숨 쉬며] 그래

 

미치도록 풀고 싶고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그런 문제가 있지

 

앞으로 수학을 하게 되면

 

그런 문제들을 계속 만나게 될 거야

 

하지만

 

뭔가에 너의 마음을 온전히 쏟는다는 건

 

너를 잃게 되는 일이기도 해

 

너를 파괴하고

 

다치게 할 거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를 찾으면요?

 

찾지 마

 

문제가 널 찾아낼 거야

 

다치지 않고도 풀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강해졌을 때

 

난 언젠가 승유 네가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

 

선물은 고맙지만

 

받으면 안 될 것 같다

 

[차분한 음악]

 

[한숨]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다가오는 발소리]

 

(형도) 매점 갈 사람?

 

- (형도) 박형도 - (현재) 이현재

 

- (형도와 현재) 백승유 - (형도) 가자 [형도의 힘주는 기합]

 

(형도) 출발!

 

하, 씨

 

[의미심장한 음악]

 

(형도) 느낌대로 가야 돼 [휴대전화 진동음]

 

그게 꼭 공부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

 

[현재가 호응한다]

 

뭐야, 왜 멈춰?

 

- (형도) 왜? - (현재) 왜?

 

먼저 가 있어

 

- (형도) 어, 알았어 - 야, 나 지갑!

 

(현재) 지갑! [형도의 짜증 난 탄성]

 

(형도) 잘 좀 챙겨라, 씨

 

이야, 바로 오네? 쫄았어?

 

[한숨]

 

야, 너 아직도 지윤수 쌤 좋아하냐?

 

결혼한대, 정신 차려

 

내놔

 

쌤도 알아? 네가 자기 좋아하는 거

 

뭐야? 고백함?

 

(규영) 이야 이 새끼 미친 거 아니야?

 

- 완전 처돌았네? - (승유) 어디 있어, 액자?

 

어떡하냐?

 

결혼이 내일모레인데

 

애들이 보면 지윤수 쌤 웬 개망신, 아휴

 

(규영) 워워

 

줄게, 주는데

 

그냥은 못 주지

 

포기해

 

어차피 너 1학년 때 내신 깔았잖아

 

이제 와서 용써 봤자 소용없어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대지 마, 중간고사

 

그럼 줄게

 

안 그럼

 

내일 교실에 걸어 버린다?

 

[긴장되는 음악]

 

[놀란 탄성] 허허, 때려, 때려, 또 때려 봐

 

왜 때렸냐 그러면 이번엔 내가 대신 대답해 줄게

 

[화난 숨소리]

 

네가 지윤수 쌤 좋아해서 그랬다고

 

내일까지다 [옷을 툭툭 턴다]

 

잘 생각해서 답해라

 

[떨리는 숨소리]

 

(승유) 야, 장규영

 

잘 들어

 

[의미심장한 음악]

 

지윤수 선생님 건드리지 마

 

(규영) 건들면?

 

지킬 거야

 

아무도 못 건드리게

 

어떻게?

 

[한숨]

 

이 동네에서 제일 힘 있는 사람이 누굴까?

 

1등

 

우리 학교에서 제일 공부 잘하는 사람

 

이번 중간고사부터 시작이다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민식) 신록의 계절을 실감하게 되는 요즘입니다

 

중간고사 준비로 많이 바쁘시죠?

 

저희 카페 한번 들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한숨]

 

(윤수) 승유 요즘 어떤가요?

 

중간고사 기간이라

 

동아리 활동도 잠시 쉬는 중이어서

 

잘 못 봤거든요

 

- 저… - (희승) 아, 제가 요즘

 

[웃으며] 진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니까요

 

(희승) 아니, 얘가 글쎄

 

밤새워서 시험공부를 하는 거예요 [희승의 웃음]

 

그래요?

 

이게 다 저, 선생님 덕분이에요

 

제가 정말로 말로 다 할 수 없이 감사드려요, 정말

 

제 덕은요, 승유가…

 

(민식) 원래 그 나이 때는

 

마음에 맞는 선생님을 만나면

 

잘 보이고 싶어서라도 열심히 하는 법이죠

 

저희 아이가 외골수적인 면이 있어서 [희승이 차를 졸졸 따른다]

 

뭐 하나에 빠지면 그것만 파고드니까

 

선생님이 잘 컨트롤해 주십시오

 

(정아) 곧 중간고사가 시작됩니다

 

- (학생1) 이 문제 몰라? - (형도) 몰라 [당찬 음악]

 

- (학생1) 하, 그럼 이 파이는? - (형도) 무슨 파이?

 

[학생1의 한숨] (형도) 내가 풀고 싶은 건 네 마음밖에 없어

 

(학생1) 아이씨, 야, 가 빨리 네 자리로 가

 

(형도) 오케이

 

(정아) 선생님들께 시험에 관한 당부 말씀 드리겠습니다

 

문제 오류 생기지 않도록

 

각 교과별로 철저히 검토하시고

 

출제부터 시험 종료까지

 

보안 유지에 각별히 신경 써 주시기 바랍니다

 

- (명진) 이 선생님 - (교사1) 네

 

이거 기안 한 번만 봐 주세요

 

잠깐만요, 이것만 마무리하고요

 

(명진) 아이, 나도 다음 시간 수업이라 급한데

 

검토 다 하셨으면

 

나머진 실무사님께 부탁하면 안 될까요?

 

네

 

실무사님

 

(실무사) 네

 

(교사1) 이거 학년별 과목별로 정리해서

 

봉투에 좀 넣어 주실래요?

 

(실무사) 네

 

(교사1) 애들 들락거릴 수 있으니까

 

쉬는 시간 되기 전에 빨리요

 

(실무사) 네, 알겠습니다

 

(교사1) 뭐요, 선생님?

 

(명진) 아, 첨부 파일을 넣었는데 이게 잘 안 먹네

 

[마우스 클릭음] [긴장감이 도는 음악]

 

[무거운 효과음]

 

[혜미가 연신 심호흡한다]

 

[힘겨운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기쁜 숨소리]

 

그놈의 셀카 좀 작작 찍어라 [혜미의 웃음]

 

SNS 그거 하지 말라고 그랬지, 내가?

 

운동하게? [웃음]

 

(혜미) 알았어요, 열심히 해, 여보

 

[혜미의 웃음]

 

아니, 남편…

 

[쓱쓱 글씨 쓰는 소리]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옅은 한숨]

 

[작은 목소리로] 예린아

 

왔어, 왔어, 자

 

[무거운 음악] (예린) 이게 뭐야?

 

엄마가 방법을 찾았지

 

(혜미) 엄마가 손 놓고 있을 줄 알았어?

 

이거 얼른 외워

 

한명진 쌤이 그러는데

 

이번 수학 시험 장난이 아니래

 

어? 이거 다 외워야 된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 (혜미) 뒤에도 또 있으니까 - (민준) 여보!

 

- (민준) 나 드링크 좀 - (혜미) 아, 네! 내려가요!

 

(혜미) 파이팅, 응? [쪽]

 

[문이 덜컹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교사2) 자, 앞사람들 뒤로 시험지 넘긴다

 

어

 

옆에 보지 말고

 

시험지만 조용히 넘겨

 

자, 시험지 다 받았나?

 

어, 다 받았으면 시험 시작

 

[긴장되는 음악]

 

[살짝 웃는다]

 

잘했네

 

(학생2) 우와, 처참하다, 처참해

 

이번 수학 무덤이네

 

[시끌벅적하다]

 

(현재) 오, 야, 대박 야, 올킬, 올킬!

 

- (학생2) 올킬? - (형도) 와! 백승유, 미친!

 

(형도) 어떻게 이걸 다 맞히냐?

 

[학생들의 탄성] (학생2) 만점?

 

- (형도) 만점 - (학생2) 리얼? 진짜?

 

(형도) 내 친구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휴대전화 진동음]

 

(혜미) 어때, 잘 봤어?

 

(예린) 한 문제 틀렸어

 

(혜미) 왜?

 

(예린) 답이 달라

 

(혜미) 다르다니? 그럴 리가

 

네가 잘못 쓴 거 아니고?

 

[휴대전화 조작음] (예린) 맞게 썼어!

 

근데 답이 다르다니까?

 

[놀란 탄성]

 

(학생3) 어, 깜짝이야! 왜 놀라?

 

지윤수 쌤이 너 오래

 

(명진) 그게 무슨 소리예요?

 

[의미심장한 음악] 답지를 수정해요?

 

서술형 4번 문제요

 

우리가 숫자 바꾼 걸 깜빡했더라고요

 

지윤수 선생님이 답지 잘못됐다고 해서 알았어요

 

언제요?

 

어제 선생님 막 퇴근하시고 나서였나?

 

[탁] [명진의 화난 숨소리]

 

[긴장감이 도는 음악] [학생들의 말소리]

 

부르셨어요?

 

(윤수) 응

 

고생 많았지?

 

채점하면서 보니까 잘 봤더라

 

그런데

 

서술형 4번 말이야

 

어떻게 이런 답이 나오게 된 거야?

 

왜요?

 

여기 네가 적은 풀이는

 

문제에서 제시한 숫자로는 나올 수가 없어

 

문제에서는 13을 제시했는데

 

(윤수) 너는 8을 넣어서 풀었더라고

 

어떻게 된 거야?

 

실수했나 봐요

 

물론 실수할 수 있지

 

근데 숫자를 잘못 보지 않은 이상…

 

(명진) 지윤수 선생님

 

나 좀 봐요

 

네?

 

잠깐 보자니까요

 

[문이 드르륵 열린다] 가 봐

 

나중에 다시 얘기하자

 

왜 상의도 없이 마음대로 하세요?

 

네?

 

어제 서술형 4번

 

답지 수정했다면서요?

 

(명진) 아무리 오류가 있었다 하더라도

 

상의 먼저 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수정이 먼저라고 생각했어요

 

바로 다음 날이 시험이니까요

 

그, 예린인 왜요?

 

아, 방금 예린이 답안지 놓고 얘기하던 거 아니에요?

 

채점하다가 물어볼 게 있어서요

 

- (윤수) 그럼 - 앞으론 뭐든 상의하세요!

 

같은 교과목끼리 소통 좀 하고 지내자고요

 

쯧

 

[한숨]

 

네? [무거운 음악]

 

아니, 무슨 소리예요?

 

지윤수 선생님이 눈치를 챘단 말이에요?

 

확실히 아는진 모르겠는데

 

문제 삼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명진) 만일 물어보면

 

무조건 '실수다'

 

잡아떼라고 하세요

 

무조건이요

 

[헛웃음] 아니, 무슨 일 처리를 그따위로 해요?

 

(혜미) 답지를 빼돌리고 나서 답을 수정하면 어쩌라는 거야!

 

(민준) 뭔 소리야?

 

(혜미) 어머

 

(민준) 누군데?

 

(혜미) 아니, 잠깐만

 

[헤미의 당황한 숨소리] (민준) '한명진'

 

(혜미) 여보, 여보

 

[통화 종료음]

 

방금 뭐랬어?

 

답지를 빼돌리다니?

 

여보, 저기, 내 말 잘 들어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내가 생각하는 건 뭐고 당신이 한 짓은 뭔데?

 

[난처한 신음] (민준) 빨리 말 안 해?

 

아휴, 미치겠네, 진짜

 

(진희) 그러니까 이게

 

수정 전에 나갔던 답지고

 

이게 예린이가 오늘 낸 답안지라는 거죠?

 

네

 

이야

 

씁, 똑같네

 

아니, 어떻게 숫자가 달라졌는데 이런 풀이랑 답이 나와요?

 

이걸 보고

 

그대로 쓴 거라면 모를까

 

[의미심장한 음악]

 

아니, 아, 아니, 그게 아니라

 

설마

 

답지 유출은 아니겠죠?

 

[한숨]

 

(진희) [한숨 쉬며] 아, 예린아 너 진짜 왜 그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근데 진짜 실수한 건 아닐까요?

 

그럴 가능성이 1도 없어요?

 

시험지를 보면 알 수 있을지도 몰라요

 

시험지 여백에다가 계산을 하니까

 

실수라면 흔적이 남아 있을 거예요

 

그러네

 

그러면 중간고사 끝나고

 

시험지 가지고 오라고 하는 게 좋겠어요

 

끝나고요?

 

그래도 시험은 마저 보게 해야 하니까

 

(진희) 그리고 지금 들쑤셨다가는

 

아유, 뭐, 이것 때문에 나머지 시험도 망쳤네, 어쩌네

 

뒷감당 힘들어요

 

네

 

[긴장되는 음악]

 

[놀란 탄성] [타이어 마찰음]

 

[놀란 숨소리]

 

하, 씨

 

[타이어 마찰음]

 

[긴장감이 도는 음악]

 

(민준) 죽을죄를 지었어요

 

예린이 퇴학시키고

 

예린 엄마 고발해도 할 말 없습니다

 

'입시 지옥'이란 말이 있죠?

 

내가 참 좋아하는 단어예요

 

이 아성제국을 불이 활활 타오르고

 

(정아) 생물이 펄펄 끓는 지옥으로 만들어

 

수도 없이 담금질한 끝에 얻어지는

 

단 하나의 칼날

 

모두가 해피한 천국 따위가 무슨 소용이야?

 

지옥에서 살아남는 자가 진정한 승자지

 

난 예린이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 지옥에서 살아남아

 

내 손에 거머쥘 칼날이 되길 바랐어요

 

그러기 위해선

 

들키지 말았어야지

 

다 알고 있었…

 

아성고에

 

내가 모르는 일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어두운 음악]

 

수학 답안지를 빼 달라?

 

예린이 어머니가요

 

하지만 수락 안 했습니다, 절대

 

해 주세요

 

예?

 

주세요, 답안지

 

교무부장님

 

단

 

이 일은 나는 모르는 겁니다

 

지금도 앞으로도

 

(민준) 한 번만 봐주세요

 

우리 예린이 한 번만 봐주세요

 

봐주면?

 

예린이 이름 걸고

 

아니, 내 인생 걸고

 

교무부장님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맹세해요

 

[시끌벅적하다]

 

(현재) 오케이! [학생들이 놀란다]

 

국영수 다 올랐다, 예!

 

[긴장되는 음악] (학생2) 아, 얘는 성적이 왜 자꾸 올라?

 

[학생들이 저마다 말한다]

 

(현재) 오, 야, 잠깐만

 

- (현재) 와, 백승유 미쳤네 - (학생4) 백승유 왜?

 

(학생2) 아, 뭐야? 전 과목 만점?

 

- (학생5) 누가, 누가? - (학생6) 헐, 진짜, 미쳤네!

 

[학생들이 술렁인다]

 

(규영) 비켜!

 

(형도) 니 킥을 찰 때는 발목 힘이 중요해

 

발목 힘이 좋아야 우회전 니 킥을 빵 찰 때…

 

[시끌벅적하다]

 

(학생5) 어! 백승유 왔다

 

(현재) 어! 백승유! [학생들의 탄성]

 

[학생들의 환호]

 

전 과목 만점!

 

(형도) 마, 만점? 실화? 우와! 진짜

 

(현재) 야, 이야!

 

(학생7) 야! 야, 이거 뭐야, 뭐야?

 

(학생2) 야, 뭔데, 뭔데?

 

(학생3) 어? 지윤수 쌤이네

 

(학생7) 어디서 나왔지 갑자기 이거?

 

(학생2) 이거 누구 찍은 거야?

 

(학생3) 그런데 왜 여기 있지? 누가 갖다 놨어?

 

(학생2) 그러게 [잔잔한 음악]

 

(승유)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를 찾으면요?

 

(윤수) 찾지 마

 

(학생2) 뭐 하냐?

 

(학생3) 네 거야? [학생들이 술렁인다]

 

(윤수) 미치도록 풀고 싶고

 

사랑에 빠질 수밖에 없는 그런 문제가 있지

 

문제가 널 찾아낼 거야

 

다치지 않고도 풀 수 있을 만큼

 

단단하고 강해졌을 때

 

난 언젠가 승유 네가

 

그렇게 될 거라고 믿어

 

(윤수) 선물은 고맙지만

 

받으면 안 될 것 같다

 

[장작이 타닥거린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희승) 서비스!

 

[희승이 살짝 웃는다]

 

우리 승유가

 

이번 중간고사 잘 봐서 쏘는 거예요

 

[저마다 감사 인사 한다] 다 드세요

 

[희승의 웃음] 서비스, 서비스

 

(학부모1) 아, 지금 이럴 때가 아닌 것 같은데?

 

어, 왜? 뭔 일 있어요?

 

아이, 승유 전 과목 만점 받았다면서요?

 

응

 

수학 백 점은 승유 하나라던데

 

지윤수 쌤이 특별 과외라도 해 줬나?

 

[학부모들의 웃음] 특별 과외?

 

(학부모2) 아, 글쎄 좀 이상한 소문이 있네?

 

[툭 치는 소리] 아, 왜?

 

[의미심장한 음악] (규영 모) 전교 꼴찌가 하루아침에 1등

 

말이 돼? 분명 뭐가 있는 거지

 

글쎄, 우리 규영이 말로는

 

승유랑 지윤수 쌤이랑 둘이 좀 이상하다던데?

 

요즘 애들 말로 썸 타는 사이 같다던가

 

아, 이런 미친! [학부모들이 놀란다]

 

(희승) 장규영!

 

규영아, 어디 있어?

 

- (여자) 어, 사모님 - (희승) 장규영!

 

(규영 모) 승유 엄마!

 

[새가 지저귄다] 규영이 어디 있어?

 

(규영 모) 왜 이래요?

 

왜 이래?

 

왜?

 

내가 네 아들 해코지할까 봐 겁나? 어?

 

그러면 우리 아들 얘기도 함부로 떠들지 말았어야지!

 

아니, 그거는 [살짝 웃는다]

 

애들끼리 소문이…

 

아, 그래, 소문?

 

그러면 무슨 소문인지

 

규영이한테 와서 직접 얘기하라고 해

 

잘 들어요

 

[흥미로운 음악]

 

승유, 걔

 

지윤수 선생님한테 고백하고 난리도 아니래

 

(규영 모) 우리 규영이가 봤대

 

[큰 목소리로] 됐어?

 

- 규영이가 봤대? - (규영 모) 어!

 

[헛웃음] 보긴 뭘 봐? 어?

 

수학 1등 밀리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 가지고 헛걸 봤겠지

 

- 뭐래, 이 여자가? - (희승) 왜?

 

이 집 아들 우리 승유한테 밀려서 수학 성적 왕창 떨어졌잖아

 

아니, 자기 머리 나쁜 걸 탓해야지 왜 애먼 데다 화풀이야?

 

이 여자가 정말 미쳤나 봐!

 

(희승) 그래, 나 미쳤어, 미쳤어!

 

썸 어쩌고 한 거 당장 지워

 

안 지우면 내가 명예 훼손으로 확 건다?

 

그리고 규영이한테도 입조심하라고 그래

 

알아들었어?

 

안 그럼 내가 입을 확 찢어 버릴 거야!

 

[겁먹은 숨소리] [희승의 성난 숨소리]

 

[코웃음]

 

남의 꽃밭 재 뿌릴 거면 내 꽃밭 망가질 각오

 

해야겠지?

 

[첨벙 빠지는 소리] (규영 모) 어머머! 어떡해!

 

[규영 모의 당황한 탄성]

 

[거친 숨소리]

 

[도어 록 작동음]

 

진짜

 

[물 따르는 소리] 이 여편네들이

 

못 하는 말이 없어, 정말 [물병을 탁 내려놓는다]

 

[도어 록 조작음] 터진 입이라고 진짜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승유) 다녀왔습니다

 

(희승) 승유야

 

[한숨]

 

너 아니지?

 

너랑 지윤수 쌤, 그거

 

그거 다 헛소문이지?

 

무슨 소문요?

 

아휴

 

아유, 야 [어이없는 웃음]

 

엄마들이 자꾸 이상한 소릴 해 대잖아

 

네가 무슨 고백을 했다는 둥 뭐 어쨌다는 둥

 

[어색한 웃음]

 

[차분한 음악]

 

진짜야?

 

너 뭐야! 똑바로 말 안 해?

 

그런 거 아니에요

 

(희승) 그래, 그거 아니어야지

 

[희승의 한숨]

 

야, 네 아빠 알아 봐, 정말

 

조심해

 

너 갑자기 성적 올라서 사람들이 다 도끼눈 뜨고 있으니까

 

알았어?

 

선생님 곧

 

결혼하셔요

 

아유 [웃음]

 

잘됐네

 

어머, 야, 축하드리러 가야겠다

 

엄마랑 저, 같이 가자, 언제야?

 

이번 주 토요일

 

전 못 가요

 

왜?

 

(교사3)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마우스 조작음]

 

(진희) 윤수 쌤

 

잠깐 얘기 좀

 

(진희) 저…

 

예린이 일 있잖아요

 

윗선에 보고하는 게 맞는 거 같아서

 

좀 전에 교감 선생님한테 말씀을 드렸거든요

 

아, 네

 

뭐라 하시던가요?

 

시험지 확인 안 해도 된다고

 

[무거운 음악] (진희) 무슨 뜻인진 곧 알게 될 거라고 하셨어요

 

그게 무슨…

 

저도 정확히는 모르겠는데

 

지금 학업 성적 관리 위원회 열린대요

 

거기서 논의하지 않겠어요?

 

학업 성적 관리 위원회요?

 

(진희) 선생님 내일 결혼이잖아

 

좋은 일 앞두고 더는 신경 쓰지 마요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겠습니다

 

(정아) 지금부터 내가 하는 말 잘 들어요

 

(명진) 네, 네!

 

없었던 일로 만들 거예요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2학년 중간고사 수학 시험에 관해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긴장감이 도는 음악]

 

[통화 연결음]

 

예, 접니다

 

잠시 통화 괜찮으십니까?

 

(연우) 수학 시험에 문제가 생겼다고요?

 

자세히 말해 보세요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윤수) 예린아

 

수학 시험지 가지고 상담실로 잠깐 올래?

 

왜요?

 

확인할 게 있어서

 

[의미심장한 음악]

 

버렸는데요

 

버렸다고? 시험지를?

 

(교사4) 선생님! 선생님, 선생님!

 

[교사4의 다급한 숨소리] 어떡해요, 우리 완전 망했어요

 

(윤수) 잠깐만요

 

나중에 얘기하자

 

무슨 일이에요?

 

수학 재시험 본대요

 

전체 재시험!

 

(교사4) 아, 문제 언제 또 만들어

 

재시험이요?

 

왜요?

 

재시험?

 

재시험을 보게 되면

 

기존 답안지가 무효 처리 되니까

 

굳이 문제 삼을 이유가 없어지죠

 

그렇지

 

[탁] 그렇죠!

 

(민준) 이야, 역시

 

[웃음]

 

아, 나 지금

 

나 지금 무릎 꿇었는데

 

아유, 보여요?

 

아, 안 보이죠? 아휴, 아쉽다, 진짜, 어떡하지?

 

말했지만

 

이번이 진짜 마지막이에요

 

그럼요

 

이제부터는 이 성민준이가

 

어떻게 은혜를 갚는지 지켜보기만 하면 되는 겁니다

 

기대하세요

 

[학생들이 구시렁거린다]

 

조용히, 조용, 조용, 조용!

 

(학생2) 재시험 왜 보는 건데요?

 

교과 과정에서 없는 방법으로 풀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어

 

(명진) 공정하게 하려고 재시험 보는 거니까

 

그런 줄 알아

 

(형도) 쌤, 몇 번 문제요?

 

15번

 

(형도) 15번요?

 

(명진) 자, 봐

 

자

 

너희들 이렇게 로피탈 정리로 풀었지?

 

(학생들) 예

 

(명진) 장담하건대 전교생이 다 이렇게 풀었을 거야

 

워낙 간단하고 유용한 공식이라

 

수업 시간에 언급은 하지만 교과서에는 안 나오는 방법이야

 

교과 과정에 없는 내용이기 때문에

 

시험에서는 쓰면 안 되니까…

 

(형도) 찍어서 맞힌 사람은 어떻게 합니까? [학생들의 웃음]

 

이게 확률적으로다가

 

전 로피탈로 안 풀었는데요

 

[긴장감이 도는 음악] (명진) 뭐?

 

방금 누가 뭐랬어?

 

그렇게 안 풀었어요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명진) 아나, 이 자식 진짜 [명진의 한숨]

 

네가 이렇게 안 풀면 뭐?

 

테일러급수로 풀었냐?

 

(현재) 저, 쌤, 승유 이번 수학 만점인데요?

 

그, 승유가 로피탈 말고 다른 방법으로 풀었으면

 

문제없는 거 아니에요?

 

[학생들이 맞장구친다]

 

(명진) 조용히 안 해!

 

누가 선생님 말씀 중에 끼어들어?

 

그리고

 

백승유가 만점인데 어쩌라고?

 

아…

 

만점 받으셨는데 재시험 본다니까 빡치셨어요?

 

[명진의 웃음]

 

성적만 잘 나오면 장땡인가?

 

인성 공부가 먼저지

 

하긴

 

네가 무슨 잘못이 있겠냐

 

너 같은 놈 잘한다, 잘한다 받들어 주는

 

선생이 문제지

 

[웃음]

 

아유, 이 자식이, 이게

 

눈 깔아

 

[큰 목소리로] 안 깔아?

 

너 수업 끝나고 따라와

 

(교사4) 아휴, 로피탈 아니고는 풀 수가 없네

 

(교사5) 아휴, 미치겠네요

 

이 문제 내가 냈는데

 

습관처럼

 

[의미심장한 음악] 로피탈로 풀면 되겠지 했거든요

 

(진희) 시험지 확인 안 해도 된다고

 

무슨 뜻인진 곧 알게 될 거라고 하셨어요

 

[문이 드르륵 열린다]

 

(명진) 넌 네가 아직도 수학 천재인 거 같지?

 

[명진이 파일을 탁 내려놓는다] 어?

 

내가 너 같은 애들 많이 봤는데

 

너처럼 잘난 척 나대는 놈들은 절대 오래 못 가

 

재능 좀 있다고 우쭈쭈 해 주니까

 

네가 제일 잘난 줄 알지?

 

그래 봤자 한때 반짝하고 아무것도 아니었던 놈이

 

야, 인마, 선생님 말씀 중인데!

 

[신비로운 음악]

 

이 극한값이 K로 존재한다고 보장되어 있으니까

 

(승유) tanX에서 X를 2X로 치환하고

 

덧셈 공식을 활용하면

 

K 값을 구할 수 있구나

 

로피탈을 쓰지 않고도

 

(교사5) 백승유!

 

한 번만 안아 봐도 되냐? [승유의 난감한 탄성]

 

진짜 고맙다! 네 덕분에 살았다, 진짜

 

(교사4) 아, 십년감수했네

 

재시험 안 봐도 되겠다

 

그렇죠, 쌤?

 

[교사들이 저마다 말한다]

 

(교사5) 선생님이 나중에 맛있는 거 사 줄게

 

[살짝 웃는다] [학교 종이 울린다]

 

(윤수) 승유야

 

고마워

 

네 덕에 많은 아이들이 불공정한 일을 겪지 않게 됐어

 

불공정한 일이요?

 

[잔잔한 음악]

 

(윤수) 넌 알 필요 없어

 

학교에서 일어나는

 

때론 말도 안 되는 일들은

 

선생님이 해결할 수 있게 노력할게

 

무슨 일 있어요?

 

참, 내일 발표 잘해

 

넌 잘할 수 있어

 

[통화 연결음]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의미심장한 음악]

 

(혜미) 응, 예린아

 

지윤수 쌤이 불렀어

 

물어볼 거 있다고

 

재시험 본댔는데, 왜?

 

나도 모르지, 어떡해?

 

일단 시간 끌고 있어 엄마 지금 갈게

 

[통화 버튼 조작음] [통화 종료음]

 

[자동차 가속음]

 

선생님한테 하고 싶은 말 없니?

 

선생님

 

응, 말해

 

수학 재시험 본다는데요?

 

(예린) 어차피 이거 무효 처리 될 텐데

 

왜 이 얘길 해야 돼요?

 

재시험은

 

없어, 예린아

 

[긴장감이 도는 음악]

 

재시험도 무효 처리도 없어

 

그러니까 우린 이 얘기를 해야 해

 

재시험을 못 봐?

 

죄송합니다

 

백승유가 갑자기 이의 제기를 하는 바람에

 

이의 제기라니요?

 

그놈이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방법으로 풀었더라고요

 

지금까지 그렇게 푸는 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데

 

[한숨]

 

[깊은 한숨]

 

답지 수정 전의 풀이와 답을

 

어떻게 알고 적을 수 있었니?

 

(윤수) 예린아

 

모르겠어요, 무슨 말 하시는 건지

 

정말 모르겠어?

 

네

 

[한숨]

 

모르면 안 돼

 

(윤수) 넌 선생님한테 할 말이 있어야 해

 

[거친 숨소리] 그래야만 해

 

선생님은 네가 할 말이 있기를

 

간절히 바라

 

마지막으로 물을게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정말 없니?

 

[예린이 거친 숨을 몰아쉰다]

 

[예린의 괴로운 탄성]

 

예린아, 예, 예린아

 

[예린의 힘겨운 숨소리] 예린아, 예린아

 

- (윤수) 어, 선생님, 도와주세요 - (교사6) 예, 무슨 일이에요?

 

(윤수) 보건실로 가야 될 거 같아요

 

(교사6) 예, 제가 업겠습니다

 

[교사6의 힘주는 숨소리]

 

예린아, 정신 차려

 

(학생1) 저거 예린이 아니야?

 

(형도) 맞는 거 같은데?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교사6) 예린아

 

[윤수의 다급한 숨소리]

 

- (윤수) 과호흡인 거 같아요 - (보건 교사) 네

 

(혜미) 예린아!

 

[혜미의 다급한 숨소리] 예린아!

 

- (보건 교사) 어머님, 잠시만요… - (혜미) 예린아

 

(교사6) 어머님, 좀 진정하시고요 [혜미의 가쁜 숨소리]

 

[혜미의 힘주는 숨소리] [사람들이 놀란다]

 

(교사6) 어머니, 이러시면 안 돼요

 

(혜미) 아, 비키세요! [사람들이 놀란다]

 

[혜미의 놀란 숨소리]

 

너, 너 뭐야?

 

[다급한 숨소리] 놔, 승유야

 

(혜미) 이거 안 놔? 놔, 놓으라고! [사람들이 놀란다]

 

[혜미의 놀란 탄성]

 

(윤수) 백승유!

 

놔, 얼른

 

[격정적인 음악]

 

(혜미) 놔!

 

[혜미의 가쁜 숨소리]

 

네가 완전 눈이 뒤집혔구나?

 

둘이 그렇고 그런 사이라더니

 

아주 든든하시겠어요? 응?

 

어머님

 

(정아) 지금 뭐 하는 거예요?

 

[차분한 음악]

 

(정아) 사실인가요?

 

우리 아성고에서

 

학부모가 교사를 폭행하는 일이 있었다는 게

 

[한숨]

 

당장 선생님께 사과드리세요

 

아니요, 그게 아니라요

 

아니면

 

경찰서 가시겠어요?

 

[긴장한 숨소리]

 

[한숨]

 

제가 잠시 미쳤었나 봐요

 

죄송합니다, 선생님

 

(혜미) 우리 예린이가 갑자기 쓰러지는 바람에

 

제가 눈에 뵈는 게 없었어요

 

용서해 주세요

 

얘기 들었거든요

 

선생님이 이번 시험에서

 

우리 예린이가 실수한 문제를 좀 이상하게 생각하신다고요

 

- (혜미) 그런데요, 그거… - 어머님

 

잠깐 나가서 기다리시겠어요?

 

네?

 

기다리시라고요, 밖에서

 

[헛웃음]

 

(윤수) 아까 그 말씀

 

무슨 뜻인가요?

 

(혜미) [코웃음 치며] 아

 

백승유하고 선생님 얘기요?

 

모르셨어요? 그거…

 

우선 저랑 얘기하시죠

 

[한숨]

 

[형도가 속삭인다]

 

(형도) 괘, 괜찮냐?

 

(현재) 저기, 근데

 

아까 그, 예린이 엄마가 한 말 있잖아

 

뭐, 너랑 지윤수 쌤, 설마 아니…

 

- (현재) 그러니까 아니라고 - (형도) 아니야

 

- (현재) 아니라고 - (형도) 아니야

 

- (현재) 야, 말이 돼? - (형도) 안 돼, 안 되지

 

야, 너도 이렇게 황당한데 쌤은 얼마나 황당하실까?

 

- (형도) 그러니까 - 심지어 내일 결혼하시는데

 

[현재의 헛웃음] (형도) 아, 속상해

 

[무거운 음악]

 

[한숨]

 

(윤수) 2학년 수학 교과목

 

재시험 없습니다

 

들었어요

 

(윤수) 이번 시험 결과가 유효한 만큼

 

성적 처리 과정에서 불공정한 일이 없도록

 

철저한 조사가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겠습니다

 

출제 과정과 검토 과정에서 소홀한 점이 없었는지

 

원본 문제지와 답지

 

결재, 보관 과정에서 문제점은 없었는지

 

전반적인 점검 시행할 겁니다

 

(정아) 또한 해당 학부모와 학생

 

면담 진행할 겁니다

 

이 모든 과정 보고서로 작성해서

 

선생님께 전달해 드리죠

 

[한숨]

 

그럼 결과 기다리겠습니다

 

[한숨]

 

[학생들의 말소리]

 

[윤수의 한숨]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윤수) 여보세요?

 

- (남자1) 제수씨, 결혼 축하해요 - (남자2) 제수씨, 오세요

 

- (남자2) 제수씨! - (성재) 됐어

 

[성재의 웃음]

 

퇴근했지?

 

지금 들어가

 

아직 밖이야?

 

[사람들의 말소리] 어, 아, 이놈들이 빨리 안 끝내 주네

 

잠깐 올래?

 

아니, 가서 쉬고 있을게

 

내일 일찍 일어나야 되잖아

 

그래, 그럼 가 있어

 

내가 끝나고 들를게

 

(윤수) 응, 많이 마시지 마

 

[통화 종료음]

 

지윤수 선생님 되십니까?

 

[풀벌레 울음]

 

(연우) 어서 와

 

하, 무슨 일이야?

 

앉아, 와인 한잔하자

 

(연우) 지난번 대회에서 봤을 때

 

잠깐 인사밖에 못 해서 아쉬웠어

 

음

 

넌 어쩜 하나도 안 변했다

 

왜 나만 늙니?

 

왜 보자고 한 거야?

 

나한테 할 말 있다고 들었어

 

힘들지?

 

아성고에서 선생질해 먹기

 

(연우) 기억나니?

 

우리가 아성고 다닐 때 김정윤 선생님

 

[의미심장한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어린 윤수) 선생님!

 

(남자3) 그만 가시죠

 

[어린 윤수가 울먹인다]

 

(어린 윤수) 왜 안 왔어?

 

교육청 감사 나오면 같이 증언하기로 했잖아

 

왜 안 왔어?

 

[울먹이며] 우리 때문에…

 

우리 때문에 선생님이

 

우리 때문이 아니야!

 

선생님이 자초한 거야

 

아직도 모르겠어?

 

우리 학교엔 좋은 교사가 필요한 게 아니야

 

필요한 교사만 남는 거야

 

여기엔

 

(연우) 선생님이 어떤 분인진 하나도 안 중요했지

 

우리 아버지한텐

 

반드시 제거해야 할 내부 고발자일 뿐이었으니까

 

그날 이후로 난 널 제대로 볼 수가 없었어

 

내가 지금 그 얘길 너랑 해야 하니?

 

네가 같은 일을 겪지 않길 바라

 

지금의 아성고 노정아 교무부장

 

우리 아버지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을 거야

 

그래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얘기해

 

물론 나를 믿는다면 말이야

 

넌 다르니?

 

정말 알고 싶어서 묻는 거야

 

다르게 하고 싶어

 

그래, 무슨 말인지 알겠어

 

다음에 또 보자

 

[긴장감이 도는 음악]

 

[한숨]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성한) 큰일 났습니다

 

지윤수 선생이 조금 전에

 

노연우 교장을 만났습니다

 

[잔잔한 음악]

 

(희승) 여보

 

- (희승) 갔다 왔어 - 응, 왔어?

 

(희승) 이거 한번 봐 봐, 응?

 

자

 

어때, 발표할 때 딱이지? 응?

 

(민식) 입혀 봤어? 맞아?

 

아직, 지금 오라고 했어

 

안 맞으면 빨리 가서 바꾸게

 

- (민식) 응 - (희승) 응

 

(민식) 아니, 선생님

 

아니, 이 시간에 웬일로?

 

전해 드릴 게 있어서 왔어요

 

[찻잔을 탁 내려놓는다]

 

[가방을 톡 연다]

 

미처 포장을 못 했어요

 

승유

 

내일 발표 잘하라고 전해 주세요

 

(민식) 응

 

좋아 보이기는 하는데 좀 낡았네

 

응?

 

'수학 JHW'?

 

그거 이리 내요

 

왜?

 

내가 승유한테 줄게요

 

가만있어 봐 여기 무슨 이름이 있는데

 

(희승) 어, 승유 왔니?

 

(민식) 어, 승유야, 이거 봐라

 

[문이 탁 닫힌다] 이거

 

지윤수 선생님이 주고 가셨다

 

[의미심장한 음악]

 

내일 잘하래

 

근데 내일 하는 발표랑 그 만년필이

 

무슨 상관이 있다고 그러던데

 

언제 주고 가셨어요?

 

[신호동 알림음]

 

[가쁜 숨소리]

 

[자동차 경적]

 

[자동차 경적] [타이어 마찰음]

 

(승유) 선생님

 

[승유의 가쁜 숨소리]

 

승유야

 

결혼

 

축하드려요

 

[부드러운 음악]

 

고마워

 

나도 응원할게

 

넌 잘할 거야, 승유야

 

(윤수) 또 1729네요

 

혹시 수학 좋아하세요?

 

(윤수) 나는 아성고 2학년 수학 교사 지윤수야

 

(윤수) 백민재가 아니라 백승유

 

너를 만나서 기뻐

 

[사람들의 말소리]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사람들의 말소리]

 

- (형도) 매형 - (현재) 매형

 

- (형도) 매형, 안녕하십니까? - (현재) 안녕하십니까?

 

(형도) 우리 윤수 쌤 잘 부탁드립니다 [성재의 탄성]

 

(현재) 워낙 여리시고 강하시고 또… [형도의 호응]

 

- (형도) 그리고 행복 - (현재) 행복하셔야 돼요

 

- (승재) 일찍 왔어 - (성재) 어, 안녕하세요

 

[저마다 인사한다]

 

- (진희) 안녕하세요? - (성재) 아, 아!

 

- (진희) 저 윤수 쌤 직장 동료 - (성재) 네, 네, 안녕하세요

 

- (진희) 축하드립니다 - (성재) 감사합니다

 

(학생들) 선생님!

 

(학생3) 결혼 축하드려요!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형도) 사진 찍어 사진, 사진, 사진

 

자,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진희) 야,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진희의 놀란 탄성] 어머

 

[학생들의 웃음] 어머, 웬일이야!

 

어머, 진짜 예쁘다

 

아니, 아까 신랑분도 진짜 멋지시던데요?

 

둘이 너무 잘 어울려

 

고맙습니다

 

- (진희) 어유, 잘 살 거예요, 쌤 - (학생들) 축하드려요!

 

고마워, 고마워, 얘들아 [학생들의 박수]

 

(성재) 어? 안녕하세요

 

축하드립니다

 

- (성한) 축하드립니다 - (성재) 네

 

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성재) 아성고 교무부장님 그리고 교감 선생님이십니다

 

- (성한) 아, 축하드립니다 - (현일) 고맙습니다

 

- (경인) 고맙습니다 - 들어가세요

 

(희승) 어머 어, 선생님, 안녕하세요?

 

- (진희) 안녕하세요 - (희승) 네

 

[사람들의 말소리]

 

[잔잔한 음악]

 

[한숨]

 

(결혼식 사회자) 이제 곧 신랑 류성재 군과

 

신부 지윤수 양의 결혼식이 진행될 예정이오니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하객 여러분들께서는 식장 안으로 입장하시어

 

자리에 착석해 주시기 바랍니다

 

(학술 관계자) 얼마 전 볼록체 내부에

 

랜덤 단면체 추측에 관한

 

보조 정리를 다룬 흥미로운 논문이 아카이브에 올라왔는데요

 

믿기 힘드시겠지만

 

고등학생이 썼다고 합니다

 

백승유 군을 소개합니다

 

[한숨]

 

(결혼식 사회자) 신랑, 신부 입장!

 

[학생들의 환호]

 

[사람들의 환호]

 

[새가 지저귄다]

 

전제 오류가 있다

 

[한숨]

 

[사람들의 환호] [아름다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하객) 뭐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무거운 음악]

 

(학생3) 어? 백승유다!

 

[놀란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승유) 결혼

 

축하드려요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카메라 조작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카메라 셔터음]

 

[아련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상욱) 아, 오늘 스튜디오 분위기가 많이 다르네요

 

기대와 설렘이 가득합니다

 

아마도 오늘 모신 출연자분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요

 

네, 경력이 어마어마하신 분입니다

 

아, 10세에 MIT 수학과 초청 입학

 

(앵커) 18세에 검정고시 패스 및

 

한국대 조기 수석 입학

 

2020년 푸앵카레상 유럽 수학 학회상

 

또 라마누잔상 등 다양한 수학계 상을 휩쓸었으며

 

2021년 대망의 세계 수학자 올림픽에서

 

어떤 성과를 거두셨죠?

 

(상욱) 한국인 최초이자 최연소로

 

2021년 상트페테르부르크 세계 수학자 올림픽에서

 

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루치펠상을 수상하신 분입니다

 

그 영광의 주인공

 

백승유 씨를 모시겠습니다

 

(교수) 전에 알아봐 달라고 부탁한 거 말인데

 

아직 소식이 없어

 

(현재) 노정아? 근데 거기에 조만간 보자고 하던데

 

만나기로 했냐?

 

(민준) 굳이 엮일 필요 없잖아요? [카메라 셔터음]

 

과연 백승유가 모를까요? [학생들이 웅성거린다]

 

안녕하세요, 백승유입니다

 

(민준) 거기 누가 있지 않은 이상

 

좋은 자리 다 놔두고 왜 하필…

 

(정아) 알아봐 줄 게 있어요

 

(진행자) 칼쿨루스라는 분이 주신 질문인데요

 

(승유) 어느 순간을 기다렸습니다

 

내가 답을 찾으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답이 나를 찾아오는 순간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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