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랑꼴리아 8
(승유) 또 보네요
[윤수의 놀란 숨소리]
- (남자1) 수고하세요 - (사서) 들어가세요
- (여자1) 안녕히 계세요 - (사서) 네
"정보 & 검색 안내"
[스위치 작동음]
(윤수) 어?
[승유의 멋쩍은 숨소리]
잠깐만 여기 있어요
[멀어지는 발소리]
[문손잡이를 덜그럭거린다]
여기요, 사람 있습니다!
문 좀 열어 주세요!
[승유의 한숨]
(승유) 문이 다 잠겼네요
잠시만요
[통화 연결음]
네, 여보세요? 여기 자연 과학실인데요
문이 잠겨서요
아, 네, 감사합니다
온대요
(윤수) 응
(승유) 꼭 그날 같네요
여기 처음 같이 왔던 날
[차분한 음악]
(승유) '멜랑꼴리아'?
이 그림 제목
(승유) 혹시 그 책이에요?
최시안이란 학생
가르치세요?
맞죠? 학원이에요?
부탁이 있는데
앞으로 시안이한테 내 얘기 하지 말아 줘
그럴 일도 없겠지만
그 말이 맞았어요
어떤 문제를 풀 때
사랑에 빠지지 말라고 했었죠?
(승유) 풀고 싶은 문제를 사랑하게 되면
객관성을 잃고
감정에 휘둘리고
같은 실수 안 해요
이번엔 풀고 싶은 문제를 사랑하게 되는 일 같은 건
없을 거예요
왜 갑자기 그런 얘길 하는 거야?
[문이 덜컹 열린다]
[스위치 작동음]
(사서) 아, 죄송해요 다 나가신 줄 알고…
(승유) 아, 괜찮습니다
(승유) 충고 한마디 안 해 주세요?
저 교사 됐잖아요
왜 그 학교야?
넘겨짚는 건진 모르겠지만
그 학교 들어간 다른 목적이 있다면
있다면요? [잔잔한 음악]
하지 마
왜요?
그렇게 할 일이 없니?
더 큰 일 하라고요?
아니
새로운 걸 해
내가 상관할 일은 아니지만
(형빈) 누구요?
앤디 카터요
아이비리그 입시 코디
그 사람이랑 같이 하셨다면서요
[웃으며] 아이고
제가 감히 앤디 카터와 일을 하다니요?
그분은 업계 대물인데
그런가요?
2년 전 그 사람 입시 비리 터진 시점이
원장님 귀국 시기랑 딱 맞아떨어지던데
그때쯤이긴 하죠
제가 아이비리그 컨설트 하다가 관둔 시기가
아, 근데 그건 우연이고
그래요?
[한숨] 그렇다면 무척 아쉽네요
[어두운 음악] 전 딱 앤디 카터가 하던 일을 해 주실 분을
찾고 있거든요
(정아) 이렇게 불쑥 찾아온 무례함을 용서해 주세요
이렇게라도 안 하면 못 뵐 분 같아서
[형빈의 웃음]
(형빈) 다음엔 밖에서 뵙죠
연락드리겠습니다
(정아) 아참
아주 스페셜한 클리닉을 운영 중이시라면서요?
아주 실력이 뛰어난 분을 데리고 계신 모양이죠?
(형빈) 데리고 있는 게 아니라
모시고 있죠
아, 그래요?
(규영) 그러니까
두 함수가 만나는 부분에서 미분 가능하려면
부드럽게 이어져야 한다는 거지 [유찬의 깨달은 탄성]
- (규영) 알겠지? - 네
[한숨] [사람들의 말소리]
자, 오늘 수업 여기까지만 하고
나머지 문제들은 다음 시간까지 다 풀어 와
네
[휴대전화 진동음]
어, 누나
(유찬) 아, 지금 끝났어
어, 알았어
[통화 종료음]
너희 누나?
아, 네, 요 앞이라고 같이 가재요
응
(규영) 야, 성예린
얘 어때? 잘 가르쳐?
(유찬) 뭐, 그럭저럭 [규영의 헛웃음]
(규영) 야, 나 과외 시장에서 잘나가거든? [휴대전화 진동음]
그리고 학교 때는 내가 너보다 수학 잘했어
(유찬) 누나, 나 친구들이랑 피시방 갔다 갈게
엄마한테 비밀로 해 줘, 알지?
야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 차 샀어? - (규영) 잘나간다니깐
[헛웃음] 진짜 잘나가나 보네
(규영) 타, 데려다줄게
키 줘 봐
왜? 네가 운전하게?
왜? 쫄려?
[헛웃음 치며] 그럴 리가
[의미심장한 음악]
[자동차 가속음]
(규영) 이야, 성예린이!
(예린) 야, 네 차 진짜 잘 나간다
(규영) 당연하지, 얼마짜린데
[자동차 가속음]
[타이어 마찰음]
(규영) 야, 야, 야, 야 속도 좀 줄이자
어어
[규영의 헛웃음]
속도 좀 줄여, 어?
야, 속도 줄여!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야, 앞에 차 있잖아, 차!
[타이어 마찰음]
악!
[규영의 아픈 탄성]
[놀란 숨소리]
[규영의 힘겨운 신음] [안전벨트 조작음]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야!
저기요, 잠깐 나와 보세요
(예린) [창문을 두드리며] 저기요!
나와 보시라고요!
야, 안 부딪쳤어, 그냥 가자
내가 먼저 진입하려 그랬는데
(예린) 이 차가 튀어나와 버렸잖아 [오토바이 엔진음]
잠깐 내려 보시라고요!
[타이어 마찰음]
백승유?
(승유) 무슨 일이야?
(규영) 야, 너 바이크 타?
(승유) 또 보자
[의미심장한 음악]
(형빈) 아성영재학교 노정아 교장이 왔었어요
무슨 일로?
[웃으며] 뭐 때문에 왔겠습니까?
선생님 클리닉이 워낙 유명하니
(형빈) 천하의 노정아 교장까지 제 발로 찾아온 거죠
그래서요?
제 얘길 하셨나요?
으음, 그럴 리가요
절대 함구했죠
(형빈) 걱정 마세요 선생님에 대한 건
기밀 수준으로 보안하고 있으니까
그런데 노정아 교장도
엄마더라고요
[휴대전화 진동음]
(시안) 선생님 책 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열심히 할게요
[잔잔한 음악]
(승유) 또 보네요
[윤수의 놀란 숨소리]
[캔 따는 소리]
[옅은 한숨]
(승유) 반납이요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새가 지저귄다]
(승유)
[부드러운 음악]
[휴대전화 알림음]
(윤수) 내 번호 어떻게 알았어?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잠깐 나와요
뭐?
할 말도 있고 할 일도 있어요
일단 봐요
[한숨]
[달그락거리는 소리]
(식당 직원) 어서 오세요
여기요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점심 안 먹었죠?
(승유) 뭐 먹을까요?
나 너랑 밥 먹으러 나온 거 아니야
[심호흡]
똑똑히 들어
내 번호 지우고 다신 연락하지 마
이 얘기 하려고 나왔어
(승유) 죄송합니다, 다음에 올게요
(식당 직원) 안녕히 가세요
그럼 좀 걸을까요?
이렇게 날씨 좋은 날 맛있는 것도 먹고 산책도 하고
그런 게 좀 필요해 보이는데?
내가 좀 전에 한 말 못 들었어?
넌 내가 반가운지 몰라도 난 안 그래
다신 연락하지 마
[한숨]
(성재) 이번 G20 교육 장관 회의 의제입니다
스마트 미래 학교 조성
코리아 에듀 플랫폼 구축 등
미래 교육 전환에 대한 준비를 담았습니다
그래요, 수고 많았어요
[마우스 조작음]
[긴장감이 도는 음악]
(윤수) 교육청에 감사 요청
(윤수) 언론 제보, 경찰 고발
전부 막혔어
아성고 학사 비리
나에 관한 온갖 추문으로 막히고
덮였지
기사 봤어
성재 씨한테까지
예상 못 했어?
말했잖아
계속해 봐야 흙탕물 싸움만 될 거라고
그래도 계속할 거야
이렇게 된 이상
더 못 멈춰
(윤수) 말해
얘기해, 괜찮아
괜찮다고?
(성재) 뭐가 괜찮아?
어떻게 괜찮아?
내가 무슨 얘기를 할 줄 알고?
어떻게 괜찮아, 네가?
[성재의 울먹이는 숨소리]
그러게 내 말대로 했으면 되잖아
[훌쩍인다]
학교 관두고
이사하고 다 덮었으면 됐잖아
그럼 이렇게까지 되진 않았을 거 아니야!
[성재의 거친 숨소리] 우리…
서로를 탓하면서 끝내지는 말자
다 내 잘못이야
(성재) [울먹이며] 내가
널 그 학교로 보내지 말았었어야 됐는데
[흐느낀다]
그런 생각 하지 마
이 일에서 제일 상처받은 사람은 성재 씨야
[한숨]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윤아) 처음 뵙겠습니다 조윤아예요
네, 안녕하세요
(승유) 말씀드린 문건입니다
그, 어디까지나 참고만 하세요
보도나 제보용으로 쓰면 안 되고요
알고 있습니다
그랬다간 내부 소행이란 걸 바로 알게 될 테니까요
네,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근데
왜 저한테 이런 중요한 정보를 공유하시는지
(윤아) 여쭤봐도 될까요?
(카페 직원) 주문하시겠습니까?
- (윤아) 커피요 - (승유) 아메리카노 2잔 주세요
(카페 직원) 네 [긴장감이 도는 음악]
- 거래를 하고 싶어요 - (윤아) 거래요?
(승유) 2017년에 성민준 의원
성 의원 딸 성예린
수학자 올림픽 특혜 관련해서 취재한 적 있죠?
[뎅]
(명상 지도자) 오늘은 스트레스 완화에 도움이 되는
프라나 야마 수련입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배꼽을 당기고 턱을 당겨서
등을 길게 세웁니다
손의 손등 또는 손바닥이 하늘을 향하게 내려놓고
내 눈썹 사이 미간을 바라보시거나
눈을 감고 호흡합니다
코로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
[의미심장한 음악]
코로 깊게 숨을 내뱉습니다
[사람들의 말소리]
(여자2) 어떡해, 저기요, 저기요!
제 시계가 없어졌거든요
아, 어떡해, 내 시계
- (명상원 직원) 로커 룸에서요? - (여자2) 네, 방금
(여자2) 어, 빨리 경찰이요 그거 3천만 원짜리예요, 그거
아, 어떡해, 어떡해, 나 진짜…
[여자2의 한숨] (명상원 직원) 잠시만요
(여자2) 네
[깊은 한숨]
[한숨]
[통화 연결음]
(여자3) 톱수학학원입니다
혹시 거기 강사분들 중에
지윤수 선생님이라고 안 계십니까?
(여자3) 그만두셨어요
꽤 됐는데
아, 그래요?
혹시 다른 학원으로 옮기셨을까요?
[힘겨운 숨소리]
(민식) 어휴! [사람들이 놀란다]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 이놈의 자식!
(희승) 왜, 왜 또?
무슨 일인데, 응?
(민식) 아, 이놈의 자식이 진짜 부모를 개떡으로 알아!
아니, 한마디 상의도 없이
오라는 그 좋은 데를 다 놔두고
그 학교는 왜 또 들어가!
내 이놈의 자식 가만 안 둬
당장 가서 내가 멱살 잡고 내가 끌고 올 거야, 내가
그러기만 해!
(희승) 당신
우리 승유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기만 해
그날로 당장 이혼이니까!
알아들었어?
그리고 뭐, 뭐?
상의? 상의?
부모 연 끊은 자식이 진로 상의하는 거 봤어?
저 알아서 잘하는 애한테 그냥
틈만 나면 어디 대학 가라 어느 연구소 가라
이래라저래라 들들 볶더니 아주 꼴좋다!
[희승의 거친 숨소리]
아휴! 정말 욱하는 성질 저거 그냥
[잔잔한 음악]
(시안) 하디는 라마누잔의 특별함을 곧 알아차렸고
그를 케임브리지로 초청했다
나에게도 그런 분이 있다
나를 알아봐 주고
인정하고 격려해 주는 스승
[살짝 웃는다]
"리포트"
- (민식) 안녕히 가세요 - (희승) 어서 오세…
- (여자4) 어머, 안녕하세요 - (여자5) 안녕하세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혜미) [웃으며] 네, 안녕하세요
오랜만? 여긴 그대로네
아, 디저트 좀 주문할게요
머핀하고 커피하고
(민식) 어, 커피는 내가 할게
[혜미의 한숨]
(혜미) 우리 유찬이가 백승유 선생님한테 배우거든
잘 부탁한다고 말해 주면 안 될까?
[물소리가 들린다]
아 [혜미의 웃음]
맞다, 요새 아드님 잘 못 보지?
'마이 미스테이크'
[쿵쿵거리는 소리]
깜짝이야
[흥미로운 음악] [혜미의 당황한 숨소리]
[에스프레소 머신 작동음]
아니, 무려 노벨상까지 수상한 사람이
왜 우리 학교에 부임을 할까?
우리한텐 좋은 일이지만 말이야
그렇지? [혜미의 웃음]
안 그래?
'카레상'?
뭐야?
그걸 다 주려고?
(희승) 장사 접으려고
어, 재수 없는 손님이 오면 그날은 텄거든
장사 더 해 봐야 재미가
없어
뭐, '재수 없는'?
(혜미) 아! 어머머 어머, 내 신발, 내 신발, 악!
지금 뭐 하는 거야?
(민식과 혜미) - 자, 이것도 받으시겠습니까? - 어머!
다신 오지 마
그리고 노벨상 아니라 루치펠상
(혜미) 차, 참 나 노벨상이나 루치펠…
웃기고 있네, 진짜
- (희승) 야 - (민식) 아, 여보
(시안) 부르셨어요?
(승유) 앉아
'수학이 나를 찾아왔다'
지윤수 선생님이 구해 줬지?
에세이 잘 봤다
좋더라
내가 새 논문을 하나 쓸 거야
우리 학교 학생 몇 명을 참여시킬까 하는데
[깊은 한숨]
(시안) 미치겠네, 진짜
원하는 게 뭔데요?
뭐, 혹시 지윤수 선생님에 관련한 거라면 절대…
그거 아니야
(승유) 난 네가 궁금해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고
수학은 왜 좋아하게 됐고
지윤수 선생님은 어떻게 만나게 됐는지
내기 장기판에서 만났어요
내기 장기?
[흥미로운 음악]
[남자2의 탄성] (사람들) 그렇지, 그렇지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3) 잘 둔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사람들의 웃음과 탄성]
잘 두네
[사람들의 탄성] (시안) 앗싸, 3연승!
- (남자4) 오메 - (시안) 가져가요
(남자3) 아따 고놈 참 영특도 하다, 응?
(남자5) 며칠간 이놈이 돈 다 따네 [사람들의 웃음]
- (남자2) 한 번만 더 해 - (시안) 얼마 거실 건데요?
- (남자2) 얼마 걸면 좋을까? - (시안) 5만 원씩 가죠
[사람들이 호응한다] (시안) 어유 그 정도는 해야 재밌죠
- (남자3) 해, 내가 돈 내 줄게 - (남자2) 그래, 좋다! [사람들의 웃음]
(남자5) 자! [사람들의 말소리]
[시끌벅적하다]
[사이렌이 울린다]
(남자5) 겨, 경찰
- (사람들) 뭐? - (남자5) 경찰이야
[소란스럽다] (남자3) 경찰이야, 빨리 튀어!
- (경찰1) 뛰지 마세요! - 아이씨
[사람들의 말소리] (시안) 거의 다 이겼는데
[무전기 수신음] (경찰1) 뭐야, 학생 아니야?
(경찰2) 어린게 내기 장기나 하고
[무전기 수신음] 부모님은?
(시안) 안 계세요
없다고요
그럼 지금 보호자가 누구야? 연락해 봐
(경찰2) 씁, 빨리 안 대? [한숨]
내가 널 도와줄 수가 없어
봐 봐, 다들
지금 보호자 와서 다 집에 가잖아
집에 안 갈 거야? 어? [잔잔한 음악]
(시안) 그때부터 선생님은 제 보호자가 돼 주셨어요
수학 가르쳐 주는 선생님이자 친구도 돼 주셨고요
[한숨]
그래서?
네가 그렇게 장기를 잘 둬?
바둑도 잘 두고, 체스도 잘 둬요
(시안) 저 이긴 사람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어요
(승유) 그럼 뭐, 이다음에 커서 체스 선수 될 거야?
아니요
전 선생님 같은 수학자가 될 거예요
나 같은?
이야…
씁, 꿈이 크네
진짜 될 거예요
루치펠상 메달 따서
지윤수 선생님 목에 꼭 걸어 드릴 거예요
[테이블을 톡톡 두드린다]
(승유) [힘주며] 아이고
너 방과 후에 뭐 하냐?
학원…
갈 데가 있어
(정아) 아시다시피 오늘 이 자리는
아성영재학교의 특화된 수업
글로벌 인재반 운영 계획에 대해서
이야기하고자 마련했습니다
[웅장한 음악]
우리 학교에는 루치펠상 수상자
백승유 선생님이 계시죠
선생님의 논문 프로젝트에
아이들을 참여시킬까 합니다
(제니 모) 그럼 그 논문에
우리 아이들 이름이 올라가는 건가요?
그렇죠 [학부모들이 기뻐한다]
(정아) 그리고 확실해지면 말씀드릴까 했는데
업계 최고의 해외 입시 전문 컨설턴트를 섭외하려고 합니다
[학부모들이 웅성거린다]
물론 학교 예산만으로는 쉽지 않겠지만
애써 봐야죠
(혜미) 교장 선생님이 이렇게 애써 주시는데
우리가 가만있을 수 없죠
학교 운영 발전 기금 마련을 위해서
우리도 협조하겠습니다
안 그래요?
(학부모들) 그럼요 [학부모들의 탄성]
(혜미) 선생님, 여기
[혜미가 살짝 웃는다]
이번에 제가 광고하는 제품인데요
한번 써 보시라고요
교장 선생님은 주름 없으시겠지만
그래도 미리미리 관리하면 좋잖아요
더 필요하면 말씀하세요
[살짝 웃는다]
좋네요, 잘 쓸게요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어두운 음악]
[마우스 조작음]
[통화 연결음]
(성한) 예, 교장 선생님
백승유 선생 호출하세요
(정아) '마테마티쿰'
이거 독일에 있는 수학 박물관 아니에요?
우리나라에도 이런 수학 박물관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마테마티쿰에 대해"
(승유) 현실화 가능성이 있는 기획을 해 보려고 합니다
좋네요
단 조건이 있습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
[성한의 다급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유준 학생은 문제 해석은 잘하는데
발상이 부족해요
배운 내용을 어떻게 조립해야 하는지
연습이 필요합니다
(학원 직원) 네
(윤수) 김원희, 이슬아 학생은
논리 비약이 심한 편이에요
이러다간 서술형 논술형 시험에서
부분 점수를 못 받을 수 있으니
풀이를 상세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어요
알겠습니다
강사님들께 잘 전달하겠습니다
네
시안이는 아직 연락이 없나요?
네, 없었어요
아, 네
[휴대전화 진동음]
[문이 탁 여닫힌다] [어두운 음악]
여보세요?
경찰서요?
[무거운 음악]
아시다시피 입학 당시 유일한 수학 만점자고요
(성한) 현재는 보육 시설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그 외 특이 사항은요?
별다른 건 없습니다만
사물함에 이런 게…
(성한) 백 선생이
왜 이 학생한테 유독 관심을 가질까요?
지금부터 그걸 알아봐야죠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경찰3) 김지나 학생 어머니 맞습니까?
네, 전데요
(경찰3) 분실된 시계 사진이고요 [사람들의 말소리]
시계가 분실된 시간 전후로 [긴장감이 도는 음악]
여자 탈의실을 이용한 회원들을 조사 중입니다
탈의실 내부엔 CCTV가 없는데
어떻게 조사를 하나요?
그리고 도난인지 분실인지
아직 단정 지을 수 없는 거 아니에요?
목격자 여부를 중점적으로 확인하고 있습니다
[부스럭거리는 소리]
연락하실 일 있으면 앞으로도 제 쪽으로 해 주세요
공부하는 아이 집중 흩트리시지 마시고요
[사이렌이 울린다]
[방향 지시 등 작동음]
[타이어 마찰음]
(정아) 아, 장 변호사님, 저예요
통화 괜찮으세요?
아, 네 [정아가 살짝 웃는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어두운 음악] [긴장한 숨소리]
[로커 잠금장치 조작음]
[로커 잠금장치 오류음]
[못마땅한 숨소리]
[로커 잠금장치 조작음]
[로커 잠금장치 오류음]
[로커 잠금장치 조작음]
[로커 잠금장치 작동음]
[긴장되는 음악]
[무거운 효과음]
[소리 지른다]
[사이렌이 울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네
시안이가 아직도요?
[밝은 음악]
[사람들이 감탄한다]
[시안의 탄성]
그럼 전 요렇게
[살짝 웃는다]
[사람들의 탄성]
이렇게 하면요?
[휴대전화 진동음]
[통화 연결음]
(승유) 여보세요?
백승유?
네, 저예요 [사람들의 말소리]
[잔잔한 음악] 시안이 지금 저랑 같이 있어요
거기 어디야?
요양 병원요
뭐?
(승유) 자, 오늘은 이만
어드전, 여기까지 할까요?
왜요? 아직 안 끝났는데
지금 시간이 몇 시인지 알아?
(승유) 교수님도 쉬셔야지
(시안) 헐, 그럼 어떡해요?
(승유) 자, 사진 찍어 두고 [카메라 셔터음]
다음에 이어서 하면 되겠지?
- 네 - (승유) 자, 그럼
두 선수 인사하시죠
(시안) 좋은 경기였습니다, 교수님
꼭 다음에 또 봬요
[웃음]
[풀벌레 울음]
(시안) 선생님
죄송해요
체스 두느라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체스?
(시안) 여기 진짜 최강 고수님이 계세요
진짜 짱이에요
- (윤수) 차에 들어가 있어 - (시안) 네
(승유) 주무세요
병실에 모셔다드리고 나왔어요
왜 마음대로 시안이를 데려와?
내 얘기 하지 말라고 했잖아
안 했는데
(승유) 그냥 체스 한 게임 했어요
교수님도 즐거워하셨고요
[똑똑 두드리는 소리]
배 안 고프냐?
고프긴 한데
밥 먹고 가자 너 저녁도 못 먹었잖아
[꼬르륵거리는 소리]
[부드러운 음악]
(승유) 자, 먹자!
(시안) 잘 먹겠습니다
(승유) 음
- (시안) 쌤 - (승유) 응?
(시안) 근데 아까 그분은 누구세요?
아
음…
내 스승의 스승?
(승유) 어, 그분이 쓰신 논문 중에
아주 흥미로운 논문이 있어
내가 제목 알려 줄 테니까 한번 꼭 찾아봐
네
선생님은 안 드세요?
얼른 먹어, 늦었어
(승유) 아유, 이 집 김말이를
아주 바삭바삭하게 아주 잘하네, 응?
- (시안) 선생님 - 응?
(시안) 저 백승유 선생님 프로젝트 들어가게 됐어요
(윤수) 무슨 프로젝트?
국립 수학 박물관 만드는 프로젝트요
(시안) 재밌겠죠?
그런데 백승유 선생님이 제자였다면서요?
진짜 대단하세요, 선생님
저런 수학자를 키워 내시다니
내가 키운 거 아니야
(시안) 아닌데
백승유 선생님은
선생님이랑 아까 병원에 계신 교수님 덕분이라던데요?
[잔잔한 음악]
제가 선생님 같은 수학자가 되고 싶다고 그랬더니
그럼 만나야 할 분이 있다면서 데려오셨어요
제가 이다음에 수학자 되면요
꼭 메달 걸어 드릴게요
[타이어 마찰음]
[휴대전화 진동음]
[블루투스 조작음] (승유) 어, 여보세요?
(현재) 백승유, 어디냐?
[시끌벅적하다]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친구1) 아성고!
[규영과 형도의 개운한 탄성]
(형도) 야, 근데 너희가 웬일이냐?
응? 나도 이런 데 초대해 주고
(친구1) 아, 고딩 땐 우리가 좀 서먹했지
[형도의 호응] 근데 우리 같은 과 베프거든
(현재) 베프 아니고 동기라고 몇 번 말하니!
(친구1) 난 대학 가면 마음대로 놀고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을 줄 알았거든
근데 어떻게 된 게 고딩 때보다 더 빡세냐?
(친구2) 아, 야, 내 말이!
야, 연애할 시간도 없어
(친구1) 남친 없어?
(친구2) 아, 얼마 전에 깨짐
[형도의 탄식] (현재) 나이스!
(형도) 아유, 속상하겠다
- (규영) 넌? - (예린) 나 뭐?
남친 없어?
[친구들이 놀린다] (친구2) 뭐야, 뭐야!
- (규영) 마시기나 해 - (형도) 둘이 뭐야, 둘이 뭐야
(현재) 아, 여기, 여기! 응?
- (친구2) 야 - (형도) 어? 백승유! [현재의 탄성]
(승유) 갑자기들 모였네?
(친구1) 아, 우리 백승유 선생님은 어떠신가?
- 뭐가? - (친구1) 여친 있으십니까?
(현재) 야, 있을 리가 있냐?
논문 쓴다고 몇 년을 틀어박혀 있는데
(친구1) 헐, 그래서? 설마
'내 여친은 수학이다 수학이랑 연애 중'
뭐, 이런 거 아니지? [친구2의 야유]
(형도) 그만 [친구1의 웃음]
(친구2) 학교는 어때? 애들 가르칠 만해?
(형도) 씁, 아이, 만만치 않을걸
요즘 애들 엄청 무섭다는데
뭐, 우리 땐 안 그랬나
지금 나 들으라는 소리?
(현재) 넌 노답이었지 [친구1의 웃음]
(친구1) 아, 근데 승유
네 꿈이 원래부터 교사였어?
아니
(규영) 그럼 왜 갔냐?
학교도 중간에 때려치운 놈이
(친구1) 야, 술 먹자
[휴대전화 진동음]
잠깐만
- (형도) 야 - (친구2) 뭐야?
- (현재) 야, 가? - (친구2) 어디 가?
- (친구1) 어디 가? - (규영) 여친 있네, 백승유
- (친구2) 응? - (현재) 야, 말도 안 돼
(형도) 야, 야, 야, 절대 없어
야, 백승유가 여친 있잖아?
그러면 나는 내가 이현재랑 사귄다
(시안) 선생님
오늘 데려가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또 가고 싶어요 [리드미컬한 음악이 들린다]
[한숨]
[통화 연결음]
(시안) 여보세요?
어, 잘 들어갔지?
[사람들의 말소리]
지윤수 선생님은?
(승유) 그래? 별말 없었어?
그래, 잘 자고 내일 보자
[통화 종료음] [탁 휴대전화 접는 소리]
[숨을 씁 들이켠다] [긴장감이 도는 음악]
다들 의외라고 하는데
난 너다운 선택이라고 생각해
근데 싸우지는 마
(예린) 이름만 바뀌었지
옛날하고 똑같아, 그 학교
내가 싸운다고 누가 그래?
(예린) 네 운을 나누겠다며?
거긴 내가 가진 걸 나누는 곳이 아니야
빼앗아야 살아남는 곳이지
그래서?
행복해?
너도 많이 뺏어 봤잖아
무슨 소리야?
[웃으며] 농담이야, 농담
(승유) 아유, 농담도 못 해? 어?
[승유의 한숨] 너 번호 바뀌었지?
찍어 줘
다음에 또 보자
[로커 잠금장치 조작음]
[긴장되는 음악]
[지퍼 여는 소리]
(정아) 그러니까 목격자 진술이 나오지 않는 이상
경찰이 용의자 특정을 못 하면
탈의실 도난 사건은
입증할 방법이 없다는 말씀이시죠?
[안도하는 숨소리]
그러게 말이에요
감사합니다, 장 변호사님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무거운 음악] [한숨]
[학생들이 시끌벅적하다]
- (학생1) 뭐야? - (학생2) 쟤 최시안 아니야?
(학생2) 쟤가 왜 여기 있어?
(학생1) 몰라
(수영) 뭐래
(유찬) 뭐야, 최시안도 우리랑 같이 한다고?
어이없네, 쟨 뭔 백이야?
[문이 탁 닫힌다]
[한숨]
- 안녕? - (학생들) 안녕하세요
(승유) 너희들이 앞으로 내 연구에 참여할 멤버다
국립 수학 박물관 만들기 프로젝트
[학생들의 환호성]
그런 의미에서 첫 번째 과제를 내겠다
전시물 아이디어를 하나씩 소개하고
발표하는 시간을 가질 거야
다음 수업까지 준비해 와
(학생들) 네
수업 시작할까?
스피치 준비야?
응, 복사할 자료 정리 중
넌? 준비 잘돼 가?
아니, 나 아직 시작도 못 했어
아…
오, 야, 미안 나 먼저 가 봐야겠다
(시안) 이거 복사하고 피시방 가야 돼 [지퍼 닫는 소리]
피시방은 왜?
PPT 작업하러
내 거 써
빌려줄게
네 노트북을 왜?
글쎄
친구니까
친구?
싫어?
(시안) 아, 그럴 리가
[웃음]
고마워, 김지나
[살짝 웃는다] [긴장되는 음악]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덜컥 닫힌다]
(남자6) 과외 수업용으로 쓰시기에 딱이에요
아, 조용해서 학부모들도 선호하고요
(규영) 쩝, 괜찮네요
- 가 볼게요 - (남자6) 아, 예 [엘리베이터 도착음]
(남자6) 요즘 인기가 좋아 갖고 물건이 나오자마자 바로…
(규영) 어휴
(남자6) 아, 동작 빠르시네 [남자6의 웃음]
[안내 음성] 문이 닫힙니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규영) 지윤수 선생님?
[한숨]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시안) 쌤
백승유 쌤 프로젝트 첫 번째 과제 나왔어요
수학 박물관 전시물 아이디어를 가져오래요
완전 재밌겠죠?
그래서 넌 뭘 준비할 건데?
제 특기를 이용해서 생각한 게 있는데요
(시안) 아, 저 스피치 형식으로 하래요
[부드러운 음악] 스피치?
네, 수학 스피치
(시안) 그것도 멋있죠?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현재) 대박 소식!
어?
(현재) 장규영이 지윤수 쌤 봤대
어디서?
[차분한 음악]
[천둥이 우르릉 친다]
이제 와요?
어떻게…
규영이가 봤대요
(승유) 상관없으면 괜찮은데
마주치고 싶지 않으면 조심해요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윤수) 시안이
프로젝트에 넣었다며?
걔한테 왜 잘해 줘?
(승유) 수학 좋아하고 잘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나 같은 수학자가 되는 게 꿈이래요
기특하잖아요
[잔잔한 음악]
이 표정 잘 알아요
세상이 잿빛 같고
길고 긴 터널을 걷는 것 같고
누구랑 만나기도 말하기도 싫고
웃게 하고 싶어요
시안이 통해서라도
그거뿐이에요
전화하세요
시안이에 대해서 의논하거나 얘기하고 싶은 거 있을 때
(승유) 오늘처럼 비가 오거나 늦게 끝났을 때 해도 되고요
들어가세요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탁 신발 벗는 소리]
(승유) 공개 수업이요?
한국에 수학 박물관 프로젝트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을 거예요
(정아) 박물관 건립을 현실화하려면
홍보도 필요하고요
우리 학교 공식 채널을 통해서
실시간 방송을 해 보면 어떨까 싶어요
교육청 장학사분들
수학 교육과 학생들도 참관하게 하고
그러죠
준비하라고 할게요
프로젝트 시작 기대하겠습니다
네 [웅장한 음악]
[사람들의 말소리]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성한) 안녕하세요
[성한의 웃음] 아, 장학사님
(정아) 안녕하세요
[저마다 인사한다]
(성한) 아, 앉으세요, 앉으세요 [사람들의 호응]
(혜미) 파이팅!
[혜미의 웃음]
아유, 키가 많이 컸어, 그렇죠?
(제니 모) 쟨 뭐야, 뜬금없이?
(혜미) 아, 쟤 교장이 찔러 넣었대
그거 알지? 노블리주 오블레스
[제니 모의 헛웃음]
(제니 모) 노블레스 오블리주?
[사람들의 환호성]
(승유) 수학 박물관 프로젝트 공개 수업에 오신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 드리겠습니다
저는 수업을 맡은 백승유입니다
자, 그럼 수학 박물관 프로젝트
참가자들의 발표를 시작하겠습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윤수의 긴장한 숨소리]
[밝은 음악] (시안) 시작해요, 떨려요
(윤수) 잘할 거야, 파이팅
[탁 휴대전화 접는 소리]
(영상 속 승유) 첫 번째 발표자는
경수영 학생
(유찬) 이상 제가 준비한 발표는 여기까지였습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감사합니다
오늘 흥미로운 주제가 참 많네요
(승유) 그럼 다음 발표자는 [카메라 셔터음]
김지나 학생?
발표 시작하겠습니다
(지나) 제가 생각한 아이디어는
'경우의 수를 체험하는 보드게임 만들기'입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뉴욕 수학 박물관에는 에니그마 카페란 곳이 있습니다
게임을 통해 수학의 원리를 익히는 곳이죠
저는 우리나라의 전통 놀이를 응용해
경우의 수, 확률
최단 거리와 같은 수학적 사고를 익힐 수 있는
(영상 속 지나) 보드게임을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승유) 좋은 접근이네
그럼 게임의 방식이나 규칙을 만들어야 하는데
혹시 참고한 게 있니?
(지나) 기본 방식은 윷놀이를 활용하고 [리모컨 조작음]
바둑이나 장기처럼 전략적인 규칙도 만들고 싶어요
어떻게 발전시킬지 기대가 된다
수고했어
(지나) 감사합니다
[사람들의 환호성]
(승유) 자, 그럼 마지막 발표자는
최시안 학생
[의미심장한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시안아?
시작해
(영상 속 시안) 발표자 최시안
시작하겠습니다
제 발표의 주제는
'수학으로 하는 보드게임'입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리모컨 조작음]
(시안) 사실 제 발표는
앞서 김지나가 한 내용과 거의 유사합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제니 모) 너무 뻔뻔하다
그래도 계속할까요, 선생님?
(혜미) [헛웃음 치며] 이게 무슨 일이야?
(정아) 어떻게 된 거지? [차분한 음악]
(시안) 김지나가 제 발표를 훔쳤습니다
내가?
어떻게?
네 노트북 나한테 빌려줬잖아
네 노트북에 내 발표 자료 다 남아 있어
그 노트북에 있던 내 발표 자료를 네가 본 건 아니고?
[헛웃음] 뭐?
(시안) 너 분명히 그때 시작도 못 했다고…
(지나) 내가 언제?
그런 말 했단 증거 있어?
[헛웃음]
(승유) 잠깐
만약 우연이 아니라
둘 중 한 사람이 상대방 것을 베낀 거라면
지금 이 자리에서 말해
거짓말해야 될 만큼 대단한 프로젝트 아니야
- 전 아니에요 - (지나) 저도요
(시안) 야, 김지나! 솔직하게 말해
난 네가 친구라서 노트북 빌려준 줄 알았는데
처음부터 내 거 베끼려고 빌려줬던 거지?
조용!
(정아) 이렇게 하죠
다음 주 월요일에 소명할 자리를 갖고
증명할 것이 있는 사람은 증명하는 걸로
그런 다음 잘못이 있다고 판단되는 사람은
이 프로젝트에서 퇴출입니다
그건 제 소관입니다
상의부터 하시죠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문이 탁 닫힌다]
(지나) 그게요
[정아의 가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정아) 3천만 원짜리 시계도 모자라서
[떨리는 숨소리]
이제 과제를 훔쳐?
무슨 말이에요?
몰라서 물어?
명상원
그것 때문에 경찰서까지 갔다 왔어
명상원이라니요?
진짜 무슨 말인지 모르겠는데
[무거운 음악] (정아) 그 입 안 다물어?
도둑질을 하든
거짓말을 하든
어느 정도는 눈감아 줄 수 있어
하지만 여긴 내 학교야
내 학교의 명예, 품격!
그 어떤 것도 해쳐선 안 돼 알아들어?
[어이없는 숨소리]
- 엄만… - (정아) 교장 선생님!
네, 교장 선생님
선생님은
지키고 계세요?
이 학교의 명예와 품격?
뭐야?
[한숨]
나 안 훔쳤어요
시계도, 과제도
[황당한 숨소리]
과제 준비하면서 지나 말고
보여 준 사람 있어?
윤수 선생님한테 검토받았어요
아무튼 너는 확실히 아니라는 거지?
절대 아니에요
어떻게든 증명할 거예요
지나한테 노트북 빌린 장소 날짜, 시간
정확히 얘기해 봐
[무거운 음악]
(형빈) 정말이요?
한번 볼게요
오리엔테이션 준비해 주세요
예, 그러죠, 연락 넣겠습니다
그리고
그 아이 어머니를 만나고 싶어요
직접요?
네
알겠습니다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여보세요?
웨스턴케이프 CC 예약됐대요
그리고
성민준 의원이 최근에 강남구청장을 만났어요
무슨 일로?
글쎄
확실한 건 구청장이 그 만남 이후에
공공 택지에 다른 걸 짓겠다고
(연우) 개발 계획 철회 요청을 했대요
알아볼게요
- 아직 밖이에요? - (성재) 네
다시 통화해요
[통화 종료음]
[의미심장한 음악]
[안전벨트 조작음]
윤수야
오랜만이야
잘 지냈어?
날 따라온 거야?
(성재) 어, 그렇게 됐어, 미안
놀랐지?
얘기 좀 할 수 있을까?
할 말 없어
난 있어
날 어떻게 찾았는지 모르지만
미행 같은 거 하지 마
뒷조사도 하지 말고
[한숨]
[감성적인 음악]
(성재) 너 무슨 생각이야?
(정아) 내 교육 사업의 랜드마크로 삼을 거예요
(희승) 노정아 교장 성민준 의원?
(윤수) 수학 문제를 풀지 않아요
(현욱) 그런 시간을 겪지 않은 수학자는
다음 문제를 풀 수가 없어
(정아) 너 같은 애들은 언제든지 버려질 수 있으니까 [격정적인 피아노 연주]
[한숨] 너무 까불지도 말라는 얘기야
- (진희) 감사? - (성한) 큰일 났습니다
(성한) 방금 교육청에서 전화가 왔는데
(승유) 뭘 하려는 건지 나한테도 말 못 해요?
(윤수) 내 식대로 해결할 거야
.멜랑꼴리아↲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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