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브 투 헤븐 8
바보 같은 자식
[훌쩍인다]
[옅은 웃음]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새가 짹짹 지저귄다]
[문이 탁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마담) 수철이 소식은 들었어
언제 올 거야?
이제 안 가
(마담) 뭐?
이제 링에 안 올라간다고
(마담) 누구 맘대로?
[차분한 음악] 내 맘대로
(마담) [헛웃음 치며] 정신 나갔구나?
빌린 돈은 갚을 거야
하지만 게임은 안 뛰어
(마담) 안 나타나면 당신이 아니라 나까지 끝이야
그럼 더 좋고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한숨]
[명함을 부스럭 꺼낸다]
[씩씩거린다]
[명함이 툭 떨어진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휴대전화 메시지 수신음]
[분무기를 칙 뿌린다]
[휴대전화를 탁 든다]
[휴대전화 조작음]
[놀란 신음]
며칠째 집에도 안 들어오고
무단결근이야, 뭐야?
하여튼 이 아저씨 진짜 책임감 1도 없네
내가 사장이었으면 그냥 바로 아웃인데, 어?
[영어] 당신 해고야
(그루) [한국어] 안 됩니다, 안 됩니다
[모니터 작동음] 어, 큰일 났습니다
[다급한 숨소리]
[영수가 덜그럭거린다] (미란) 뭐야?
방금 뭐 지나갔어?
(영수) 응, 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당신 딸
안 됩니다!
(나무) 왜, 왜, 왜, 무슨 일이야? [그루의 당황한 신음]
큰일이 뭔데?
삼촌, 삼촌이…
삼촌이 뭐?
가출하셨습니다
뭐?
[어이없는 숨소리]
삼촌을 찾아야 됩니다
(그루)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나무) 다 큰 어른이 집 나갔다고 신고해도
아무도 안 찾아 줘
그럼 어떻게 합니까?
어떡하긴
원래대로 우리끼리 잘 살면 되지
그건 안 됩니다
왜 안 돼?
식구가 집을 나가면 찾아야 됩니다
(그루) 우리끼리 잘 살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찾아?
너 삼촌에 대해서 뭐 하는 거 있어?
(그루) 없습니다
나무는 압니까?
(나무) 야, 내가 그걸 어떻게…
[비밀스러운 음악]
[경기장이 시끌벅적하다]
아, 몰라, 나 아무것도 몰라
[공사장 안이 분주하다]
[상구의 가쁜 숨소리]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포대를 툭 내려놓는다]
[힘겨운 숨소리]
[사람들이 코를 드르릉 곤다]
[상구의 옅은 한숨]
[상구의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차분한 음악]
[한숨]
[상구가 손을 탁 뿌리친다]
[한숨]
[걱정스러운 숨소리]
[그루가 테이프를 찍 뗀다]
[그루가 전단지를 짝 붙인다]
[그루가 테이프를 찍 뗀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그루가 테이프를 찍찍 뗀다]
[차 문이 드르륵 열린다]
[타이어 마찰음]
[그루의 당황한 신음]
[자동차 경고음]
[한숨]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두운 음악]
씨발
[한숨]
[성난 신음]
[한숨]
[한숨]
아, 씨발, 알 게 뭐야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반장) [손뼉을 짝짝 치며] 자, 그만 쉬고 일 시작합시다
(그루) 눈은 작고 두 눈 사이는 평탄하다
체반의 등 쪽과 꼬리의 등 쪽에는 한 줄의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머리와 가슴지느러미의 경계는 완만하게 들어가 있으며…
[그루가 말한다] (마담) 불 좀 켜라, 불 좀
[조명이 탁 켜진다]
(남자1) 오셨습니까
(마담) 삼촌
여기로 올 거야
정말입니까?
(그루) 거짓말하면 지옥 가서 날마다 바늘 3천 개 먹어야 합니다
[헛웃음] 책에 나왔습니다
(마담) 응, 정말이야
아줌마는 삼촌 친구입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덜커덕 소리가 난다]
(마담) 너희 삼촌 왔나 보다
나
바늘 안 먹어도 되는 거지?
[상구의 성난 숨소리]
- 삼촌 - (남자2) 너 이 새끼야
[상구의 성난 신음] [그루의 놀란 신음]
[남자3의 힘겨운 신음] [상구의 힘주는 신음]
[상구의 힘주는 신음] [남자3의 힘겨운 신음]
[그루의 당황한 신음] [소란스럽다]
- (상구) 이 새끼 - (마담) 놔둬 [남자4의 힘겨운 신음]
삼촌
(상구) 그루야
그루야
- 괜찮아? - (그루) 괜찮습니다
- (상구) 뭐 하는 짓이야? 이씨 - (그루) 삼촌
(그루) 화내지 마십시오
삼촌 친구 아줌마 나쁜 사람 아닙니다
[마담이 픽 웃는다]
[남자들이 시끌시끌하다]
(마담) 정말 인연 끊고 잠수 탈 생각이었어?
조상구가 그런 짓 할 줄 아는 인간인 거
처음 알았네
수철이 묻으면서 약속했어
다신 안 뛸 거야
수철이 일은 유감이야
(마담)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야
그래도 안 된다면?
수철이 죽어 버려서 속으로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당신 새 아킬레스건이 생겼더라고
[한숨]
시험 삼아 한번 데려와 봤는데
효과가 어찌나 빠른지
[무거운 음악]
(상구) 쟨 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어
아무 상관 없는 사이인데 이렇게 빨리 오셨어?
쟤 아빠랑 나랑은 원수 사이야
막말로 저 자식 어떻게 되면 나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거라고
당신이 약속만 지키면
나도 치사하게 애까지 손대고 싶지 않아
[남자들이 시끌시끌하다]
[한숨 쉬며] 좋아
(상구) 대신 저번에 줬던 문서랑 각서
다 돌려줘
[부정하는 신음]
게임 날
여기서 가져가
(상구) 야, 뭐 하냐?
가자, 이제
(나무) 아, 진짜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어? 그루야
어디 갔었어?
(그루) 삼촌 찾았습니다
씨, 뭐예요, 정말?
후견인이 이렇게 맘대로
막 며칠씩 연락도 안 되고 사라져도 되는 거예요?
(나무) 아, 무슨 보호자가 이래요?
보호자 뜻 몰라요? [문이 탁 닫힌다]
삼촌이 그루를 보호하고 돌봐야 되는 사람이라고요, 네?
[한숨]
애당초 세상 다 혼자 사는 거야
(상구) 누가 누굴 돌보냐?
그딴 거 믿는 게 바보지, 씨
[어이없는 숨소리]
씨
삼촌뿐이니까
(나무) 그루한테 남은 식구
이제 삼촌뿐이잖아요
이거 초상권 침해야
잘 나온 사진도 많구먼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물소리가 조르르 난다]
[달그락 소리가 난다]
삼촌이 안 계셔서 그루가 물 줬습니다
(그루) 삼촌이 집에 와서 다행입니다
한그루
네?
여긴 내 집 아니야
(상구) 그리고 난 네 식구도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또 없어져도
다신 찾지 마
혼자 돌아다니지도 말고
이상한 사람들이 또 너 데려가려 하면
나무나 경찰 친구한테 바로 연락해
알았어?
삼촌이 그루 데리러 안 옵니까? [무거운 음악]
어
다신 안 가
[문이 달칵 닫힌다] [떨리는 숨소리]
[입소리를 쯧 낸다]
(마담) 애들 다 모아
판 좀 키우자
그래
이번엔 올인하자고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봉투를 사락 든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상구가 코를 드르릉 곤다]
- (나무) 정말 갈 거야? - (그루) 갈 겁니다
(나무) 아빠도 안 계신데 꼭 가야 돼?
(그루) 가야 합니다
오케이, 그러면 오늘 말고 내일 나랑 같이 가
안 됩니다, 오늘 가야 합니다
[나무의 한숨]
(나무) 아, 그럼 삼촌이라도 데려가 [서랍이 쓱 열린다]
안 됩니다 [서랍이 쓱 닫힌다]
그루 혼자 가야 합니다
(나무) 와, 진짜
아,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루가 지퍼를 연다]
아빠랑 그루만 가는 여행입니다
아빠가 없으면 그루 혼자 가는 겁니다
(그루) 다른 사람은 안 됩니다 [그루가 지퍼를 직 닫는다]
오늘은 그렇게 정한 날입니다
[텐트 지퍼가 직 열린다]
[상구의 힘주는 신음]
[상구의 피곤한 신음]
[헛구역질]
[문이 달칵 열린다]
[못마땅한 신음]
(나무) 정우 아저씨랑 그루랑 둘이서만 좋은 데 놀러 가는 날인데요
(상구) 놀러?
뭐, 어디 가는데?
(나무) 저도 몰라요
(상구) 아, 뭐,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따라가면 되겠네
(나무) 그러고 싶은데
저도 오늘은 엄마한테서 못 벗어나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삼촌이 따라가요
내가?
[문이 달칵 열린다]
(그루) 다녀오겠습니다
(상구) 어, 그래, 잘 다녀와 [문이 달칵 열린다]
[상구의 헛기침]
(나무) 씨 [도어 록 작동음]
[나무의 힘주는 신음] [상구의 당황한 신음]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돌봐야 된다'
- 잊었어요? - (상구) 어?
(상구) 아, 싫어, 나 안 가
왜 그래? [당황한 신음]
[상구의 당황한 신음]
(나무) 절대 한눈팔거나 들키면 안 돼요
아이
아이씨 [나무의 힘주는 신음]
[카드 인식음]
[안내 음성] 환승입니다
[카드 인식음]
[상구의 당황한 신음]
(상구) 이거 얼마예요?
아아
[헛기침]
[안내 음성] 환승입니다
[흥미로운 음악]
[상구의 놀란 신음]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상구) 뭐야?
진짜 소풍 오는 거였어?
[헛기침]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의 신난 탄성]
[사람들의 비명]
(상구) 아, 구경만 해? [사람들의 비명]
[펜 뚜껑을 탁 연다]
[동그라미를 쓱 친다]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의 신난 탄성]
설마
아, 여기 있는 걸 다 돌려는 작정이야?
[부스럭 소리가 난다]
(상구) 뭐 사는 거지?
(그루) 감사합니다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학생1) 싫어
[세면대 물이 솨 흘러나온다] - 아, 시켜 줘 - (학생1) 아, 싫다니깐
(학생2) 아, 아, 시켜 줘
(학생1) 아, 진짜 왜 그래?
공공장소에서 물을 틀어 놓고 장난치면 안 됩니다
물은 공공의 재산입니다
[학생1의 웃음]
(학생2) 뭐라고?
(학생3) 이 새끼가 지금 뭐라냐? [세면대 물이 뚝 끊긴다]
어디서 지적질이야 지적질이, 이씨
이곳은 전 지역 금연 구역입니다
(그루) 그리고 미성년자는 흡연하면 안 됩니다
담배는 몸에 해롭습니다
흡연은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 질환, 뇌졸중 및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학생1) 아니, 이 새끼 뭐야 너, 이씨, 로봇이야?
말하는 게 왜 그래?
(학생3) 영화에 나오는 AI 아니야?
기계에다가 피부를 입힌 거지
[학생들의 웃음] 야
이 새끼 까 보자
아, 잠깐만 아, 나 지금 존나 재밌어지려 그래
- (학생3) 야, 담배 줘 봐 - (그루) 이건 안 됩니다
(그루) 어? 이건 나쁜 행동입니다
- 아빠, 아빠 - (학생2) 아, 이 새끼 [학생들이 낄낄거린다]
- (그루) 아빠 - (학생2) 이 새끼 아빠 찾는다
[그루가 당황한다] (학생2) 보통 이럴 때 엄마 아니냐? 씨
- (그루) 이러면 안 됩니다 - (학생1) 야, 아, 가만있어
아, 이러지 마십시오 이건 나쁜 행동입니다
- 이러면 안 됩니다 - (학생1) 가만있어
(그루) 이러지 마세요 [사이렌이 울린다]
[학생들이 놀란다] (상구) 경찰이다, 꼼짝 마
[놀란 신음]
- 바닥가오리 - (직원) 아, 담배 냄새
(그루) 척삭동물문 연골어류강 홍어목 가오릿과
[그루가 말한다] (직원) 괜찮아요?
머리와 가슴지느러미의…
[사람들의 비명] [학생들의 가쁜 신음]
(학생2) 이젠 안 쫓아오잖아
[학생들의 지친 숨소리]
금연 구역이라고 몇 번을 말하냐?
(학생1) [짜증 내며] 아저씨 또 뭐야?
[학생1의 아파하는 신음]
(학생3) 이 아저씨가 진짜
[학생3의 아파하는 신음] (학생2) 아유, 씨
아이씨 [학생2의 아파하는 신음]
[학생2의 아파하는 신음]
(상구) 뒤져서 나오면 한 개비에 열 대씩, 오케이?
아까 그 형아
로봇 아니고 천재
너희들 대가리 합친 거보다 열 배는 더 머리 좋은, 씁
겁나 어…
[담배를 툭 꺾으며] 무서운 선배님이야, 알아?
아까 그 형아가 뭐라디?
담배 피우면 걸리는 병 있잖아
어, 가르쳐 줬지?
다시 읊어 봐
아, 폐암
(학생1) 폐암입니다
(학생3) [말을 더듬으며] 후두암, 구, 구강암
또
생각 안 나?
- 맞으면 생각날 거 같지? - (학생2) 성, 성, 성기능
성기능 장애
(상구) 그래
뭐, 피우고 싶으면 피든지, 쯧
뭐, 너희들 닮은 자식들
굳이 세상에 안 내보내는 것도
크게 보면 환경 보호다
[한숨]
[사람들의 비명]
[환호성]
[놀란 신음]
삼촌
- (상구) 어? - (그루) 삼촌 여기 왜 계십니까?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루) 그루 따라오신 겁니까?
내가?
아니, 나 여기 놀러 온 건데
(상구) 왜, 나는 뭐 놀이공원 놀러 오면 안 되냐?
네가 여기 다 전세 냈어?
그건 아닙니다
어? 우주 전투기, 저거 타자
[그루의 놀란 신음]
그루는 안 됩니다 그루는 못 탑니다
(상구) 야, 탈 수 있는지 없는지 한번 타 봐야 알 거 아니야
너 저거 타 봤어? 별거 아니야
(그루) 타 본 적 없습니다 싫습니다, 못 탑니다
[상구의 힘주는 신음] [그루의 당황한 신음]
(상구) 사실은
나도 처음이야
(상구) [웃으며] 가자
(그루) 안 됩니다 [그루의 당황한 신음]
(상구) 그렇지, 올라간다
얼마나 좋냐, 어?
이 바람을 느끼면서
[상구의 감탄]
아이, 자식
자, 그루야, 딱 한 번만, 어?
1초만 눈 떠 봐, 딱 1초만
아, 진짜 딱 1초만 [부드러운 음악]
어때?
죽이지?
[상구의 신난 탄성]
[상구의 감탄]
[상구의 웃음]
[신난 신음]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의 비명]
(그루) 이제 마지막입니다
이거 타야 됩니다
아이, 뭘 또 타? 이제 그만 가자
안 됩니다 마지막은 아빠랑 그루랑 같이
회전목마를 타는 걸로 끝이 나는 겁니다
[픽 웃는다]
[잔잔한 음악]
(상구) 아, 이제 집에 가자
[상구의 힘주는 신음]
(그루) 이제 삼촌은 집에 가십시오
(상구) 왜, 너 안 가?
(그루) 저는 혼자 할 일이 남았습니다
뭔데, 같이 갈까?
안 됩니다
(그루) 여기서부턴 다시 혼자 갈 겁니다
삼촌은 따라오지 마십시오
그래, 알았어
(상구) 어, 나 조금만 더 놀다 갈게
응, 잘 가, 집에서 보자
치사한 놈 내가 그렇게 놀아 줬더구먼 [흥미로운 음악]
아, 혼자 돌아다니다가 또 무슨 꼴을 당하려고, 치
음
(상구) 바쁜 사람을 말이야
[상구의 놀란 신음]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쩝, 그래
밥 먹을 때가 됐지
[꼬르륵 소리가 난다]
[헛기침]
아씨, 배고파
[코를 훌쩍인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상구의 놀란 신음]
[상구의 의아한 신음]
뭐야
아,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피자를 먹어?
(상구) 참
(상구) 중국집을 또 왜 가?
아, 무슨 먹방 찍는 것도 아니고
하, 참
폭식증이야?
아이씨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다급한 신음]
아, 저 새끼 또, 또 어디 가는 거야? 먹다가, 이씨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상구) 어디야?
[차분한 음악] [새가 짹짹 지저귄다]
[매미 울음]
[기차 경적]
[기차 경적]
(젊은 정우) 짜잔
우아
[젊은 정우의 당황한 신음] [어린 정우의 웃음]
소원 빌었어?
- 아, 맞는다 - (젊은 정우) 아이, 뭐야
(젊은 정우) 눈 감고 천천히 빌어 봐
(어린 상구) 뭐부터 빌어야 할지 모르겠어
뭐, 생일날 하고 싶은 거랑 받고 싶은 거랑
그런 거 빌면 되지
엄청 많은데 다 빌어도 돼?
아, 다 빌어도 되지
뭘 그렇게 하고 싶은데?
(어린 상구) 음, 우선 첫 번째 소원은
생일날마다 놀이공원 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타는 거
그, 놀이동산에 있는 거?
(어린 상구) 어, 그리고 치킨이랑 피자를 먹는 거야
어, 그다음엔…
[웃으며] 아이, 그리고 또 먹어?
짜장면도 먹어야지
[웃으며] 아니, 그걸 하루에 다 먹는다고?
(어린 상구) 다 먹어야 돼 하나도 빠지면 안 돼
[웃음]
이제 끝이야, 그러면?
(어린 상구) 아니지, 생일 선물도 받아야지
아, 잠깐만, 정리해 보자, 그러면
놀이공원도 가고 먹는 것도 다 먹었는데
선물도 받아?
선물이 없으면 그게 무슨 생일이야?
그냥 소풍이지
[웃으며] 알았어
아, 그래서 뭐 선물은 뭐 받고 싶어?
[쨍그랑 소리가 난다] [어린 상구의 겁먹은 신음]
(상구 부) 내놔
형이 나 준 거예요
생일 선물로 준 거란 말이에요
(상구 부) 너 같은 버러지 새끼 태어난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어?
[울먹인다] 내놔
힘 안 빼, 이 새끼야!
(젊은 정우) 그만
[놀란 숨소리]
- (젊은 정우) 그만하세요 - (상구 부) 야
(상구 부) 네 어미 뒈졌는데 네가 왜 내 집에 있어?
나가, 나가!
그럼 상구는요?
(상구 부) 내 새끼 네가 왜 신경 써? 빨리 꺼져
꺼져, 이 새끼야, 씨
- (상구 부) 꺼지라고! 씨 - 형, 가지 마 [상구 부가 물건을 탁 던진다]
어, 형 금방 올게, 상구야 조금만 기다려
- (어린 상구) 형, 나도 데려가 - (젊은 정우) 상구야, 상구야 [상구 부가 화낸다]
- 형, 형! - (상구 부) 꺼져, 이 새끼야, 씨 [문이 탁 닫힌다]
"근조"
[풀벌레 울음] [사람들이 시끌시끌하다]
(어린 상구) 형아, 아버지 죽었다?
(젊은 정우) 알아
이제 나는 고아원에 보낼 거래
너 고아원 안 가
내가 안 보낼 거야
정말?
(젊은 정우) 필요한 가방만 챙겨서
모레 밤에 몰래 빠져나올 수 있지?
역 근처에 숨어 있으면 형이 데리러 올게
형 올 때까지 절대
절대 아무한테도 들키면 안 돼, 알았지?
걱정 마
내일 말고 모레, 6월 29일
까먹으면 안 돼
형이나 까먹지 마
[픽 웃는다]
그날이 네 생일인데 어떻게 까먹어?
(어린 상구) 맞는다, 내 생일
진짜네?
(젊은 정우) 이번 생일엔 형이 상구 소원 다 들어줄게
(어린 상구) 정말? [젊은 정우가 픽 웃는다]
형이 약속했잖아
[웃음] [차분한 음악]
[풀벌레 울음]
[잠금장치가 달칵 잠긴다]
올 거야
꼭 온다고 했어
우리 형은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형
어디 있어?
왜 안 오는 건데?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상구) 이게 다 뭐야?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루) 어?
왜 또 따라오셨습니까?
너야말로 여기 왜 온 건데?
아빠랑 해마다 여기 왔습니다
(그루) 아빠가
이렇게 하고 소원 비셨습니다
이제는 아빠 대신 그루가 비는 겁니다
소원?
무슨 소원?
(그루) 소중한 사람이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빈다고 하셨습니다
하, 씨
[어이없는 숨소리]
이게 진짜, 씨
끝까지, 이씨
[그루의 놀란 신음]
누가 이딴 거 기억해 달래?
(상구) 더 중요한 약속은 잊어버리고
내가 이딴 거 기억해 줬다고 고마워할 줄 알았어?
이제 와서 쇼하지 말란 말이야, 이씨
[씩씩거린다]
이씨
[상구가 연신 씩씩거린다] (그루) 삼촌
[차분한 음악]
(어린 상구) 형
[어린 상구가 울먹인다]
어디 있어?
어디…
어디 있는 건데?
[상구가 울먹인다]
[서러운 숨소리]
아, 왜 못 온 건데?
(상구) 왜 안 온 건데?
얼마나 기다렸는데
얼마나 무서웠는데
대체 왜, 왜!
(그루)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한 사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빠가
(상구) 사흘을 기다렸어
열 살짜리 고아 놈이
형만 믿고 사흘을 기다렸다고
그때도 안 왔어
[가슴을 탁탁 치며]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았던 우리 형이
날 버렸다고
삼촌이랑 약속한 날이 언제였습니까?
1995년
1995년
6월 29일
아빠 등에 큰 상처 있습니다
(그루) 옛날에 큰 사고를 당해서 생긴 거라고 하셨습니다
사고?
그러니까
그때 큰 사고를 당해서
못, 못, 못 왔다는 거야?
(상구) 그게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헛웃음 치며] 씨발, 존나 성의 없어
[한숨 쉬며] 씨
(그루)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동 소재 삼풍백화점이
부실 공사 등의 원인으로 갑자기 붕괴되어
천여 명 이상의 종업원과 고객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였다
[무거운 음악] 당일 오전에 5층에서 이미 심각한 붕괴의 조짐이 나타났지만
경영진은 영업을 계속하면서 보수 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5시 52분
건물은 먼지기둥을 일으키며 20여 초 만에 완전히 붕괴되었다
"삼풍백화점"
(그루) 재산 피해액은 2천7백여억
인명 피해는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었다
(그루) 한국 전쟁 이후 가장 큰 인적 피해였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지 정확히 7분 만에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그 참사 현장을 촬영한 8mm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됐습니다
(뉴스 속 앵커) 백화점을 탈출하던 사람들의 비명과
살려 달라는 절규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윤용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스 속 기자) 어제까지 고가의 수입품들이 진열되던 객장 안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남자5) 어떻게 초가집도 아니고 백화점이 저렇게 폭삭 무너져?
(여자) 어머야, 저짜 저 수백 명이 깔렸다는데, 우짜노?
[뉴스가 계속된다]
(그루) 아빠는 3일이나 갇혀 있다 구조됐다고 하셨습니다
많이 다쳐서 병원에 오래 있었는데
거기서 엄마를 처음 만났다고 하셨습니다
엄마는 몸이 약해서 병원이 항상 싫었는데
아빠를 만난 게
병원에서 일어난
유일하게 좋은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상구가 픽 웃는다]
(상구) 역시
운 좋은 놈은 다르네
사고를 당한 게 왜 운이 좋은 겁니까?
안 죽고 살아서
네 엄마 같은 여자까지 만나서
팔자 고쳤잖아
팔자를 고치는 게 무슨 뜻입니까?
[한숨]
인생이 달라졌다는 뜻이야
(그루) 맞습니다
아빠는 그 사고 때문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하셨습니다
아빠는 그때부터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셨습니다
[차분한 음악]
[한숨]
[숨을 하 내뱉는다]
(상구) 야, 너 어디 가?
(그루) 창고에 있는 벽장에 넣어야 합니다
벽장? 왜?
(그루)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다녀오면 거기다가 넣는 겁니다
아빠가 그랬습니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담뱃갑을 부스럭 연다]
[상구가 숨을 후 내뱉는다]
[상구가 라이터를 탁탁 켠다]
[상구가 문고리를 달칵인다]
[상구가 문고리를 연신 달칵인다]
[답답한 신음]
[잘그락 소리가 난다]
[꽁초를 툭 던진다]
[기념품을 부스럭거린다]
[상자를 달그락 올려놓는다]
[숨을 후 내뱉는다]
[훌쩍인다]
씨
[전단지를 툭 넣는다]
[천을 스르륵 걷는다]
[천이 툭 떨어진다]
(젊은 정우) 아, 그래서 뭐 선물은 뭐 받고 싶어?
[풀벌레 울음]
나이키
- 나이키? - (어린 상구) 응
그, 운동화 말이야?
짝퉁 말고 진짜로
꼭 서울 큰 백화점에서 파는 걸로 사야 돼
씁, 알았어
- 형이 사 줄게 - (어린 상구) 진짜?
[놀란 숨소리]
자, 먹어
[옅은 웃음]
[어린 상구의 웃음]
[흐느낀다]
(젊은 정우) 이번 생일엔
형이 상구 소원 다 들어줄게
"삼풍백화점"
[와르르 소리가 난다]
[조명이 지직거린다]
[울먹인다]
(젊은 정우) 상, 상구야, 상구야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상구가 흐느낀다]
[관중들이 시끌벅적하다]
(정우) 상구야!
상구야, 형이야, 형!
(정우) 상구야!
[차분한 음악]
[한숨]
(현창) 돌아가셨습니다, 한정우 씨
[상구가 흐느낀다]
[상구가 연신 흐느낀다]
형
[상구가 흐느낀다]
[숨을 후 내뱉는다]
[뚜껑을 달그락 닫는다]
[한숨] [상자를 툭 넣는다]
[무거운 음악]
[상구의 놀란 숨소리]
(상구) 입양?
그럼 이 자식이
입양된 아이였어?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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