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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8


 바보 같은 자식


 [훌쩍인다]


 [옅은 웃음]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새가 짹짹 지저귄다]


 [문이 탁 닫힌다]


 [휴대전화 진동음]


 (마담)  수철이 소식은 들었어


 언제 올 거야?


 이제 안 가


 (마담)  뭐?


 이제 링에 안 올라간다고


 (마담)  누구 맘대로?


 [차분한 음악]  내 맘대로


 (마담)  [헛웃음 치며]  정신 나갔구나?


 빌린 돈은 갚을 거야


 하지만 게임은 안 뛰어


 (마담)  안 나타나면  당신이 아니라 나까지 끝이야


 그럼 더 좋고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한숨]


 [명함을 부스럭 꺼낸다]


 [씩씩거린다]


 [명함이 툭 떨어진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휴대전화 메시지 수신음]


 [분무기를 칙 뿌린다]


 [휴대전화를 탁 든다]


 [휴대전화 조작음]


 [놀란 신음]


 며칠째 집에도 안 들어오고


 무단결근이야, 뭐야?


 하여튼 이 아저씨 진짜  책임감 1도 없네


 내가 사장이었으면  그냥 바로 아웃인데, 어?


 [영어]  당신 해고야


 (그루)  [한국어]  안 됩니다, 안 됩니다


 [모니터 작동음]  어, 큰일 났습니다


 [다급한 숨소리]


 [영수가 덜그럭거린다]  (미란)  뭐야?


 방금 뭐 지나갔어?


 (영수)  응, 우사인 볼트보다 빠른 당신 딸


 안 됩니다!


 (나무)  왜, 왜, 왜, 무슨 일이야?  [그루의 당황한 신음]


 큰일이 뭔데?


 삼촌, 삼촌이…


 삼촌이 뭐?


 가출하셨습니다


 뭐?


 [어이없는 숨소리]


 삼촌을 찾아야 됩니다


 (그루)  경찰에 신고해야 합니다


 (나무)  다 큰 어른이  집 나갔다고 신고해도


 아무도 안 찾아 줘


 그럼 어떻게 합니까?


 어떡하긴


 원래대로 우리끼리 잘 살면 되지


 그건 안 됩니다


 왜 안 돼?


 식구가 집을 나가면 찾아야 됩니다


 (그루)  우리끼리 잘 살 수는 없습니다


 어떻게 찾아?


 너 삼촌에 대해서  뭐 하는 거 있어?


 (그루)  없습니다


 나무는 압니까?


 (나무)  야, 내가 그걸 어떻게…


 [비밀스러운 음악]


 [경기장이 시끌벅적하다]


 아, 몰라, 나 아무것도 몰라


 [공사장 안이 분주하다]


 [상구의 가쁜 숨소리]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포대를 툭 내려놓는다]


 [힘겨운 숨소리]


 [사람들이 코를 드르릉 곤다]


 [상구의 옅은 한숨]


 [상구의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차분한 음악]


 [한숨]


 [상구가 손을 탁 뿌리친다]


 [한숨]


 [걱정스러운 숨소리]


 [그루가 테이프를 찍 뗀다]


 [그루가 전단지를 짝 붙인다]


 [그루가 테이프를 찍 뗀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그루가 테이프를 찍찍 뗀다]


 [차 문이 드르륵 열린다]


 [타이어 마찰음]


 [그루의 당황한 신음]


 [자동차 경고음]


 [한숨]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어두운 음악]


 씨발


 [한숨]


 [성난 신음]


 [한숨]


 [한숨]


 아, 씨발, 알 게 뭐야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반장)  [손뼉을 짝짝 치며]  자, 그만 쉬고 일 시작합시다


 (그루)  눈은 작고 두 눈 사이는 평탄하다


 체반의 등 쪽과 꼬리의 등 쪽에는  한 줄의 날카로운 가시가 있다


 머리와 가슴지느러미의 경계는  완만하게 들어가 있으며…


 [그루가 말한다]  (마담)  불 좀 켜라, 불 좀


 [조명이 탁 켜진다]


 (남자1)  오셨습니까


 (마담)  삼촌


 여기로 올 거야


 정말입니까?


 (그루)  거짓말하면 지옥 가서  날마다 바늘 3천 개 먹어야 합니다


 [헛웃음]  책에 나왔습니다


 (마담)  응, 정말이야


 아줌마는 삼촌 친구입니까?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덜커덕 소리가 난다]


 (마담)  너희 삼촌 왔나 보다


 나


 바늘 안 먹어도 되는 거지?


 [상구의 성난 숨소리]


 - 삼촌  - (남자2) 너 이 새끼야


 [상구의 성난 신음]  [그루의 놀란 신음]


 [남자3의 힘겨운 신음]  [상구의 힘주는 신음]


 [상구의 힘주는 신음]  [남자3의 힘겨운 신음]


 [그루의 당황한 신음]  [소란스럽다]


 - (상구) 이 새끼  - (마담) 놔둬  [남자4의 힘겨운 신음]


 삼촌


 (상구)  그루야


 그루야


 - 괜찮아?  - (그루) 괜찮습니다


 - (상구) 뭐 하는 짓이야? 이씨  - (그루) 삼촌


 (그루)  화내지 마십시오


 삼촌 친구 아줌마  나쁜 사람 아닙니다


 [마담이 픽 웃는다]


 [남자들이 시끌시끌하다]


 (마담)  정말 인연 끊고  잠수 탈 생각이었어?


 조상구가  그런 짓 할 줄 아는 인간인 거


 처음 알았네


 수철이 묻으면서 약속했어


 다신 안 뛸 거야


 수철이 일은 유감이야


 (마담)  그래도


 약속은 약속이야


 그래도 안 된다면?


 수철이 죽어 버려서  속으로 어쩌나 했는데


 다행히


 당신 새 아킬레스건이 생겼더라고


 [한숨]


 시험 삼아 한번 데려와 봤는데


 효과가 어찌나 빠른지


 [무거운 음악]


 (상구)  쟨 나랑은 아무런 상관이 없어


 아무 상관 없는 사이인데  이렇게 빨리 오셨어?


 쟤 아빠랑 나랑은 원수 사이야


 막말로 저 자식 어떻게 되면  나는 손 안 대고 코 푸는 거라고


 당신이 약속만 지키면


 나도 치사하게  애까지 손대고 싶지 않아


 [남자들이 시끌시끌하다]


 [한숨 쉬며]  좋아


 (상구)  대신 저번에 줬던 문서랑 각서


 다 돌려줘


 [부정하는 신음]


 게임 날


 여기서 가져가


 (상구)  야, 뭐 하냐?


 가자, 이제


 (나무)  아, 진짜 대체 어디 있는 거야?


 어? 그루야


 어디 갔었어?


 (그루)  삼촌 찾았습니다


 씨, 뭐예요, 정말?


 후견인이 이렇게 맘대로


 막 며칠씩 연락도 안 되고  사라져도 되는 거예요?


 (나무)  아, 무슨 보호자가 이래요?


 보호자 뜻 몰라요?  [문이 탁 닫힌다]


 삼촌이 그루를 보호하고  돌봐야 되는 사람이라고요, 네?


 [한숨]


 애당초 세상 다 혼자 사는 거야


 (상구)  누가 누굴 돌보냐?


 그딴 거 믿는 게 바보지, 씨


 [어이없는 숨소리]


 씨


 삼촌뿐이니까


 (나무)  그루한테 남은 식구


 이제 삼촌뿐이잖아요


 이거 초상권 침해야


 잘 나온 사진도 많구먼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물소리가 조르르 난다]


 [달그락 소리가 난다]


 삼촌이 안 계셔서  그루가 물 줬습니다


 (그루)  삼촌이 집에 와서 다행입니다


 한그루


 네?


 여긴 내 집 아니야


 (상구)  그리고 난 네 식구도 아니야


 그러니까 내가 또 없어져도


 다신 찾지 마


 혼자 돌아다니지도 말고


 이상한 사람들이  또 너 데려가려 하면


 나무나 경찰 친구한테 바로 연락해


 알았어?


 삼촌이 그루 데리러 안 옵니까?  [무거운 음악]


 어


 다신 안 가


 [문이 달칵 닫힌다]  [떨리는 숨소리]


 [입소리를 쯧 낸다]


 (마담)  애들 다 모아


 판 좀 키우자


 그래


 이번엔 올인하자고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봉투를 사락 든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상구가 코를 드르릉 곤다]


 - (나무) 정말 갈 거야?  - (그루) 갈 겁니다


 (나무)  아빠도 안 계신데 꼭 가야 돼?


 (그루)  가야 합니다


 오케이, 그러면  오늘 말고 내일 나랑 같이 가


 안 됩니다, 오늘 가야 합니다


 [나무의 한숨]


 (나무)  아, 그럼 삼촌이라도 데려가  [서랍이 쓱 열린다]


 안 됩니다  [서랍이 쓱 닫힌다]


 그루 혼자 가야 합니다


 (나무)  와, 진짜


 아,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루가 지퍼를 연다]


 아빠랑 그루만 가는 여행입니다


 아빠가 없으면  그루 혼자 가는 겁니다


 (그루)  다른 사람은 안 됩니다  [그루가 지퍼를 직 닫는다]


 오늘은 그렇게 정한 날입니다


 [텐트 지퍼가 직 열린다]


 [상구의 힘주는 신음]


 [상구의 피곤한 신음]


 [헛구역질]


 [문이 달칵 열린다]


 [못마땅한 신음]


 (나무)  정우 아저씨랑 그루랑 둘이서만  좋은 데 놀러 가는 날인데요


 (상구)  놀러?


 뭐, 어디 가는데?


 (나무)  저도 몰라요


 (상구)  아, 뭐, 그렇게 걱정되면  네가 따라가면 되겠네


 (나무)  그러고 싶은데


 저도 오늘은 엄마한테서  못 벗어나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삼촌이 따라가요


 내가?


 [문이 달칵 열린다]


 (그루)  다녀오겠습니다


 (상구)  어, 그래, 잘 다녀와  [문이 달칵 열린다]


 [상구의 헛기침]


 (나무)  씨  [도어 록 작동음]


 [나무의 힘주는 신음]  [상구의 당황한 신음]


 '후견인은 피후견인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돌봐야 된다'


 - 잊었어요?  - (상구) 어?


 (상구)  아, 싫어, 나 안 가


 왜 그래?  [당황한 신음]


 [상구의 당황한 신음]


 (나무)  절대 한눈팔거나 들키면 안 돼요


 아이


 아이씨  [나무의 힘주는 신음]


 [카드 인식음]


 [안내 음성]  환승입니다


 [카드 인식음]


 [상구의 당황한 신음]


 (상구)  이거 얼마예요?


 아아


 [헛기침]


 [안내 음성]  환승입니다


 [흥미로운 음악]


 [상구의 놀란 신음]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상구)  뭐야?


 진짜 소풍 오는 거였어?


 [헛기침]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의 신난 탄성]


 [사람들의 비명]


 (상구)  아, 구경만 해?  [사람들의 비명]


 [펜 뚜껑을 탁 연다]


 [동그라미를 쓱 친다]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의 신난 탄성]


 설마


 아, 여기 있는 걸  다 돌려는 작정이야?


 [부스럭 소리가 난다]


 (상구)  뭐 사는 거지?


 (그루)  감사합니다


 [변기 물이 솨 내려간다]  (학생1)  싫어


 [세면대 물이 솨 흘러나온다]  - 아, 시켜 줘  - (학생1) 아, 싫다니깐


 (학생2)  아, 아, 시켜 줘


 (학생1)  아, 진짜 왜 그래?


 공공장소에서 물을 틀어 놓고  장난치면 안 됩니다


 물은 공공의 재산입니다


 [학생1의 웃음]


 (학생2)  뭐라고?


 (학생3)  이 새끼가 지금 뭐라냐?  [세면대 물이 뚝 끊긴다]


 어디서 지적질이야  지적질이, 이씨


 이곳은 전 지역 금연 구역입니다


 (그루)  그리고 미성년자는  흡연하면 안 됩니다


 담배는 몸에 해롭습니다


 흡연은 폐암, 후두암  구강암, 심장 질환, 뇌졸중 및


 성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이 됩니다


 (학생1)  아니, 이 새끼 뭐야  너, 이씨, 로봇이야?


 말하는 게 왜 그래?


 (학생3)  영화에 나오는 AI 아니야?


 기계에다가 피부를 입힌 거지


 [학생들의 웃음]  야


 이 새끼 까 보자


 아, 잠깐만  아, 나 지금 존나 재밌어지려 그래


 - (학생3) 야, 담배 줘 봐  - (그루) 이건 안 됩니다


 (그루)  어? 이건 나쁜 행동입니다


 - 아빠, 아빠  - (학생2) 아, 이 새끼  [학생들이 낄낄거린다]


 - (그루) 아빠  - (학생2) 이 새끼 아빠 찾는다


 [그루가 당황한다]  (학생2)  보통 이럴 때 엄마 아니냐? 씨


 - (그루) 이러면 안 됩니다  - (학생1) 야, 아, 가만있어


 아, 이러지 마십시오  이건 나쁜 행동입니다


 - 이러면 안 됩니다  - (학생1) 가만있어


 (그루)  이러지 마세요  [사이렌이 울린다]


 [학생들이 놀란다]  (상구)  경찰이다, 꼼짝 마


 [놀란 신음]


 - 바닥가오리  - (직원) 아, 담배 냄새


 (그루)  척삭동물문 연골어류강  홍어목 가오릿과


 [그루가 말한다]  (직원)  괜찮아요?


 머리와 가슴지느러미의…


 [사람들의 비명]  [학생들의 가쁜 신음]


 (학생2)  이젠 안 쫓아오잖아


 [학생들의 지친 숨소리]


 금연 구역이라고 몇 번을 말하냐?


 (학생1)  [짜증 내며]  아저씨 또 뭐야?


 [학생1의 아파하는 신음]


 (학생3)  이 아저씨가 진짜


 [학생3의 아파하는 신음]  (학생2)  아유, 씨


 아이씨  [학생2의 아파하는 신음]


 [학생2의 아파하는 신음]


 (상구)  뒤져서 나오면  한 개비에 열 대씩, 오케이?


 아까 그 형아


 로봇 아니고 천재


 너희들 대가리 합친 거보다  열 배는 더 머리 좋은, 씁


 겁나 어…


 [담배를 툭 꺾으며]  무서운 선배님이야, 알아?


 아까 그 형아가 뭐라디?


 담배 피우면 걸리는 병 있잖아


 어, 가르쳐 줬지?


 다시 읊어 봐


 아, 폐암


 (학생1)  폐암입니다


 (학생3)  [말을 더듬으며]  후두암, 구, 구강암


 또


 생각 안 나?


 - 맞으면 생각날 거 같지?  - (학생2) 성, 성, 성기능


 성기능 장애


 (상구)  그래


 뭐, 피우고 싶으면 피든지, 쯧


 뭐, 너희들 닮은 자식들


 굳이 세상에 안 내보내는 것도


 크게 보면 환경 보호다


 [한숨]


 [사람들의 비명]


 [환호성]


 [놀란 신음]


 삼촌


 - (상구) 어?  - (그루) 삼촌 여기 왜 계십니까?


 어떻게 오셨습니까?


 (그루)  그루 따라오신 겁니까?


 내가?


 아니, 나 여기 놀러 온 건데


 (상구)  왜, 나는 뭐  놀이공원 놀러 오면 안 되냐?


 네가 여기 다 전세 냈어?


 그건 아닙니다


 어? 우주 전투기, 저거 타자


 [그루의 놀란 신음]


 그루는 안 됩니다  그루는 못 탑니다


 (상구)  야, 탈 수 있는지 없는지  한번 타 봐야 알 거 아니야


 너 저거 타 봤어? 별거 아니야


 (그루)  타 본 적 없습니다  싫습니다, 못 탑니다


 [상구의 힘주는 신음]  [그루의 당황한 신음]


 (상구)  사실은


 나도 처음이야


 (상구)  [웃으며]  가자


 (그루)  안 됩니다  [그루의 당황한 신음]


 (상구)  그렇지, 올라간다


 얼마나 좋냐, 어?


 이 바람을 느끼면서


 [상구의 감탄]


 아이, 자식


 자, 그루야, 딱 한 번만, 어?


 1초만 눈 떠 봐, 딱 1초만


 아, 진짜 딱 1초만  [부드러운 음악]


 어때?


 죽이지?


 [상구의 신난 탄성]


 [상구의 감탄]


 [상구의 웃음]


 [신난 신음]


 [사람들의 비명]


 [사람들의 비명]


 (그루)  이제 마지막입니다


 이거 타야 됩니다


 아이, 뭘 또 타? 이제 그만 가자


 안 됩니다  마지막은 아빠랑 그루랑 같이


 회전목마를 타는 걸로  끝이 나는 겁니다


 [픽 웃는다]


 [잔잔한 음악]


 (상구)  아, 이제 집에 가자


 [상구의 힘주는 신음]


 (그루)  이제 삼촌은 집에 가십시오


 (상구)  왜, 너 안 가?


 (그루)  저는 혼자 할 일이 남았습니다


 뭔데, 같이 갈까?


 안 됩니다


 (그루)  여기서부턴 다시 혼자 갈 겁니다


 삼촌은 따라오지 마십시오


 그래, 알았어


 (상구)  어, 나 조금만 더 놀다 갈게


 응, 잘 가, 집에서 보자


 치사한 놈  내가 그렇게 놀아 줬더구먼  [흥미로운 음악]


 아, 혼자 돌아다니다가  또 무슨 꼴을 당하려고, 치


 음


 (상구)  바쁜 사람을 말이야


 [상구의 놀란 신음]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쩝, 그래


 밥 먹을 때가 됐지


 [꼬르륵 소리가 난다]


 [헛기침]


 아씨, 배고파


 [코를 훌쩍인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상구의 놀란 신음]


 [상구의 의아한 신음]


 뭐야


 아,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다고  또 피자를 먹어?


 (상구)  참


 (상구)  중국집을 또 왜 가?


 아, 무슨 먹방 찍는 것도 아니고


 하, 참


 폭식증이야?


 아이씨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다급한 신음]


 아, 저 새끼 또, 또  어디 가는 거야? 먹다가, 이씨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상구)  어디야?


 [차분한 음악]  [새가 짹짹 지저귄다]


 [매미 울음]


 [기차 경적]


 [기차 경적]


 (젊은 정우)  짜잔


 우아


 [젊은 정우의 당황한 신음]  [어린 정우의 웃음]


 소원 빌었어?


 - 아, 맞는다  - (젊은 정우) 아이, 뭐야


 (젊은 정우)  눈 감고 천천히 빌어 봐


 (어린 상구)  뭐부터 빌어야 할지 모르겠어


 뭐, 생일날 하고 싶은 거랑  받고 싶은 거랑


 그런 거 빌면 되지


 엄청 많은데 다 빌어도 돼?


 아, 다 빌어도 되지


 뭘 그렇게 하고 싶은데?


 (어린 상구)  음, 우선 첫 번째 소원은


 생일날마다 놀이공원 가서


 처음부터 끝까지 전부 다 타는 거


 그, 놀이동산에 있는 거?


 (어린 상구)  어, 그리고  치킨이랑 피자를 먹는 거야


 어, 그다음엔…


 [웃으며]  아이, 그리고 또 먹어?


 짜장면도 먹어야지


 [웃으며]  아니, 그걸 하루에 다 먹는다고?


 (어린 상구)  다 먹어야 돼  하나도 빠지면 안 돼


 [웃음]


 이제 끝이야, 그러면?


 (어린 상구)  아니지, 생일 선물도 받아야지


 아, 잠깐만, 정리해 보자, 그러면


 놀이공원도 가고  먹는 것도 다 먹었는데


 선물도 받아?


 선물이 없으면  그게 무슨 생일이야?


 그냥 소풍이지


 [웃으며]  알았어


 아, 그래서 뭐  선물은 뭐 받고 싶어?


 [쨍그랑 소리가 난다]  [어린 상구의 겁먹은 신음]


 (상구 부)  내놔


 형이 나 준 거예요


 생일 선물로 준 거란 말이에요


 (상구 부)  너 같은 버러지 새끼 태어난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어?


 [울먹인다]  내놔


 힘 안 빼, 이 새끼야!


 (젊은 정우)  그만


 [놀란 숨소리]


 - (젊은 정우) 그만하세요  - (상구 부) 야


 (상구 부)  네 어미 뒈졌는데  네가 왜 내 집에 있어?


 나가, 나가!


 그럼 상구는요?


 (상구 부)  내 새끼 네가 왜 신경 써?  빨리 꺼져


 꺼져, 이 새끼야, 씨


 - (상구 부) 꺼지라고! 씨  - 형, 가지 마  [상구 부가 물건을 탁 던진다]


 어, 형 금방 올게, 상구야  조금만 기다려


 - (어린 상구) 형, 나도 데려가  - (젊은 정우) 상구야, 상구야  [상구 부가 화낸다]


 - 형, 형!  - (상구 부) 꺼져, 이 새끼야, 씨  [문이 탁 닫힌다]


 "근조"


 [풀벌레 울음]  [사람들이 시끌시끌하다]


 (어린 상구)  형아, 아버지 죽었다?


 (젊은 정우)  알아


 이제 나는 고아원에 보낼 거래


 너 고아원 안 가


 내가 안 보낼 거야


 정말?


 (젊은 정우)  필요한 가방만 챙겨서


 모레 밤에 몰래 빠져나올 수 있지?


 역 근처에 숨어 있으면  형이 데리러 올게


 형 올 때까지 절대


 절대 아무한테도  들키면 안 돼, 알았지?


 걱정 마


 내일 말고 모레, 6월 29일


 까먹으면 안 돼


 형이나 까먹지 마


 [픽 웃는다]


 그날이 네 생일인데  어떻게 까먹어?


 (어린 상구)  맞는다, 내 생일


 진짜네?


 (젊은 정우)  이번 생일엔  형이 상구 소원 다 들어줄게


 (어린 상구)  정말?  [젊은 정우가 픽 웃는다]


 형이 약속했잖아


 [웃음]  [차분한 음악]


 [풀벌레 울음]


 [잠금장치가 달칵 잠긴다]


 올 거야


 꼭 온다고 했어


 우리 형은


 거짓말 같은 거 안 해


 형


 어디 있어?


 왜 안 오는 건데?


 [놀란 숨소리]


 [잔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상구)  이게 다 뭐야? 지금 뭐 하는 거야?


 (그루)  어?


 왜 또 따라오셨습니까?


 너야말로 여기 왜 온 건데?


 아빠랑 해마다 여기 왔습니다


 (그루)  아빠가


 이렇게 하고 소원 비셨습니다


 이제는 아빠 대신  그루가 비는 겁니다


 소원?


 무슨 소원?


 (그루)  소중한 사람이 건강하기를


 행복하기를 빈다고 하셨습니다


 하, 씨


 [어이없는 숨소리]


 이게 진짜, 씨


 끝까지, 이씨


 [그루의 놀란 신음]


 누가 이딴 거 기억해 달래?


 (상구)  더 중요한 약속은 잊어버리고


 내가 이딴 거 기억해 줬다고  고마워할 줄 알았어?


 이제 와서  쇼하지 말란 말이야, 이씨


 [씩씩거린다]


 이씨


 [상구가 연신 씩씩거린다]  (그루)  삼촌


 [차분한 음악]


 (어린 상구)  형


 [어린 상구가 울먹인다]


 어디 있어?


 어디…


 어디 있는 건데?


 [상구가 울먹인다]


 [서러운 숨소리]


 아, 왜 못 온 건데?


 (상구)  왜 안 온 건데?


 얼마나 기다렸는데


 얼마나 무서웠는데


 대체 왜, 왜!


 (그루)  약속을 못 지켜서


 미안한 사람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아빠가


 (상구)  사흘을 기다렸어


 열 살짜리 고아 놈이


 형만 믿고 사흘을 기다렸다고


 그때도 안 왔어


 [가슴을 탁탁 치며]  세상에서 제일 잘난 줄 알았던  우리 형이


 날 버렸다고


 삼촌이랑 약속한 날이  언제였습니까?


 1995년


 1995년


 6월 29일


 아빠 등에 큰 상처 있습니다


 (그루)  옛날에 큰 사고를 당해서  생긴 거라고 하셨습니다


 사고?


 그러니까


 그때 큰 사고를 당해서


 못, 못, 못 왔다는 거야?


 (상구)  그게 지금 변명이라고 하는 거야?


 [헛웃음 치며]  씨발, 존나 성의 없어


 [한숨 쉬며]  씨


 (그루)  1995년 6월 29일


 서울 서초동 소재 삼풍백화점이


 부실 공사 등의 원인으로  갑자기 붕괴되어


 천여 명 이상의 종업원과 고객들이


 사망하거나 부상당하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였다


 [무거운 음악]  당일 오전에 5층에서 이미  심각한 붕괴의 조짐이 나타났지만


 경영진은 영업을 계속하면서  보수 공사를 하기로 결정했다


 오후 5시 52분


 건물은 먼지기둥을 일으키며  20여 초 만에 완전히 붕괴되었다


 "삼풍백화점"


 (그루)  재산 피해액은 2천7백여억


 인명 피해는 사망 501명, 실종 6명


 부상 937명이었다


 (그루)  한국 전쟁 이후  가장 큰 인적 피해였다


 삼풍백화점이 붕괴된 지  정확히 7분 만에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그 참사 현장을 촬영한  8mm 비디오테이프가 공개됐습니다


 (뉴스 속 앵커)  백화점을 탈출하던  사람들의 비명과


 살려 달라는 절규로  가득 차 있습니다


 윤용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뉴스 속 기자)  어제까지 고가의 수입품들이  진열되던 객장 안은


 폭격을 맞은 것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남자5)  어떻게 초가집도 아니고  백화점이 저렇게 폭삭 무너져?


 (여자)  어머야, 저짜 저 수백 명이  깔렸다는데, 우짜노?


 [뉴스가 계속된다]


 (그루)  아빠는 3일이나 갇혀 있다  구조됐다고 하셨습니다


 많이 다쳐서 병원에 오래 있었는데


 거기서 엄마를  처음 만났다고 하셨습니다


 엄마는 몸이 약해서  병원이 항상 싫었는데


 아빠를 만난 게


 병원에서 일어난


 유일하게 좋은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상구가 픽 웃는다]


 (상구)  역시


 운 좋은 놈은 다르네


 사고를 당한 게  왜 운이 좋은 겁니까?


 안 죽고 살아서


 네 엄마 같은 여자까지 만나서


 팔자 고쳤잖아


 팔자를 고치는 게 무슨 뜻입니까?


 [한숨]


 인생이 달라졌다는 뜻이야


 (그루)  맞습니다


 아빠는 그 사고 때문에  인생이 달라졌다고 하셨습니다


 아빠는 그때부터 소방관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하셨습니다


 [차분한 음악]


 [한숨]


 [숨을 하 내뱉는다]


 (상구)  야, 너 어디 가?


 (그루)  창고에 있는 벽장에 넣어야 합니다


 벽장? 왜?


 (그루)  이유는 없습니다


 그냥 다녀오면  거기다가 넣는 겁니다


 아빠가 그랬습니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담뱃갑을 부스럭 연다]


 [상구가 숨을 후 내뱉는다]


 [상구가 라이터를 탁탁 켠다]


 [상구가 문고리를 달칵인다]


 [상구가 문고리를 연신 달칵인다]


 [답답한 신음]


 [잘그락 소리가 난다]


 [꽁초를 툭 던진다]


 [기념품을 부스럭거린다]


 [상자를 달그락 올려놓는다]


 [숨을 후 내뱉는다]


 [훌쩍인다]


 씨


 [전단지를 툭 넣는다]


 [천을 스르륵 걷는다]


 [천이 툭 떨어진다]


 (젊은 정우)  아, 그래서 뭐  선물은 뭐 받고 싶어?


 [풀벌레 울음]


 나이키


 - 나이키?  - (어린 상구) 응


 그, 운동화 말이야?


 짝퉁 말고 진짜로


 꼭 서울 큰 백화점에서  파는 걸로 사야 돼


 씁, 알았어


 - 형이 사 줄게  - (어린 상구) 진짜?


 [놀란 숨소리]


 자, 먹어


 [옅은 웃음]


 [어린 상구의 웃음]


 [흐느낀다]


 (젊은 정우)  이번 생일엔


 형이 상구 소원 다 들어줄게


 "삼풍백화점"


 [와르르 소리가 난다]


 [조명이 지직거린다]


 [울먹인다]


 (젊은 정우)  상, 상구야, 상구야


 [떨리는 숨소리]


 [흐느낀다]


 [상구가 흐느낀다]


 [관중들이 시끌벅적하다]


 (정우)  상구야!


 상구야, 형이야, 형!


 (정우)  상구야!


 [차분한 음악]


 [한숨]


 (현창)  돌아가셨습니다, 한정우 씨


 [상구가 흐느낀다]


 [상구가 연신 흐느낀다]


 형


 [상구가 흐느낀다]


 [숨을 후 내뱉는다]


 [뚜껑을 달그락 닫는다]


 [한숨]  [상자를 툭 넣는다]


 [무거운 음악]


 [상구의 놀란 숨소리]


 (상구)  입양?


 그럼 이 자식이


 입양된 아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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