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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브 투 헤븐 9

(은정 모)  어머머, 예쁘게 생겼다


 (직원1)  그렇죠, 선생님?


 [은정 모의 웃음]  아이고


 [직원1과 은정 모의 어르는 신음]


 [직원1의 웃음]  (은정 모)  미안, 어유


 - (직원1) 어유, 졸려, 졸려  - (은정 모) 어유  [은정 모와 직원1의 웃음]


 [차분한 음악]  (은정 모)  얼른 갈아입자


 [은정 모의 웃음]  (직원1)  선생님, 손 조심해서


 (은정 모)  아이고, 됐다


 - (직원1) 아이, 추워, 아이, 추워  - (은정 모) 얼른 입자, 빨리


 (매튜)  저는 강성민입니다  [은정 모와 직원1의 웃음]


 [영어]  저는 강원도 춘천 기차역에서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시기는 1988년 5월 8일입니다


 아무것도 같이 발견된 게 없어서


 이름은 기관에서 지어 주셨고


 (매튜)  1988년 9월 18일


 미국 뉴욕주로 입양되었습니다


 어릴 때


 자주 아팠는데


 심장에 병이 있어서 그렇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뉴욕에서 지내는 것은


 힘들었습니다


 그 땅에서  나는 항상 외롭고 너무 다르고


 너무 약한 아이였습니다


 내가 가고 싶어서 간 거 아닌데


 미국 시민 아니라고


 돌아가라고 했습니다


 저는 돌아갈 곳이 없었습니다


 "뉴욕주 용커스 경찰서"


 "매튜 그린, 국외 추방"


 (매튜)  그러다 엄마 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희망으로


 이곳에 왔습니다


 저는 엄마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왜 저를 버렸는지  물어보지 않을 거예요


 그냥 보고 싶습니다


 날 낳아 준 엄마


 꼭 한 번 '엄마'라고  불러 보고 싶습니다


 (가게 주인)  [한국어]  한국 사람 아니에요?


 (매튜)  아…


 (가게 주인)  한국에 신원 보증 해 줄  사람은 있어요?


 아니요


 미안한데 안 되겠어요


 (가게 주인)  한국에 왔으면  한국말을 제대로 하든가


 영어만 하면 장땡인 줄 알고  한국에 기어 들어온 놈들 많다니까


 "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뉴스 속 은정)  오늘로 삼풍백화점 참사가  벌어진 지


 25년이 되었습니다


 [힘겨운 숨소리]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던  그때의 약속이


 부끄러워지는  또 하루가 지났습니다  [매튜의 힘겨운 숨소리]


 내년에는 올해보다


 덜 부끄러워지는 오늘이기를  희망합니다  [낑낑거린다]


 지금까지 SBC 뉴스  강은정이었습니다


 [개가 연신 낑낑거린다]


 [동네가 시끌시끌하다]  [새가 짹짹 지저귄다]


 - (나무) 근데  - 뭐?


 뭐가 아쉬워서 돌아오셨대?


 아, 식구라며


 하나뿐인 조카


 하나뿐인 삼촌이  보호해야 하는 거라며


 병원에서 어디 아프대요?  얼마 못 산대요?


 뭐?


 (나무)  아, 사람이 죽을 때가 되면


 갑자기 변한다고 그랬거든요  울 엄마가


 죽을병이든 아니든  그 맘 변치 마요


 한 번만 더 그루 걱정시키면


 오 변 아저씨한테 일러서  내가 그 후견인 자리 뺏을 거예요


 이제야 본색을 드러내네


 (나무)  [헛웃음 치며]  제 본색은 처음부터 확실했거든요?


 (상구)  솔직한 김에 하나 묻자


 너 언제부터 그루 좋아한 거냐?


 좋아하긴, 누가


 어디까지나 친구로서  이 베프의 책임감으로다가, 어?


 (상구)  그래서 언제부터 좋아한 건데?


 [걸레를 탁 내려놓으며]  뭐


 굳이 따지자면


 처음 봤을 때부터?


 [입소리를 씁 낸다]


 너 그루 처음 본 게  몇 살 때라고 했지?


 (나무)  나랑 그루가 한 여섯 살?


 그때 그루네가 이사 왔으니까


 혹시


 이상한 낌새 같은 거 없디?


 무슨 낌새요?


 아이, 그루는  보통 애랑은 다르니까


 어, 좀 힘들었다든가


 냉정하게 굴었다든가


 그건 우리 집 얘기죠


 (나무)  아니, 난 지금도 우리 엄마가  새엄마가 아닐까


 진지하게 생각한다고요


 아, 근데 갑자기  그런 거 왜 물어요?


 아이, 그냥


 [와이퍼를 툭 내리며]  그루가 자기 아빠랑  너무 안 닮아서


 친아빠 맞나 싶은? 쯧


 (나무)  하긴, 그루가 워낙 잘생기긴 했죠


 이게 다 아줌마의  우월한 유전자 덕분이거든요


 [나무의 한숨]


 지금이야말로 제 친자 검사가  필요한 시점인 거 같네요


 (상구)  유전자 검사 할 필요 없어


 너 네 엄마랑 빼박이야


 아, 삼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어? 지금 오셨습니다


 나?


 여보세요


 아, 예


 예, 예


 [흥미로운 음악]  (상구)  예


 예


 [전화기 조작음]


 응


 [코를 훌쩍인다]


 [도구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힘주는 신음]


 [상자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차 문이 탁탁 닫힌다]


 빨리 와 주셔서 감사해요


 아닙니다, 뭐, 마침 일도 없고


 (유림)  방 안 상태가 좀 안 좋아요


 사체 발견이 늦어서


 (그루)  돌아가신 분  성함과 나이를 알려 주시겠습니까?


 이름은 매튜 그린, 남자고요


 1988년생이에요


 (상구)  어, 외국 사람입니까?


 (유림)  아니요, 한국 사람이긴 한데


 태어나자마자 미국으로 간  해외 입양아예요


 한국 이름은 강성민


 근데 계속 매튜라고 불렀어요


 (상구)  씁, 그럼 이 사람도  손 선생님 담당이었습니까?


 [그루가 도구를 달그락 내린다]  한국에서 친부모 찾기를  지원하는 단체가 있는데


 (유림)  제가 거기 자원봉사를 하고 있어서


 매튜랑은 거기서 알게 됐어요  [상구의 탄성]


 왜 돌아가신 겁니까?


 선천적으로 심장이 좀 안 좋았대요


 (유림)  돌보는 사람도 없이  혼자 지내다 보니까


 갑자기 쓰러졌을 때  손을 쓸 수가 없었던 거죠


 저라도 좀 자주 와 볼걸


 너무 후회가 되네요


 [유림이 훌쩍인다]


 [차분한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하, 씨


 [상구의 헛기침]


 [그루가 상자를 툭 내려놓는다]


 [상구가 상자를 툭 내려놓는다]


 (상구)  아나, 씨


 [상구가 혀를 쯧 찬다]


 매튜 그린 님


 2020년 6월 29일 사망하셨습니다


 저희들은 고인의 유품을  정리하러 온


 무브 투 헤븐의 한그루


 - 조상구  - (그루) 입니다


 지금부터


 매튜 그린 님의  마지막 이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잔잔한 음악]


 [상구가 혀를 쯧 찬다]


 [책을 툭 내려놓는다]


 (상구)  한국어 공부 하다 팬 됐나 보네


 이것도?


 [상구의 한숨]


 [상자를 쓱 뺀다]


 [종이를 부스럭 든다]


 [상구가 혀를 쯧 찬다]


 [상자를 툭 든다]


 이것도?


 [상구가 혀를 쯧 찬다]


 [옅은 한숨]


 [주머니를 부스럭 든다]


 [헤드폰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그루)  '아지'


 아지?


 아지?


 아지?


 (상구)  어? 뭐라고?


 (그루)  아지


 매튜 님이 키우시던  반려견이 있었습니다


 - 어?  - (그루) 그런데 지금은 없습니다


 이상합니다


 (유림)  이것 좀 드시고 하세요


 감사합니다, 예


 매튜 님이 키우시던  반려견이 없습니다


 아지도 죽었습니까?


 아지를 어떻게 아세요?


 아, 지금은 병원에 있어요


 [인식표를 탁 받아 든다]  (유림)  처음 현장에 들어왔을 때


 매튜 옆에 아지가 있었어요


 계속 매튜 옆에서  울고 있었나 보더라고요


 [상구가 입소리를 쯧 낸다]


 한국 온 지 4년이나 지났는데


 계속 혼자였습니까?


 부모나 가족을 찾진 않았고요?


 당연히 찾고 싶어 했죠


 근데 찾고 싶다고  다 찾아지는 건 아니니까요


 찾아도  못 만나는 경우도 있습니까?


 친부모 쪽에서 정보 공개나


 만남을 거부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이분도 그런 경우입니까?


 [잔잔한 음악]


 [유림이 매튜를 톡 토닥인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매튜)  [영어]  안 오셨나요?


 만나고 싶어 하지 않는 거군요


 알겠어요


 (직원2)  유감이에요


 어머니가 당신을 만나기  힘들다고 하셨어요


 사정이 있으시다네요


 정말 유감이에요


 [문이 스르륵 닫힌다]


 (상구)  [한국어]  아, 입양을 갔는데


 왜 무국적자가 되고  왜 추방까지 당하는 겁니까?


 (유림)  지금은 고쳐졌지만


 예전엔 입양된 아이가 외국에서  정식 시민권자가 되는지를


 확인하는 것까진  할 여력이 없었던 거죠


 데려간 부모가  바로 시민권을 신청하지 않거나


 아니면 매튜의 경우처럼  파양된 경우는


 아예 불가능해지는 거죠


 파양이요?


 (상구)  아니


 데려간 아이가 마음에 안 들어서  도로 갖다 버리는 거 아닙니까


 매튜의 경우엔  심장이 안 좋았던 게


 미국으로 보내진 뒤에  밝혀졌나 봐요


 (유림)  그래서 여러 곳을 전전하다가…  [한숨]


 매튜 님의 유품입니다


 어머님께 전해 드려야 합니다


 어떡하죠?


 (유림)  센터에서 매튜 소식을  전해 드렸을 때 여쭤봤는데


 거부하셨대요


 그래서 이건 전해 드릴 수가  없을 거 같아요


 [무거운 음악]


 주소를 알려 주십시오


 제가 찾아가서 전해 드리겠습니다


 (유림)  나도 모르는데


 그리고 센터에서도


 함부로 알려 줄 수가 없는  정보라서


 [한숨 쉬며]  미안해요, 나도 정말…


 (상구)  선생님 잘못이 아니죠


 알겠습니다, 이건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주택)  기 말이 참말입네까?


 (주택)  지가, 지가 살점 떼듯이 낳은  자식을 버리는 것도 모자라


 타향 만 리에서 찾아온 자식을


 안 보겠다, 거부했다  기 말입니까?


 어떻게 그럴 수 있단 말입네까?


 [상구의 한숨]


 (상구)  사람 참 간사해요


 뭐, 뭐가 말입네까?


 (상구)  솔직히


 지금까진 제가


 세상에서 제일 더러운  팔자인 줄 알았는데


 여기 와서 보니까


 '그래도 나는 살 만한 거였네'  싶은 생각이


 머리털 나고 처음 나더라고요


 그루 삼촌


 (주택)  고새 고 사람이


 많이 달라졌습네다


 하, 씨


 아이, 달라지긴


 나 원래 이렇게 생겼거든요?


 [주택과 상구의 웃음]


 (상구)  [웃으며]  씨


 그루야, 고생했어


 [주택이 혀를 쯧 찬다]  (상구)  들어가세요


 (주택)  [트럭을 탁 치며]  좋수다


 [주택의 헛기침]


 [차 문이 달칵 여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가자


 [차분한 음악]


 [그루가 테이프를 찍 뗀다]


 [그루가 테이프를 연신 찍 뗀다]


 (상구)  아, 이 시간까지 창고에서 뭐 해?


 어? 아이…


 와, 이걸 일일이 다 붙인 거야?


 진짜 미쳤다, 미쳤어


 아, 됐어, 잊어버려


 그런 엄마는 안 찾는 게 나아


 [상구가 책을 툭 던진다]  (그루)  그래도


 매튜 님은 보고 싶으셨을 겁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상구)  왜 왔냐?  [문이 탁 닫힌다]


 아, 뭐 하고 있나  궁금해서 왔어요, 왜요?


 [상구가 픽 웃는다]


 (나무)  음? 뭐야


 아기 옷이네?


 돌아가신 매튜 님의 유품입니다


 (그루)  이렇게 작은 옷은 처음 봅니다


 (나무)  아주 갓난아기들 입히는  배냇저고리라고 하는 거야


 너도 어릴 때 이런 거 입었어


 야, 근데 특이하다


 돌아가신 분이  아직도 이걸 간직하고 있다고?


 보통은 엄마들이 갖고 있지 않나?


 그래서 엄마를 찾아  전해 드리고 싶습니다


 엄마를 찾아?


 [나무가 훌쩍인다]


 (나무)  그러니까 이 여자가


 십 대 때 미혼모로  아이를 낳았는데


 해외로 입양을 보낸 거네요?


 근데 30년 만에 돌아온 아들이  부담스러워서


 모른 척하느라  안 만나 준 거잖아요


 [한숨 쉬며]  그렇지, 뭐


 (나무)  진짜 너무한다


 아니, 무슨 엄마가 이래?


 아니, 어렸을 땐  어쩔 수 없었다고 쳐요


 아, 근데 이렇게 다 지나 가지고


 한 번만 만나겠다고  간절히 원하는데


 그게 그렇게 어려운 거예요? 예?


 본인도 못 찾은 친엄마를  어떻게 찾지?


 이 사진 인터넷에  확 올려 버릴까요?


 안 됩니다


 매튜 님은  엄마 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루)  엄마한테 나쁜 일 생기는 거  바라지 않으실 겁니다


 그러니까 유품만  전달해 드리면 됩니다


 (나무)  아, 그래도


 너무 불쌍하잖아


 (상구)  아, 그럼 뭐, 어쩌겠냐?


 우리가 가서 뭐, 따질 수도 없고  [잔잔한 음악]


 [밝은 효과음]


 [책을 촤라락 넘긴다]


 찾았습니다


 (그루)  사진 속 엄마 여기 있습니다


 (상구)  똑같잖아, 응?  [나무의 놀란 숨소리]


 아, 그러니까 열여섯에  매튜 낳아서 입양 보냈다가


 그, 만나고 싶다는데도  싫다고 거절한


 그, 친모라는 인간이


 이 아나운서 강은정이라는 거잖아


 (나무)  아, 이게 찢어진 채  박스에 있었다고?


 와, 대박


 아, 그럼 매튜 님은 친엄마가  누군지도 알고 있었다는 거네


 아, 맞네


 이제 어머니께  전해 드릴 수 있습니다


 야, 그런 여자가 이거 받는다고  눈 하나 꿈쩍하겠어?


 (그루)  직접 보면 받아 주실지도 모릅니다


 (나무)  완전 대실망  [그루가 물건을 달그락 정리한다]


 우리 엄마  강은정 아나운서 짱 팬인데


 배신감 완전 쩔어


 맘 같아선, 응?


 당장 방송국 홈페이지에다가  그냥 확, 어, 올려 버…


 올려, 올려  [나무의 헛기침]


 (나무)  그러고 싶지만 안 한다고


 (상구)  왜 갑자기 마음이 약해져?


 [차창이 스르륵 내려간다]  - (안내원) 안녕하세요  - (상구) 네


 - (안내원) 어떻게 오셨습니까?  - (상구) 아, 그


 (상구)  강은정 아나운서 만나러 왔는데요


 (안내원)  약속하셨습니까?


 약속이요?


 어, 아니요


 (안내원)  그럼 아시는 사이십니까?


 어, 아닌데요


 그, 전할 물건이 있어 가지고


 혹시 팬이세요?


 아니요


 전할 물건은 여기다  연락처랑 성함 쓰시고 맡기시면


 (안내원)  저희가 전달해 드립니다


 아, 근데 그렇게  막 전할 물건이 아니고


 (상구)  또 만나서 직접 할 말이 있어요


 (안내원)  맡기고 가시든가 그냥 가 주십시오


 여기서 계속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 (안내원) 아, 제발…  - 저기, 저기 계십니다


 (상구)  어? 저


 강은정 씨!


 강은정 아나운서!


 강은정 씨! 여기  [안내원의 만류하는 신음]


 (안내원)  그렇게 소리 지르시면 안 돼요  빨리 차 빼세요, 차 빼세요


 (상구)  아이


 [상구의 한숨]


 [상구가 혀를 딱 찬다]


 (상구)  아이, 진짜


 유명인이라고  얼굴 한번 보기 더럽게 힘드네, 쯧


 [상구의 한숨]


 [상구가 중얼거린다]


 저기!


 [버튼 조작음]


 (그루)  삼촌


 [리드미컬한 음악]  [상구가 안전벨트를 달칵 채운다]


 [자동차 시동음]


 "무브 투 헤븐"


 [타이어 마찰음]


 [타이어 마찰음]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상구)  강은정 씨!


 [차분한 음악]


 누구시죠?


 매튜 그린 씨를 아십니까?


 누구요?


 한국 이름 강성민


 (상구)  1988년 5월에 발견돼서


 그해 9월에 미국으로 입양 간


 강은정 씨  당신이 버린 아들 말입니다


 (여자1)  강은정인가 봐


 [헛웃음 치며]  네?


 (여자들)  안녕하세요


 [옅은 웃음]


 (은정)  어디 조용한 데 가서 얘기하시죠


 (은정)  근데 그분하곤 어떤 사이신 거죠?


 저는 어떻게 알고 찾아오신 건지…


 (상구)  저희는 매튜 씨의  유품 정리를 맡은


 무브 투 헤븐에서 나왔습니다


 유품 정리


 그럼…


 (그루)  매튜 그린 님


 2020년 6월 29일 사망하셨습니다


 (상구)  혼자 있던 모텔 방에서  지병으로 사망하셨습니다


 시신은 일주일 후에 발견되었고요


 (그루)  매튜 님이 남기신 유품들입니다


 (상구)  도와주는 센터를 통해서  친모를 찾았지만


 [상구가 코를 훌쩍인다]


 정보 공개도 만남도  거부했다고 들었습니다


 물론 유명하신 분이니까  남의 이목도 있고


 쉽게 인정하기 어려운 일이었겠죠


 친모를 못 만난 거군요, 결국


 네? 아니…


 제가 지금 뭐  남의 얘기 하는 겁니까?


 (상구)  만남을 거부한 건 그쪽이잖아요


 죄송합니다, 근데


 전 성민이 엄마가 아닙니다


 [당황한 신음]


 (은정)  88년이면  전 그때 열여섯 살이었어요


 (상구)  열여섯에 미혼모였으니까  더 숨겨야 했겠죠


 아니요, 전 아닙니다


 사진 있습니다


 (그루)  두 분 함께 찍은 사진


 [그루가 상자를 뒤적인다]


 여기 있습니다


 (은정)  이 사진이 어떻게 그 애한테…


 맞네요


 네, 우리 성민이


 [차분한 음악]


 (은정)  저희 어머니는  위탁모 일을 하셨습니다


 저희 집은 해외로 입양 보내는  갓난아이들을 키우는


 위탁 가정이었죠


 [사람들의 웃음]


 (은정 모)  그렇지


 [옅은 웃음]


 (젊은 은정)  하나, 둘, 셋, 여기 봐  [새가 짹짹 지저귄다]


 옳지, 여기


 [즉석카메라 작동음]


 하나, 둘, 셋


 [즉석카메라 작동음]


 [장난감이 짤랑거린다]


 [째깍거리는 효과음]


 [탁 하는 효과음]


 [은정 모의 웃음]


 (젊은 은정)  웃어


 [젊은 은정의 웃음]


 '누나'  [은정 모의 웃음]


 [장난감이 짤랑거린다]


 옳지


 [젊은 은정이 귀여워한다]  (은정 모)  우리 성민이 마지막 날이네?


 [장난감이 연신 짤랑거린다]


 [문이 탁 닫힌다]


 [훌쩍인다]


 [젊은 은정이 연신 훌쩍인다]


 [흐느낀다]


 [직원3이 말한다]  [장난감이 짤랑거린다]


 [즉석카메라 작동음]


 (직원3)  괜찮아


 [가위가 싹둑거린다]


 (직원4)  네, 이제 다 끝났습니다


 (은정)  성민이는 저희 집에 온  마지막 위탁아였어요


 그 후론 엄마도 저도  너무 힘들어서


 더는 못 하겠더라고요


 (은정)  근데 이 사진 때문에


 [한숨]


 성민이가  절 친엄마로 알았던 거네요


 책에서 똑같은 얼굴 찾았습니다


 그래서 알았습니다


 [사진을 사락 든다]


 (매튜)  엄마


 차라리 찾아오지  [한숨]


 성민이라 그랬으면 기억했을 텐데


 저라도 반겨 줬을 텐데  왜 안 왔을까요?


 갔습니다


 (그루)  매튜 님은 어머니 만나러 갔습니다


 [잔잔한 음악]


 [숨을 후 내뱉는다]


 안녕하세요


 [옅은 한숨]


 저는


 강성민입니다


 저는 성민입니다


 [긴장한 숨소리]


 (은정)  안녕하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여자2)  주지영이요


 - 주지영 님  - (여자2) 네


 - (여자2) 어, 너무 반갑습니다  - (은정) 네, 감사합니다


 (여자2)  저 진짜 너무 좋아해요, 진짜  [은정의 웃음]


 - 고맙습니다  - (여자2) 네


 (은정)  안녕하세요


 [글씨를 쓱쓱 쓰며]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여자3이 말한다]  네


 안녕하세요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차분한 음악]


 아…


 성함이…


 성…


 [영어]  제 이름은


 매튜입니다


 미국에서 왔습니다


 매튜


 (은정)  한국어 읽을 줄 아세요?


 [한국어]  읽을 줄 알아요


 [영어]  한국어 잘하시네요


 [글씨를 쓱쓱 쓴다]


 감사합니다


 [가방이 툭 떨어진다]  [매튜가 코를 훌쩍인다]


 [매튜의 한숨]


 [괴로운 신음]


 [매튜가 훌쩍인다]


 '행복하세요'?


 나도 노력했어


 [잔잔한 음악]


 (매튜)  노력했다고


 (은정)  [한국어]  거기까지 와서


 왜 알은척도 안 하고  그냥 갔을까요?


 [속상한 숨소리]


 차라리 대놓고 원망이라도 했으면…


 (상구)  볼 수 없다는 말을


 들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래도 보고 싶었겠죠


 가족이니까


 그래서 가긴 갔지만


 막상 내 존재를 알리려니


 겁이 났던 거죠


 기억 못 하는 건 아닌가


 날 보고 실망하면 어떡하나


 상구야!


 [관중들이 시끌벅적하다]  (상구)  기억해 주길 바라지만


 막상


 내가 누군지


 알려 주면


 실망할까 봐 자신 없고  [상구의 한숨]


 씨, 쯧


 (상구)  지금 사는 내 꼴을 보니까


 한심해서 화가 나고


 [잔잔한 음악]


 [은정이 흐느낀다]


 (은정)  얼마나 아팠을까요, 혼자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요


 아, 죄, 죄송합니다


 저희가 아무것도 모르고  오해를 해서


 시, 실례했습니다


 (그루)  죄송합니다


 (은정)  [웃으며]  아니에요, 아니에요


 [훌쩍인다]


 이렇게라도  이 아이를 기억하게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유품 정리사라고 하셨죠?


 [한숨 쉬며]  이런 일까지 해 주시는진 몰랐네요


 참 어렵고  보람 있는 일을 하시네요


 정말 감사합니다


 - (상구) 아닙니다  - 네


 (은정)  괜찮다면  이건 제가 간직해도 될까요?


 정말입니까?


 (그루)  간직해 주시는 겁니까?  [은정의 웃음]


 그래도 된다면요


 됩니다, 됩니다


 (그루)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웃음]


 [몽환적인 음악]


 [상구가 입소리를 쯧 낸다]


 (상구)  [한숨 쉬며]  뭔 놈의 인생이


 이렇게 끝까지 불행할 수가 있냐?


 뭐가 불행입니까?


 (상구)  찾았다고 생각한 엄마도


 결국 친엄마가 아니었다는 거잖아


 그래도 마지막은  불행 아닌 것 같습니다


 뭐?


 매튜 님은 엄마를 보았고


 강은정 엄마는  매튜 님을 기억해 주셨습니다


 슬퍼해 주셨습니다


 (그루)  삼촌


 (상구)  어


 (그루)  가야 할 곳이 있습니다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타이어 마찰음]


 [차 문이 탁 닫힌다]


 매튜 님이  아지에게 주는 선물입니다


 [헥헥거린다]


 (유림)  됐다


 내가 데려가려고요


 매튜한텐  좋은 친구가 못 돼 줬지만


 아지한텐


 [웃음]


 [웃음]


 [입을 쪽 맞춘다]


 [유림이 코를 훌쩍인다]


 [옅은 한숨]


 (그루)  어?


 저기


 (스크린 속 은정)  지난 65년간 해외로 입양된  한국 아동 수는


 약 20만 명


 이는 천만 서울 인구의  2%에 해당하는 숫자이며


 20세기 최대의 고아 수출국이라는  오명을 갖게 한 이유입니다


 이 중 2000년 이전에 입양되어


 무관심과 방치 속에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해


 무국적자로 전락한 이들이


 약 10명 중 1명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들은 양국 어느 곳에서도  자국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채


 외로운 삶과 투쟁하고 있습니다


 지난 29일


 서울의 한 모텔에서 홀로 사망한  미국 입양아 매튜 그린도


 이들 중 하나였습니다


 (스크린 속 은정)  모두가 즐거웠을 주말 동안


 외로이 홀로 죽어간 매튜 그린에게


 고국은 올림픽이 한창이던 때


 혼자 비행기를 타고 떠나야 했던  32년 전


 그때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거 같습니다


 도움의 손길이 필요한  해외 입양아들에 대해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이 요구됩니다


 신의 선물이란 의미의  매튜라는 이름을 가졌지만  [차분한 음악]


 끝내 미국인 매튜로도


 한국인 강성민으로도 살지 못했던  한 남성에게


 대한민국을 대신해  미안함을 전합니다


 지금까지 SBC 뉴스  강은정이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사진을 사락 든다]


 어쩌면 그루도


 한그루 아니고  매튜 그린 됐을지도 모릅니다


 무슨 소리야?


 그루도 매튜 님이랑 똑같습니다


 그루도  낳아 준 엄마 아빠 모릅니다


 그루야


 하지만 그루는 정우 아빠 만나서


 한그루 됐습니다


 아빠는 그루  많이 많이 사랑하셨습니다


 그 성격에 걱정돼서


 눈을 어떻게 감았냐?


 [휴대전화 진동음]


 [주머니를 부스럭 뒤진다]


 [휴대전화를 탁 연다]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서류는 잘 보관하고 있지?


 (상구)  그거부터 돌려받기 전까진  경기 안 나갈 거니까


 잘 챙겨


 마지막으로 얘기할게


 만약에


 내일


 내가 어떻게 돼도


 이 집 근처엔  두 번 다시 얼씬거리지 마


 알았어?


 (마담)  당신이나 잘해


 난 당신한테 다 걸었으니까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한숨]


 [새가 짹짹 지저귄다]


 [청소기 작동음]


 (그루)  어?


 [지글거리는 소리가 난다]


 삼촌


 (상구)  일어났냐?


 앉아, 아침 줄게


 [상구가 팬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아, 먹어


 - 삼촌 언제 죽습니까?  - (상구) 뭐?


 (그루)  사람이 안 하던 짓을 하면  죽을병에 걸린 거라고


 나무가 그랬습니다


 이런, 씨, 먹기 싫냐?


 (상구)  관둬, 내가 먹으면 돼, 이씨


 (그루)  죽는 거 아니라고 말씀하시면  먹을 겁니다


 아, 삼촌 안 죽어, 인마


 내가 얼마나 튼튼한데


 [그루가 그릇을 툭 내려놓는다]


 [그루가 의자를 쓱 당긴다]


 (그루)  그럼 잘 먹겠습니다


 [픽 웃는다]


 아, 안 죽는다니까?


 노른자가 터졌습니다


 (상구)  아, 그래?


 바꿔 줄게


 잘 먹겠습니다


 [차분한 음악]


 [옅은 웃음]


 [칼질을 쓱쓱 한다]


 [입소리를 쯧 낸다]


 [그루가 칼질을 연신 쓱쓱 한다]


 [상구가 신발을 탁탁 신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어서 와라


 (상구)  아침밥 해 놨어


 식기 전에 얼른 먹어


 이건 또 뭐지?


 윤나무


 와


 이거 봐, 이거 봐  진짜 이상하다니까


 그루


 잘 부탁한다


 더도 덜도 말고


 지금처럼만 해


 어디 가요?


 (상구)  그냥


 생각나는 김에 하는 말이야


 어디 가죠, 또 가출하는 거예요?


 (상구)  가출은 무슨


 집 있는 사람이나 하는 거지


 [상구가 입소리를 쯧 낸다]


 여기도 집이잖아


 (나무)  여기도 삼촌 집이잖아요


 [한숨]


 [나무가 신발을 탁탁 벗는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다급한 숨을 내뱉으며]  그루야, 큰일 났어


 알고 있습니다


 (나무)  어? 너도 알아?


 네


 삼촌이 아침을 차려 주시고


 청소도 하셨습니다


 그런데 죽을병에 안 걸리셨습니다


 걸렸을지도 몰라


 [나무의 다급한 숨소리]  [나무가 의자를 쓱 뺀다]


 (나무)  삼촌 이제 다시 안 올 거 같아


 (그루)  지난번에도 안 온다고 문자 왔는데  다시 오셨습니다


 (나무)  아니야, 이번에는


 진짜 다시 안 올 거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들어


 어제 이상한 낌새 같은 거 없었어?


 [그루가 우유를 쪽쪽 빤다]


 (그루)  [굵은 목소리로]  '서류는 잘 보관하고 있지?'


 [무거운 음악]


 '그거부터 돌려받기 전엔  경기 안 나갈 거니까'


 '잘 챙겨'


 '마지막으로 얘기할게'


 '만약에 내일'


 '내가 어떻게 돼도'


 '이 집 근처엔  두 번 다시 얼씬거리지 마'


 '알았어?'


 라고 하셨습니다, 어젯밤에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관중들이 시끌벅적하다]  [현찰 계수기 작동음]


 [시끌벅적하다]


 [다가오는 발걸음]


 컨디션 어때?


 (마담)  할 말 있다며


 서류


 올라가기 전에 먼저 줘  보낼 데가 있어


 (마담)  준다고 했잖아


 내가 자기한테 빈말한 적 있어?


 (상구)  알아


 그런데 사람 일이라는 거


 모르는 거니까


 (상구)  누가 알아?


 몇 분 뒤에 내가


 수철이 꼴 날지


 수철이가 좋은 거 가르쳐 줬네


 [봉투를 탁 든다]


 잘해


 당신한테 올인했다는 말


 농담 아니니까


 [부스럭 소리가 난다]


 [질색하는 숨소리]


 어? 이게 뭐야?


 [관중들의 환호성]


 (진행자)  자,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드디어 예고해 드린 대로  올해의 빅 매치  [철문이 쾅 닫힌다]


 러시아에서 온 챔피언 헬레이저!


 [관중들의 환호성과 박수]


 그리고 전설의 무패 기록  89전 88승


 나이트메어!


 [관중들의 환호성과 박수]


 그루야


 (나무)  너 혹시 펀치 드렁크인지 뭔지  그거 알아?


 [무거운 음악]  펀치 드렁크 신드롬 말입니까?


 어, 그거, 그거


 (그루)  복싱이나 미식축구 선수들처럼  [진행자가 숫자를 센다]


 뇌에 습관적으로 많은 손상을 입는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뇌세포 손상증입니다


 실어증, 실인증, 치매 등의  만성 증세와


 정신 불안, 기억 상실  혼수상태 등의


 급성 증세를 보이기도 하고


 심한 경우  생명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공이 땡 울린다]


 [놀라며]  어떡해?


 (나무)  삼촌 오늘 경기 나가면  죽을지도 몰라


 그거 알면서도  거기 나간 거라니까?


 [당황하며]  진짜입니까?


 안 됩니다, 싫습니다


 (그루)  [당황하며]  삼촌 다치는 거 싫습니다


 삼촌 죽으면 안 됩니다


 삼촌 죽으면 안 됩니다  [그루의 목소리가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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