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힐미 8
S#1 도현의 집 / 거실 (7부 엔딩 연결)
도현, 리진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 몸을 비틀며 도망가고 있다.
리진, 악력 작렬하는 손을 놓지 않고 도현을 쫓아가며 장난친다.
두 사람을 말리면서도 흐뭇한 안실장.
도현 아악—아아악---! (마침내 리진의 손을 뿌리치며) 아퍼, 아퍼,
아프다구, 쫌!!!!!!! (앙칼지게)
헉!! 처음 보는 도현의 앙칼진 모습에 움찔 정지되는 리진과 안실장!
리진, 안실장 (설마해서, 경계의) 시....신세기?
도현 (얼얼해진 손을 털며) 차도현입니다.
리진 (휴우....안도하고는, 안실장에게 작게) 앙칼져서 신군인줄 알았어요.
안실장 (역시 작게) 부사장님이 화내는 건 처음 봅니다.
리진 (수군) 순한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성깔 있네요.
안실장 (수군) 조심해주십시오. 스트레스를 받거나, 혈압이 상승하면,
인격이 튀어나올 수도 있으니까.
도현 (이 사람들이 진짜!) 지금 두 분이서 뭐하는 겁니까?
리진 ! (홱! 안실장을 보며, 작게) 방금 짜증낸 거 맞죠?
안실장 (엄지와 검지로 1cm정도 만들어 보이며, 작게) 살짝.
도현 (감정 누르며) 짜증 안 냈습니다.
리진 (검지 들어 보이며, 의사 포스!) 괜찮아요. 솔직한 감정표현은
부끄러운 게 아니니까. 짜증이 나면 짜증을 내세요.
그게 정상이에요. 지금 아주 좋아요.
도현 (미치겠는, OL) 짜증 안 냈습니다! 안 냈다구요!
리진, 안실장 !!! (움찔 몸을 뒤로 빼며, 경계의) 신세기?
도현 (기어이 터지며) 차도현입니다!
S#2 도현의 집 / 주방 (낮)
쪼로로...고급스러운 찻잔에 빛깔고운 홍차가 부어지고 있다.
안실장 다과를 준비하다 말고 흐뭇한 표정으로 거실 쪽을 보면,
S#3 도현의 집 / 거실 (낮)
소파 테이블 위에 텅! 하고 놓이는 두꺼운 문서 파일.
도현의 맞은편 소파에 앉아 있다가 움찔 놀라는 리진.
도현 제 교대 인격들의 성격과 특징, 행동 패턴 등을 정리한 보고섭니다.
리진 아, 네...(가져가려는데)
도현 (그 위에 더 두꺼운 파일 텅! 놓으며) 이건 과거 석호필 박사님과의
심리치료 면담 기록입니다. (또 다른 파일 텅!) 이건 이후 저를
거쳐간 다른 심리 치료사들과의 상담기록이구요, (또 다른 파일 텅!)
치료 분기별 상황을 정리한 파일입니다. (남은 문서는 박스채로 텅!)
그리고 이건, 지난 11년 간 매일 제 하루 일과를 기록해둔
일지입니다.
리진 ! (어마무시한 자료의 양에 기가 질려 입이 벌어지고)
도현 (미소로) 분량이 꽤 되니 굳이 다 보실 필욘 없고,
제가 체크한 부분과 월별 요약분 정도만 훑어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리진 대, 대단히 위로가 되네요. 숙소에 짐 풀고 바로 검토해 볼게요.
아 참, 제 숙소는 어딘가요? 이 근천가요?
도현 ? (보다가, 마침 다과 쟁반을 들고 주방에서 나오는 안실장을
보며) 오리진씨 숙소가 어딘지, 말씀 안 드리셨습니까?
안실장 아....(내려놓고 리진을 보며) 핸드폰으로 계약서를 보내드렸는데,
급히 오시느라 아직 확인을 못 하신 거 같습니다.
도현 설명해 드리세요.
안실장 네. (리진에게) 아시겠지만 부사장님은 주총 전까지 매우
조심하셔야만 합니다. 따라서, 비밀주치의가 되신 오리진씨는
부사장님을 24시간 케어, 즉.....(슬쩍 리진 눈치 살피며)
이 집에서 함께 지내셔야 합니다.
리진 (쿵!!! 충격) 그, 그, 그럼 동거를 하라는 말씀이세요?
도현 세기나, 페리는 밤 외출을 즐기고, 요섭이는 언제 또 자살을
시도할지 모릅니다. 제가 잠들어있다고 해서 안심할 수는 없습니다.
리진 (기막혀서 울고 싶은) 아니 내가 무슨 액받이 무녀야? 밤새 차군이
잠든 침전을 지키게?
도현 (진지) 머리맡을 지킬 필요까지는 없습니다. 응급상황이 발생할 때만
대처해 주시면 됩니다.
리진 자, 잠깐만요! (진정하려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보며) 제 임무가
차군을 24시간 케어하는 거라면, 집에서는 그렇다 치고,
회사는 어떻게 감시하는데요? CC-TV로 하나?
도현 ......(또다시 안실장 보며) 설명 안 드렸습니까?
안실장 (또다시) 핸드폰으로 계약서를 보내드렸는데...
도현 설명 드리세요.
안실장, (난감한 표정으로) 위장을.....하셔야합니다.
리진 위, 위장이라니요? 무슨 위장?
안실장 ......
도현 ......
리진 !!! (두 사람을 둘레둘레 쳐다보다가, 덜컹 불안해져서) 뭔데?
뭘로 위장해야 되는 건데? (그제야 후다닥 휴대폰을 꺼내 계약서를
찾아보는데서)
S#4 도현의 집 앞 (낮)
안실장을 배웅하고 있는 도현. 함께 차를 향해 걸어가며.
도현 회사에는 당분간 재택근무와 외근으로 처리해주세요.
오리진씨가 숙지해야 될 사항을 알려주고, 합도 맞춰봐야 하니까.
안실장 알겠습니다. (하는 순간, 집안에서 들려오는 절규)
리진 (E) 말도 안 돼! 이건 사기계약이야! 노예 계약이라고!!!!
안실장 (피식 웃으며) 계약서를 다 확인한 모양인데요?
도현 (역시 피식 웃으며) 앞으로 쉽지 않을 거 같죠?
안실장 쉽지 않으면...보내주실 생각입니까?
도현 (멈칫 서며, 표정)
안실장 곁을 주지 않는다, 감정을 주지 않는다, 위악은 필수다....
(걸음 멈추고, 도현을 돌아보며) 자신 있으십니까?
도현 (보다가)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건데요.
안실장 (미소로) 늘 참고, 누르고, 애쓰는 모습만 보다가 오늘 처음
부사장님께서 짜증내는 모습을 봤습니다.
도현 (미간 모이며) 짜증 안 냈습니다.
안실장 11년 만에 처음이었습니다. 부사장님을 그렇게 무장해제 시킨
사람은. 그러니까...(사이, 보며) 놓치지 마세요.
도현 ......!
안실장 웃어주고는 차에 오른다. 이어 출발하는 차.
도현 바라보며 서있는데....어쩐지 뒤가 쎄...하다.
도현의 등 뒤로, 리온이 사준 날개 운동화를 신고, 등에는 배낭을
메고, 캐리어는 소리 안 나게 들고는 낑낑대며 도망가고 있는
리진의 모습이 걸린다.
도현 ......(돌아보지 않고도 알겠는, 피식 웃으며) 오리진씨.
리진 ! (움찔했다가, 에이 씨, 캐리어를 들들들 끌며 도망간다)
도현 (여유 있게 다가와 리진의 배낭을 잡는다) 어디 가십니까?
리진 ! (잡혀서 앞으로 전진하지 못한 채) 죄,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전 그냥 한 시간쯤 상담치료 하고, 응급상황에만 출동하는
업문 줄 알았거든요. 동거를 하고, 비서로 위장해야 된다는 사실은
미처 몰랐네요. 하하. 역시 의욕만 가지고 되는 일은 아닌 거 같아요.
그럼. (가려는데)
도현 (리진의 캐리어를 뺏어들더니, 배낭을 잡은 채로 끌고 간다)
리진 !!! (뒷걸음질로 끌려가며, 설마해서) 시...신세기?
도현 (끌고 가며, 담담) 차도현입니다.
리진 (끌려가며) 아니 차군이 이렇게 거칠어도 되나? 이럼 나 헷갈리는데?
차군이면 이거 좀 놓고 얘기 하죠? 네? 놓고 얘기하자니까?
S#5 도현의 집 / 거실 (낮)
도현 캐리어를 현관 입구 탕 내려놓고는 리진을 끌어다
거실 가운데에 세워놓고는 본다.
도현 의사가 환자를 두고 도망가는 법도 있습니까?
리진 (찔리지만, 짐짓 당당하게) 이건 너무나 명백한 노예계약이니까요.
도현 계약서를 읽어보지도 않고 덥석 손부터 내민 오리진씨 잘못도
있습니다.
리진 우와, 물에 빠진 사람 구해주니까 보따리 내놓으라는 사람
여기 또 있네.
도현 틀렸습니다. 제가 물에 빠진 건 맞지만, 오리진씨는 아직 절
구하기 전이고, 저는 보따리부터 내놓고 도움을 청했습니다.
리진 보따리? 무슨 보따리?
도현 오리진씨 계좌로 입금된 계약금, 아직 확인 안 해보셨습니까?
리진 ! (휴대폰 꺼내 확인해 보고, 액수에 놀라 도현을 보며) !!!!!!
도현 말했잖습니까. 제 비밀을 아는 사람은 모두 부자가 됐다고.
리진 (멍...한 채로) 유치하게 돈 자랑해요 지금?
도현 비서 위장까지 해주시면, 두 배를 더 드리겠습니다.
리진 (기막힌) 이 사람이 나를 뭘로 보고. 내가 사채 빚 때문에
위장결혼해주는 로코 여주인공으로 보여요? 사양하겠습니다.
사양은 사양하겠습니다. (홱 돌아서 현관으로 가는데)
도현 (OL) 그럼 세 배 더 드리죠.
리진 ! (비틀, 살짝 동요됐지만) 오, 오해하지 마세요. 지금 이거 흔들려서
그런 거 아니고, 다리에 살짝 쥐가 나서 그런 거니까 그런 줄 아시고,
그럼 안녕히, (더듬더듬 현관문을 여는데)
도현 (한 손으로 현관문을 쾅! 닫는)
리진 ! (처음 보는 도현의 상남자 포스에 움찔!)
도현 (한 손으로 문 막은 채로 리진을 똑바로 보며) 말했을 텐데요,
제가 내미는 손을 잡는 순간, 되돌릴 수 없게 된다고.
리진 (바로 눈앞에 서있는 도현 때문에 긴장)
도현 못 보냅니다. 실수로 넘어온 공이라 해도 안 돌려줍니다.
리진 (심장은 왜 선덕거리고 난리)
서태임 (E) 비밀주치의를 뒀다고?
S#6 서태임의 저택 / 서재 (낮)
서태임 책상 앞에 앉아 결재 서류 검토하고 있는 중이고,
그 앞에 서서 보고를 올리고 있는 안실장.
안실장 그렇습니다, 회장님.
서태임 믿을 만한 사람인가.
안실장 누구보다 지금 부사장님께 필요한 사람입니다.
서태임 신상조사 철저히 해두게. 먼지 한 톨이라도 나와서는 안 돼.
안실장 순수한 분입니다.
서태임 (보며) 알아 볼 사람, 따로 붙여줘야 하나?
안실장 ......(보다가) 아닙니다. 제가 하겠습니다.
서태임 (다시 서류 보며) 할 말 끝났으면 나가봐.
안실장 ......
서태임 (보며) 나가라는 데 왜 말뚝 행세야.
안실장 외람된 질문입니다만...회장님께선 부사장님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지
이미 알고 계신 겁니까, 아니면 정말 알고 싶지 않으신 겁니까?
서태임 ......(보다가) 그건 물어 뭐에 쓰게 자꾸 묻나. 알아봤자 단속할 입
하나 더 늘 뿐인데.
안실장 ......알고 계신 겁니까?
서태임 (시선 내려 서류 보며) 서연재단이 의지가지없던 자네에게 학비를
지원하고, 일찌감치 인재로 등용했던 건, 자네의 뛰어난 머리
때문만은 아니야. 자네의 무거운 입도 한 몫 했지.
안실장 ......(포기하고) 죄송합니다. 외람됐습니다. (목례하고 가려는데)
서태임 (OL) 저쪽에서 내미는 손이 있을 거야.
안실장 (멈추고, 보면)
서태임 잡지 말구 도현이 옆에서 기다려. 크게 쓸 때가 있을 테니까.
안실장 ......
S#7 기준의 사무실 (낮)
기준 책상 의자에 앉아 곰곰 생각에 잠겨있다. 그 위로,
석호필 (E) 차군에게 뭔가 문제가 있는 것처럼 단정을 하시는군요.
S#8 플래시백 (7부 59-1씬에서 이어지는 대화)
석호필 (미소로) 마치 뭔가 꼭 문제가 있어야 될 것처럼 말입니다.
기준 (역시 미소로) 심상찮은 장면을 여러 번 목격했거든요 제가.
클럽에서 전혀 다른 사람처럼 눈빛이 변해 나간다거나,
박사님의 성함을 말하는 순간 심하게 손을 떤다거나....
이 정도면 형으로서 걱정해야 마땅한 수준 같아서요.
(약간 도발적으로) 무심해야 합니까?
석호필 (미소로) 그거야 의도가 뭐냐에 따라 다르겠죠.
기준 (OL, 단도직입적으로) 약물입니까?
석호필 (보는)
기준 아니면, 알콜입니까?
석호필 둘 중 하나면 만족하시겠습니까?
기준 (보면)
석호필 (웃으며) 차군 머리카락 한 올만 뽑아 오시면 깔끔하게 정리될 일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하는지 모르겠군요. 바쁘신 분이 시간을
냈을 때는 분명 만만찮은 의도가 있겠지만 말입니다.
기준 (밀리지 않고) 둘 다 아니라면 대체 뭡니까 문제가.
석호필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정신과 의사로서 제가 해줄 말은
없습니다. 차군은, (미소로) 대학 때 제 강의를 수강했던 수많은
학생 중 하나였을 뿐이니까요.
S#9 기준의 사무실 (낮)
기준 ......(떠올리고는, 피식 웃으며) 석박사 입은 안실장을 통해 막고,
사귀던 여자는 외국으로 치우고, 주총 전에 명성가와 약혼을 한다?
제법이네 차도현. (하는데, 울리는 휴대폰. 확인하고는, 표정 밝게
바꾸고 받는) 어, 지선아. 니가 웬일이야? (황당한 표정)
채연이랑 나? 아무 문제없는데? (웃으며) 인마 갑자기 그건 왜,
(하다, 멈칫, 들으며 표정이 점점 굳어가는 데서) ......
S#10 영화 세트장 또는 채연의 사무실 (낮)
일각에 모여 세트 디자인 회의 중인 채연과 팀원들.
펼쳐진 세트 도면 위에 다양한 각도에서 찍은 여러 유형의
온실 사진들이 흩어져 있고.
채연 새장은 여기, 깨진 프레임이 잘 드러나도록 전면으로 배치해
주시구요. 벽면 페인팅할 때 화이트와 블루의 경계면 그라데이션에
특히 신경써주세요. 수평선 느낌이 나도록.
팀원1 너무 애니메이션 같지 않을까요? 시나리오 느낌은 그게 아니던데.
채연 감독이 요구하는 컨셉이 애니메이션 분위기예요. (사진 한 장
꺼내 보이며) 새장은 이런 빈티지한 느낌이면 좋겠는데.
팀원2 (받아 확인하며) 최대한 비슷한 거 찾아보고 없으면 바로 제작 주문
넣겠습니다. (하다가, 입구 쪽 보며) 어?
채연 ? (보면)
언제 왔는지, 벽에 기대 서 있다가, 한 손을 들며 웃어 보이는 기준.
팀원들 일어나 꾸벅 인사하고, 채연 미동 없이 싸...한 표정으로
기준을 노려보다가 발딱 일어나더니 기준 앞을 쌩-스쳐 나가려는.
기준 (잡으며) 잠깐 나가서 바람 좀 쐬자.
채연 (차갑게) 바빠. (나가려는데)
기준 (다시 잡으며, 농으로) 미술비 삭감한다?
채연 (기막혀 보는데서)
S#11 백화점 (낮)
명품 백 매장 안으로 들어서는 채연과 기준.
채연 (아직 화 안 풀린) 뭐 하자는 거야 지금? 왜 안 하던 짓 해?
기준 (미소로) 내가 여자 취향을 잘 모르잖아. 골라봐.
채연 폭력남편이야? 때리구, 사과하구, 선물 안기게?
기준 (정색) 우리가 누군지 아는 눈 많아 여기. 운 나쁘게 걸리면 정말
그런 줄로 소문 나. 루머의 출발이 아차, 말실순 거 몰라?
채연 잘났어 정말. 여전히 자긴 미안한 거 하나두 없지.
(점원에게) 저번에 웨이팅 걸어 논 거 들어왔죠?
점원 네. 기다리세요. (움직이고)
채연 어쨌든 돈 굳었네. (다른 가방 구경하며 기분 나쁘지 않고)
기준 .....(그런 채연을 보는 표정)
S#12 채연의 집 / 주방 (밤)
화해 분위기 내려고 했는지 식탁 위에는 와인과 치즈, 샐러드,
촛불 등이 세팅되어 있고.
채연 (화면 시작되자마자/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마시던 와인잔을
소리 나게 탁! 내려놓으며) 내가 왜 그래야 되는데?
기준 (웃음기 없는 얼굴) 니가 무례를 범했으니까.
채연 (인정할 수 없는)
기준 (앞씬의 명품백 담긴 쇼핑백 채연 앞으로 밀어주며) 지선이한테
선물하고 정중히 사과해. 더 이상 말나지 않게.
채연 (좀 올라서) 글쎄 무슨 말이 어떻게 났는데, 대체!
기준 (고압적으로) 묻지 마. 묻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
채연 (노려보다가, 휴대폰 꺼내 지선이 단축키 누르려는)
기준 (뺏으며) 뭐 하는 짓이야!
채연 오빠가 삼킨 그 소문이 뭔지 본인에게 직접 듣고 확인해보겠다는
짓이야, 왜. (휴대폰 누르려면)
기준 (뺏으며 터지는, OL) 니가 닭 쫓던 개 신세 됐다는 게 골자야, 됐어?
채연 (어이없어 보며) 뭐?
기준 차도현이 후계 서열 일 순위가 되는 순간, 니 눈이 뒤집혔대!
애가 닳았대! 차도현이 남의 남자 되는 건 도저히 못 보겠어서
맞선 장소까지 나가 기어이 깽판을 쳐놨는데, 차도현은 널
콧등으로도 안보더라, 근데 그 한채연이 약혼자가 바로 차도현
육촌 형이드라!
채연 (기막혀서, 입 벌어지다가) 시나리오 죽인다 진짜.
내 감정선이 어떻게 그렇게 읽히니?
기준 (치욕이다) 더 해? 더 해줄까? 내 입으로 막장 더 써봐?
채연 (터지며) 따루 여자까지 있으면서 지선이네 주식 탐내는 도현이가
가증스러워서 그랬어! 지선일 위해서 그랬다고!
기준 상관없어 사람들은! 독한 것만 기억해! 자극적인 것만 기억한다고!
채연 (노려보며) 오빠도 다를 거 없어 보이는데 지금?
기준 긴말 필요 없어. 약혼 해. 약혼으로 루머 없애. 그 방법밖엔 없어.
채연 (기막힌) 오빤 프러포즈를 이딴 식으로 하니?
기준 (확 올라서) 그럼 현악단 불러 할까? 중창단 불러? 폭죽 쏘면서 해?
(터지며) 축복받고, 주목받고, 부러움 받아야 마땅할 내 약혼에
흙탕물을 튀긴 건 너야!
채연 내 약혼? (우리 약혼이 아니고?)
기준 니가 자진해서 사람들 입에 올라갔어. 나까지 끌고 도마 위로
올라갔다고 니가!
채연 사람들! 사람들! 사람들! 오빤 오빠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인줄 알아?
사람들이 오빠한테 뭐 그리 대단히 관심을 갖고 열광한다고 난리야!
기준 (벗어놨던 상의 확 집어 들며) 내일 홍보실에서 기사 나갈 거야.
그런 줄 알아. (가려는데)
채연 (OL, 독기와 오기로) 주총 전엔 약혼 안 해.
기준 ! (확 보는)
채연 오빠가 하자면 나는 그냥 하는 사람이야? 무슨 자신감이야 대체?
내 약혼 날짜는 내가 정해. 오빠 장기 말로 이용될 생각 없어.
기준 (불같이 노려보고)
채연 (지지 않고 팽팽하게 노려보는데서)
S#13 도현의 집 / 서재 (밤)
테이블 위에는 각종 자료와 서적들, 필기구, 포스트잇 등이
어지럽게 놓여있고, 편안한 실내복 차림의 도현과 리진,
마주 앉아 하버드 대학의 공부벌레들처럼 열공 모드 중이다.
도현 우선, 인격들의 성향과 특징을 숙지해두는 것이 최우선입니다.
그래야 불시에 인격이 출현했을 때도, 당황하지 않고 대처할 수
있을 테니까요.
도현 노트북에 요섭이 옥상 외벽에 그린 그래피티 아트를
찍은 사진을 띄운다.
도현 이 그림을 참조하면 도움이 될 겁니다.
리진 아직 나나하고 요나만 못 만나봤네요. 어떤 인격들이죠?
도현 나나는 최근에 새로 출현한 인격이라 아직 확실히 파악된 바가 없고,
요나는, (하다 멈칫) 요나는, (차마 입이 안 떨어지고) 요나는,
리진 (감 잡은, 울고 싶은 심정으로) 요나도 만만치 않은 인격인가 보네요.
S#14 달리는 채연의 차 안 (밤)
화난 표정으로 운전을 하고 있는 채연, 거치대 위에 놓인 휴대폰을
켜고 도현의 단축키를 누르면, ‘지금은 고객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안내음 흘러나오는. 탁, 꺼버리고는 정면을 노려보며
차를 몰아가는 채연.
S#15 도현의 집 / 서재 (밤)
노트북에 인물 사진이 박힌 승진그룹 조직도와 ID엔터 조직도를
띄우는 도현. (*리진은 손에 같은 자료를 들고 보고 있고)
도현 제가 절대적으로 경계하고 조심해야 할 인물들입니다.
혹시라도 제가 이 사람들 앞에서 전조증상을 보이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케어해주셔야 합니다.
상황이 안 되면 줄을 묶어서라도 저를 놓쳐서는 안 됩니다.
리진 (짐짓 거수경례) 예썰.
도현 (귀여워서 피식 웃는)
리진 ......(보다가) 웃는 게 참 멋진데 왜 안 웃어요?
도현 (멈칫, 웃음이 정지되는, 자신이 웃었는지 몰랐던)
리진 (얼른 자료에 코 박으며) 아, 아니 내 말이 아니라,
우리 엄마가 그러더라구요. 웃는 게 근사하다고.
도현 ......(리진을 바라보는 위로)
안실장 (E) 곁을 주지 않는다, 감정을 주지 않는다, 위악은 필수다....
자신 있으십니까?
리진 (느껴지는 도현의 시선에, 괜히 손에 든 조직도에 코 박고
열심히 보며) 와아, 이분 엄청난 미인이시네.
도현 (멈칫 보면, 채연의 사진이고)
리진 (사진 옆에 도현이 따로 메모해둔 정보를 읽으며) 차기준 사장의
약혼녀이자, 어린 시절 친구? (도현 보며, 장난치듯) 에이, 이렇게
미인인데, 친구뿐이었을 리가. 솔직히 말해 봐요. 좋아했죠? 그죠?
도현 .......
이때 밖에서 들리는 초인종 소리에 돌아보는 두 사람.
S#16 도현의 집 / 현관 앞 (밤)
도현, 현관문을 열고 보면 채연이 서있다.
채연 들어가서 잠깐 나랑 얘기 좀 해.
도현 (들어가려는 채연을 막아서며, 등 뒤로 문을 닫는) 여기서 해 그냥.
채연 너 나한테 왜 이러니 대체!!!
도현 여기 집 앞이야. 목소리 낮춰.
채연 (도현의 가슴팍을 팍팍 치며) 너 뭐야 대체. 니가 뭔데 날
막장 드라마 주인공을 만들어!
도현 (좋은 말로 달래며) 채연아.
채연 (눈물 확 고이며) 니 까짓 게 뭔데 감히 날 흔드냐구우우우우---!!!!
도현 !!!! (그대로 굳어버리는)
S#17 도현의 집 / 거실 (밤)
리진 (창문을 통해 몰래 밖의 상황을 훔쳐보고 있다가) !!!!
S#18 도현의 집 / 현관 앞 (밤)
채연 (눈물 고였지만, 절대 울지 않는) 내가 니 첫사랑이라며.
나 좋아했다며. 근데 왜 맘이 바뀐 건데.
왜 갑자기 비겁하게 구는 건데!
도현 (바위처럼 굳은 채로 멍....한)
채연 기준 오빠 때문이니? 기준 오빠 버리고 오라는 반항이야?
도현 (멍한...채로) 채연아.
채연 니 마음은 뭔데 그럼. 기준 오빠는 그렇다 치고 니 마음엔
누가 있는데 대체! 오리진이라는 그 여자야? 지선이야?
도현 (달래려고) 채연아.
채연 (OL) 아니면, 내가 기준 오빠 버리고 오면 되는 거야?!!!!
도현 !!!!! (충격)
S#19 도현의 집 / 거실 (밤)
현관문에 귀를 바짝 갖다 댄 채 긴장해서 듣고 있는 리진.
S#20 도현의 집 / 현관 앞 (밤)
채연 대답해.
도현 (충격으로 멍...한 채로)
채연 니 마음에 누가 있는지 대답 하라고.
도현 채연아.
채연 대답하라고 어서!
도현 정말....(잠시 말을 잇지 못하다가) 내 대답이 듣고 싶어?
채연 (붉어진 눈으로 노려보며, 고개 좀 치켜드는)
도현 ......(마음 다잡고, 시선은 채연에게 둔 채) 오리진씨! 나오세요!
S#21 도현의 집 / 거실 (밤)
리진 ! (예상치 못한 전개에 화들짝 놀라 현관문에서 몸을 떼는)
도현 (E, 매섭게) 나와보라구요, 오리진씨!!!
리진 (난감한) 왜 저래, 갑자기이이----
S#22 도현의 집 / 현관 앞 (밤)
도현 (시선은 채연에게 둔 채) 오리진씨!
리진 (어쩔 수 없이 쭈뼛쭈뼛 현관문을 열고 나오는)
채연 !!! (집 안에서 나오는 리진을 보며 서늘하게 굳는)
리진 아....안녕하세요? 저는 그러니까....
설명하려는 순간, 리진의 팔목을 확 낚아채서 자기 옆에 세우는 도현!
(*도현의 시선은 한 순간도 빗나감 없이, 위악적인 눈빛으로 채연을
바라보고 있는)
도현 이제 대답이 됐어?
채연 (서늘하게 노려보다가, 그대로 도현의 따귀를 날리는)
리진 !! (놀라서) 아, 아니, 저기요, 뭔가 오해를 하셨나본데,
채연 (그대로 홱 돌아서 가는)
리진 잠깐만요, 저기요, 잠깐, (채연을 쫓아가려는데)
도현 (리진의 팔목을 잡아채서 더욱 꽉 잡고 놓아주지 않는)
리진 ! (잡힌 팔목을 봤다가, 도현을 보면)
도현 (눈물이 꽉 찬 얼굴로 떠나는 채연을 바라보고 있는)
리진 ......!!!
S#23 달리는 채연의 차 안 (밤)
채연 (운전하며, 눈에 눈물 꽉 찼지만, 독하게 입술을 씹으며
절대 울지 않는)
S#24 도현의 집 / 거실 (밤)
무겁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들어와 서재로 향하는 도현.
리진 (따르며, 걱정되는) 저기...괜찮으세요? 안 괜찮으면 제가 술친구,
도현 (안 보는 채로, OL) 죄송합니다. 오늘 스터디는 이만 하죠.
리진이 뭐랄 새도 없이 서재 문을 닫고 들어가는 도현.
굳게 닫혀버린 문을 바라보며 서있는 리진.
리진 (N) 엄마...아빠...오리온아...언젠가 내가 저 굳게 닫힌 문을
열 수 있을까?
S#25 도현의 집 / 리진의 방 (밤)
우울해진 표정으로 들어와 침대에 털썩 앉는 리진.
문득 사이드 테이블 위에 놓인 가족사진 액자에 시선이 가고.
가져와서 손에 들고 바라보는 리진. 밀려드는 그리움과 미안함...
리진 (N) 내가....할 수 있을까?
S#26 쌍리 외경 (아침)
S#27 쌍리 홀 (아침)
테이블 위에 아침상이 차려져 있고, 입맛 없는 표정으로
깨작질만 하고 있는 오대오와 지순영.
오대오 (깨작질하며, 허전함에 멍...) 잘 도착했겠지?
지순영 (깨작질하며, 역시 허전함에 멍...) 빠진 거 없이 잘 챙겨갔나
모르겠네. 나도 그날 정신이 없어놔서.
리온 (혼자 먹성 좋게 와구와구 잘도 먹고 있는)
지, 오 (그런 리온 보며) ......
리온 아버지, 그거(국) 안 드실 거면 제가 먹어도 되죠? (가져가고)
오대오 (못마땅한) 넌 인마, 동생을 멀리 타국에 보내놓고 서운하지도 않냐?
리온 아, 딸랑 6개월 가지구 너무들 하신다 진짜. 두 분 다 감정과잉에
과잉보호가 지나쳐요. 그러니까 애가 겉만 드세지 속은 물러 터져
갖고는 남의 고통도 내 고통, 내 고통은 내 고통, 그러잖아욧!
(국그릇 들어 후루룩 마시고, 탕 내려놓으며) 아으, 잘 먹었다.
저 이제부터 원고 써야 하니까, 찾지 마세요? (식탁 빠져나가고)
오대오 안 찾아! 왜 찾아! 정 없는 놈. (분노의 식사 시작하고)
지순영 (눈 가느스름하게 뜨고 아들 보는데서)
S#28 쌍리 / 리온의 방 (아침)
한손에 커피 잔 들고, 휘파람을 불며 들어와 책상 앞에 앉는 리온.
노트북을 열고 양 손을 어깨 높이로 들어 꼼지락꼼지락 손가락을
풀더니, 마치 피아니스트처럼 자판 위에 양손을 턱 내려놓는 순간,
애써 밝았던 표정 무너지며 어두워진다. 정신을 차리려는 듯
고개를 털고는 몇 글자 적어 넣다가 다시 정지되는 리온.
이내 포기하고 마우스를 움직여 사진 폴더에서 파일 하나를
클릭한다. 노트북 화면 가득 채워지는 어린 시절(*7세) 남매 사진.
리온 ......(가만 바라보는 위로)
오대오 (젊은 시절, E) 리온아, 리진아, 여기 보고 웃어봐. 치--즈!
S#29 플래시백 (쌍리 앞 적당한 곳)
앞 사진이 실사가 되면서, 쌍리 앞에 나란히 서있는 어린 남매.
무표정한 두 아이의 얼굴 위로 찰칵! 찍히는 소리 들린다.
지순영 (옆에서 지켜보다가, 다가오며) 왜 안 웃어어--(아이들 앞에
낮춰 앉으며) 이제부터 니네 둘이 오빠, 동생이라니까?
쌍둥이 남매야. 좋지? 재밌겠지? 그치?
어린 리온 (뚱)......
어린 리진 (발끝으로 툭툭 땅만 패는)......
오대오 (카메라 들고 보다가, 다가와, 두 아이 서로 마주보게 세워주며)
리온이가 오빠, 리진이가 동생. (두 아이 손 하나씩 잡아 악수
시키며) 서로 악수하면서, 앞으로 친하게 잘 지내보자아아---해.
어린 리온 (리진 안보며 쳇)......
어린 리진 (리온 슬쩍 보며 호기심)......
어린 리온 (느껴지는 시선에 리진을 보면)
어린 리진 (베시시 웃어주는)
어린 리온 (순간 악수로 묶인 손을 빼서 괜히 리진을 확 밀어버리는)
지순영 (놀라) 리온아!
오대오 (놀라, 넘어진 리진을 잡아주며) 리진아!
어린 리온 너도 때려 봐.
지순영 리온아! (하지 말라고)
어린 리온 맞기만 하는 동생 싫어. 씩씩한 동생이 좋아.
그러니까 너도 때려봐. 안 그럼 동생 안 해.
어린 리진 (동생 안 한다는 말에 어쩔까....보다가, 느닷없이 벌떡 일어나,
소처럼 머리로 리온을 들이받는)
이어 치고 박고 싸우기 시작하는 어린 리진과 리온!
기겁해서 말리는 오대오와 지순영!
S#30 쌍리 / 리온의 방 (아침)
떠올리고는 피식 웃는 리온. 다음 사진을 클릭하면,
리진에게 헤드락이 걸린 채 어딘가로 끌려가고 있는 리온 사진.
(*둘 다 교복 차림) 그 위로,
리온 (E) 리진아! 동생아! 이거 놓고 얘기하자 놓고!
S#31 플래시백 (고등학교 복도 / 낮)
앞 사진이 실사가 되면서,
리진 시꺼! 내가 밤새 해 놓은 숙젤 홀라당 가져가? 넌 주거써!!!
리온 야, 야, 오빠한테 이러는 거 아냐.
리진 오빠가 동생 숙제 훔쳐가는 것도 아니지.
리온 아이 씨, 내가 동생을 너무 강하게 키웠어. (쪽팔린데)
‘어머, 오리온이다!’ 눈에 하트가 발사되며 휴대폰(애니콜 정도)을
꺼내 리온을 찍는 여학생들. 쪽팔린 와중에도 한 손을 들어
화답해주고, 눈웃음까지 날려가며 팬서비스 해주는 리온.
이때 갑자기 스르륵 풀리는 헤드락. 리온, ?해서 보면,
수줍은 표정으로 복도 끝을 바라보며 서있는 리진.
보면,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며 걸어오고 있는 꽃미남 남학생!
남학생이 가까이 다가오자,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여자 흉내를 내는 리진. 그러나 무심히 스쳐지나가는 남학생.
실망하는 리진. 그런 리진을 바라보는 리온의 표정....
S#32 플래시백 (눈 내리는 거리 / 밤)
하굣길. 함께 걸어오고 있는 교복차림의 리온과 리진.
리진 싸가지 아니거든? 수줍음이 많아 그렇지 둘만 있을 땐
나한테 얼마나 잘 해주는데.
리온 시험기간에나 너한테 관심 보이는 놈이잖아! 니 노트 빌리려고!
리진 (귀여운 자랑) 목표가 같으니까. 같은 대학 가기로 했거든 우리.
리온 허! 그런 놈이, 너보다 전교 등수가 낮게 나오면 널 꼭 무슨,
부모의 원수 쳐다보듯(하다 멈칫, 어딘가에 시선이 멈추는)
저만치, 예쁘장한 여학생 한 명과 깔깔깔 웃으며 걸어오고 있는
남학생. 함께 쇼윈도 안을 바라보는 등 즐거운 데이트 중이고.
리진 (모른 채 혼자 걸어가며) 야, 니가 성장이 느려서 사랑을
잘 모르는 모양인데, 남녀의 감정이라는 게 말이다,
리온 !! (뒤에서 잡아채듯 리진을 돌려세워 못 보게 하는)
리진 (놀라) 깜짝이야! 왜 그래? 미끄러질 뻔 했잖아.
리온 어? 어어....미끄러지라구. 하하하.
리진 죽을라구. 쯧! (다시 돌아서려는데)
쇼윈도 구경을 마치고 남매 쪽으로 걸어오는 남학생과 여학생.
리온 !! (순간 리진을 돌려세워 아예 안아버리는)
리진 야, 너 왜 이래? 헤드락이야? 신기술이야? 한 번 해보자는 거야?
리온 (시선은 멀어지는 남학생 쪽을 주시하며) 어? 아, 아니. 추워서.
추워서 그러지. 아으으으 춥다. 아으으으 추워.
리진 쯔쯔쯔. 너는 언제 철들어 언제 남자가 될래!
리온 ......(안은 채로 표정)
S#33 쌍리 / 리온의 방 (아침)
리온 떠올리며 씁쓸한 미소가 생기는데....
갑자기 문이 벌컥 열리며 지순영이 들어온다.
리온 !!! (당황해서 얼른 노트북 닫으며) 아, 엄마 쫌! 노크요! 노크!
지순영 왜 덮어. 왜 숨겨. (손에 들고 온 포스터 두루마리로 아들 등을 패며)
야동 봤지. 야동 봤지, 너!
리온 아, 내가 청소년이야? 엄만 내 수준을 뭘루 보구 진짜!
지순영 니 수준을 어떻게 봐? 이렇게 본다, 이렇게! (하며, 포스터
쫙 펼치면, 7부에 나왔던 야한 여자 사진!)
리온 !!! (당황) 그...그...그거슨...!
지순영 하구 한날 눈가에 다크서클이 내려앉길래, 작업이 고된가부다,
저러다 내 자식 팬더 되고 말지, 가슴이 미어지구 찢어졌구만,
(포스터 바닥에 패대기치고, 노트북 열려 하며) 밤새 뭔 짓을 하는
거야, 너? (리온은 엄마! 엄마! 필사적으로 막고) 밤새 뭘 보는
거냐고, 대체!
아들을 털어내고 기어이 노트북 뚜껑을 열고 보면,
노트북 화면에 가득 찬 남매의 사진.
지순영 (컥! 당황) 리....리온아...미...미안하다...
리온 (울먹울먹) 동생 걱정하는 오라버니 맘도 몰라주고....
(크허헝! 손등을 코밑에 갖다 댄 채 뛰어나가고)
오대오 (그런 리온과 스쳐 들어오며) 왜 저래?
지순영 (미안한) 아, 아니 내가 뭘 좀 오해해서...
오대오 안 그래도 밤샘 작업으로 힘든 애한테, 쯧! (하며 돌아서다가,
바닥에 떨어진 포스터를 발견하고는 스리슬쩍 주워가려는데)
지순영 (꽥) 그건 왜 가져가!
오대오 (움찔!)
지순영 (포스터 홱 낚아채며) 나와서 장사 준비나 해! (나가고)
오대오 (쩝! 아쉬운 입맛 다시며 나가려다가, 문득 노트북 화면에 뜬
남매사진에 시선이 가는, 보며, 표정) ......
S#34 쌍리 / 주방 (아침)
지순영 (구이용 고구마 열댓 개쯤 호일에 싸서 스텐 쟁반에 올리고 있는 중)
오대오 (들어와 아내 옆에 서며) 저기...리온이...말이야....
지순영 (호일 작업 몰두하며, 무심히) 리온이가 왜.
오대오 설마...아니겠지?
지순영 뭐가아?
오대오 그러니까....리온이가.....리진이를....
지순영 ? (봤다가, 알아채고 질색하며) 이이가 미쳤어 증마알!!
오대오 아니... 전석이 작가랍시고 여기저기 듣고 다니는 소문이 많잖아.
언젠가 한 번, 그쪽 집안 이야기가 가십 잡지에 실린 적도 있고.
불안해서 그러지.
지순영 ......(있다가) 아, 쓸데없는 소리 말고, 맥주통이나 씻어 놔.
(고구마 쟁반 들고 나가고)
오대오 ......(보다가, 불안한 마음 떨치듯 맥주통 쪽으로 움직이고)
S#35 쌍리 홀 (아침)
주방에서 나오는 지순영. 화목 난로 문을 열고, 고구마 쟁반을
불 안에 집어넣는. 불 조절하듯 나무를 좀 뒤적여주고,
난로 문 닫고 일어서다가 멈칫, 뜰 쪽을 보면,
리나에게 사료를 주고 있는 리온의 뒷모습.
지순영 ......(바라보며, 어쩐지 불안해지고)
S#36 쌍리 뜰 (아침)
사료를 잘 먹지 않는 리나의 머리를 쓰담쓰담해주고 있는 리온.
리온 왜 그래? 왜 안 먹어? 너도 언니가 보고 싶냐? (리나 왈~! 짖으면,
웃으며) 그르게...벌써 보고 싶고 난리야, 그치? 오빠가 그냥....
재벌 노인네 주치의 하라고 할 걸 그랬나보다....(쓸쓸한 미소가
생기는데, 휴대폰 벨소리, 확인하고 받으며) 네, 편집장님.
편집장 (F) 혹시 오늘 낭독회 암행 나갈 생각이야?
리온 ? 낭독회요? 그거 무산됐다고 하지 않았어요? 예약한 장소가 갑자기
내부수리 들어갔다면서요.
S#37 편집장 실 + 쌍리 뜰 (아침)
편집장 (책상 끝에 엉덩이 걸치고 앉아 모닝커피를 마시며 통화 중)
야야, 말도 마. ID엔터가 니 소설 판권전쟁에 제대로 참전했어.
리온 (ID엔터란 말에 멈칫, 표 안 나게 반응)
편집장 낭독회가 무산됐다는 정볼 어디서 들었는지, 팬클럽 측에 지네
회사 프랜차이즈 카페를 장소로 제공해주고, 식음료까지 전부
무료로 제공해준다고 했댄다.
리온 ID엔터면....승진그룹 계열사 맞죠?
편집장 그래. 혹시 모르니까 가지 마. 또 아냐? 니 신상까지 털렸을지?
어쩐지 느낌이 쎄해.
리온 (표정에서)
S#38 도현의 집 외경 (낮)
S#39 도현의 집 / 주방 (낮)
도현과 안실장 식탁 위에 커피 잔을 놓고 마주 앉아 회의 중이다.
안실장 부사장님의 제안을 어제 팬클럽 측에 전달했습니다.
흔쾌히 받아들여 오늘 예정대로 낭독회를 진행한답니다.
도현 잘 됐군요.
리진 (빈 머그잔을 들고 들어오다가 멈칫 서는, 안실장에게)
죄송해요. 회의 중이신지 몰랐어요.
안실장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커피 방금 뽑았습니다. 드세요.
리진 네. (도현 쪽 안 보고 싱크대 쪽으로)
도현 (보며, 어제 일이 미안한) .......
안실장 ......? (두 사람의 심상찮은 기류를 감지하고 보는데)
도현 그래서 오메가 작가가 낭독회에 참석할 확률은 어느 정돕니까?
리진 ! (커피 따르다가 멈칫, 오메가?)
안실장 편집장 말로는, 한 번 무산됐다가 다시 잡힌 일정이라
못 올 확률이 99프로랍니다.
리진 (안심하고, 다시 커피 따르는)
도현 그래도 가봐야죠. 1퍼센트의 가능성이 있으니까.
부탁드렸던 오메가 작가 사진은 입수했습니까?
안실장 그게...편집장이 협조해주지 않는 한, 사진을 입수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다만 들은 소문에 의하면...
# 인서트 (7부 4씬)
리온 (안실장 귀에 대고 작게) 소문이 그래요. 외모가 완전 원빈 급이래요.
안실장 .....랍니다.
리진 (순간 마시던 커피를 푸욱—내뿜는)
도현 (뒤집어 쓴 채 리진을 보는)
리진 죄, 죄송해요. (냅킨 가지러)
도현 (안실장에게) 가시죠. 일단 가서 원빈 닮은 사람을 찾아봅시다.
안실장 (난감한 표정으로) 저기....실은 제가 오늘은 부사장님을 모시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갑자기 다른 일정이 생겨서요.
저.....그래서....말인데요....(하며 스윽 리진쪽을 본다)
도현 (안실장 시선 따라 리진을 보면)
리진 (냅킨으로 테이블 위에 튄 커피 닦고 있다가, 느껴지는 시선에) ?
왜요. 왜 날 보는데요.
안실장,도현 ......
리진 이 분들이 진짜! 액받이 무녀에, 비서 위장까지 해줬으면 됐지,
뭘 더 하라는 거예요, 나한테!
안실장 (눈빛 간절) 계약서 1조 2항. 을은 계약된 기간 동안 불가피한 경우를 제외하고 갑의 곁에서 24시간 보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리진 불가피해요! 절대 불가피해요! (홱 외면하고 나가버린다)
S#40 도현의 집 / 거실 (낮)
리진 주방에서 나와 2층 계단으로 향해 가는데,
주방에서 들려오는 두 남자의 대화 소리.
안실장 (E) 부사장님 혼자 정말 괜찮으시겠습니까?
도현 (E) 괜찮습니다. 걱정 마세요.
안실장 (E) 그러다 혹시 페리박이라도 튀어나오면....(대놓고 리진
들으라는 소리) 하긴 뭐 나타나봤자 폭탄 밖에 더 던지겠습니까?
리진 (에이 씨....두 눈 질끈 감았다 뜨고는 다시 주방으로)
S#41 도현의 집 / 주방 (낮)
리진 (빠르게 들어오며) 계약서 4조 1항. 갑과 을은 대외적으로
부사장과 비서의 관계로 위장할 때 외에는, 어디까지나 대등한
관계임을 주지한다. (도현을 탁 보며) 맞죠?
도현 맞습니다.
리진 오늘 함께 가주는 대신, 나도 조건이 있어요.
도현 말씀해보세요.
리진 매일 하루 한 시간, 나한테 차도현씨를 상담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도현 (멈칫) 치료는 필요 없다고 말씀 드렸을 텐데요.
리진 치료가 아니라 친구가 되자는 거예요. 콜?
도현 친구도 필요 없다고 말씀,
리진 (OL) 알았어요. (돌아서며) 그럼 저는 다시 존스홉킨스로,
도현 (OL, 저도 모르게 리진의 팔을 잡는)
리진 콜?
도현 ......
리진 콜?
도현 ......(마지못해) 콜.
안실장 (리진이 맘에 들어 피식 웃는)
S#42 레스토랑 (낮)
안실장 안으로 들어와 눈으로 누군가를 찾는다.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던 신화란이 안실장을 발견하고 손을 든다.
안실장 (다가와 목례하는) 늦어서 죄송합니다.
신화란 할 일 없는 사람이 먼저 와 기다려야지 어쩌겠어. 앉아.
안실장 (맞은 편 자리에 앉고) 그런데 갑자기 무슨 일로 저를...
신화란 (차 마시며) 어젠가, 그젠가, 우리 노친네 서재에서 꽤 오랫동안
얘기하던데, 대체 무슨 얘길 한 거야? 아니 뭐 내가 들을려구
해서 들었던 건 아니구, 지나가면서 얼핏 들으니까 우리 도현이
얘길 하는 거 같길래.
안실장 죄송하지만 그건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신화란 (매섭게 보며) 안실장 혹시, 우리 노친네가 도현이 옆에 붙인
스파이야? 그래서 노친네 서재에 정기적으로 들락거리는 건가?
우리 도현이 고자질하러?
안실장 (덤덤하게) 그럴 리가요.
신화란 (느닷없이 버럭) 안실장! 대체 당신 누구 편이야?!!
안실장 (놀라서 보면)
신화란 우리 도현이 편이야? 아님 노친네 편이야?
흑인지 백인지 사람 헷갈리지 않게 태도 분명히 해.
안실장 (무거운 한숨 참으며) 사모님.
신화란 우리 도현이, 한국에 믿을 사람이라곤 나랑 안실장 달랑 둘 뿐이야.
만에 하나 우리 도현이 뒤통수쳤다간 내가 가만 안 있어. 알아들어?
안실장 ....명심하겠습니다.
신화란 도현이한텐 내가 이런 말 하더라 소리 일절 하지 말고. 그만 가봐.
안실장 그럼....(자리에서 일어나는데, 그 위로)
신화란 (E) 우리 애 마음에 상처주지 마.
안실장 (멈칫, 보면)
신화란 (안실장 보지 않은 채로, 눈가 붉어져서)
되도록 혼자 두지도 말고. 걔...불쌍한 애야.
안실장 (이 여인도 어미였구나...연민으로 보는 데서)
S#43 카페 외경 + 도현의 자동차 안 (낮)
카페 문에 ‘Closed’라는 팻말이 걸려있고, 적당한 곳에
“오메가 팬클럽 <메가사랑> 정기 낭독회. 협찬 : ID엔터테인먼트(주)”
라고 적힌 플랜카드가 걸려있다. 그 위로 들려오는,
낭독자 (E) 꺄아아악~~!! 처절한 비명과 함께 K의 악몽이 되살아난다!!!
S#44 카페 안 (낮)
암막 커튼으로 빛이 차단된 실내, 군데군데 촛불이 밝혀져 있고,
어스름한 빛에 일렁이는 그림자 때문에 더욱 음산한 분위기.
무대 위. 핀 조명 아래 전기수처럼 실감나게 팬픽을 낭독하는 낭독자!
낭독자 (낭독보단, 원맨쇼에 가까운) 오늘도 눈을 뜨면 낯선 곳을
달리는 K! 잃어버린 기억!! 되풀이되는 악몽!! 실체를 알 수
없는 추격자!! 헉~헉~헉~쫓고 쫓기는 달밤의 서스펜스~!!!
도현 .... (청중 속에서 제법 몰입해있다가)
낭독자 콰콰콰쾅~~!!! (흠칫, 놀라는 도현과 좌중) 순간 K를 덮쳐오는 검은
그림자!!! 안 돼! 다가오지 마!! 다가오지 마!!!! 넌 내 몸을
지배할 수 없어!!!! 공포의 극한에서 마침내 정체를 드러낸 추격자!!
아니, 너는?!!!! (잔뜩 긴장하고 있는 좌중인데) 다음 회에 계...속....
좌중 (아아아~깊은 탄식과 함께 안타까워하는데)
순간 암막 커튼이 걷히며, 환해지는 실내.
주최자 (낭독자 마이크 받고) 수고하셨습니다. 메가사랑 팬픽계의 거성이신,
감마리놀렌산 님의 팬픽, <달맞이꽃 종자유 살인사건> 낭독을
끝으로 정모 공식식순을 마치겠습니다. 테이블에 다과가 준비되어
있사오니, 느긋하게 즐기시다 가시기 바랍니다.
도현 (나름 긴장했던지 목을 풀며) 낭독회라는 거 처음 와봤는데,
생각보단....재밌군요. (하며 옆자리의 리진을 돌아보다가, 움찔) !
리진 (목도리로 얼굴을 둘둘둘 감고, 선글라스를 낀 채 앉아있는)
도현 (무거운 한숨) 도대체 이러는 이유가 뭡니까?
리진 (팔짱 끼고 앞만 보는 채) 내가 차군의 비밀을 지켜줘야 하는 것처럼,
비밀을 지켜줘야 될 사람이 있거든요.
도현 근데...지금 그 상태가 더 튄다는 생각은 안 해보셨습니까?
리진 선글라스를 반쯤 내리고 실내를 둘러본다.
안실장 (E) 편집장 말로는, 한 번 무산됐다가 다시 잡힌 일정이라
못 올 확률이 99프로랍니다.
리진, 됐어, 고개를 한 번 끄덕이고는 선글라스를 벗고,
목도리를 훌러덩 벗는 순간, 카페의 문이 열리며 리온이
들어온다!
리진 !!! (경악하며 다시 목도리로 얼굴 둘둘 말고는, 도망가려는데)
도현 ? (잡으며) 어딜 가시는 겁니까?
리진 (숨으며) 오...오빠가 왔어요.
도현 네? (돌아보면)
일각> 회원 몇이 리온을 알아보고 ‘알파리포산님, 오셨군요!’
인사하면, ‘제가 많이 늦었죠, 글루코사민님, 비타민님, 스쿠알렌님,
클로렐라님. 아, 감마리놀렌산님 낭독 진짜 듣고 싶었는데....’
안타까워하는 리온. (*팬클럽 회원들의 닉네임은 모두 영양제 이름)
도현 오빠분이 왜 여길.
리진 아 오빠가 오메가 작가, (하다가) 팬이니까 왔겠죠.
도현 근데 왜 도망갑니까?
리진 (답답) 지금 저는 미국에 가 있는 걸로 되어 있어서,
들키면 절대 안 된단 말이에요.
도현 !!! (그제야 깨닫고는) 나가죠 그럼 (코트자락으로 리진을 가린 채로
조용히 나가려는데)
리온 (뒤에서, E) 응? 설마....페리....?
도, 리 !!!! (움찔)
리온 페리박, 맞죠? (도현을 보고 반색하며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는)
리진 !!!! (미치겠는데)
도현 뒤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빨리 도망가요. (리진의 등을 떠밀고는,
리온을 향해 돌아서며, 반갑게) 오리온씨!
리진 (그 틈에 목도리 뒤집어쓴 채 얼른 문 쪽으로 달려가고)
리온 이야~~ 페리씨를 이런 데서 다 만나네요? (하다가) 응? 근데,
방금 나간 여자분, (하며 리진 쪽을 보려는 순간)
도현 ! (얼른 리온의 얼굴을 양손으로 꽉 붙들며, 자신을 보게 하는)
이렇게 만나니 정말 반갑네요. 여긴 어쩐 일이세요
리온 ! (잠시 당황했다가, 수줍) 아우, 사람도 많은데, 짓궂으셔라.
도현 (리진이 무사히 밖으로 나갔는지 슬쩍 창밖을 보고)
S#45 카페 밖 (낮)
간신히 도망 나온 리진, 카페 창에 달라붙어 안쪽 기색을
살펴보면, 하하하하! 웃으며 도현의 손을 끌고 이동하는 리온의
모습이 보인다. 젠장....자리가 길어질 것 같고.
S#46 카페 안 일각 (낮)
일각에 앉아, 적당음료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도현과 리온.
리온 (마시던 음료 켁 걸리며, 놀라) 오메가 작가를 만나러 오셨다구요?
도현 네. 낭독회에 가끔 암행 나온다는 정보를 입수해서 와보긴 했는데...
얼굴을 모르니 찾기가 힘드네요. 소문에는 원빈급 미남이라는데....
리온 (흐뭇한 미소)
도현 (주위를 둘러보며) 아무리 둘러봐도 짐작 가는 사람이 없네요.
리온 (표정 짜게 식는)
도현 사실 원빈급 외모가 그리 흔하겠습니까. 뜬소문이겠죠.
리온 ......(식은 채로)
도현 근데 오리온씨도 오메가 작가 팬이신 줄은 몰랐습니다.
그럼 웬만한 소설은 다 읽어 보셨겠군요.
리온 그럼요. 지금은 희귀본이 된 처녀작 ‘쌍둥이 교환살인’부터
요즘 인기리에 연재중인 ‘지하실의 아이’까지 안 읽어본 게 없죠.
도현 저런, 아쉽게도 방금 말씀하신 두 작품만 아직 못 읽어봤네요.
리온 아니, 지하실의 아이를 아직도 안 읽어보셨단 말이에요?! (뻔뻔)
완전 흥미진진하고 퀄리티 쩌는데.....
도현 그렇게 재미있습니까? 어떤 내용인데요?
리온 아, 이거 스포일러 날려도 되나? (해놓고는, 느닷없이)
남자아이와 여자아이가 있습니다. 둘은 이웃사촌으로,
어릴 때부터 남매처럼 자랐어요.
도현 (진지) 아아....
리온 근데 어쩐 일인지 여자아이는 지하실을 무서워합니다.
도현 (순간 표정 미묘하게 굳는)
리온 여자아이의 부모는 아이의 공포를 없애주기 위해 자주 지하실
심부름을 보내죠. 그럴 때 마다 여자아이는 남자아이에게
부탁합니다. 함께 가달라고.
S#47 플래시백 (쌍리 지하창고 / 밤)
달빛이 스며들어오는 어두운 지하창고 안.
어린 리온과 어린 리진이 겁에 질린 표정으로 서로 손을
꼭 잡은 채 조심조심 안으로 들어온다. 그 모습 위로,
리온 (E) 남자아이는 함께 가줍니다. 실은 자신도 지하실이 무서운데
말이죠.
그때 바람소리와 함께 쾅! 하고 닫히는 지하실의 문!
순간 아악--!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주저앉는 두 아이.
S#48 카페 안 일각 (낮)
도현 (순간 어쩐 일인지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한다)
리온 (모른 채로) 그러던 어느 날 남자아이는 궁금해집니다.
우린 왜 지하실을 무서워하게 됐을까. 남자아이는 알아내죠.
자신이 왜 지하실을 무서워하게 됐는지를...
(F.C) 지하실. 공포에 질린 어린 도현을 향해 다가오는 검은 그림자!
도현 (식은땀이 흐르며, 두통이 시작된다)
리온 그러나 여자 아이는 끝내 기억해내지 못합니다.
도현 (한 손으로 이마를 움켜쥐며 괴롭고)
리온 순간 남자아이는 결심합니다. 여자아이 대신 자기가 그 이유를
찾아내주겠다고....어때요? 재밌을 것 같, (하다, 심상찮은 도현을
발견하고, 놀라) 차도현씨, 왜 그래요? 괜찮아요?
도현 (두통을 참으려 안간힘) 괘...괜찮습니다. 잠깐....물 좀 마시고
오겠습니다. (일어나려는데)
리온 (도현의 어깨를 잡아 앉히며) 앉아 있어요. 내가 갖다 줄 테니까.
얼른 일어나 생수 비치대로 가는 리온. 리온이 자리를 비운 사이
어떻게든 몸을 일으켜 나가려고 하는 도현. 그러나 더욱 거세지는
두통. 머리를 감싸 안고 주저앉으려는 순간, 누군가 도현의 팔을
탁 낚아챈다. 보면, 리진이다!!!
리진 괜찮아요? (침착하게) 안심해요. 내가 있으니까.
주위의 눈치를 살피며 조용히 도현을 데리고 나가는 리진.
잠시 후. 물잔을 들고 돌아오는 리온. 그러나 빈 테이블.
주변을 둘러보지만 어디에도 도현의 모습은 없고.
물잔을 내려놓고는 밖으로 뛰어나가는 리온.
S#49 카페 앞 (낮)
문밖으로 달려 나와 주변을 둘러보던 리온, 저만치 도현을
차에 태우고 있는 여자의 뒷모습을 발견한다. 미간을 모으고
보면, 도현을 태운 조수석 문을 닫고는 곧바로 운전석에 오르는
여자의 얼굴, 리진이다!
리온 !!!!! (순간 띵....해지며) 리진이....?
순간 도현의 차를 향해 달려가는 리온. 그러나 이미 출발해서
멀어지는 차. 잽싸게 몸을 돌려 자신의 차를 향해 달려가 보지만,
누군가 이중주차를 해놓은. 신경질적으로 트렁크를 퍽! 치고는,
리진이 사라진 쪽을 바라보는데서.
S#50 달리는 도현의 차 안 (낮)
리진이 운전을 하고 있고, 조수석에 앉아있는 도현 머리를
감싸 쥔 채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리진 차도현씨? 괜찮아요?
도현 (안 괜찮지만) 괜찮습니다.
리진 조금만 참아요. 금방 집에 도착할 테니까.
도현 (고통스러운)
리진 차도현씨? 차도현씨 맞아요?
도현 (괴로움을 참으며) 네. 차도현입니다.
리진 (운전하느라 정면 보며, 정신 놓지 말라고, 계속해서 말을 거는)
이제 다 와 가요. 좀만 참아요. 절대 지면 안 돼요. (안심시키려)
집에선 어떤 인격이 나타나도 내가 상대해 줄 테니까 걱정 말아요.
알죠? 내가 차도현씨 인격들 요나 빼고 다 만나봤다는 거?
(대답이 없자 덜컹 불안해져서 옆을 확 돌아보면)
도현 (고개 앞으로 꺾인 채 정지되어 있는)
리진 !! (심장 쿵! 해서) 차도현씨? 차도현씨 맞아요?
도현 ......
리진 차도현씨! 대답해요! 차도현씨! 차도현씨!!!!
요나 (고개 확 쳐들더니) 아 졸(라, 삐—처리) 짜증나, 진짜!
(리진을 홱 돌아보며 꽥) 그만 좀 불러 기집애야!!!!
리진 !!!! (경악!!! 일단 갓길로 핸들 돌리는)
S#51 상암 MBC 근처 갓길 (낮)
끼이이익---갓길에 세워지는 도현의 차!
S#52 상암 MBC 근처 갓길 + 도현의 차 안 (낮)
리진 (요나를 확 돌아보며) 누, 누구야 너?
요나 나? (머리카락 새침하게 귀 뒤로 넘기며) 요나. 안요나.
리진 !!! (눈앞이 아득해지는 위로)
도현 (E) 안요나. 열일곱 살. 요섭 인격의 쌍둥이 여동생.
S#53 플래시백 (13씬에서 이어지는)
도현 석호필 박사님이 붙인 별칭은 고통의 관리자.
리진 (메모하며 듣다가) 고통의 관리자요?
도현 엄청난 고통을 받았지만, 상황을 크게 만들지 않고 조용히
넘겨야 될 경우, 요나가 나타나 그 고통을 흡수합니다.
매사 단순하고 뒤끝이 없기 때문이죠.
리진 (순간 얼굴 환해져서, 펜마저 내려놓으며) 그럼 좀 안심해도 되겠네.
적어도 위험한 인격은 아니잖아요.
도현 (순간 좀 흥분해서) 안 위험해요? 요나가 안 위험하다구요?
저에겐 가장 위험한 인격입니다!
리진 (움찔) 왜..왜..왜요? 그래봤자 열일곱 살 소녀에 불과하잖아요.
도현 (흥분) 바로 그게 문젭니다! 공부엔 관심 없고, 연예인을 꿈꾸며,
아이돌 사생팬 노릇을 하는 열일곱 살 소녀라는 거!
리진 차...차군 흥분하는 거 처음 보는 듯.
도현 (상관없이) 다른 인격들은 되도록이면 자신의 존재를 숨기려 합니다.
자신의 존재를 들키면 융합치료를 받게 될 테고, 융합치료는 곧,
자신들의 죽음을 의미하니까요. 하지만 요나는 다릅니다!
어떻게든 만천하에 자신의 존재를 알리려고 해요!
S#54 상암 MBC 근처 갓길 + 도현의 차 안 (낮)
멍...한 표정으로 요나를 바라보고 있는 리진의 머리에서
날름 헤어핀을 뺏어 자기 앞머리에 찌르는 요나.
그러거나 말거나 멍...할 뿐인 리진.
도현 (강한 말투, E) 요나는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러블 메이커입니다.
나타나면 무조건 붙들어놓아야 합니다. 절대 놓쳐서는 안 돼요!
요나 (차 앞에 달린 거울을 내려 핀 찌른 자신의 얼굴을 요리조리
살펴보다가 짜증) 아씨, 뭐야 이 아저씨 얼굴은. 성형으로 확
갈아버릴까부다. 쯧! (하고는, 뾰루지 짜면서) 아, 안 짜져.
이 지긋지긋한 비립종.
리진 (보다가, 아아...괴로워서 핸들에 그대로 머리를 박고 쿵쿵 찧는데)
어쩐지 느낌이 쎄....한. 고개를 홱 돌려 옆을 보면,
어느새 차문이 열려 있고, 이미 저만치 달아나고 있는 요나!
리진 !!! (사색이 돼서) 안요나!!!! 거기 서!!! (날듯이 뛰어 내리고)
S#55 상암 MBC 근처 길 (낮)
냐하하하~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는 요나.
그 뒤를 미친 듯이 쫓고 있는 리진.
그러나 남자의 주행력을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는 리진.
헉헉...잠시 쉬었다가, 뛰었다가, 멈췄다가, 하며 겨우겨우
쫓아가고, 시야에서 아예 사라져버리는 요나!
S#56 상암 MBC 근처 (낮)
달려와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리진. 그러나 요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눈앞이 아득해지는 리진인데, 문득 바닥에 떨어진
머리핀(리진에게 뺏은)을 발견하는. 순간 ‘이 주변에 있다!!’ 촉이
서는 리진, 머리핀을 주워들고는 다시 한 번 주위를 둘러보다가
멈칫 어딘가에 시선이 고정되는. 보면, 저만치 섹션TV촬영 차량과,
조명, 모여든 인파가 눈에 들어오는!
S#57 상암 MBC 앞 (낮)
아이돌 그룹 ‘록키스’가 인파와 환호에 둘러싸인 채 여자 리포터와
거리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섹션TV 연예통신 ‘스타팅’
코너 정도)
록키스 안녕하세요, 록키습니다!
리포터 와, 반갑습니다, 록키스 여러분! 2집 정규앨범이 나오자마자
음원차트 줄 세우기에 성공하셨는데요,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다른,
록키스만의 차별점이 있다면 어떤 걸까요?
제아이 음...아무래도 저희 음악이 터프해서 그런지, 다른 아이돌 그룹과는
달리 남성 팬 분들도 많이 계신다는 게, (하는 순간)
요나 (E) 비켜--!! 다 비켜---!!
소리에 놀라 보면, 인파를 좌우로 헤치며 안으로 파고드는 요나!
요나가 좌우로 팔을 휘두를 때마다 그 엄청난 완력에
마치 쓰나미가 지나간 듯 바닥으로 쓰러지는 사람들!
요나 (맨 앞줄로 튀어나와, 손나팔 만들어 입에 대며) 오빠!
제아이 오빠! 여기 좀 봐주세요, 여기 좀!
제아이 (멀쩡하게 양복을 차려입은 도현 모습에 움찔,
애써 썩은 미소 날리며) 아. 예....감사합니다.
리포터 와, 정말 열정적인 남성 팬이시네요. 한 번 앞으로 모셔볼까요?
(요나에게) 괜찮겠습니까?
요나, 너무 좋아서 사정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카메라 앞으로
뛰어나가려는 순간, 어디선가 날아와 요나의 뒤통수를 정확히
맞추고 떨어지는 운동화 한 짝! 사람들 놀라서 보면,
한 쪽 운동화만 신은 채 헉헉대며 서있는 리진!
리진 (헉헉...손가락 까딱까딱) 존 말로 할 때 일루 와.
요나 (운동화로 맞은 뒤통수 부여잡고) 너 죽을래 진짜!!
리진 (다가와 요나를 낚아채 가며, 사람들을 향해) 죄송합니다.
술을 좀 드셔가지구요. (인파를 헤치며) 죄송합니다,
지나가겠습니다. (하며 광장 한복판으로 요나를 끌고 나온 순간)
요나 (리진의 머리채를 확 잡아채는)
리진 (잡힌 채로 비명) 아악---! 이거 놔. 이거 안 놔?
요나 안 놔! 못 놔! 니가 뭔데 내 방송출연을 막어! 니가 뭔데! 뭔데!
리진 (버둥대다가 어쩔 수 없이 요나의 머리채를 잡아채는)
요나 (잡힌 채로 비명) 아아악--! 아우, 이 싸나운 기집애! 놔. 이거 안 놔?
리진 (울고 싶은) 너부터 놔! 그럼 놔줄 테니까.
요나 (발로 리진 다리를 퍽퍽 치며) 못 놔. 내가 왜 놔!
너 이 기집애 오늘 죽었어!!!
순간 ‘남자가 여자를 팬다!!!!’ 외치며 두 사람을 향해 달려오는 인파!
한순간에 버림받은 록키스는 당황스러워서 어쩔 줄을 모르고.
이 세기의 명장면을 담기 위해 여기저기 휴대폰을 꺼내드는 사람들!
리진 (요나와 몸싸움 벌이는 와중에도 사람들을 향해) 찍지 마세요!
찍지 마시라구요! 나중에 법적 책임을 물을 겁니다? 분명히
경고했어요? 거기요, 찍지 말라니까요!!! (소리치는 순간)
요나 (그 틈을 타서 잽싸게 빠져나가는)
리진 (!!!) 안요, (나, 부르려다가) 차군 거기 안 서욧?!!! (쫓아가고)
달리는 채로 뒤를 돌아 리진을 향해 혀를 날름 내밀고는
다시 돌아서는 순간, 정면에 서있던 광고판에 그대로 충돌하는 요나!
그대로 뒤로 넘어가며 화면에서 사라지는데서.
S#58 전철역 플랫폼 (밤)
빠앙----철로 위를 달리는 전철.
전철이 지나가고 나면, 그제야 보이는 벤치 위의 도현과 리진의 모습.
코는 솜으로 틀어막고, 봉두난발을 한 채 넋을 놓고 멍...하니
앉아있는 리진. 그런 리진의 무릎을 베고 누워있는 도현.
코는 역시 솜으로 틀어막았고, 역시 봉두난발에 몸 위에는 추울까봐
리진이 덮어준 신문지. 비주얼만 보면 두 사람 모두 딱 노숙자.
어느 순간 팟! 눈을 뜨는 도현. 벌떡 일어나 주변을 둘러보는데,
리진 일어나셨어요?
도현 ! (보면)
리진 (맥없이 보며) 삼십 분만 더 기다려보구 그래도 차군이 안 돌아오면...
병원으로 데려가려고 했어요.
도현 전철역엔 왜....
리진 차는 견인 되고, 차군 신분 노출될까봐 바로 병원에는 못 데려가겠고,
날은 춥고, 해서 선택한 장소가 여기예요. (손바닥으로 자신을 툭툭
치며) 그래도 24시간 케어해줄 의산 있으니까.
도현 (미안하고, 괴로운 심정에 두 눈을 질끈 감아버리는데서)
S#59 거리 (밤)
아무 말 없이 나란히 걸어오고 있는 도현과 리진.
전쟁을 치룬 후에 지치고 허탈한 느낌.
도현 ......(침묵을 깨고) 죄송합니다.
리진 ......나도 오늘 주치의로서 잘 한 거 하나도 없는데요 뭐.
도현 아닙니다. 오늘 제 옆에 오리진씨가 없었다면....
지금쯤 제 정체가 전국에 생중계됐을 겁니다.
리진 오늘 대체...무슨 일이 있었던 거예요?
도현 (보는)
리진 엄청난 고통을 느꼈지만 조용히 넘겨야 될 경우에, 요나가
나온다면서요. 오늘....어떤 엄청난 고통이 있었는데요?
도현 ......
리진 아까 우리 오빠가 차군한테 뭐 안 좋은 말 했어요?
도현 ......
리진 아니면....저번에 그 여자분...때문이에요?
도현 ......
리진 (포기하는) 됐어요. 언제는 뭐 내 질문에 대답해 준 적 있나요.
친구가 싫으면 더 이상 하자고 안 할게요. 저도 그냥 부자만 될게요.
도현 (멈추며 표정)
리진 궁금한 건 나중에 세기 만나면 물어보죠 뭐. 세긴 그래도 나한테
말은 해주거든. (저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지 하고 싶은 말만 해서
문제지만.
도현 (순간 리진의 팔목을 잡는)
리진 (멈추고 보는)
도현 한 잔 할래요?
리진 ......!
도현 어제 술친구 해주신다고 했잖아요.
리진 술이랑 친구...둘 다 안 좋아하시잖아요.
도현 하루 한 시간 하기로 한 상담...
(미소) 오늘부터 시작하는 셈 치죠 그럼.
리진 ......! (보는데서)
S#60 오뎅 바 (밤)
도현과 리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오뎅 바 앞에 앉아 맥주를
마시고 있다. 막 비운 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는 도현.
리진 와, 이렇게 잘 마시는 사람이 그 동안 어떻게 참았대?
하긴 세기랑 페리박이 알아서 충족시켜 줬겠지만.
도현 자, 뭐부터 시작할까요, 선생님.
리진 (당황해서) 네?
도현 상담이요. 궁금한 게 있으면 질문하세요.
리진 아니 첫날부터 뭘 이렇게 훅 치구 들어오시나. 오늘은 그냥,
도현 (OL) 먼저 어제 일을 설명 드리고 사과하는 게...먼저겠죠?
리진 (궁금하면서 괜히) 아니 뭐....꼭 알고 싶은 건 아닌데....
도현 어제는 죄송했습니다. 어제 본 그 친군...스터디 때 설명 드린 대로
제 육촌형 약혼녀가 맞고....그리고...제 첫사랑이 맞습니다.
리진 (짐작했지만) 아아...첫사랑...(맥주 벌컥벌컥 마신다)
도현 나한테 참 잘해줬고, 그래서 나도 좋았고, 근데 그게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그저 내가 기준이 형 육촌동생이라 잘해줬을 뿐이라는 걸
알았고...그래서 아팠고....(웃으며) 그래서 접었습니다.
리진 어제 눈빛은 그게 아니던데에...? 첫사랑이 그렇게 쉽게 접히나 어디.
도현 내가 DID임을 알게 된 후로....누군가를 좋아하거나 마음에 품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러면...그들이 위험해지니까요. 그래서인지,
채연이를 보면...누군가를 마음껏 좋아할 수 있었던 때의 내가...
떠올라요.
리진 (보면)
도현 어쩌면 내가 사랑한 건 채연이가 아니라....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었던 그때의 내가 아니었나 싶어요.
리진 ......
도현 (어깨 으쓱) 답이 됐나요?
리진 (같이 어깨 으쓱) 물은 적이 없는데?
도현 (벽시계를 보며) 약속한 상담시간 이제 삼십 분밖에 안 남았습니다?
리진 ! (어이없는) 아니지. 이건 상담이 아니라 사담이지, 사담.
할 거면 지금부터 시간 정하고 제대로 해야죠.
도현 좋습니다. 그럼. (리진의 팔목을 잡아 시계를 보며) 잘 기억해두세요.
2015년 1월 29일. 오후 10시. 첫 상담 시작 시간.
리진 ! (순간, 도현의 모습과 겹쳐 떠오르는)
세기 (F.C-1부 59씬 편집) 기억해. 2015년 1월 7일 오후 10시 정각.
내가 너한테 반한 시간.
리진 (설마해서) 신세기.....?
도현 (표정 굳으며) 차도현입니다.
리진 아아...맞다. 차군이다, 차군. 내가 취했나보다 또. (마시고)
도현 (보다가) 오리진씨.
리진 네?
도현 혹시 은근히 세기가 나와 주길 바라는 거 아닙니까?
리진 (어?) 방금 질투했죠.
도현 (정색) 안 했습니다.
리진 (놀리듯) 에이--살짝 했는데 뭐얼.
도현 안했습니다. 리진 와아, 웃긴다. 자기 자신을 질투해 막.
도현 안했습니다. 안했다구요!
리진 깔깔깔. 놀려먹는 재미가 있다니까.
그렇게 투닥거리며 마시는 두 사람에서.
S#61 집으로 가는 길 (밤)
도현과 리진, 살짝 취기가 도는 얼굴로 수다를 떨며 걸어오고 있다. 문득 걸음을 멈추고 하늘을 올려다보는 리진.
리진 어? 눈 내린다! (신나서) 눈이다 눈!
도현 ......(그런 리진을 보며)
리진 와아, 차 견인되길 잘 했네. 술 먹었겠다, 눈 오겠다,
있어봤자 짐이었겠네. 그쵸?
도현 ......(보다가) 오리진씨.
리진 (보며) 네?
도현 한 가지만 물어봐도 됩니까?
리진 (짐짓 손목시계 보며) 음....상담 시간은 이미 끝났지만 난 꽤
괜찮은 의사니까, 콜!
도현 오리진씨는 왜....제 옆에 남기로 한 겁니까.
리진 (멈칫, 보는)
도현 연민입니까. 아니면 혹시...(잠시 사이를 두었다가) 나를 통해 세기를
보기 위해섭니까.
리진 ......(보다가 피식) 본인한테 그렇게 자신이 없어요?
도현 (그저 대답을 기다리듯이 보며) ......
리진 ....(웃으며) 굳이 말하자면 요섭이 때문이라고 할 수 있겠네.
도현 (예상치 못한 대답이다) 요섭....이요?
리진 (내리는 눈을 바라보며) 힘들 때 사람들은 대개 help me라고
하잖아요? 도와달라고. 근데 요섭이는 아니었거든.
help me 대신 Kill me라는 메시지를 남겼거든 나한테.
# 인서트 (7부 27씬)
요섭의 그래피티 아트 위에 써있던 ‘Kill me’라는 글자.
리진 죽여 달라는 그 말이 나한텐...살려달라는 절규처럼 들리드라구요.
도현 (결국은 연민이네, 시선 거두는데).....
리진 그리고 차군 때문에.
도현 (멈칫 정지되는)
리진 내 결심이 살짝 흔들렸을 때 차군이 잡았잖아요. 이미 넘어온
공은 절대 못 돌려준다고. 그때 차군 멋있었어요.
도현 ! (본다)
리진 누가 그러더라고요. 도움을 주는 때는, 주는 사람이 아니라,
받는 사람이 정하는 거라고....차군이 공 안 돌려준다고 했을 때,
아, 차군이 정말 날 필요로 해주는구나 싶어 기분 좋았어요.
도현 오리진씨는...제 안에 살고 있는 인격들이...안 무섭습니까?
리진 이젠 별로 안 무서워요.
도현 오늘 요나한테 그렇게 당했는데두?
리진 뭐 쫌 힘들긴 한데, 어쨌든 모두하고 친해지고 싶어요.
위로도 해주고 싶고, 해줄 말도 있어서요.
도현 (멈칫 본다) 위로와 해줄 말.....?
리진 네. (돌아보며, 밝게) 앞으론 Kill me라는 말 대신 heal me라는
요청을 보내라. 그런다 해도, 너희들은 죽는 게 아니라 여전히
(도현의 심장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이 안에 살아 있는 거다.
대신, 더 이상 흩어진 조각이 아니라, 제 자리에 꼭 맞춰진 퍼즐처럼
더 멋진 그림으로. (도현을 척 가리키며) 차도현이라는 이름의
더 멋진 사람으로.
도현 ......!
리진 웃으며 손가락을 내리려는데, 도현 자기도 모르게 가만히
그 손가락을 잡는다. 리진 ? 도현을 본다. 도현 리진을 보다가
그대로 끌어당겨 입을 맞춰버린다. 리진 놀라 눈이 커진다.
천천히...입술을 떼고 리진을 바라보는 도현.
도현의 눈을 바라보는 리진의 눈이 헤맨다.
세기인가, 도현인가, 확인해보듯.
도현 (대답해주듯) 차도현입니다.
하고는 한 팔로 리진의 허리를 끌어당긴다.
리진 긴장된 표정으로 보다가 눈을 꼭 감는다.
도현 다시 리진의 입술로 천천히 다가가다가....멈춘다.
세기 (E) 명심해. 내 여자를 건드리면, 니 여자가 위험해져.
도현 잠시 있다가....그대로 다시 입을 맞춘다.
오히려 더 리진을 품에 꼭 껴안고서.
두 사람 위로 내리는 눈.
-<킬미 힐미> 8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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