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기사 8
위험해!
오빠, 비켜!
[드라마틱한 느낌의 음악]
[아이 우는 소리]
아, 뭐 해?
빨리 안 와? 씨!
네, 여기 포장마차 앞인데요
빨리 좀 와 주세요! 사람이 칠 뻔했어요
아니요, 아니요 오토바이요, 오토바이
빨리 좀 오세요!
이 프라이팬 네가 던진 거야?
그니까 그렇게 멍하니 서 있으면 어떡해?
내가 어련히 알아서 피할까 봐
진짜 칠 뻔했다니까
야, 야!
어디 가요?
우리 애 자전거 변상해 주고 가야죠
- 그치? - 제가 변상해드릴게요, 아주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꼬마야, 울지 마
더 예쁘고 좋은 자전거 사줄게
일부러 치려고 달려 오는 거 같았어요
내가 보기엔 초보운전 같던데?
아니요, 절대 초보의 폼이나 복장이 아니었어요
번호판도 없는 무등록 오토바이고요
저 CCTV 꼭 좀 확인해 주세요
이건 살인 미수라고요!
- 네, 알겠습니다 - 저, 그리고 이거
제가 증거로 제출합니다
아마 헬멧에 상처가 나 있을 거예요
- 이게 뭔가요, 지금? - 제가 던졌거든요
여자들 백 속에 별게 다 있어 오늘 처음 알았네
뭐 성냥, 병따개 이런 것도 있어?
농담하지 마
- 나 아직도 후들거리거든? - 궁금해서 그러지
프라이팬은 왜 가지고 다녀? 프라이팬 좋아?
너 구해주려고 갖고 다닌다
아, 네
지금 나한테 고맙다는 말을 해야지 이렇게 농담할 때야?
고마워요, 구해줘서
아우, 그 포장마차는 또 왜 닫아가지고, 진짜
내 결백을 주장할 수 없게 만들고
침 뱉고 의자에 눕고 그걸 본 증인이 없네
아, 진짜 말도 안 돼
다음에 또 그러면은 촬영을 해 놓을게
그래라
오토바이 말이야
뭐 사람들한테 원한 산 거 있어?
원한을 샀으면 오토바이 가지고 되겠어?
하긴
아까 나한테 뭐라고 불렀어?
자전거 집어 던질 때
기억 안 나는데?
[핸드폰 집어 드는 소리]
- 난 들었는데 - 어머
어머머머, 얘네 사귀나 봐
와, 제대로 걸렸네 제대로 걸렸어
- 뺴박이네, 빼박 - 누구? 누구?
어머머
[차 다가오는 소리]
[코믹한 느낌의 음악]
왜 또 그래?
진짜 한 집에 살고 있잖아
잠깐 데리고 놀 생각이었는데
벌써 싫증났어
미안하다
이거면 됐지?
[속으로] 문수호의 물건이 필요해
잘 맞으시는데요?
- 점수 좀 따겠죠? - 면접 시험 가세요?
네, 내일요
여자친구 면접
감사합니다
응급실 달려오는 것도 지겹다, 이제
꾀병 아니야?
요로 결석이 애 낳는 것보다 더 아픈데
돌만 빼내면 도로 멀쩡해진대
- 돌은 잘 나온 거지? - 응
근데 좀 의외의 사건이 있어
의외의 사건?
아버지가...
해라 이모를 마음에 들어하시는 거 같아
- 저기, 괜찮으신 거죠? - 네
- 감사합니다 - 네
조금만 참으세요
지금 진통제 들어가고 있고요
안정되시면 바로 CT 찍는대요
- 나 이제 가도 되지? - 어, 이모
오늘 너무 고마워
상가 준다는 거 까먹으면 안 되는데
으이그
걱정하지 마
- 간다 - 응
가지 말아요, 누나
어머어머
누나...
그래서 이모한테 간병인 알바를 부탁했어
내가 얼굴은 20대 후반인데
목에 주름이 좀 있잖니
그러니까 그 노친네한테 누나 소리나 듣고
이모가 무슨 간병인을 해?
사람이나 더 잡지
그 사악한 노친네한테 상가 받아내려면
가까이서 작업해야 하지 않겠니?
작업?
미인계라도 써야지
제발 그만둬, 어?
이번에도 사고 치면 가만 안 둔다, 진짜
걱정 마
해라야
수술하자
응?
생명의 은인이 손을 다쳤는데
봤어?
이리 와
[잔잔한 음악]
앗 따가, 앗 따가
따가워
참아
됐다
괜찮지?
상처 보호 차원에서
응, 아주 괜찮네, 괜찮아
딱 좋네, 딱 좋잖아, 이렇게
아니, 진작 이렇게 해주면 될 거를, 답답하게
오래 손 잡고 있으려고
선수야, 모쏠이야?
선수
선수가 되고 싶은 걸로
잘 자
참, 참
그 메일 보내준 거 그거 너무 고마워
나 그거 때문에 회의 시간에 영웅 됐어
- 그래? - 응
내가 그거 의상 대여 아이템이랑 여행지 연결을 해 봤거든
그랬더니 바로 준비해 보래
나 그거 잘 되면 진짜 해외 지점 좀 나가고 싶어
내가 바라는 건 그게 아닌데
나 벗어나고 싶다고 얘기했잖아 처음 만났을 때부터
기억나
나 그거 괜히 한 소리 아니야 진심이야
진심이면 그 길 가야지
네가 뭘 하든 응원할게
- 고마워 - 아까 구해줘서 고마워
잘 자
날 구해준 거 네가 두 번째야
첫 번짼 누군데?
있어, 미인
- 어머니구나? - 가족 아니야
뭐 수영장 안전요원이겠지, 뭐
그거 체대 형님들이 하는 거고
담임 선생님?
어, 됐어, 나도 안 궁금해
그냥 예의상 궁금한 척 좀 해봤어
질투하는 거 아니지?
질투 하는 거야
질투하면서 왜 해외 지점에 나가고 싶어?
난 너를 위해서 이렇게 돌아왔는데
[잔잔한 음악]
내 인생이 더 중요하니까
정말 네 인생에 내가 아직 없어?
어, 없는 거 같아
있을 거야
잘 찾아 봐
오빠
비켜
이거만 하고
해라야!
나 눈 따가워 죽겠어!
눈에 들어갔나 봐
앗 따가, 앗 따가!
- 앗 따가! - 어떡하라고?
해라야, 나 눈 너무 따가워 들어갔나 봐
- 그냥 떼, 그러면 - 야, 눈...
1800년쯤의 물건들은
남아있는 게 꽤 많죠
박물관 수장고에도 많이 있겠죠?
영, 정조 시대 이후 건
나돌아 다니는 게 더 많아요
재테크 목적으로 사둔 사람도 많고
빌딩 부자, 박 회장이라는 사람도
이거저거 긁어 모으는 걸로 유명한데
이 번호가 맞는 건가?
그 사람 통해서 알아보시든가
[전화벨 소리]
수호 씨, 잘 지냈지?
선생님 시간 괜찮으시면 저희 집에서 저녁 식사 어떠세요?
어, 좋지
연말 지나고 새해 초 어떨까?
좋습니다
뭐 특별히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지도를 펼쳐 놓고
지상권 설정에 대한 얘기를 나누시는 거 같았어요
문수호가 어딜 보고 있는 거지?
오늘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르신
부탁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바빠 죽겠는데 누구야?
누구세요?
안녕하세요
정해라 씨 옷 배달 왔습니다
웬 옷?
어머, 저기요
저, 저기요
해라는 지금 없고요
무슨 옷인지는 모르겠는데 두고 가시면 돼요
아니요, 제가 정리해서 걸어놓고 가야 해요
해라 씨 방이?
우리 한 번 본 적 있죠?
청담동 옷 가게에서
- 기억이 잘 - 샤론 양장점, 맞으시죠?
- 어떻게 아세요? - 늙지 않는 비결이 뭐예요?
해라 꼬마 때 양장점에서 찍은 사진이랑 똑같으시잖아
[긴장감 넘치는 효과음]
왜 대답을 못 하실까?
충분한 수면
수분 섭취, 규칙적인 운동
- 개뿔 - 개뿔이고요
동안 리프팅, 물광 주사, 보톡스
그럼 그렇지
옷은 어디다 둘까요?
아, 옷은 저기 두고 가시면 돼요
목이 말라서 그러는데 마실 거 한 잔만 주시겠어요?
기다리세요
[음울한 느낌의 음악]
그림 멋지네
옛날에도 그림을 좋아했는데
이런 거 못 보셨나 봐?
TV예요
유자차
알아요
누가 모를까 봐
제가 외출 준비로 좀 바쁘네요
옷은 여기 놓고 가시면 돼요
[불길한 느낌의 음악]
어디 계세요?
어머, 여기서 뭐 하세요?
죄송해요, 옷걸이를 찾다가
나오세요 여긴 우리가 쓰는 방이 아니에요
해라 씨 결혼 안 한 걸로 아는데 이 옷들은 다 뭐예요?
설명하자면 긴데
여긴 집주인 방이고
우린 특별 세입자예요
아아
그럼 행랑채 같은 데 세를 치는 거예요?
웬 행랑채?
우리가 이사 갈 집을 집주인네 회사가 사서
당분간 여기서 지내는 거예요
어쩐지
근데 해라 씨 방이
그나마 쓸만한 건 내가 준 옷들이 다네
우리 분이 집에선 구질구질하구나
다 하셨어요?
- 나도 이제 나가 봐야 해요 - 다 됐어요
어머나
이런 옷은 한 벌에 얼마예요?
입어 보실래요?
누나...
[코믹한 느낌의 음악]
이모
옷이 좀 작아 보이는데 안 불편해?
난 이 분위기가 더 불편하다
영미야
네, 아버님
퇴원하자
오늘은 안정을 취하세요
간병인 누나도 모셨는데
왜 쓸데없이 돈을 쓰고 그래?
내가 무슨 간병인이 필요하다고
어머, 가지 말라고 제 손까지 꼭 잡은 게 누군데 이러세요?
- 제가요? - 네
아버님이 어제 해라네 이모한테
- 계속 '누나'라고 하시면서 - 누나?
내가?
제가 한참 동생이거든요?
저한테 누나라고 하지 마세요
귤 드세요
하루 치 일당 계산해 드려
한 달 부탁드렸는데?
벌써 입금됐어요
제가 어릴 때 한의원에서 심부름을 해서
웬만한 병은 다 고치거든요
해라한테 이렇게 웃긴 이모가 있었나?
자세히 뜯어 보면
눈동자가 닮았어요
[영미 코웃음]
영미야
어제 너희 가게 앞에 있던 젊은 여자 못 봤니?
나를 보신 거 같은데?
내가...
꿈을 꿨나 보다
[불길한 느낌의 음악]
그래
죄는 지었지만
왜 나만 벌받아?
당신이 날 버렸잖아
날 끝까지 외면하면
당신도 벌받을 거야
1930년대에 지어진 한옥
최순우 선생의 옛집입니다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저자이기도 한 최순우 선생은
한국 미술사의 거목이시죠
선생이 돌아가시고 건사가 어려워진 집은
허물어질 위기를 맞았다가
지금은 이렇게 누구나 찾아와 감상할 수 있는
그런 장소가 되었습니다
바로 십시일반으로 모인 시민들의 성금 때문이죠
국가와 지자체의 몫이던 문화재의 보존이
이젠 시민들의 힘으로도 가능한 시대가 됐습니다
추억과 역사의 소중함을 인식하게 된 거죠
옛날 동네를 보전하는 데 찬성합니다
허물어져 가는 한옥을 카페로 바꾸고
낡은 방앗간은 베이커리로 되살리고
그거 멋진 일이죠
하지만
동네가 근사해질수록 부동산과 임대료가 상승합니다
몇 가지 자체 규약을 만들 생각입니다
월세 인상에 상한선을 둔다
외국계 프랜차이즈는 어느 기간 동안 규제한다
낡은 건물의 수리비는 지자체에서 지원받을 수 있게 하자
- 그게 가능할까요? - 가능하게 만들어야죠
여러분
옛날부터 감나무 동네로 불리는 종로구 금성 1, 2동은
현재 옛모습 그대로 보존하자
집을 다 밀고 오피스텔 단지를 짓자
이렇게 의견이 갈리고 있습니다
사람 사는 정취가 있는 따뜻한 동네입니다
지켜낼 수 있도록 여러분들이 힘을 좀 실어주시기 바랍니다
[불길한 느낌의 음악]
아버님께서 직접 나오실 줄 알았습니다
아버지께서는 실무보다는 로비 일을 하시죠
뇌물과 접대?
그건 평소에 하시는 거고
갑자기 쓰러지셨다면서요?
그런 소식은 어디서?
방금 자문단 위원한테 들었습니다
뭐 별거 아닙니다 걱정은 감사하지만
어제 오토바이 선물 아버님이 보내신 거 맞죠?
- 네? - 아니길 바랍니다
아버님께 전해 주세요
공청회는 무슨, 다 형식적인 거지
어
얼굴 비춘 건 잘했다
아버지 혹시 어제 문수호한테 무슨 짓 하신...
오토바이로 겁 좀 주라고 했는데 왜?
깁스하고 나왔디?
아버지 대체 왜 그렇게 추해지세요?
문수호 그렇게 만만한 상대 아닙니다
마! 그놈 다쳤냐고?
멀쩡해요 아버지 의심하고 있고요
피곤하다, 끊자
다리 하나 부러트려도 좋았잖아
그놈 요즘 오토바이 연습 안 한대?
아버님 따뜻한 유자차 한 잔 드세요
차 드시고 배꼽에 쑥뜸 한 방 뜨시고요
영미야
모시고 나가서 점심 좀 사드려라
비싼 거, 좋은 거 맛있는 거 사드려
그래도 환자를 두고 어떻게...
[전화 벨소리]
여보세요
(백희) 박 회장님이신가요?
누구십니까?
[불길한 느낌의 음악]
갑자기 오한이 오네
아,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지?
[신음]
전화하신 분입니까?
- 합석 좀 하겠습니다 - 네
- 연말이라 양해 좀 해 주십시오 - 네
남산, 더블!
더블!
어우, 추워 얼어 죽을 뻔했네
진짜? 네가?
- 그래도 옛날보단 덜 추운 거야 - 응
갑오개혁 때가 진짜 추웠지
으, 끔찍했어, 우리
손님
도착했습니다
아, 네
안녕히 가세요
서린 누나!
백희 누나!
사람을 잘못 보신 거 같습니다
출발하시죠
저 철민이에요, 철민이
옛날에 나 신문 배달하던 철민이
아 왜 나 미끄러졌을 때 옛날에 다쳤을 때
치료해 주고 그랬잖아요
많이 추워졌네
기사님, 출발해요
아니, 누나들 맞죠? 네?
하나도 안 변하셨네
출발!
아, 누나!
나한테 좋은 물건 많다고 소문내는 사람이
윤 화백이었구만
일단 앉으시죠
아, 죄송합니다
제가 찾던 분이 아닌 거 같네요
여자분이라고 들었는데
윤 화백이 착각을 한 거 같습니다
좋은 거 많이 드시고 가세요
제가 계산하겠습니다
장사는 그렇게 하시는 게 아니죠
일단
보시는 척이라도 하셔야죠
[음산한 느낌의 음악]
[신음 ]
(분이) 구천을 떠돌다
귀신이 되어라
[비명]
뭐야?
왜 이런 거야?
아니, 괜찮으십니까?
실례가 많았습니다
아니, 어디 불편하신 데가?
전 그새 많이 늙었죠?
누나도 나이가 드셨네, 이젠
누구신지?
백희 누나, 저 철민입니다
인천서 신문 배달하던 고학생
아!
그때 그 소년?
아, 두 분은 늙지 않는 괴물인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요
방금 절 피하시려고 했죠?
그럴 리가
내가 찾던 사람이 아니라서 그랬지
어떤 물건을 구하세요?
제가 그래도 발이 꽤 넓습니다
괜찮아, 내가 알아서 할게
[바람을 가르는 소리]
어... 그... 살살 살살 하십시오
명함 한 장 올릴라고 하는데
제 별명이 여러 갠데
제일 마음에 드는 게 땅 투기 천잽니다
제가 한번 지나가면
땅값이 치솟죠
신문 배달 소년
눈빛이 탁해졌구만
서린이 누난 잘 계십니까?
연락 끊어진 지 20년쯤 됐어
서린이 누나한테 전해 주세요
내가 부자가 됐다고
만나게 되면
전해 주지
팔 잡은 거 사과드려
죄송합니다
또 봬요, 백희 누나
예?
네, 네
내일 12시까지만 결제해 주시면 됩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해라 씨
김포 오사카 LCC 매출
올해 거 분기별로 좀 뽑아줘
- 올해 거 전부 다요? - 어, 전부 회사별로 분류해서
아
김포 도쿄도 같이
아 저, 본부장님
저 이거 80명 확인하고 나서
잠깐 외근 좀 다녀와야 할 거 같은데요?
의상 문제로 좀 미팅이 있어 가지고
아니, 뭐가 먼저지?
될지도 안 될지도 모르는 프로젝트 때문에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을 안 하겠다는 거야?
본부장님 제가 뽑아 드릴게요
어, 주희 씨는 일 못해
저, 본부장님
그거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최 팀장은 의대 교수팀 항공이나 얼른 잡아 주시고
대학 병원 해외 세미나 70% 우리가 지명해
이런 거나 착실하게 잡고 있으면 됐지!
무슨 엉뚱하게 의상이고 나발이고 정말
LCC 매출 제가 당장 뽑아드리겠습니다
외근 취소하고
아우, 피곤해
아우, 진짜
아우, 나 이럴 때 영화에서
젠틀한 회장님이 딱 나타나셔서
[성대모사] '아닐세 난 자네를 응원하네' 이러시는데
제 말이오
아니 어디 진짜 회장님 안 나타나시나?
[노래하는 톤] 회장님...
잘생겼다
비행기 표 좀 사러 왔는데요
문자 보내도 답도 없고
전화번호 차단했어
그날 밤에 그렇게 가버리면
-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 - 무슨 소리 하는 거야?
이럴 줄 알았어
해라 씨
요즘 나쁜 남자 만나지?
- 그럴지도 모르지 - 어떤 놈이야?
모든 걸 다 가진 자
내가 한 충고 잊었어?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
아, 모든 걸 다 가진 사람이 해라 씨를 왜 만나?
모든 걸 다 가졌으니까
이해심, 자신감
돈 없는 여자를 피하지 않아도 될 만큼의 능력
잘났구만
그 사람은 날 응원하고 칭찬해
나 같은 거 싫다고 돌아서던 누구랑은 다르지
그래
나 해라 씨한테 잘못했지
근데 사랑을 늦게 깨달았다고 했잖아
어, 이번에도 늦었어 저리 꺼져버려
그놈이 누구야? 진짜로 있긴 있는 거야?
보여줘?
됐어
받아, 비싼 거야
최지훈 씨
당신 지금 되게 추레해
가짜 검사 들통났을 때보다 더 후져
진짜로 누가 있구나
두 번 다신 연락하지 마라
뽀뽀나 하지 말지
그날 밤엔 나한테 왜 온 거야?
그놈 때문에 심란해서 왔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래, 그날 제정신 아닌 거 같았어
이상한 성대모사까지 하고
그래도
나 지금 상처받았어
저기 길 건너에 약국 있어 좀 가 봐라
- 아우 - 야, 이 나쁜 새끼야!
아, 대표님
식사하시죠
먼저 하세요 통화 좀 하고 할게요
연애하시나 본데요?
- 자, 우리도 맛있게 먹읍시다 - 잘 먹겠습니다!
[전화벨 소리]
- 여보세요 - 힘이 없네
나 오늘도 야근이야
아니, 나 프로젝트 준비 못 하게 계속 쓸데없는 것만 시키니까
아랫사람이 치고 올라올까 봐 신경 쓰느라 그래
나 미국 병원에 있을 때도 그랬어
조직 생활 다 그렇지
뭐 그깟 일로 풀이 죽어 있어?
그럴 땐 어떡해야 돼?
일단...
밥을 먹어
[경쾌한 음악]
나 진지하게 듣고 있었는데?
- 제일 태클 거는 사람이 누구야? - 본부장
본부장 부인이나 딸한테 의견을 받아달라고 해
마음에 드는 옷을 고르게 한다든지
그래서 일이 잘되면 공을 돌릴 제스쳐를 취하고
그러다 진짜로 뺏기면?
그런 거 하나 줘도 돼
잃는다고 생각하지 마 또 길이 나와
일 잘돼?
잘돼, 나는 운이 좋잖아
치, 좋겠다
내 일이 잘되면 네가 좋은 거 아니야?
- 왜? - 내가 너 좋아하니까
나 도시락 먹으러 갈게 정해라 힘내
음, 치!
아버님, 초밥 사왔어요
엄머, 이게 다 뭐예요?
뭐기는, 이게 다 이게 다 돈이지
이런 고물단지는 왜 갑자기 꺼내신 거예요?
근사한 것 좀 골라다가 자랑을 좀 하려고
누구한테요?
날 가난뱅이로 기억하는 사람
넌 요새 어딜 그렇게 쏘다니냐?
저도 나름 일하고 있습니다
제가 나중에 다 보고드릴게요
[음산한 느낌의 효과음]
이 반지 느낌이 묘한데요?
그건 시골 장터에서 산 싸구려야
겨울에 방어를 잡아서 배를 갈랐는데
그 뱃속에서 그 반지가 나왔다나
진짜요?
그 뻥이 재밌어서 내가 사줬지
3만원에
야, 넌 커플 링도 안 끼면서 그런 건 뭐하러 껴 봐?
막상 껴 보니까 귀신 나올 거 같아
어우, 이런 거 좀 버리세요
진짜 귀신 나올 거 같아
그 사진은 싼 맛에 샀는데
별 가치가 없는 거 같아
이 당시에도 훈남 오빠들이 있었구나
[재봉틀 돌리는 소리]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돼?
무슨 일 있었니?
아까 갑자기 등이 불타듯이 아팠어요
- 글씨 있는 데가 - 너도?
똑같이 그랬던 거야?
갑자기 이상한 문신이 생기고
불로 덴 것처럼 아프고
왜 이런 거야?
이다음엔 또 뭐가 올 건데?
옛날에 두 사람 은반지
네가 가졌다고 했지?
그 반지 갖고 있니?
절벽에서 뛰어내릴 때 잃어버렸다고 했잖아요
갑자기 반지는 왜?
잃어버린 거 분명해?
오늘 좀 이상하네
그 반지 보기라도 한 거야?
그 반지를 찾아서 주인한테 돌려주면
너도 저주가 풀리지 않을까 해서
아님...
글씨가 지워지거나
찾았구나, 맞죠?
그걸 찾았으면 지금 내 손에 있겠지
아니야
백희 뭔가 있어
반지는 왜 훔쳤니?
걔가 먼저 내 남자를 훔쳤잖아요
그건 집착이고
소유욕, 승부욕이야
그런 건 사랑이 아니야
사랑은 그런 거예요
미치도록 갖고 싶은 거
난...
널 포기하고 싶지 않아
나는 죄를 지어서
용서를 비는 중이야
그래서 널 놓지 않는 건데
가끔은
널 포기하고 싶어져
반지 찾으면 나 먼저 보여줘
전생에 네 반지였다고 돌려주는 것도 웃기지 않아요?
두 사람 방해하지 말고 가만 있어, 그럼
게네가 먼저 날 괴물로 만들었잖아요!
[세게 문 닫히는 소리]
300년을 살고 있어도
무슨 일이 앞에 올지 알 수가 없구나
[애잔한 음악]
추운데 여기서 뭐 해?
가는 길에 혹시나 해서
너희 회사 정말 빡세구나
가는 길이 이쪽이 아닐 텐데
어디서 맛있는 냄새가 나네?
야근에는
군밤이지
짠
나 배고팠는데
춥다, 집에 가자
나 집에 가기 싫은데
[잔잔한 음악]
여기 너무 좋지?
여기 60년대 음악부터 최신 팝까지 다 들을 수 있어
나 너무 아저씨 취급하는 거 아니야?
클럽도 좋은데?
난 이런 데서 음악 듣는 게 더 좋아
- 배고팠나 보다, 잘 먹네 - 어
나 2킬로 쪄가지고 운동 좀 해야 하는데
하면 되지
슬로베니아 성에서 온 크리스마스 카드
너한테 오늘 왔어
나한테?
읽어줄까?
[외국어로 읽는 수호]
야!
'안녕하세요, 해라 씨'
'수호가 당신을 만났다니'
'내 일처럼 기쁩니다'
'당신한텐 감사해요'
'이 성은 당신 덕분에 존재할 수 있었으니까요'
응?
[잔잔한 음악]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로부터'
'몇백 년 동안 지켜 온 성인데'
'아버지 대에서 위기를 맞았습니다'
'사업 실패로 성을 팔아야만 하는 상황이었죠'
'여길 허물고'
'테마 파크를 짓겠다는 사람들이 있었거든요'
'어느 날, 문수호라는 동양 남자가 와서'
'이곳을 절대 팔지 말라고 협박을 했습니다'
'첫사랑과 만나기로 한 곳이라고'
'그러곤 얼마 후 큰돌을 투자해'
'우리 성의 대주주가 되었습니다'
'해라 당신 덕분에'
'우리는 이 성을 지킬 수 있었어요'
'당신을 사랑하는 그 남자는'
'세상에서 가장 무모하고'
'로맨틱한 사나이입니다'
'부디 그를 사랑해 주시길'
끝이야?
'일을 할 땐 차갑고 무서운 남자입니다'
'하지만 걱정 마세요'
'당신을 사랑하는 일은 예외일 테니까'
제대로 번역한 거 맞아?
번역기 돌려 보든가
[로맨틱한 음악]
너무 좋다
이 노래 유행할 때 뭐 하고 있었어?
너 생각했어
나도
당신 생각을 했어
멋있어
어, 해라니?
곤이 아버지 퇴원하셔서 나 이제 시간 괜찮아
일 얘기 뭔데?
보시는 척이라도 하셔야죠?
그 반지가 맞을 거야
은반지를 찾아서 주인한테 돌려주고
점복의 문서를 찾으면
뭔가 풀려 가겠지
[불길한 느낌의 음악]
안녕하세요, 문수호 씨
아니, 안녕하세요, 문수호 님
나는 당신을 이번 생에도 뺏길 수 없어요
흙탕물이라도 뒤집어쓰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선물은 못 사왔습니다
아침 댓바람부터 무슨 일이냐? 남의 집에
경찰에서 오토바이를 잡았습니다
CCTV를 보여주면서 추궁했더니
박 회장님이 시켜서 그랬다고
안 다쳤으니 됐잖아, 어?
나도 겁만 좀 줄 생각이었다
불구덩이 속에서도 살아남은 전데
그 정도로 겁을 먹겠습니까?
가슴이 아프구나, 수호야
가진 것 없이 자라서 그저
오기로 가득해
회장님 젊었을 때 보시는 거 같죠?
수호야
다른 데 가서 놀아
여긴 새 건물 지어서 돈 벌고 싶은 사람들이 더 많아
앞으로 그 원성과 민원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래?
감나무 동네, 그냥 두세요
목욕탕, 서점도 괴롭히지 마시고요
너, 내가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는구나
[불길한 느낌의 음악]
나한테 한 번만 더 해코지하면
회장님이 다치세요
몸조심하십시오
해라 아버지가 널 거둘 때 뭐라고 했는지 아니?
'난 그 녀석 눈빛이 기분 나빠'
'우리 해라가 공부를 안 하고 어리광만 부리니'
'그 애라도 데려다 놓으면'
'자극을 받겠지?'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악물고 공부했고요
남들 보는 눈 때문에 친구 아들 거두긴 했지만
늘 널
마음에 안 들어 했다
저 같아도 그랬을 겁니다
무슨 대단한 얘길 하신다고
괜찮으세요?
그럼요
3시에 운동 잡힌 거 알고 계시죠?
자식, 저거 저
어제 저녁도 안 먹고 난리 치더니
- 거기 핫팩 좀 갖다 줘요 - 네, 알겠습니다
별거 아니니까 걱정하지 말고 일들 해요
대표님, 쿠션 머리에다 받힐까요?
그거 너무 높아 무릎 담요 가져와서 대줘
- 무릎 담요 좀 - 네
- 의사 같으시네요 - 아
미국에서 의대 나오셨거든요
미안합니다
오늘 분위기상 운동하기가 좀
정말 모든 걸 다 갖추셨네요
같은 남자가 봐도 멋지십니다
과찬이시고
우리 직원들도 운동을 좀 같이 했으면 좋겠는데
아우, 저야 좋죠
그룹 레슨 가능합니다
홈 트레이닝 가능하다고 했죠?
집에서도 세 사람 같이 받고 싶은데
- 부모님이랑 같이 하시게요? - 아니요
가족이 되고 싶은 두 사람이라고 해 두죠
예, 누가 됐든 환영입니다
목걸이, 귀걸이 선물 어떻게 됐어요?
환불했습니다
여자들 선물 고르는 거 어려워요, 어?
제 여자친구가
나쁜 남자한테 홀려서 지금 걱정입니다
나쁜 남자 만나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그 남자 때문에 속상했는지
절 찾아와서 안고 유혹하곤
싹 외면을 해버려요
그런 여자 잊으세요 상대할 가치도 없습니다
아니요
그 남자가 누군지 확인 좀 해 보고요
[코믹한 느낌의 음악]
홈트는 언제 갈까요?
따님이랑 사모님께
마음에 드시는 것 좀 골라 달라고 해 주세요
워낙 해외 여행 많이 다니셨으니까 보는 안목이 남다르시겠죠
제가 자문단에 두 분 성함도 올리고요
협찬품도 보내드릴 거고요
이거 잘되면 본부장님 공인 거 절대 잊지 않겠습니다
- 그렇지 - 열심히 하겠습니다
그렇지
기혈 순환에 쑥뜸 만큼 좋은 것도 없어요
입금된 만큼은 일할 거니까 그리 아세요?
나 안 아파요 내일부터 안 나오셔도 됩니다
한 달치를 받았는데
괜찮습니다
비서나 운전기사가 오해할 수도 있고
진짜 괜찮아요
무슨 오해를 한다고
정해라 대리인으로 여기 사인이나 좀 해요
이게 뭔데요?
'금성 1, 2동의 낡은 집을 밀고'
'오피스텔을 짓는 데 동의한다'
'오피스텔이 완공되면 상가 두 채를'
'정해라에게 준다'
[불길한 느낌의 음악]
[속으로] 안녕하세요, 문수호 님
샤론 양장점입니다
주문하신 옷이 완성됐습니다
편하실 때 방문해 주세요
기다리겠습니다
저, 손님 오셨는데...
안녕하세요 문수호 대표님 심부름 왔습니다
아
옷값은 충분히 넣었습니다
직접 오셨으면 좋았을 텐데
제가 옷 한 벌 선물해 드리겠다고 했거든요
대표님께서 좀 바쁘셔서요
여기
[불길한 느낌의 음악]
아, 그럼 정해라 씨 옷은 제가 가져갈까요?
아니요
일단 맞는지 입어 봐야 하니까
제가 알아서 할게요
얼굴에 글씨가 뒤덮여도 상관없어
[바이올린 음악]
일찍 퇴근했네?
저녁은?
같이 먹을래?
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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