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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나의 봄 1

 

 

 (다정내가 달려갔을 때

 

 그 사람은 거기 없었다

 

 그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물이 뚝뚝 떨어진다]

 

 [자동차 경보음]

 

 [고양이 울음]

 

 [어두운 음악]

 

 [피가 뚝뚝 떨어진다]

 

 [어두운 효과음]

 

 (다정그 사람은

 

 처음부터

 

 없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밤새 울음]

 

 [고양이 울음]

 

 (영도아주 오래전

 

 이 평화로워 보이는 동네에서

 

 그들의 이야기는 이미 시작되고 있었다

 

 [잔잔한 음악]

 

 (영도아이는 작년 크리스마스에도  선물을 받지 못했지만

 

 그건 하품을 하다  눈물을 흘렸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어린 다정됐다  [함께 웃는다]

 

 (영도아이는 산타를 믿었다

 

 [대문이 탁 여닫힌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문이 덜겅거린다]

 

 [윤찬의 술 취한 숨소리]  (영도아이의 아빠

 

 그 남자를 우습게 생각하는 이는  자기 자신밖에 없었지만

 

 남자는 그것을 알지 못해  매일 술을 마셨다

 

 [가래를 컥 모은다]  [가래를 퉤 뱉는다]

 

 [코를 훌쩍인다]

 

 [무거운 효과음]

 

 (주인) 800

 

 그건 2천 원

 

 (미란물렁해서 맛도 없겠네

 

 간장만 가져가요

 

 [주인이 달그락거린다]

 

 (영도아이의 엄마

 

 그 여자가 어떤 일을 겪고 있는지

 

 동네 사람들은 모두 알고 있었지만

 

 여자에겐

 

 자존심보다  먼저 챙겨야 할 것이 있었다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어린 다정저는 강다정인데요

 

 먹을 거 준다 그러던데

 

 빵 같은 거

 

 (권사책이 빵보다  훨씬 더 좋은 거란다

 

 영혼의 배고픔을 달래 주지

 

 하나님은 말씀으로 우리를 구원하시고

 

 [사람들의 웃음]

 

 (어린 다정

 

 누나빵은?

 

 (어린 다정뻥이래

 

 (어린 태정산타는?  왜 우리 집에 안 왔대?

 

 [어린 태정이 철퍼덕 넘어진다]

 

 (어린 다정왔어왔는데 가래침

 

 왔는데 갑자기 똥 마려워서  똥 싸러 갔대

 

 너 똥 참을 수 있어?

 

 (어린 태정

 

 [차분한 음악]

 

 (어린 다정빨리 가자

 

 (어린 태정누나  근데 왜 얼굴이 빨개?

 

 (어린 다정시끄러워조용히 해

 

 (어린 태정누나 얼굴에서 피 나

 

 (어린 다정넌 코에서 피 나고 싶어?

 

 (어린 다정엄마

 

 인어 공주가 거품이 됐다는 게  무슨 말이야?

 

 [미란의 한숨]

 

 (미란공주로 호강스럽게 살던 년이

 

 잘 알지도 못하는 놈한테 미쳐서

 

 형제부모 다 버리고 딴 세상 가서는  몸 버리고 마음 버리고

 

 고생만 더럽게 하다가

 

 고생만 더럽게 하다가  인생 종 쳤다는 얘기잖아요

 

 (어린 다정바꿔 주세요

 

 [탁탁 소리가 들린다]  [따뜻한 음악]

 

 (미란그랬다고 새가  진짜 왕자 왼쪽 눈알을 파내서

 

 거지 같은 사람한테 갖다줘

 

 다음 날은 또 오른쪽 눈알을 후벼 파서  또 다른 거지한테 갖다줘

 

 그리고 새는 찬 바닥에 배를 까뒤집고

 

 죽어

 

 (미란) [마늘을 쓱쓱 까며]  주니까 또 좋다고

 

 사과를 냉큼 받아 처먹어

 

 [힘주는 신음]  그래서 죽어

 

 난쟁이들은 죽지 말라고 울고불고

 

 (미란) [빨래를 탁탁 하며]  정신없는 선녀가

 

 남의 동네에서 옷을 막 벗어 놓고  때를 밀어

 

 그렇다고 도둑놈 새끼는  또 그 옷을 훔쳐 가지고

 

 딜을 해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미란술독에 빠진 썩을 놈이  자기 부인을 죽여

 

 [미란이 계란을 쓱쓱 깐다]

 

 근데 벽 속에 파묻고  시멘트 칠을 하는 바람에

 

 그걸 아무도 몰라

 

 근데 새카만 고양이가  벽 속에 같이 묻혀 있다가  [미란이 계란을 쓱쓱 깐다]

 

 경찰이 오니까 야옹야옹 울어

 

 그래서 그 썩을 놈이 잡혀가

 

 (어린 다정

 

 (영도아이는 '검은 고양이'를  읽고 또 읽었다

 

 그것이 아이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찾을 수 있는

 

 가장 안심되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쨍그랑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미란) [울먹이며제발 그만해!

 

 (윤찬내가  내가 왜 이렇게 살아야 돼?

 

 너 때문에

 

 [스위치가 달칵 꺼진다]  너한테 붙잡혀서

 

 내 인생이!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미란누가 붙잡아

 

 제발 그만 나가라고제발!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미란의 비명]

 

 (윤찬나가나가?  [잔잔한 음악]

 

 [윤찬이 계속 소리친다]  (남자1) 아빠 귤 사 왔다

 

 (아이아빠!

 

 [미란이 흐느낀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윤찬이 연신 소리친다]

 

 [바람이 휭 분다]

 

 [쨍그랑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윤찬애새끼들이 내가 왔는데

 

 내다보지도 않고…  [미란이 흐느낀다]

 

 나와!  [문이 쿵쿵거린다]

 

 [미란의 떨리는 숨소리]

 

 애들 털끝만 건드려

 

 죽여 버릴 거니까

 

 (윤찬그래

 

 어차피 네가 발목 잡은 인생

 

 죽여!

 

 차라리 죽여!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어린 태정누나

 

 (어린 다정

 

 [문이 쓱 열린다]

 

 (영도동생은 글을 읽을 줄 몰랐고

 

 [달칵 소리가 들린다]  아이에게는 이야기를 각색하는  재주가 있었기에

 

 그 방에서 '검은 고양이'는  밤마다 다르게 읽혔다

 

 (어린 다정옛날에  어떤 애가 살았는데

 

 알고 보니까 걔 아빠는  진짜가 아니었습니다

 

 옆집 아저씨가 진짜 아빠였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책을 탁 덮는다]

 

 

 

 [어린 다정의 한숨]

 

 옛날에 어떤 애가 살았는데

 

 알고 보니 옆집이  진짜 자기 집이었습니다

 

 그래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

 

 

 

 다른 거 읽어 줘

 

 왕자 나오는 그런 거

 

 (어린 다정너 공주왕자

 

 그런 거 좋아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거품 돼

 

 바늘에 찔려

 

 독 먹고 죽어

 

 눈알 다 파 가고 옷도 훔쳐 가

 

 [타닥타닥 소리가 들린다]

 

 (어린 태정거짓말

 

 (어린 다정엄마가 그랬거든?

 

 [무거운 음악]

 

 "시론"

 

 (미란거품이 된다는 거는

 

 "문학상징의 변증법"

 

 어떻게든 잘해 보겠다고 용쓰다가

 

 결국 자기 혼자  세상에서 알아서 꺼진다는 거지

 

 세상에 공짜 선물은 없어

 

 다리를 주면 혀를 잘라 가

 

 근데 살다 보면

 

 [미란이 사진을 툭 집어 든다]

 

 (윤찬찍는다

 

 (윤찬하나셋  [카메라 셔터음]

 

 (윤찬)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백석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카메라 셔터음]

 

 오늘 밤은 푹 눈이 나린다

 

 (미란살다 보면

 

 '아닌데싶으면서도  정신을 홀라당 홀리는 게 있어

 

 눈부시고 반짝반짝하고 너무 좋아서

 

 '이것만 가질 수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하겠다'

 

 [윤찬의 술 취한 신음]  [잘그락 소리가 들린다]

 

 [윤찬이 콜록거린다]

 

 [미란이 그릇 파편을 정리한다]

 

 [미란의 아파하는 신음]

 

 [미란의 아파하는 숨소리]

 

 [코를 훌쩍인다]

 

 (미란그런 거에 홀려서

 

 제 손으로 제 목을  거기다 매달고 나면

 

 나중에 손에다 칼을 쥐여 줘도

 

 찌를 수 있는 게 제 발등밖에 없어

 

 [코를 드르릉 곤다]

 

 [시계가 째깍거린다]

 

 [시계 종이 울린다]

 

 (영도다른 어리고 여린 생명들처럼

 

 아이도 꿈을 꿨고

 

 기댈 곳을 찾았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아이의 꿈은 공주가 아니라  옆집 딸이 되는 것이었고

 

 아이가 기다리는 구원자는

 

 백마 탄 왕자님이 아니라

 

 가장 무서운 일이 생긴 순간

 

 자기를 위해 울어 줄

 

 검은 고양이였다는 것

 

 [바람이 휭 분다]

 

 [톡톡 치는 소리가 들린다]

 

 (미란) [작은 소리로다정아

 

 다정아빨리 일어나 옷 입어

 

 [부스럭 소리가 들린다]

 

 (어린 다정엄마

 

 근데

 

 - (어린 다정옆집 아저씨  - (미란

 

 [발소리가 들린다]  [덜그럭 소리가 들린다]

 

 [무거운 음악]

 

 (영도아이는 그렇게

 

 불행했던 일곱 살로부터

 

 멀리 도망쳤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버스 문이 쉭 닫힌다]

 

 [비가 쏴 내린다]  [멀어지는 버스 엔진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다정나 가고 있는데

 

 버스에서 내려서 오른쪽이지?

 

 왔던 방향?

 

 

 

 오케이

 

 버스가 가는 방향?

 

 알아확인한 거야

 

 뭔 소리야나 강내비야

 

 "구구빌딩"

 

 (은하너 강길치야

 

 어떻게 거기서 여기를 헤매?  회사는 어떻게 가냐?

 

 (다정헤맨 거 아니야  [문이 탁 닫힌다]

 

 오면서 새 동네 구경도 하고 그런 거지

 

 (은하진짜 여기서 살게?

 

 오늘 계약한다니까?

 

 싫어?

 

 [헛웃음]

 

 [웃음]

 

 (다정새 건물이라서 좋아

 

 완전 새 출발 할 거니까

 

 내가 그동안  이상한 사람들을 좀 만났잖아

 

 ?

 

 너 올림픽 나가야 돼

 

 쓰레기 모으기 금메달

 

 뭘 그렇게까지

 

 (은하?

 

 알코올 중독양다리  입만 열면 거짓말

 

 여자 친구한테 돈 달라는 거지  [입소리를 쩝 낸다]

 

 정말 오래전의 일이지

 

 해도 안 바뀌었어

 

 여기서는 진짜 좋은 일만 있을 거 같아

 

 나 촉 좋은 거 알지?

 

 (은하

 

 강똥촉이야

 

 [발을 탁 구른다]

 

 (다정좋다

 

 (은하우산 써오늘 비 더러워

 

 (다정우아

 

 새 출발의 냄새!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어두운 음악]

 

 [어두운 효과음]

 

 [천둥이 콰르릉 친다]

 

 [푹 찌르는 소리가 울린다]

 

 [사이렌이 울린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저는 지금 살인 사건이 발생한  풍지동 현장에 나와 있습니다

 

 이곳은 리모델링을 최근에 끝낸 건물로

 

 오늘부터 일부 층에  입주가 예정되어 있었는데요

 

 범행 추정 시각에  건물 전체가 비어 있었던 관계로

 

 경찰은 주변 CCTV와 블랙박스를 수거해  조사에 들어갔습니다

 

 (영도

 

 일반적으로 시신을 방치했다면  범인이 당황한 것으로 보죠

 

 그런데 이 경우는 방치가 오히려  과잉 살인의 한 부분으로 보입니다

 

 목을 졸라서  원하는 대답을 얻어 낸 뒤

 

 풀어 주는 척하고

 

 가는 피해자를 뒤에서 찔렀다

 

 그리고 보란 듯이  시신을 그곳에 두었다

 

 그 부분은 굉장히 조심스러운데요

 

 (영상 속 영도정신 질환이  있다고 해서

 

 범죄를 더 많이 저지르지는 않습니다

 

 MAO 유전자가 없거나

 

 비인간적인 환경에서 자랐다고 해서

 

 반사회적인 행동을 하는 것도 아니고요

 

 정신 질환 또는 성장 환경과  범죄의 관련성은

 

 극소수에게만 발현되는 거고

 

 굉장히 차별적인 발언이  될 수 있습니다

 

 [마우스 조작음]

 

 [무전기 작동음]

 

 [성준의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진복이 입바람을 후 분다]  (영도아유깜짝이야아유

 

 왜 귀에다 바람을

 

 뭘 그렇게 봐요?

 

 뭘 보긴

 

 경찰도 아닌 게  뻑하면 경찰서 와 가지고

 

 그것도 남의 자리에 앉아서  똑같은 사건 파일만

 

 (진복) 3천 번째 보고 있는  언뜻 미친놈 같지만

 

 실제론 미친놈을 치료하는

 

 의사 놈을 보고 있지

 

 정신과는 미친 사람 아니고  아픈 사람들 오는 데라니까요

 

 진짜 미친놈들은 경찰서에 오지

 

 (진복박 형사인사해

 

 [호의 힘주는 신음]  우리 신입이야

 

 (안녕하세요박호입니다

 

 (영도반가워요주영도예요

 

 우리 자문인데

 

 딱히 크게 도움이 안 되진 않아

 

 (진복뭘 또 보냐

 

 뭐가 나왔으면 내가 연락을 했겠지

 

 너야 심장 받은 은혜  갚고 싶어서 이런다지만

 

 난 사수가 돼 가지고

 

 범인도 못 잡아 주고 있는데

 

 [진복이 사진을 툭 내려놓는다]

 

 왜 또 그래

 

 잘 뛰네

 

 우리 정범이 심장

 

 살아 있네

 

 (배달원식사 왔습니다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영도갈게요

 

 (진복뭘 가  쌈이나 몇 개 싸 먹고 가

 

 - (영도짐이나 몇 개 싸야 돼요  - (진복어디 가?

 

 병원 이사해요, 3

 

 살인 사건 건물 있잖아요구구빌딩

 

 그거 우리 관할이지그 근처야?

 

 그 건물이야

 

 (다정오늘 도착인 거지?

 

 (영도?

 

 그런데요?

 

 (다정이름이 어떻게 돼?

 

 (영도주영도

 

 (다정나이가 많으셔?

 

 (영도그렇게 많지는 않은데

 

 아니저기

 

 근데 누군데 자꾸 반말을

 

 (다정부산 호텔에 말해 볼게

 

 근데 어르신들

 

 온돌방 원하는 경우 많아서  객실 변경 안 될 수도 있어

 

 난 짬뽕

 

 [잔잔한 음악]  - 올라와  - (영도어딜?

 

 [통화 종료음]

 

 [영도의 당황한 숨소리]

 

 [문을 달칵 연다]

 

 (영도너 여기서 뭐 해?  [문이 탁 닫힌다]

 

 (철도형은 짜장짬뽕?

 

 (영도너였어?

 

 (철도나 아니거든?

 

 근데 뭐가?

 

 몰라몰라혼자 있고 싶어

 

 (철도안 그래도 올라갈 거야

 

 짜장짬뽕 뭐?

 

 나도

 

 [철도의 한숨]

 

 (철도나도 뭐?

 

 (영도나도 짬뽕

 

 [문이 철컥 닫힌다]

 

 (철도얼굴 처음 보지?

 

 형은 나 과외 쌤이었고 얘는 내 친구

 

 (은하얘가 왜 네 친구야내 친구지

 

 (다정강다정이에요

 

 (영도주영도입니다  [철도가 비닐을 쓱쓱 벗긴다]

 

 알죠

 

 나이는 그렇게 안 많으시잖아요

 

 

 

 [철도의 짜증 섞인 신음]

 

 [철도가 소스를 탁 턴다]

 

 (은하아침엔 원두 엎고  점심땐 짜장 엎고

 

 저녁엔 네 정신 상태만  갈아엎으면 딱 좋을 텐데

 

 [다정과 영도가 비닐을 쓱쓱 벗긴다]

 

 [은하의 한숨]

 

 같은 날 같은 자궁에 착상됐다는  원한 적 없는 이유 때문에

 

 내가 엄마 배 속에서부터  평생을 너하고 반띵 하고 살았어

 

 꿈도 꾸지 마

 

 [철도가 비닐을 탁 내려놓는다]

 

 (철도그래

 

 탄수화물나트륨 폭탄  너나 많이 처드시고요

 

 (다정아이고즉석 짜장 있어  기다려

 

 [다정이 젓가락을 툭 내려놓는다]

 

 치워

 

 (철도알았어

 

 [영도가 비닐을 직 뜯는다]

 

 [도어 록 작동음]

 

 (영도티슈가 더 필요한데요

 

 (다정

 

 ?

 

 - (다정잠깐만요  - (영도

 

 [문이 달칵 열린다]

 

 [전자레인지 종료음]

 

 (영도컨시어지 매니저?

 

 (다정

 

 (철도신기하지?

 

 이 형 이런 거 잘해

 

 보고 다 맞히는 거

 

 (다정

 

 아까 통화하는 거 들었으니까

 

 호텔에서 일하는 거 알 수 있지

 

 (철도에이그런 거 말고도

 

 [손가락을 탁 튀기며형  그거 해 봐스누피

 

 (영도스누핑

 

 (철도토마토나 도마도나

 

 (다정뭐 어떤 걸  볼 수 있다는 거예요예를 들면?

 

 아니에요

 

 뭐가요?

 

 (영도그냥 못 본 걸로 할게요

 

 (다정뭘요?

 

 누구나 숨기고 싶은 이야기  있을 수 있어요

 

 (영도사실이라도 듣기 싫은 게 있고

 

 그래서 팩트 폭력이란 말도  있는 거고요

 

 [다정의 어이없는 웃음]

 

 내가 뭘 숨기고 싶은데요?

 

 (영도괜찮아요

 

 다들 그래요

 

 [영도가 잔을 달그락 든다]

 

 아니말을 해 봐요  궁금해서 그래요  [영도가 잔을 달그락 놓는다]

 

 (은하그래

 

 네가 왜 쓰레기 같은 남자만 만나는지

 

 그러는 네가 지금은 왜  괜찮은 사람이 따라다녀도

 

 도망만 다니는지 우리도 좀 알자

 

 (다정그런 걸 맞힌다고?

 

 (철도완전

 

 (영도다른 사람들 앞에서  내 진짜 이야기 듣게 되는 거

 

 불편할 수 있어

 

 특히 강다정 씨 같은 경우는

 

 (다정어리바리하게 네가 알아서  정보 다 줘 놓고

 

 맞혔다고 신기해한 거 아니야?

 

 '어릴 때 동네에 감나무 있었지?'

 

 '어릴 때 친척 어르신  돌아가신 적 있지?'

 

 그런 말에 말려 가지고

 

 나 그런 거 완전 사기라고 생각하거든?

 

 발 없는 새쓰레기 자석검은 고양이  붉은여우꼬리

 

 [차분한 음악]

 

 (다정뭐지암호인가?

 

 (영도발 없는 새  [의미심장한 효과음]

 

 (영도정착하는 걸 두려워해요

 

 영혼을 갈아 넣는 관계에  두려움이 있죠

 

 그러다 여러 번 피를 봤으니까

 

 (영도추리 소설도 끝부터 읽고

 

 드라마도 스포일러를 확인하고

 

 해피 엔딩이 아니면 시작도 안 하겠죠

 

 나 여기 완전 정착하려고 이사한 건데?

 

 (영도늘 결심은 그렇게 해요

 

 '이번엔 진짜새롭게예전과는 달라'

 

 하지만 현실은 여전히 쓰레기 자석

 

 계속 나쁜 남자들만 들러붙어요

 

 사실은 본인이  그런 사람들만 끌어당기고 있는 거죠

 

 지금 내가 맞는 거 즐기는  그런 사람이라는 거예요?

 

 (영도자기가 겪었던 불행을  거의 똑같이 재현한 다음에

 

 이번엔 그걸 잘 극복한 걸로

 

 불행했던 기억에서  완전히 벗어나려고 하는 거죠

 

 알코올 중독인 사람 때문에 불행했다면

 

 이번에도 주정뱅이를 만난 다음에  술을 끊게 해 주고 싶은 겁니다

 

 근데 잘 안돼요?

 

 불행을 재현할 순 있지만  어떻게 극복할지는 배운 적이 없으니까

 

 그렇다면 반복 강박을 갖게 될 만큼  벗어나고 싶은 기억은 뭘까

 

 검은 고양이  [의미심장한 효과음]

 

 (영도자신보다 남들 눈에  더 잘 보이는 위치에 붙여 놨다는 건  [어두운 음악]

 

 원하는 혹은 찾고 있는 대상이

 

 검은 고양이 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죠

 

 포의 소설에서 저 고양이는  죽여도 다시 살아나고

 

 벽에 가둬도 끝까지 울어서  범인을 고발해요

 

 대부분 섬뜩해하는  저 고양이를 붙여 놨다는 건

 

 아주 높은 순도로 피해자에게  감정 이입을 한다는 건데

 

 아마도 어린 시절에 가족 중에

 

 - (철도?  - (은하

 

 [영도의 당황한 신음]

 

 아유미안해요

 

 기분 나빴다면  사과사과할게요

 

 (은하

 

 [안도하는 한숨]

 

 그래서 내가 안 한다고

 

 (철도근데 나 빨간 여우꼬리  그거 너무 궁금한데

 

 - (다정야  - (은하너 여우과 아니잖아

 

 (은하그건 틀릴 수도 있으니까  한번 들어 보자

 

 다른 건 다 맞았지만

 

 !

 

 [영도가 숨을 후 내뱉는다]

 

 가족은 건들지 맙시다

 

 (영도

 

 [입소리를 쩝 낸다]

 

 붉은여우꼬리의 꽃은

 

 꽃인데 꽃이 아닌 척

 

 [의미심장한 효과음]  (영도꽃 같지 않아서 더 매력이 있지

 

 대놓고 블링블링 꽃처럼

 

 (영도예쁜 것들에 대해서  불편함이 있을 거야

 

 아마도 어린 시절 가

 

 가족은 빼고

 

 결론만 말하면

 

 

 

 강다정 씨는  자기도 자기가 예쁜 걸 알아요

 

 [잔잔한 음악]

 

 [은하의 옅은 웃음]  (철도뭐야뭐야?

 

 결론이

 

 고백이야뭐야?

 

 (강다정이다

 

 (다정스토커다

 

 내가 왜 두 사람을

 

 이쪽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좋다고 두 달 넘게 따라다니는 사람

 

 이쪽은 오늘 처음 봤는데 나 때린 사람

 

 - (영도내가요?  - 팩트 폭력도 폭력이고

 

 뼈 때린 것도 때린 거예요

 

 [헛웃음]

 

 (다정어떻게

 

 세 명이 모였는데  고스톱이라도 칠까요?

 

 아니그건 다음에 하고

 

 오늘은 제가  다정 씨한테 할 말이 있어서 왔는데

 

 (영도말씀 나누시죠

 

 (저기 3?

 

 정신과 의사?

 

 의사면 사람을 낫게 해야지

 

 [문이 달칵 열린다]  아픈 델 쿡쿡 쑤시기나 하고

 

 [문이 탁 닫힌다]

 

 [부드러운 음악]

 

 (진짜 어디 가는 거예요?

 

 아니면

 

 나랑 같이 걷고 싶은 거예요?

 

 아니면

 

 (다정그쪽 따돌리는 거예요

 

 () [살짝 웃으며]  걷기 되게 좋은 날이죠그렇죠?

 

 [준이 숨을 들이켠다]

 

 먼지도 없고

 

 (다정콧구멍으로  가글하는 거 같고 아주 좋아 보이네요

 

 (이거 진짜 안 받아요?

 

 (다정그걸 왜 나한테 버리냐고요

 

 (이거 꽃말이 뭐냐면

 

 (다정) '나는 일주일에 후에  죽는다'겠죠

 

 (아이고그럴 리가

 

 (다정진짜 왜 이래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렇게나 계속

 

 (하루 이틀 하고 말았다면  장난이고 찔러 보는 거였겠죠?

 

 혹시 뭐승부욕 생긴 거예요?

 

 (다정아니면 누가 나

 

 사실은 어마어마한 상속녀인데  재미로 옥탑방 산대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이렇게까지 쫓아다녀요?

 

 (다정 씨는 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왜 이렇게까지 거절해요?

 

 호텔에서 본 여자  얼굴만 보고 따라다니는 사람이고

 

 (다정좋아한다면서 발목 잘린 식물  시체나 갖다주는 사람이잖아요

 

 강다정 씨

 

 남들은 이걸 꽃이라고 부르거든요

 

 (받으면 기분 좋은 거

 

 (다정

 

 얼음 넣고 물 갈아 주고 난리 쳐 봤자

 

 며칠 지나면 다 꼬부라질 거고

 

 물에서 썩은 냄새 날 거고

 

 결국 분리수거도 안 돼서  쓰레기봉투에 넣어야 되는데

 

 그 와중에 가시 때문에  비닐은 다 찢어져서

 

 쓰레기는 다 쏟아지고  손에서는 피가 나겠죠

 

 아나쓰레기 진짜

 

 (이래서 다정 씨가 좋아요

 

 너무 재밌어

 

 어유축하드립니다  좋은 구경 하셨다니

 

 (아니다정 씨는요

 

 되게 보이스 피싱에  적극적으로 걸려드는 사람 같아요

 

 '여보세요여기 경찰청인데요'

 

 이렇게 딱 한 마디 했는데

 

 '어머나제 통장 번호는  12345678이고 비밀번호는 4885인데'

 

 '제 통장이  매우 나쁜 일에 사용됐군요?'

 

 [웃으며] '그렇다면 제 전 재산을  어디로 송금하면 되죠?'

 

 (다정오늘 무슨 날이야?

 

 [준의 헛기침]  왜 다들 나를 분석하지?

 

 [입소리를 쩝 낸다]

 

 꽃은 버리면 되고

 

 그거 그렇게 하면

 

 (중요한 건

 

 그러니까 다정 씨는  내가 싫은 건 아닌 거네요

 

 그렇죠?

 

 (다정내가

 

 보이스 피싱 잘 당하는  똥멍청이 같아서요?

 

 다정 씨는 그냥  연애가 무서운 사람인 것 같아서요

 

 (근데 그런 거면

 

 저 만나도 돼요저 만나세요  [잔잔한 음악]

 

 나 만나요

 

 내일 또 올게요

 

 어디 가는 길에 보고 싶어 가지고  잠깐 들른 거라

 

 [놀라며아이고늦었다

 

 [준의 웃음]

 

 (다정오늘 도착하는  VVIP 한 팀 있습니다

 

 가습기공기 청정기  추가 요청 하셨고요

 

 다들 드라마 촬영 공지 보셨죠?

 

 (직원들

 

 협조는 잘해 주시되  스태프들 흡연 문제 있거나 하면

 

 절대 그냥 넘어가지 마시고

 

 그 자리에서 경고도 하고  보고도 해 주세요

 

 그렇다고 누구처럼

 

 (다정보고서에 욕 쓰면 안 되고

 

 방송국 놈들이 미쳐 날뛰고 있다고  써도 안 되고

 

 [유경의 헛기침]  ?

 

 정빈 씨는 처음일 텐데

 

 경보음 안 난다고 방심하면 안 돼요

 

 저번 팀은 담배 피우겠다고  경보기를 뜯었으니까

 

 스케일 쩌네요?

 

 (정빈

 

 - 민 대리님  - (민 대리

 

 혹시 촬영 관련해서  더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유경안가영 실물 보게 되다니

 

 근데 저거 다  메이크업해서 그런 거잖아요

 

 메이크업 다 벗으면 그

 

 깨알프레클?

 

 그런 다크 스폿 보이고 그렇겠죠?

 

 나 만나면 물어볼까요?

 

 농담이에요

 

 안가영 옛날에 우리 호텔에서  결혼했었잖아요

 

 근데 여기서 또 결혼식 장면 찍으면  이상하겠다그렇죠?

 

 [차분한 음악]  (다정그거 그렇게 하면

 

 (중요한 건

 

 그러니까 다정 씨는  내가 싫은 건 아닌 거네요

 

 그렇죠?

 

 - (유경뭐 하세요?  - (다정?

 

 (다정

 

 아니야

 

 [다가오는 발걸음]

 

 (다정안쪽으로 놔주세요

 

 (다정몇 번이나

 

 [쓰레기를 잘그락 집어 든다]  나는 나를

 

 [다정의 아파하는 탄성]

 

 쓰레기통에 던져 넣었던 걸까  [통화 연결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됩니다

 

 [삐 소리가 새어 나온다]

 

 나 홍대 왔어

 

 전화 좀 받아걱정되잖아

 

 [도어 록 작동음]

 

 (다정) [힘겨운 목소리로잠깐만  [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앉아  [남자2의 힘겨운 신음]

 

 [한숨]

 

 [남자2의 한숨]

 

 (남자2) 나 왜 만나냐?

 

 너 솔직히 나 지긋지긋하잖아

 

 그거 다 보이는데

 

 [다정이 달그락거린다]

 

 [다정이 물을 졸졸 따른다]

 

 [다정이 물통을 탁 내려놓는다]

 

 [컵을 탁 내려놓는다]

 

 물 마셔

 

 아침에 전화할게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쨍그랑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무거운 음악]  (윤찬애새끼들이 내가 왔는데

 

 내다보지도 않고…  [미란이 흐느낀다]

 

 나와!

 

 !  [미란의 떨리는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미란애들 털끝만 건드려

 

 죽여 버릴 거니까

 

 (윤찬그래

 

 어차피 네가 발목 잡은 인생

 

 죽여!

 

 차라리 죽여!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일로 와일로 와!

 

 [의미심장한 효과음]

 

 (다정그만 잠들고 싶었을

 

 일곱 살의 나를

 

 나는 몇 번이나

 

 흔들어 깨운 걸까

 

 [달그락거린다]

 

 [어두운 효과음]

 

 (다정오래된 상처를 긁어내려고

 

 나는 새로 돋은 살까지

 

 다치게 하고 있었구나

 

 (다정그럼 전 이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강다정이다

 

 

 

 스토커가 버스 정류장까지 왔다

 

 [다가오는 발걸음]

 

 (다쳤네?

 

 피 많이 났어요?

 

 어지럽진 않고?

 

 어휴이 정도면

 

 당장 나랑 밥 먹어야 되겠다

 

 쓰레기라는 소리 들은 적 있어요?

 

 밥 먹자는 말이 그렇게 싫어요?

 

 마약거짓말바람

 

 변태잠수폭력

 

 그런 문제 있냐고요

 

 [준이 피식 웃는다]

 

 드디어 나한테 궁금한 게 생긴 거예요?

 

 (

 

 여기선 말 못 해요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태정늘 마시던 거

 

 그리고 같은 걸로

 

 (

 

 호텔에서 처음 봤을 때

 

 '이 사람이다'

 

 그게 보였어요

 

 귓가에 종소리 들리고 그런 거면

 

 (가끔 꿈에

 

 어릴 때 기억이 나오거든요?

 

 함박눈이 왔었고

 

 집에 귤이 있어서

 

 난 그거 까먹으면서 텔레비전을 봤고

 

 [잔잔한 음악]

 

 진짜 별거 없었는데

 

 그날이 나한테

 

 제일 행복했었나 봐요

 

 다정 씨 처음 봤을 때  그 장면이 스쳐 갔는데

 

 거기

 

 그 방 안에

 

 내 옆에

 

 다정 씨가 있더라고요

 

 막 웃으면서

 

 천천히

 

 오세요

 

 [영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미란네가 홍 사장 코치했냐?

 

 네가 귤 좋아하잖아

 

 뭔 소리야아저씨가 왜?

 

 (미란귤을 사 왔어

 

 

 

 난 한 글자짜리 선물이 그렇게 싫어

 

 엄마 백 좋아하잖아

 

 그럼 귤을 백 안에 넣어 왔어야지

 

 어디서 까만 봉지에다가

 

 달면 뭐 해귤인데

 

 [다정이 피식 웃는다]  이쁘면 뭐 해귤인데

 

 귤 보는데  왜 내 생각이 나고 지랄이래

 

 요즘 귤로 고백하는 게 유행인가?

 

 너도 누가 귤 사 주디?

 

 (미란뭐 하는 사람인데?

 

 혹시 못생긴 건 아니지?

 

 아직 잘 모르는 사람인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말을 했어

 

 (다정눈 오는 날

 

 따뜻한 방에서

 

 귤 까먹으면서 텔레비전 보는 거

 

 [새가 지저귄다]

 

 [멀어지는 발걸음]

 

 [흥미로운 음악]

 

 오 간호사님은 아직도 여기 계시네요?

 

 (가영엄청 잘 지내셨나 보다

 

 뽈똑뽈똑

 

 여기도 뽈똑저기도 뽈똑

 

 - …  - (미경몇 년간

 

 눈에 걸리는 게 없어 잘 지냈죠

 

 딱 방금 전까지

 

 (가영어머이 스카프 예쁘죠?

 

 나도 받아서 한 번 맸는데

 

 작년재작년?

 

 까마득하여라

 

 찾아서 아무나 줘야 되는데  대체 어디 처박혀 있는지

 

 [문이 달칵 열린다]

 

 (영도계시면 안내해 드릴 거예요

 

 (가영나 왔는데

 

 싫구나?

 

 밑에서 기다릴게

 

 우린 또 봐요

 

 (민재) [웃으며

 

 

 

 [흥미로운 음악]

 

 

 

 들어가세요

 

 [문이 탁 열린다]  (미경!

 

 (영도정신과 의사는  개인사가 알려지면 안 돼

 

 환자들에겐 전이가 필요한 상황이 있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더 많은 정보를 갖게 될수록

 

 (가영그래블라블라블라

 

 치료가 어렵겠지

 

 내가 병원에 결혼사진 갖다 놨다고

 

 네가 나한테 성질낼 때  다 들은 말이잖아

 

 그거 알면서 또 왜

 

 (가영) [큰 소리로사람들은 이혼해도  친구로 지낼 수 있는 걸 안 믿더라고

 

 우리가 이상한 건가?

 

 (영도너 지금 되게 이상해

 

 (가영누가 잘못해서  헤어진 것도 아니고

 

 내가 뭐진짜 미친년

 

 또라이라서 헤어진 것도 아니잖아

 

 [차 문이 탁 닫힌다]  [자동차 시동음]

 

 어떻게 내가 한 톨도 안 반가울까?

 

 상담은 잘 받고 있고?

 

 (가영내가 미친 건지 아닌 건지  궁금해하는 것도 이제 지겹지 않아?

 

 너 나한테 딱 그것만 궁금하지?

 

 아니

 

 (영도수면제 얼마나 먹어?

 

 두 알?

 

 세 알?

 

 - 네 알?  - (가영

 

 두 배나 늘렸어?

 

 (영도네가 늘려 달라고 한 거야?  아니면

 

 (가영네가 잔소리를  두 배로 해서 그런가 보지

 

 무슨 일인데

 

 왜 물어  어차피 상담도 안 해 줄 거면서

 

 (가영지인은 환자로 안 받아 준다며

 

 말하러 온 거고 어차피 할 거잖아

 

 (가영그냥 갈 거야

 

 그래야 네가 나 신경 쓰지

 

 

 

 되게 아파

 

 [발랄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차 빼서 큰길로

 

 [통화 종료음]

 

 [멀어지는 발걸음]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정나 안가영 봤어

 

 다음 주부터  우리 호텔에서 드라마 찍거든

 

 (은하와 다정)  - !  - 결혼도 우리 호텔에서 했었는데

 

 (다정?

 

 - (다정!  - (은하가만히 좀 있어 봐

 

 (다정

 

 그래여기 우리 호텔이잖아

 

 (은하) [다정을 툭 치며그러니까

 

 그림만 보지 말고 글씨도 좀 읽어라

 

 (다정) '배우 안가영'

 

 '범죄 의학 드라마  닥터 크리미널 자문으로 만난'

 

 '정신과 전문의 주 모 씨와  1년 만에 협의 이혼'…

 

 (영도수고해

 

 (은하감사합니다안녕히 가세요  [문이 탁 열린다]

 

 [은하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작은 소리로으이그진짜

 

 (다정어쩐지

 

 목 밑으로 낯이 익다 했어

 

 (미경잠깐

 

 (민재아니

 

 (영도아유아유  또 이러신다아유

 

 [문이 탁 닫힌다]  (민재오 선생님이  이거 버리라고 하는데요?

 

 (영도그래도 살아 있는 건데

 

 (미경과연 그럴까요?

 

 (민재그  저주 걸린 화분이라고

 

 (영도그래도 선물인데?

 

 [빗자루를 탁탁 친다]

 

 얘 여기 있으면 난 여기 없어요

 

 얘기 끝

 

 [흥겨운 음악이 크게 흘러나온다]  [드라이기 작동음]

 

 [흥겨운 음악이 들린다]

 

 아이저런

 

 [리모컨 조작음]  [음악이 뚝 멈춘다]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잔잔한 음악]

 

 [물이 뚝뚝 떨어진다]

 

 [영도의 당황한 신음]  [물이 뚝뚝 떨어진다]

 

 저런

 

 [민재의 힘주는 숨소리]

 

 (민재일단은 이걸로 해 놓고

 

 더 큰 거 찾아 볼게요

 

 - (영도그래요  - (민재

 

 이래도 저주가 아니라고?

 

 [철도가 손을 탁탁 턴다]  (영도철도야

 

 4층에 좀 올라가 볼 수 있나?  물이 새는 거 같은데

 

 다정이 편의점 갔어

 

 (철도아까 단체 때문에  여기 자리 없어 가지고

 

 (영도그래?

 

 (머리를 감았네요?

 

 (다정나 원래 저녁에 머리 잘 감아요

 

 (나 보러 온 건가혹시?

 

 (다정뭐래

 

 나 원래

 

 여기 잘 앉아 있어요

 

 (

 

 아니

 

 차에서 내리면 바로 보이는 데  앉아 있길래 혹시나

 

 (다정나 지금 바쁘거든요?

 

 [다정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주말에 뭐 해요?

 

 (다정주말에도 바쁘거든요?

 

 (에이

 

 (다정왜요?

 

 내가 하루 종일 침대에 누워 가지고

 

  '도깨비재탕 삼탕 하면서  은탁이 대사나 따라 할 거 같아요?

 

 보통 주말에 그런 거 해요?

 

 아니거든요?

 

 (다정아나집중 다 깨졌네?

 

 (연예 기사 보고 있던데

 

 [준이 코를 훌쩍인다]

 

 (다정우리 호텔에서 찍을 드라마  서치한 거예요

 

 (그렇구나

 

 오케이오케이오케이

 

 [준이 글자를 따라 읽는다]

 

 러시아 드라마 찍는 거예요?

 

 [다정이 태블릿 피시를 탁 집어 든다]

 

 왜 남의 걸 봐요

 

 (뭐 또 나 먹으라고  이렇게 또 두고 가요커피를

 

 나 마셔요?

 

 - (영도물이 새는데요  - (우리 주말에

 

 (영도

 

 말씀 다 끝난 줄 알고

 

 (다정

 

 끝났어요

 

 물이 새는데 뭐요?

 

 (영도올라가서 확인 좀 해 보자고요

 

 - (다정지금요?  - (영도너무 늦었나?

 

 [새가 지저귄다]

 

 (다정그냥 사람 부르죠?

 

 (영도

 

 물이 고이는 데가 있어서  그럴 수 있으니까

 

 물 좀 한번 틀게요

 

 (다정살살 트세요  그거 수압 엄청 높여 놔서

 

 [영도의 당황한 신음]

 

 [함께 당황한다]

 

 [다정의 비명]

 

 - (다정아유  - (영도어유

 

 (다정잠깐만요

 

 (영도어유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영도의 당황한 신음]  (다정엄마

 

 내가 이따 전화할게  지금 누가 코브라 쇼를 해 가지고

 

 아니야괜찮아

 

 그 코브라 지금은

 

 [따뜻한 음악]

 

 [거친 숨소리]

 

 죽었네?

 

 [통화 종료음]  (영도

 

 이거 제가 똑같은 걸로 사 드릴게요

 

 물은 안 고이는데

 

 왜 그러는지 모르겠네

 

 그냥 사람을 부를걸

 

 혹시 모르니까 세탁기 쪽 한번

 

 [영도의 난감한 숨소리]

 

 [영도가 중얼거린다]

 

 [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철컥 닫힌다]  [한숨]

 

 (민재여권도 없으시면

 

 그러면 보험 급여 적용이 안 되는데

 

 괜찮으세요?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물이 뚝뚝 떨어진다]

 

 안녕하세요

 

 (야간 진료도 하시는구나?

 

 대학 병원 외래도 나가시고

 

 앉으시죠

 

 (꼭 그래야 되나요?

 

 아니요

 

 편한 대로 하시면 됩니다

 

 미국 국적이네요?

 

 정신과 진료 받아 본 적 있으시죠?

 

 거기선 워낙 슈링크를 많이

 

 (없어요

 

 오늘 갑자기 불편해서

 

 무슨 일 때문에요?

 

 (주영도 씨가 저를  감시하는 것 같아서요

 

 [어두운 음악]  [물소리가 탁탁 울린다]

 

 예전에도 감시당한다고  느낀 적이 있나요?

 

 [준의 헛웃음]

 

 (내가 정말 환자로 왔다고  생각하나 보네?

 

 [펜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환자로 오신 게 아니면

 

 아니면?

 

 반대 같은데요?

 

 내가 아니라 채준 씨가  내 반경 안으로 들어온 거

 

 지금처럼

 

 왜 내 발밑에 네 발 넣었어?

 

 이런 거 말씀하시는 건가?

 

 [준이 피식 웃는다]

 

 (저 환자로 왔어요

 

 그래야 내가 뭔 소리를 해도  어디 가서 말 못 하잖아

 

 [라이터 닫는 소리가 탁 울린다]

 

 면허 지켜야지

 

 좋습니다

 

 (영도그럼 오늘 병원에 오신 건

 

 (강다정 씨 좋아해요?

 

 난 좋아하거든

 

 "눈 깜빡임 없음멀쩡함의 가면"

 

 "반사회적 인격 장애  일명 소시오패스"

 

 [무전기 작동음]

 

 (진복강간범 얼굴 덮어 주려고  내가 꼬까옷을 샀겠냐고?

 

 나쁜 놈들 때려잡으려고 경찰 된 건데

 

 그놈들 면상까지 가려 주는  돌보미가 됐어요

 

 아유정말

 

 이런 건 왜 꼭 밥때 해?

 

 아유정말

 

 [탈취제를 칙칙 뿌리며내가 진짜  내가 그놈 딱 잡으면

 

 내가 바로 그만둘 거야바로

 

 진심 아닌 거 같아?

 

 (영도예  [진복이 탈취제를 칙 뿌린다]

 

 (진복넌 왜 또

 

 (영도맛있는 거 사 왔는데

 

 [영도가 봉지를 툭 놓는다]

 

 왜 이제 왔어아까 오지

 

 (진복) [봉지를 부스럭거리며]  얼마나 그리웠는데?

 

 (영도풍지동 3층 사건이요

 

 내가 볼 수 있는 자료가 좀 있어요?

 

 (진복거기 있는 자료는  다 볼 수 있지우리 자문인데

 

 어차피 비공 자료는 거기서 안 열려

 

 (영도그래요?

 

 ?

 

 막상 범인 안 잡힌  사건 현장에서 살려니까 좀 그래?

 

 (진복오구오구  우리 주영도 무서웠어요?

 

 방어적 노출 행동을  기대해도 될까 해서요

 

 (진복으음으음

 

 한국말로

 

 '범인은 현장에 반드시 다시 나타난다'

 

 [어두운 음악]

 

 [어두운 효과음]

 

 (커피 많이 마셨으면  옥상에서 물이나 마시죠

 

 - (올라갈까요?  - (다정아니요

 

 (그럼 옥상에서 공기나 마시죠

 

 올라갈까요?

 

 (다정아니요

 

 (아이고야

 

 외부 사람들도 왔다 갔다 하고  좀 불안한데

 

 옥상까지 바래다줄까요?

 

 (다정아니요

 

 () [웃으며안 되네

 

 그럼 어떡하지?

 

 일단 올라가서 생각해 볼까요?

 

 (다정아니요

 

 (그렇죠  아무리 옥상이라고 해도

 

 다정 씨 사적인 공간인데

 

 이렇게 늦은 시간에 불쑥  올라갈까요?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조작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영도이건 선물

 

 이라고 하기에는

 

 복도에 너무 오래 있었나

 

 (다정) '축 이전안가영'

 

 (영도저런

 

 [당황한 웃음]

 

 근데

 

 이혼하신 줄 몰랐어요

 

 (다정이혼이 장난도 아니고  잘못도 아닌데

 

 막말해서 미안해요

 

 ?

 

 짬뽕 먹다 팩폭 맞고  내가 화나서 막 그랬잖아요

 

 (다정그렇게 남을 분석질이나 하니까

 

 연애도 못 하고 맨날 병원에만 있고

 

 딱 보니 쌍가마라서  결혼해도 1년도 못 살고 깨질 거라고

 

 근데 저 사실  쌍가마가 뭔지 잘 몰라요

 

 쌍두마차 같은 건가?  쌍라이트 같은 건가?

 

 쌍화차 같은 건가?

 

 그런 말 한 적 없는데

 

 (다정

 

 은하한테 말했구나

 

 

 

 (다정어쨌든

 

 죄송해요

 

 (영도아니난 뭐  초면에 쓰레기 자석이라고

 

 어쨌든

 

 죄송하면

 

 얘 좀 키워 줄래요?

 

 (다정아니요

 

 미안하다면서요

 

 그건 그거고 이건 싫어요

 

 - (영도왜 싫어요?  - 더 이상 죽이고 싶지 않아서요

 

 누굴 죽였는데요?

 

 쟤 빼고 다

 

 (다정허브부터 선인장까지

 

 나한테 걸린 것들은  모두 다 죽어 나갔죠

 

 가끔 물만 주면 되는데

 

 (다정열심히 물 줘도 죽던데

 

 강다정 씨 식이면 과도하게 줬겠죠  뿌리가 썩을 만큼

 

 (영도연애든 식물이든

 

 무조건 다 주고 퍼 주고  자기를 갈아 넣고는

 

 (다정그만하시죠

 

 (영도방어 기제라는 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내 안에서 멋대로 흘러가는  메커니즘이라

 

 이런 말 듣는 게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요

 

 하지 마요분석이든 추리든  때려 맞히는 거든 뭐든

 

 - 딱 하나만 더 얘기해도 돼요?  - (다정아니요

 

 - 어차피 욕먹은 거 할게요  - (다정하지 말라니까?

 

 그 남자 만나지 마요

 

 [잔잔한 음악]

 

 원래

 

 안 만나려고 했는데

 

 그럼 다행이고요

 

 (영도그럼

 

 (다정이건 갖고 가야죠

 

 - (영도고맙긴요  - (다정미쳤나 봐

 

 (영도가끔 보러 올게요

 

 (다정어딜 와요누구 마음대로?

 

 (영도고마워요

 

 (다정이거 진짜  내가 죽일 수도 있어요

 

 (영도강다정 씨도 잘 자요

 

 [문이 탁 닫힌다]

 

 [어이없는 숨소리]

 

 [어두운 음악]

 

 [어두운 효과음]

 

 [물소리가 탁 울린다]

 

 [물이 뚝뚝 떨어진다]

 

 [종이를 쓱 넘긴다]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물소리가 탁 울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문이 탁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안녕하세요

 

 (내가 정말 환자로 왔다고  생각하나 보네?

 

 (왜 내 발밑에 네 발 넣었어?

 

 이런 거 말씀하시는 건가?

 

 (영도범인은

 

 현장에

 

 반드시 다시 나타난다

 

 [어두운 효과음]

 

 [후드득 떨어지는 소리가 난다]

 

 [어두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당신

 

 그 여자 만나지 마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음악]

 

 (강다정이다

 

 그 여자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멀어지는 발걸음]

 

 소시오패스

 

 [비밀스러운 음악]

 

 (다정왜 나한테  채준 씨 만나지 말라고 했어요?

 

 혹시 나 좋아해요?

 

 (다정날 좋아한다니까  뭘 어떻게 해 줘야 될 거 같고

 

 (다정 씨 보면서  바보같이 웃고 있겠지

 

 (다정그 꿈에 나오는 방에

 

 고양이도 있어요?

 

 (진복) 2003년 안암동

 

 (영도) 18년 전에 뭘 좀 본 게 있는데

 

 [타이어 마찰음]  그게 걸려서요

 

 (다정그때

 

 [의미심장한 효과음]

 

 답을 찾고 있다고 했었잖아요

 

 찾았어요?

 


 

.너는 나의 봄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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