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봄 2
(남학생) 어? 주영도!
야, 너 여기 와서 한잔해, 어?
(대학생 영도) 알았어, 알았어 좀 있다 올게
- (대학생 영도) 좀 있다 올게 - (남학생) 아, 어딜 가, 또
(대학생 영도) 아, 좀 있다 올게
- (남학생) 야, 너 도망가지 마라, 어? - (대학생 영도) 놀고 있어, 놀고 있어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음악]
[긴장되는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당신
그 여자 만나지 마
[긴장되는 음악]
(준) 와, 강다정이다
와, 그 여자다
[멀어지는 발걸음]
소시오패스
(준) 와
못 보고 가는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한 번 또 보네요?
역시 기다리길 잘했어
(준) 저, 혹시
창피해서 나 피하는 거 아니죠?
그때 막 이렇게 바쁜 척하다 걸린 거 때문에
(다정) 아닌데요?
아, 근데 왜 귀가 빨개져 있지?
오다가 우체통 씹어 먹어서요
아, 왜 그래요, 귀엽게
(다정) 어유, 감사합니다
오늘 계속 뛰어다니느라 발이 팅팅 부었는데
방금 발가락이 다 오그라들어서
신발에 발이 쏙 들어가네요
덕분에 다시 출근해도 되겠어요
(준) 아니, 발이 부었어요?
왜 남의 발을 봐요?
(준) 아, 힘들었구나
왜 남의 머리를 만져요?
(준) 이 장미는 받을 거죠?
(다정) 왜 또 쓰레기를 줘요
아니, 시들고 가시 있고 재활용도 안 돼서 꽃은 싫다면서요
(준) 근데 이거 봐 봐요 종이로 만든 거예요
자
안 시들고 가시도 없고 재활용도 되고
뭐, 급할 때는 펴서 메모도 할 수 있고
[어두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어두운 효과음]
[카메라 셔터음]
[쿵 소리가 들린다]
[한숨] [물이 뚝뚝 떨어진다]
(영도) 저걸 고치지 말아야 되나
[스위치가 탁 꺼진다]
[물소리가 탁탁 울린다]
[한숨]
[놀란 신음] [컵이 쨍그랑 깨진다]
[새가 지저귄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 (다정) 안녕 - (아리) 안녕하세요
(철도) 앗싸! 왕지네 내 거!
이것 봐라, 이것 봐라 아리야, 이것 봐라
[철도의 웃음]
- 야 - (은하) 뭐
- (철도) 좀 같이 가자니까? - (은하) 안 간다니까
- 넌 운전만 하라니까 - (은하) 아, 싫다니까!
- (철도) 씨… - (다정) [달그락거리며] 나가서 싸워
급하면 쟤라도 갖다 써
(철도) 쟨 못 써 [커피 머신 작동음]
나 듣겠다, 뭔데
(철도) 고속 도로를 80으로 달리는 애야, 쟬 어떻게 써
(다정) 80이 어때서
그러게 누가 면허 취소되래?
(다정) 나 10년 무사고야
그래서 반성하고 있잖아
(다정) 반성하는 사람이 내 안전 운전을 비웃으면 안 되지
(철도) 아, 진짜 오늘 꼭 만나야 된다니까! 씨
(다정) 내가 태워 준다잖아!
[커피 머신 작동음]
만날 사람이 누군데
[딸랑거리는 효과음]
생년월일
(철도) 88년 11월 11일
(무당) 너 말고
(다정) 아, 전 아니고 얘 때문에 온 건데
[철도가 살짝 웃는다]
저요, 저
너야, 너
(무당) 생년월일
[다정의 당황한 신음]
- (다정) 88년… - (무당) 88
(다정) 3월 29일
음력
[무당의 한숨]
(무당) 네 주변 것들은 다 평지에서 태어나 쉬엄쉬엄 걷지만
넌 태어나 보니까
보이는 게 다 오르막길이지?
미끄러질라 악착같이 기어오르다가
겨우, 어, 어, 그, 사다리
좀 탈까 싶으면
뒤에서 뭐가 매달리지?
부모가 발목 잡고
남자가 발목 잡고
그 정도는 아니거든요?
[무당이 혀를 찬다]
(철도) [작은 소리로] 야
(다정) 그렇게 말하면 우리 엄마가 뭐가 돼!
(무당) 한 끗만 더 고생해
고생을 더 하라고요?
아가
[다정의 당황한 웃음]
(다정) 아니, 솔직히 이 나이에 아가는 좀…
(무당) 잘 들어
[어두운 음악]
네 눈앞에 반짝이는 게 있어
발밑엔 꺼먼 것이 있고
[무당의 한숨]
바람 속에 시퍼런 칼이 있어
[비행기 엔진음]
[다정이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 (다정) 소문난 도사라더니 - 예약은 내가 했는데
- (다정) 뜬구름만 잡고 있어 - 내 점은 제대로 봐 주지도 않아
이럴 거면 우리 동네 마트 가지
이럴 거면 3층 갔지
배추 도사, 무 도사 거기 다 계시는데
영도 형이 훨씬 더 용한데
그때 너도 보자마자 다 맞혔잖아
[철도의 한숨]
(다정) 글쎄
(철도) 뭐가 '글쎄'야?
다 맞히니까 너도 뜨끔해 가지고 멱살 잡아 놓고
(영도) 발 없는 새, 쓰레기 자석 검은 고양이, 붉은여우꼬리
(영도) 강다정 씨 식이면 과도하게 줬겠죠, 뿌리가 썩을 만큼
연애든 식물이든
무조건 다 주고 퍼 주고 자기를 갈아 넣고는
(영도) 그 남자
만나지 마요
용하기는 무슨
[자동차 시동음] (진복) '2003년'
'안암동, 고등학생'
이건 뭐야?
(영도) 안 나오네
서울시 전체로 검색해야 되나? [영도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진복) 아, 뭘 찾는데?
18년 전에 뭘 좀 본 게 있는데
(영도) 그게 걸려서요
아, 18년 전인데 이제 와서?
(진복) 아이고
우리 주영도 실체도 없는 사건을
선제적으로 알아차리고 수사를 하고 계시네
인지 수사를 하고 계셔 [진복의 웃음]
형사 다 됐네? [영도의 못마땅한 신음]
하지 마요, 하지 마, 하지 마
(직원) 이상형 파이널 라운드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직원) 안가영, 전지현!
(정빈) [손가락을 탁 튀기며] 와, 미치겠네
아, 누구랑 사귀지?
씁, 안가영이 딱 내 스타일이긴 한데…
소문이 좀 그렇고
전지현은 완벽한데 등산을 좋아해 가지고
하, 난 개인적으로 산보단 바다 쪽인데
(유경) 네, 네, 죄송합니다
네
내가 네 노예니, 미친 새끼야?
얻다 대고 욕을 하고 지랄이야
너 내가 우리 매니저님한테 다 이를 거야
[영어] 매니저님이 너 가만 안 둘 거야 이 멍청이야
(다정) 여보세요?
[전화가 뚜뚜 울린다]
(유경) [한국어] 아, 손님이
전화 끊은 다음에 욕하는 거는 괜찮잖아요
[영어] 그렇죠?
아니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한국어] 어서 오세요…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리야, 나 쓰레기 버리고 올게
- 네가 주문 좀 - (아리) 네
(아리) [다급한 목소리로] 제가 버리고 올게요
[어색한 웃음]
- 주문하시겠어요? - (여자) 응?
(여자) [애교스럽게] 티라미수가 없어
[흥미로운 음악] (남자1) 그러네?
- (남자1) 어, 혹시 티라미수 없나요? - (은하) 안 들어왔어요
(남자1) 그럼 몇 시쯤 들어오는지 알 수 있을까요?
- (은하) 아니요 - (남자1) 확인은 가능할까요? [은하의 헛웃음]
잠시만요, 예
(남자1) 치즈케이크 먹어 [통화 연결음]
[꽁냥거린다]
네, 안녕하세요 티라미수 언제 들어오나요?
티라미수 네가 주문 넣지 말라며
아, 그렇군요
너 지금 나한테 말 높이냐?
누구랑 얘기하는 거야
(은하) 예, 알겠습니다
(철도) 뭐래
[통화 종료음] 여보세요?
야, 박은하
(은하) 공급이 안 된다고 하네요
내일도 안 되고 모레도 안 되고
노 티라미수, 포에버, 네버 에버
안 들어와요
(여자) 응? 나 티라미수 먹으러 온 건데 [남자1의 한숨]
(남자1) 아, 그러니까 어떡해, 우리 아기
[한숨] 우리 아기 그러면 당근케이크 먹을까?
(여자) 음, 당근 싫어 당근 토끼한테 다 먹으라고 해
[여자의 못마땅한 신음] (남자1) 알았어 그러면 당근은 토끼 주자
당근 때찌, 당근 저리 가
기분이 좀 안 좋으니까 마키아토 마실까?
(여자) 근데 살찌니까…
(남자1) 아, 다 먹고 나랑 운동장 달리면 되지
(여자) 음, 달리기 싫어 달리기 조랑말이나 하라고 해!
- [당황하며] 조랑… - (남자1) 알았어, 조랑말 달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아, 어서 오세요!
[은하의 당황한 신음]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은하) 다정이 퇴근하려면 좀 있어야 되는데
(준) 아…
일부러 이 시간에 왔어요
이러다가 진짜 스토커가 될 거 같아 가지고
(다정) 영업적 불편을 감수하면서도 장소 협찬을 하는 건
저희도 보여 주고 싶은 부분이 있어서예요
그게 뭔지는 여기 나와 있고요
교체 불가 사항 3번, 어메니티 일체
(스태프) 아, 그래서 이렇게 양해를 구하는 거죠
아, 작가가 워낙 PPL을 쓰기 싫어해 가지고
이것도 겨우 집어넣은 거라…
[스태프들이 인사한다] 어떻게 좀 안 될까요?
[다정의 난감한 웃음]
(다정) 같은 노동자 입장에서 정말 힘드시겠다 싶지만
심지어 그 제품은 경쟁 호텔에서 쓰는… [흥미진진한 음악]
브랜드예요
(가영) 아… [다정의 옅은 웃음]
빨리 찍고 가자
나 어제 잠 못 자서 한 시간 지날 때마다
눈 밑이 1cm씩 꺼질 건데
그럼 보정 힘들잖아
그냥 내일 아무 신에다가
어, 손 씻는 장면 넣어
'향기가 고급스러워, 촉촉해'
대사는 내가 알아서 칠게
아, 근데 작가님이…
내가 통화하면 되지?
(매니저) 여기요
[통화 연결음]
[가영의 옅은 신음]
파, 파이팅
아, 네
(가영) 여보세요?
헬로, 유 작가님?
식사는? [가영의 웃음]
아, 짬뽕?
맛있지, 짬뽕
[어색한 웃음]
(영도) 점심은 뭐 드셨어요?
(환자) 도넛이요
아, 물도 마시려고 했는데
엄마가 못 마시게 해서…
(환자 모) 아, 이렇게 이상한 거짓말을 한다니까요?
내가 언제 물을 못 마시게 했어?
아, 그리고 밥도 안 먹는 애가 뭔 도넛을
밥을 왜 안 먹어요?
(환자 모) 그게…
(환자) 의사가
못 먹게 해서…
(환자 모) 의사는 무슨
아, 다이어트하는데
아, 그래서 자기가 안 먹는 거예요
아, 이렇게 되지도 않는 거짓말 하는 거
이거 정신병 맞죠?
(영도) 다이어트한 지 오래됐어요?
(환자) 네?
(환자 모) [환자를 툭 치며] 아, 얘가 또 모르는 척하고 있네?
[환자 모의 한숨]
아, 맨날 하죠, 다이어트
몰래 먹어서 그렇지
(영도) 아…
영양 결핍 때문에 뇌 손상이 생기면
단기 기억 저장이 안 돼요
코르사코프 증후군이라고 하는데
기억나는 게 없으니까 뭐든 미끼를 던지면
그걸로 대답을 하는 거죠
(환자 모) 아니, 세상에 그런 병이 어디 있어요?
(영도) 어…
[차분한 음악]
오늘 타고 온 택시 무슨 색이었는지 기억나요?
(환자) 보라색이요 [영도가 호응한다]
[책을 바꾸며] 어제 탄 택시는요?
(환자) 하늘색이요
정신과 질환 아니고 거짓말도 아닙니다
식사 균형 있게
비타민 B 충분히 섭취하셔야 되고요
제가 따로 뵙자고 한 건
따님을 좀 믿어 주셔야 될 거 같아서요
(환자 모) 그동안 다이어트 약을 몇백만 원어치 샀어요
그럼 뭐 해요? 매번 몰래 먹는데
라면을 어느 땐 막 다섯 개씩…
아무도 안 믿어 주고
나도 나를 못 믿겠고 [잔잔한 음악]
살은 너무 빼고 싶고
그런 상태에서 스트레스를 풀 제일 쉬운 방법이 뭐겠어요?
먹는 거거든요
'너 분명히 또 좀 걷다가 넘어질 거잖아'
옆에서 노려보고 있으면
온몸에 힘을 주고 걷게 돼요
그러다 보면 더 잘 넘어지고 더 크게 다치겠죠
답답하시겠지만
자꾸 잘못했던 거 들추지 마시고
응원해 주세요
[버스 엔진음]
[잔잔한 음악]
[발소리가 들린다]
내가 준 화분은 어디다 팔아먹은 거야?
(다정) 이야, 읏차
[휴대전화 조작음]
(영도) 보이지? 저기 있잖아
(가영) 그러니까
내가 준 화분이 왜 저기 있냐고
(영도) 빨리 말해야 돼 10분 후에 예약 있어 [문이 철컥 닫힌다]
(가영) 걱정 마
죽고 싶은 사람은 10분 후에도 죽고 싶을 거고
미친 사람은 10분 후에도 미쳐 있을 거니까
내가 제일 급해
(영도) 상담은 너 다니는 병원에서 해
나는 너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네가 말하는 정보 마음대로 걸러 듣게 되고
쓸데없는 부분에서 감정적으로 잔소리를 하게 될 수도…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피식 웃는다]
[흥미로운 음악] (영도) 어
(가영) 티 나게 좋아하지 말아 줄래?
이러다 또 잘 안되면 죽을 거 같다고 너한테 질척거릴 수도 있어
오케이
내가 좋아 죽겠대
근데 말 안 돼
아이돌이야, 인기 너무 많아 너무 어려
미친 거지
[숨을 들이켠다]
난 아이돌을 잘 몰라서
방탄, 엑소, 케이멘
- 뭐, 그 정도밖에… - (가영) 케이멘이야
(영도) 거기서 한 명밖에 모르는데
패트릭인가? 제일 인기 많은
(가영) 걔야
뭐
너도 인기 많잖아, 나이야 그래 봤자
아홉 살 차이야
(영도) 뭐, 열 살도 차이 안 나는…
(가영) 나
내가 쪽팔려서 한 살 깎아서 말한 거야
뭐…
뭐, 어쨌든 성인이고, 뭐
- 그 나이면 그래도 군대는… - (가영) 이제 가야 돼
아유, 저런
시작도 하지 마?
왜?
내가 '저런'이라 그래서?
(가영) 여보세요, 헬로?
내 상태 몰라? 다 까먹었어?
난 매일이 터질락 말락 폭탄이야
나 이런 거 알면 걘 식겁하고 도망가겠지, 엄청 빠르게
[가슴을 팍 치며] 나 이렇게 막, 막 밀치고
그럼 늙은 나는 일어나지도 못하고 바닥에 나뒹굴겠지, 오래오래
이런 거 알면서도 욕심내는 내가 너무 웃겨, 미친 거지
너 누구 제대로 좋아한 거 10년도 훨씬 넘은 거지?
헬로?
우리 6년 전에 결혼했고 난 그래도 너 좋아서 결혼한 거거든?
(가영) 넌 내가 죽을까 봐 겁나서 했지만
그런 거 아니라니까
(가영) 아…
그래서 죽어도 각방 쓰고
내가 호르몬 미쳐 날뛰는 날 네 방에 가면
넌 서재로 도망가서 문 잠그고 잤구나
그 친구가 어리고 유명하고
그래서 네가 겁내는 건 아닐 거야
(영도) 상처받을까 봐 무서워서
처음부터 안 되는 이유를 찾고 있는 거지
[잔잔한 음악]
혹시 너도 그래서 연애 안 하는 거야?
무서워서?
[차 문이 탁 여닫힌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탁 열린다]
아, 예, 안녕하세요 [문이 탁 닫힌다]
(영도) 앉으세요
(영도) 물에 빠졌을 때 가장 공포스러운 것은
내가 수영을 못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내 발밑이 얼마나 깊을지를 모른다는 것
한 번쯤 깊이 빠져 본 사람은
그래서 두려움이 더 커진다
그것이 강이라도
바다라도
사랑이라도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차 문이 탁 닫힌다]
(다정) 응 [자동차 시동음]
응 [피식 웃는다]
(미란) 홍 사장이 이번엔 떡을 사 왔어
(다정) 그 말 들으니까 떡 먹고 싶다
(미란) 왜 하필 떡일까?
나한테 뭘 하자는 걸까?
(다정) 아, 나 음란 마귀하고는 통화 안 할래
뭘 음란해? 떡을 떡이라고 했구먼
(미란) 자기가 이상한 생각 해 놓고
그렇다 쳐, 그럼
떡, 떡
콩떡, 콩떡
아, 엄마, 좀! 누가 들어
네 귤쟁이는 어떻게 됐어?
그냥 있어
(미란) 왜, 자꾸 보니까 못생겼어?
술버릇 개같아? [피식 웃는다]
그냥
좋아 죽겠는 것도 아니고
뭐, 꼭 연애를 해야 되는 것도 아니고
[어두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어두운 효과음]
[새가 지저귄다]
[초인종이 울린다] (영도) 택배요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다정) 어?
(영도) 아, 예
이게 3층으로 왔어요
(다정) 어, 헐, 미안해요 왜 거기로 갔지?
- (다정) 아, 무거운데 주세요 - 무거운데 들어 드릴…
- (다정) 아, 괜찮아요 - 괜찮아요
- (다정) 그냥 제가… - 그냥 제…
[다정의 어색한 숨소리]
[다정의 어색한 웃음]
[다정의 당황한 신음]
(다정) 별로 안 무겁고 들 수 있거든요
(영도)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다정) 그렇다면 뭐…
(영도) 아…
[다정이 박스를 툭 내려놓는다] [다정의 힘겨운 신음]
화분 잘 있네요?
(다정) 아, 예
제가 맛있는 거 많이 주거든요 콜라도 주고 커피도 주고
[영도의 웃음] 어, 잠깐만요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다정) [큰 소리로] 걱정하지 마세요!
콜라는 다이어트로 주고 커피는 디카페인으로 주니까
저런…
[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다정이 살짝 웃는다]
[다정이 살짝 웃는다]
(영도) 저요?
- 마, 마셔요? - (다정) 네
[만족스러운 신음]
[다정의 웃음]
(다정) 자, 이제 마셨으니까
[다정이 살짝 웃는다]
[밝은 음악]
(다정) 꽉 좀 잡아 줄래요? 엄청 흔들리거든요?
(영도) 캠핑 좋아하시나 봐요
하지 마요, 그거
내가 뭘?
발 없는 새, 쓰레기 자석
그거 하려던 거 아니에요?
아…
아, 그건 아닌데
정색한 김에 몇 개 물어봐도 돼요?
아니요
그럼 일단 한 개만 물어볼게요
(영도) 혹시 채준 씨 어느 고등학교 나온지 알아요?
(다정) 그건 왜요?
어디서 만난 거 같아서요
- 알아요? - (다정) 몰라요
(영도) 음, 그렇군
그럼 이번엔 내가 물어볼 순서죠?
그렇게 합의한 적은 없는데
왜 나한테 채준 씨 만나지 말라고 했어요?
그, 만나는 동안
좀 이상하다고 느낀 적 없어요?
(영도) 어떤 점이 굉장히 거슬린다거나
어떤 옷을 입었는지보다
옷을 안 입고 있다는 게 더 많은 걸 보여 줘요 [찰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효과음] (영도) 부재한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걸 말해 주는 거죠
그 사람한테 거슬리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이상하다는 거예요?
그래서 만나지 말라고 한 거고요?
더 정확하게 말해 주고 싶은데
아직은 나도 확인 중이라서요
(다정) 와, 나 진짜 엄청 궁금했는데 더 궁금해졌어
도대체 왜 만나지 말라고 했을까?
(영도) 근데 이거…
[흥미로운 음악]
혹시 나 좋아해요?
(영도) 예?
[당황한 신음] 아니, 갑자기 왜…
아, 그게 무슨, 왜, 왜죠?
그게 제일 말이 돼서요
갑자기 만나지 말라고 하고
이유는 말 못 한다고 하고 [영도의 어이없는 웃음]
(다정) 지금도 지나치게 당황하고 있고
(영도) 아유, 저런
[영도가 달그락거린다]
- (다정) 만약 그런 거면… - 그런 거 아니에요
눈을 피하는데?
이게 자연스러운 반응이고
원래 거짓말하는 사람들이 눈을 끝까지 보는 거예요
자기 거짓말이 통했는지 보려고
아, 나 그런 걸로 책도 썼어요
읽어 봐요, 이따가 줄게요, 예
아니면 됐고요
도와줘서 고마워요
(영도) 아까부터 이 말 하고 싶었는데
이거
땅에 박아서 고정시키는 거예요
그냥 이대로 뒀다간 아마 태풍 오는 날
저기 부산에서 발견될걸요?
발 없는 새
발 없는 타프
헐
(진호) 위빙
잽! [휴대전화 진동음]
[흥미로운 음악]
[거친 숨소리]
전화를 받든가 운동을 하든가
그렇게 쉬운 결정이 아니야
(진호) 그럼 맞든가
아!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은하) 어제 왔다 갔어
(다정) 나 안 물었는데
뭐야?
(은하) 너 공짜 커피 마신다고 구박하지 말고
손님처럼 대해 주래
이러다 진짜 스토커 될 거 같다고
조심해야겠다고
당분간 못 올 수도 있다고 우리한테 다 인사하고 갔어
왜 때려!
얼마나 말을 못되게 했으면, 어?
맨날 웃는 사람이 그 불쌍한 눈을 하고
못되게 안 했어
(은하) 못되게 안 했겠지
못돼 처먹게 했겠지
만나지 말라는 사람들은 그렇게 줄줄이 처만나더니, 아유
말하다 말고 어딜 가
(다정) 처자러
(은하) 4시 반이야!
(다정) 알아
[한숨]
(준) 아니, 시들고 가시 있고 재활용도 안 돼서 꽃은 싫다면서요 [차분한 음악]
근데 이거 봐 봐요 종이로 만든 거예요
안 시들고 가시도 없고 재활용도 되고
뭐, 급할 때는 펴서 메모도 할 수 있고
(다정) 미친 사람이 나물 캐는 거 본 적 있어요?
여기서 막 쑥 캐다가
저기서 막 칡뿌리 모가지 잡고 흔들다가
(준) 어…
아직은요?
요 며칠 내 마음이 그랬거든요
욕심났다
겁났다가
의심스러웠다
'내가 왜 이러지' 생각해 보니까
불편하고 부담스러운 거였어요
날 좋아한다니까 뭘 어떻게 해 줘야 될 거 같고
(준) 그럴 거 없어요
난 지금도 좋아요
내가 싫어요
착해서가 아니라 나쁜 역할 하기 싫어서요
(다정) 피해자인 게 차라리 편해서요
이런 식으로 연애하는 거
옳지도 않고 좋지도 않고
달라지고 싶고 달라질 건데
아직은 이게 나예요
이런 상태로 누굴 만나면
똑같은 실수를 할 거고…
(준) 그럼
달라지면 되잖아요
[잔잔한 음악]
[살짝 웃는다]
그게 되면 좋겠지만…
(다정) 문제는
믿음보다 설렘이 먼저 와 버린다는 거다
그리고 문제는
그 대책 없는 설렘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알게 됐다는 거고
(다정) 누군가를 마음에 들인다는 건
그 마음에 상처받기 좋은 구석이 생긴다는 것
(다정) 헐
갑자기?
(다정) 그걸 다 알면서도
그 손을 놓지 않겠다는 것
(남자2) 아빠 귤 사 왔다!
(어린 태정) 아빠!
(남자2) 아이고, 우리 아들
[어린 태정의 웃음] 읏차!
잘 있었는가?
[함께 웃는다]
아이고, 들어가자
자, 우리 앉아서 까먹을까?
[남자2의 웃음] - (어린 태정) 감사합니다 - (남자2) 그래
(다정) 상처받고 싶지 않다
아픈 어린 시절을 소환하는
바보짓은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행복하고 싶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다정) 응
(태정) 여기 누가 와 있게?
(다정) 엄마 서울 왔어?
(태정) 아니고
누나한테 귤 이야기 하던 사람
그 사람이 왜 거기서 나와?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태정) 자기 발로 걸어 들어오던데?
(다정) 언제 왔어? 언제까지 있을 거 같아?
(태정) 씁, 글쎄
- 한 30분쯤? - (다정) 아니야, 말하지 마, 됐어
(태정) 그래
- (태정) 그럼 나 일할… - 혼자 왔어?
(다정) 아니야, 말하지 마
알았어
- 그럼 나 일할… - (다정) 누구랑 왔는지만 말해 봐
아니야, 말하지 마
말해 봐
(다정) 아니야, 말하지 마
말하면 죽어, 누구랑 왔는데?
톡 보낼 테니까 알아서 읽든지 씹든지 해
나 일해야 돼
[통화 종료음]
[다가오는 발걸음]
귀신 아니에요
(다정) 취한 거 아니시고
잠깐
나올래요?
[바람이 휭 분다]
(준) 도망 다니고 있었는데
여기 오면 어떡해요
(다정) 그래서 싫어요?
[살짝 웃는다]
싫겠어요?
(다정) 참, 진짜 이해가 안 되네
내가 뭐가 그렇게…
아, 물론 나도 괜찮은 사람이긴 한데
그래도 뭘 그렇게까지…
보고 싶었어요
다정 씨는 나 안 보고 싶었어요?
[차분한 음악]
그…
눈 오는 밤
(다정) 텔레비전
귤
그 꿈에 나오는 방에
고양이도 있어요?
난 나중에 고양이 키울 거거든요
있어요
완전 있어요
완전 많아요
(영도) 반사회적 인격 장애를 가진 사람들
일명 소시오패스는
사이코패스와는 달리
뇌에 구조적 이상이 있지는 않습니다
아, 하지만 대뇌 피질의 자극 처리 방식이
일반적인 사람과는 다르다는 연구가 있죠
보통 사람에게 '엄마'와 '엄수' 두 단어를 보여 주면
엄마라는 단어에 훨씬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정서적인 단어니까요
하지만 이 사람의 경우는 엄마라는 단어에 [어두운 음악]
(영도) 측두엽의 혈류가 증가를 했습니다
이는 보통 1 더하기 1 같은 계산을 할 때 일어나는 반응입니다 [신호등 알림음]
아, 즉, 소시오패스는 정서적인 반응도
계산을 해야 보통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는 건데요
문제는 그 계산이 굉장히 빠르다는 겁니다
[다정의 웃음]
아, 겉으로는 오히려
보통 사람들보다 훨씬 더
공감 능력이 뛰어난 것처럼 보일 수 있을 만큼
(준) 영화 어땠어요?
(다정) 거지 같았어요
걸작 좋아하시네, 걸레짝이겠지
(준) 아, 그 정도였어요?
(다정) '레인' 줄거리 베껴서 '샤이닝' 장면 끼워 놓고
'엉엉, 엄마 죽지 마' 신파 쑤셔 넣은 거잖아요
딴 영화는 보지도 못하게
혼자 영화관이란 영화관은 다 차지하고
(준) 이야, 영화에 애정이 많구나
(다정) 애정이 많아서 불만도 많죠
이래서 옛날 영화가 좋아
뒤통수 맞을 걱정도 없고
(준) 아, 맞는다 다정 씨 옛날 영화 좋아하지?
(다정) 내가 말한 적 있어요?
(준) 아니, 카페에서
은하 씨 몰래 생과일주스 만들어 먹을 때
그거 부르잖아요, 그거 뭐야
'Moon River'
근데 막 가사는 세 글자밖에 모르고
- 아, 내가 언제요 - (준) '쉿!'
(준) '아리야, 은하한테 말하지 마'
'딸기 많이 넣어 먹어야지'
♪ Moon River ♪
[흥얼거리며] '따라라라라'
[준이 믹서기 소리를 흉내 낸다]
(다정) 카페 와서 커피는 안 마시고 나만 봤어요?
(준) 몰랐어요?
나 방금도 영화 하나도 안 봤잖아요
- 악! - (준) 악!
[함께 웃는다]
아, 근데 어떻게 매번 가사를 세 글자밖에 모를까?
아, 솔직히 가사 딱 한 글자만 아는 노래도 있죠?
(준) ♪ She ♪
[흥얼거리며] 따라라 라라 라라라
[준의 웃음]
[중국어] 너 외국어는 영어밖에 못 하지?
[일본어] 난 3개 국어로 손님 응대하는 사람이야
[한국어] 까불고 있어
(준) 지금 뭐라고 한 거예요?
[영어] 시끄러워요
[준이 피식 웃는다]
(준) [한국어] 근데 지금 어디 가요? 주차장은 저쪽인데?
그, 집에 가는 것도 아니죠?
집도 그쪽은 아니에요
(다정) 다 알거든요?
(준) 또 귀 빨개졌어요
(다정) 우체통 씹어 먹어서
(준) 아, 우체통 맛없어
커피 맛 좋아해요?
(다정) 사탕은 딸기 맛이죠
(준) 그렇죠? 버려, 버려, 버려
[준이 사탕을 툭 놓는다] (다정) 아니, 그걸 또 왜 거기다…
(준) 빨리 와요
(다정) 왜 거, 거기다 놔요!
아, 진짜
왜 자꾸 모자에다 넣어요!
(준) 그럼 먹어요
(다정) 딸기 맛으로 줘요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주인1) 금방 갖다드릴게요 - (준) 네
(준) 맨날 걸으면서 화만 내다가
조용히 마주 앉아 있으니까 어색하죠?
아니요, 하나도 안 어색한데
(준) 근데 왜 가방을 질식시키고 있어요?
(다정) 배 가리느라 그런 거예요
(준) 뭐, 별로 나오지도 않았는데
(다정) 왜 남의 배를 봐요
왜요?
입으로 물 마시는 사람 처음 봐요?
아니, 뭐, 그냥
이렇게 이쁜 입술로 물 마시는 건 처음 봐 가지고
[함께 질색한다]
[함께 웃는다]
(준) 근데 여긴 어때요?
아까 영화 좀 실패해 가지고 나 기 좀 죽었는데
영화가 거지 같았다는 거지 영화 본 건 좋았어요
(다정) 팝콘도 맛있고 콜라도 맛있고
여기도 좋고
[다가오는 발걸음]
- (주인1) 커피 어느 분이세요? - (준) 네, 저요
(다정) 저…
혹시 저 상자
안에 오르골 있는 거예요?
(주인1) 맞아요, 좀 특이하죠?
- (주인1) 보여 드릴까요? - (다정) 아, 네
(다정) 감사합니다
(준) 아니, 오르골 좋아해요?
사러 갈까요?
(진복) 아, 파마 잘된 것 봐 [후루룩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영도의 탄성]
학회 올 만하네
(영도) 그때
고등학생 사건 찾던 거 있잖아요
(진복) 어, 뭐 찾았어?
아니, 그것보다 네가 뭘 봤다는 거야?
남자 고등학생이
술집 화장실에서 옷을 빨고 있었는데
아마 옷에 피가 묻어 있었던 거 같아요
[어두운 음악] 피 닦아 낸 휴지가 있었거든
(진복) 코피 흘린 거 아니야? 쌈질해서?
(영도) 그럴 수도 있죠
근데
딱 속옷 한 장만 입고 있었고
술집 화장실에서 팬티만?
(영도) 응
그…
거울로 눈이 마주쳤는데 끝까지 눈을 안 피하더라고요
(영도) 부끄러워하지도 않고 당황하지도 않고
[어두운 효과음]
(진복) 아씨, 나 소름 끼쳤어, 씨
(영도) 근데 그 눈빛을 꼭 최근에 다시 본 거 같아서
그거 맞는 거면 진짜 조심해야 된다
제일 무서운 게 부끄러움이 없는 놈들이야
뭐든 할 수 있거든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작은 소리로] 지금 여기서 뭐 하는…
놀랐죠?
이건 아니죠!
험한 꼴 보기 싫으면 다시는 이런 짓…
(준) 아, 나 험한 꼴 좋아하는데
혼날 줄 알았어요
밖에서 기다리겠습니다
끝나면 연락 주세요
[한숨]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준) 일찍 퇴근했네요?
나한테 화났어요?
내가 호텔에서 일해서 그렇지
내가 의사였으면 나 수술하는데 내 손목 잡은 거예요
(다정) 내가 형사였으면 범인 취조하는데 옆에서 귓속말한 거고
화난 건 아닌데
다시는 그러지 마요
알았어요
[준의 한숨]
(준) 나도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모르겠네
(다정) [휴대전화를 쓱쓱 닦으며] 막 놀라지만 엄청 반가워하면서
'어머나, 꺄르르' 사람들 우글우글 로비에서
'그래요, 이 남자가 내 남자예요'
빙글빙글 키스하고 뭐, 그런 거 생각했나 보죠?
(준) 다정 씨 평소에 그런 거 상상해요?
[당황한 웃음]
(다정) 아니거든요? [준의 웃음]
아, 그런 거 좋아하는구나
참…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정빈) 데이트? 데이트!
[정빈의 웃음]
[정빈의 박수]
[입바람을 하 분다]
[정빈이 손뼉을 짝 친다]
[정빈의 웃음]
[정빈이 손뼉을 짝짝 친다]
[다정의 절망하는 숨소리]
(다정) 아, 망했다
[준의 의아한 신음]
잠깐만요
[정빈의 힘겨운 신음]
[달려오는 발걸음]
[정빈의 다급한 탄성]
(정빈) 아, 언제까지 따라오실 거예요
저, 남자 친구 도망가겠네
[정빈의 다급한 탄성]
(다정) 남자 친구 아니고
- 아무한테도 말하지 마요 - (정빈) 알았어요
(정빈) 아직은 아니라고 소문을 낼게요
[손뼉을 짝 친다] [웃음]
[정빈의 웃음]
아나, 진…
[다정의 거친 숨소리]
[입바람을 후 내뱉는다]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휴대전화 조작음]
[물소리가 탁 울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주인2) 어, 테이블 치워도 될까요?
- (다정) 네? - (주인2) 아, 아닙니다
(다정) 학회 갔다 왔다면서요?
(영도) 나 주는 거예요?
아니요, 강릉에 있는 우리 엄마 줄 거예요
고향이 강릉이에요?
(다정) 아니요 울릉도 동남쪽 뱃길 따라 이백 리
[한숨]
뭘 하나 마나 한 질문을 자꾸 해요?
나한테 뭔가 할 말 있는 거 같은데
따질 게 있거나
왜 그렇게 생각해요?
(영도) '네 입을 찢고 싶은데 그럴 수는 없으니까 이걸 찢고 있겠다'
지금 그런 느낌이라서요
(다정) 들킨 건가
순순히 대답할게요, 뭐든 물어봐요
[한숨]
그때
답을 찾고 있다고 했었잖아요
왜 만나지 말라고 했는지
찾았어요?
아니요, 아직
엄청 오래 걸리네
잘 지내고 있는 거죠?
(다정) 나쁘지 않아요
저런
(다정) 왜죠?
- 예? - (다정) 주영도 씨의 '저런'은
'맙소사', '세상에', '오 마이 갓'
(다정) '큰일이군', '미치겠군' '이게 무슨 일이야', '젠장'
뭐, 그런 거 다 합친 감탄사잖아요
난 분명히 나쁘지 않다고 말했는데
진짜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에게는
[잔잔한 음악] 잘 지내냐고 안 물어보죠
(영도) 무슨 일이 있는 것 같은 사람에게
잘 지내냐고 물어봤을 때
'좋아'라고 대답하는 건
좋게 생각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거고
'괜찮아'는
말할 힘도 없으니까 그만 물어보라는 거고
'나쁘지 않아'는
분명 뭔가 나쁜 일이 일어나고 있지만
너한텐 설명하고 싶지 않다는 뜻이거든요
과장이 심하시네
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그런데 필요하면
언제든지요
그럴게요
- 고마워요 - (다정) 고마워요
- 그럼 전… - (다정) 그럼 전…
[살짝 웃는다]
잘 마실게요
[한숨]
[어두운 음악]
(준) 근데 이거 봐 봐요 종이로 만든 거예요
(준) 안 시들고 가시도 없고 재활용도 되고
뭐, 급할 때는 펴 가지고 메모도 할 수 있고
[문이 탁 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를 탁 꺼낸다]
[휴대전화 조작음]
(영도) 예, 고 형사님
(진복) 내가 지금 사진 한 장 보낼 건데
혹시 거기 아는 얼굴 있는지 좀 봐 봐
(영도) 예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아는 얼굴들이에요, 왜 그러세요?
(진복) 제보가 왔어
거기 사건 현장 범인이라고
[의미심장한 음악] (진복) 지금 확인 중인데
[발소리가 새어 나온다]
(성준) 한강지구대에서 방금 레지던스로 출동했는데
해당 호실 문 열려 있고 서랍에서 칼도 발견했습니다
(호) 제보 진짜인가 봐요
(진복) 박호, 따라와 [발소리가 새어 나온다]
어, 나 지금 내가 나가거든?
[통화 종료음]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아리) 어서 오세요
혹시 강다정 씨 번호 알아요?
(아리) 아니요
[달그락거린다]
[문이 탁 열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문이 탁 닫힌다]
[타이어 마찰음]
[버튼 조작음]
[라커 문이 철컥 열린다] [라커 알림음]
[타이어 마찰음]
[알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준) 아니, 오르골 좋아해요?
사러 갈까요?
(다정) [살짝 웃으며] '뮤직 박스'라는 영화가 있는데
거기 나오는 거랑 비슷해서요
뮤지컬 영화예요? 그것도 보러 갈까요?
(다정) 옛날 영화고
나치 전범 심판하는 영화예요
아니, 제목이 '뮤직 박스'인데?
(다정) 아, '검은 고양이' 알아요?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아, 예, 알아요 그거 무서운 거잖아요
그 영화에선
뮤직 박스가 검은 고양이 같은 거거든요
(다정) 마지막까지 목소리를 내서
범인을 고발하고
묻힐 뻔했던 진실을 [다정의 말소리가 울린다]
세상에 알리는 거
[차분한 오르골 연주]
[탁 소리가 울린다]
[다정이 사진을 툭 집어 든다]
[어두운 음악]
[기어 조작음]
[차 문이 탁 열린다]
[준의 떨리는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숨소리가 울린다]
[어두운 효과음]
[쿵 소리가 들린다]
[사이렌이 울린다]
[어두운 음악]
[자동차 경보음]
[고양이 울음]
[어두운 효과음]
[피가 뚝뚝 떨어진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비밀스러운 음악]
(다정) 채준은 누구예요?
그런 사람이 있긴 있어요?
(영도) 너의 잘못은 없다
내가 곁에 있어 주겠다
(영도)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진짜 외상을 입은 거예요
그렇게 나쁜 짓은 하지 말지
(진복) 뭐가 징그럽게 너무 다 맞아떨어져
(다정) 다 고마워요
말 안 해도 다 알아내는 사람인 거 알지만
(영도) 저는 최정민이 진범이 아닌 거 같아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요
.너는 나의 봄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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