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이 10
누구…
[무거운 음악]
(다다) 지금 여기서 뭐 하시는 거예요?
(다이애나) 일이 재밌게 돌아가네
왜 이러고 있어요?
(다다) 어디 아파요?
괜찮아요?
그럼 더 재밌게 놀아 볼까?
[긴장되는 효과음]
[로봇 작동음]
(다다) 아, 뭐 하시는 거예요, 지금?
[로봇 작동음]
괜찮아요?
뭐야, 너?
비켜
안녕
내 여자 친구
이제야 내 장난감답네
이제 갈까?
좋아, 여자 친구
(다다) 잠깐만요!
어디 가는 거예요?
(영구) 놔
[한숨]
내 몸에 손대지 마
(다이애나) 저기
용건 끝났으면 가 봐도 될까?
대체 누군데요, 당신?
이거 원래 주인
더 놀고 싶으면 우리 집에 와
(다이애나) 그만 가자
그래, 여자 친구
[문이 달칵 열린다] [당황한 신음]
[한숨]
[답답한 숨소리]
(왕준) 너 그 자식 때문이야?
너 그거 진심 아니야
그냥 필요해서 옆에 두는 거라고
나도
네가 많이 필요했었어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웅) 야, 마왕준
너 몸 관리한다고 술은 쳐다도 안 보던 놈이 웬 술이야?
전화까지 다 하고
무슨 일인데?
무슨 일 있어?
[왕준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나 들켰어
무슨 소리야?
다다가 그러더라
꽃 상자 때문이 아니라고
헤어지자고 말할 때
내 눈빛이 진심이었대
[잔잔한 음악]
근데 누나
(왕준) 진짜 웃긴 게 뭔지 알아?
나 아무 말도 못 했다
[떨리는 숨소리]
사실 다다가 하는 말이 다 맞거든
[헛웃음]
나 한심하지?
[웅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그래, 한심하다, 한심해, 마왕준
[웅의 한숨]
[괴로운 신음]
나 이제 어떡하냐, 누나
들켰으면 자수해야지 자수해서 광명을 찾아야지
너 이대로 다다 그냥 포기할 거야?
[다이애나의 신난 신음] [의미심장한 음악]
(다이애나) 박수! [메이드들이 박수를 친다]
아, 널 이렇게 만나다니 완전 꿈만 같아
나도 그래, 여자 친구
[까르륵 웃는다]
여자 친구래
너 진짜 연인용 로봇 맞는구나
널 위해 준비한 선물이 있어
뽑아 봐
[살짝 웃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켄'?
[다이애나가 까르륵 웃는다]
[까르륵 웃으며] 켄이래, 켄!
켄, 켄, 켄, 켄, 켄 당첨
(다이애나) 앞으로 네 이름은 켄이야
(영구) 전부 켄이네
처음부터 내 이름은 정해져 있던 거지?
딩동댕!
(다이애나) 어떻게 안 거야?
아! 아, 투시 기능 때문인가?
설명서에서 봤어, 완전 신기하다
피부도 예전 거보다 훨씬 진짜 같아
완전 신기하다
네가 오면 예전부터 하고 싶은 게 엄청 많았는데
뭐부터 할까?
여자 친구가 원하는 거라면 뭐든지
[강조되는 효과음]
[다이애나의 만족하는 신음]
(다이애나) 이제야 나의 켄 같네
[피식 웃는다]
[메이드1의 놀란 신음]
(다이애나) 아!
[떨리는 목소리로] 죄송합니다
(다이애나) 으응
괜찮아
조심해야지
자
[다이애나가 가위로 푹 찌른다] [메이드1의 아파하는 신음]
여자 친구
(다이애나) 응?
하지 말까?
여자 친구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영구) 난 여자 친구가 하는 일은 다 좋아
볼수록 너 맘에 든다
[다이애나의 웃음]
(다이애나) 역시 너흰 재미없어
[메이드1의 겁먹은 숨소리]
켄, 우린 내 방 가서 나랑 놀자
지부장님!
(보원) 제발 제 말 좀 한 번만 들어 봐 주십시오
제로나인, 지금 절대로 다이애나한테 가면 안 됩니다
제로나인에게 생긴 그 이상 증세들이 뭔지 꼭 알아봐야 돼요
예, 뭐, 만약 오류라고 해도
회사 방침대로면
오류가 생긴 로봇을 고객에게 보내는 것도 문제잖습니까?
게다가 제로세븐에게 그 여자가 어떤 짓을 했는지
지부장님도 잘 아시잖아요?
[보원과 지석의 한숨]
[한숨]
사랑받고 싶다는 제로나인의 감정
이거 연구하면 분명 회사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제발 저 한 번만 믿어 주십시오 지부장님
예? 한 번만요
[시스템 조작음]
[한숨 쉬며] 감사합니다, 지부장님
얘기해 봐
어, 예, 우선 일단은 제로…
(인혁) 헛수고하지 마
[긴장되는 음악] 다 끝났으니까
뭐, 끝났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너?
무슨 말이긴
제로나인이 원래 주인한테 무사히 돌아갔다는 거지
너 설마…
다이애나에게 제로나인을 데리고 간 거야?
예, 좀 전에 다이애나가 키스도 해서
(인혁) 제로나인 리셋도 됐고요
지부장님께서 질질 끌던 일
제가 다 해결했습니다
황인혁, 이 나쁜 새끼야!
아, 그리고 지금 본사에도 막 보고하고 오는 길입니다
너, 나한테 말도 없이 무슨 짓을 한 거야!
지부장님
오늘 저 아니었으면 지부장님도 회사에서 아웃이었어요
(인혁) 아니, 제 덕분에 목숨 부지하셨으면 고맙게 생각하셔야죠
[한숨]
그리고 남보원
넌 오늘부로 끝이야
더 이상 크로노스 헤븐 직원 아니라고
그러니까 회사 비품 싹 다 반납하고
다신 회사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
알겠지?
지부장님
[한숨]
[한숨]
[잔잔한 음악]
[노크 소리가 들린다]
[보원과 다다의 허탈한 숨소리]
[한숨]
(다다) 어떤 여자가 갑자기 와서 자기가 원래 주인이라면서 데려갔어요
붙잡고 싶었는데
절 전혀 모르는 사람처럼 대했어요
그렇게 차가운 눈빛은 처음 봐요
그렇게 쳐다본 적 없었는데…
아마 초기화가 돼서 그런 걸 겁니다
초기화요?
네
제로나인은 다른 여자가 키스를 하면 초기화가 돼요
(보원) 전에 있던 모든 데이터를 소실하고
키스를 한 사람을 새로운 여자 친구로 인식하게 되는 거죠
그럼
저에 관한 모든 기억을 잃어버렸다는 건가요?
사람으로 치면 그렇습니다
[잔잔한 음악] (보원)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영구는 다이애나를 피하거나 막았을 겁니다
더군다나 다다 씨가 눈앞에 있었다면 당연히 그랬을 겁니다
근데
그러지 못했다는 건…
무슨 다른 이유가 있을까요?
(다다) 혹시
저 때문일까요?
(보원) 무슨 문제라도 있었습니까?
일이 있어서 화를 좀 냈어요
별 보러 가자 했는데 거절하고
가지 말라고 하는데 뿌리치고
(다다) 나 때문이구나
저…
되돌릴 방법이 없을까요?
(보원) 아까 보셨다는 사람이 이 여잡니다
다이애나, 제로나인의 원래 주인
이 여자 손에 영구가 들어간 이상 되찾을 방법은 딱 하나뿐입니다
뭔데요?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지 할게요
다시 영구에게 키스하는 겁니다
(보원) 하지만
프로그래밍이 제대로 작동된다면
영구는 다다 씨를 밀어낼 거라 쉽지 않을 겁니다
[물소리가 졸졸 들린다]
(다이애나) 하, 다 됐다
이제 움직이고 말해도 돼
완성했어?
너도 와서 볼래?
멋지지?
이게 나야?
(다이애나) 응
완전 똑같지 않아?
사실 나도 투시 기능 있다?
속을 훤히 다 볼 수 있거든
그렇지?
(메이드들) 네
[다이애나의 웃음]
(다이애나) 아, 오늘따라 그림 그리기가 너무 재밌네?
한 장 더 그릴까?
그래
(다이애나) 앉아
[긴장되는 음악]
(경호원) 어떻게 오셨습니까?
여, 여기가 집이에요?
(경호원) 네?
(란) 아가씨
누가 찾아오셨는데요
누가?
엄다다라고…
아, 어제 그 여자?
어떡할까요? 돌려보낼까요?
안녕
(다이애나) 또 보네
어때?
우리 완전 잘 어울리지?
근데 여긴 왜 왔어?
우리 집 구경하러 왔어?
아니요
사람을 좀 찾으러 왔는데요
(다이애나) 이거?
이거 사람 아닌데
이건 연인용 로봇 켄이야
그리고 찾으러 오다니?
이거 내 거야 갖고 싶으면 너도 사든가
백억밖에 안 해
백, 백억 없어?
[작은 목소리로] 백억밖에…
(다다) 나 알죠?
나 알잖아요
정말 기억 안 나요?
대답 좀 해 봐요
켄
이제 말하고 움직여도 돼
너 누군데?
나보고 여자 친구라며
좋아한다며
내가 너한테?
[영구의 어이없는 웃음]
그럴 리가
(영구) 내 여자 친구는 여기 있어
[쓸쓸한 음악]
(다다) 어제는 내가 많이 미안했어요
이 말 꼭 하고 싶어서 여기 온 거예요
(다이애나) 응
란, 얘 용건 끝났대
치워 줘
- (메이드2) 가시죠 - (다다) 아니, 저, 저…
[익살스러운 효과음] [다다의 신음]
뭐 하는 거야?
[다다의 헛웃음]
그게 아니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막무가내에 무례한 성향
위험인물로 분류, 제압하겠음
[피식하며] 제압? 제압…
[익살스러운 효과음]
(다다) 아, 아, 아파, 아파
[다다의 아파하는 신음] [풉 웃는다]
아, 아파, 아파, 아파
아!
[웃음]
(다이애나) 야, 야, 너 진짜 재밌다
[콜록거린다]
(영구) 여자 친구, 괜찮아? 안 튀었어?
어, 괜찮아
근데 그림 그리기 놀이는 재미없어졌으니까
올라갈래
[흥미진진한 음악]
[어이없는 숨소리]
[메이드들의 다급한 신음]
(다다) 네, 감사합니다
[메이드들의 힘주는 신음] [다다의 힘겨운 신음]
[웃으며] 쟤 또 넘어졌나 봐
[다이애나의 웃음]
(다이애나) 쟤 왜 이렇게 웃기냐
제가 혼자 할게요
[다이애나가 연신 웃는다]
(보원) 제로나인을 초기화시키는 방법
목에 키트를 꽂는다
그리고 분해한 후 초기화를…
아니야, 이건 안 돼
하, 다다 씨랑 영구를 어떻게 키스하게 만들지?
[보원의 고민하는 신음]
(웅) 아…
[답답한 숨소리]
- (보원) 지나가세요 - (웅) 아, 네
(보원) [중얼거리며] 그냥 키스를…
(웅) 어어! [보원의 놀란 신음]
[흥미로운 음악] 맞네!
그 노숙자, 아, 저기, 응급실!
그때 날 살려 준 생명의 은인?
[웅의 반가운 신음]
알아보는구나
(웅) 어떻게 여기서 만나냐
아, 저기
[보원의 아파하는 신음] 몸은 괜, 괜찮아요?
[어색하게 웃으며] 그, 네
네, 괜찮습니다, 네 [웅의 웃음]
- 그러면 전 이만 - (웅) 아…
(웅) 아유, 너무 다행이다 [익살스러운 음악]
교통사고 후유증이 얼마나 심각한 건데요 [보원의 신음]
우리 여기서 이러지 말고
어디 가서 밥이나 한 끼 먹으면서 얘기해요
그래야 내 맘이 편할 것 같단 말이에요 [보원의 힘겨운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웅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저, 죄송합니다 제가 진짜 바빠요, 죄송합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쪽 뽀뽀하는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매혹적인 음악]
[보원이 울먹인다]
(보원) 뭡니까?
[익살스러운 효과음]
[울먹이며] 뭐냐고요!
[흥미로운 음악]
[보원의 짜증 섞인 신음]
(보원) 아니, 진짜 키스를…
아니, 진짜 키스를… [보원의 떨리는 신음]
아니, 아니, 무모하신 겁니까 용감하신 겁니까?
아, 무작정 다이애나 집을 찾아가신 거예요?
[다다가 코를 훌쩍인다]
(다다) 아, 키스해야 된다면서요
얼굴을 봐야 키스를 하든지 말든지 하지
아…
아니, 그렇긴 하지만
[추워하는 신음]
결국 실패하신 거 같네요
[헛기침]
(보원) 아, 근데 우리 영구 잘 있습니까?
뭐, 위험해 보이진 않던가요?
좋은 데서 좋은 옷 입고 잘만 살던데요?
[한숨]
[무거운 음악]
(보원) 그 여자
다른 녀석의 주인이기도 했어요
그런데 이렇게 다시는 되돌릴 수 없는 상태로 만들어 놨죠
[보원의 한숨]
제가 영구를 빼돌린 이유입니다
다시는 이렇게 잃고 싶지 않아서요
설마
그 여자가 또 이러진 않겠죠? 그렇죠?
모르죠
[한숨]
그 전에 어떻게든 영구를 되찾아야 할 텐데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왕준) 아휴, 진짜
매니저란 놈이 전화를 왜 안 받아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씨
그래, 언제까지 안 받나 보자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연결되며…
또 안 받아라 [안내 음성이 계속된다]
또 안 받아, 또 안 받았어, 씨! [음성 사서함 연결음]
야, 임시
너 지금 시위하는 거야, 뭐야?
너 이딴 식으로 할 거면 당장 때려치워! 알았어? 씨!
[휴대전화를 탁 던진다]
[무거운 음악]
[거친 숨소리]
내가 꼭 돌려놓을 거야
나 때문이니까
(왕준) [한숨 쉬며] 진짜
[헛기침]
(직원1) 아, 안녕하세요, 왕준 씨 [왕준이 호응한다]
아, 의상 반납 때문에 오신 거죠?
(왕준) 네, 네, 여기요 [직원1이 살짝 웃는다]
(직원1) 아, 근데 직접 들고 오신 거예요?
아, 그게…
매니저가 갑자기 아파 가지고
어머, 세상에, 괜찮으시대요?
네, 네
아무튼 감사합니다
(왕준) 아, 네, 수고하세요, 네
아, 진짜
임시 만나기만 해 봐 죽었어, 진짜, 씨, 쯧
야, 임시! 너 여기서 뭐 해?
당신 나 알아?
[영구를 툭 치며] 뭐?
(왕준) [영구를 탁 잡으며] 야!
너 왜 이래?
(다이애나) 넌 뭐니?
뭘 멍청하게 보고 서 있어?
직원이면 문이나 열어
[헛웃음]
그러는 넌 뭔데?
여자 친구
(왕준) 뭐?
(란) 아가씨, 가시죠
[무거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여자 친구?
(왕준) 야! 야!
야, 임시
너 왜 이래? 미쳤어?
야, 저 여잔 또 뭐야?
[한숨]
미친 건 그쪽 같은데?
[한숨]
야, 그새 기억 상실증에라도 걸린 거야, 뭐야!
(다이애나) 야, 너 아까부터 뭐야?
나와
뭐?
걸리적거리지 말고 나오라고
네가 뭔데 나오라 마라야 내가 누군 줄 알고?
알아야 돼?
(다이애나) 켄, 타
응, 여자 친구
[왕준을 탁 밀친다]
뭐야, 이게?
분명 임시가 맞는데
왜 켄이라 불러?
[자동차 경적]
(다다) 아저씨, 차 좀 빼 주세요! [자동차 경적]
엄다다?
엄다다가 여기 왜?
"리얼 특수 분장"
(란) 아가씨
아까 그 남자 배우 마왕준 씨 같은데요?
마왕준?
(다이애나) 이게 누군데?
(메이드3) 마왕준이라고 유명한 배우이십니다
잠깐 잃어버린 사이에 별게 다 꼬였네
씁, 다음엔 저 얼굴로 만들어 볼까?
[무거운 음악] (다이애나) 음
우리 쇼핑도 다 했고
그다음에 우리 뭐 할까?
같이 데이트할까?
(다이애나) 데이트?
데이트 재밌겠다
할래, 할래, 데이트 놀이
(직원2) 안녕하세요 대관하신 고객님 맞으시죠?
(란) 네
두 분 이용하시는 거죠?
두 명 아닌데?
어?
일행이 더 있으신가요?
사람 하나하고
(다이애나) 이거
(직원2) 네?
아, 네
엘리베이터로 입장 도와드리겠습니다
아니, 대낮부터 웬 호텔?
(직원2) 어, 손님, 어떻게 오셨습니까?
어, 저, 잠깐 볼일이 있어 가지고요
한 번만 올라갈게요
아, 이 엘리베이터는 루프톱 전용이라서요
(직원2) 오늘 전체 대관이 되어 있어 죄송하지만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진짜 잠깐이면 되는데
- 한 번만… - (직원2) 죄송합니다, 고객님
(직원2) 여기 들어가실 수가 없어서 좀 양해 부탁드릴게요
[다다의 난감한 신음] (왕준) 들여보내 주시죠?
[직원2의 놀란 신음]
(직원2) 마, 마왕준 씨?
안녕하세요?
[들뜬 신음]
(왕준) 어, 안 되는 거 아는데요
제가 드라마를 들어가는데 장소 섭외 때문에요
진짜 잠깐이면 돼요, 부탁드릴게요
어, 어, 그게, 좀 곤란한데…
[직원2의 난감한 신음]
(왕준) 야, 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아니, 그냥 좀 볼일이 있어 가지고
그러는 너는 여기 어떻게 온 거야?
어?
너 따라왔어
아까 네가 임시 그 자식 쫓아가는 것 같길래
나 편집 숍에서 봤는데
걔 여자랑 있더라
그것도 팔짱까지 끼고
(왕준) [한숨 쉬며] 대체 뭐 하는 자식이야, 그거, 어?
[머뭇거리며] 그럴 일이 좀 있어
그럴 일?
그게 뭔데?
[잔잔한 음악] 도와준 건 고마운데
나 볼일이 있어 가지고 먼저 가 볼게
(왕준) 야
(직원3) 맛있게 드세요
(다이애나) [한숨 쉬며] 이런 게 데이트야?
[하품하며] 하나도 재미없는데?
(영구) 답답한 실내보다는 더 좋잖아
마음에 안 들어, 여자 친구?
(다이애나) 지루해
켄, 너라도 재밌게 해 줘 봐
내가 어떻게 하면 여자 친구가 재미있을까?
글쎄?
켄
너 날 위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당연하지
여자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할 수 있어
그래?
그럼
여기서 뛰어내릴 수도 있어?
(영구) 여기서?
(다이애나) 응
날 위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며
[긴장되는 음악]
왜? 못 하겠어?
켄은 날 안 좋아하는 거야?
(영구) 그런 거 아니야, 여자 친구
할 수 있어
(다다) 뭐야? 저길 왜 올라가는 거야?
설마…
(보원) 제가 영구를 빼돌린 이유입니다
다시는 이렇게 잃고 싶지 않아서요
안 돼
[긴장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다다) 안 돼!
죽으려고 환장했어요? 미쳤어요? 빨리 내려와요
빨리 내려와요!
[다다의 거친 숨소리]
다치면 어쩌려고 그래요!
(다이애나) 또 너니?
아니, 여긴 또 어떻게 들어온 거야?
당신 뭐예요, 미쳤어요?
이런 걸 시키면 어떡해요 죽으면 어떡하려고요!
죽는 게 아니라 망가지는 거겠지
(다이애나) 그리고
이게 망가지든 말든 그건 켄의 주인인 내가 결정할 일이야
너 따위가 신경 쓸 일이 아니라고
미쳤어
너 따위랑 놀아 주는 것도 이제 끝이야
갖다 버려
알겠어, 여자 친구
[쓸쓸한 음악] [다다의 떨리는 숨소리]
[영구의 한숨]
모르겠어요?
(다다) 당신을 아프게 하려는 사람이에요
그런데도 계속 옆에 있을 거예요?
당연하지
대체 왜?
여자 친구니까
[엘리베이터 문이 스르륵 닫힌다]
[답답한 한숨]
(규리) 저, 저… [규리와 진의 멋쩍은 웃음]
(진) 다다 누나가 좀 늦네요, 죄송합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누나 왔다, 누나 왔다
누나, 지금이 몇 신데 콘셉트 회의 6시잖아요, 왜 이제 와요?
(규리) 마왕준 씨 기다리고 계시잖아
죄송합니다
콘셉트 회의 바로 시작할게요
(다다) 고민해 봤는데요
시즌1과 차별성을 두면서도
시리즈를 이어 갈 수 있는 콘셉트로 진행해야 될 것 같습니다
평소엔 아무렇지도 않다가도
분노하면 회로처럼 발광하는 느낌으로요
원하는 대로 해 주세요
당신 믿으니까
지금까지 해 왔던 대로
네, 테스트 시작하겠습니다
[밝은 음악]
(진) 그럼 저희는 그만 가 보겠습니다
왜? 끝났잖아
(규리) 아니, 이거 아직 할 거 많아
- (진) 아, 진짜, 빨리 갑시다, 좀 - (규리)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 (규리) 왕준 씨, 배고프시죠? - (진) 빨리 나와
(규리) 제가 뭐, 라면 끓여 드릴까요? [진이 인사한다]
저 커피 되게 잘 타는데
바리스타 자격증도… 그게 아니라요, 제가…
첫 촬영 때 봬요! [규리의 웃음]
[문이 달칵 닫힌다]
수고하셨습니다
다다야
나 많이 생각해 봤는데
네 말이 맞아
사실 지쳐 있었어
[잔잔한 음악]
네가 해 주던 모든 것들
익숙해지다 보니까
(왕준) 나만 바라보는 게 답답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아무리 못되게 굴어도
늘 내 옆에 있을 거라 착각했어
근데
헤어지고 나서 나 확실히 알았어
나 너 없이 안 된다는 거
다다야
나한테 한 번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돼?
많은 거 안 바라
오늘처럼 이렇게
나한테서 너무 멀어지지만 마
내가 너 다시 잡을 수 있게
[훌쩍인다]
갈게
[힘겨운 숨소리]
(다이애나) 데이트 놀이 뭐, 별거 없네
대단한 건 줄 알았는데 완전 시시해
기대했는데 실망이야
난 좋았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라면 아무리 시시한 것도 재밌으니까
여자 친구
나 궁금한 게 있어
그 손은 뭐야?
아
궁금해?
(다이애나) 그럼 보여 줄게, 내 보물
[흥미로운 음악] [의수 작동음]
어때?
예뻐 [다이애나가 피식 웃는다]
[웃으며] 역시 넌 재밌어, 켄
(영구) 여자 친구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다이애나) 궁금해?
(영구) 응
언제였더라? 나 14살 때쯤인가?
나 죽을 뻔했다
전에 살던 집에 엄청 큰 불이 났었거든
(다이애나) 근데
평소에 날 그렇게 챙겨 주던 사촌들이
불나니까 날 신경도 안 썼어
막 난 죽자 살자 도망치고 있는데
여기서 퀴즈
그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요?
자기들도 살아야 하니까?
땡!
내가 죽어야 내 돈을 가로채기 쉬우니까
(다이애나) 부모님 돌아가셨을 땐 자기들을 부모처럼 생각하라더니
막상 진짜 부모가 필요한 순간에는 날 버린 거지
근데
죽은 줄 알았던 내가 살아서 이 손을 달고 오니까
다들 표정 관리를 못 하더라?
[웃으며] 무슨, 죽다 살아난 시체를 본 것처럼 막…
[다이애나의 웃음]
난 그래서 이 손이 좋아
쓸모없는 인간들을 거를 수 있게 해 주거든
나를 더 강하고
특별하게 만들어
너도 한번 만져 볼래?
아, 너도 있지, 이런 거?
난 그래서 너희 같은 애들이 너무 좋아
너희는 날 두고 도망가지 않을 거니까
거짓말하지 않을 거니까
[흥미로운 음악]
여자 친구
그동안 많이 외로웠구나
네가 뭘 알아?
나는 사람들이 못 보는 걸 볼 수 있어
투시 기능
[풉 웃는다]
[다이애나의 웃음]
오늘 처음으로 재밌다
그만 가자
[잔잔한 음악] [윙윙 소리가 난다]
(영구) 밤에 반짝거리는 게 별이라면
저기 많잖아, 여자 친구
[살짝 웃는다]
[다이애나가 손가락을 딱 튀긴다]
(다이애나) 란, 얘 왜 이래?
켄!
왜 이래? 야!
아무것도 아니야
(란) 아가씨, 들어가시죠
[잔잔한 음악]
[다다의 비명] [영구의 놀란 신음]
(다다) 아휴, 먼지 [다다가 코를 훌쩍인다]
여자 친구
나 이제 알겠어
(영구) 추억은 만드는 게 아니라 쌓이는 거야
지금 이 순간처럼, 그렇지?
이렇게 여자 친구와 함께하는 1분 1초가
다 소중한 추억이 되는 거잖아
고마워, 여자 친구
나한테
멋진 사랑을 만들어 줘서
거짓말
"크로노스 헤븐"
[패드 작동음] (인혁) 아무 이상 없습니다
모두 정상입니다
[어이없는 신음]
말했지?
(다이애나) 막 가슴을 움켜쥐더니 내가 아무리 말해도
대답도 안 했다니까
(인혁) 저희 제로나인 행동에는 그런 패턴이 없습니다만…
그럼 내가 뭐 거짓말이라도 했다는 거야?
(인혁) 아니요, 그게 아니라…
(지석) 저, 혹시
제로나인이 이상한 말 같은 건 한 적 없습니까?
이상한 말?
가령…
사랑을 받고 싶다거나 하는…
사랑?
[다이애나의 웃음]
(다이애나) 사, 사랑?
기계가 어떻게 그런 말을 하는데?
[지석의 헛기침]
뭐, 하여튼 별문제 없는 거지?
네, 그, 점검 상태로는 그렇습니다
(인혁) 그리고 점검 끝나서 곧 깨어날 겁니다
(다이애나) 그래, 그럼, 알았어
[의미심장한 음악]
[다이애나가 벽을 탁탁 친다]
(다이애나) 란!
란, 란!
야, 란 못 봤어?
(메이드3) 티 룸에 계셨습니다
(다이애나) 란, 란!
- (란) 무슨 일이세요? - (다이애나) 스위스 가자
내일 아침에 당장
(란) 스위스엔 왜요?
(다이애나) 음, 알잖아?
한국 애들 못 믿겠어
씁, 내가
직접 크로노스 헤븐 본사 가서 켄 초기화시킬 거야
직접 말이십니까?
정밀 검사 받을 거야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이애나) 뭐, 조금이라도 이상 있으면
폐기 처분 시켜 버리고 새걸로 바꿔 버리려고
아무래도 남이 쓰던 건 찝찝해서 안 되겠어
[풀벌레 울음]
[카드 인식음]
(보원) [놀라며] 오, 아직 되네
아휴, 씨
간 떨려 죽는 줄 알았네, 씨
[흥미로운 음악] [컴퓨터 작동음]
[보원의 한숨]
역시 내 예상이 맞았어 [카드 인식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어, 그래
(지석)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보원) 지부장님
(지석) 회사는 왜 들어온 거야?
또 뭔 짓을 하려고?
(보원) 지부장님, 이것 좀 보십시오
엄다다 씨한테 갔을 때 나타난 패턴들이
다이애나에게로 간 이후로는 전부 사라졌습니다
정상으로 돌아왔다고요
그게 뭐?
정상으로 돌아왔으면 됐지
(보원) 아니요, 그게 아니라
지부장님, 아직도 모르시겠어요?
중요한 키는 바로 엄다다 씨예요
제로나인 꼭 엄다다 씨 옆에 있어야 됩니다
그래야 그 이상 증세들 모두 설명할 수가 있다고요
아직도 그 얘기야?
이제 그만해, 다 끝났어
(보원) 하, 지부장님 [카드 인식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인혁) 남보원
[보원의 한숨]
네가 왜 여기 있냐?
[한숨]
너 설마 아직도 포기 못 했냐?
아니, 대체 뭐가 문제야?
아, 가서 보니까 제로나인 완전 호강하면서 지내던데
할 수만 있다면 내가 들어가서 살고 싶더라
(보원) 야, 너 말 다 했어? 씨
(지석) 그만들 해!
[보원의 한숨]
무슨 일이야?
지금 다이애나 쪽에서 연락이 왔는데
다이애나가 제로나인 데리고 직접 본사로 간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지석) 뭐?
뭐, 맘에 안 들면 폐기 처분 하고
(인혁) 새걸로 교환받을 수 있다고 하는 것 같던데
언제 간다는데?
당장 내일 아침에 간다는데요
안 돼
(보원) 본사는 절대 안 돼, 씨
[보원의 달려가는 발걸음]
[문이 달칵 열린다]
[보원의 가쁜 숨소리] [문이 달칵 닫힌다]
(보원) 엄다다 씨, 큰일 났습니다
다이애나가 내일 아침 영구를 데리고 스위스로 떠난답니다
지금 당장 영구 되찾아야 돼요
시간이 없어요
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
네?
이제 저랑 상관없는 일이에요
그만 가 주세요
(보원) 엄다다 씨
이대로 영구 포기하시는 거예요?
정말 이대로 영구 보내실 거냐고요
지금 영구 가면 진짜 다 끝입니다! 예?
저는
아무런 힘도 없어요
전 이제 여자 친구가 아니잖아요
아니, 아, 예, 물론 그렇긴 하지만…
더 이상 할 말 없어요
그러니까 귀찮게 하지 마세요
[한숨 쉬며] 엄다다 씨
제발요, 예?
[슬픈 음악] (다다) 지금부터 그 로봇
나랑 상관없어요
어차피 처음부터 내 것도 아니었고
잠깐 맡아 주기로 했던 거잖아요
[답답한 숨소리]
이제 정말 다 끝났어요
그러니까 찾아오지 마세요
[보원의 한숨]
[한숨]
- (다이애나) 준비 다 됐어? - (란) 네
여자 친구, 근데 우리 어디 가는 거야?
(다이애나) 음, 켄
넌 내가 오라 하면 오고 가라 하면 가면 되는 거야, 알았지?
그래, 알았어, 여자 친구
(보원) [힘주며] 아, 이거 놔! 좀 놓으라고, 좀, 아이!
제발 좀 놔줘요!
아휴, 아이씨!
(경호원) 정원 뒤에 숨어 있길래 수상해 보여서 잡아 왔습니다
넌 뭐니?
아!
그, 그 크로노스 헤븐
(다이애나) 제로세븐인가 가져다준
[웃으며] 안녕
안녕?
당신 때문에 안녕하지 못해
우리 영구 내놔
너도 그것 때문에 온 거야?
아니, 넌 내 건데 왜 여기저기서 내놓으래?
(보원) 헛소리 그만하고!
난 당신 우리 영구 여자 친구로 절대 인정 못 하니까 영구 내놓으라고!
(다이애나) 인정?
왜 내가 산 물건을 너한테 인정받아?
영구는 내 동생이나 마찬가지니까
(다이애나) [헛웃음 치며] 동생?
[웃으며] 동생이래
미친 사람인가 봐
뭐? 미쳐? 저게…
[보원의 성난 신음]
켄, 너 저 사람 알아?
아니, 처음 봐
여자 친구 말대로 좀 미친 사람인가 봐
(보원) 영구야
넌 지금 형 기억 못 하겠지만
절대 저 여자랑 떠나면 안 돼 그럼 너 큰일 나, 인마!
영구야!
[긴장되는 음악] [보원의 힘주는 신음]
[보원의 아파하는 신음]
아, 팔이야, 놓고, 놓고, 놓고 아, 너무 아파! 놓고, 놓고…
아, 너무 아파…
- (보원) 잠깐만, 잠깐만요, 영구야 - (영구) 많이 놀랐지?
우리 갈 때까지 좀 조용히 좀 시켜 [보원이 악쓴다]
(경호원) 네, 알겠습니다
(보원) 영구야, 가면 안 돼!
(영구) '어느 도시에 자랑거리가 있었어요'
'그것은 광장 한가운데 서 있는 왕자의 동상이었지요'
'왕자의 동상은 언제 보아도 멋있어'
'그러게 말이야'
'왕자 동상만 보면 행복해진다니까'
'사람들은 항상 미소를 짓고 서 있는 동상을'
'행복한 왕자라고 부르며 좋아했어요'
'제비야'
'내 몸에 덮인 황금을 조각조각 떼어'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 주겠니?'
'안 돼요'
'그러면 왕자님 모습이 흉측해질 거예요'
'괜찮아'
'여자 친구만 행복하다면 난 아무래도 좋단다'
'사람들은' [잔잔한 음악]
'녹슨 두 눈에 온몸이 너덜너덜한 왕자를'
'더 이상 좋아하지 않았어요'
'왕자의 동상은 펄펄 끓는 용광로로 옮겨졌어요'
'하지만 상관없어요'
'행복한 왕자가 사랑받고 싶은 사람은'
'여자 친구뿐이니까요'
(영구) 여자 친구, 나
사랑받고 싶어졌어
(영구)
[떨리는 숨소리]
[다다의 한숨]
(다다) 미안해요
실제로 진짜 같이 탔으면 좋았을 텐데
난 지금도 좋아
이렇게 여자 친구랑 같이 있을 수 있으니까
진짜 그쪽은 주기만 하네요
당연하지
사랑하니까
[반짝이는 효과음]
(영구) 자꾸 여기가 윙윙거려
그러니까
안 가면 안 돼? 아니…
가지 마
[잔잔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
뭐야? 내 인형들은?
인형요?
가져가시게요?
아, 그걸 말이라고…
당연하지
지금 준비하겠습니다
(다이애나) 아아! 아, 됐어
아무도 내 인형 건들지 마
내가 직접 할 거니까
(다다) 저기요!
[가쁜 숨소리]
나랑 얘기 좀 해요
(영구) 또 무슨 일이야?
나도 이렇게 구차하게 굴고 싶지 않은데요
이렇게 그쪽 그냥 떠나면
계속 후회할 것 같아서 그래서 왔어요
정말 다 잊어 먹은 거예요?
뭘?
그동안 나한테 했던 말, 행동 전부 다 까먹었냐고요
하, 도대체 무슨 소린지
내가 너한테 뭘 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정말 그냥 단순히 프로그래밍일 뿐이었다고요?
[애잔한 음악]
(다다) 비 오는 날 우산 가지고 데리러 와 준 것도
별 구경 시켜 준 것도
어깨까지 다쳐 가면서 촬영장에 더미 가져다준 것도
한강에서 몇 시간씩이나 기다린 것도
그냥 단순히 프로그래밍일 뿐이라고?
진짜가 아니야?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
난 로봇이니까 그저 입력된 대로 움직일 뿐이야
(영구) 그러니까 더 이상 귀찮게 하지 마
[한숨]
그래요
내가 잊고 있었네
(다다) 그쪽은 그냥 기계일 뿐이라는 거
키스 한 번으로 전부 잊고
하루아침에 모르는 사람이 될 수 있는 기계일 뿐이란 거
이제 똑똑히 알았어요
그만해요
(영구) 내가 널
정말 좋아했다고?
[힘겨운 숨소리]
그래요
너무 고마울 만큼
그래서 미안할 만큼
그럼 넌?
[훌쩍인다]
(다이애나) 아, 또 너냐?
진짜 구질구질 대단하다
넌 뭐, 자존심 뭐, 이런 거 없어?
[다이애나가 손뼉을 짝짝 친다]
켄, 이리 와
이리 오라고, 당장
[울먹인다]
[다다가 훌쩍인다]
[다다의 힘겨운 숨소리]
(다다) 좋아했어요, 나도
아니
지금도 좋아해요
그러니까 가지 마요
[잔잔한 음악] 너무 늦어서 미안하고
화도 나고 답답해서 미칠 것 같은데
근데
[울먹이며] 그쪽도 나처럼 이렇게 아팠을 거 같으니까
[울먹인다]
나도 그쪽처럼 여기가 윙윙거려요
너무 아파요
그러니까 가지 마요, 제발
(다이애나) 켄
한번 버린 쓰레기는
다시 주워서 버릴 필요 없어
아, 피곤하다, 빨리 타
[영구가 차 문을 탁 닫는다]
[다다의 울먹이는 신음]
영구 씨
켄
우리 스위스 가는 거야
스위스 빨리 가자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그래
[웃음]
[윙윙 소리가 난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잔잔한 음악]
(영구) 데리러 왔어
여자 친구
여자 친구
종료
하지 마
[윙윙 소리가 난다]
멈춰, 멈추라고
(다이애나) 응?
왜 멈춰?
나 여자 친구에게 돌아가야 돼
뭐? 너 미쳤어?
야, 멈추지 마
당장 멈춰!
[자동차 엔진음]
[자동차 경고음]
[타이어 마찰음]
(다이애나) 야, 깡통
너 미쳤어?
내가 산 거야, 내가 주인이라고!
넌 내 여자 친구가 아니야
(다다) [흐느끼며] 거짓말
다 거짓말…
다 거짓말이면서…
[트럭 경적]
[강조되는 효과음] [다다의 놀란 신음]
[트럭이 연신 경적을 울린다]
[울먹인다]
미안해, 여자 친구
못 알아봐서
아프게 해서
[울먹인다]
그리고
이건 프로그래밍된 말이 아니야
[부드러운 음악]
사랑해
(다다) 영구 씨가 돌아와서 진짜 기뻐요
둘이 있고 싶어서요 [반짝이는 효과음]
(다다) 내가 그 행복한 왕자를 더 행복하게 해 줄 거예요
(영구) 고마워, 여자 친구
나 찾으러 와 줘서
좋아한다고 말해 줘서
(영구) 여자 친구, 반지 버렸으면서 [반짝이는 효과음]
이제 여자 친구 없이는 아무 데도 안 가
약속할게
(다다) 영구 씨가 없는 집에 혼자 있을 때
마치 세상에 혼자 덜렁 남겨진 기분이었어요
지금은 마치 세상에 우리 둘만 있는 기분이에요
(다이애나) 네가 훔쳐 간 내 장난감
(다다) 우리 영구 씨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장난감을 장난감이라 부르는데
당신 같은 사람한테
우리 영구 씨 못 보내 아니, 안 보내!
[다다의 떨리는 숨소리]
(다다) 안 돼요, 가면 안 돼요
(영구) 나 괜찮아, 여자 친구
- 걱정하지 마 - (다다)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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