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이 11
여자 친구
종료
하지 마
멈, 멈춰, 멈추라고
(다이애나) 응?
당장 멈춰!
[기사의 당황하는 신음] [자동차 경고음]
[타이어 마찰음]
(다이애나) 야, 깡통, 내가 산 거야
내가 주인이라고!
넌 내 여자 친구가 아니야
[소리친다]
[씩씩댄다]
[자동차 경적] [울먹인다]
[긴장되는 효과음] [다다의 놀란 신음]
미안해, 여자 친구
못 알아봐서
[울먹인다]
(영구) 그리고
사랑해
[반짝이는 효과음]
[감성적인 음악]
돌아온 거예요?
(영구) 응
나 돌아왔어
[울먹인다]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난 다시 못 보는 줄 알고
미안해, 여자 친구
정말 미안해
[무거운 효과음]
감히 장난감 주제에
아가씨, 그만 돌아가시죠
(보원) 영구야!
잠깐만, 잠깐만, 좀 놔 봐요, 좀
좀 놔, 놔, 좀, 아, 진짜
그 로봇은 좀 전에 다이애나 아가씨랑 떠났다
(경호원1) 한 번만 더 성가시게 굴면
그땐 구급차 타고 돌아가는 수가 있어
[보원의 한숨]
하, 결국 난 또 지키지 못했네
[분주한 발걸음]
[무거운 음악]
[차 문이 달칵 열린다]
(란) 아가씨, 어떡할까요?
어떡하긴 뭘 어떡해!
다이애나
(다이애나) 크로노스 세븐인지 헤븐인지 당장 연락해
내 장난감이
도망쳤다고
(란) 네, 알겠습니다
분명 그 계집애한테 갔겠지
저게 무슨 소리지?
영구가 도망을 쳤다고?
(영구) 여자 친구
정말 괜찮은 거지?
(다다) 아, 괜찮아요
나 이렇게 픽픽 쓰러진 적이 없었는데
아, 진짜라니까
나 몸 하나는 튼튼하다니까요?
[밝은 효과음]
영구 씨
가로등 불이 언제 들어오는지 알아요?
(영구) 응?
아, 서울 자치구 25개 에너지 조례 제정…
아이, 그런 게 아니라
우리 아빠한테 배운 게 있어요
뭔데?
가로등 불이 들어오면
집에 돌아와야 하는 시간이래요 우리 아빠가
(다다) 밖에서 열심히 놀다가도
불이 들어오면 집에 돌아와야 하는 시간이랬어요
기다리고 있으니까
반드시 걱정하지 않도록 돌아와야 한댔어요
그러니깐 영구 씨도 이 말 잊지 말아요
응, 여자 친구
영구 씨가 돌아와서 진짜 기뻐요
(다다) 뭐, 뭐 하는…
[잔잔한 음악] [영구의 힘주는 신음]
뭐 하는 거예요?
지금 걷는 속도로 집에 도착하면 9시 16분이야
근데 내가 업어서 가면 8분이나 줄일 수 있어
여자 친구랑 둘이서만 8분을 더 있을 수 있잖아
[밝은 효과음]
[밝은 효과음] [다다의 놀란 숨소리]
(다다) 이것도 영구 씨가 켠 거예요?
(영구) 응? 아니
우리가 집에 돌아갈 시간이라서 켜진 거야
[다다의 웃음]
[다이애나의 한숨]
(지석) 그러니까 그게 명령을 거부했다는 겁니까?
그건 내가 묻고 싶은데?
예
걔 혼자서 도망갔다고
말도 안 돼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말도 안 되지, 그렇지?
(인혁) 아니, 저…
(다이애나) 근데 걔 혼자 여자 친구인가 뭔가 찾으러 갔다고!
[무거운 음악] 아이씨
[지석의 헛기침]
(인혁) 저기, 그, 원래 초기화되면
데이터를 잃어버리는 게 맞긴 한데
(다이애나) 그럼 뭐?
오류 난 불량이라는 거야?
- (지석) 아… - (인혁) 아, 이건 오류라기보단
[놀란 숨소리]
(인혁) 지부장님, 이거 혹시 저번에 남보원이 얘기했던 그거 아닐까요?
아, 그 제로나인이 감정이 생겼다…
(지석) 씁!
그게 무슨 소리야?
감정이 생겨?
아니, 그냥 부하 직원 하나가 헛소리한 겁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인혁) 그, 어쨌든 일단 문제를 알았으니 저희가 수습하겠습니다
그래, 그럼
[잔잔한 음악]
[살짝 웃는다]
[스위치를 탁 끈다] (영구) 여자 친구
[밝은 음악]
[반짝이는 효과음]
[놀란 숨소리]
(다다) 벌써 이걸 다 차린 거예요?
[영구가 살짝 웃는다]
(영구) 아니
시킨 거야, 냉장고에 아무것도 없어서
잘했어요
우리 내일 같이 장 보러 가요
그래, 여자 친구
[다다의 만족스러운 신음]
아, 이것도? 알겠어
자
[다다의 만족스러운 신음]
이상해
뭐가요?
나는 음식을 먹지도 않았는데
(영구) 여기부터 여기가
꽉 찬 기분이 들어
[다다가 살짝 웃는다]
그런 걸 보고 사람들은 '행복'이라 그래요
(다다와 영구) '행복한 왕자가 사랑받고 싶은 사람은'
'여자 친구뿐이니까요'
[차분한 음악] (다다와 영구)
동화책 '행복한 왕자'에 나오는
그 행복요
내가 그 행복한 왕자를
더 행복하게 해 줄 거예요
(영구) 여자 친구, 고마…
[다다가 하품한다]
[함께 웃는다]
미안해요
(영구) 응, 아니야 여자 친구 오늘 많이 피곤했지?
얼른 들어가서 자자
[다다의 아쉬운 신음]
얼른
(다다) 진짜 안 졸린데, 더 얘기할 수 있어요
체온 36.7도까지 떨어졌다
(영구) 다행이야, 여자 친구
나 진짜 안 졸린데
고마워, 여자 친구
(영구) 나 찾으러 와 줘서
좋아한다고 얘기해 줘서
(보원) 영구야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영구야, 여기야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탁 열린다]
[울먹이며] 영구야, 영구야
야, 너 잠깐만, 잠깐만
아! 있어, 있어 내가 꽂아 준 키트 구멍이 있어
야, 내가 너 얼마나 걱정했는 줄 알아, 어?
너 도대체 어떻게 돌아온 거야, 어?
"크로노스 헤븐"
[프로그램 작동음]
(보원) 아, 이거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냐?
한 번 초기화가 되면은
이전 데이터들은 모두 사라지는 게 맞는 건데 [태블릿 작동음]
근데 그걸 네가 다 스스로 복구시켰다고?
여자 친구 덕분이야
여자 친구가 전부 다 기억할 수 있게 해 줬어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거야?
아니야, 아니야 네가 잘못할 게 뭐 있어
(보원) 기특해서 그래
하, 네가 변해 가는 속도를
내 모자란 머리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가 없어서
아, 근데 [보원의 한숨]
아, 이 정도로 메커니즘을 거스르려면
분명 물리 엔진에 엄청 무리가 갔을 텐데
너 정말 어디 이상한 데 없어? 괜찮아?
응, 나 괜찮아
하, 다행이다
아니지, 다행인 게 아니지
아, 지금쯤 회사에서도 네가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았을 거고
(보원) 계약서상으로는
다이애나가 찾으러 오면 넌 가야 될 운명이니까
[차분한 음악]
놔
너 누군데?
[흐느낀다]
[옅은 숨소리]
영구 씨
영구 씨
(다다) 영구 씨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어? 여자 친구, 언제 일어났어?
[다다의 한숨]
(다다) 또 가 버린 줄 알았잖아요
[잔잔한 음악]
(영구) 여자 친구, 반지 버렸으면서
아, 아니, 이거는
이건 다이애나한테 가는 바람에…
[영구의 웃음]
알아
이제 여자 친구 없이는 아무 데도 안 가
약속할게
[살짝 웃는다]
[풀벌레 울음]
(영구) 여자 친구, 여기…
(다다) 네, 맞아요
지난번에 같이 올라온 이후로
머리가 복잡해서 도망치고 싶을 때
혼자 몇 번 올라와 봤었는데 좋더라고요
혹시 멀리 안 가서 실망했어요?
아, 난 좋아
여자 친구랑 함께라면 어디든
(다다) 여기 올라오면
저기 멀리 있는 불빛들이 따뜻해서 좋아요
아직 집에 들어오지 않은 누군가들을 기다리면서
켜 놓은 불들일 테니까
그게 얼마나 따뜻한 건지
영구 씨가 알려 줬거든요
[잔잔한 음악]
영구 씨가 없는 집에 혼자 있을 때
그때 마치
세상에 덜렁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거든요
근데 진짜 웃기죠?
지금은
세상에 우리 둘만 딱 있는 것 같아요
나도 그래, 여자 친구
[살짝 웃는다]
우리가
얼마나 이렇게 같이 있을 수 있을까요?
미안해요
내가 같이 있자고 해 놓고
지켜 주지 못해서
내가 예전에 크로노스 헤븐에 있을 때
보원이 형이 나한테 영화랑 드라마를 많이 보여 줬는데
들을 때마다 이해가 안 되는 말이 하나 있었어
그게 뭔지 알아?
사랑하니까 보내 준다는 말
(영구) 난 그 말이 정말 이해가 안 됐었는데
이제 조금 알 것 같아
그건 내 마음보다
상대방이 상처받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게
더 힘드니까
(영구) 여자 친구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힘들어하지도 말고
나 여자 친구가 어떤 결정을 하든
절대 원망하지도 미워하지도 않아
나도 여자 친구만큼
넘치게 행복했고
따뜻했으니까
(보원) 제로나인
엄다다 씨에 대해 전부 다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그 말은
스스로 데이터를 전부 복구했다는 거야?
예, 그런 거 같습니다
현재로서는 그렇다고밖에 설명할 길이 없습니다
(보원) 지부장님, 이제 더 이상 제로나인은 저희가 만든 로봇이 아닙니다
우리가 정해 준 메커니즘을 거스르고 스스로 만들어 나가고 있어요
이제 이 아이는 우리가 마음대로 할 수도 없고
또 그렇게 해서도 안 됩니다
하지만 다이애나 그 여자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
그 여자가 어떤 사람인지 네가 더 잘 알고 있잖아
그러니까 우리가 더더욱 제로나인을 지켜 줘야죠
(보원) 본사에 제로나인 관련한 자료랑 데이터들 전부 넘기고
검사 결과 의뢰하면요?
현재 제로나인에게 발생하고 있는 현상들을 설명하면
분명 본사에서도 솔깃할 겁니다
네 말대로라면
제로나인이 다이애나에게 가는 걸 막을 수 있겠지
하지만 잠시뿐이야
결국 제로나인의 정식 계약자는 다이애나니까
[보원의 한숨] [휴대전화 벨 소리]
어, 무슨 일이야?
뭐?
"리얼"
[무거운 음악]
뭐지?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다다) 뭐 하는 거예요?
[스위치가 탁 켜진다]
(다이애나) 네가 훔쳐 간 내 장난감
직접 가지러 왔어
(다다) 장난감이라니요?
우리 영구 씨 그렇게 부르지 마세요
장난감을 장난감이라 부르는데
뭐 안 될 거 있어?
(다이애나) 그냥 쇳덩어리로 만들어진 기계일 뿐인데
얘처럼
그런 쇳덩이에 감정 이입하는 네가 더 우스운데, 난?
쇳덩이든 사람이든
당신이 함부로 다룰 권리는 없어요
왜 없어?
내 돈 주고 내가 샀는걸?
당신 같은 사람한테 영구 씨 못 보내 아니, 안 보내
(다이애나) 하여튼
이래 가지고 사람들은 친절하게 말하면
자기들한테 무슨 권리가 있는 줄 알아요
부서져도 상관없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데리고 와
(영구) 여자 친구
(지석)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문이 탁 닫힌다]
로봇 수습은 우리 크로노스 헤븐에서 할 일입니다
너희들 기다리는 거 지긋지긋해
(다이애나) 뭐 하고 있어?
빨리 데리고 오라니까
- (경호원2) 예 - (보원) 안 돼, 우리 영구 못 데려가
[보원의 신음]
(지석) 보원아!
[경호원3의 비명]
[경호원4의 신음]
[경호원4의 힘겨운 신음] [다다의 아파하는 신음]
[다다의 힘겨운 신음]
(다이애나) 그만
[다다의 힘겨운 신음]
[경호원4의 신음]
그만하고 조용히 나 따라와, 켄
안 그럼 얘 내가 어떻게 할지도 몰라 [의수 작동음]
[다다의 아파하는 신음]
엄다다 씨
그만하시죠
(지석) 이렇게까지 하실 필요는 없잖습니까?
쓸데없는 인간들은 다 빠져!
[흥미진진한 음악]
[다다의 신음] 특수 분장사라고 했나?
(다이애나) 그럼 이게 엄청 중요하겠네
너 저번에 내 손 이쁘다 그랬지?
얘 손도 내 거처럼 만들어 줄까?
(영구) 내 여자 친구 건드리지 마
가만 안 둬
땡!
대답은 '죄송합니다'
(다이애나)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가 맞지
[의수 작동음] 안 그래?
[다다의 힘겨운 신음]
그만해, 그만해!
그만해
시키는 대로 할 테니까
[다이애나가 손가락을 탁 튕긴다]
딩동댕
역시 착하네
그래야 내 켄이지
[의수 작동음] [다다의 신음]
(보원) 영구야!
안 돼요, 가면 안 돼요
나 괜찮아, 여자 친구
걱정하지 마
안 돼, 안 돼, 제발, 제발, 안 돼요
이런 소동 벌인 거 본사에서 알면 가만있을 거 같습니까?
(보원) 맞아, 당신이 계약자라고 본사에서 뭐든지 오케이할 거 같아?
그럼 애초에 판매하지 말지 그랬어?
(다이애나) 내 돈 주고 내가 산 걸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안 될 거 있어?
내가 살게요
[차분한 음악]
영구 씨 내가 사겠다고요
이게 당신들 방식이면은
백억이든 천억이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도 사겠다고!
(다다) 그러니까 내 남자 친구 아무도 건들지 마
(다이애나) 어디 가
못 가, 넌 내가 먼저 샀어
넌 내 거야, 내 장난감이라고!
(영구) 아니
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네 거였던 적 없어
넌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자격 없으니까
[영구가 손을 탁 뿌리친다]
(란) 괜찮으세요?
(보원) 아, 내가 왜 미처 그 생각을 못 했지?
[보원의 한숨] (지석) 그렇게 김칫국 마실 필요 없어
아직 확정된 건 아니니까
아니, 뭐가 문제입니까?
계약서상 소유자를 엄다다 씨로 바꾸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요
이야, 엄다다 씨 그렇게 안 봤는데 진짜 멋있는 거 같아요
걸 크러시!
(지석) 본사 설득하는 게 만만치 않을 텐데
제로나인은 현재 특수한 케이스입니다
(보원) 우리에게 무궁무진한 연구 자료가 될 거예요
그런데 그 반응들은
오로지 엄다다 씨를 대할 때만 나타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엄다다 씨랑 정식 계약을 맺고
옆에서 지켜보면서
이 오류들에 대해 좀 더 면밀하게 조사를 하겠다
뭐, 이런 식으로 나가면 본사에서도 절대 반대 못 할 겁니다
[보원이 살짝 웃는다]
[경쾌한 효과음] 아, 아, 그리고 오류가 발생한 로봇이니까
잘만 하면 엄다다 씨가 세일가로 구매할 수도 있고요
- 그렇다고 치자 - 네 [경쾌한 효과음]
- 다 좋은데 - 네 [경쾌한 효과음]
- 다이애나는? - 아, 다이애나 [익살스러운 효과음]
고마워, 여자 친구 날 정식으로 구입해 줘서
[훌쩍인다]
[울먹인다] [발랄한 음악]
(다다) 엄다다
앞뒤를 좀 재고 일을 저질렀어야지
백억이 뉘 집 개 이름도 아니고
걱정 마, 여자 친구
내가 이 한 몸 다 부서지도록 열심히 일해서
여자 친구가 낼 백억에 보탤게
자기가 자기 살 돈을 버는 경우가 어디 있어요
내가 저지른 일이니까
내가 책임질게요
정말?
[흐느끼며] 아니요, 백억…
(영구) 일로 와, 여자 친구
[다다가 울먹인다]
괜찮아, 괜찮아
내일 보원이 형하고 다시 얘기해 보자, 응?
일단 자고
일단 자고
(다다) 뭐야, 뭐야, 뭐야, 뭐야
왜, 왜, 갑자기, 갑자기 왜 그래 갑자기 왜 그래, 왜 그래
[다다의 난감한 신음]
왜 그래
(다다)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잠깐…
[다다의 신음]
[부드러운 음악]
뭐, 뭐 해요?
여자 친구도 날 좋아한댔지?
그럼 이제 우리 같이 자야지
그건 좀…
왜?
음, 아직
뭐, 정식으로 계약을 절차를 밟은 것도 아니고
그런 건 계약을 확실히 하고 해야 되는 거거든요
[살짝 웃는다]
알겠어
(영구) 그럼 계약서 쓰면
같이 자는 거다
[밝은 음악] [어색한 웃음]
여자 친구
잘 자
[문이 탁 여닫힌다]
[거친 숨소리] [심장 박동 효과음]
나대지 마, 심장아
[웃음]
안 돼요, 안 돼, 안 돼
[웃으며] 안 돼요, 안 돼, 돼요, 돼요, 돼요
뭐라고, 여자 친구?
[익살스러운 효과음]
[로봇을 탁 내려놓는다] 잘 자요
[한숨]
[잔잔한 음악]
(다다) 이거 등급 스티커잖아요
이거를 이렇게 붙여 두면 인정해 주는 거예요
이만큼 뭐, 가치가 있다, 대단한 거다
[매미 울음]
인정
[살짝 웃는다]
(녹음 속 왕준) 야, 임시 너 지금 시위하는 거야, 뭐야?
이딴 식으로 할 거면 당장 때려치워 알았어?
(웅) [웃으며] 수고하셨습니다
'닥터 알파고 시즌1' 끝난 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시즌2라니
고맙다, 누나
아직 몸도 다 안 나았을 텐데
거의 다 나았어
아, 집에만 있기도 너무 좀이 쑤시고
무엇보다 우리의 대슈퍼스타 마왕준 님을
혼자 다니게 할 순 없잖아?
[왕준과 웅의 웃음]
(웅) 아, 그 임시
영구인가 뭔가 그 사람 어떻게 됐어?
알 게 뭐야, 그 자식, 쯧
얘기도 꺼내지 마
(웅) 저, 그리고 다다…
[웅의 헛기침]
아, 몰라, 씨,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노크 소리가 들린다]
네
(웅) 어?
너 대체 뭐 하는 놈이야?
여기가 어디라고 나타나?
죄송합니다
제가 사정이 있어서
무슨 사정?
여자랑 노느라 내 연락 다 씹은 사정?
너 편집 숍 앞에서 나 봤을 때 알아봤지?
근데 거짓말했잖아
(영구) 그때 마왕준 씨를 만난 건 제가 맞지만
[한숨]
제가 아니었습니다
뭐라는 거야?
자세하게 말씀드릴 순 없는데
오해가 있었던 건 분명합니다
나도 딱히 들을 생각 없어 궁금하지도 않고
(왕준) 근데 너 다다는 가지고 놀지 마
상처 주지 말라고
[차분한 음악]
남자 친구는 여자 친구를 아프게 하지 않는다 어쩐다 하면서
나한테 훈계질하더니
고작 그 짓거리 하려고 그랬던 거야?
됐어, 가
눈앞에 띄지 마
너 해고라고
이제 필요 없어, 너 같은 자식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문이 탁 열린다]
[한숨]
백억을 벌려면 일을 해야 되는데
하, 나 때문에 여자 친구 힘들게 할 수 없는데
예? 장염에 걸려서 촬영을 못 한다고요?
아, 예, 예, 예
아, 미치겠네
(조연출) 아, 스턴트 대역이 없으면 촬영을 못 하는데
아, 지금 당장 어디 가서 구하냐
[유쾌한 음악] [조연출의 짜증 섞인 신음]
(영구)
아침부터 볼일은 무슨 볼일
(다다) 아빠
[차분한 음악] 나 오늘 새 작품 들어가는 첫날이야
이번에도 잘할 수 있겠지?
아빠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나 열심히 할게
지켜봐 줘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탁 열린다]
남보원 씨?
짠! 계약서
(보원) 우리 제로나인처럼 멋진 로봇을
[익살스러운 음악] 무려 90%나 할인된 가격에
그것도 70년 할부로 구입할 수 있다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보원의 웃음]
백억을 생각하다가 십억이라고 하니까
별거가 아닌 것 같다가도 별거네요
[멋쩍은 웃음]
아니, 아무리 70년 할부더라도
한 달이면 120만 원이잖아요
(다다) 게다가 제가 지금 스물아홉인데 70년 후면은
저 아흔아홉이거든요?
제가 그때까지 살 수 있을까요?
걱정 마세요
[종소리 효과음] 띠링띠링, 100세 시대잖아요
[어이없는 숨소리]
(보원) 이 엄청난 혜택에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합니다
뭔데요?
첫째
[흥미로운 음악] 영구와 다다 씨의 감정 데이터를 우리에게 전부 넘겨주는 겁니다
그 말은
제 감정을 사람들이
분석하고 돌려 보고 그런다는 말인 거예요?
아, 걱정하지 마세요
절대적으로 오로지 연구 목적으로만 사용될 거니까요
두 번째는요?
영구가 로봇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질 경우
영구는 본사로 이송되고
다시는 다다 씨를 만나지 못하게 될 겁니다
영구가 다이애나에게 돌려보내지기를 원하십니까?
[한숨]
[지문 인식음]
(다이애나) 엄다다 걔가 정식 주인이 됐다고?
(지석) 네, 본사에서 결정했습니다
크로노스 헤븐 당신들 정말 나한테 이래도 되겠어?
이렇게 날 적으로 만들면 후회할 텐데
지난번 소동으로 연인 로봇의 실체가 모두에게 탄로 날 뻔했습니다
회사 차원에서 보안 강화를 위한 경고로 계약을 파기하는 것이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수습한다더니
이게 그 결론이야?
제로나인은 아시다시피
인간의 힘으론 어쩔 수 없는 로봇입니다
제로나인은 오직 제로나인만이 움직이게 할 수 있습니다
(지석) 위약금과 배상 문제는 제가 책임지고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이만
[무거운 음악]
(다이애나) 란!
란!
부르셨습니까?
지금 당장 크로노스 헤븐 본사에 연락해
(다이애나) 새 장난감을 보내 달라고
[흥미로운 음악]
제일 튼튼한 거로
네, 알겠습니다
내가 못 가지면 아무도 못 가져
(다이애나) 기대해, 켄
내가 아주 예쁘게 부숴 줄 테니까
그럼 이제 회사로 복직하시는 거예요?
아직까지는 뭐, 구체적으로 이야기가 안 나오고 있어요
잘은 모르겠지만 일단은 좀 쉬려고요
[문이 탁 열린다]
[규리가 흥얼거린다]
(진) 아, 스트레스, 오면서 아주 내내
오는 내내 노랫소리가… [비명]
깜짝이야 [흥미로운 음악]
(보원) 인공호흡, 인공호흡
[규리의 비명] [보원의 신음]
(규리) 씨, 어머, 어머, 미쳤나 봐
[규리와 보원의 놀란 신음]
그쪽은 지난번에 그 찜질방?
싸대기 여신?
(규리) 그, 그 인공호흡 변태?
네!
(규리) 다다야, 이 사람 여기 왜 있어?
어? 어, 그, 그게…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저는 리얼 팀에 새로 들어온 신입 남보원이라고 합니다
(보원)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보원) 어, 예, 어, 예 저로 말씀드릴 거 같으면
음, 저는 MIT 컴퓨터 사이언스 앤드 아티피셜 인텔리전스과 출신으로
아이큐는 150이랍니다 [반짝이는 효과음]
- (규리) 갑자기 - (진) 자기 자랑?
[작은 목소리로] 무보수로 일하게 해 주시면 숙식 제공해 드릴게요
(진) 그래요, 그, 뭐, 하긴 [규리의 한숨]
우리 리얼 팀도 이제 슬슬 사이즈를 불려 나갈 때가 됐죠
아, 그렇죠
(규리) 아니, 아무리 이번 드라마 스케일이 커서 일손이 부족하다고 해도
저, 저 사람은 아닌 거 같은데
(다다) 뭐, 규리 언니랑은 이미 아는 사이인 거 같고
- 아니, 아니 - 예
[보원의 웃음] (규리) 뭐, 필요한 일이
오늘은 있을 수도 있으니까
임시 고용 하는 거로
예스!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 가자 - (보원) 네
저, 뭐, 뭐 할까요, 어떻게 할까요?
- (진) 아, 그러면 이거 드시고요 - (보원) 네, 아, 네, 네
(진) 이거 드시고요, 이것도 드시면 돼요 [보원이 호응한다]
(보원) 같이 가요, 여신님
[사람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규리) 음, 이거랑, 음…
- (다다) 감독님, 안녕하세요 - (규리) 안녕하세요
- (감독) 어, 그래 - (조연출) 안녕하세요
야, 리얼, 준비 잘해 왔어?
아, 잠시만요
지난번 회의 때 만들어 본 콘셉트안입니다
(다다) 마왕준 씨 특수 분장은
콘셉트 A, B 중에서 정해 주신 거로 진행할 예정이고요
(감독) 아, 이거 사진하고 실제는 천지 차이인데
[감독의 짜증 섞인 신음]
(다다) 아, 배우한테 단시간에 두 가지 특분을 해 보는 건
피부에 지나친 자극이 갈 수 있어 가지고요
[노트를 탁 내려놓는다]
[리드미컬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조연출) 와!
(다다) 촬영장 오면서 테스트 한번 해 봤습니다
마왕준 씨 라이브 캐스팅은 따로 구해 놨으니까 느낌만 보세요
캐스팅은 이미 돼 있는 거 아닌가?
(규리) 아, 얼굴 본뜨는 걸 라이브 캐스팅이라고 하는 거예요
이야, 역시 믿고 가는 리얼 팀
(조연출) 준비성 쩐다
[조연출의 웃음]
[헛기침]
뭐, 나쁘진 않네
뭐, 리얼 팀이야 자잘한 문제는 좀 있어도
(감독) 감각은 좀 있으니까
노랑머리 저걸로 가지
저?
예, 알겠습니다!
(조연출) 그렇게 준비해 주세요, 수고하세요
- (규리) 수고하세요 - (조연출) 감독님, 저 이거…
자, 이제 우리도 준비해 볼까?
- (진) 오케이 - (규리) 오케이
(진) 좋았어
(규리) 아, 뭐 해요, 빨리 들어요
- (진) 빨리 들어요, 형 - (보원) 예
[규리가 말한다]
[긴장되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깜짝아!
누, 누구세요?
[놀란 숨소리]
[발랄한 음악] 여자 친구
[웃음]
여긴 또 왜 왔어요?
[다다의 난감한 숨소리]
빨리 와요
(영구) 여자 친구, 나 스턴트 하기로 했어
오늘 하는 거 보고 괜찮으면 앞으로도 계속 시켜 준대
그럼 우리 한 달에 120만 원은 벌 수 있어
아니, 마왕준 매니저는 어쩌고 스턴트를 해요?
아, 저, 그…
그만뒀어
잘렸네
아휴, 한동안 잠잠하더니 또 일을 터트리네
어쩌려고 그래요?
알잖아
나 여자 친구를 위해서라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어
쩝, 말한다고 들을 것도 아니고
대신에 몸조심해서 해요, 알겠어요?
여자 친구, 지금
나 걱정해 주는 거야?
당연하죠, 걱정하는 거예요
쩝, 그래도 기특하네
이렇게 바로바로 일도 구하고
여자 친구
계약했으니까 오늘 밤
같이 자는 거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뭐
뭐, 잠이야 뭐, 밤에 자는 거죠, 뭐, 늘
[피식한다]
이따 봐, 여자 친구
[반짝이는 효과음]
뭐지?
저 다 안다는 웃음은
[왕준의 한숨]
너 진짜 영구라는 자식하고 만나는 거야?
어, 만나고 있어
야, 엄다다, 너 내 말 못 들었어?
(왕준) 걔 딴 여자랑 팔짱 끼고 가는 거 내가 봤다니까
그건 그럴 만한 사정이 좀 있었을 거야
호텔까지 드나드는 거 너도 봤잖아!
아니…
[스태프들의 말소리가 들린다]
[헛기침]
우리 문제니까 우리가 알아서 할게
그리고 촬영장에서는 최대한 마주치지 말자
(다다) 여기 사람들도 많고
괜히 소문이라도 잘못 나면 너한테 피해 갈 거 아니야
[한숨]
나 준비할 게 좀 많아서 먼저 가 볼게
닥터 알파고가 로봇이라면서요?
저도 어릴 때부터 로봇 참 좋아했는데
[보원이 살짝 웃는다] 아, 예, 좋아하셨구나
1995년 작 '송각기동대' 속에 보면
사족 보행 로봇 타치라는 녀석이 나와요
(보원) 그 녀석을 처음 본 날 전 완전 밤잠을 설쳤거든요
[웃음] (진) 잠깐만요
기계지만 귀엽고 톡톡 튀는 대사로 인기가 많았던
[익살스러운 음악] (진과 보원) 공안 국가의 마스코트 로봇 타치
[진과 보원의 놀란 숨소리]
유진 씨가 타치를 어떻게 알아요?
강아지 닮은 로봇이라서 제가 얼마나 좋아했는데
완전 내 최애, 페이버릿인데
그럼 혹시 이것도 유진 씨 거예요?
아, 이게 제가 얼마 전에 만든 건데요
다다 누나가 만져 가지고 고장 난 거 같아요
고장이 나요?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에이, 이 부분 코딩 값이 잘못 입력됐네
지저스 크라이스트
와, 대박 사건!
아, 이거, 어
(진) 형, 형
형 완전 브레인 같은데
우리 친하게 지내요
- 그럴까? - (진) 아, 좋아요
형, 감사합니다
- 말 편하게 할게 - (진) 아, 네, 형, 편하게 해 주세요
(보원) 어, 어, 제가 들어 드리겠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 아니요, 됐어요 - (보원) 아니요
이렇게 무거운 것은 여신님께서 드는 것이 아닙니다
저에게 주셔요
[어이없는 숨소리]
- 네, 그럼 - (보원) 네
아, 아이씨!
[규리와 진의 비명]
[유쾌한 음악] [놀란 신음]
(규리) 아, 진짜, 뭐예요, 이게!
안에 든 건 너무 많은데 손잡이 너무 얇아요
아이씨
(규리) 새로 산 내 아기랑 바지 어떡해
나 화장실 가서 닦고 올 테니까
여기 있는 거 이거 다 닦아요
아유! 씨
몸보단 머리를 쓰시는 쪽이구나
(보원) 아니야, 손잡이가 너무 얇았던 거야
- 어머 - 아이씨!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어떻게 여기서 만나냐
리얼?
특분 팀이었어요?
어쩐지 낯설지가 않더라니
도대체 그쪽이 왜 여기에…
저 마왕준 씨 매니저예요
마, 마왕준요? 그 마왕준요?
(웅) 응
어떻게 또 이런 인연이 다 있냐
[의아한 신음]
인연이라니요? 그저 우연이죠
아니, 우연이라기에는 그때 우리 저기 분수대 앞에서 키스…
(보원) 쉿!
[익살스러운 음악]
그 얘기는 더 이상 꺼내지 말죠 단순한 사고였으니까
사고요?
네, 아주 황당한 사고
전 다 잊었으니까 그쪽도 잊으세요
(규리) 신입! 아, 안 오고 뭐 해요, 지금?
예, 갑니다, 여신님
[보원의 아파하는 신음]
[웅의 의아한 신음]
아, 저…
[긴장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이번엔 스턴트냐?
(왕준) 너도 참 질기다, 진짜, 씨
[왕준의 힘주는 신음]
(감독) 컷!
[감독의 만족스러운 탄성]
아니, 리허설인데 둘 다 뭐 이렇게 해, 진짜같이
아, 마왕준 시즌2에서 열정이 장난이 아니네
[손뼉을 탁탁 치며] 오늘 그림 예술이겠어, 어?
[감독의 웃음] (조연출) 수고하셨습니다
(감독) 아, 역시 프로야, 응?
[감독의 신음]
아이, 아, 소품을 뭐 이렇게 진짜같이 만들어, 쓸데없이!
- (왕준) 피? - (조연출) 제가 안 만들었습니다
(감독) 에이씨, 피 난다
- (감독) 야, 휴지 좀 - (조연출) 괜찮으세요? 감독님
[무거운 음악]
- (왕준) 저, 조연출님 - 네
저, 혹시 방금 저랑 합 맞춘 배우 복부에 안전장치 했어요?
씁, 아직 안 했을걸요?
(은동) 맛있게 드세요 [조연출이 말한다]
(규리) [놀라며] 야, 야, 야, 엄따, 엄따, 엄따
[은동이 말한다] 금 대표님이 간식 준비해 오셨어 샌드위치
덤으로 첫 촬영 기념 인터뷰까지
자, 빨리 받아
(은동) 자
아, 엄 팀장
아, 인사 좀 하지
여기 우리 드라마 팀 특수 분장 팀입니다, 엄다다 씨
[진과 보원의 환호]
(함께) 리얼 팀
발랄하죠?
(은동) 엄 팀장, 우리 왕준이 잘 좀 부탁해요
- (은동) 자 - (다다) 아, 네, 감사합니다
(은동) 응, 아, 잠깐만
우리 왕준이 것도 챙겨 줘야지
자, 이거
이거 피넛버터 들어간 샌드위치 아닌가요?
왕준 씨 땅콩 알레르기 있는데
그걸 자기는 어떻게 알았어?
아, 배우분들 워낙에 피부가 예민하셔서
사전에 알레르기 체크는 다 해야 되거든요
(조연출) 이야, 우리 엄 팀장님 진짜 프로다, 프로, 이야!
대표님도 알고 계신 거 아니셨어요?
아니, 처음 듣는데?
(은동) [살짝 웃으며] 워낙 왕준이가
프라이버시는 철저하잖아
(다다) 아… [은동의 웃음]
- (은동) 이야 - (다다) 저, 제 걸로 바꿔 드릴게요
[입소리를 쩝 낸다] [샌드위치를 탁 내려놓는다]
(왕준)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무거운 음악] (은동) 야
야, 뭐 하긴
드라마 촬영 첫날인데 소속사 대표가 가만히 있을 수 있나
간식 좀 사 왔다
아, 덤으로 우리 김 기자님하고 인터뷰 좀 하고
자
(보원) 어?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꺼져요
[긴장되는 음악]
그쪽 나랑 상관없잖아, 이제
인터뷰 안 해요, 카메라 꺼요
[은동의 어색한 웃음]
아, 왜 상관이 없어
넌 내 배우인데
(왕준) 이 사람 이제 더 이상 내 대표 아닙니다
그러니까 그 샌드위치 저랑 상관없습니다
그렇게들 아세요
(은동) 아이고, 아이고, 죄송합니다
[멋쩍게 웃으며] 우리 왕준이 컨디션이 오늘 안 좋은 거 같은데
인터뷰는 다음에 하는 거로 하죠
(은동) 아이고야
어딜 들어와
아이고
뭐 하는 겁니까?
(은동) 응? 뭐 하는 거긴
내 배우 내가 케어하는데 소속사 대표로서
내가 그 꿍꿍이 모를 줄 알아요?
(왕준) 이런 식으로 언플해서 어물쩍 넘어갈 생각인가 본데
나 그 장단에 맞춰 줄 생각 없으니까 꿈 깨요
야, 마왕준
너 이번 드라마 계약했을 때는 KIN 엔터 소속이었어
(은동) 그 말은 너 이 드라마 끝날 때까진 내가 널 케어해야 된다는 얘기고
[코웃음]
지금 법대로 하자?
나한테 꽃 상자 보낸 게 누군데, 씨
왜?
[무거운 음악]
터트리기라도 하게? 내가 너 협박했다고?
(은동) 그래, 지금 밖에 나가서 그럼 얘기해
[살짝 웃으며] 카메라도 다 있으니까
뭐?
그렇게 되면
내가 널 왜 협박했었는지에 대해서도 다 까발려질 텐데
(은동) 너 괜찮겠냐?
야
너 착각하나 본데
나 터지면 너도 끝이야, 인마
야, 7년 동안 내가 너 데리고 있었던 만큼
네 약점 7년어치 내가 쥐고 있다
안 먹히니까 협박 레퍼토리 바꿨네?
근데 차라리 이게 더 낫다 덜 찌질하고
(왕준) 마음대로 해요
얼마든지 터져 줄 테니까
[문이 탁 여닫힌다]
터지기 전에 엄다다 없앨 방법 끝냈으니까
잘 봐 둬, 마왕준
[코웃음]
"리얼"
- 어, 저, 저기… - (조연출) 엄 팀장님!
(조연출) 지금 마왕준 씨 특분 시작하셔야 되거든요
- (조연출) 준비 좀 해 주세요 - 예
(조연출) 네, 감사합니다
[입소리를 쩝 낸다]
(보원) 영구, 야옹
여기, 야옹
자
계약서 도장 찍은 거 알지?
[영구와 보원의 웃음]
형, 나 이제 여자 친구 더 많이 안아 주고
뽀뽀해 주고 사랑해 줄 거야
영구야, 너 그러면 안 돼
(보원) 모름지기 남녀 사이에는
[경쾌한 효과음] 밀당
밀당?
그러니까 안아 주고 싶을 때마다
(보원) 허벅지를 꾹 찌르면서
[익살스러운 음악] 아홉 번을 참는 거야
그러다가 열 번째가 됐다 그럼 그때 확!
아, 그게 가능해, 형?
이 형님이 해 본 모든 연애는 다 그랬다 이 말씀이야
[보원의 헛기침]
(보원) 그리고 마지막 조항을 위해선
너하고 다다 씨 거리를 갖는 게 좀 좋을 거야
마지막 조항은 또 왜?
'제로나인의 정체가 탄로 날 경우'
[한숨]
'제로나인은 즉시 본사로 이송된다'
쉿!
그래, 다시는 다다 씨를 만날 수가 없게 된다고
[한숨]
형
그럴 일은 없겠지?
(보원) 걱정 마
그래서 내가 리얼 팀에 들어온 거야 너 지키려고
[함께 살짝 웃는다]
고마워, 형
(보원) 그러니까 되도록이면 스턴트 일은 하지 말자
[무거운 음악] 네 정체 탄로 나면
너도 나도 엄다다 씨도 정말 다 끝이에요
[보원이 말한다]
저 자식 정체가 뭔데
밝혀지면 다다랑 끝이라는 거지?
(웅) 이번에 왕준이 특분 네가 하기로 한 거야?
오늘은 일단 그런데
다음 촬영부터는 규리 언니가 하기로 했어
다다야
너 그, 영구라는 사람이랑 이젠 사귀기로 한 거야?
내가 끼어들 문제 아니라는 거 아는데
너무 안타까워서 그래
(웅) 7년 동안 비밀 연애 하면서
너 정말 많이 힘들었던 거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아는데
왕준이가 처음부터 너희 연애 밝히기 싫어한 거
다 너 위해서야
괜히 자기 그늘 때문에 네 실력 묻힐까 봐 겁난다고
네가 더 잘 알잖아
왕준이 겉으론 툴툴거려도 속은 깊은 놈이라는 거
뭐, 걔도 사람이니까 7년 동안 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이번에 진짜 결국 금 대표 일로 이렇게 곪아 터질 줄 알았으면
진작부터 그냥 밝히는 게 나았나 싶기도 하고
금 대표 일이라니?
금 대표랑 무슨 일 있었어?
그 협박 사건 금 대표 짓이잖아
프러포즈 못 하게 하려고
왕준이가 얘기 안 했어?
(다다) 금 대표가 꽃 상자 범인이었다는 거
왜 말 안 했어?
누가 그래?
혹시 금 대표가 너 찾아갔어?
아니, 여웅 언니가 말해 줬어
[한숨]
미안해
네가 날 모른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너를 몰랐더라
영구라는 사람은?
너
그 사람은 잘 알아?
응, 알아
하나부터 열까지
생각하고 느끼는 건
전부 말하고 보여 주거든
[잔잔한 음악]
나도 할 수 있어
(왕준) 네 앞에서, 사람들 앞에서
엄다다 네가 나한테 어떤 의미인지
전부 보여 줄 수 있어
이제는 나도
그럴 수 있다고
[한숨]
[긴장되는 음악]
(감독) 어, 잘하네, 오
- (감독) 이거, 응? - 감사합니다
(감독) 연습 벌레야
(영구) 여자 친구
좋겠네요, 감독님한테 칭찬도 다 받고
[살짝 웃는다]
고마워, 여자 친구
특분은 다 끝난 거야?
아니요, 신 하나 끝나면 다시 분장해야 돼요
아, 그렇구나
[영구의 난감한 신음]
왜 그래요?
일터에선 이러지 마, 여자 친구
공과 사는 지켜야지
[다다의 헛웃음]
뭐야, 웃겨, 진짜
(조연출) 엄 팀장님!
[조연출의 다급한 숨소리]
엄 팀장님
지금 좀 와 보셔야 될 거 같은데요?
좀 문제가 생겨 가지고, 빨리 좀
(다다) 네
[무거운 음악] (웅) 너 왜 그래, 괜찮아?
왕준아, 여기 뒤에 좀 기대 봐, 어? [조연출이 말한다]
- (다다) 무슨 일이세요? - (웅) 아, 어떡해
[왕준의 가쁜 숨소리] (다다) 저, 제가 한번 볼게요
[가쁜 숨소리]
[웅의 놀란 숨소리] [중얼거린다]
[다다와 웅의 놀란 숨소리]
[왕준의 가쁜 숨소리] (조연출) 아유
괜, 괜찮으세요?
[가쁜 숨소리]
(감독)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
(조연출) 이쪽에 좀 문제가 있는 거 같은데 여기, 여기
(감독) 아이씨
- (감독) 뭐 해, 구급차 안 부르고! - (조연출) 아, 예
- (웅) 119! - (조연출) 잠시만요, 잠시만요
(웅) 왕준아, 천천히 숨 좀 쉬어 봐, 어?
[힘겨운 신음]
[사이렌이 울린다] (웅) 조심해 주세요
왕준아, 괜찮아? 왕준아
[구급차 문이 탁 닫힌다]
[규리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트러블 난 거
혹시 우리 분장 때문은 아니겠지?
(진) 에이, 설마 우리 다 테스트해 본 거잖아요
(규리) 왜 이렇게 불안하지?
[문이 탁 열린다]
(루비) 감독님, 뭐야? 분위기 왜 이래?
감독님, 첫 촬영부터 분위기 왜 이래요?
앉아
(루비) 뭐야
[문이 탁 열린다]
- (감독) 아유 - (조연출) 다녀왔습니다
(감독) 어떻게 됐어요?
어떻게 됐어?
저기, 병원에서는
급성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합니다
[무거운 음악]
알레르기요?
(조연출) 특수 분장 때문에 트러블이 생긴 거 같아요
특분 실리콘 스킨에서
땅콩 성분이 검출됐다고 하더라고요
- (감독) 이, 땅, 땅콩? - (규리) 땅, 땅콩?
(조연출) 당분간 촬영이 좀 어려울 거 같습니다
(다다) 아, 그럴 리가 없어요
스킨엔 그런 거 안 들어가는데
또 리얼이냐?
또 리얼이야?
(다다)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사람들의 놀란 숨소리]
(은동) 야
너 내 배우한테 무슨 짓을 한 거야, 응?
[보원이 만류한다] 당장 오늘부터 촬영 못 하게 생겼는데
너 어떻게 책임질 거야? 어?
저기, 대표님
- (웅) 왕준아 - (조연출) 왕준 씨
(루비) 어?
[강조되는 효과음]
[감성적인 음악]
[규리의 놀란 숨소리]
[루비의 놀란 숨소리]
(감독) 리얼 팀 전부 아웃이라고
(다다) 그럼 저만 나가겠습니다
(웅) 리얼 팀은 어떻게 됐어요?
엄 팀장만 해고하는 거로 하고…
(보원) 너하고 다다 씨 사이 밝히는 게 오히려 플러스야
너 로봇이라고 의심 안 할 거 아니야
(다다) 영구 씨 내 남자 친구야
[규리의 놀란 숨소리] (다다) 남자 친구라고 소개해서 미안해요
남자 친구가 돼서 정말 진심으로 기쁘고 행복해
(영구) 여자 친구, 일어나자, 아침이야 [다다의 옅은 신음]
(다다) 아, 근사한 곳이 여기예요?
(영구) 나한테 근사한 곳은 여기야
여자 친구랑 내가 같이 사는 집
(영구) 여자 친구 기분은 어때?
좋아졌어? 그럼 됐어
(왕준) 엄다다, 나랑 얘기 좀 해 이 자식 없는 데서
(다다) 왕준이랑 무슨 말 했는지 안 궁금해요?
- (영구) 응 - (다다) 왜요?
(영구) 그것도 믿으니까
(다다) 고마워요
.절대 그이↲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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