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10
[리드미컬한 음악] (엔제이) 뭐부터 말하지?
그럼 먼저 요즘 제 얘기부터 할게요
(스태프) 시간 없으니까 조금만 서두를게요
(치성) 자
(엔제이) 하, 다음 뭐야?
(엔제이) 굉장히 프로페셔널한 삶을 살고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기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화려하고
지나치게 열정적인
뭐, 그런 거 말고
진짜 제 얘기요
여기엔 등장인물이 하나 있는데
[신비로운 음악]
"고오 개인전"
[웅의 졸린 신음] 어느 날 운명처럼 등장…
[웅의 하품]
한 건 아니고
[발랄한 음악] [자동차 엔진 작동음]
(엔제이) 하여간
이런 건 정말 빨라
(누리꾼1) 연예인 돈 벌기 쉽구나
(누리꾼2) 건물 사려고 아이돌 한다는 엔제이?
(치성) 왜, 또 뭐 올라왔어?
뭔진 몰라도 일단 보지 마
(엔제이) 그게 의지만으로 되는 게 아니거든
요즘 기사에는 왜 이렇게 광고가 많이 떠? [휴대전화 조작음]
아이…
아이, 아유
(엔제이) 빅 데이터 분석을 통한 과학적인 매칭이랄까?
그림이 좀
이상한데?
(엔제이) 그러니까 내가 건물을 샀더니
건물만 그리는 사람 전시회를 보러 오게 된 거죠
그리고 거기에서 만난 거예요
이게 꼬깃하긴 한데 깨끗해요
[잠긴 목소리로] 이걸 왜요?
지금 울고 있는데…
[문이 달칵 열린다]
(웅) 아, 그 동선이 헷갈릴 수도 있는데
아마 저기서 시작하시면 될 거 같습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고마워요
(엔제이) 웃기지 않아요?
건물 그려진 그림 보고 울고 있는 거
(웅) 그럴 수도 있죠, 뭐
그쪽도 이 그림 보고 운 적 있어요?
(웅) 아…
그렇죠?
나만 제정신이 아닌 거겠죠?
(웅) 음…
가끔 울고 싶을 때 여기 와서 울어도 돼요
창피하면 내가 같이 옆에서 울어 줄게요
[잔잔한 음악] [피식 웃는다]
[웅의 웃음]
그런 멘트는 너무 구린데요?
멘트가 아니라 위로인데?
(엔제이) 초면인데 위로를 해 줘요?
아…
저는 초면이 아니고 방송에서 많이 봐서
내적 친밀감이 좀 있어서
팬이에요, 엔제이 님
[엔제이와 웅의 옅은 웃음]
(은호) 형! 형, 나…
형
아, 형, 어디 있어, 어디 있어?
형!
(엔제이) 제가 또 이상한 건 그냥 지나칠 수 없거든요
여기 관계자예요?
아니요, 관객인데요
이 그림 작가 알아요?
아니요, 관객이라…
이 그림 사고 싶은데
얼마인지 알아요?
이건 천…
[흥미로운 음악]
(웅) 저는 관객이라 잘 모르겠고요
여기 문의하시면 될 거 같아요
그림만 이상한 게 아닌가 보네
- 네? - (엔제이) 네?
(엔제이) 아니에요
어디 가서 문의하면 된다고요?
(은호) 이건 절대절대 파손되면 안 돼요
진짜진짜 조심해서
(엔제이) 그래서
좀 더 알아봐야 되겠더라고요
(엔제이) 핸드폰 좀 줘 봐요
(엔제이) 물론 그만큼 한가한 사람은 아닌데 [웅이 묻는다]
저 그림 질리면 또 다른 그림 사려고요, 작가님
나 작가 아니라니까요?
아, 그래요?
그럼 저 그림 취소해야겠다
(웅) 아…
비밀로 해 주세요
(엔제이) 뭐, 재밌잖아요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제 번호예요
아는 사람 몇 없어요
저도 제 번호 아는 사람 별로 없어요
친구가 별로 없어서
[웅의 멋쩍은 웃음]
(엔제이) 그리고 오해할까 봐 말하는데
[엔제이가 피식 웃는다]
아무튼
연락할게요, 작가님
(엔제이) 저는 아무한테나 이러는 사람이
(미연) 또?
(엔제이) 맞아요
(미연) 이번에는 얼마나 가려고?
이 사람에 대한 정보가 하나도 없네?
도대체 너의 진단명은 뭘까?
(엔제이) 음, 난 사랑꾼
(미연) 음, 사랑은 무슨
한두 달 관심 갖다 입 싹 닦는 게 무슨 사랑?
(엔제이) 다 저마다의 방식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잔잔한 음악] 그러니까
처음엔 그렇게 시작한 건데
그 사람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흥미로운 사람이더라고요
그래서 좀 문제가 생겼어요
(엔제이)
(웅)
(엔제이)
(웅)
(엔제이)
(웅)
(엔제이)
(엔제이) 가끔 틈이 나면 생각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치성) 네 도망이 저 사람이야?
(엔제이) 작가님!
(엔제이) 그래서 확인해 보려고요 [놀란다]
(웅) 아유
(엔제이) 이것도 잠깐 지나가는 바람인지 [엔제이의 웃음]
아니면 다른 결말일지 [웅의 멋쩍은 웃음]
[웃음]
그런데 아마
그렇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예요
[풀벌레 울음]
뭐 하냐, 둘이?
[흥미로운 음악]
(연수) 아…
그, 우리
어제부터 1일이야
[연수의 어색한 웃음]
친구 하기로 했거든
[어색하게 웃으며] 친구 1일
(웅) 그렇게 됐다
씁, 둘이 다큐 말고 콩트 찍냐?
야, 너는 이 시간에 연락도 없이 어쩐 일이야?
전화했는데 안 받던데?
[지웅의 의아한 숨소리]
(지웅) 근데 둘이 이 시간에 같이 있는 그림은
꽤 예상 밖인데?
(연수) 아, 물론 오해할 수도 있는 상황인데
- (연수) 절대 그런 거 아니고… - (지웅) 응, 오해 안 해
둘이 싸우기도 지쳐서 이제, 뭐
화해 비슷한 거 했겠지, 뭐
(연수) 맞아
- (웅) 응, 응 - 그래, 그거 맞아
[연수의 어색한 웃음]
[연수의 멋쩍은 숨소리]
(지웅) 나 오늘 자고 간다
[지웅이 물병을 탁 내려놓는다] (웅) 어?
야, 여기가 무슨 뭐, 숙박업소냐?
죄다 다 자기 마음대로 자고 가게
또 누가 자고 갔어?
[흥미로운 음악]
(웅) 아, 구, 구은호
구은호 그 자식 그거, 아이씨…
[웅의 한숨]
[연수의 헛기침]
근데 너희 계속 거기 서 있을 거야?
(연수) 아, 아
나 이제 시간 늦어서 가려고
(웅) 아이, 치킨 안 먹고 가게?
(연수) 왜, 간다니까 아쉽냐?
(웅) 아, 그건 아닌데
(연수) 그, 야식은 몸에 안 좋아
(웅) 야, 네가 시킨 거거든?
(연수) 나 간다 둘이 오붓한 시간 보내
(지웅) 연수야
택시 불러서 가, 밖에 어두워
(연수) 됐어, 그냥 걸어가면 돼
- 야, 내가 치킨 시켰으니까… - (웅) 야, 야, 야, 야
(웅) 빨리 가, 빨리 가, 쯧
[문이 달칵 닫힌다]
아이, 또 뭘 그렇게 쫓아내고 그래?
마을버스 아직 안 끊겼어
(웅) 04번 타
걸어가지 말고
참…
[스위치 조작음] [조명이 탁탁 켜진다]
[잔잔한 음악]
(웅) 왜?
(지웅) 아니야
[웅의 피곤한 신음]
(웅) 아, 이제 좀 조용해졌네
딱 한 사람만 더 없어지면 좋겠는데
사람 앞에 두고 그러는 거 아니다
- 저녁 먹었냐? - (지웅) 응, 먹었어
어? 곧 치킨 오는데?
[한숨]
맥주도 시켰냐?
(웅) 어
[문이 삐걱거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신발을 달그락 벗는다]
[놀란 숨소리]
[놀란 숨소리]
아, 깜짝이야
(연수) 할머니, 깜짝 놀랐잖아
(자경) 썩을 것
지금 몇 시여?
뭐가?
맨날 들어오는 시간이랑 비슷하게 들어왔구먼
(자경) 아, 어제도 외박했잖여!
아니, 친구 집에서 잔다고 했잖아
(연수) 참, 아, 내가 나이가 몇 갠데
아, 설마 할머니 그거 때문에 이렇게 지키고 서 있는 거야?
네가 친구가 어디 있어, 친구가?
(연수) 어?
이렇게 손녀를 대놓고 까는 할머니가 어디 있어?
어디서 잔 겨, 잉?
솔이 언니네서 잤어, 솔이 언니네
(솔이) 나 여기 있어, 연수야
이제 왔니?
[익살스러운 음악]
언니가 왜 여기에 있어?
(자경) 이놈의 계집애 거짓말, 거짓말 [연수의 아파하는 신음]
똑바로 말 안 햐?
어? 어디서 잔 겨, 잉?
(솔이) 할머니, 할머니 얘는 내가 신문할 테니까
늦었으니까 어여 들어가 주무셔
(자경) [작은 목소리로] 필시 남자가 생긴 겨
- (솔이) 그럼 잘된 거잖아 - (자경) 그렇지
(솔이) 그럼 왜 때린 거야?
(자경) 궁금하잖여, 어떤 놈인지
니가 잘 캐물어 봐
(연수) 나 다 들리는데?
(솔이) 어머, 그랬니?
[자경이 살짝 웃는다] 빨리 들어가
[문이 달칵 여닫힌다]
넌 묵비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고
(연수) 여긴 왜 온 거야?
아까 골목에서 할머니를 만났거든
네가 친구 집에서 잔다니까 나인 줄 아셨던 거지
(솔이) 거짓말할 거면 미리 말하지 그랬냐, 나한테?
(연수) 쩝, 거짓말은 아니야
(솔이) 뻔뻔하기 그지없어
- 네가 친구 누구? - (연수) 최웅
최웅 집에서 잤어
(솔이) 내가 그럴 줄 알았지
(연수) 근데 최웅이 나보고 친구 하재
어?
[한숨 쉬며] 친구
그걸 하자네, 나랑
[솔이의 어이없는 숨소리]
또 둘이 생지랄을 하는구나
그렇지?
이거 이상한 거 맞지?
야, 너 그런 이상한 애 좋아하지 마
(솔이) 뭐 하자는 거야, 그게?
그래서?
뭐라 그랬는데?
하겠다고 했어?
일단은 [솔이의 탄성]
'일단은'?
(솔이) 그래서
어쩌려고?
일단은
친구로 지내면서 무슨 생각인지 알아내 봐야지
자백을 받아 보려고
씁, 자백이야, 고백이야?
연수야
너 지금 수사물 아니고 멜로야
(솔이) 너 지금 범인 잡는 거 아니고
짝사랑하는 거라고
[흥미로운 음악] '짝사'…
짝사, 짝사랑 아니야
뭐 짝사랑이야
[놀라며] 그럼 그게 뭔데?
그냥
걔가 무슨 생각인지 궁금해 가지고 그러는 거야
(솔이)
(솔이) 그걸 바로 우린
짝사랑이라고 부른단다
(연수) 아…
빨리 자, 최웅 생각 그만하고
아니, 내가 언제 최웅 생각 했다고…
(솔이) 짝사랑
그거 나도 많이 해 봤지
궁금한 거 있으면 언니한테 물어봐
(연수) 아니라니까?
[놀란 숨소리]
너 생각해 보니까 너 참 지고지순한 면이 있다?
(솔이와 연수) - 아직도 최웅을 그렇게 좋아하… - 아, 진짜, 아니라고
[솔이의 짜증 섞인 신음]
- (연수) 치… - (솔이) 와, 성질, 성질
[연수의 한숨] [솔이의 웃음]
(솔이) 최웅이 되게 좋은가 보다 이렇게까지…
(연수) 아니라고! [솔이의 비명]
[부스럭거린다]
야, 지웅아, 빨리 와!
- (지웅) 왔어? - (웅) 어
[웅의 힘주는 신음]
[지웅의 힘주는 숨소리]
[함께 캔을 쉭 딴다]
[편안한 음악]
[웅의 옅은 탄성]
[지웅의 시원한 숨소리] [웅의 탄성]
[웅의 옅은 웃음]
(웅) 야, 촬영 얼마나 남았냐?
(지웅) 세 번, 다음 주면 끝이야
(웅) 잘돼 가고 있냐?
계획대로 안 될 텐데?
그걸 알면 좀 더 이렇게
적극적으로 임해 줬으면 좋겠는데, 어?
도망이나 다니지 말고
(웅) 음…
[웅이 캔을 탁 내려놓는다]
[지웅의 한숨]
[웅의 못마땅한 숨소리]
너 요즘 날 그런 눈으로 바라보는 게 많아졌다?
(웅) 야, 할 말 있으면 해
어지간히 개소리면 내가 알아서 걸러 들을 테니까
물어보고 싶은 게 있었는데
그냥 안 물어보려고
뭐라는 거야, 씨
그냥 내 맘대로 생각하려고
[헛웃음]
(웅) 야, 이거는 창의적으로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드네, 이거?
[피식 웃는다]
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고?
아니, 뭐
안 마시던 술을 갑자기 찾질 않나
그리고
자고 간다는 것도 오랜만이고
그냥
집에 가기 싫어서
왜?
갑자기 형이 자고 간다니까 막 설레냐?
[헛웃음 치며] 취했냐?
아이, 발 닦고 빨리 자
야, 근데
우리 둘만 있는 거 진짜 오랜만이지 않냐, 어?
(지웅) 웅아
우리 같이 잘까?
[웃음]
(웅) 아이씨
이래서 내가 술 못 먹는 애들이랑
상종을 안 하는 건데
(지웅) 벌써 자게?
(웅) 아, 나 내려가서 작업하다 자려고
너도 빨리 자
아이, 술 먹고 뭔 작업이야?
(웅) 시끄러워
야, 어디 가!
안 졸리다니까
(웅) 야
어유
재워 준다고 할 때 빨리 조용히 자
쫓겨나고 싶지 않으면
간다
[힘주는 신음]
[힘주는 숨소리]
[잔잔한 음악]
[지웅의 한숨]
[한숨]
[놀란 숨소리]
[한숨]
[힘주는 숨소리]
(지웅) 카메라 세팅 다 됐어요
괜찮아요?
빨리 오셨네요
아, 배경 괜찮아요?
- (카메라맨) 네 - (지웅) 아
(지웅) 어, 예 거기 앉으시면 될 거 같아요
준비되시면 시작하겠습니다
(엔제이) 네
[엔제이의 힘주는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솔이) 일부러 흘리고 온 거지?
(연수) 아니거든?
진짜 깜빡하고 두고 온 거야
[솔이의 헛웃음]
(솔이) 그 고작 파우치 하나 두고 왔다고
다시 찾으러 간다는 핑계
[솔이의 놀란 숨소리]
너무 구린내 나는 거 알지?
아, 핑계 아니라니까?
그거 진짜 나한테 중요한 파우치야
(솔이) 네, 그러시겠죠
내가 너한테 같이 점심 먹자고 그렇게 매달렸는데
너는 굳이굳이
지금 그걸 찾으러 가겠다고 거절을 했어
[솔이의 놀란 숨소리]
어, 왜 그럴까?
혹시 내가 맞혀 봐도 될까?
그 파우치를 핑계로 찾아가서
최웅이랑 같이 둘이 오붓하게 점심을 드시고 싶어서겠죠
아이, 진짜
이것도 아닌가요?
(솔이) 씁, 와
도대체 국연수를 이렇게 만드는 최웅의 매력 포인트는 뭘까?
나 이제 진짜 궁금해지려고 하네?
동네 사람들! [익살스러운 음악]
짝사랑에 눈알이 뒤집혀서
이 굶어 죽어 가는 언니를 가차 없이 버리는 인간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여러분!
아, 그 짝사랑 얘기 좀 그만해!
나는 간다
맛있게, 즐겁게, 행복하게
혼자 밥 먹으러 갈게
행복해라, 국연수
힘내라, 국연수
[웃음]
(엔제이) 안녕하세요 최웅 친구 엔제이…
저 이거 회사랑 협의 안 된 거니까 가명 써도 돼요?
얼굴은 모자이크되나?
아니다
그럼 너무 범죄자 같으려나?
일단은 찍죠, 뭐 [문이 달칵 열린다]
(연수) 어?
[차분한 음악]
(엔제이) 뭐가 가장 궁금하세요?
최웅에 대한 얘기를 하면 되나요?
(은호) 반찬 나왔습… [솔이의 탄성]
- 생각났다! - (솔이) 어머, 깜짝이야
[은호의 탄성]
(솔이) 너 여기서 뭐 해?
아이, 누나 예전에도 저기 맥줏집 와 가지고
레시피 훔치려고 했었죠?
- (솔이) 응? - (은호) 와
그, 근데 너 뭐야?
너 여기서 일해?
(은호) 아, 여기 가끔 바쁘실 때 제가 도와드리러 와요
와, 내가 누나 어디서 봤었나 했었는데 역시…
아이, 뭐, 오늘도 시장 조사 하러 온 거예요?
아니거든? [은호가 피식 웃는다]
근데 너 여기 사장님이랑 친해?
(은호) 예?
아, 누나 몰라요?
- 뭘? - (은호) 여기 이름
'웅이와'잖아요
응, 근데?
(솔이) [놀라며] 설마
헐
아니, 이 동네에서 장사하면서 그걸 몰랐단 말이에요?
김지웅 부모님이 하셔?
(솔이) 와, 대박
걔 금수저였네
어쩐지
아니, 왜 그 가정에
우리 최웅이 형은 낄 수가 없는 거지?
아이
딱 봐도 최웅보단 김지웅이…
최웅 부모님이에요
(은호) 여기 골목 웅이와 이거 전부 다
[달그락 소리가 울린다] [은호가 픽 웃는다]
아이, 뭐, 물론
우리 웅이 형이 그렇게 귀하게 자란 느낌은 아니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그렇지만 어쩔 수 없는 도련님이라고
아, 소름 끼쳤어
와, 이제야 최웅의 매력 포인트를 하나를 알았네
(솔이) 하, 국연수 이거 앙큼한 애였네
연수 누나가 왜요?
응? 아니야
(엔제이) 정말 이 정도면 돼요?
나 할 얘기 아직 더 많은데
(지웅과 엔제이) - 아, 너무 충분한데요? - 필요하면 언제든 말해요
근데 오늘 촬영이 있었어? [엔제이가 말한다]
[웅의 당황한 웃음] (웅) 나도 지금 알아서 놀라고 있는 중이야
근데 너는 왜 왔어?
아, 나 뭐 두고 간 거 있어 가지고
(엔제이) 작가님 [엔제이의 헛기침]
저 인터뷰하는 거 들었어요?
아, 지금 들으면 안 되는데 서프라이즈인데
(웅) [웃으며] 아이, 서프라이즈를 왜 남의 집 마당에서 해요?
효율적인 동선 때문이죠
오늘 우리 데이트하기로 했잖아요
[흥미로운 음악] (웅) 아…
[어색하게 웃으며] 아니 데이트가 아니라…
(엔제이) 국연수 씨 맞죠?
지난번 때도 뵀었던 거 같은데
[어색하게 웃으며] 아, 네
다큐 재밌게 잘 봤어요
PD님, 저 지금 가도 되죠?
(지웅) 네
(엔제이) 아, 배고프다 점심 안 먹었죠?
- (엔제이) 빨리 가요, 작가님 - (웅) 어…
어, 야, 최웅
(연수) 나 너희 집에 두고 간 거 있는데
지금 찾아야 될 것 같은데?
지금? 뭔데?
중요한 거야
엄청엄청 중요한 거야
그럼 들어가서 찾아 봐
아, 집주인 없이 어떻게 들어가?
(웅) 아, 왜 그래?
하던 대로 해
아이, 그래도… [엔제이의 웃음]
(엔제이) 다음에 또 봬요
[엔제이와 웅이 대화한다]
(지웅) 그 표정 찍어도 되냐?
뭐, 무슨 표정?
- (지웅) 네, 수고하셨습니다, 네 - (카메라맨) 네, 고생하셨습니다
근데 저분은 왜 찍은 거야?
몰라, 최웅 친구로 뭐, 인터뷰하고 싶다던데?
친구?
(지웅) 갑자기 친구가 늘어나, 최웅
참…
뭐 해?
밥 먹자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웅) 아이, 좀 더 비싼 거 드셔도 되는데
그래도 제가 보답하는 자리니까
(엔제이) 저 여기 좋아해요
시간 날 때마다 틈틈이 여기 와서 앉아 있어요
(웅) 여기가 되게 유명한 맛집인가 봐요?
(엔제이) 여기서 잘 보이거든요
- 뭐가요? - (엔제이) 내 건물이요
저 앞에 있는 거
[웅의 탄성]
저건 얼마예요?
(엔제이) 샀을 때? 아니면 지금?
(웅) 저런 거 가지고 있으면 무슨 기분 들어요?
샀을 때? 아니면 지금?
[웃으며] 와, 지금 엄청 멋있어 보이는 거 알죠?
(엔제이) [웃으며] 알아요
그래서 내 건물 그려 주기로 한 거
직접 보니까 어때요?
아…
씁, 그런데
그림을 이런 식으로 그리는 건 좀 아닌 거 같아요
(웅) 엔제이 님 이미지도 안 좋아질 거 같고
(웅과 엔제이) - 그리고… - [컵을 탁 내려놓으며] 그리고?
사실
딱히 그림 그리고 싶은 마음이 안 생겨요
[웃음]
(엔제이) 아, 나 어떡해
이제 건물까지 까였어
저 지금 진짜 상처받았어요
(웅) 아, 제 말은 그런 말이 아니라…
장난이에요, 알았어요
그럼 내 건물 그려 주기로 한 건 패스
[컵을 달그락 잡는다]
(손님1) 거봐 엔제이 여기 단골이라니까?
(손님2) 진짜네 [손님2의 헛웃음]
근데 같이 온 남자는 누구야?
(손님1) 매니저겠지, 뭐
근데 엔제이 생각보다 별론데?
너무 말랐다
(손님2) 그러게
아, 얼굴도 좀 바뀌었나?
좀 한 거 같지 않아?
[손님2의 웃음] (손님1) 100%, 사진 찍어 볼까?
(손님2) 줘 봐
이쪽에서 찍는 게 좀 더 잘 보여
(엔제이) 죄송한데 사진은 안 돼요
(손님1) 아니
그쪽 찍은 거 아닌데요?
(손님2) 저희 사진 찍은 거예요 [손님들의 어색한 웃음]
(손님1) 웃겨
아이, 자주 있는 일인가 봐요?
익숙해 보여요
익숙해지지는 않아요
그런 척하는 거지
(엔제이) 좀 있으면 SNS에 사진이랑 같이 올라올 거예요
'오늘 엔제이 봤는데 생각보다 별로더라'
'사진도 못 찍게 하더라'
'보기보다 성깔 있더라'
나는 처음 보는 사람들인데
상대는 날 다 안다고 생각하고 그런 말들을 쉽게 해요
웃기지 않아요?
[옅은 웃음]
아이, 내가 아까 사진 찍었나 확인해 볼걸
웃긴 사람들이네
왜 사람들은 날 이해해 주지 못할까요?
(엔제이) 왜 그렇게 날 쉽게 판단할까?
이해받으려고 안 해도 돼요
[잔잔한 음악]
(웅) 다른 사람들한테 이해받을 필요 없어요
뭐 어때요?
보이는 대로 보고
믿고 싶은 대로 믿으라고 해요
나만 날 이해하면 돼요
그것도 어려운 건데
[피식 웃는다]
(엔제이) 작가님이 좋은 게 뭔지 알아요?
갑자기요?
작가님은 생각보다 심플하고 꽤 웃긴 사람이라
말도 안 되는 말들로 하루 종일 떠들어 댈 수 있는데
그게 좋은 건가?
(엔제이) 근데 또
생각보다 진지하고 깊은 구석이 있는 사람이라
꼭 필요할 때 필요한 말을 해 주거든요
매력 있어
단짠단짠
[멋쩍은 웃음]
이건 고백 아닌데?
왜 부끄러워하지?
아, 제가, 그 칭찬엔 쪼금 약한 편이어 가지고
[웅의 멋쩍은 웃음] (엔제이) [웃으며] 이것 봐
귀여운 구석도 있어
그럼 우리 밥 먹고 뭐 할까요?
나 오랜만에 스케줄 없는 날이라
뭐 하고 놀지?
(웅) 음…
일단
[카메라 셔터음]
어…
[카메라 셔터음]
(연수) 걔가 원래 친구를 쉽게 사귀는 애가 아니거든
기본적으로 사회성이 있는 타입이 아니란 말이야, 걔가, 어?
자기 말고는 아무한테도 관심이 없는 애거든
근데 연예인이라고 그러니까 막 관심이 가고 그러는 거지, 어?
자기도 꽤 유명해졌겠다 막 그런 걸 즐기는 거야
참, 아이 끝까지 숨기면서 활동하지
왜 갑자기 공개하고 그랬대?
걔도 관심을 받고 싶었던 거야
그거 네가 공개하라고 설득한 거 같은데?
그러게 왜 설득이 되고 그래?
왜?
아니, 다섯 골목 지나는 동안 최웅 이야기만 하길래
아, 뭐 먹지?
(연수) 너 뭐 먹고 싶어?
(지웅) 화제 전환이 매끄럽지 못해 더 수상하게
(연수) 아무래도 한식이 낫겠지?
어?
- (지웅) 아버지 - (연수) 안녕하세요 [연수의 웃음]
(호) 어, 어, 왔어?
(지웅) 아니 왜 이렇게 많이 시키셨대?
평소보다 배는 되겠는데?
야, 요즘 손님이 엄청 늘었어, 야
[호의 웃음] - (지웅) 아, 주세요, 주세요 - (호) 아, 괜찮아, 괜찮아
(지웅) [상자를 탁 들며] 아버지
이거 다 옮기시면 허리 나가요
(호) [웃으며] 야 허리는 내가, 참…
[연수의 옅은 웃음] 야, 근데 웅이 그놈은 뭐 하고 돌아다니는지
연락을 해도 전화도 안 받는다, 이놈?
제가 전화해서 당장 오라고 할까요?
- (호) 아이, 됐어, 그깟 놈 - (연옥) 어머, 연수 왔구나? [호의 웃음]
- (연옥) 아유 - (연수) 안녕하세요 [호가 아파한다]
(연옥) 왜 또 애를 불러다 일을 시켜?
(호) 아이참 야, 내가 너희 불렀냐? [연수의 웃음]
- (호) 아, 정말 - (지웅) 지나가다 들렀어요
(지웅) 후딱 옮기고 갈게요
지웅이 얘는 어쩜 이렇게 싹싹할까?
[연옥의 웃음]
- (연옥) 고마워, 지웅아 - 네
(연수와 연옥) - 저도 좀… - 아, 아니야, 아니야, 연수야
(호와 연옥) - 아니야, 아니야, 야, 지웅아 - 이거 꽤 무거워
(연옥) 밥은? 먹었어?
아직요, 지웅이랑 이제 먹으려고요
그럼 들어와서 먹고 가 [연옥과 연수의 웃음]
(연옥) 어머, 지웅 엄마
이게 얼마 만이야? [지웅 모의 웃음]
아유, 그동안 너무 안 온 거 아니에요?
[지웅 모와 연옥의 웃음] - (호) 아이고, 이게 누구셔? - (지웅 모) 아유, 네, 네
(호) 아이, 통 안 보여 가지고 뭔 일 났나 했네 [연옥이 호응한다]
(지웅 모) [웃으며] 별일 없으셨죠?
[호가 호응한다] (연옥) 우리야, 뭐
(연옥과 호) - 아유, 장 봐 갖고 오나 보다 - 어?
(호) 아직 밥 안 했으면 들어가서…
- (연옥) 아, 그래그래 - 연수야
어
미안한데 밥 같이 못 먹겠다
(지웅) 너 여기서 밥 챙겨 먹고 가
(지웅 모) 저기…
(연옥) 어머, 지웅아 밥 안 먹고 가?
어, 그래
- (지웅 모) 다음에 또 봬요 - (호) 예
(연옥) 예, 가세요, 예
(호) 아, 그래도 좀 먹고 가지
(연옥) 예
[지웅의 한숨]
뭐 하실 말 있으세요?
(지웅 모) 아, 집에는 들어와
나가서 자지 말고
내가 나가야 들어올 거니?
어차피 또 나가실 거 아니에요?
[잔잔한 음악]
[지웅의 한숨]
부탁 하나만요
제가 진짜 좋아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래서
그 사람들 앞에서 이런 모습 보여 주기 싫어요
늘 하던 대로
그냥 모르는 척 지나가 줘요
(엔제이) 이런 모습은 또 신선하단 말이야
(웅) 예?
작가님 왠지 운전 같은 거 잘 안 할 거 같은 느낌인데
(웅) 으음
- 좋아해요 - (엔제이) 네?
(엔제이) 아, 깜짝이야
주어 좀 말해요
(웅) [당황하며] 아, 아
아이, 아이, 그런 말이 아니고
그, 운전하는 거 좋아한다고요
[어색한 웃음]
아, 주로 은호가 하고
제가 멀리 갈 일이 별로 없어서 안 할 뿐이지
오늘 제대로 놀고 싶었는데
괜히 저 때문에 쫓겨 다녀서 미안해요
씁, 그러게요?
가는 곳마다 알아보네요
작가님은 쉴 때 혼자 뭐 하고 놀아요?
(웅) 음…
꼭 뭘 해야 되나?
전 가만히 있는 것도 괜찮은데
그럼 어제 뭐 했는데요?
아
어제는…
나 이런 역할 하기 되게 싫은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요?
국연수 씨랑 어떤 사이예요?
(웅) 아…
예전에? 아니면 지금?
(엔제이) 둘 다
[옅은 웃음]
[차분한 음악]
예전엔
진짜 좋아했어요
이럴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이
어, 지금은
친구 하기로 했고요
그만큼 많이 좋아한다는 건 어떤 기분이에요?
나 궁금해
끝난 사람인데도
그렇게 말할 정도로 좋아한다는 건 어떤 건지
(엔제이) 아니다, 취소
말하지 마요 나 하나도 안 궁금해졌어
[웃음]
[내비게이션 알림음] [내비게이션 음성이 흘러나온다]
어? 이제 다 도착한 거 같은데?
네, 맞아요
저기서 좌회전
[차창이 스륵 내려간다]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작가님
- 들어가세요 - (엔제이) 네
(웅) 아
그, 오늘 일은 너무 맘에 담아 두지 마세요
푹 쉬세요
(엔제이) 작가님
이렇게 오늘 하루를 끝내기엔 내 휴가가 너무 아까운데
아, 그렇지만 우리 갈 곳이…
올라오실래요?
[탁탁 소리가 난다]
[흥미로운 음악]
(연수) 절대 이건 신경 쓰여서 하는 말이 아니라
그냥 단순하게 궁금한 건데
(연수) 둘이 뭐 하고 있는 거야?
참…
하, 친구는 무슨
뭐, 같이 학교를 다니기를 했어? 일을 하기를 했어?
같이 나눈 추억 하나도 없으면서 친구는 무슨 친구
[염색약을 탁탁 바른다]
[못마땅한 숨소리]
(연수) 지금쯤은 헤어졌겠죠?
아까 나가서 점심 먹었으면
저녁은 집에서 먹어야 되는 거 아닌가요?
(자경) [놀라며] 차가워 차가워, 차가워, 차가워, 차가워 [연수의 당황한 신음]
- (연수) 아… - 아이고, 이 썩을 것아, 아유!
(연수) 아이고, 이게 뭐야?
[연수의 멋쩍은 웃음] (자경) 이 할미를 또 그지꼴로 만들라 하네, 이것이
(연수) 에이, 할머니 별로 안 묻었어 [자경의 한숨]
(자경) 뭣이가 많이 안 묻어?
한 바가지 들이부은 거 같구먼
- (연수) 에이 - 아유, 아유, 뭔 생각을 하는 겨?
아니, 할머니가 자꾸 꾸벅꾸벅 조니까 그러지
[바스락거리며] 이렇게 똑바로 서 있어 봐, 할머니, 응?
[씩씩댄다]
이건 정말 자존심 상하는데?
저기, 엔제이 님
오늘은 이만 가 볼게요
아니, 무슨 거절을
그렇게까지 내려서 본격적으로 해요?
아이, 정중하게 물어보시는데 제가 거절하니까…
(엔제이) 하나도 안 정중했어요, 나
그냥 지나가듯, 떠보듯 아주 얄팍하게 던진 말이에요
그렇게 진지하게 받아들이니까 지금 내가 더 창피하거든요?
아무튼 죄송합니다
아니, 그렇게까지 하지 마시라니까요, 작가님?
(엔제이) 작가님 지금 되게 웃긴 거 알죠?
내가 또 고백을 했어, 뭘 했어?
그냥 이대로 헤어지기 아쉬우니까
집에 올라가서 얘기나 더 하자는 거였지
제가 좀 그래요
친해지기까지 좀 걸려요
[익살스러운 음악] (엔제이) [힘주며] 아, 아니
벌써 한 달짼데 얼마나 더 천천히 알아 가라는 거야?
아, 이러다 짝사랑만 하다 시간 다 가겠네
[한숨]
[입소리를 쯧 낸다]
뭐
그래도
짝사랑도 나쁘지 않겠네
[흥얼거리며] 천천히, 천천히
[휴대전화 조작음]
(손님1) 그 유명하다는 엔제이 봄
사진 한번 찍어 달라니까 개정색하고 무시함 [잔잔한 음악]
인성, 역시는 역시였다
그리고 엔제이가 예쁜가?
나 모르겠던데?
(누리꾼3)
(누리꾼4) 사진 한 장 찍는 게 뭐 어렵다고
(누리꾼5와 누리꾼6) - 실제로 보니까 그냥… - 어차피 다 성형한 얼굴이면서
[누리꾼들이 저마다 말한다] (누리꾼7) 연예인이면 그 정도 각오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흥미로운 음악]
(연수) 나 너희 집에 두고 간 거 있는데
지금 찾아야 될 것 같은데?
중요한 거야
엄청엄청 중요한 거야
[픽 웃는다]
[피식 웃는다]
[탁 칼질한다]
[숨을 들이켠다]
지금 뭐 하고 있는지는
친구로서 충분히 물어볼 수 있는 거잖아
[휴대전화를 탁 펼친다]
너 지금 짝사랑하는 거라고
(연수) [휴대전화를 탁 접으며] 짝사랑은 무슨
(자경) 다 돼 가는 겨?
[발랄한 음악]
[애호박을 툭 넣는다]
(연수) [애호박을 툭툭 넣으며] 그냥 이건
그러니까 이건 짝사랑이 아니라
(자경) [놀라며] 뭐여?
이, 이, 이, 이게, 이게 뭐여?
잉?
아이, 누가 국에다 애호박을 이만하게 집어넣는디야?
[멋쩍은 웃음] 잉?
어유, 도대체 왜 이러는 겨?
어이구, 이게 뭐여, 이게, 응? [휴대전화 진동음]
[풀벌레 울음]
[문이 탁 닫힌다]
[감성적인 음악]
(연수) 큰일 났어요
그거 맞나 봐요
짝사랑
(웅) 네 거야?
(연수) 어, 맞아
(웅) 그게 네가 말한 그렇게 중요한 거냐?
이거 주러 온 거야?
응, 뭐
그거 되게 중요하다고 하시니까
그게 다야?
(연수) 그러니까 전
단 한 번도
최웅을 잊은 적이 없었나 봐요
(연수) 있잖아
나
나 네가…
(자경) 배깥에 누구여?
(자경) 몇 년을 코빼기도 안 뵈더니
갑자기 뭔 일이대?
(연수) 할머니
이럴 거면 왜 들어오라고 했어?
아이, 밥을 안 먹었다잖여
밥은 멕여야지
(자경) 아, 뭐 혀?
얼른 먹어
그래서?
우리 연수를 다시 만날라고?
(연수) 할머니
애 밥 먹게 놔둬
그리고 우리 친구야, 친구
친구는, 얼어 죽을
(자경) 친구 할 게 그리도 없냐?
아, 팍팍 먹어
(웅) 아, 예
(자경) 복 없이 깨작깨작거리기는, 아이고
맛이 없어?
아, 맛있습니다
야, 천천히 먹어, 천천히
(자경) 친구 할 게 없어서 옛날 놈 끄집어다 친구를 혀?
아이, 차라리 갸가 낫지
지웅이, 응?
가는 그냥 아주 애가 싹싹하고 그냥 귀염성이라도 있지, 응?
야는 그냥
아이고, 얻다 써먹어, 얻다 써? 쯧
(연수) 야, 미안하다
우리 할머니 취미가 앞담화인 거 알잖아, 너도
[웅의 어색한 웃음]
[연수의 헛기침]
(자경) 밥은 안 챙겨 먹고 댕기는 겨?
[연수의 한숨]
쟤 옛날보다 더 마른 거 같어
그래서
지금 밥은 벌어먹고 사는 겨?
(웅) 음…
[웅의 헛기침]
(자경) 아, 대답을 햐!
[웅의 사레들린 기침]
아이고, 예나 지금이나 새초롬한 건 여전하구먼
(연수) 아, 할머니 애 자꾸 왜 몰아붙여, 응?
아니, 왜 심술궂게 구는 거야, 자꾸?
(자경) 너 울린 놈을 뭐가 이뻐서?
아이고, 한 대 그냥 확 쥐어박고 싶구먼
[잔잔한 음악]
[코를 훌쩍인다]
(연수) 야
안 되겠다, 그냥 너 가
불편하게 있지 말고 가, 그냥
할머니 대신 내가 사과할게
밥은 먹고 가야지
(자경) 밥만 먹지 말고
반찬도 먹어
네
[웅의 탄성]
(웅) 와, 내 배 봐
이러다 찢어지는 거 아니야?
[피식 웃으며] 그러게 적당히 먹지
뭐 하러 두 그릇이나 먹었어?
아이, 밥 남으면 국을 더 주시고
국 남으면 밥을 더 주시는데 어떡해
(웅) 올해 들어 제일 많이 먹은 날이야
[옅은 웃음]
할머니는 여전하시네
난 여전히 너무 무섭다
[연수와 웅의 웃음]
갈게
(연수) 응
야, 최웅
그…
고마워
뭐가?
(연수) 어…
파우치 가져다줘서
거봐
친구 해도 괜찮잖아, 우리
[잔잔한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연수) 할머니
놔둬, 내가 할게
(자경) 응
[쟁반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웅이 갔냐?
(연수) 응
뭐, 그, 더 있다 가지 [연수가 달그락 설거지한다]
바로 갔디야?
(연수) 할머니가 자꾸 그러는데 어떻게 더 있다 가?
쫓아내고 싶었던 거 아니야?
아이, 쫓아내기는 뭘?
그놈 때문에 힘들어한 거 맞잖여
나 우는 건 언제 봤대?
(자경) 그럼 몇 날 며칠을 그렇게 숨죽여서 울어 대는데
할미가 돼 가지고 그걸 몰러?
다시 생각하니까 부아가 치밀어
그 썩을 놈의 새끼, 그냥, 어?
혼쭐을 내 줬어야 하는 건디
[감성적인 음악]
내가 헤어지자고 했어
(연수) 내가 버렸어, 웅이
(자경) 응?
[훌쩍인다]
내가 잘못한 거야
내가 이기적이었어
(자경) 여, 연수야
근데 할머니
나 아직도 최웅 좋아해
내가 버려 놓고
내가 놓아 놓고
[한숨 쉬며] 내가…
내가 아직도 최웅 좋아해
(연수) 그러니까
최웅 혼내지 말고 나 혼내
미련하고 못난 놈이라고
[떨리는 목소리로] 나 좀 혼내 줘
왜 그랬냐고 왜 그렇게 후회할 짓 했냐고
나 좀…
나 좀 혼내 줘
연수야
나 어떡해, 할머니?
[울먹이며] 나 최웅이랑 친구 하기 싫어
못 해
[웃으며] 근데 최웅은 그게 되나 봐
나 이제 어떡해, 할머니?
[훌쩍인다]
[등을 토닥이며] 내 새끼
[훌쩍인다]
(자경) 내 새끼
[연수가 흐느낀다]
[한숨]
[키보드 조작음]
(명호) [속삭이며] 국 팀장님
눈 아직도 안 가라앉으시는데?
저 정도면
(예인) 내 경험상 한 다섯 시간은 운 거예요
[이훈의 힘겨운 신음] [문이 탁 닫힌다]
나 너무 힘들어, 진짜 너무 힘들잖아
(이훈) 집에 가고 싶어
아, 너무 나른한 오후잖아, 지금
어, 우리 잠도 깰 겸
다 같이 커피 한잔 마시는 거 어때?
- (이훈) 좋아? - (명호) 커피 좋습니다 [지운이 호응한다]
(이훈) 자, 우리 그럼 사다리 타기 오랜만에 어때?
- (이훈) 가? 가? 오케이 - (명호) 콜
(이훈) 지운이 레츠 고 준비해, 빨리
오케이, 고…
[키보드 조작음]
국 팀장?
[이훈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명호, 봤어? 눈 봤어?
[웃음]
눈 왜 저래? 어?
아, 지운이 얼굴 봤냐고, 이 눈, 어?
와
와
아, 사, 아, 사람이 이럴 수도 있구나
붕어, 붕어다, 붕어
[이훈의 웃음]
아이, 어젯밤에 뭐, 울기라도 했어? 뭐야?
뭐, 오열한 거 아니면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운 거 아니고
다래끼입니다
(이훈) 응?
다래끼
(연수) 라고
요
[이훈이 침을 꼴깍 삼킨다]
(이훈) 다래끼래
[직원들의 웃음]
다래끼래 내가 다래끼라 그랬지? 어 [지운이 호응한다]
다래끼, 내가 다래끼라 그랬잖아 그렇지? 어
우리 국 팀장은 다래끼니까
우린 일 열심히 하고 집중해서 하자
- (지운) 예 - (이훈) 어, 오케이, 그럼 [예인의 어색한 웃음]
(지운) 사다리…
(이훈) 패스, 패스
[직원들이 대화한다] [한숨]
[키보드 조작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거울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한숨] [키보드 조작음]
[새가 지저귄다]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호) 아이고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 와서 이렇게 누워 계시나, 우리 아드님?
(웅) 그냥, 집에 아무도 없으니까 이상해서
야, 그 집은 원래 아무도 없었잖아
(호) 그러니까 뭐 하러 나가서 산대?
들어와서 살라니까
아유, 아버지가 아무리 꼬셔도
(웅) 안 흔들립니다
치…
(연옥) 엄마가 꼬시면?
(웅) 아, 그럼 쪼금 흔들리지
[연옥의 약 올리는 웃음]
(호) 야, 이런 배신자
너 내가 만든 평상에서 썩 꺼져라
(연옥) 당신이 꺼져라 [호의 웃음]
[연옥의 웃음] (호) 꺼진다, 이 배신자
- (연옥) 웅아 - (웅) 응
지웅이한테 연락해서 오늘 저녁 먹고 들어오는지 물어봐
(연옥) 아니면 맛있는 거 잔뜩 해 놨으니까 오라고 해
(웅) 아이, 아까 연락해 보니까 뭐, 야근한다던데?
걔는 맨날 안 바쁘면서 바쁜 척 장난 아니라니까?
(연옥) 그래? 그럼 안 되는데
오늘은 제대로 챙겨 먹어야 되는데
아, 그러면 엄마가 도시락 싸 줄 테니까
웅이 네가 배달 좀 하고 와
아이
아, 배달 기사 불러 내가 배달료 낼게
시끄러워
뒹굴거리고 있는 아드님 두고 뭘 불러?
(웅) 아, 귀찮은데
아, 걔 늦게 와서 먹으라 그래
(연옥) 오늘은 안 돼
얼른, 얼른 일어나
아이참, 쯧
[귀찮은 신음]
[휴대전화 진동음]
(지웅 모) 오늘은 집에 들어가
엄마 다시 갔으니까
선배, 편집실 가시는 거예요?
(채란) 선배
- 어? - (채란) 편집실 가시냐고요
아, 어
어? 아, 아
(지웅) 이거 편집실에 좀 갖다 놔 줘라
나 집 가서 씻고 저기, 옷 좀 갈아입고 올게
어제도 회사에서 주무신 거예요?
(지웅) [한숨 쉬며] 어
좀 부탁할게, 나 금방 올게
[차분한 음악]
[한숨]
[가방을 툭 놓는다]
[한숨]
[헛웃음]
[헛웃음]
(동일) 이게 누구야!
웅아!
아, 어, PD님
(동일) 야, 너 진짜
너 진짜 변한 게 하나도 없구나!
- (웅) 아유, 아유 - (동일) 어? [웅의 웃음]
야, 이거 내가 영상으로 봤는데
(동일) 아이, 그대로네, 그대로야
고등학생이래도 믿겠어!
아, PD님도 30대라고 해도 믿겠어요
나 30대 맞는데?
[도시락 통이 툭 흔들린다]
그러니까요, 믿겠다고요
(동일) 아…
[동일과 웅의 웃음]
어, 야, 이게 뭐야? 뭐, 뭐, 지웅이 보러 왔어?
아, 김지웅 어디 있어요?
아, 걔는 채란이랑 편집실에 주야장천 있어
야, 따라와, 내가 데려다줄게
(웅) 아, 네, 네, 네
[동일의 탄성]
(동일) 너 성공했더라, 어? [웅의 멋쩍은 웃음]
나는 네가 전교 꼴등이어도
그림 보고 딱 알아봤었어
어, 나중에 잘될 거라고
아유, 부모님 잘 계시냐?
(웅) 예, 예, 예
[문이 벌컥 열린다] (동일) 채란아!
지웅이 어디 갔어?
아
아까 집에 잠깐 들르신다고 나가셨어요
(동일) 아, 그래? 다시 온대?
(채란) 어 금방 온다고 하셨으니까
곧 오실 거예요
아, 그래?
야, 웅아
(동일) 너 여기서 좀만 기다려 지웅이 곧 온다니까
- 네 - (동일) 어, 그…
(동일) 야, 채란아 너 잠깐 나와 봐
- 나 할 말, 할 말 있어 - (채란) 아, 네
아, 참…
(웅) 어?
[웅의 힘주는 신음]
[피식 웃는다]
뭘 눌러야 되는 거야?
응?
[웅이 피식 웃는다]
[한숨]
'천천히'는 얼마나 천천히라는 거지?
[엔제이의 한숨]
아, 전화를 해, 말아?
[휴대전화 진동음]
네, 여보세요
(치성) 뭐라고요?
[의미심장한 음악]
하, 네, 확인해 보겠습니다 [통화 연결음]
[엔제이의 한숨]
이번엔 전화 좀 받지
(연수) 아, 씨, 쯧
아직도 빨간 게 말이 돼? 쯧
내가 다신 우나 봐라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어, 왜?
(솔이) 야근해?
아니, 칼퇴했어
(솔이) 그…
괜찮아?
뭐가?
(솔이) 너 아직 못 봤어, 기사?
무슨 기사?
(솔이) 그, 엔제이 열애설 났던데?
김지웅?
(솔이) 그게
- 잠깐만 - (솔이) 최웅…
[연수가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연수) 맞네, 김지웅 [연수의 웃음]
집 가는 중이야?
일찍 퇴근했나 보다?
아…
어
[멋쩍게 웃으며] 나 바빠 가지고 먼저 가 봐야겠다
잘 들어가고
[지웅이 연수를 탁 잡는다]
너
무슨 일 있어?
연수야
(연수) 어
나 오늘 생일이다?
아…
그래?
야, 축하해, 미리 말하지
그럼 밥이라도 사 줬을 텐데
엄마가 와서 밥 차려 놓으셨더라
그때 본 분 맞지?
아, 나 너희 엄마 처음 봤어
되게 미인이시더라
(지웅) 응
근데 우리 엄마는
아직도 내가 복숭아 못 먹는 거 모르나 봐
내가
[차분한 음악]
엄마 앞에서
복숭아 먹고 죽다 살아났었는데
그래도 우리 엄만 모르나 봐
야
김지웅
너 괜찮아?
아니면 알고 싶지도 않은 건가?
[키보드 조작음]
(웅) 뭐 해? 안 가고
나 오늘 너희 집에서 자고 가도 되냐?
(웅) 뭐, 그러든가
[웅의 힘주는 신음]
[웅의 힘주는 숨소리]
[지웅이 말한다]
[지웅과 웅의 웃음]
[지웅이 말한다]
- (웅) 어떻게 그러냐? - 그러니까
(지웅) 졸려?
(웅) 으응
[지웅의 한숨]
[지웅의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작업 안 해?
(웅) 아유, 아유
[웅의 힘주는 신음]
아유, 얘기해 봐
뭐?
(웅) 형이 들어 줄게, 얘기해 봐
(지웅) 엄마가 왔어
[감성적인 음악]
또 말도 없이 자기 맘대로
이번엔 캐리어 사이즈 보니까 한 일주일 정도 된 거 같더라?
[헛웃음]
계속 있을 것처럼 해 놓고
또 말도 없이 사라지겠지
아, 이번이 몇 번째더라?
[지웅의 헛웃음]
오늘 아침에는 아침 밥상 차려 놨더라
요리도 못하면서
[지웅의 한숨]
예쁜데
최웅 스타일은 아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연수) 살면서 전 애인이 유명인이랑 스캔들이 날 확률은
얼마쯤 될까요?
(지웅) 누가 그러더라
내 카메라엔 그렇게 감정이 담겨 있다고
(연수) 네가 친구 하자고 했던 말 말이야
나는 그게 안 되겠더라고
(웅) 취했다, 너
(웅) 다시는 감당할 수 없는 일을
마주할 자신이 없거든요
두 사람은…
(엔제이) 기사 보셔서 알다시피
그렇고 그런 사이죠
.그 해 우리는↲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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