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12
(성우) 10년 전 초여름
[한숨]
우리와 함께했던 두 사람을 기억하시나요?
국연수는 사람을 진짜 피곤하게 해요
왜 저렇게까지 피곤하게 사는지 모르겠어요
일찍 일어난 새는 더 일찍 피곤해질 텐데 말이에요
진짜 얘는 커서 뭐가 되려는지, 응?
잠은 죽어서도 잘 수 있는데요
분명히 얘는 평생 이렇게 나태하게 살 거예요
(성우) 수많은 짤들을 탄생시키며 관심을 한 몸에 받았던
풋풋한 열아홉 청춘들이었죠
씁, 사랑까지 받았었나?
(솔이) 음, 저도 재밌게 봤는데요
애들이, 뭐랄까, 좀…
더럽게 유치하잖아요
처음에는 최웅만 그런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면 국연수가 더 이상한 거 같기도 하고
아니, 사실, 그러니까
둘 다 엉망이에요
[웅의 다급한 신음]
(웅) 국연수!
이 사이코!
[웅이 씩씩댄다]
(웅) 어?
[책이 툭 떨어진다] [웅의 당황한 신음]
[웅이 씩씩댄다]
귀신인 줄 알았잖아
(은호) 씁, 근데 그게 또
둘이 맨날 싸우기만 하고 그랬던 건 아니었거든요?
둘이 맨날 붙어 있다 보니까 정이 들 수밖에 없잖아요?
약간 미묘한 그 느낌 그거?
그거 아시죠?
[새가 지저귄다] (은호) 그거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했거든요
[웅의 가쁜 숨소리]
(연수) 3분 지났어
(웅) 3분밖에 안 지났어?
(연수) 우리 때 3분은 3년과도 같아
(웅) 아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야?
너 때문에 내 등교 시간 30분 빨라진 거 몰라?
(연수) 그러니까, 내가 네 시간을 얼마나 구제해 주고 있는 걸까?
(웅) 아, 얘랑 꼭 같이 등교해야 돼요?
[웅의 한숨]
아, 야
(연수) 됐어
(웅) 내가 주는 거 아니고 엄마가 주는 거야
이 시간에 등교를 하면 밥을 먹는 거야, 마는 거야?
(연수) 고마워
[학생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야
(연수) 이거 3권도 네가 빌려 갔냐?
(웅) 어
독서하고 있는데 방해 좀 하지 말아 줄래?
(연수) 나 되게 빨리 읽는데
나 먼저 보고 너 주면 안 돼?
(성우) 그래서일까요?
많은 사람들이 두 사람의 근황을 궁금해하고 있다는데요
(동일) 음…
씁, 그게 아마 쉽지는 않을 거예요
두 사람을 다시 카메라 앞에 앉혀 놓는다는 게
시간이 많이 지나기도 했고
두 사람이 아시다시피 막…
막 그렇게 살가운 사이는 아니잖아요
아, 뭐,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 촬영할 때, 어유
살벌했죠
확실한 건 둘이는
안 어울려요, 안 어울려
야, 다, 다, 다, 다시, 다시
음, 그게 쉽진 않을 수도 있어요
(웅) 음… [쓱쓱 비질 소리가 난다]
엄청 친절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요
작고, 귀엽고
동글동글하고
저를 막 엄청 사랑해 주는
그래서 제가 언제나 함께할 수 있는…
(연수) 개를 한 마리 키우지 그래?
제가 좋아하는 사람은
분명 최고로 멋있는 사람일 거예요
[웅이 쓱 비질한다]
[감성적인 음악] (성우) 그해 우리와 함께했던
[웅의 한숨]
두 사람은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요?
어쨌든
확실한 건 10년 후엔
다신 이 답답한 애랑 볼 일은 없을 거예요
하,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연수의 한숨]
[웅의 한숨]
어떻게 처음 알았어?
(웅) 음…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그냥 알게 된 거 같아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차분한 음악]
[연신 흐느끼는 소리가 들린다]
[호의 한숨]
(웅) 처음 기억나는 건
아마
그날이었을 거야
정확히 매년 가을
이맘때쯤 오늘?
[연옥이 흐느낀다]
이상하게도
부모님이 너무나
슬퍼했던 날
그땐
몰랐어
나중에서야 눈치챘지
[어린 웅이 끙끙댄다] 그러곤
그 꿈을 꾸기 시작한 거야
(어린 웅) 아빠
아빠, 어디 갔어?
(웅) 누군가에게서 끊임없이 버려지는 꿈
아빠
[어린 웅이 엉엉 운다]
(웅) 그 꿈에선
내가 찾던 사람 얼굴이 보이진 않았지만
(연옥과 호) - 어서 오세요 - 아유,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호) 네, 들어가세요
(연옥) 아유
[연옥의 웃음] (호) 으쌰
[연옥이 어린 웅을 귀여워한다]
- (연옥) [웃으며] 예, 안녕하세요 - (호) 아유
배 안 고파?
엄마가 호떡 하나 구워다 줄까?
(웅) 그게
[연옥이 어린 웅을 귀여워한다] 지금 부모님이 아니라는 건 알겠더라고
(연옥) 어서 오세요!
그게 다야
별거 없어
오히려 지금 좋은 부모님 만난 게
운 좋은 거였지, 뭐
부모님은 아셔?
내가 알고 있다는 거?
(웅) 굳이
말해서 뭐 해?
혼자 애썼겠네
상처가 컸을 텐데
혼자서 얼마나 힘들었겠어
[잔잔한 음악]
(연수) 위로해 주고 싶은데
사실 어떻게 해야 될지 잘 몰라서
무슨 말을 해야 될지
이미 다 했어
(연수) 응?
(웅) 이렇게 들어 주고
있어 주잖아
그럼 됐어
가려고? [연수의 힘주는 숨소리]
- (연수) 걱정 마 - (웅) 응?
(연수) 너 자는 거 보고 갈게
[웅의 힘주는 신음]
[옅은 웃음]
(웅) 내가 정말 잠을 잘 못 자는데
(연수) 응
(웅) 이상하게
네가 있어 준 날은
잘 수 있었던 거 같아
연수야
[새가 지저귄다]
(창식) 형!
(호) 어, 왔어, 창식이?
(창식) 아, 금방 올 것처럼 하더니 메칠을 문을 닫아 가지고
심심해 죽는 줄 알았네
아이, 뭐, 그냥 뭐, 내려간 김에
웅이 엄마랑 뭐, 여기저기, 뭐
구경 좀 댕겼어, 어
야, 웬일이래?
명절에도 문 한 번을 안 닫던 양반들이
아이, 뭐, 뭐
날이 좋잖어, 어
(창식) 아유, 그러면 나도 좀 델고 가야지
노냥 혼자 있는 거 뻔히 알면서
그렇게 둘만 댕기고 그래?
아니, 섭섭해, 아유
저기, 창식아
(호) 있잖아 요즘 애들 쓰는 말로다가, 어?
'낄끼빠빠'라고 있다
낄낄 뭐라고?
그러니까 낄 때는 끼고
(호) 빠질 때는 확실하게 빠지라 이거지, 어
(창식) 어 [호가 쓱쓱 비질한다]
근데?
(호) 근데 창식이 너는
아주 그냥 빠빠빠빠여
- 뭐라는 거여? - (호) 아유, 이거
(호) [바닥을 탁탁 쓸며] 눈치도 그냥 빠빠여, 빠빠
- 아이고, 증말 - (창식) 아…
(지웅) 아버지
(호) 어, 지웅아
(지웅) 아버지, 언제 오셨어요?
(호) 나 어제 왔다, 어
야, 근데 너, 뭐 벌써 출근하는 거야?
- [웃으며] 사실 퇴근이에요 - (호) 어?
집에 가서 옷 좀 갈아입고 다시 나오려고요
- (호) 아유 - (창식) 촬영은 계속하는 거야?
이번에는 내가 좀 안 나온 거 같은데
- (창식) 나 안 필요해? - (지웅) [웃으며] 촬영 끝났어요 [호가 구시렁거린다]
(지웅) 며칠 전에 마지막 촬영까지 다 했어요
(호) 아유, 고생했다, 야
웅이 고놈 말도 드럽게 안 들었을 텐데
니가 고생 많았어
(창식) 아, 근데 걔는 왜 찍는 거야?
말도 안 하고 재미도 드럽게 없는 애를 갖다가 찍어서 뭐 해
(호) 아, 찍을 만하니까 찍겄지
씨, 아주 그냥, 빠빠 이거 그냥 [익살스러운 음악]
우리 웅이가 인기가 얼마나 많은지
창식이 니가 뭘 알어?
니가 뭘 아냐고 묻잖아 니가 뭘 알어?
아, 뭘 알어, 니가!
(창식) 알았어
아유, 되게 뭐라고 하네
지웅아, 근데 끝났으면은
이제 다른 거는 뭐 찍는 거야?
아, 이게 텔레비전에 나오는 거면은 좀
우리 철물점 좀 끼고 이렇게 쫙 훑으면서 [호가 쓱쓱 비질한다]
'이 집이', 응? '도라이바 맛집이다'
막 이런, 이런…
아유, 왜 이렇게 때려?
(호) 듣지도 마, 듣지도 마
야, 피곤할 텐데 얼른 가
야, 너 그나저나 이제 집에 들어가면
너 잠은, 뭐 어디서 자고 다니는 거냐, 너?
(지웅) [웃으며] 괜찮아요 회사에서 좀 잤어요
아저씨, 제가 다음에 괜찮은 거 있으면
꼭 찍어 드릴게요 [호가 살짝 웃는다]
(창식) 어
그럼 저 이만 가 볼게요
(호) 어, 얼른 들어가
- (호) 야, 이따 밥 먹으러 와 - (지웅) 네
(호) 어, 그래, 가, 어
(창식) 애가 참 싹싹해
카, 같은 웅인데
참 많이 달러
아직 안 갔어?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지웅) 어, 왜?
아니야, 괜찮아
아, 갈아입을 옷 챙기러 잠깐 집에 왔어, 응
아니야, 아니야, 회의 잡아 바로 갈게
응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한숨]
[지웅의 한숨]
[달그락 젓가락질 소리가 난다]
[발랄한 음악]
(자경) 어디 전화 올 데 있는 겨?
어? 아니
그럼 언능 밥이나 팍팍 먹어
알았어
[자경이 상을 탁탁 친다]
[멋쩍은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연수) [그릇을 탁 놓으며] 어?
(자경) 어, 저, 저, 저, 저, 저
물 다 떨어지잖여!
내 거 아니야?
내 거여
아, 왜 저런디야?
[새가 지저귄다] [문이 덜컥 열린다]
(연수) 할머니, 나 다녀올게!
내가 먼저 전화하면 되지
그게 뭐 대수라고
[숨을 씁 들이켠다]
[입소리를 쯧 낸다]
이제 잠들었으려나?
[입소리를 쯧 낸다]
아니면 아직 못 잤을 거 같은데
[통화 연결음]
[문이 탁 닫힌다] (연수) 어?
[휴대전화를 탁 접으며] 뭐야?
[멋쩍게 웃으며] 언제 왔어?
전화하지
그냥 작업하다 왔어
이 시간에 출근하는 거야?
미리 말하면 더 빨리 나왔지
잠은 좀 잤어?
(웅) 아니, 안 졸려서
(연수) 야, 너 잠 안 온다고
그렇게 계속 밤새우면 안 된다니까?
너 대추차는 먹고 있어?
아니, 잠이 안 오면 자려고 노력을 해야지
이렇게 돌아다니니까 당연히 못 자지
너 이래 놓고 집 가서 약 먹고 자려고 하는 거지?
내가 약 먹는 거 멀리 봤을 때 안 좋은 거라고
분명히 얘기했잖아
당장은 못 끊더라도 좀 줄여 나가면서…
(웅) 계속할 거야?
아니, 그러니까 나는
이럴 시간에 좀 더 자는 게 낫다는 거지
나는 이럴 시간에 이러는 게 더 좋아
(웅) 그 표정 뭐야?
좋다는 거야, 싫다는 거야?
좋아 죽겠다는 거야
[발랄한 음악]
그럼 처음부터 좋다고 말하지
(웅) 가자, 태워다 줄게
(연수) 회사까지? 나 버스 타고 가도 돼
(웅) 아이, 차로 가면 더 빨라
(연수) 야, 너 잠도 못 잤는데 운전 어떻게 해?
- (연수) 너 그게 얼… - (웅) 또
(웅) 아이, 알았으니까
그럼 버스 정류장까지 태워다 줄게
그건 되지?
응, 그건 돼
(웅) 아이, 어떻게 한 마디에 잔소리가 세 마디씩 붙어?
(연수) 네가 걱정할 짓만 하니까 그러지
(웅) 내가 애야?
(연수) 그러니까 언제 철들래, 최웅?
[웅의 힘주는 신음]
그러는 넌 언제 철들래? 국연수
회사 오늘만 째면 안 돼?
(연수) 됐거든?
아, 왜?
(웅) 오늘만 째면 되잖아
아, 뭐, 회사가 학교야?
(연수) 너 버스 정류장까지도 데려다주지 마, 어?
얼른 가서 자
(웅) 아이, 그건 된다며?
(연수) 맘 바뀌었어
따라오지 마
최웅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우리 다시 만나는 거야?
아, 그럼 지금까지 아니라고 생각했던 거야?
아니, 뭐 확실히 하는 게 좋으니까
이보다 더 어떻게 확실하게 해?
[발랄한 음악]
(연수) 웅아
앞으로 잘 부탁해
[연수의 웃음]
미쳤나 봐, 최웅 [웅의 탄성]
와
국연수 겁나 귀여워
[웅의 웃음]
[피식 웃는다]
계속 그렇게 볼 거야?
요즘 기분 좋은 일 있어?
- 왜? - (연옥) 아니
씁, 우리 아드님이 요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엄마 밥을 자주 찾아 주시네?
[함께 웃는다]
시골은 잘 갔다 왔어?
응, 오다가 오랜만에 단풍 구경도 갔다 왔잖아
(연옥) 사진도 많이 찍었어
봐 봐 [휴대전화 조작음]
어, 봐 봐
예쁘게 물들었지?
(웅) 오, 그렇네 [연옥의 웃음]
아유, 며칠 쉬니까 더 쉬고 싶은 거 있지?
(연옥) 씁, 이참에
장사 다 접고 그냥 쉴까?
아이, 내가 진작에 쉬라 그랬잖아
인제 쉬면서 그냥 아카 쓰고 살아
아카가 뭐야?
아들 카드
(연옥) 오
그거 너무 좋다!
[함께 웃는다]
나도 같이 가지 그랬어
시골에?
(연옥) 아이
너 시골 가는 거 싫어하잖아
그리고 너 바쁠까 봐 그랬지
괜찮아
나 괜찮으니까 다음에 같이 가자
[잔잔한 음악]
그래, 그러자
[연옥의 웃음]
(호) 어이, 웅이 씨
이제 촬영도 다 끝났다고 내가 들었는데
어떻게
인제 슬슬 저 카운터 자리로 복귀를 하셔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 (호) 응? - (연옥) 여보
- 웅이가 나보고 - (호) 응
아카 쓰면서 살래
아카? 아이, 그게 뭐야?
(연옥) 음, 그것도 몰라?
아들 카드
(호) 어?
야, 아들
아빠는?
(웅) 아이, 아빠는 요즘에 유행하는 더 멋있는 거 해야지
뭐, 뭐, 뭐?
내돈내산
(호) '내돈', '내', 그, 그게…
그게 더 좋은 거야?
아이, 그럼, 훨씬 좋은 거지
내 돈으로 내가 사는 멋진 삶
잘 먹었습니다
(연옥) 이따 저녁도 먹고 싶으면 와 [호가 중얼거린다]
만둣국 해 줄게
음식으로 유혹하지 마세요
엄마가 그것밖에 없네
[웅과 연옥의 웃음]
[연옥과 웅의 힘주는 신음]
야, 내 돈으로 내…
[한숨]
[사무실이 분주하다]
(태훈) 팀장님
(동일) 어, 막내, 야
네 형, 누나들은 어디 있어?
작가님이랑 회의 중이요
야, 어땠냐? 촬영
마지막에 출연자 두 분 인터뷰하면서 끝났는데
(태훈) 음…
(동일) 왜?
두 분이 좀 이상했어요
서로 눈도 안 마주치고…
야, 그런 거 말고 [흥미로운 음악]
(동일) [작은 목소리로] 저기, 뭐야 [동일의 헛기침]
좀 재밌는 거 없었어?
씁, 채란이랑 지웅이라든지, 응
그거 이제 저한테 물어보지 마세요
(태훈) 이렇게 자꾸 말 전하는 거 아닌 거 같아요
- 뭐, 인마? - (태훈) 그리고
(태훈) 계속 두 분 이야기 물어보시는 거
혹시라도 두 분 사이를 의심하고 있으신 거면
저는 더더욱 말씀드릴 수 없어요
같이 일을 하는 동료 사이를 그런 식으로 의심하시는 거
저는 아니라고 봅니다 [동일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그리고
채란 선배님이랑 지웅 선배님이
어떻게 그런 사이일 거라고 생각하시는 거죠?
두 사람은 일밖에 모르지 전혀 그럴 리가 없는 사람들이…
[태훈의 놀란 숨소리]
서, 선, 선배님
맨날 애 불러다가 이런 거나 캐묻고 다녔어요?
응? 뭐가?
왜?
(동일) 아, 얘? 뭐…
얘, 얘 맨날 뭐, 이렇게 서 가지고 뭐라 뭐라 하는데
난 얘가 뭔, 뭐, 뭐 스피치 연습 하는 줄 알았지, 어
너 여기 왜 있냐, 근데?
[익살스러운 음악] 예?
(채란) 넌 그동안 너무 한가했다, 그렇지?
집에 꼬박꼬박 보내 주니까
쓸데없는 짓 할 체력이 남아도나 보지?
아니요, 선배님, 그게 아니라요
(채란) 넌 앞으로 일 똑바로 배워야겠다, 인턴
퇴근 없어, 이제
- (태훈) 어… - (동일) 여보세요
(태훈) 아니, 어, 선배님 어, 그게 아니라 그…
- (동일) 여보세요 - (태훈) 티, 팀장님
- 팀장님 - (동일) 어
[컵을 탁 내려놓는다]
[은호가 쓱쓱 비질한다] [달그락거린다]
"녹화 중"
[달그락거린다]
[문소리가 달칵 난다]
(지웅) 준비 다 됐어?
(태훈) 네
(연수) 아, 그
마지막에 물어볼 질문이 뭐라고 하셨죠?
(채란) 또다시 10년이 흐른다면
그해엔 또 어떤 모습일까 하는 질문이요
[잔잔한 음악]
[키보드 조작음]
[노크 소리가 들린다]
선배, 괜찮아요?
뭐가?
아니, 아까 회의할 때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이길래
며칠 밤도 새우고 했으니까 오늘은 집에 들어가서 쉬세요
(채란) 정리는 제가 할게요
괜찮아
[한숨 쉬며] 정말 안 좋아 보여서 그래요
집에 가는 게 나을 거 같은데
그러다 정말 쓰러져요
집에서 쓰러지는 것보단 여기가 나을걸?
(채란) 네? [지웅의 웃음]
(지웅) 아니야
아무튼 정 힘들면 내가 들어갈 테니까 걱정 말고
[지웅의 한숨]
[키보드 조작음]
[한숨]
(채란) 이거 봐요 지금 열도 펄펄 나잖아요
아, 진짜 안 되겠다 얼른 일어나세요
(지웅) 아이, 나 진짜 괜찮다니…
(채란) 선배 퇴장이에요, 나가세요
- 야, 야 - (채란) 빨리
- (채란) 빨리 - (지웅) 아…
(채란) 하, 오늘 여긴 제가 씁니다
못 들어오세요
[지웅의 한숨] (동일) 뭐야? 무슨 일 있어?
(채란) 지웅 선배 퇴근하신대요
열이 펄펄 나서 주변 사람들한테 다 옮길 거 같아요
(지웅) 야, 그 정돈 아니거든?
(동일) 뭐야?
감기야?
너 가, 어?
아, 나 지난번에 독감 때문에 지독하게 앓았단 말이야
너 애들 일하는 거 방해하지 말고 빨리 가!
(채란) 그럼 조심히 들어가세요
(지웅) 아, 쟤 왜 안 하던 오버를 하고 그래?
(동일) 야, 그게
네가 걱정돼서 그런 거 아닌가?
넌 진짜, 그
눈치가 없구나, 어
빨리 가
애 심란하게 하지 말고
뭔 소리예요?
아이, 그, 뭐 [헛기침]
네가 지, 집에 안 가고 맨날 밤새 작업하니까
(동일) 어 쟤도 못 가는 거 아니야
[흥미로운 음악] 아, 아니
[한숨 쉬며] 분명히 내가 먼저 들어가라고 했는데
아, 쟤는 아직도 내 눈치를 보고 있나, 쯧
네 눈치를 봐서 안 들어갔겠냐?
아유, 됐다, 어?
(동일) 뭐 될래?
답답하다
답답해
[한숨]
[전기 포트가 부글거린다]
[입바람을 후 분다]
[질색하는 신음]
아, 이걸 왜 마셔?
아유, 씨
[웅의 힘주는 숨소리]
[숨을 하 내뱉는다]
[향을 씁 맡는다]
[흥미로운 음악]
[숨을 하 내뱉는다]
[향을 씁 맡는다]
[웅이 숨을 하 내뱉는다]
(은호) 저 인간의 진단명은 뭘까?
[웅이 향을 씁 맡는다]
[웅이 뜨거워한다]
[숨을 하 내뱉는다]
형, 정신 좀 차려, 제발
우리 앞으로 할 일이 산더미라고
이거 지난번 인터뷰 그거 실린 책
아, 보자 [휴대전화 조작음]
어, 형, 다큐에서 형 그림들 자료 화면으로 좀 쓰겠다는데
뭐, 내가 골라서 넘길까?
아니면은 형이 지웅이 형한테 바로 연락할래?
뭐야?
생각해 봐
씁, 아, 그러고 보니까
다큐 촬영 끝나니까 지웅이 형 보기가 힘들어졌네
많이 바쁜가?
아, 그리고 갤러리에서 연락 왔는데
형이 야간 조명 확인해 보고 싶다고 했잖아
그거 오늘 바로 와도 될 거 같다는데
- 뭐, 간다고 할까? - (웅) 아니
(웅) 어, 오늘 말고
할 일이 좀 생겼어
왜, 뭐, 더 작업하게?
[한숨]
(연수) 그럼 그 온라인 홍보 건은 예인 씨가 맡는 걸로 하고
지운 씨가 백업해 줘요
(예인과 지운) 네
(연수) 다들 큰 프로젝트 하나 끝나고
좀 느슨해진 거 같은데
우리 하반기에도 중요한 프로젝트 하나 더 남았잖아요?
정신 차리고 집중합시다
(직원들) 예
(연수) 그럼 수고했어요 마무리하죠, 여기서
[문이 달칵 닫힌다]
[발랄한 음악] (연수)
[문이 달칵 열린다]
(예인) 아, 그
[펜을 달그락 집으며] 펜을 두고 가서…
[문이 달칵 닫힌다]
(웅)
뭐야?
아까는 회사 째라고 하더니
[숨을 씁 들이켠다]
설마 삐졌…
(연수)
(연수)
(연수)
[한숨]
(연수)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지웅) 어떻게 정이 들지를 않냐, 이 집은
[지웅의 한숨]
아, 잠깐만…
[힘주며] 아, 잠깐만 누웠다가
[거친 숨소리]
[잔잔한 음악]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초인종이 울린다]
[초인종이 울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어…
[휴대전화 조작음]
[지웅의 옅은 신음]
[신음]
(지웅) 뭐야?
너 열나
[힘겨운 신음]
이 정돈 괜찮아
그래, 뭐
[약통을 달그락거리며] 그렇게 심한 거 같진 않더라
언제 왔냐?
좀 아까
(웅) 자는 애 입에 약 쑤셔 넣는 방법 방금 찾았는데
아쉽네
먹어
[웅의 탄성]
너희 집엔
사람 온기가 없냐, 이렇게
난 사람도 아니다?
너 왜 아파?
[한숨]
무슨 질문이 그래?
(웅) 아니
너 맨날 건강으로 허세 부리다가 이러고 있으니까 궁금하지
혼자 뭘
어쩌고 돌아다니길래
아파 가지고 궁상을 떨고 있는지
[픽 웃는다]
(지웅) 그냥
며칠 밤새웠더니 그래 별거 아니야
나 다시 잔다
알아서 가
[지웅의 한숨]
뭐 할 말 있어서 왔나 본데?
(웅) 응
그런데
아픈 애 앞에 두고 말해도 될까 고민 중?
[힘주는 숨소리]
나 듣기 싫으면 안 들어도 되냐?
나 국연수 다시 만나
[헛웃음]
아, 난 선택권이 없구나
[차분한 음악]
그런데?
그걸 왜 나한테 말해?
그냥
그때도 지금도
너한테 제일 먼저 말하고 싶었으니까?
[웅의 가쁜 숨소리]
나 여자 친구 생겼어
(지웅) 그때도 지금도
난 해 줄 말이 없는데?
뭐, 축하라도 해 줘야 되냐?
아니야, 됐어
할 말 다 했으면
나 다시 자도 되냐?
(웅) 응
[지웅의 피곤한 숨소리]
아, 그리고 너
(웅) 응
좀 꺼져 줄래?
[피식 웃는다]
(웅) 응
[지웅의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연수) 어? 어?
어? 어? [퍽 소리가 난다]
[아파하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아파
[아파하는 신음]
[힘겨운 신음]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힘주는 숨소리]
여보세요?
응, 일어났어?
(연수) [웃으며] 어
[힘주는 신음]
나 아까 일어났지
이제 나가려고
너는? 넌 또 안 잤어?
아니야, 좀 잤어
(연수) 아…
밥은? 밥은 챙겨 먹었어?
아침 먹고 얼른 자
(웅) 응
출근해?
(연수) 어, 어, 출근해
(웅) 아, 그래?
(연수) 어, 그렇지
[어색한 웃음]
그, 그, 주말에 뭐 해, 혹시?
주말에?
(연수) 응, 주, 주말에
뭐 없으면 만날래?
어, 주말에…
(연수) 아, 뭐, 일 있으면은 말고
(웅) 아니야
주말…
없어, 어, 그래
응, 그래
(웅) 그럼…
(연수) 나 이제 출근해야겠다, 그…
끊을게
[웃으며] 어
[휴대전화를 탁 접는다]
어…
왜 이렇게 어색하지?
그냥 하던 대로 해, 연수야, 어?
(연수) 아이씨 괜히 만나자고 했나?
[연수의 답답한 신음]
[연수가 발을 탁탁 구른다] [흥미로운 음악]
[연수의 답답한 신음]
(자경) 뭐 하는 겨?
- 뭐가? - (자경) 출근 안 햐?
아이, 해야지
(연수) 지금 하잖아, 지금
아휴
[자경의 의아한 숨소리]
(자경) 저게, 저게 어제부터 뭘 잘못 먹은 겨 [문이 달칵 열린다]
가만있어 봐
[문이 달칵 닫힌다] 나도 먹은 거 아니여?
아…
[물소리가 졸졸 난다]
[숨을 후 내뱉는다]
아이, 전화는 오랜만인데?
다시 한번 해 볼까?
쯧, 아이, 아니다
[탄성]
(은호) 야, 올해는 워터 파크가 늦게 개장을 하네?
(웅) 어유, 뭐야?
(은호) 정신 얻다 놓고 있는 거야?
- 아이씨 - (은호) 잠 덜 깼어?
(은호) 야, 이거 언제 치우냐?
고생해
(웅) 야, 이, 이것 좀 정리해 놔
(은호) 어? 아이…
아, 나 이거 하러 온 거 아닌데?
아, 진짜, 이씨
내가 형 매니저지 노예가 아니잖아! [문이 달칵 열린다]
(연수) 아니, 내가 먼저 만나자고는 했는데
좀 떨떠름한 반응…
막 그렇게 만나고 싶어 하고 그런 느낌은 아니었어
그래서? 안 본대?
아니, 그건 아닌데
아, 좀 개운하지 않고 찝찝하잖아
뭐, 내가 보자고 해서 억지로 보는 거야, 뭐야?
(솔이) 어쨌든 본다는 거잖아
야, 그럼 뭐, 호들갑이라도 떨면서 막 좋다고 해야 되냐?
야, 너희들이, 뭐 아직도 열아홉이냐?
아, 그래도
아, 뭔가 최웅답지 않아 확실히 변했어
이상해
(솔이) 지금 여기서 제일 이상한 게 뭔지 알아?
뭔데?
국연수가 나한테 먼저 전화한 거
(솔이) 국연수가 무려 업무 중에 나한테 먼저 전화한 거
업무 중 아니고 이동 중이거든?
(솔이) 이동 중에도 용건만 간단히 말하고 끊으라던
싹바가지 없이 굴던 국연수가
(솔이) 나한테 먼저 전화해서
주야장천 최웅 얘기만 하고 있는 거
아니
(연수) 그거는…
(솔이) 자, 그럼 변한 건 누구일까?
(솔이) 여기서 가장 이상한 사람은 누구일까?
(솔이) 어쨌든 쓸데없는 생각 하지 말고
너 하고 싶은 대로 해
(솔이) 야, 이만큼 돌아왔으면
이제 아무 생각 하지 말고 직진 좀 하자, 좀
(솔이) 끊어
아니, 어머?
내가 이 말을 다 하네?
끊어!
끊어, 좀!
(자경) 아유
[솔이의 후련한 탄성]
(솔이) 아, 속이 시원하다
요 구여운 녀석
아, 왜 자꾸 눈치 보게 되냐?
[입소리를 쯧 낸다]
[흥미로운 음악]
연애가 원래 이렇게 어려웠나?
[한숨]
(자경) 뭐라는 겨?
(솔이) 웅이랑 연수랑 다시 사귀어
진짜여?
(솔이) 아유
결국 이렇게 될 거면서 뭘 그렇게 돌고 돌았대?
그래서 어떤데?
- 응? - (솔이) 할머니
웅이 별로 맘에 안 들지 않아?
(자경) 아유 내 맘에 들어서 뭐 햐?
연수 지가 좋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솔이의 웃음]
아이, 근데 갸는, 그
건강하기는 한 겨?
건강하겠지, 뭐
그것보다 정신 상태가 좀 걱정이긴 해
애가 좀…
(솔이) 아니야, 암튼 내가 주시하고 있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셔
뭐, 아니면, 뭐
다른 남자도 또 한번 붙여 봐?
[테이블을 탁 치며] 아유 소개팅해 줄 만한 훌륭한 남자들
얼마든지 많지
(자경) 아유, 아유, 됐어, 어
뭣 하러 그래? 그냥 냅둬
자, 이거 먹어, 먹어
냅둬
할머니 걔 맘에 드는구나?
아니여!
그 무청 시래기 같은 놈이 뭣이가 맘에 들어?
어유, 그럼 천천히 골라
내가 더 늙어 죽기 전에
우리 연수 짝지 만들어 줘야지
그랄라면 시간이 없어, 시간이
아무튼
얼른 갸를 다시 만나 봐야겄어
[밝은 음악] [관계자1과 연수가 대화한다]
(연수) 총 이게 3층으로 되어 있다고 하셨죠? [관계자1이 대답한다]
(관계자1) 그리고 영상물에
여기가 많이 노출이 되면 좋을 거 같아요
여기서 바라보는 낙조가 정말 예쁘거든요
(연수) 알겠습니다, 얘기해 둘게요
또, 뭐 필요로 하시는 게 있으실까요?
음, 뭐, 나머지는 알아서 잘해 주실 거라 믿습니다
[관계자1의 웃음]
(관계자1) 어, 지금 시간이
마침 낙조도 보고 가실 수 있겠네요
같이 오신 분이랑 천천히 보시고 가세요
아, 제가 오늘은 혼자 와서
(연수) 다음에 팀원들이랑 같이 보겠…
(관계자1) 어?
일행분 아니세요?
아까부터 계시던데?
[다가오는 발걸음]
- (관계자2) 팀장님 - (관계자1) 네
[감성적인 음악]
(연수) 잊고 있었어요
네가 여기 왜 있어?
(연수) 내가 사랑한 건
나 찾아온 거야?
아니, 왜 주말에 보자고 한 거야?
뭐?
주말은
멀어
(연수) 변하든
변하지 않든
일해, 방해 안 할게
(웅) 아, 이런 곳이 있었네?
나중에 여기서 전시회 해도 좋겠다
어?
(연수) 최웅
그 유일함을 사랑했다는 걸
(연수) 금방 끝나
좀만 기다려
(웅) 아, 역시
주말은 멀었어
[관계자1이 설명한다]
(관계자1) 위로 올라가시면 전시실 더 있어요
글로 가실게요
선배, 몸은 정말 다 괜찮으신 거죠?
(지웅) 어
아까 네가 직접 열도 쟀잖아?
그럼 뭐 좋은 일 있으세요?
(지웅) 아니
씁, 여기 인서트 뭐 딴 거 없나? [마우스 조작음]
(채란) [펜을 탁 내려놓으며] 아
있어요, 찾아 드릴게요
[마우스 조작음]
(연수) 감사합니다
[밝은 음악]
이러니까
꼭 데이트하는 거 같아
(연수) 이제 실감 난다
우리 다시 시작하는 거
[연수의 옅은 웃음]
오래 걸렸다
그렇지?
아이, 핫도그…
[웃음]
(웅) 이거 좀 잠깐 들고 있어 봐
(연수) 싫어
(웅) 씨, 그럼…
핫도그 먹을래?
[함께 웃는다]
[웅의 힘주는 숨소리]
- (웅) 자 - 맛있겠다
(엔제이) PD님
뭐야, 방금 나랑 눈 마주쳤잖아요
근데 그냥 지나치려 하신 거예요?
여기 무슨 일로 오셨어요?
(엔제이) 아, 저 특집 다큐 하는 거 아시잖아요
우리 작가님 찍은 건 다 끝났어요?
잘되고 있어요?
나 그거 진짜 되게 기대하고 있는데
촬영은 끝났고 지금 편집 중이죠
저 나온 것도 써 주실 거죠?
(엔제이) 근데 우리 작가님 많이 바빠요?
아니, 그 양반은 촬영이 끝났는데도 바쁜 건가?
아니면 바쁜 척을 하는 건가?
아, 연락이 안 돼, 또, 연락이
[차분한 음악]
PD님, 설마
그거 저녁밥?
이거 가지고 되겠어요?
오빠
(치성) 들어가세요, 어
(엔제이) 나 오늘 다 끝난 거지?
(치성) 응, 너 바로 집으로 가는 거 아니었어?
(엔제이) 응, 나 오늘 PD님이랑 저녁 같이 먹고 들어가려고
(치성) 둘이?
어때요?
(엔제이) 안 그래도 물어볼 것도 있었는데
아, 저 편집실에서 대강 먹으려 했는데…
많이 바쁘세요?
아, 그게…
[엔제이의 헛기침]
(엔제이) 자, 그럼
아까 그 눈빛 해명 좀 해 주세요
네? 무슨…
제가 아까 작가님 연락 안 된다고 할 때
이런 눈빛으로 보셨잖아요
[당황한 숨소리]
제가 원래 그렇게 생겼어요
아닌데, 똑똑히 봤는데
[어색한 웃음]
(엔제이) 뭐예요? 말해 봐요
나 작가님한테 까인 거 소문났어요?
[잔잔한 음악] [당황한 숨소리]
(지웅) 지금 본인이 소문내고 계신 거 같은데요?
그럼 스캔들 우리 쪽에서
사실인 척하고 있는 것도 소문났어요?
그것도 지금 소문이 나고 있는 거 같은데요?
그럼 작가님이 국연수 씨 좋아하는 것도 소문났어요?
났네, 났어
[달그락거리며] 잘 좀 숨기지, 아휴
알고 있었어요?
(엔제이) 그럼 둘이 쌍방인 것도 금방 소문나겠네
[당황한 웃음]
생각보다 많은 걸 알고 계시네요
(지웅) 뭐 더 시키실 거라도…
(엔제이) 이모님 여기 소주 하나, 맥주 하나 주세요
(종업원) 예
(엔제이) 일단 제 거만 시켰어요
PD님 건 따로 시켜요
술 없이 할 얘기들은 아니잖아요?
[풀벌레 울음]
(연수) 근데 너 내가 거기 있는 줄 어떻게 알고 온 거야?
(웅) 너희 팀 그, 예인 씨가 알려 줬어
(연수) 네가 왜 예인 씨랑 연락을 해?
(웅) 먼저 연락 왔었어
(연수) 뭐 때문에?
(웅) 유일하게 내 스캔들이 진짜냐고 물어봐 준 사람이거든
(연수) 아, 그 스캔들?
(웅) 응
뭐…
당연히 알겠지만
허위 보도였고
[어색하게 웃으며] 참 신기하지?
연예인을 아니까 이런 일도 생기고
[웅의 어색한 웃음]
- 근데 - (웅) 응
(연수) 사진은 진짜잖아
(웅) 어?
(연수) 나는 또
집까지 가는 사이인 줄은 몰랐지
(웅) 아니 [발랄한 음악]
사진 보면 알겠지만
집 앞까지 간 거야
글쎄, 집 안은 찍을 수가 없잖아
아니, 진짜라니까?
초대는 받았는데 집에는 안 간 거라니까?
초대를 받았어?
아이, 그…
은호랑 초대를 받았었나?
집으로 불렀단 말이지?
(웅) 아니, 근데 지금 이 상황에서 그게 중요해?
글쎄?
안 중요했는데
(연수) 갑자기 중요해지려 그러네?
(웅) 야, 야, 야
아, 씨
[웅의 난감한 숨소리]
다 왔네?
야, 너 이대로 들어가면 진짜 이상해져
[문이 철컥 열린다] 야
[연수의 힘주는 신음]
어? 또 여자 집 앞에 서 있네, 최웅?
야
습관인가, 취미인가? 많이 변했다
그만해라
너 지금 여기서 내가 뭐가 제일 맘에 안 드는지 알아?
뭐?
우리가 고등학생이야, 대학생이야?
아, 귀가 시간이 너무 빠르잖아
[유쾌한 음악]
당장 나와
[연수의 웃음]
(웅) 어딜
지금 시간이 몇 시라고 들어가?
안 돼, 못 들어가
[연수의 웃음]
(자경) 배깥에 누구여?
- (웅) 어, 씨 - (자경) 연수냐?
[연수의 웃음]
(자경) 밤이 늦었는디 싸돌아다니는 것들은
뉘 집 자식들이여, 잉? [함께 웃는다]
[문소리가 철컥 난다]
우리 집에서
(웅) 대추차나 먹고 갈래? [연수의 웃음]
[발랄한 음악] (연수) 어?
나 진지해
그 대추차 빨리 먹고 치워…
아니
나눠 먹으러 갈래?
[연수의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연수) 어?
받아
괜찮아
[휴대전화 조작음]
아, 아니면
(웅) 우리 재미없는 거 보러 갈래?
[술 취한 말투로] 다 예상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많이 놀랍지 않았다는 거예요, 내 말은
[엔제이의 한숨]
[지웅의 난감한 숨소리]
[엔제이의 시원한 숨소리] [엔제이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엔제이) 사실
쯧, 짝사랑
한 번쯤은 해도 괜찮겠다 싶었어요
하, 한 번도 안 해 봤으니까
근데 이게 해 보니까
매일 아침에 눈뜨면 의욕도 생기고
그리고 매일 사소한 거 하나하나에 의미 부여하게 되면서
내가 되게 소중한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더라고
[엔제이의 웃음]
[흥미로운 음악] 상상은 얼마나 점점 디테일하게 하는지
'내가 이 일 때려치우면 작가 할까?'
작가가 천직이지 않을까 싶을 만큼
[엔제이의 웃음]
이게 다 짝사랑하면서 얻게 된 거니까
[웃음]
얼마나 좋아요, 짝사랑
아니!
사실 거지 같다 이 말이에요
어떻게 사람을 이렇게 땅굴까지 비참하게 만들어?
대단하신 천년의 사랑을 훼방 놓는
보잘것없는 조연이 된 기분
뭔지 알아요, PD님?
[한숨]
[지웅이 컵을 탁 내려놓는다] 더럽고 치사해서 관둔다, 내가
[탄식]
[잔잔한 음악]
마지막 말은 취소
알아요
(엔제이) 뭘요?
못 그만둘 거?
재수 없어
어?
아니, 아니
PD님 말고
이 모든 거지 같은 상황에다 하는 말이에요
괜찮아져요
혼자 좋아하는 거
그거 처음엔 힘들다
그다음엔
[웃으며] 더 힘들다
(지웅) 그다음엔
정말 죽을 만큼 힘들다
나중엔
그마저도 괜찮아져요
[잔잔한 음악]
그만둘 수도 있어진다고요?
아니요
(지웅) 힘들게 좋아하는 거
그거에 익숙해져서
아파도 아픈 거 같지 않고
괴로워도
괴로운 거 같지 않거든요
그럼
언제쯤 끝나는데요?
그건…
하, 생각 안 해 봤는데
짝사랑 절망 편
[옅은 웃음]
고마워요
(엔제이) 정신 번쩍 들게 해 줘서
[웃음]
(연수) 이 시간에 갤러리를?
문 닫았잖아
(웅) 잠깐이면 돼, 금방 끝나
(연수) 뭐야, 카드가 있었어?
[카드 인식음]
(웅) 잠깐 들어올래?
[조명이 탁 켜진다]
설마 너 개인전 여기서 여는 거야?
(웅) 응
(연수) 와
네가 대단한 사람이라는 걸 새삼 다시 한번 느낀다
최웅 작가님
근데 왜 굳이 이 시간에 와서 확인하는 거야?
(웅) 음…
이번에 이 시간에 전시회를 한번 해 볼까 해서
야간에?
(웅) 응
남들 다 자는 새벽까지
(연수) 근데 너무 늦은 시간이면
사람들이 잘 안 오지 않을까?
홍보하기도 쉽지 않을 거 같은데
(웅) 그래서 계속 반대당하고 있는 중이긴 해
[피식 웃는다]
(연수) 아티스트님하고 우리하고는 생각이 달라도 한참 달라
근데 왜 이 시간에 하고 싶은 거야?
그냥
이 시간에 그려진 그림들이니까
(웅) 그리고
늘 내가 깨어 있는 시간이기도 하고
[감성적인 음악]
(연수) 잠깐
혼자 깨어 있을 너의 시간들을 생각해 봤는데
꽤 외로울 것 같아
그림 그릴 때
무슨 생각 해?
그 기나긴 시간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넌
(웅) 글쎄
생각 안 해 봤는데?
이것보다 더 완벽한 상상은
없었던 거 같아
(웅) 가늘게 긋는 선 하나에
움직이는
초침 한 칸에
그 모든 해에
그 모든 순간에
국연수가 없었던 적이
없는 거 같아요
무슨 상상?
(웅) 그리고 앞으로도
내 모든 시간을
국연수를 사랑하는 데 쓸 거예요
가자, 집에
(연수) 응
[감성적인 음악]
(지웅) 정말 이 짝사랑에 끝이 있는 거라면
[한숨]
그 끝이 지금쯤이었으면 좋겠어요
[한숨]
[지웅의 한숨]
[웅의 힘주는 숨소리]
(웅) 아, 다 떨어졌네
나 갈래
(지웅) 아까 분명히 가라고 했던 거 같은데?
[웅의 한숨]
왜 또? 할 말 남아 있어?
[웅이 입소리를 쯧 낸다]
[웅의 한숨]
(웅) 야
너 우리 집에서 살래?
뭐?
아, 너희 집
뭔가 좀
쓸쓸해
아, 허튼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
(웅) 어, 다행이다
어, 수락할까 봐 걱정했는데
[헛웃음]
좀 자
야, 잠은 집에서 자
여기서 집은 내 집도 포함
[한숨]
(지웅) 혼자만 또 나쁜 새끼 되는 거
[감성적인 음악]
그것도 이제
더는 못 하겠으니까 [한숨]
(웅) 영원히
이 세상에서 계속 살고 싶은데 [연수가 인사한다]
(연수) 항상 불행은
행복의 얼굴로 다가오니까요
(웅) 별거 아니야
(엔제이) 깔끔하게 무시하자
[웅이 놀란다]
친구 안 할 거예요
(채란) 선배의 결말은 뭐예요?
(연수) 근데 지웅아
왜 나 안 봐?
(은호) 형이 연수 누나를 또 만난다는 게 이해가 안 돼
[웅이 놀란다] (연수) 자주 싸우고 헤어지는 커플일수록
(웅) 너 뭐 하냐, 국연수?
(연수) 다시 헤어질 확률이 더 높대
.그 해 우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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