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이 13
아, 뜨거워, 이…
아, 뜨거우면 뜨겁다고 말을 해 주지
아이씨, 뜨거워, 데일 뻔했네, 진짜
[노크 소리가 들린다]
아이씨
(영구) 혹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왕준의 한숨]
뭔데?
(영구) 저,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덕분에 범인 잡을 수 있었습니다
너 믿어서 같이 한 거 아니니까 착각하지 마
(영구) 그리고 이거 조감독님이 전해 달라고 하셨습니다
거기다 놔
[김이 쉭 난다] (왕준) 야, 괜찮…
(영구) 어? 아이고, 아, 휴, 휴지가… [무거운 음악]
[무거운 효과음]
(왕준) 야
너 안 뜨거워?
예
저 괜찮습니다, 신경 쓰지 마십시오
(영구) 눈 뜬 지는 11일
한국 나이로 한 살입니다
너는 이게 보여?
몽골인이냐?
아닙니다
전 메이드 인 코리아입니다
[왕준의 거친 숨소리]
[날카로운 효과음]
(왕준) 야
이상해
생각해 보면
이상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야
너
사람 아니지?
너 정체가 뭐야?
저 사람 아닙니다
DNA 조작으로 탄생한
신인류입니다
오늘 제가 맡은 배역
너 지금 나랑 장난해, 어?
(웅) 왕준아, 지금 스탠바이…
무슨 일이야?
(왕준) 임시 그만두고 스턴트 하잖아
리허설 중이었어
(웅) 아이, 난 또, 깜짝이야, 씨
아까 왕준이랑 같이 금 대표 일 밝힌 거 멋있었어요
아, 감사합니다
(웅) 앞으로 촬영장에서 자주 볼 건데 우리 잘 지내봅시다
(왕준) 누나
건들지 마
이 자식 정체가 뭔지 모르는 놈이야
넌 또 왜 그러냐? 사람한테
사람?
사람이면 내가 실수했네
(규리) 아, 내가 이참에 리얼 팀 팀장 한번 해 보나 했는데
[진이 피식 웃는다] 아쉽네
언니 실력이면 지금 당장 다른 팀 가도 팀장 할 수 있는 거 알아
(다다) 그런데도 나랑 같이 리얼 팀 해 주는 거
고맙게 생각하고 있고
[규리가 살짝 웃는다] (진) 규리 누나가 우리 팀 팀장이었으면
우리 팀 망했어요
(규리) 야, 야, 야, 야! [진의 아파하는 신음]
(진) 누나는 뱀의 머리보다 용의 꼬리일 때 더 멋있다
- (진) 본인의 생각은? - (규리) 아, 뭐래
뱀이고 용이고 둘 다 다 징그럽거든? 쯧
나는 강아지가 좋아
[규리가 강아지 소리를 흉내 낸다] (보원) 역시 귀여운 강아지가 짱이죠?
제가 평소 개 상 같다는 말을 자주 듣는데 [익살스러운 음악]
그걸 또 어떻게 아시고
[보원이 개 소리를 흉내 낸다]
(규리) 이게 뭔 개같은 소리야, 참 [강아지 울음 효과음]
- (진) 왜 - (규리) 아, 뭐?
(진) 강아지 상이구먼
(규리) 뭔 소리야 [왕준의 헛기침]
(왕준) 저
잠깐 저 좀 보시죠
아…
(다다) 예
[의미심장한 음악]
너 그 자식이 뭐 하는 놈인지 알아?
그 자식이라니 그건 또 무슨 소리야?
임시 말이야
정체가 뭔지 아냐고, 너
(왕준) 너 조심해
아이, 갑자기 또 그게 무슨 소리야?
(왕준) 걱정되니까!
네가 걱정돼서 미치겠으니까
(감독) 어, 여기들 있었네
(다다) 아, 안녕하세요
저, 다음 주까지 왕준 씨 몰딩 하나 떠야 되는 거 알지?
네, 준비하겠습니다
[감독의 웃음]
(감독) 엄 팀장 말귀는 빨라서 좋아
오늘 촬영 끝나고 작업실로 가겠습니다
(다다) 아, 아니요
오늘 굳이 안 오셔도 돼요
주말에 촬영도 없고
(왕준) 아니요, 하루라도 빨리
해결하고 싶거든요
[의미심장한 음악]
[패드 작동음] [보원이 흥얼거린다]
(보원) 그래, 뭐, 큰 이상은 없네
(영구) 응
(보원) 근데 영구야
아무래도 스턴트 일은 그만두는 게 좋겠어
네가 멋지게 해낼수록 사람들은 의심할 수 있으니까
- 근데 형 - (보원) 응?
내가 로봇인 게 밝혀지면
본사로 가야 한다고 했잖아
응, 그게 다다 씨가 널 구입하도록 허락한
본사의 조건이니까
근데
알고 있는 사람이 비밀을 지켜 주면
안 가도 되지?
(보원) 에이, 야, 그런 게 어디 있냐?
한 사람이 알면 전부가 다 아는 거지
누가 너에 대해 알았어?
(영구) 어?
그건 아니야
아유, 야, 근데 뭘 그렇게 뜸을 들여, 깜짝 놀랐잖아
으이구, 장난꾸러기
[함께 웃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저 방산시장 좀 다녀올게요
몰딩 준비해야 되는데
석고 가루 여분이 없어 가지고
(영구) 여자 친구, 같이 가자 내가 운전해 줄게
(다다) 아니에요, 괜찮아요 혼자 갔다 올 수 있어요
좀 있다 왕준이 먼저 오면 좀만 기다려 달라고 얘기해 줘요
(영구) 응
조심히 다녀와, 여자 친구
에이그, 에이그
[숨을 씁 들이켠다]
아까 세트장에서 보니까
마왕준 씨랑 엄다다 씨 아직도 뭔가 있는 것 같은데
(보원) 너 연애 제대로 하고 있는 거 맞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밀당, 제대로 하고 있지?
허벅지 꾹 누르면서 열심히 하고 있어, 쯧
근데 엄청 어려워
[보원의 웃음] [영구의 한숨]
하긴
사랑을 참는다는 게 어렵긴 하지
(영구) 응
[휴대전화 벨 소리]
"크로노스 헤븐"
[보원이 숨을 들이켠다]
네, 여보세요?
(규리) 아, 신입! 아, 어디서 뭐 하고 있어요, 지금?
[흥미로운 음악] (보원) 규리 씨
(규리) 그래요, 나 백규리인데
내 젤라틴 가루 어디다 뒀어요?
저 그거 안 건드렸는데요
유진이가 아까 그쪽이 챙기는 거 다 봤다고 했거든요?
지금 빨리 찾아서 세트장으로 당장 뛰어와요
아, 당장!
네, 알겠습니다
[통화 종료음] [웃음]
(보원) 영구야, 형 세트장 다시 가 봐야겠다
굳이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버클을 탁 채운다]
같이 있고 싶은 게 사랑이잖아?
[익살스러운 효과음] [보원이 혀를 똑 튕긴다]
[보원의 웃음]
(영구) 응, 가
[문이 탁 닫힌다]
(왕준) 너 [무거운 음악]
사람 아니지?
[문이 달칵 열린다]
여자 친구, 벌써…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효과음]
(영구) [의자를 드르륵 빼며] 여자 친구는 몰딩 재료 사러 갔습니다
금방 돌아올 겁니다
(왕준) 일 관련 사항 전하는 거면 호칭 똑바로 해
'여자 친구'가 아니라
'엄 팀장님'
알겠습니다
그럼 이만 내려가 주시죠
2층은 엄 팀장님 개인 공간이라서요
나도 알아
7년 동안 수도 없이 와 봤으니까
[흥미진진한 음악] (왕준) 그리고
너도 리얼 팀 직원은 아니니까 작업할 때 좀 나가 있어
내가 엄 팀장님이랑
긴히 할 얘기가 있거든
예
작업은 1층에서 하실 테니
이만 내려가 주시죠
엄 팀장님 돌아오시면
단둘이 얘기해 보고 나가겠습니다
[헛기침]
[멀어지는 발걸음]
[한숨]
분명히 뭐가 있어
사람인지도 아닌지도 모르는 것한테
(왕준) 지금 다다가 속고 있는 거라고, 씨
[패드 작동음]
뭐야, 이건?
'크로노스 헤븐'?
[패드 조작음]
[안내 음성] 사용 설명서, 크로노스 헤븐 [왕준의 의아한 신음]
제품의 입술에 다가가 키스를 하세요
당신만을 위한 로맨틱한 남자 친구가 되어 줄 겁니다
로봇?
뭐라는 거야?
[다가오는 발걸음] [패드 작동음]
[왕준의 의아한 신음] (영구) 아, 아이…
[긴장되는 음악]
[왕준의 놀란 신음]
로, 로봇?
(왕준) 로, 로봇이라고?
(영구) 돌려주십시오
너 뭐야?
뭐 하는 새끼인지 대답해!
[문이 달칵 열린다]
(다다) 뭐 하는 거야, 너!
다다야, 이리 와
얘 위험한 놈일지도 몰라 얘 사람 아니야!
왕준아
저, 그게…
엄다다, 너
알고 있었어?
(왕준) 야, 네가 네 입으로 얘기해 봐
너 정체가 뭐야?
난 로봇입니다
[어이없는 신음]
왕준아, 내가 다 설명할게
[놀란 숨소리] (다다) 나랑 얘기하자
[멀어지는 발걸음]
(왕준) 로봇이라니
대체 저런 건 어디서 구했는데?
갑자기 이 집에서 솟아난 건 아닐 거 아니야?
그래
이해하기 어렵겠지
(다다) 근데 너도 봐서 알잖아
영구 씨 우리랑 별로 다르지 않아
(왕준) 야, 그래
저 자식 겉모습이 사람처럼 만들어졌다고 치자
심장은 있어?
그냥 기계잖아
그냥 내가 끼워 맞추던 프라모델들하고 다를 게 없잖아
(다다) 그렇게 말하지 마
(왕준) 정신 차려, 엄다다!
뭐, 저 로봇이랑 사랑이라도 하겠다고?
말이 되는 얘기를…
좋아해
영구 씨는 나를
나는 영구 씨를
서로 좋아해
[애잔한 음악]
이해해 달라고는 안 할게
그냥
인정해 줘
[한숨]
[왕준의 한숨]
말도 안 돼
이게 말이 안 되지
[로봇 청소기 작동음]
[안내 음성] 꼼꼼 청소를 시작합니다
청소가 완료되면 먼지 통을 비워 주세요
날 버리고 선택한 게
로봇이라고?
[기가 찬 웃음]
로봇?
[노트북을 탁 덮는다]
이해도
인정도 못 하겠다, 엄다다
(보원) 제로텐을 주문했다고요?
(지석) 본사로 직접 다이애나가 오더를 넣었어
다이애나가 한국 지부를 따돌리고
본사와 다이렉트로 연락을 주고받고 있어
무슨 꿍꿍이일까요?
[입소리를 쩝 낸다]
아직은 모르지
(다이애나) 제로텐 말이야
이미 이 세상에 있는 얼굴로 만들어도
되는 거지?
[입소리를 쩝 낸다]
다이애나는 내가 계속 주시하고 있으니까
- 넌 제로나인이나 신경 써 - (보원) 예
제로나인은 어때?
[버클을 탁 푼다]
직접 보시면 아시겠지만
(보원) 큰 변화는…
패드가 없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지석) 뭐?
(보원) 패드가 어디 갔지, 어?
아, 그거…
엄다다 씨 집에 두고 온 것 같습니다
확인해 보겠습니다
(인혁) 아휴, 그러니까 잘렸지
말 걸지 마라, 씨
[보원의 다급한 신음] (지석) 넌 또 왜?
[문이 스르륵 열린다]
- (지석) 본사에서 온 거야? - (인혁) 예
좀 전에 지부장님께 온 징계 통보입니다
(인혁) 다이애나가 제로나인 때문에 벌인 소동이 이유랍니다
그래, 내 책임이긴 하지
그게 왜 지부장님 때문입니까?
남보원 새끼 때문이지
(인혁) 아니, 패드 하나 간수 제대로 못 하는 놈을
회사로 계속 불러들이는 이유가 뭡니까?
[한숨] 한 번만 더 제로나인 관련해서 문제 생기면
우리 한국 지부 연구원들 전부 물갈이하겠답니다
우리가 왜 저 새끼 하나 때문에
우리 밥줄까지 끊겨야 됩니까?
밥줄 끊기기 싫으면 맡은 일이나 잘하지 그래?
(지석) 이미 회사도 잘린 남 팀장한테 열등감 느끼지나 말고
[무거운 음악]
[지석이 혀를 쯧 찬다]
남보원이랑 같이 모가지 날아갈 뻔한 거
본사에 굽신거려 겨우 살려 놨더니
뭐가 어쩌고 어째?
(영구) 여자 친구
(다다) 자고 있는 줄 알았는데
난 잘 필요 없으니까
[다다가 살짝 웃는다]
그럼 오늘 스턴트 스케줄 없으면 그냥 집에 계속 있을래요?
괜히 왕준이 자극시켜서 좋을 게 없지 싶어 가지고요
그래, 알겠어
미안해
내가 로봇인 걸 들켜서
으음
걱정하지 마요
내가 왕준이한테 다시 한번 잘 말해 볼게요
[차분한 음악]
여자 친구 기분은
어때?
괜찮아요
언젠가는 일어날 일이었잖아요
내가 영구 씨 여자 친구로서
당연히 감당해야 될 일이니까
좋아해, 여자 친구
갑자기요?
[한숨 쉬며] 나 밀당 안 할래, 못 하겠어
잠깐만
(다다) 밀당?
여태까지 밀당한 거였어요?
(영구) 응
[다다가 피식 웃는다]
(보원) 영구야, 영구야!
영구야, 영구야, 영구…
[보원의 당황한 신음]
이따 다시 올게
아니야, 이게 아니지, 야, 야, 영구야
(보원) 형 패드 여기에 있지?
(영구) 저기
(보원) 어, 그래, 아, 아, 그래, 아
아휴, 놀라라
아휴
이거 아무도 본 사람 없지?
아, 그, 마왕준 씨가 봤어
아, 이걸 마왕준 씨가 봤어?
(보원) [놀라며] 어?
[무거운 음악]
그래서 마왕준 씨가 알았어
나 사람 아닌 거
[보원의 놀란 숨소리]
(보원) 아휴, 씨
(화니) 아이고, 안녕하십니까
[문이 탁 닫힌다]
[화니의 힘주는 신음]
(화니) 얼굴 까칠하네요?
[웃으며] 하긴
KIN 엔터 주식을 그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잠이 왔겠어?
너 아니어도 머리 아프니까
용건만 하고 나가
용건이 뭐가 있겠습니까
회사 선배 소속사 나갔다길래
인사나 하러 들른 거지
[대본을 쓱 넘긴다]
(화니) 근데
온 김에 엄다다나 좀 볼랬더니 안 보이냐
네가 엄다다를 왜?
(화니) 선배 몰랐구나?
분첩 하는 엄다다 걔가
되게 잘한대요
[무거운 음악] 아, 남자 배우들 중에
밤에 걔랑 안 만나 본 사람이 없다던데
혹시 선배도 만나 봤어요?
[왕준이 대본을 툭 던진다]
[화니의 신음]
(왕준) 야
아, 피…
너 이 새끼, 방금 뭐라 했냐?
[화니의 짜증 섞인 숨소리]
(화니) 피 나잖아, 이씨
[문이 달칵 열린다]
(웅) 화니…
너 얼굴 왜 이래?
(화니) 야, 여기도 때려 봐, 때려 봐
- (왕준) 그래, 씨… - (웅) 어, 왕준아, 왕준아, 하지 마
(웅) 하지 마
[웅의 가쁜 숨소리] (왕준) 누나
이거 좀 놔 봐
- (왕준) 야, 일로 와! 야! - (웅) 안 돼, 여기 세트장이야
(웅) 사람들 보잖아 [문이 달칵 열린다]
[왕준과 웅의 거친 숨소리]
(화니) 너 딱 기다려
내가 너 이 바닥에서 매장시킬 테니까, 이씨
[왕준의 거친 숨소리]
저, 미안한데
나 다다랑 얘기 좀 할게
[웅의 피곤한 신음]
(웅) 맞은 건 화니고 때린 건 우리 마왕준인데
보원 씨가 왜 이렇게 불안해해요?
불안할 일이 좀 있어서요
(웅) 무슨 일인데요?
절대 알려지면 안 되는 비밀이 하나 있는데요
제 실수 때문에 사람들한테 다 알려지게 생겼습니다
(웅) 내 이름이 여웅인데
무슨 웅 자 쓰는지 알아요?
곰?
[웃음]
정답 [웅이 혀를 똑 튕긴다]
[경쾌한 음악]
그러니까 이 곰 믿고 불안해하지 마요
(웅) 혹시라도 보원 씨 비밀 퍼트리는 놈 있으면
내가 아주 한 방에 없애 버릴 거니까
오케이?
고맙습니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은동) 모여 주신 기자님들께
진심으로 감사 말씀을 드립니다 [무거운 음악]
좋은 소식으로 뵀어야 되는데
(기자1) 정말 마왕준 씨한테 맞은 겁니까?
전 지금
걷지도 못합니다
- (기자2) 그, 증거는 있는 겁니까? - (은동) 예
(은동) 그, '닥터 알파고 시즌2' 세트장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멀쩡하게 들어갔던 화니를
이 지경, 이 꼴로 만들어서 다시 나오는 걸
모든 스태프가 쳐다봤답니다
(기자1) 혹시 이번 사건과
마왕준이 KIN 엔터를 나오는 게 연관이 있나요?
사실
저도 왕준이한테
많이 맞았습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왕준이가 평소에도 폭력적인 성향이 있었거든요
하지만 제 배우니까…
[은동이 흐느낀다]
[훌쩍인다]
왜 그랬어
[왕준이 숨을 들이켠다]
아침 먹었어?
같이 먹을까?
[다다의 한숨]
무슨 말을 하려고 다들 나가라고 한 건데
밤새 생각해 봤어
네가 왜 그랬을까
어떻게 그럴 수 있었을까
(왕준)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돼
아니
못 해
[한숨]
왕준아
(왕준) 그러니까
난 내 방식대로 할 거야
그 위험한 로봇
너한테서 반드시 떼어 놓을 거야
영구 씨는 위험하지 않아
누구보다 나를 생각하고
아껴 주고 위해 줘
[한숨]
지금은 그렇겠지
근데
뭐, 고장이라도 나면?
아무리 사람처럼 보여도 안은 쇳덩어리잖아
[문이 달칵 열린다]
[웅의 가쁜 숨소리]
큰일 났다, 왕준아
(웅) 아무래도 처음부터 작정한 것 같아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기자3) 마왕준 진짜 때린 거야?
(기자4) 박 기자, 어떻게 된 거야?
(기자5) 마왕준은 왜 이렇게 안 나와?
(기자6) 취재하지를 못했어
(기자4) 아, 지금 몇 시인데 아직까지…
(기자3) 사람을 왜 때렸대?
(웅) 얼굴 가려, 얼굴
(기자5) 도대체 들어가기는 했어?
(기자3) 집에 있는 건 맞는 거야? [웅의 한숨]
[왕준의 탄성] (웅) 기자들 밤새 저러고 있을 기세인데
어떡하냐
내가 확 금 대표 쳐들어가서 뒤집어엎기라도 할까?
[왕준의 헛웃음]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왕준) 과장이야 됐다지만
내가 때린 건 사실인데 누나가 뭐 어쩌려고
(웅) 아휴, 씨 [무거운 음악]
그러니까 성질 좀 죽이라니까
(왕준) 일단 좀 잠잠해질 때까지 기다려 보자
(웅) 그동안 넌 뭐 하고?
지금 당장 저 상황인데 집에도 못 들어가고
당장 잠은 어디 가서 잘 건데?
하, 진짜
[헛기침]
[왕준의 헛기침]
(왕준) 아, 기자들 때문에 집에 갈 수가 없네
(다다) 호텔로 가면 되잖아
야, 호텔 직원들도 내 얼굴은 알잖아
대한민국 통틀어서 제일 안전한 곳은 여기뿐이야, 쯧
(왕준) 그, 며칠만 좀 재워 줘라, 다다야
(다다) 말이 되는 소리를 좀 해라, 어?
아니
[익살스러운 음악] (왕준) 정체 모를 로봇도 집에서 재워 주면서
신분 확실한 톱스타 마왕준은 안 된다는 거야?
(영구) 아, 제 정체를 왜 모르십니까?
제가 전에 이력서도 드리고… [다다가 제지한다]
너도 저번에 집에서 재워 줬잖아, 이씨, 쯧
(다다) 하, 미치겠다, 진짜
[한숨]
(란) 엄다다와 마왕준
예전에 연인 사이였습니다
(다이애나) 역시 내 촉이 맞았네
사람 시켜 알아보길 잘했어
(란) 그런데 이건 왜…
나중에 제로텐한테 도움 될 정보거든
크로노스 헤븐 한국 지부에서 사람이 왔습니다
본사하고 연락하겠다고 했잖아
근데 이 밤중에 여길 왔다고?
예
그래, 일단 들어오라고 해
[의미심장한 음악]
[인혁의 긴장한 숨소리]
내 편이 되겠다?
(인혁) 네
저희 한국 지부 사람들 보셨잖습니까
고지식하고 꽉 막혀 있고
재미없는 사람들입니다
난 사람 잘 안 믿는데
내가 왜 널 믿어야 되는데?
본사에서 직접 받으실 제로텐의 데이터들
제가 다 확인하고 케어할 수 있습니다
(인혁) 그리고 제로나인에 대한 정보도 드릴 수 있고요
- (인혁) 지부장님 - (지석) 어?
(인혁) 이거 혹시 저번에 남보원이 얘기했던 그거 아닐까요?
아, 제로나인이 감정이 생겼다, 안 생겼다…
(지석) 씁!
네가 저번에 그랬었지?
제로나인한테 감정이 생겼다고
사실이야?
예, 사실입니다
(다이애나) 그럼 그것부터 설명해 봐
듣고 나서 널 내 편으로 받아 줄지 말지
결정할 테니까
[한숨]
[다다의 어색한 웃음]
(다다) 와, 맛있겠다
빨리 먹어요
너도 밥을 먹어?
(다다) 아니, 뭐, 영구 씨는 굳이 먹지는 않아
(영구) 네
저 밥 좋아합니다, 잘 먹어요
[흥미로운 음악]
왜요, 안 돼요?
[입소리를 쩝 낸다]
애쓴다
사람인 척하려고
그러는 마왕준 씨는
로봇처럼 살려고 애쓰잖아요
(왕준) 씨…
(다다) 둘 다 그만해, 밥상머리에서
빨리 밥 먹어, 둘 다
와, 진짜 맛있겠다
이거 제육볶음도 영구 씨가 만든 거예요?
(영구) 응
진짜 못하는 게 없다니까
많이 먹어
지난번에 보니까 고통을 전혀 못 느끼던데
(왕준) 맛은 느껴?
[다다가 젓가락을 잘그랑 내려놓는다]
[한숨]
(영구) 아니요
들었지?
얘 아무것도 못 느껴
(왕준) 만약에 네가 아파 봐
그게 뭔지 얘는 모른다니까
마왕준
함부로 말하지 마
느끼지 못하는데 어떻게 공감해?
너 연쇄 살인범들 알지?
(왕준) 그 사람들한테 공통적으로 없는 딱 한 가지가
공감 능력이랬어, 공감 능력
너 공감 능력 있어?
그러니까
이 자식이 차린 밥 먹지 마, 금지야
내가 배달 시킬 테니까 그거 먹자, 우리
아휴, 진짜, 그만들 좀 해!
(왕준) 야
여기 안에 뭘 넣었을 줄 알고 먹어?
얘가 왜 이래, 진짜
(다다) [왕준을 탁 때리며] 그만해
[다다가 수저를 탁 뺏는다]
빨리 먹어요, 둘 다
[못마땅한 신음]
영구 씨
(다다) 미안해요
왕준이가 사정이 생겨서
그냥 막 내쫓기가 좀 그래서 일단 들어오라고 하긴 했는데
왕준이 때문에
기분 많이 상했어요?
아니야, 괜찮아, 여자 친구
(다다) 그래도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왕준이 막무가내처럼 보이긴 해도
실은 속이 깊은 애거든요
절대 충동적으로
영구 씨 정체를 사람들한테 말하지는 않을 거예요
[한숨]
[쓸쓸한 음악]
왜 그래요?
여자 친구는
지금 내가
마왕준 씨가 내 정체를 세상에 알릴까 봐
걱정한다고 생각해?
그럼요?
나는
마왕준 씨가 여자 친구의 전 남자 친구니까 신경 쓰이는 거야
[한숨]
그런 거야 내가 신경 안 쓰이게 잘하면 되죠
나 할 일이 좀 남아 있어서 먼저 내려가 볼게요
(다다) 알겠죠?
응?
[다다가 살짝 웃는다]
열심히 해
몰딩 끝나면 따로 작업할 거 없으니까
여기 1층 작업실에서 지내
내가 너한테
그렇게 최악이었어?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싫어서
아니
사람이 싫어서
로봇 만나는 거잖아
그런 거 아니야
뭔데, 그럼?
그냥 어쩌다가 좋아하는 사람이
외국인이거나 나이가 좀 많은 사람이거나
그런 거랑 똑같아
[어이없는 숨소리]
[왕준이 구시렁거린다]
만나, 그럼
외국인이든 나이 많은 노친네든 만나라고
근데
뭐, 로봇?
[왕준의 기가 찬 숨소리]
(왕준) 네가 나라면 이해할 수 있겠어?
내가 너랑 7년 동안 만난 다음에 헤어지고 택한 사람이
뭔 짓을 할지 예측할 수 없는 로봇이라면
너 이해할 수 있냐고
영구 씨
어떤 사람보다 착하고 선해
너 나 때문에 상처받은 거 알아
누구라도 만나서 치유받고 싶었겠지
근데 로봇은 아니야
절대 아니라고
(왕준) 너 아버지 살아 계셨으면
뭐라고 하셨을 거 같아?
(왕준) 아버지 앞에서
지금 내 앞에서 하는 것처럼
그렇게 똑같이 얘기할 수 있어?
[애잔한 음악]
일로 와
(다다) 왜 그래
아, 왜 이래
(다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왕준) 여기가 그 자식 지내는 방이지?
네가 먹고 자는 공간 옆에서
그 자식이 무슨 생각 하는지 내가 알아야겠어
(다다) 마왕준, 하지 마
하지 마!
[왕준이 부스럭거린다]
[다다의 한숨]
너 진짜 왜 그래!
이제 답이 됐니?
[다다가 문고리를 달그락 연다]
봐
(다다) 영구 씨는 이렇게 기다리잖아
네가 나한테 위험한 짓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아니까
잘못 생각해서 문을 부수거나 하면
내가 싫어할 거 아니까
필요한 게 더 생기면 말씀해 주십시오
로봇은 사람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야
지금은 다다가 널 필요로 할지 몰라도
결국엔 사람만이
(왕준) 사람 곁에서
친구가 되고 연인이 될 수 있어
여자 친구가 내게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차분한 음악]
나도 여자 친구를 좋아하고요
(다다) 좋아해
영구 씨는 나를, 나는 영구 씨를
서로 좋아해
(영구) 우리는 필요가 아니라
서로를 좋아하기 때문에 곁에 있는 겁니다
한때 당신과 여자 친구가 그랬던 것처럼
하지만 우리는
당신과는 다르게 헤어지지 않을 겁니다
여자 친구를 좋아하는 제 마음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뭐지?
소주 잘 마시지도 못하면서 혼자 무슨 술이야
[왕준이 훌쩍인다]
(왕준) 잠이 안 와서
찾아보니까 이거밖에 없길래
다다야
같이 마실래?
내일도 촬영 있잖아
생전 이런 일 없이 자기 관리 철저한 사람이 왜 그래?
[피식 웃는다]
그냥
너 보니까 좋아서
화니 스캔들
네가 안 그런 거 알아
믿으니까 걱정하지 마
내가 때렸어
(왕준) 그 새끼가, 이씨
재수 없게 굴어서
많이 취했다
내일 다시 얘기하자
들어가서 자
(왕준) 나 좀 봐 줘라
[쓸쓸한 음악]
나 여기 있잖아
너랑 눈 한번 맞추고 싶어서
이 집 들어온 후부터 계속 네 앞에서 알짱대는데
나 한 번만 제대로 봐 주면 안 돼?
응?
다다야
화났어?
아니
(다다) 화 안 났어
내가 너한테 왜 화가 나
다행이다
겁났어
(왕준) 난 네 기분 맞춰 주고 그런 거 잘 못하잖아
나는 로봇처럼 완벽하지 않으니까
나는 인간이니까
네가 로봇처럼 완벽해서
그래서 좋아했던 거 아닌데
(다다) 완벽한 배우 마왕준이 아니라
나한테만 보여 주는
실수
허점
비어 있는 구석들
그런 인간적인 면들이 좋았던 거야
그랬구나
(웅) 죄송합니다
어젯밤부터 종일 울려 대서 휴대폰도 꺼 놨어요
죄송합니다
아니, 배우를 어떻게 관리했길래
폭력배라는 기사가 나냐고요!
그거 다 사실 아니라는 거
(웅) 오랫동안 왕준이 지켜보신 감독님이 더 잘 아시잖아요
저희도 지금 반박 기사 준비 중이니까
[무거운 음악]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감독) 아휴, 촬영도 바빠 죽겠는데
(웅) 죄송합니다
(감독) 아휴
[감독이 혀를 쯧 찬다]
[힘겨운 신음]
(왕준) 아, 머리 아파
아, 나 물
물, 물 좀 줘
[힘겨운 신음]
아이, 맛이 왜 이래, 이씨
(보원) 잘못했습니다
(왕준) 잘못… [익살스러운 음악]
뭐? 왜, 뭐가?
뭐 넣었는데?
(보원) 녹차입니다, 두 번 우려낸
패드를 두고 간 제 잘못이니까
영구가 로봇이라는 사실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말아 주십시오
아, 근데
영구랑 당신이랑 무슨 관계야?
[보원의 힘겨운 숨소리]
(보원) 데이터 트레이너입니다
말하자면
영구의 뇌를 제가 만든 겁니다
오…
아, 그 정도로 훌륭한…
(왕준) 아, 그러니까
제법 인간다운 로봇을 만들었으면 세상에 공개할 것이지
왜 이렇게 쉬쉬하는데?
연인용 로봇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 때문입니다
(보원) [한숨 쉬며] 그리고 영구랑 다다 씨 같은 경우는
특별히 본사에서…
- (왕준) 본사에서 뭐? - (보원) 아닙니다
- 왜, 뭔데? - (보원) 아니에요
비밀은 꼭 지켜 주십시오
[흥미진진한 음악] [보원의 힘겨운 신음]
[숨을 들이켠다]
아, 뭐가 있는 것 같은데
(규리) 야, 다다야
영구 씨랑 보원 씨는 무슨 사이야?
꽤나 친해 보이던데
사촌, 친척이지
아니, 근데
영구 씨는 어떻게 친척 형이랑 하나도 안 닮았대?
[살짝 웃는다]
뭐, 친척이라고 다 닮나
그렇지, 유진아?
아이, 뭐, 그럴 수도 있죠
(규리) 아니, 근데 이 친척 형은 왜 이렇게 안 오는 거야
[발랄한 음악] (진) 또 안 보니까 보고 싶고 그래요?
[헛웃음 치며] 하긴 우리 보원이 형이
생긴 거랑 다르게 똑똑해서 매력 있긴 하더라
(규리) 엄따, 얘 아무 말이나 해
(진) 누나, 피부 탄력, 화사한 피부, 보습
내가 다 써 봤고 효과 끝내주니까
꼭 하라고 하세요
- 누구한테? - (진) 보원이 형요
(진) 제가 사실 초면에 상처받을까 봐 말을 못 했는데
그 형은 세월을 정통으로 맞았어요
[규리의 웃음] 그러니까 탄력부터, 오케이?
(규리) 야, 오늘 분장할 사람 열 명이야 빨리 챙겨
- (규리) 나가자, 다다야, 갔다 올게 - (진) 네
- (규리) 가자, 가자, 가자 - (다다) 응, 수고해
(규리) 어? 영구 씨
- (규리) 식사하셨어요? 배… - (진) 아이, 빨리 가요!
- (규리) 아, 왜! - (진) 귀찮게 하지 말고 빨리 가
[다다의 웃음]
(다다) 오늘 스턴트 일 있죠?
(영구) 응, 딱 한 신
조심해서 해요
아, 그리고
왕준이가 집에 와 있는 거
신경 쓰고 있는 거 알아요
그래도 조금만 참으면 금방 해결될 거예요
아, 여자 친구
나 뭐 하나만 물어봐도 돼?
뭔데요?
술 마시면
어떤 느낌이 들어?
[발랄한 음악] (다다) 으응?
보원이 형이 보여 준 드라마에서 자주 봤었는데
잘 모르겠어
으음, 보자
[입소리를 쩝 낸다]
뭐, 술 마셔도 별거 없어요
많이 마시면 어지럽고
(다다) 머리도 깨질 듯이 아프고
소리 지르는 사람, 화내는 사람 우는 사람
뭐, 각양각색의 술주정에
심하면은 오바이트까지 하고
음, 어쨌든 별로예요
[영구의 한숨]
그래도 알고 싶다
(다다) 뭘요?
술 마시면 어떻게 되는지
나도 직접 느껴 보고 싶어
(영구) 어지러운 기분
머리 아픈 느낌
전부 궁금해
난 절대 모르는 것들이잖아
로봇이니까
[영구가 살짝 웃는다]
[옅은 웃음]
(왕준) 그래서
뭐 얼마를 물어 달라는데?
- 20억 - (왕준) 뭐, 뭐? [무거운 음악]
[왕준의 어이없는 신음]
받은 돈의 두 배잖아
계약서에 그렇게 돼 있어
(웅) '모델이 개인적인 문제로 상품 판매에 악영향을 끼쳤을 경우'
'계약금의 두 배를 위약금으로 청구할 수 있다'
[왕준의 한숨]
[웅의 한숨]
지금 위약금 청구하겠다는 광고만 다섯 개야
[한숨 쉬며] 드라마는?
일단 내가 '닥터 알파고' 감독님 만나서 시간은 좀 벌었는데
기자들이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는 모양이야
(웅) 금 대표 말만 철석같이 믿고 기사 낸 기자들 때문에
너만 여기저기 위약금 물어 주게 생겼어
- (규리) 수고하셨습니다 - (진) 고생하셨습니다 [배우들이 인사한다]
[진의 찌뿌둥한 신음]
(진) 아유, 근데 우리 촬영 지장 없는 거 맞나
- (규리) 마왕준 얘기지? - (진) 응
(규리) 나도 기사 봤는데 무시무시하더라
(진) 아니, 솔직히 까칠한 건 인정
근데 사람 때릴 사람으로 안 보였는데, 인정?
야, 사람 겉만 보고 어떻게 알겠냐?
[규리의 헛웃음]
(진) 하긴 그렇지 [규리의 한숨]
사람 겉만 보고 알 순 없지
[진이 숨을 씁 들이켠다]
오, 누나
[혀 짧은 말투로] 봉숭아 물 들였어요?
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 물이 남아 있으면
(규리) 첫사랑이 이루어진다잖아
[진의 웃음]
(진) 누나, 누나 첫사랑은 진즉에 끝났잖아요
[발랄한 음악] (규리) 야, 여자는 매번 사랑에 빠지면
그게 첫사랑인 거거든?
치, 어린 네가 뭘 알겠냐
[진의 헛웃음]
(진) 어려도 알 거 다 알거든요?
이거 보원이 형 때문에 한 거잖아요 보원이 형 때문에
- 야, 야, 야! - (진) 아, 아! 아유, 왜 때려?
아까부터 짜증 나게 그 인간이랑 왜 엮어 대?
(진) '아까부터 짜증 나게 그 인간이랑 왜 엮어 대?'
(규리) 아휴! [진의 아파하는 신음]
[진의 약 올리는 신음] 저, 규리 씨
[놀라며] 영구 씨, 왜요? 무슨 일이죠?
아, 부탁이 하나 있는데
[의미심장한 음악]
알았으니까, 다들 가 봐
아, 가라고, 좀!
(다이애나) 빨리 좀 가라고
가라고, 좀!
[신난 웃음]
[다이애나의 한숨]
드디어 왔네
란, 열어 봐
[쉭 소리가 난다] [긴장되는 음악]
[휴대전화 메시지 수신음]
(란) 아가씨
마왕준의 현재 위치 찾았습니다
완벽해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아이, 기자들이 없어야지
(왕준) 금은동을 만나서 담판을 짓든가 말든가 할 텐데
(은동) 아이고, 우리 기자님들 기다리셨습니다
(기자7) 대표님, 그, 마왕준 씨
뭐, 새로운 소식 없습니까?
(은동) 아이, 박 기자님, 왜 그러십니까?
저, 식사들 안 하셨죠?
들어가서 식사 먼저 하시고 그리고 얘기 나누시죠
(기자1) [웃으며] 대표님
저희 지금 마왕준 후속 기사 때문에 다들 기다리고 있는데요
아유, 왜 그러십니까
마왕준은 이미 끈 떨어진 연인데 뭐 하러요
(은동) 그, 기사 써 봐야 아무도 안 읽습니다
대신에 우리 화니
새로운 드라마 딱 들어가는데 제가 그거 털어 드릴 테니까
식사 먼저 하시죠, 예?
제가 쏩니다, 들어오십시오
김 기자님, 들어오세요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무거운 음악]
(기자8) 후속 기사 없다, 아휴
- (여자1) 마왕준 아니야? - (여자2) 어, 어?
(여자1) 사람 때렸다며?
[왕준의 한숨]
(왕준) 씨…
(영구) 여자 친구
미안해, 오래 기다렸지?
(다다) 음, 나도 온 지 얼마 안 됐어요
(영구) 근데 일 끝나고 왜 여기서 만나자고 한 거야?
집에 가면 왕준이도 있고
리얼 팀 식구들도 드나들 거고
영구 씨랑 둘이 있고 싶어서요
[잔잔한 음악]
[영구의 웃음] (다다) 앉아요
여자 친구
나 궁금한 게 있는데
뭔데요?
여자 친구도 첫사랑이 있었어?
첫사랑요?
(다다) 씁, 있었죠
초등학교 1학년 때
안 이루어졌지?
당연하죠
이루어졌으면 내가 여기 있겠어요?
(다다) 걔한테 시집갔지
근데 그건 왜요?
[살짝 웃는다]
응? 봉숭아 물이네요
이거 누가 해 줬어요?
내가 규리 씨한테 부탁했어
[웃음]
와, 진짜 오랜만이다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 물이 안 지워지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면서
근데 나
손톱이 자라지 않잖아
(영구) 그리고 내 첫사랑은
여자 친구니까
그러니까
여자 친구랑 나
우리 둘은 이루어질 거야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남자 친구가 로봇이라서
진짜 다행이지?
(다다) 응, 다행이에요
왜 울어, 울지 마
[다다가 훌쩍인다]
[다다가 숨을 하 내뱉는다]
누가 로봇이 완벽하다 그랬어
(영구) 응?
이럴 땐 웃고만 있는 게 아니라
안아 주는 거예요
[영구의 웃음]
[한숨]
[덜컹거리는 소리가 난다]
[한숨]
(기자3) 집에 있는 건 맞는 거야?
(기자9) 이러다가 날 새우겠네, 정말, 아휴
(기자5) 언제까지 기다려야 되는 거야, 도대체?
(기자10) 아, 집에 있긴 있나?
(기자11) 아, 언제 나온대?
(기자12) 그러니까, 진짜 언제 나오는 거야?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란) 마왕준 씨?
마왕준, 안녕? [흥미진진한 음악]
(다이애나) 뭘 멍청하게 보고 서 있어?
직원이면 문이나 열어
그러는 넌 뭔데?
(영구) 여자 친구
넌 그때…
할 얘기가 있어
타
[캐리어를 달그락거린다]
내가 거길 왜 타?
(왕준) 너랑 노닥거릴 기분 아니니까
가, 그냥
(다이애나) 그 영구라는 애
로봇이라는 거 알아?
네가 원하는 걸
갖게 해 줄게
타
[문이 탁 닫힌다]
(다다) 아니, 짐도 다 어디 갔고
말도 없이 어딜 간 거야?
집으로 돌아간 거 아닐까?
기자들 때문에 못 갈 텐데
내가 나가서 찾아볼게
그래 줄래요?
혹시 외출했다가 기자들이 따라붙었을지도 몰라요
걱정하지 마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한숨]
(왕준) 할 얘기라는 게 뭐야? 아니
그 전에
그 자식이 로봇이라는 거
넌 어떻게 알아?
(다이애나) 그야
내가 원래 주인이니까
- 원래 주인? - (다이애나) 그래
그 영구…
아니, 켄은 원래 내 장난감이야
근데 그 엄다다라는 여자애가 훔쳐 갔어
훔쳐? 다다가?
뭐, 중간에 배송 실수가 있었던 모양인데
(다이애나) 그걸 기회로 꿀꺽해 버리더라고
뭐, 도둑질이지, 한마디로
그래서?
내 생각엔 너랑 나랑 목적이
같아 보여서 말이지
너 그 엄다다라는 여자애가 탐나잖아
[왕준의 헛기침]
(왕준) 그러니까 네 말은
너랑 나랑 둘이 합심해서 그 둘을 찢어 놓자
뭐, 이런 거야?
아니, 그냥
그냥 원래 자리로 돌려놓자는 거지
장난감은 내 옆으로
그 여자애는 네 옆으로
[왕준의 헛기침]
[입소리를 쩝 낸다]
[왕준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피식 웃는다]
아니
난 필요 없는데, 네 도움 따위
(왕준) 다다 마음은 다다가 결정할 일이고
만약에 돌려놓는대도
내 힘으로 돌려놓을 거야
용건 끝났으면 간다
뭐 하는 거야?
비켜
[헛웃음 치며] 비키라니까
[의미심장한 효과음]
[무거운 음악]
(왕준) 너…
미안
애초에 네 동의 따위 구할 생각 없었어
(다이애나) 데려가
(다다) 대체 마왕준 어딜 간 거야, 말도 없이
지금 기자들 만나면 곤란할 텐데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다다) 마왕준
엄다다
[어두운 음악] 너 대체 말도 없이 어디 갔다 온 거야?
[다다의 한숨]
여기 우리 둘밖에 없구나
영구 씨는 너 찾으러 나갔어
잘됐다
[문을 달칵 잠근다]
[감성적인 음악]
(다이애나) 세상에 네가 로봇인 게 알려지면 본사에서 널 회수해 간다면서?
네가 그렇게 죽고 못 살던 엄다다도
평생 못 보게 될 텐데?
(왕준) 그쪽이 만든 로봇 말이에요
사람이 아닌 게 들통이 나면 본사로 보내진다는 게 사실입니까?
(왕준) 네가 자꾸 이렇게 나오면
나도 나쁜 마음 먹을 수밖에 없게 돼
반드시 떼어 놓을 거야
무슨 수를 써서든
- (제로텐) 다다야 - (다다) 왕준아, 나는
(제로텐) 나한테 하루만 시간을 주면 안 될까? 아니, 딱 한 시간만
부탁할게
엄다다 그 계집애, 없애 버리라고
(제로텐) 그럼 이제 슬슬 시작해 볼까?
우리가 여기 온 이유
(왕준) 엄다다!
다다야! 다다야, 너 괜찮…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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