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봄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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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원) 그럼 우리 다정 씨를 이제 뭐라고 불러야 되나?
넌 '우리'나 떼고 말해
왜 우리야, 내 다정 씨지
[저마다 탄식한다]
(승원) 그냥 제수라고 불러야 되나?
(하늘) 야, 넌 형수지 넌 8월생이잖아
(승원) 그럼 그냥 다 편하게 오빠, 동생으로 하죠
(다정) 어, 그건 저희 엄마한테 입양 의사를 물어봐야…
(승원) 좋아요
그럼 그냥 다 친구로
다 말 놓자, 야자 어때?
(은하) 전 반대요
말 놓으라고 하면 정신까지 놓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봐 가지고
(승원) 그러면 우리 회사에서처럼 서로 '님' 자 붙일까요?
[한숨 쉬며] 저기 늘 그렇게 말하는 편이세요?
(은하) '그냥 아무거나 말하다 보면 하나는 걸리겠지'
그런 심정으로?
(하늘) 은하 씨 까마귀 같아요
[영도의 의아한 신음] (은하) 네?
(하늘) 아, 까마귀가 알고 보면 되게 똑똑하거든요
[은하의 옅은 탄성] 눈치 없는 동료는 무시하기도 하고
원인과 결과를 추론하는 능력도 있고
- (은하) 아, 또 좋은 뜻이었구나 - (하늘) 아유, 그럼요 [휴대전화 진동음]
[은하와 하늘의 웃음]
(다정) 아, 안가영 씨 오늘 못 온대
[사람들의 놀란 신음] (은하) 진짜?
아, 드라마 마지막 회 같이 보자고 했는데
(철도) 우리끼리라도 보면 되지, 뭐
(다정) 내가 빔 갖고 올게
(영도) 어, 아니, 아니에요
[집게를 탁 내려놓으며] 내가 가지고 올게요, 다정 씨는 있어요
[저마다 탄성을 지른다]
(은하) [웃으며] 어유, 진짜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그럼 우리끼린 그냥 다 인정머리 없이 '씨', '씨' 한다 치고
둘은 뭐라고 부르나?
(승원) 동사무소에서처럼
'강다정 씨', '주영도 씨' 뭐, 그러진 않을 거고
(다정) '강다정 씨', '주영도 씨' 그렇게 부르죠
(승원) 쓰읍, 영도가 여자 친구를 뭐라고 불렀더라?
'뿡뿡', '씽씽' 그런 거 아니었나?
- (은하) 뭐야 - (하늘) 야, 왜 그래, 하지 마
(승원) 아, 맞다! '쏭쏭'이었어 송씨였잖아
송이 송이 송송송
(다정) 어, 내 전 남자 친구도 송씨였는데
송이 송이 송송송
(승원) 아…
내가 영도가 연애하는 걸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정말 감개가 무량하다정 다정 다다다
(하늘) 아, 그만 좀 해 [하늘이 입바람을 후 분다]
[승원의 신음] [함께 웃는다]
(승원) 아, 뭐 어때, 다 지난 일인데 그렇죠, 다정 씨?
(다정) 그럼요
저도 뭐, 백 명쯤 만났는데요, 뭐
(승원) [놀라며] 백 명? 백 명이요?
(철도) 나 술 처음 가르쳐 준 게 영도 형이었는데
오늘 같은 날 한잔 괜찮지 않나?
(하늘) 안 먹는 게 좋죠
(다정) 주영도 씨 원래 술 많이 마셨어요?
(승원) 한때 엄청 마셨죠
(하늘) 아, 영도가 술을 많이 마신 건 아니지
끝까지 있어서 그렇지
알쓰 처리반이라고
그, 널브러져 있는 애들 깨워서 보내고
주워서 택시 태워 보내고
(승원) 그러다 여자 친구도 태워 보내고
♪ 주영도 마음속으로 ♪
와, 근데 진짜 다정이하고 진짜 똑같다
다정이도 빗자루 처리반이었거든요
토하는 애들 머리 묶어 주고 등 두들겨 주고
(은하) 그러다가 남자 친구 마음도 두들겨 주고
(하늘) 아… [승원의 탄성]
[하늘의 웃음]
- 괜찮았어? - (다정) 굿 잡
(은하) 어, 굿 잡? 나이스
(승원) 다정 다정 다다다
[하늘이 입바람을 후 분다] [승원의 신음]
[함께 웃는다]
(은하) 몇 번 쓰러질 거야, 오늘?
[하늘이 입바람을 후 분다] [함께 웃는다]
[도어 록 작동음] (은하) [웃으며] 거의 이 정도면…
(승원) [장난스럽게] 영도야
[도어 록 작동음] 다정 씨, 이거 어디다가…
[조작음]
[작동음]
[카메라 셔터음] (철도) 오, 화질 좋고, 분위기 좋고
(영상 속 남희) 이럴 거야? 어?
정말 이럴 거야? 안 도와줄 거야? 어? [카메라 셔터음]
[흥미진진한 음악] 왜 이러니
(남희) 그렇지
(비서) 차주분, 차 키 받으십시오
(남희) 예? '차주분'이요? 이게 뭐예요, 이게? [웅장한 음악]
(비서) 이제 저 차는 당신 겁니다
저, 저기요, 사장, 사장님
사장님, 자, 잠시만요!
[당황한 신음]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저기, 진짜 제 거예요? 예?
(남희) 이거 제, 제 거예요? 예?
[감동적인 음악] 공주
너야? 지, 진짜 너야?
뭐야, 너 어떻게 된 거야
너를 만나러 먼 길을 돌아왔지
보고 싶었다
[드라마 소리가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조작음]
(승원) 야, 이거 봐
(하늘) 아, 핸드폰으로 찍은 걸 왜 굳이 인화를 하냐
(승원) 사진은 무조건 뽑아야 남는 거야
(하늘) 하, 희한하네 [승원의 웃음]
(승원) 야, 영도야, 여기 봐
다정 씨랑 찍었어
철도 씨, 여기
[은하의 웃음] (승원) 내 사진
[승원의 웃음] (은하) 선명하게 인화되네?
(승원) 이거도 내 거, 이거도 내 거 [은하의 탄성]
[승원의 웃음]
[잔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물소리가 들린다]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남희) 뭐, 뭐야, 뭐야 당신, 당신 뭐야!
[천둥이 콰르릉 친다]
여보!
[극적인 음악] (남희) '여', '여보'? '여'…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영도가 달그락거린다] [부드러운 음악]
(영도) 누구 그린 거예요?
누가 봐도 우리잖아요
음, 그렇구나
왜요? 뭐가 이상해요?
쓰읍, 그때 그 꼬마 그림 분석했던 거 기억나요?
(영도) 그림에서 비가 많이 온다는 건 스트레스가 많다는 거고
손이 안 보이는 거는 외부와의 소통이…
(다정) 하지 마요, 그거, 분석하는 거
[입소리를 쩝 내며] 알았어요
[영도가 피식 웃는다]
하지 말라니까요?
나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웃었잖아요
뭔가 이상한 거 혼자 안다는 것처럼
알았어요, 안 할게요
[다정의 웃음]
[다정의 헛기침]
아니요, 해 봐요, 뭔지 알아야겠어요
싫어요, 또 멱살 잡을 거잖아요
그 정도로 이상한 거예요?
아니에요, 별거 아니에요
(영도) 정리 다 했으면 이제…
말해 봐요, 뭔데요
진짜 후회 안 하겠어요?
어, 일단
(영도) 눈을 이렇게 동그랗게 뜨고 있다는 건
세상을 잘 보겠다는 거예요
소통의 의지 같은 거고
다정 씨 직업하고 잘 어울리는 거죠
- 그리고요? - (영도) 음
(영도) 다정 씨 자화상에서
제일 눈에 들어오는 거는
머리카락인데
굉장히
풍성하게 그려 놨잖아요
보통 어른들의 자화상에서 눈썹이나 머리카락은 에너지인데
그중에서도 성적인
[익살스러운 음악] 말하자면 이…
서, 성욕을 뜻하는 건데
(다정) 어머, 웬일이야, 어머
(영도) 아, 다정 씨, 어디 가요 여기 다정 씨 집인데
[문이 달칵 여닫힌다]
[연아와 여자1이 대화한다]
(미란) 왔어
(연아) 어, 자기 왔어? [연아의 웃음]
(여자1) 다정이 연애한다며?
(미란) 자기 입술이 위아래 다 해서 50원이야?
왜 이렇게 입이 싸?
(연아) 좋은 일이잖아
(여자1) 뭐 하는 사람이야? 어? 몇 살이야?
얼굴이 배우처럼 훤하다며, 어? [여자1의 웃음]
(연아) 뭐, 다정이는 뭐 인물이 빠지나?
- (여자1) 그럼 - 다정이가 내 딸이면
난 벌써 미스 코리아 시켰어 [여자1이 호응한다]
오지랖이 그렇게 넓어서 이 좁은 강릉 바닥에서
(미란) 어떻게들 살았대?
어떻게 질문들이 예측을 한 치도 벗어나질 못해
아유, 그래서 누군데
(연아) 아, 대답을 좀 해 봐
뭐 하는 사람이야, 어?
근데 피자집 좀 이상하다, 어?
아, 원래 같았으면 자기가 먼저
뭐다, 뭐다 이렇게 엄청 자랑을 했을 건데
왜, 혹시 무슨 하자 있어? 어?
(여자1) 아이, 한 번 갔다 왔다거나 몸이 좀 성치가 않다거나
[연아가 여자1을 툭 친다] - 왜? - (미란) 보수 공사 하니?
하자 찾고 있게?
(미란) 어떻게 생각하는 걸 다 말로 뱉고 있어
사람이 왜 그래
어디 아프면 좀 어때
한 번 갔다 오면 그게 뭐!
아유, 자기가 잘못했어!
(연아) 다정이가 어디가 모자라서, 어?
아이고, 진짜
자기야, 뭐, 뭐 좀 싸 줄까?
(미란) 됐어!
남의 속 뒤집지 말고 전이나 뒤집어, 쯧
[여자1의 당황한 신음] (연아) 아, 왜 좋은 일에 화를 내고 그래
[여자1이 속삭인다] 아유, 성격 되게 이상해, 진짜 아유, 아유, 진짜!
[한숨]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 여보세요? - (상담원) 안녕하세요, 고객님
(상담원) 명인카드 이윤하 상담원입니다
좋은 대출 상품이 나와서 안내드리게 되었는데 [옅은 한숨]
죄송해요, 안 할게요
[휴대전화 조작음]
[자동차 경적] [가영의 비명]
[가영의 거친 신음] [신호등 알림음]
(매니저) 누나, 괜찮으세요?
[아파하는 신음]
[철희가 술을 조르르 따른다] (철희) 음…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휴대전화를 툭 놓으며] 카페 한답시고 내 돈이나 깨 먹을 줄 알았는데
그래도 좀 벌었네?
잘했어
너도 수고했다
[철도가 잔을 탁 내려놓는다] 저 이제 밥 먹었으니까 일어나도 되죠?
너는 내가 지금 몇 달 만에 왔는데
그래서 같이 밥 먹었잖아요
그냥 좀 앉아 있어
철도한테 카페 운영 잘했다고 말했으니까
이제 저한테 시집가라고 할 순서잖아요
그 말 들으면 제가 소화가 안 돼서요
(철희) 아, 그럼 뭐, 결혼 안 할 거냐?
제가
어떻게 살고 싶은지
한 번이라도 물어본 적 있으세요?
네가 언제 말을 했냐?
언제 제 말을 들으신 적은 있으세요? [철희가 후루룩 먹는다]
- (철도) 좀 참아 - 너나 참아
넌 네 아버지니까 참을 수 있겠지
(은하) 네 졸업식, 입학식
한 번도 안 빠지고 다 가셨으니까
너는 나한테 전화 한번 안 하면서
(철희) 내가 졸업식…
안 간 게 그렇게 아직도 서럽냐?
네
평생
아버지 철도 아버지셨잖아요
[무거운 음악]
(은하) 집에 전화가 와도
항상 철도 아버지 계시냐고 물었지
은하 아버지 찾은 적은 단 한 번도 없어요
카페 일도
해도 제가 더 열심히 했어요
저한테 언제 먼저
'잘했다', '고생했다'
칭찬한 적 있으세요?
[한숨] 그냥 빨리 치워야 되는 반쪽짜리 딸 말고
제가
온전한 자식인 적은 있으세요?
[잔을 탁 내려놓는다]
[철희가 쓴 숨을 내뱉는다]
[문이 탁 여닫힌다]
[잔을 탁 내려놓는다]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혼자 바빴지? 미안
(아리) 아니요, 별로 안 바빴어요
근데 사장님한테 갤럭시라고 부르는 안가영 씨 있잖아요
응, 또 왔어? 지금 어디 있는데?
아니요, 온 건 아니고
사고 났다고 기사 떴어요
사고?
열애설 말고?
[의료 기기 작동음]
(매니저) 급정거하면서 앞좌석에 발이 꼈어요
하…
발목을 좀 접질렸는데
촬영하는 덴 딱히 지장이 없을 거 같습니다
네
(매니저) 누나, 괜찮으세요?
(가영) 어, 괜찮아
(매니저) 아, 저 그러면 마무리 좀 하고 올게요
- 어, 그래, 잘 갔다가 와 - (매니저) 네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힘주는 신음]
(가영) 어
어, 아니야, 아주 살짝 다친 거야
[가영의 힘주는 신음]
어?
어, 아무튼 운동은 못 가니까 또 으르렁대지 말라고, 알았어?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진호야, 일단 끊어 봐
[휴대전화 조작음]
[무거운 음악]
[가영의 놀란 숨소리]
- (여자2) 어떡해 - (여자3) 진짜 사귀어?
- (여자2) 우아, 멋있다 - (여자4) 팬이에요
(패트릭) 안가영
가영아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어머, 패트릭 씨, 안녕하세요
(가영) 친척분이 여기 입원하셨다고 들었…
[사람들이 놀란다] [부드러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패트릭을 툭 때린다] (가영) [작은 소리로] 미쳤어?
사람 이렇게 갑자기 놀라게 하면 어떡해!
[떨리는 숨소리] 나보다 놀랐을까?
(가영) 어떻게 할 거야! 진짜
[패트릭을 툭 치며] 어떻게 할 거야 어떻게 할 거야!
[한숨]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여자5) 사귀나 봐
(여자6) 오빠 내 건데
이제 한 시간이면 도착할 거 같아요
(영도) 강릉 가고 있는 거 맞죠?
부산 가면 안 돼요
어, 여기 표지판에 뭐라고 쓰여 있다
(영도) 뭔데요?
나 또 닥치라고 쓰여 있어요?
아니요 '주영도는 조심해서 오시오'라고
(영도) 출발할 때 전화할게요
네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벨 소리]
[조작음]
(다정) 응
(은하) 어, 나 지금 옥상인데
지금 여기 누가 좀 왔거든?
네 집에 좀 넣어 놔도 되니?
- 안가영 씨? - (은하) 어
(은하) 근데 혼자가 아니라 길고 훤칠한 뭔가 하나를 달고 왔어
[한숨]
문 열어 주고 물도 주고 만두도 시켜 줘
전화번호 싱크대에 있어
갈 데도 없을 건데
(은하) 어, 그럴게, 운전 조심하고
응, 집에 들어갔어?
(은하) 여보세요? 어
어, 나 지금 집에 들어왔어, 어
잠깐만
- 다정이예요 - (가영) 어
어떡하지?
나 또 신세를 왕창 지게 생겼네?
이러다 강다정한테 대대손손 빚 갚겠어
[가영이 피식 웃는다]
(가영) 최대한 얌전히 있다가 갈게요 고마워요
너도 고맙다고 인사해
(패트릭) 아, 네, 감사합니다
네, 나중에 따로 또 인사드릴게요
네
(은하) 네
어 [산뜻한 음악]
어, 알았어
여긴 걱정하지 마
응
(은하) 속 탈 텐데
이거 레몬수랑 얼음이랑 자동으로 채워지는 거니까
마음껏 드시고
아, 좋아하는 만둣집 전화번호는 싱크대 안에 스티커 붙여 놨대요
[가영의 웃음]
더 필요한 거 있으면 얘기하시고
전 그럼 이만, 네
고마워요, 갤럭시 박
(은하) 네
[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풀벌레 울음]
(미란) 아, 많이 기다리셨죠? 여기 있습니다
- (미란) 네 - (손님) 감사합니다
(미란) 맛있게 드세요 [기어 조작음]
[다가오는 발걸음]
(미란) 왔어?
응, 나 왔네
자주 온다
그러게
엄마, 나 뭐 할까?
(미란) 할 게 뭐 있어 그냥 집에 가 있어
서울에서 내내 일할 건데
엄마
(미란) 응
엄마,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
[차분한 음악]
(미란) 엄마가 미안해
어?
내가 딱히 잘 키운 것도 아니고
넌 네가 혼자서 잘 큰 건데
(미란) 근데도 내가 생색내고 싶나 봐
로또 같은 내 딸이
너무 아까운가 봐
마음이 쥐똥 같아지네, 자꾸
엄마, 근데
주영도 씨 진짜 좋은 사람이거든
알아
노력 중이야
엄마가 시시하지?
[울음 섞인 웃음]
엄마가 어떻게 시시해
(다정) 엄마는 뭘 해도 안 시시해
세상에서 제일 안 시시해
고맙다
[함께 웃는다]
[코를 훌쩍인다]
들어가자, 엄마 일해야 돼
(다정) 응
[함께 웃는다]
[미란의 한숨]
[미란이 다정의 등을 토닥인다]
(미란) [다정을 톡톡 치며] 가자
[코를 훌쩍인다]
[어두운 음악]
[심전도계 비프음] [의료 기기 작동음]
(다정) 옆에 아무도 없었냐고도 물어보고 싶어요
누구든 한 명만 있었다면
(체이스) 아무도 없었다면요?
나라도 도와주고 싶다고 했겠죠
지금이라도
더는 나빠지지 말라고
(영도) 그곳에 남겨진 게 나였어도
(영도) 나는 똑같이 말할 겁니다
그게 지금 당신이라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나는 도울 겁니다
[문이 철컥 닫힌다]
뭘 숨기냐고 하셨죠?
그랬었죠
[어두운 음악] 이렇게 오신 건
그걸 말해 주러 오신 것 같은데
황재식이 어디 있는지는 모릅니다
다만
누가 데리고 있는지는 알고 있습니다
[재식의 떨리는 숨소리]
[문이 탁 열린다]
누구야
누구야
나다, 이 새끼야
황재식
너를 김명자, 이정범, 조광훈 노현주 살인 및 최정민 협박
[무거운 음악] (진복) 주거 침입의 혐의로 체포한다
지금부터 하는 말
불리하게 적용되는 거 잘 알 거고
변호사 부를 거면 불러 보든가
[한숨]
[비가 쏴 내린다]
- (영도) 안녕하세요, 저 왔습니다 - (미란) 응
(미란) 운전해서 오느라 고생했겠네 밥은?
먹었습니다
거짓말은 못 하니까 먹고 온 건 사실이겠고
(미란) 여기 마무리를 좀 해야 되는데 좀 기다릴래?
(영도) 아니요, 저도 돕겠습니다
[스위치 조작음]
(다정) 엄마, 우리 둘이서 가게 정리 다 했어, 바로 퇴근하면 돼
(미란) 다정아, 슈퍼에 가서 쭈쭈바 세 개만 사 와
(영도) 제가 갔다 올게요
- (다정) 같이 가요 - (미란) 다정이가 갔다 와
영도는 나랑 이야기 좀 하고
어, 엄마
나한테 좀 섭섭하지?
그렇게 이뻐해 놓고는
아프다고 하고 결혼했었다고 하니까
(미란) 마음이 쓱 돌아선 거 같고
전혀 아닙니다
이렇게 만나 주셔서 감사하고요
나는
내가 했던 사랑 때문에 피멍이 들었었어
(미란) 비유가 아니라 진짜로
뻘겋게
그러다 시퍼렇게
여름에도 스카프를 하고 다녀서
동네에서 다들 수군거렸지
근데 겨우 그런 사람을 내가 내 손으로 버리고 나오는데
[애잔한 음악]
나는
그런데도 눈물이 나더라
네가 너무 좋은 사람인 거 같아서
내가 더 마음이 아팠나 봐
[미란의 떨리는 숨소리]
아파도 되니까
숨기지 말고 미안해하지 말고 다 말해 줘
내가 뭘 해 줄 수 있는지
뭘 먹어도 될지 뭘 하면 안 되는지
그리고 다정이한테 네가 말한 대로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오래 살아 줘
그럴 수 있지?
꼭 그러겠습니다
[옅은 웃음]
지켜볼 거야
감사합니다
(미란) 감사하지 마
아직은 내가 미안한 게 더 많아
[미란의 헛웃음]
나도 어쩔 수 없는 엄마고 속물인가 봐
[미란이 살짝 웃는다]
[비닐이 부스럭거린다]
거기서 뽀스락거리지 말고 쭈쭈바나 갖고 와
어, 엄마
나 엄마가 좋아하는 걸로 다 사 왔어
(다정) 아유
[새가 지저귄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영도가 문을 탁 닫는다]
(미란) 아침 먹어야지
(영도) 아, 예 집밥 정말 오랜만에 먹는 거 같습…
[미란이 손을 탁탁 턴다]
(미란) 뭐 해, 나가야지
나가요
[익살스러운 음악] 어딜…
(미란) 어, 다정이 얘가 입맛이 까다로워서
집에서 뭘 해 줄 수가 없어
'양파는 껍질을 까서 먹어야 된다'
'콩은 익혀서 먹어야 된다'
'김치볶음밥에 왜 김치는 없냐'
잔소리가, 잔소리가
아, 어여 나와
[영도의 당황한 숨소리]
도대체 뭘 먹고 산 거예요
피자?
[밝은 음악]
(미란) 응
(다정) 어, 엄마, 나도
(미란) 야, 새우
[영도의 탄성]
(영도) 피자 맛있는데요? [미란이 호응한다]
(다정) [작은 소리로] 명심해요
이게 우리 집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이라는 걸
[영도가 호응한다]
- (영도) 진짜 맛있어요 - (미란) 그렇지?
언제든 와서 먹어
(미란) 다음엔 내가 김치찌개라도 끓여 주든가
(영도) 아, 아닙니다
다음에 와도 반드시 꼭 이걸 먹겠습니다
(미란) 그럴래?
[웃으며] 하긴
우리 집 피자가 좀 맛이 있지
- (영도) 예 - (미란) 먹어, 응
(미란) 따라 나와, 나랑 시장 가자
(영도) 아, 예
(다정) 엄마 주영도 씨랑 같이 가서 뭐 하게?
뭐 하긴, 이것저것 부려 먹어야지
(미란) 신고식도 살짝 하고
(다정) 저런
넌 알바 오빠 올 때까지 가게 좀 봐
(미란) 가자
(미란) 준비됐지?
(영도) 예? 어떤 준비…
전자레인지에 들어가서
빙빙 돌고 있는 생선 대가리가 어떤 기분일지
생각해 본 적 있어?
(영도) 아니요
곧 알게 될 거야
정신 바짝 차려
[발랄한 음악]
(미란) 있어, 과일 사 올 테니까
인사들 하고
- (연아) 어 - (여자7) 알았어요
(연아) 갔다가 천천히 와
(영도) 아니, 저기…
(연아) 어, 저기, 어…
TV에서 본 거랑 똑같이 생겼네요 [연아의 웃음]
- (연아) 이름이 뭐예요? - 예, 주영도입니다
(연아) 어머, 어머, 세상에 이름도 멋있어 [여자7이 호응한다]
[연아의 웃음] (여자1) 뭐 하는 사람이야?
저쪽에서 통 말을 안 해 가지고
정신과 의사입니다 [여자들의 놀란 신음]
(여자1) 아이고, 아이고, 잘됐다
우리 딸이 맞벌이를 해 가지고 내가 열 살짜리 손녀를 데리고 있는데
얘가 너무 산만해, 어?
아니, TV를 틀어 놓고선 핸드폰 하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면서 밥을 먹다가
- 또 친구들한테 전화를 해 대다가 - (연아) 아이고
(여자1) 이거 어디 아픈 거지? 어?
아니요, 요즘 워낙 그런 친구들이 많아서요
- (여자1) 많아? - (영도) 아직 열 살이면 뭐
(영도) 보호자분께서 핸드폰 사용에 대해서
조금 더 지도를 해 주시면…
그거 록 걸면 돼
- (여자들) 록이 뭐야? - (여자7) 아, 있어, 그런 거
(여자7) 내가 나중에 알려 줄게 아, 그건 그렇고
혹시 바람피우는 거는 어떻게 고쳐야 돼요?
[여자1의 놀란 신음] - (연아) 자기 남편 바람피워? - (여자7) 자기야, 아니야! 미쳤어!
[여자7의 헛기침] (연아) 피우지?
- (여자7) 나 아니고 우리 계 모임에 - (연아) 어, 어
- (여자7) 막련이 있잖아 - 아씨, 그 새끼 그럴 줄 알았어
(여자8) 동상
(여자1) 그거는 딴거 없어 딴거 없어 [여자7의 웃음]
부적을 써 가지고는 속옷에다가 딱 붙여 놓는 거야
[연아가 짜증 낸다] (여자7) 아, 요즘 세상에 부적 쓰는 사람이 어디 있어!
- 아이, 거참 - (여자7) 에이
(여자7) 다정이 애인 비웃겠다
- (연아) 무슨 이야기야, 진짜 - (여자7) 우리 그런 사람 아니야
(연아) 창피해, 창피해 [여자7의 웃음]
(영도) 아니, 뭐 점을 보든 상담을 받든
- (연아) 네, 네, 네 - (영도) 누군가한테 이렇게
이야기를 털어놓는다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되는 부분이
- (여자1) 거봐 - (영도) 분명히 있긴 한데요
(영도) 사실 전문가도 조언을 하는 게 쉽진 않기 때문에 [여자8이 호응한다]
비전문가에게 그런 고민을 전적으로 믿고 맡긴다는 건 좀…
[손가락을 탁 튀기며] 아! 문미란이가 잘 가는 집 있어
[여자1이 호응한다] (연아) 얼마 전에도 부적 하나 써 왔다는데
- (연아) 거기다가 물어보라 그래 - (여자7) 아하! 오케이
(연아) 어? 다정이 왔네?
[여자들의 반가운 신음]
- (다정) 안녕하세요 - (여자9) 어, 그래그래, 안녕
혹시 저희 엄마는…
어, 문미란이는 과일 사러 갔지 [여자1의 웃음]
(여자7) [장난스럽게] 아이고 우리 다정이 신랑 챙기러 왔구나
[여자7의 웃음]
(여자1) 이제 둘이 가서 놀아, 어?
가만있어 보자, 자
[익살스러운 음악] 저기 가서 호떡도 좀 사 먹고, 어?
(연아) 아, 5천 원이 뭐야, 치사하게 5천 원 더 줘!
- (여자7) 더 줘! - (여자1) 열 개에 5천 원…
(다정) 안녕히 계세요, 또 올게요 [연아가 호응한다]
[함께 인사한다] (영도) 수고하세요, 예
(미란) 우리 다 다정이 이모들인 거 알지? 어
다정이한테 잘못하면 큰일 나!
암만, 일단 우리 집에서 회를 뜰 거고
우리 집에 튀김기 있는데 거기다 싹 튀겨 가지고
고추장 싹 발라 갖고 꼬치 딱 끼우면
[여자1의 웃음] (여자7) 진짜 아플 거야, 그렇지? 야
(연아) 나는 그냥 확 뒤집을 거야
[여자들이 계속 말한다]
(다정) 미안해요 엄마가 버리고 갈 줄은 몰랐어요
이런 일은 처음이라
(미란) 신고식 끝났어?
그럼 이거 들어야지
자, 들고, 자
와
(태정) 누나하고 영도 형 강릉 갔대
(은하) 응, 그러더라?
우리도 갈까?
갔었잖아
그렇게 가는 거 말고
말하자고? 엄마한테?
아직 그건 아닌가?
[잔잔한 음악] 글쎄…
(태정) 어차피 다 알 거 아는 사이잖아
그래서 문제인 거지, 다 아시니까
우리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나 중학교 때 어떻게 놀았는지
내가 누굴 만났는지
술 마시면 어떻게 되는지
난 뭐, 몰라서 만나?
나 열두 살 때 누나 처음 봤어
깻잎 머리
하, 엄마 엄청 놀라시겠다
그렇게 치면 누나 아버지는
[한숨] 차차 생각하자
[은하의 한숨]
(가영) 헬로? 서울엔 언제 와요?
아니, 내가 막 심심한 건 아닌데
그냥 베프가 좀 보고 싶달까?
난 아직 강릉이에요
좀 더 있다 갈 거 같은데
남자 친구는 갔어요?
(가영) 이 와중에도 일은 해야 되니까
근데 강릉이면 혹시 그 피자집?
어떻게 알았어요?
(가영) 아하, 다 아는 방법이 있지
알았어요, 나 신경 쓰지 말고 데이트 잘해요
(다정) 네
[문이 달칵 열린다]
[휴대전화 조작음] [문이 달칵 닫힌다]
다정 씨가 강릉 인싸였구나
이모가 참 많네요
그분들이 저를 먹여 살렸죠
(다정) 하마터면 안 익은 콩밥 먹고
양파 껍질 씹으면서 자라날 뻔
저런
나랑 강릉에 왔으면 이걸 꼭 먹어 봐야 돼요
내 소울 푸드랄까?
[영도가 호응한다]
그래서 다정 씨가 힘들 때 떡볶이를 찾는구나?
혹시 몇 살이었어요? 이거 처음 먹은 게
열한 살?
(다정) 열두 살?
원래 열 살 전후로 뇌에 신경 회로가 많이 생겨요
각인 효과 같은 건데
(영도) 나도 그때 응원하던 야구팀 아직도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주영도 씨도 아직 사탕을 좋아하는 거고
그건 첫사랑이 놓고 간 거니까
[다정의 웃음] [부드러운 음악]
(다정) 아…
중학교 때 은하랑도 여기 많이 왔는데
좋아하는 사람 생기면
우리도 꼭 이름 적자고 했었거든요
오늘 적고 갈까요?
그래요
[다정의 웃음]
(영도) 어?
여기 은하 이름도 있네요?
옆에 태정 씨 이름도 있고
(다정) 어머
신기하네, 흔한 이름도 아닌데
[흥미로운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나중에 은하한테 보여 줘야지
아…
먼저 서울 가야 되죠?
(영도) 아…
그래서 말인데
이거
타이밍을 좀 놓쳤어요 어제 집에서 주려고 했는데
열어 봐요, 나 물 가지고 올게요
(영도) 자
(다정) 나 손 두 개라고 시계 두 개 준 거예요?
번갈아 보고 약속 늦지 말라고?
(영도) 저런
하나는 어머님 건데
(다정) 헐!
[영도의 웃음]
(영도) 뇌물 같아서 미리 못 드렸어요
다정 씨가 대신 전해 줄 수 있죠?
(다정) 엄마 좋아하겠다
근데 어떻게 시계 살 생각을…
시간을 선물하고 싶어서요
오래오래 함께하겠다고
약속 같은 거네요?
고마워요
[영도의 웃음]
(영도) 먹어요
[풀벌레 울음]
[잔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잔잔한 음악]
[은하가 휴대전화를 툭 꺼낸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철도) 왜 또
편의점 앞으로 와
(철도) 아, 왜 또
와 보면 알아
[휴대전화 조작음]
[깊은 한숨]
[잔을 탁 내려놓는다]
[콜록거린다]
(은하) 가서 앉아 있으라고
(철도) 걱정되면 네가 하지?
(은하) 난 가면 싸우기밖에 더 해?
그냥 좀 포기하면 안 돼?
뭘 포기해?
아버진
안 바뀔 거야
(철도) 아무한테나 반말하고
아무 데서나 돈 자랑 하고
여자는 결혼하고 꼭 애 낳아야 한다고 생각할 거고
그러면서 점점
더 늙고 작아지겠지
그걸 그냥 참으라는 거잖아
넌 그래도
맞지는 않았잖아
(철도) 난 고등학교 때까지 진짜 많이 맞았어
그때는 나도 너처럼
진짜 너무 싫었는데
난 이제 포기가 돼
우리도 한 명 아프면 같이 아프고
서로 죽고 못 사는 쌍둥이 아니잖아
아버지도 그냥 아버지야
마음에 안 들어도 어쩔 수 없는 거 아니야?
(철도) 아버지
여기서 뭐 하세요?
(철희) 어?
어…
[철희가 중얼거린다] [한숨]
[비가 쏴 내린다]
[입바람을 하 분다]
[가영의 놀란 신음]
(가영) 어머나, 나 큰일 날 뻔
[익살스러운 음악]
밤중에 웬 검은 안경을?
목발은 또 뭐야
안녕하세요?
혹시 절 모르시는 건가?
네가 누군데요?
아하, TV를 안 보시는구나?
(가영) 안녕하세요? 전 배우 안가영이에요
요즘 제일 시끄럽고 욕먹는 사람이자
강다정의 베프이자 갤럭시 박의 꽤나 친한 친구 사이?
(미란) 뭐라는 거야
그러니까 네가 다정이 친구라는 거지?
[호응한다]
[어이없는 웃음]
난 문미란이라고 다정이 엄마인데
(가영) 정말요? 정말, 정말, 정말?
다정이 언니가 아니고 엄마라고요? 어떻게?
강다정을 일곱 살에 낳았어요?
[헛웃음]
어떻게 또 이렇게 이쁜 소리만 하는 애가 나타난 거야?
(미란) 앉아요 [가영의 옅은 웃음]
아, 근데 다정이도 없는데 여길 어떻게 알고 온 거야?
(가영) 뭐…
커뮤니케이션이 삐끗했달까?
뭐 마실 거라도 줘?
(가영) 제가 꺼내 마실게요
냉장고 이쪽에 있죠?
제가 워낙 제 일은 제가 하는 스타일이라
다들 냉장고에 맥주 몇 짝쯤은 갖고 있잖아요?
아, 여긴가?
뭐야, 저 신박하고 예쁜 왕또라이는? [가영의 거친 숨소리]
(미란) 잠깐
그러니까 네가
영도랑 결혼을 했었다는 거야?
이거 나한테 준 주영도?
노, 노, 노
결혼식을 올렸다는 거고
혼인 신고는 하지 않았고
그럼 네가 지금
다정이랑 베프라는 거고?
예스, 예스, 예스, 그건 사실이고
하, 내가 뉴플릭스를 너무 많이 봤네
내가 '기묘한 이야기'를 너무 열심히 봤어
(가영) 어디 가요? 나 아직 할 말 많이 남았는데?
우리 미스 문?
달 여사님?
[잔잔한 음악] [가영의 한숨]
(가영) 나는 살고 싶어서 결혼했고
주영도는 살리고 싶어서 결혼했고
남들은 결혼에 실패해서 이혼하는데
우리는 결혼에 성공해서 이혼했어요
내가 꽤 괜찮아졌거든요, 딱 1년 만에
그러니 나한테 얼마나 고마울까?
하, 진짜 어이가 없네
내가 지금 뭘 듣고 있는 건지
암튼 그러니까
너 지금 괜찮다는 거지?
(미란) 아직도 죽고 싶고 그런 거는 아니라는 거고
[한숨]
이 모녀 뭐야?
왜 이런 얘기 듣고 자꾸 날 위로해?
[살짝 웃는다]
강다정이 엄마 닮았구나
그럼 다정이가 누굴 닮았겠어?
죽다 살았으면
고맙게 생각하고 더 열심히 살아
(미란) 영도한테 잘하고
다정이한테 더 잘하고
그럴게요
(가영) 우리 달 여사님
미스 문?
짠
[가영의 웃음]
(미란) 참
(경찰) 저번 강의에서도 그렇고 선생님 말씀을 듣다 보면
촉법소년과 관련해서
굉장히 관대한 입장이라는 생각이 들거든요
어리다, 불행한 가정사가 있다
그런 거를 우리가 굳이 감안을 해야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아니요
그런 이유로 범죄를 용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저도 당연히 그렇고요
(영도) 어, 피투성이가 된 발로 길을 걷던 세 명의 아이가 있었고
그 아이들이 서로 다른 어른을 만났다고 치죠 [차분한 음악]
(윤찬) 내다보지도 않고! 씨…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나와! 야!
[떨리는 숨소리]
애들 털끝만 건드려
죽여 버릴 거니까
(영도) 한 아이는 [우당탕 소리가 들린다]
엄마가 자신의 신발을 벗어 주었고
여기 있어야 아무도 너 못 찾아
(영도 부) 아빠가 금방 데리러 올게
[울먹이며] 내가 여기 있으면
(영도) 또 한 아이는 [어린 영도와 영도 부가 대화한다]
남을 위해 더는 자신에게 상처를 내지 않도록 숨겨졌지만
다른 아이는 신발이나 위로 대신 [명자가 소리친다]
비난과 학대를 받았습니다
[세근이 화낸다] '세상엔 발이 없는 아이도 있어'
'그런데 넌 신발이 없다고 징징대면 안 되지'
그날의 일이 세 명의 아이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영도) 엄마의 신을 신었던 아이와
형에게 신을 벗어 주지 못했던 아이는
타인을 구하지 못했다는 마음으로 힘겨울 수 있겠지만
끝내는 상처를 치유할 수 있을 겁니다
그건 죄책감일 뿐 죄가 아니니까요
하지만 다른 한 아이는
[물이 찰박거린다]
(영도) 아무도 약한 나를 구해 주지 않았다는 좌절이 [어두운 효과음]
분노가 되는 발화의 순간이 올 수 있을 겁니다
돌이키고 싶어도 돌이킬 수 없는 시점이 생겨나는 거고요
(남학생1) 어? 주영도
야, 너희들 빨리 주영도 잡아, 인마, 어? [대학생 영도가 말한다]
- (남학생1) 인마, 빨리 - (대학생 영도) 야, 나 진짜 가야 돼
- (남학생2) 가지 마 - (대학생 영도) 아, 진짜
(대학생 영도) 아, 나 갈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차분한 음악]
[통화 연결음]
그 건물에 있는 병원 주영도라는 사람
[어두운 음악] 그 사람 얼굴이 궁금한데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정아) 수술에 참여해 주신 의료진분들
특히 어려운 수술을 집도해 주신 닥터 체이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자식으로 또 경제인으로
회장님이 회복되시도록 온 마음을 다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멀어지는 발걸음]
[통화 연결음]
닥터 체이스 당장 잡아 와
나를 적으로 돌린 게 어떤 건지 보여 줘야지
황재식에 대한 처분은
곧 결정될 겁니다
(진복) 조만간 최정민 씨에 대한 보도 자료도 나갈 거고
뭐, 그건 다 알고 오셨을 거고
할 얘기가 남은 거죠?
황재식에게 찾아갔던 그 열여덟 살짜리는
최정민이 아니라 나였습니다
[무거운 음악]
(체이스) 나 대신 남아서 잘 살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최정민은
[어두운 효과음]
나보다 더한 곳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소년 체이스) 벗어
(체이스) 날 버린 어머니
[어두운 효과음] 라는 사람은
[떨리는 숨소리]
그렇게 죽어 있었고
아이들을 팔아 배를 불리던 남자는
그때보다 더한 괴물이 되어 있었고
[세근이 쿵 넘어진다]
그래서 그 사람이 죽어 갈 때 나는
[달려오는 발걸음]
[소년 체이스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소년 체이스) 때려
내가 너처럼 보이게
내가 저 사람한테 맞은 것처럼 보이게 네가 날 때리라고
어떻게 하는지 몰라?
[옷이 툭 떨어진다]
[소년 정민이 털썩 넘어진다]
[소년 정민의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소년 정민의 힘주는 신음]
[소년 정민의 힘주는 신음]
[소년 정민의 힘주는 신음]
[소년 정민의 신음]
[거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소년 체이스) 택시 타
아무하고도 말하지 말고
방에만 있어
[사이렌이 울린다]
(체이스) 난 동생인 척 위증을 했고
집에 들어갔더니
엄마가 쓰러져 있어서
그래서 911에 신고를 하려고 하는데
(소년 체이스) 그런데 그 사람이 신고를 못 하게
저한테 의자를 던졌어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그래서…
막 도망치다가
도망치다가 무슨 소리가 나서 봤더니
그 사람이 쓰러져 있었고
(소년 체이스) 잊지 마
그림자는
빛을 욕심내면 안 돼
사라지니까
(체이스) 그리고 그 책을 발견했습니다
'누구든 해충과 함께 살고 싶어 하지는 않아'
'죽어야 할 것은 죽여야 해'
'누군가는 그 일을 해야 되는 거야'
'남자가 말을 마치자'
'사람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소년 체이스) 직접 쓴 거 맞아?
증명해 봐
[라이터가 탁 닫힌다]
멈출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딱 한 번이면
그 사람들만 없으면
모든 게 다 괜찮을 거라고
이제야
아니
이제 와서 얘기하는 이유가 뭡니까?
'전부 다 끝났으면 좋겠다'
최정민이 했던 말입니다
(진복) 연락이 안 될 수는 있는데
그, 느낌이 싸해서 그러지
네가 그랬잖아, 그냥 싸한 건 없다고
마이크로 표정이고 뭐고가 다 표시가 나서 그런 거라며
혹시 이안 체이스가 마지막에 무슨 말을 했는지 기억나요?
(진복) '뭐가 다 끝나면 좋겠다'였나?
최정민이 했던 말이라고 했어
[풀벌레 울음] [발소리가 들린다]
[차분한 음악]
[아이들이 시끌시끌하다] (아이) 형! 형!
(어린 정민) 형!
나 데리러 온 거야?
형, 어디 있었어?
어, 어떻게 온 거야?
(소년 체이스) 내가 한 일에 비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야
너도 알지?
형
문제가 좀 생겼어
"닥터 체이스"
(정민) 근데 이번엔 내가 처리할게
내가 할 수 있어
(체이스) 아니
넌 아무것도 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거야
항상 그래 왔던 것처럼
(정민) 아니, 이번엔 내가…
내가 해결할게
(정민) 사람을 보내면 돼
(체이스) 내가 사람 함부로 쓰지 말라고 몇… [통화 종료음]
[한숨] [무거운 음악]
[푹 찌르는 소리가 들린다]
왜 내 발밑에 네 발 넣었어?
이런 거 말씀하시는 건가?
(체이스) 저 환자로 왔어요
[라이터를 딸각거리며] 그래야 내가 뭔 소리를 해도
어디 가서 말 못 하잖아
면허 지켜야지
(철도) 오, 차가 두 대였어요?
어제 다르고 오늘 다르고
(정민) 형, 혹시 한국에 온 거야?
내가 말했지?
소중한 거 만들지 말라고
그게 네 약점이 될 거라고
(정민) 그래서 주영도한테 찾아간 거야?
작정하고 미친 사람처럼?
강다정이고 주영도고 만나지 마
그리고 이번 일만 끝내면 미국으로 와
내 말 알아들어?
일부러 이 시간에 왔어요
이러다가 진짜 스토커가 될 거 같아 가지고
(다정) 그 꿈에 나오는 방에
고양이도 있어요?
있어요
완전 있어요
(정민) 아니, 오르골 좋아해요?
사러 갈까요?
(다정) 잠깐만요
내가 실수로
그 여자 핸드폰에다 사진을 보내 버렸네
(재식) 그쪽이 보기 전에 지워 줘야지
아참
그 여자 비밀번호는
(재식) 넌 언제든 죽을 수 있어
술 한 잔
콜라 한 모금에도
[울먹인다]
네가 알아서 안 죽으면
다음 시체는 구구빌딩 4층에서 나올 거야
[울먹이며] 여기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모르겠어
그냥 모든 게 다 끝나 버렸으면 좋겠어
(체이스) 겨우 그게 네가 생각하는 최선이야?
그럼 그렇게 해
[통화 종료음]
(정민) 그림자는
사라질게 [어두운 효과음]
[쿵 소리가 들린다] [와장창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어두운 효과음]
[다가오는 발걸음]
여긴 어떻게 온 겁니까?
모든 게 끝나면 좋겠다고
그렇게 말했다고 들었습니다
(영도) 정신과 의사에겐 그 말이 어떤 뜻인지 너무 선명하니까
최소한 비겁하게 도망치지는 말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왔습니다
당신이 편해지고 싶다면
정말 용서받고 싶다면
[차분한 음악]
[감성적인 음악]
(영도) 우리 오늘 하루만 전화기 꺼 둘까요?
(다정) 정말요?
(아리) 브즈즈즈즈가 사라진 곳에 72즈즈즈즈가 나타났잖아요
(다정) 아니, 나는…
왜 이거 그리스 비극 같지?
(체이스) 네가 아니라
내가 그림자였다고
(가영) 너 군대 간다는데?
(영도) 또 사람을 살리는 건 결국 그런 거예요
'내가 네 이야기를 들어 줄게'
(태정) 10년 동안 한 사람만 만났어도
그게 끝나고 갑자기 찾아온 사람이
더 진짜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너는 나의 봄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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