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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나의 봄 16

 

 (유경매니저님 연수까지 이제  한 달 남았네요?

 

 나도 비행기 잘 탈 수 있는데

 

 (다정그렇겠지

 

 갈 때 나 커다란 캐리어에

 

 안 넣어 갈 거야

 

 그럼 냉장고 박스 안에

 

 (다정거기도 안 넣어 갈 거야

 

 나를 버리고 가시는 매니저님  10m도 못 가서 발병 난다고 했는데

 

 10m가 아니라 10리겠지

 

 근데 매니저님 왜 안 신나요?  샌프란시스코 가는데?

 

 생각보다 기간이 너무 길어서

 

 설마 남자 친구 때문에 그래요?

 

 (유경맙소사그게 뭐가 길어요

 

 누가 보면 막 5, 10년  막 그렇게 가는 줄 알겠네

 

 [한숨]

 

 [질색하는 신음]

 

 [멀어지는 발걸음]

 

 (다정모든 이별이 슬픈 건 아니다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마음이 식어 헤어지는 건

 

 반신욕을 하다

 

 다 식어 버린 물에서  빠져나오는 것만큼이나 홀가분한 일  [한숨]

 

 하지만

 

 이제 막 시작한 연인에게 헤어짐이란

 

 3년 같은 3분을 버틴 뒤  [알람이 울린다]

 

 마침내 내 것이 된 컵라면을

 

 (패트릭) 3분 됐다

 

 [패트릭이 말한다]  (다정그대로 바닥에 쏟아 버린 듯

 

 청천벽력 같은 것

 

 (가영너 군대 간다는데?

 

 무슨 소리야내가 어딜 간다고?

 

 [통화 연결음]

 

 나 다음 주에 입대해?

 

 (매니저어  대표님이 말씀 안 하셨어?

 

 (패트릭그럼 이 기사가 진짜  공식 기사라는 거야?

 

 (매니저공식 기사야

 

 [하늘이 하품한다]

 

 (하늘진짜 푹 잤네

 

 (승원꼭 가서  평점에 별 다섯 개 줘라

 

 (하늘그럼우리만 당할 수 없지

 

 (승원영도가 같이 왔어야 되는데

 

 (하늘야  꼭 다정 씨랑 같이 보라고 하자

 

 그러니까!

 

 [함께 웃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여자1) 안녕하세요  마진화장품에서 나왔습니다

 

 설문 조사 하시고  커플 두 분 마사지받으시겠어요?

 

 (은하이 정도면 해피 엔딩이지

 

 각자의 자리로 돌아간 거니까

 

 [잔잔한 음악]  (태정마음이 여기 있는데  몸만 다시 돌아간다고

 

 무슨 해피 엔딩이야

 

 내가 본 영화 중에  제일 찜찜한 엔딩이구먼

 

 (은하각자 애인이 있는 사람들끼리  좋아진 건데

 

 그럼 헤어지는 게 맞지

 

 바람은 멈추는 거고

 

 멈춰야 되는 거고

 

 이런 게 그나마  아름다운 이별이라는 거야

 

 이별 앞에 아름다운 게 어디 있어

 

 그럼 새로 만난 사람한테  흔들릴 때마다 헤어져야 돼?

 

 그런 게 아니라

 

 순서가 틀렸을 수도 있다는 거지

 

 (태정꼭 먼저 온 사랑이  진짜 사랑이라는 법 있어?

 

 10년 동안 한 사람만 만났어도

 

 그게 끝나고 갑자기 찾아온 사람이

 

 더 진짜일 수도 있다는 말이야

 

 가자

 

 (다정아름다운 이별이란 건

 

 화장실 냄새가 나는 방향제나

 

 네모난 동그라미

 

 투명한 무지개처럼

 

 말도 안 되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냥 눈 딱 감고 마사지받으면 되지!

 

 너 이러려고 나 만나?

 

 이럴 거면 그냥 헤어져

 

 - 쯧  - (승원?

 

 [한숨]

 

 (다정그조차도

 

 서로 사랑했던 사람들의 특권이다

 

 한쪽으로만 흘렀던 마음은

 

 그저 남겨져 바라볼 수밖에 없고

 

 내 발끝에 매달린 것이 너였는지

 

 내가 너의 발목을 잡고 있었는지

 

 그조차도 말할 수 없어

 

 헤어짐조차 가능하지 않은  두 사람도 있다

 

 [풀벌레 울음]

 

 (영도장거리 연애에서  남자가 더 힘들어한다는 건

 

 논문으로 나와 있어요

 

 다정 씨는 새로운 풍경 보고  새로운 사람 만나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훌쩍 가겠죠

 

 나는 여기 고여 있으면서

 

 '여기서 다정 씨가  나 이상한 사람 만들어 놓고 갔었지'

 

 '여기서 다정 씨랑  컵라면을 먹었었지'

 

 주영도 씨는  얘기할 사람이라도 있잖아요

 

 (다정친구들도 있고  은하철도아리도 있고

 

 근데 나는 친한 사람도 없고

 

 혼자서 쓸쓸히 햄버거나 먹겠죠

 

 '한국에서 온 저 여자 되게 과묵하다'

 

 그런 말이나 들으면서

 

 

 

 밤늦게 호텔에 들어가면 엄청 외롭고

 

 누구랑 말하고 싶어서 전화하려고 보면  한국은 새벽일 거고

 

 주영도 씨는  피곤해서 자고 있을 거니까

 

 난 전화도 못 하겠죠

 

 전화를 왜 못 해요?

 

 다정 씨가 전화할 때까지  깨어 있을 건데

 

 - 진짜 깨어 있을 거예요?  - (영도당연하죠

 

 몰랐네요

 

 [밝은 음악]

 

 [영도의 한숨]

 

 (영도그 연수 안 가면

 

 (다정) [한숨 쉬며안 되죠

 

 4 5일은 진짜 너무 길다

 

 그러니까요

 

 우리 회사 미쳤나 봐

 

 (다정그리고 우리는

 

 이제 헤어져야 한다

 

 무려

 

 4 5일을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다정의 한숨]

 

 [다정의 헛기침]

 

 사랑이 뭘까?

 

 그 썩을 것이 뭐길래

 

 멀쩡하던 저들을 저렇게 만들었을까

 

 라부아지에가  뭔 헛소리를 했나 싶었는데

 

 진짜 질량은 보존되는 거였구나

 

 라부지랄?

 

 라부아지에

 

 질량 보존의 법칙

 

 (철도!

 

 그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뭐그런 거 말하는 거야?

 

 (아리여기선  닭살 질량 보존의 법칙이겠죠

 

 브즈즈즈가 사라진 곳에  72즈즈즈가 나타났잖아요

 

 - ''  - (영도

 

 그렇게 하면 이거  입가에 다 묻을 건데?

 

 - ''  - (영도

 

 [함께 웃는다]

 

 (다정) ''

 

 - 맛있어요?  - (영도달콤해요

 

 [함께 웃는다]

 

 (영도더 주세요

 

 (철도너 왜 그래  [아리의 한숨]

 

 저 진짜 그만둘 때가 된 거 같아요

 

 저 둘은 여기가 서식지라서

 

 쫓아낼 수도 없잖아요

 

 아리야

 

 [새가 지저귄다]  [차분한 음악]

 

 (진복정범아

 

 그동안 나 미안할까 봐

 

 꿈에 한 번도 못 나온 거였으면

 

 이젠 한번 나와 줘라

 

 '그놈을 겨우 이제 잡았냐'

 

 나 구박도 하고

 

 '책상 정리하고 살아라'

 

 잔소리도 하고

 

 우리

 

 소주 한잔하자

 

 보고 싶다

 

 (진복가시죠

 

 [진복이 고기를 굽는다]  [호의 한숨]

 

 (따지고 보면  시작은 다 이안 체이스인 건데

 

 처벌을 못 받는다는 건 진짜

 

 [젓가락을 탁 내려놓으며아씨

 

 (성준) [테이블을 탁탁 치며]  이래서?

 

 정신 바짝 차리고 투표를 해야 돼

 

 제대로 법도 만들고 바꾸기도 하고

 

 그런 인간들한테 표를 줘야지아휴

 

 (진복) 18년째 그 생각을 한다내가

 

 근데 내가 믿는 게 하나 있는데

 

 범죄를 저지른 놈이  처벌을 안 받을 순 있어도

 

 죄를 지은 놈이 벌을 안 받을 순 없어

 

 난 그렇게 생각해

 

 정신 분석 그런 쪽으론  어떻게 생각해?

 

 너무 맞는 말이죠

 

 (손님저기요  저희 불판 좀 갈아 주세요

 

 (진복그 말 알지?  남의 나라 분인데니체라고

 

 '네가 어둠을 오래 들여다보면  어둠도 너를 들여다본다'

 

 난 이안 체이스가  딱 그런 케이스 같거든

 

 (손님저기요아저씨

 

 (다정손님이 부르시는데

 

 (진복예  잠깐잠깐잠깐만

 

 갑니다  [진복의 헛기침]

 

 (다정저러다 만다고 하시는데  이번엔 진짜 그만두시는 거 아니에요?

 

 (그러니까요

 

 이번엔 진짜인 것 같은데

 

 (성준먹어먹어

 

 (진복아유내가 자꾸 까먹어  아저씨인 걸

 

 [웃으며

 

 그때 엄청 감사했어요

 

 (다정무턱대고 경찰서에  찾아갔을 때도 잘 왔다고 해 주시고

 

 그리고 호텔에  잠복 형사분들 배치했을 때도

 

 놀라지 말라고 미리 말씀해 주시고

 

 아유아닙니다  뭐당연한 거죠

 

 제가 오히려 감사드리죠?

 

 (진복우리 영도 이렇게 딱?  챙겨 주셔서

 

 [진복이 영도를 탁 친다]

 

 [진복의 웃음]

 

 형사 그만둔다고 하시니까  제가 다 아쉬워서

 

 (진복아유할 만큼 했죠

 

 이제 미련도 없고

 

 이거 드세요드세요?

 

 저희 집이 이고기가 꽤 유명합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반장님

 

 아닙니다

 

 지금 바로 출동하겠습니다

 

 아니요

 

 여기 고 팀장님이랑  최 형사님 다 같이 있습니다

 

 홍주 4동 발바리  지금 제보 들어왔다는데요

 

 - (지금 가면 바로…  - [집게를 탁 내려놓으며진짜야?

 

 (진복고기 먹을 때야일어나

 

 먹고 가계산하지 말고

 

 엄마여기 영도 테이블에  맛있는 것 좀 많이 줘!

 

 - (다정헐  - (영도내가 말했잖아요

 

 신경 쓰지 말고 많이 먹어요

 

 [쓱쓱 비질한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다정나 왔어

 

 뭐 도와줄 거 없어?

 

 (은하없고

 

 나 아까 옥상 갔다가  핸드폰을 거기에 두고 왔거든?

 

 내려올 일 있으면 좀 갖다줘라

 

 금방 갖다줄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 (다정응  - (태정전화 온 거 이제 봤어

 

 (태정몸은 좀 괜찮아?

 

 어제 잠 잘 못 잤잖아

 

 (다정아니야나 잘 잤

 

 근데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태정여보세요?

 

 밤새도록 뒤척거리던데

 

 잘 못 잔 거 아니야?

 

 [극적인 음악]

 

 밤새?

 

 이따 가게 끝나면 집으로 올 거지?

 

 여보세요?

 

 일부러 내려온 거야?

 

 (은하?

 

 ?

 

 (태정여보세요?

 

 여보세요?

 

 (은하) [놀라며어머!  [익살스러운 음악]

 

 

 

 다정아다정아그게

 

 (다정아니난 그냥 전화가 와서

 

 근데 태정이라고 뜨길래

 

 내가 알기로는

 

 그게 내 혈육의 이름이고  그래서 아무 생각 없이 받았는데

 

 근데 얘가 갑자기  밤새도록 같이 있었다고 하고

 

 끝나고 집에 오라고 하는데

 

 뭐지?

 

 이거 몰래카메라인가?

 

 아니면 태정이가 또 있나?

 

 근데 목소리가 내 혈육이랑 똑같아서

 

 [절망하는 숨소리]

 

 [한숨]

 

 (은하아니내가

 

 내가 말하려고 했는데

 

 네가 지금 요새 상황이 좀 그래서

 

 그럼

 

 캠핑 때 이것도

 

 (은하응  [다정의 어이없는 웃음]

 

 [어색한 웃음]

 

 (은하어떡해  [다정의 실성한 웃음]

 

 다정아다정아

 

 잠깐만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어떡해

 

 !

 

 [은하의 한숨]

 

 언제부터

 

 아니야말하지 마

 

 (다정아니야해 봐

 

 어쩌다가

 

 아니야말하지 마

 

 일단 조금만 해 봐

 

 아니야잠깐만말하지 말아 봐

 

 이거 어떡하지?

 

 [한숨]

 

 다정 씨

 

 [떨리는 숨을 후 내뱉는다]

 

 (태정그게

 

 저번에 왜

 

 말하지 마

 

 [다정의 심호흡]

 

 아니야빨리 말해

 

 (다정아니야하지 마

 

 하면 죽어

 

 저번에

 

 - (태정누나가 한번  - (다정넌 조용히 해

 

 말하라며

 

 내가 할게

 

 저번에 준호 왔던 날

 

 [잔잔한 음악]

 

 (은하너무 심란했고

 

 기분 더러웠는데

 

 다정이 넌 마침 회의 중이었고

 

 그래서 영도 쌤한테 가서

 

 소리 냅다 질렀는데

 

 근데

 

 그러고 나서도 기분이 안 풀리더라고

 

 [풀벌레 울음]

 

 (은하그래서

 

 그냥 막 걷다가

 

 (태정나 누나 이 얼굴 뭔지 아는데

 

 - (은하?  - 울기 직전 얼굴이잖아

 

 (태정무슨 일 있구나?

 

 있다고 해도

 

 [힘없는 웃음]

 

 울기엔 너무 오래된 일이고

 

 울기엔

 

 내가 너무 늙어서

 

 울기 오래된 일이 어디 있어

 

 그리고 누나가 어디가 늙어

 

 (태정아버지?

 

 아니면

 

 예전 남자 친구?

 

 넌 내 문제를 어떻게 다 알아?

 

 알고 지낸 게 20년이야

 

 생일 파티만 스무 번 같이 했고

 

 (태정중학교고등학교대학교  졸업식입학식

 

 꽃돌이만 네 번 했어

 

 언제 서러운지

 

 언제 진짜 좋아하는지

 

 내가 모를 수가 없지

 

 마음 말랑거리게 하지 마

 

 처치 곤란 진상 손님처럼

 

 진짜 여기 엎어져서 우는 수가 있어

 

 [숨을 들이켠다]

 

 그런 손님들을 위한 조치가 있지

 

 [태정이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은하뭐야?

 

 엎어져서 울라고

 

 (태정어차피 곧 문 닫을 시간이야

 

 진짜

 

 그래도 돼?

 

 [울음 섞인 숨소리]

 

 [한숨]

 

 (다정아니나는

 

 왜 이거 그리스 비극 같지?

 

 뭔 소리야우리가 무슨 친남매야?

 

 '우리'라는 말도 난 지금  너무 이상하거든?

 

 [은하의 한숨]

 

 잠깐만

 

 그럼 그때

 

 그거 떡볶이집

 

 [휴대전화 조작음]

 

 이것도 진짜 두 사람이었던 거야?

 

 (은하?

 

 (태정?

 

 두 사람도 여기 갔었어요?

 

 (영도신기하다

 

 그럼 사귀기 시작한 날도 똑같은 거네

 

 두 사람도 그날부터 사귀었다고?

 

 내가 바에 갔던 그날?

 

 우리가 그날부터 사귀었어요?

 

 그날 첫 키스 하고  사귀기로 했으니까요

 

 [익살스러운 음악]

 

 [영도를 툭 친다]  [작은 소리로그런 말을 왜 해요!

 

 (태정내 귀

 

 내 귀

 

 - 나 가도 되지?  - (태정나 갈게

 

 - (은하가도 되지?  - (영도가세요예  [태정이 인사한다]

 

 (다정왜 말을 해 가지고

 

 지금 혼내고 있는데

 

 [다정의 한숨]

 

 [잔잔한 음악]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새가 지저귄다]

 

 - (영도들어와요  - (다정

 

 (영도

 

 [영도의 옅은 탄성]

 

 "정신 의학"

 

 (다정

 

 [웃음]  [휴대전화 진동음]

 

 [영도의 한숨]

 

 - 승원이예요잠깐만요  - (다정

 

 (영도또 왜

 

 (승원영도야어디야?

 

 (영도여기 되게 먼 데

 

 (승원나 기획안 새로  짜야 되는데 우리 같이 회의할래?

 

 그걸 왜 나하고 해

 

 (승원아니우리 CP가 나한테

 

 '한대줍쇼그런 거 하라는데

 

 마동석김종국

 

 그런 사람들 찾아다니면서  한 대씩 맞고 다니는 거

 

 쓰읍근데 이런 게 정신 의학적으로

 

 카타르시스를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일까?

 

 (영도끊어

 

 (승원여보세요?

 

 너 다정 씨하고 같이 있어?  [통화 종료음]

 

 

 

 왜 끊어!

 

 이 배신자진짜이씨  [휴대전화 조작음]

 

 미안해요

 

 아니에요  [영도가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엄마예요영상 통화인데?

 

 받아 봐요

 

 그래도

 

 여기 둘이 있는 건 좀  당일치기도 아니고

 

 (영도그래요여기 있을게요

 

 [휴대전화 조작음]

 

 엄마

 

 어디야?

 

 집이 아닌데?

 

 (다정그냥 놀러 왔어

 

 우리 건물 보수 공사 하느라  다 문 닫아서

 

 근데 영도랑 둘이만 갔어?  다 같이 간 것도 아니고?

 

 (다정?

 

 왜 그렇게 생각해?

 

 우리 오늘 하루만 전화기 꺼 둘까요?

 

 정말요?

 

 주영도 씨 그래도 돼요?

 

 한번 해 보죠

 

 - (다정하나셋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종료음]

 

 [영도가 입소리를 쩝쩝 낸다]

 

 - 불안하죠?  - (영도아닌데

 

 불안할 거 같은데

 

 누가 주영도 씨  급하게 도와 달라고 할까 봐

 

 꼭 안 꺼도 돼요

 

 한번 해 볼게요

 

 정 불안하면 그때 켜면 되죠

 

 좋네요

 

 우리 이제 뭐 할까요?

 

 (다정

 

 우리 마실 나갈까요?

 

 - 마실?  - (다정

 

 [부드러운 음악]

 

 (영도아이스크림 먹을래요?  [다정의 웃음]

 

 (다정좋아요

 

 (주인어서 오세요

 

 - (다정여기요  - (주인

 

 - (주인여기 있습니다  - (다정감사합니다

 

 (다정요즘도 귤이 나와요?

 

 (주인이거

 

 아까 어떤 손님이 기차에서 샀다고  주고 갔는데

 

 [주인의 웃음]

 

 이거

 

 하나씩 가져가서 드세요

 

 [함께 웃는다]

 

 - (영도와 다정감사합니다  - (주인

 

 - (영도이거?  - (다정나 이거이거

 

 [뽑기 통이 댕그랑 나온다]  (영도나왔어요

 

 [다정의 환호]  블랙필즈!

 

 [영도의 신난 웃음]

 

 (다정오  나왔어나왔어나왔어  [영도의 탄성]

 

 (영도위에다가 이렇게 해요

 

 [함께 웃는다]

 

 (다정귀여워

 

 [매미 울음]

 

 [다정의 웃음]

 

 [두런거린다]

 

 [다정의 웃음]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다정의 웃음]

 

 [TV 소리가 작아진다]

 

 (영도나 안 자는데  [TV 전원음]

 

 (다정주영도 씨도

 

 '아빠 안 잔다'

 

 그거 하는 거예요?

 

 아니왜 그러는 거예요?  우리 엄마도 그러거든요

 

 보통 TV 소리가 들리는 상태라면

 

 귀만 열어 두고 잠드는  렘수면이거든요

 

 그런데 갑자기 채널을 돌려서

 

 더 두드러지는 청각 자극이 생겼다

 

 그러면 그 변화를 캐치하는 거죠

 

 그럴 때는 점점 소리를 낮춘 다음에

 

 조용히 다른 채널로 돌리면 돼요

 

 (다정그렇군

 

 다정 씨 때문에 잠 다 깬 것 같아요

 

 내가 다시 재워 줄게요

 

 (다정옛날 옛날에

 

 주영도와 강다정이 살았습니다

 

 [부드러운 음악]  두 사람은 펜션에 놀러 와서

 

 귤을 까먹으면서 텔레비전도 보고

 

 쎄쎄쎄도 하면서 재밌게 놀았습니다

 

 

 

 쓰읍내용이 살짝 아쉬운데?

 

 (다정옛날 옛날에  주영도와 강다정이 살았습니다

 

 두 사람은 펜션에 놀러 와서

 

 귤을 까먹으면서 텔레비전도 보고

 

 

 

 [작은 소리로뽀뽀뽀도 하고

 

 매우 재밌게 놀았습니다

 

 그건 재밌는 거 같아요  [웃음]

 

 (다정그렇죠?

 

 [함께 웃는다]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승원영도야나 왔어아직 자?

 

 영도야!

 

 영도야

 

 [영도의 당황한 탄성]

 

 (영도너 비번 어떻게 알고 들어왔어?

 

 - (승원아니…  - 나가

 

 (승원왜  너무 일찍 와서 그래?

 

 일단 좀 나가라

 

 (승원잠깐만 자다가 갈게

 

 숙직실에서 짐승이 코를 골아 가지고

 

 내 병원 가서 자

 

 (영도내 병원 의자가 훨씬 편해?  [승원의 당황한 신음]

 

 일단 오늘은 가  오늘은 가고 나중에 다시 와?

 

 [문이 철컥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깊은 한숨]

 

 놀랐죠?

 

 [발랄한 음악]

 

 [작은 소리로갔어요?

 

 (영도미안해요

 

 비밀번호 안 바꾼 거예요?

 

 바꿨는데

 

 

 

 설마

 

 내 생일로 바꾸고 그런 거 아니죠?

 

 [멋쩍은 웃음]

 

 생일이 음력이라서  모를 거 같아 가지고

 

 [차분한 음악]

 

 (체이스만약

 

 내가 분노의 감정으로

 

 다시 최정민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만약

 

 내가 첫 번째 죽음을 목격하던 날

 

 모든 걸 사실대로 털어놓았다면

 

 만약 내가

 

 황재식을 찾아가지 않았다면

 

 (체이스만약에 최정민이 버려졌고

 

 방치됐고

 

 폭력에 시달렸고

 

 벗어나려고 애쓰다 죽었다면

 

 그래도 울어 줄 수 있습니까?

 

 (다정애를 썼다는 게

 

 나쁜 짓을 한 거라면아니요

 

 (체이스지나간 일에는

 

 만약이라는 건 있을 수 없는 거니까

 

 "방송 중"

 

 (DJ) 

 

 이쯤에서 정말 아쉬운 말씀을  드려야 할 거 같은데요

 

 오늘이 주영도 선생님과 함께한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끝으로 우리 '까만라디오'  청취자분들에게

 

 특히

 

 마음이 힘드신 분들에게

 

 해 주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실까요?

 

 (영도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

 

 (DJ) 혹시 여자 친구분?

 

 

 

 [잔잔한 음악]  그 사람이

 

 '체리 향기'라는  영화 이야기를 했는데요

 

 한 남자가

 

 죽고 싶은 마음으로  운전을 하고 가다가

 

 한 할아버지를 태워요

 

 근데 그 할아버지가  자기 얘기를 해 줘요

 

 자기도 예전에 죽을 마음으로  나무에 올라갔었다고

 

 근데 거기에 체리가 달려 있었고

 

 무심코 그 체리를 먹었는데

 

 그게 너무 달고 맛있었다고

 

 햇살도 환하고 아이들도 너무 예쁘고

 

 그래서

 

 그냥 살기로 했대요

 

 (DJ) 그 할아버지 얘기를 들은  남자는 그러면

 

 아마도 살아야겠다고 생각했겠죠

 

 체리가 사람을 살린 거네요

 

 정확히 말하면 이야기가

 

 대화가 사람을 살린 거죠

 

 (영도사실

 

 '세상은 아름답다'

 

 '살아야 한다'

 

 뻔한 이야기잖아요

 

 죄송합니다

 

 [바코드 인식음]

 

 [다정이 카드를 탁 꽂는다]

 

 되셨어요

 

 (알바생봉투 필요하세요?

 

 (다정아니요그냥 가져갈게요

 

 그리고

 

 드세요

 

 저도 밤에 알바 많이 해 봐서

 

 파이팅

 

 감사합니다

 

 [멀어지는 발걸음]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남자1의 한숨]

 

 (알바생어서 오세요

 

 (알바생저기손님거스름돈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알바생저기손님!

 

 5만 원짜리 내셨어요

 

 여기 잔돈

 

 그리고

 

 이거 어떤 분이 주신 건데

 

 [따뜻한 음악]

 

 너무 취해 보이셔서요

 

 조심하세요

 

 [달려가는 발걸음]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동전들이 쟁그랑 떨어진다]

 

 (여자2) 아이고

 

 못 쓰는 돈이 있으면 나를 주시지

 

 이렇게 돈을 막 버려요

 

 [여자2가 돈을 탁탁 줍는다]  [여자2의 힘주는 신음]

 

 나는 먹고 죽으려도 없는 돈을

 

 (남자1) 가지세요

 

 전 이제 필요가 없거든요

 

 아니그래도 이걸

 

 그러면 안 되지가지고 가요

 

 (남자1) 부탁드립니다

 

 가지세요

 

 (여자2) 아니이걸

 

 (남자2) 아씨안 가고 뭐 하는 거야

 

 금방 비키겠지

 

 (라디오 속 영도그런데

 

 (여자3) 바빠?

 

 (라디오 속 영도또 사람을 살리는 건  결국 그런 거예요

 

 (남자2) 아니

 

 [웃음]  (라디오 속 영도) '내가  네 이야기를 들어 줄게'

 

 [함께 웃는다]  '내가 네 앞에서'

 

 '무슨 말이라도 해 줄게'

 

 '네가 혼자 있게 두지 않을게'

 

 '내가 널 지켜보고 있을게'

 

 [자동차들 경적]

 

 [한숨]

 

 [함께 웃는다]  (라디오 속 영도세상이  너무 깜깜해서

 

 다 놓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남자3) 자기야저기 봐

 

 (라디오 속 영도깜빡거리는  불빛 하나만 보여도

 

 (여자4) 뭐야왜 저래?

 

 (라디오 속 영도멀리서  지켜보기만 해도 손끝만 살짝 닿아도

 

 (남자3) 괜찮은 거야?  빨리 신고해야 되는 거 아니야?

 

 (라디오 속 영도그걸로 충분하거든요

 

 방금 라디오에서 그랬어

 

 지켜보기만 해도 안 죽는다고

 

 (여자4) 일단 전화기 켜 놓고  기다려 봐 봐

 

 [자동차 경적]

 

 [차창이 쓱 열린다]

 

 저기요괜찮으세요?

 

 (라디오 속 영도저는 정신과 병원을  냉면집에 자주 비유를 하는데요

 

 어떤 분은 비빔냉면

 

 또 어떤 분은 물냉면  어떤 분은 함흥냉면

 

 다 선호하는 게 다르잖아요

 

 정신과 의사도 그렇거든요

 

 (라디오 속 영도진단만  잘하는 분도 있고

 

 처방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분도 있고

 

 또 어떤 분은 상담을 잘하시기도 하고

 

 처음 간 병원이  나하고 잘 맞지 않는다고 해도

 

 너무 실망하지 마시고

 

 몇 군데 꼭 다녀 보시라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시계가 째깍거린다]

 

 (의사) [영어여전히  환청과 환시가 지속됩니까?

 

 (체이스

 

 (의사여전히 발자국 소리와

 

 문 아래로 번지는 검은 피인가요?

 

 (체이스

 

 (의사환상과 악몽의 빈도는  어떻습니까?

 

 조금 줄었습니까?

 

 어쩌면요

 

 아니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일터로 복귀할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합니까?

 

 아니요

 

 마지막으로 묻겠습니다

 

 당신은 여전히 스스로를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라고 생각합니까?

 

 죄책감과 불편함의 차이가 뭡니까?

 

 거기에 대해선 다음 시간에  계속 이야기를 해 보죠

 

 [의사가 펜을 달칵거린다]

 

 (의사목요일 같은 시간으로  예약을 잡아 놓겠습니다

 

 그때 뵐 수 있겠죠?

 

 - 아마도  - (의사좋아요

 

 지난 시간에

 

 먼저 떠난 형제에게 하고 싶은 말을  생각해 오라고 했었는데

 

 그건 생각났습니까?

 

 [무거운 음악]

 

 (체이스생각했습니다

 

 [한국어네가 아니라

 

 내가 그림자였다고

 

 네가 아니라

 

 내가 발목을 잡은 거였다고

 

 [째깍거리는 소리가 울린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털썩 앉는 소리가 들린다]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어두운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거친 숨소리]

 

 [잔잔한 음악]

 

 (영도당연한 것이라 생각했다

 

 아침이면 눈을 뜨고

 

 밤에는 잠이 드는 것이

 

 [새가 지저귄다]

 

 어느 사이 선선해진 바람이  푸른 하늘이

 

 모르는 순간에도 뛰고 있는 내 심장과

 

 바쁘게 걷는 두 다리가

 

 그 모든 것이 당연할 때가 있었다

 

 [풀벌레 울음]

 

 [종소리가 들린다]

 

 (영도버거운 인연에  힘겨워했던 시절조차도

 

 스치는 인연에 아쉬워하던 순간도

 

 (에이든) [영어]  우리 다시 만날 수 있어요?

 

 (다정) [한국어난 여기  오래오래 있을 거야

 

 언제든지 오면 돼

 

 [영어보고 싶을 거예요당신도요

 

 [한국어잘 가꼭 다시 와

 

 [웃음]

 

 [코를 훌쩍인다]

 

 (에이든 부) [영어갈까?

 

 정말 고맙습니다

 

 가자즐거웠니?

 

 (영도) [한국어그 모든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를 때가 있었다  [차 문이 탁 닫힌다]

 

 (영상 속 리포터공개 열애 중인  패트릭 씨가 얼마 전 입대를 했는데  [다가오는 버스 엔진음]

 

 이번에 선택하신 영화 속 역할이  군인이에요

 

 혹시 의도하신 건가요?

 

 (영상 속 가영그럴 리가

 

 어쩌다 보니까 그렇게 된 거죠

 

 드라마에서는  공주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

 

 전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싶다는  욕심도 있고

 

 일단 너무 재미있는  작품이 될 거 같아서

 

 선택을 하게 됐어요

 

 [남자4가 소리친다]  [사람들의 놀란 신음]

 

 [긴장되는 음악]

 

 [당황한 탄성]  [자동차 경적]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자동차 경적]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씩씩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진정하세요

 

 (선생님

 

 지금부터 제 말 잘 들으세요

 

 일단 그 칼 내려놓으시고요

 

 [남자4의 신음]  [성준의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남자4가 콜록거린다]  - (성준괜찮아?  - ?

 

 

 

 [수갑이 잘그락거린다]  [남자4의 아파하는 신음]

 

 [차분한 음악]

 

 (괜찮습니다

 

 팀장님한텐 제가 전화할게요

 

 - ?  - (남자5) !

 

 [남자5가 계속 소리친다]  수고했다

 

 얼른 들어와맛있는 거 먹자

 

 [휴대전화 조작음]  (남자5) 이거 놔이거 안 놔?

 

 [남자5가 소리친다]

 

 내가 너 기억할 거야

 

 내가 법을 아는데 끽해야 6개월이야!

 

 내가 네 이름 기억한다  두고 봐!

 

 아이고

 

 감방 노래자랑 대회에서 1등 하면

 

 수상 소감으로 내 이름 불러 주겠네

 

 그러니까 왜 나한테 두 번씩이나  잡힐 짓을 하냐고요

 

 [파일을 탁 내려놓는다]  내가 너 같은 놈들 때문에  그만두질 못하잖아요

 

 [파일을 탁 내려놓는다]

 

 - 아리야아리야  - (아리

 

 (철도혹시

 

 - 친언니 있어?  - (아리

 

 - 왜요?  - (철도아니

 

 너 그때 다정이  소개팅시켜 주려고 했었잖아

 

 혹시 남는 여자 지인분 없나 싶어서

 

 [철도의 웃음]

 

 지금

 

 (아리우리 언니랑  소개팅해 달라는 거예요?

 

 (철도

 

 생각해 보니까  저 언니 없는 거 같아요

 

 (아리저 외동이에요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오셨어요?

 

 (다정

 

 - (다정은하는?  - (아리

 

 아까 원두 가지러 간댔는데

 

 에티오피아까지 가신 건지  아직 소식이 없네요

 

 [살짝 웃는다]

 

 [아리가 테이블을 쓱쓱 닦는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다정은하야나 왔어

 

 이따 밥 먹고 잠깐 내려

 

 (은하다정아다정아그게 아니라

 

 (태정누나

 

 누나누나

 

 (은하

 

 너 지금 무슨 생각 해?

 

 (은하와 태정그거 아니야

 

 [은하와 태정이 중얼거린다]

 

 내 눈

 

 내 눈 어떡해

 

 [밝은 음악]

 

 (은하어떡해

 

 진짜

 

 내가 여기서 그러지 말자고 했잖아

 

 (태정아니여기밖에 없는데 어떡해

 

 [은하의 한숨]

 

 [은하의 답답한 신음]

 

 마저 할까?

 

 [은하가 짜증 낸다]  알았어알았어

 

 [은하의 한숨]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아이아저씨는 어쩌다가  연애 바보가 됐어요?

 

 누가

 

 누가 그런 소릴 해요?

 

 (아이여기 3층 아저씨가  자긴 여자 친구 있다고

 

 연애 바보는 아저씨라고 하던데요?

 

 아이나는

 

 나 사실 막 완전 막 그

 

 [하늘이 살짝 웃는다]

 

 암튼 내가 아니고  진짜 바보는 따로 있어요

 

 (하늘여기서 얼굴에 막

 

 생크림 묻히고 다니는 사람  본 적 있죠?

 

 그 이상한 아저씨요?

 

 딩동댕

 

 (하늘그렇지?  [하늘이 개를 어른다]

 

 영도야영도야  [통화 연결음]

 

 [통화 불가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얘 또 비밀번호 바꾼 거야?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종료음]

 

 [통화 연결음]  영도야

 

 [문고리를 달그락거린다]

 

 (승원영도야전화 좀 받아!

 

 영도야

 

 전화 좀 받아영도야

 

 없나?  [문고리를 달그락거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영도우울증에서  제일 힘든 부분 중의 하나가

 

 바로 병적인 무기력증이거든요?

 

 그걸 남들에게나 나한테

 

 굳이 설명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나는 것처럼

 

 그냥 아프니까

 

 침대에서 못 일어나는 거예요

 

 '내가 지금 숨을 잘 쉬고 있나?'

 

 '그럼 나 잘하고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셔도 돼요

 

 대신

 

 약을 잘 먹는 건 굉장히 중요한데

 

 [통화 불가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민재김정옥 님 이거  통화가 안 돼요

 

 음성 사서함으로 넘어가는데요?

 

 [삐 소리가 흘러나온다]

 

 [미경의 헛기침]

 

 안녕하세요김정옥 님

 

 저는 주영도정신의학과의 간호사  오미경이라고 합니다

 

 오늘 예약하셨는데 오지 않으셔서  연락드렸고요

 

 혹시 오시기 힘들면

 

 저희가 유선상으로라도  도움드릴 수 있으니까

 

 언제든 편하게 전화 한 통 때려 주시면

 

 저희가 거기 있을 겁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깜짝이야

 

 [휴대전화 조작음]

 

 [물소리가 들린다]

 

 [물소리가 뚝 멈춘다]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출입문

 

 (다정책상

 

 올라와!

 

 [웃음]

 

 여보세요!

 

 올라오세요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영도저런

 

 [스위치를 달칵 누른다]

 

 [잔잔한 음악]

 

 (영도바다에 살며  평생 바다를 찾아 헤맨 물고기처럼

 

 언젠가는 행복해질 거라고

 

 언젠가는 편해질 거라고

 

 나 마중 나온 거예요?

 

 (다정오다가 길 잃어버릴까 봐

 

 (영도그저 오늘을 숨 쉬고 있다는 것  [영도가 말한다]

 

 매 순간 반짝이지 않아도  [함께 웃는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충분히  잘 살고 있었음을

 

 당신을 만나고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영도오늘은 뭐 했어요?

 

 (다정

 

 그때

 

 그림 상담 해 줬던 꼬마 있잖아요

 

 (영도

 

 (다정캐나다로 돌아갔어요

 

 [영도가 호응한다]

 

 나는 정들어서 엄청 섭섭한데

 

 엄마 만나러 간다고

 

 조금 신나서 가더라고요

 

 서운했겠다

 

 그래서 위로가 좀 필요해요

 

 (다정여기도

 

 [함께 웃는다]

 

 주영도 씨는 오늘 별일 없었어요?

 

 (영도

 

 쓰읍기억은 잘 안 나는데

 

 확실한 건

 

 너무 힘들어서  위로가 필요한 것 같긴 해요

 

 좀 모자란 거 같은데위로가

 

 (다정

 

 [함께 웃는다]

 

 (영도최선을 다해

 

 최대한 오래 살아 보겠다고

 

 많이도 아팠던 계절의 끝에서

 

 내게 손을 내밀어 준

 

 당신은 나의 봄이라고

 

 (다정어쩌면

 

 다시 아픈 계절이 온다 해도

 

 의심 없이

 

 끈질기게

 

 또다시 손을 내밀어 줄

 

 나는

 

 당신의 봄이라고

 

 [함께 웃는다]

 

 [아련한 음악]

 

 (다정누군가를 마음에 들인다는 건

 

 그 마음에 상처받기 좋은  구석이 생긴다는 것

 

 그걸 다 알면서도  그 손을 놓지 않겠다는 것

 

 상처받고 싶지 않다

 

 (다정달라지고 싶고 달라질 건데

 

 아직은 이게 나예요

 

 (다정그런데

 

 행복하고 싶다

 

 (영도말하기 싫으면 안 해도 돼요

 

 그런데 필요하면

 

 언제든지요

 

 (영도마음을 다쳤다는 건  비유가 아닙니다

 

 상처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지  진짜 외상을 입은 거예요

 

 이분은 교통사고로 치자면  팔다리갈비뼈 다 부러진 건데

 

 '너 당장 일어나 걸어야지  왜 누워 있어'

 

 그러면 안 되잖아요

 

 하루하루 버티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잘하고 계신 거예요

 

 그냥 넘어진 거예요

 

 누가 기다릴까 봐 서두르다가

 

 (다정늦은 봄밤

 

 미친 봄눈이 쏟아지던 밤

 

 그 미친 날씨를 핑계 삼아

 

 누군가는 다친 날개를 다시 펴고

 

 누군가는

 

 아주 오래 접어 놓았던 날개를 팔락여

 

 나비가

 

 날았습니다

 

 (미란물구덩이도 피하고  화재도 예방하고

 

 둘이 붙어 있어도 공기가 솔솔 통하고

 

 (미란그런 연애가

 

 곧 올 거야

 

 (영도떨고 있던 그날의 당신을  안아 주진 못했지만  [흐느낀다]

 

 그 시간을 이겨 낸  지금의 당신을 안아 주고 싶다는

 

 아마도 가장 따뜻한 위로

 

 (다정지금은

 

 좀 괜찮아요?

 

 아팠던 거

 

 [신호등 알림음]

 

 (영도나는 당신의 눈물이 하는 말을

 

 당신의 체온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듣는다

 

 '나는 네가 미치게 가여워서'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어'

 

 그 밤 당신이 안아 준 사람은

 

 더는 세상에 빚을 질 수 없어

 

 당신조차 잃으려 하는

 

 바보 같은 지금의 나였다

 

 (다정두 시간짜리 영화에선  두 시간이 영원이잖아요

 

 난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영도) '그런 기억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라'

 

 '너는 잘못한 게 없고'

 

 '그 무서운 상황 견디고 잘 커 줘서'

 

 '엄마는 너한테 많이 고마울 거다'

 

 (미란) '아무리 거지 같은 사랑도'

 

 '이렇게 이쁜 거 하나는 남겨 준다'

 

 넌 그걸 보여 주는 유일한 증거인데

 

 (다정나도 다시 할 수 있어요

 

 코뿔소에 또 받히고 떨어지고

 

 그거 다 할 수 있어요

 

 (영도세상이 너무 깜깜해서  다 놓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깜빡거리는 불빛 하나만 보여도

 

 멀리서 지켜보기만 해도

 

 손끝만 살짝 닿아도

 

 그걸로 충분하거든요

 

 (다정사람들의 발아래에  떨고 있던 들꽃 하나가

 

 울타리를 만나고

 

 작고 동그란 위로를 만났을 때부터

 

 나는

 

 당신을

 

 사랑하게 된 것 같다고

 

 (영도당신은

 

 나의 봄이라고

 


 

.너는 나의 봄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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