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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킹덤  S1.1

 

 (이 의원)  전하의 침소는

 

 절대로 엿봐선 안 된다

 

 알겠느냐

 

 (단이)  명심하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단이가 상을 탁 내려놓는다]

 

 [단이가 상을 달그락 든다]

 

 [괴상한 신음이 들린다]

 

 [상을 탁 내려놓는다]

 

 [단이의 떨리는 숨소리]

 

 [괴상한 신음이 들린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단이의 비명]

 

 [단이의 비명이 울려 퍼진다]

 

 [까마귀 울음]

 

 - (군졸1) 죽여 주십시오!  - (군졸2) 죽여 주십시오!

 

 밤새 한양성 곳곳에  이와 똑같은 괘서가

 

 (도진)  백 장이 넘게 나붙었습니다

 

 살아 계신 전하가 붕어하셨다?

 

 [말 울음]

 

 이 글을 붙인 자들  이 글을 쓴 자들

 

 (범일)  쓰라고 지시한 자들

 

 모두 한 명도 빠짐없이 잡아들여라

 

 삼족을 멸할 것이다

 

 이 글이

 

 성안 곳곳에 붙도록  손 놓고 있었던 자들 또한

 

 그리될 것이다

 

 (군졸2)  [울먹이며]  별장 나리살려 주십시오!

 

 [군졸2가 울먹인다]  (군졸1)  나리살려 주십시오!

 

 [어두운 음악]  (군졸2)  살려 주십시오나리나리

 

 (군졸1)  살려 주십시오나리살려 주십시오!  [군졸들의 신음]

 

 [문이 벌컥 열린다]

 

 (교리)  해원 조씨 가문이  어린 유생들을 잡아들이고 있습니다

 

 (여자1)  아유아이고왜 이러시오  [유생1의 신음]

 

 아유아이고경석아경석아!

 

 경석아아유경석아경석아!

 

 [여자1의 다급한 신음]  [유생1의 힘겨운 신음]

 

 (도사)  포박하라!

 

 [소란스럽다]  [유생들의 신음]

 

 (교리)  전하께서 두창으로 쓰러지신 지  벌써 열흘째인데

 

 그동안 전하를 알현한 사람은  영의정 조학주 대감과

 

 조 대감의 따님이신 계비마마  단 두 분뿐입니다

 

 이러니 전하께서 붕어하셨다는

 

 참담한 괴소문이 도는 것 아닙니까

 

 [유생들의 비명]

 

 [유생들의 고통스러운 신음]

 

 [유생들의 신음이 계속된다]

 

 그만!

 

 (좌의정)  한양성 인근 서원의  유생 89명이 뜻을 모아서

 

 이 괘서를 붙였다는 고변이 있었다

 

 자백하라!

 

 가장 먼저 자백하는 자의  목숨만은 살려 줄 것이다

 

 (유생2)  이 나라의 진짜 역적이 누구인가!

 

 매관매직가렴주구로!

 

 자기들 잇속만을 채우기에 급급한  간악한 외척 무리

 

 바로!

 

 해원 조씨 놈들이 역적이오

 

 (좌의정)  이놈그 입 다물지 못할까!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이 버러지 같은 해원 조씨가

 

 (유생2)  인분을 탐하는 돼지 무리와  무엇이 다를까

 

 [어두운 음악]  차라리 지금의 왕은 죽는 게  더 나을 것이오

 

 이 나라를 그 돼지들의 우두머리인

 

 조학주 대감에게 갖다 바친  나약한 왕일 뿐이니까

 

 (좌의정)  네 이놈!

 

 (학주)  왕이 죽는 게 더 나을 것이다?

 

 역모를 인정하는 것이냐

 

 그렇다면 새로운 바람

 

 너희들이 받드는 새로운 왕은 누구이냐

 

 이 나라의 국본세자인가?

 

 "통명전"

 

 [새가 지저귄다]

 

 [다가오는 발걸음]

 

 (계비)  세자

 

 거동도 힘든 이 어미의 처소 앞에서

 

 며칠째 이러고 계시면 어찌합니까

 

 아바마마께서 병중에 계신 지  열흘째인데

 

 아들로서 아무것도 해 드리지 못하니

 

 이보다 더 큰 불효가 어디 있겠습니까

 

 부디 강녕전 출입을 허락하시어

 

 아바마마의 곁에 있게 해 주십시오

 

 아바마마께서는  두창으로 쓰러지셨습니다

 

 (계비)  곁에서 시탕을 들다가  세자마저 같은 병에 걸려 쓰러진다면

 

 그 누가 이 나라의 조정을  지킨단 말입니까

 

 왕실의 큰 어른으로서  절대 허락할 수 없으니

 

 어서 돌아가세요

 

 한 가지만 대답해 주십시오

 

 아바마마께서 정녕 무사하신 것입니까

 

 세자는

 

 아바마마에 대한 효만 배우시고  [어두운 음악]

 

 이 어미에 대한 효는  못 배우셨나 봅니다

 

 (계비)  아랫것들 앞에서  어미를 이리 불충하게 대하시다니요

 

 이 어미가 그리도 미우신 겝니까?

 

 아니면 아직 태어나지도 않은

 

 이 아우가 미우신 겝니까?

 

 마마그 어찌...

 

 (계비)  그런 게 아니시라면

 

 어서 돌아가세요

 

 뭣들 하느냐세자를 뫼시지 않고

 

 [하늘이 우르릉거린다]

 

 내 직접 아바마마를 뵈어야겠다

 

 강녕전으로 갈 것이다

 

 (내시)  저하잊으셨습니까

 

 강녕전에 세자 저하의 출입을 금하라는  중전마마의 지엄한 명이 계셨습니다

 

 ()  비켜라

 

 비키라 하였다!

 

 [무거운 음악]

 

 (내시)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너희는 누구의 궁인이냐

 

 너희가 섬기는 왕은!

 

 아바마마인가해원 조씨인가!

 

 대전이건 중궁전이건 동궁전이건

 

 이 궐 안에 해원 조씨를  따르지 않는 사람은 없단 말이냐!

 

 (내시)  저하!

 

 (함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  좌익위를 부르라

 

 [거친 숨소리]

 

 (무영)  부르셨습니까

 

 [창의 성난 숨소리]

 

 [창의 거친 숨소리]

 

 [무영의 한숨]

 

 (무영)   1년 치 녹봉보다 비싼 것을  집어 던지시면 어찌하십니까

 

 그렇게 성질을 부리실 거면 차라리

 

 중전마마 얼굴에  집어 던지시지 그러셨습니까

 

 ()  세자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 효인데

 

 패악을 부려  폐세자라도 된다면 곤란하지

 

 머리에 피도 마르지 않은  어린 계집이지만

 

 명색이 내 어머니 아니냐

 

 (무영)  ...

 

 효심도 지극하십니다

 

 ()  해 줘야 할 일이 하나 있다

 

 (무영)  설마...

 

 강녕전에 가서  전하를 뵙고 오라는 건 아니시죠?

 

 약방 일기를 가져다 다오

 

 (무영)  저하숙위병들이 밤낮없이 지키는  그 약방 일기를

 

 제가 무슨 수로 가져오겠습니까

 

 나주에서 진상한 배  고창에서 올라온 석류

 

 수라간 상궁들이  정성 들여 올린 매작과

 

 나에게서 훔쳐 간 것들을  잊진 않았겠지?

 

 저하

 

 불혹의 나이에 겨우 무과에  급제할 동안 뒷바라지를 한

 

 어진 안사람을 생각하거라

 

 [한숨]

 

 혼인한 지 10년 만에  어렵게 자식을 회임한 그 어진 처에게

 

 ()  귀한 음식을 가져다주고 싶어

 

 내 다과상에까지 손을 댄 것 아니더냐

 

 그런 제 마음을 아시는 분이...

 

 언제까지 그 일로  절 부려 먹으실 작정이십니까

 

 내 다과상에 손을 댄 것이 알려지면

 

 당장 잘릴 터인데

 

 약방 일기에 손댄 사실이 알려져도  저는 잘릴 것입니다

 

 ()  오호...

 

 오늘 밤 다과상은  귀한 육전이라고 들었다

 

 [무영의 한숨]  정 싫으면 어쩔 수 없고

 

 아휴

 

 [한숨]

 

 (무영)  동트기 전  마지막 교대 시간을 노려 보면

 

 틈이 생길 것 같습니다만

 

 (무영)  동트기 전 밤을 꼬박 새운 숙위병들은  판단력이 흐려질 겁니다

 

 그때 교대 시간을 노리면  가능할 듯합니다

 

 [긴장되는 음악]

 

 [부엉이 울음]

 

 [힘주는 숨소리]

 

 [창이 탁 착지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거친 숨소리]

 

 [문이 달칵 여닫힌다]

 

 [다가오는 발걸음]

 

 [창의 떨리는 숨소리]

 

 (범일)  전하가 사라져?

 

 (상선)  송구하옵니다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범일)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찾아내게

 

 어서!

 

 ()  아바마마께서

 

 사라져?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창의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괴상한 신음이 들린다]  [창의 놀란 숨소리]

 

 [괴상한 신음이 들린다]

 

 [창의 힘겨운 숨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괴성이 들린다]  [창의 긴장한 숨소리]

 

 [창의 겁먹은 숨소리]

 

 [둔탁한 소리가 들린다]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거친 숨소리]

 

 (범일)  여기서 뭘 하고 계신 겁니까?

 

 복도에 괴이한 것이 있었다

 

 괴이한 것이라니요?

 

 짐승의 소리

 

 지독한 피비린내에 악취까지

 

 사람이 아니었다  괴물의 형상이었다

 

 그럴 리가 있습니까?

 

 강녕전에 괴물이라니요

 

 헛것을 보신 게 아닙니까?

 

 지금 내 말을 못 믿는 것이냐

 

 며칠을 석고대죄하셨으니  몸이 허해지실 만도 하십니다

 

 동궁전으로 돌아가셔서

 

 (범일)  내의원의 진맥을 받아 보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동궁전 궁인들에게  저하를 뫼시라 일러라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아바마마는 찾았느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전하께선 지금 침전에 누워 계십니다

 

 침전에 계신다?

 

 그렇다면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면 될 일

 

 (범일)  저하걸음을 멈추십시오

 

 ()  아바마마소자이옵니다!

 

 (범일)  걸음을 멈추십시오저하

 

 - (문을 열거라  - (범일아니 되옵니다

 

 문을 열거라어서!

 

 [긴장되는 음악]

 

 감히 지금 내 앞에서

 

 칼을 빼 든 것이냐

 

 중전마마의 명이 계셨습니다

 

 왕실의 법도를 지키는 것입니다

 

 일개 금군별장이

 

 왕족의 피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있다면

 

 베어라

 

 아바마마께서는 어디 계시오?

 

 (학주)  왜요아바마마의 안위가  걱정되시는 겁니까?

 

 강녕전에서

 

 몰골이 끔찍한 괴물을 보았소

 

 (학주)  나도 보았습니다

 

 겉으로는 아비에 대한 걱정으로  가득한 척하면서

 

 속으로는 자신의 안위와 권세를 위해

 

 그 아비가 죽기를 간절히 바라는

 

 괴물 같은 아들을 보았습니다

 

 그뿐입니까

 

 그 아들을 앞세워

 

 전하를 시해하고

 

 이 나라를 손아귀에 넣으려는  사악한 생각만 가득한

 

 괴물들을 보았습니다

 

 의금부 정청 뜰 앞에  그 괴물들이 흘린 피로 가득하지요

 

 그 피가 봇물이 되면  아마도 역모의 정범이

 

 그들이 세우려 했던  새로운 왕의 정체가 드러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일개 금군별장이라도

 

 왕족의 피를 감당할 수 있겠지요

 

 아무리 기다리셔도  전하께선 오지 않으실 겁니다

 

 병세가 가라앉아  중궁전으로 드셨거든요

 

 범일아

 

 저하 모셔다드려라

 

 아버님

 

 (범일)  저하가 오늘 많이 놀라신 듯하니

 

 기응환이라도 올려 드려라

 

 [문이 달칵 여닫힌다]

 

 [창의 깊은 한숨]

 

 (무영)  저하

 

 ()  구하였느냐

 

 (무영)  하마터면 걸릴 뻔했지만  가져왔사옵니다

 

 [무영의 거친 숨소리]

 

 ()  아바마마께서 쓰러지신 건 열흘 전

 

 지난 그믐이다

 

 '오한발열두통'

 

 [어두운 음악]

 

 '과립 화독탕을 여러 번 올렸으나  소용이 없다'

 

 '열이 많이 나는 건  소두와는 차이가 있으니'

 

 '증상이 심상치 않다'

 

 '백약이 무효하다'?

 

 (무영)  아니저하

 

 왜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은 것이옵니까?

 

 이럴 리가 없다

 

 약방 일기라는 것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적어야 하거늘

 

 게다가 아바마마께선 위독한 상태셨다

 

 뭔가 숨길 것이 있어

 

 일부러 적지 않은 것이면 몰라도

 

 ()  도대체 아바마마께강녕전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냐

 

 (무영)  저하

 

 이승희 의원이 누굽니까?

 

 ()  이승희 의원이라면 3년 전에 사임한  전임 어의다

 

 그자를 어찌 아느냐?

 

 (무영)  여기 전하에 대해 적어 놓은 기록 중에  맨 마지막에...

 

 ()  잠행을 나가야겠다

 

 (무영)  잠행을요?

 

 아니 되옵니다그러시다가 또  중전마마께 무슨 봉변을 당하시려...

 

 ()  강녕전에 가지 말라 하였지

 

 궐 밖으로 나가지 말라는 말은 없었다

 

 (무영)  저하!

 

 ()  잠행을 준비하라

 

 너와 나 단둘이 갈 것이다

 

 (무영)  그럼...

 

 육전은...

 

 [창의 한숨]

 

 [창의 짜증 섞인 신음]

 

 [어두운 음악]

 

 [병자1의 못마땅한 신음]

 

 (서비)  조금만 더 드세요  그래야 빨리 건강해지시죠

 

 (병자1)  나중에 먹지

 

 [영신이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영신)  이딴 거나 먹여 대니

 

 이거 뭐병 때문에 죽는 게 아니라  굶어서 뒈져 버리겠네

 

 관아에서 환곡미를 곧  내려 준다 했으니

 

 그때까지 조금만 참으세요

 

 참이나 내려 주시겠다

 

 그놈의 환곡미 기다리다가

 

 하루에만 수십 명이  굶어 뒈지는 판인데

 

 [침을 칵 모은다]

 

 (서비)  쉬고 있어

 

 [서비가 상을 탁 내려놓는다]

 

 [영신의 짜증 섞인 신음]

 

 뭐 하는 거야?

 

 저거라도 먹지 않으면  저 사람들 더 위독해지니까

 

 입조심하세요

 

 (영신)  근데

 

 이승희인가 하는 의원은  언제 오는 거요?

 

 (서비)  한양에 가셨다고 말씀드렸잖아요

 

 (영신)  그래서 언제 오냐고이승희 의원

 

 그 사람 의술이 장난 아니라 해서  여기까지 왔구먼

 

 댁 상처는

 

 주둥아리 닥치고 있으면 금방 나으니까

 

 그만 돌아가시죠

 

 [영신의 어이없는 숨소리]

 

 (영신)  ...

 

 [헛웃음]

 

 뭘 봐이놈아

 

 [의녀1의 한숨]

 

 (의녀1)  먹는 게 그러다 보니까  약도 잘 안 듣고

 

 진짜 큰일이다

 

 (의녀2)  이승희 의원님이 돌아오셨어요!

 

 (병자2)  얼른얼른의원님 오셨어!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병자2)  저기 오신다!

 

 [어두운 음악]  [사람들이 술렁인다]

 

 (서비)  오셨어요?

 

 [남자1이 말을 어른다]

 

 저게 무엇입니까?

 

 장례 준비를 하거라

 

 (서비)  ?

 

 누구의 장례 말입니까?

 

 (남자1)  행님

 

 행님관 좀 잡아 주이소

 

 (남자2)  한번 보십시다

 

 [사람들의 놀란 신음]

 

 - (남자3) 단아  - (여자2) 단이야

 

 - (남자4) 단이야  - (여자2) 단이어떡해

 

 - (여자2) 어떡해...  - (남자5) 어쩌다 이래 됐노

 

 [사람들이 술렁인다]

 

 (의녀2)  이게 무슨 일이야...

 

 [서비의 다급한 숨소리]

 

 (서비)  스승님!

 

 스승님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도대체 한양에서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단이가 저리 처참한 모습으로  돌아온 겁니까?

 

 말씀해 주십시오

 

 [이 의원의 한숨]

 

 아무 일도 없었다

 

 아무 일도...

 

 아무 일도 없었어

 

 [문이 달칵 닫힌다]

 

 (좌의정)  전하를 폐위시키고

 

 세자 저하를 새로운 왕으로 추대해

 

 새로운 세상을 열겠다  적혀 있습니다

 

 (우의정)  이는 역모의 결정적인 증거입니다

 

 (좌의정)  당장 세자 저하를 의금부로 압송해

 

 조사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그 서신은 어디서  어떻게 발견된 것입니까?

 

 압송된 유생 중 한 명의 집에

 

 이 서신이 있다는 고변자가 있었소

 

 참으로 기특한 고변자입니다

 

 (대제학)  역모에 가담한 유생들 89명을  하나같이 알고 있었고

 

 남몰래 오간 서신이 있는 곳까지  알고 있었다?

 

 도대체 그자가 누구입니까?

 

 (학주)  그것이 그리도 중요하오?

 

 압송된 유생들 89명 아무도  역모를 시인하지 않았습니다

 

 한데 그 고변자의 진술 하나만 믿고  이리 역모로 몰아가는 것은

 

 이 나라의 근간인 유림을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볼 수가 없소이다

 

 [학주의 웃음]

 

 (학주)  이 나라의 근간이 유림이라...

 

 그런 유림이  이 나라를 위해 한 일이 무엇이 있소?

 

 그 무슨 말이오!

 

 (학주)  처참한 전란이

 

 두 번이나 이 땅을 휩쓸었소

 

 그때

 

 왜 우리가  그리 무기력하게 당했는지 아시오?

 

 논어니 맹자니

 

 입으로만 나불대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허약한 유림이  이 나라를 이끌었기 때문이오

 

 지금도 마찬가지

 

 (대제학)  영상 대감말씀이 지나치시오

 

 [긴장되는 음악]

 

 (대제학)  [힘겨운 목소리로]  이게 무슨 짓이오영상!

 

 잘 안 보이시오?

 

 더 잘 보이게 해 드릴까?

 

 [괴로워하는 신음]

 

 뭐라 적혀 있는지 이제는 보이시오?

 

 이 나라의 하늘을 무너뜨리고

 

 질서를 어지럽히고

 

 (학주)  혼란에 빠뜨려  망국의 길로 이끈다 적혀 있소

 

 이리 끔찍한 글을 앞에 두고

 

 이 나라를 받드는 조정의 대신으로서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또 전란 때처럼 탁상에 앉아  시시비비만 가리고 있을 것인가!

 

 대감이제 그만하시지요

 

 [거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당장 세자를 의금부로 압송하라

 

 (범일)  세자는 어디 있느냐

 

 (내시)  저희는 모릅니다

 

 [궁인들의 떨리는 숨소리]

 

 (범일)  다시 한번 똑같은 대답을 하면  이번엔 목이 날아갈 것이다

 

 세자는 어디 있느냐

 

 - 소인은 정말로 모르겠습니다  - (상궁아뢰옵기 황송하오나

 

 (상궁)  아까부터 저희도 계속 찾았지만

 

 동궁전 그 어디에도 계시지 않았습니다

 

 직접 보시지 않으셨습니까

 

 세자를 찾아라!

 

 (범일)  궐 안이건 한양성이건  샅샅이 뒤져서 의금부로 끌고 오라!

 

 세자는 이제

 

 이 나라의 국본이 아닌

 

 역모를 꾸민 대역죄인이다

 

 [상궁의 떨리는 숨소리]

 

 [내시의 신음]

 

 [상궁의 놀란 숨소리]

 

 [내시가 컥컥거린다]

 

 [새가 지저귄다]

 

 [까마귀 울음]

 

 (무영)  아유...  [닭 울음]

 

 게 있느냐!

 

 [벌레가 윙윙거린다]

 

 (아이1)  목욕했어  [아이들의 웃음]

 

 (무영)  이리 오너라!

 

 (사령)  

 

 (무영)  자네가 내의원 사령  박가 종영이 맞는가?

 

 (사령)  [당황한 목소리로]  

 

 아유

 

 세자익위사께서  무슨 일로 저를 찾아오셨습니까?

 

 동래에서 온 이승희 의원을 찾고 있네

 

 이번 달 초사흘

 

 자네가 당직을 섰을 때  입궁한 의원일세

 

 성함은 모르겠지만

 

 동래에서 오신 의원님께선  벌써 내려가셨습니다

 

 함께 온 종자가 위독하여  데리고 내려가신다 하셨습니다

 

 병세가 어떤지 묻거라

 

 함께 온 종자가 왜 위독한 것이냐?

 

 두창에 걸린 것이냐?

 

 제가 무지렁이인지라  제대로 알진 못하지만  [어두운 음악]

 

 병은 아니었습니다

 

 (사령)  여기저기 큰 상처가 있었습니다

 

 꼭 무슨 큰 짐승한테 물린 것 같은  상처였습니다

 

 [까마귀 울음]

 

 (무영)  저하서두르셔야 합니다

 

 이러다 들키겠습니다  빨리 돌아가셔야 합니다

 

 저쪽이 남쪽이니  저 길의 끝에 동래가 있겠구나

 

 난 알아야겠다

 

 아바마마께이 나라의 왕실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무슨 말씀이십니까?

 

 동래로 가야겠다

 

 (무영)  동래를요?

 

 지금요?

 

 아니수발들 내시도 없이  궁녀도 없이

 

 딸랑 저하랑 저랑 둘이서요?

 

 아니 되옵니다

 

 갈 것이다

 

 한양에서 동래까지의 길이  얼마나 먼 길인지 아십니까?

 

 궁궐에서 여기 올 때도

 

 시궁창 냄새 때문에  뒷간 냄새 때문에

 

 (무영)  몇 번이나 구역질을 하셨지 않습니까?

 

 그런데 저 먼 동래 길을

 

 900리 길을  그 고된 길을 어찌 가시려고 하십니까?

 

 지금까지 살아온 것이  그보다 더 고되었다

 

 진지는 어떡하시고요?

 

 궁궐에서 드시던 산해진미는  구경조차 못 하실 겁니다

 

 상관없다

 

 산적이나 폭도를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들 손에 죽을 수도 있사옵니다

 

 여기 남아 있어도 죽을 것이다

 

 역모 때문에 그러십니까?

 

 저하저하께서  하지도 않은 일을 가지고

 

 아무리 해원 조씨라 해도  저하를 어떻게 할 수는 없습니다

 

 내가 했다

 

 ?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내가 역모를 꿈꿨다

 

 [무거운 음악]

 

 아니왜요?

 

 어찌...

 

 그냥 가만히 계셔도 일국의 왕이 되실  세자 저하가 아니십니까

 

 근데 왜요?

 

 [붓을 달각 내려놓는다]

 

 세자...

 

 그래

 

 난 이 나라의 세자다

 

 아버지의 하나뿐인 아들이지만

 

 적통인 계비가 아들을 낳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후궁의 몸에서 태어난 반쪽짜리 세자

 

 그래서 그리하였다

 

 살고 싶어서

 

 [당황한 숨을 내뱉는다]

 

 - 그래도...  - (지금도 마찬가지다

 

 의금부에서 날 보호하기 위해  수많은 유생들이 죽어 가고 있다

 

 ()  그들을 살리고 나도 살 수 있는 길이

 

 저 남쪽 끝 동래에 있다

 

 동래 지율헌으로 가  이승희 의원을 만나

 

 아바마마께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아내야만 한다

 

 [기합]

 

 [멀어지는 말발굽 소리]

 

 [한숨]  [말 울음]

 

 [무영의 기합]

 

 (사령)  [흐느끼며]  종자가 위독하여

 

 데리고 갔다고 말했을 뿐입니다

 

 살려 주십시오  [사령이 흐느낀다]

 

 (범일)  분명

 

 세자는 이승희 의원을 찾아  동래로 간 것입니다

 

 그때 제가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이승희 의원을 죽여  입을 막았어야 했습니다

 

 이승희 의원은

 

 아직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이다

 

 (학주)  하지만

 

 세자는 아니지

 

 [긴장되는 음악]

 

 "숙의문"

 

 (학주)  파발을 띄워도 세자보다 느릴 것이다

 

 너희가 직접 가서 세자를 막아야 한다

 

 날랜 기병 열 기가 선발대로 출발하고

 

 (학주)  금군의 정예 부대 오십이  그 뒤를 따른다

 

 동래에 가기 전에  지율헌에 가기 전에

 

 반드시 막아야만 한다

 

 세자를 죽이는 한이 있더라도

 

 "한양  동래"

 

 [서비가 흙을 삭삭 긁는다]

 

 [가방을 부스럭 정리한다]

 

 [서비의 한숨]

 

 (의녀1)  자꾸 생각나

 

 단이...

 

 그 이상한 상처들

 

 가자

 

 (의녀1)  ?

 

 굴뚝에서 연기가...

 

 [어두운 음악]

 

 뭐지?

 

 (병자3)  얼마 만이야이게

 

 [병자들이 웅성거린다]

 

 (병자4)  살 것 같네세상에  의녀님여기 한 그릇 더 주시오

 

 (병자5)  국 진짜 맛있네

 

 - (의녀1) 그게 뭐예요?  - (병자6) 맛있어 뒈지겠구먼

 

 [병자들의 웃음]

 

 (서비)  이게 뭐예요?

 

 (영신)  눈이 없나보면 몰라?

 

 병자들은 굶어 죽어 가는데

 

 의원이라는 작자는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으니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나라도 살자 싶어서  사슴 한 마리 잡아 왔다?

 

 (서비)  사슴요?

 

 지금 산속에 사슴이 남아 있다고요?

 

 관에 허락은 받았어요?

 

 (영신)  죽는 것도 관에 허락받고 죽지?

 

 어떻게 이 바닥은  먹을 걸 가져와도 난리야

 

 [병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병자들의 웃음]

 

 [병자들이 저마다 만족해한다]  [병자들의 웃음]

 

 [아기 울음]

 

 (병자7)  의녀님

 

 죄송한데  조금만 더 주실 수 없을까요?

 

 애 엄마가 젖을 먹이려고 하는데  젖이 잘 안 나와요

 

 - 예  - (병자7) 

 

 [그릇을 댕그랑 내려놓는다]

 

 [숨을 들이켠다]

 

 [탄성]

 

 [아기 울음이 들린다]

 

 (병자7)  [아기를 어르며]  괜찮아

 

 [그릇을 달그락 집어 든다]

 

 [긴장되는 음악]

 

 [서비의 비명]

 

 ?

 

 (서비)  당신어떻게 그럴 수가 있어어떻게?

 

 (영신)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봤어

 

 봤어

 

 어떻게 사람을?

 

 어떻게...

 

 그 애는 우리 지율헌 식구였는데

 

 (영신)  식구건 어린애건

 

 죽은 후에는 그저 고기일 뿐이지

 

 당신 미쳤어?

 

 그 애도 우리랑 똑같은 사람이었다고

 

 어떻게 사람이 사람을 먹어!

 

 (영신)  그래서

 

 다 함께 굶어 죽자?

 

 예의니 법도니 따져 가면서

 

 그딴 생각으로 살았다면  동래성 사람들 벌써 반은 굶어 죽었어

 

 그게 무슨 소리야?

 

 (영신)  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남았을 거 같아?

 

 ...

 

 그 사람들을 뭐  나라님이 살렸을 거 같아?

 

 아니그 사람들 살린 건

 

 배고픔에 굶주리다가 죽은  이웃들의 살과 뼈야

 

 (서비)  말도 안 돼

 

 (영신)  그쪽은 그쪽 마음대로 살아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는 쪽을 택할 테니까

 

 (아이2)  맛있다

 

 [의녀1의 웃음]

 

 (의녀1)  종구야괜찮아?

 

 왜 그래어떡해

 

 [아이2가 꺽꺽거린다]

 

 종구야!

 

 종구야!

 

 종구야!

 

 [아이2의 괴로워하는 신음]  종구야종구야

 

 [병자들의 괴로워하는 신음]

 

 [아이2의 괴로워하는 신음]

 

 (의녀1)  [울먹이며]  종구야종구야

 

 [병자들의 괴로워하는 신음]

 

 [맥없는 신음]

 

 (의녀1)  종구야...

 

 종구야!

 

 [병자8이 괴상한 신음을 내뱉는다]

 

 [괴로워하는 신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의녀1)  의원님!

 

 [의녀1의 놀란 신음]

 

 [그르렁거리는 숨소리가 들린다]

 

 [의녀1의 놀란 숨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난다]

 

 [의녀1의 놀란 숨소리]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의녀1)  아저씨

 

 [병자9의 괴로워하는 신음]  아저씨!

 

 아저씨잠깐만!

 

 [의녀1의 다급한 신음]

 

 아저씨!

 

 [의녀1의 힘주는 신음]

 

 [병자9가 캑캑거린다]

 

 [의녀1의 힘주는 신음]

 

 [병자9의 괴로워하는 신음]  [의녀1의 거친 숨소리]

 

 [의녀1의 거친 숨소리]

 

 [아이2의 괴성]

 

 더 할 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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