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S1.2
(무영) 아, 저하
이 아까운 걸 왜 버리십니까?
몇 날 며칠을 이것만 먹었더니
이제는 꼴도 보기 싫구나
(무영) 아휴,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왜 그리 위험한 일을 벌이셨습니까
간도 크시지, 참
덕분에 무슨 고생이십니까
나 혼자 살자고 한 것이 아니다
내가 역모로 폐세자가 된다면
익위사들이라고 무사하겠느냐
(창) 어진 너의 마누라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까요 그러니까 왜 그러셨냐고요
(창) 씁, 어허, 그놈 참 말 더럽게 많구나
[무영의 한숨]
저하처럼 고귀하신 분이 '더럽게'라니요
어디서 그런 이상한 말씀을 배우셔 가지고
(창) 어디서 배웠겠느냐
내 주변에 그런 말주변을 가진 사람은 네놈뿐이다
예, 참으로 하나를 가르치시면 열을 아십니다
(창) 어허, 이놈이 말을 받아 주니 끝이 없구나
한마디만 더 한다면 삼족을 멸할 것이다
농이다
기분 풀거라
무슨 농을 그리 살벌하게 치십니까
[무영의 웃음]
(창) 세자익위사나 되는 놈이
그리 겁이 많아서 어디에 쓰겠느냐
아니, 일국의 세자께서 제 삼족을 멸하겠다는데
그럼 겁을 안 먹습니까?
재밌으십니까? [창의 웃음]
[무영의 헛웃음]
어디가 그리 재밌으십니까?
[무영의 의아한 신음]
[창과 무영의 웃음]
[창의 한숨]
(창) 이 길이 맞는 것이냐
(무영) 금정산으로 가라 하고
여기가 금정산이니 곧 나오겠지요
(창) 그 말만 몇 번째냐
앞으로 한 식경까지 나오지 않으면
내 너의 삼족을 멸할 것이니라
(무영) 저하, 그 농이 정말 재밌습니까?
(창) 난 재밌구나
[창의 웃음]
[무영의 한숨]
(무영) 저하께서 재미있으시다면
계속 제 가문을 멸하시든가요
대신 살아남는다면 기장 미역 하나만 하사해 주십시오
산모한테는 그것만큼 좋은 것도 없다 하지 않습니까
덤으로 소고기 한 근도
[무영의 웃음]
(창) 이상하지 않으냐
(무영) 예?
아니, 저하 산달이 코앞인 산모를 두고 왔는데
기장 미역 하나 하사해 달라는 게 그게 그렇게 이상하십니까?
(창) 그 말이 아니다
너무 고요하다
아까부터 벌레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구나
[어두운 음악]
[바람이 솨 분다]
저하
저기 인가가 있습니다
"지율헌"
(무영) 제대로 찾아온 것 같긴 한데
의원치곤 좀 이상합니다 [창의 한숨]
저 말뚝 위의 검붉은 건 무엇이냐
(창) 저것은 피가 아니냐
(무영) 여기 잠깐 계십시오
[말 울음]
[무영이 나무판자를 탁 뜯는다]
[무영이 나무판자를 탁 내던진다]
저하
안쪽으로도 잠겨 있어서 제가 한번 넘어가 보겠습니다
[무영이 탁 착지한다]
좌익위, 게 있느냐!
(창) 안에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것이냐!
무영아!
무영아!
무영아!
[어두운 음악]
[탁 소리가 난다]
여기 있는 사람들에게 아무래도
(무영) 무슨 큰일이 벌어진 것 같습니다
이승희 의원은?
예까지 어찌 왔는데
이승희 의원을 찾아야 한다
게 아무도 없느냐!
(무영) 저하, 위험하옵니다 제 옆에서 떨어지지 마십시오
[창의 신음]
저하, 괜찮으십니까 [창의 짜증 섞인 신음]
다치시지 않으셨습니까?
[긴장되는 음악]
[창의 놀란 숨소리]
당겨!
[군졸들의 힘주는 신음]
[군졸들의 힘주는 신음]
- (군졸1) 왜 이렇게 무거워, 이거 - (군졸2) 하나가 아니야
[군졸1의 의아한 신음] - (군졸2) 어여 잡아 - (군졸3) 어서 잡아
[군졸들의 다급한 신음]
(군졸2) 하나, 둘, 하나, 둘! [군졸들의 힘주는 신음]
하나, 둘!
[군졸들의 힘겨운 숨소리]
[군졸들의 힘주는 신음]
(군관) 한양의 높은 무관께서 예까진 무슨 일로 오신 겁니까?
(무영) 이승희 의원이 용하다 하여 내 아우 진맥 좀 받으러 왔네
겉은 멀쩡해 보여도 상태가 꽤 좋지 않네 [군졸들이 대화한다]
[무영의 한숨]
내 아우는 급히 나오느라 호패를 챙기지 못했으니 이해 좀 해주게
예, 알겠습니다
여기 도착하셨을 때
다른 수상한 사람은 보지 못하셨습니까?
시체들밖에 없었네
각 건물 대청마루 밑에 숨겨 놓은 시신들을 모두 찾았습니다
모두 하여 48구입니다
시신들을 수레에 싣고
- 관아로 이동하라 - (군졸4) 예
[한숨]
시신이 없다
(무영) 예?
이승희 의원의 시신이 없어
살아 있는 게야
[풍악이 울린다] [왁자지껄하다]
(남자1) 아이고, 내가 이리 좋아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남자2) 아쉬웠으니까 구경이나 한번 해 볼까! [기생들의 탄성]
(이방) 자, 자, 자, 자, 자, 자!
(병마절도사) 어?
(이방) 새로 부임하신
우리 해원 조씨 가문의
조범팔 부사님을 위하여
한잔 드십시다!
[함께 호응한다] (범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병마절도사) 잠깐, 어어
[사람들의 놀란 신음] [범팔의 웃음]
[소란스럽다] (병마절도사) 에이!
[사람들의 웃음]
(병마절도사) 오늘같이 영광스러운 날!
부사님께 큰절 한번 올리겠습니다!
- (이방) 아이고 - (범팔) 아, 그래그래
(병마절도사) 만수무강하시옵소서!
[함께 웃는다] [소란스럽다]
(아전) 나리!
(아전) 나리!
- (아전) 큰일 났습니다 - (범팔) 어?
[긴장되는 음악]
(범팔) 그게 말이 되냐고, 어?
[범팔의 다급한 신음]
[사람들의 놀란 신음]
(남자3) 저, 저, 저게 다 뭐야?
[사람들의 당황한 신음]
(범팔) [말을 더듬으며] 이게 다 무엇이냐, 어?
(이방) 이게, 이게 다 이게 다 시신이야? 어?
(군관) 금정산 중턱에 위치한
지율헌 건물 안에서 발견된 시신들입니다
[이방의 놀란 신음]
[범팔의 당황한 신음]
(범팔) 부임한 첫날부터 이런 일이...
[범팔의 떨리는 숨소리]
버, 버, 버, 범인은 범인은 밝혀냈느냐?
- 수상한 자가 있긴 합니다 - (이방) 응
지율헌에서 최근까지 구료를 받던 영신이란 양인이
며칠 전부터 동래 일대의 대나무를
싸그리 모으고 다녔다고 합니다
- (범팔) 대, 대, 대, 대... - 대, 대나무?
(군관) 지율헌 담장 위에 그 죽창들이 박혀 있었습니다
죽창? 왜? [범팔의 놀란 신음]
시신들을 숨기려
외인들이 접근하는 걸 막은 듯 보입니다
[이방의 한숨] (군관) 그자의 호패를 조사해 보니
이미 3년 전 전란 때 죽은 자의 호패였습니다
[범팔의 놀란 신음] (이방) 왜, 왜...
그, 그놈이 수상하다!
당장 모든 군사들을 동원하여 그놈을 잡아 오라!
빨리빨리, 빨리, 어!
아니, 저, 이게 뭔... 도대체 무슨 일이야, 이게, 어?
[이방의 당황한 신음]
(이방) 어떻게, 이, 이럴 수가 있어, 어?
[이방의 놀란 신음]
(남자4) 아유, 나리
- (남자5) 아유, 왜 그러십니까, 나리 - (남자4) 정말 전 아닙니다
- (남자5) 전 아무 잘못 없습니다 - (군졸5) 됐고 가서 말해
- (남자5) 놔주십시오, 나리 - (남자4) 살려 주십시오, 나리
- (군졸5) 시끄럽고 따라와 - (남자4) 전 그 사람이 아닙니다
- (남자4) 예? 나리 - (남자5) 나리
(남자5) 왜 그러십니까, 나리 전 아무 잘못도 없습니다, 예?
놔주십시오, 나리, 예? 나리!
(무영) 그분은 아니시다
(창) 어찌 되었느냐
(무영) 영신이란 자가 범인이온데 지금 찾고 있습니다
이승희 의원은?
범인을 찾는 데 급급하여
미처 거기까지 신경 쓰고 있지 못한 듯합니다
(무영) 어디 가십니까?
(창) 이렇게 있을 순 없다, 시간이 없어
동래를 뒤집어엎어서라도
어떻게든 이승희 의원을 찾아야 한다
(무영) 지당하신 말씀이십니다
저도 빨리 그 의원을 찾아야지 한양 가서 내 마누라를 보죠
(창) 방법은?
(무영) 방금 저하께서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이 동래 바닥을 뒤집어엎자고
한양에 비하면 뭐 손바닥만 한 이 동래 바닥
뭐, 그 의원 아는 사람 한 명 없겠습니까
[긴장되는 음악]
[말 울음]
[도사들의 기합]
(도사1) 이제 곧 동래입니다
무리를 셋으로 나눈다
세자를 보는 즉시 관아로 압송하라!
[말 울음] [범일의 기합]
[도사들의 기합]
"강녕전"
[새가 지저귄다]
[어두운 음악]
(교리1) 저하의 친필이 적힌 연판장은 어디 있습니까?
무슨 소리인가?
차라리 그 연판장을 들고 조학주 대감에게 가시죠
그럼 더 이상 유생들이 죽는 걸 막을 수 있을 겁니다
(교리2) 자네 미쳤는가?
(교리1) 저하는 우리를 버리고 도망치신 겁니다
그러니 우리라도 살길을 찾아야죠
[교리2의 헛기침]
그만하게
세자 저하까지 건드리는 조학주 대감이
왜 대제학 대감은 놔두는지 모르십니까?
(교리1) 굴복하라는 겁니다
성균관의 수장이신 대감이
전국 모든 유생들을 데리고 해원 조씨에게 넘어오면
적어도 유림은 살려 주시겠다는 겁니다
그만하라니까
(교리1) 대감, 언제 금군이 들이닥칠지 모릅니다
빼앗기기 전에 넘겨야 됩니다
그것만이 살길입니다
[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하인) 대감마님, 손님이 오셨습니다
뫼시거라
동궁전 상궁이 예까지 무슨 일인가?
(대제학) 들어오시게
(교리2) 강녕전에서 시신이 나오다니
믿을 수가 없습니다
어찌 그런 일이
(대제학) 나 또한 그렇네
후원은 왕족 외에는 출입이 엄금된 곳이거늘
그곳을 어찌 들어갔단 말인가
강녕전에서 기이한 일들이 벌어진다는 소문에
목숨을 걸고 숨어 들어가 엿본 것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제 목숨이 걸린 일로 어찌 거짓을 고하겠습니까
알겠네
그만 가 보시게
[문이 달칵 닫힌다] (교리1)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나 봅니다
저 상궁의 말이 사실이라면
강녕전에 괴사가 생겼다는 얘기입니다
[어두운 음악] 그걸 조학주 대감이 우리에게 숨겨 온 것이지요
이 사실을 파헤치면
해원 조씨의 씨를 말릴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유생들도 우리도 저하도 살길이 열린다는 말입니다
(김 씨) 뉘십니까?
(무영) 아...
자네가 약초꾼 김 씨인가?
아, 듣자 하니
자네가 그, 지율헌에 약초를 댔다지?
전 이번 일에 대해선 아무것도 모릅니다
아, 아닐세, 아닐세 우린 다른 일로 찾아온 걸세
아주 중요한 일로 이승희 의원을 찾고 있네만
혹시 어디 있는지 알고 계신가?
전 그곳에 약재만 댔을 뿐 아무것도 모릅니다
죄송하지만 제가 좀 바빠 놔서...
(창) 윗전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천한 것이라 예도 배우지 못한 것이냐
늙은 아버지가
이 난리 통에 아침부터 아무것도 못 드셨는데
물이라도 떠다 드려야 할 거 아닙니까
장을 때리시려면 때리십시오
전 물 길으러 가려니까
(창) 씁...
(무영) 아이고, 미안하네
내 동료가 너무 오냐오냐 자라서 성격이 저 모양일세 [김 씨가 달그락거린다]
자네가 이해하고
뭐 아는 게 있으면 얘기 좀 해 주게
[돈주머니를 잘그락거리며] 내 사례는 넉넉히 하겠네
몇 번을 말씀드립니까
전 의원님을 못 뵌 지 몇 달이 넘었습니다
[무영의 한숨]
(무영) 작은 거라도 좋으니 얘기 좀 해 주게
너무 중요해서 그러네
내 관에는 절대로 알리지 않겠네
(김 씨) 어제
지율헌에서 일하던 서비라는 의녀가 찾아왔었습니다
지율헌 사건에 생존자가 있단 말이냐?
(무영) 지금 그 의녀는 어디 있는 것이냐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언골로 갔을 겁니다
절 찾아와선
언골에서 난다는 생사초라는 풀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거든요
죽은 사람을 살리는 풀이니 뭐니
혼이 빠진 게
보통 사람으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창) 방금 뭐라 하였느냐
죽은 사람을 살리는 풀?
(김 씨) 예
하나 세상천지 그런 풀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언골이라는 곳이 어디냐
[긴장되는 음악]
[창의 기합]
(김 씨) 사시사철 얼음이 어는 계곡이라 하여
[창의 기합] 언골이라 부르는데
동래 북쪽 고미산 속에 있다 들었습니다
[창의 거친 숨소리]
(무영) 저하께선 여기 계십시오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창) 아니다, 혼자 있는 게 더 무섭다
[힘겨운 신음]
[창과 무영의 거친 숨소리]
이곳은 벌써 한겨울이구나
(무영) 저하, 제 뒤에 계십시오
저하!
[바람이 휭 분다]
[어두운 음악]
[창과 무영의 거친 숨소리]
(무영) 저하, 위험합니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달그락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흙을 삭삭 판다]
(창) 지율헌에서 죽은 의녀들과 같은 옷이다
[무영의 헛기침]
네가 지율헌 서비라는 의녀냐?
[호미를 툭 내려놓는다]
(무영) 잠깐 나와 보거라
괜찮다, 나와 보거라
[칼을 탁 집어넣는다]
이승희 의원은 어디 있느냐
우린 이승희 의원을 찾아 한양에서 이곳까지 왔다
어서 말해 보거라
의원님은...
화를 피하지 못하셨습니다
무슨 소리냐
죽었단 말이냐?
모두 생사초
그 풀 때문입니다
한양도 지율헌도
그 풀이 모든 것을 그리 만들었다 의원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지율헌 사람들이 죽은 것이
한양에서의 일과 관련이 있다는 말이냐?
지율헌 사람들이 죽은 건 어찌 아십니까?
그 사람들을 보신 것입니까?
그래
(무영) 지금 시신들을 관아로 옮겨 그 사건을 수사 중이다
그 사람들을 지율헌 밖으로 옮긴 것입니까? [긴장되는 음악]
안 됩니다
안 됩니다 그 사람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막아야 합니다
[다급한 숨소리]
(군졸6) 웬 놈이냐!
멈춰라!
웬 놈이냐고 묻지 않느냐!
(영신) 다 어디로 갔어?
어디 갔냐고!
(군졸6) 에이씨
[군졸6의 신음]
(영신) 여기 있던 사람들!
다 어디로 갔냐고!
[사람들의 힘겨운 신음]
(범팔) 이게... 어, 어찌 된 일이냐
[의원의 난처한 숨소리]
(의원) 짐승에게 물어뜯긴 자국 같긴 한데
치흔의 크기가 호랑이나 늑대에 비하면 너무 작습니다
그럼 여우냐?
(의원) 아니요
짐승에게 물어뜯긴 자국이 아니라
사람의 이빨 자국과 흡사합니다
(이방) 어? 사람?
[범팔의 당황한 신음]
(범팔) 그, 그게 말이 되는가
사, 사람이 사람을 물어 죽이다니
"동래도호아문"
[어두운 음악]
(영신) 비키시오!
[사람들의 놀란 신음] 비켜요!
[군졸7의 힘주는 신음]
[군졸들의 신음]
(영신) 이자들은 여기 있으면 안 됩니다! 어서 가둬야 합니다!
도대체 뭐 하는 놈인데 동헌에서 행패인 것이야!
(영신) 당신들이 찾던 자가!
바로 납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내가 모든 걸 보았습니다
이자들은 죽은 게 아닙니다!
용모파기가 그자와 흡사합니다
(범팔) 어?
저자가 범인입니다
(범팔) 어?
뭣들 하느냐! 저놈을 잡아라!
[소란스럽게 싸운다]
[군졸들의 당황한 신음]
[군졸들의 당황한 신음]
(영신) 이자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이제 곧 일어나 사람들을 공격할 겁니다!
제 말을 좀 믿어 주십시오!
(범팔) 저, 저 미친놈을 안 붙잡고 뭐 하는 거냐!
당장 잡아라!
[군졸8의 기합]
[영신의 다급한 신음]
[사람들이 술렁인다] (여자1) 어떡해, 시신에 불붙는다
[군졸들의 기합] [영신의 힘주는 신음]
[군졸들의 힘주는 신음] [영신의 힘주는 신음]
[영신의 신음]
[영신의 거친 신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안 돼!
[소란스럽다]
[애쓰는 신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영신의 거친 신음]
(무영) 어딜 도망가느냐!
[서비의 다급한 숨소리]
시간이 없습니다 이제 곧 깨어납니다
(무영) 아, 이 계집이 미쳤습니다
아니, 죽은 자가 깨어나다니요
(서비) 아닙니다, 모든 게 사실입니다
아까 그 얘기는 무엇이냐
한양도 지율헌도 그 풀 때문이라고 했다 [어두운 음악]
스승님께서 한양에서 생사초로 죽은 사람을 살렸다 하셨습니다
(서비) 지율헌도 마찬가지입니다
죽은 사람들이 괴물이 돼서 살아났습니다
어서 가서 막아야만 합니다
그 죽었다 살아났다는 자들 어떠하였느냐
악취를 풍기고 짐승의 소리를 내지 않았더냐?
맞습니다
네 말을 입증할 물증이 있느냐
(서비) 지율헌 약재 창고에 이승희 의원님의 병상 일지가 있습니다
거기에 모든 것이 적혀 있습니다
생사초 그 풀을 찾으면
이 병을 고칠 수 있는 방법을 알 수 있다고 하셔서
지율헌 식구들을 고칠 방법을 찾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입니다
믿어 주십시오!
시간이 없습니다
해가 지기 전에 가서 더 큰 괴사를 막아야만 합니다
난 지율헌으로 갈 터이니
넌 이 여인과 관아로 가서 진위를 확인하거라
아니 되옵니다 어찌 미친 계집 말을 듣고 혼자서...
중요한 일이다
가서 진위를 확인하거라
(무영) 앞장서거라
[창의 기합]
[창과 무영의 기합]
[어두운 음악]
[말 울음]
[긴장되는 음악]
(범일) 이것을 찾으러 오신 겁니까?
[책을 탁 내려놓는다]
한양에서 이 먼 동래까지
전하의 뜻이 담긴 비망기입니다
'한양성 괘서 사건을 주도한 유생들 89명을 고신한 결과'
'모든 역모의 정범이'
'세자인 것으로 드러났다'
'세자를 당장 의금부로 압송하여'
'역모의 전모를 낱낱이 밝히라'
지금 당장 왕명을 받들어 한양으로 압송하겠습니다
그래도 세자 저하의 체면이 있으니
포승줄은 묶지 않겠습니다
순순히 가시죠
[헛웃음]
왕명이라...
지금 이 땅에 왕께서 계시긴 한 것이냐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겁니까?
이승희 의원은 왜 한양으로 불렀느냐
두창을 가장 잘 다스리는 의원입니다
하면 생사초
그 풀은 어디에 쓴 것이냐
정녕 아바마마께서 돌아가신 거냔 말이다!
전하께서 돌아가시다니요 그럴 리가요
전하께선 아직도 살아 계십니다
물론 정신이 혼미하시긴 하시나
중전마마의 출산일까지는 무사하실 것입니다
그렇게 잡고 싶더냐?
일국의 왕을 받드는 신하로서
절대로 해선 안 될 일을 저지르면서까지 그 권력이
그리도 갖고 싶더냐
저하께선 무엇을 하셨습니까?
그저 왕의 아들로 운 좋게 태어났을 뿐
아무 일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범일) 그 주제에 아버지를, 저를
언제나 지금 그런 눈빛으로 보셨죠
'나는 너희들 같은 더러운 버러지들과는 다르다'
그런 눈빛으로
[한숨 쉬며] 네 말이 맞다
너희들은 버러지다
(창) 일국의 왕을 능멸하고 왕실을 능멸했으며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린 버러지!
그것이 너희들 해원 조씨다
[종이를 쫙 찢는다]
그때 베어 보라 말씀하셨죠?
오늘 베어 드리겠습니다
내가 단지 운이 좋다 하였느냐
아니, 난 선택된 것이다
아바마마께 물려받은 이 왕재의 핏줄로
이제 너희를
단죄할 것이다
[긴장되는 음악]
그 칼로는 사람을 죽일 수 없습니다
[범일의 기합]
[창의 기합]
[창의 힘주는 신음]
[소란스럽게 싸운다]
[범일이 삭 베인다] [범일의 신음]
[모자를 툭 던진다]
[소란스럽게 싸운다]
[범일의 기합]
[창의 애쓰는 신음]
[범일의 기합]
차라리 세자로 태어나지 말지 그랬소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범팔) 이실직고하지 못할까!
도대체 저 사람들을 왜 죽인 것이냐!
(이방) 어?
(영신) 몇 번을 말해야지 믿으실 겁니까?
저들은 죽지 않는 괴물입니다
해가 지기 전에 모두들 피해야 합니다
(범팔) 저놈이 저거 실성했구먼?
저놈을 더욱 쳐라!
[어두운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서비의 다급한 숨소리]
(서비) 잠시만요
[사람들이 술렁인다]
- (서비) 부사 나리! - (군졸9) 멈춰라!
(서비) 들여보내 주십시오!
저는 지율헌의 의녀입니다
들여보내 봐!
(서비) 이자의 말이 맞습니다
이들은 죽지 않았습니다
해가 지면 일어나서 사람들을 물어뜯을 것입니다
어서 저들을 가두어야 합니다
[사람들이 술렁인다] [사람들의 비웃음]
(범팔) 이것들이 쌍으로 돌았나, 이씨
제 말을 믿어 주십시오
어서 저 사람들을 가두어야 합니다
그러지 않으면 동래 땅의 모든 사람들이 위험해집니다
[헛웃음]
피하셔야 합니다, 어서요!
[사람들의 비웃음] [서비의 다급한 숨소리]
(범팔) 저 미친 연놈들을 당장 하옥시켜라!
(이방) 집어넣어!
(서비) 나리, 나리! 나리, 사람들을 피신시켜야 합니다
지금 당장 도망가셔야 합니다!
지금 당장 도망가셔야 합니다 도망가세요!
[서비의 거친 신음]
- 주둥이를 확, 씨 - (서비) 도망가세요!
(범팔) 엄청 시끄럽구먼, 저거
[이방의 헛기침]
(여자2) 이미 시체들인데 뭘 도망가래
어?
움직였다
[어두운 음악]
어의 영감의 말씀이 맞습니다
전하께서는 붕어하셨습니다
(학주) 붕어하셨다니 무슨 소리를 하는 겐가
전하께선 살아 계시네
앞으로 한 달
중전마마께서 왕자 아기씨를 출산할 때까지
분명 살아 계신 것이네
- (이 의원) 대감 - (계비) 뭘 망설이시오?
왕을 살리는 것이 의원의 본분 아닙니까
영감은 그저 맡은 바 소임만 다하면 되는 것입니다
두려워하지 말게
3년 전 그때처럼
그렇게만 하면 되는 것이네
[어두운 음악]
[어두운 효과음]
[왕이 괴성을 지른다]
[왕이 그르렁거린다]
[괴성]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긴장되는 음악] (남자6) 저기 움직였어요
뭐, 어디!
[사람들이 술렁인다]
[사람들의 놀란 탄성]
[사람들의 놀란 탄성]
(범팔)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어이!
저기 저것 좀, 좀 걷어 보거라
(이방) 아, 어서!
[범팔과 이방의 못마땅한 신음]
(범팔) 아, 그냥 그, 좀 손으로 해라!
그, 사내자식이 겁은 많아 가지고
[긴장되는 음악] [군졸10의 놀란 신음]
[놀란 신음]
[범팔의 놀란 탄성]
[사람들이 술렁인다] [이방의 놀란 신음]
[범팔의 비명]
[이방의 놀란 신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함께 놀란다]
[이방과 범팔의 당황한 신음]
(이방) [말을 더듬으며] 사, 살아 있다
(남자7) 돌석 엄마! 돌석 엄마!
아이, 놔 봐요, 내 마누라여! 내 마누라랑께
돌석 엄마, 임자, 임자
[울먹이며] 이보오, 돌석 엄마
임자! 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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