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이 15
마왕준
[다다의 가쁜 숨소리] [문이 탁 닫힌다]
저 기자들 다 뭐야?
네가 불렀다며? 밝힐 게 있다고
너 대체 뭘 어쩌려는 건데?
궁금하면 너도 와서 봐
그럼 알게 되겠지
(다다) 야, 왕준아, 그러지 마
내가 뭘 하려는 건 줄 알고?
그게 뭐든 하지 마
네 눈빛은
(왕준) 이 와중에도 그 자식 걱정하는구나
엄다다
이따가는 경황이 없을 것 같아서
미리 얘기할게
미안해
멋대로 굴어서
[감성적인 음악]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왕준) 일단
일전에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드렸던 점
정말 죄송합니다
그리고 저를 끝까지 믿어 주신 팬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오늘 이 자리를 만든 이유는
한 가지 밝히고 싶은 사실이 있기 때문입니다
(기자1) 대체 그게 뭡니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제가 밝히고 싶은 건
제가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사람들이 술렁인다]
[규리와 진의 놀라는 숨소리]
(왕준) 이 자리에 제가 7년 동안 사랑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특수 분장사 엄다다 씨입니다
[감성적인 음악]
(루비) 에?
[진의 놀라는 숨소리] 다다…
(진) 누나?
[기자들이 놀란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진) 와, 진짜 대박 사건 [보원의 놀란 신음]
[규리의 한숨]
(규리) 다다가 7년 동안 만난 사람이
마왕준이었다는 거야?
형, 괜찮아요?
(진) 아, 우리도 놀라긴 했는데 형도 당황했겠어요
아이, 뭐, 마왕준 씨 그렇게 안 봤는데
골키퍼 있다고 골 안 들어가는 거 아니라고
선언하는 거야, 뭐야?
[차분한 음악]
[보원의 난감한 신음]
(보원) 영구야
[진의 놀라는 신음]
이거, 이거 왜 이래, 왜 이래? 봐 봐
일단 앉아
영구 씨가 로봇인 사실 말하지 않아 줘서 고마워
내가 말할 것 같았어?
아니
역시 엄다다는
날 믿어 주는구나
(다다) 아니, 틀렸어
네가 기자 회견에서 그런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거든
화니 일 겨우 해결했는데
왜 또 이런 일을 벌이는 거야?
내가 7년 동안 사랑하는 사람이 너라는 거
사실이잖아
우리 헤어졌잖아
난 너랑 헤어졌다고 생각한 적 없어
[잔잔한 음악]
오히려 더 깊어졌지
(왕준) 네가 나랑 똑같이 생긴 로봇 때문에 위험에 처했을 때
나 깨달았거든
배우라는 내 직업도
날 사랑해 주는 내 팬들도 소중하지만
나한텐 네가 제일 중요하다는 거
그러니까 이제 안 숨겨
내 마음
전부 드러낼 거야
내일 아버지 기일이지?
집으로 갈게
아니, 괜찮아
(왕준) 지금 밖에 기자들 우글거려
내가 먼저 나가서 시선 끌 테니까 그때 나와
[문이 탁 닫힌다]
[한숨]
네 비밀 지켜 준 걸로 너한테 쌓인 빚 다 갚았어
난 나답게 싸울 테니까 넌 네 방식대로 해 봐
어차피 다다는
인간인 나를 택하게 되겠지만
(기자2) 마왕준 씨 혹시 결혼 계획 있으신가요?
(기자3) 오늘 기자 회견 엄다다 씨와 협의한 부분입니까?
(왕준) 어, 결혼 계획은 없고요
협의한 거 아닙니다
제가 혼자 그 사람 사랑하는 거라서요
(기자2) 그럼 짝사랑이란 말씀이세요?
(웅) 어,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나중에 천천히 말씀드릴게요 [기자들이 저마다 질문한다]
(기자2) 한 말씀만 더 해 주시겠어요? 마왕준 씨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윙윙 소리가 난다]
[힘겨운 숨소리]
(화니) 아유, 씨!
(화니) 대표님
[화니의 가쁜 숨소리]
내가 증거 딱 잡았어요
병원에서 CCTV 입수해서 보니까
엄다다 그년이, 씨!
불도 안 났는데 일부러 비상벨 누른 거라니까
걔하고 마왕준 7년 사귀었다고 했죠?
[책상을 탁탁 두드리며] 우리 그거 다 터트립시다, 예?
나는 거짓말쟁이
대표님은 거짓말 교사한 사람 됐는데, 씨
우리 이대로 당할 순 없잖아요!
[리드미컬한 음악]
[은동의 한숨]
'마왕준이 7년째 사랑한 여자의 정체는'
'특수 분장사 엄다다'?
미친…
마왕준 은퇴한대요?
은퇴는 너하고 내가 해야겠지
예?
(은동) 모르겠어?
이 업계에서 우리 인생 쫑 났다
(화니) 대표님!
[화니의 성난 한숨]
[밝은 음악]
(다다) 음, 고소한 육전 냄새
역시 육전에는 한우죠
(영구) 한우?
(다다) 국내산 A+ 소고기란 거예요
응, 인정받은 소고기란 말이지?
네, 맞아요
아빠도 좋아했어서 예전에 많이 만들어 먹었었거든요
근데 왜 아무것도 안 물어봐요?
왕준이가 기자 회견 하고
내 기분이 어떤지 앞으로 어떻게 할 건지
안 궁금해요?
궁금해
근데 나
여자 친구 믿어
(영구) 제로텐 때문에 여자 친구 위험해지고
여러 일들 많았잖아
이렇게 여자 친구랑 조용히 있고 싶었어, 둘이서만
근데 오늘은 둘이 아니라 셋인데
응? 누가 와?
아빠요
(다다) 내일 아빠 기일이거든요
오늘 자정에 제사 지낼 거예요
제사
죽은 사람의 넋에게 음식을 바치는 의식
[다다의 웃음]
네, 음식 차려 놓고 문 열어 놓으면
아빠가 먹으러 올 거예요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영구의 의아한 신음]
(남자) 영구야 [놀라는 신음]
[놀라는 숨소리]
여기요
오셨, 오셨나 봐
(남자) 여기요
여…
[영구의 한숨]
(영구) 형이었어?
왜? 또 누구 오기로 했어?
(다다) 아니요
근데 늦은 밤에 어쩐 일이세요?
아, 그게, 내일이 할부금 내는 날인데
전하는 걸 깜빡해 가지고 [멋쩍은 웃음]
이체 번호는 문자로 주셔도 되는데
그렇죠, 예, 뭐, 그렇죠 [어색한 웃음]
(보원) 근데 마왕준 씨는 안 보이시네 나가셨나?
[다다의 웃음]
예, 자기 집으로 돌아갔어요
예스!
(보원) 잘됐다, 영구야
네 여자 친구는 네가 지켜야지 절대 뺏기면 안 돼
아, 그리고 현관문 열려 있길래 제가 닫았어요
어, 그거 일부러 열어 둔 건데
[의아한 신음]
귀신이 와야 하거든
귀신?
[음산한 효과음]
[비명]
[보원이 울먹인다]
[다다와 영구가 살짝 웃는다]
(왕준) 자
(다다) 고마워
[문이 잘칵 여닫힌다]
[웅의 지친 한숨]
(웅) 기자들 따돌리느라 동네 몇 바퀴는 돌고 왔네
[웅의 멋쩍은 웃음]
어? 보원 씨도 와 있었네요?
(보원) 오늘 무슨 날입니까?
오늘 다다 아버지 기일이에요
예상은 했는데
진짜 이러고 있네
(영구) 무슨 뜻입니까?
(왕준) 누나
(웅) 응? 어, 아
여기
다다 아버지 기일인데
최소한 예의 차리라고 가져온 거니까 입어
[잔잔한 음악]
자, 이제 순서대로 절하고 얼른 밥 먹자
먹긴 뭘 먹어?
아버지 제삿날마다 꼬박꼬박 체하면서
(웅) 그래, 너 좀 쉬어
아버지랑 겸상은 우리가 해 줄게
다 먹어 줄게
그래요, 다다 씨, 우리만 믿어요
(웅) 아니, 지금은 사귀는 사이 아니라니까요!
7년 만난 건 맞는데 지금은 아닙니다
아니, 왕준이가 차이고 말고가 뭐가 중요합니까?
질문지 그쪽으로 보내 줘요
우리가 검토하고 인터뷰할지 말지 결정해서 연락드릴게요
[웅의 거친 숨소리]
(보원) 기자들이 계속 물고 늘어지나 보네요
[웅의 답답한 한숨]
(웅) 아유, 전대미문의
짝사랑 기자 회견을 하셨으니까요
근데 난 왕준이가 얘기 좀 하고 가자 그래서 기다리는데
보원 씨, 왜 안 갔어요?
자정이 넘은 시간이지 않습니까?
아무리 웅이 씨라도
혼자 나가시면 위험할 거 같아서
[풋 웃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웅의 헛기침]
믿음이 좀 안 가긴 하지만
그래도 난생처음 보호받는 느낌 나쁘지는 않네요
(웅) 아, 저기
영구 씨 어디 몸이 안 좋아요?
아니, 아까 보니까 힘이 좀 없어 보이길래
에이, 그럴 리가요
저도 이 몸 하나는 끝내주지만
우리 영구는 그 이상입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아, 보원 씨 몸이 좋으시구나
[웅의 어색한 웃음] [불만 섞인 숨소리]
아이
(보원) 아니, 내가 몸이 좋다고만 하면 왜 사람들 반응이 이러지?
[가방을 탁 내려놓으며] 어떻게, 한번 확인시켜 드려요?
어머머머, 어머, 어머 [보원의 아파하는 신음]
(웅) 이 남자 미쳤나 봐, 어머 [보원이 콜록거린다]
- 어머 - (보원) 죄송합니다, 어유
어? 마, 많이 아파요?
- 어유, 아니요, 어유 - (웅) 괜, 괜찮아요?
아, 예, 괜찮습니다
(영구) 세탁해서 돌려드리겠습니다
고마웠습니다
(왕준) 고마웠으면 잘해
계속 여기서 지낼 수 있는데 집에 가는 거야
기자들이 동거네, 뭐네 하면서 떠들면 곤란하니까
그러니까 너도 조심해
사람들도 이제 다다 알아볼 거야
사람들이 여자 친구를 알아보면
어떻게 됩니까?
뭐
'마왕준의 사랑을 받는 여자가 다른 남자랑 다니네?'
하면서 수군거리겠지?
여자 친구가 그런 상황에 놓일 걸 알면서도
기자 회견을 한 겁니까?
어, 사랑하니까
때론 그런 방법도 필요하거든
넌 로봇이라 모르겠지만
[차분한 음악]
아
내가 지금 다다 곁에 널 두는 이유는 하나야
(왕준) 혹시 내 팬이나 기자들이 이 집에 들이닥칠 때를 대비해서
그럴 때
다다를 지키는 거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하지 마
(웅) 왕준아, 이제 그만 가자
- (왕준) 어? 가자 - (웅) 응
[문이 잘칵 열린다]
[문이 잘칵 닫힌다]
[영구의 한숨]
[다다의 개운한 신음]
(다다) 다들 갔어요?
(영구) 응
같이 마실까?
[다다가 살짝 웃는다] 아니에요
아빠랑 짠 해 주려고 이거 딱 한 잔만 마시는 거예요
(다다) 아니지
엄마도 와서 이미 둘이 마셨으려나?
[잔잔한 음악] [옅은 웃음]
여자 친구 어머니는
언제 돌아가셨어?
내가 아주아주 어렸을 때요
울 아빠 나 혼자 키우느라 무지 고생 많았거든요
죽은 사람들은 어디로 가?
아무 데도 안 가요
누군가의 기억 속에
차마 지우지 못한 핸드폰 문자 속에
소중히 모아 둔
사진들 속에 있는 거예요
(다다) 같이 들었던 음악 속에도
함께 췄던 춤 속에도
우리 아빠가
여전히 있는 것처럼
[액자를 탁 놓는다] 아휴
내일 촬영도 일찍인데 얼른 자야겠다
응?
[부드러운 음악]
아버지랑 여자 친구가 함께 췄다는 춤
나도 배우고 싶어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구가 살짝 웃는다]
이제 진짜 잘하네요?
[웃음]
(영구) 그거 알아?
(다다) 응?
우리 둘이 함께하는 모든 것들이
나한텐 전부 처음이야
(영구) 지금 이 춤도
제사상에 절을 해 본 것도
전을 부쳐 본 것도
다 여자 친구가 알려 줬어
[살짝 웃는다]
다른 것도 많이 알려 줄게요
응
오래오래 계속 같이하자, 여자 친구
[새가 지저귄다]
(진) 오케이
형, 이거 이번에 우리 드라마에서 협찬받은 건데
한번 써 봐요
(보원) 어? 난 쓰는 것만 써
이거 루비도 쓰는 거예요
- (보원) 루비? - 응
(진) 그리고 참고로
규리 누나는 남자 얼굴을 보거든요?
그러니까 눈에 들고 싶다
[손가락을 딱 튕긴다] 관리가 생명입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그렇지, 그렇지
미백과 주름을 한 번에 잡아 주는 마법의 에센스라고
그렇게 많이 바르면 안 되는…
아, 근데
우리 그, 매형도 따로 관리 같은 걸 하나?
매형? 영구?
(진) 예, 예, 영구 형
아니, 그, 우리 매형 보면은
맨날 막 피부 막
번쩍번쩍 광나고
그리고 스턴트 할 때도 보니까 완전 날아다니더구먼 [보원의 옅은 웃음]
잘생겼지, 피부 좋지, 몸 좋지
완전 사기캐네, 사기캐
누가 보면은 로봇인 줄 알겠어요
야, 어디 가서 그런 소리 하지 마 사람한테 로봇은 무슨
아, 왜 때려요?
(보원) 미안 [진이 구시렁거린다]
(웅) 어, 안녕
엄 팀장 어디 갔어?
밥이라도 같이 먹으려 그랬는데
아, 다다 누나 미술 팀하고 회의하러 갔어요
(웅) 아 [진의 옅은 웃음]
남보원 씨, 오늘 나랑 같이 밥 먹을래요?
아, 저 약속 있습니다 아니, 곧 생길 거 같습니다
(규리) 아? 언니, 안녕하세요
(웅) 어, 안녕
(보원) 흠, 저, 저, 규리 씨 [규리의 깊은 한숨]
제가 요 앞의 맛집 리스트 쫙 뽑아 왔는데
[발랄한 효과음] 저랑 식사하러 가실래요?
남보원 씨
네
세수 안 했어요?
(보원) 예?
(규리) 아, 좀 가서 씻어요, 좀
대낮인데 얼굴에 그냥 개기름이 좔좔 흐르네, 그냥
더러워 죽겠어, 진짜, 아유, 진짜 [진의 멋쩍은 웃음]
그 밥 나랑 먹읍시다
[익살스러운 음악] (보원) 입맛이 없어서요
먹읍시다, 나랑
아니요, 입맛이 없다니까요
밥 먹을래요, 나랑 뽀뽀할래요?
(규리) 예? 갑자기?
2004년 '미안하다, 사랑한다'?
[감성적인 음악] 밥 먹을래요, 나랑 살래요?
소지섭의 헤어밴드와 임수정의 어그 부츠가 유행했던
(진) 그 '미사'?
밥 먹을래요, 나랑 같이 살래요?
♪ 어느새 길어진 ♪
(웅) 밥 먹을래요, 나랑 같이 결혼할…
[음악이 뚝 끊긴다] 밥, 밥, 밥 먹어요
(보원) 밥, 밥, 밥 먹어요, 밥 먹읍시다 [익살스러운 음악]
밥, 밥 먹어요, 밥
(웅) 갑시다 [보원의 당황한 신음]
[탄성]
역시 우리 여웅 누님
박력 클래스 오지고요, 지리고요
[진의 놀라는 숨소리] (규리) 음, 그러게
(웅) 이거 왕준이 주려고 싸 온 건데 보원 씨 다 드세요
(보원) 매니저가 밥까지 싸 와서 바쳐야 됩니까?
기자 회견 이후로 우리 왕준이
어디 식당 가서 밥 한 끼 먹기도 힘들거든요
[보원의 깨닫는 탄성]
(보원) 정말 제가 먹어도 되나요?
아이, 그럼요, 다 드세요
맛은 보장합니다
[밝은 음악]
근데 왜 이걸 저한테?
보원 씨는 규리 씨한테 왜 같이 밥 먹자고 했어요?
아이, 그거야…
나는 왜 보원 씨한테 같이 밥을 먹자고 했을까요?
안 궁금합니다
[보원의 다급한 숨소리]
(왕준) 다다야
[살짝 웃는다]
준비 다 끝났어?
(감독) 야, 이 투 숏 이거 나만 봐도 되나?
[밝은 음악]
네?
허, 그게 무슨?
(감독) 기자 회견 후에 우리 드라마 검색어 1위까지 올랐잖아
사랑 앞에 솔직한 배우 마왕준이 연기할
'닥터 알파고 시즌2'가 기대된다는 거지
[헛기침]
뭐, 그게 또 그렇게 되나요?
[감독의 웃음]
(감독) 뭐, 아무튼 걱정했는데
오히려 홍보 효과가 어마어마해
사랑과 일 다 잡도록 노력해 봐요
아, 예, 뭐, 예
[감독의 웃음]
나도 배우 할까?
[함께 웃는다]
(감독) 웃어?
일 안 해?
[감독의 헛기침]
다다야
나 오늘 두 신만 찍으면 끝나는데
같이 아버지 납골당 갈까?
(왕준) 어제 제사는 지냈어도
너 아버지 뵈러 간 지는 꽤 오래됐잖아
내가 알아서 할게
(왕준) 너희 아버지
어머니 그렇게 먼저 보내시고 많이 힘드셨다고 했지?
아, 갑자기 그 얘기가 여기서 왜 나와?
네가 그랬잖아
우리 처음 만나기 시작했을 때
우리는
그렇게 서로 힘들게 만들지 말자고
같이 늙어 가자고
[잔잔한 음악] (왕준) 그때부터 내 목표는 하나였어
너랑 함께 늙어 가는 거
주름이 늘어도
걷기가 힘들어져도
둘이 함께면 충분하니까
나도 그랬지, 하지만…
(왕준) 그래, 하지만
그거 너랑 영구는 불가능해
너 알잖아
시간이 흐르면 넌 변하겠지만 걘 아니라고
넌 60, 70 나이를 먹겠지만
걘 영원히 스물 언저리겠지
그런 너희 둘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 거 같아?
변해 가는 널 보면서
걔는 무슨 생각을 할까?
[옅은 한숨]
(다이애나) 생각보다 멍청하네, 마왕준
시시하게
왜 기회를 줘도 써먹지를 못하지?
(인혁) 하, 제로텐도 회수되고
더는 방법이 없습니다
제로나인을 엄다다 씨한테 되찾고 싶으시면
차라리 로봇이라는 정체를 세상에 알리시는 것도 방법인데요
내가 켄을 초기화시켜서 뭐
되돌리길 바란다고 생각해?
그게 아니면…
처참하게 부서졌으면 좋겠어
내 눈앞에서, 그리고 엄다다 앞에서
[의미심장한 음악]
켄을 완전히 부숴 버릴 방법을 알아서 와
네
성공 못 하면
이번에 제로텐이 일으킨 소동에 너도 관여된 거
내가 본사에 얘기해 둘 거야
[리드미컬한 음악]
(다이애나) 음, 지부장은 징계 정도로 끝났지만
너는 아마 회사에서 해고되겠지?
[못마땅한 한숨]
알아들었으면 나가
뭐 해? 너희도 나가
(란) 아가씨
그렇게까지 켄에게 집착하는 이유
여쭤봐도 됩니까?
란, 기억해?
불길 속에서 살아 돌아온 날
사람들이 어떤 눈으로 쳐다봤는지
네
그때부터 지금까지 그 사람들한테 복수하면서
난 내가 행복하다고 생각했어
(다이애나) 근데 켄이 그러더라
내가 외로워 보인다고
란 생각은 어때?
저도
켄과 같은 생각입니다
딩동댕
그래서 부수고 싶은 거야
내 약점을 아는 건 란 하나로 충분하니까
(다이애나) 그러니까 켄을 부숴야지
내가 란을 죽일 순 없잖아?
(규리) 영구 씨는 스턴트 계속하실 거예요?
(영구) 하, 네, 돈을 벌어야 돼서요
근데
마왕준 씨랑 부딪치는 거 좀 그렇지 않나?
다다는 제 여자 친구입니다
(영구) 저는 다다의 남자 친구고요
마왕준 씨랑 어색할 일 없어요
그래도
자그마치 7년을 만났잖아요
상대가 마왕준인 건 몰랐지만
(규리) 내가 지켜본 바로는
다다가 그 사람 진짜 장난 아니게 좋아했었거든요
에헤! [못마땅한 신음]
(진) 이거 왜 이렇게 안 돼 누구처럼 눈치 없게
[진의 제지하는 숨소리] 아…
[윙윙 소리가 난다]
[감성적인 음악]
(규리) 아, 영구 씨, 어디 안 좋아요?
아, 예, 하, 아, 아닙니다
[규리의 어색한 웃음]
(영구) 하, 그리고
첫눈 올 때까지 봉숭아 물이 남아 있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고
규리 씨가 알려 줬잖아요
진짜 다다가 첫사랑이에요?
네
[헛웃음]
복받은 것
(영구) 분장 끝나셨으면 이만 일어날게요
아, 네, 끝났어요
(진) 고생하셨어요
(영구) 고생하셨어요
[몽환적인 음악] [윙윙 소리가 난다]
[무거운 효과음]
[규리의 웃음]
영구 씨, 재미없어요
왜 그런 장난 쳐요?
(진) 에이, 뭐야? 뭐, '영구 없다' 이런 거야?
[진과 규리의 웃음] 아이, 누나 때문에 삐졌잖아요
(규리) 뭔 소리야?
아, 영구 씨
우아, 어, 눈도 안 깜빡거려
- (진) 형, 형 - (규리) 영구 씨
(규리) 어, 영구 씨, 진짜 신기하다
[무거운 음악] (진) 누나, 형 이상해요
안 일어나고 아까부터 장난치고
- (규리) 왜 이래? - (진) 이상해 [무거운 효과음]
영구 씨
(규리) 나 때문 아니다
남보원 씨 어디 있어?
보원이 형? 왜?
빨리 불러와, 빨리
(진) 어, 보, 보원이 형, 보원이 형
(규리) 뭐야, 영구 씨 어디 아파?
지병 있어?
남보원 씨는 왜 부르는 건데?
[보원의 다급한 숨소리]
(보원) 영구야
언제부터 이랬어요?
(규리) 조금 전에
몇 분 몇 초 전인데!
- (보원) 아씨 - 아, 1분 전에요
(보원) 영구야
[보원의 걱정 섞인 숨소리]
[패드 조작음]
[패드 작동음]
[로봇 작동음]
영구야
[보원의 안도하는 한숨]
아, 다행이다
[보원의 안도하는 숨소리] (영구) 형
(보원) 아, 다행이다, 아
단순 오류였던 거 같아요
(규리) 아니, 뭐 하는 거예요?
- (규리) 지금 뭐 하는 건데요? - (진) 이게 뭐예요, 이거? [보원의 당황한 신음]
- (보원) 그러니까요, 그게 - (규리) 뭐야?
영구 씨
사람이 아니라
로봇이야
- (보원) 엄다다 씨 - (진) 예?
[잔잔한 음악]
[패드 작동음]
허, 유, 유진아
[진의 놀라는 신음]
"제품 정보, 제로나인"
(다다) 말하지 않고 지낼 수 있다면 영원히 그러고 싶었는데
오늘 같은 일이 또 벌어질까 봐 그래서 말하는 거야
여웅 언니, 규리 언니, 유진아
내가 부탁 좀 할게
만약에 영구한테 또 무슨 일이 생긴다면
사람들한테 정체가 들킬 위험이 생긴다면
그때는 세 사람이서 합심해서
도와줘라
(규리) 말도 안 돼
이, 이건 꿈, 꿈일 거야, 꿈일 거야
[웅의 떨리는 숨소리]
(웅) 왕준이도 알고 있어?
어
(다다) 여기 있는 사람들까지
딱 그렇게만 알아
내가 좋아하고 믿으니까 그래서 말한 거야
[다다의 떨리는 숨소리]
그러니까 부탁할게
비밀 지켜 줘
[웅의 어이없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시스템 작동음]
아이씨, 미친 여자 하나 때문에
이게 뭔 짓이야, 씨
[문이 쉭 열린다] [놀라는 숨소리]
[키보드를 달그락거린다]
(보원) 영구가 로봇이란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 더 늘었습니다
(지석) 엄다다 씨 계약 조건 잊었어?
제로나인을 본사로 보내겠다는 거야?
(보원)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 그렇게 됐을 뿐입니다
영구가 스스로 일시 정지 보호 모드를 가동했습니다
그건 스스로 위험 상황이라고 판단했을 때만 가능한데
무슨 일 있었던 거야?
(보원) 아니요, 일상적인 상황이었고
패드로 본 기록도 단순 오류였습니다
아무 일도 없었는데 보호 모드를 가동했다?
멜트다운 전조 현상은 아니겠지?
아, 아닐 겁니다 다른 항목들은 전부 정상이었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엄다다 씨랑 감정 교류하면서 나타나는 변화와 데이터 수치는
면밀하게 체크하도록 해
(보원) 네, 알겠습니다
(직원) 지부장님
제로텐과 제로나인 소프트웨어 비교 분석 자료 완성됐습니다
(지석) 어
많이 바뀌었지?
(보원) 최신 버전입니까?
(지석) 응 [보원의 탄성]
제로나인이
[의미심장한 음악]
멜트다운이라고?
(규리) 아니
아니, 지구 망했으면 했더니
진짜 지구 망했나?
아, 유진아
나 지금 꿈꾸는 거 아니지?
(진) 아니요 [규리의 어이없는 한숨]
로봇은 이미 세상에 존재하고 있었어요
(규리) 아, 그건 누구나 알고 있는 거고!
아, 그건, 아니 영구 씨는 진짜 사람 같은 로봇이잖아
- (진) 누나, 쉿! - (다다) 언니
[진이 제지한다]
아, 그래, 그래, 있다 치자
(규리) 인간 같은 로봇이 있다고 쳐
너 미쳤냐?
로봇이랑 연애를 한다고?
남자 친구라고?
(진) 아, 왜요?
닥터 알파고도 인간 유리랑 연애하잖아요
그건 드라마잖아
(규리) 엄따
나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가 없거든
그러니까 네가 한번 설명해 봐
나도 고민 많았어
근데 언니가 그랬잖아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이라고
(규리) 야
7년 만난 남자 사람을 버리고 로봇을 만난다고?
이미 끝난 사이잖아
(규리) 그런데 마왕준은 지금 기자 회견까지 열어서 고백할 만큼
널 좋아한다잖아
넌 인간이야, 우린 인간이라고
[무거운 음악]
[걱정 섞인 한숨]
진짜 엄다다 어디까지 가는 거냐?
(웅) 네가 찍는 드라마에서나 나올 법한 일 아니냐?
아, 어떻게 이런 일이 있냐?
아, 그리고
영구 씨 정체가 밝혀지면 무슨 일이 일어나길래
사람들한테 얘기하지 말라는 거야?
다다한테 안 좋은 얘기 나올 거 뻔하잖아
그러니까 누나도 입조심해
당연하지
다다한테 피해 갈 일을 내가 왜 하니?
누나
(왕준) 혹시 걔가 막 사람들 못 알아보고 그러진 않았어?
그건 아니고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그동안 미안했다
이건 예상 못 한 쇼인데?
(은동) 기자 회견 한 거 봤어
스캔들 터지면
네 인기도, 값어치도 바닥일 줄 알았는데
여론 보니까 내가 틀렸다는 걸 알았어
화니 병원에서 쇼하는 거 밝혀낸 것도
다다더라
너희들 둘
일도, 사랑도 참 열심히 했었는데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다
너한테도, 다다한테도
사과하지 마세요
받고 싶은 마음 없으니까
미안한 마음 가지고
[차분한 음악]
평생 불편하게 사세요
[옅은 웃음]
[은동의 한숨]
[문이 잘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그동안 내 밑에서
고생 많았다
(은동) 못난 모습 보여서 부끄럽고 미안하네
[입소리를 쩝 낸다]
어련히 잘 알아서 하겠지만
왕준이 잘 부탁한다
(웅) 대표님
KIN 엔터 접으시는 겁니까?
[옅은 웃음]
배운 게 이거밖에 없어서
먹고살려면 해야지
(은동) 왕준이만큼 괜찮은 애 찾아서
좋은 배우 만들려고
지켜봐 줘라
(웅) 당연하죠
대표님 또 어디 가서 나쁜 짓 하시는 거 아닌가
제가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볼 겁니다
[풋 웃는다]
[은동이 혀를 찬다]
(진) 아, 우리 매형 식음 기능까지 가능하구나
[영구의 개운한 신음]
(영구) 응, 배출구가 따로 있거든
어쩐지 내가 처음 봤을 때부터
아무런 이유도 없이 끌린다 그랬어
형, 근데 어, 어디요? 한 번만 보여 주면 안 돼요?
- (영구) 아… - (보원) 야, 안 돼!
회사 기밀이라 안 돼
[영구의 한숨] [보원의 헛기침]
[진의 아쉬워하는 숨소리]
(보원) 다다 씨가 이미 말했지만
한 번 더 부탁드릴게요
영구에 대해서 다른 사람에게 절대 누설하시면 안 됩니다
절대 하면 안 돼
(진) 네
잠깐
[익살스러운 음악] 네?
어, 갑자기요? 지금 사람 너무 많은데 성급한 거 같은데
[보원의 떨리는 숨소리]
[보원의 웃음]
혹시
그쪽도 로봇은 아니죠?
아, 아니에요, 그럴 리가요
하긴 명색이 로봇인데
저런 비주얼을 선택할 이유가 굳이 없지
(다다) 다음 주 지방 촬영에서 각자 준비할 것들, 맡을 신
해당 배우들 콘셉트들까지
미술 팀하고 협의한 내용이니까 확인해 보고
오늘은 이만 해산
(진) 네, 고생하셨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진의 들뜬 숨소리]
MIT 출신에 IQ 150
게다가 영구 형처럼 완벽한 분을 만들어 내셨다니
에이, 존경합니다, 선생님
[보원의 호탕한 웃음]
(보원) 아, 이 친구
뭘 또 존경까지 하고 그러나?
(진) 형, 저 궁금한 거 대따 많은데 물어봐도 되죠?
(보원) 아이, 그럼, 그럼
MIT 컴퓨터 사이언스 앤드 아티피셜 인텔리전스… [진의 들뜬 신음]
(다다) 언니는 안 가?
(규리) 사랑방이라니?
(규리) 이제야 엄따 네가 왜 로봇을 만나는지 이해가 가네
(다다) 아이, 그런 거 아니야
(규리) 아니긴 뭐가 아니야?
인간이면 인간하고 사랑을 해야지
그런 게 아니라, 언니
(규리) 마왕준 씨 만나면서 받은 상처 때문이잖아
[잔잔한 음악]
인간한테 상처받기 싫어서 로봇 만나는 거잖아
로봇하고 사랑하면 아무런 상처도 안 받을 거 같아?
네가 꿈꾸는 완전무결한 사랑
이 세상에 없어, 다다야
다들 상처 주고 상처받으면서
그렇게 서로를 성장시키면서 사랑하는 거야
[다다의 웃음]
(다다) 나 지금 행복해, 언니
(규리) 아니, 그냥 넌 상처받기 싫어서
현실을 도피하고 있는 것뿐이야
[착잡한 한숨]
(영구) 여자 친구
[영구의 옅은 웃음]
다른 사람들이 아니까 더 좋아
여자 친구랑 훨씬 더 편하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서 너무 기뻐
그래요
여자 친구는 안 기뻐?
(영구) 왜 그래?
내가 갑자기 멈춘 게 걱정돼서 그래?
남보원 씨가 단순한 오류였다고 잘 설명해 줬어요
그럼
규리 씨가 방금 전 한 말 때문에?
미안해요, 나 머리가 좀 아파서 먼저 들어갈게요
(영구) 내일 아침에 같이 병원 가 볼까?
영구 씨는 내일 촬영 없잖아요 나 혼자 갔다 올게요
[차분한 음악]
(규리) 그냥 넌 상처받기 싫어서
현실을 도피하고 있는 것뿐이야
[한숨]
진짜 모르겠다
[답답한 한숨]
[한숨]
어떻게 되는 게 하나도 없냐?
[답답한 한숨]
[다다가 문을 탁 닫는다]
(왕준) 다다야
아, 깜짝이야, 놀랐잖아
(왕준) 쉿
[작은 목소리로] 저쪽에 기자들 와 있어
아무래도 동네까진 알아냈나 봐
[다다의 한숨]
너 때문이잖아
그래서 이렇게 왔잖아
(왕준) 들키기 전에 얼른 타자 [다다의 불만 섞인 한숨]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빨리
[다다의 못마땅한 숨소리]
야
어차피 오늘 특분 나부터잖아
아, 빨리
- 아이 - (왕준) 빨리
언제부터 이랬어요?
좀 전에
몇 분 몇 초 전인데!
[흥미진진한 음악]
나름 박력도 있고
(보원) 엄, 저는
MIT 컴퓨터 사이언스 앤드 아티피셜 인텔리전스과 출신으로
IQ는 150이랍니다
머리도 좋단 말이지
[보원의 멋쩍은 웃음]
(규리) 남보원 씨
영구 씨가 로봇인 거 말고
뭐, 또 숨기는 거 없어요?
뭐, 거대한 유산이나 뭐, 그런 거?
아휴, 그런 거 없습니다
[보원의 놀라는 신음]
진짜?
예
진짜 없어요?
(보원) 예, 없습니다
[규리의 못마땅한 숨소리]
이 사람이 자기 좋자고 그걸 숨겼겠어?
왜 죄 없는 사람한테 그래?
[헛기침]
남보원 씨
[익살스러운 음악]
거짓말 치고 리얼 팀에 잠복한 벌로
나가서 커피 좀 사 와요 나 목마르니까
(보원) 예, 알겠습니다
(웅) 모닝커피는 본인이 가서 사 오지 그래?
왜 사람을 부려 먹어?
- 남보원 씨, 앉아 있어요 - (보원) 네?
예
- (규리) 하, 보원 씨? - (보원) 예?
안 가고 뭐 해요?
(보원) 아유, 예
앉으라니까
(보원) 예
[규리의 헛웃음]
누가 보면 보호자라도 되는 줄 알겠네
언니가 뭔데 리얼 팀 일에 끼어들어요?
아니, 저기, 저, 싸우지들 마시고요
그냥 제가 금방 다녀오겠습니다
[웅의 한숨]
내가 남보원 씨 좋아해서 그래
(웅)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쪽 잔심부름 하는 거 못 보겠어서 그래
[헛웃음]
보원 씨, 앉아요
[규리의 못마땅한 한숨]
(왕준) 화니 일 들었어
고마워
멍 분장이 한 번에 보이길래 도운 것뿐이야
내가 욕먹는 게 걱정돼서
그래서 도운 건 아니고?
네가 제로텐한테서 나 구해 줬잖아
좋아하니까
[잔잔한 음악] [한숨]
[다다가 가방을 탁탁 닫는다]
특분 규리 언니한테 받아
영구가 로봇인 거 사람들이 알았다며?
사람들이 뭐래?
(왕준) 다들 축복한대?
행복하래?
좋겠대?
아무도 그렇게 말 안 하지?
다수의 사람들의 의견이 늘 옳은 건 아니야
다수가 비슷한 생각을 하는 덴 다 이유가 있어
(왕준) 너도 알잖아
엄다다
너 잘 생각해
난 여기 있을 거야
너만
너만 예전처럼 돌아오면 돼
[다다가 문을 달칵 연다]
[문이 탁 닫힌다]
(웅) 왜 그래?
왜 그렇게 기운이 없어?
어, 아니야
영구 씨 어제 그러고 또 멈추기라도 한 거야?
[부정하는 신음]
그런 거 아니야
언니도
내가 영구 씨 만나는 거 반대야?
영구 씨가 로봇이라 싫어?
아니
(웅) 로봇이라서가 아니고 다른 이유로 싫어
왕준이 그 자식이 들으면 너무 서운해할지도 모르겠는데
난 다다 네가 영구 씨 만난다고 했을 때
너무 좋았어
다다 너도 남들처럼 편하게
보통 연애라는 걸 하는구나 싶어서
근데 아니잖아
로봇이라는 거 밝혀지면 안 된다면서
또다시 지켜야 할 비밀이 생긴 거잖아
다다야
나는
네가 평범한 연애 하면 좋겠어
[다다의 떨리는 신음]
[감성적인 음악]
[떨리는 한숨]
[문을 탁 닫는다]
(왕준) 시간이 흐르면 넌 변하겠지만 걘 아니라고
(왕준) 넌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지겠지만
걘 영원히 스물 언저리겠지
그런 너희 둘을 보면서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할 거 같아?
변해 가는 널 보면서
걔는 무슨 생각을 할까?
(규리) 인간한테 상처받기 싫어서 로봇 만나는 거잖아
로봇하고 사랑하면 아무런 상처도 안 받을 거 같아?
네가 꿈꾸는 완전무결한 사랑
이 세상에 없어, 다다야
(웅) 네가 평범한 연애 하면 좋겠어
그래서 너도 마음껏 행복하면 좋겠어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어린 다다) 같은 노래를 몇 번을 들어?
안 지겨워?
레코드 가게에서 동시에 이 LP를 잡는 통에
네 엄마를 만났잖아
[어린 다다의 한숨]
(어린 다다) 저 얘기 또 시작이네
아빠는 후회 안 돼?
아빠하고 처음 만났을 때부터 엄만 아팠다며
그런 엄마 만난 거 후회 안 하냐고
후회 안 해
(다다 부)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너희 엄마 눈에는
온통 나뿐이었거든
평생을 살면서
그런 사랑을 받을 확률은
그런 사람을 만날 확률은
우리 다다가
내 뒤를 이어서 특수 분장 일 하는 거랑
비슷한 확률이지
아주
희박해
할 거거든, 특수 분장
100% 할 거라고
그래?
(다다 부) 아빠처럼 특수 분장 일도 하고
그런 사람도 만날 수 있겠네?
[울먹이며] 우리 다다만 바라보고
우리 다다만
사랑해 줄 사람
다다야
[부드러운 음악]
[한숨]
(행인1) 근데 그 남자 괜찮을까?
아니, 길에서 쓰러져서 꼼짝도 안 하던데?
(행인2) 그러게, 그러다 차에 치이면 어쩌지?
(행인1) 우리가 경찰에 신고할 걸 그랬나?
(행인2) 쯧, 에이, 뭐, 누가 이미 했겠지
[무거운 음악]
[다다의 다급한 숨소리]
(경찰) 아저씨, 정신 차려 봐요 아저씨, 아유
집이 어디예요? 아저씨
아저씨, 아저씨
[경찰들의 힘주는 신음]
아저씨, 댁이 어디세요? 아저씨
정신 차려 봐요, 아저씨, 아유
집이 어디예요, 아저씨, 아저씨?
자, 자
[안도하는 한숨]
(경찰) 머리, 머리, 머리, 조심하고, 자
[차 문이 탁 닫힌다]
(영구) 여자 친구
[떨리는 숨소리]
여기서 뭐 해요?
그건 내가 묻고 싶은 말인데?
(영구) 여자 친구 집에 올 시간 한참 지났는데 안 오길래 마중 나왔어
[울먹이는 숨소리]
여자 친구
난 또 무슨 일 난 줄 알았잖아요
내가 왜 무슨 일이 생겨?
(영구) 나 이제 평생 여자 친구 옆에서
여자 친구만 바라보고 있을 건데?
[감성적인 음악]
우리 아빠한테 배운 게 있어요
내가 어떤 사람을 사랑해야 되는지
영구 씨처럼
나만 바라봐 주고
나만 사랑해 주는 사람요
당신이 로봇이라도
아니
당신은 당신이니까
그래서 사랑해요
나도 사랑해
"리얼"
(다다) 잘 자요
여자 친구도 잘 자
먼저 들어가요
여자 친구 먼저 들어가
[거절하는 신음]
먼저 들어가요
난 여자 친구 들어가면 들어가려고 [발랄한 음악]
나도 영구 씨 들어가면 들어가려고 했는데
여자 친구, 아쉬워?
나랑 더 같이 있고 싶어서?
어, 아니, 뭐…
네
[영구가 피식 웃는다]
나도 그런데
(영구) 나 오늘
여자 친구 방으로 갈까?
네?
안 되죠, 아직은 안 되죠
아직은?
그럼 언제 되는데?
때가 되면
[영구의 실망한 한숨]
(영구) 아, 그때가 언젠데?
(다다) 언젠간 오겠죠, 언젠간
그래, 알겠어, 기다릴게
나 먼저 잘게요
응, 잘 자, 여자 친구
(영구) 잘 자
영구 씨도요
[다다의 웃음]
[발랄한 효과음]
[발랄한 음악] [풉 웃는다]
아휴, 왜 떨리고 그래?
[새어 나오는 웃음]
어?
[기분 좋은 웃음]
다시 켜졌네
[반짝거리는 효과음]
[감성적인 음악]
[옅은 한숨]
[기분 좋은 숨소리]
우리 데이트할래요? 진짜 데이트
(다다) 짜잔, 어때요? [반짝거리는 효과음]
(영구) 너무 예뻐서 다른 남자들이 여자 친구만 쳐다볼 거 같아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다다) 남들이 아무렇지 않게 하는 평범한 데이트
나는 그게 제일로 하고 싶었어요
(영구) 계속 영구 씨라고 부를 거야?
뭐, 다른 거 원하는 거 있어?
(다다) 남신님, 주인님, 자기야, 여보야?
(영구) 나 심쿵했어
(왕준) 우리 그때로 다시 돌아갈 순 없을까?
너도 알고 있잖아
그럴 수 없다는 거
(다다) 왕준아
더 이상 나한테 미안해하지 마
(왕준) 예쁘네, 엄다다
저렇게 웃을 줄도 아는구나
내가 진 이유를 알겠다
사랑은 이기고 지는 게 아닙니다
(영구) 여자 친구
이런 게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이란 걸까?
.절대 그이↲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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