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 15
(황 경위) 서희수 씨 늑골을 심하게 다치고
[어두운 효과음] 골반뼈에도 금이 갔어요
머리를 심하게 다쳐서 MRI도 찍었고요
한지용과 같이 쓰러져 있던 사람
(황 경위) 서희수예요
(백 형사) 그렇게 추락을 했으면
서희수 씨가 기억을 못 하는 건 사실일 가능성이 크겠네요
그렇겠네요
[자동차 경적] (희수) 하준아!
[타이어 마찰음]
(황 경위) 이혜진 씨 사고 당일 미국에 있었던 거 맞아요
(황 경위) 어, 스톱! 스톱, 스톱
(황 경위) 서희수 씨 병원 데려다준 사람 얼굴 떴어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펜을 탁 내려놓는다]
[어두운 효과음] (진호) 결정적 약점을 잡힌 거 같아요 누군가한테
극도로 불안해했어요
죽기 며칠 전부터
(서현) '조경철'?
(최 변호사) 한지용이 출입했던 투견장의 브로커로 추정됩니다
거래 내역입니다
[긴장되는 음악]
[전화벨이 울린다]
(지용) 여보세요
뭐라고요?
대표 이사 결정을 유보한다고요?
박 이사님
효원의 미래를 생각하셔야죠
[통화가 뚝 끊긴다] [전화가 뚜뚜 울린다]
여보세요
여보세…
[수화기를 꽝 내려놓는다]
다 끝났어
(서현) 네 방 빼고 경찰서로 가
(지용) 내가 가만히 두고 볼 거 같아?
난 너희들 같은 것들하곤 달라
잡놈이잖아
나 개새끼잖아!
[지용의 거친 숨소리]
나 같은 새끼는
뺏기면 물어
그리고 사람 죽이는 게 아무렇지 않아, 이제
내가 하나하나 다 끝장내 줄게
살려는 두려 했는데
[어두운 효과음]
[다가오는 발걸음]
(지용) 서희수, 정서현
너희들이 날 망칠 수 있을 거 같아?
이혜진이 그런 영상 만들어서 이사들한테 돌린 것도
다 너희들이 한 짓이지?
[한숨]
[대본을 탁 덮는다] 그 동영상은 그저
[대본을 탁 내려놓으며] 네가 효원의 대표가 되는 걸 막았을 뿐이야
그게 다가 아니야
(희수) 네가 인간 실격이라는 증거
이 안에 다 있어
네가 사람을 죽인 증거
[긴장되는 효과음]
내일 경찰에 조사받으러 가지?
효원의 법무 팀이 널 도와주지 않을 거야, 이제
하준이를 위해
아빠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마무리를 해 줘
최선?
(희수) 스스로 모든 죄를 자백하고 인정해
그러겠다면
네가 이걸 경찰에 직접 제출할 기회를 줄게
허튼 생각 하지 마
네가 날 죽여도
이 동영상은 경찰 손에 넘어가
[헛웃음]
혼자 죽지 않아, 절대
날 망치고 넌 하준이를 차지하고
정서현은 효원을 차지하고 싶은 거지?
(지용) 둘 다 절대 그럴 수 없어
왜?
효원도
하준이도 둘 다 내 거니까
(희수와 지용) - 네 거? - 하준이랑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너
성 소수자인 정서현
(지용) 둘 다 내 거 가질 수 없을 거야
안 될 거야, 절대
내가 죽기 전엔
[차분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희수) 형님도 결혼 전에 연애해 보셨죠?
(서현) 응
형님 남자 친구는 어떤 사람이었어요?
남자 친구는 없었지만
애인은 있었어
남자 친구, 애인
그게 그거 아닌가?
[다가오는 발걸음]
(희수) 형님
- 오셨어요? - (서현) 응
동서
약혼 파티 드레스 도착했대요 루바토로 가요
제가 형님 드레스 골라 드릴게요 이번엔
알았어
(희수) 이건 어때요? 형님이랑 잘 어울릴 거 같은데
그래, 이걸로 할게
(서현) 동서
힘내
동서가 사랑이라고 믿었던 사람이
동서의 믿음을 무너트렸다고 동서의 자존감이 낮아져선 안 돼
동서 잘못이 아니야, 그건
가만 보면
우리 형님은 키다리 언니야
(희수) 늘 날 지켜 주려고만 해
형님
누가 뭐래도 전 형님 편이에요
형님이 나랑 다르다고 해도
그건 그저 다른 거지
틀린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뭐든 형님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내가 지켜 줄게
고마워
든든하다
(미진) 큰사모님
카덴차에 케이터링 샘플도 도착했다고 합니다
응, 알았어요, 나갈게요
[멀어지는 발걸음]
[의미심장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주 집사) 설명해 봐, 이거 뭐야
이걸 왜 검색해?
(성태) 어, 왜…
남의 휴대폰을
뒤지고 그러세요!
[풀벌레 울음]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약통 뚜껑을 탁 연다]
[뚜껑을 툭 내려놓는다]
[약통을 잘그락거린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성태의 괴로운 신음]
[흐느낀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한숨]
[천둥이 우르릉 울린다] 한지용
사람을 죽인 인간이야
그런 인간이랑 대적하려면
최후의 방법까지도 생각해 봐야 해
최후의 방법이요?
[천둥이 콰르릉 친다]
(백 형사) 왜 그렇게 약혼식을 서둘러 하신 거죠?
(수혁) 새어머니의 제안이었어요
정식으로 인정받고 사귀란 거였죠
공교롭게도 한지용 씨가 사망한 날이네요
(수혁) 약혼식이기도 했지만
새로운 효원의 출발을 알리는 축하 파티이기도 했습니다
새어머니가
효원의 새로운 수장이 될 예정이었으니까요
죽은 한지용 씨에겐
절망의 날이었겠네요
안타깝게도
그랬겠죠
[어두운 효과음]
네
(서현) 그날 동서가 다쳐서 제가 병원으로 데려갔어요
왜 병원 안까지 안 가시고 주차장까지만 데려간 거죠?
(서현) 형사님
그 시간 저희 집안은 파티 마무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어요
거기다 사람이 죽었습니다
제가 동서만 케어하고 있을 상황이 아니지 않겠어요?
서희수 씨를 병원에 데려갔단 얘기를 진작 해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요
저한테 물어보셨었나요?
묻는 거엔 다 답을 해 드린 걸로 아는데
(백 형사) 서희수 씨를 처음 봤을 당시 상황을 설명해 주시죠
[어두운 음악]
(서현) 누군가 쓰러져 있었습니다
한지용이었어요
(백 형사) 사고 당시 본인의 서재에서 회사 법무 팀장과 통화 중이셨다고요?
- 네 - (백 형사) 그러니까 통화 끝나고
파티 장소로 돌아가는 길에
한지용 상무가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셨다?
그래서 바로 주치의한테 전화를 했습니다
서희수 씨를 발견했을 당시 어떤 모습이었죠?
당시 상황이 충격이었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어요
(서현) 계단 위에 서 있었어요
[희수의 신음] 많이 고통스러워했어요 그래서 제가 병원으로 데려갔습니다
한지용 씨와 서희수 씨 외의 다른 사람은
당시에 없었단 거죠?
네, 두 사람뿐이었어요
[한숨]
(서현) 그리고 한 사람이 집 안으로 들어왔습니다
우리 집 메이드 김성태였어요
[힘겨운 숨소리]
[성태의 놀란 신음]
(백 형사) 엠마 수녀님이 사건 현장을 보고는
놀라서 그대로 나갔다가 처음 만난 사람이
그 남자 메이드였다더군요
네
(백 형사) 서희수 씨를 병원에 데려가셨을 때
어디로 나가셨습니까?
앞 게이트로 빠져나오는 건
파티 참석자들 아무도 본 사람이 없는데
저희 집 안에는
비밀의 문 몇 개가 있습니다
[어두운 음악]
한지용 상무 사망 후
(서현) 경찰이 조사를 시작하면서
회사 주가가 폭락을 하고 있어요
저는 효원에 관련된 어떤 네거티브도 막아야 할 사람이라
형사님이 원하는
한지용 상무가 살해당했을 거라는 정황 증거는
하나도 드릴 게 없어요, 설령
진짜로 누가 죽였다고 해도 말입니다
하지만 저희 가족 그 누구도
그 사람을 죽이지 않았어요
그럼
스스로 목숨이라도 끊었다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네
[백 형사의 한숨]
자살을 원하는 사람이
추락사로 택할 수 있는 높이는 아니던데
(서현) 한지용이 코너에 몰리고 있었잖아요
사람을 죽였고
회장 자격은 박탈되고
명예는 바닥을 쳤으니
[백 형사의 한숨] 제가 한 말에 답이
있어요, 형사님
그렇게 완벽하게 추락하고 있는 사람을 왜, 누가
일부러 죽였겠어요?
한지용 본인이
본인을 죽였다는 게 가장
설득력 있지 않겠어요?
[탁탁 소리가 들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대표님 회의가 있으십니다
다음에 보충 진술 필요하면 연락드리겠습니다
얼마든지요
[멀어지는 발걸음]
[문이 탁 여닫힌다] [한숨]
(서 비서) 그 형사
지금 본사 전무님 방으로 갔답니다
- 최 변호사 나 좀 보자고 해 - (서 비서) 예
그냥 다 쌩까라고
너 절대 못 찾으니까
그냥 편하게 지내면 돼
뭐?
정말이야?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당황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아… [어두운 음악]
(백 형사) 사고 다음 날 출국한 김성태랑 통화를 해야 합니다
협조 부탁드립니다
아이, 협조를 제가 어떻게 해요
(진호) 저도 몰라요
모나코에 있다는 거 말고는
(백 형사) 한진호 씨가 출국을 도와줬다던데요
항공사 녹취록 다 확인했어요
비행기 티케팅도 한진호 씨가 알아봐 주셨더라고요, 몸소
아, 예, 뭐…
예, 그랬죠, 예
(백 형사) 왜
하필 그 타이밍에 그렇게 멀리 해외로 보낸 겁니까?
[숨을 들이켠다]
걔 그…
소원이
모나코에서 사는 거였어요 예, 예, 예
집안 메이드 소원이라서 들어주신 거다?
솔직하게 다 얘기해 주셔야 합니다 한진호 씨
좋아해요 [흥미로운 음악]
서로 아끼고
(진호) 걔랑 내가
목욕탕에…
자주 들락거리면서
소문이 나서
어쩔 수 없이 보냈습니다
아, 보고 싶다
(백 형사) 아, 저, 그러니까
김성태랑
두 분이 뭐, 사귀었다 그런 소리예요, 지금?
예? 아, 예, 예
귀엽잖아요
이, 내 스타일인데
[흥미진진한 음악] [백 형사의 한숨]
[진호가 입소리를 쩝 낸다]
[진호의 한숨]
(진호) 그…
한지용은
죽기 전에 이미
모든 걸 잃었어요
다 털린 신세가 됐어요
난 그 자식을 잘 알아요
달리 방법이 없었을 겁니다
(미주) 작가 프로필이랑 프라버넌스는 다 봤어요 [흥미로운 음악]
(진경) 미뇽갤러리 대표 프라이빗 소장품이야
레어하기로는 슈퍼 슈프림급이지
할인해 줘요, 언니
(진경) 알았어, 12억
더 이상은 안 돼
(미주) 오케이
(진경) 엠마 수녀님
성경 공부 시작한 이후로 이렇게 쉬신 거 처음인데
아무래도
희수 남편 사망한 거랑 관계가 있는 거 같아
그 사람
살해당했을 수도 있다던데 [문소리가 탁 난다]
[다가오는 발걸음]
(진경) 오늘 성경 모임 캔슬됐다는 문자 못 받았니?
그래도 언니들 보러 갤러리 온단 문자 못 받았니?
어, 그러네?
(미주) 재스민, 얼굴이 왜 이래?
[재스민의 한숨] 무슨 일 있구나?
[재스민이 흐느낀다] [미주의 당황한 신음]
(재스민) 우리 자기
교통사고 났어요
어머나
(재스민) 죽으라는 남편은 안 죽고
그 사람이 사고 났어요
근데 잘못하면 영원히
[울먹이며] 못 걸을 수도 있대요
[진경의 한숨]
내 잘못이에요
같이 있었어?
[음료가 쏟아진다] [함께 놀란다]
[정도의 당황한 신음] (재스민) 아, 자기야
[영어] 정말 미안해
[한국어] 어떡해, 잠깐만
자기야
이거 입어
(재스민) 남편한테 선물했던 그 블랙 트레이닝
[풀벌레 울음] 새벽마다 입고 뛰라고
차에 치여 죽으라고 선물했던 그 트레이닝을 그 남자한테 줬거든요
[타이어 마찰음] [쿵 소리가 들린다]
[무거운 음악] 그 블랙 트레이닝을 입고 밤에 운동을 나갔다가…
[재스민이 흐느낀다]
(진경) 아, 그러니까 왜 남편이 죽길 바라
괜히 그 불륜남만…
(진희) 지용이 죽은 그날
남편이 교통사고가 났다고요!
재스민
[흥미진진한 음악] 그 불륜남 이름이 혹시 박정도니?
[훌쩍인다]
어떻게 알아요?
[놀란 숨소리]
(진경) 어머나, 어떡해
[진경의 한숨]
세상에
(희수) 잘 못 자요 [차분한 음악]
몸이 늘 긴장 상태예요
몸에서 힘이 빠지질 않아요
수면제 같이 처방해 드릴게요
아니요
수면제에 의지하고 싶지 않아요
제 스스로 한번 해 볼게요
뭐가 제일 힘드세요?
아무도
믿을 수 없게 된 거요 [무거운 음악]
(희수) 제가 이 트라우마를 극복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이젠
제 인생에서 누군가를 사랑하긴 힘들 거 같아요
밤마다 악몽을 꿔요
[힘겨운 숨소리]
꿈에서 그 사건을 봐요
남편이 죽은 날
(의사) 생생히 기억이 나세요?
너무 생생해서 잠이 오지 않는 거예요
[어두운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남편이 나를 보던 그 눈동자가 잊히질 않아요
죽는 순간 나를 바라보던 그 눈동자가
[훌쩍인다]
빨리
새롭게 시작하고 싶어요
제 인생
다시 리셋하고 싶어요
[어두운 효과음]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한숨]
감시를 하는 거예요? 아니면 보초를 서시는 거예요?
아무래도 감시를 하는 거겠죠?
아니, 저, 그, 그게 아니라
백 형사님이 시키셨어요?
저, 서희수 씨 말고는
그날 일을 진술해 줄 사람이 없어서 말이죠
정신과 치료는 언제부터 받으셨어요?
배우 생활 하던 때부터 쭉 치료해 주던 선생님이세요
아, 그…
엠마 수녀님한테 상담은 더 이상 안 받으시나요?
뭐든 한 사람한테 의지하는 건 그렇게 좋은 방법이 아니잖아요
형사님이나 나나
- 네? - (희수) 현장에 있던 게 나라서
그렇게 나만 쭉 감시한다고 뭐가 나오겠냐고요
[당황한 숨소리]
그, 그렇죠, 예
[한숨]
(백 형사) 심장 마비로 인한 추락사
이제는
[한숨]
자살이라…
[자동차 경적]
(희수) 하준아!
[타이어 마찰음]
[마우스 조작음]
(영상 속 신부) '의인들의 영혼은 하느님의 손안에 있어' [무거운 음악]
'어떠한 고통도 겪지 않을 것이다'
(신부) '어리석은 자들의 눈에는 의인들이 죽은 것처럼 보이고'
'그들의 말로가 고난으로 생각되며'
'우리에게서 떠나는 것이 파멸로 여겨지지만'
'그들은 평화를 누리고 있다'
'사람들이 보기에 의인들이 벌을 받는 것 같지만'
'그들은 불사의 희망으로 가득 차 있다' [하준이 흐느낀다]
'그들은 단련을 조금 받은 뒤 은혜를 크게 얻을 것이다' [어두운 음악]
'하느님께서 그들을 시험하시고'
'그들이 당신께 맞갖은 이들임을 아셨기 때문이다'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정말 기억 상실이든
아니면 연기를 하는 거든
[키보드 조작음]
(백 형사) 서희수
하, 남편이 죽었는데
하, 저렇게 하나도 안 슬퍼?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네, 어떻게 됐어요?
(황 경위) 서희수 씨가 다 알던데요?
백 형사님이 자기 의심하는 거
그래요? [헛웃음]
계속 서희수 씨 좀 지켜봐요
난 한 번 더 만나 봐야 될 사람이 있어서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한숨]
- [영어] 안녕하세요 - (진희) 너무 귀여우시다
[재스민의 웃음]
(재스민) 어머, 먼저 가세요 [진희의 당황한 신음]
(진희) 고마워요 [재스민의 웃음]
[잔잔한 음악]
[문이 철컥 닫힌다] (엠마) [한국어] 오늘이
나하고는 성경 공부 마지막이에요
이제 수녀복 벗고 자연인으로 돌아가요
늘 지켜보던 어린양 실족도 막지 못했고
혼자 참회할 게 많아요
그리고 성경 공부는 앞으로
바오로 신부님이 오셔서 계속해 주실 거예요
수녀님, 꼭 그러셔야겠어요?
[웃음]
그동안 진짜 고마웠어요
(엠마) 지난번 성경 공부 때 우리
진짜 내 게 뭘까 생각해 보기로 했었죠?
자매님들은 정말 가진 게 많은 분들이에요
집 여러 채
건물, 주식, 요트, 헬리콥터
그건 아직?
[함께 웃는다]
원하는 건 거의 다 갖고 있죠
이런 것들은
우리가 죽을 때 다른 사람 소유가 돼요
그러니까 진짜 내 게 아니죠?
근데 살면서 내가 한 말
내가 한 행동
또
불편하지만 늘 지켜 온 내 삶의 가치
이런 것들은 우리가 세상 떠날 때 가지고 간대요
남은 인생 우리도
진짜 내 거 잘 찾아 가 보기로 해요
(최 변호사) 효원 법무 팀장으로 복귀했습니다
업무 보고 드립니다
애쓰셨어요, 잘해 봐요
제게 보여 주신 신뢰에 보답드리겠습니다
저도 더 믿고 의지할 생각입니다 앞으로
사고 조사도 빨리 끝내도록 조치하겠습니다
백 형사가 닥터 김을 만났답니다
걱정 마십시오
도착했을 당시 한지용 상무는 이미 심정지로 사망했고
(최 변호사) 낳아 준 모친도
심장 계통 질환으로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에
유전적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유족들이 조용한 장례를 원했다
이 정도로 얘기했다고 합니다
[무거운 음악] [한숨]
(순혜) 쯧
[한숨]
[순혜의 한숨]
지용이 죽고 나서
입맛이 없어졌어
못 믿겠지만 정말이야
[순혜의 한숨]
주 집사가 대신 먹어
차려 준
정 셰프 생각해서
[셰프의 한숨]
[새가 지저귄다]
노덕아
[딱딱 소리가 들린다]
노덕아
네 새끼 아니어도
괜찮겠어?
[딱따구리가 나무를 연신 쪼아 댄다]
(순혜) 그럼
제발
제발 좀 잘 키워, 어? [공작새가 그르렁거린다]
[흐느끼며] 잘 키워, 잘…
(한 회장) 미안하다
다음 생에
내…
진짜 아들로 태어나 줘
[흐느낀다]
[흥미진진한 음악]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진경) 근데 자기한테는 얘기를 해야 될까 봐
하, 진짜 드라마 같은 얘긴데
재스민 불륜남 [미주가 잔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내 조카사위야
[놀라며] 그러니까 그…
크림빵 남편이랑 재스민이랑
- (미주) 바람이 났다는 거예요? - 어, 그거
어머, 어머, 말도 안 돼
(미주) 아니, 요새 드라마에도 그렇게 쓰면 욕먹어요
- (미주) 개연성 없다고 - (진경) 그러니까
[한숨]
정도 걔는 여자 취향이 진짜 한결같나 봐
아니, 영어 섞어 쓰는 여자애가 취향인가?
저, 크림빵 조카 지금 어디 있어요?
[얼음을 휘저으며] 병원 갔어
수녀님 말씀 듣고 마음을 고쳐먹었나 봐
남편 거두기로
[놀라며] 맙소사
- 왜? - (미주) 오늘 재스민
그 불륜남 병문안 갔댔거든요
뭐야?
(진희) '골로새서 3장 13절'
'누가 누구에게 불평할 일이 있더라도'
'서로 참아 주고 서로 용서해 주십시오'
'주님께서 여러분을 용서하신 것처럼'
'여러분도 서로를 용서하십시오'
(정도) 그만해, 그만
나 이제 자기 용서할래
그리고 소유하지 않을래
(진희) 불구가 된대도
자기를 곁에서 지켜볼게
내가 왜 불구가 돼
(정도) 지금 재활 죽어라고 하고 있는 사람한테
난 반드시
1년 뒤에 필드 나갈 거야
골프를 이제 네가 칠 수 있겠어?
(진희) 아, 잘됐지, 뭐
농약 잔뜩 뿌린 골프장에서
미세 먼지 마셔 가며 골프 쳐 뭐 할래?
처남 죽고
정신적 충격이 컸어?
너의 다리가 돼 줄게
뭐 먹고 싶은 거 없니?
소 여사가 해 줬던
칼라마리가 먹고 싶다
[진희가 입소리를 쯧 낸다]
소 여사 그만뒀어
왠지 오래 있나 했다
(진희) 칼라마리는 당장 힘들 거고
밑의 병원 일식당에서 한치 좀 튀겨 달라 할게
불안하게
왜 친절해
[손을 탁 올리며] 먹고 싶은 거 먹어야지
잠깐 있어 봐
[긴장되는 음악] (진희) 재스민?
(재스민) [영어] 안녕하세요
[한국어] 웬일이세요?
재스민이야말로 웬일이에요?
사실
그때 말한 남자 친구가 병원에 입원했어요
- 아, 정말요? - (재스민) 네
근데 여긴 웬일?
남편이 입원했어요, 다쳐서
[영어] 어떡해요
[한국어] 몰랐어요 그런 일 있으신지
안 좋은 일이 연거푸 터지네요
(재스민) 힘내세요
(진희) 고마워요
남자 친구 위로 잘해 줘요
네
[의아한 숨소리]
[노크 소리가 들린다] (정도) 네
[문이 탁 닫힌다]
여, 여…
연락도 없이 이렇게 오면 어떡해?
- 걱정돼서 - (정도) 그러면
연락을 하고 왔어야지
그냥 이 얘기만 하고 가려고 왔어 미안해
내가 자기한테 준 그 블랙 추리닝
(재스민) 사실 남편 주려고 산 거였어
죽으라는 남편은 안 죽고 자기가 이렇게 다쳤잖아
가
우리 와이프 와
빨리 가
(정도) 알았으니까 나중에 얘기해, 응?
(재스민) 나 용서받을래
자기한테
그리고 주님에게도
(진희) 나한텐 용서 안 받아도 되니?
[진희의 기가 찬 한숨]
그러니까 네가 말한 그 크레이지 우먼이
나?
[진희의 거친 숨소리]
와이프?
둘이 알아?
[진희의 거친 신음]
[숨을 후 내뱉는다]
[흥미진진한 음악]
(진희) 하나, 둘, 셋
[진희의 떨리는 신음]
(진경) 걔 분노 조절 장애야
[미주의 한숨] (진경) 지금쯤 재스민 옷이고 머리고
닭 탈모기에 들어간 닭 꼬락서니일 거야 [흥미진진한 음악]
- (미주) 아, 어떡해 - 머리털 다 뜯기고
- (진경) 저기다 - 어?
[차분한 음악]
너 어쩔 생각이야?
뭘 어쩔 생각이야
안 만날 거예요, 다신
[흥미로운 음악]
- 진짜예요 - (진희) 아니지
내 남편 저렇게 만든 게 너잖아
내가 네 남편 만날게
(재스민과 진희) - [영어] 네? - [한국어] 만나서 싹 다 얘기해야지
(진희) 여기 성경 공부 모임 사람들 증인도 있어
아니, 언니, 진짜 안 만날…
(진희) 내 남편
네가 데리고 살아
(재스민) 네?
(진희) 네가 AS 하면서 살라고
(재스민) [영어] 잠깐만요
[한국어] 나 남편 있어
이혼 안 할 건데?
[헛웃음]
(진희) 골라
내가 네 남편한테 다 얘기해서 유책 배우자 돼서
[흥미진진한 음악] 위자료고 재산 분할이고 하나도 못 받고
맨몸으로 쫓겨날래?
아니면 조용히 이혼하고 내 남편하고 제2의 인생 출발할래?
(진경) 아니, 너 남편하고 이혼 안 한다고 했잖아
갑자기 왜 이래
상황이 바뀌었잖아
그 새끼는 내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어졌다고
[진희의 웃음]
오, 속 시원하게 깨부수게 만드네?
하느님 만나서 다 봐주고 살랬더니만
(진경) 진희야, 하느님을 만났으면 다 감싸 안아야지, 응?
하느님도 날 이해하실걸?
너 때문에 사고 났잖아 그럼 네가 책임져야지!
[헛웃음 치며] 책임은 무슨
뭐 이런 미친년이!
- (재스민) 악! - (진경) 어머, 어머
- (재스민) 씨… - (진희) 야, 이년아
[진희와 재스민이 소란스럽게 싸운다] (진경) 어머, 어머
[비밀스러운 음악]
서래마을 빌라는 명의 이전 해 줄게
관련 세금도 우리 쪽에서 부담하고
거기 사인해
(서현) 한진호에 관련된 어떤 얘기도
발설하지 않는 조건이야
저는 사인할 거 없나요?
총 네 번 만났다면서
- (채영) 네 - 그건 본인이 숨겨야 할 일 아닌가?
어린 나이에 안 창피해?
(서현) 돈 있는 기혼 남자랑 얽힌 과거
각서를 나더러 써 달라고 부탁해야
정상 아니야? 입 다물어 달라고?
요즘 애들은 왜 이렇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거야
(희빈) 음, 내 말이요
창피한 줄 알아야지
여자 망신시키지 말고
(서현) 이제 자존감 있게 살아 봐
말해 봐야 듣지도 않겠지만
근데 사모님
한 전무님 또 다른 여자 만날 거예요
그렇겠지
난 그냥 임대차 기한이 끝나서 정리하는 거야
또 다른 임차인이 나타나겠지?
저를 셋방살이에 비유하시는 거예요?
(서현) 닥치고 인간답게 살아
궁전 같은 셋방살이 말고
단칸방이라도 네 집에서 살라고
[주희의 놀란 신음]
맨날 물만 마시네, 아쿠아맨
[메이드가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제 사주에 수가 부족하다고
왕사모님이 하루에 3리터 무조건 마시랬어요
아…
[메이드가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 (메이드) 근데요, 주희 씨 - 네?
제가 방에서
되게 이상한 걸 발견했거든요?
이상한 거 뭐요?
(메이드) 여기
저 오기 전에 일한 남자 메이드가 쓰던 방이죠?
(주희) 성태 오빠 방이었죠
근데 이 병에 대체 뭐라고 쓰여 있는 거예요?
제가 검색해 보니까
포스겐이라고 독가스 원료예요
(메이드) 이건 염화 수소고요
이게 왜 이 방에 있었을까요?
그러게요?
이거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요?
(주희) 이 집안에선 함부로 나대면 날아가요
저도 날아갔다가 다시 컴백했잖아요
저한테 맡기세요
(주 집사) 이…
너 이 얘기 어디 가서 발설하면 끝인 거 알아, 몰라?
왜 끝이에요? 이게 뭔데요?
(주 집사) 너는 와인 뒤집어쓰고 그렇게 쫓겨나 봤으면서도
겁이 없냐, 애가
근데요, 헤드님
이게 왜 성태 오빠 방에 있었을까요?
(주희) 성태 오빠 모나코로 간 거 맞아요?
- 어? - (주희) 혹시 누가
죽인 거 아니죠?
서, 성태를 죽여?
- (주 집사) 아유, 진짜, 아유 - (주희) 왜, 왜요!
(주 집사) 아유, 이거를
그 입 좀 꼭 다물고 있어, 제발 부탁이다
잘 먹겠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하준이 달그락거린다]
하준이가 와플을 좋아한다고
저 처음 만난 날
그 얘기 하셨었는데
그랬나요?
와플 기계가 있길래 구웠는데
가서 하준이랑 같이 먹어요
[힘겨운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다가오는 발걸음]
[울음 섞인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혜진) 맛있어?
엄마가 만들어 준 와플은 언제나 최고예요
엄마 기억 돌아왔어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하준) 어제 차에서 데쓰맨 랩 가사도 따라 불렀는데
우리 엄마 기억력 원래 짱 좋거든요
[풀벌레 울음]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경혜) 어…
얘기 좀 해요
[긴장되는 음악]
그러니까
수면제를 하준 아빠가 부탁해서
계속 줬다는 건가요?
(경혜) 네, 제가 불면증 처방을 대신 받아 왔습니다
수면제를 얼마나 많이 줬어요?
좀 세게 처방해 달라고 하세요
많이…
줬어요
먹고 죽어도 상관없어요
죽어도 상관없댔어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풀벌레 울음]
[진호의 한숨]
[한숨]
[한숨]
[한숨]
[의아한 숨소리]
(성태) 내 마음이 불편해서 죽을 거 같다고요
(진호) 그냥 다 쌩까라고
너 절대 못 찾으니까
그냥 편하게 지내면 돼
(성태) 내가 죽인 거 아니에요
난 문을 열어 줬다고요
뭐?
정말이야?
다른 사람이 죽인 거라고요!
(성태) [영어] 미안합니다
[한국어] 내가 죽인 거 아니라고요
아, 누구야, 그럼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보셔야 할 게 있어요
(주 집사) 미스터 장이 이걸 발견했어요 [어두운 음악]
성태가 남기고 갔어요 경찰이 보면 안 되는 걸
(주 집사) 설명해 봐, 이거 뭐야
(주 집사) 독가스 원료, 배합 방법
이걸 왜 검색해?
어, 왜…
남의 휴대폰을
뒤지고 그러세요!
[떨리는 숨소리]
너 무슨 일을 꾸미고 있는 거야?
(주 집사) 성태야 [난감한 숨소리]
알고 계셔야 할 거 같아서 말씀드려요
이 병을
또 누가 본 사람이
- (서현) 있어요? - 주희가 저한테 가져왔습니다
두 사람 내 서재로 오라고 해요
(주 집사) 네
[문이 탁 여닫힌다]
(혜진) 그럼
하준 아빠가
자살을 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아니요
그렇게 생각하진 않아요
(혜진) 그럼 누가 하준 아빠를 죽였다고 생각해요?
[긴장되는 음악]
여기 무슨 일이에요?
(혜진) 확인할 게 있어서요
[주 집사의 헛웃음]
(주 집사) 형사 나셨네
이 집안에서 메이드에게 확인할 게 있으면
나를 거쳐야 합니다
(혜진) 내가 얘기했을 텐데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라고
[한숨]
[한숨]
[답답한 한숨]
(주 집사) 너 무슨 얘기 했어?
사실대로 얘기했어요
(경혜) 상무님이 제가 처방받아 준 수면제를 먹어 왔다고
형사한테도 그대로 진술했어?
(경혜) 네
(주 집사) 알았어
아무튼
할 말, 안 할 말
제대로 분별해
(경혜) 상무님 그 수면제랑 상관없잖아요
누군가 상무님 죽인 거잖아요! 쯧
누가!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바보 같은 성태를
사주할 수 있는 사람!
[주 집사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씩씩거린다]
도둑년 주제에
(주 집사) 입 다물어
어?
[떨리는 숨소리]
(서현) 성태 방에서 뭘 발견했다고?
(메이드) 그게…
이상한 약병 같은 걸…
(서현) 그래서 그걸
주 집사한테 준 거야?
네
그걸 정말 성태 방에서 발견한 거 맞아?
미스터 장이라고 했지?
(메이드) 네, 사모님
성태 방에서 발견한 건지
미스터 장이 가지고 있었던 건지
그 누가 알아?
[메이드의 당황한 숨소리]
(서현) 이거 둘이서
깨끗하게 처리해, 안 그러면
두 사람 인생
이상하게 꼬일 수 있어
아주 괴롭게
이 집 들어올 때 도장 찍은 계약서
한 글자, 한 글자 잘 읽어 봐 한 줄, 한 줄 다시
이주희 씨는 두 번이나 도장을 찍었으니까
잘 알 거라고 생각해
명심하겠습니다
네, 읽어 보겠습니다
나가 봐
(주희) 네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한숨]
[풀벌레 울음] [어두운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그날 일
나한테만 솔직히 말해 줘요
누가 한지용을 죽였는지
(혜진) 알죠?
서희수 씨
당신 기억 잃지 않았잖아
내가 무너지게 된
바로 그 진짜 엄마의 눈빛을
하준이한테까지 숨길 순 없었겠죠
왜 당신은 내가 모르는 연기를 또 해야 되는 거예요?
무슨 사연이 있는 거냐고요
(희수) 그냥 모른 척하고 지나가
그래야 당신도 편해
때론 몰라도 될 걸 알아야 한다는 것 자체가 형벌이니까
당신이
죽인 거예요?
(희수) 그걸 알면 뭐가 달라지는데요?
그 사람이 살아 있길 바라요?
당신이 죽였대도
상관없어요
난 마지막을 알고 싶을 뿐이니까
(백 형사) 사고 현장에 쓰러져 있던 사람이 서희수 씨였어요
네, 들었어요, 서희수 씨한테
어제
(백 형사) 서희수 씨와 꾸준히 연락은 하고 지내시나 봐요
내가 연락했어요
곧 수녀원 떠날 거 같다고
사망한 곽수창의 동생 곽현동이 어디에 있는지를 서희수 씨에게 듣고
수녀님의 결정은 무엇이었습니까?
[무거운 음악]
(엠마) 너 [천둥이 콰르릉 친다]
자수하지 않으면
내가 경찰을 데리고
그 사람 있는 곳으로 갈 거야
[천둥이 콰르릉 친다]
자수해 [떨리는 숨소리]
(백 형사) 그랬더니
한지용 씨가 뭐라고 했나요?
[천둥이 콰르릉 친다]
(백 형사) 수녀님
왜 파티 중에
카덴차 홀에 들어가신 겁니까?
지용이를 찾으러요
[휴대전화 벨 소리] (엠마) 파티가 있던 날 아침
지용이한테서 전화가 왔습니다
어, 지용아
(지용) 이제 다 끝났어요
저 그냥 떠날 거예요
지용아 [통화 종료음]
(엠마) 그 전화가
[풀벌레 울음]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어요
효원가 사람들이 다 있는 그 자리에
지용이가 보이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물었죠
한지용 형제 어디 있어요, 지금?
(엠마) 카덴차
카덴차에 있다고 그랬습니다
누굽니까? 그 말을 한 게
[의미심장한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백 형사) 여보세요
(성태) 한지용 사건 담당하는 형사분 맞으시죠?
누구시죠?
혹시 김성태 씨?
나는
죽이지 않았어요, 나는
지하 벙커 문을 열어 줬다고요
(백 형사) 여보세요
김성태 씨, 성태 씨!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하, 속 시원해
지하 벙커?
(서현) 하준 아빠 생모 유품 다 태웠어
아버님 명이셨거든
(희수) 네
(서현) 그리고 그곳에 하준 아빠 유품
두길 원하셨어
그곳에서 남은 인생
참회하며 살고 싶으시대
(희수) 아버님이 하준 아빠한테 잘못을 많이 하셨나 보죠?
동서
[희수가 잔을 잘그락 내려놓는다]
다 기억하고 있지?
[의미심장한 효과음]
사고 당일의 모든 거
다 기억하잖아
[의미심장한 음악]
(희수) 지금은 말할 수 없어요
(서현) 동서가 지켜야 할 게 있는 거지?
(희수) 형님도 그러신 건가요?
(서현) 응
나도 내가
지켜야 할 게 있어
저 이제 이 집 떠나요
(희수) 하준이랑 이혜진 씨도 이 집 떠날 거예요
두 사람 함께 유학 갑니다
이제 루바토에 거주할 사람은
아무도 없겠네요
(서현) 그렇겠네
저 갈게요
오늘 마신 차
형님이랑 저랑 처음 만났을 때
형님이 저한테 웰컴 티로 주신 차였어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형님이 그러셨죠?
에스프레소보다 진하고
홍차보다 깊어서 좋아하신다고
이 레몬그라스 향
오늘따라 유독 깊네요
형님을 향한 제 마음처럼요
[피식 웃는다]
[풀벌레 울음]
[다가오는 발걸음]
저…
지하 벙커 좀 안내해 주세요
네, 작은사모님
[긴장되는 음악]
경찰입니다
[한숨]
(주 집사) 큰사모님
형사님이 또 찾아오셨어요
(서현) 이렇게 늦은 시간에 수사 협조를 해야 하나요?
윗선에서 오늘로 수사를 종결하란 지시를 받았어요
오늘이 아직 한 두 시간 남아서
(백 형사) 결례 무릅쓰고 이렇게 왔습니다
지하 벙커
확인할 수 있나요?
한지용 씨가 죽기 전 있던 곳이요
(진호) 수색 영장 있어요?
아, 이렇게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오면 안 되지
심지어 지하 벙커는 아버지 개인 공간인데
아니요, 괜찮아요
보세요, 얼마든지
(서현) 주 집사님
형사님 벙커로 안내해 주세요
(주 집사) 네
따라오시죠
[긴장되는 음악]
(희수) 이 방이
이 집에서 산소 질이 제일 좋다네요
처음 지을 때
지하라서 특히 산소 투입관을 크게 만들었다나?
이 시간에 왜 여기 계세요?
말했잖아요
산소 마시러 왔다고
[한숨]
서희수 씨
(백 형사) 당신
다 기억하지?
이 집안 사람들
모두가 짜고 한지용을 자살로 몰고 가려는 거죠?
서희수 씨
당신이 한지용을 죽였지?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그래요
내가 죽였어요
[어두운 효과음]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죽인 거 같은데
아무것도 기억을 못 하니 어쩌죠?
[비밀스러운 음악]
아무런 도움을 드릴 수가 없네요
[헛웃음]
(서현) 어디 가는 거예요?
[떨리는 숨소리]
(혜진) 이제 얘기해 주세요
왜 기억을 못 한 척한 건지
(희수) 제 삶과 마음
모두 다 잃어버린 거 같아요
제게 남아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주 집사) 사모님의 결정에 따르겠습니다
(진호) 누구야, 그럼? 지용이 죽인 사람
(한 회장) 떠나야 할 이유가 있는 거지?
(서현) 떠나는 거 말곤 방법이 없네요
여보세요
(희수) 내가 한 거짓말로 지옥에 가게 된다면
기꺼이 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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