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이 17
굿 모닝, 여자 친구
누구지?
눈 뜨자마자 보이는 이 멋있는 남자는
[웃음]
네 남자 친구
[옅은 웃음]
와, 나 대따 땡잡았네
밤새 이러고 있었어?
(영구) 응
내가 살아온 날 중에 가장 행복한 밤이었어
난 지금이 살아온 날 중에 제일 행복한 아침인데
더 안 자도 되겠어?
응, 나 완전 푹 잤어
엄청 개운해
다행이네
그럼 우리 이제 얼른 나갈 준비 하자
커플 사진 찍으러 가야지 내가 도시락 쌀게
좋았어
그러면 나는 돗자리랑 카메라 준비할게
[영구와 다다가 살짝 웃는다]
[쪽 뽀뽀한다]
[영구가 살짝 웃는다]
[영구의 힘주는 신음]
[윙윙 소리가 난다]
[차분한 음악]
[영구의 힘겨운 신음]
영구야
[영구의 힘겨운 숨소리]
[로봇 전원음]
(다다) 영구야!
영구야!
영구야, 정신 좀 차려 봐, 영구야!
영구야!
(지석) 제로나인이 인간의 감정을 더 깊이 배울수록
[슬픈 음악] 그러니까 엄다다 그 여자를 더 많이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제로나인은 망가질 거야
"데이터 분석 결과"
아니, 이미 시작됐을 수도 있어
멜트다운
[휴대전화 벨 소리]
네
(다다) 남보원 씨, 도와주세요
영구가 이상해요
(다다) 영구가 쓰러졌는데 정신을 못 차려요 눈도 안 떠요
(다다) 도와주세요, 빨리 좀 와 주세요, 제발
[타이어 마찰음]
"설정, 시스템 점검"
[패드 작동음]
(다다) 별일 아닌 거죠?
지난번에도 아무 이유 없이 갑자기 쓰러지더니
영구 왜 그러는 건데요?
혹시 무슨 문제 있는 건가요?
[무거운 음악]
지부장님
[패드에서 경고음이 흘러나온다]
(다다) 멜트다운요?
그게 대체 뭔데요?
(보원) 어, 소프트웨어 작동에서 발생한 열이
쿨링 시스템의 커버리지 맥시멈을 초과했을 때
하드웨어가 녹기 시작하는 건데…
그러니까
(지석) 쉽게 말해서 일종의 과부하입니다
핸드폰이나 노트북을 오래 쓰면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처럼
로봇도 수행할 수 없는 한계치에 도달했을 때
결함을 일으키는 겁니다
아마 다다 씨와 함께 지내는 동안
제로나인 내부에선 강한 발열이 계속됐을 겁니다
그게 마치 인간이 심장을 아파하는 것처럼 표현됐을 거고요
아니
그 과부하라는 게 대체 왜 일어나는 건데요?
(보원) 그게…
제가 지금까지 지켜본 바로는
제로나인은 로봇 그 이상이었습니다
(지석) 이미 인간의 감정들을 배워 가고 있었죠
아마 그런 것들이 제로나인에게 큰 무리가 됐을 겁니다
전부 저희 잘못입니다
그동안 몇 번의 멜트다운 전조 현상이 나타났을 텐데
데이터를 얻겠다고 눈이 멀어서
제로나인에게 무리가 갈 것을 간과했습니다
[문이 탁 열린다]
여자 친구
(다다) 영구야
[살짝 웃는다]
(영구) 여자 친구
[영구가 살짝 웃는다]
어, 보원이 형
지부장님도 오셨네요?
(지석) 제로나인, 괜찮아?
네, 저 괜찮습니다, 멀쩡해요
정말 괜찮은 거야?
응, 나 아무렇지도 않아
내가 걱정시켜서 미안해
(영구) 아참, 우리 소풍 가야지
내가 금방 도시락 준비할게
(다다) 아, 아니야, 아니야, 괜찮아
우리 소풍은 다음에 가야 될 거 같아
왜?
아니야, 여자 친구, 우리 약속했잖아
금방 준비할 수 있어, 조금만 기다려
[한숨]
(영구) 음
[윙윙 소리가 난다] [놀란 신음]
[무거운 음악] 영구야
(다다) 뭐 하는 거야?
괜찮아?
아, 도시락 통 꺼내려고 열었는데 이게 부서졌네
(영구) 아, 다들 미안해요, 많이 놀랐지?
[윙윙 소리가 난다]
영구야, 괜찮아?
어, 난 괜찮아, 나…
[윙윙 소리가 난다]
(지석) 제, 제로나인
[당황하는 숨소리]
아, 나 왜 이러지?
(영구) 아, 얼른 도시락 준비해야지
여자 친구, 참치김밥 어때? 씁
[영구가 통을 탁 꺼낸다]
샌드위치가 나으려나?
영구야, 그만해
[영구가 살짝 웃는다]
형, 나 멀쩡…
(보원) 영구야! [윙윙 소리가 난다]
[당황하는 숨소리]
아, 나 정말 괜찮다니까
[통을 탁 내려놓는다]
나 괜찮아
(다다) 영구야
그만해
이제 좀 쉬자, 응?
(영구) 여자 친구
나 괜찮아
아무렇지도 않아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생각보다 멜트다운이 많이 진행됐어
(지석) 더 심해지기 전에 행동을 최소화해야 될 거 같아
말하고 움직이는 거 자체가
멜트다운을 가속화시킬 테니까
그 정도예요?
[힘주는 신음]
아, 안 되는데
저 여자 친구랑 소풍 가기로 했거든요
잔디밭에 돗자리 깔고 낮잠도 자고
커플 사진도 찍고 그…
(보원) 영구야
형
영구야
너 형 믿지?
그러니까 조금만 쉬고 있어 형이 금방 낫게 해 줄게, 응?
[보원이 영구를 토닥인다]
조금만 쉬자
[한숨 쉬며] 그래
한숨 푹 잔다고 생각하고
아무 생각도 하지 말고
(다다)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이렇게 편하게 누워 있어
알았지?
[문이 탁 닫힌다]
알겠어
약속할게
(영구) 대신에 일어나면
그동안 밀린 만큼 더 사랑해 줄게
네가 이렇게 누워 있다고
너한테 받는 사랑이 멈추는 건 아니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차분한 음악]
이제
영구는 어떻게 되는 거예요?
자세한 건 정밀 검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워낙 예민한 부분들이 많아서
어디서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할지 장담할 수가 없습니다
꼭 나을 수는 있는 거죠?
멜트다운된 부품들은 교체하면 되지만
문제는 다음입니다
(지석) 제로나인이 계속해서 인간의 감정을 배우는 한
멜트다운은 계속될 테니까요
제가 뭐라도 도와드릴 건 없나요?
저 다 괜찮아요, 뭐든지 할게요
아닙니다 이건 저희가 해결해야 될 문제입니다
저희 분야고 저희를 믿고 맡겨 주십시오
네
부탁드릴게요
[차분한 음악]
[지석의 한숨]
(영구) 여자 친구
이제 나 좀 봐 주면 안 돼?
(영구) 나
사랑받고 싶어졌어
(영구) 자꾸 여기가 윙윙거려
그러니까
안 가면 안 돼?
(영구) 그리고
이건 프로그래밍된 말이 아니야
[놀란 숨소리]
사랑해
[풀벌레 울음]
(영구) 나 이제 평생 여자 친구 옆에서
여자 친구만 바라보고 있을 건데?
[훌쩍인다]
(다다) 그동안 나한테 했던 그 말들이
그 행동들이
전부 네 심장 다 녹여 가면서 해 준 것들이었어?
난 그것도 모르고
그것도 모르고
(지석) 내가 본사에 연락해서
제로나인을 고칠 방법이 없는지 알아볼게
다 저 때문입니다
[애잔한 음악]
남보원
영구가 그렇게 망가져 가는 것도 모르고
제가 막 더 떠민 거예요
(보원) 더 인간다워지라고
더 사랑하라고, 너도 꼭 사랑받으라고
[훌쩍인다]
아껴 주는 척하면서 제가 제일 나빴던 거예요
지부장님
저는 이기적인 놈입니다
다
다 저 때문에…
정신 똑바로 차려
네가 정신 바짝 차려야지 너까지 이러고 있으면 어떡해
[울먹인다]
[한숨]
[긴장되는 효과음]
(다이애나) 멜트다운?
그러게 장난감이면 장난감답게 살아야지
[코웃음]
[무거운 음악]
그래서?
지금 지부장님이랑 남보원이
제로나인 살릴 방법을 모색 중입니다
그 두 사람이 어떤 방법을 찾아내는지
일거수일투족을 나한테 철저하게 감시해서 보고해
단 하나도 빠짐없이
- (지석) 황인혁 - (인혁) 아, 깜짝이야
저, 지부장님 [문이 쉭 닫힌다]
- 너 누구랑 통화한 거야? - 네?
제로나인이 멜트다운 어쩌고 하던데
(지석) 너 혹시 다이애나 쪽이랑 연락한 건 아니지?
[당황하는 신음]
다이애나 그 여자는 독 같은 존재야
절대 가까이해선 안 된다고
아, 아니에요
아, 제로나인이 멜트다운됐다고 해서
아는 사람한테 정보 좀 얻으려고 연락해 본 겁니다
저도 뭔가 좀 도움이 되고 싶어서
그래서 정보는 구했어?
예, 그, 지금 찾아보고 연락 준다고
그래, 그럼 잘 알아보고
너도 이번 기회에 남보원한테 빚 갚아
(지석) 그래도 네가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 절반은 남보원 덕이니까
예?
너 회사에 없을 때
남보원이 너 복직시켜 달라고 본사에 몇 번씩 투고도 넣고 그랬어
(지석) 둘이 단짝이었다며
넌 그렇게 생각 안 하겠지만
(영구) 여자 친구
그동안 많이 외로웠구나
난 처음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네 거였던 적 없어
(영구) 넌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자격 없으니까
[영구가 손을 탁 뿌리친다]
(영구) 불쌍해
불쌍하다고, 네가
결국 그딴 고철 덩어리가 될 거면서
(다이애나) 이번 기회에 철저히 알려 줘야겠어
자기 주제가 뭔지
저기, 아가씨
여기서 이제
멈추시면 안 됩니까?
뭐?
이제 그만하셔도 될 거 같습니다
(란) 아가씨가 굳이 나서지 않으셔도
이미 망가져 가고 있습니다
지금 뭐 하는 거야?
너도 주제 모르고 나한테 이래라저래라 하는 거야?
그게 아니라
(란) 전 다이애나 아가씨를 위해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뭐를?
제가 아가씨를 그동안 보필했지만
왜 이번 장난감에만 그렇게 집착하시는지
아가씨가 나쁜 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나쁘다고?
그건 원래 내 물건이었어
근데 걔네가 훔쳐 가는 것도 모자라서
걔네가 나한테 무슨 짓을 했는지 너도 나랑 다 봤잖아
근데 보고도 나한테 그런 말을 해?
하지만
그런 일들
모두 아가씨가 만든 겁니다
[무거운 음악]
(란) 전 아가씨가 더 이상
상처받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발 스스로를
외롭게 만들지 마세요
그 입 안 다물어?
죄송합니다
나가
꼴도 보기 싫으니까 나가라고!
[문이 탁 열린다]
[한숨]
[규리가 흥얼거린다]
- (진) 누나, 하이요 - (다다) 어
(규리) 엄따, 하이
아! 쉬다가 일하려니까 진짜 일하기 싫다
평생 백수로만 살았으면
아니지, 만수르 통장이랑 내 통장이랑 바뀌었으면 좋겠어
하, 누나, 꿈은 침대에서 꾸세요 [진의 익살스러운 신음]
[진의 아파하는 신음]
(규리) [하품하며] 엄따
근데 너 맨날 붙어 다니는 껌딱지 어디 갔냐?
늘 붙어 다니더니
(진) 어? 그러고 보니까 보원이 형도 안 보이네
아니, 근데 신입은 일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부터 땡땡이야
마음에 안 들어, 쯧
두 사람 사정이 좀 생겨서 당분간 못 나올 거 같아
사정? 무, 무슨 사정?
문제가 좀 있어
(다다) 곧 촬영 시작이지?
나 조감독하고 말할 거 있어 가지고
세팅 좀 먼저 해 놔 줘라
야, 뭔 일 있지?
- (규리) 다다 오늘 이상하지? - (진) 이상해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으로…
[걱정스러운 신음]
어제부터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무슨 일 있나
(왕준) 누나, 오늘 남은 세트 분량 한꺼번에 다 찍는 거 맞지?
[손가락을 딱딱 튕기며] 누나!
어, 어
뭐야, 왜 그래? 뭔 일 있어?
어, 아이, 어제부터 보원 씨가 연락이 안 되네, 걱정돼서
아이씨
놀랐잖아, 난 또 뭔 일 있는 줄 알고
(왕준) 그리고 이거 너무한 거 아니야?
차인 지 얼마 안 된 동생 앞에서?
당분간 내 앞에서 연애질은 그냥 작작 하시지, 응?
에?
[어이없는 숨소리]
하여간, 하여간, 쯧
(조연출) 아니, 아, 그게 무슨 소리예요?
영구 씨한테 사정이 좀 생겨서
당분간 스턴트 일을 못 할 거 같아요
(조연출) 아니, 그런 건 미리 얘기해 줘야죠 [무거운 음악]
아, 이렇게 갑자기 얘기하면 어떡해요
죄송합니다
(조연출) 아, 나 미치겠네
구하러 가야겠다
[조연출이 울먹인다] (다다) 죄송합니다
(왕준) 엄다다
왜 그래?
임시한테 뭔 일 있어?
아니야, 아무것도
좋아, 좋아
[숨을 들이켠다]
[작은 목소리로] 야, 피
(규리) [작은 목소리로] 엄따
엄다다!
[작은 목소리로] 피, 엄다다!
피!
[작은 목소리로] 어
[펌프질을 탁탁 한다]
(감독) 컷! 컷!
아, 피가 늦었잖아!
엄 팀장,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죄송합니다
(감독) 죄송하면 다야!
아, 저리 꺼져, 이게 맞아야지 일을 제대로 해야지
이게 딱딱 하면 이렇게 딱 삑 하고 나와야지
다시 가! 흠, 다시
(왕준) 저기, 감독님 저, 그냥 10분만 쉬었다 가시죠
(규리) 야, 엄따
너 괜찮아?
평소에 안 하던 실수 하고 하루 종일 멍때리고
그러게
누나, 무슨 일 있어요?
혹시 뭐, 어디 아파요?
아니야, 미안해
[한숨]
[무거운 음악]
[휴대전화를 탁탁 두드린다]
왜 안 되지?
(진) 에?
누나, 한동안 안 그러더니 다시 그러나 보다
손대면 고장 내는 거
(영구) 왜?
(다다) 내 손에 닿으면 다 망가진단 말이에요
걱정하지 마 이제 그럴 일 없을 테니까
[훌쩍인다]
(다다) 왜 안 되는 건데!
[다다가 흐느낀다] (규리) 다다야
누나, 농담이에요 왜, 왜, 왜 그래요, 왜
왜 안 되는 건데, 왜!
[흐느낀다]
나 때문인가 봐
나 때문인가 봐
어떡해
[다다가 흐느낀다]
[한숨]
(규리) 울지 마
(규리) 다다야, 물 좀 먹어
(다다) 고마워
[규리의 한숨]
(진) 누나, 우리 매형 많이 아픈 거예요?
어디가 아픈 건데요? [다다의 한숨]
모르겠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멜트다운 뭐라고 하는데
도통 무슨 말인지 못 알아듣겠어
내가 너무 한심해
(규리) 야, 당연히 네가 그 전공도 아닌데 모르는 게 당연하지
[한숨]
[규리의 한숨]
근데 진짜 너무 갑작스럽긴 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멀쩡했잖아
그러게, 전혀 몰랐는데
괜찮은 척한 거겠지
내가 걱정할까 봐
아니, 사실
그동안 나한테 힘들다고, 아프다고
수도 없이 말해 왔는데
내가 못 알아들은 거야
[애잔한 음악]
나 이제 어떡해
내 남자 친구가 아픈데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해 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한숨]
(규리) 다다야, 아니야
[다다의 한숨]
그래요, 누나 잘못 아니에요
(규리) 응, 괜찮아
어, 보원 씨
(보원) 웅이 씨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요?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요?
미안해요
무슨 일 있어요?
[보원의 한숨]
[보원의 한숨]
그게
영구가 좀 많이 아파요
영구 때문에 마음이 너무 안 좋아서
그래서 휴대폰 볼 겨를이 없었어요 미안해요
그랬구나, 어쩐지 [보원의 한숨]
[차분한 음악]
에이, 그렇게 축 처져 있지 마요
난 또 뭐라고
사람도 한 번씩 아프잖아요
영구 씨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웅) 그냥 환절기에 감기 걸렸다고 생각해요
아니, 어, 그거보다 조금 더 보태서
감기 몸살 걸렸다고 생각해요
우리 그렇게 생각해요
나 어릴 때 다녔던 체육관 관장님이 그러셨어요
사람들은 한 번씩 아파야 된다고
아파야 면역력도 생기고 그다음에 더 튼튼해지는 거라고
영구 씨도 이번에 아프고 나면 더 튼튼해질 거예요
고마워요
[보원의 한숨]
[보원이 훌쩍인다]
[보원의 한숨]
[다다의 힘겨운 신음]
(규리) 아, 이럴 때 유진이 도와줘야지 어디 간 거야, 얘는
"리얼"
아유, 진짜 도움이 안 돼, 진짜
- (규리) 아, 다다, 조심해 - (다다) 어, 어
[다다와 규리의 힘겨운 신음]
(다다) 언니, 고생 많았어, 내일 보자
(규리) 다다야
너 당분간 현장 나오지 말고
그냥 작업실에 있어
그게 무슨 말이야, 한창 바쁠 텐데
그러지 말고 현장은 나한테 맡기고
넌 영구 씨 옆에 있어 줘
언니
내가 해 줄 수 있는 게 이거밖에 없어서 그래
네가 그랬잖아, 나 믿는다고
그러니까
나 믿고 이번엔 네 사랑에 집중해
(규리) 알겠지?
[차분한 음악] 고마워, 언니
다 잘될 거야
영구 씨도 일어날 거고 [문이 탁 열린다]
(진) 누나
[진의 조심스러운 신음]
- (진) 누나, 안녕하세요 - (다다) 유진아
(진) 어? 규리 누나도 있었네?
(다다) 여긴 웬일이야 너 집에 간 거 아니었어?
(진) 네, 갔다가 다시 돌아왔습니다
누나한테 이거 좀 전해 주려고
이거 뭐야?
아, 이게
제가 로봇에 관심 생겼을 때부터 모아 놨던 자료들이에요
(진) 어, 근데
제가 취미로 읽던 것들이라서 전문적인 건 아니에요
유진아
저도 기계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랐을 때
(진) 이런 거 보면서 관심도 붙이고 조금씩 알아 가고 그랬거든요
누나가 너무 속상해하길래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해서
고마워, 유진아
음, 아니요, 아니요, 아니요
제가 전문가도 아니라서 제대로 된 정보도 못 드리고
아니야
네가 이렇게 도와준 거 알면 영구도 분명히 좋아할 거야
(진) 저 우리 매형 진짜 좋아하거든요
그래서 빨리 나았으면 좋겠어요
유진이도 애쓴다
그럼요
다다야, 우리 이제 가 볼게
뭐 필요한 거 있으면 연락하고
(진) 가 볼게요, 누나 아, 그리고 알려 드릴게요, 그거
(다다) 응, 고마워
[문이 탁 여닫힌다]
[키보드 조작음]
[무거운 음악]
[시스템 에러음]
[보원이 키보드를 연신 두드린다]
미안해
나 때문에
[감성적인 음악]
(영구) 여자 친구
가지 마
깬 거야, 나 때문에?
(다다) 깨워서 미안해
너무 보고 싶어서 왔어
나도 너무 보고 싶었어
(영구) 여자 친구
손 좀 잡아 줘
안 돼
나 때문에 네가 더 고장 날까 봐
무서워
그게 무슨 소리야?
난 너로 인해 움직이고
너로 인해 살아가는데
(영구) 좋다
힘이 나
유진이랑 규리 언니도
다들 걱정하고 응원하고 있어
그러니까
조금만 더 힘내
[차분한 음악]
(왕준) 엄다다
왜 그래?
임시한테 뭔 일 있어?
아니야, 아무것도
[작은 목소리로] 엄다다
야, 피
[작은 목소리로] 어
[펌프질을 탁탁 한다]
(왕준) 아이씨
[한숨]
또 무슨 일이길래 하루 종일 표정이 또 그러는 거야
아, 또 말 못 하고 혼자 끙끙 앓고 있는 거 아니야?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아, 뭐야, 도대체
[문이 탁 닫힌다]
(웅) 응, 이거 내일 스케줄 [도어 록 작동음]
응, 고마워
어, 남보원인가 그 사람하고는 연락됐어?
(웅) 응
쩝, 다행이네
(왕준) 근데 뭐 하느라 하루 종일 연락이 안 됐대?
그게
영구 씨가 상태가 좀 안 좋다 하더라고
뭐?
심각한가 봐
하루 만에 얼굴이 반쪽이 됐는데 진짜 안쓰럽더라
[서류를 바스락 덮는다]
[차분한 음악]
[자동차 시동이 꺼진다]
[한숨]
[훌쩍인다]
[슬픈 숨소리]
[다다가 훌쩍인다]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놀란 숨소리]
[훌쩍인다]
[다다가 연신 훌쩍인다]
[한숨]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한숨]
여긴 어떻게 알고 왔어?
(왕준) 여웅 누나한테 들었어
쟤 왜 저러고 있는 거야?
문제가 좀 있대
무슨 문제?
나도 자세한 건 몰라
[한숨]
고칠 순 있대?
방법을 찾고 있어
[어이없는 숨소리]
찾고 있어?
[왕준의 한숨]
뭐야, 이거?
유진이가 도와주려고 가져온 거야
야, 엄다다
네가 뭐, 이런 거 보면 알아?
뭐라도 해야 될 거 아니야!
그냥 손 놓고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을 순 없잖아!
너 내가 얘기했지?
힘들 거라고 했잖아
[애잔한 음악]
결국에 이렇게 될 거라고 했잖아
(왕준) 천하의 마왕준 뻥 차고 갔으면 행복해야지
웃기만 해야지
내가 질투 나서 미쳐 버리게!
내가 너 놓친 거 뼈저리게 후회하게 그렇게 만들어야지
내가 너 이러려고 그 자식한테 보낸 줄 알아?
봐
쟤 보라고
쟤 지금 저렇게 누워 있는데
지금 네가 뭐 할 수 있어?
할 수 있는 게 없지?
쟤가 인간이면 네 거라도 떼서 줄 텐데!
그거 안 되잖아, 못 하잖아
근데 그거 쟤도 마찬가지야
그만해
(왕준) 뭘 그만해!
[훌쩍인다]
이번 일 무사히 넘어간다 쳐도
앞으로 이런 일, 아니
이거보다 더 심각한 문제들 계속 생길 거야
너 그래도 괜찮아?
그만하라고!
내가 너 이럴까 봐 너한테 말 안 한 거야
너 여기 왜 왔어? 너 이러려고 왔어?
나 너 아니어도 충분히 힘들어
그만 돌아가
가라고!
울지 마, 내 앞에서
[다다가 흐느낀다]
[문이 탁 여닫힌다]
[한숨]
[한숨]
내가 다다 울리지 말라고 했지?
[왕준의 한숨]
[한숨]
[키보드 조작음] [시스템 작동음]
[시스템 에러음]
[무거운 음악]
[시스템 에러음]
[키보드 조작음]
[시스템 작동음]
[자동문 작동음]
(보원) 지부장님!
[놀란 신음]
너 뭐야?
밤새운 거야?
찾았습니다
뭘 말이야?
(보원) 유럽 지역 쪽 데이터를 검색하다가 발견했는데
초기 모델 중에
지금 우리 영구의 증상과 완전히 똑같다고 볼 순 없지만
멜트다운이 진행됐던 모델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모델 주인의 요청에 의해
딱 한 번 만들어졌던 부품이 있는데
[키보드 조작음]
그게 바로 하트 쿨러입니다
하트 쿨러?
[키보드 조작음]
(보원) 발열 증상을 컨트롤해 주는 부품인데
이 부품 장착 이후 발열 증상이 약 85% 정도 호전됐고
그 이후 지금까지도 별 탈 없이 계속 작동 중이랍니다
증상이 달라서 제로나인한테 적용하면
오차 범위가 얼마나 날지 모르겠는데
일단 임상적으로는 기대해 볼 만한 수치야
예
근데 이 부품 구할 수 있어?
그 케이스 이후
본사에서 연구 목적으로 한 번 더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
현재로서는 그게 마지막 남은 하트 쿨러입니다
하트 쿨러 한 개의 제작 비용과
새로운 로봇 한 대의 제작 비용이 거의 같기 때문이죠
(보원) 그 마지막 남은 하트 쿨러를 반드시 확보해야 합니다
[지석이 살짝 웃는다]
(지석) 역시 넌 내가 아는 사람 중에서 제일 똑똑하고
제일 바보 같은 놈이야
지부장님, 가능할까요?
일단 내가 본사에 하트 쿨러 관련해서 요청 서류 올려 볼게
[살짝 웃는다] (지석) 최대한 빨리 승인해 달라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지부장님 [지석의 놀란 신음]
감사합니다, 지부장님 [지석의 헛기침]
(지석) 어
(보원) 예스!
[문이 탁 여닫힌다] [새가 지저귄다]
(보원) 엄다다 씨!
엄다다 씨!
남보원 씨, 이 시간에 무슨 일이세요?
다다 씨
[잔잔한 음악]
영구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은 거 같습니다
예?
(보원) 하트 쿨러라는 부품이 있는데요
이 부품만 있으면 발열 증상을 컨트롤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 지부장님께서
본사에 요청 메일 보내 놓고 답신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부품만 있으면 그냥 전부 다 해결할 수 있어요
[보원이 살짝 웃는다]
하, 다행이다
[안도하는 숨소리]
(직원) 지부장님, 본사에서 답이 도착했습니다
어, 그래
[무거운 음악]
[문이 탁 여닫힌다]
(보원) 지부장님
어떻게 됐습니까?
"하트 쿨러 요청 승인 불가"
이, 이게 뭡니까?
승인 불가요?
그게 무슨 말이에요, 승인 불가라니요?
제로나인에게 하트 쿨러를 줄 수 없답니다
(보원) 아, 대, 대체 왜요?
왜, 왜 안 되는 건데요?
그동안 제로나인 관련해서
본사에서 본 피해가 많다는 게 큰 이유야
[한숨]
(지석) 뿐만 아니라 근래에 제로나인 때문에 벌어진 여러 소동들도
본사 입장에선 부정적으로 보고 있어
게다가 하트 쿨러 자체가 더 이상 생산이 불가능한 제품이라
본사에서 내주기 힘들다고 판단한 모양이야
아니, 새로 만들어 달라는 것도 아니고 남아 있는 재고를 보내 달라는 건데
그것도 안 된다는 겁니까, 예?
하지만 하트 쿨러는
애초에 제로나인 자체에 포함된 부품이 아니기 때문에
굳이 본사에서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내줄 필요가 없는 거지
[한숨]
(지석) 우리 회사는
[문이 탁 여닫힌다] 비즈니스로 움직이는 회사니까
(왕준) 당장 그 하트 쿨러인지 뭔지 가져오라고 해요
[긴장되는 음악]
왕준아
(왕준) 못 들었어요?
마왕준이 화나기 전에
당장 가져오라고 전하라고요 하트 쿨러
[보원의 한숨] (지석) 아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와, 당신들 벌써 기억이 안 나?
(왕준) 그전에 제로텐인가 뭔가 하는 그 로봇
누구 얼굴로 만들었지?
내 얼굴로 만들었잖아
당신들 나 누군지 알지?
나 마왕준이야
[왕준의 코웃음]
내 초상권이 어마어마한데, 응?
어마어마해?
예
[무거운 음악] [왕준의 한숨]
[왕준의 힘주는 신음]
(왕준) 아
그리고 들어 보니까 당신네들 회사는 보안이 최우선이라며?
[지석의 헛기침]
[왕준이 선글라스를 탁 내려놓는다]
근데 내가 이 사실을 언론에 밝히고 한바탕 이슈를 만들게 되면
당신들은 어떻게 될까?
당신들 비즈니스 좋아한다고 했지?
그럼 내가 딱 비즈니스적으로다가 설명할게
내가 회사로 내용 증명 보내서 일 크게 만들기 전에
당장 하트 쿨러 가져오라고 전해
[밝은 음악]
아, 그리고 이건 딜이 아니라 협박인 거로
[경쾌한 효과음]
알겠습니다, 마왕준 씨
씁, 그 정도 협박이라면 본사도 꼼짝 못 하겠네요
- (지석) 남보원 - (보원) 네
- (지석) 나 좀 도와줄 수 있지? - 물론입니다
[지석의 웃음]
고마워
고마워할 필요 없어 너 도와준 거 아니야
(왕준) 아, 그냥
그딴 로봇 만드는 크로노스 헤븐인가 뭔가
그 회사 싫어서 깽판 친 거야 그것뿐이야
[살짝 웃는다]
야
그러니까 이제 그만 좀 울어
미안해
그 말도 그만하고
[차분한 음악]
[입소리를 쩝 낸다]
아유! 쯧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내가 제일 바보야, 내가, 그렇지?
(보원) 다다 씨, 엄다다 씨!
[보원의 가쁜 숨소리]
승인됐습니다
[밝은 음악]
- 정말요? - (보원) 예
내일 아침 10시에 인천 공항으로 본사에서 직접 가져다주기로 했어요
다행이다
아, 마음 같아선 제가 가고 싶은데
전 지금 회사 소속이 아니라서요
지부장님이 직접 받아 오시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그 사이에 영구를 랩실로 옮겨서 준비하면 될 거 같아요
네, 고생 많았어요
(보원) 아, 고생은요, 뭘
[무거운 음악]
(다이애나) 뭐? 하트 쿨러?
[흥미로운 음악] (인혁) 예, 내일 오전 10시에 인천 공항으로
본사에서 직접 들고 오는 모양입니다
기어이 그깟 로봇 하나 살리겠다고
본사까지 나서는 거야?
(다이애나) 내가 이대로 손 놓고 볼 순 없겠지?
나 해피 엔딩 되게 싫어하거든
네가 가져와
[흥미진진한 음악]
예?
제가 말입니까?
너희 회사 비밀 조직이니까
뭐, 그 중요한 부품을 아무한테나 넘길 리는 없고
(다이애나) 그렇다고 억지로 뺏기에는
너무 식상하잖아
네가 빼돌려서 가지고 와
그게 제일 재미있을 거 같다
[한숨]
못 하겠습니다
뭐?
저 더는 못 하겠습니다
(인혁) 지부장님도 슬슬 저 의심하는 거 같고
여기 이렇게 몰래 왔다 갔다 하는 것도 눈치 보이고요
게다가 남보원 그 새끼 미련 떨고 있는 거 보면
양심에도 찔립니다
이제 그만두겠습니다
게다가 이거 빼돌리면 100% 제가 했다는 거 다 알게 될 텐데
이 회사에서 잘리는 거도 시간문제입니다
그렇게 되면 당신이 저 책임져 줄 겁니까?
아, 책임?
결국 그거구나?
뭐 어떻게 해 주면 되는데?
돈? 얼마 원해?
뭐요?
내가 뭐, 돈이면 뭐, 다 하는 줄 압니까?
맞잖아
그러니까 네 친구도 팔아먹었잖아 새삼스럽게
그깟 돈으로 매수할 생각 마십시오
(다이애나) 정말 괜찮겠어?
너 지금 되게 돈 필요하잖아
아니라니까
근데 뭐야?
설마 당신들 내 뒷조사 했어?
(다이애나) 당연하지
내가 널 뭘 믿고
근데
네 약점은 믿어
[헛웃음]
[인혁의 한숨]
(인혁) 이제 알겠네
왜 당신 옆에 사람들이 없는지
왜 있던 사람들마저 다 떠나가는지
됐고, 다 필요 없어
그딴 돈 받고 당신 밑에서 평생 벌벌 떨며 사느니
차라리 좀 쪼들리며 사는 게 낫겠어
[어이없는 숨소리]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하, 보원 씨한테 얘기 들었어
네가 영구 씨 부품 받는 거 도와줬다면서?
멋있다, 내 동생!
[어이없는 숨소리]
나 하나도 안 멋있어
(왕준) 나 아직도 둘이 잘 안되길 빌어
그 자식 고장 났다는 얘기 들었을 땐
심지어 좋기까지 했어
나 진짜 나쁜 놈인가 봐, 누나
[애잔한 음악]
나 사실은
그 자식 안 깨어났으면 좋겠어
근데 안 깨어나면
다다가 아프니까
난 엄다다 우는 게 세상에서 제일 싫으니까
얼른 멀쩡하게 일어났으면 좋겠기도 하고
[왕준의 헛웃음]
미친놈 같지?
아니
네 마음 너무 잘 알아
[손뼉을 탁 친다]
일로 와, 내 동생
왜 이래
(왕준) 응? 아, 저리 가, 징그럽게
일로 와
(왕준) 아, 아이…
아유, 그래
"리얼 특수 분장"
[차 문이 탁 닫힌다]
(보원) 다다 씨, 이쪽이에요
[자동문 작동음]
[문이 스르르 닫힌다]
[차분한 음악]
"수면 모드"
(다다) 이런 곳이구나
영구 네가 태어난 곳이
우리가 결혼하면 여기가 내 시댁인 건가?
나 농담한 건데
웃었으려나?
내 남자 친구
잘 자고 있어?
좋은 꿈 꾸고 있어?
너무너무 듣고 싶다
'여자 친구'
나 불러 주는 그 목소리
일어나면
나 제일 먼저 안아 줘야 돼
알았지?
사랑해
[통화 연결음] [흥미진진한 음악]
[이어폰 조작음]
[영어] 네, 고지석입니다
곧 도착합니다 조금만 기다려 주십시오
고지석 씨?
[무거운 음악]
[인혁의 떨리는 숨소리]
[한국어] 그래서 얼마 줄 건데?
[영어] 크로노스 헤븐 한국 지부의 황인혁입니다
고지석 부장님의 명으로 하트 쿨러를 받으러 왔습니다
고지석 씨가 직접 온다고 들었습니다
지부장님께서는 밖에서 대기 중이십니다
제게 대신 받아 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신분증 좀 보여 주시겠습니까?
물론이죠
[카드 조작음]
(본사 직원) 여기 있습니다
"크로노스 헤븐"
감사합니다
저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어디에 계십니까?
무슨 소리입니까? 물건은 이미 건넸습니다
뭐라고요?
지금 무슨 말씀 하시는 겁니까?
한국 지부 직원이 와서 가져갔습니다
당신은 밖에서 대기 중이라고 했습니다
[한국어] 황인혁!
[긴장되는 음악]
(지석) 아, 나 진짜, 거기 안 서?
[가쁜 숨을 내뱉으며] 빨리 출발요
(기사) 어플로 예약하신 분 맞으시죠?
예, 맞으니까 빨리 출발해 주세요
- (기사) 3371? - (인혁) 아, 맞는다니까, 빨리 출발!
황인혁! [인혁의 다급한 신음]
(지석) 야, 황인혁!
황인혁!
[가쁜 숨소리]
[보원의 한숨]
다다 씨
하트 쿨러 도착하면 우리 영구 금방 일어날 거예요
네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벨 소리]
지부장님이에요
예, 지부장님, 지금 기다리고 있습…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무거운 음악]
이게 그 하트 쿨러야?
뭐, 걔네들의 마지막 희망?
약속 꼭 지키십시오
[살짝 웃으며] 알았어
뭐라고요?
아니, 황인혁이 대체 그걸 왜 가져간 건데요?
아무래도 다이애나 사주를 받은 거 같은데
다이애나가요?
일단 다이애나 집 앞에서 보자
[통화 종료음] 아니…
[한숨]
(보원) 하, 다이애나 이 여자가 진짜 끝까지
[보원의 한숨]
엄다다 씨!
[자동문 작동음]
[신비로운 효과음]
예쁘네
널 어떻게 해 줄까?
(다다) 놓으세요!
아, 저 들어가야 돼요 저 들어가야 돼요
(다다) 저, 저 가야 된다니까요
(메이드)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해요
[다다의 거친 숨소리]
나와, 씨!
[다다의 애쓰는 신음]
무슨 일입니까?
그 여자 당장 나오라고 해요
당장 나오라고 해요!
[메이드의 난감한 신음]
(다다) 아, 이거 놓으세요!
안녕, 오랜만이네?
(다이애나) 여긴 웬일이야?
아
이거 찾으러 왔구나?
[무거운 음악]
어때? 이쁘지?
난 이렇게 예쁜 게 좋아
보기만 해도 탐나잖아
당장 그 하트 쿨러 내놔
영구한테 필요한 거야
진짜 중요한 거야
그래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지
원하는 게 뭐야?
뭐든 다 할게
글쎄
이미 원하는 건 내 손에 있는 거 같아서
[다다의 한숨]
(다다) 차라리 화풀이를 할 거면 나한테 해
영구는 잘못 없잖아!
애초에 키스를 한 것도 나였고
너한테서 빼앗아 온 것도 나였잖아
그러니까 화풀이는 나한테 하면 되잖아!
그러니까 지금 하고 있잖아
이제부터 똑똑히 지켜봐
(다이애나)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고철 덩어리가
어떻게 망가지고 어떻게 부서지는지
[놀란 숨소리]
다이애나, 하트 쿨러 돌려줘, 어?
(지석) 지금 뭐 하는 겁니까?
엄다다 씨
[무거운 음악] 부탁할게
제발 돌려줘
제발
멋있네
이게 그 고철 덩어리가 말했던
사랑이라는 건가?
[차분한 음악]
(다이애나) 와
나 감동받았어
그럼 선물을 줘야지
[긴장되는 효과음]
[놀란 숨소리]
[흐느낀다]
[감성적인 음악]
- 무슨 선물 가지고 싶어? - 시간?
(다다) 시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멜트다운까지 남은 시간이 딱 한 달이야
(다다) 좋을 때만 함께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아플 때 함께 나눌 수 있는 게 사랑인 거야
(영구) 사랑해
(지석) 엄다다 씨한테 돌려보내지 않는 게 좋겠어
네 선택 하나로
제로나인의 남은 수명이 정해질 수도 있어
너한테 제일 중요한 건 영구잖아
(다다) 괜찮아? 다친 데 없어? [무거운 효과음]
(왕준) 너 때문이야
멜트다운인지 뭔지 사라질 거면 하루라도 빨리 그냥 꺼져
그게 다다가 덜 힘든 길이야
(다다) 불이 나도 태풍이 와도
난 너랑 계속 같이 옆에 있을 거야
딱 붙어서 안 떨어질 거야
.절대 그이↲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