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이 18
"크로노스 헤븐"
[흥미로운 음악]
예쁘네
널 어떻게 해 줄까?
(다다) 놓으세요!
아, 저 들어가야 돼요
[힘주며] 저, 저
저 가야 된다니까요?
(메이드) 여기서 이러시면 곤란해요
[다다의 성난 숨소리]
나와! 씨
[메이드의 난처한 숨소리]
무슨 일입니까?
그 여자 당장 나오라고 해요
당장 나오라고 해요!
[다다의 거친 숨소리]
(다이애나) 안녕? 오랜만이네
여긴 웬일이야?
아
이거 찾으러 왔구나?
[어두운 음악]
어때? 이쁘지?
난 이렇게 예쁜 게 좋아
보기만 해도 탐나잖아
당장 그 하트 쿨러 내놔
영구한테 필요한 거야
진짜 중요한 거야
그래
그러니까 내가 가지고 있지
원하는 게 뭐야?
뭐든 다 할게!
글쎄
이미 원하는 건 내 손에 있는 거 같아서
[다다의 한숨]
(다다) 차라리 화풀이를 할 거면 나한테 해
영구는 잘못 없잖아!
애초에 키스를 한 것도 나였고
너한테서 빼앗아 온 것도 나였잖아
그러니까 화풀이는 나한테 하면 되잖아!
그러니까 지금 하고 있잖아
이제부터 똑똑히 지켜봐
(다이애나) 네가 그렇게 좋아하던 고철 덩어리가
어떻게 망가지고 어떻게 부서지는지
[놀란 숨소리]
[달려오는 발걸음]
[보원의 놀란 숨소리] [지석의 가쁜 숨소리]
다이애나
하, 하트 쿨러 돌려줘, 어?
(지석) 지금 뭐 하는 겁니까?
(보원) 엄다다 씨
부탁할게
[울먹이며] 제발 돌려줘
[애잔한 음악] 제발
멋있네
이게 그 고철 덩어리가 말했던
사랑이라는 건가?
(다이애나) 와
나 감동받았어
그럼 선물을 줘야지
[긴장되는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놀란 숨소리]
[어두운 음악]
[울음 섞인 숨소리]
[애잔한 음악]
[놀란 숨소리]
[당황한 신음]
[놀란 숨소리]
(다다) 영구야
[영구의 고통스러운 신음]
[로봇 전원음]
(다다) 영구야
(다다) 영구야, 그만해
(다다) 네가 이렇게 누워 있다고
너한테 받는 사랑이 멈추는 건 아니야
여자 친구
여자 친구
[자동문 작동음]
(직원1) 야, 제로나인 뭐 하는 거야, 지금, 어?
[애잔한 음악] 당장 큐브 안으로 들어가
[로봇 작동음] [직원1의 아파하는 신음]
(보원) [힘주며] 놔, 놔, 제발 좀 놔!
- (보원) 놔, 이거, 놔! 놓으라고! - (지석) 이러지 말고 말로 해
- (보원) 끝인 줄 알아? 놔, 놔, 놔 - (지석) 말로 해, 말로 해
(보원) 다이애나!
하, 씨
[보원의 성난 숨소리]
(지석) 그만해, 그만해
[보원과 지석의 거친 숨소리]
(보원) 하트 쿨러 깨진 조각이라도 돌려받아야죠
이 세상에 하나뿐인 부품이잖아요
돌려받아서 재조립이라도 해서 영구한테 뭐라도 시도는 해 봐야죠!
불가능한 일이라는 거 자네가 더 잘 알잖아
[보원의 괴로운 숨소리]
(보원) 아휴, 씨
[휴대전화 벨 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여보세요
뭐?
제로나인이 사라져?
[어두운 음악] [무거운 효과음]
일단 주변 CCTV 확보해서 경로부터 파악해
[지석의 거친 숨소리] [휴대전화 조작음]
지부장님
제로나인이 스스로 전원을 켠 모양이야
혹시 지난번처럼 일시 보호 모드로 정지해서
(보원) 어딘가에 쓰러져 있는 건 아니겠죠?
난 회사로 갈 테니까
자넨 다다 씨하고 집부터 확인해
알겠습니다, 다다 씨 [지석이 호응한다]
(다이애나) 결국 켄도 그렇게 산산조각 나 버리겠지?
누구든 내 말을 안 들으면 그렇게 되는 거야
란
알아들었어?
네, 알겠습니다
[헛웃음 치며] 지금 뭐 하자는 거야?
아가씨
[어두운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다이애나) 너 부른 적 없는데?
약속한 돈 받으러 왔어
지금? 갑자기?
잔말 말고 내 돈이나 내놔
너 같은 인간하고 더 이상 말도 섞기 싫으니까
못 주겠는데?
뭐?
음, 하트 쿨러 깨는 거 재밌는 놀이가 될 줄 알았는데
시시하더라고
지금 나랑 장난해?
이거 때문에 선배도 친구도 다 배신하고 버렸어
그놈의 돈 때문에
그러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내 돈 가져와, 당장
그래
그러니까 잘 생각하고 알아서 기어
(다이애나) 이제 빌린 돈보다 이자가 더 커졌던데?
너희 엄마 심장 이식 할 심장 순번 기다리려면
한참 멀었지 않아?
엄마 수술 날까지 기다릴 수 있을까?
[한숨]
힘들 텐데
[의자가 덜컹거린다]
[다이애나가 픽 웃는다]
(인혁) 네가 지금 무슨 말 뱉고 있는지 알아?
너…
너 진짜 벌받을 거야
벌은
너처럼 돈 없는 애들이 받는 거고
(다이애나) 난 벌을 주는 사람이지
오늘 일도 있고
앞으로 크로노스 헤븐에선 나한테 장난감을 안 팔 거 같아
그러니까 넌 돈이 받고 싶으면
내가 새 장난감을 살 수 있는 방법을 알아 와
[멀어지는 발걸음]
[분한 숨소리]
[가쁜 숨을 내쉬며] 영구야
영구야!
영구야!
(영구) 여자 친구!
[놀란 숨을 들이켜며] 영구야
크로노스 헤븐에선 왜 나온 건데?
[속상한 숨소리]
여기까지 맨발로 걸어온 거야?
[난감한 숨소리]
- 미안해 - (다다) 네가 뭐가 미안한데
신발도 안 신고 맨발로 집에 들어왔잖아
[잔잔한 음악] [옅은 숨소리]
[한숨]
멋대로 쓰러져서 미안해
(영구) 허락도 없이 아파서 미안해
내가
다 미안해
여자 친구 걱정돼서 나왔어
[울먹이며] 바보 같은 소리 좀 하지 마
[한숨]
(영구) 여자 친구
[다다의 울음 섞인 숨소리]
(다다) 네가 없어져서 겁났어
너한테 해 주고 싶은 말도
듣고 싶은 말도 너무 많은데
더 이상 못 볼까 봐 너무 무서웠어
[달려오는 발걸음]
(보원) 영구야, 영구야
[보원의 가쁜 숨소리]
[한숨] 어떡해
(영구) 눈을 떴을 때 눈물을 흘리고 있었어
여자 친구 덕분에 내가 진짜 사람이 된 줄 알았다니까
신기하지, 형?
그거 눈물 아니야
네 머리 쪽 액침 쿨러 장치에 결함이 생겨서
눈물처럼 흘러나온 거야
[한숨]
멜트다운이 계속 심화되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고
[무거운 음악] [당황한 신음]
멜트다운이라니?
형, 그게 무슨 소리야?
(영구) 형!
형, 형, 내, 내가 왜…
나 때문에
(보원) 전부 다 나 때문이야
다다 씨 곁에서 점점 인간처럼 변해 가던 네가
로봇의 한계를 뛰어넘느라 얼마나 망가져 가는지를
내가 미처 살피지 못했어
여, 여자 친구는?
여자 친구가 알아?
유일한 해결책이 있었는데
(보원) 다이애나가 다 망쳐 버렸어
다다 씨가 무릎까지 꿇었는데
그 여자가 우리 눈앞에서 부숴 버렸어
[보원의 속상한 숨소리]
[허탈한 숨소리]
[문소리가 스르륵 난다] (지석) 그래, 알았어
제로나인이 엄다다 씨 집에서 발견됐어
(직원1) 아, 아, 다행이다
저, 상태는요?
쿨런트가 외부로 흐를 정도라니까
멜트다운이 더욱더 가속화되고 있는 거겠지
제로나인
이제 어떻게 되는 거죠?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어
위치 확인됐으니까 자네는 먼저 퇴근해
지부장님은요?
본사에다가 부서진 하트 쿨러 보고서 올려야지
또 황인혁을 어떻게 할지도 결정해야 되고
먼저 들어가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영구) 여자 친구
(다다) 보원 씨는 갔어?
아니
형이 오늘 1층에서 자고 가도 되냐고 물어보길래
잘됐다
너 걱정돼서 그랬나 보다
[문이 달칵 닫힌다]
왜 그래, 여자 친구?
[울먹이며] 나 때문이야
너 이렇게 된 거 나 때문이라고
[영구의 한숨]
그런 거 아니야, 여자 친구
아니, 나야
내가 문제야
[슬픈 음악] (다다) 나랑 만나고, 내 남자 친구가 되고
날 사랑하게 돼서야
나 때문에 네가 이렇게 된 거야
그런 거 아니라니까
(영구) 다다야, 그런 거 아니야
그만 울어
나 어떡해, 영구야?
너 죽으면 나 어떡해?
[살짝 웃으며] 나 안 죽어
나 로봇인데?
내가 어떻게 죽어
(영구) 그리고 사람들이 죽어도 어디로 가는 거 아니라고
기억 속에 다 남아 있는 거라고
여자 친구가 그랬잖아
거짓말이야
우리 처음에 만났을 때
네가 나한테 '안녕, 여자 친구'라고 했는지
'여자 친구, 안녕'이라고 했는지 나 그것도 벌써 기억 안 나
사람 기억력이라는 게 고작 이 정도야
(다다) 영구 너는 잊는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모르잖아
나는 네가 기억 속에만 있는 건 싫어
추억으로만 남는 것도 싫어
영구야, 그러니까 죽지 마
사라지지 마, 내 옆에 있어, 그냥
나랑 같이 비 오는 날 우산도 같이 쓰고
별 보러도 같이 가고
전도 부치고 우리 춤도 같이 추자, 어?
우리 이렇게 계속 오래오래 같이 있기로 약속했잖아
약속했잖아
어?
알았어, 여자 친구
[다다가 흐느낀다]
꼭 그렇게 하자
[애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보원) ♪ 첫돌 축하합니다 ♪
(보원) ♪ 사랑하는 제로나인 ♪
♪ 첫돌 축하합니다 ♪
(영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라면 뭐든 주고 싶은 게 당연한 거잖아
사랑은 퍼 주는 게 다가 아니야 주고받는 거지
(영구) 하지만 나는 사랑을 주기 위해 태어났는걸
[깊은 한숨]
이럴 줄 알았으면
사랑은 주고받는 거라고 알려 주지 말걸
(영구) 그래도 결국엔 배웠을 거야
여자 친구한테
혼자 사랑을 줄 때도 행복했었지만
여자 친구가 나한테
처음 사랑한다고 말해 줬을 때
그때 알았거든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 깨달은 거야, 형
[보원이 흐느낀다]
형…
[계속 흐느낀다]
형 때문에
다다 때문에 나한테 멜트다운이 일어난 게 아니야
두 사람 아무 잘못도 없어
계산해 버렸어
[훌쩍인다]
계산?
현재
[잔잔한 음악]
내 체내 온도와
발열 속도를 계산해 봤을 때
나에게
마지막 멜트다운까지 남은 시간
한 달 정도야
[허탈한 숨소리]
(영구) 형
형은 내 형이니까
친구고
내 선생님이고
그리고 나를 만들어 준 엄마고 아빠니까
[보원의 속상한 숨소리]
나
살고 싶어
[속상한 숨소리]
[보원이 흐느낀다] 형은 나
죽지 않게 만들 수 있잖아
그렇지?
너 살 수 있어, 왜 그런 소리를 해
(보원) 형이, 이 형이
어떻게든, 무슨 수를 써서든 방법을 찾아낼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응?
(영구) 응
[영구의 옅은 한숨]
[문소리가 스르륵 난다]
(인혁) 지부장님
[어두운 음악]
[긴장한 숨소리]
죄송합니다
늦었어, 넌 이미 해고야
본사 직원한테서 하트 쿨러를 훔쳤을 땐
일이 이렇게 될 걸 예상했을 거 아니야
다이애나가 설마 그걸 부술 줄은 몰랐습니다
넌 알고 있었어!
네가 그걸 몰랐을 리가 없지
다이애나한테서 얻을 게 더 많다고 판단해서
너 스스로 한 선택이니까 책임도 네가 져
오늘 안으로 당장 짐 싸
지부장님
[난감한 숨소리]
[한숨]
[무거운 효과음]
(지석) 너 회사에 없을 때
남보원이 너 복직시켜 달라고 본사에 몇 번씩 투고도 넣고 그랬어
둘이 단짝이었다며?
넌 그렇게 생각 안 하겠지만
보원아, 어제는 내가…
[멀어지는 발걸음]
"멜트다운 D-30"
(지석) 오차 범위 플러스마이너스 일주일 내에서
제로나인에게 남아 있는 시간은
한 달이야
그럼 그 한 달 동안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겁니까?
애초에 기계가 멜트다운이 되면
손쓸 방법이 별로 없다는 거 자네가 더 잘 알잖아
(보원) 기계 아닙니다
지부장님, 영구가 저한테 살려 달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만든 녀석이잖아요 그러니까 우리가 살려 내야죠
이렇게 완전히 손 놓고 멈추기만 기다린다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습니까, 예?
나도 혹시나 해서 하트 쿨러 제작자에게까지 연락했었어
본사에서 그 돈이면
새로운 로봇을 만드는 게 낫다고 하지만
제작자 입장은 다를 수 있으니까
뭐라고 하던가요?
닥터 윌슨
이미 죽었어
[차분한 음악]
[보원의 허탈한 숨소리]
(지석) 유럽 지부에 남아 있는 그 모델이
제로나인을 살릴 수 있는 유일한 키야
제가 알아보겠습니다
하트 쿨러가 만들어지기 전에는 어떠한 방법들을 사용해 봤는지
참고할 만한 해결책이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지석의 옅은 한숨]
[옅은 숨소리]
영구야
[새가 지저귄다]
영구야
(영구) 나 주방에 있어, 여자 친구
[로봇 작동음]
[애잔한 음악]
[무거운 효과음]
[당황한 신음]
[다가오는 발걸음]
(다다) 김밥 만드는 거야?
- (영구) 어 - (다다) 음, 냄새
(다다) [킁킁거리며] 응? 근데 어디서 탄내가 나지?
(영구) 응?
[킁킁거린다]
(영구) [당황하며] 아, 참, 참기름 냄새야
[영구의 어색한 웃음]
얼른 씻어, 소풍 가야지
소풍?
(영구) 응
알겠어, 나 금방 씻고 올게
[애잔한 음악]
(다다) [헛웃음 치며] 아니
소풍을 집으로 오는 게 어디 있어?
[다다가 피식한다]
소풍 가면 주로 뭐 하고 놀아?
사실은 나도 소풍 되게 오랜만이야
너무 바빴어 가지고
어른 돼서는 나도 너처럼 처음이야
[함께 웃는다] [밝은 음악]
(다다) 그래도 학교 다닐 때 소풍 가면은
이렇게 김밥도 먹고 장기 자랑도 하고
음, 보물찾기도 하고 그랬어
보물찾기? 그게 뭐야?
선생님들이 종이에다가 선물 이름 적어 놓고
그걸 숨겨 놓으면 애들이 찾는 거야
[영구가 호응한다]
그럼 선물은 뭘 주는데?
공책이나 연필 같은 거?
[웃으며] 그렇구나
[다다의 옅은 웃음]
(다다) 영구 너는 보물찾기 해 본 적 없지?
보물찾기 하게 되면 무슨 선물 가지고 싶어?
[고민하는 신음]
시간?
시간?
[애잔한 음악]
[당황한 신음]
아, 내가 젓가락 가지고 내려오는 걸 깜빡했다
(영구) 금방 가져올게
(다다) 시간이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멜트다운까지 남은 시간이
딱 한 달이야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말도 안 돼
[웃으며] 당연히 그사이에 멈추게 해야지
(다다) 그러면
지금 우리 이러고 있을 게 아니라 뭐든 해 보자
네가 어제 그랬잖아 방법이 있을 거라고
우리 같이 찾아보면은…
(영구) 찾는 건 크로노스 헤븐에서 나 혼자 할게
여자 친구는 여자 친구 일을 해
왜?
아, 리얼 팀 때문에 그러는 거야?
그거는 규리 언니가 당분간 맡아 주기로 했어
내가 아는 것도 없고 잘 모르긴 하지만
그래도 같이 찾아보면은…
(영구) 혼자 하고 싶어
내가 찬장 문도 부수고
계속 쓰러지고 멈추잖아
그러다 여자 친구가 다치기라도 하면 어떡해
방법 찾을 때까지 우리…
좀 떨어져 지내는 게
좋을 거 같아
(다다) 좋을 때만 함께하는 건
사랑이 아니야
아플 때, 힘들 때
못난 모습도 함께 나눌 수 있는 게 사랑인 거야
내가 너 밉다고
싸울 때 물건 던져서 너 다치기라도 하면
너 그때 나 안 볼래?
하, 여자 친구가 그럴 리가 없잖아
내가 늙어서 치매라도 걸려서 너 못 알아보면은
너 그때 나 버릴래?
[영구의 한숨]
(영구) 아니
[울먹이며] 근데 왜 그렇게 못된 말을 해?
이게 무슨 소풍이야
내가 미안해
싫어
'사랑해'라고 해
[영구의 한숨]
(영구) 사랑해
화 풀어, 여자 친구
못됐어, 진짜
(지석) 어떻게 됐어?
[보원의 한숨]
(보원) 유럽 지부 쪽 모델이 멜트다운 현상이 일어난 후
그쪽 데이터 트레이너가 한 첫 번째 선택은
부품 교체였습니다
(지석) 그래서 결론은?
지부장님 예상처럼
교체한 후 한 달 뒤부터 멜트다운이 다시 진행됐답니다
[한숨]
모든 부품을 교체했는데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 뒤 DNN에 뉴럴 프로그램까지 돌려 봤는데도 문제는 그대로였고
하트 쿨러로 겨우 발열을 잡은 거죠
[지석이 혀를 쯧 찬다] [한숨]
(지석) 하, 데이터양이 너무 방대해
[흥미진진한 음악]
씁, 혹시 말이야
(보원) 예
(지석) 데이터 리셋을 해 보면 어때?
아이, 지부장님
아니, 아무리 그래도 영구가 무슨 컴퓨터 포맷하는 것도 아니고
아니지
모든 데이터를 싹 다 지우고 출시 직전 상태로 만들어 보는 거야
(지석) 엄다다 씨와 감정을 교류하고 배우면서 일어난 일이니까
그 모든 데이터를 지우는 게 방법일지 모르지
씁, 밑져야 본전이니까
본사에 시뮬레이션 먼저 돌려 봐 달라고 부탁해 볼까요?
오케이
깨졌다고?
(다다) 응
그래서 영구, 하트 쿨러로는 나을 수 없을 것 같아
본사에서 그걸 가져오는 데 네 도움이 제일 컸었으니까
그래도 너한테 알려 줘야 될 거 같아서 그래서 왔어
그럼 그 자식 이제 어떻게 되는데?
아직은 많이 있어, 시간
그 안에 방법 찾을 수 있을 거야
[애잔한 음악]
밥 안 먹었지?
밥 먹고 가
아니야, 먹었어
나 영구한테 가 봐야 돼
검사 있다 해서 회사에 있거든
(웅) 어, 다다야!
너 촬영장 복귀한 거야?
아, 아니야, 잠깐 들른 거야
나 급한 일 있어 가지고 먼저 가 볼게
(웅) 어
[문이 달칵 여닫힌다] 뭐가 저렇게 급해?
누나도 알았어?
(웅) 응?
임시 살릴 유일한 부품 깨진 거
[한숨]
그래서 어젯밤에 보원 씨 목소리가 그렇게 안 좋았구나
힘들어하고 있을 텐데 위로해 줘
(왕준) 나처럼 괜히
딴거에 신경 쓰여 가지고 옆에 있는 사람 놓치지 말라고
하, 왕준아
(왕준) 어어!
감동받은 거 알겠는데
지난번처럼 안아 주고 그러는 거 아니야, 누나
아, 그 남보원인지 넘버원인지 그 사람도 생각해야지
자기 여자 친구가 마왕준을 안고 있다
뭐, 이게 기분이 좋겠어, 누나?
[웃음]
[피식한다]
(규리) 29신에 더미 하나 더 필요하고
(진) 그거랑 37신, 38신에 마왕준 몰딩 작업 해야 돼요
(규리) 응
그거 말고 더 없지?
(진) 음, 네, 6화는요
(규리) 오케이
[피곤한 신음]
어제 밤샘 작업 해서 오늘은 진짜 쉬고 싶었는데 다행이다
이야, 스웩!
(진) [웃으며] 누나, 이제 제법 팀장티가 나네요?
야, 내가 우리 다다니까 믿고, 어? 팀원 하는 거지
다른 회사 가 봐, 나 팀장이야
[건성으로] 네
(규리) 쯧
[한숨 쉬며] 그나저나
우리 다다랑 영구 씨 잘 있나 모르겠다
하, 그러게요
너 뭐 소식 들은 거 없어?
없어요
[규리의 한숨]
인간이야 아프거나 수명이 다하면 죽는다지만
로봇한테도 그런 일이 일어날 줄은 몰랐어
[한숨 쉬며] 하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엔 유통 기한이라는 게 있으니까
사랑에는 없잖아, 유통 기한
[무거운 음악] 왜?
이야, 진짜, 누나, 팀장 되더니 드디어 말 같은 말을 하네요?
(규리) 야! [진의 겁먹은 신음]
(진) 아니, 동의한다고요, 동의
(규리) 보감
아휴, 쯧
매형과 다다 누나 두 사람 사랑에
기한 같은 건 없었으면 좋겠으니까
잘 모르겠다
난 그냥 우리 다다가 행복하면 그걸로 되는 건데
그게 참 어렵네
[보원의 한숨]
(보원) 열전도 현상이 일어난 거야
어, 그러니까
절연체 역할을 해야 될 영구 네 인공 피부 조직이
제대로 된 기능을 못 했네
그래서 체내의 열이
도시락 통을 녹인 거고
[당황하며] 형, 그러면
내가 여자 친구를 만져도 같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거야?
(보원) 어…
괴사된 조직을 보수만 하면 일단은 괜찮을 거야
일단은?
[보원의 한숨]
[무거운 음악]
멜트다운은 형도 처음 겪어 보는 일이라
정확히 어떤 현상들이 일어날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떨리는 숨소리]
대신 어쩌면
멜트다운 자체를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를 방법을
생각해 보긴 했는데
무슨 방법?
[자동문 작동음] 아, 그러니까…
(지석) 본사에 가서 모든 데이터를 지우는 거야
[문이 스르륵 닫힌다] (보원) 시뮬레이션 결과 나왔습니까?
(지석) 본사에서 온 답이 꽤 긍정적이야
공장 초기화를 하면
이미 결함이 생긴 부분은 나아지지 않지만
더 이상 멜트다운이 진행되지 않는다는 결과가 나왔어
[보원의 안도하는 숨소리]
(영구) 초기화라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지운다는 겁니까?
(보원) 맞아
네가 지금까지 배운 감정들이 멜트다운 현상의 원인이니까
그걸 없애는 거지
그럼 다다와의 기억들을 모두 잃어버리는 거잖아
엄다다 씨는 다시 만나면 돼
(보원) 다시 만나서 사랑하면 되는 거라고
다만 문제가 있어
초기화 후에는 다다 씨뿐만 아니라 어떤 주인을 만나게 돼도
(지석) 지나친 감정 교류는 금물이야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인간이 되려고 하지 말라는 얘기야
(지석) 그렇지 않으면 초기화를 한다고 해도
멜트다운은 계속해서 반복될 거야
네 한계를 인정해
넌 로봇이야
(보원) 영구야
너 초기화할 거지?
이거 우리한테 남은 유일한 방법이야
[영구의 한숨]
(영구) 형…
(보원) 저, 지부장님, 일단 본사에 연락해서 초기화 스케줄부터 잡아 주시죠
그리고 괴사된 피부 조직 보수도 서둘러 주시고요
(지석) 그래
자넨 나하고 얘기 좀 하지 [자동문 작동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보원) 예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문이 스르륵 닫힌다]
[한숨]
[차 문이 탁 닫힌다] 넌 여기서 대기해
(란) 아가씨 혼자 들어가시게요?
(다이애나) 란
너도 다른 것들이랑 똑같아
내 말에 '네네' 하지만
속으론 비웃으면서 네 살길만 찾기 바쁘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너도 다른 것들이랑 똑같은 취급 해 줄 거야
[다가오는 발걸음]
[다이애나가 피식한다]
(다이애나) 잘렸나 보네?
그럼 네 출입증도 이제 쓸모없겠네
[어두운 음악] [인혁의 기가 찬 숨소리]
그거 확인하러 왔어?
그럴 리가
뭐, 배신자가 회사에서 잘리는 건 당연한 건데
켄이 어디 있는지나 말해
그래도, 뭐 우리 거래는 아직 유효하니까
[헛웃음 치며] 내가 바보인 줄 알아?
잔말 말고 켄이 어디 있는지나 말해
(지석) 제로나인을 초기화한 후에는
엄다다 씨한테 돌려보내지 않는 게 좋겠어
그게 제로나인이 최대한 오래 살아갈 수 있는 길이야
영구가 그걸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제가 아는 영구는 절대 엄다다 씨 곁을 떠나려 하지 않을 겁니다
엄다다 씨에 대한 기억이 지워진 후라면
제로나인도 거부할 이유가 없지
(지석) 잘 생각해 봐
너한테 제일 중요한 건
영구잖아
"회복 중"
[잘그락 소리가 들린다]
(직원2) 강우 씨 제로나인 최신 데이터 어디 있지?
[수술 도구를 탁 내려놓으며] 제가 지금 가서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다이애나가 픽 웃는다]
진짜 죽었나?
[다이애나가 피식한다]
(다이애나) [한숨 쉬며] 그러게
주인 말을 잘 따랐어야지
이런 고철 덩어리로 개죽음당할 거면서
감정을 배웠어?
응?
내가 불쌍하다고?
이제 불쌍한 건 너야, 켄
[한숨]
[시스템 작동음]
"비상"
[문을 덜컹거린다]
[지직거린다]
[긴박한 음악]
[문을 쿵쿵 친다]
[경보음이 울린다]
무슨 알람이야?
(지석) 무슨 일이야?
(직원3) 랩실의 화재경보입니다
- (지석) 랩실, 랩실? - (보원) 랩실이면…
- (보원) 영구야 - (지석) 잠깐만 [보원의 다급한 숨소리]
괜히 구하러 갔다가 위험에 처하면 널 구하는 건 영구가 될 거야
- 빨리 와 - (보원) 저, 하지만 지부장님
- 빨리 와! - (보원) 아, 영구야
(란) 무슨 일이죠?
(직원1) 불이 난 모양이에요
[놀란 숨소리]
[당황한 숨소리]
[철컹거리는 소리가 난다]
아가씨, 아가씨!
다이애나 아가씨!
[다이애나가 콜록거린다]
[거친 숨소리]
(어린 다이애나) 살려 주세요
[애잔한 음악] (어린 다이애나) 살려 주세요
나 여기 있어요
[콜록거린다]
제발 살려 줘
[힘겨운 숨소리]
[어린 다이애나가 콜록거린다]
[힘겨운 신음]
[어린 다이애나가 콜록거린다]
[힘겨운 신음]
(란) 다이애나 아가씨! 아가씨!
[다이애나가 콜록댄다] 아가씨, 아가씨!
[란이 문을 탁탁 친다] 아가씨!
아가씨
[다이애나가 콜록거린다]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저랑 빨리 나가요!
아가씨, 어서 나가세요, 빨리요
[힘겨운 신음] 어서요, 아가씨!
아가씨, 아직도 불이 무서우세요?
[지직거리는 소리가 난다]
연기만 보면 못 움직이겠어요?
[겁먹은 숨소리]
연기 속에서 계속 이렇게 앉아 있을 거예요?
계속 이렇게 있는다고
그때 그 기억이 잊힐까요?
그때 아가씨를 구하지 못했던
제 후회도 사라질까요? [시스템 작동음]
[발소리가 쿵쿵 난다]
그런 거라면 저도 여기 있을게요 [로봇 전원음]
[다이애나의 겁먹은 숨소리]
근데 아가씨
저 기억하고 싶어요
메이드였던 저에게 [로봇 작동음]
누구보다도 친절했던 아가씨를
그 일이 있기 전에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대했던 아가씨를
저 기억하고 싶어요
[훌쩍인다]
(다다) 잠시만요, 잠시만요
보원 씨
(보원) 어, 다다 씨
무슨 일이에요?
- (보원) 저, 그게… - (다다) 영구는요?
영구가 저 안에…
[직원들이 술렁인다]
[운전기사의 다급한 숨소리]
[다급한 숨소리]
[당황한 신음]
[잔잔한 음악] [다다의 거친 숨소리]
괜찮아? 다친 데 없어?
응, 나는 괜찮아, 여자 친구
[안도하는 숨소리]
다행이다
[어두운 효과음] [영구의 놀란 신음]
[영구의 당황한 신음]
(영구) 여자 친구
여자 친구!
스트레스성 쇼크입니다
크게 걱정할 건 아니고요
(왕준) 쇼크요?
(의사) 예, 말 그대로
극심한 스트레스나 심리적 불안
뭐, 여러 가지가 이유일 수 있습니다
엄다다 씨 최근에 무슨 문제가 있었나요?
(웅) 어, 왕준아
어떻게 됐대?
왜, 가족 아니라고 얘기 안 해 줘? 보호자 데리고 오래?
내가 들어간다니까 왜 따라와서…
너 때문이야
[애잔한 음악] 너만 아니었으면 다다 거기 갈 일도 없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울 일도 없었어
(왕준) 아니, 애가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으면
쇼크로 쓰러져, 어?
너 내가 다다 울리지 말라 그랬지
(왕준) 그래
너의 그 영원히 변치 않는 마음으로
다다 행복하게 해 줘, 오늘처럼 그렇게
만약 약속 어기고 네가 다다 힘들게 하면
다다 눈에 눈물 나게 하면
그땐 내가 다다 옆에 다시 갈 거니까
멜트다운인지 뭔지 사라질 거면
하루라도 빨리 그냥 꺼져
(보원) 마왕준 씨
(왕준) 그게 다다가 덜 힘들어
(웅) 다다야, 정신이 좀 차려져? [진의 놀란 신음]
(다다) [한숨 쉬며] 병원이야?
(보원) 예, 다다 씨, 크로노스 헤븐에서 응급차 타고 여기로 온 거예요
(진) 어, 누나, 조심, 조심, 조심 천천히, 천천히
(다다) 아, 좀 어지러운 거뿐인데 무슨 병원이야
(규리) 엄따 너!
사랑에 집중하라고 일 빼 줬더니 픽픽 쓰러지기나 하고
미안
아
영구랑 그 여자는요?
(보원) 두 사람 다 멀쩡해요
다이애나야 어떻게 되든 상관없지만
근데 영구는 어디 갔어?
(규리) 몰라, 마왕준이랑 한판 하고 그 뒤론 안 보여
[진의 헛기침]
두 사람 싸웠어?
[잔잔한 음악]
(영구) 초기화라면
지금까지 있었던 일들을 모두 지운다는 겁니까?
(보원) 맞아
네가 지금까지 배운 감정들이 멜트다운 현상의 원인이니까
그걸 없애는 거야
그럼 다다와의 기억들을 모두 잃어버리는 거잖아
네 한계를 인정해
넌 로봇이야
(란) 저 기억하고 싶어요
(란) 메이드였던
제 이름을 묻고
모든 사람을 사랑으로 대했던 아가씨를
저 기억하고 싶어요
영구야
(다다) 여기서 혼자 뭐 해?
여자 친구, 괜찮아?
나 걱정돼서 여기서 이러고 있었던 거야?
나 이제 집에 가도 된대
[살짝 웃으며] 정말 다행이다
(다다) 이제 손은 괜찮아진 거야?
보원 씨가 다 말해 줬어
그래서 아까 떨어져 있자고 했던 거구나?
난 그런 것도 모르고…
근데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야
불이 나도 태풍이 와도 무슨 일이 있어도
난 너랑 계속 같이 옆에 있을 거야
딱 붙어서 안 떨어질 거야
[잔잔한 음악]
왜?
예뻐서
[살짝 웃는다]
예쁜데 계속 보기만 할 거야?
[살짝 웃는다]
여자 친구
미안한데
이번엔 정말 떨어져 있어야 돼
- 왜? - (영구) 본사에 가야 돼
(영구) 사람으로 치면 수술을 받는 건데
그걸 받으면 멜트다운을 멈출 수 있대
완전한 회복은 아니지만
[다다의 웃음]
다행이다, 진짜 다행이다
(영구) 응
나 사실 아까 네가 다이애나 데리고 나올 때
찰나지만 진짜 싫었어
구하지 말지 싶어서
근데 구하길 진짜 잘했어
착한 일 하니까 이렇게 선물도 받잖아
[옅은 한숨]
(진) 이거는 특분용 스펀지
이거는 분장용 붓, 어?
(규리) 왜, 주문한 거 다 왔어?
그, 7화에 십장생들 머리에 씌우는 불에 탄 가발 있잖아요
그거 안 왔는데요?
[대본을 툭 내려놓으며] 아, 그거 다다가 준비하기로 했어
(진) 아, 어?
다다 누나 복귀해요?
[밝은 음악]
(다다) 어, 나 이번 주부터 출근해
(진) 어, 누나!
어, 그럼 매형 이제 괜찮은 거예요?
아직은 아닌데 이제 곧 괜찮아질 거야
(진) 곧? [규리의 헛기침]
(규리) 자, 옜다
- (다다) 이거야? - (규리) 어
(규리) 네가 영구 씨 준다길래 내가 진짜 어렵게 구했다
너 나중에 밥 한번 쏴라
당연하지, 고마워, 언니
[규리가 살짝 웃는다] (진) 이거 나만 모르는 뭔가가 있는 거예요?
- (진) 뭔데요, 이거? - (다다) 나중에 다 알려 줄게
아, 왜요? 나도 알려 줘요
(다다) 나중에
[다다가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반짝이는 효과음]
[살짝 웃는다]
영구야!
"리얼"
[보원의 아파하는 신음]
(보원) [웃으며] 영구야, 영구야!
[잔잔한 음악]
(보원) 영구야, 빨리 내려와 비행기 시간 늦겠다
(다다) 자, 이거
이게 뭐야?
이제 맨발로 돌아다니지 말라고
선물이야
[영구가 살짝 웃는다]
(보원) 애인한테 신발 선물하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있던데
아휴
그렇게 미신 같은 거 다 믿다가 어떻게 사랑을 해요?
(보원) 맞습니다
역시 사랑은 우리 웅이 씨처럼 박력 있게 직진하는 거죠
[웃으며] 가자
[영구의 한숨]
신발 너무 예쁘다
잘 신을게, 여자 친구
[영구가 뚜껑을 달그락 닫는다]
조심히 잘 다녀와
어, 야
[보원의 헛기침]
그, 나는 나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빨리 와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나 다녀올게
[애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다다가 스위치를 탁 켠다]
며칠이야
며칠만 기다리면 건강해져서 돌아오는 거니까
힘내자, 엄다다
(영구) 쪽지 보고 놀랐어?
나 없다고 여자 친구 힘 빠져 있을까 봐 준비했어
여기저기 숨겨 둔 거 있으니까 찾아 봐
[헛웃음]
(영구) 보물찾기? 그게 뭐야?
(다다) 음, 선생님들이 종이에다가 선물 이름 써 놓고
그걸 숨겨 놓으면 애들이 찾는 거야
[호응한다]
그럼 선물은 뭘 주는데?
[살짝 웃는다]
(영구) 쪽지 찾는 김에 청소도 좀 하자
눈에 안 보이는 곳을 청소하는 게 건강에 중요해 [픽 웃는다]
[감성적인 음악] 먼지는 만병의 근원이야
보물찾기가 아니라 청소시키는 거잖아?
[다다의 반가운 숨소리]
[쪽지를 바스락 편다]
(영구) 이 쪽지를 여자 친구가 보고 있다는 건
저녁으로 매운 라면을 먹는다는 거겠지?
스트레스받는다고 몸을 괴롭히지 말아
오케이
오늘은 내가 솜씨 발휘 좀 해서 만찬으로 먹어야겠다
[점화 손잡이가 달그락 돌아간다]
(영구)
[웃음]
아휴
[다다의 기대하는 숨소리]
[개운한 숨소리]
나도 건강하게 잘 있을 테니까
너도 얼른 건강해져서 돌아와
(영구) 보고 싶어도 조금만 참고 기다려 줘
[살짝 웃는다] 내가 여자 친구 꿈속으로 만나러 갈게
[숨을 들이켠다]
(영구) 사과잼이야, 여자 친구
(영구) 여자 친구 달콤한 거 좋아하니까
(다다) [킁킁거리며] 음, 달달한 냄새
집 안 가득하네 [영구의 옅은 웃음]
[부드러운 음악] (영구) 조금만 기다려, 거의 다 됐으니까
씁, 괜찮으면 맛 좀 볼래?
(다다) 응
(영구) [살짝 웃으며] 알겠어
[다다의 옅은 웃음]
뜨거우니까 조심해
[영구가 입바람을 후 분다]
어때? [다다의 탄성]
(다다) 완전 달달해
(영구) 달달해?
(다다) 씁, 마치…
(영구) 우리처럼?
[함께 웃는다]
[청소기 작동음]
누구게?
[다다가 살짝 웃는다]
(다다) 누굴까?
이제 다 나은 거야?
다 괜찮아진 거야?
왜?
아니야
(영구) 나 다 나았어
[함께 웃는다]
[한숨]
보고 싶었어
나도
[잔잔한 음악]
[다다의 웃음]
[다다의 안도하는 숨소리]
(보원) 영구 너는 여권이 없어서 수하물로 부쳐야 돼
대신 스위스까지 가는 동안 슬리핑 모드로 변경해 줄 테니까
(보원) 한숨 푹 자
그리고
초기화가 끝나면 말인데
지부장님은 네가 엄다다 씨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가야 한다고 하시지만
형도 웅이 씨 만나고 나니까 알겠더라고
사랑이 뭔지
[살짝 웃는다]
아무튼 지부장님은 내가 잘 설득할게
그러니까 넌 초기화만 잘 마치고 와
알았지?
[보원이 걸쇠를 달칵 푼다] (영구) 형
(보원) 응?
나 초기화 안 할래
그게 무슨 소리야?
다다가
[옅은 한숨]
또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알려 준 것들
지울 수 없어
[한숨]
듣고 싶지 않아, 어?
(보원) 너 이러려고 기억 사라진다는 거 다다 씨한테 말 안 한 거야? 어?
형
나 다다와의 시간들 전부 기억하고 싶어
일단 너부터 살고 봐야 될 거 아니야!
기억을 지운 채 살아가느니
[가슴을 탁 치며] 형, 난 차라리…
- (보원) 됐어 - (영구) 형, 형!
네가 살고 싶다 그랬잖아
네가 형한테 살고 싶다며 그럼 살아야지
- 형, 형, 잠깐만, 아니, 형 - (보원) 빨리 와
- (영구) 잠깐만, 형 - (보원) 놔
(영구) 내 말 좀 들어 봐, 형, 형, 형! [보원의 힘주는 신음]
[보원의 거친 숨소리]
형도 다다도
나 잊지 않을 거잖아
평생 기억할 거잖아
나도 그렇게 형처럼, 다다처럼
아니, 사람처럼
전부 기억하고 싶어, 형
남은 한 달 동안
나 여자 친구랑 멋진 추억 만들고
[떨리는 숨소리]
떠나고 싶어, 형
[보원이 영구를 탁 놓는다]
그러니까 도와줘, 형
내 마지막 부탁이야
[보원의 한숨]
[애잔한 음악]
(다다) 내가 진짜 선물 준비해 놨거든
다시 아프면 안 되니까 쉬면서 내조해
(다다) 돈은 이 엄다다가 벌어 올게
(다다) 크리스마스 때 눈 오는 거 보면서 캐럴도 같이 듣고
봄에는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이 진짜 잔뜩 피거든?
꽃구경도 같이 가자
저 떠날 겁니다
마왕준 씨가 다다 지켜 주십시오
(왕준) 왜 나야?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다다를 지켜 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왜 나냐고
(영구) 당신은 다다를 행복하게 해 줄 거예요
(왕준) 다다야
임시 떠난대, 너 혼자 두고
.절대 그이↲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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