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이 19
(보원) 영구 너는 여권이 없어서 수하물로 부쳐야 돼
대신 스위스까지 가는 동안 슬리핑 모드로 변경해 줄 테니까
한숨 푹 자 [보원이 살짝 웃는다]
[보원이 걸쇠를 달칵 푼다]
(영구) 형
(보원) 응?
나 초기화 안 할래
그게 무슨 소리야?
다다가
[옅은 한숨]
또 많은 사람들이 나한테 알려 준 것들
지울 수 없어
[한숨] [애잔한 음악]
듣고 싶지 않아, 어?
(보원) 너 이러려고
기억 사라진다는 거 다다 씨한테 말 안 한 거야? 어?
형
나 다다와의 시간들
전부 기억하고 싶어
일단 너부터 살고 봐야 될 거 아니야!
기억을 지운 채 살아가느니
[가슴을 탁 치며] 형, 난 차라리…
- (보원) 됐어 - (영구) 형, 형!
네가 살고 싶다 그랬잖아
네가 형한테 살고 싶다며 그럼 살아야지
- 형, 형, 잠깐만, 아니, 형 - (보원) 빨리 와
- (영구) 잠깐만, 형 - (보원) 놔
(영구) 내 말 좀 들어 봐, 형, 형, 형! [보원의 힘주는 신음]
[보원의 거친 숨소리]
형도 다다도
나 잊지 않을 거잖아
평생 기억할 거잖아
나도 그렇게 형처럼, 다다처럼
아니, 사람처럼
전부 기억하고 싶어, 형
남은 한 달 동안
나 여자 친구랑
멋진 추억 만들고
[떨리는 숨소리]
떠나고 싶어, 형
(지석) 피부 조직 전면 교체가 끝났어
(보원) 그럼 더 이상 영구의 몸에서 발화될 가능성은 없는 겁니까?
이제 더는 보호 모드가 가동되지 않을 거야
보호 기능이 의미가 없을 만큼
상태가 악화됐다는 뜻이겠죠
지금이라도 제로나인을 초기화하는 게 어때?
전원이 꺼진 상태니까
이대로 본사로 보내면
제로나인도 거부할 수 없을 텐데
영구가 스스로 선택한 일입니다
중간에서 제가 그런 짓을 할 순 없죠
후회 안 하겠어?
[보원이 숨을 들이켠다]
후회는 영구의 몫이지 제 몫이 아니니까요
[애잔한 음악]
"슬리핑 모드 크로노스 헤븐"
[터치스크린 작동음]
[자동문 작동음]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인데?
여자 친구한테 돌아가야지
(영구) 가서 여자 친구 기억 속
내 마지막 모습
건강하게 웃는 얼굴로 남고 싶거든
그러니까
멜트다운 끝나기 전에 떠날 거야
그때까지
형도 같이 있을 거지?
(보원) 아니
난 영구 네 거짓말에 동참할 생각 없어
네 연극은 네가 알아서 해
- (영구) 형 - 그렇게 부르지 마
[한숨 쉬며] 지금이라도 마음 바꾸고
본사에 가서 모든 데이터 삭제하고 초기화하는 거 아니면
나 이제 네 형 안 해
[자동문 작동음]
[자동문 작동음]
[한숨]
[청소기 작동음]
[문소리가 탁 난다]
[부드러운 음악]
누구게?
[다다가 살짝 웃는다]
누굴까?
[웃음]
이제 다 나은 거야?
다 괜찮아진 거야?
나 다 나았어
[함께 웃는다]
[한숨]
보고 싶었어
나도
[다다의 웃음]
[다다의 안도하는 숨소리]
[윙윙 소리가 난다]
(다다) 근데 뭐 없어?
- (영구) 응? - 스위스까지 갔다 왔으면서
뭐 안 사 왔어?
아…
[반짝이는 효과음]
여기, 선물
[함께 웃는다]
[영구가 뽀뽀를 쪽 한다]
[함께 웃는다]
- 우리 얼른 나가자 - (다다) 어딜?
데이트하고 싶어, 어디든
(다다) 아, 안 돼, 안 돼, 오늘은 안 돼
내가 진짜 선물 준비해 놨거든
가자
[부드러운 음악] (다다) 빨리 와 봐
짜잔!
[영구의 놀란 숨소리]
- (다다) 앉아 - (영구) 여자 친구
[영구의 놀란 신음]
이게 다 뭐야?
일단 짠부터 하자
[다다가 맥주 캔을 달칵 딴다]
(다다) 자
(영구) 어
[다다가 맥주 캔을 탁 내려놓는다]
다 나은 거 축하해
음, 스위스가 좋긴 좋은가 봐
내 남자 친구 더 멋있어져서 돌아왔어
[웃음]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어때? 별맛 없지?
모르겠어
근데 갑자기 웬 술이야?
(다다) 전에 그랬었잖아
술 마시면 어떤 느낌인지 궁금하다고
그래서 준비한 거야
영구 네가 스위스 가 있을 때
나 결심했거든
네가 해 보고 싶어 하는 건 전부 다 같이 해 보기로
그러니까 앞으로 또 궁금한 거 있으면 물어봐
보원 씨한테 물어봐서 너한테 큰 문제 생기는 거 아니면
우리 그게 뭐든 다 같이 하자
그러자
아, 보원 씨도 같이 스위스에서 돌아온 거 맞지?
응, 같이 돌아왔지
보원 씨가 제일 고생 많았잖아
조만간 여웅 언니까지 해서 이렇게 넷이 모이면 좋겠다, 그렇지?
(영구) 응
[웃음]
(다다) 응
[웃음]
[잔을 쨍 부딪는다]
[TV 소리가 흘러나온다] (진) 건배!
(규리) 짠!
[규리와 진이 시원한 숨을 내뱉는다] (규리) 내 여름을 다 바친
'닥터 알파고 시즌2'가 드디어 시작하는구나
(진) 아, 맞는다, 누나
누나는 그, 1화 시청률 내기 몇에 걸었어요?
난 행운의 7.7%
[진을 탁 때리며] 야, 그래도 마지막 회 시청률이 있는데
그것보다는 더 나오지
(규리) 나는 9%
그럼 다다 누나랑 매형이랑 10%로 제일 높게 불렀네
과연!
[긴장되는 효과음]
매형이면 영구 씨?
(진) 네
아, 좀 전에 다다 누나한테 연락 왔는데
오늘 우리 매형 돌아왔대요! [규리의 놀란 신음]
[진의 환호성]
(웅) 아, 근데 우리 보원 씨 왜 연락이 안 되냐
씁, 혹시 오다가 무슨 갑자기 사고라도 난 거 아니야?
[익살스러운 음악] [휴대전화 벨 소리]
어머, 보원 씨
아이, 아이, 나 괜히 걱정했잖아요
그래, 가, 다들 가
아주 그냥 짝 있는 것들은 그냥 다 가 버려, 그냥! 쯧
- (진) 아휴 - (규리) 야, 너 여친 생겼냐?
아니요
근데 왜 가?
이거 다 마셔서 새거 가지러 가는 건데요
아…
[진을 툭 친다]
오케이
[쓸쓸한 음악]
(보원) 됐어, 듣고 싶지 않아, 들어가, 빨리
- (영구) 형, 형, 하지 마 - (보원) 너 스위스 가야 돼
- (보원) 빨리 와! - (영구) 내 말 좀 들어 봐, 형
[보원의 힘주는 신음] (영구) 형, 형!
[보원의 거친 숨소리]
형도 다다도
나 잊지 않을 거잖아
평생 기억할 거잖아
나도 그렇게 형처럼, 다다처럼
아니, 사람처럼
전부 기억하고 싶어, 형
[한숨 쉬며] 나쁜 놈
미친놈
(웅) 보원 씨
다들 모여 있는데 세트장으로 오면 되지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스위스에서 무슨 일 있었어요?
스위스에선 아무런 일도 없었어요
스위스를 아예 안 갔으니까
그게 무슨 말이에요?
[한숨 쉬며] 영구 아픈 거 그대로예요
고치려면 그동안 쌓인 데이터들을 다 삭제해야 되는데
(보원) 기억하고 싶대요, 안 고칠 거래요
[한숨 쉬며] 이제 완전히 멈출 일밖에 안 남았는데
그 자식이 이 형 말을 안 듣고
[애잔한 음악] [한숨]
[울먹이며] 웅이 씨
어떡해요
(웅) 보원 씨
(보원) 내가 알아봤는데
멜트다운으로 안이 다
이 안이 다 녹아 버린 로봇은 쓸모가 없대요
그래서
쓸모없는 쓰레기 취급을 받는대요
재활용도 안 되는 쓰레기요
[보원의 힘겨운 숨소리]
사람들이 코 풀고 버린 휴지들처럼
태워진대요
[보원의 힘겨운 숨소리]
나…
나 그거 못 해요
아휴, 내가 우리 영구를 어떻게 쓰레기장으로 보내요
[보원이 흐느낀다]
(다다) 술 마셔서 하는 얘기인데
나 사실 아직 걱정돼
본사에서 고쳤다고 하긴 했지만
너 또 아플까 봐 걱정돼
여자 친구
나 다 나았어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진짜지?
무슨 생각 해?
[숨을 들이켠다]
(영구) 비밀
뭔데, 말해 줘
(다다) 으응? 이렇게 나온다 이거지?
[영구가 피식 웃는다]
어? 야, 야…
[영구를 톡 치며] 맞는다
너 간지럼 안 타지
아, 맞는다
여자 친구는 간지럼 잘 타지?
(다다) 하지 마 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잠깐만, 아, 잠깐, 아, 잠깐만, 아이… [영구의 웃음]
하지 마, 하지 마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항복할게, 항복
[웃음]
[영구가 입소리를 쩝 낸다]
지금처럼
이렇게 계속 여자 친구가 웃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내가 없을 때도
네가 왜 없는데?
나 스턴트 그만뒀잖아
여자 친구 세트장으로 출근하면
우리 떨어져 있어야 되니까
아…
스턴트 그거 다시 하면 안 되나?
(다다) 아니지, 다시 아프면 안 되니까
하지 말자
그냥 집에서 쉬어, 쉬면서 내조해
돈은 이 엄다다가 벌어 올게
[영구의 웃음]
아, 내일 촬영은 몇 시에 끝나?
(다다) 음…
5시쯤?
- (영구) 응 - (다다) 왜?
여자 친구랑 같이 뭐든 하고 싶어서
음, 그러면
지난번처럼 영화 볼까?
(영구) 응
[잔잔한 음악]
유성우
유성우?
내일 저녁 9시에 유성우 볼 수 있대
하나도 보기 힘든 별똥별이
비처럼 막 쏟아져 내린대
그걸 보면서 소원을 빌면 반드시 이루어진대
어떤 소원이든?
응, 어떤 소원이든
(다다) 아마 엄청엄청 예쁠 거야
천문대 가서 같이 보자
강화도에 있으니까
서울에서 차 타고 가면 금방이야
좋아, 그러자
[다다의 하품]
[영구가 피식 웃는다]
(영구) 졸려?
(다다) 응
너랑 더 얘기하고 싶은데
맥주 마셔서 그런가
[옅은 웃음]
- (영구) 얼른 자자 - (다다) 응?
(다다) 싫어
나 네 목소리 더 듣고 싶은데
그럼 여자 친구 잠들 때까지 내가 계속 말할게
[다다가 살짝 웃는다]
좋아
잘 자
- (스태프) 안녕하세요 - (다다) 안녕하세요
(다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진) 누나 - (다다) 안녕!
(규리) 어
(다다) 자, 다들 5만 원씩 내놔
(규리) 아니, 어?
무슨 1화 시청률이 11%가 나오냐
그래도 제일 높게 부른 사람이 먹으니까 기분이 참 좋네요
언니도 빨리 내놔
자, 자, 자
(다다) 내놔
[웃으며] 앗싸
이걸로 맛있는 거 사 먹어야지
(규리) 나랑?
아니, 영구랑
[웃음]
좀 있다 강화도 가 가지고 별똥별 보기로 했거든
(규리) 그런 걸 뭐 하러 보러 가냐?
영구 씨 몸도 고치고 불꽃같은 사랑만 하면 되는 네가
소원은 빌 게 뭐가 있다고
갈 거면 내가 가서 남자 하나 내려 주십사 하고 빌어야지
[다다의 웃음]
- (감독) 특분 팀 - (진) 어, 안녕하세요 [규리의 놀란 신음]
엄 팀장, 오늘부터 현장 출근이야?
- 네, 감독님 - (감독) 응, 반갑네 [다다가 살짝 웃는다]
6화 29신에 나오는 더미는 준비됐지?
(규리) 네? 그거 다음 주 촬영인데
[버럭 하며] 스케줄 바뀐 거 전달 못 받았어?
[경쾌한 음악] (진) 내가 어제 말했잖아요
언제?
어제 2차까지 달리고 집에 가기 전에요
아, 그러니까 내가 술 그만 마시자니까
(진) 죄송합니다
[한숨]
- 엄 팀장 - (다다) 예
오늘 마지막 신이니까 준비 잘할 수 있지?
- (다다) 예 - 1화가 시청률 대박 났으니까
으쌰으쌰 하면서 가자, 응?
- 자, 파이팅 한번 해 - (규리) 네 [다다가 호응한다]
(감독) 하나, 둘, 셋
(함께) 파이팅!
화를 안 내려야 안 낼 수가 없어
(감독) 아니, 손을 딱 하면 밑으로 딱 그냥 중력을 밑으로 딱 해서…
- 손을 그렇게 쳐올… - (규리) 네, 내렸어요
(감독) 염, 에라
[규리의 짜증 섞인 신음] (다다) 아휴, 갑자기 또 무슨 일이야
스케줄 바뀐 거 제대로 공유 못 한 제 잘못입니다
아니야, 내 탓이야
엄따 네 빈자리 티 나게 하고 싶지 않았는데, 미안해
같이 만들면 되지 몇 시까지 해야 되는데?
(진) 씁, 더미 신이
한 대충 9시에서 10시 사이에 찍을 것 같아요
[다다의 한숨]
빠듯하겠다
(규리) 아, 아니야, 다다 너
나랑 유진이랑 어떻게든 알아서 할 테니까
너 영구 씨랑 빨리 데이트하러 가 [진이 호응한다]
9시까지 끝내려면 우리 셋 다 달라붙어야지
[잔잔한 음악]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음성 사서함…
(진) 다녀오겠습니다!
- (다다) 어, 유진아 - (진) 예
(다다) 더미 가지러 가는 거야?
(진) 네, 1층 작업실에 있대서요
나 부탁 좀 하자
영구가 전화를 안 받아서 그러는데 좀 전해 줘라
오늘 약속 취소해야 될 것 같다고
아, 네!
매형한테 확실히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 부탁할게 - (진) 다녀오겠습니다
[한숨]
[도어 록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왕준) 응?
[왕준의 헛웃음]
(왕준) 스위스 가서 싹 다 고치고 왔다며?
다행이네
아, 뭐, 나는 여웅 누나랑 종일 붙어 있으니까
모르고 싶어도 알게 돼
그것 때문에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설마 막
'매니저 다시 하고 싶습니다' 그런 거야?
아닙니다
저 떠날 겁니다
(영구) 그래서 마왕준 씨에게 여자 친구를 부탁드리고 싶습니다
(왕준) 너 스위스에서 어제 돌아왔다며
근데 어딜 또 가?
그리고 다다가 네 물건이야?
네가 마음에 들면 갖고 아니면 버리는 물건이냐고
최대한 오래 여자 친구 곁에 있다 가려고 했는데
마왕준 씨 말이 맞았습니다
(영구) 하루빨리 다다 곁을 떠나는 게
다다한테 덜 힘들 거라고 하셨잖아요
그게 무슨…
제가 없어도
여자 친구가 웃을 수 있도록
행복할 수 있도록
마왕준 씨가 다다 지켜 주십시오
[애잔한 음악]
(왕준) 너
너 여전히 고장 난 상태구나
스위스 가서 멀쩡해졌다는 거 다 개소리였네
너 대체 왜 안 고친 거야?
기억을 지워야 하니까요
여자 친구와의 기억을 모두 지워야 멜트다운이 멈춘다는데
그러고 싶지 않았습니다
전부 간직한 채로 떠나고 싶어요
오늘 제가 드린 말씀
여자 친구에게 전하지 말아 주세요
부탁드리겠습니다
(왕준) 왜 나야?
많고 많은 사람들 중에
다다를 지켜 달라고 부탁한 사람이 왜 나냐고
너 나 싫어하잖아
네, 싫어합니다
마왕준 씨는 저한테 화를 내니까요
(영구) 그런데 그게 모두 다다를 위해서였어요
여자 친구가 나 때문에
아프거나 슬프거나
힘들어할 때면
걱정이 돼서 마왕준 씨가 저한테 화를 내는 거였어요
[한숨]
그런 당신이라면
여자 친구를 지켜 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당신은 다다를 행복하게 해 줄 거예요
넌 그걸 못 하니까 떠난다는 거야?
행복하면 웃어야 하는데
내 옆에서 다다는 많이 울어요
나는 로봇이니까
[떨리는 목소리로] 아픈 로봇이니까
다다는 행복해질 수 없어요
[한숨]
네가 로봇이라서가 아니야
네가 웃질 않으니까
그러니까 다다도 안 웃는 거라고
오늘 일은 못 들은 걸로 할 테니까 그냥 다다한테 돌아가, 빨리
네가 고장 날 때까지 3년이 남았는지 3개월이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한 달도 안 남았습니다
(영구) 일부러 떠나지 않는다 해도
어차피 남은 시간이 그것뿐이에요
그러니까 다시 한번 부탁드립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헛웃음]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진) [흥얼거리며] 유진이가 왔어요, 매형!
어?
매형?
매형!
응? 어디 갔지?
[진이 흥얼거린다]
(진) 그렇다면…
[힘주는 신음]
[흥미로운 음악] (진) 매형
다다 누나가 일 때문에 약속 못 지킨다고
미안하다고 전해 달래요
그리고 전 요즘 매형 낫게 해 준 스위스가 너무 좋아서
요들송만 들어요
크크크, 유진
[진이 흥얼거린다]
(진) ♪ 요를레이, 요를레이, 요를레이 ♪
♪ 요를레이, 요를레이, 요를레이 요를레이, 요를레이 ♪
[진이 요들송을 흥얼거린다]
♪ 요를레이, 요를레이, 요를레이 요를레이… ♪
(웅) [웃으며] 뭘 여기까지 데려다주고 그래요
어제 술도 많이 마시고 피곤할 텐데
(보원) 아이, 내가 뭐가 피곤해요
일하러 가는 웅이 씨가 피곤하지
들어가요, 가는 거 보고 갈게요
알겠어요
그럼 내가 일 끝나고 전화할게요
저, 웅이 씨
(보원) 어제 내가 한 얘기들은
다다 씨한테는 전하지 말아 주세요
다다도 영구 씨 상태는 알아야 돼요
영구 씨 사라지고 혼자 남을 다다 생각은 안 해 봤어요?
(웅) 가지도 않은 스위스에서 다 고쳐 왔다고
저렇게 기뻐하는 애를 생각해서 어떻게 그래요
(진) 그게 무슨 말이에요?
우리 매형 괜찮다면서요
[한숨]
유진아, 너도 다다 씨한테는 비밀로 해 줘
[한숨]
아니, 그, 그게 전부 사실이면
다다 누나한테 얘기해서
매형하고 이별할 기회를 줘야죠
(웅) 맞아요, 우리끼리 알고 있을 얘기는 아닌 것 같아요
아니요, 하더라도 우리가 아니라
영구가 직접 해야 될 얘기입니다
우리 영구한테도 생각을 정리할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
(보원) [한숨 쉬며] 웅이 씨도 유진이 너도
혹시나 영구 만나게 되면 평소처럼 대해 주세요, 부탁할게요
부탁해
[잔잔한 음악] [한숨]
(규리) 아, 진짜, 왜 이렇게 안 와
야, 빨리빨리, 빨리빨리, 빨리
더미, 더미, 더미, 더미, 빨리빨리 아, 빨리!
아휴, 빨리 내려 봐, 내려 봐, 내려 봐
(다다) 고생했어 [규리의 한숨]
(규리) 선생님, 이 환자 살릴 수 있을까요?
(다다) 예, 살릴 수 있습니다
(규리) 시작하겠습니다
(다다) 아, 맞는다
영구한테는 잘 전했어?
유진아
[다다가 탁자를 탁탁 두드린다] - 유진아 - (진) 네?
영구한테는 약속 취소한다고 말 잘했냐고
아, 네, 메모 남겨 놨어요 매형이 집에 없길래
집에 없어?
어디 갔지?
(규리) 야, 벌써 강화도 간 거 아니야?
아닌데, 집에서 만나서 가기로 했는데
대체 어딜 간 거야
[무거운 음악]
[옅은 웃음]
[무거운 효과음]
[규리의 한숨]
(규리) 나 빼고 세상 사람들 전부 다 별똥별 보러 갔네
SNS에 전부 이 얘기뿐이야
(다다) 그럼 안 가길 잘했네
갔으면 사람 구경만 잔뜩 할 뻔했다
(규리) 끝났어?
감독님한테
오케이 사인 받았지요
(규리) 오! 다행이다
[규리의 안도하는 숨소리] (진) 누나
그럼 뒷정리는 내가 할 테니까
누나는 그냥 빨리 집에 가요
아, 하는 김에 같이 하지, 뭐
(진) 아, 그냥 좀 빠, 빨리 그냥 좀 가요, 좀, 누나
(규리) 그래, 다다야
오늘 괜히 나 때문에 고생했는데 먼저 들어가
그러면
나 안 미안해하고 먼저 간다?
- (진) 빨리 가요, 누나 - (규리) 가
- 안녕 - (진) 조심히 가요
[진의 한숨]
너 딱 걸렸어
서, 설마 누나도 알아요?
당연하지
(규리) 유진이 네가
이렇게 나랑 단둘이 있고 싶어 하는 걸 티를 팍팍 내는데 내가 몰라?
[발랄한 음악] 이래서 남녀가 단둘이 술을 마시면 안 된다니까
[한숨]
누나, 나는 진짜 가끔 누나가 부러워요
(진) 어떻게 이렇게 눈치 제로에 뻔뻔스럽기까지
어떻게 이렇게 한결같지?
그렇지?
한결같이 쭉 예쁘지?
(규리) 그런 기념으로 오늘도 어떻게 맥주 한잔
[혀를 똑 튕기며] 콜?
싫어요, 혼자 많이 드세요
(왕준) 엄다다
[왕준이 살짝 웃는다]
오랜만이다
잠깐 시간 돼?
(왕준) 자
[왕준의 힘주는 신음]
이제 세트로 출근하는 거야?
응, 영구 건강해져서 돌아왔거든
왜 그렇게 봐?
할 얘기라는 게 뭔데?
이거 마시자는 거야?
(왕준) 일하다가
뭐 힘든 거 있으면
나한테 얘기해
힘든 일?
그래, 뭐
나 피부 트러블 사건 진범 잡힌 거 아직도 모르는 사람도 있더라
(왕준) 괜히 리얼 팀한테 시비 걸거나
너한테 말도 안 되는 소리 하는 사람 있으면
나한테 그런 거 얘기하라고
야, 마왕준
너 갑자기 왜 이래?
[피식 웃는다]
뭘 '갑자기 왜 이래'야?
(왕준) 전 국민 앞에서 짝사랑한다고 고백까지 했는데
그리고 임시한테 무슨 일 생겨도
나한테 얘기하고
[차분한 음악]
무슨 일?
영구한테 무슨 일 생기겠어?
(왕준) 야, 그냥 얘기하라면 하면 안 되냐, 좀?
걔 맨날 뭐, 멈추고 아프고
사고 치기 일쑤잖아
이제 진짜 그럴 일 없다니까 그러네
영구, 스위스 가서 말끔히 다 나아서 왔어
누가 걔가 걱정된대?
너 걱정돼서 그래
나야
영구보다는 열 배 더 건강한데 무슨 걱정이야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다다) 영구야, 나 왔어 [문이 탁 닫힌다]
[스위치를 탁 누르며] 대답이 없어
여기서 뭐 해, 불도 안 켜고?
설마 나 기다렸어?
약속했잖아
7시에 만나기로
아니, 오늘 약속 취소한다고
유진이가 메모 남겨 놓고 갔었는데
못 봤구나
미안해
(다다) 유성우 많이 보고 싶었구나?
뭐 빌고 싶은 소원이라도 있었던 거야?
[작은 목소리로] 다다가 날 잊지 않게 해 주세요
(다다) 무슨 말 했어?
유성우 같이 보고 싶다고 한 거
여자 친구야
미안해
오늘 일이 좀 늦게 끝났어
우리 다음에는 꼭 같이 보러 가자
다음 언제?
(다다) 으음?
왜 그럴까, 아쉬워서 그래?
[영구의 옅은 한숨]
짜잔, 별 여기 있는데?
네가 계속 나를 사랑으로 봐 주면
더 반짝반짝해질 거야, 난
어때? 나 지금 반짝반짝해?
[잔잔한 음악] 반짝반짝, 반짝반짝
[영구의 한숨]
별똥별 하나 떨어지는 거 보는 것도
드문 일이라면서
[다다의 한숨]
그래, 드물긴 한데
내년 이맘때쯤에 유성우 또 볼 수 있어
(다다) 그러니까 우리 내년에는 꼭 같이 보자
약속
내년?
(다다)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씁, 아니지
매년 같이 보자, 우리
어차피 우리 이제 계속 같이 있을 거잖아
아, 빨리 약속해
[영구의 옅은 한숨] 응?
빨리
[다다가 살짝 웃는다]
[다다의 한숨]
우리 여름에 만나서 지금은 가을이잖아
겨울에도 봄에도
우리 재밌는 거 많이 하자
어떤?
크리스마스 때는 눈 오는 거 보면서
캐럴도 같이 듣고
(다다) 음…
봄에는 여의도 윤중로에
벚꽃이 진짜 잔뜩 피거든?
꽃구경도 같이 가자
(영구) 응
[다다의 웃음]
나는 너 다 보여 줄 거야
예쁜 거, 좋은 거
돌아오는 계절마다
너랑 같이
보고 느끼면서 살 거야
그래
그렇게 하자
[차분한 음악] [알람이 울린다]
[새가 지저귄다]
(다다) [잠에 취한 목소리로] 영구야
알람 좀 꺼 줘
영구야
[피곤한 신음]
왜 없지?
영구야
[잔잔한 음악]
영구야
(영구) 여자 친구
(다다) 아이, 대체 이게 다 뭐야?
[영구의 웃음]
(영구) 여자 친구가 그랬잖아
눈 보면서 캐럴도 듣고 벚꽃도 보고 싶다고
우리 둘이 지금 그거 한 거야
(다다) 아니, 그거야 계절이 바뀌면 보고 싶다는 거지
오늘도 하고 싶었어
(다다) 치, 음
그래도 예쁘긴 진짜 예쁘다
[다다가 살짝 웃는다]
나 잘했지?
[부드러운 음악]
(다다) 어, 치우는 거 너 혼자 다 치워라
(영구) 어?
같이 치워 줄게
[웃음]
"리얼"
(다다) 얼른 들어가
(영구) 응? 아니야, 데려다줄게
(다다) 됐어, 나 얼른 갔다 올게
(영구) 응
- 갔다 올게 - (영구) 다녀와
(왕준) 아, 몰라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뭐 내가 뭐 하러 신경 써, 쯧
[웅의 한숨]
누나는 얼굴 왜 그래?
[웅이 숨을 후 내뱉는다] 아
누나 남자 친구가 남보원 씨였지 깜빡했네
누나도 들었지?
임시 안 고쳤다는 거
[놀란 신음]
왕준이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찾아왔어, 걔가 직접
나한테 다다를 지켜 달라고 뭐, 그러면서
그래서 지금
[무거운 음악] 너 다다한테 얘기를 할까 말까 고민 중인 거야?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다다가 분장 박스를 탁 내려놓는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예? 아, 누나 왔어요?
너 오늘 새벽에 우리 집 왔다 갔더라?
네, 매형한테 도와 달라고 전화 와 가지고
도와준 건 고마운데
너 어떻게 나한테 그럴 수가 있어?
예? 아, 아니, 그러니까 그게…
그, 보, 보원이 형이 평소처럼 하라길래 그랬어요
죄송해요, 누나
보원 씨가 뭐?
(진) 예?
그, 근데 누나
매형 집에 있는 거 맞죠? 어디 간 거 아니죠?
응, 집에 있지
그럼 몸 상태는요? 상태는 괜찮아요?
뭐야
오늘 아침에 여웅 언니도 문자로 똑같은 거 물어보던데
(다다) 우리 영구 다 나았다니까
다들 걱정하고 난리야
다들 모이는 자리라도 만들어야 될까 봐
야, 너 무슨 일 있냐?
[흥미진진한 음악]
[한숨]
(진) 진짜 다다 누나가 이대로 몰라도 괜찮은 건가
[한숨]
아니야, 보원이 형이 얘기하지 말라 그랬잖아
그리고 차라리 모르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어
그게 덜 힘들 테니까
그래야지
가만히 있자
아니, 아니, 아니, 아니!
아니지
그래도 알아야지
만약 누나가 나중에 알게 되면 그땐 더 힘들 텐데?
그리고 이러다가
평생 다다 누나가 이유도 모르고 우리 매형 원망하면
우리 매형 너무 불쌍하잖아
[한숨]
[진의 힘겨운 숨소리]
누나
저 진짜 엄청 고민하고 말씀드리는 건데요
[떨리는 숨소리]
아무리 생각해도 솔직하게 말해야 될 것 같아서
[잔잔한 음악] (진) 듣고 너무 놀라지 마세요
매형
아직 안 나았대요 누나한테 거짓말한 거래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매형 곧 떠날 수도 있대요
누나?
[놀란 숨소리]
아, 뭐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규리) 뭐라고? 나 음악 듣고 있었는데
아이, 아니, 왜
왜 누나가 거기 있어요?
다다 누나는요?
모르지
(규리) 여기 오니까 아무도 없던데
나 이거 수량 체크하고 있었어
아나, 진짜
무슨 일 있어?
(규리) 아, 그리고 방금 전에 뭐라 그런 거야?
'고민하다가', '솔직하게'
'놀라지 마라', 뭐, 대충 여기까지만 내가 들은 것 같은데
아니에요, 됐어요, 몰라도 돼요
뭐야
(규리) 어, 엄따, 어디 갔다 와?
나 준비하고 왔는데, 왜?
(규리) 유진이가 너한테 할 말 있다는데?
할 말?
(다다) 뭔데?
(진) 그…
아니에요, 다음에, 다음에요
[어색한 웃음]
(다다) 야
너 뭔 일 있어?
쟤 왜 저래, 쟤 무슨 일 있나?
그러게
오늘따라 왜…
[놀란 숨소리]
자, 잠깐만 [흥미로운 음악]
(규리) '솔직하게', '고민하다가'
'놀라지 마라'?
[규리의 놀란 신음]
(다다) 왜, 왜, 왜?
다다야, 유진이가 나한테
- 고백하려고 했던 것 같아 - (다다) 뭐?
아니, 아니, 아니, 아니 그럴 수 있지, 충분히 그럴 수 있지
(규리) 유진이 같은 연하남이
나 같은 이런 매력적인 연상한테 끌리는 건 당연한 거니까
언니, 나 마왕준 씨 분장 좀 하고 올게
(규리) 어, 그래, 갔다 와
아니
유진이가
나한테 그런 마음을
(영구) 지금처럼 이렇게
[무거운 음악] (영구) 여자 친구가 계속 웃었으면 좋겠다
생각했어
내가 없을 때도
여자 친구가 그랬잖아
(영구) 눈 보면서 캐럴도 듣고 싶고 벚꽃도 보고 싶다고
오늘 다 하고 싶었어
[다다의 한숨]
뭔 일 있어?
[분장 도구를 달그락거리며] 어, 아니
그러는 너는 왜 그렇게 얼굴이 퀭해?
어제 잠 못 잤어?
(왕준) 응
(다다) 왜?
너 때문에
[한숨 쉬며]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다다야
나 임시 걔한테 빚 다 갚았어
[애잔한 음악]
[한숨]
근데
무슨 일 있는 거지?
(진) 보원이 형이 평소처럼 하라길래 그랬어요
(진) 매형 집에 있는 거 맞죠? 어디 간 거 아니죠?
응, 집에 있지
몸 상태는요? 상태는 괜찮아요?
(규리) 유진이가 너한테 할 말 있대
임시한테 무슨 일 생겨도
나한테 얘기하고
영구 일이야?
그 자식 생각하면
비밀 지켜 주는 게 맞는 것 같은데
너 생각하면
(왕준) 얘기해 줘야 될 것 같아서
다다야
임시 떠난대
[무거운 효과음]
뭐?
걔 떠난다고
너 혼자 두고
그게 무슨 말이야, 대체
(왕준) 어제 우리 집에 직접 찾아왔었어
자기 스위스 간 적 없고
아직 그대로라고
고치려면 너와의 기억을 전부 다 지워야 되는데
자기는 그럴 수가 없다고
간직하고 싶다고
그래서 자기는 곧 떠날 테니까
나보고
너를 좀 지켜 달라고
다다야
[애잔한 음악]
[달칵 소리가 난다]
(다다) 어떻게 한 거예요?
(영구) 내가 고쳤어
소중한 거잖아, 여자 친구한테
(영구) 우리 둘이 함께하는 모든 것들이
나한테는 전부
처음이야
다른 것도 많이 알려 줄게요
(영구) 오래오래 계속 같이하자, 여자 친구
(다다) 네가 해 보고 싶어 하는 건 전부 다 같이 해 보기로
그러니까 궁금한 거 있으면 또 말해
우리 그게 뭐든 다 같이 하자
(다다) 으음, 진짜 맛있어
(다다) 우리
오늘 같이 잘까?
(다다) 이제부터 여기는 창고 방 아니고 사랑방이에요
(영구) 날 위해서 만들어 준 거야?
(다다) 사랑 달라면서요
(영구) 여기는
여자 친구의 사랑이 듬뿍 담긴 나의 사랑방
[다다의 비명]
(영구) 여자 친구, 나 이제 알겠어
추억은
만드는 게 아니라 쌓이는 거야 지금 이 순간처럼
(영구) 그렇지?
고마워, 여자 친구
멋진 사랑을 만들어 줘서
(영구) 짠
오늘도 좋은 하루
(영구) 이런 게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이란 걸까?
(다다) 봉숭아 물이네?
(영구) 첫눈이 올 때까지 봉숭아 물이 안 지워지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면서
여자 친구랑 나
우리 둘은 이루어질 거야
[살짝 웃는다]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한숨]
[영구의 당황한 신음]
(영구) 너 지금…
[영구의 놀란 숨소리]
또 무슨 일이야?
할 말 없으면
나가 줄래?
크로노스 헤븐에선
고마웠어
하트 쿨러 일도
사과할게
(보원) 다다 씨가 무릎까지 꿇었는데
[무거운 음악]
그 여자가 우리 눈앞에서 부숴 버렸어
그 사과
여자 친구한테 직접…
(영구) 아니다
한 번만 더 여자 친구를 상처 입히거나 아프게 하면
그땐 정말 가만 안 있어
[피식 웃는다]
나 어차피
오늘 밤에 뉴욕으로 떠나
(다이애나) 거기 내 회사 본사도 있고
근데 넌
멜트다운은 계속 진행되고 있는 거야?
고쳤어
[다이애나의 헛기침]
그럼 하트 쿨러 일은 괜히 사과했네
[다이애나의 헛기침]
(다이애나) 나 하나 궁금한 거 있는데
만약 원래 계약대로
내가 네 주인이 됐다면
그때도 감정을 배워서
지금처럼 인간처럼 됐을까?
(영구) 아니
어떻게 그렇게 확신해?
나도 엄다다 그 여자처럼
널 사람으로 대했을지도 모르는데
여자 친구가 나를
사람으로 대해 줬다고 생각해?
그럼 아니야?
여자 친구는
날 사람으로 대해 준 적 없어
나를 사람으로도
로봇으로도 대해 준 적 없어
그저
당신은 로봇이지만
당신이 로봇이라도
아니
당신은 당신이니까
나를 나로 대해 줬어
(영구) 그랬기 때문에 단단한 내 안이 녹고 있는 거야
아니면 말고
[문이 달칵 여닫힌다]
켄, 멜트다운 그거 고쳤대
다행이네요
공항으로 출발할까요?
(다이애나) 응
(란) 아가씨
미국 가서 심리 치료 잘 받으실 거죠?
아, 받는다고
몇 번을 말해야 돼
[다이애나가 구시렁거린다]
근데 잠깐만
단단한 내 안이 녹고 있다고?
[피식 웃는다]
고쳤다는 거 다 거짓말이네
(다이애나) 진짜로
대단한 사랑이다
(란) 네?
아니야
[다다의 아파하는 신음]
[다다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다다의 가쁜 숨소리]
[다다가 울먹인다]
(영구) 여자 친구, 왔어?
(다다) 어
[훌쩍인다]
[영구의 어색한 웃음]
(영구) 일찍 왔네, 오늘 촬영 늦게 끝난다더니
일찍 끝났어
(영구) 응 [영구가 살짝 웃는다]
아, 왜 이래?
피 나잖아
아, 그게…
(영구) 어디서 이랬어?
모르겠어
뭐?
피까지 났는데 모른다고?
[영구의 한숨]
큰 상처는 아니지만 자주 갈아 줘
[영구가 달그락거린다]
(다다) 네가 매일 갈아 줘
알았어
[잔잔한 음악] (영구) 자
[영구가 구급함을 달그락 잠근다]
(다다) 나 배고파
밥해 줘
[웃음]
그래, 조금만 기다려
(영구) 맛없어?
(다다) 아니, 맛있어
[영구의 한숨]
(영구) 근데 표정이…
[숟가락을 탁 내려놓으며] 나 체했나 봐, 그만 먹을래
알겠어, 그럼 내가 약 사다 줄게
아니야
그냥 자면 돼
나는 좀 잘 테니까
영구 너는
너 하고 싶은 거 해
(영구) 여자 친구
(다다) 왜?
[영구의 한숨]
(영구) 그냥
보고 싶어서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흐느낀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다다가 흐느낀다]
이거 찾아?
[애잔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다다) 가려고?
나만 남겨 두고 이거 신고 도망가려고?
[떨리는 숨소리]
헤어지자
그래, 그러자
가, 가 버려
영구야, 가지 마
(다다) 가지 마, 영구야
[다다가 흐느낀다]
그냥 내 옆에 있으면 안 돼?
가지 마
가지 마
[다다의 힘겨운 신음]
우리 오늘 아침에 첫눈 같이 봤잖아
내가 네 첫사랑이잖아
그러니까 가지 마
우리 좋을 때도 슬플 때도 아플 때도
계속 같이 있자
영구야
영구야, 사랑해, 가지 마 [애절한 음악]
영구야, 사랑해
가지 마
가지 마!
가지 마!
얼마나 남았다는 건지
(보원) 지금 영구는 언제 작동을 멈춰도 이상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보원) 다다 씨를 위해서 모든 힘을 쥐어짜서 움직이고 있다는 겁니다
(영구)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이전에
나는 너를 사랑하고 있었을지 몰라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우연 속에
운명처럼 널 만난 건 나한테 기적이었어
누가 뭐래도 너와 함께했던 소중한 추억들 전부 다
너는 나에게 최고의 여자 친구였으니까
(영구) 사랑해, 여자 친구
(다다) 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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