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빵왕 김탁구 18
팔봉제빵점 옆 계단. N.
밖으로 나오던 조진구, 멈칫.. 계단 저쪽을 보면
돌아서서 시내전경을 바라보고 있는 구일중의 뒷모습이 보인다.
구일중, 조진구의 기척을 느낀듯 그를 향해 돌아선다.
조진구,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원망을 들어야한다면 듣겠네, 미움을 받아야한다면 받겠네..
그 모든걸 감수하고서라도 나는 그 아일 꼭 만나야겠네.
조진구 (본다)
구일중 탁구.. 지금 어딨나? 내 아들... 지금 어딨어?
남산 시계탑 앞. N.
인적이 거의 줄어든 그 곳에
여전히 서성이며 유경을 기다리고 있는 탁구,
탁구 25일 여섯시 남산 시계탑앞... 25일 여섯시...
그러면서 시계탑을 올려다보면 바늘이 거의 9시를 향해 가고 있다.
아...! 유경이가 많이 늦는다. 계속 주위를 살펴보는 위로,
마준E 가!
거성家, 거실. N. (뒷부분 연결 추가)
마준 당장 돌아가라니까! 빨리! (하는데)
유경 죄송합니다만 저는 사모님이 불러서 왔습니다.
마준 넌 벨도 없어? 자존심도 없어? 아니면 바보야?
엄마가 너 지금 여기 왜 세워놨는지 그렇게 머리가 안돌아가?
서인숙 (그 뒤로 다가서며) 마준이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이게!
유경 (서인숙을 향해) 괜찮습니다 사모님 신경쓰지 마세요.
볼일 다 끝나실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서인숙 (그런 유경을 보는데)
마준 나와! 너! (하면서 홱! 유경의 손을 잡고 나간다)
유경 ! (헉! 놀라면서 그대로 끌려나가며) 왜 이래? 놔 이거!
마준 입닥치구 따라 나오라니까!! (하면서 유경을 거칠게 끌고 가버린다)
서인숙 마준아! 구마준!!!
마준 (그대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유경을 끌고 나가버린다)
그 뒷모습에 쿵..! 서인숙, 심장 한켠이 떨어져 나간 표정으로 본다.
내 아들이 내 앞에서 다른 여자의 손을 잡은채... 등을 돌렸다!
자경 엄마... (하면서 손을 대는데)
서인숙 (탁! 쳐낸다)
자경 (멈칫.. 보면)
서인숙 (기가 막히고, 그러면서도 묘한 배신감에 노려본다. 시선에서)
거성家, 현관앞. N.
밖으로 유경의 손목을 잡고 쭉 걸어나오는 마준.
유경, 계속 그 손을 뿌리치려고 밀쳐내고 잡아당기면서
유경 이거 놔!
마준 (계속 유경을 잡고 걸어간다)
유경 이거놓으라구!!! (하면서 있는 힘껏 잡아당기는데)
마준 (그 손 끝까지 놓치지 않고 잡아당기며 유경을 돌아보더니)
놓으면!!! 너 또 저 안으루 들어가 벽걸이처럼 서 있을려구 그래?
유경 벽걸이처럼 서 있든, 장승처럼 서서 기다리든.. 그건 내 일이야.
니가 끼어들 문제가 아니라구!
마준 (버럭) 너 겨우 그런 일이나 하려고 비서실 들어왔어?
우리 엄마한테 그런꼴 당할려구 우리 아버지 회사 들어온거야?
유경 ! (노려보면)
마준 너 똑똑하다며? 왜 사서 이 고생을 해? 여기 아니어두 갈데 많잖아.
당장 비서실 그만둬. 갈데 없으면 내가 알아봐줄테니까 당장 관둬!
유경 (허..! 본다, 보더니 쎄하게) 너는.. 참 사는게 쉽지? 그치?
마준 (멈칫..! 본다) 뭐?
유경 조금만 빈정 상해도 때려치면 그만이고,
조금만 자존심 상해도 그 자리에서 깽판쳐버리면 끝이잖아!
니 멋대로 살아도 오냐오냐 받아줄 니 가족이 있구,
온갖 깽판을 다쳐도 해결해줄 든든한 니 아버지가 있으니까!
그러니까 너는 사는게 무서울게 없겠지! 그치? (단숨에 몰아부치면)
마준 야! 신유경! (하는데)
유경 (OL) 하지만 나는 너하구 달라!
마준 (멈칫.. 보면)
유경 어느 직장을 가두 더러운 꼴 봐야하는거 매한가지구,
무슨 일을 해도 바닥부터 기어올라와야해.
자존심 상하구 모멸감을 느껴도 참을 수밖에 없는거라구 나같은 애들은.
그러니까 너 따위가 나한테 자존심이니 벨이니.. 함부로 떠들지마!
그런거.. 내 입장에선 아주 웃기거든?
마준 그래서! 계속 해보겠다는거야 우리 엄마랑?
유경 나는 내 힘으로 여기까지 온거야.
너나 니 엄마 때문에 내 노력, 내 경력 포기할 생각 없어.
겨우 그딴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는거... 그게 바로 나한텐 사치야.
(그러더니 탁! 마준의 손을 뿌리친뒤 그대로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간다)
마준 ! (다시 거성가로 들어가는 유경의 뒷모습을 본다. 시선에서)
거성家, 거실. N
서인숙, 공주댁이 내미는 냉수를 마시며 마음을 가라앉히는중.
자경, 자림이 그런 서인숙을 걱정스럽게 보고 있는데,
이여사 우린 이만 가봐야겠어요 서여사.
서인숙 (돌아보며) 이런 모습을 보여서 정말 민망합니다.
우리 마준이가.. 요즘 공부하는데서 스트레스가 좀 많은가봐요,
원래 저런 애가 아닌데.. (나진을 보며) 미안하구나 나진아.
나진 아니예요, 마준오빤 나중에 따로 만나도 되는데요 뭐. (웃으면)
이여사 그만 가자.. (하면서 돌아서다가 멈칫.. 현관쪽을 본다)
나진 (? 본다)
그 모녀의 멈칫에 서인숙과 자경, 자림 일제히 돌아본다.
그 안으로 들어서는 유경, 그들을 보더니 조용히 다가선다. 서서,
유경 시끄럽게 해드려서 죄송합니다 사모님!
볼일 마치실때까지.. 기다리겠습니다.
(그러더니 계속 서 있던 그 자리로 돌아가 선다, 꽤 당돌한 느낌)
서인숙 ! (허..! 기가 막힌듯 쳐다본다)
자경 (역시 조금 어이없는 눈빛으로 본다)
자림 (난처한 표정으로 서인숙과 유경을 번갈아 보면)
서인숙, 그런 유경을 노려본다. 저런 맹랑하고 오만불손한것!!!
유경, 그 시선을 고스란히 받아내며 조용히 서 있는다.
그러나.. 마주잡은 그녀의 두 손은 표안나게 덜덜 떨리고 있다.
입을 꾹 다문채 자꾸만 눈시울이 붉어져 오는걸 눌러 참고있는 그녀,
끝까지 고집스럽게 서 있는 모습위로,
유경E 탁구야... 미안해...
아무래도 오늘은... 널 만나러 가지 못할거 같아.
남산 시계탑. N
시계는 10시를 넘어서고 있다,
아무도 없는 그 곳에서 혼자 시계탑 주위를 천천히 돌고 있는 탁구..
그 손에 달랑달랑 흔들리는 빵봉지.
탁구, 후우! 한숨을 내쉬며 저 아래 서울야경을 내려다보면.
이층복도. N.
프레임-인 되는 미순, 아직도 불이 꺼진 탁구/마준의 방을 본다.
그 앞으로 다가가 손가락으로 괜히 방문을 톡톡 두드려본다.
미순 어이, 김탁구.. 너 너무 늦는거 아냐...? (치이..!) 그렇게 좋냐?
그러다 한숨으로 툭.. 이마를 문에 기댄다.
손가락으로 문을 긁적긁적하는데,
그 뒤로 올라오던 조진구, 멈칫.. 미순을 본다.
미순, 쓱 고개 돌리다가 흠짓! 조진구를 본다. 얼른 문에서 떨어지며
미순 아, 진구형님.
조진구 (짐짓 웃더니) 탁구 기다리냐?
미순 예? 아, 아뇨오! 제가 왜 그 녀석을 기다립니까?
절대 아닙니다! 그냥 잠이 안와서요,
내일 시작될 2차경합이랑 또 거 뭐냐.. 향후 남북관계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들을 좀 하느라구요, 그럼. (씩 웃더니)
안녕히 주무세요! (하면서 얼른 홱! 돌아서서 자기방쪽으로 가버린다)
조진구, 피식 웃는다. '청춘들이구나...'
그러다가 이내 다시 나즉한 한숨으로 돌아본다. 시선에서,
조진구E 죄송합니다 회장님.
팔봉제빵점 옆 계단. N.
구일중 (간절하게) 이보게!
조진구 그 녀석의 생각이 어떤지도 모르는데...
제 맘대로 말씀드릴수는 없습니다.
구일중 무슨.. 말인가?
조진구 만에 하나 그 녀석이 회장님을 만나고 싶지 않을수도 있잖습니까.
그럴수도 있다는거.. 생각해보신적 없으십니까?
구일중 ! (보면)
조진구 경합이 끝나고 다시 오십쇼.
그 때까지 저는... 그 녀석의 마음을 흔들지 않을 생각입니다.
구일중 (경합...? 순간 두 눈이 커지면서 믿을수 없다는듯)
경합.. 이라구? (빤히 보면서) 설마 내 아이가.. 여기에 있다는뜻인가?
조진구 (본다. 보다가 시선 돌린다)
구일중 내 아이가 여기 있냐고 묻고 있잖은가!!!
조진구 그만 돌아가십쇼. (그리고는 그대로 돌아서서 가버린다)
구일중 (쿵...! 무언가로 얻어맞은듯한 표정으로... 보는데서)
플랫쉬-백> 17부 41씬.
조진구 2년전.. 저를 찾아 왔었습니다.
플랫쉬-백> 14부 63씬.
오영자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들어온지 2년차밖에 안되는 애들한테
갑자기 경합을 붙이시겠다구 그러시네요.
플랫쉬-백> 14부 앤딩.
앗! 뜨거! 철판을 놓치고, 밀가루 뒤집어쓰고,
쿨럭쿨럭 밀가루를 털다가 구일중과 마주치는 탁구의 모습/
멍하니.. 눈물이 고인 그 얼굴위로,
구일중E 자네 이름이 뭔가? (15부 4씬)
탁구E 그냥... 김군이라고 부르십쇼. 그러시면 됩니다.
플랫쉬-백> 15부 4씬.
탁구 복 받으실겁니다 회장님!
구일중 (묘하게 끌리는 놈이다. 미소로 일별한뒤 기분좋게 돌아서는 위로)
구일중E 헌데.. 그 아인 어찌 나를 알고 회장님이라 불렀을까. (동시에)
다시 현재>
털썩...! 경미한 현기증과 함께 힘없이 벤치에 앉는 구일중,
무언가로 뒷통수를 맞은듯 머릿속이 얼얼하다.
구일중 그럴리가..! 그 아이가... 설마....!
(믿어지지 않는듯 멍..!한 표정에서)
이층복도. N.
주머니에 두 손을 꽂은채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 조진구.
그런 힌트를 준게 잘한건지 어떤건지... 그 모습에서.
남산 시계탑 앞. N.
터벅터벅 계단을 오르는 유경의 발...
계단 저너머에서부터 천천히 걸어올라오는 모습,
많이 피곤하고 지쳐보인다. 한숨으로 고개를 드는위로,
서인숙E 니가..! 지금 날 이겨보자는거니?
다시 거성家, 거실. N.
(이여사와 나진이는 이미 사라지고)
서인숙과 자경, 자림, 그리고 유경만 남아 있는 가운데
서인숙 니가 감히 지금 날 이겨보자는거야? (카리스마로!)
유경 지금 무슨 말씀을 하시는건지... (하는데)
서인숙 니가 보통내기가 아니라는건 알고 있었다만!
아무래도 내가 널 너무 과소평가한 모양이구나.
유경 (조용한 표정으로 똑바로 보며) 제가 뭘 잘못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부르셔서 왔을뿐이구, 기다리라고 하셔서 기다렸을뿐인데요 사모님.
서인숙 뭐야?
유경 시키실 일이 없으시면.. 그럼 이만 가보구요. (하는데)
서인숙 (그대로 촥! 유경의 뺨을 날려버린다)
유경 !!! (놀란다)
자경/자림 엄마아아!!!!! (말린다)
유경 (충격!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서인숙을 노려보면)
자경 엄마 그만해요! 지금 뭐하시는거예요!
서인숙 이런 고약한것 같으니!
니가 지금 감히 내 아들을 놓고 나하고 해보겠다는거니? 그런거야?
유경 (노려보는 위로)
자경 안되겠다. 미스신! 오늘은 그만 돌아가요.
서인숙 내 얘기 아직 안끝났어! 가긴 어딜가!
자경 (엄하게) 미스신 내 말 안들려요? 돌아가라니까!
유경 (그제야 자경을 본다)
자경 (역시 카리스마 있게 엄격한 표정으로 보고 있다)
유경 (고개 돌려 자림을 본다)
자림 (서인숙을 말리며 유경을 보고 있다, 어서 가! 하는 표정)
서인숙 (어쩌지 못한채 그저 노한 마음으로 유경을 노려보며)
분수도 모르는게..! 어디 넘볼 자리가 없어 내 아들을 넘봐!
내가 그 꼴을 그냥 두고 볼것 같아? 내가아!!!???
유경 (그런 서인숙을 본다. 보더니 순간 쎄하게)
죄송합니다만 사모님, 넘보고 있는건 제가 아니라 아드님입니다.
그러니 그런 꼴 보고 싶지 않으시다면.. 아드님을 단속하십쇼.
서인숙 뭐야? (허! 기함할듯한 표정으로 본다)
자경 미스 신!
자림 유경아... (보면)
유경 안녕히 계십쇼! (인사한뒤 돌아선다. 순간 핑..! 눈물이 돈다)
유경, 말할수 없는 모욕감으로 쭉 걸어나오는데서,
남산 시계탑 앞. N.
맨 끝에 계단위로 올라서서 쭉 걸어가는 유경,
눈물이 그렁그렁한 채 쳐다보면 아무도 없는 그 시계탑앞....
그 시계가 12시가 되는것과 동시에 그 뒤로 보이는 남산타워의 불이
탁..! 꺼진다. (마치 동화가 끝난것 같은 기분으로...)
유경, 왠지 속상하고, 왠지 화가 나고, 왠지 눈물이 나는데...
그 때 누군가의 시선으로 천천히 유경의 뒤로 다가선다.
한걸음, 또 한걸음 유경을 향해 걸어가는 그 발...
유경, 훌쩍.. 눈물을 닦으며 돌아선다. 돌아서다가 순간 멈칫...! 본다.
유경, 순간 믿을수 없는 표정으로 저 앞을 본다. 보면
거기에 탁구가 서 있다. 한손에는 여전히 빵봉지,
다른 한손에는 노숙(?)이라도 할듯 신문지를 주워온채로,
탁구 (역시 나타난 유경이를 보고 놀랍고 반가운듯) 유경아...!!!
유경 ...! (탁구가 아직도 거기 있다는 사실에 놀란듯 빤히 본다)
탁구 (너무나 반갑게 티없이 웃으며) 지금.. 왔냐?
유경 (순간 울컥! 하더니 그대로 달려가 탁구의 목을 와락 끌어안는다)
탁구 !!! (멈칫...! 그 바람에 들고 있던 신문지를 촤르르 놓친다)
유경 (꼭 끌어안은채 폭폭한 울음을 꾹 누르며)
바보같이... 너.. 여태 기다리고 있었던거니?
탁구 (본다. 잠시 간격을 두더니 천천히 두 팔로 유경을 꼭 끌어안아주며)
니가.. 오라구 했잖아. 여기 남산 시계탑에서 만나자구.
유경 그래두 지금이 몇신데.. 아직 기다리구 있었어?
내가 안왔으면 어쩔려구. 바보같이 여기서 밤샐려구 그랬니 너?
탁구 (꼭 안아준채) 음.
유경 (그 말에 멈칫...! 천천히 떨어져서 탁구를 본다, 가득한 눈물)
탁구 봐봐.. 기다리니까.. 왔잖아.
유경 (다시 울컥..! 하면서 바라본다.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물)
탁구 (두 손으로 유경의 양볼에 흐르는 눈물을 소중하게 닦아주더니)
보고 싶었어 유경아.
유경 (계속해서 주르르 흘러내리는 눈물)
탁구 진짜 보구싶어 죽는줄 알았다. 흐... (웃는데 웃음이 참... 아프다)
유경 (더 이상 참지 못한채 다시 한번 와락! 끌어안는다, 흐르는 눈물...)
탁구 (꼭 끌어안아주며) 아아... 이제 좀 살것 같다! (행복한 한숨을 내쉬면)
유경 (자기 설움에 폭폭하고, 기다려준 탁구가 고맙고... 그래서 더 슬프고)
그 두사람에서,
팔봉제빵점 앞 거리. N.
완전히 기분이 더러워진 마준, 한숨을 푹 내쉬며 쭉 걸어오는데
그 한쪽에 세워진 구일중의 차가 보인다.
윤기사, 마준을 알아보고 인사한뒤 팔봉제빵점쪽을 돌아보면
마준, 그 시선을 따라 돌아보면
저쪽으로 제빵점 옆 벤치에 혼자 나와있는 구일중의 뒷모습이 보인다.
팔봉제빵점 옆, N.
천천히 걸어올라와 구일중옆으로 다가서는 마준,
그 벤치에 여전히 멍하게 앉아 있는 구일중,
마준 (본다. 주위를 일단 한번 본뒤) 아버지... (하고 불러본다)
구일중 (멈칫.. 아버지라는 소리에 천천히 돌아본다)
마준 (의아한듯한 표정으로 보면)
구일중 (마준을 잠시 빤히 보더니 고개를 앞으로 돌린다)
마준 (? 본다) 왜.. 여기 이러구 계세요?
선생님 뵈러 오신거면 들어가시지 않구.. (하는데)
구일중 어째서...
마준 ? (멈칫.. 구일중을 본다)
구일중 어째서 말하지 않은게냐.
마준 무슨.. 말씀이세요 아버지?
구일중 (고개들어 마준을 본다. 보더니)
2년이나 옆에 같이 있었으면서.. 어째서 나한테 알리지 않은거냐!
마준 (순간 표정이 싹 굳는다. 무슨 말이지? 설마..? 하다가 순간 설마!! 보면)
구일중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마준을 본다. 보더니)
이유를 말해보거라. 왜 나한테 말하지 않은거냐! 무슨 의도로 숨긴게야!
마준 아버지...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어요.. 뭘 숨겼다는건지.. (하는데)
구일중 니 형!!! (본다. 보며) 탁구 말이다!!!!
마준 (쿵..! 얼굴이 하얗게 질리면서 구일중을 본다)
구일중 어째서 숨긴거냐! 어떻게 그 사실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어!!!
마준 (두려움으로) 아버지..!
구일중 그렇게 가까이 두고도... 그렇게 가까이서 보고도.. (절절한 눈빛으로)
나는 그 아이를... 그냥 지나쳐보냈다...
마준 아버지이...
구일중 너는 숱하게 불렀을 그 아버지란 소리를...!
그 아이는 단 한번도 불러보지 못한채 나를 또...
회장님이라고 부르더구나.
마준 아버지... (부르는데)
구일중 (아프게) 내가 너를... 어찌 용서해야할지 모르겠구나.
마준 !!! (본다)
구일중 (본다. 잠시 그렇게 아프게 바라보더니 그대로 홱! 지나쳐 가버린다)
마준 (쿵..! 뒤에서 산 하나가 무너져내리는 기분)
구일중 (그대로 차가 있는쪽을 향해 가는데)
마준 (뒤돌아본다. 보다가 그대로 쫓아오면서) 아버지 잠깐만요!
팔봉제빵점 앞 거리. N
구일중, 멈추지 않은채 차쪽으로 와서 윤기사가 문을 열어놓은
뒷좌석에 탄다. 윤기사 문을 닫으려는데
마준 아버지.. 잠깐만 기다려주세요! 아버지!
(그 뒷문을 잡아챈채 그 앞에서 거의 무릎을 꿇다시피하며 본다)
구일중 (돌아보지 않는다)
마준 절대루.. 끝까지 숨길려고 했던게 아니예요!
이번 경합이 끝날때까지... 그 때까지만이었어요!
이번 경합에서 제가 그 녀석을 이기면 그 때 말씀드릴려구 했다구요!
정말이예요 아버지! 믿어주세요! 예? (하는데)
구일중 (돌아보지는 않고, 시선만 둔채 싸늘하게)
그 녀석이 아니다. 형이라고 불러라.
마준 (멈칫...! 본다)
구일중 (다시 시선 냉정하게 앞으로 돌려버리면)
마준 (그 냉정한 얼굴에, 울컥..!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윤기사 (옆에서) 마준군... 일어나지. 응? (하는데)
마준 아버지! (불러본다)
구일중 (돌아보지 않는다)
마준 (한번 더 울먹...! 하면서) 아버지이!!!
구일중 (끝내 돌아보지 않는다)
마준 (그대로 윤기사에 의해 뒤로 물러서지고 만다)
윤기사 운전석에 올라탄뒤 그대로 출발한다.
마준이 바라보는 그 차안으로 끝까지 돌아보지 않는 구일중의 얼굴,
그대로 멀어져버린다. 바라보던 마준, (절대!! 눈물은 흘리지 말것!)
목에서 무언가 뜨거운게 밀고 올라오려는걸 어금니를 꾹 문채 참는데서.
구일중의 서재. N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구일중, 힘없이 책상앞에 앉는다.
가슴이.. 아프고 먹먹한 그 위로,
조진구E 만에 하나 그 녀석이 회장님을 만나고 싶지 않을수도 있잖습니까.
그럴수도 있다는거.. 생각해보신적 없으십니까?
구일중 (그 말이 가슴을 친다.. 조용히 서랍을 열어 저 안에서 편지를 꺼낸다)
어린탁구가 썼던 그 편지. (어린 탁구 E.)
<죄송합니다. 회장님.
근데요, 아무리 생각해봐도 저는 김탁구로 살아야할것 같습니다.
그러니 절 찾지 말아주십시오. 김탁구 올림 ->
구일중, 바라보면서,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시선에서...
유경이네 집으로 가는길. N.
(나무가 많고 예쁜 길이었으면 좋겠음)
아이들처럼 서로 손을 꼭 잡은채 흔들흔들거리며 걸어오는 탁구와 유경.
유경, 탁구를 한번 돌아본다. 보다가 앞을 쳐다보면.
이번엔 탁구가 유경을 돌아본다. 그저 좋아서 웃는다.
유경, 어느 연립주택 앞에서 천천히 걸음을 멈춘다.
탁구 (? 본다) 여기야?
유경 응.
탁구 (그 연립주택을 한번 올려다본다) 여기서 사는구나.. (눈에 담아두려는듯)
유경 근데 니가 너무 늦어서 어쩌니? 새벽 일찍부터 일해야할텐데...
탁구 (보며) 괜찮아. 지금 가자마자 제빵실로 출근하면 시간 딱 맞아.
유경 한숨도 못자구 어떻게 일해?
탁구 어허! 나를 뭘루 보구. 내가 괜히 청춘인줄 아냐? 어?
(흐흐 괜히 겸연쩍게 웃으며 다시 유경의 집쪽을 돌아보는데)
유경 탁구야.
탁구 응?
유경 탁구야...
탁구 (고개 돌려 유경을 본다) 왜?
유경 (짐짓 미소로) 고마워.. 기다려줘서.
탁구 (유경을 본다. 보더니) 넌.. 2년이나 기다려줬잖아.
유경 (짐짓 웃어보인다)
탁구 (행복한 미소로 같이 베시시 웃더니) 저기 있잖아.
이번 경합이 끝나면.. 남들처럼 우리두 여행같은거 가보자.
기차두 타구 바다두 보러... 응?
유경 (본다. 보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가자. 꼭.. 가자.
탁구 (그저 좋아 웃는다. 잡은 손 놓는게 아쉬운듯 그 손을 잠시 보더니)
피곤하겠다. 이제 그만 들어가서 쉬어야지.
유경 응. 너두 그만 가.
탁구 먼저 들어가. 너 들어가는거 보구 갈게.
유경 (본다. 보다가) 응. (그러면서 천천히 손을 놓고 가려는데)
탁구 (순간 그 손을 한번 더 강하게 잡는다)
유경 (? 보면)
탁구 (본다. 보더니 그대로 다가가 유경의 볼(뺨맞은쪽)에 가볍게 입맞춘다)
유경 ...! (살짝 떨리는 눈빛... 그리고 다시 탁구를 보면)
탁구 잘 자.
유경 (본다. 미소로) 그래. (아쉽게 손을 놓으며 돌아서서 들어간다)
탁구 (그녀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본다. 행복하게 웃으며)
잘자... 유경아.
마지막까지 바라보다가 기분좋은듯 씩 웃으며 걸어온다. 걸어오다가 어?
하고 아직까지 자기손에 들려져 있는 빵봉지를 본다. 어쩌지? 돌아본다.
유경의 집. N.
안으로 들어온 유경, 구두를 벗고 안으로 들어와
개어진 이불위로 쓰러지듯 눕는다.
탁구의 입맞춤의 여운이 아직 남아있는 뺨을 손등으로 대본다.
순간.. 서인숙에게 맞았던 느낌도 같이 되살아난다.
일순 미소가 가시며 나즉히 한숨을 내쉬는 그녀의 눈빛에서,
탁구E 다음에...
유경의 집 앞 N.
탁구 이 다음에 더 맛있게 구워서 갖다줄게..
더 맛있는빵 많이 만들어서.. 평생 두고두고 구워줄게 유경아.
그러면서 씩 웃으며 그 빵봉지를 들고 도로 걸어온다.
그 뒤로 아주 오랫동안 유경에게 자신의 빵을 구워주지 못한다는
사실도 모른채 마냥 기분좋게 걸어가는 탁구의 뒷모습, 그 위로
"인천 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 없이는 못마십니더!
꿍따라닷다 삐약삐약 꿍따라닷다 삐약삐약~~" 노래하면서 멀어지는데서
탁구 / 마준의 방. N.
불도 켜지 않은채 앉아 있는 마준,
무릎을 세운채 팔을 올린채 얼굴을 묻고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든다.
뭐라 설명할수 없는 분노와 두려움으로 혼란스러운 눈빛에서...
팔봉제빵점 전경 (새벽)
팔봉제빵실. (새벽)
양인목E 위치로오!!!
일제히 자리하는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 미순, 마준.. 그런데?
맨 끝에 있어야 할 탁구가 보이지 않는다.
양인목 서태조! 김탁구는 왜 안보이냐?
마준 (흘끗 보더니) 어젯밤..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허갑수 뭐여? 안들어와? 외박을 했다 그말여 시방?
양미순 (헉! 이럴수가...! 하는 표정... 외...박?)
조진구 (? 본다)
고재복 (보면)
양인목 연락도 없었나?
마준 없었습니다.
양인목 대체 이 녀석 또 어딜간거야! 말도 없이.
고재복 어제.. 편지를 받구 나갔었는데요...
허갑수 (? 돌아보며) 편지라니? 뭔 편지?
마준 (? 본다)
고재복 글쎄 저는 잘 모르구.. (하면서 미순을 보면)
양인목 미순이 너 탁구한테 온 편지가 무슨 편진지 알고 있어?
미순 예? 그게요... 그러니까... (마준눈치를 흘끗 한번 보더니 갸웃하며)
글쎄 저두 그게 누구한테 온건지 잘... 모르겠는데.. (말끝을 흐린다)
마준 (? 그런 미순을 흘끗 보는데, 그 때)
탁구E 아! 벌써들 나오셨습니까?
소리에 일제히 돌아본다.
냉장실에서 나오던 탁구, 모두를 향해 인사한뒤 냉장실 문을 닫는다.
탁구 아!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구나.
양인목 너 어떻게 된거냐! 어젯밤에 외박이라더니 왜 거기서 나와?
미순 (저 녀석...! 살짝 째리듯 탁구를 쳐다보면)
탁구 외박이요? 어이구 절대 아닙니다 외박이라뇨, 그냥 쫌 늦은겁니다.
오자마자 곧바루 제빵실에 출근해서 벌써 발효실 온도, 냉장실 온도
다 점검끝내놓고, 청소랑 반죽까지 다 마쳤는데요 대장!
허갑수 이이? 청소에 반죽까정? (하면서 휘 둘러보다가 오오 기분좋은듯)
탁구 너 뭔 좋은 일있었냐? 아주 힘이 펄펄 넘친다이?
탁구 저라구 언제나 힘든 날만 있으란 법 있습니까? 경합1차도 통과했겠다
이제 김탁구 인생에도 슬슬 볕들 날이 오고 있다 그겁니다 하하하하!
일제히 (왜 저래? 하는 기분으로 본다)
미순 (어이구, 아주 입이 찢어진다, 찢어져!)
마준 (표정없이 그런 탁구를 노려보면)
양인목 (픽 웃으며 녀석... 하더니) 자, 다들 위치로!
탁구 (아..? 보더니 얼른 후다닥 위치로 가면)
양인목 오늘의 제빵 목록이다 (하고 쭉 나눠준뒤)
그리고 오늘 오후엔 2차 경합에 대한 과제가 나갈것이다.
1차에 통과한 사람들은 오후 5시까지 이 자리로 모이도록! 알았나?
세사람 (탁구, 미순, 마준) 예! 알겠습니다 (탁구가 목소리 "제일" 크다!)
양인목 그럼 오늘도 감사한 마음으로 빵을 만들도록! 허이!
일제히 허이! 허이! 허이!! (탁구가 "제일" 크게 외친다)
그 우렁찬 소리에 다들 탁구를 돌아보면.
탁구, 혼자 신나서 움직인다. 기분 최상이다!!!
마준, 완전 다크포스로 그런 탁구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거성식품, 비서실.
출근하던 유경, 완전히 굳은 표정으로 서서 자신의 책상을 바라본다.
그녀의 책상위가 완전히 말끔치 치워져 있고
그 한쪽으로 그녀의 사물이 담긴 박스가 달랑 놓여져 있다.
남일우 (흘끗 유경의 눈치를 한번 보면)
여비서 (그 옆에서) 신유경씨는 당분간 관리실쪽으로 대기발령이 났어.
유경 (그 말에 여비서를 돌아보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갑자기 대기발령이라뇨? 제가 왜요? 이유가 뭔데요?
여비서 실장님 지시야. 나도 자세한건 모르겠구....
(보다가 나즉히) 어제 사모님하구 무슨일 있었어?
유경 ! (본다. 바라보는 눈빛에서)
한승재 사무실.
유경 설명해주십쇼, 제가 무슨 이유로 대기발령을 받는겁니까?
한승재 (서류 넘기며 아무렇지도 않게)
정말 몰라서 묻는건가, 아니면 지금 나한테 따지자고 덤비는건가?
유경 제가 무슨 잘못을 해서 대기발령을 받게 됐는지..
그 이유를 알려달라고 말씀드리는겁니다.
한승재 (그 말에 고개들어 유경을 보더니)
어떤 관계에서도 절대 넘어서는 안되는 선이라는게 있어.
자네는 어제 그 선을 넘은것 같더군.
유경 실장님!
한승재 할말 안할말 구별못하고,
굽힐때 굽힐줄 모르면 결국 부러지게 돼있어.
그만 나가봐! (하더니 싸늘하게 다시 서류에 시선 준다)
유경 ! (본다. 끓어오르는 분노로 바라보는데서)
거성家, 거실.
서인숙 (수화기를 댄채) 그래 알았어 미스여, 지가 버텨봤자 하루이틀이겠지.
수순대로 사표를 내면 곧바로 수리하도록 해.
질질 끌지 않도록 하구. 그래. (그러면서 수화기를 달칵.. 끊는다)
자림 (옆에서 보더니) 엄마.. 뭘 그렇게까지 해요?
서인숙 그럼, 그 따위로 싸가지 없이 덤비는 기집앨 그냥 두고 봐?
자림 힘들게 혼자힘으로 살아볼라구 하는 애예요. 그렇게까지 할건 없잖아.
서인숙 사람은 태산에 걸려 넘어지는게 아니라,
발밑에 굴러다니는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법이다.
걸리적거리는 돌부리 같은건 일찌감치 치워버리는게 좋아.
(그러면서 홱! 일어나 들어가버린다)
자림 (본다. 보다가 나즉히 한숨 내쉬면)
관리실 창고.
문이 열리고 자신의 사물함박스를 든채 안으로 들어서는 유경,
잠시 멈춰서서 안을 들여다보면.. 참 기막힌 상황.
그 안은 거의 창고수준으로 선반들 칸칸마다 박스들과 서류들이
먼지와 함께 꽉꽉 쌓여있다. 유경, 천천히 안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맨 구석자리 그 끝에 낡디낡은 책상하나가 놓여져 있는게 보인다.
유경, 그 위에 자신의 사물박스를 내려놓는다. 먼지가 풀썩.. 날리고...
이건 쫓겨나는것보다 더 치욕적인 상황.
이렇게까지 절망스럽고, 이렇게까지 분한적이 없는 그녀,
유경, 복받쳐오르는 분노를 이를 앙문채 누른다. 그 눈빛에서.
E. 팩스 울리는 소리.
한승재의 사무실.
종이를 뱉어내고 있는 팩스. (89년도 팩스)
한승재, 수화기를 귀에 댄채 그 종이를 받아들고 있다.
한승재 그래 지금 막 받았네.
이게 그 닥터윤이란 자의 행적이란 말이지? 알았네 수고했어.
(수화기를 탁! 끊은뒤 쭉 훑어본다. 그러다 문득 한쪽에 시선이 멈춘다)
닥터윤의 약력중에 63년~66년까지의 근무지가
전북, 고창면 도산리 보건소로 되어있다.
한승재 도산 보건소라.. (무언가 생각을 끄집어내려고 한다)
도산보건소.. 도산이면..? (하다가 순간 멈칫... 무언가 생각난 표정에서)
플랫쉬-백> 1부 39씬.
안으로 들어서는 한승재,
윤닥터 어떻게.. 오셨습니까?
한승재 여기 간호사중에 김미순씨라는 분을 찾아왔습니다만..
김미순과 마주치는 한승재 / 도망치는 그녀를 막아서는 윤닥터에서,
플랫쉬-백> 11부 33씬.
한승재 혹시.. 우리 어디서 본적 있지 않소?
윤닥터 글쎄요. 저는 뵌적이 없는것 같습니다만..
다시 현재>
쿵..! 그제야 기억의 실마리가 풀어지는 한승재,
허..! 이런 뒷통수가 다 있나! 싶은 표정으로
다시 윤닥터의 경력을 들여다본다.
한승재 그래, 그렇게 된거로군... 이제야 가닥이 좀 잡혀.
(하면서 눈빛 쎄하게 변하는 위로 E. 똑똑똑 노크소리)
윤닥터E 네, 들어와요.
병원, 윤닥터의 진찰실.
문을 열고 나타나는 얼굴, 한승재다.
옆방, 처치실쪽에서 나오던 윤닥터, 멈칫.. 한승재를 본다.
짐짓 처치실쪽으로 시선을 한번 주는 윤닥터, 일단 침착하게
처치실 문을 살짝 닫는다. (살짝 비스듬히 열린채로....)
윤닥터 아, 한실장님이시군요.
한승재 오후에 진료가 없으신걸로 알고 왔는데..
(옆방쪽으로 시선을 흘끗 주며) 환자분이 계신가봅니다?
윤닥터 (빙긋 웃으며) 제가 주치의로 있는 외래환자분이 몸이 좀 안좋으셔서요.
일단 앉으시죠, (의자에 와서 앉는다) 그래 어떻게 오셨습니까?
한승재 (그쪽 처치실쪽으로 한번 더 시선 준뒤, 윤닥터앞에 앉는다)
내가 요즘 가슴이 좀 답답하고 뻐근해져서 말입니다.
윤닥터 일단 혈압부터 재보겠습니다. 팔을 좀 줘보시겠습니까?
한승재 (팔을 내밀면)
윤닥터 (혈압기를 한승재의 팔에 두른다)
한승재 (그런 과정속에 계속 윤닥터에게 시선을 고정한채로...)
윤닥터 (청진기를 귀에 꽂은채 혈압을 잰다, 바람을 슉슉 넣는다)
한승재 (그런 윤닥터를 본다. 묘한 긴장감이 흐르다가, 불쑥)
김미순이는.. 잘 지내고 있습니까?
윤닥터 (순간 멈칫..! 갑자기 모든게 정지한것마냥 모든 동작을 멈춘다)
한승재 (그런 윤닥터를 빤히 본다)
윤닥터 (시선 마주치지 않은채, 그저 혈압기의 바람이 슈욱 빠지는 소리만)
한승재 내가 요즘 나일 들어서 그런지 영 기억력이 가물가물해요,
그래도 꽤 낯이 익다 했는데.. 역시 거기서 뵀더군요.
고창면 도산 보건소에서... (보며) 이십육년전에 말이요.
윤닥터 ...! (천천히 시선을 들어 한승재를 본다)
한승재 (흥..! 한번 씩 웃다가 이내 표정 살벌하게 쎄해진다)
그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insert> 그 옆방 처치실.
화면, 문틈으로 보이는 한승재에서부터 쭉 한쪽으로 이동하면
화면쪽을 향해 앉아 있는 김미순, 천천히 시선을 들어올린다. 그 위로.
한승재E 김미순이... 지금 어딨나?
다시 윤닥터의 방.
윤닥터 (본다)
한승재 김미순이 어딨냐니까!
윤닥터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한실장님. (하는데)
한승재 일개 의사 따위가 제법 대담하게 일을 꾸몄더군... (보더니)
그래, 그 따위 협박편지질 따위로 날 협박할수 있을거라 생각했나?
그 따위 영정사진에 장난질한걸로 날 겁줄수 있을거라 생각했어!!!
윤닥터 (긴장하는 눈빛으로 보면)
한승재 이 모든게 의사선생이 꾸민짓인가, 아니면! 김미순이 생각인가?
윤닥터 치료를 안하실거면.. 그만 나가주시겠습니까?
한승재 김미순이가 어딨는지부터 말해!
윤닥터 (그대로 혈압기 풀며) 그만 나가주십쇼 (하는데)
한승재, 그 혈압기 뺏어 쿵! 한쪽에 집어던진다.
그 바람에 옆의 처치실 문이 삐그덕.. 밀리면서 더 열린다.
순간 윤닥터, 긴장하면서 그쪽을 본다.
한승재, 그 표정 놓치지 않는다. 그러더니 처치실을 돌아본다.
윤닥터 제 진료실에서 그만 나가주십쇼, 한실장님!
한승재 (그 처치실쪽으로 다가간다)
윤닥터 (재빨리 뛰어와 가로막으며)
돌아가달라고 했잖습니까! 다른 환자분께 방해가 됩니다! (하는데)
한승재 (그대로 윤닥터를 밀치며 쿵! 문을 열어젖힌다)
윤닥터 (헉! 놀라면서 따라들어서면)
텅... 비어있는 처치실.
다른쪽으로 나 있는 문이 열린채 그 안에는 아무도 없다.
복도 한쪽.
수많은 사람들이 왔다갔다하고 있는 그 한쪽으로 나오는 김미순,
복도를 따라 쭉 걸어온다. 잠시 뒤 그 저편으로
뛰어나오는 한승재의 모습이 보인다.
한승재, 이리저리 김미순의 모습을 찾는 가운데
김미순, 그대로 한쪽으로 프레임-아웃 된다.
거의 동시에 김미순이 사라진쪽을 돌아보면 김미순이 없는.
한승재, 후우..! 분명히... 그녀였다는것을 감지하는 눈빛에서.
윤닥터 사무실.
털썩.. 의자에 앉는 윤닥터, 시선 돌린다.
결국.. 이렇게 들켜버리다니.. 하는 시선위로
김미순F 앞으로 당분간은 뵙지 않는게 좋겠심니더.
김미순의 거처.
김미순 당분간은 나사장쪽도 전화로만 연락하는게 좋겠고예...
그라고 절대로 위험한 행동 하지 마이소.
이자부터는... 마 지가 알아서 할깁니더... 걱정마이소. 부탁입니더.
(그러고 조용히 수화기를 내려놓는다. 결코 만만치 않은 눈빛에서)
팔봉제빵실.
화면앞으로 서 있는 탁구와 마준, 미순의 얼굴.
그들 앞으로 각자 놓여져 있는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
(쿵! 쿵! 쿵! 쿵! 각자의 재료들이 임펙트있게 보여지면)
탁구, 앞에 있는 네가지 재료를 내려다본다. 뭘 하라는거지? 싶은데
팔봉 보다시피 너희들 앞에 있는건 빵을 만드는 가장 기본이 되는 네가지,
밀가루, 물, 소금, 이스트다.
세사람 (팔봉을 보는 위로)
팔봉 그 중에서 빵을 만드는데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재료를
각자 하나씩 골라서 내 앞으로 내밀거라.
세사람 예에? (다들 의외의 말에 놀란듯 팔봉을 본다)
양인목을 제외한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도 뭐지? 하고 팔봉을 본다.
팔봉 뭐허느냐, 하나씩 고르라니까.
양미순 (일단 가장 먼저 밀가루 그릇을 쓱 앞으로 내민다)
탁구와 마준, 잠시 머뭇하더니 거의 동시에 이스트를 잡아
그 앞으로 쓱 내밀다가 멈칫.. 서로 시선이 마주친다.
탁구 오우, 찌찌뽕인데!
마준 뭐? (처음 들어보는 말인듯 어이없게 쳐다보면)
탁구 그런게 있다. (씩 웃는데)
양인목 흐흠! (헛기침으로 주의를 준다)
탁구/마준 (얼른 다시 팔봉쪽으로 주목을 하면)
팔봉 (탁구와 마준이 동시에 내민게 이스트라는것이 흥미로운듯 보더니)
자 시작하거라. 인목아.
양인목 그러면 지금부터 두 번째 경합 과제를 알려주겠다.
(준비한 두 번째 두루마리를 쭉 펼친다)
세사람 (일제히 그 두루마리를 보면)
거기에 적혀 있는 글씨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빵>
미순 ? (본다)
마준 ?? (본다)
탁구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빵..이요?
팔봉 그렇다. 재료는 재료창고에서 얼마든지 마음대로 써도 된다. 단!
지금 너희들이 내 앞으로 내민 그 재료는 재료목록에서 제외하거라.
세사람 (일제히 놀란다) 예에에?
미순 아니, 할아버지! 설마.. 밀가루 없이 빵을 만들라는건 아니시죠?
마준 이스트 없이 어떻게 빵을 만듭니까 선생님!
탁구 (뭐가 뭔지? 아직 거기까지는 파악안된채 꿈뻑꿈뻑 팔봉을 보면)
팔봉 (재밌다는듯 허허 웃더니) 그래서 재미있는 빵이 아니더냐.
세사람 (일제히 팔봉을 보면)
팔봉 이번 경합의 기한은 1차때와 마찬가지로 15일이다.
그 15일안에 너희들만의 가장 재미있는 빵을 한번 만들어보거라. 이상!
미순/마준 ! (본다)
탁구 ??? (본다, 시선에서)
팔봉집, 거실.
허갑수, 조진구, 고재복 다들 자리에 앉으면서
허갑수 아이구우, 밀가루하고 이스트없이 뭔 빵을 맹근디야?
고재복 그러게요. 아무래도 이번 과제는 좀 힘들겠는데요?
허갑수 내 생각은 그렇다. 이번이는 쟈이들 셋을 걍 한꺼번에 탈락시킬라고
스승님께서 아주 작정을 허신것 같으다. 안그러냐 진구야?
조진구 (그 얘기에 팔봉의 방쪽을 돌아보면)
팔봉의 방.
팔봉, 방바닥에 필묵을 펼쳐놓고 그 한가운데 화선지를 쫙 펼친다.
양인목 (맞은편에 앉으며 보더니) 아니, 아버님. 오늘 2차 경합 시작인데...
벌써 3차 경합과제를 준비하시는겁니까?
팔봉 미리미리 준비해서 나쁠게 없잖느냐.
(하면서 화선지의 양쪽끝을 서진으로 고정시켜둔다)
양인목 허면 아버님은 저 셋중에 2차를 통과해 3차까지 올 녀석이
있다고 보시는겁니까?
팔봉 글쎄다. 결과야 그 때 가보면 알 일이겠지.
양인목 (? 본다)
팔봉 그나저나 3차 과제로는 무엇을 내줄까나...?
(흐음...! 조용히 행복한 고민에 빠지는 표정)
양인목 (그런 팔봉을 조금은 이상한 기분으로 바라본다. 시선에서)
팔봉제빵점.
양미순 어떻게 밀가루 없이 빵을 만들어?
탁구 다른 가루 쓰면 안돼? 쌀가루나 녹말같은거 뭐....
양미순 쌀가루를 쓰면 떡이 되는거구, 녹말가루를 쓰면 감자떡이 되는거구!
탁구 그런가...? (긁적긁적하는데)
양미순 그나저나 두 사람은 어쩔거야? 이스트 없이 빵이 되겠어?
마준 (살짝 짜증스러운듯한 표정인데)
탁구 베이킹 파우다 어때? 베이킹 파우다! 그것두 부풀게 하는거 아냐?
양미순 (보더니) 니가 그걸 쓰는 순간 넌 곧바로 경합에서 탈락이야.
탁구 왜애?
양미순 할아버지는 빵에다 절대 그런 화학첨가물은 쓰지 않으시거든.
장이 나쁜 사람한테 베이킹파우더는 완전 마이너스첨가물이란 말이지!
탁구 아! 그러냐? (음..! 생각하다가) 가만! 그럼 뭘로 빵을 부풀려?
양미순 그러니까 지금 사태가 심각하다는거 아니냐!
나는 밀가루를 쓰면 안되고, 너희는 이스트를 쓰면 안되고!
탁구 아아아! (끄덕이다가 점점 심각해지면서) 아아아!? (어떡하지?)
마준 (그런 탁구를 보며 혼잣말처럼) 바보같은 녀석...! (하는데 순간)
구일중 (플랫쉬-백> 그 녀석이 아니다. 형이라고 불러라!
마준 (젠장! 기분히 확! 나빠지더니 들고 있던걸 툭! 던진뒤 나가버린다)
탁구 (? 본다) 서태조 쟤 왜 저렇게 저기압이냐?
양미순 나두 모르지. 아침부터 내내 얼굴주위에 저기압전선이 쫙 깔렸드라.
탁구 그래? 왜 그러지? (하는데)
양미순 (쓱 보더니) 그나저나, 어제 재밌었냐? 신유경씨랑?
탁구 어? (보다가 금새 헤벌쭉 좋아서) 어어.
양미순 그 동안.. 잘 지내고 있었다디? (하나도 안궁금한척 슬쩍...)
탁구 어어, 그리구 안보는 사이에 더 예뻐졌드라. (흐흐.. 좋아죽는다)
양미순 (왠지 살짝 심통스럽게) 그래애.. 좋겠네 누구는?
2년만에 만난 여자친구가 더 예뻐져서.
탁구 이번 경합 끝나면 같이 여행가기루 했어. 기차타구 바다보러.
양미순 둘이서만?
탁구 음! 둘이서만. 이번에 경합 확실히 통과한 다음 둘이서만 갈거야.
(흐흐흐 생각만 해도 너무 신난다)
양미순 (순간 빈정 슬쩍 상하면서 들고 있던 뭔가를 툭! 내던지더니)
아! 그나저나 밀가루 없이 무슨 빵을 만들라는거야 할아버지는!
(하면서 홱! 돌아서서 재료창고로 가버린다)
탁구 (? 보다가) 야! 너무 스트레스 받지마! 어?
재료창고 안.
들어온 미순, 홱! 돌아본다. 보더니
미순 씨이... 나두 기차타구 싶은데...
(하면서 괜히 아무거나 툭! 발로 차는데서)
팔봉제빵점 옆 계단.
갑갑한듯 밖으로 나오는 마준, 허리에 손을 올린채 잠시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채 서성인다. 서성이는 그 위로
구일중E 어째서 숨긴거냐! 어떻게 그 사실을 지금까지 숨기고 있었어!!!
마준 (가슴이 답답한 표정으로 생각하는 위로)
구일중 (아프게) 내가 너를... 어찌 용서해야할지 모르겠구나.
마준 (후우..! 답답한듯 한숨으로 어쩔줄 모르다가 돌아보는데서)
거성식품, 로비.
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는 마준, 곧장 엘리베이터를 향해 걸어간다.
다른 한쪽에서 직원들과 함께 걸어가던 한승재, ? 마준을 본다.
마준, 무언가 잔뜩 심난한 표정으로 지나쳐간다.
한승재, 왜 저러지? 하는 표정으로 쳐다보는 시선에서.
거성식품, 비서실.
안으로 들어서는 마준, 멈춰서면
여비서 (? 돌아보다가) 어머, 마준군 아니세요?
마준 아버지 안에 계세요?
여비서 예. 계십니다.
마준 (보다가 흘끗 비서실 안을 한번 돌아본다. 유경은 안보이고 빈책상만..)
여비서 (? 보면)
마준 (그대로 고개 돌려 문앞으로 걸어가더니 노크한다. 똑똑)
구일중E 들어와.
마준 (문을 밀고 들어가는데서)
거성식품, 회장실
창밖을 보며 서 있던 구일중, 돌아보면
문앞에 서 있는 마준, 구일중을 보고 있다.
구일중 니가 이 시간에 여긴 어쩐일이냐?
마준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구일중 (조금은 쎄한 눈빛으로) 돌아가거라.
마준 아버지.
구일중 나는 지금 너하고 어떤 얘기도 하고 싶지 않다.
그만 돌아가! (하고 다시 돌아서려는데)
마준 (순간 참았던 감정이 훅! 치밀고 올라오며 버럭!)
제발 제 얘기도 좀 들어달라구요 아버지!!!
구일중 (? 멈칫... 다시 마준을 보면)
마준 왜... 언제나... 제가 얘길 할때마다 그렇게 등을 돌리세요?
저두 아버지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구요.
구일중 이제와서 니가 무슨 얘길 하든.. 그건 변명밖에 안된다.
나는 너한테서 그 어떤 변명도 듣고 싶지 않아. (하는데)
마준 왜요! 어째서요! 불과 몇 개밖에 같이 안살았던 그 자식은
그렇게 끔찍이 생각하시면서.. 지난 이십육년을 아버지 옆에서,
오로지 아버지가 원하는 길로만 살아온 나는...
왜 변명도 하면 안되는건데요! 왜요!!
구일중 너는 지난 이십육년을 내 옆에서 내가 해주는 모든걸 누리고 살았지만...
탁구 그 아이는, 니 형은.. 아무것도 누린게 없다.
내가 해줄수 있는걸 아무것도 받지 못했어.
마준 ! (본다. 보더니) 그래서 절 그렇게 미워하시는거예요?
탁구가 받지 못하는걸 저 혼자만 누리고 살아서요?
구일중 그 아이가 겪은 세월을 생각하면 나는... 숨이 쉬어지질 않는다.
그 어린 나이에 겪었을 그 고통스런 세월을 떠올릴때마다...
내 가슴에 피가 맺혀. 이런 심정을 니가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제발 그만 돌아가거라. (그러면서 그대로 지나쳐 가려는데)
마준 (얼른 그 앞으로 무릎을 꿇으며 구일중을 막는다)
제가 잘못했어요 아버지!
구일중 (멈칫..! 내려다보며)
마준 다른뜻은 없었어요... 전 그냥.. 그 녀석을 이기고 싶었어요.
(절절한 진심으로)
언제나 아버지한테 저보다 먼저인 그 녀석을... 이겨버린 다음...
제일 먼저 아버지한테 와서 말씀 드릴려구 했다구요! 아시겠어요?
구일중 (본다. 왠지 마준의 그 말이 짠하지만) 그만... 비키거라.
(그리고는 그대로 지나쳐 나간다)
마준 ...! (그대로 굳어버린다)
구일중, 그대로 문을 열고 나가려는데 문 앞 저만치에 서 있는 한승재.
굳은 표정으로 그 앞에 서 있다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구일중을 본다.
(아주 짧지만 한순간 한승재의 눈에서 칼이 스친다)
구일중, 그런 한승재를 표정없이 바라본다. 보더니
그대로 쎄한 표정으로 지나쳐 가버린다.
한승재, 열린 그 문 뒤로 무릎꿇은채 앉아 있는 마준을 본다.
순간 피가 거꾸로 치오르는 기분을 느낀다.
꾹 누른채 천천히 그 안으로 들어와 마준의 뒤에 선다. 서더니
한승재 그만.. 일어나거라.
마준 (끝까지 눈물은 절대 흘리지 말것..! 그저 붉어진 눈시울로 앉아있으면)
한승재 어서 그만 일어나래두... (하면서 마준의 어깨를 잡는데)
마준 (있는 힘껏 탁! 한승재의 손을 뿌리치며 버럭) 손대지 마!!!
한승재 (멈칫..! 보면)
마준 (그대로 일어나 돌아본다. 보더니 사무친 눈빛으로 보며)
나.. 건드리지 마. 내 몸에 손대지 마아!!!
한승재 ! (보면)
마준 (노려본다. 보더니 그대로 홱! 지나쳐 가버린다)
한승재 ...!
가슴 한쪽이 깍여져 나가는 아픔, 절망...
그러면서 비어있는 구일중의 책상을 보면서 일어나는 차가운 분노..
한승재, 걷잡을수 없는 그 마음에서.
복도.
그대로 성큼성큼 걸어나오는 마준, 가슴이 아픈듯 쭉 걸어온다. 오다가
천천히 걸음을 멈춘다. 허탈하고 쓸쓸한 시선으로 돌아본다.
유경이가 보고싶다. 바라보는 시선에서.
거성식품, 비서실.
비어있는 유경의 책상... 보여주다가.
관리실 창고안.
한쪽 책상앞에 앉아 있는 유경, 종이위에 무언가 쓰고 있다.
辭職書(사직서)다.
쭉 써내려가던 유경, 순간 또 다시 억울함이 복받쳐오른다.
그대로 쓰던 종이를 한손으로 꾹 움켜쥐어버린다.
이대로 그만둬야하는걸까... 그러기엔 너무 억울한 그녀,
어찌할바를 모른채 그대로 고개를 푹 숙이는데 그 때
끼익... 뒤에서 문이 열린다. 유경, ? 돌아본다. 순간 멈칫....
거기 그 앞에 서서 유경을 바라보고 있는 마준.
유경 ...! (본다, 천천히 일어나 마준을 보면)
마준, 천천히 창고안을 둘러본다. 그 먼지가운데 서 있는 유경을 본다.
마준, 이제껏 본중 가장 슬프고 아픈 눈빛으로 유경을 보더니
한걸음 한걸음 유경을 향해 걸어온다.
유경, 그런 마준을 본다.
마준, 그렇게 계속 유경앞까지 걸어온다. 멈춰선다.
유경, 그런 마준을 경계하듯 노려본다. 노려보는데
마준 (유경을 본다. 보다가) 너.. 여기까지.. 온거냐?
유경 (본다. 보다가 시선 피한다. 순간 속상함으로 눈물이 글썽해지는데)
마준 (갑자기 아무말 없이 한팔로 유경을 꼭 안는다)
유경 ...! (움찔하는데)
마준 용서하지 마...
유경 (그 말에 순간 멈칫...! 왜 이러지? 하면서 떨어지려는데)
마준 (두 팔로 더 꼭 끌어안으며)
절대루 용서하지 말자...
(순간 여태까지 참고 참았던 눈물이 처음으로 툭...! 떨어진다)
너를 여기까지 떨어뜨린 그 사람들... 절대루 용서하지 말자 우리...!!!
(순간 큭..! 울음이 터지며 그대로 유경의 어깨에 얼굴을 묻는다)
유경 ! (뭐지? 안긴채 보면)
마준 (소리없이...운다. 그의 어깨가 흔들린다)
유경 ! (이 사람... 울고 있다! 조금은 놀란 눈빛으로 멍하니 보면)
한승재 사무실.
조금 전 마준의 모습 때문에 상념에 잠긴 한승재의 표정위로,
마준E 용서하지 말자... (45씬 감정 연결로)
거성家, 안방침실.
이것저것 처분할거리들을 찾고 있는 서인숙,
이런저런 문서들과 채권, 유가증권같은것들을 뒤적이는 중이다.
그러나 충당할만한 뾰족한 수는 떠오르지 않고...
한숨으로 옆에 있던 술잔을 집어들어 한모금 마신다.
어떻게든 이 위기를 넘어가겠다는 집념으로 응시하는 모습위로
마준E 절대루.. 용서하지 말자...! (45씬 감정 연결에서)
탁구 / 마준의 방.
거울앞에 서는 탁구, 제법 깔끔하게 옷도 차려입고, 머리도 만지고,
그 뒤, 열려있는 문 뒤로 슬그머니 나타나는 미순, 들여다보면
탁구, 뭐가 좋은지 계속 흥얼흥얼거리는 노래
"인천앞바다에 사이다가 떴어도 고뿌없이는 못마십니더!
꿍따라닷따 삐약삐약, 꿍따라닷따 삐약삐약~"
이 꿍따라닷따 삐약삐약 부분에서 어릴적 탁구처럼 개다리 모션
한번 들어가주면서 뒤로 쿵! 돌아서다가 흠짓!
탁구 아 깜짝이야!!! 뭐하냐 너 거기서!
미순 (물끄러미 보더니) 그러는 넌 뭐하냐 지금?
탁구 보면 몰라? 나갈 준비 하구 있지.
미순 으응.. (고개를 끄덕이더니) 못보던 옷이다?
탁구 어어... 저 아래 가게에서 떨이 하는거 하나 싸게 사입었다. 흐흐.
미순 으응.. (고개를 끄덕이더니 한쪽에 놓여 있는 빵바구니를 본다)
그건 웬 빵이야?
탁구 이거? 보리밥빵! (팔봉상호가 있는 종이봉투에 빵들을 담기 시작하면서)
유경이 갖다 줄라구 새로 구웠지.
미순 으응.. (고개를 끄덕이더니) 어제두 빵 가져갔었잖아.
탁구 어제 가져갔던 빵은 깜빡하고 내가 도로 들고왔지 뭐냐. 명색이 첫 번째
경합까지 통과한 빵인데 유경이한테 맛은 보여줘야할거 같아서.. 흐..
미순 으응... (고개를 끄덕이더니) 근데 너 2차 경합 준비는 안하냐?
탁구 (흐흐 그래도 좋다고 웃더니)
오늘만 나갔다와서 내일부턴 2차 경합에 전념이다.
그럼 오빠 다녀올게? (하면서 나간다)
이층복도.
미순, 자기 앞으로 지나쳐 나가는 탁구의 뒷모습을 본다. 보다가
미순 (흥! 혼잣말로) 가다가 확! 넘어져라. (하는것과 동시에)
쿵! 무언가에 걸려 넘어지는 탁구.
미순, 흠짓! 진짜 넘어지자 자기가 더 놀라서 보더니
그대로 홱! 돌아서서 종종종 방으로 도망치듯 사라진다.
탁구, 아우 아퍼서 무릎을 싹싹 비비면서도 봉투안의 빵부터 확인한다.
일단 무사하다. 안심하는 표정에서.
관리실 창고 안. N.
한쪽에 무언가 쌓아놓은것들 위에 나란히 앉아 있는 마준과 유경.
유경 (돌아보며) 이제 좀... 괜찮니?
마준 ...
유경 늦었다. 그만 가라. (하면서 피곤하게 일어서는데)
마준 (유경의 손목을 잡는다) 나하구... 같이 있자.
유경 (? 본다)
마준 (시선을 들어 유경을 보더니) 오늘밤.. 나하구 같이 있자.
유경 (? 본다. 보다가 순간 멈칫..! 해서 본다. 보다가 손목을 확! 빼는데)
마준 (안놓친다, 감정담아) 같이 있자구 쪼옴!!! (하는데)
유경 대체 뭘 어쩌자는거야?
너 때문에 지금 내가 어떤 꼴을 당하는지 안보여?
내가 여기서 더 얼마나 떨어지길 바라는건데?
내가 여기서 더 얼마나 짓밟혀야 니 속이 시원하겠냐구!
마준 (본다. 보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유경을 보며) 너...
아직두 더 떨어질게 남았냐? 아직두 더 짓밟힐 자존심같은게 남았어?
아니잖아. 쥐뿔 아무것도 없잖아!
더 이상 버틸힘도 없고 더 이상 내세울 자존심도 없잖아!
그러니까 나라도 붙잡으라구!
유경 미쳤구나 너! (하는데)
마준 복수하고 싶지 않아?
유경 (멈칫... 본다)
마준 우리 엄마한테.. 보란듯이 복수하고 싶잖아, 아니야?
(본다. 보며) 하라구! 내가.. 이용당해줄테니까.
유경 ......!!! (쿵..! 하는 기분으로 보면)
마준 날 좋아하라느니, 나만 바라보라느니 그런거 안바래.
니 마음에 누굴 두든 누굴 그리워하든 간섭할 생각도 없어.
그런 군더더기 갖다 붙이기 시작하면 나 역시 피곤해지니까.
유경 너 왜 이래? 자꾸 나한테 이러는 이유가 뭐야?
마준 (사실은 니가 좋아서... 너하고 같이 있고 싶어서.. 라고 말하지 못한다.
못한채 바라보더니)
나도.. 복수해주고 싶거든. 그 사람들한테...
유경 ? (본다. 이 애 지금 뭐라고 하는거지? 의아한 눈빛으로 본다)
마준 (진심으로 쳐다본다. 그 시선에서)
유경의 집 앞. N.
스윽.. 그 앞으로 나타나는 탁구의 얼굴.
연립주택을 올려다보며 살짝 난감해진다.
탁구 아.. 어디가 유경이 집인지 알아놓을걸. 들어왔나, 안들어왔나아....
(하더니) 유경아! 신유경엉!
(하고 조심스럽게 불러본다. 어느 집도 대꾸가 없다, 좀 더 크게)
신유경! 신유겨어엉!!! (대답 없자 좀 더 크게) 신유겨어엉!! (하는데)
소리1 아 누구야! 진짜아!!!
소리2 어떤 미친놈이야 이 밤중에!!!
탁구 (어이쿠..! 얼른 한쪽으로 몸을 숨긴다) 아직 안들어왔나...?
(하면서 들고 온 빵봉지를 들여다본다) 지금 먹어야 딱 좋은데...
(하면서 몸을 숨긴 그 장소에 털썩 자리잡고 앉는다)
저쪽으로 택시 한 대가 다가서는게 보인다.
탁구, 빠꼼히 고개 내밀고 보면 그 멈춰선 택시에서 내려서는 유경.
탁구 (순간 반갑게) 어.. 유경이다. (하고 일어서는데 순간 멈칫! 보면)
유경의 뒤로 따라내리는 또 한사람. 마준이다.
탁구, 순간 움직이지 못한채 우뚝 멈춰선다.
그 앞으로 나서지 못한채 그 자리에 서서 바라보면
연립주택앞까지 걸어오는 마준과 유경.
유경 (멈춰서서 돌아본다) 됐어. 그만 가.
마준, 멈춰서서 휘, 연립주택을 둘러본다. 쭉 보다가 그의 시선 문득
저쪽 구석쪽에서 이쪽을 보고 있는 탁구와 시선이 마주친다.
탁구, 마준을 본다.
마준도 역시 탁구를 본다. 순간 미묘하게 변하는 그의 표정
유경, 전혀 눈치채지 못한채 연립주택쪽으로 돌아서는데,
마준 (다시 유경의 팔을 잡는다)
유경 (멈칫.. 마준을 보면)
탁구 (역시 멈칫.. 바라보면)
마준 (유경을 본다. 보더니 그대로 쓱 유경쪽으로 몸을 숙인다)
탁구 ...! (쿵! 쿵! 쿵! 순간 심장박동수 올라가며 쳐다본다)
탁구의 시선으로 보이는 그 두 사람,
마준이 유경에게 허리를 굽혀 얼굴에 입맞춤하는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그런데 유경이가 가만히 있는다.
탁구, 믿어지지 않는 표정으로 그 둘의 모습을 바라보면,
그러나 사실 마준은 유경의 귓가에 대고 말을 하는 중이다.
마준 내가 제안한거.. 잘 생각해봐.
유경 (짐짓 물러서려는데)
마준 (턱..! 유경이가 못움직이게 어깨를 잡으며)
니가 마음만 한번 잘 먹으면 나를 비롯해 내가 가지고 있는 모든걸
다 누릴수 있어. 잘만하면... 거성의 안주인이 될수도 있어.
니가.. 다 가질수가 있다구. 무슨 뜻인지 알겠어?
유경 ! (거성의 안주인...? 그 말에 고개 돌려 마준의 얼굴을 본다)
마준 (유경의 얼굴을 보며) 나는.. 거기까지도 생각하고 있다구.
유경 (그런 마준의 얼굴을 빤히 본다)
마준 (노골적이며 다분히 의도적인 눈빛으로 유경을 보면)
유경 (짐짓 그 시선 피하며) 그만 가!
(하더니 그대로 돌아서서 안으로 들어간다)
멀어지는 유경을 바라보는 마준, 일부러 쓰윽 입술을 손등으로 닦는다.
탁구, 그런 마준을 노려본다. 저 자식...!
들고 있는 팔봉빵집 봉투를 있는 힘껏 꾹 쥔다. 시선에서,
유경의 집. N.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서는 유경, 문을 닫은채 그 문에 잠시 기대선다.
멍하니.. 마준이 제안한 얘기를 머릿속에서 되뇌인다.
유경 유경아.. 안돼. 그건 말두 안돼...
하면서도 천천히 한쪽에 구부리고 앉는 그녀,
사실은 심하게 마음이 흔들리고 있다. 그 모습에서.
유경의 연립주택 앞. N.
서 있는 마준옆으로 뚜벅뚜벅 다가서는 탁구.
마준, 기다렸다는듯 서 있다가 쓰윽 탁구를 돌아본다.
마준 니가 여긴 어떻게 알구 왔어? 너.. 유경이 다시 만나고 있었어?
탁구 어제가 2년되는 날이었다. 왜!
마준 아아... 그래서 어젯밤에 늦은거구나.
탁구 그러는 넌...? 니가 왜 여기 있어?
마준 몰랐어? 난 그 동안 계속 신유경이랑 만나고 있었는데.
탁구 ! (본다)
마준 니가 유경일 떠나 있는 그 2년동안 나하고 신유경..
꽤 진지하게 만나오고 있었어. 물론, 서태조가 아니라 구마준으로.
탁구 (뭐라구? 믿어지지 않는다) 뭐라구...?
마준 사실 신유경은 2년전 팔봉빵집에 오기전부터 날 알고 있었어.
그 전에 창립파티에서 서로 한번 만났적이 있었거든.
탁구 (허..! 본다. 보다가) 너.. 그 말을 지금 나더러 믿으라는거냐?
마준 아니라면 신유경이 지금 어떻게 거성식품에 다니고 있겠어? 안그래?
탁구 (쿵...! 머리위로 무언가 커다란 돌덩이가 떨어진다)
거성식품? 유경이가... 거길 다니고 있다구?
마준 (몰랐나? 이건 그로서도 좀 의외다)
이거.. 신유경이 너한테는 생각보다 비밀이 많구나?
탁구 거짓말하지마. 너 지금 나한테 거짓말하구 있는거지! 그치!
마준 거짓말인지 아닌지 본인한테 가서 직접 확인해보든가 그럼.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가 어딘지, 내가 구마준이라는 사실을
언제부터 알고 있었는지. 니가 가서 직접 물어보면 될거 아냐!
탁구 (순간 어금니를 꾹 문채 마준을 바라보며)
마준 (한걸음 더 쓱 다가서더니) 그러게 내가 말했었잖아.
신유경이 널 과연 다시 만나고 싶어할지가 미지수라구.
니가 생각하는것보다 그 앤.. 훨씬 더 똑똑하고 야망이 커.
결코 너같은 녀석한테 만족할 여자가 아니야.
탁구 (점점 덜덜 떨려오는 기분으로 노려보는 위로 계속)
마준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너같은 녀석... 원하지 않아.
신유경두.. 아버지두...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니가 돌아오길 원하지
않는다구. 그러니까 정신차리고 주제파악 좀 해라 김탁구.
니가 이렇게 자꾸 찾아오고 그러면.. 신유경이 곤란해지잖아. 어?
탁구 (울컥...! 그 말들 하나하나가 다 상처로 팍팍 꽂힌다)
마준 니가 아무리 빵을 배우고 날고 기어도 너는... 여전히 쓰레기야.
그지 새끼에 불과하다구. 그걸 알아야지. 응?
탁구 ! (보면)
마준 (그가 지을수 있는 가장 깔보는듯한 눈빛으로 째려보더니)
그대로 쎄하게 돌아서서 걸어온다.
걸어오는 마준의 눈빛... 완전히 무섭도록 싸늘하게 바뀌어 있다.
그대로 기다리던 택시에 올라타면 출발하는 택시.
그 뒤에 남겨진채 바라보는 탁구,
꾹 주먹쥔 그 손에 들린 빵봉지에서...
그 손등위로 또 다시 빗방울이 떨어진다. 툭.. 투둑.. 떨어지다가.
팔봉집 전경. N.
쏴아아!!! 본격적으로 쏟아지는 비.
양인목의 방. N.
한쪽에서 스탠드불빛에 비춰 책을 들여다보는 양인목, 돌아보면
오영자 (돌아누우며) 아이구.. 또 비가 오나보네...
이번 장마는 정말 길기두 허다... 어이구 징글징글해... (하면서 잠든다)
양인목 (그 말에 창밖을 돌아본다. 시선에서)
팔봉의 방. N.
여전히 아무것도 쓰여있지 않은 종이를 펼쳐놓은채
그 앞에 지그시 눈을 감은채 생각에 잠겨 있는 팔봉,
조용히 눈을 뜬다. 그 위로 빗소리 계속 이어지다가.
팔봉집 앞. N
세워져 있는 구일중의 차.
뒷좌석에 앉은 구일중, 불이 꺼진 팔봉제빵점을 하염없이 올려다본다.
윤기사 회장님.. 벌써 12시가 다돼갑니다.
구일중 ...
윤기사 회장님..
구일중 (앞을 돌아보더니) 음.. 그래. 그만 가야지... (끄덕이더니) 가자구.
윤기사 예.
윤기사, 시동을 걸고 차를 출발한다.
바로 그 때 저 멀리서 비를 쫄딱 맞은채 걸어올라오는 탁구.
그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구일중의 차.
탁구, 차가 지나쳐가는지 어떤지도 모른채 터벅터벅 걸어오고 있다.
저만치 지나가던 차 순간 멈춰서는게 보인다. 비상등 깜빡깜빡 켜지면서
뒷좌석의 문이 열리며 우산을 쓰고 나오는 구일중의 모습.
구일중, 탁구의 뒷모습을 본다
힘없이 축 쳐진 어깨로 걸어가는 탁구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그.
부를까 어쩔까 망설인다. 바라보는데
탁구, 팔봉제빵점 앞에서 천천히 걸음을 멈춰선다.
말없이 고개들어 팔봉제빵점을 올려다본다. 그 위로.
(플랫쉬-백 아니고, 절절한 탁구의 표정위로 마준 대사 소리만)
마준E 이 세상에 어느 누구도 너같은 녀석... 원하지 않아.
신유경두.. 아버지두... 어느 누구도 진심으로 니가 돌아오길 원하지
않는다구. 그러니까 정신차리고 주제파악 좀 해라 김탁구.
니가 아무리 빵을 배우고 날고 기어도 너는... 여전히 쓰레기야.
그지 새끼에 불과하다구. 그걸 알아야지. 응?
탁구, 왠지 그 말이 맞는것도 같다. 그래서 더 마음이 슬퍼진다.
그렇게 하염없이 비를 맞고 서 있는 탁구, 바로 그 때
누군가 비가 오는 하늘을 우산으로 가려준다.
탁구 (멈칫.. 천천히 고개 돌려 보면)
구일중 (조용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다)
탁구 ...! (순간 너무나 뜻밖의 출현에 그저 멍하니 본다) 회.. 회장님요...
구일중 (그 말에 순간 울컥..! 탁구를 본다. 꾹 누른채로) 잘.. 있었나...?
탁구 (그 얼굴을 그저 빤히 본다)
구일중 (역시 그리움 가득한 눈빛으로 빤히 바라본다. 시선에서)
허갑수 / 조진구 / 고재복의 방. N.
빵책을 접고, 스탠드불을 탁 끄는 조진구,
잠자리에 들기 위해 자리로 가다가 문득 창밖을 내다본다.
계속 비가 내리고 있는 그 창문 밖으로
insert> 불이 켜진 제빵점.
조진구, 어? 빵집에 왜 불이 켜져 있지? 하는 표정으로 본다.
짐짓.. 생각하다가 다시 창밖을 쳐다보면.
탁구 / 마준의 방. N.
샤워를 한듯 수건으로 머리를 말리며 안으로 들어서는 마준,
열려있는 창문을 닫으려고 다가서다가 멈칫...
마준도 저 창밖으로 팔봉제빵점에 불이 켜져 있는걸 본다. 시선에서.
팔봉 제빵점. N
비에 젖어 거의 찢어지다시피한 빵봉지를 테이블위에 놓고
탁구, 우선 수건부터 찾아서 구일중의 양복을 털어준다.
구일중 난 괜찮네. 우선 자네부터 닦게. (양복저고리를 벗어서 한쪽에 걸어둔다)
탁구 아.. 예에... (하면서 일단 머리며 얼굴의 물기를 닦아낸다)
구일중 (그런 탁구의 얼굴을 물끄러미 본다)
탁구 (그 시선 의식한듯 더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다)
구일중 (짐짓 시선을 떨구다가 젖은 빵봉지를 본다) 빵이구만.
탁구 (구일중을 한번 보더니) 아, 예. 이번에 1차경합에서 통과한 빵입니다.
구일중 (? 돌아보며) 자네가... 1차 경합을 통과했단 말인가?
탁구 (본다. 왠지 겸연쩍게 웃으며) 예.. 그 빵으루.. 겨우 턱걸이했습니다.
구일중 그렇군... (하면서 젖은 봉지안에 비죽이 보이는 빵을 보며)
무슨 맛일까.. 궁금하군.
탁구 (그런 구일중과 빵을 번갈아 본다. 잠시 보더니)
저기이... 혹시 시간 괜찮으십니까 회장님?
구일중 (? 보면)
팔봉 제빵실 안. N.
한쪽에 구일중이 앉을수 있는 의자를 갖다놓는 탁구.
구일중, 다가와서 그 의자에 앉는다.
탁구, 일단 약식으로 앞치마만 두른채 빵만들 준비를 한다.
구일중, 의자에 앉아 탁구의 하는것을 본다.
탁구, 마지막으로 버릇처럼 구일중의 하던 습도체크를 하려다가 멈칫..
구일중, 그런 탁구를 빤히 보고 있는걸 의식한듯,
탁구, 슬쩍 손을 내리며 그저 손끝만 문질러 체크를 한다.
그리고! 발효된 반죽을 가져다 보리밥빵을 반죽하기 시작하는 탁구.
구일중, 자리에 앉아 탁구의 솜씨를 조용히 바라본다.
탁구의 손놀림, 탁구의 진지한 표정, 반죽하고, 모양을 내고...
오븐에 넣어 굽고.. 하는 일련의 짧은 스케치들을
구일중,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바라본다.
바라보는 구일중의 표정은 점점 탁구가 대견한듯 바뀌어간다.
어느 순간에는 감동하고, 어느 순간에는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하고...
그렇게 빵을 만드는 탁구와 지켜보는 구일중, 두 부자...
서로 말없이 빵을 만들고 지켜보는 가운데
그 두 부자가 같이 하지못했던 지난 14년간의 세월이 지나간다.
점점 구일중의 그 눈에 눈물이 차오른다.
그 감동을 주체하지 못한채 겨우 눌러 꾹 참고 있는 그,
마지막으로 오븐에서 빵철판을 꺼내는 탁구.
쿵! 한번 쳐준뒤 그 빵을 조심스럽게 바구니에 담는다.
그리고 앉아 있는 구일중앞으로 내민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그 빵들을 바라보는 구일중,
탁구 (본다. 보더니) 보리밥빵입니다. 한번.. 드셔보세요.
(하면서 슬쩍 구일중앞으로 좀 더 밀면)
구일중 (그 빵을 내려다본다. 하나를 집어들어 반으로 나눈다)
탁구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바라본다)
구일중 (냄새를 맡는다... 냄새가 좋다. 맛을 본다. 멈칫....)
탁구 (구일중의 표정을 살핀다)
구일중 (천천히 음미한다)
탁구 (아버지가... 뭐라고 하실까..? 기대반 긴장반으로 바라본다)
구일중 (음미하는 그의 두 눈에 결국... 눈물이 차오르기 시작한다)
탁구 (? 본다. 보다가) 회장님...
구일중 (툭... 눈물이 떨어진다)
탁구 (놀란다) 회장님! 괜찮으십니까? 죄송합니다... 맛이 이상합니까?
내가 뭐 잘못 넣었나? (하면서 얼른 하나를 집어들어 냄새를 맡는데)
구일중 아니다...
탁구 (? 본다)
구일중 맛있구나.. (하면서 천천히 시선을 들어 탁구를 본다)
탁구 (본다)
구일중 정말로.. 맛있구나... 탁구야...!
탁구 (순간 멈칫...! 바라본다, 이 분이.. 내 이름을 부른다)
구일중 (울컥...! 하면서) 탁구야...
탁구 .......!!!!!!!!!!!!!!!!! (본다, 이 분이 내 이름을... 알고 있다!!!!)
구일중 (보더니 가만히 손을 뻗어 탁구의 손을 잡는다)
탁구 (그 손을 본다. 보다가 다시 고개들어 구일중을 보면)
구일중 탁구야아..... (하더니 그대로 탁구를 끌어다 가슴으로 꼭 안는다)
탁구 ...! (멍한 표정으로 그저 안긴다)
구일중 (복받쳐 오르는 눈물을 주체하지 못한채)
미안하다... 탁구야.
탁구 (여전히 표정은 멍한데... 그런데 눈시울이 점점 붉어져온다)
구일중 그 동안 널 찾지 못해 미안하다...
이렇게 가까이 두고도 널... 알아보지 못해... 미안하다...
탁구 (점점 더 붉어지는 눈시울)
구일중 내 아들....! 탁구야...!
탁구 (순간 툭...! 떨어지는 눈물, 그제서야 뒤늦게 울컥..!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아버지의 등을 꼭 안는다. 아버지....!
탁구를 부둥켜 안은채 눈물을 흘리는 구일중,
구일중에게 안긴채 흑..! 눈물을 흘리는 탁구의 얼굴,
그 두 부자의 해후 길게 주다가.
그 아래층 제빵점 안. N.
불꺼진 제빵점 안에서 혼자 주머니에 손을 꽂은채 서 있는 조진구,
윗층을 한번 올려다본뒤 나즉히 한숨을 내쉬며 돌아서서 나가려는데
그러다 멈칫.. 문밖에 서 있는 또 한사람을 본다.
그 밖으로 우산을 쓴 채 서 있는 마준의 모습.
하염없이 윗층의 제빵실을 올려다보고 있는 마준의 얼굴...
속을 읽을수 없도록 무표정한 그 얼굴에서 스틸..,
한승재의 사무실. N.
비가 내린 창을 등진채 어두운 사무실에 혼자 앉아 있는 한승재,
그 번뜩이는 눈빛에서,
구일중의 서재. N.
텅빈 구일중의 서재를 들여다보고 있는 서인숙의 얼굴에서,
다시 팔봉 제빵점 안.. N
그리고 눈물로 해후하는 구일중과 탁구....
구일중 (깊은 오열로) 탁구야아아!!! (눈물을 흘리는데서 스틸)
탁구 (흐흑...! 걷잡을수 없는 눈물에서 스틸!!)
그 두 부자의 상봉... 사진속으로 박히면서.
<18부 끝>
.제빵왕 김탁구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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