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3
(진행자) VIP들 입장하십니다
(관계자1) 아, 밀지 마세요
[카메라 셔터음] 자, 들어가세요, 들어가세요
[문이 달칵 열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혜진의 놀란 신음]
괜찮으세요?
[힘없는 목소리로] 네
(의장단원) [손뼉을 짝 치며] 자, 시간 다 됐습니다, 예?
시연 대상자만 남고 전부 다 나가 주세요
경찰분, 경찰분도 문밖에서 대기하세요
[긴장한 숨소리]
야, 경고 방송 시작해
[정자가 흐느낀다]
[무거운 음악] (관계자2) 경고 방송 시작
[사이렌이 울린다]
(진행자) 이제 곧 지옥의 시연이 시작됩니다
대상자 박정자는
4일 전 22시경 지옥의 고지를 받았습니다
시연은 죄인이 지옥에서 겪을 영원한 고통을
대중 앞에서 보이는 신의 개입입니다
이것은 우리 인류에게
죄의 무게를 가르치고자 하는 신의 의도인 것입니다
이것을 지켜보는 모든 분들은
교만과 아집을 내려놓고
참회하는 마음으로
신의 개입을 맞이하여 주십시오
[어두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겁에 질린 숨소리] (진행자) 10, 9
8, 7
6, 5 [혜진의 긴장한 숨소리]
4, 3, 2
1
[무전기가 지직거린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굉음] [사람들이 놀란다]
[땅이 쿵쿵 울린다] [놀란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사람들의 비명] [정자의 힘겨운 신음]
[으르렁거린다]
[소란스럽다]
[비명]
(영호) 어, 어떻게…
(반장) 사격 개시, 사격 개시!
쏘라고, 이 새끼들아, 쏴!
[고통스러운 비명]
[정자가 퍽 부딪는다] [사람들의 비명]
사격 개시!
[은표의 웃음]
(경훈) 가자, 사격!
[총성]
[으르렁거린다]
[경훈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다급한 신음]
[정자의 비명]
[정자의 비명]
[사람들의 괴로운 신음]
[사람들의 비명]
[정자의 비명]
[거친 숨소리]
[사람들의 비명]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의 겁먹은 신음]
[무거운 음악] [형사들이 콜록거린다]
(형사) 어, 어, 씨발
[형사의 놀란 신음]
[안경을 툭 떨군다]
[남자1의 다급한 신음]
[사람들의 다급한 신음]
[혜진의 놀란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혜진의 절망한 숨소리]
[울음 섞인 숨소리]
[주제곡]
[무거운 음악]
[놀란 숨소리]
[힘겨운 신음]
[문이 드르륵 열린다] [경훈의 힘겨운 신음]
여기요!
은표야!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스위치 조작음]
[휴대전화 조작음]
[안내 음성] 전화기가 꺼져 있어 소리샘으로 연결…
[휴대전화 조작음] [아파하는 신음]
[어두운 음악]
[리모컨 조작음]
(TV 속 앵커) 어제 정말 충격적인 일이 벌어졌습니다
많은 분이 생방송을 통해 [무거운 음악]
믿을 수 없는 일을 목격하셨을 텐데요
지금 아마 모든 분들이
이분의 입을 바라보고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 사이에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신 분이죠
그런데 알고 보니
오래전부터 이미 저희가 보도를 해 드렸던 인물이었습니다
이 사건 기억하실 텐데요
(앵커) 우연히 화재 현장을 지나던 한 사람이
홀로 화재 현장에 뛰어들어
네 살 난 아이와 아이 엄마를 구해 냈던 일
모두 기억하실 겁니다
바로 이 사람입니다
대로변에서 무작위로 흉기를 휘두르던 사람에게
무방비로 다가가서 흉기를 내려놓게 해
모두를 놀라게 한 일도 있었죠
그런데 이 모든 사건의 주인공이 한사람이라면
믿어지시겠습니까?
그리고 무엇보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현상을
10여 년 전부터 꾸준히 우리에게 경고해 오신 분입니다
부끄럽게도 우리가 귀를 기울이지 않았던 것이죠
오늘 특집 인터뷰는
새진리회의 정진수 의장님과의 인터뷰
전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의장님,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앵커) 네, 반갑습니다
어제의 충격으로
오늘 수많은 사람들이 생업을 멈추고
혼란에 빠져 있습니다
의장님의 조언이 절실한 때인 거 같은데요
모두 신의 메시지에 대해 생각할 시간이 필요했을 겁니다
뭐, 지극히 자연스러운 반응 아닐까요?
하지만
악을 행하는 것이 두렵다고 해서
(TV 속 진수)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순 없겠죠
[마우스 조작음] 모두 일신을 영위하며
적극적으로 선을 행하셔야 합니다
(TV 속 앵커) 네, 최근 발생한 세 건의 시연 중
마약 살인 사건의 범인을 제외한 두 사람
합성역 사건의 주명훈과 어제의 대상자 박정자
[무거운 음악] 과연 이들의 죄는 무엇일까요?
(TV 속 진수) 그 죄에 대해서는 저희 새진리회도
전력을 다해 추적 중입니다만
민간단체의 정보 수집력에는
아무래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영상 속 진수) 박정자의 경우
이미 주요한 증인들이 모두 해외로 도피했고
그걸 도운 경찰과 변호사 단체도 확인되었습니다
[한숨]
지금 이걸 보고 계신 시민 여러분들과
검경을 포함한 정부 기관들 역시
(영상 속 진수) 그간의 관행에서 벗어나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 주실 것을 요청합니다
(영상 속 앵커) 네, 아마 방송 보시는 분들 모두
비슷한 궁금증을 가지고 계실 거 같습니다
(앵커) 어, 이런 일들이
어째서 최근 들어 집중해서 발생하는 걸까요?
신이 인간사에 개입해서
초월적인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하는 것은
인간의 역사 전반에 걸쳐 존재했습니다
(진수) 따라서 질문은
'왜 지금이냐?'가 아니라
[떨리는 목소리로] '왜 그걸 들여다보지 않았을까?'
그것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TV 속 진수) 아마도 제가 10여 년 전부터
이런 말씀을 반복해서 여러분들께 드리고 있을 텐데요
(진수) 지금에서야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 역시
우리가 그동안 얼마나 신의 의도를 무시하고 살았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겠죠
(영상 속 진수) 그래서 신은 우리에게
보다 더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의도를 그려 내는 방식으로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것이라고
전 생각합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TV 속 진수) 좀
[픽 웃는다]
알아먹으라는 거죠
[무거운 음악] 개새끼가
(TV 속 앵커) 그 메시지라는 것이 새진리회에 따르면
(앵커) 인간들이 더욱더 정의로워야 한다는 것인데
어, 어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하고 추상적인…
[탁자를 탁 치며] 그 당연한 것이
(진수) 인류가 시작한 이래로
단 한 번도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다는
그 사실이!
바로 신의 불만인 것입니다
[한숨]
죄송합니다
(진수) [한숨 쉬며] 저희 새진리회에서 조사한
132건의 고지와 시연을 바탕으로
대상자들의 죄를 분석한 자료집이
새진리회 홈페이지에 공개돼 있습니다
여러분들께서 그걸 보시면
신께서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고 또 무엇을 금지하는지
보다 더 명확한 답을 얻으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네, 저도 그 문서를 어, 밤을 새워서 정독을 했습니다
어쩌면 새 시대의 성경이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듭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이
(앵커) 무엇이 정의인가를 판단하며 살아가기는
사실상 쉽지 않은데요
모두가 의장님처럼 살 수는…
아니요, 우리 인간은
매 순간 무엇이 옳은지 느낄 수 있습니다
신은 우리에게 그 능력을 새겨 놓았어요
[진수의 한숨]
단지 선악을 택할 수 있는 기로에서
우리 인간은 악의 유혹을 떨쳐 내기 어려울 뿐인 거죠
선택권이란
이름만 근사한 형벌일 뿐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악을 방치할 권리는 사라졌고
선을 행할 의무만
남았습니다
그것이 새 시대에 우리 인간이 해야 할 일입니다
(앵커) 네, 더 많은 말씀 듣고 싶지만
(앵커) 어, 오늘은 허락된 시간이 다 돼서
여기서 줄여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시간 부탁드리겠습니다
네, 뭐, 죄송합니다만
저는
아까 말씀드린 의도를 전하는 것으로
쓰임을 다했습니다
(진수) 전 다음 부름이 있을 때까지
신의 자취를 쫓을 계획입니다
새로운 세상에 오신 여러분
환영합니다
(해골 모자) [흐느끼며] 봤습니까? [흥미로운 음악]
우리가 그렇게 사랑받을 존재야?
우리가 그렇게 사랑받을 존재냐고
[흐느낀다]
그런데 정진수 의장
아니, 지금 뭐, 다 끝난 거처럼
그렇게 똥폼 잡고 있을 때야!
신은 우리한테 기회를 주신 거지
그 기회를 완성하는 게 우리의 책무잖아!
여러분들
절대 신나면 안 돼
[탁자를 탁 치며] 신나면 망해요!
분노가 우리의 힘이야!
지금이야 뭐, 사람들이 어제 시연 봤다고 해서, 어?
다들 고개 숙이고 그러고 있지만
좀만 시연이 뜸해지고
학자, 작가, 변호사
이딴 새끼들이 나와서 설치기 시작하면!
세상은 순식간에 과거로 돌아간다고, 알아?
인간의 멍청함, 이거
복원력이 엄청 강해요!
(해골 모자) 얘들 봐, 이거! 어?
모두가 신 앞에 몸을 숙일 때
뻣뻣하게 고개 쳐들고 있던
이 새끼들, 이거, 이거!
낯이 익죠?
그동안 우리의 활동을
[탁자를 치며] 사사건건 방해한 그 새끼들이라고, 이거
아, 새끼들
[악을 쓰며] 와!
진경훈, 야, 이 미친 새끼야!
도대체 어디다 총질을 하는 거야, 이 새끼야
이런 인간들이 있는 한은
우리는 쉴 수가 없어
뭐, 어떡해, 응?
우리가 또 고생해야지, 안 그래?
[트랙패드 조작음]
[다급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혜진) 엄마, 대충 해 우리 지금 시간 없어
혜진아, 갑자기 왜 그래?
(혜진) 옷부터 입어, 빨리
- 아니… - (혜진) 빨리
(혜진 모) 아휴, 난
내 집에서 편히 죽기도 틀렸네
(혜진) 엄마!
[혜진 모의 당황한 신음]
엄마, 미안한데, 어?
그냥 지금은 내 말대로 빨리 움직여 줘, 응?
[다급한 숨소리]
[기어 조작음]
[안전벨트를 달칵 푼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여자1) 어, 이 사람 어제 그 형사 같은데?
[어두운 음악] 여보, 여보
(남자2) 어? 뭐야, 저거
여기는 왜 왔어, 이거?
[의미심장한 음악]
[놀란 숨소리]
[놀란 숨소리]
(혜진) '2004년 10월'
[부스럭거린다]
[혜진의 놀란 숨소리]
[무거운 음악] (남자3) 너 뭐야 네가 여길 왜 와?
(경훈) 놔, 놔, 놔 [사람들이 성낸다]
아이씨!
(남자4) 꺼져, 이 새끼야
(경훈) 놔, 씨! [사람들이 놀란다]
[사람들이 술렁인다] (남자5) 어디 가?
- (남자6) 당신 뭐야? - (남자7) 아저씨
(경훈) 경찰이에요, 경찰 [사람들이 만류한다]
경찰이라고
- (경훈) 경찰이라고, 경찰! - (여자2) 당신 뭐야?
(여자2) 어딜 올라가?
어딜, 어딜 들어가는 거야? 어딜?
- (남자8) 뭐야, 여기 왜 오냐고 - (남자9) 아저씨
(남자9) 아저씨!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 (남자8) 야, 가라고! - (남자9) 야, 잡아
- (경훈) 경찰이라고, 나와 봐 - (남자9) 아저씨 미쳤어요?
(경훈) 경찰이라고, 경찰
(남자10) 뭐 하시는 거예요, 네? [사람들이 성낸다]
(여자3) 하지 말라고!
- (경훈) 정진수, 놔! 씨 - (남자11) 이 새끼야, 나와!
- (경훈) 정진수 - (남자10) 그만하시라고
- (경훈) 나와, 이 새끼야! - (여자3) 하지 말라고!
(경훈) [문을 쾅쾅 차며] 나와, 이 새끼야! 나와!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아, 진짜, 왜 안 받아!
[안내 음성] 다음에 다시 걸어 주세요
[혜진의 한숨] [통화 종료음]
[타이어 마찰음]
(혜진) 엄마 나 금방 갔다 올 테니까 [어두운 음악]
문 잠그고 여기 가만히 있어, 어?
(혜진 모) 알았어, 알았어
[혜진의 다급한 숨소리]
- (영호) 여보세요 - (혜진) 아, 선배, 왜…
(혜진) 아, 도대체 뭐 하는 거야 전화도 안 받고
정진수에 대해서 제보한 사람이 있어
정진수는 20년 전에 이미 예언을 받았던 사람이야
[혜진의 놀란 숨소리]
그리고…
[떨리는 숨소리]
(영호) [울먹이며] 혜진아
우리 그만하자
선배 지금 어디야?
(영호) 혜진아
[카메라 셔터음] 나 너무 무서워
너무 무서워
[흐느낀다]
우리
그만하자, 응?
넌 도망가
도망가
(혜진) 여보세요, 여보세요 선배, 선배!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영호의 울음]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영호) 도망가
[다가오는 오토바이 엔진음]
[타이어 마찰음]
[긴장되는 음악]
이야! [웃음]
[다급한 숨소리]
어? 엄마
- (화살촉1) 할머니, 여기 봐 - (화살촉2) 아, 야, 야!
[화살촉들이 소란스럽다]
(화살촉2) 야, 씨발, 나와 봐 아, 진짜, 씨
[화살촉2의 힘주는 신음] [화살촉들의 환호성과 웃음]
(화살촉3) 할망구 등장이오!
(화살촉2) 야, 족쳐! [혜진 모의 힘겨운 신음]
(화살촉1) 나와 봐, 나와 봐, 야 [혜진 모의 겁먹은 신음]
[퍽퍽 소리가 난다] [화살촉들의 웃음]
엄마, 안 돼, 안 돼!
(혜진) 엄마! 비켜! 비키라고
엄마, 엄마!
[혜진의 아파하는 신음]
[화살촉들의 탄성] [혜진의 힘겨운 신음]
[화살촉들이 깔깔거린다]
- (화살촉4) 제대로 찍고 있어? - (화살촉5) 아, 비켜 봐
[퍽퍽 소리가 난다] 아, 혜진아
혜진아
(화살촉3) 나이스 플레이! [혜진 모의 신음]
(화살촉1) 죽은 건가? [화살촉들의 의아한 신음]
(화살촉6) 아유, 씨
(화살촉7) 야, 됐어, 가자 [혜진의 힘겨운 신음]
[오토바이 시동음]
[화살촉8이 흥얼거린다]
(화살촉1) 할머니, 안녕 [타이어 마찰음]
[힘겨운 신음]
엄마
[화살촉들의 환호성]
[멀어지는 오토바이 엔진음] [힘겨운 신음]
(혜진) 엄마 [무거운 음악]
엄마
엄마, 엄마
[흐느끼며] 엄마
엄마
엄마
여보세요, 여보세요?
어, 여기 도와주세요
도와주세요, 여기 도와주세요!
(경훈) [문을 쾅쾅 차며] 문 열라고!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문 열라고, 문 열라고!
[경훈의 성난 신음]
희정아
- (여자3) 감히 어딜 올라가? - (남자10) 나와! 안 나와?
(남자10) 아저씨! [무거운 음악]
[사람들이 성낸다]
[경훈의 분한 신음] [사람들이 놀란다]
(남자12) 주인 없는 방에서 뭐 하시는 거예요!
(혜진) [울먹이며] 엄마, 엄마 [사이렌이 울린다]
엄마, 엄마 나 여기 있어, 엄마, 엄마
- (혜진) 선생님! 지금 항암… - 보호자분 밖에서 대기하실게요
- (혜진) 67세… - (간호사1) 잠깐만요, 예, 아니요
- 폭행을 당했어요 - (간호사1) 접수부터 하실게요
(간호사1) 네, 네, 알겠어요 원무과에 접수부터 부탁드릴게요
[흐느낀다]
(직원1) 보호자분
보호자분?
접수부터 하실게요
[흐느낀다] [무거운 음악]
(여자4) 저기 봐, 저기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 (직원1) 저 여자 아니야? - (직원2) 맞는 거 같은데?
[의미심장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영상에서 환호성이 흘러나온다]
[떨리는 숨소리]
[영상 속 혜진의 힘겨운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차분한 음악]
[의료진들이 분주하다]
[떨리는 숨소리]
[숨죽여 흐느낀다]
[신발을 툭 내려놓는다]
(간호사2) 보호자님 여기 들어오시면 안 되세요
이미 돌아가셨어요
[심호흡]
[긴장되는 음악] (남자13) 에이, 지옥에나 가라
(남자14) 이거나 처먹어라!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 (남자15) 나와, 새끼야! - (남자13) 나쁜 새끼야
(여자5) 야, 이 자식아 안에서 뭐 했어? 어!
- (여자5) 안에서 뭐 했냐고! - (경훈) 놔! 이씨
(경훈) 놔!
[경훈의 신음]
[소란스럽다]
[휴대전화 진동음]
정진수 의장님이야
의장님이에요, 여러분!
[사람들이 술렁인다]
[의미심장한 음악] (사람들) 의장님, 의장님
(여자6) 뵙고 싶어요 [사람들의 벅찬 신음]
(남자16) 의장님 언제 오세요? 의장님!
[사람들이 흥분한다]
[경훈의 다급한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진수) 안녕하세요, 진경훈 형사님
정진수 이 개새끼야!
(경훈) 희정이, 희정이 어디 있어!
(진수) 죄송해요 저 때문에 그런 꼴 당하게 해서
지금 희정 씨 때문에 제정신이 아니시죠?
그 전화기 좀 사람들 쪽으로 돌려 봐요
(사람들) 의장님, 의장님!
(진수) 여러분, 안녕하세요
(사람들) 저희를 구원해 주세요!
(여자7) 너무 멋지세요!
(진수) 정진수입니다
여러분, 거기 진경훈 형사님 좀 저한테 보내 주세요
제가 긴히 할 말이 있어서요 부탁드립니다
(사람들) 의장님, 의장님!
(남자17) 의장님, 어디십니까? 기다리고 있습니다!
[긴박한 음악] [사람들이 저마다 소리친다]
지금 어디야, 이 새끼야, 어? [자동차 시동음]
(진수) 지금 이 전화 끊고 제가 주소 하나 보내 드릴게요
희정 씨 만나고 싶으시면 거기로 오시면 됩니다
[통화 종료음]
[휴대전화 진동음]
[기어 조작음]
[비장한 음악]
[어두운 음악] [안내 음성]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안내를 종료합니다 [다급한 숨소리]
[경훈이 손전등을 탁 켠다]
[긴장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혜진의 떨리는 숨소리]
(정칠) 예?
김정칠 목사님이시죠?
아, 민혜진 변호사님?
아이고,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웃음]
아, 들어오세요
(혜진) 저, 목사님, 그…
정진수 의장에 대해서 제보할 게 있다고 하셨죠?
아, 예
아이, 나 그 친구가 이렇게 유명해질 거라곤
생각을 못 했어요
(혜진) 저기
이때 인터뷰했던 내용 기억나세요?
아, 잠깐만 있어 봐요
녹음된 파일이 있을 겁니다
(정칠) [흥얼거리며] 정진수, 정진수 [마우스 조작음]
정진수 어디 있냐
아, 여기 있네, 이거 들어 볼까요?
- 네 - (정칠) 예
(녹음 속 정칠) 안녕하세요?
(녹음 속 진수) 안녕하세요 저는 정진수라고 합니다
(녹음 속 정칠) 예
저, 신에게 예언을 들으셨다고요 [어두운 음악]
(녹음 속 진수) 그게 신인지 모르겠지만
무서운 존재였어요
희정아
(경훈) 희정아
[긴장한 숨소리]
[건반이 댕 울린다]
[놀란 숨소리]
[건반이 댕댕 울린다] [다급한 숨소리]
정진수!
꼼짝 마, 이 새끼야
[어두운 음악]
안녕하세요
진정하세요
(경훈) 희정이 어디 있어?
(진수) 희정 씨 있는 곳은
제 이야기가 다 끝난 뒤에 알려 드릴게요
저는 20년 전에 예언을 들었어요
(경훈) 뭐?
- (아이1) 같이 가 - (아이2) 빨리 와
[아이들의 신난 탄성] (학생 진수) 꼬맹이들 밥 먹을 때 다 됐는데 어디 가?
너희 빨리 와야 된다?
[의미심장한 음악] [괴성]
(진수) 그때
저기서
처음으로 천사를 봤어요
그때
천사가 나타나서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녹음 속 진수) '너는 앞으로 20년 후'
'오후 22시 30분에 죽는다'
'그리고 너는 지옥에 간다'
[어두운 음악] (진수) [한숨 쉬며] 처음엔 너무 놀라기도 하고
꿈을 꾸는 건가 싶기도 하고
많이 혼란스러웠어요
어, 이게
안 겪어 보셔서 모르시겠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더 또렷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비슷한 사례가 있나 미친 듯이 찾아다녔죠
처음엔
사실이 아니길 바라면서
나중엔 단 하나의 예외를 찾으려고
목사님, 이 녹음 파일 제가 받아 갈 수 있을까요?
[의미심장한 음악]
[파일 삭제음]
아, 안 돼요
이거 제가 방금 지웠어요
(혜진) 예?
며칠 전에 정진수 의장이 날 찾아왔더라고요
(정칠) 정진수 의장이 들은 예언에서 [마우스 조작음]
지옥에 가기로 한 때가 언제인 줄 알아요?
(진수) 저한테 예언된 시간은
10분 뒤예요
(경훈) 왜 우리 딸을 이용했어?
제 죄가 뭐였을 거 같아요?
(경훈) 왜 희정이를 이용했냐고! [진수의 놀란 신음]
제 말 좀 들어 달라고요, 형사님 [경훈이 씩씩거린다]
지금 이럴 시간이 없어요
(경훈) 네 죄가 뭐냐고?
없겠지
기껏해야 문방구에서 연필이나 몇 자루 훔쳤겠지
왜요?
지옥에 간다는데 어떻게 아무 죄가 없을 수가 있어요?
넌 박정자를 제대로 추궁하지 않았어
(경훈) 죄가 있어야 지옥에 간다는 확신이 있었다면
더 집요했겠지
와
역시 형사님이네요
(진수) 근데 저는
정말로 연필 한 자루도 훔친 적이 없어요 [무거운 음악]
거짓말도
누군가에게 상처 준 적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요
[사람들이 즐거워한다]
(진수) 착하게 살면
울지도 않고 얌전히 있으면
엄마가 돌아올 거라고 믿으면서 그렇게 살았다고요
[진수의 한숨]
신이 왜 그런 기묘한 일을 벌이는 걸까요?
(진수) 저는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근데 그걸 알 수가 없었어요
[한숨]
이런 기괴한 일이 벌어지는데 아무 이유가 없으면
사람들이 버틸 수 있을까요?
아마 엄청난 폭동과 정신적인 공황이 찾아올 거예요
이유가 있어야 돼요
이런 기괴한 일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벌어지고 있다
정의를 실현시키기 위해 일어나고 있다는
그런 믿음이 있어야 돼요
그래서
확실한 악인이
지옥에 가는 것처럼 만들어야 했어요
당신 딸까지 같이 할 이유는 없었는데
저 혼자 해도 충분했거든요
근데 왜!
희정이를 이용했냐고
형사님 말에 감동했거든요 [어두운 음악]
(진수) 당신이 얘기했잖아요
인간에게는 자율성이 있어야 한다고
뭐?
말씀대로라면
그 신은 인간의 자율성을 믿지 않는가 보네요?
[픽 웃는다]
(경훈) 그래서
희정이의 자율성을 이용했다고?
아니요
저는
형사님의 자율성에 세상을 맡길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야?
자
저는 말이에요
예언을 들은 후로 지금까지
계속 공포에 시달려 왔어요
20년 동안 이어진 그 공포가 어떤 공포인지 알아요?
(진수) 끊임없는 공포예요
죄를 지을지도 모른다는 공포
타인의 죄를 방치할 수도 있다는 공포
끔찍한 고통에 대한 공포
나는 그 고통 속에서!
20년을 살았어요
[힘겨운 숨소리]
근데 그 공포 때문에
나는 더 바르게 살 수 있었어요
신이 어떤 이유로 이런 일을 벌이는지는 모르지만
나는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내가 느낀 공포를 선사하고 싶어요
그리고 그 공포는
세상을 전보다 훨씬 더 정의롭게 만들 거예요
그 공포가
세상 사람들을
죄에서부터 해방시킬 거예요
[떨리는 숨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정칠) 정진수 의장이
저한테 아주 좋은 제안을 해 왔어요
대신 자기가 지옥에 가기로 한 걸 숨겨 달라고요
그러면 앞으로 다가올 세상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종교 단체인
새진리회 의장 자리를 주겠다고요
그런데 이 친구가 말이에요
그 믿음을 보여 주는 증거로
당신 죽여 달라고 하더라고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혜진의 다급한 신음] [정칠의 웃음]
아, 근데 저는 [오토바이 엔진음]
벌레 한 마리 못 죽이는 사람이에요 [정칠의 웃음]
[놀란 숨소리]
[다급한 숨소리] [정칠의 탄성]
[화살촉들의 웃음] [혜진의 신음]
(화살촉9) 일로 와
[혜진의 힘겨운 신음]
[퍽 소리가 난다] [혜진의 힘겨운 신음]
[혜진의 힘겨운 신음]
[화살촉들의 웃음]
전 정진수 의장과는 전혀 다른 의장이 될 겁니다
뭐, 강력한 의장?
[떨리는 숨소리]
(정칠) 아무튼 만나서 반가웠습니다
민혜진 변호사님
잘 가요
[혜진의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화살촉들의 힘주는 신음] [자동차 시동음]
[화살촉들의 신난 탄성]
(진수) 이제 시간이 별로 없어요
[무거운 음악]
희정 씨는 지금
형사님의 집에서 형사님을 기다리고 있을 거예요
제가 두 가지 선택지를 드릴게요
이제 곧 그것들이 몰려와서 저를 죽일 겁니다
형사님이 그걸 찍어서 세상에 공개하면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질 거예요
그리고 형사님은 곧장 집으로 가서
[웃음]
[진수의 웃음]
형사님의 원수를 죽인 범인으로
형사님의 딸을 체포해요
그렇게 되면
형사님이 생각하는 정의로운 세상이 계속 이어지겠죠
그게 아니라면
제 죽음에 대해 그냥 입 닥치고 사세요
그리고 제가 마련한 세상을 희정 씨랑 같이 누리세요
자유롭게
[어두운 음악]
[땅이 쿵 울린다]
왔다
이제 앞으로의 세상을 형사님께 맡길게요
그리고 혹시 입 닫는 쪽을 선택하신다면
제 시체를 치워 주고 가세요
[굉음]
[사자들이 으르렁거린다]
[진수의 힘겨운 신음]
[건반이 꽝 울린다]
[진수가 연신 가격당한다]
[진수의 신음]
[사자들의 괴성]
[진수의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진수) 제발 그만해
그만해!
[힘겨운 신음]
[우두둑 소리가 난다] [힘겨운 신음]
[진수의 비명]
[비명]
[사자들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경훈이 흐느낀다]
[희정이 경훈을 토닥인다]
[자동차 경적]
[호루라기가 삑삑 울린다]
아유, 저 새진리회 새끼들
.지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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