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봄 4
(베일) [영어] 체이스
[문이 철컥 닫힌다]
[다정의 당황한 신음]
죄송합니다 제가 다른 사람과 착각을 했습니다
[한국어] 괜찮습니다
(베일) [영어] 모국에 돌아온 기분이 어때?
(체이스) 글쎄요 아직은 잘 모르겠는데요 [엘리베이터 문이 탁 열린다]
(베일) 여기 음식이 정말 맛있거든
좀 맵기는 하지만
금방 익숙해질 거야 [엘리베이터 버튼 조작음]
[문 닫히는 소리가 탁 울린다]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음악]
[힘겨운 숨소리]
"VIP 고객 정보"
"미국 로스앤젤레스"
[어두운 효과음]
"세인트 카이저 병원"
"의사 찾기"
"크리스 베일, 앨리슨 켄트"
[의미심장한 효과음]
(다정) '이안 노먼 체이스'
[차분한 음악]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어린 다정) [한국어] 근데 너 아까 왜 내 머리 만졌어?
왜 내 머리 만졌냐고
(권사) 얘들아, 사진 찍자
어서 모이세요
어서, 어서!
(아이들) 네!
네 머리 만진 거
나 아니야
바보
뭐래
(어린 다정) 내가 자기 장난감이야?
(사진사) 사진 찍겠습니다
얘들아, 잠깐만, 움직이지 말고
(권사) 꼬마야 너도 책 들고 이리 와서 서, 사진 찍자
[웃으며] 어서 와
자, 웃으세요, 찍습니다 [카메라 조작음]
(사진사) 오른쪽 끝에 한 발만 안쪽으로 들어와 주세요
얘들아, 앞에 보자
하나, 둘 [카메라 셔터음]
(관계자) 여기 맞긴 맞는데
(진복) 혹시 이때 신자 기록이라든가 그런 거 좀 볼 수 있어요?
(관계자) 없죠
지금 이 교회는 거기하곤 아예 상관없고요
아주 정상적인 교회입니다
목사님도 청렴하신 분이고
일하시는 분들도 다 선하시고요
아유, 뭐, 그렇겠죠
(진복) 근데…
그때는 문제가 좀 있었나 봐요?
이름이 교회라고 다 진짜 교회가 아니거든요
거긴 한마디로 이단
그 목사부터가 진짜 목사도 아니었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관계자) 저쪽 길 따라가다 보면
산 밑에다가 보육 시설 같은 것도 운영을 했는데
그건 뭐, 거의 범죄 조직이었고
실종 아동 불법 감금, 불법 입양 아동 학대
씁, 그때 그걸로 몇 명은 감옥도 가고 그랬을 건데
아니, 기록이든 뭐든 있어도 경찰서에 안 있겠습니까?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철도) 영도 형은 알다가도 모르겠어
왜 결혼을 했을까?
[당황한 신음]
(은하) 불쌍해서?
자기 좋다고 막 덤비니까?
- (은하) 예쁘니까? - 예쁜 사람이 나 좋다고 덤빈다고
냅다 결혼하고 또 냅다 이혼하고 그런 건
사실 내가 할 짓이잖아
(철도) 영도 형이 아니라 [놀란 숨소리]
아, 뭐 또
처음으로 네가 맞는 소릴 해서
(철도) 아, 결혼이고 이혼이고 뭐라도 좀 해 보자
(미경) 건조기에 돌려서 그런지 옷이 자꾸 줄어드네
(민재) 옷이 줄어든 건 아닐 텐데
(미경) 그럼 왜?
(민재) [웃으며] 내일 봬요
[숨을 들이켠다]
[문이 탁 열린다] (가영) 안 바쁘잖아?
아유, 깜짝이야
(가영) 표정 뭐야
누구 기다렸어? 병원 끝난 거 같은데
간호사들 다 퇴근하던데?
무슨 일 있어?
[가영이 돈 봉투를 탁 내려놓는다]
(가영) 피자값
아, 뭐, 굳이 여기까지…
[책상을 탁 치며] 전화 안 받았잖아
(가영) 돈 생겼네? 밥 사 줘
(영도) 나 일 있어 남자 친구하고 먹어
남친 있으면 전남편하고 둘이 밥도 못 먹는 거야?
(영도) 그럼
그렇구나?
(가영) 뭐야
스파이더맨에서 갈아탔어?
아, 그런 거 아니야 그것 좀 그냥 거기 놓지?
그 말만 안 했으면 딱 내려놨을 건데
피자 배달비로 이거 받았니?
그런 거 아니야, 거기 둬
아니면 이리 주든가
(가영) 얘, 너 비율 진짜 똥망이다
머리 너무 무겁지 않아?
- 내가 목 따 줄까? - (영도) 아, 야, 야, 야
나 진짜 지금 나가야 돼
[영도가 인형을 탁 내려놓는다]
오케이
차에서 얘기하자, 데려다줘
[물건을 탁 집어 들며] 일단 나와
(영도) 나와
(영도) 집 아니고 경찰서 간다니까
방향이 다르잖아
인형 놀이도 하고 경찰놀이도 하고
(가영) 여기저기요 배달놀이도 하고
나랑 노닥거릴 시간만 없는 거네?
할 말이 뭔데
그냥 여기서 해
(가영) 너
연애하고 싶으면 하라고
사실 좀 싫은데
싫다고 하면 내가 너무 별로잖아?
[흥미로운 음악] 내가 나 싫어하기 시작하면
내 안의 미친 언니 또 머리 풀고 기어 나올 거고
그럼 난 또 다리 세 개 남은 의자처럼 휘청휘청할 거니까
내가 허락할게
연애해
허락받아야 되는 건 줄 몰랐는데
(영도) 암튼 고맙다
- 진짜 할 거구나? - (영도) 뭘 또 해
- 벌써 하고 있어? - (영도) 뭘 또 하고 있어
- 썸이야? - (영도) 아니야, 그런 거
(가영) 설마 짝사랑이야?
(영도) 아, 사랑은 무슨
- 아, 내가 지금 어떻게… - (가영) 지금 네가 뭐, 너 싱글이잖아
뭐, 그거야…
(가영) 왜
너 한 번 갔다 와서 좀 그렇대?
아니면 그 갔던 데가 하필 쓸데없이 너무 예쁘고 유명한 나라서?
- 그것도 아니면 - (영도) 그것도 아니야
수술한 것 때문에 그래?
(가영) 10년 후 생존율 어쩌고 그거?
그러니까 너 별일 없다는 거지?
(가영) 주영도 말 돌리네?
별일 없고 그 말 하러 온 거면
나 여자로 좋아한 적 있기는 해?
[한숨]
절벽에 대롱대롱 매달린 생명 말고
구해 주고 싶은 환자 말고
만지고 싶고 안고 싶은
그런 여자로
- 가영아 - (가영) 라고 6년 전에 물었을 때도
너 그렇게 말 돌렸지
거짓말은 하기 싫거든
10년 후에 어떻게 될지 모르는 건 다들 그렇지 않나?
[영도의 한숨]
강릉에 갔던 건 특별한 상황이 있었고
암튼 그냥 위층 사람이야 나는 아래층 사람이고
- 나 저, 진짜… - (가영) 쫓아내지 마
알아서 갈 거야
[한숨]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네가 없어져 보면 알겠지 [자동차 시동음]
주영도 마음이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진복) 아, 안녕하세요?
- (다정) 아, 아, 안녕하세요 - 아, 안녕하세요
(진복) 아, 무슨 일로 오셨어요?
(다정) 아, 왔는데 너무 바쁘시면 제가 다음에 오려고…
(진복) 아이, 아, 아 아닙니다, 아닙니다
앉으세요, 앉으세요
(다정) 감사합니다
(진복) 아이고
이 담배꽁초를 이쁘게도 밀어 놓으셨네
[다정이 살짝 웃는다] 아, 전화를 미리 주시죠
좀 여쭤보고 싶은 게 생겨서요
아, 그런 게 생겼으면 오셔야죠
혹시
최정민…
그 사람한테 형제가 있었나요?
[어두운 음악]
(다정) 오늘 똑같이 생긴 사람을 봤거든요
아…
닮은 사람을 보셨구나
닮은 게 아니라 똑같았어요
웃는 얼굴은 더 똑같고 목소리도요
[숨을 들이켠다]
그, 최정민은 가족이 아예 없어요
(진복) 형제는 물론이고
뭐, 기록 다 뽑아 본 거니까 그 부분은 확실할 겁니다
형제도 아닌데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을까요?
[진복이 숨을 들이켠다]
(진복) 그…
그 닮은 사람 혹시 이름 아세요?
저희가 뭐, 알아볼 수 있으면 뭐라도 좀 알아볼게요
그거는 말씀드리기가 좀 곤란해서요
아, 예, 예
무슨 상황인지 알겠습니다
[숨을 들이켠다]
(진복) 그…
교회에서 찍힌 사진 있잖아요
그거하고 관련해서 혹시 뭐 기억나는 거 없으세요?
아, 벼, 별건 아니고요
저희도 이제 수사를 마무리하려다 보니까
이것저것 확인 좀 해야 해서
책을 받으러 갔던 것밖에는 기억이 안 나는데
저도 좀 알아볼게요
같이 갔던 동생한테도 물어보고
(진복) 예, 예
(주인1) 호박 그만 먹어!
요새 호박이 얼마나 비싼데
(미란) 돈 낼 거야
(주인1) 많이 드세요
언니!
와서 뭐 좀 먹고 가!
어? 빨리 와
(여자1) 입맛도 없고 소화도 안 되고
딸 날 잡았다며
(주인1) 좋은 날 두고 왜 그래
어디 아파?
[힘겨운 숨소리]
이만한
돌멩이가 있는 것처럼 그러네?
(여자1) 아, 저, 잠을 못 자서 그런가?
(주인1) 가서 먹게 좀 싸 줄까?
(여자1) 아유
- (여자1) 아니야 - (주인1) 아유
저긴 발 세 개에 손 한 개야?
(미란) 왜 한 손으로 저걸 다 들어?
(주인1) 이제 파스도 안 드는 거지
아유!
나 같으면 자식이고 뭐고 진작에 갈라섰어
아유, 그것도 남편이고 애들 아버지라고
종합 선물 세트야, 아주
술 마시면 손대지, 도박하지
꼴에 여자까지
우리나라에 이혼이란 제도가 있다는 거 모르나?
그거 굉장히 쓸 만한데
(주인1) 예식장에 손 붙잡고 들어갈 아버지는 있어야 안 되냐고
저러고 살잖아
딸 만나는 사람이
의사인가 판사인가
마법사인가 아뿔싸인가 맙소사인가
[주인1의 웃음]
(주인1) 그리고 혼사 때는 또
한쪽 집이 너무 기울면 그게 결국은 또…
왜, 그만 먹게?
[돈을 탁 내려놓는다]
호박이 써
(주인1) 갑자기 써?
(진복) 강다정 씨 왔다 갔는데
언제요?
(진복) 방금까지 요 앞에서 얘기하다가 방금 전에…
아이, 수상해 보여
왜요?
강다정 씨 무슨 일 있대요?
너, 너
(진복) 아, 급한 일 있으면 전화하면 되잖아
(영도) 아…
아, 급한 일은 아니고 전화하는 사이도 아니고
둘이 내외하는 거야?
아, 내외는 아니고
(영도) 위아래 하는 거죠 윗집, 아랫집
자료
(진복) ♪ 위 아래 위 위 아래 ♪
♪ 위 아래 위 위 아래 위… ♪
야, 받아 [진복이 자료를 툭 내려놓는다]
(영도) 근데
강다정 씨는 왜 온 거예요?
최정민 형제 있냐고 물어보더라고
(진복) 똑같이 생긴 사람을 봤대
어디서요?
(진복) 뭐, 어딘지 말 못 한다고 하는 거 보니까
호텔 고객이겠지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정) 우리
어릴 때 교회 갔던 거 기억나?
(태정) 응
진짜? 너 엄청 어렸을 때인데?
기억나, 누나가 초콜릿 받아 와 가지고
[헛웃음] 초콜릿 아니고 책
책도 받고 초콜릿도 받았어
종 모양으로 생긴 거
(태정) 이불 밑에 넣어 놨는데
다 녹아 가지고 엄마한테 혼날까 봐
누나하고 나하고 화장실에서 이불 빨다가 걸려서
(다정) 아… [의미심장한 음악]
[어린 다정의 힘주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여닫힌다]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피곤한 숨소리]
어?
[서랍을 쓱 연다]
아…
안가영?
아, 안가영
아, 안가영, 하…
[휴대전화 조작음]
[휴대전화 진동음] (진호) 팔, 팔, 더 쭉, 쭉!
[가영의 거친 숨소리]
뭔데 또 안 받아?
[힘주는 신음]
신경 쓰지 말라니까?
(진호) 배고프지 말라고 하면 배가 안 고픈가? [가영의 힘겨운 신음]
음
- (가영) 헬로? - 그럼 내가 받아서 바로 욕한다?
(진호) 아이, 끊겼네
(가영) 봐 봐, 전화 몇 통이나 했디?
[휴대전화 조작음]
(진호) 부재중 열한 통
다 주영도
[가영의 어이없는 신음]
이래도 아니라고?
(진호) 또 무슨 일이실까, 어?
- (가영) 아! - 그렇지
(진호) 어유, 어유, 잘하네! [힘주는 신음]
[탁 소리가 울린다]
(영도) 잠깐만요, 잠깐만요
[가쁜 숨소리]
[흥미로운 효과음] [잘그락 소리가 들린다]
[뽑기 통이 댕그랑 나온다]
[발랄한 음악]
[짜증 섞인 신음]
[뽑기 통을 탁 내려놓는다]
아, 이런
[동전을 잘그락 넣는다]
[뽑기 기계를 달그락 돌린다]
[철커덕 소리가 난다]
어?
(다정) 뭐 하는 거예요? [영도의 놀란 신음]
(영도) 아, 아…
나 인형 좋아해요
[영도의 당황한 웃음]
남자고 어른이라도 그럴 수 있잖아요
그렇죠?
(영도) 응
'안녕?' '안녕', '반갑다', '반가워'
뽀뽀 [웃음]
뽀뽀
가질래요?
저런
(영도) 어? 쌍둥이
[웃음]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숨을 들이켠다]
그, 제가 원래 이렇게 놀진 않고요
아…
(주인2) 아니, 5분만 하면 된다더니
하, 며칠 전에는 말만 한 아가씨가 와서 [문이 탁 닫힌다]
또 한참을 붙들고
어? 왜 닥터 할로우 안 나오냐고
어?
여기 있네, 그 아가씨
[익살스러운 음악]
아, 둘이 뭐
내기라도 했어요?
- (다정) 아니요, 그건 아니… - (영도) 아니요, 그런…
[주인2가 동전을 잘그락 건넨다]
(주인2) 2만 원, 이것만 하고 그만해요
500원짜리 없어, 이제
아휴
아니, 뽑기를 무슨 몇만 원어치를…
(영도) 아…
미안해요, 선물을 간수를 잘 못해 가지고
그래서 똑같은 거 뽑으려고…
그게 뭐라고 이렇게까지…
(다정) 여기 닥터 할로우 진짜 안 나오는데
아, 그러니까요
아니, 이거 베드 초이스는 아홉 개가 나왔는데
(영도) 아니, 사진을 이렇게 똑같은 크기로 붙여 놨다는 건
획득할 확률이 비슷할 거라고 표시해 놓은 거지
이 정도로 안 나오는 레어템이 있으면 따로 명시를 했어야 돼요
이거는 정보를 기만적으로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를 유인한 거고
예?
아, 500원
[다정이 숨을 후 내뱉는다]
[밝은 음악]
[뽑기 통이 댕그랑 나온다]
- (다정) 자 - (영도) 어?
(다정) 열어 봐요 [영도가 주머니에 동전을 넣는다]
[영도의 아쉬운 숨소리] [뽑기 통이 댕그랑 나온다]
(영도) 안 나왔어요
(다정) 요거
[다정이 동전을 잘그락 넣는다]
[뽑기 통이 댕그랑 나온다] [영도의 아쉬운 숨소리]
음
[다정이 동전을 잘그락 넣는다]
[영도의 아쉬운 숨소리]
[영도의 탄성]
(영도) 오, 이거 뭐야, 우아!
[함께 놀란다]
우아, 나왔다
[함께 기뻐한다]
(영도) 아… [다정의 어색한 웃음]
[문이 탁 열린다]
(주인2) 뭐야?
(영도) 아, 이, 이게 나왔어요
[다정이 콧노래를 부른다]
(영도) 경찰서 갔었다면서요?
(다정) 사이드 미러인가?
[영도의 의아한 신음]
'눈에 보이는 거보다 가까이 있음'
[영도가 피식 웃는다]
(다정) 왜 갔었는지도 들었겠네요?
(영도) 네
(다정) '베로니카의 이중생활'이라는 영화가 있어요
(영도) 응?
(다정) 야한 영화 아니고
(영도) 나 아무 말 안 했는데
[함께 웃는다]
(다정) 똑같은 시간에 태어나고
똑같이 생긴 여자가 두 명 있어요
한 명은 폴란드인이고 한 명은 프랑스인이고
친척도 아니고 만난 적도 없는데 서로를 느껴요
한쪽이 갑자기 죽으면
다른 한쪽은 영문도 모르면서 갑자기 막 눈물 터지고
도플갱어
그런 게 실제로도 있을까요?
(영도) 그럴 수도 있죠
(다정) 비슷한 얼굴을 똑같은 걸로 착각하는 거라고
뇌 구조 막 그려 가면서 설명할 줄 알았는데
(영도) 가까운 사람을 잃어 보면
뭐든 믿을 수 있게 돼요
영혼, 천국
환생 같은 거 다
[잔잔한 음악]
이제 아픈 몸에서 벗어났으니까
가고 싶었던 데 훨훨 날아다니겠지
하늘나라에선 먹고 싶었던 거 다 먹으면서
행복하게 지내겠지
내가 너무 보고 싶어 하면
바람이 돼서 한 번쯤
나를 스쳐 가 주겠지
[영도가 입소리를 쩝 낸다]
[영도의 한숨]
[영도가 살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다정) [살짝 웃으며] 엄마 전화예요
아…
예, 들어가세요
네
[휴대전화 조작음]
(다정) 어, 엄마
아니, 지금 집에 들어가는 길
- 혼자 있어? - (다정) 응, 왜?
(미란) 아, 늦게 받고 꾸물꾸물하길래 옆에 누가 있나 했지
영도나 영도라든가 영도 같은 거라든가
[헛웃음]
뭐, CCTV세요?
홍 사장이 꿀을 놓고 갔어
옴마, 달콤하시네
근데 또 한 글자네?
(미란) 귤, 떡, 꿀
이러다 엿도 사 오겠어
(미란) 영도는 잘 있고?
엄마
주영도 씨랑 친해?
안 친하니까 너한테 묻지
친하면 내가 전화를 했지
엄마가 주영도 씨 친구야? 전화를 왜 해
그럼 난 네 친구니? 너한테 매일 전화하는데?
아니, 주영도 씨는 [다가오는 발걸음]
- (영도) 예? - (미란) 왜 그래, 뭐야 [다정의 놀란 신음]
(미란) 못생긴 놈이 따라왔어?
(다정) [웃으며] 아니야, 엄마
아니, 여기 주영도 씨가 와서
그래? 바꿔 봐
아, 엄마
(다정) 내가 조금 있다가 다시…
(미란) 바꾸라고
- (다정) 엄마? - 안 들려?
(미란) [큰 소리로] 네 전화기를 영도 귀에 갖다 대라고!
[당황한 숨소리]
(다정) 저…
[함께 어색하게 웃는다]
- 엄마… - (영도) 예
(영도) 안녕하세요? 주영도입니다, 예
잘 지, 지내셨죠?
아, 내가 그날 알바비 준다는 걸 깜빡해 가지고
어떻게
내가 가서 줘야 되나? 아니면 네가 한번 올래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저도 덕분에 뭐…
바다에도 빠져 보고
(영도) 피자 배달도 해 보고, 예
(미란) 그렇지?
하긴
내가 생각해도 좋은 추억을 참 많이도 선물했어
그러니까요, 감사합니다
(미란) 아
자기가 정신과 선생님이라고 해서 하는 얘긴데
내가 오늘 어떤 아줌마를 봤거든?
(미란) 근데 많이 아파 보이는 게 [잔잔한 음악]
(다정) 사이드 미러 같은 인간과
CCTV 같은 인간이
통화를 하고 있다
(미란) [스위치를 달칵 누르며] 아, 왜 참고 사냐는 거야, 내 말은
[문이 탁 열린다]
그러니까 소화도 안 되고 손목도 아프지
그것도 정신병 맞잖아
(영도) 아… [열쇠를 잘그락거린다]
손목은 다른 이유가 있을 거 같고요
소화나 불면증은 소머티제이션 디스오더라고
아, 방금
나한테 욕한 거 같은데
아, 욕이 아니고 그…
스트레스성 신체화 장애라고
왜, 어르신들이 화병이라고 하시잖아요
아, 그럼 화병이라고 하지 왜 어차피 못 알아들을 말을 써?
(미란) 의사 공부 할 때 어려운 단어 외운 거 억울해서 지금
나한테라도 써먹겠다는 거야?
그러게요
제가 왜 그랬을까요?
(다정) 사이드 미러와 CCTV가
통화를
굉장히 길게
하고 있다
(미란) 딸 위해서 참고 살았다?
쥐며느리가 설날 동그랑땡 부치는 소리 하지 말라고 해
(미란) 딸이라고 좋겠니?
자기 엄마가 시든 조팝나무처럼 시들시들 말라 가는데?
추석에 도련님이 귤 까는 소리지
난 그렇게 안 살아
다정이 보면 알잖아, 딱 보이지?
(미란) 나도 이뻐, 다정이도 이뻐
나도 씩씩해, 다정이도 씩씩해
네
너무 알 거 같네요
(다정) 어
어, 엄마도 잘 자
[휴대전화 조작음]
(다정) CCTV가 꺼졌고
[자동차 시동음]
사이드 미러도 떠났다
[의미심장한 음악]
[놀란 신음]
[거친 숨소리]
(TV 속 진행자) 마재국 회장의 와병으로
남매 경영권 다툼이 가시화된 셈이죠?
[문이 달칵 열린다] (TV 속 패널) 네
증권가와 언론사에서도 [문이 달칵 닫힌다]
이번 승계에 상당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죠
(TV 속 진행자) 네 마 회장 병세가 악화되면서 [리모컨 조작음]
[TV 소리가 커진다] 경영권 문제가 일단락될 것으로 보였는데요
이번에 미국 의료진들이 도착하면서 상황이 또 바뀌는 거 같습니다
(영상 속 진행자) 이분들이 그 미국 의료 팀이군요?
(영상 속 패널) 조시 전 미국 대통령의 수술을 집도한 걸로 유명해졌죠
닥터 베일이라는 인물을 중심으로 [어두운 음악]
구성된 의료진들인데요 [뛰어가는 발걸음]
한국계 의사도 한 명 있는 걸로 알려져 있습니다
(영상 속 진행자) 네, 표면적으로는
마재국 회장의 치료를 위해서 입국했지만
속사정은 우호 지분 확보 싸움으로 봐야겠죠? [지글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TV 속 패널) 그렇죠
마진병원이 재단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만큼
누가 마진병원을 장악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건데요
마정아, 마상용 남매로서는
[TV 소리가 계속 흘러나온다] (진복) 엄마
리모컨 좀 줘 봐, 리모컨
엄마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면 [우아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지금 호텔에 있는지
(호) 그것만 좀 확인해 주시면 안 됩니까?
이것만 전해 주면 되는데
[한숨]
(진복) 야, 뭐래?
(호) 고객 정보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된대요
파일은 맡겼어요
[한숨]
계속 여기서 죽치고 있을 거예요?
위에서 최정민 건 종결시키라고 난리인데, 밀린 거 많다고
수사를 해야 종결을 하지
말도 안 되게 죽은 놈이 있고
그거하고 똑같은 얼굴이 나타났는데 확인을 해 봐야 될 거 아니야
아, 그렇긴 한데
여기서 이러고 있다고 만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휴대전화 진동음]
(호) 난리 났네요
(진복) 야, 박호
너 최정민 얼굴 보면 바로 알 수 있지?
(호) 그럼요
첫 부검이었는데요
그러면 네가 한 이틀만 따라다니자
미, 미, 미행 붙으라고요?
그거 돼요? 나중에 문제 되는 거 아닌가?
해 봐서 알지?
장소 이동하면 바로 보고하고
배고프면 좀 참고
화장실 가고 싶으면 좀 참고
(진복) [호를 툭툭 치며] 수고해
저, 저…
(승원) 아, 나 배고픈데
(영도) 뭐라도 좀 하고 배가 고프든가
(승원) 어?
나 이거 먹는다?
(하늘) 야, 그거 네 건데 어떻게 알았냐?
(영도) 승원이 이름 쓰여 있잖아
(승원) 내 이름?
"햄스터 쿠키"
(승원) 햄스터 먹이?
너 또 쥐한테 내 이름 붙였냐?
[하늘의 탄성] (영도) 눈치는 빨라요
(하늘) 햄스터가 원래 그래
(승원) 아, 내 이름도 영도처럼 좀 잘생긴 개한테 붙여 줘
난 쥐가 싫어 [하늘의 헛웃음]
- 우린 네가 싫어 - (하늘) 그래, 네가 싫어 [문이 달칵 열린다]
형님들, 식사하셔야죠
- (승원) 예 - (영도) 어
빠른 거 봐라, 저, 아유
- 가자 - (영도) 응
"구구빌딩"
[노크 소리가 들린다] (철도) 다정아!
[노크 소리가 들린다] 강다정!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다정) 어?
- (다정) 왜? - 우리 여기서 밥 좀 먹어도 돼?
[웃으며] 새삼스럽게
생큐
(철도) 다들 올라오세요!
[다가오는 발걸음] 누구한테 말하는 거야?
'우리'가 너랑 은하 아니었어?
(영도) 2층에 이사 온 제 친구예요 서하늘
강다정이에요
(하늘) 안녕하세요 이름도 참 다정하시네요
(승원) 안녕하세요 저는 영도 고딩 때 친구고요
(영도) 그냥 모른 척하세요
네, 뭐, 안녕하세요
(승원) 준비된 싱글, 광기 어린 천재 미친 열정
그냥 미친놈이에요, 예
(승원) TVC 예능국 천재 PD 천 PD
줄여서 천원
아씨, 누가 천원이래
(승원) 다정 씨에겐 세일해서 500원에 해 드릴게요
(다정) 아유, 어쩌나 제가 전 재산이 50원이라
(승원) 아, 가능합니다 혹시 명함 한 장…
마이너스 통장이에요, 마이너스 50원
- (승원) 아… - (하늘) 좀 가만있어
(승원) 아, 저는 마이너스라도 다…
(영도) 오늘따라 왜 이래, 창피하게
뭐, 난 늘 하던 대로 하고 있구먼
- (승원) 오늘따라 네가 더 이상하네 - (영도) 넣어, 아
(영도) [승원을 툭 치며] 넣어, 빨리
명함 자꾸 꺼내고 그러지 마 [익살스러운 음악]
[영도가 말한다]
(철도) 아, 그럼
형님 모솔인 거예요?
(하늘) 아유, 아니요?
나 완전 진짜 할 거 다 해 봤어
(승원) [하늘을 툭 치며] 말했잖아 꿈에서 한 건 안 쳐준다고
[하늘의 어이없는 숨소리]
(하늘) 아, 영도 넌 내 여자 친구 봤잖아
그때 키 작고 통통하고
(영도) 아아
키 작고 통통하고
어, 기억 안 나
(하늘) 아, 왜 그, 머리 여기까지 오고
얼굴 하얗고 눈 동그랗고
아아, 머리 여기까지
(영도) 하얗고 눈 동그랗고
- (영도) 몰티즈 - (하늘) 아이씨
(승원) 아니지 머리가 여기까지 오면 그거지
그, 뛸 때 막 이렇게 자기 귀로 자기 뺨따귀 때리는 개 있잖아
(하늘) 사람이었다고, 여자, 사람
(승원) 씁, 아, 그… 아, 그, 뭐였더라, 그 이름?
그, 뭔지 아시죠? 그, 뛸 때 막 파팍팍, 파팍팍 [하늘의 어이없는 숨소리]
그, 그 개 이름
코커스패니얼
코커스패니얼
[은하의 웃음]
(승원) 코커스패니얼
(승원) 아, 넌 빠른 85잖아 어린놈이 어디서
(하늘) 아이고, 영감님 늙어서 좋으시겠어요
(영도) 근데 넌 재수했잖아
(하늘) 내 말이, 어디서 04학번이 겸상을 하겠다고
이놈의 새끼, 얼굴을 확 그냥
[하늘의 웃음] (승원) 야, 주영도, 너 누구 편이야?
난 송편
[영도의 웃음] [영도가 승원을 탁탁 친다]
[승원의 한숨]
공부 잘하는 형들도 별거 없구나?
씁, 주영도 씨도 친구들이랑 있으니까 저렇구나
근데 주영도 넌 왜 계속 혼자야?
왜 갑자기 나야, 너나 잘해
(하늘) 얜 매 순간 최선을 다해서 차이고 있잖아
[웃음]
(승원) 맞아
너 솔직히 누구 있지?
너 아직도 집에 안 갔어?
(승원) 얘 지난번에 어떤 여자랑 강릉 갔던 거 알아?
[흥미로운 음악] 그것도 자기가 운전해서
(하늘) 헐 [헛기침]
(승원) 얘 고속 도로 싫어하잖아
우리 전국 일주 때 기억나지?
(하늘) 어, 그, 터널 싫다고 국도로만 다녔었지
(철도) 강릉 가는 길?
계속 터널인데
그럼 둘이 갔을 땐 계속 다정이가 운전한 거야?
(승원) 저, 저, 둘이 간 거였어요?
둘이?
둘이?
(영도) 아유, 야, 야 잘 마셨어요, 갈 때 됐다, 가자, 나가
(승원) 아니야, 아니야 나 지금 너무 즐거운데? [영도가 인사한다]
(영도) 나와, 너 갈 때 됐어
- (승원) 두, 둘이? - (영도) 아이, 일로 와, 일로 와
- (영도) 하늘아 - (하늘) 어 [승원이 당황한다]
[문이 달칵 여닫힌다] 아…
또 뵐게요, 제수씨
[키득 웃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헐 [문이 탁 닫힌다]
뭐
왜
뭐
[다가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어두운 효과음]
[빠르게 다가오는 발걸음]
[초인종이 울린다]
[떨리는 숨을 내뱉는다]
(체이스) 감사합니다
[멀어지는 발걸음]
(진복) 연락 꼭 부탁드립니다
[봉투를 부스럭거린다]
[강렬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어폰에서 음악이 흘러나온다]
[자동차들 경적]
[의미심장한 음악]
[발걸음이 울린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강렬한 음악]
(은하) 아리야
쟤한테 자기가 지금 얼마나 이상한지 좀 말해 줄래?
열 번만 말하기로 했는데 저 열두 번 말했어요
(아리) 이제 안 할 거예요
(은하) 저 정도면
소개팅 나온 사람한테 제발 내 얼굴에 침 좀 뱉어 달라고
구걸하는 수준 아니니?
어, 근데 자꾸 보다 보니까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뭐?
[훌쩍인다]
[울먹이며] 알았어, 내가 금방 갈게
[통화 종료음]
[철도의 당황한 탄성] [휴대전화가 툭 떨어진다]
(철도) 오, 형님
괜찮…
지 않으신데? 뭔 일 있으세요?
[울먹인다]
- 영도가 다쳤대요 - (철도) 예?
(철도) 어디가요? 얼마나요?
- (철도) 지금 어디 있는데요? - 가 봐야 알 거 같아요
[어두운 음악] [뛰어가는 발걸음]
[당황한 신음]
[통화 연결음]
[걱정되는 한숨]
[차분한 음악]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소리샘…
[숨을 후 내뱉는다] (다정) 왜 이렇게 전화를 안 받아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아리) 어서 오세요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통화 연결음] (다정) 하, 왜 이렇게 전화를…
[한숨]
(철도) [작은 소리로] 왜
하, 주영도 씨는?
(철도) 형 병원에 있지
- 어느 병원? - (철도) 마진병원
(철도) 형 외래 보는 데
너 목소리가 왜 그래?
괜찮은 거지? 많이 안 좋은 거 아니지?
(철도) 아, 지금 통화하기 좀…
많이 안 좋은 거야? 그것만 말해 봐
(철도) 아, 지금 좀 그래 내가 전화할게
나 그쪽으로 갈 건데
그 앞에서 전화할 거니까 전화받아 알았지?
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휴대전화 조작음]
[신발을 탁탁 신는다]
[도어 록 작동음]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철도의 웃음] (여자2) 저기, 죄송한데요
제가 갑자기 집에 급한 일이 생겨서요
아, 무슨 일이신데요?
할머니가 아프다고 해서요
아, 어디가요?
그냥 좀 아프시다고 해서요
아, 그렇구나
(철도) 그럼 제가 내일 다시 전화드릴까요?
사실은 제가 내일 유학을 가는데요
예?
유학을 가신다고요?
[환자의 힘겨운 신음]
(영도) 뭘로 들어왔어요?
(간호사1) 일주일 전에 서버래크노이드 허머리지로
코일 색전술 받았어요
(환자) 오지 마, 오지 마 저, 저리 가!
- (영도) 할로페리돌 5mg요 - (간호사1) 네
[환자가 계속 발작한다]
(영도) 섬망 언제부터예요?
(간호사2) 이틀 전부터 환시, 발작 증세 있어서
오늘까지 지켜보고 트랜스할지 결정한다고 하셨는데…
(환자) 어, 오, 오지 마
저리 가, 저리…
아, 안 돼, 안 돼, 안 돼! [영도가 주사를 탁 놓는다]
[피곤한 신음]
[피곤한 숨을 내뱉는다]
- 주영도 - (영도) 어, 선배
[문이 쓱 닫힌다] (주원) 너 밥도 아직 못 먹었구나?
(영도) 아, 정신없었어요
(주원) [힘주며] 외래가 병동까지 돌고
너도 고생 많다, 야
응급실도 갔다며?
파업인데 어쩔 수 없죠
선배도 바쁘죠?
(주원) 너 석 교수님이 병원 들어오라 그랬다며
(영도) 예, 그렇긴 한데…
나 같으면 이참에 모른 척 밀고 들어오겠다
아, 난 내 병원이 좋아서요
너 심장은?
가을에 그러고는 별일 없어?
네, 덕분에요
건강합니다
[휴대전화 진동음]
(주원) 아, 또 시작이네
나 간다
(영도) 수고하세요 [문이 쓱 열린다]
[문이 쓱 닫힌다]
[휴대전화 조작음]
[부드러운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문이 쓱 열린다]
[발걸음이 울린다]
[통화 연결음]
- (영도) 전화를 했으면 받아야지… - (다정) 왜 전화를 안 받아요?
(다정) 지금…
혹시 안 다친 거예요? 아무 데도?
내가 안 다쳐서 화난 거예요?
- 그럼 나 여기서 뭐 한 거예요? - (영도) 그러니까
여기서 뭐 한 거예요?
강다정 씨는 괜찮아요?
뭐지?
몰래카메라인가?
[영도의 힘주는 숨소리]
(영도) 아휴
그래서 내가 개한테 사람 이름 붙이지 말라 그랬는데
(다정) 뭐…
사람 이름, 개 이름
정해져 있는 건 아니니까
철도가 전화만 제대로 받았어도…
잠은 좀 자요?
(영도) 아, 이런 거 안 묻기로 했구나
됐어요
(영도) 뭐가요?
모르는 사람처럼 술 마시는 건 어차피 글렀잖아요
(다정) 심지어 내가 먼저 오버했는데요, 뭐
여기는 왜 와 가지고
전화는 왜 그렇게 하고
걱정되면 그럴 수 있죠
(다정) 괜찮아지고 있긴 한데
아직은 내가 좀 그런가 봐요
어디서 구급차 소리가 나면 갑자기…
그럴 수 있어요
아직은 회복되는 중이니까
완전히 나을 수는 있나?
내가 유리 멘탈인지는 몰랐는데
강다정 씨가 유리 멘탈이면 그건 방탄유리죠 [감성적인 음악]
그거 '아저씨'
'이거 방탄유리야, 개새'…
개? 욕했어, 욕쟁이
안 했거든요? 딱 멈췄거든요? 되게 놀라운 순발력으로
욕하면 어때요
그것도 도움 돼요
방탄유리 아니고 그냥 유리면 어때요
깨지면 병원 오면 되지
그러라고 나 같은 사람 있는 건데?
그러네요
그래도
(다정) 일단은 안 깨지게
최선을 다해 보는 걸로
(영도) 꼭 해 주고 싶었던 말이었다
깨어져도 된다
힘내지 않아도 된다
누군가를 붙잡고 일어나도 된다
[다정의 아쉬운 숨소리] [영도의 웃음]
(영도) 그리고
하마터면 할 뻔했던 말도 있었다
'그 누군가가'
'나였으면 좋겠다'
[개가 헥헥거린다] [철도가 개를 어른다]
(철도) 개영도 잘생긴 것 좀 봐?
- 일 안 해도 돼요? - (철도) 그냥 쉬는 거죠
- (철도) 휴식 - 아…
아, 근데 휴식을 왜 하필 여기서…
형 보면
위로가 돼서요
내가 왜요?
난 그래도
연애는 해 봤거든요
아, 나도 해 봤어요
(철도) 꿈에서 했다면서요
(하늘) [헛웃음 치며] 아, 그걸 믿어요?
믿고 싶어요
나보다 더 쓸쓸한 인간이 있다는 걸
아니라고요 나 사생활 되게 완전 복잡해요
(하늘) 나 되게 난잡한 사람이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난봉꾼이 뭔지 알죠?
막, 막, 어? 막, 막 다 했어
나 막 그런 사람이에요, 막
(철도) '막, 막, 막' 그러니까 막국수 먹고 싶다
형, 저녁 막국수 드실래요?
(하늘) 나는 내가 알아서 먹을게요
(철도) 에이, 꿈에서요?
(여자3) 여기 아버지 물건 뭐, 이것저것 많기는 한데요
찾으시는 게 있을진 잘 모르겠네요
한번 보세요
(진복) 예, 감사합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책장을 사락 넘긴다]
[추 비서의 당황한 신음] [베일의 웃음]
- (베일) [영어] 나 괜찮아 - (추 비서) 가시죠
(베일) 체이스, 한 잔만 더 하지
- (추 비서) 가셔야 합니다, 네 - (베일) 지금 바로?
[베일과 추 비서가 영어로 대화한다]
[엘리베이터 도착음]
(베일) 한잔 더 할래?
- (베일) 다음에? - (추 비서) 네
[엘리베이터 버튼 조작음]
(다정) [한국어] 이게 그 꿀이야
내 것도 한 병 있으니까 이건 그냥 다 너 먹으면 돼
나 일단 화장실
[어색한 웃음]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정이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태정) 일행분은 저쪽에 계십니다만
[어두운 음악]
[어두운 효과음]
[다가오는 발걸음]
(체이스) 실례하겠습니다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겠습니까?
네
(체이스) 호텔에서 본 적 있죠?
(다정) 네
(체이스) 직원이면 내가 누군지도 알겠네요
(다정) 네, 알고 있습니다
- 이름이? - (다정) 강다정입니다
(체이스) 강다정 씨도 나하고 똑같은 얼굴을 알고 있습니까?
[어두운 음악]
최정민
(다정) 그 사람 아세요?
왜 그런 걸 나한테 물어봐도 된다고 생각하죠?
(체이스) 피해자 유족이에요?
내가 사과라도 하길 바랍니까? 같은 얼굴이니까?
난 당신한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안 궁금해요
어차피 나하곤 상관없는 일이니까 그러니까
당신도 나 궁금해하지 마
두 번 다신
날
그런 눈으로
다시는
(태정) 무슨 일이시죠?
(현주) 이안, 이안
비슷한 걸 몇 번 겪었어요
이해해 주시면 좋겠네요
(다정) 아…
아, 아닙니다
어…
제가 실수한 거고 말씀하신 게 다 맞아요
다른 분인 거 알면서도 저도 모르게 자꾸 쳐다봤고
저도 모르게 무서워했어요
불쾌하신 거 당연합니다
죄, 죄송합니다
[한숨]
목소리 높인 건 내가 사과하죠
[멀어지는 발걸음]
(태정) 집에 데려다줄까?
(다정) 아니야, 일해, 나 괜찮아
(태정) 들어가서 뭐 좀 마실래?
너 지금 엄청 궁금하겠다 이게 다 무슨 일인지
좀 혼란스럽긴 하네
근데 뭐, 누나가 괜찮으면 됐지
난 괜찮아
오히려 좀 시원한 거 같기도 하고
[한숨] (다정) 유령인 줄 알았는데
말하고 화내고
그냥 사람이구나
덜 무섭기도 하고
들어가자
(진복) 입양 기록인 거 같지?
근데 목사는 김씨인데
애들은 왜 다 홍씨로 신고를 했을까?
(영도) 씁, 이 숫자가 뭔지 알아야 될 거 같은데
[진복이 부스럭거린다]
(진복) [헛웃음 치며] 이거
이상하지?
흔한 얼굴도 아닌데 [어두운 음악]
[당황한 숨소리] [종이를 사락거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진복) 어
어, 수고했어
오늘은 들어가, 응
[통화 종료음] 내가 박 형사한테
며칠 따라다녀 보라고 했거든? [진복이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뭐가 없어
호텔 있다 병원 갔다
뛰고 책방 가고
(영도) 이 명단하고 출입국 기록 대비해 볼 수 있어요?
이게 진짜 불법 입양 명단이라면
너도 쌍둥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종이를 부스럭거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를 탁 집어 든다]
[진복의 한숨]
(진복) 예, 서장님
아, 예, 저는 아직 여기 있습니다
예
[기어 조작음]
[차 문이 탁 열린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어두운 효과음]
[거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어두운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어린 태정) 산타가 줬어?
똥 다 싸고 왔대?
어, 다 싸고 왔대
(어린 태정) 근데 왜 나는 아까 못 만났어?
(어린 다정) 트리 밑에서 숨어 있었대
(어린 태정) 아…
그럼 지금 산타는 어디 있어?
아직 트리 밑에 있어?
차 타고 집에 갔어?
잘 모르겠어
[차분한 음악]
(아이) 네 머리 만진 거 나 아니야
바보
(어린 다정) 뭐래
쉿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비밀스러운 음악]
(영도) 실례가 안 된다면
최정민 씨하고 어떤 관계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체이스) 내가 대답할 필요는 없는 것 같네요
(영도) 자기 혼자 막 간질간질하고 훅 설레고
그럴 수 있잖아요
(다정) 왜요, 좋았는데
(영도) 이래서 끼다정, 끼다정
(체이스) 이상한 사람이 참 많네요
[다정의 질색하는 신음]
(남자) 잊지 마
내가 너 때문에 어디까지 갔었는지
(영도) 미친 짓
뭐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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