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그이 5
(영구) 여자 친구
괜찮아요? 괜찮은 거 맞아요?
응, 난 괜찮아
근데 여기서 뭐 하고 있었어요? 비도 오는데
(영구) 아
이게 떨어져서
아니, 이게 대체 뭐라고
이런 건 그냥 버리면 되죠
버리면 안 돼, 이건 소중한 거야
됐고
아, 난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고 와 봤는데 괜히 왔잖아요
몰라요, 나 집에 갈 거예요
따라오든지 말든지
나 오늘 12시가 지나면
일주일 체험판이 종료돼
(다다) 아
앞으로 5분 뒤에 체험판이 종료될 거고
(영구) 난 시스템이 초기화될 거야
그러면
여자 친구에 대한 기억도 사라질 거고
어떻게 할까?
이대로 시스템을 종료할까, 아니면
계속 이어 갈까?
미안해요
(다다) 사실
지금의 나는
[감성적인 음악] 나 하나 챙기기도 버거워요
그리고 난 그쪽이
나같이 이기적이고 못된 사람 말고
더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요 그러니까
그러니까
[강조되는 효과음] 종료…
[반짝이는 효과음]
종료
하지 마
요 근래
내가 도망치고 싶을 때마다
그쪽이 내 앞에 나타나 줬어요
마치 다른 차원으로 가는 신비의 문 뭐, 그런 것처럼
그때마다 생각했어요
(다다) 그쪽이 계속 이렇게 나타나 주면 어떨까
그러니까 종료하지 마요
이게 내 대답이에요
(다다) 이봐요, 마왕준 씨
좀 전에 촬영 다 끝났거든요
그리고 우리 오늘부로 다신 보는 일 없을 거야
이제 정말 다 끝났으니까
[차분한 음악]
[한숨]
[무거운 음악]
아무리 찾아봐도 없습니다
아무래도 놓친 것 같습니다
[한숨]
[스위치를 탁탁 누른다]
나 먼저 들어갈게요
여자 친구
고마워
종료 안 해서, 나 데리러 와 줘서
그쪽도 나 데리러 와 줬었잖아요
저번에 비 오는 날
[차분한 음악]
[살짝 웃는다]
[문이 탁 닫힌다]
(다다) 자요
[한숨]
[입소리를 쩝 낸다]
[다다의 한숨]
[오븐 작동음] (다다) 응?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살짝 웃는다]
아까까지만 해도 고장 나 있더니
여자 친구
[잔잔한 음악]
그쪽이 직접해요
[심박동 효과음]
[노크 소리가 난다]
(영구) 여자 친구, 샤워하는 거야?
같이 할까?
미쳤어요? 절로 가요!
(영구) 알겠어
[살짝 웃는다]
보원이 형은 어디 있는 걸까?
[무거운 음악]
[옅은 한숨]
(인혁) 들어가시죠
(지석) 어
(다이애나) 내 장난감!
내 장난감!
[다이애나의 기쁜 웃음]
드디어 갖고 온 거야?
(다이애나) 장난감을 못 줘?
그게 무슨 소리야?
(지석) 그, 제작 중에 작은 착오가 좀 생겼습니다
일주일은 더 기다려 주셔야…
[주전자가 덜덜 떨린다]
[메이드의 놀란 숨소리]
죄, 죄송합니다
(메이드) 아가씨, 정말 죄송합니다
많이 뜨거우시죠?
[메이드의 놀란 숨소리]
괜찮아
(다이애나) 내가
[무거운 음악]
뜨거울 리가 없잖아
죄송합니다
어머, 반지가 티포트 안에 빠져 버렸네?
어떡해
네가 좀 꺼내 줘라
[흥미로운 음악]
네?
(다이애나) 뭐 해?
꺼내, 빨리
[메이드의 떨리는 숨소리]
[메이드의 놀란 신음]
(메이드) [울먹이며]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한 번만 봐주세요
[메이드의 겁먹은 신음]
아가씨, 제발요
[메이드가 흐느낀다]
[서럽게 운다]
이게 뭐가 어렵다 그래?
[흐느낀다]
[지석의 긴장하는 숨소리]
(다이애나) 별거 아닌 거 가지고
진짜 이상한 애야, 그렇지?
[지석의 어색한 웃음]
(란) 아가씨,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아까 하려던 말 계속해 봐
아, 그게, 그
어, 그, 더 완벽한 성능의 로봇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 중에 있습니다
(다이애나) 왜?
난 충분한 돈이랑 시간을 둘 다 준 거 같은데?
예, 예, 그렇긴 한데요
그, 기계라는 게
(지석) 그, 원래 그, 언제 어떻게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거라서요
정말 그 이유가 끝?
- 네 - (인혁) 예, 예
그, 그렇습니다
그래, 그럼, 믿어 줄게
[지석의 어색한 웃음]
(다이애나) 그럼 제로나인은 저번에 내가 말한 대로 만들고 있는 거야?
- 아, 예 - (인혁) 네! 그, 그럼요
그, 저번에 보내 주신 데이터를 바탕으로
그, 여심을 자극하는 얼굴로
[익살스러운 효과음] 땡
[무거운 음악]
그딴 거 다 필요 없어
내가 그 로봇한테 바라는 건 딱 두 가지야
나한테 절대복종할 것
날 배신하지 않을 것
아, 아, 예
뭐, 그건 전에 써 보셔서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아, 제로세븐?
[어색한 웃음]
근데 그건 너무 약해서 재미없던데?
난 더 튼튼한 게 좋은데 [지석의 한숨]
(다이애나) 뭐, 아무튼 최대한 빨리 가지고 와
이래 놓고 약속 시간 어겨서 날 또 실망시키면
나랑 재미있는 놀이 하게 될걸?
[긴장하는 숨소리]
들어가십시오
[인혁의 안도하는 숨소리]
[문이 탁 열린다]
(다다) 읏차
하, 내 이럴 줄 알았어
[다다의 한숨]
[다다의 놀란 숨소리]
여자 친구, 잘 잤어?
(다다) 뭐 하는 짓이에요?
깜짝아
왜, 왜?
오늘부터 우리 정식판이잖아
정식판이면 뭐요? 뭐가 달라져요?
당연히 다르지
인간으로 치면 체험판은 썸이고
정식판은 연애 시작이니까
[익살스러운 음악] 연애요?
어, 몰랐어?
(영구) 아, 근데 여자 친구
오늘 바지가 너무 짧은 거 아니야?
아, 다리를 누가 보면 어쩌려고
(다다) 아, 잠깐…
왜 이래요, 진짜, 보는 사람도 없구먼
이봐요
혹시 어제 일 때문에 오해한 모양인데
내가 어제 종료하지 말라고 한 건
[한숨]
그냥
어, 그동안 내가 그쪽 때문에 시달린 게 얼마인데
어, 치사하게 혼자만 싹 다 잊어먹겠다는 게
억울해서 그런 거거든요?
[한숨]
어떤 이유든 상관없어
가장 중요한 건
우리의 정식판이 시작됐다는 거야
(영구) 그러니까 오늘부터 여자 친구는
내가 주는 사랑을 그냥 받기만 하면 돼
난 그러기 위해서 태어난 연인용 로봇이니까
[발랄한 효과음]
어, 잠깐만, 잠깐만
[반짝이는 효과음]
[밝은 음악]
이건 또 뭐예요?
내가 정식판이 시작되면 여자 친구한테 주는 반지야
받아 줄래?
어, 어, 잠깐만요
이걸 내가 왜 껴요?
이 반지의 주인이 여자 친구니까
(영구) 그리고 이 반지를 끼고 있으면 여자 친구의 기분도 알 수 있고
기분을 알 수 있다니요?
[살짝 웃는다] [흥미로운 음악]
여기 이 보석의 색이 여자 친구의 기분을 알려 줄 거야
(영구) 검은색의 블랙 라이트는
여자 친구가 화나고 슬프고 기분이 안 좋을 때
분홍색의 핑크 라이트는
사랑을 느낄 때
사, 사랑요?
뭐예요, 됐어요
나 그냥 이거 안 받을래요
(영구) 어! 여자 친구
정식판이 시작된 이상
난 오로지 여자 친구만을 위해서 움직이게 됐어
그러니까 이제부터 내가 온전히 작동하기 위해서는
여자 친구가 이 반지를
끼고 있어 줘야 돼
아, 뭐야
아, 족쇄도 아니고 부담스럽게
(다다) 아, 내가 왜 이런 거까지 다 짊어져야 되는 건데요?
부탁해, 여자 친구
[다다의 난감한 숨소리]
그냥 끼고만 있으면 되는 거죠?
[강조되는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그럼 이제
오늘부터 1일이다
[깜빡이는 효과음]
[다다의 난감한 신음]
[다다의 기겁하는 신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헛소리 좀 하지 마요! 바빠 죽겠는데
[짜증 섞인 숨소리]
이게 뭐야?
부업요
부업?
가뜩이나 드라마 끝나서 백수인데
이번 달에 누구 때문에 지출이 엄청나거든요
(다다) 이거라도 안 하면 적금이라도 깨야 될 판이에요
(영구) 여자 친구, 내가 뭐 도와줄 거 없어?
나 여자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어
[깊은 한숨]
아니요, 괜찮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어 주시는 게 도와주시는 겁니다
[밝은 음악] (다다) 쩝, 하긴
봉고차도 내가 그쪽 치는 바람에 수리한 거고
오토바이도 나 도와주다가 그런 거고
[휴대전화 벨 소리]
(다다) 응?
여보세요
어, 다다야
지금 급하게 알바 자리 하나 났는데 같이 할래?
알바?
(규리) 어, 내가 말 잘해서 페이도 더 쳐 달라고 했어
아, 근데 지금 바로 와 달라는데 가능해?
여보세요?
다다야, 듣고 있어?
언니
내 생각엔 언니는 주님이야
어? 뭐라고?
[발랄한 음악]
구세주님!
나 어디로 가면 돼?
랄라랜드?
(웅) 기억 안 나?
'닥터 알파고' 시청률 공약
거기서 프리 허그 하기로 하셨잖아요
아
근데 왜 하필 또 거기야
어쩔 수 없다, 약속이니까
(웅) 빨리 좀 부탁드릴게요, 네
- (웅) 지민아 - (지민) 네
(웅) 어, 야, 이거 좀, 아이고
야, 차에다 좀 갖다놔
이것도, 다 들 수 있겠어? 이것도, 이것도
[긴장되는 효과음] 아, 조심, 조심, 조심
- 그거 뭐야? - (웅) 뭐가?
(왕준) 이, 이 꽃 상자 뭐냐고
[무거운 음악] 아, 이거 다 여기 숍 앞에서 팬들이 준 거지
앞?
[매미 울음]
[왕준의 가쁜 숨소리]
(웅) 뭐야
너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아무것도
[활기찬 음악]
(다다) 아, 놀이동산 오랜만이네
언니
[규리와 다다가 대화한다]
행사 오픈 전부터 반응이 너무 핫해서 규모를 확 키웠어요
(직원1) 오늘 오픈인데 기존 분장 팀 인원으로는
감당이 안 되겠더라고요
[저마다 인사한다]
(직원1) 갑자기 콜했는데 고마워요
모델들 시안이니까 이대로 잘 부탁해요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직원1) 그럼 10분 후부터 시작할까요?
- 네 - (규리) 네
(규리) 야, 야, 야, 야, 야, 야
오늘 출장 페이 평소보다 두 배로 더 받기로 했지롱
언니는 뭐다? 사랑이다
[규리가 살짝 웃는다]
아, 근데 이거 다 하려면 우리 손목 다 나가겠지?
[규리의 한숨]
야 [반짝이는 효과음]
너 이 반지 뭐야?
[난감한 듯이] 어
(규리) 아니, 이거 처음 보는 반지인데?
[규리의 놀란 숨소리]
야, 너 프러포즈 받았어?
아니야
(규리) 아, 그럼 뭔데?
엄다다
7년 동안 내가 네 남친 얼굴 한 번도 못 봤어도
그냥 가만히 있었던 이유가 뭔 줄 알아?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겠지 싶어서야 널 믿으니까
네가 무슨 짓을 해도 네 편인 거 알지?
고마워, 언니
[규리가 살짝 웃는다]
(영구) 여자 친구!
[익살스러운 음악]
(다다) 뭐야? 저쪽이 왜 지금 여기 있지?
(규리) 저기 네 사촌 동생 아니야?
여자 친구라고?
설마…
아, 언니, 저기, 그게 아니라…
야, 야, 야, 야 네 사촌 동생 완전 저돌적이다
(규리) 지금 저거 나한테 하는 말 맞지?
아직 우리 이름도 서로 모르는데
암튼 남친! 남친!
(다다) 언니, 나 잠깐 갔다 올게
(규리) 아, 아
[규리가 살짝 웃는다]
(다다) [이를 악물며] 따라와요
아니, 대체 여긴 또 무슨 일이에요?
나 아르바이트
아르바이트?
응
스태프?
여자 친구가 걱정돼서 따라왔는데 마침 추가 스태프 구한다길래
대체 또 무슨 사고를 치려고요
됐고 빨리 집에 다시 가요
여자 친구
지금 나 때문에 돈이 필요한 거잖아
(영구) 여자 친구 혼자 고생시키고
나 혼자 집에서 가만있을 순 없어
내가 말했잖아요
그냥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도와주는 거라고요
나 여자 친구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아니, 그게 무슨 또…
사람처럼 일도 하고 돈도 벌고 하면서
여자 친구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그런 존재
(영구) 그래야 여자 친구 곁에 오래오래 있을 수 있을 테니까
아니…
(진행 요원1) 저기요, 빨리 와요, 집합이에요
(영구) 예
여자 친구 나 그만 가 봐야 할 거 같아
이따가 봐
[강조되는 효과음]
우리 오늘 계속 한 공간에 같이 있는 거야
그러니까 내가 보고 싶더라도 조금만
[반짝이는 효과음]
조금만 참아
[반짝이는 효과음]
[기겁하는 신음]
조금만 참아
(다다) 아, 진짜 어떡해
괜찮은 거야?
(직원2) 아, 이번에는
그, 관람객들 진상 행동에 대해서 시뮬레이션으로 한번 해 볼게요
알겠죠?
도와주실 분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 없어요
아, 거기 한번 나와 볼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예, 나와 봐요
박수
아, 여기 서시고
내가 다짜고짜 시비 거는 연기를 할 테니까
자연스럽게 한번 대처해 봐요
예
[흥미로운 음악] 아, 기대 엄청 했는데 재미 더럽게 없네
이거 어떻게 할 거야? 환불해 줘
저희가 오늘 행사 첫날이라 부족한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구) 피드백해 주시면 더 좋은 방향으로 개선하겠습니다
같이 개선해 봐요
[직원2의 웃음]
아, 좋았어요, 박수
[직원2의 웃음]
(직원3) 잠깐!
[긴장되는 음악]
적절하게 대처하긴 했지만 생각지 못한 상황들이 많죠?
그러니 이번엔 제가
다른 상황을 한번 해 볼게요
(직원3) 뭐야? 저 귀신 왜 나랑 사진 안 찍어?
지금 사람 차별하는 거야?
[어이없어하며] 미쳤나 봐
아! 짜증 나
(영구) 짜증?
고객님, 많이 짜증 나십니까?
짜증 날 땐 짜장면
[익살스러운 효과음] [영구가 살짝 웃는다]
(직원3) 아니, 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
[어이없는 숨소리]
- 아니, 그럼 우울할 땐요? - (영구) 울면?
[익살스러운 효과음] - 복잡할 땐? - (영구) 볶음밥
[유쾌한 음악] (영구와 직원3) 탕, 탕, 탕, 탕, 탕수육!
(직원2) 한 번 더
(함께) 탕, 탕, 탕, 탕, 탕수육!
[직원들의 웃음]
(직원3) 아, 너무 좋았어요, 엑설런트!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흘러가면서
손님들의 기분을 풀어 주는 거 너무 좋은 아이디어예요
(직원3) 다 함께 박수!
[사람들의 박수] 감사합니다
[활기찬 음악]
[사람들의 탄성]
(직원3) 어머, 잘한다!
[사람들의 환호] [직원2의 웃음]
(직원3) 파이팅
(직원3) [놀라며] 어머
(영구) 제가 들겠습니다
(규리) 와, 사촌 동생 인기 장난 아니다
하긴 저렇게 생겼는데 여자들이 줄 안 서는 게 이상하지
다다야, 나 너무 힘들다
마왕준에 네 사촌 동생까지
[직원3과 영구가 대화한다] 아, 대체 누굴 택해야 되니?
뭐야
걱정돼서 와 봤더니 알아서 잘하고 있네?
(영구) 아, 이거
[직원3의 멋쩍은 웃음] (진행 요원2) 우아, 부러워
- 파이팅 - (직원3) 어, 파이팅 [다다의 심통 난 숨소리]
가자, 우리도 곧 시작하잖아
그래
저놈의 계집애들
[무거운 음악]
(인혁) 지부장님
남보원 차에서 이 가방을 찾았습니다
열어 봐
다이애나 그 여자 말입니다
뭔가 묘하게 섬찟하긴 하데요
(인혁) 하긴, 그러니까 그 마음 약한 남보원이 기를 쓰고 빼돌린 거겠지만
근데 지부장님
이러다 진짜 우리 제로나인 못 찾으면 어떻게 되는 거예요?
저 또 잘리는 거 아니겠죠?
그러니까 최대한 본사 모르게 해야지
너희들도 입조심해
돌아 버리겠네
아니, 우리가 무슨 흥신소도 아니고
평소에 연구만 하고 회사만 다녀 봤지
뭐, 이런 추적을 해 봤어야죠
나도 이런 상황이 처음이라 좀 곤란해
복직하자마자 남보원 새끼 때문에 이게 뭔 꼴이야?
아, 그러게 임자 있는 로봇을 왜 빼돌려, 미친놈이, 쯧
그놈은 제로나인을 친동생처럼 여기니까
(인혁) 아, 그러니까요, 그게 말이 됩니까?
무슨 기계따위한테…
(지석) 그게 남 팀장과 우리의 차이점이겠지
지부장님, 여기 남 팀장님 다이어리에
'리얼'이라고 적혀 있는데
이건 뭘까요?
(인혁) '리얼'?
[무거운 음악]
그야 뭐, 제로나인이 '리얼하다' 그런 뜻이겠지, 뭐
[유쾌한 음악] [시끌벅적하다]
[사람들의 비명]
(손님) 감사합니다
- (규리) 네, 수고하셨습니다 - (다다) 수고하셨습니다
- (규리) 아, 내 어깨, 아, 내 어깨 - (다다) 다 했다
(규리) 어, 어, 저희 분장 다 끝났는데 퇴근해도 되죠?
[살짝 웃는다]
저기
[살짝 웃는다]
부탁할 게 더 있는데
네?
어쩐지 페이가 세다 했다
[한숨]
(영구) 여자 친구
[살짝 웃으며] 내가 들게
아, 됐거든요
(다다) 가서 다른 여자들 짐이나 들어 주세요
(영구) 어?
[익살스러운 음악]
여자 친구, 여자 친구
[학생들의 비명]
잠깐만
내가 대체 왜 열받는 거야?
[사람들의 비명이 들린다]
씁
(여자1) 야, 야, 연예인 떴대
(여자2) 아, 진짜, 빨리 가자, 빨리빨리, 야 [여자3이 말한다]
[사람들의 비명이 들린다]
뭐야? 연예인 왔나?
죄송합니다
[다다의 놀란 신음]
[카메라 셔터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차분한 음악]
[웅이 기자들을 만류한다]
마왕준 씨
(웅) 왕준아!
마왕준!
(영구) 여자 친구
[카메라 셔터음]
진행, 진행, 진행해 주셔야죠 [진행자의 당황한 신음]
[진행자의 웃음]
(진행자) 네, 여러분, 예, 서프라이즈!
[사람들의 웃음]
네, 아유, 깜짝 놀라셨죠?
아유, 갑자기 갑툭튀한 우리 여성분
아,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나 봅니다
[진행자의 웃음]
아무래도 우리 마왕준 씨의
어마무시한 빅 팬인 거 같아요
일단 큰 박수 부탁드릴게요, 네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아, 뭐, 이렇게 이왕 이렇게 된 거 용기 내서 나오셨으니까
특별히 첫 번째로 프리 허그 기회를 드리겠습니다!
[사람들의 박수]
[차분한 음악] 예?
(진행자) 부끄러워하지 마시고요
우리 마왕준 씨 한번 꼭 안아 주세요
[영어] 마왕준 씨 좋아하잖아요
[진행자의 웃음]
[한국어] 네, 여러분, 다 같이 '안아 줘'
- 아, 저, 저, 저, 그게… - (진행자) '안아 줘'
(사람들) 안아 줘, 안아 줘
안아 줘, 안아 줘
안아 줘, 안아 줘
안아 줘 [한숨]
안아 줘, 안아 줘, 안아 줘
안아 줘, 안아 줘
안아 줘, 안아 줘, 안아 줘
[강조되는 효과음] [왕준의 놀란 신음]
[사람들의 놀란 탄성]
[카메라 셔터음] [왕준의 신음]
(진행자) 저, 저, 저기요, 아저씨, 저기…
진행?
네! 이벤트 진행 5년 만에
이런 광경은 처음 봅니다
오, 마이 갓
- 네 - (진행자) 과감한 남 팬 등장!
(진행자) [웃으며] 다시 한번 큰 박수 부탁드릴게요
[진행자의 웃음]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카메라 셔터음]
[왕준의 짜증 섞인 숨소리]
앞으로 프리 허그 같은 거 절대 잡아 오지 마, 알았어?
(웅) 야! 프리 허그 그 공약 네가 건 거거든?
아, 뭐, 난 오늘 다다가 여기서 알바하고 있을 줄 알았나
야, 근데 아까 너랑 그, 프리 허그 한 남자
접때 CCTV에서 봤던 그 사극 보출 맞지?
씁, 오늘도 같이 있는 거 보니까 둘이 분명 뭐가 있는 거 같은데
있긴 뭐가 있어?
누나가 어떻게 알아?
둘이 분위기가 묘한 게
씁, 우리 다다가 벌써 연애를 시작했나
뭐?
[차분한 음악] (웅) 하긴
남자들이 우리 다다를 가만둘 리가 없지
얼굴 예뻐, 성격 진국이야
남자가 똥차래도 일편단심이야
요새 그런 애가 어디 있냐?
- 누나! - 뭐, 뭐, 뭐!
뭐, 샐러드, 커피?
(웅) 뭐, 사다 줄게, 사다 줄게, 나 지금 가
간다고, 가, 가, 가!
[웅의 성난 숨소리]
[왕준의 헛기침] (남자) 어, 마왕준 씨, 마왕준 씨, 안녕하세요
[저마다 인사한다] 오늘 진짜 멋있었어요
아, 네
[사람들이 대화한다]
[직원3이 살짝 웃는다]
(직원3) 원래 얘기했던 일당보다 조금 더 넣었어요
근데 앞으로 여기서 일해 볼 생각 없나?
오늘 보니까 일 너무 잘하던데
죄송합니다
여자 친구 허락 없이는 안 됩니다
게다가 사랑꾼이네
(직원3) 알았어
그럼 돈 필요할 때 언제든지 와요
내가 두 배, 아니
세 배까지 쳐줄게
감사합니다
[직원3이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아! 다들 인스타에서 마왕준 타령인데
아, 나만 못 봤어, 나만
규리 불행해
아, 올 거면 온다고 말을 좀 하고 오지, 씨
오늘 고생 많았어, 언니, 조심히 가
야, 엄따
그, 네 사촌 동생 먼저 갔어?
(규리) 안 갔으면 우리 셋이서 어떻게 맥주 한잔, 카!
나 오늘 너무 피곤해
그래, 그래, 피곤하니까 먼저 들어가고
나랑 걔랑 둘이서, 카!
둘이서
카, 가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알았어
(규리) 치, 어차피 걔랑 나랑은 운명이니까 다시 만나게 돼 있어
나 먼저 간다
(다다) 응
[한숨]
[코를 훌쩍인다]
[차분한 음악]
(왕준) 눈 감아 봐, 뜨면 안 돼
(다다) 응
작네, 이게
아니
딱 맞는데?
[살짝 웃는다]
(왕준) 봐 봐
(왕준) 옛날 생각 나서 와 봤는데
너도 같은 생각 했나 보네
그냥 지나가던 길이야
다 아물었나 봐?
(왕준) 이마 상처
걱정했었는데
다행이다
[옅은 한숨]
아문 지 꽤 됐는데
이젠 괜찮아
나 아무렇지도 않고 아프지도 않아
지금은 그냥
그때의 내가 불쌍하고
내가 바보같이 왜 그랬을까
그 생각뿐이야
그래?
그래
근데 왜
내 눈엔 안 괜찮아 보여?
(왕준) 다다야
(영구) 여자 친구
여자 친구, 무슨 일이야?
(다다) 아무 일도 아니에요
일 다 끝났어요?
(영구) 응
뭔가 오해한 거 같은데
나 여기서 이 사람 기다린 거야
(다다) 우리 이제 가요
[차분한 음악]
(영구) 그래
가자, 여자 친구
[한숨]
미안해요
뭐가?
나 그쪽 이용한 거예요
괜찮아 보이려고
안 아파 보이려고
그게 왜?
난 여자 친구가 이용하라고 만들어진 거잖아
그러니까
언제든지 편하게 이용해, 평생
아니, 그 '이용'이 아니라…
아니에요
어쨌든 미안하다고요
그렇게 알아요
여자 친구, 얼른 가자
2분 47초 후에 버스가 도착해
네
[가방을 부스럭 뒤적인다]
왜 그래, 여자 친구?
지갑이 없어요
아, 그때 떨어뜨렸나 보다
어떡하지?
[입소리를 쩝 낸다]
(다다) 아, 빨리 좀 와 봐요
[자동문이 스르르 열린다]
[프로그램 작동음]
[프로그램 작동음]
[종이 땡 울리는 효과음]
(영구) 여자 친구
[다다의 놀란 숨소리] 찾았어
[다다의 반가운 신음]
(다다) 내 지갑
어떻게 찾았어요?
투시 기능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아무튼 다행이다
여기 안에 현금이랑 카드랑 다 들어 있어 가지고
잃어버리면 쫄쫄 굶나 싶었는데
고마워요
고맙긴, 나 여자 친구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다고요?
손에서 얼음 나오는 거 빼고
[웃음]
아무튼 다행이다
[다다가 살짝 웃는다]
왜 그래, 여자 친구?
아, 아니에요, 좀 신기해 가지고
아까까지만 해도 그렇게 번쩍번쩍하고 시끌벅적하더니
이렇게 조용하고 어둡고 하니까 새롭네요
아, 옛날에 여기 알바하러 진짜 많이 왔었는데
올 때마다 일만 하느라 놀아 본 지도 오래됐네
[다다의 한숨]
[영구가 다다 손을 탁 잡는다]
[밝은 음악] 따라와, 여자 친구
아, 뭐 하는 거예요, 지금?
데이트하자, 여자 친구
데이트?
(다다) 아니, 지금도 여기 몰래 들어온 건데 빨리 나가야 되거든요?
여자 친구
나 비싼 몸이야
[반짝이는 효과음]
[함께 살짝 웃는다]
[다다가 살짝 웃는다]
[영구가 살짝 웃는다]
- (영구) 얼른 - (다다) 아…
[살짝 웃는다]
[놀란 신음]
[다다의 비명]
(다다) 안 돼!
[다다의 신나는 탄성]
우아, 신난다!
안 돼!
완전 재미있죠? 완전 신나
안 돼!
[다다의 비명]
[다다의 웃음]
(다다) 와, 진짜 재미있다, 와
다음에 뭐 타지?
[오류음이 흘러나온다] 음, 뭐 타지?
지금 비틀거리는 거예요?
아니
[경쾌한 효과음] 그러면 우리 더 무서운 거 타요
표정이 왜 그래요?
아니면 이번엔 그쪽이 타고 싶은 거 타요
응
[환호]
[영구의 즐거운 신음] [다다의 한숨]
왜 저래, 진짜
여자 친구, 범퍼카, 범퍼카
이야!
[다다와 영구의 기합]
[다다와 영구의 웃음]
아니, 이제 집에 갈 것이지 뭘 또 기다리래
(영구) 여자 친구!
[밝은 음악]
[놀란 숨소리]
[반짝이는 효과음]
(다다) 스톱, 스톱, 스톱, 스톱
어?
아직 놀라긴 일러, 여자 친구
저길 봐!
[반짝이는 효과음]
[놀란 숨소리]
[다다가 살짝 웃는다]
대박!
[비장한 숨소리]
[웅장한 효과음]
[신기한 신음]
[거친 숨소리]
(영구) 저건 나비야, 여자 친구!
(다다) 나비?
[반짝이는 효과음]
[만족스러운 숨소리]
이거, 이거, 이거 어떻게 한 거예요?
내 마음이야, 여자 친구!
[살짝 웃는다]
[반짝이는 효과음] (다다) 와
[다다의 웃음]
[다다의 기분 좋은 숨소리]
[자동차 시동이 꺼진다] [기어 조작음]
아, 맞는다
왕준아 벌써 프리 허그 기사 다 떴더라
(웅) 아, '여심 사냥꾼 마왕준'
'놀이공원을 뒤집어 놓으셨다'
'프로 여심 스나이퍼 마왕준'
'그의 총알에 맞아 죽으면 그것도 호사다' [웅의 웃음]
야, 다 선플이야, 악플 하나도 없어
봐 봐, 봐 봐
[안전띠를 딸깍 푼다]
(웅) 왕준아
내일 '닥터 알파고 시즌2' 감독님 미팅 있는 거 알지?
아침에 데리러 올게
(왕준) 응
하루 종일 왜 이렇게 다운이야?
[무거운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웅) 아, 뭐야
너 갑자기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아무것도
[긴장되는 효과음]
[다다의 피곤한 숨소리]
여자 친구, 힘들어?
그러면은
여기서 잠깐 쉴까?
왜 그래?
다른 데로 갈까?
(다다) 아, 아니요
막상 앉아 보니까 별것도 아니네
하, 이렇게 쉬운 거였는데
(영구) 응?
뭐가 쉬워?
아니에요, 아무것도
하, 오늘 진짜 고마워요
적어도 이 놀이공원 오면
이제 웃을 수 있을 것 같아요
[웃음]
아, 그나저나
이렇게 불 꺼진 놀이동산에 있으니까 꼭 그거 같다
그거?
왜요, 드라마 속에 나오는 재벌 같은 거 있잖아요
(다다) 재벌들은 꼭 이런 놀이공원 빌려 가지고
'내가 널 위해 준비했어'
폭죽 빵빵, 이러면서 [익살스러운 효과음]
씁, 아니지
아무리 재벌이어도
퍼레이드 카를 조종하고
풍선을 이렇게 하트로 만들고
그런 건 못 할 거예요, 그렇죠?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드라마?
[잔잔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런 거?
(다다) 하, 씨
난, 난 이렇게 느끼한 남자 별로 안 좋아하거든요?
그러면 여자 친구 이상형은 뭔데?
이상형요?
나는
아주아주 못난 사람요
(다다) 돈이 없어도 좋고 다 괜찮으니까
아주아주 인기 없는 사람요
여자들이 거들떠도 안 보는 사람
한 달에 한 번 볼까 말까 한 바쁜 남자도 말고
밥 한 번 먹는 것도
시간 내서 먹는 게 아니라
매일매일 똑같은 반찬이어도 좋으니까
그냥
얼굴 맞대서 먹을 수 있는 그런 사람
여자 친구
그동안 많이 외로웠구나
그냥
그래 보여서
하지만 걱정하지 마, 여자 친구
내가 있는 한 이제 여자 친구는 절대 외롭지 않을 거야
난 절대 변하지 않고 늘 한결같은 사랑을 줄 거니까
언제 어디서나 여자 친구가 원하는 만큼
그럼 지치지 않아요?
난 지치던데
받지 않고 주기만 하는 사랑
말했잖아
난 오로지 사랑을 주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영구) 그러니까 이제 나한테 기대, 여자 친구
뭐야
누가 보면 그쪽이랑 진짜 연애라도 하는 줄 알겠네
싫어?
혹시, 혹시 내가 너무 잘생겨서 그래?
그럼 내가 보원이 형한테 얘기할게
내 얼굴을 막 막 아주아주 못나게 만들어 달라고
근데 그게 될지는 모르지만
[다다의 헛웃음]
쳇, 뭐야
그래도 본인이 잘생긴 건 알고 있나 보네요?
(다다) 하긴, 그러니까 아까 그렇게 여자들 사이에 둘러싸여 가지고
하하호호거렸겠지, 뭐
하하호호, 안 그랬는데?
적어도 내 눈에는 그렇게 보였어요
여자 친구
(영구) 아, 지금 혹시 질투하는 거야?
질투요?
내가요?
[다다의 어이없는 웃음]
미쳤어요?
여자 친구
나 그동안 여자 친구가 어떻게 지내 왔는지 모르지만
확실한 건
여자 친구는 잘못 하나도 없다는 거야
[감성적인 음악] 그러니까
너무 많이 힘들어하지 마, 여자 친구
[살짝 웃는다]
[도어 록 작동음]
[도어 록 작동음]
(왕준) 뭐야, 왜 아직 안 갔어?
너 이거 뭐야?
너 그동안 협박당했어?
[무거운 음악]
왜 나한테 말 안 했어?
말하면 뭐 해?
뭐, 해결돼?
설마 너 이거 때문에 다다랑 헤어진 거야?
(웅) 맞는구나
그럼 다다는?
다다도 알고 있어?
(왕준) 몰라
- 몰라? - 어
- 왜? - 말하기 싫었어
나 때문에 다다 힘든 거 보기 싫었어
그래서 잠깐 헤어지고 해결한 다음에
그다음에 다시 말하려고 했어
헤어지는 데 잠깐이 어디 있어?
말을 했었어야지
무조건 말을 했었어야지!
나도 힘들어!
[한숨]
[타이어 마찰음]
[버스 문 작동음]
[감성적인 음악]
[노크 소리가 난다]
- (스태프) 마왕준 씨 - (왕준) 네
시상식 이제 시작합니다 빨리 나와 주세요
(스태프) 아, 그리고 앞에 이게 있던데 [왕준이 대답한다]
(왕준) 아, 네, 감사합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한숨] (왕준) 이게 너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나 무섭다, 다다야
이러다
네가 정말로 멀어져 버릴까 봐
[다다의 놀란 숨소리]
내려야 돼, 내, 내려야 돼
아, 잠깐만요! 잠깐…
아, 나 좀 깨워 주지!
하마터면 내릴 곳 그냥 지나칠 뻔했네
뭐야, 왜 이래?
고장 났어?
[멋쩍은 신음]
(영구) 여자 친구, 우리 손잡고 걸을까?
(다다) 아유! 왜 이래요?
(영구) 알았어, 여자 친구, 같이 가
[영구의 웃음]
엄다다
나 너 못 보내
나
너 다시 찾을 거야
[한숨]
"리얼"
마이너스 삼십
[입소리를 쩝 낸다]
아, 오늘 일당 합쳐도 마이너스네, 쩝
[불이 탁 꺼진다]
(다다) 뭐야?
정전인가?
응?
뭐 하는 거예요?
창고 방에 있길래
여자 친구 지금 경제 상황이 안 좋은 거지?
(영구) 그렇다면 우선 전기부터 아끼는 게 좋아
[익살스러운 음악]
어때?
제법 환하지?
네, 아주 눈이 부시네요
(다다) 이제 됐어요, 빨리 불 켜요
[경쾌한 효과음]
[다다의 한숨]
이게 뭐예요?
내가 오늘 받은 일당이야
여자 친구한테 도움이 됐으면 좋겠어
예?
[놀란 신음]
뭐가 이렇게 많아? 이거 오늘 일당 맞아요?
응, 보너스도 받았거든
[영구의 웃음]
(영구) 근데 여자 친구
돈 버는 재미가 이런 거야?
네?
내가 직접 번 돈이
여자 친구한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니까 아주 뿌듯해
[살짝 웃는다] 인간들이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지
돈에 목숨을 거는지 이제 조금 알겠어
[웃음을 참는다]
[밝은 음악]
나 이거 못 받아요
아니, 왜?
혹시 너무 적어서 그래?
아유, 아니요, 그런 게 아니라
이건 좀 아닌 거 같아서요
(다다) 그쪽이 고생해서 번 돈이잖아요
그럼 그쪽 돈인 거죠
아니
이건 내가 여자 친구를 위해 번 돈이야
난 이런 거 필요 없어
(영구) 난 오로지 여자 친구만 있으면 돼
[입소리를 쩝 낸다]
(다다) 하, 그럼 이렇게 해요
[다다가 봉투를 바스락거린다]
반은 그쪽이 비상금으로 갖고 있어요
혹시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 하지만… - (다다) 괜찮아요
난 부업도 있고
이번 한 달은 최대한 아끼면서 살면 돼요
[잔잔한 음악]
고마워, 여자 친구
잘 가지고 있을게
근데 이게 다 뭐냐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도 아니고
내가 못 산다, 진짜
못 살아?
안 돼, 여자 친구
아무리 힘들어도 살아야 돼 죽으면 안 돼
내가 더 잘할게
[쿡 웃는다]
귀엽다, 귀여워
아니, 나 안 귀여워
알 건 다 알거든
그쪽이 뭘 아는데요?
[강조되는 효과음]
알려 줘?
[감성적인 음악]
[발랄한 효과음]
(왕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 있어
마지막 부탁이야 너 올 때까지 기다릴게
(다다) 너 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건데?
(다다) 진짜 그쪽은 주기만 하네요
내가 그렇게 못되게 굴었는데
날 좋아하지 않아도 상관없어
내가 여자 친구를 사랑하면 되니까
(다다) 난 이제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할 자신도 없고
사랑 때문에 더 이상 상처받기도 싫어요
(다다) 더 이상 나한테 잘해 주지 마요
미안한데 나 급한 일이 생겨서 금방 다녀올게요
(영구) 무슨 일이야?
(다다) 그쪽 바보예요?
조금 기다리다가
몇 시간씩이나 안 오면 그냥 돌아가야지
왜 이렇게 미련해요?
(영구) 조금 늦었어도 이렇게 와 줬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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