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봄 6
(영도) 그러니까요
아니, 뭐, 항상 남들하고 속도 맞춰야 되나?
자기 혼자 막 간질간질하고 훅 설레고 그럴 수 있잖아요
(다정) 원래 눈은 그러라고 오는 거잖아요
핑계 대고 미친 짓도 해 보라고
[달려오는 발걸음]
[거친 숨을 내뱉는다]
미친 짓
뭐 하고 싶어요?
눈 오는데
미친 목련
아직도 있어요?
설마
(영도) 응
[다정의 당황한 신음]
(다정) 매일 이러고 학교를 다녔다고요?
(영도) 아니요, 난 정문으로 다녔죠
누가 이렇게 힘들게 다녀요
(다정) 근데 난 왜 이 계단을 오르고 있어요?
(영도) 이게 더 미친 짓 같아서
(다정) 헐
진짜 미친 짓 해 볼래요?
여기서 가위바위보 해서
[부정하는 신음]
그건 미친 게 아니라 오글거리는 거
밀어 주기 어때요? 밑으로
(영도) 오, 저런
[영도의 웃음]
싫어요?
[감성적인 음악]
(다정) 너구나?
이 구역의 미친 목련이
(영도) 그렇게 인사하면 안 돼요
룰이 있어요
여기 처음 입학하면 배우는 건데
일단 이렇게
그리고 제자리 한 바퀴를 돈 다음에
빵긋 웃으면서 인사를 하고
안녕
이렇게 꽃받침을 한 다음에
(영도) 왼발을 들고
깽깽이를 세 번
(다정) 어?
[영도의 웃음]
(영도) 사진 찍어 줘요?
방금 둘이 되게 어울렸는데
(다정) 왜요 머리에 꽃도 꽂으라고 하지?
(영도) 아, 그럴래요?
씁, 목련은 너무 크니까
어
자
(다정) 치
방금 말하는 거 들었어요?
누가요? 개나리가요?
(다정) 영도야
너 아직도 끼 부리고 다니니?
라고
얘가 묻던데?
[영도가 피식 웃는다]
[다가오는 발걸음]
아, 머리에 눈이 쌓였길래
(영도) 왜 웃어요?
그냥요, 뒤통수가 너무 예뻐서…
(다정) 요
[영도가 입소리를 쩝 낸다]
(영도) 고마워요
이제부터 뒤통수로 인사해야겠네
네
[피식 웃는다]
[영도의 한숨]
(다정) 생각해 보니까
저 나무는 주영도 씨 스무 살 때 얼굴을 알고 있겠네요?
못 알아봤을 거예요
그땐 맨날 술 마시고 있어서
술 마시는 거 한 번도 못 본 거 같은데
안 마신 지 몇 년 됐어요
- 아예? - (영도) 응
(다정) 왜요?
꼭 술을 마셔야 되는 건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최대한 오래 살아야 돼서요
[잔잔한 음악]
[영도의 한숨]
(영도) 근데 나도 나지만
하고 싶은 미친 짓이 겨우 이거라는 게…
(다정) 충분히 미친 짓이죠
내일 아침 당장 출근해야 되는 사람이
알 수 없는 내적 친밀감에 이끌려서
나무 한 그루 보겠다고
이 밤에 이 낯선 동네까지 왔는데
(영도) 뭐…
[대학생1의 웃음] [달려오는 발걸음]
(대학생2) 야, 이 신발아!
아, 내 신발 내놓으라고!
너 잡히면 뒈진다!
- (대학생1) '아, 내놓으라고' - (대학생2) 야, 거기 서!
[대학생2가 소리친다]
[다정의 웃음]
(영도) 저런, 하…
(다정) 하…
저 땐 서른 넘으면
진짜 으른이 될 줄 알았는데
으른?
(다정) 네
월요일엔 바보짓 하고
화요일엔 호구 짓 하고
수요일엔 삽질하고
목요일엔 미친 짓 하고
그렇게 사는 거 말고요
그렇게 사는 게 어른일걸요?
일곱 색깔 무지갯빛 루저가 되는 게 어른이라고요?
그냥 신나서 신나게 했던 걸 이제는 미친 짓이라고 부르고
그냥 좋아서 좋아했던 걸 이제는 호구 짓이라고 부르고
(영도) 그러니까 좀 미쳐 보자 그래도
겨우 이런 거밖에 못 하고
(다정) 치
와, 나 갑자기 승부욕 생기네?
이 나이에도 미친 짓 할 수 있다는 걸 너무 보여 주고 싶은데?
[영도가 숨을 하 내뱉는다]
(직원) 입고 계신 옷은 여기 넣어 두면 되고요
저희가 10시 정각에 문 닫으니까 [밝은 음악]
10분 전에는 오셔서 반납해 주셔야 돼요
(다정) 어, 빨리 와요
[다정의 웃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영도) 어디까지 가려고요
이제 그만 갈아입죠?
- (다정) 싫어요? - (영도) 네
(다정) 왜요?
(영도) 지금 나는 너무 맨정신이고
사람들한텐 눈이라는 게 있으니까요
(다정) 미친 짓 하기로 했잖아요
(영도) 눈이 그쳤잖아요
(다정) 씁, 내심 즐기고 있는 거 같은데
(영도) 어딜 봐서요?
뭐, 뭐요
나 진짜 즐기고 있는 거 아니라니까
눈을 안 피하는 건
거짓말을 한 게 통했나 확인하는 건데
아, 책 한 권 읽은 사람이 제일 무섭다는 게 이런 거구나
그 책을 쓰고 빌려준 사람이 주영도 씨죠
[영도의 웃음]
(외국인1) [영어] 오늘 무슨 특별한 날인가요?
핼러윈 같은 건가?
같이 사진 찍어도 될까요?
[영도의 당황한 신음]
(영도) 아니요, 죄송합니다
- (영도) 못 알아듣겠… - (다정) 그럼요 [외국인들이 기뻐한다]
(다정) 이 사람하고 찍으시면 돼요 제가 찍어 드릴게요
[외국인2의 웃음]
하나, 둘, 셋
- (다정) '김치' - (외국인들) '김치'
[카메라 셔터음]
(다정) 어떠세요?
- (외국인2) 멋져요, 감사합니다 - (다정) 천만에요 [외국인1이 기뻐한다]
(외국인1) 고맙습니다 [외국인2와 다정이 영어로 인사한다]
(여자1) [한국어] 이거 뭐 하는 거예요?
- (다정) 네? - (영도) 아, 아, 아, 아니
(영도) 아무것도 아니에요, 네
[영도의 한숨]
(영도) 이제 만족해요?
(다정) 그만 가 볼까요?
[다정의 웃음] (영도) 몇 시지?
[영도의 놀란 신음]
(다정) [놀라며] 어머, 어떡해 [익살스러운 음악]
[다정의 다급한 신음]
[다정의 힘겨운 신음]
[다정과 영도의 거친 숨소리]
(영도) 아…
[거친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다정) 하, 안 잡혀요?
(영도) 예
[다정의 힘주는 신음]
(다정) 아이고
아, 거기서도 안 잡히면 없는 거예요 [영도의 한숨]
이러다가 버스까지 끊기기 전에
여기서 헤어집시다
(영도) 네?
이럴 때일수록 각자 살길 찾아야죠
둘이 같이 다니니까 더 쳐다보잖아요
(다정) 그럼
(영도) 아, 저, 저, 잠…
씁, 허허, 이보시오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 놓고
나 버리지 마요
[카드 인식음]
[카드 인식음]
[버스 문이 탁 닫힌다]
[밖에서 사이렌이 울린다]
[사이렌이 울린다]
[어두운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차 트렁크가 탁 열린다]
(관계자) 원장님께 전화받았습니다
지금 수술방은 준비됐는데 응급실에 의사가 없어서
내가 수술합니다, 바로 올려 주세요
(관계자) 네, 알겠습니다
(진복) 여기야? 여기지?
(성준) 팀장님, 팀장님!
- (성준) 팀장님 - (진복) 야, 이 새끼 어디 있어, 어?
(진복) 내가 이 새끼 지금 당장 잡아넣…
(성준) 진정하세요! 아직 모르잖아요
야, 미행을 붙였는데 칼에 찔렸어 누가 찔렀겠어
그 새끼야, 처음부터 그 새끼가 수상했다고, 놔 봐!
CCTV 수거하고 있답니다! 예?
[진복의 거친 숨소리]
(진복) 두 번은 안 된다, 진짜
[벽을 쾅 치며] 두 번은 안 돼! 씨…
[진복의 거친 숨소리]
너 뭐야?
지금 뭐 하는 거야
우리 애한테 무슨 짓 했어!
길 가다 칼에 찔린 사람을 봤고 병원으로 데려왔습니다
그 밖에 무슨 일이 있었는진 환자 깨어나면 직접 물어보시죠
내가 살려 놨으니까
[밝은 음악]
[물통이 식탁에 탁 놓인다]
[한숨]
[다정이 숨을 깊게 내뱉는다]
[피식 웃는다]
엄청 멀리 갔다 온 거 같네
(영도) 미친 짓
뭐 하고 싶어요?
[잔잔한 음악]
(다정) 나는 여기 왔고
주영도 씨는요?
미친 짓
뭐 하고 싶냐고요
나는…
이미 했어요
(영도) 내가 원래 잘 안 뛰어요
근데 오늘은 열심히 뛰었고
여기서 더 하면 나는 미친 사람이 되겠죠
미친 짓을 하는 그냥 사람이 아니라
더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영도의 한숨]
[자동차 인식음]
(영도) 내가 가 봐야 되는 건데
(다정) 내일 마침 그 동네 갈 일이 있어서요
(영도) 그럼 고마워요, 부탁할게요
어제 너무 무리했나?
그렇게 피곤해서 어떡해요
[당황한 웃음] 나 안 피곤한데요?
(영도) 에이, 눈만 봐도 피곤해 보이는데
시뻘건 토끼
이래서 승부욕은 위험한 거예요
(다정) 무슨 소리예요 나 어제 충분히 즐겼는데
완전 재밌었고
주영도 씨가 엄청 피곤해 보이는구먼
제가요?
(영도) 어딜 봐서?
난 어제 너무 좋았거든요
(다정) ♪ 오동통통 ♪
다크서클 몰고 가요
(영도) ♪ 산토끼 토끼야 ♪
♪ 어디를 가느냐 ♪
[자동차 버튼음] (다정) 끼이…
(진복) 거기부터 틀어 봐
[성준이 키보드를 탁 두드린다]
[어두운 음악]
(체이스) 아메리카노 부탁드립니다
[종업원이 대답한다] (호) 예, 똑같아요
호텔, 커피, 병원, 책방
지금 다시 커피 마시러 왔고요
예, 다시 전화드릴게요
[휴대전화 조작음]
[어두운 효과음]
[멀어지는 발걸음]
(호) 저기요
선생님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호) 선, 선생님, 선생님!
거기 서!
[거친 숨소리]
아씨…
저기요, 선생님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칼에 푹 찔린다]
[당황한 신음] [어두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여자2의 비명]
(남자1) 저기요, 어떻게 된 거야
- (여자2) 저기요, 저기, 괜찮으세요? - (남자1) 저기요 [남자1이 중얼거린다]
- (여자2) 오빠, 전화, 전화 - (남자1) 전화?
[휴대전화 조작음] (여자2) 괜찮으세요? 어떡해
(남자2) 아이고, 많이 다치셨어? 이거 신고…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 (남자2) 아, 어떡하냐, 이거 - (여자2) 의식이 없는 거 같아요
(남자2) 피 많이 흘린 거 같은데
(남자3) 괜찮아요?
- (여자2) 정신 좀 차려 보세요 - (남자3) 눈 한번 떠 봐요
- (남자3) 괜찮아요? - (체이스) 의사입니다, 잠시만요
(진복) 이 새끼 동선 다 찾아봐
박 형사 집, 호텔 앞, 경찰서 앞 어디서부터 시작했는지
(성준) 예, 알겠습니다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가오는 발걸음]
(남자4) 하, 이름이 같아서 설마 했는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 잘 지냈어? - (남자4) 난 잘 지냈지
(남자4) 준호는 아니지만
야, 내 이름 보고도 여기 나온 거 보면
넌 그냥 다 지난 일인가 보다?
흔한 성에
흔한 이름이라 [남자4의 한숨]
(남자4) 10년 사귄 남자는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놓고?
선 시장에선 돈 많은 남자 찾아다니고
(은하) 할 말 있으면 똑바로 해
아닌 척하더니 결국 그 아버지에 그 딸이잖아
(남자4) 야, 너희 아버지 뭐, 나 정도로 만족하시겠어?
[어이없는 숨소리]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다정) 응
(은하) 바빠?
(다정) 아니야 지금 막 휴게실 들어왔어
(은하) 헤어진 게 내 잘못이야?
내가 더 매달렸어야 돼?
무거운 이불 덮고 같이 숨 막혀 죽자고 더 버텼어야 되는 거야?
내가 헤어지자고 했어?
내가 너 가난하니까 꺼지라고 했냐고
네 잘못 아니지
네가 헤어지자고 한 것도 아니고
(은하) 근데 왜 나한테 지랄이야
왜 내가 아직도 가해자야?
왜 그때 알던 모든 사람들이 아직도 나만 보면 욕을 해?
(은하) [울먹이며] 내가 부자하고 결혼하려고 걔 찼어?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어?
[한숨]
잘 모르고 하는 말이야 너 잘못한 거 없어
[훌쩍인다]
한 번 더 말해 줘 봐
너 10년 동안 열심히 사랑했고
그런데 서로 너무 힘들었고
그래서 준호가 먼저 놓고 싶어 했어
네 잘못 아니야
한 번 더 해 봐
(다정) 네 잘못 아니야
너 그런 취급 당해야 되는 이유 없고
너 나쁜 사람 아니고
준호가 그거 제일 잘 알 거야
다른 사람 말 신경 쓰지 마
[훌쩍인다]
[잔잔한 음악] 필요하면 다시 전화할게
이제 몇 번 남았지?
네 잘못 아니라고 오백 번 말해 주기로 했으니까
이제 백 번 남았어
(은하) 귀찮으면 녹음해 놔
'계란이 왔어요'처럼
하나도 안 귀찮아
어디야?
(은하) [울먹이며] 길바닥
잠깐 어디 들어가 있을래?
나 오늘 일찍 퇴근하니까
아니야
강릉 갈 거야
- 내일 봐 - (다정) 응
(다정) 내 결정이 옳았다고 말해 달라는 건
[흐느낀다]
스스로는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것
오백 번을 말해 달라는 건
오백 번을 생각해도
옳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는 것
(택시 기사) 어디로 모실까요?
[차 문이 탁 닫힌다] 강릉이요
(택시 기사) 가, 강원도 강릉이요?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엄마, 은하 지금 강릉 갔거든?
선보는데 준호 친구가 나왔나 봐
[살짝 웃는다]
뭐
세 시간쯤 걸리지 않을까?
[스태프들이 분주하다]
- (가영) 수고하셨습니다 - (스태프) 수고하셨습니다 [매니저가 인사한다]
[휴대전화 진동음]
(패트릭)
[가영의 놀란 숨소리]
(가영) [작은 소리로] 저기요!
[흥미진진한 음악] 저기요!
헬로?
나 알죠? 나 좀 태워 줘요
예? 무슨 일이신데…
저, 보안 요원 불러 드릴까요?
(가영) 안 돼요, 안 돼요
부탁 좀 할게요 나 좀 태우고 나가요, 응?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어… 아니요
호텔 규정 때문에 그래요?
손님하고 친구 먹으면 안 된다 뭐, 어쩌고?
(가영) 근데 나 호텔 손님은 아니지 않나?
아닌가? 나도 손님인가?
하긴 객실을 쓰긴 쓰니까
아, 그것보다는…
(가영) 주영도 때문에 불편해요?
우리가 언니, 동생 하는 거 남들이 알면
여기가 할리우드냐 블라블라 할까 봐?
아니요, 제가 왜 그런 생각을…
(가영) 주영도가 나랑 놀지 말래요?
내가 그 왕대가리 훔쳐 가서?
치사하게 다 일렀구나
아니, 내가 그걸 갖고 싶어서 그랬을까?
난 또 자기가 자기 맘도 모르고 눈만 끔뻑끔뻑거리고 있을까 봐
저보다 언니세요
(가영) 응?
[살짝 웃으며] 저보다 나이가 많으시다고요
그렇구나
(가영) 그렇겠네 [가영의 웃음]
아, 내가 워낙 동안이라
나도 내 나이를 자꾸 까먹어서
아직 어디로 갈지 얘기 안 하셨는데
[한숨]
(가영) 그냥
어디로든 좀 가 주세요
[한숨]
생각 중이에요
누굴 피해 다니는 중인데
집이랑 운동하는 덴 제일 먼저 찾아올 거 같고
혼자 호텔 같은 데 있는 건 싫고
(다정) 호텔이 왜 싫어요?
혼자가 싫어요
(진호) 여기 없다니까요
(패트릭) 가는 데가 여기 아니면 집인데
집에도 없어요, 전화도 안 받고
친구 집에 갔나 보죠
없잖아요, 친구
친구도 없는 사람을 여기도 못 오게 하고
집에도 못 가게 만든 게 누구겠어요?
(진호) 코너로 몰지 말고 좀 놔둬 봐요
가세요
왜 이러는지 진짜 모르겠어요?
자기가 다치는 것도 다치는 건데
남 다치는 걸 겁나 무서워한다고요 그 이상한 언니가
난 잘 이해가 안돼요
내가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진호) 너님이 다칠까 봐 무서워서 저런다고요
[진호의 한숨]
아, 그러니까 좋아 죽겠어도 좀 진정 좀 해요
어? 같이 이인삼각 경기 해야 되는데 혼자 급발진해서
옆 사람까지 자빠지게 만들지 말고
아휴, 쯧
[내비게이션 안내 음성] 경로를 벗어났습니다 다시 설정하겠습니다
300m 앞 유턴입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 어? - (가영) 아…
(가영) 아니, 근데
원래 '여자는 직진이지' 뭐, 그런 스타일이에요?
어떻게 도착지까지 남은 시간이 점점 더 늘어나지?
생판 모르는 곳도 아니고
자기 사는 데로 가는 거잖아요
300m 몰라요?
100m 달리기 안 해 봤어요?
왔다 갔다 왔다 세 번 하면 300이잖아요
차를 잘 안 가지고 다녀요 그리고 잠시만 조용히…
(가영) 아니면 내가 거기 가는 게 싫어요?
그래서 좌회전을 하래도 우회전을 하래도
죽어라 직진만 하는 거고?
그게 아니라 지금 옆에서 너무…
(가영) 아니면 내가 주영도 만나서 질척거린다고 생각해요?
아직 마음 남았다고?
[헛웃음]
나
남자 친구 있어요
아, 내가 길 더럽게 못 찾고 운전을 더럽게 못해서 그래요!
[다정의 거친 숨소리]
설마
이렇게까지 못한다고?
계속 말시키면
이 차 부산까지 갈 수도 있거든요?
[숨을 후 내뱉는다]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탁 열린다]
(영도) 아, 예, 늦게까지 고생하셨어요
먼저 들어가시면 저 마무리 좀 하고…
(미경) 아니, 누가 오셨는데
환자분은 아니고
(영도) 예?
예, 파이팅
[익살스러운 음악]
아유, 갑자기…
(영도) 어디 뭐 불편하신 거 아니죠?
(미경) 들어오세요
[문이 달칵 닫힌다]
(영도) 아…
아, 안녕하세요
(영도) 두 사람 사이 일인데 내가 뭐라고 말을 하기가 좀…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했으면
여기 안 왔어요
(패트릭) 자존심 상해도 상관없고요
남들이 이상하게 생각해도 상관없어요
나는 가영이 붙잡는 게 더 중요해요
헤어지면
난 진짜 못 살 거 같거든요
[다정의 어색한 웃음]
(다정) 들어가세요
[웃음]
나 거기 못 들어가요, 출입 금지라서
그럼 여기 왜 왔어요?
(가영) 어…
옥상에 좀 있으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
지금까지 한 4천 빚진 거 같은데
이왕 빚진 김에 좀 더 당길게요
[어색한 웃음]
기다리실 거면 1층에 카페 있으니까 거기서…
(가영) 거긴 사람이 너무 많아서 안 돼요
- 옥상은 추울 건데 - (가영) 괜찮아요
오들오들 떨면서 동네 비둘기들하고 눈싸움하고 있으면 돼요
[가영의 웃음]
[다정의 어색한 웃음]
갈 데가 없어서 그래요
[흥미로운 음악]
(가영) 안 들어가도 되는데
내가 밖에서 떨고 있으면 불편해할까 봐
(다정) 아, 앉으세요 뭐 마실 거라도…
(가영) 옷부터 갈아입을게요
아무거나 빨아 놓은 거면 돼요
(다정) 옷이요?
(가영) 괜찮아요 나도 집에서 거지같이 입고 있으니까
와, 집 좋다
음, 너무 예쁘네
어, 시트는 안 갈아 줘도 돼요
괜찮아요, 그냥 이거 덮고 잘게요
내가 생각보다 털털해서
바닥 딱딱할 건데 괜찮겠어요?
하긴 그렇게 자는 게 허리엔 좋다니까
컨시어지가 계속 서 있는 일이잖아요?
아, 주영도 씨 병원 끝날 때까지만 여기서 기다리는 거 아니었어요?
아까 분명히 잠깐만이라고…
(가영) 걱정 마요
며칠씩 뭉개고 그러지 않을 거니까
'며칠'이요?
싫구나?
아니요, 이건 싫고 좋고가 아니라 상황이 너무 초현실적이잖아요
(다정) 주차장에서 갑자기 나타나서
차에 갑자기 타서는 집에 들어와 가지고
(가영) 잠깐만
[가영이 가방을 직 연다]
여보세요?
어, 친구야
지금 당장 오라고?
나 여기 있어도 되는데
아…
아니, 여기도 참 좋아
어
지금 갈게
[가영이 귤을 툭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빨리 가 봐야겠다 친구가 자꾸 오래서
친구가 풍아동 살아요
풍아동 어딘지 알죠? 여기서 별로 안 먼 동네
아, 빨리 가야겠다
[가방을 툭 내려놓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어이없는 숨소리]
[한숨]
(다정) 거짓말하는 사람은
상대방과 나 사이에 장벽을 만든대요
마음을 개방하고 싶지 않아서
쓸데없는 정보를 괜히 강조하고
풍아동처럼
뭐야, 무섭게
여자 주영도였어요?
책을 딱 한 권 읽었거든요
고마워요
갈아입으세요 전 1층 카페 갔다 올 거니까
(가영) 아, 나 커피는 됐어요 불면증 있어서
그리고 나 여기 있는 거
주영도한테 얘기하지 말아 줄래요?
네
[살짝 웃는다]
생큐
[문이 철컥 여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 은하는 좀 어때? - (미란) 잠깐만
(은하) [술 취한 목소리로] 야, 밥은 먹고 다니냐?
내가 실수를 했어 [다정의 어이없는 숨소리]
(미란) 아이, 매운탕을 시켜 줬는데
하필 그 횟집이 준호하고 매번 같이 다니던 데더라고 [파도가 철썩인다]
거기다가 내가 라디오를 틀어 놨는데
뭔 노래가 나오니까 쟤가 갑자기
야, 다정아, 잠깐만
(은하) 쟤가
쟤가 자꾸 못 들은 척하는데?
밥을 먹었는지 대답을 안 해 줘
(은하) 궁금한데
(미란) 네가 반말로 그러니까 기분 나쁜가 보지
존댓말로 물어봐
아, 존댓말
(은하) 내가 존댓말 또 잘하지, 존댓말
(은하) 존댓말이요?
야! [한숨]
진지는 처먹고 다니냐!
대답하라고!
(미란) 쟤 바다랑 맞짱 뜬다
(미란) 다정아, 내가 이따 전화할게
아직 바닷물 차가워!
내가 영도 빠트려 봐서 아는데
- 얼마나 차가운지 제가 가 볼게요 - (미란) 아직은 아니야!
(은하) 너 얼마나 차갑냐!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문이 달칵 닫힌다]
[잔잔한 음악]
(다정) 누군가를 만났다 헤어진다는 건
그 누군가로 알게 된 세상 전부와 헤어져야 한다는 것
한때는 내 친구 같았던 그 사람의 친구들
함께 가던 밥집
그 사람이 불러 주던 노래
한때는 제일 친했던
그 모든 것들과 끝장을 내야 한다는 것
(영도) 여기서 더 하면 나는 미친 사람이 되겠죠
미친 짓을 하는 그냥 사람이 아니라
(다정) 더 하고 싶은 게…
아니에요
(다정) 서로가 첫사랑이 아닌 상대에게
미친 척
함부로 용기 낼 수 없는 이유는
[발소리가 울린다]
너무나 분명하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어, 철도야
(영도) 나 벌써 집에 들어왔어
오늘은 조용히 쉬려고
어, 어
어, 그래
[휴대전화 조작음]
[변기 물이 쏴 내려간다] [승원의 당황한 탄성]
(승원) 어? 와, 왔어? [익살스러운 음악]
[문이 탁 닫힌다]
너 왜…
[문이 탁 열린다] (하늘) 아, 기다리다 깜빡 잤네
야, 왜 이제 와
병원에서 여기까지 끽해야 10분 거리인데
넌 또 왜
[하늘의 한숨]
(하늘) 야, 근데 집이 너무 건조한데? [커피 머신 작동음]
개든 사람이든 요 코가 촉촉해야, 어?
이게 이렇게 되는 거거든, 이게 [탁탁 소리가 들린다]
(승원) 맞아
야, 너 옷 입은 김에 맥주 사 오면 되겠다
(영도) 내가 비밀번호를 바꾸든지 해야지, 아휴
쟤 저거 바꿀 줄 모른다?
(하늘) 알지, 우리가 비밀번호 바꾸면 쟤 집에도 못 들어오지
(승원) 바꾸자
(하늘) 오케이!
영도야, 우리가 비밀번호 바꿔 줄게!
(승원) 강다정 씨 생일 물어봐 그걸로 바꾸게
(영도) 아, 진짜…
아, 왜 그러는 거야, 진짜
(승원) 술 사러 가게?
(하늘) [술 취한 목소리로] 내가 드디어
개똥하고 이 초코 묻은 과자를
입에 넣지 않고 구별하는 법을 알아냈어
정답!
[승원이 냄새를 킁킁 맡는다]
(승원) 냄새 맡아 보면 되지
(하늘) '아'
정답입니다! [승원의 웃음]
야, 너는 수의사도 아니면서 그런 걸 다 안다, 어?
그냥 길바닥에 있는 건 안 주워 먹으면 되지 않을까?
잘생겼으면 똑똑하면 안 되지!
(하늘) 참, 야, 뽑기를 잘해야지 누가 네 얼굴 뽑으래?
다 마신 거지? 택시 부른다
- 왜, 너 어디 가게? - (승원) 어, 저거 또, 또!
(승원) 강다정 씨 만나러 간다, 어?
저 배신자!
(영도) 자
[하늘과 승원의 당황한 신음] 입어, 가, 이제, 제발
제발 입고 좀 가
[가영의 놀란 탄성]
나 안 잤는데?
(다정) 안 불렀고요
그냥 제발 침대에서 주무세요
나 안 잔다니까요
신경 쓰지 말고 하시던 거 해요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승원이 코를 드르릉 곤다]
[하늘의 잠꼬대하는 신음]
[승원이 코를 드르릉 곤다]
[승원이 컥컥거린다]
[한숨] [하늘의 잠꼬대하는 신음]
(가영) 왜요
나 안 잤는데
안 잤다니까
[한숨]
(영도) 어디 가요?
이 시간에 어쩐 일이에요?
오늘따라 집이 좀 불편해서요
나랑 똑같네
뭐 마실래요? 편의점 갈 건데
[숨을 들이켠다]
차나 커피 마실 거면 3층에도 있는데
[스위치가 달칵 켜진다]
- (영도) 들어와요 - 네
[영도가 책을 탁 내려놓는다] (영도) 녹차 괜찮아요?
(다정) 네
(영도) 잠깐만 기다려요
- (영도) 앉아요 - 네
[문이 달칵 닫힌다]
(영도) 자
이거는 어린이 환자한테만 주는 건데
감사합니다
근데 이 시간에 그런 거 먹어도…
맛있죠
그렇죠
근데
(다정) 저기 의자에 누워서 상담받는 거예요?
그런 분들도 있고
오늘 같은 때는 내가 저기서 자기도 하고
영화 보면
최면 걸 때 저런 의자에서 하던데
최면 치료도 할 수 있죠
정신과에서 최면을 해요?
커리큘럼에 있어요 나는 그쪽은 안 하지만
진짜요?
진짜죠
왜, 못 믿어요?
(다정) 꽃받침 하고 한쪽 발 들고
나무한테 인사하라고 시킨 사람 말을 어떻게 믿어요
(영도) 많이 하는 치료법은 아니에요
사람마다 최면 감수성이 달라서 안 걸리기도 하거든요
강다정 씨는…
잘 걸릴 거라고요? 내가?
궁금하면 한번 해 볼래요?
미리 아는 방법이 있긴 한데
예
(영도) 자, 이렇게 정면을 보고 있는 상태에서
내 눈으로 내 눈썹을 본다고 생각하고 위를 보는 거예요
그다음에 더 위쪽
내 정수리를 본다고 생각하고 눈을
[발랄한 음악]
(다정) 아나, 사람을 바보로 아나
희번덕 잘하면 레드썬 잘되는 게 말이 돼요?
[웃음]
이거는 진짜예요
아, 예, 예
(영도) 눈동자의 흰자가 얼마나 많이 보이는지에 따라서
최면 감수성이 얼마나 높은지 알 수 있는 거고
(다정) 예, 예, 예, 예
(영도) 진짜라니까요?
[다정이 피식 웃는다]
(다정) 그거 뻥이라는 데
제 손목과 전 재산을 걸게요
(영도) 콜, 기다려요
(다정) 치
[영도가 책장을 사락거린다]
(다정) 네
헐!
이제 그 옥상 내가 써도 되는 거죠?
그 방도 내 거고
어? 이거 가짜 책 아니에요?
(영도) 얼마든지 확인해 봐요
와
나 이제 손도 세 개구나
강다정 씨 오른쪽 손목도 내 거니까
(다정) 그래요, 뭐
가져가요, 가져가
(영도) 아, 줘요, 가져갈게요 [다정의 당황한 신음]
(영도) 저, 여기
여기, 여기서 작업하면 돼요 [영도가 책상을 정리한다]
주, 주영도 씨는요?
난 저쪽에서
필요한 거 있으면 불러요
[감성적인 음악]
[탁 소리가 들린다]
[태블릿 피시 조작음]
[달그락거린다]
[찌뿌둥한 신음]
[숨을 깊게 내뱉는다]
(다정) 글씨는 되게 못 쓰네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다정의 옅은 신음]
[놀라며] 오, 어, 안녕히 주무셨어요?
아니고, 아니고, 아니고, 안녕하세요
설명이 다소 필요한 상황 같은데
지금 몇 시예요? 어, 나 미쳤나 봐
(미경) 릴랙스
토요일입니다
[다정의 안도하는 신음] [영도의 당황한 신음]
오셨어요?
(미경) 설명이 꽤 많이 필요한 상황 같은데?
아, 왜 이렇게 일찍 오셨어요 토요일인데
오후엔 외래 진료 나가야 한다고 아침부터 빽빽하게
(미경) 예약받으신 분이 누구시더라?
(영도) 아, 아…
[다정의 당황한 신음]
(다정) 저, 나, 나중에 뵙겠습니다
[영도의 당황한 신음]
(영도) 저, 집에 가서 얼른 씻고, 예
[달려가는 발걸음]
[문이 달칵 닫힌다]
'씻고'…
[익살스러운 음악]
[영도의 당황한 신음]
(호) 어, 형님
(영도) 어, 아니, 일어나지 마요
[호의 아파하는 신음]
그렇게 크게 움직이면 아파요
복부에는 신경 섬유가 모여 있어서
근데 형님
진짜 의사네요
맨날 경찰서에서만 보다가
어머님은?
(호) 식사하러 가셨어요
(영도) 음…
기분은 좀 어때요?
(호) 괜찮아요
계속 졸리긴 한데
마약성 진통제라 그래요
좀 어지러울 수도 있고
근데 잠을 잘 자야 빨리 회복되니까
아, 마약성
그래서 그런가?
제가 계속 꿈을 꾸더라고요
(영도) 잔상이 따라다닐 수가 있어요
계속 그러면 상담을 받고 약물을 쓰고
치료를 꼭 하는 게 좋고요
에이
제가 그 정도로 약하지는 않죠
경찰이라고 공포를 못 느끼는 거 아니고
뭐, 직업적 특성, 소명 의식
그런 걸로 아닌 척하거나 그냥 넘기는데
그러다 보면 이게 PTSD가 돼요
(영도) 쉽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라고 하죠
[어두운 효과음] 누적되면 만성화되고
[잔잔한 음악]
[한숨]
그것만 약속해요
아프면 병원에 간다
그게 마음이든 몸이든
내가 형사든 외계인이든
병원 싫으면 나한테 전화하면 되고
네
그렇게 할게요
(서장) 네 촉이 있는데 과학 수사고 규정이고 나발이고가 왜 필요하냐?
그냥 네 촉대로 하면 다 되는데
(진복) 아직 사진을 제보한 사람도 못 찾았어요
최소 공범일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카메라에도 안 잡히게…
(서장) 사각지대라는 말 처음 들어?
죽은 최정민과 똑같은 얼굴이 이 시점에 나타난 게
우연일 리가 없습니다
쌍둥이 중 한쪽이
시설을 통해서 불법 입양 됐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서장) 어이, 고진복
(진복) 예
(서장) 포인트가 뭔지 모르겠어?
네가 다른 시민들하고 정범이를 차별한다는 거야!
이 사람은 세금 안 내?
이 사람도 세금 내고!
이 사람도 우리가 지켜 줘야 돼! [서장이 파일을 탁 내던진다]
더 신경 쓰겠습니다
(서장) 너, 박 형사도 차별한 거야
정범이 때문에 눈 돌아가서
네 멋대로 막내한테
[무거운 음악] 그것도 혼자 미행을 시켰잖아!
형이 아프다고 동생은 밥을 먹든지 말든지
집에다 방치하고
아픈 애만 업고 다닌 거라고, 네가!
(영도 부) 이제 그만 좀 하라고, 제발!
[심전도계 비프음]
영도 이제 11살이야
[울먹이며] 사는 동안 무슨 일이 생길 줄 알고
그 어린애한테 신장까지 내놓으라고 할 수가 있어?
피 뽑고 골수 뽑고
이제 팔뚝에 주사 찌를 데도 없는데!
(영도 모) 그럼 영재는 그냥 보내?
[울먹이며] 이대로 그냥 죽게 둬?
영도가 한다잖아
어? 자기 형한테
신장 주고 싶다잖아!
(영도 부) 그럼 네가 그걸 안 주면 형이 죽는다는데
애가 안 준다고 하겠어?
영도도 우리 아들이야, 여보!
(영도 모) [오열하며] 여보, 나, 나 영재 절대 못 보내, 여보
여보, 제발, 여보
영재 혼자 절대 못 보내, 여보! [심전도계 비프음이 울린다]
(영도 부) 여기 소개해 주신 분이 시설도 좋고
선생님들도 좋다고 그러더라고요
(세근) 네, 맞습니다, 예
(영도 부) 저…
저,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런데
(영도 부) 영도야
여기 며칠만 있어
나 저번에 갔던 절에 가 있으면 안 돼?
여긴 무서워
여기 있어야 아무도 너 못 찾아
아빠가 금방 데리러 올게
(영도 부) 아빠 눈 봐
아빠가 거짓말하는 거 같아?
(어린 영도) [울먹이며] 아빠, 내가 여기 있으면
형은?
괜찮을 거야, 아빠가 알아서 할게
[살짝 웃는다]
(어린 영도) 아니야 아빠 거짓말이잖아
나 형 살리고 싶어
엄마
[힘겨운 신음]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성준) 이거
CCTV 영상인데요
팀장님이 용의자 걸음걸이 위주로 봐 달라고 하셨어요
(영도) 예, 그럴게요
(성준) 바로 가게요?
오래 걸리실 거 같아서
내일 올게요
[태블릿 피시 조작음] [어두운 음악]
[한숨]
[발걸음이 울린다]
[어두운 효과음]
(소년 정민) 따라와
보여 줄게
[초인종이 울린다]
(명자) 누구세요?
[어두운 효과음]
너 누구야?
[칼로 푹푹 찌르는 소리가 들린다] [명자의 비명]
[긴장되는 음악] (정민) 2003년 3월 13일 21시
난 김명자를 죽였다
(정범) 그러면 김명자 씨에 대해서 전혀 모르신다는 거죠?
(여자3) 아유, 여기는 누가 사는지 그런 거는 알 수가 없어요
(정민) 2018년 6월 3일 14시
풍지 8동 고시촌 뒷골목에서 [날카로운 효과음]
난 이정범을 찔렀다
왜냐하면 그는 나에 대해 너무 많은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르릉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2020년 12월 18일 02시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난 조광훈을 죽였다 [천둥이 콰르릉 친다]
[푹 찌르는 소리가 들린다]
난 그 건물이 비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여유를 가지고 행동할 수 있었다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철도) 어서 오세요
[문이 탁 닫힌다]
강다정 씨가 어떻게 여기 있습니까?
여기 제 친구 가게예요
(철도) 뭐야
(다정) 다른 분이야, 오해하지 마
[어두운 음악]
여기는 어떻게 오신 거예요?
기록을 따라왔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르고 살았다면 좋았겠지만
자주 이런 상황을 만나다 보니까
(체이스) 그런데 내가 따라온 기록의 마지막에
강다정 씨가 있네요
혹시 최정민이 강다정 씨를
강다정 씨도
해치려고 했을까요?
[체이스의 한숨]
미안합니다
대답 안 하셔도 돼요
오늘 장례를 치르고 와서
내가 생각이 많아졌어요
대답을 못 한 건
정말 몰라서예요
(다정) 내가 안다고 믿었던 그 사람이라면
아니겠죠
따뜻한 방
귤
고양이
그런 걸 말하던 사람이었으니까
그런데 그 채준이라는 사람은
처음부터 세상에 없었으니까
혹시
저도 하나 물어봐도 된다면
(체이스) 예
창비동에 있었던
나눔제일교회라고 들어 보셨어요?
전 어릴 때 기억이 거의 없습니다
(다정) 네
(체이스) 혹시 호텔에서 날 보는 게 많이 불편하다면
담당자를 바꾸거나
내가 호텔을 옮길 수도 있습니다
잘 모르긴 해도
강다정 씨는 내가 그 정도는 해 줘야 되는 사람인 것 같아서
말씀은 감사하지만
제가 불편하다고 손님을 다른 호텔로 보내면 안 되죠
내가 불편하긴 한 거네요
아닙니다
실례 많았습니다
[한숨]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다정) 창비동에 있었던
나눔제일교회라고 들어 보셨어요?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숨을 깊게 내뱉는다]
(명자) 야, 너 잘 팔리겠다
쌍으로 팔면 훨씬 더 잘 팔릴 건데
(세근) 잠깐 들어가 계세요 [어두운 효과음]
(세근) 뭐, 일단 오늘 미국 하나 보내 놓고
[발소리가 들린다]
[떨리는 숨소리]
[문이 탁 열린다] [문이 삐거덕거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아이의 떨리는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떨리는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음악]
- (명자) 빨리빨리 안 먹어? - (세근) 그거는 네 동생…
[말소리들이 울린다] (세근) 빨리 와!
- (세근) 일이나 해, 뭔 관심이야 - (명자) 아유, 왜 이래?
[발걸음이 울린다]
[어두운 효과음]
[주변이 고요하다]
(아이) 여기가 어디예요?
내 동생은 어디 있어요? 엄마는요? [무거운 음악]
(명자) 얘가 걔야? 이름도 없다는 [말소리들이 울린다]
(아이) 내 이름
- (아이) 최정민인데요 - (세근) 내 말 잘 듣고
(세근) 여기 얌전히 잘 있고
[여러 말소리가 섞여 들린다] 그리고 이제 걔는 네 동생도 아니야
(명자) 잘 팔리겠다
(세근) 너도 새엄마가 생길 수 있다 그 말이야
(다정) 닥터 체이스
제 말 들리세요, 닥터 체이스?
괜찮으세요?
제 말 들리세요, 닥터 체이스?
눈 좀 떠 보세요
닥터 체이스 [체이스의 놀란 신음]
[체이스의 거친 숨소리]
[다정의 신음] [무거운 음악]
[타닥타닥 타는 소리가 들린다]
[비밀스러운 음악]
(다정) 내가 공격한다고 생각했는지
갑자기 밀쳐서…
(영도) 강다정 씨가 다쳤고
미친 짓도 못 하는 내가
너무 답답하고 등신 같아서 그래요
(다정) 누구냐, 넌
(가영) 내가 안 괜찮았을 때 주영도 그거 알고
나 살려 줬거든요
(영도) 최정민이 아니라 이안 체이스일 가능성이 더 높은 거고
(호) 형을 위해서 죽였다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요?
(영도) 지금 여기로 와 줄래요?
(다정) 근데 왜 난 주영도 씨한테 아무것도 못 해 줘요?
(영도) 강다정 씨를 좋아하게 됐어요
.너는 나의 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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