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6
(혜진) 아, 지금 같은 상황에서 아내분이랑 아기를
그냥 두고 나오면 어떡해요? [무거운 음악]
집에 있는 건 확실해요?
배영재 씨, 잘 들어요
화살촉이랑 새진리회는 한패예요
어제 화살촉 놈들한테 습격당했는데
거기 새진리회 사제들도 있었어요
당신네 아기가 고지를 받았다는 것을 알면
배영재 씨랑 아내분도 무사하지 못해요
제가 조금만 있다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 (직원1) 송소현 씨? - (소현) 네
이쪽으로 오세요
[휴대전화 조작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휴대전화 조작음]
[한숨]
[숨을 후 내뱉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의미심장한 음악]
[다급한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안녕하세요
유지 사제라고 합니다
저에게 상담하실 내용이 있다고…
[무거운 음악]
이것 좀 봐 주셨으면 해서요
(영재) 네, 변호사님
아, 지금 와이프가 새진리회로 찾아갔다 그러는데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혜진) 무슨 일 있어도 아내와 아기 빼내야 돼요
저희도 최대한 빨리 갈게요 [다급한 숨소리]
(영재) 네, 알겠습니다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타이어 마찰음]
(영상 속 천사) [기괴한 목소리로] 송소현의 아기
너는 3일 후…
[영상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사제님
고지가 잘못되는 경우도 있어요?
방금 태어난 아기가
어떻게 무슨 죄를 지어요
(소현) 여기 분들은 다른 시연이랑 고지들도 다 조사하시잖아요
뭐가 잘못된 거죠?
사제라고 모든 사례를
다 아는 건 아닙니다
(유지 사제) 내부적으로 한 번만 논의를 해 보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예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의미심장한 음악]
(유지 사제) 지금 4호실에 있는 여자
밖으로 못 나가게 감시하세요
(직원1) 네
그리고 사청 사제님한테 연락해서
빨리 상담실로 와서 저 여자 감시하라고 하세요
(직원1) 네, 알겠습니다
[통화 연결음]
(유지 사제) 의장님 [엘리베이터 도착음]
급하게 의장단 회의가 필요합니다
[주제곡]
[어두운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안내 음성] 연결이 되지 않아 삐 소리 후… [영재의 한숨]
(영상 속 천사) [기괴한 목소리로] 송소현의 아기
너는 3일 후
21시 30분에
지옥에 간다
[정칠이 리모컨을 탁 든다]
[TV 전원음] [정칠이 리모컨을 툭 내려놓는다]
지금 아기랑 엄마 어디 있다고요?
지금 상담실에 있습니다
우리 의장단 의견은 어떻습니까?
(정칠) 어?
(의장단원1) 아
지금 당장
뭐라고 얘기하기 힘들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저 영상
저 영상이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
사람들은 새진리회의 의도들을 의심하기 시작할 거예요
(정칠) 그렇지
[정칠의 생각하는 신음]
일단은 저 아기랑 저 여자 따로 격리시켜요
그리고 저 영상 알고 있는 게 누구누구인지 알아내서
싹 다 격리시켜요 [어두운 음악]
네, 알겠습니다
[정칠이 혀를 쯧 찬다]
[문이 달칵 열린다]
[휴대전화 진동음]
(사청 사제) 애 엄마 어디 있어?
(직원1) 4호실이요
[초조한 숨소리]
(혜진) 늦었네요, 연락 왔어요?
(영재) 아니요, 지금 계속 연락이 안 됩니다
(혜진) 상담실 B동이에요 저쪽으로 가요
[아기 울음]
[달래는 신음]
(소현) 울지 마, 울지 마
울지 마, 아가
[노크 소리가 들린다]
송소현 씨
안녕하세요, 사청 사제라고 합니다
(사청 사제) 이번 일에 대해서
저희가 자세히 좀 설명을 드리려고 하는데
저희랑 잠깐 같이 가시죠
(사제1) 아유, 아기가 이렇게 울어
아기 저 좀 주세요
(소현) 아니에요, 제가…
(사제1) 괜찮아요 저 아기 잘 봐요, 저 주세요
아니에요, 제가 안을게요
(사제1) 아기 엄마는 가방 들고나오세요 [당황한 숨소리]
(소현) 저기요, 아기 주세요 아기 주세요!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카메라 셔터음]
자, 기자님들
그, 의장님이 현재 너무 바쁘셔서
(사제2) 오늘은 이만 마무리하고 돌아가 주셨으면 합니다
앞서 일어난 공형준 교수와 [무거운 음악]
화살촉 성명 발표에 대해서는 저희도 상황을 파악하고 있으며
예, 아직까지 공식 입장 없는 바입니다
(기자1) 화살촉에서 새진리회까지 거론을 했는데
공식 입장이 없다는 게 맞습니까?
(기자2) 화살촉이 시연을 모방해서 처벌을 했는데
여기에 대해선 의견 표명이 있어야 하지 않나요?
(사제2) 예, 현재로서는 어떤 입장 발표도
계획된 거 없고요
오늘은 이만 물러가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기자3) 사제님 한 말씀만 부탁드립니다
입장 표명이 없는 게 맞습니까?
(사제2) 예, 가세요, 가세요
(기자3) 아, 사제님 한 말씀만 해 주십시오, 예?
[기자들이 소란스럽다]
(남자1) 난 고지를 받았습니다! [어두운 음악]
10분 뒤면 지옥에 갈 죄인입니다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야, 야, 저거 뭐야 [카메라 셔터음]
(남자1) 지금 당장!
의장님께 죄를 고하고
시연을 받겠습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사제2) 야, 뭐야, 빨리 잡아!
[소란스럽다] (사제3) 빨리 뛰어, 빨리 잡아!
(남자1) 이 위에서 이 위에서 시연을 받겠습니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남자1이 소리친다]
(무전기 속 직원2) 어떤 남성이 로비에서
10분 뒤에 시연을 받는다고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10분…
상황 확인하고 갈 테니까 송소현 씨 잘 모시고 가세요
(사제들) 알겠습니다
[아기 울음] (소현) 잠시만요
저, 아기 제가 안을게요
- 이리 주세요 - (사제1) 아, 이 여자 치워요!
(소현) 어, 왜 그러세요 아기 주세요!
아, 왜 이래, 이거 놔, 놔 봐! 아! 이거 놔!
- 빨리 끌어내! - (소현) 이거 놔! 아!
(소현) 내놔, 내 아기!
(영재) 그거 안 놔, 이 새끼야?
[소현이 울먹인다]
놓으라고, 이 개… [긴장되는 음악]
(사청 사제) 야, 저거 잡아
[소란스럽게 싸운다]
빨리 애새끼 데리고 가! 이씨 [사제1의 놀란 신음]
(소현) 아가, 아, 아가
[함께 힘준다]
[혜진의 힘주는 신음]
(영재) 소, 소현아!
- (영재) 나와 - (사청 사제) 새끼야
(사청 사제와 영재) - 뒈져, 이 새끼, 이 건방진… - 소현아!
[사람들의 놀란 신음]
(소현) 우리 아기 내놔
(사제1) 이 여자가 왜 이래!
이 여자 끌어내! [소현이 소리친다]
- (직원3) 아, 뭐 하시는 거예요 - (직원4) 왜 이러세요?
[소란스럽게 싸운다]
[혜진의 힘주는 신음] [사청 사제의 힘겨운 신음]
[혜진의 힘주는 신음] (영재) 소현아!
(사청 사제) 죽어, 이 건방진 년아
[혜진의 힘주는 신음] [괴로운 신음]
[사청 사제와 혜진의 힘주는 신음]
(영재) 놔, 놔
놔 [소현의 다급한 신음]
빨리 경비 팀에 연락해!
[사람들의 비명]
서둘러요
(남자1) 의장님! [소란스럽다]
[카메라 셔터음] 이 죄인의 사죄를 받아 주십시오!
의장님! 어디 계십니까?
온다! [사람들이 잠잠해진다]
온다!
[기자들의 긴장한 신음]
[놀란 숨소리]
(유지 사제) 저 사람 빨리 끌어내요
(경비원) 예, 잡아 [긴박한 음악]
[소란스럽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혜진) 운전 제가 할게요
[자동차 리모컨 작동음]
[자동차 시동음]
[타이어 마찰음]
(사청 사제) 야, 잡아!
잡아, 야!
차 세워, 세우라고!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엔진 가속음]
(사제4) 세워!
[사람들의 놀란 신음]
[타이어 마찰음]
(유지 사제) 빨리 입구 쪽 막아!
[타이어 마찰음]
[자동차 경적] [소현의 비명]
[타이어 마찰음]
[멀어지는 자동차 엔진음]
[거친 숨소리]
근데 아까 그분 괜찮을까요?
기자들이 많아서 당장은 어쩌지 못할 거예요
(소도 일원1) 이후에 저희가 바로 보호할 겁니다
[혜진의 한숨]
[소현의 떨리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의장님
무슨 일이 있어도 그놈들을 꼭 잡겠습니…
(정칠) 뭐가 어쩌고 어째?
응? 응? 응? [유지 사제의 아파하는 신음]
야, 뭐라는 거야 뭐가 어떻게 됐는데!
어?
[거친 숨소리]
'나 잡아 잡수세요' 하고 제 발로 찾아온 것도 놓치고서
무슨 수로 잡겠다고
뭐 좋은 수라도 있어요?
말을 해 봐!
[한숨]
당신들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기나 해?
[한숨]
당장 내일이 시연인데 말이야
그걸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될 거 같아?
대혼란, 종말이야
신이 하는 짓거리가 미친놈 장난치듯이
원칙도 없이
원칙 없는 세상이 어떻게 될 거 같아?
종말이라고!
너희들이 지금 세상에 종말을 가져온 거야
[숨을 후 내뱉는다]
좋아요
지금부터는 뭐 조그만 거 하나만 나오면
반드시 나한테 보고해요
화살촉 놈들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종말은 막아야 될 거 아니야
나가 봐요
[떨리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무거운 음악]
[한숨]
[기어 조작음]
여기 있는 분들 믿을 만한 사람이에요?
이 근처 저희 팀한테 소개받은 사람인데
오래전에 고지받고 시연을 기다리는 사람이에요
[영재의 한숨]
(혜진) 일단 여기 있죠
아, 예, 민혜진 변호사님
아, 오신다고 연락받고 놀랐는데
드, 들어오세요, 들어오세요
(동욱) 아, 이렇게 누추한 데 변호사님을 모시다니 [문이 탁 닫힌다]
앉으십시오
아, 그 커, 커피 하시겠어요, 커피?
그, 미, 믹스커피 있습니다 믹스커피
- (혜진) 네, 고맙습니다 - 예, 예, 앉으세요
[영재의 한숨]
[한숨]
소현 씨, 이제 하루 남았어요
(혜진) 이 아기가 수없이 많은 새진리회 피해자들한테
힘을 줄 거예요
저도 이런 제안을 드리게 돼서 정말 죄송합니다
근데 조금이라도 지체를 하면
지금 당장이라도 새진리회 놈들
이 아기하고 두 분 해칠지도 몰라요
그놈들 살인도 제멋대로 하는 놈들이에요
이제 결정하셔야 돼요
(동욱) 아이, 저 커피 나왔습니다
아이고, 아기야
아, 아기가
고지를 받았다고 들었습니다
아기가 무슨 죄가 있겠어요, 예?
저는 무슨 죄를 지었고요?
저 새진리회 신자였어요 [무거운 음악]
어, 누구보다도 새진리회 뜻에 따랐던 사람이고요
그런데 고지를 받고
내가 나도 모르는 무슨 죄를 저지른 게 아닌가
얼마나 괴로웠는지 몰라요
죽을 수 있죠, 예, 죽을 수 있어요
뭐, 병에 걸릴 수도 있고 사고가 날 수도 있고
그런데 지옥에 간다는 게
[헛웃음]
이게
내 스스로를 너무너무 밉게 만들어요
[동욱이 훌쩍인다]
이 아기는
[울먹이며] 내가 잘못 살지 않았다
내가 잘못 살지 않았다는
그 증거입니다
[동욱의 힘겨운 숨소리]
[영재의 한숨]
저한테 선택권이 있나요?
(소현) 어차피 우린 다
선택권 없이 태어났나 봐요
일단 지금 당장
아기가 고지받았다는 영상 올릴 거예요
최대한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만들어야 돼요
아, 그거라면 저한테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제가 예전에 인터넷 방송 같은 거를 했었거든요
(동욱) 어, 고지받고 그만두긴 했는데
지금이라도 제 계정에 올리면 사람들이 많이 볼 거예요
자, 자, 잠깐만요
어, 카메라 장비들 아직까지 있을 거예요
그, 내가 어디다 뒀더라?
[무거운 음악] 아, 맞다
안녕하세요
저는 과거에 소도 합동 법률 사무소에서
(혜진) 변호사로 일했던 민혜진입니다
저는 오늘 여러분에게
태어난 지 며칠도 안 된 아기가
천사의 고지를 받는 영상을 공개하려고 합니다
(영상 속 천사) [기괴한 목소리로] 송소현의 아기
(혜진) 이 영상을 보시는 분들 [영상에서 소리가 흘러나온다]
많이 혼란스러울 것으로 압니다
이제 태어난 지 며칠도 안 된 아기가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신에게 벌을 받는다는 걸까요?
이 아기는 내일 밤 9시 30분에
시연을 당하기로 되어 있습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우리는 이 죄 없는 아기의 시연 순간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겠습니다
판단은 여러분 스스로 해 주십시오
또 새진리회는 이제
거짓으로 이 끔찍한 재앙이
모두 신의 심판이라고 말하는 것을 멈춰 주십시오
[TV 전원음]
(정칠) 저질러 버렸네 저질러 버렸어, 결국은
우리 의장단 이거 어떻게 생각해요?
(의장단원2) 글쎄, 뭐, 이제는
원죄론으로 가야 되지 않나?
그러니까 인간은
원래 태어날 때부터 죄를 가지고 태어나…
(의장단원3) 안 돼요, 그건
우리 새진리회가 이렇게
단시간 내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이해할 수 있는 범위 내의 죄인들이
지옥에 간다는 거였는데
원죄론을 인정하는 순간
개신교하고 뭐가 다르냐는 얘기가 나올 게 뻔합니다
순식간에 세력이 쪼그라들 거예요
아, 그럼 뭐요 뭐, 대안이 있어요?
(의장단원4) 저, 의장님
어, 아직은 시간이 좀 있지 않습니까?
일단은 저 영상 자체가 조작되었다고 부정하고
추이를 기다려 보는 건 어떨까요?
아직은 시연이 일어나지도 않았으니까요
아, 그러다가 저놈들이 저 아기 시연을 중계하면요
그때 뭐라 그래요?
시연도 조작됐다고 잡아떼야죠
(의장단원3) 그러면 당장 우리가 중계하는 시연도 [무거운 음악]
조작됐다고 들고일어날걸요?
(의장단원4) 이봐요 아까부터 계속 딴지만 거는데
지금 해결 방안을 생각해 보자고요, 예?
(의장단원3) 아, 딴지는 누가 딴지를 걸어요?
(의장단원2) 에이 원죄론이 안전빵이야
(의장단원3) 아니,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야 될 거 아니에요 [의장단원1이 말한다]
(의장단원1) 아무 말이나 막 내뱉지 마세요들!
(의장단원4) 아니 원죄론이 뭔지나 알고 지금
- (의장단원4) 떠드시는 거냐고요 - 막말 대잔치 하지 말라고요
(의장단원4) 나는 사과즙도 안 먹는 여자야
(의장단원3) 흥분하지 말고 빨리 정확하게 얘기하세요
(의장단원1) 원론적인 해결 방안을 찾자고요! [한숨]
[새가 지저귄다]
(혜진) 네
아, 네, 잠시만요 [영재가 코를 훌쩍인다]
배영재 씨
[한숨]
저희 쪽 망명 담당자예요
두 분 망명 절차 도와줄 거예요
뭐, 챙길 수 있는 게 많진 않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도와줄 거니까
필요하신 부분 있으면 편하게 말씀하시면 돼요
[휴대전화를 탁 받는다]
시연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이동 시간이 길어지면 더 위험해지니까
(혜진) 멀지 않은 곳에
사람들 피해가 가장 적은 곳으로 섭외해 뒀어요
곧 저희 쪽 사람들이 올 거예요
(영재) 네, 말씀하세요
시연 순간에 꼭 계시지 않아도 돼요
나머지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차분한 음악]
처음에는요
아기 울음소리가 너무 듣기 싫었어요
(소현) 끔찍했어요
이유도 잘 모르겠고
나한테 무슨 얘길 하고 싶은 건지
아기들은 자기 몸이 조금만 이상해도 우는 거겠죠?
배고프다고
졸리다고 춥다고 덥다고
할 줄 아는 게 우는 거밖에 없으니까
근데요
그게 다
자기를 살려 달라고
그 얘기를 하는 거였어요
계속 살고 싶으니까
자기 좀 어떻게 해 달라고 우는 거예요
처음이에요
누군가 이렇게 강하게 나한테 도와 달라고 하는 게
나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처음이었다고요
저는 끝까지
아기랑 같이 있을 거예요
알겠습니다
아, 예, 저, 저 뭐라도 사 오겠습니다
- (동욱) 아, 필요하신 거… - (혜진) 아니요
(동욱) 예
[문이 달칵 닫힌다]
[어두운 음악]
(동욱) 저, 김정칠 의장은 사제단을 꾸린다고 하는데
아니, 도대체!
뭘 어떻게 무슨 기준으로
[탁자를 탁 치며] 사제단을 꾸린다는 거예요!
아니, 우리 화살촉 식구들만큼
신의 의도를 잘 따르고 있는 사람들 있습니까?
우리 화살촉 식구들은
계속, 계속 지켜볼 거예요
뭐를?
당신네들이 신의 의도를 따르는가!
아닌가!
오늘 방송 여기서 끝
화살촉, 화살촉
화살촉!
[피곤한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천사의 괴성]
(정칠) 뭐예요, 연결돼 있어요? [무거운 음악]
(영인 사제) 연결돼 있습니다
아, 이동욱 씨?
새진리회 의장 김정칠입니다
(동욱) 진짜 김정칠 의장 맞아요?
(정칠) 예, 맞아요
지금 저만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의장단 모두 모여 있습니다
이동욱 씨 얘기 들으려고요
(정칠) 지금 민혜진이가 집에 있다고요?
잘나신 분들 다 모였네
[웃음]
김정칠 의장
내 얘기 잘 들어요
나는
원래 새진리회의
열렬한 신자였어요
당신이 의장이 되기 전부터
정진수 의장이
처음 새진리회를 만들었을 때부터 말이에요
내가
지금 거기에서 내 얘기 듣고 있는 당신들보다!
내가 더 신의 의도를 더, 더 잘 아는 사람이야!
예, 그러시군요
[숨을 씁 들이켠다]
저희가 뭐, 의장단이나 사제라고 해서
(정칠) 특별히 신과 더 가깝다거나 뭐, 그런 건 아닙니다
저희야 뭐, 신의 메시지를
어떻게 하면 사람들에게 잘 전달할까
고민하는 집단 아니겠습니까?
나도 잘 알아!
나, 나, 날 가르치려고 하지 마
(동욱) 가르치지 마!
어유, 아니에요, 아니에요
가르치다니요
저, 김정칠 의장 [어두운 음악]
잘 들어 봐
이게 도대체 어떤 신의 의도인지
나는
3년 전에 고지를 받았어
(동욱) 지옥에 간다고 말이야 [사람들의 놀란 숨소리]
근데 나는
당신네들 그 '의도'에 적힌 잘못 같은 거
내가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단 말이야
이건 내가 소도 놈들한테도 얘기를 안 한 건데 말이야
내가 고지받은, 어?
시연 날짜가 언제인 줄 알아?
오늘이야
[사람들의 놀란 숨소리]
(동욱) 바로 오늘
그런데
민혜진하고 아기가 하루 전에 우리 집으로 왔단 말이야
내가 시연받기로 한 시간이
아기가 시연받고 5분 뒤더라고
이건 무, 무슨 무슨 의도 같아? 응?
무슨 메시지일까?
(정칠) 예, 그거 정말 이상한 일이네요
- (의장단원4) 의장님 - 그건…
[의미심장한 음악]
절대적 메시지입니다
[놀란 숨소리] (정칠) 제 생각에는
신도 실수를 한다는 증명?
(정칠) 그리고 그 실수를
바로잡으려는 의지 같은 거 아닐까요?
(정칠) 어쩌다 보니 신도 실수를 한 거예요 [떨리는 숨소리]
아기에게 고지를 내려 버렸으니까요
이걸 사람들이 알면 어떻게 될까요?
(정칠) 큰 혼란이 일어나겠죠?
그래서 이동욱 씨를 이용해서
그 실수를 덮어 버리려는 게 아닐까요?
[벅찬 신음]
(정칠) 이동욱 씨는 신의 실수를 덮어 주는
앞으로 신이 가장 고마워해야 하는 존재
[동욱이 꺽꺽거린다]
(정칠) 신 자신의 메시지를 더욱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하, 더 큰 메시지를 품고 있는
[탄성]
이동욱 씨는
메시아시군요
[만족스러운 신음] [동욱의 웃음]
[떨리는 숨소리]
역시
[웃으며] 역시
이동욱 씨? 아, 아니, 이제
이동욱 메시아님이라고 불러야겠죠?
어디 계십니까?
(정칠) 저희가 이동욱 메시아님의 일을 돕겠습니다
돕긴 누굴 도와?
[긴장되는 음악] (동욱) 돕긴 누굴 돕냐고
이건 신이 나한테 맡긴 일이야, 어?
신이 나를 선택한 거라고
내가 너희, 어?
사제 놈들한테 내가 다시 이 영광을 빼앗길 순 없어!
(동욱) 잘 들어
힌트만 남길 테니까
너희들 일은 너희들이 알아서 해 봐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종료음] [사람들의 탄식]
(동욱) 아, 힌트
[동욱의 힘주는 신음]
야, 이 새끼야
내가 메시아라고까지 불러 줬는데!
의장님
마지막 발신지를 추적하면 위치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청 사제) 통신사에 있는 화살촉한테 얘기하면
위치 바로 따 줄 겁니다
위치 나오면 화살촉이든 경찰이든 대동하고
빨리 그놈들한테 가!
(의장단원3) 경찰 쪽에는 죄인이 시연을 숨기고 있다고
- 협력해 달라고 연락할게요 - (정칠) 오케이!
(정칠) 자, 자, 자, 빨리 움직여요
서둘러요!
[숨을 후 내뱉는다]
[문이 달칵 닫힌다]
[멀리서 사이렌이 울린다] [무거운 음악]
(영인 사제) 의장님 이동욱 죄인 마지막 발신 위치
성남 마트 쪽이라고 합니다
주변 경찰들한테 협조 요청해 놨습니다
(정칠) 성남이고 뭐고 빨리 잡으라고!
빨리 가!
(사청 사제) 이동욱 위치 나왔습니다
성남 쪽 사제들한테 연락해 빨리 움직여
(사제들) 예!
(혜진) 네, 거기 맞아요
지하 주차장에다 차 대고 올라오시면 돼요
네, 좀 서둘러 주세요
[휴대전화 조작음]
거의 다 도착했대요
[소현의 떨리는 숨소리] [영재의 한숨]
[휘파람 소리가 들린다]
(소도 일원1) 왜?
(소도 일원2) 잠깐만
[소도 일원2의 신음]
[통화 연결음]
[한숨]
- (영재) 저, 변호사님 - (혜진) 네
[통화 종료음] (영재) 제가 나가서 좀 보고 오겠습니다
잠시만요
가져가요
[한숨] [통화 연결음]
[문이 달칵 여닫힌다]
[무거운 음악]
사람들한테 보여 줘야 되는데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었는데
[사이렌이 울린다]
(사청 사제) 경찰분들은 입구 통제해 주시고요
[사람들이 분주하다]
빨리 움직여, 빨리!
[힘겨운 신음이 들려온다]
[소도 일원1의 힘겨운 신음]
[영재의 놀란 숨소리]
[소도 일원1의 힘겨운 신음]
어, 저, 왜, 왜…
정신 좀 차려 봐요, 응? 저, 정신 좀…
[동욱이 키득거린다]
[동욱의 웃음]
(동욱) 쉭쉭, 쉭쉭
[놀란 숨소리] [동욱의 탄성]
이제, 이제 얼마 안 남았어, 어?
봐 봐, 봐 봐, 봐 봐
아
내가 누군지 모르시는구나
[웃음]
아, 나 그래도 예전에
화살촉들 사이에선 진짜 유명했었는데
[힘주는 신음]
(영재) 아니, 왜…
갑자기 왜 이러는 건데요, 지금
- 당신도 고지받은 사람이잖아 - (동욱) 그렇지
난 당신 아기가 시연당하고
5분 뒤에 시연당할 사람이야
(동욱) 어, 신의 실수를 감싸 줄 사람이지
내 계획이 있는데 말이야 들어 봐 봐
어, 일단 여기서 당신 죽이고
올라가서 당신 와이프 죽이고 민혜진 죽이고
그다음에 당신 아기가 내 방에서 시연을 받게 하는 거야
어, 난 5분 만에 아기 시체를 치우고
나도 그 방에서 시연을 당하는 거지
그러면 사람들은
도대체 이게 누가 시연을 당한 건지
아기는 어떻게 된 건지
모든 게 애매해져 버리는 거지 [동욱의 웃음]
애매해져 버리는 거야
근데 말이야
이 신이란 놈이 참 야비한 놈이야 이게, 이게, 이게
실수나 처하고, 어?
그걸 덮으려고 나를 선택했단 말이지!
[웃음]
[동욱의 환호성] (영재) 자
내가 지금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는데
진정하고
정신 차리고 얘기합시다
정신?
아, 나는 [웃음]
살면서 이렇게 정신이 맑았던 적이 없는데
(동욱) 내가 왜 태어났는지 왜 죽는지 명확하게 알고 있어
이거를 알고 있는 사람이 세상에 얼마나 있겠어
나는 지금
신과 가장 가까운 인간이야
[동욱의 힘주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동욱의 힘겨운 신음] [전기 충격기 작동음]
[동욱이 털썩 쓰러진다] [다급한 숨소리]
[동욱의 웃음]
(영재) 소현아! 소현아!
소현아, 도망쳐! [동욱의 기괴한 탄성]
변호사님!
[동욱의 힘주는 신음]
[영재의 힘겨운 신음]
[영재의 비명]
[동욱의 거친 숨소리]
[못마땅한 신음]
[동욱의 탄성]
[웃음]
[동욱의 들뜬 환호성]
[중얼거린다]
[혜진의 힘주는 신음] [소현의 비명]
[동욱의 거친 숨소리]
- (동욱) 일로 와, 일로… - (혜진) 놔!
[소현의 비명]
[혜진의 힘주는 신음] [동욱의 힘겨운 신음]
[다급한 신음]
[무거운 음악]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혜진의 힘주는 신음]
(소현) [흐느끼며] 여러분!
제가 여러분에게
꼭 보여 드려야 할 게 있습니다
이 아이는
곧 시연을 받기로 되어 있는 [사람들이 술렁인다]
제 아이입니다
(여자1) 아기가? [휴대전화 조작음]
(소현) 꼭 좀 봐 주세요
- (남자2) 이건 아니지 - (남자3) 아기가 무슨 시연을…
[사이렌이 울린다]
(경찰) 어?
사제님!
저, 이것 좀 보세요
여기 위치가 바로 근처거든요?
- 빨리 움직이세요 - (경찰) 네
(사청 사제) 빨리 움직여!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소현이 흐느낀다]
(여자2) 아기가 무슨 죄를 지어?
아유, 저 아기를…
[웃음]
[소현의 웃음]
아가
(소현) 엄마가
끝까지 옆에 있을게
[흐느낀다]
[사이렌이 울린다]
얼마나 남았어!
(사청 사제) 금방 갑니다
(동욱) 야! [긴박한 음악]
시간이 없다고! [혜진의 힘겨운 신음]
시간이 [혜진의 힘주는 신음]
놔!
놔! 씨, 놔! 씨
야, 씨
야!
인간 주제에! [혜진의 힘겨운 신음]
죽어, 죽어!
[혜진의 힘주는 신음] [동욱의 힘겨운 신음]
[혜진의 다급한 신음]
[동욱의 힘겨운 신음] [혜진의 힘주는 신음]
[흐느낀다]
[땅이 쿵 울린다] [사람들이 놀란다]
[겁먹은 숨소리]
[사람들의 비명] [긴박한 음악]
[놀란 숨소리]
[사자들이 으르렁거린다]
[소현의 다급한 신음]
[다급한 신음]
[사람들의 비명이 들려온다]
[영재의 다급한 신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영재) 소현아!
[사람들의 놀란 신음]
[소현의 비명]
[혜진의 힘주는 신음]
[힘주는 신음]
[사람들의 비명]
(영재) 소현아
[사람들의 비명]
[소현의 비명]
[소현의 다급한 신음]
[사람들이 연신 비명을 지른다] [사자들이 으르렁거린다]
[사람들의 비명]
[소현과 영재의 힘겨운 신음]
(영재) 소현아
[소현이 흐느낀다]
[무거운 음악] [영재의 떨리는 숨소리]
[영재의 다급한 숨소리]
괜찮아
아, 안 돼
[힘겨운 신음]
[영재와 소현의 힘주는 신음]
[놀란 숨소리]
[무거운 음악] [사람들이 수군거린다]
[여자3이 안타까워한다]
[사람들의 탄식]
[울부짖는다]
[아기 울음]
[사람들이 놀란다]
(남자4) 무슨 소리야, 이거? [혜진의 놀란 숨소리]
[혜진의 힘겨운 신음]
(여자4) 아이고, 어머머
- (남자5) 아니, 뭐 하는 거야? - (남자6) 진짜 다행이다
[혜진의 힘겨운 신음]
[아기가 연신 운다]
[놀란 신음]
[놀란 숨소리]
[울음]
(동욱) 이, 이게 뭐야
[괴로운 신음]
아니
[말을 더듬으며] 아니 메, 메시지가 너무 복잡해서
못, 못 알아듣겠어
(혜진) 이 새끼야
[힘겨운 신음]
도대체 말하고 싶은 게 뭐야 이 새끼야!
[떨리는 숨소리]
계획대로?
어, 어, 계획대로
[떨리는 숨소리]
[사람들이 놀란다]
[힘주는 신음]
[혜진의 힘주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동욱의 힘겨운 신음]
[동욱과 혜진의 힘주는 신음]
[동욱과 혜진의 힘겨운 신음]
[동욱의 힘주는 신음]
[사람들이 놀란다]
[사람들의 비명]
[땅이 쿵 울린다] [동욱의 놀란 숨소리]
자, 잠깐만
[사람들의 비명]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비명]
[떨리는 숨소리]
[아기 울음] [차분한 음악]
[힘겨운 신음]
(남자7) 아, 진짜 다행이다 [혜진이 울먹인다]
[사람들이 안도한다]
(여자5) 자, 아이고, 세상에
(사청 사제) 빨리 잡아!
[사람들의 놀란 신음]
나와, 나와
[사람들이 술렁인다] 나와!
나와, 씨
나와 봐! 이씨
(유지 사제) 비켜
비켜!
당신들 지금 신의 뜻을 어기고 있는 거야
빨리 안 비켜?
비켜
[사람들을 퍽퍽 때리며] 비켜, 비켜
- (남자8) 그만해! - (유지 사제) 비…
(남자8) 이 사기꾼 놈들아
(유지 사제) 뭐라고?
그만해
(남자8) 거짓말쟁이들아
(유지 사제) 뭐라고?
뭐라고? [사람들이 놀란다]
야
신의 원칙도 무시하고 [사람들이 놀란다]
신의 의도도 무시한 채
[남자8의 힘겨운 신음] [퍽퍽 때리며] 누굴 보고 사기꾼이라고
누가, 누가
누가, 누가, 누가, 누가, 누가
[유지 사제의 거친 숨소리]
뭐 하고 있어 빨리 저년 쫓아가서 잡아야지, 씨
유지 사제
[수갑이 잘그랑거린다]
(경찰) 당신을 폭행 현행범으로 체포합니다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고 [남자9가 호응한다]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고
뭐야, 이거
(경찰) 야
(유지 사제) 뭔 개소리야
너희들이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아?
신이 아무 원칙이 없다는 게 뭘 의미하는지 알아?
종말이야
앞으로 더 많은 죄인들이 날뛸 거라고
[유지 사제의 웃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그 죄인들의 피해자들이 너희들을 원망할 거야
너희들은 죄인들이 죄를 짓게 한 방조자들이라고
부끄러운 줄 알아
부끄러운 줄 알아!
신의 원칙도 모르고
신의 의도도 무시한 채
복귀해 [유지 사제가 연신 소리친다]
[차분한 음악]
[혜진의 거친 숨소리]
[다가오는 자동차 엔진음]
[힘겨운 신음]
[혜진의 힘주는 신음] [차 문이 탁 닫힌다]
큰길로 나가서 최대한 멀리 가 주세요
[혜진의 힘겨운 신음]
큰길로 나가려면 직진해야 돼요
(택시 기사) 직진하면 경찰들이 검문 선 쳐 놨어요
아까 오다가 봤어요
민혜진 변호사님
큰길로 나가려면 저쪽으로 돌아가야 됩니다
그래야 안전하죠
저는 신이 어떤 놈인지도 잘 모르고
관심도 없어요
제가 확실히 아는 건 여긴 인간들의 세상이라는 겁니다
인간들의 세상은 인간들이 알아서 해야죠
안 그렇습니까, 변호사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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