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7
'손자병법'에는 그런 말이 있죠
'최고의 방어는 공격이다'
음, 글쎄요?
전 동의하지 않아요
씁, 방어하기도 힘들어 죽겠는데
공격할 힘이 어디 있겠어요?
그러니까 제가 봤을 땐
최고의 방어는
도망이죠
(웅) 저에게 있어 도망의 역사는 꽤 오래됐어요
(교사1) 자, 오늘 3교시에
사랑하는 우리 가족에 대해 발표할 친구는
최웅이에요
웅아, 준비해 왔지?
자, 그럼 우리 조금 쉬는 시간 가지고
조금 있다 시작할게요
(학생들) 네!
[학생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발랄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교사1) 웅아, 얼른 내려와, 응?
얼른
(학생1) 내려와
- (학생2) 위험해 - (교사1) 웅아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웅) 꽤나 어린 나이에
- (학생2) 위험해 - (교사1) 웅아, 얼른 내려와, 응?
- (학생들) 다쳐! - (교사1) 위험해, 얼른 내려와
- (교사1) 위험하다니까? - (학생3) 내려와
- (학생2) 위험해, 다쳐 - 발표 안 시킬 테니까
(교사1) 얼른 내려와 정말이야, 안 해도 돼
안 해도 돼, 정말
선생님이랑 약속할까?
(웅) 그 달콤함을 맛봤다고나 할까? [교사1이 말한다]
[한숨]
(웅) 물론
도망은 저를 위한 거긴 하지만
(호) 야, 최웅! [흥미진진한 음악]
와, 이거 아주 작살을 내 놨네, 이놈 새끼
야, 이놈 새끼야, 야, 너 일로 와
(웅) 상대를 위한 것이기도 해요 [호가 말한다]
(지웅) 야, 이 새끼야! 이거…
(웅) 순간 이성을 잃어서
상당히 감정적이게 되는 순간을 피해
(지웅) 이거 29,900원…
[웅과 연수의 가쁜 숨소리]
(연수) 안 때릴게, 어?
[연수의 거친 숨소리]
화도 안 낼 테니까
하, 일로 와 봐
(웅) 다시 차분하게 대화를 할 수 있을 때까지
시간을 벌어 주는 거니까요
진짜로?
(연수) 일로 와 봐
[흥미진진한 음악] [웅의 다급한 숨소리]
이리 안 와?
[연수의 가쁜 신음]
(웅) 그렇다고 [지웅의 한숨]
아무 때나 도망을 가는 건 아니에요
(지웅) 네가 마라톤 대회를 나간다고?
(웅) 응
연수가 나 이거 하프코스 완주하면
커플 링 껴 준대
[지웅의 탄성]
(지웅) 걔도 참 대단하다, 어?
[웅의 헛기침]
연애를 하는 거냐? 육아를 하는 거냐?
(웅) [숨을 씁 들이켜며] 걔는 아직 날 잘 모르는 거 같아
나도 한다면 하는 놈인데
(지웅) 야
너 진짜 내가 빡세게 훈련시킬 거니까
나중에 딴소리하지 마라, 어?
매일 이 시간에 나와서 한 시간씩 뛰는 거야
(웅) 아이, 그럼, 야, 씨
일주일 체력 단련 하면 [지웅의 한숨]
하프코스는 무슨 풀코스도 가능하지
[흥미로운 음악] 나 먼저 시작한다
(지웅) 하, 진짜
[웅과 지웅의 가쁜 숨소리]
[웅의 웃음]
[웅의 힘겨운 신음] [지웅의 가쁜 숨소리]
(웅) 아, 아 못 하겠어, 못 하겠어
[웅의 힘겨운 신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아파하는 신음]
[웅의 힘겨운 숨소리]
[난감한 숨소리] (웅) 객관적인 상황 판단을 통해
적절하게 선택을 하는 거죠
[아파하는 숨소리]
(웅) 하, 그래
김지웅이랑 우정 링이나 끼지, 뭐
그럼, 그럼
[힘겨운 신음]
[끙끙댄다]
(웅) 그래서 전 도망이 부끄럽지 않아요
[웅의 옅은 숨소리]
[잔잔한 음악]
(웅) 다시 만났으면
잘 지냈냐고
그동안 어떻게 지냈냐고
힘들진 않았냐고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잖아, 우리
(웅) 아휴, 씨, 진짜
[사무실이 분주하다]
(지웅) 아니, 작가 붙여 달라고 한 지가 언젠데, 예?
이제서야 붙여 줘요? 예?
(동일) 어, 아, 그러니까 그게
[동일의 헛기침]
아, 나는 일단 최선을 다해서 찾아 봤다
그러니까 나한테 너무 뭐라 그러면 안 돼
아니, 지금 전부 다 작품 들어가 있는데
뭐, 특집으로 뺄 작가가 영 없는 거야
그래 가지고
응, 일단
잘해 봐
(지웅) 뭐야?
누굴 붙여 놨길래 이렇게 변명을 하는 거야?
[민경의 한숨]
[지웅의 한숨] (민경) 뭐 해? 안 들어오고
하, 계속 거기 서 있을 건가?
이거 작가님 들어오실 사이즈 아닌 거 아실 텐데
(지웅) 왜 거기 앉아 계세요, 예?
저희 특집으로 짧게 칠 거예요
하, 정 없으면은
막내 작가들 불러서 알아서 해 볼게요
(민경) [한숨 쉬며] 내가 하고 싶어서 왔겠니?
박 PD가 하도 사정을 해서 왔지
[한숨 쉬며] 아니 드라마로 가실 거라면서요?
가서 드라마 쓰시지, 왜 여기서…
(민경) 쓰고 있어
쓰고 있는데 쓰라는 말이 제일 듣기 싫어, 난
[지웅의 한숨] 잠깐 머리 식힐 겸 온 거니까
그렇게 대놓고 싫어하지 마라, 김 PD
또 멋대로 하시려고?
잘 나오잖아, 그래서
(지웅) 전 싫어요
저…
(민경) 프리뷰 봤어
엉망이던데?
(지웅) 누가 보여 주래?
(민경) 김 PD
도대체 뭘 찍고 있는 거야?
아이, 영상이 뭘 말하려는 건지 전혀 모르겠잖아, 전혀
아니, 안 그러던 사람이 왜 그러지?
감 떨어졌어?
(지웅) 작가님, 여기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요
그냥 가던 길 돌아가시든지
아니면은 뭐, 다른 데 가서 쉬시든지 알아서 하시고…
(채란) 저, 선배님
[한숨]
저희 심각해요
작가님 필요해요, 저희
[한숨]
(민경) [한숨 쉬며] 뭐 옛날의 미안한 것도 있고
이번엔 고집 좀 덜 부려 볼게
[한숨]
(지웅)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뭡니까?
거기 출연진이 자기 친구들이라며?
그래서 막 찍은 거야?
사실 처음에 보고는 안 하려고 했는데
씁, 보다 보니까
흥미로운 게 있데?
10년 전 것도 찾아봤지, 내가
그래서요?
출연자 둘 사이에 묘한 분위기가 있던데
(민경) 아니야?
[흥미로운 음악]
[의아한 숨소리]
김 PD가 그걸 놓쳤을 리는 없는데?
그거 잡고 스토리 쓰면 재밌는 그림 나오겠던데, 뭐
[한숨 쉬며] 억지로 만드는 거 싫습니다
오히려 카메라가 의도적으로
그런 분위기를 놓치려는 느낌이 드는 거 같던데, 난?
(민경) 그거는, 쯧
내 기분 탓인가?
(지웅) 아, 무슨 의도적으로 놓쳐요? 저도, 하
전 최대한 객관적으로 찍기 위해서…
(민경) 그럴 거면 왜 사람이 찍어?
요즘 세상 좋은데 기계가 알아서 찍게 두지
아유
하여튼 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네, 김 PD
뭐
그림은 김 PD가 뭐, 어련히 이쁘게도 찍어 놨던데
그걸로 콘셉트 잡고
[책상을 탁탁 친다]
구성안 써 볼게 [지웅이 키보드를 탁탁 친다]
[민경이 피식 웃는다]
- (은호) 어, 형, 일어났네? - (웅) 응
(은호) 형, 오늘 우리 파티하기로 한 거 알지?
요 뒤에 한번 봐 봐
하하, 내가 오늘 형 데뷔 축하 파티를
이렇게 정성스럽게 준비했다
[은호의 뿌듯한 웃음] 아, 맞다
오늘 다 같이 촬영한다고 연수 누나도 온대
[흥미로운 음악]
씁, 하
근데 뭐, 더 초대할 사람 없나?
예를 들면 엔제이 님이라든가
뭐, 엔제이 님이라든가 엔제이 님 같은
아, 맞다 지웅이 형 빨리 온다 그랬는데?
아, 씨, 그럼 이거부터 빨리…
형
지웅이 형 먼저 온다고 했으니까 얼른 먼저 씻고 준비해
(웅) 저의 도망은 회피가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이니까요
[고민하는 숨소리]
(연수) 도망이요?
[한숨]
그런 비겁한 행동은
살면서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요
[한숨]
[입을 헹군다]
그거 다 한심한 변명이고
핑계인 거죠
[풀벌레 울음] [차분한 음악]
[훌쩍인다]
(연수) [떨리는 목소리로] 아…
미안 [훌쩍인다]
내가 너무 술에 취해 가지고
[한숨]
(연수) 아무튼 도망은
비겁한 사람이나 하는 거라고요
[한숨]
[사무실이 분주하다]
(민경) 어때?
다들 구성안 봤나?
아직 못 봤나 본데?
내 기가 막힌 구성안을 보고
그런 표정을 지을 수가 없을 텐데?
[한숨 쉬며] 아쉽지만 못 찍습니다
(지웅) 이 기가 막힌 구성안
뭐? 왜…
[기가 찬 숨소리]
(민경) 아, 김 PD
이런 식으로 내 거 까는 거는 너무 유치하지 않니?
하, 도망갔어요
누가?
출연자요
출연자 누구?
(지웅) 최웅 [민경의 헛웃음]
다시 잡아 오면 되지, 그게 뭐라고
(지웅) 그리고 국연수요
[흥미로운 음악]
[지웅의 한숨]
[통화 연결음]
"축하해"
(은호) 내가 계속 전화해 봤다니까
안 받아
아니, 아침까지 같이 있었다며?
(은호) 응 아니, 분명히 있었거든?
근데 없어졌어 [지웅의 한숨]
(채란) 정말 연수 씨한테 뭐 들은 거 없어요?
(솔이) 아, 저요?
여기 있는 와인들 다 제가 가져온 거예요
아니, 오늘 파티한다 그래 가지고
내가 가게까지 닫고 여기 왔는데
이게 뭐야?
저도 피해자처럼 보이지 않나요?
아니, 최웅은 그렇다 쳐도
(지웅) 연수가 이렇게 무책임한 애가 아닌데?
혹시 둘이 뭔 일 있는 건 아니겠지?
어제 네가 데려다준 거 아니야?
걔 술이 안 깼나? [통화 연결음]
(솔이) 걔가 숙취가 심한 애는 아닌데
할머니한테 연락해 보지, 뭐
[은호의 한숨]
으음
왜? 국연수야?
잠수 탄 거 맞네
[흥미로운 음악] (솔이) '생각할 시간이 필요함'
'할머니한텐 말하지 말 것'
이거 말투 싸가지 없는 거 보니까
납치된 거 아니고 국연수 맞네
(은호) 아, 연수 누나 잠수 탔어요?
왜? 아, 왜지?
(지웅) 야, 최웅 갈 만한 데 있어?
(은호) 에이, 알잖아
그 형은 생각이 짧아 가지고
이 근방 뒤지다 보면은 금방 잡히게 돼 있어
걱정하지 마
씁, 아니, 근데
갑자기 오늘 왜 이러는 거지?
어제 드로잉 쇼도 잘 끝내 놓고
아, 나 이해가 안 되네?
[지웅의 한숨] (채란) 근데 갑자기 둘이 동시에 이러는 거
좀 이상하지 않아요?
아니, 뭐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다거나
아닌가?
나만 이상한가?
(은호) 에이
어제도 둘이 같이 있는 거 한 번도 못 봤는데요?
(솔이) 맞아, 그리고 어제 끝나고
국연수 우리 가게에 와 가지고
혼자서 술 먹고 취해 가지고 집에 갔어
웅이 형도 어제 피곤해 가지고 집에서 일찍 잤고
[흥미로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한숨]
[익살스러운 음악] (웅) 어제 나는 술에 취했는가?
아니요
(웅) 어제 나는 약을 먹었는가?
아니요
(웅) 그런데도
어제 나는 국연수 앞에서 울었는가?
[한숨]
[나뭇잎들이 솨 흔들린다]
[한숨]
[웅의 생각하는 숨소리]
근데
걔도 어제 취해서 기억 안 날 수도 있지
[휴대전화 진동음]
[메시지 수신음]
(은호)
[흥미로운 음악] (은호)
[한숨] (은호)
[입소리를 쯧 낸다]
[바나나 껍질이 툭 떨어진다]
(웅) 일단은
피하고 생각해 봐야겠어요
[한숨]
[나뭇잎을 톡 뗀다]
(연수)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진짜 갈 데가 없네
(연수) 사람들은 보통 이럴 때 뭘 하는 걸까요?
아
나 친구 없지?
[흥미로운 음악]
(연수) 이건 도망이 아니라
일단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만
잠깐 피해 주는 거예요
너무 흥미로워
(지웅) 네?
둘 다 갑자기 도망을 갔다는 거지?
(민경) 어머
내가 기대했던 거보다 더 재밌다, 얘
둘이 같이 잠수 탄 거 이상하지 않아?
[지웅의 한숨]
(채란) 좀 그렇긴 하죠
그러니까
이거 대박 나려나 보다
(민경) 둘이 진짜 뭐 있나 봐!
아니, 뭘 찍을 수나 있어야
이게 대박이 나든지 뭘 하든지 하죠
(지웅) 출연자 없이 뭘 어떻게 합니까?
김 PD 진짜 자꾸 왜 그러지?
(민경)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번 작품은
(지웅과 민경) - 뭐라고요? - 자기가 언제 출연자 도망갔다고
촬영 접은 적 있어?
(민경) 죽도 촬영 기억 안 나?
(지웅) 아, 그건 또 왜 꺼내요?
출연자 증발했는데 찾아오겠다고
(민경) 펄까지 뒤져 가면서 찾아온 게 김 PD 아니었어?
또 뱀 농장
[한숨] 탈출한 뱀 찾겠다고
산으로 막 뛰어다니고 그랬잖아
근데 뭐, 고작 이걸로 촬영을 하네 마네 하는 거야?
아니, 출연자 잡아 오면
하기 싫다는 사람들 억지로 앉혀 놓으면
그게 뭐, 그림이 나오겠습니까?
잡아 오면
다시는 도망을 못 가게 해야지
[민경의 생각하는 숨소리]
(민경) 어디 보자
자기는 섬이 좋아, 산이 좋아?
(채란) 아, 네?
[흥미로운 음악]
거기, 우리 인턴
내 작품의 특장점이 뭘까?
낯선 환경과 제한적인 공간에서
(태훈) 인물의 원초적인 감정을 끌어내는 겁니다
간단하게
가둬 놓고 찍기?
[민경의 웃음]
(민경) 날도 좋은데 여행 한번 갔다 와, 다들
도망간 애들 어디 한적한 데 납치해서
한 3일 치 분량 뽑아 오라고
오케이?
(은호) 알았어, 알았어 걱정하지 마
나 지금 되게 열심히 찾고 있다니까?
응
찾고 나서 연락 줄게
어, 형, 나 지금 택시 온다
어, 택시, 어
형, 잠깐, 나 이따 전화할게
[휴대전화 조작음] [흥미로운 음악]
[피식 웃는다]
생큐, 최웅
도비는 이제 자유예요
[휴대전화가 툭 떨어진다]
아이, 깜짝이야!
(솔이) 씁, 그렇게 놀라기엔 아까부터 있었는데?
아, 뭐 하세요, 거기서?
배고파
(솔이) 아니, 여기 먹을 건 많은데 왜 먹을 만한 게 없냐?
(은호) 아니, 안 갔어요?
(솔이) 가라고 안 했는데?
(은호) 아이, 다들 갔잖아요
내 술이 여기 있는데?
그러니까 연수 누나 찾으러 안 가요?
그러는 너는?
[익살스러운 음악]
아, 근데 뭐, 우리가 언제부터 갑자기 말을 놨었죠?
[살짝 웃는다] 나는
나이에 따른 위계질서를 옹호하고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자연스럽게 방금 놨지 [은호의 어이없는 숨소리]
근데 너 진짜 최웅 어디 갔는지 몰라?
에이, 알죠, 당연히 [솔이가 봉지를 툭 내려놓는다]
(은호) 뭐, 뻔하죠 그 형이 갈 데가 어디 있겠어요?
그 형 친구도 없어요, 취미도 없고
국연수도 마찬가지야
그래서 그 둘이 사귀는 건가?
아, 근데 취미라고 할 건 하나 있긴 한데
뻔하지, 뭐
그럼 같이 있겠네, 둘이
아이, 근데 오늘 이 집이랑 초면 아니신가?
(은호) 굉장히 자연스럽게 존재하고 있는 거 같은데?
[병을 탁 내려놓으며] 내가 가게 문도 닫고
(솔이) 제대로 놀려고 왔는데
이렇게 있을 순 없지
최웅 없는 최웅 파티
누나
혹시 천재세요?
[발랄한 음악]
(웅) 도망 후 고작 세 시간 만에
들어온 문으로 다시 돌아와 버린 느낌
(연수) 결국 다시 최웅 앞이라니
하이
(웅) 올해 내뱉은 말 중 최악의 말 1위 선정
[책을 탁 덮는다]
[연수의 헛기침]
(연수) 너, 그
뭐 해, 여기서?
응
오늘, 그
축하 파티 한다고 하지 않았어?
(웅) 그러는 넌?
(연수) [멋쩍게 웃으며] 아…
[연수가 숨을 씁 들이켠다]
쉬고 싶어 가지고
[웅의 한숨]
(웅) 지금 엄청 어색한 거 알지?
(연수) 아, 그래?
나는 괜찮은데?
- (웅) 정말? - (연수) 응
(연수) 나 아무렇지도 않은데?
왜, 우리가 어색해야 될 일이 있나?
(웅) 으음, 기억 안 난다고 우기는 쪽을 선택했나 본데
(연수) [살짝 웃으며] 무슨 말 하는지 잘…
야, 국연수
[한숨]
그래, 어색하다, 어색해, 어?
(연수) 전 남친 앞에서 술 먹고 질질 짜 가지고
쪽팔려 미치겠다, 됐냐?
아…
[잔잔한 음악]
(웅) 말했다시피 저한테 도망은
회피가 아니라 합리적인 선택이에요
그러니까 그건
선택하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거죠
밥 먹자, 나와
[센서 경고음]
[센서 경고음]
[풉 웃는다]
[새가 지저귄다]
[한숨]
- (치성) 자 - (엔제이) 생큐
[치성의 한숨]
(치성) 너 이러는 거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다
이런 거 하기 싫으면 싫다고 해도 돼
[시원한 숨소리]
좋은 일 하는 게?
(엔제이) 오빠 심보가 너무 별론데?
(치성) 남 좋은 일이지, 너한테는
(지원자1) 저기, 언니 이거 드세요
제가 사 온 거예요
고마워요, 잘 먹을게요
언니는 정말 실물이 훨씬 예뻐요
감사합니다
(치성) 속도 없냐?
[지원자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지원자1) 다들 여기 오면
엔제이가 선처해 주신다고 알고 오신 거죠?
네
작년에 여기 온 사람들 다 선처해 줬다는데요?
맞아요, 바로 고소 취하해 줘요
어떻게 아세요?
(지원자2) [멋쩍게 웃으며] 아, 사실
작년에도 한 번 왔었어 가지고
(지원자1) 어머 [지원자3의 탄성]
그럼 이번에 또 걸리신 거예요?
아, 운이 더럽게 나쁜 거죠
솔직히 요즘은 별말 아닌 것도 다 악플이라고 하니까, 참
[지원자3의 한숨] (지원자1) 그러니까요
솔직히 이것도 좀 웃기지 않아요?
악플러와 함께 하는 봉사 활동이라니 [무거운 음악]
멘털이 대단한 건지
아니면 머리가 똑똑한 건지, 참
다 이미지 메이킹이죠, 뭐
독하다니까, 정말
[지원자2가 피식 웃는다] (지원자4) 아무튼
오늘 비위나 잘 맞춰 주면 선처해 주니까
끝까지 힘내죠, 다들, 응?
(지원자1) 도시락에 자기 얼굴 스티커 붙어 있는 거 봤어요?
여기서 자기랑 얼굴 맞대고 밥 먹는 거 좋아할 사람
도대체 어디 있다고 [지원자4의 웃음]
벌써 떼다 버렸지, 어?
(지원자4) 어린 친구가 영악한 거 같아요, 아주 [지원자2가 호응한다]
근데 언니는 뭐라고 댓글 다셨어요?
아니, 나는 없는 얘기 한 것도 아니거든요?
아니, 왜, 엔제이, 그
옛날에
(지원자4) 스폰 엄청 받았다는 거 [지원자1의 놀란 숨소리]
[지원자2가 호응한다] 그거 뭐, 좀 썰 푼 거지
(지원자1) 어머 엔제이 스폰도 받았어요?
[차분한 음악] 대박, 언제?
(지원자4) 쉿
소속사에서 아주 입 막으려고
선량한 시민만 이렇게 쥐 잡듯이 잡는다니까?
(지원자2) 아, 그러니까요
그, 엔제이 데뷔하고 1집으로 대박 났을 때 있잖아요
그때 찍은 CF들 다 스폰 입김으로 찍었다잖아요
그러니까 저 어린 나이에 그 비싼 건물들을 샀죠
(지원자3) 와, 대박 [지원자2의 헛웃음]
(웅) 뭐 해? 안 들어오고
[문소리가 달칵 난다]
[다가오는 발걸음]
(호) 야, 너 어디 갔다가 이제 오냐, 넌?
(연수) 아, 안녕하세요
[호의 놀란 숨소리]
(호) 어유, 연수 왔네
(연옥) 연수가 왔…
[놀라며] 어머나, 세상에
어머머
어유, 잘 왔어, 잘 왔어
밥 먹으러 온 거지?
(연수) 네
(연옥) 아, 저기 앉자, 응? [연수와 연옥의 웃음]
(연수) 어젠 잘 들어가셨죠?
(연옥) 아유, 그럼
여기 앉아, 앉아, 앉아
(웅) 엄마, 나 이제 보이지도 않나 봐? [연옥의 웃음]
[연옥의 탄성]
- (연옥) 정말 오랜만에 오지? - (연수) 네
뭐 먹고 싶어? 뭐든 말만 해
저는 다 상관없어요
아줌마가 해 주시는 건 다 맛있어서
(연옥) 그래도
특히 더 먹고 싶었던 거 없었어?
어…
그럼 혹시 비지찌개도 아직 하세요?
(연옥) 맞다
연수가 그거 참 좋아했다
[연옥의 웃음]
내가 금방 해 올게
- (연수) 네 - (웅) 엄마, 나는 그럼…
(연옥) 고기반찬하고 이것저것 내줄 테니까
많이 먹고 가, 알았지?
- (연수) 네 - (창식) 형! 나 왔어 [문이 달칵 열린다]
(호) 너 방금 왔다 가지 않았어? [문이 탁 닫힌다]
[창식의 웃음]
(창식) 어?
웅이 쟤 언제 왔대?
- 가만있어 봐 - (호) 쉿, 쉿, 쉿
- 쉿, 쉿 - (창식) 아니, 아까 지웅…
(창식) 아니야, 지웅이가
[호가 호응한다] 쟤 보면 알려 달라 그랬다니까?
[작은 목소리로] 알았어 이거 그냥 넣어 둬, 넣어 둬
(창식) 아니야 지웅이가 애타게 찾았다니까
(호) 가라고, 좀, 가
[문소리가 달칵 난다]
[마우스 클릭음]
(동일) 야, 그거 백날 돌려 보면 답이 나오냐?
편집실에서 음식 냄새 나는 거 싫다고 했습니다, 분명
다 먹었다, 다 먹었어 예민한 새끼야
(동일) 너 밥 먹었어?
[문이 달칵 닫힌다] (지웅) 먹었습니다
편집실 밖에서요
(동일) 야
걔들 도망갔다며?
[피식 웃는다]
내가 딱 이쯤이면 한번 튈 때 됐다고 생각을 했거든
[웃으며] 아유, 걔네들은 어떻게 변한 게 하나도 없냐?
알고 있었어요?
걔들 한 10년 전에도 1, 2주 찍다가 도망갔었거든
(동일) 몰랐어?
국연수 조퇴하고 최웅 무단결석한 날?
그래, 인마
아무 말도 없이 둘이 갑자기 사라져 가지고
(동일) 온 동네를 다 뒤지고 다녔잖아
그래서 어디서 찾았어요?
못 찾았지
(동일) 근데 둘이 원만한 합의를 봤는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다시 왔어
- 뭐예요, 그게? - (동일) 그게 뭐긴
둘이 지지고 볶고 하다가 알아서 올 거니까
넌 기다렸다가 잡아채 가라고
(동일) 너무 걱정하지 말고
야, 채란이 숙소 구하는 거 같던데
어디 멀리 가?
그거 나도 같이 가면 안 돼?
저희 놀러 가는 거 아닙니다
(지웅) 이 작가님도 따라붙으려는 거
딱 잘라 놨으니까 허튼 생각 하지 마세요
두 분 좀 철 좀 듭시다, 좀
[지웅이 물건을 탁 내려놓는다]
(채란) 당장 갈 수 있는 곳들로 리스트 업은 해 뒀어요
결정은 출연자들 찾고 나서 해야 할까요?
(지웅) 아니, 미리 세팅해 둬
더 늦춰지면 우리 시간도 없어
[지웅이 숨을 씁 들이켠다]
애들은 내가 어떻게 해서든 오늘 잡아다 놓을 테니까
쟤 쓸 만하니?
숙소 리스트 업 해 보라고 시켰는데
(채란) 신혼부부들이 갈 법한 곳으로
스무 장 정도 정리해서 주더라고요
쓸데없이 정리 퀄리티는 예술이었고
아, 나 벌써 울렁증 오려고 하네
아, 안 맞아, 나랑, 아
(태훈) 선배님
외근 가십니까? 제가 운전해 드릴까요?
(지웅) 아, 됐어
야, 인턴, 너 오늘 그만…
임태훈입니다
하, 그래, 인턴, 넌 오늘 그만…
임태훈인데
[태훈의 웃음]
[발랄한 음악]
(지웅) 그래, 임턴 임턴이라고 해 두자
임턴, 너는 집에 가
가서 짐을 싸, 알았지?
(태훈) 네
- 너도 정리하고 들어가고 - (채란) 네
- 임턴 - (태훈) 네
여기로 와서 불편해?
(연수) 아니야, 안 그래도 나 한번 오려고 했어
아줌마, 아저씨 두 분 다 건강하신 거 같아서
보기 좋다
[옅은 웃음]
아이, 그래도 나이 많이 드셨어, 요즘에
(웅) 할머니는?
정정하시지?
응, 그렇지
(웅) 응
(호) 야, 이게 열무가 아주 그냥…
(웅) 어제 질문의 대답 못 들었는데
어떻게 지냈냐고, 그동안
[피식 웃는다]
나야 그냥
(연수) 졸업하고, 일하고
뭐
잘 지냈어
[잔잔한 음악]
그게 다야?
(연수) 응
특별할 건 없어
- 그럼 어젠… - (연수) 어제는
[어색하게 웃으며] 어제는 내가 술 너무 많이 먹었어
(연수) 창피하니까 그냥 모르는 척해 줘
알잖아, 나 이거 프로젝트 준비하면서
이거저거 힘든 일도 많았고, 좀…
[젓가락을 달그락 내려놓으며] 잘 먹었어
나 먼저 가 볼게
[연수의 힘주는 숨소리]
(호) 아니
- (호) 아이고, 왜, 벌써 가려고? - (연옥) 어이구
(연수) 아 정말 맛있게 잘 먹었어요
제가 오늘은 갑자기 와서 빈손으로 왔는데…
(연옥) 아유, 뭐 그런 말을 해?
앞으로도 그냥 편하게 지나다 들러
[연수의 옅은 웃음] - (연옥) 알았지? - (연수) 네
(연옥) 아, 아이고, 잠깐만
내가 반찬을 좀 쌌는데…
- 아, 아니에요, 저 괜찮아요 - (호) 아유
(연옥) 가져가서 할머니랑 같이 먹어
다음에 올 땐 할머니도 모시고 같이 오고
정말 괜찮은데…
맛있게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
(연옥) 감사하면 또 와
(호) 데려다줘야지
(연수) 어, 아, 저 혼자 가도 돼요
(연옥) 어유,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아유…
- (호) 또 와야 돼 - (연수) 네
- (호) 어, 그래, 가, 가, 응 - (연옥) 어
(연옥) 조심해서 가고
또 와, 응
둘이 어때 보여요?
(호) 글쎄, 전혀 모르겠네
[호의 한숨]
(연수) 늘 하는 말이지만 너 진짜 부모님한테 잘해 드려
그렇게 좋은 분들 없어
집으로 가?
설마 아직도 김지웅 죽치고 있는 거 아니겠지?
[연수가 입소리를 쩝 낸다]
오늘은 너나 나나 말없이 빠진 거니까
내일부터는 다시 사과하고 다시…
(웅) 그래
이 기분이었어
[감성적인 음악]
널 만날 때 항상 느꼈던 이 기분
사람 하나 바보로 세워 두고
혼자서 한 걸음씩 멀어져 가는 거 바라보기만 하는
이 기분 말이야
그게 무슨 말이야?
네가 괜찮다 그러면 나는 '그래, 괜찮구나' 해야 했고
네가 '아무 일 없어'라면
'내가 괜한 걱정 했구나' 해야 했고
(웅) 네가 헤어지자 그러면
이유도 모르고 '그래, 그러자' 해야 했고
그러다 네가 다시 나타나면 나는
그동안 네가 어떻게 지냈는지
도대체 무슨 생각을 가지고 돌아왔는지 모르겠지만
'그래'
'그렇구나' 해야 하는 거지
(웅) 최고의 방어는 공격
이제 국연수가 돌아온 게 실감 나네
(연수) 최웅
지겹다, 정말
(웅) 그걸 제가 지금 하고 있나 봐요
그런데 이건
내 선택이 아니었어요
(남자1)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 (남자1) 수고하셨습니다 - (지원자2) 고생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 인사한다]
(지원자3) 엔제이 님
아, 오늘 엔제이 님 덕분에 정말 소중한 경험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원자1) 오늘 언니 덕분에
저희가 많이 후회하고 반성했어요
이런 기회 주셔서 정말 너무 감사해요 [지원자들의 옅은 웃음]
(지원자4) 그럼 이제 저희는 선처해 주시는 거…
[지원자1이 지원자4를 만류한다] [지원자4의 의아한 신음]
저희가 한 실수 두고두고 갚으면서 살게요
(지원자1) 그리고 오늘 본 언니의 멋진 모습도
사람들한테 많이많이 알릴 거고요 [지원자들의 웃음]
알았죠? [지원자1의 웃음]
[어색한 웃음]
네
그래요
[지원자들의 웃음]
- (엔제이) 저, 반장님 - (반장) 네
(엔제이) 어쩌죠?
나 이제 못 나올 거 같은데
아니, 왜…
몇 번 나오다 보면 끝날 줄 알았지
이렇게 매번 끊임없이 생겨날 줄은 몰랐거든요
팬 아니에요, 이것들
[무거운 음악]
(엔제이) 내가 고소한 악플러들이지
- (지원자1) 아, 저기, 언니 - (엔제이) '언니'?
누구? 저요?
(엔제이) 글쎄?
매번 '이년', '저년' 그렇게만 부르는 거 같은데
[지원자1의 헛웃음] [지원자3의 한숨]
고소 취하는 안 해요, 여러분
[지원자들이 술렁인다]
오늘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와 함께 봉사 활동 할 의사가 있냐고 물어봤을 때
흔쾌히 나와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반장의 당황한 신음] (지원자2) 아니, 무슨 갑자기 이러는 게 어디 있어요?
이것도 명백한 사기 아니에요?
선처를 해 주기로 했으면 선처를 해 줘야지
뭐 하시는 거예요?
글쎄
선처해 주겠다는 약속 한 적 없는 거 같은데
[지원자2의 헛웃음]
(엔제이) 그쪽은 작년에 저 마주 보고 밥 먹더니
또 나 보고 싶어서 악플 쓰셨나 봐요?
(지원자2) 아니, 그거는…
건전한 비판도 못 합니까?
뭐, 죄다 악플이에요?
[벨크로를 직 뜯는다]
(엔제이) 그럼 그 건전한 비판
내가 읽을까, 그쪽이 읽을래?
얼마나 건전한지 소리 내서 한번 읽어 볼까요?
- (지원자2) 하, 진짜… - (지원자4) 아니, 어?
(지원자4) 일반인을 상대로
당신이 권력 남용 하는 거 아니에요, 지금?
어? 우리 다 바쁜 사람들인데
지금 이게 똥개 훈련 시키는 것도 아니고!
[무거운 음악] (엔제이) 그쪽은 선처라도 받고 싶으면
내 비위 맞춰야 될 텐데
그래도 괜찮겠어?
[지원자3의 난감한 숨소리] [지원자4가 당황한다]
(지원자3) 저, 잠시만요
[지원자4의 기가 찬 숨소리]
저, 엔제이 님
전 아시다시피 이번에 딱 한 번 실수한 거거든요?
저 이번에 이거 해결 안 되면
저 취업에 불이익 있습니다
아, 제 인생을 봐서라도
한 번만 선처해 주시면 안 될까요?
[피식 웃는다]
그래요
그쪽은 딱 한 번 실수하셨으니까
저도 딱 한 번 고소할게요
두 번 실수하시면 저도 두 번 고소하고요
[지원자3의 당황한 웃음]
아니
(지원자3) 아, 사람이 실수도 하고 그러는 거죠
아, 꼭 그렇게 잔인하게 구셔야겠어요?
(엔제이) 어떻게 실수를 해야
그렇게 자세하고 세세하게 성희롱을 할 수 있을까요?
닉네임 비비빙 님!
그동안 우리의 활동이
화해와 용서의 장이라고 기사가 많이 나갔잖아요
오늘 가서 아니라고 말하세요
'미친년이 용서는 개뿔'
'끝까지 다 고소하려고 잔뜩 독을 품었더라'
'갑자기 돌았는지 안 하던 짓을 하더라'
그렇게 하세요
하던 대로
(지원자3과 지원자4) - 저기요, 엔제이 님… - 아, 고소 취하해 줘요!
(치성) 다들 그쯤 하시죠?
상식이라는 게 있으면
[새가 지저귄다]
하, 진짜
또 뭐라고 한 거야?
(웅) 그냥 빨리
집에 가서 쉬고 싶은 생각뿐이에요
[한숨]
[휴대전화 진동음]
(함께) [술 취한 말투로] 최웅, 최웅, 최웅!
(영상 속 은호) 형, 축하해!
[익살스러운 음악] 우리가 지금 비록 많이 떨어져 있지만
우린 형을 축하하고 있어
[영상 속 은호의 웃음] (영상 속 솔이) 축하빵!
(은호) 여기 있는 우리 웅이 형도 진짜 너무 행복하대
그렇지? 형, 행복하지? 응?
더 웃어 봐
(솔이) 야, 네가 돈을 그렇게 많이 번다며?
그, 내 가게 좀 인수해 주면 안 되겠니?
- (솔이) 제발 좀? - 형
이거는 형과 나의 성공 스토리야
우리 형이, 이렇게 덜떨어진 우리 형이 이렇게 커 가지고
내가 성공하는 것도 다 보고
[울먹이며] 내가 진짜
(은호) 내가
[흐느끼며] 내가 진짜 우리 형 이렇게
바보 같은 우리 형이 성공한 것도 보고, 진짜…
(솔이) 왜 울어?
야, 너 우니까 나도 눈물 나잖아
(영상 속 은호) 맨날 밥도 똑바로 못 먹고…
(솔이) 울지 마, 술 깨!
(은호) 고생이란 고생 다 했는데… [솔이가 흐느낀다]
형
(영상 속 은호) 그곳에선 행복하게 잘 살아야 돼
알겠지?
[휴대전화 조작음]
(웅) 와
분위기만 봐선 내 장례식인데?
신고할까?
아이, 은호 이 새끼는…
[휴대전화 진동음]
어?
(웅) 이 기분이었어
[잔잔한 음악] 사람 하나 바보로 세워 두고
혼자 한 걸음씩 멀어져 가는 거
바라보기만 하는 이 기분 말이야
지겹다, 정말
(자경) 연수냐?
뭐야? 그러고 서서
지금 오는 겨?
(연수) 어
(자경) 그 손의 보따리는 뭐여?
할머니, 나 잠깐만 나갔다 올게 [자경의 당황한 신음]
지금 막 들어오는 거 아니여?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치성) 잘했어, 진작에 했어야 돼
뭐, 그게 용서가 쉽게 되는 일이니?
뭐, 악플러도 선처해 주는 천사 같은 엔제이? [잔잔한 음악]
그딴 거 개나 주라 그래
대표님한테 말해서
앞으로 무조건 다 선처 없이 강경 대응이야
자식들이 말이야, 쯧
근데
도대체 왜 매번 이렇게 직접 만나려 그랬던 거야?
그냥
실체가 있으면 좀 덜 무서울까 해서
(치성) 그냥 피해
도망가
그래도 돼
[버튼 조작음]
[한숨]
그래서 오늘은 도망가잖아
(치성) 네 도망이 저 사람이야?
(엔제이) 어
작가님!
[놀란다]
(웅) 아유
[엔제이의 웃음] [웅의 힘주는 신음]
[멋쩍은 웃음]
[잔잔한 음악]
[웃음]
(엔제이) 내가 타이밍 좋게 전화했지 뭐야?
그래서, 가출해서 떠돌아다니고 있었던 거예요?
에이, 이 나이에 가출이라니요
그냥, 뭐
잠깐 혼자 시간을 갖겠다 뭐, 그런 거죠
촬영 그거 하기 싫으면 때려치워요
(엔제이) 일반인이 갑자기 감당하기엔
꽤나 부담스러운 일이긴 해
[웅의 한숨]
괜찮아, 이리 와
그 신발주머니 주워서 와
[편안한 음악]
[아이들의 웃음]
(아이1) 우아, 대박!
엔제이?
(아이2) 엔제이 맞아요?
진짜?
응, 펜 있어?
(아이1) 어…
[아이들의 웃음]
(엔제이) 얘, 사진을 찍을 땐
[쓱쓱 사인하며]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고 찍는 거야
사진 찍어도 돼요?
아니, 안 돼
(엔제이) 인터넷에 이쁜 사진 많으니까 그거 봐
자 [아이1의 탄성]
너희 희소성이라는 게 뭔지 알아?
레어템이 뭔지 알지?
(아이들) 네
이 신발주머니가 레어템이 되려면 [쓱쓱 사인한다]
지금 가서 아무한테도
나 여기 있다고 말하면 안 되는 거야
알겠지?
(아이들) 네
(엔제이) 너희가 가서 말하면
나 모두의 신발주머니에 사인해 줄 거야
그럼 안 되겠지?
(아이들) [작은 목소리로] 네
(엔제이) 그래, 가 봐 우리 대화 중이니까
(아이들) 감사합니다
[탄성]
(웅) 아니, 초등학생들도 알아보네요, 엔제이 님은?
꽤나 피곤하시겠다
작가님 같은 일반인은 평생 몰라요
(엔제이) 아니다
작가님 이제 어느 정도는 공감하시겠다
뭐, 사실
그 망할 다큐 때문에
저를 간간이 알아보시는 분들도 있었어요
그런데도 왜 또 하려고 했대?
뭐, 어쩌다 보니까 꼬였어요
제 발에 제가 넘어진 거랄까?
뭐
그럴 때가 있지
[웅의 한숨]
[엔제이가 피식 웃는다]
(웅) 지금 저보고 비웃은 거 같은데?
나랑 밥 먹어요, 작가님
아…
저 방금 먹고 왔어요
[엔제이의 웃음]
(엔제이) 작가님
내가 웬만하면 이런 말까지 직접 안 하려고 했는데
안 그래 보이겠지만
내가 A형에 MBTI는 ISFP라
또 상당히 내향적이고 감성적인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내가 마음 수첩이라는 거에 적어 둔 게 있는데
무슨 수첩이요?
첫 번째
[흥미로운 음악] '내가 작가님 그림을 사서 굉장히 핫해졌는데'
(엔제이) '왜 나한테 밥을 사 주고 싶지 않을까?'
두 번째
'내가 내 건물 그려 달라고 정식으로 의뢰했는데'
'왜 나한테 연락이 한 번도 없을까?'
그리고 세 번째
'초대도 안 해 준 드로잉 쇼에 찾아가서'
'또 한 번 작가님을 핫하게 만들어 줬는데'
'왜 나한테 밥을 한 번도 안 사 주고 싶을까?'
아, 그게…
이렇게 크게 세 가지의 마음의 빚이 있어요, 작가님
어떻게 청산하실래요?
[난감한 숨소리]
[연수의 한숨]
(연수) 자기만 그렇게 화낼 줄 알아?
씨, 어이없어
뭐, 자기는 언제 나한테 다 얘기했나?
(연수) 화나면 매번 숨어 버리는 건
(연수) 아…
전화는 왜 안 받는 거야? 씨 [휴대전화 조작음]
(연수) 항상 최웅이었다고요
[통화 연결음]
[의미심장한 음악]
어…
그러니까
이건 예상하지 못한 건데요
(남자2) 저기요
[숨을 후 내뱉는다]
아…
(웅) 어…
(엔제이) 하, 이 사람은 대체
아이스크림을 어디로 먹는 걸까?
아무튼 제가 밥 먹자고 하면
먹었어도 안 먹었다고 하는 사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작가님 진짜 어렵다
(웅) 에, 엔제이 님, 그…
지난번에도 그렇고
저한테 이렇게 계속 연락 오고
불쑥불쑥 찾아오시는 거
제가 눈치 없이 굴었던 거죠?
눈치 없는 척하고 있었던 거 아니에요?
아, 맞구나
(웅) 죄송해요 제가 먼저 말을 꺼냈었어야 되는데
그러니까 말이에요
내가 직접 먼저 말하기엔 너무 쑥스럽잖아요
그…
[긴장한 숨소리]
세 점 사셨으니까 한 점 드릴게요
[발랄한 음악] (웅) 저 원래 이런 거 잘 안 하는데
엔제이 님이니까 원하시는 그림 있으면…
[웃으며] 아니, 저기요, 작가님
(엔제이) 나 돈 많아요
내가 그림 한 점 공짜로 얻겠다고 이러고 있는 걸로 보여요?
예?
근데 왜 저한테 잘해 주시는지…
[한숨]
명분이 없다?
아니, 아니, 그, 그, 그게 아니라
그러니까 엔제이 님 같은 분이 왜 저한테…
좋아서요
예?
[함께 놀란다]
- (엔제이) [웃으며] 아니 - (웅) 어유
- 이 아이스크림은 - (웅) 아유, 아유, 아유
(엔제이) 자꾸 무슨 죄야?
그게 무슨…
[엔제이의 웃음]
(엔제이) 오늘 저 무지 거친 하루였거든요
물론 수많은 힘든 날 중의 하루라 징징거리고 싶지 않은데
아무튼
작가님을 보면 기분이 꽤 괜찮아져요
[잔잔한 음악] 처음엔 작가님 그림 보면 그랬는데
이젠 사람을 봐도 그런 거야
이게 내가 앞으로 작가님 찾아가는 명분
그러니까 저 보면 그만 좀 놀라요
눈 그렇게 튀어나올 것처럼 뜨지 마요
사랑한다는 거 아니고
사귀자고 고백하는 것도 아니고
그냥 일단은 좋아한다는 거니까
어쩌면
작가님 우리 두부 닮아서 그런 걸지도 몰라
(웅) 두, 두부라면…
응, 우리 집 멍멍이
아, 멍멍이
[아이들이 떠들썩하다]
어디 가시게요?
(엔제이) 가끔 말 안 듣는 애들이 있어요, 꼭
갈게요, 다음에 또 놀아 줄게요
가출 끝내고 얼른 집에 들어가요
(아이3) 야, 가자!
(아이1) 가자 [아이들이 떠들썩하다]
- (웅) 아유, 또 왔어 - (아이4) 누나! 엔제이 누나!
(아이5) 사인해 주세요!
(아이1) 어, 저기 있다!
[아이들이 떠들썩하다]
[한숨]
(연수) 너도 진짜 대단하다
하루 종일 나 찾아다녔나?
(지웅) 아니
찾기 시작한 건 얼마 안 됐어
네가 생각보다 너무 금방 잡힌 거야
아니, 도망갈 거면 좀 멀리 가든가
뭐 하고 있었어?
(연수) 그냥 산책
[연수의 헛기침]
(지웅) 그래
자, 그럼 오늘 도망간 이유는?
좀 쉬고 싶어서
(지웅) 어, 쉬고 싶어서 그랬다?
응, 뭐
일종의 해방감 이런 걸 좀 느껴 보려고
(지웅) 아, 그래?
그런 거면 말하지 곧 제대로 느껴 볼 수 있는데
- (연수) 어? - (지웅) 아니야, 있어, 그런 게
너 촬영 계속하는 거지?
질문 아니고 확인이야 대답하지 마
야
[멋쩍은 웃음]
[연수가 혀를 쯧 찬다]
최웅이랑 또 싸웠냐?
(연수) 싸웠다기보다는
걔가 일방적으로 화내는 거야
걔는 언제부터 그렇게 화가 많아졌냐?
(지웅) 언제부터겠어?
[연수의 헛기침]
(연수) 아, 그래 다 내 잘못이다, 다, 쯧
(지웅) 다 네 잘못은 아니고 한 50 정도?
둘이 반반이지, 뭐, 최웅이랑
(연수) 반반?
(지웅) 연애하다 끝나는 게, 뭐 누구 하나의 잘못이겠어?
둘이 똑같은 거지, 뭐
뭐야, 왜 그래?
(연수) 씁, 연애에 관해서 꽤 잘 아나 봐?
(지웅) 뭐?
(연수) 그래서, 연애는 하고 있고?
[잔잔한 음악] (지웅) [헛웃음 치며] 하, 참
(연수) [웃으며] 못 하고 있네
해 본 적은 있고?
(지웅) 연수야
세상엔 두 종류의 남자가 있어
연애를 못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
(연수) 너는 못 하는 사람이네
[지웅의 어이없는 웃음]
(지웅) 아, 얘 진짜 웃기는 애네?
너, 야, 너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면
너 진짜 깜짝 놀란다?
(연수) 씁, 그래? 너 어떤 사람인데?
(지웅) [입소리를 쯧 내며] 약간 나쁜 남자 스타일?
- 너 치명적이라는 말 알지? - (연수) [웃으며] 어
그, 약간 생명에도 위협이 된다는 뜻이야
(지웅) 내가 그래
사람들한테 생명의 위협이 될까 봐
좀 스스로 자제를 하고 그래
야, 김지웅
너 왜 이렇게 뻔뻔해졌어? 어?
[연수가 피식 웃는다] (연수) 진짜 웃기네
이거 웃자고 한 말 아닌데? 이거 다큐야
(연수) 아, 근데
너 학교 다닐 때도 꽤 인기 많긴 했어, 인정
(지웅) 야, 이제야 말이 통하네
(연수) 왜 그랬지?
(지웅) 서운한 말인데, 그건?
(연수) 네가 전교 회장이어서 덕을 봤나 봐
(지웅) 그땐 네가 날 잘 몰라서 그래
(솔이) [술 취한 말투로] 나 많이 취했네
(연수) 저거…
[익살스러운 음악]
(지웅) 저거 솔이 누나야?
[연수의 한숨]
(연수) 진짜 끔찍한 하루의 마무리다 [지웅의 한숨]
언니!
(지웅) 누나
(연수) 언니!
어, 국연수!
(솔이) ♪ You're my heartbreaker ♪
[연수가 말한다]
나 취했네 [지웅과 연수의 당황한 신음]
[스위치 조작음]
[놀란 숨소리]
[놀란다]
[웅의 놀란 신음]
[익살스러운 음악]
구은호
(웅) 드디어 그렇게 된 거야, 구은호?
[코를 드르렁 곤다]
[웅의 한숨]
[웅의 힘주는 숨소리]
월급 인상이 아니라
[은호의 힘겨운 신음] (웅) [힘주며] 그냥 없어지는 것도 나쁘지 않아
[웅의 힘주는 신음]
씨, 집을 이 꼴로 만들어 놔?
[힘주는 신음]
[연수의 한숨] (솔이) 아, 토할 거 같아
- (솔이) 아, 토할 거 같아 - (연수) 아, 진짜 진상이야
[솔이의 아파하는 신음]
[솔이의 힘겨운 신음]
[솔이의 힘주는 신음] (연수) 아, 진짜 이 진상
[힘주는 탄성]
[솔이가 뒤척인다]
아, 근데 집에 안 데려다주고 여기 재워도 돼?
이 언니 아빠 목사야
(연수) 믿기지 않겠지만 독실한 크리스천 집안이야
이 언니가 술 마시는 것도 모르셔
(솔이) 주님, 사랑해요
아니, 술집을 운영하는데 그걸 모르신다고?
이 언니 연기하는 거 보면 이해가 돼
(연수) 작가가 아니라 배우 했어야 돼, 배우
사랑해요, 사장님
(연수) 좀 자라, 좀, 아휴 [솔이의 옅은 신음]
고생했다, 너도, 괜히 똥 밟았네
(자경) 아, 이게 뭔 난리여?
(지웅) 할머니
아이고, 이게 누구여?
아유, 지웅이 아니여?
(자경) 아이고, 아이고 반갑다, 지웅아
잘 지내셨어요?
아이, 어떻게 더 젊어지신 거 같아
[자경과 지웅의 웃음] [지웅을 툭 친다]
(연수) 아니
[웃으며] 둘이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대?
(자경) 어이구
아, 지웅이보다 싹싹한 애 있으면 나와 보라 그랴
[연수의 황당한 숨소리] 응?
밥은 먹었어? 안 먹었으면 먹고 가야지
네
[냄새를 씁 맡으며] 근데 이 썩은 내가 뭐여?
[자경이 냄새를 킁킁 맡는다]
(솔이) ♪ 나야, 나, 나야, 나 ♪
(자경) 아니, 저 썩을 것
이, 또, 또, 또 저러고 왔냐?
(연수와 자경) - 일단 제 방에서 좀 나가 주시죠? - 아이고, 어디서, 저, 잉?
(자경) 저거, 저거 어쩌냐, 저거, 응? [연수의 한숨]
(솔이) 어서 오세요
[웅의 힘주는 신음]
[웅의 한숨]
(은호) [술 취한 말투로] 웅이 형
가출한 우리 형
나는 형이 이렇게 성공할 줄 알았어
나는 형이 정말 자랑스러워
[피식 웃는다]
그래도 안 봐준다
[혀를 쯧 찬다]
(은호) 뒷장에 계속
형이 비록 사랑에는 실패한 루저지만
일은 성공한 거야
우리 소처럼 일하자
(솔이) [술 취한 말투로] 나 솔이 누나야
2천 정도는 해 줄 수 있겠니? [웃음]
(웅) 이 자식! [은호의 아파하는 신음]
쯧
[한숨] [차분한 음악]
[전기 포트 조작음]
[자경과 지웅이 화기애애하다]
(자경) 아이고
그래, 요즘 뭐 하는 겨?
[지웅과 자경이 대화한다]
[한숨]
[새가 지저귄다] [다가오는 발걸음]
[연수의 피곤한 신음]
(연수) 아침부터 무슨 일이야?
타, 드라이브 가자
너 잠 덜 깼니?
해방감 좀 느껴 보고 싶다며?
가서 바람 좀 쐬고 오자
아, 싫어, 귀찮아
[자동차 경적] (연수) 야
너 뭐 하는 거야?
너, 너 아침부터 동네 사람 다 깨울 일 있어?
뭐, 다 깨워 보지, 뭐
[자동차 경적] (연수) 아, 야, 야, 김지웅
빨리 타
[한숨]
(웅) 미국 호러 영화들을 보면
범죄는 보통 이런 대낮에 예고도 없이 벌어져요
너 뭐 하냐?
(웅) 너 어디 가?
뭐야?
[흥미로운 음악]
(웅) 주인공이 방심한 틈을 타서
허를 찌르는 거죠
[다가오는 엔진음]
[흥미진진한 음악] [호스가 툭 떨어진다]
[강조되는 효과음]
[차 문이 스르륵 닫힌다]
그리고 범죄자는 보통
면식범이죠
[웅의 힘주는 신음]
지금 뭐 하는 거야?
[은호의 힘주는 신음]
아, 최웅의 '게릴라 콘서트'
(은호) 과연 오늘 몇 명의 팬들이 모였을까요?
[힘주며] 자, 나와
안대를 벗어 주세요
(웅) 야, 씨!
야, 이게 지금 뭐 하는 짓들이야, 어?
어떻게 오는 내내 네 시간 동안 한마디도 없어?
[웅의 당황한 신음]
그쪽 대장 어디 있어요, 예?
[다가오는 엔진음] 내가 당장 고소를…
[차 문이 달칵 열린다]
- (웅) 야, 김지웅! 아… - (솔이) 비켜 [사람들의 당황한 신음]
(지웅) 잘 찾아왔네
(웅) 야, 김지웅
이번 장난은 재미도 감동도 없다, 어?
지금 무슨 꿍꿍이인지 모르겠지만
그…
[의미심장한 음악]
(웅) 그러니까 이것도
장르는 멜로가 아니라
(지웅) 아, 드디어 다 모였네
2박 3일 동안 여기서 지낼 거야, 우리
(은호) 자, 최웅의 팬들은
(웅) 호러물이라는 거죠
(은호) 총 7명이 모였습니다 박수!
(지웅) 오면서 느꼈을 테지만
여긴 차 없으면 못 나가
집에 가고 싶으면 지금부터 걷기 시작해야 될 거야
며칠이나 걸릴진 모르겠지만
야, 김지웅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웅) 매년 이맘때쯤 찾아오는
뻔하디뻔한
공포 호러 스릴러물
[음산한 효과음]
[학생들이 저마다 대화한다]
- (카메라맨) PD님 - (동일) 응?
(카메라맨) 오늘 최웅 안 왔다는데요?
뭐? 최웅이 안 왔다고?
(카메라맨) 네
(동일) 아, 어쩐지 아까 전화를 안 받더라
[키보드 조작음]
저, 선생님
(교사2) 어, 왜?
저 조퇴 좀 하려고 하는데요
(교사2) 왜, 몸이 안 좋아?
네
(교사2) 그래, 그럼
요즘 공부다 촬영이다 계속 무리했지?
오늘은 조퇴하고 가서 쉬어
(웅) 어?
하이
(연수) 너 여기서 뭐 해?
책 읽으려고
학교 안 가고 도망간 애가 도서관 와 있냐?
허를 찌른 거지
그러는 넌 수업 아니야?
조퇴했어
너 그 책 읽으려고?
(웅) 응
글쎄
(연수) 너한테는 좀 어려운 책인 거 같은데 괜찮을까?
니체의 방대한 철학 사상을 이해하기가
쉽진 않을 텐데 말이야
그러니까 이거 나 줄래?
내가 읽는 게 더 효율적일 거 같은데
'영원 회귀'
'같은 우주가 무한히 처음으로 동일하게 돌아가는 것'
(웅) 동일한 것의 영원 회귀 속에
우리는 현재라는 시간을 무한히 반복하며 살아간다는데
시간의 영원성에 대한 사유가 더 궁금해져서
다시 한번 읽어 보려고
그래
빨리 읽고 반납해
(웅) 그, 어제 말이야
내가 좀
말이 심했던 거 같긴 해
그래서 오늘 도망갔냐?
응, 너 불편할까 봐
(연수) 배고프다
밥이나 먹으러 가자
[밝은 음악]
(지웅) 어떤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연수) 나 너 사, 사랑하는 거 같아
(웅) 진짜 결국 같이 왔네, 더 멀리
- (엔제이) 작가님, 섭섭한데? - (웅) 엔제이 님
(지웅) 촬영할수록 헷갈리네
지난 과거에 대한 불편함 때문인지
(연수) 안 헤어져, 우리
다시 내 앞에 오기만 해
.그 해 우리는↲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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