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해 우리는 8
(지웅) 이렇게 나오니까 즐거우시죠?
네
평소에도 쉬러 가고 싶다고 자주 말하셨는데
(지웅) 정말 이루어졌네요?
(웅) 네
여행도 종종 다니세요?
(웅) 네
[지웅의 한숨]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나요?
[잔잔한 음악]
(지웅) 어떤 여행이 가장 기억에 남나요?
(웅) 기억하고 싶지 않아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여행이 있어요
질문 못 들으셨나요?
(웅) 그리고 그것도 역시
(지웅) 야, 최웅!
(연수) 야, 최웅
(웅) 또 국연수예요
(연수) 최웅
최웅, 최웅, 최웅
치 [웅의 한숨]
사람 무시하냐?
우리 헤어진 거 아니었냐?
(연수) 우리가? 그랬나?
[웅의 한숨]
(웅) 어떻게 사람을 그렇게 떠밀듯이 가 버리라고 할 수 있냐?
안 갈 이유가 없잖아 학교에서 보내 준다는데
(웅) 6개월이나 떨어져 있어야 되는데
넌 아무렇지도 않아?
뭐, 그런 좋은 기회로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데
(연수) 당연히 가야지
여행 가자
가, 혼자
나도 곧 긴 여행 떠나야 돼
얼른 가자, 지금 출발해야 돼
아이, 어딜?
너 바다 보러 가고 싶다며?
- 가자 - (웅) 지금?
[흥미로운 음악] (웅) 지금처럼 나의 의사와는 전혀 상관없이 가게 된
(연수) 응, 내가 버스 다 예매했어
일로 와
(웅) 아, 야, 넌 무슨 여행을 출발할 때 가르쳐 주냐?
[연수가 냄새를 씁 맡는다]
(연수) 음
벌써 바다 냄새 나는 거 같지 않아?
(웅) 여행 같지 않은 여행
이건 도대체 누굴 위한 여행이야?
(연수) 시간 없다
우리 막차 타고 올라가려면 빨리 움직여야 돼, 가자
(웅) 이거 또 그런 거야?
이별 여행 그런 거?
[연수가 풉 웃는다] (웅)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요?
(연수) 얼른 가자 빨리 움직여야 돼
[밝은 음악] (연수) 감사합니다
- (종업원1) 맛있게 드세요 - (연수) 네
(연수) 와, 대박, 비주얼 봐
장난 아니다, 그렇지?
[연수의 힘주는 신음]
누나가 사는 거니까 많이 먹어
응
마지막 만찬, 뭐, 이런 건가?
[놀라며] 살 실한 거 봐
나 이런 거 처음 먹어 봐
좋은 데 와서 좋은 거 먹이고
나 여기다 버리고 가려고?
(연수) 조용히 먹지?
얼른 먹어, 일정 빠듯해
(웅) 이렇게나 제멋대로에
(연수) 으음
[아파하는 숨소리]
(연수) 자, 찍는다
나 혼자?
(연수) 아, 좀 웃어 뒤에 사람들 기다리잖아
아이, 나, 왜 나 혼자 찍는데?
(연수와 웅) - 자 - 진짜 이별 여행, 뭐, 그런 거야?
이제 홀로서기하라고?
(웅) 무슨 꿍꿍이인지 알 수도 없고
(연수)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작동음]
[감성적인 음악]
됐어, 이동
[갈매기 울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작동음]
(웅) 그냥 조용히 바다만 보고 있으면 안 될까?
(연수) 남는 건 사진밖에 없대
(웅) 난 생각을 좀 깊게 하고 싶은데
[카메라 셔터음] 무슨 생각?
[카메라 셔터음] 앞으로 우리 미래에 대한 생각
[카메라 작동음] (연수) 에이, 뭘 그런 걸 여기까지 와서 생각해?
(웅) 내가 집에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네가 여기까지 끌고 온 거 아니야
(연수) [웃으며] 야, 이거 봐
너 되게 야생 고라니처럼 나왔다
(웅) 내 말은 귀에서 녹아서 사라지는 거야?
아쉽다, 낮에 찍었으면 더 잘 나왔을 텐데
(웅) 내 말은 듣지도 않는 막무가내인데
[한숨]
야
좀 웃어 봐
난 여기까지 와서 누구랑 대화하냐?
(연수) [놀라며] 시간 얼마 안 남았네?
우리 시장도 가야 되는데
자, 이동 [경쾌한 음악]
(상인) 구경하세요
- (상인) 뭐 좀 드릴까, 어? - (연수) 어, 산낙지다
(상인) 아이고 낙지도 엄청 싱싱해
(연수와 상인) - 만져 봐도 돼요? - 이것 좀 봐 봐, 아, 그럼, 그럼
[연수의 힘주는 신음]
[연수의 장난 섞인 신음] (웅) 에이
[연수의 웃음] (상인) 아이고 어쩜 저렇게 무서워할까?
야, 어디 가? [상인의 웃음]
(연수) 가자
[연수의 힘주는 신음]
(웅) 그리고
(연수) [놀라며] 우아, 꽃게 봐
[풀벌레 울음]
[컵 배출구 문이 탁 닫힌다]
(연수) 오늘 재밌었다, 그렇지?
자?
[웃으며] 너는 잘 때 꼭 찌푸리고 자더라?
[웅의 하품] 응
다음번엔 당일치기 말고
더 길게 가자
내가 요즘 알바를 하나 더 늘렸더니 너무 바빴어
오늘 오전에도 빼려고 했는데 그게 잘 안됐네
좀 빠듯하긴 했지?
나도 이렇게 여행 온 게 처음이라서 그래
다음번에는 더 길게
더 멀리 가자
다음에도 나랑 여행 같이 가게?
그럼 내가 누구랑 가?
나 혼자 가?
[잔잔한 음악]
(웅) 국연수는 늘 그런 식이었어요
(연수) 야
너 진짜 바보냐?
우리가 왜 헤어져?
그럼 말을 하지
왜 말을 안 해 가지고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어?
아이, 그걸 꼭 말을 해야 알아?
딱 보면 몰라?
응, 몰라, 난 아직도 그래
(웅) 네가 말 안 하면 네가 무슨 생각 하는지 모르겠어
최웅
[웅의 한숨]
웅아
(연수) 나 봐 봐
안 헤어져, 우리
우리가 또 싸우면
또 헤어지면
그때 너는 그냥 이렇게 다시 내 앞에 오기만 해
그러면?
그러면
[바람이 휭 분다]
[부드러운 음악]
[연수가 피식 웃는다]
(연수) 아까도 요렇게 웃지 그랬냐?
너 없을 때 사진으로 봐야 되는데
그래서 나 아까부터 계속 혼자 찍은 거야?
(연수) 쯧, 안 되겠다 지금 다시 찍자
- (웅) 여기서? - (연수) 어
[웅의 헛기침] [카메라 조작음]
(연수) 자, 웃어 봐
(웅) 한없이 멀게 느껴지다
한없이 가까이 다가와
왜 안 찍어?
(웅) 왜?
다시 보니까 웃는 거 별로야?
내가
너 사랑하는 거 같아
(웅) 순간을
영원으로 만들어 버리는데
[감성적인 음악]
알고 있었어?
아니
(웅) 모르니까
계속 알려 줘
(웅) 어떻게 잊을 수가 있어요?
[새가 지저귄다]
[한숨]
(웅) 그리고 그땐 몰랐죠
(웅) 글쎄요
별로 여행을 좋아하지 않아서
(웅) 여행지에서 하는 약속은
기억할 만한 건 별로 없어요
(웅) 죄다 거짓이라는 걸
(은호) 사실 저도 뭐가 뭔지 잘 모르겠는데
혹시나 해서 따라왔어요
웅이 형이랑 연수 누나 두 사람
뭔가 좀 이상한 거 같긴 하거든요?
씁, 우리 웅이 형은 원래부터 책임감이 없어 가지고
막 도망가거나 잠수 타고 그러는 게
충분히 이해가 가는데
연수 누나까지 도망갔던 건
혹시나 둘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
그런 합리적인 의심을 할 수가 있는 거죠
암튼 그래서 전 여기 놀러 온 게 아니고
뭐랄까? 일종의 감시를 하러 왔달까?
[익살스러운 음악] 씁, 쯧
아티스트의 멘털을 관리하는 것
그것이 매니저의 일이니까
자기들이 알아서 하겠죠 다 큰 성인인데
(솔이) [부스럭거리며] 애들도 아니고
아직도 저렇게 유치하게 싸우는 거 보면
나이는 내가 다 먹나 봐
어머, 어!
어머
이게 여기 있었네?
혹시 여기 뭐, 수영할 데 있어요?
뭐, 실내 수영장 뭐, 이런 거 [채란의 어색한 웃음]
뭐, 아무튼
둘을 가둬 놓고 찍기로 한 건 잘한 거예요
애들이 아주 책임감이 없어
아, 숙취 해소제가 있었는데?
[헛기침] (채란) 둘을 정말
오래전부터 알고 있었다고 들었는데
둘이 예전에 비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솔이) 음…
솔직히 말하면
똑같아요
쟤들은 옛날에도 피곤했고
지금도 피곤해요
아주 주변 사람들을 다 피곤하게 만들어, 아주
[헛기침]
근데 걔들 어디 갔어요?
또 둘이 싸우고 있는 거 아니야?
(웅) 상황이 더 안 좋아졌어요
하필 이럴 때 또 말 같지도 않은 여행이라니
(연수) 너는 이왕 도망친 거 멀리 도망가지 그랬냐?
[어이없는 숨소리]
이렇게 잡혀 온 네가 할 말은 아닌 거 같은데?
그래서?
포기했어?
계속 이대로 찍을 거야?
뭐, 다른 방법 없잖아
지겹다며?
내가 그렇게 지겨운데 같이 있을 수 있겠어?
[잔잔한 음악]
진짜 결국 같이 왔네
(연수) 다음번엔 더 길게
더 길게
(연수) 더 멀리 가자
더 멀리
뭐?
어차피 너도 비슷한 거 아니야?
이러는 거 지겨운 건
싸우고 피하고 또 싸우고 숨어 버리고
(웅) 그게 우리잖아
그러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거고
[한숨 쉬며] 뭐 어쩌겠어?
뭐, 내가 자리 비켜 줘?
아니야, 내가 갈게
[입소리를 쩝 낸다]
[한숨]
(웅) 하필 이럴 때
그때가 생각나다니
[힘주는 신음]
[웅의 한숨]
[다가오는 발걸음]
(태훈) 와, 그림 죽이네요
(지웅) 네가 왜 내 귀에 달라붙어 있을까?
(태훈) 저 이번 여행에서는
꼭 선배님 곁에서 많이 배워 가고 싶습니다
선배님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지웅) 네가 놓쳐지고 싶지 않으면
지금 당장 떨어지는 게 좋을 거 같은데?
(태훈)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저 이 팀에 들어오게 되어서 너무 기쁩니다
채란 선배님도, 선배님도 너무 멋진 분들이시라
배울 게 정말 많을 거 같습니다
어, 다시 한번 말하는 거 난 싫어해
(태훈) 아
(지웅) 네가 해야 될 거 딱 두 가지야
뭐든 열심히 하겠습니다
어, 첫 번째 채란이가 뭔가를 찾는다?
(지웅) 그럼 그게 네 손에 들려 있어야 돼
- 그건 자신 있습니다 - (지웅) 두 번째는
(지웅) 내가 고개를 돌릴 때
내 시야에 네가 걸리적거리면 안 돼
자, 그럼 어떻게 해야 될까?
그래, 그렇지, 간단하지?
(태훈) 아무튼 저 정말 열심히 배우겠습니다
저도 금방 그만둬 버릴까 봐
일부러 정 안 주시는 거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 정말 끝까지 남아서 제대로 하고 싶습니다
어, 제가 다른 건 몰라도 끈기 하나는 정말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자부할 수 있거든요
[지웅이 카메라를 탁 뗀다] 아, 어…
저도 꼭 선배님처럼 유능한 PD가 되고 싶거든요
아, 팀장님께서 선배님도 처음엔 비록 [지웅의 한숨]
실수도 많이 하고 엉망진창이었지만
팀장님이 잘 가르쳐서
이렇게 훌륭하게 성장했다고 하셨거든요?
그러니까 저도…
어유
[태훈의 긴장한 숨소리]
[지웅의 헛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지웅) 지금 뭐 하자는 거지?
(태훈) 저도 많이 배우고 꼭 멋지게 성장하겠습니다
어유
사실 제가 요즘 촬영장 올 때가 제일 설레거든요
어, 이, 이건 정말이에요
[태훈의 웃음]
요즘 이것보다 설레는 일은 없거든요
선배님도 그러지 않으세요?
야, 쓰잘데기없는 얘기 하지 말고
빨리 가서 채란이 세팅이나 도와, 씨
(태훈) 네
(지웅) 그거 두고 가야지
(태훈) 아, 네
[태훈이 삼각대를 달그락 놓는다] [한숨]
[카메라를 달그락 끼운다]
설렐 일도 많다
[감성적인 음악]
[카메라 셔터음]
[여자1의 놀란 신음] (여자2) 아, 깜짝이야
[여자1의 어색한 웃음]
여기서 뭐 하는 거예요?
(여자1) 아, 죄송합니다
혹시 여기서 사진 좀 몇 장 더 찍어도 돼요?
여기서?
(여자2) 아, 혹시, 아저씨
여기 가게가 이 그림 속 가게 맞아요?
(창식) 어? 이거 우리 가게 맞는데?
(여자1) 거봐, 맞다니까?
이 작가님이 이 동네에서 그림을 많이 그리셨대 [여자2가 호응한다]
(여자2) 아, 그러면은
아저씨, 혹시 여기가 어딘지 아세요?
(창식) 가만있어 봐
어, 이거는 저짝에 있는 꽃집인데, 이건?
[여자2의 놀란 숨소리] (여자1) 거기도 갔다 가자
- (여자2) 응, 감사합니다 - (여자1) 감사합니다
아이, 근데
이 그림이 뭐예요?
- (창식) 형! - (호) 어 [창식의 가쁜 숨소리]
(호) 어, 창식이
아이, 자네 아침에도 한 번 왔다 가지 않았어?
하루에 한 번만 와, 한 번만
(창식) 아니, 웅이 걔가
진짜 생쇼를 하긴 했는 모양이더라고
생쇼가 아니고…
(창식) 아니, 그게 아니고
우리 가게 앞에
사람들이 막 찾아와 가지고 사진을 찍더라니까, 어?
웅이 걔가 그린 그림하고 똑같다고 막 찾아오더라고
아, 그거?
(창식) '아, 그거'?
뭐야?
반응이 왜 이렇게 뜨뜻미지근해?
(호) 일로 와 봐 아, 일로 와 봐, 일로 와 봐 [창식이 의아해한다]
[식당이 떠들썩하다]
아유, 맛있게 드세요
[웃으며] 예, 맛있게 드세요 [손님들이 저마다 대답한다]
어, 맛있게들 드세요 [익살스러운 음악]
[호의 웃음] (종업원2) 뭐 필요하세요?
(호) 그렇게 오래 쳐다보는 거 아니야, 추저분스럽게
그, 요즘 말이야
아이, 젊은 손님들이 자꾸 찾아오길래
이게 뭔 일인가 했는데
아유, 세상에
우리 웅이가 꽤 유명해지긴 한 모양이더라고, 어
씁, 그래서 말인데 내 여기다가 그림을 쫙 걸까 하네, 어
어? 골목에다가도 그림을 쫙 걸고
그러면 인제 우리 골목은 아주 엄청난 관광지가 되는 거지
(연옥) 웅이 아빠
그러고 있지 말고 얼른 서빙 좀 거들어
(호) 어, 어, 알았어
아, 그리고 내가 명찰을 하나 달까 해
여기다가 '웅이 아버지' 이렇게 새겨 가지고
아니면 모자를 하나 이렇게 맞춰서
여기다가도 '웅이 아버지' 해 가지고, 응?
- (연옥) 아, 얼른 좀 - (호) 어, 어, 알았어
(창식) [호를 탁 잡으며] 그 그림
나도 한 개만 줘, 형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이훈)
(명호)
(지운)
(예인)
(예인)
(예인) 링크 보내 드려요
[잔잔한 음악]
뭐, 특별한 인연일 것까지야…
(지웅) 혼자 뭘 그렇게 중얼거려?
(연수) 뭐야, 설마 나 찍었어?
(지웅) 그게 내 일이긴 합니다만
뭐, 몰래 찍진 않으니까 걱정하지 말고
말씀드렸다시피 전 윤리적인 PD니까요
이렇게 납치해 온 게 윤리적인 거냐?
[피식 웃으며] 미리 말했으면 도망갔을 거 아니야
(지웅) 둘 다 신뢰를 좀 잃었으니까 말이죠
선조치 후보고라고 하지
김지웅 요새 자꾸 얄미워져?
아, 촬영 펑크 낸 건 책임져야죠
(지웅) 그러게 왜 말도 없이 도망을 갔을까?
이런 벌 받을 줄 알았으면 도망 안 갔어
[지웅이 피식 웃는다]
그래도 이왕 이렇게 온 거
(지웅) 머리 식힌다 생각하고 편하게 쉬어
카메라 앞에서요? 퍽이나 편하겠다
(지웅) 뭐, 여행 오면 하고 싶었던 거 없었어?
(연수) 글쎄, 생각해 본 적 없는데
(지웅) 생각해 봐 내가 하게 해 줄게
[통화 연결음] (연수) 그것도 다 촬영 때문인 거잖아
(지웅) 하, 참
[웃으며] 아, 진짜
[리드미컬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미연) 그래서? 어떻게 되고 있어?
뭐가?
(미연) 네가 간 보던 그 작가
[웃으며] 뭐야, 벌써 끝났어?
끝나긴? 아직 시작도 안 했지
마무리는 아니고 일단은
고백으로 혼쭐내 줬지
(미연) 또? 아휴, 그럴 줄 알았다
(엔제이) 뭐야, 그런 반응?
나 섭섭해
늘 새로운 것처럼 반응해 줘
내가 네 얼굴로 태어났으면
(미연) 온 세상 남자 다 후리고
고백 갈취하고 다녔을 거다 [엔제이가 피식 웃는다]
도대체 넌 뭐가 맨날 아쉬워서 네가 들이박냐?
좋으면 좋다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언니가 그러니까 연애를 못 하는 거야
그래서?
(미연) 넌 연애를 하기로 했고?
아니, 뭐
일단은 내가 그냥 좋아한다고만 말한 거니까
(엔제이) 얼마나 놀랐겠어? 시간이 필요할 거야
혼란스럽겠지
이럴 때 이렇게 전화 한 번씩 해 주면
마음이 살랑살랑하거든
[통화 연결음]
[안내 음성] 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다음에 다시 걸어 주세요
뭐야, 안 받아?
(미연) 야, 고백을 했더니 전화를 안 받는다?
[미연의 생각하는 숨소리]
꽤 흥미로운 전개인데?
어?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어디 가?
아니, 자꾸 내 전화 안 받고 뭐 하는 거야, 이 사람은? [휴대전화 조작음]
(채란) 두 분 인터뷰는 여기까지 할게요
이제 각자 취향, 스타일대로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찍을 거예요
각자 편하게 하고 싶으신 거 말씀해 주세요
그럼 계속 누워 있어도 돼요?
(지웅) 어, 당연히 되지
[흥미로운 음악] 지금까지 네 촬영본 80은 누워 있는 거니까
그냥 누워 있어도 돼
뭐, 80이나 90이나 뭔 차이가 있겠어?
당연히 그냥 영원히 누워 있어도 돼
(솔이) 야, 여기서 시내까지 나가려면은
한참 나가야 되더라? [차 문이 탁 닫힌다]
(채란) 야, 인턴 너 법카를 얼마나 긁은 거야?
(태훈) 이거 다 필요한 거라던데요?
(솔이) 에이 사람 머릿수가 몇 개인데
이 정도는 있어야죠
(은호) 솔이 누나 요리 짱 잘해요
가게가 왜 망하는지 영문을 모를 만큼
(솔이) 입 닫고 아이스크림이나 먹어
이게 뭐야?
아이, 뒷사람 것까지 계산해 왔네
에이, 참
뭐야, 이거 네가 사 온 거야? [한숨]
(은호와 솔이) - 네 - 이거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데?
(지웅) 그림 그리러 간다고?
(웅) 응, 그럼 여기서 뭐 하냐?
어디로 가게?
너무 멀리 안 가니까 걱정 마
아, 여기 나무가 좋은 게 많더라고
(웅) 야, 너 겉옷 든든히 챙겨라
여기 산속이라 추워
(지웅) 나 너 안 따라가는데?
어? 그럼?
채란이가 너 팔로우할 거야
그럼 넌?
(지웅) 난 연수 마을 구경 간다고 해서
거기 팔로우하기로 했는데?
(웅) 아…
뭐, 그러든가
[문이 달칵 열린다] (지웅) 준비 다 했어?
(연수) 어 준비할 게 뭐가 있겠어?
진짜 나 맘대로 해도 돼?
[지웅이 피식 웃는다]
(지웅) 뭐든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발랄한 음악]
(웅) 야
그, 몇 시까지 들어와야 돼?
(지웅) 씁, 글쎄
정해진 건 없는데?
아, 여기 시골이라 해가 빨리 질걸?
좀 빨리 들어와야 될걸?
(연수) 웅아, 가자
'웅아'?
둘이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다고
하, 어이없네?
웅이는 나잖아
(연수) 요즘 좀 답답하긴 했는데
그래도 이런 데 오니까 일종의 해방감?
뭐, 그런 게 느껴지는 거 같기는 해요
그리고 이렇게 쉬어 본 적이 오랜만이기도 하고
사실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어서
쉬는 법을 잘 몰라요
그래서 쉬지 않고 일하는 거 같기도 하고
여행이라는 걸 가 본 적이 딱 한 번뿐이라
씁, 근데 나 되게
카메라 체질인가?
지금 묻지도 않은 거 술술 얘기하고 있었지?
[웃음]
아, 또 김지웅 좋은 일 했네
[연수가 입소리를 쩝 낸다]
나 궁금한 거 있는데
(지웅) 뭔데?
혹시 내가 자전거 타면 나 어떻게 찍어?
[생각하는 숨소리]
(지웅) 음…
뭐, 차로 팔로우하거나 아니면은 헬리캠 띄우거나
멀리 카메라 고정으로 찍거나
아무튼, 뭐 엄청 고생하면서 찍는다는 얘기지
(연수) 음…
왜, 지금 타게?
그래, 그럼 애들한테 연락해서…
(연수) 아니, 아니
간단하게 찍자
(지웅) 어…
간단하게 찍으면 나만 고생인데?
(연수) 그러니까 [지웅과 연수의 웃음]
아, 국연수 많이 유치해졌어
안 돼?
[흥미로운 음악]
[거친 숨소리]
(연수) 야, 뭐 해? 여기 앞에 가서 찍어야지
(지웅) 야!
[연수가 흥얼거린다]
[거친 숨소리]
- (연수) 됐어? - (지웅) 응, 가
[연수의 탄성]
[자전거가 덜컹거린다] [당황한 신음]
[웃음]
(웅) 재미없죠?
(채란) 괜찮아요
그냥 편한 대로 하라고 하니까
저 원래 이렇게 계속 재미없게 있어요
알아요, 10년 전 촬영본 다 봤어요
그때도 재미없었을 텐데?
(채란) 그래서 별로 기대 없었어요
김지웅이랑 붙어 다니지 마세요
지금 김지웅이랑 똑같으니까
그거 우리 쪽에선 칭찬인데?
[웅의 웃음]
(웅) 어땠어요?
10년 전 촬영본은
(채란) 영상 안 봤어요?
(웅) 아, 영상에 안 나온 것도 많잖아요
그게 진짜 재밌어요
(채란) 어, 저라면 다시 재편집해서 내보내고 싶을 만큼?
왜요?
그냥 전교 1등하고 전교 꼴등의 생활 모습만 보여 주기엔
(채란) 놓치고 있는 게 있잖아요
그게 뭔데요?
알면서 모르는 척하시네요?
촬영본 다 보니까
최웅 씨가 언제부터 국연수 씨 좋아했는지도
(채란) 맞힐 수 있겠던데, 난
[흥미로운 음악]
지금 나 놀리는 거예요?
네, 쪼금요
[웃음]
(웅) 한 번 더 얘기하지만
김지웅이랑 붙어 다니지 마세요
[웃음]
그럼
지금은요?
지금은 어떤 거 같아요? 그 뒤에서 봤을 때
(채란) 제 생각은
여기까지요
더 개입하면 안 돼요
이 자리가 그렇거든요
[웅의 웃음]
[웅의 탄성]
(웅) 씁, 되게 재밌으신 분이었네요, PD님?
고마워요
그러면 이제 출연자님도 좀 재밌게 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열심히 해 보겠습니다
(연수) 왜 나만 힘들어?
도대체 너 왜 안 지치는 건데?
[연수의 지친 신음]
[지웅이 스탠드를 탁 세운다]
(지웅) 연수야 PD는 체력이 재능이고 능력이야
(연수) 징그러워, 진짜
아, 근데 너 학교 다닐 때도 육상부였지?
그걸 기억해?
허구한 날 땡볕에서 뛰어다녔잖아
그에 반해 최웅은
그늘에 누워 있기만 해서 더 눈에 띄었고
[피식 웃는다]
(연수) 음…
좋다
이대로 잠들고 싶다
피곤하긴 하겠다
아침 일찍부터 여기까지 오느라
그늘에 누워서 낮잠 자는 거 이해 안 갔는데
이런 기분이었구나?
한숨 자, 시간 많아
지금 자면 밤에 잠 못 자는데…
[잔잔한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여자3) 아이고
[여자들의 웃음]
아이, 못 보던 젊은 총각이네
[웃으며] 놀러 왔어?
아, 예, 며칠 쉬다 가려고요
[여자3이 호응한다]
(여자3) 둘이 여행 온 모양이네
아무것도 없는데 여기까지 어떻게 왔어?
그래도 경치는 좋지?
[웃으며] 네, 마을이 예쁘네요
조용하고, 공기도 좋고
(여자3) 저쪽에 가면 쪼끄만 언덕이 있는데
해 질 때 딱 보면 경치가 아주 진짜 좋아 [여자4의 웃음]
나중에 여자 친구 깨워서 한번 갔다 와 봐
네, 감사합니다
[여자들의 웃음]
(여자3) 아이고 저 때가 참 좋을 때야, 그때가
(여자4) 아이고, 그러게나 말이야
[여자들의 웃음]
(연수) 내가 여자 친구구나
한창 좋을 때야, 우리가?
응?
아니, 뭐, 그냥
(지웅) 말을 고칠 필요는 없으니까
뭐, 그…
그냥 하신 말이니까 [어색한 웃음]
[피식 웃는다]
음…
[연수의 심호흡]
(태훈) 오셨어요?
조명 장비 꺼내 왔습니다
[웅의 웃음] (솔이) 이제 오냐?
야, 오다가 구은호 못 봤어?
(웅) 왜? 걔 어디 갔어?
(솔이) 아니 아까 나랑 차 타고 나갔다가
내가 버리고 왔거든
[웅의 웃음]
(웅) 잘했네, 근데 왜?
(솔이) 아니
그냥 말이 너무 많아
아니, 시끄러워 죽겠어, 아주
와, 잔소리, 잔소리가…
(웅) 하, 이해해, 잘했어
근데 김지웅이랑 국연수는 아직 안 왔나 봐?
(솔이) 응, 안 왔는데?
아까 마을 한 바퀴 돌 때도 안 보였어
꽤 멀리 갔나 봐
[잔잔한 음악]
지금 시간이 몇 시인데
(솔이) 때 되면 오겠지, 뭐
아유, 쉬는 것도 힘들다
벌써 서울 가고 싶어
[솔이의 찌뿌둥한 숨소리]
(은호) 누나! [솔이의 웃음]
진짜 나를 버리고 가요?
저 7km를 계속 걷기만 했어요
그것도 이 슬리퍼 신고, 씨
(솔이) 와, 구은호가 거지꼴로 돌아왔다!
[솔이의 웃음]
야
업어 줄게, 업어 줄게, 업어 줄게
(은호) 아이, 됐어요, 절로 가요 [솔이의 웃음]
[솔이와 은호가 대화한다]
[풀벌레 울음] (호) 갑시다, 갑시다, 갑시다
(연옥) 아유
(호와 연옥) - 갑시다 - 이렇게 일찍 닫아 본 적 없는데
[도어 록 작동음] (호) 아유, 뭐 재료도 다 떨어지고
아, 오늘은 다른 가게도 가 가지고 빨리 싹 정리하고 들어가 쉽시다
(연옥) 아유
(함께) 아이고
(엔제이) 혹시 끝났나요?
(연옥) 어쩌죠? 오늘은 가게를 좀 일찍 닫으려는데
(호) 재료가 그냥 딱 떨어졌어요, 어 [연옥의 웃음]
(엔제이) 그럼 사람 아무도 없겠네요
(연옥) 네
그럼 오히려 좋죠, 뭐
응? 가만있어 봐 [흥미로운 음악]
(호) 씁, 어디서 봤는데?
최웅 작가님 안 계세요?
(연옥) 아
우리 웅이 찾아온 팬이세요?
팬이기도 한데
빚도 좀 받으러 왔거든요
[호의 놀란 탄성]
[놀란 탄성]
[편안한 음악]
[은호의 힘주는 숨소리] - (솔이) 야, 이거 먹어 봐 - (은호) 네
- (은호) 애매한데 - (솔이) 애매해?
(솔이) 이게 애매해?
미친놈인가?
(은호) 아이…
(솔이) 연수야
먹어 봐 [은호의 힘겨운 숨소리]
이게 애매해? 아, 열받네?
소금 안에 있나?
(은호) 네, 안에 있어요, 저기
(지웅) 뭐 해?
나가자, 오늘 저녁 먹으면서 촬영 마무리하게
찍을 게 꽤 많았나 봐?
어, 뭐, 왜?
아니
꽤 늦게 들어오길래
국연수랑…
아니다
야, 그리고 너
후배를 너랑 똑같아지게 키우지 마
[웃음]
우리 채란이가 일을 잘했나 보네?
(웅) 참…
아주 나쁜 것만 가르쳐, 아주
[웅의 힘주는 숨소리]
(솔이) '아'
많이 먹어, 많이
[웃으며] 오늘 고생 많이 했으니까
(은호) 누나, 저 지금 다리에 감각이 없어요
- (은호) 이거 맞아요? - (솔이) 괜찮아
(솔이) 푹 자고 일어나면은 괜찮아져
(은호) 저 지금 막 손도 떨리는데?
이거 왜 안 멈추지?
응, 그거 기분 탓이야
(솔이) 얼른 먹어, 얼른
이따 한잔?
오늘 같은 날 일찍 자면 안 되는 거 알지?
[웅이 피식 웃는다] 이따 달려야 되니까 많이들 먹어 둬
아, 너 아까 김지웅이랑
어딜 갔다 왔길래 그렇게 오래 걸렸어?
뭐, 좋은 데라도 찾았어?
(연수) 그냥, 뭐
자전거 타고 마을 한 바퀴 돌고
그리고 낮잠도 자고
(웅) 낮잠? 밖에서?
(연수) 응, 왜?
아니, 너 낮잠 같은 거 되게 한심하게 생각하잖아
[흥미로운 음악]
여행 왔는데 뭐 어때?
(연수) 하고 싶은 거 하는 거지
(웅) 글쎄?
너는 막 여행 다니면
일정 빠듯하게 해서 돌아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나?
그때그때 달라
누구랑 가느냐에 따라서 다르고
[어이없는 숨소리]
여행 많이 다녔나 보다, 너?
(연수) 뭐, 적당히?
[옅은 기침]
[휴대전화 진동음] [솔이가 콜록거린다]
(은호) 어? 저, 전화 온다
- (솔이) 전화, 전화가? - (은호) 어?
(은호) 응? 아버지한테 전화…
어? 뭐야, 이거 영상 통화인데?
[솔이의 탄성] 아버지 이런 것도 할 줄 알아?
(웅) 뭐, 이런 거 한 적 한 번도 없는데?
(은호) 아, 그럼 뭔 일 있는 거 아니야?
- (은호) 빨리 받아 봐 봐, 응 - (웅) 응
(웅) 아이, 신호가…
(연옥) 어, 웅이다
[연옥의 웃음] (호) 어, 하, 하이, 웅이
방가방가
잘 도착하셨어?
야, 잘 도착했으면
도착했다고 전화를 좀 해야지, 으이그
아버지, 이거 하는 거 누가 가르쳐 줬대?
[호의 웃음]
(연옥) 지웅이도 같이 잘 있지?
[웅의 한숨]
(웅) 예 저기 명예 아들 잘 있네요
[호의 웃음] (연옥) [웃으며] 어, 지웅아, 안녕
(호) 뭐, 뭐 저녁들 먹고 있는 거야?
(호) 저기, 연수는? 연수도 같이 먹어?
- (연수) 어? - (웅) 아이… [연수의 웃음]
(연수) 저 여기 있어요
두 분 다 저녁 다 드셨어요?
(연옥) 응, 그럼, 우리도 먹었지
연수야, 거긴 어때? 있을 만해?
밥은 잘 챙겨 먹고?
(연수) 네, 여기 너무 좋아요
경치도 좋고 공기도 좋고
두 분도 나중에 가게 맡기고 휴가 한번 다녀오셔야죠
(호) 아, 그럼, 그럼
아, 이거, 웅이 놈 여기다 인제 붙잡아 놓고
(호) 우리도 저렇게 한 바퀴 돌고 와야지, 뭐, 허허
아참, 참, 참, 참 저기, 웅아, 웅아
저기, 친구분 오셨다
(웅) 친구?
내 친구 여기 다 있는데?
(엔제이) 작가님, 섭섭한데?
(웅) 어?
엔제이 님, 거기 어떻게… [잔잔한 음악]
(은호) 뭐, 에, 에, 엔제이 님?
[은호의 아파하는 신음] 제사 지내냐?
(솔이) 어디 숟가락을 꽂아?
(엔제이) 저 때문에 도망간 거 아니죠, 작가님?
(웅) [힘주며] 아, 아니요, 아유
야, 나 잠깐 통화 좀 하고 올게
- (은호) 나도 갈래 - (솔이) 앉아
(웅) 아이고
[문이 달칵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물을 꼴깍 삼킨다]
(웅) 그…
[스위치 조작음]
[한숨]
(연수) 왜 피한 거죠?
바보같이
[문을 탁 닫는다]
[한숨]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응, 할머니
잤어?
아, 내가 깨웠구나
[피식 웃으며] 에이 자다 깬 목소리인데?
[지웅이 의자를 쓱 민다]
(웅) 왜?
[힘주며] 아, 아니, 뭐
내일 촬영 있으니까 빨리 자라고
야, 10시도 안 됐는데
나한테 자라고 하는 건 가혹 행위야
약은?
챙겨 올 틈이 있었겠냐?
뭐, 따듯한 우유라도 갖다줄까?
됐어
넌 어디서 자?
촬영 팀 따로 숙소 잡았어
내일 아침에 다시 올게
그래
[웅이 책을 사락 넘긴다]
뭔데?
할 말 있으면 빨리해 밤새 거기 앉아 있을 거 아니면
[웅이 책을 사락 넘긴다]
촬영 방향을
두 사람의 감정에 더 집중하는 쪽으로 잡았어
그런데?
촬영할수록 헷갈리네
네가 국연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잔잔한 음악] (지웅) 지난 과거에 대한 불편함 때문인지
아니면…
아니면?
아까 채란 씨가 그러던데?
그 자리에 있으면 더 개입하면 안 된다고
궁금한 게 뭔데?
더 개입하면 안 되는 건
카메라 뒤에 있을 때고
[피식 웃는다]
[입소리를 쯧 낸다]
궁금한 거 많은데
다음에
빨리 자라
[문이 스르륵 닫힌다]
[한숨]
[한숨]
[한숨]
[감성적인 음악]
이제 국연수가 돌아온 게 실감 나네
지겹다, 정말
(웅) 어차피 너도 비슷한 거 아니야?
이러는 거 지겨운 건
싸우고 피하고 또 싸우고 숨어 버리고
그게 우리잖아
그러다 여기까지 오게 된 거고
[한숨 쉬며] 뭐 어쩌겠어?
[한숨]
[한숨]
- (엔제이) 작가님, 섭섭한데? - (웅) 아…
[웅의 힘주는 숨소리]
(웅) 야, 나 통화 좀 하고 올게
이제 내가 무슨 상관이냐?
신경 끄자
[한숨]
(지웅) 기억에 남는 여행이 있나요?
(웅) 글쎄요
별로 여행을 좋아하지 않아서
기억할 만한 건 별로 없어요
[한숨]
(연수) 그건 좀 서운한데
[사각사각 소리가 난다]
(지웅) 촬영할수록 헷갈리네
네가 국연수를 바라보는 시선이
지난 과거에 대한 불편함 때문인지
아니면…
(웅) '지난 과거에 대한 불편함'
[한숨] 딱 그 정도가 맞아요
[한숨]
그런데 문제는
지난 과거 주제에
(연수) 좀 빠듯하긴 했지?
나도 이렇게 여행 온 게 처음이라서 그래
다음번에는 더 길게
더 멀리 가자
우리가 또 싸우면
또 헤어지면
그때 너는 그냥 이렇게 다시 내 앞에 오기만 해
내가
너 사랑하는 거 같아
(웅) 지나치게 선명하다는 거예요
[새가 지저귄다]
[채란이 카메라를 달그락거린다]
(솔이) 굿 모닝, 에브리원
아, 어제 누가 나한테 마취총 쏜 거 아니지?
아, 세상에나
이렇게나 푹 잔 건 오랜만이야
(은호) 누나
어제 밤새 놀자면서 밥 먹고 먼저 쓰러지는 거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
어, 누나, 근데 얼굴 무슨 일이에요?
[웃으며] 여기 숲이라서 벌레가 많았던 건가?
(솔이) 이 시간엔 원래 이렇게 생겼어
(채란) 잘 잤어요, 다들? 다른 분들은…
(솔이) 아
그, 오늘 찍을 거 많은 거 아니면
연수 좀 더 재웠으면 하는데
쟤 저렇게 늦잠 자는 거 진짜 오랜만일 거예요
(은호) 웅이 형도요
저 형 어제 또 그림 그리다 늦게 잤나 봐요
아, 뭐, 여기까지 와 가지고 그림 그리고 난리래?
마음 아프게
(지웅) 그래, 천천히 찍지, 뭐
둘한텐 진짜 휴가니까
우리 팀은 촬영 장소 보러 가고…
(솔이) 그렇지만
분량은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가 있잖아
(은호) 맞아요, 우리가 희생할게
[은호의 웃음]
- 철수하자 - (채란) 네
(연수) 언니
(연수) 뭐야, 아무도 없어?
[헛기침]
안에 있어?
[노크한다]
(연수) 또 잠을 제대로 못 잔 걸까요?
[한숨]
[잔잔한 음악]
[문이 스르륵 닫힌다]
[새가 지저귄다]
깼었나?
(채란) 연수 씨
연수 씨?
네?
무슨 생각 하느라 못 들으세요?
[어색하게 웃으며] 아…
아, 뭐라고 하셨죠?
나머지 인터뷰는 내려가면서 할게요
(채란) 마을 주민분이 알려 주신 데가 있는데
거기가 노을이 질 때 정말 이쁘대요
네, 좋아요
(지웅) 어, 배터리 좀 갈고 갈게
(웅) 응
(지웅) 뭐야 너 채란이한테 안 붙었어?
(태훈) 채란 선배님이 선배님께 붙으라고 하셨는데
[한숨 쉬며] 누구 말을 우선으로 들어야 할까?
(태훈) 그렇지만 다행히 적절한 타이밍인 거 같습니다
아, 정채란 은근히 나한테 떠민단 말이야
[지웅의 못마땅한 숨소리] (여자3) 어?
어제 그 총각이네?
(지웅) 어, 안녕하세요, 또 뵙네요
사람이 여럿이 왔나 보네
(여자3) 다들 잘생겼다
[지웅과 여자3의 웃음]
- (지웅) 어디 가세요? - (여자3) 집에 들어가지
아참, 어제 거기 가 봤어? 여자 친구랑
[차분한 음악] (지웅) 아, 지금 거기로 가고 있을 거예요
(여자3) 에이, 오늘은 안 되지
좀 있다 비 와
(태훈) 에이, 설마 그럴까요?
(여자3) 어허 딱 봐도 비 올 하늘이잖아
얼른 집에 들어가
나돌아 다니다 쫄딱 젖지 말고
어제 거기 갔어야지
거기 진짜 좋은데, 어유
(채란) 마지막 인터뷰는 여기서 할게요
이번 여행 소감 말씀해 주시면 돼요
(연수) 네
(채란) 아…
배터리가 부족하네요
하다가 끊길 거 같은데
챙겨 왔어야 됐는데
나 이런 적 있었던 거 같은데
데자뷔인가?
(채란) 그러면 마을 내려가서 찍을까요?
아…
[웃으며] 아니요
여기서 찍죠, 여기가 예쁘다면서요
그럼 저 얼른 내려가서 배터리랑 조명 좀 챙겨 올게요
(채란) 잠깐만 기다리세요
[연수의 한숨]
[연수의 힘주는 신음]
[연수의 한숨]
(연수) 요즘 부쩍 최웅 피하는 시간에
많은 시간을 쓰는 거 같단 말이죠
[입소리를 쯧 낸다]
[연수의 피곤한 신음]
(은호) 누나
(솔이) 응
(은호) 저 궁금한 게 있는데요
(솔이) 어, 말해
(은호) 우리
저녁 뭐 먹어요?
(솔이) 으응
넌 정말 쓸데없는 것만 궁금해하는구나?
(은호) 꽤나 중요한 문제인걸요?
(솔이) 그럼 불부터 피울래?
- 빨리 먹을 거면? - (은호) 아이, 아, 차가워
(은호) 아, 뭐야, 누나 침 튀었잖아요
아, 더러워요, 절로 가요, 쯧
[은호의 힘주는 숨소리] (솔이) 아이
얜 진짜 싹바가지 없는 말만 골라서 하는 재주가 있어, 아주?
야, 내 침이 튀면 내가 맞지
네가 맞냐? 네가 맞아? [은호의 아파하는 신음]
[비가 투둑투둑 내린다] - 앗, 차가워 - (은호) 아
(함께) 뭐야?
(솔이) 나도 맞았는데?
(은호) 어, 뭐지?
- (솔이) 어? - 비 오나?
(솔이) 아…
- (은호) 어유 - 뭐야?
- 이렇게 갑자기? - (은호) 아이
- 아이 - (은호) 아이, 뭐야?
(솔이) 아 고데기 한 시간 했는데!
(은호) 내가 방에 있자 했잖아요!
[다급한 신음]
[비가 쏴 내린다]
(연수) 뭐야?
비 오는 거야?
비 온다는 말 없었는데?
진짜 데자뷔 제대로네
[힘주는 신음]
시원하게도 내린다
쓸데없는 생각이나 싹 다 쓸어 내려가라
[감성적인 음악]
진짜 최웅이네?
거기서 서서 뭐 해?
생각
무슨 생각?
'난 왜 또 국연수 앞에 서 있을까' 하는 생각
(웅) 이걸 뭐라고 할 수 있을까요?
저주에 걸린 거지
네가 그때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해
또 나야?
또 내 잘못이야?
(웅) 응
또 너야
지긋지긋하지만 또 너야
[한숨]
그럼 그냥 가
앞에 서 있지 말고
(웅) 정말 저주에라도 걸렸다거나
싫으면 내가 지나가고
(웅) 아니면 이 말도 안 되는 여행에 홀렸다거나
지나갈까, 여기 있을까?
지나갈까, 여기 있을까?
(웅) 그것도 아니면
처음 국연수를 다시 만났던 순간부터
[감성적인 음악]
(웅)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다거나
안 헤어져, 우리
우리가 또 싸우면
또 헤어지면
그때 너는 그냥 이렇게 다시 내 앞에 오기만 해
그러면?
그러면
[속삭이며] 그땐 내가 너 붙잡고 절대 안 놓을게
[웃음]
[연수의 한숨]
(연수) 진짜 미쳤나 봐
아니, 걔는 지금까지 아무런 연락도 없잖아
(명호) 팀장님
(엔제이) 국연수 씨랑 어떤 사이예요?
(솔이) 너, 너 진짜 최웅이 실수라고 할까 봐
그러고 있는 거야?
(채란) 선배 국연수 씨 좋아해요?
(연수) 난 네가 무슨 생각인지 너무 궁금해서
알아내 보려고
나 자고 가도 돼?
나 너한테 듣고 싶은 말 생겼어
그래서 이제 들어 보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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