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나의 봄 8
(영도) 나는
당신의 눈물이 하는 말을
당신의 체온이 하는 말을 다 알아듣는다
'나는 네가 미치게 가여워서'
'그냥 두고 갈 수가 없었어'
그 밤
당신이 안아 준 사람은
형을 잃은 열한 살의 나였고
환자를 잃은 스물여섯 살의 나였고
더는 세상에 빚을 질 수 없어
당신조차 잃으려 하는
바보 같은 지금의 나였다
[체온계 조작음] [하늘의 신음]
[체온계 작동음]
(하늘) 아, 열 다 내렸네
- (영도) 아유, 왜 이래 - 아, 가만히 좀 있어 봐, 이 사람아
[영도가 피식 웃는다]
[잔잔한 음악] [하늘의 옅은 신음]
(영도) 누군가를 안아 준다는 건
식지도 않을 체온으로
백 마디 말보다 선명한 마음을 전하는 것
(남자1) 자기야!
(영도) 너무 그리웠다고
왜 이제 왔냐고
한동안 안 보여 걱정했다고
곁에 없어
허전했다고
보고 싶어 미칠 뻔했다고
[기어 조작음] [시동이 툭 꺼진다]
[자동차 경적]
[차 문이 탁 열린다]
[발걸음이 울린다]
(영도) 미안하다고
괜찮다고
고맙다고
[갈매기 울음]
- (알바생) 피자 나왔어요 - (여자1) 예, 아유, 뜨끈뜨끈하네
[여자1의 웃음]
(미란) 어? 포장했네
그냥 배달 하지
(여자1) 아, 코앞인데, 뭐
모자 예쁘네
누가 사 줬어?
그러게, 누가 사 준 걸까
그걸 정확하게 몰라서 살짝 답답하네?
(여자1) 또 뭐라는 거야, 아유…
(미란) 가
그것이 내 딸 남자 친구일까 남자인 친구일까
아니면 지나가는 뭐시기일까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미란) 새로 나온 거 맛있지?
(손님들) 네, 맛있어요
- (미란) 많이 먹고 가 - (손님들) 네
어, 밥은?
(태정) [숨찬 목소리로] 가끔 먹지
너 누나 언제 봤어?
(태정) 좀 됐지
너 왜 숨차?
뭐 하고 있어? 벌건 대낮부터?
[신나는 음악이 흘러나온다] [러닝 머신 조작음]
아, 운동하고 있어요
너 영도 봤지?
그게 뭔데?
(미란) 누나 아래층 사는 남자 못 봤어?
난 내 집 아래층 사람도 몰라
왜 그러는데?
고민이 돼서 그러지
계속 예뻐해도 되나 어디다 묻어 버려야 되나
(미란) 사위가 될 건가 사체로 발견될 건가
엄마
누나가 엄마한테 '존 윅' 이야기 한 적 있어?
외국 사람 같은데
(태정) 아, 외국 영화인데
자기 집 개 건드렸다고 사람을 한 80명 죽이거든?
음, 그럴 수 있지
(태정) 누나가 그거 보면 엄마 생각 난대
그랬어? 내가 생각났어?
(태정) 아이고 그거 그렇게 좋아할 건 아닌데
(미란) 너 누나한테 한번 가 봐
아니면 가게 와서 같이 놀자고 하든가
아, 우리 그런 사이 아니야
그럼 내가 네 가게로 갈까?
가두리 양식 같은 그물 스타킹 신고
(미란) 갈치 비늘 같은 반짝이 치마 입고 [러닝 머신 조작음]
어머니
제가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이름이 영도라고요?
[힘주는 신음]
(태정) 형, 안녕하세요?
(철도) 어, 너 오랜만이다?
계속 여기 다닌 거야?
(태정) 네, 주로 새벽에 와서
아, 혹시 최근에 저희 누나 보셨어요?
- (철도) 봤지 - 별일 없대요?
그럴걸?
(태정) 아…
안 그래도 어제 은하 누나하고 오랜만에 통화했는데
그래?
- 걘 별일 없대? - (태정) 예
같이 가게 하는 거 아니었어요?
같이 가게는 하지
말을 안 하지
[철도의 힘주는 신음] 아…
[웃음]
(하늘) 아, 분명히 강다정 씨였다니까
내가 막 주차장 쪽으로 들어가는데
(하늘) 놀이터 쪽으로 나가고 있어 가지고 부를까 하다가
[발랄한 음악]
어?
(하늘) 영도야, 자?
(승원) 강다정 씨가 왔다 갔다
식탁 위에 죽이 한 그릇 놓여 있는데 겨우 한 숟갈 뜨다 말았다
[손가락을 탁 튀기며] 자
그런데 이 문장의 주어가 끼영도야
- (하늘) 응 - 그럼 뭐겠어?
[발랄한 음악]
(승원) 영도가 일부러 자기 입술에 죽을 묻힌 거야
(영도) 왜요?
우리 주영도 씨는 언제부터 그렇게 이뻤나?
[발랄한 음악]
(승원) ♪ 얼마나 얼마나 더 너를 ♪
♪ 이 거지 같은 사랑 ♪ [조명이 탁탁 꺼진다]
거품 키스 대신 죽 키스를 하는 거지
(하늘) 아휴, 네 상상력이 그렇게 헐거우니까
네 프로 시청률이 다 고만고만한 거야
내 시청률이 왜
[테이블을 탁 치며] 내 작고 귀여운 시청률이 뭐 어때서
아이고, 참, 쯧
난 말이지
둘이 그냥
울었을 거 같아
[다정과 영도가 흐느낀다] [슬픈 음악]
(다정) 아프지 마요
미, 미안해요, 아파서
(다정) 미안하단 말은 하지 마요, 바보
(영도) 울지 마요, 울지 마, 바보
(다정) 아무것도 아니에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승원) ♪ 개소리는 하지 말아요 ♪
아, 죽 키스보다 낫지
(아리) 난 정답을 너무 알겠는데
[강조되는 효과음]
저번에 창고에서 예고편을 봤거든요
[야릇한 음악]
[책이 툭 떨어진다]
나 방금 그거 좋은 거 같아 그걸로 하자
(철도) 근데 [강조되는 효과음]
다정이가 죽을 사서 거기까지 갔는데
[흥미로운 음악] 먹지도 않고 헤어진 거면
씁, 둘이 좀 삐끗한 거 아닌가?
영도 형이 친구로 지내자고 했거나
[출입문 종이 딸랑 울린다] 아, 차라리 죽 키스 한 거였으면 좋겠다
영도가 밀어낸 것 같지?
그렇겠지
아, 영도 마음 이만큼 간 것도 처음인데
야, 네가 뭐라도 좀 해 봐
내가 뭘 해
강다정 씨한테 가서 영도 놓지 말라고 1인 시위를 하든가
둘이 어두운 데 가둬 놓고 둘이 밖에서 문을 잠그든가
- 참… - (승원) 아!
(승원) 너희 병원에 목줄 같은 거 많잖아
그걸로 둘이 묶어 놓든가
(하늘) 네가 해
(승원) 미쳤냐, 내가, 범죄자 되게?
(하늘) 이씨, 그럼 나는!
[의아한 숨소리]
근데 왜 이게, 솔깃한데?
(하늘) 아니, 그, 목줄 말고
대형견들 매는 하네스가 이만하거든?
이만하지
[하늘과 승원의 기대하는 숨소리]
"나는 돌아올 것이다"
[익살스러운 음악]
(가영) '아일 비 백'
'아일 비 백'
(가영) '아일 비 백' [강조되는 효과음]
'아일 비 백' [목소리가 떨리는 효과음]
'아일 비 백' [야릇한 효과음]
[헛웃음]
[비닐이 부스럭거린다]
(가영) '아일 비 백' [야릇한 효과음]
[키보드 치는 소리가 들린다]
(다정) 나는 그 사람이 준 과자 하나도 먹지 못하고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그 사람은
내가 준 개나리꽃 가지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데
[차분한 음악]
[한숨]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친구 할래요?
(다정) 우리가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휴대전화 진동음]
[버튼 조작음]
네
(가영) 나 없는 그 방이 얼마나 칙칙하고 적막할까?
여보세요?
(가영) 방에서 앵앵거리던 모기도 하루 지나 안 보이면
'어떻게, 피는 좀 빨아 먹고 갔니?'
걱정되고 허전한 게 사람 맘이잖아요?
(가영) 그래요, 내가 남겨질 사람은 생각 안 하고 못 할 짓 했어요
아임 쏘리
[발랄한 음악]
헬로?
듣고 있어요
(가영) 오늘 잠깐 들르려고 했는데
내가 촬영이 너무 늦게 끝나 가지고
는 뻥이고
남자 친구하고 데이트하느라고
아, 근데 나 남자 친구 생겼다고
친구한테 소홀하고 그런 사람은 아니에요
(가영) 내일은 꼭 갈게요
여기는 왜 또…
뭐 놓고 가셨어요?
왜라니?
친구가 친구 집에 가는데 '왜'가 왜 필요하지?
친구요?
(가영) 헬로? 친구 몰라요?
애인도 아니고 가족도 아니면서
나한테 왜 저러나 싶을 만큼 잘해 주는 사람
한 개만 있어도 생큐지만 두 개 있으면 삼총사도 할 수 있는 거
뭐, 물론 어떤 비겁한 사람들은
'난 너 남자로 생각한 적 없어!'
'너 여자로 매력이 하나도 없어'
(가영) 그런 말 대신 '우리 친구 하자'
그렇게 욕같이 쓰기도 하지만
암튼 우리는 친구
아니, 왜 다들 나한테 친구를 하자 그래요?
(다정) 내가 무슨 친구 전용 인간도 아니고
나랑 친구 되는 거 싫어요? 왜?
(가영) 내가 냉장고 다 거덜 내고 와서?
만두 한 개도 안 주고 혼자 다 처묵처묵 해서?
귀에서 피 날 거 같다는 거 다 진짜였어요?
(가영) 내가 너무 떠들어 대서?
아니요, 제가 다른 생각 하고 있다가…
(가영) 바쁘구나?
알았어요
화내려고 한 거 아니었어요 미안해요
됐어요, 나 신경 쓰지 말고 일해요
이따 다시 전화할게요
[통화 종료음]
[한숨]
[한숨]
친구 한 개 더 생겼다고 자랑한 거 취소할게
나랑 친구 하기 싫은가 봐
[한숨]
그게 아니라
좋아하는 남자가 친구 하자고 한 거 아닌가?
(패트릭) 딱 그 말 할 때 버럭 한 거 보면
[흥미로운 음악]
뭐야
주영도 이 바보가
친구 하자고 한 거야? 자기가 좋아 죽는 여자한테?
[휴대전화 진동음]
나 바빠
(가영) 강다정한테 친구 하자 그랬니?
(영도) 그걸 누가…
(가영) 맞네, 맞아, 했네, 했어
이제 어떻게 할 거야
너 때문에 내가 베프를 잃게 생겼다고
패트릭 그 친구 말하는 거야?
패트릭이 왜 내 친구야? 내 남자 친구지
(가영) 그것도 구별을 못 하면 어떡하지?
의사 면허증은 문방구에서 사서 코팅한 거였어?
너도 한마디 해
(패트릭) 아
안녕하세요, 패트릭입니다
아, 예, 안녕하세요 [패트릭이 살짝 웃는다]
(패트릭) 아, 왜 그러셨어요 저한텐 좋은 충고 많이 해 주셨으면서
아, 예
(가영) 바보라고 해 줘
(패트릭) 아이, 그래도 그건 좀…
(가영) 괜찮아 '주영도 이 바보야' 그래도 돼
(패트릭) 근데
방금 바보라고 할 때 그 입 모양 되게 귀여웠어요 [가영의 웃음]
(가영) 어, 뭐, 뭐야, 갑자기
(패트릭) [웃으며] 왜요 귀여운 걸 귀엽다고 한 건데
(가영) 아, 아, 지금 그런 게 중요한…
[통화 종료음] 저런
(DJ) 어…
'사실 저는 겁이 많아요'
'머리카락 사이로 귀신과 눈이 마주칠까 봐'
'머리를 감을 때마다 명치뚠뚠의 호이짜호이짜 같은'
'엄청 시끄럽고 웃긴 노래를 틀어 놓곤 해요' [흥겨운 음악이 들려온다]
아, 그 노래 같으면 귀신도 도망갈 수 있죠
[흥겨운 음악이 들린다]
아이, 저런
(DJ)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DJ) '음악 없이 머리를 잘 감아요'
'그건 아마 아래층 사람과 친해지면서부터였던 거 같아요'
'나한테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이 사람이 제일 먼저 알겠구나'
(다정) 내가 쿵쿵거리면
'집에 들어왔구나' 알고
내가 비누를 밟거나 해서 우당탕 넘어지면
무슨 일이 생겼나 제일 먼저 옥상으로 뛰어오겠죠 [차분한 음악]
(DJ) '내가 말도 안 되는 일을 겪었을 때'
'울 수도 없는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을 때'
'그 사람이 내 옆에 있었어요' [말소리가 울린다]
(다정) 그 사람이 내 옆에 있었어요
'울지 마라', '힘내라'
'일어나라'
한마디 재촉도 없이
그때부터 나는 사오정이 되기 시작한 거 같아요
나한테
눈 빨간 토끼 같다고 했을 때도 그랬고
(영도) 강다정 씨는 지금 되게 말 잘하는 토끼 같아요
눈 시뻘게서
침묵이 불편할 때도 있지만
그때마다 강다정 씨가 그걸 책임져야 되는 건 아니에요
(영도) 그냥 넘어진 거예요
누가 기다릴까 봐 서두르다가
나는
그 말들이 다 괜찮다고 말해 주는 거 같았어요
'괜찮아'
'내가 옆에 있을게'
(다정) '다 괜찮을 거야'
어느 순간부터 나는 더 심각한 사오정이 됐는데
그 사람이 하는 모든 말이
다 그렇게 들렸어요
미친 짓
뭐 하고 싶어요?
(다정) '너를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다정) 영원을 약속할 수 없다면
누굴 좋아하는 건 미친 짓일까요?
나는 그 사람이 준 과자 하나도 먹지 못하고
그 사람은
내가 준 개나리꽃 가지 하나도 버리지 못하는데
우리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요?
(DJ) 네
옥탑방토끼 님이 보내 주신 사연이었는데요
씁, 우리 주영도 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영도) 예?
아…
그, 글쎄요 [영도의 어색한 웃음]
(DJ) 우리 한아름 PD는 어떻게 생각해요?
방금 뭐 적던데
봐 봐요
'남자가 아주 나쁜 새'…
[DJ의 당황한 웃음]
아, PD님 방송 중에 욕을 하면 어떡해요
아, 죄송합니다
네, 지금 청취자분들 반응도 많이 올라오고 있는데요
쌤, 그거 댓글 두 개 읽어 주시겠어요?
(영도) 예
어, 3935 님
'별 미친놈 다 보겠네'
'좋아한다고 말을 말든가'
아, 예능햄스터…
아, 예능햄스터 님
'사연 쓰신 여자분'
'굉장히 사려 깊고 괜찮아 보여요'
'저 정도 사오정이면 입에서 나방이 나와도 좋으니까'
'저라면 무조건 사귈 것 같습니다'
네, 그리고 아무튼요정 님은
(DJ) '남자가 여자 맨얼굴 보고 놀라서'
'급하게 철벽 친 거 아닐까요?'
'사실 이건 제 경험, 흑흑흑'
(영도) 아니요, 그건 절대 아닙니다
아, 아닐 거예요, 예
[어색한 웃음]
(DJ) 예, 그리고 여기 지금
구슬 님하고 빙빙 님이 댓글로 싸우고 계시는데요
제가 한번 실감 나게 읽어 드리겠습니다
아, '친구 할래요는 끄지라랑 똑같은 말이다'
'아니다, 그렇게라도 옆에 있고 싶다는 말이다'
'아이다, 선 넘어가면, 어? 손모가지 잘라 버리겠다는 말이다'
'아니다, 손 내밀면 닿을 곳에 있어 달라는 말이다'
쓰읍, 주영도 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글쎄요
사실 저는 친구 하자는 그 말이
내 옆에 가까이 있다가 다칠까 봐
안전한 곳으로 가라는
(라디오 속 영도) 그런 뜻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런데 듣고 보니까
그 말이 맞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드네요
(라디오 속 DJ) 어떤 말이요?
선 넘으면 손모가지 확 잘라 버리겠다는 말?
(라디오 속 영도) 아니요, 그거 말고
그렇게라도
옆에 있고 싶다
[감성적인 음악]
(라디오 속 영도) 그 남자분은 아마
진짜 자기 마음을
본인도 잘 몰랐던 것 같기도 하고요
[흐느낀다]
[휴대전화 진동음]
[자동차 경적]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피식 웃는다]
(영도) 거기서 뭐 해요?
(다정) 순찰 중이요
여기 이상한 사람이 산대서
(영도) 계속 거기 있을 거예요?
(다정) 내려갈 거예요
(영도) 무서워서 못 내려오는 거 아니죠?
(다정) 아니거든요?
여기 뭐가 너무 묻어 있어서
(영도) 잡아 줘요?
(다정) 아니요?
네
(다정) 사연 쓸 때는
그렇게까지 사람들이 뭐라고 할 줄 몰랐어요
뭐라고 할 줄 몰랐다는 거는
사람들이 나한테 바보, 등신, 비겁한 놈
나쁜 놈, 미친놈
그렇게 욕할 줄은 몰랐다는 거죠?
(다정) 그렇죠
댓글이 한 300개쯤 달렸는데
한 300대쯤 맞은 거 같아요
방송엔 안 나왔는데 그런 댓글도 있었어요
'사연 속의 남자분'
'지금 듣고 있으면 손을 들어 보세요'
'그 상태로 주먹을 꽉 쥐시고요'
'자기 뺨에 그대로 꽂으세요'
(다정) 왜 때려요, 때리지 마요
[잔잔한 음악]
[영도의 한숨]
사연에는
내가 안 쓴 게 많아서
사람들은 무슨 사정인지는 전부 다는 모르니까
주영도 씨한테 그렇게 말한 거예요
(다정) 근데 나는 다 아니까
그 말 하기 전에 얼마나 고민했을지
아니까
친구 같은 건 싫다
그렇게는 말 안 할 거예요
나도
주영도 씨가 좋아졌어요
그 말도
지금은 안 할 거고요
'영원히 함께하자' 그런 말은 필요 없어요
진짜 영원이 뭔지 어차피 본 적도 없고 볼 일도 없고
두 시간짜리 영화에선 두 시간이 영원이잖아요
난 그거면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한숨]
[새가 지저귄다]
(현주) 경찰이 수색하느라 어질러진 것들만 정리했고
나머진 다 그대로입니다
(현주) 현관 비밀번호는 바꿔야 되지 않을까요?
이쪽으로 찾아올 수도 있을 거 같은데요
(체이스) 바꾸면 안 되죠
찾아오라고 내가 여기로 온 건데
[의미심장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에이든) [영어] 안 돼, 내 아이스크림 안 돼!
(다정) 에이든, 괜찮아?
[한국어] 아, 어, 죄송합니다
옷은 바로 세탁 맡겨 드릴게요 괜찮으시면 지금 바로…
(체이스) 아니요, 제 잘못입니다 전화기 보느라
[영어] 미안하다, 내가 다시 사 줄게
- (사장) [한국어] 맛있게 드세요 - (여자2) 감사합니다
[사장의 웃음]
- (체이스) [영어] 골랐니? - (에이든) 초코 맛 먹을 거예요
[한국어] 아, 전 괜찮습니다
[다정의 어색한 웃음]
바닐라로 하겠습니다
(체이스) 바닐라 두 개랑 초코 하나 주십시오
(사장) [웃으며] 네
우리 먼저 가 있을까?
(사장) 아유, 그림같이들 사시네
가족이 다 이뻐요, 응?
아기도 너무 이쁘고
[차분한 음악] 요즘은 아기들도 영어를 참 잘해
[사장의 웃음]
아이고, 저런 손자 하나 있으면 얼마나 좋아
[아이들이 시끌시끌하다]
(다정) 혹시
호텔에서 나가신 게 저 때문인가요?
저 때문에 불편해서…
(체이스) 아니요
신경 안 쓰셔도 됩니다
신경 안 써도 된다는 말이 엄청 신경 쓰이는데요
(체이스) [피식 웃으며] 기억력이 좋으시네요
생각보다 한국에 오래 머물게 될 것 같아서
지낼 곳을 따로 마련한 거예요
그러셨구나
그럼 오늘 여기 오신 건…
일행이 아직 여기 있잖아요
(다정) 아…
이든아, 우리 이제 들어가야 되는데
[영어] 아니야, 5분 더 놀 거야
(다정) 3분!
(체이스) [한국어] '이든아'?
네, 뭐
패트릭은 '트릭아' 한니발은 '니발아'
(다정) 에이미는 '이미야'
(체이스) 진짜 그렇게 부른다고요?
그럼요
(다정) 데미안은 '미안아' 벤틀리는 '틀리야'
이안은 '이안아'
'이안아'는
별로 안 웃기네요
(체이스) '이안아'?
[잔잔한 음악]
(명자) 얘가 걔야?
이름도 없다는?
(세근) 원래 이름은 사람마다 한 개씩 있는 거고
최정민은 네 형제 이름이야 너는 이름이 없어
(다정) 이든아
우리도 들어가야 되고
이안 아저씨도 일하러 병원 가셔야 된대
(에이든) [영어] 이안? 그게 아저씨 이름이에요?
(에이든) 웃겨, 우리 유치원에도 이안이라는 애가 있는데
걔는 바지에 오줌 쌌어요 아저씨도 그래요?
(체이스) 아니, 한 번도
아저씨는 의사야
(에이든) 그래서요? 의사도 바지에 오줌 쌀 수 있어요
(체이스) 아니야, 아저씨는…
(에이든) 농담이에요 여기 자주 오세요?
- (체이스) 아마 - (에이든) 여기에 친구 있어요?
- (체이스) 그렇진 않아 - (에이든) 바지에 오줌 쌌으니까
[어두운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마진병원 크리스 베일"
[심전도계 비프음] (베일) 수축기 혈압, 이완기 혈압 다 정상 범위 안에 있고
[의미심장한 음악] 곧 수술도 가능하겠는데?
[한국어] 인위적인 혼수상태가 효과가 있습니다
뇌압도 많이 감소했고
이 상태라면 수술도 가능해 보입니다
그래요?
(베일) [영어] 다음 주에는 수술이 가능할 것 같아
- (베일) 아무튼 식사 때 보자고 - (체이스) 네
(추 비서) [한국어] 닥터 체이스
부회장님이 따로 뵙자고 하십니다
[밖에서 사이렌이 울린다]
(정아) 죽음이 의외로 가깝죠?
어느 날 갑자기
나랑 똑같이 생긴 형제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하고
어린 시절 엮였던 사람들이
왜인지 줄줄이 죽어 나가기도 하고
그리고 환자들은
자주 수술대 위에서 죽죠 [어두운 음악]
'최선을 다했지만 살릴 수 없었다'
의사들은 그렇게 말할 거고
후계자 싸움에서 밀리던 딸의 입장에선
충격적인 죽음은 아니고
따로 조사나 부검도 안 할 거고
지금
수술을 방해하라는 겁니까?
갑자기 이 팀에 합류하게 됐을 때
이상하지 않았어요?
(정아) 닥터 베일은 인종주의자고
그런 인간이 동양인을 자기 팀에 넣을 리는 없고, 그럼
누가 왜 닥터 체이스를 이 팀에 넣었을까
궁금한 적 없었나요?
그냥 하고 싶은 말씀을 하시죠
(정아) 원하는 게 있는지부터 물어보죠
바라는 것도 없고 잃을 것도 없는 사람하고는
함부로 거래하는 게 아니라서
그런 거 없습니다
(정아) [봉투를 부스럭거리며] 있을 거예요
절박해서든 재미로든
사는 동안 헛발질했던 건
어떻게든 얼룩으로 남더라고요
[세면대 물이 쏴 흘러내린다]
[물소리가 뚝 멈춘다]
[영도가 휴지를 쓱 뽑는다]
[세면대 물이 쏴 흘러내린다] [의미심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물소리가 울린다]
[어두운 효과음]
[영도가 휴지로 손을 쓱쓱 닦는다]
오랜만이네요, 닥터 체이스
[의미심장한 효과음]
(체이스) 여기서 근무하시는군요
주영도 선생님
[어두운 음악]
물어볼 게 뭡니까?
제가 어릴 때
창비동에 있는 보육 시설에 잠깐 있었는데
최근에 거기서 찍힌 제 사진을 봤습니다
(영도) 그런데
그 사진이
최정민 사건과 관련된 증거품이었어요
그 사진이나 시설에 대해 아는 게 있습니까?
정확하게 묻고 싶은 게 뭡니까?
정확하게 물어본 거 같은데요
내가 왜 그걸 알 거라고 생각하죠?
최정민 사건이라면서
기억나는 게 없는 겁니까?
[펜이 툭 떨어진다]
수사가 종결됐다는 얘기는 들었습니까?
(영도) 예
(체이스) 그럼 주영도 선생님도 이제 그만하시죠
이런 식으로 무례하게
아무 데서나 아무 말
기분이 좋지 않아서요
(영도) 내가 무슨 과죠?
왜 내가 특강에서 이 환자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누가 봐도 삼차 신경통인데
왜 약물은 안 듣고
왜 이 환자는 개두술을 거부했을까요?
뮌하우젠 증후군인가요?
맞습니다 [마우스 조작음]
(영도) 관심을 받고 싶어서 없는 병을 만들어 내는 병이죠
자해를 하고 심지어는 자신의 아이나 반려동물을 해치기까지
이 환자의 경우는
어린 시절 부모님이 너무 바빴고
동생이 몸이 약해서
유일하게 부모님의 관심을 독차지할 수 있는 시간이
아팠을 때뿐이었어요
간호사로 일한 경력 덕분에
어떤 약물을 복용하고
어떤 증상을 호소해야 가짜 병인 걸 들키지 않을지 잘 알았고
(인턴) 그렇게까지 속이면
걸러 낼 방법이 없는 거 아니에요?
거짓말을 알아내는 방법은
결국 관찰입니다
[어두운 음악] (영도) 특히 의료진을 꼭 속여야 하는 이런 환자들의 경우에는
불쾌감에 주목할 필요가 있어요
'당신 이 약 먹었죠?' 물었다 칩시다
안 먹은 사람이라면 '아니요, 안 먹었습니다'
심플하게 대답해요
하지만 거짓말을 들킬 위험에 처한 사람의 반응은 다르죠
'왜 나를 의심하냐'
'그런 질문은 기분이 나쁘다'
더 교묘하게는
고개를 숙인다거나 볼펜을 떨어트린다거나
관찰자를 의식하고 일부러 시선을 분산시키기도 하고요
(남자2) 만약에 내가 속은 거면
내가
열여덟 살짜리한테 속은 건데
그런 거면 너무 언짢은 거지
[남자2의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목소리로] 왜 이렇게 예의가 없어?
내가 말하고 있잖아
[어두운 음악]
어?
[병이 쨍그랑 깨진다]
[남자2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효과음]
[문이 달칵 열린다]
(승원) 자, 패트릭! 패트릭이 나오기로 했어
(작가) 오, 패트릭!
대신 그 회사 생신인 세 명도 같이 나오는 걸로
세 명이나 넣어 달래요?
녹화에 넣어 준다고 했지 방송에 내보낸다고는 안 했다
(작가) 이야, 진짜 못됐다, 못됐어
[손뼉을 짝짝 치며] 자, 자, 자, 응?
파일럿만 네 개야, 살아남아야지
(승원) 어, 자
요렇게
이렇게
[작가가 호응한다]
자, 패트릭이 나오니까 일단 화제성은 잡고 가니까
[고민하는 신음]
이쪽 좋다
[흥미로운 음악]
(진호) 자
[하늘의 헛기침]
아, 치시라니까요?
(하늘) 아, 그래도…
운동하러 오신 거 아니에요?
예, 뭐, 그렇긴 한데
제가 치기가 좀…
왜요, 제가 여자라서요?
아니요, 아니요, 그런 게 아니고요
아, 제, 제가 좀…
(작가) 눈물 많은 수의사
전직 복싱 국가 대표
물주먹과 불주먹의 만남 그런 건가?
(승원) 누가 그래 하늘이 물주먹이라고?
쟤 완전 불닭주먹이야
와, 나는 그때 진짜 망치로 맞은 줄
맞았어?
[당황한 신음]
친구라고 했지
안 맞았다고는 안 했는데
[작가가 살짝 웃는다]
(작가) 짠하다
[익살스러운 음악] (승원) 안 맞았다고
[진호의 신음]
[하늘의 당황한 신음]
[진호의 헛기침] (하늘) 괜찮으세요?
(진호) 예, 뭐
좀 치시네요?
(진호) 만약에 좀 힘들면 이렇게 밑에다 무릎 대고
처음 시작은 이렇게…
잘하네?
[힘주는 신음]
[줄넘기하는 소리가 들린다]
[기합]
뭐, 중요한 건 웜업 하는 거니까
[달려가는 발걸음] 그냥…
[힘주는 신음]
[하늘의 가뿐한 숨소리]
[하늘의 거친 신음]
오랜만에 뛰니까 더 잘되는 거 같아요
[하늘의 웃음]
[진호의 시원한 신음]
(하늘) 아, 진호 씨는
승원이한테 무슨 약점 잡히신 거예요?
[술 취한 목소리로] 약점?
무슨 약점?
(진호) 아, 아, 됐고
[캔이 댕그랑 떨어진다]
아, 왜 이렇게 약한 척했어요?
저는
(하늘) 그런 적이 없는데요
[진호가 머리를 쿵 박는다] [캔이 댕그랑 떨어진다]
[익살스러운 음악]
[콜록거린다]
(진호) 아유, 머리야
[아파하는 신음]
아, 머리야
뭐야, 이거
[한숨]
어? 뭐야
왜 저기 있어?
[진호의 힘주는 신음]
저기요
저기요
[한숨]
뭐야
개한테 물린 거야?
[놀란 숨소리]
아이씨…
[괴로운 신음]
[문이 철컹 열린다]
(서장) 어, 쉬어, 쉬어
고 형사는 어디 가고 너희들만 있어?
- 화장실 갔습… - (호) 식사하러 갔습…
식사하고 나서 화장실도 간 걸로 알고 있습니다
또 하지 말라는 거 하러 갔구먼?
(서장) 그만 파라는 거 파러 갔어, 또
너는 좀 어때
몸은? 마음은?
전혀 문제없습니다
아직 젊고 건강해서요
(서장) 잘났다
좋겠다, 좋다, 야
[서장의 헛웃음]
(진복) 아, 오셨어요?
- 왜 또… - (서장) 넌 또 어디 갔다 와!
(진복) 저 커피…
는 안, 안 마셨고요
양, 양치질도 아니고
밥, 밥을 먹었네요, 제가
점심을 못 먹어 가지고
(서장) 잘한다, 씨
앉기는 뭘 앉아!
신고 들어온 거 있으니까 바로 풍지공원으로 가 봐
노숙자 한 명이 당했대
(진복) 아이고, 아, 그, 그런 일이 있으면 안 되죠, 예, 예
- (진복) 야, 빨리 나가자 - (성준) 네
(진복) 다녀오겠습니다 [성준의 헛기침]
(서장) 으이구, 저, 저, 저, 씨…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호) 여기 평소에 노숙자 몇 명이 번갈아 가면서 진 치고 있어서
주민들이 잘 안 다닌대요
그래서 신고가 늦어졌고요
그, 피해자 상태 많이 안 좋대?
과다 출혈이라 좀 위험한가 봐요
그, 박호는 바로 병원으로 가 보고
너는 신고자 다시 한번 만나 봐
(성준) 알겠습니다
(진복) 여기 CCTV 있나?
블랙박스는 없겠고
(호) 확인해 보겠습니다
- 빨리 움직여들, 다 - (성준) 예
[문이 철컥 열린다] [도어 록 작동음]
이거, 이거 가지고 나갈게
- (다정) 어, 문 좀 열어 놔 줘 - (은하) 응, 알았어
[은하의 기분 좋은 신음]
[힘주는 신음]
(은하) 아, 배고파
(미경) 여긴 어쩐 일로?
(가영) 안녕하시죠?
사실 궁금한 건 아닌데 한번 물어봤네요
그럼
[흥미로운 음악]
[어이없는 숨소리]
지금 이게 뭐 하시는 걸까?
진료 시간 내엔 출입 금지로 알고 있는데
3층 가는 거 아니거든요? 4층 가는 거지
(가영) 나 4층 간다니까요?
(미경) 거긴 더 안 되죠
만에 하나라도 방해할 작정이라면
내가 뭘 방해해요, 둘이 연애하는 거?
(미경) 역시 알고 있었군요
[당황한 신음]
(가영) [픽 웃으며] 내가 요즘 복싱을 하거든요
슉슉, 슉슉
바이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영도) 예
[거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왜, 왜…
[거친 숨을 내뱉는다]
오늘 4층에 갈 계획이 있으신지
4층이요?
- (영도) 왜 그러시는데요? - 1번 있다, 2번 없다
글쎄요, 지금은 없는데
그렇다면
(미경) 패스
[문이 탁 닫힌다]
[계란이 쩍 갈라진다]
(은하) 야, 살살 때려
우리 이제 늙어서 뇌세포 재생도 안 된대
(다정) 그렇게 아름다운 이야기는 식사 중엔 좀 넣어 두지 그래?
[은하의 만족스러운 신음]
(은하) 근데 저거 누가 적은 거야? 네 글씨 아닌데
(다정) 아…
(가영) 헬로? 아임 백
나 왔는데?
응, 저분이셔 [가영의 웃음]
(가영) 내가 저번에 거덜 냈던 거
근데 누구?
안녕하세요
(다정) 친구예요, 1층에서 카페 하는
친구?
(가영) 나랑은 친구 하기 싫다면서
이쪽하곤 친구?
(다정) 아, 싫다는 건 아니고요
(은하) 둘이 친구라고?
[발랄한 음악]
강다정에 대해 잘 알아요?
(은하) 네?
- (은하) 네 - 난 여기서 잠도 잤는데
난 자주 그래요
난 강다정이 먹을 거, 입을 거 다 챙겨 줬는데
난
20년째 그러고 살아요
(가영) 강다정이 좋아하는 음식 하나, 둘, 셋!
- (가영) 만두! - (은하) 피자!
(다정) 국밥
피자집 딸이 뭔 국밥 같은 소리야
(가영) 그러니까 입맛 참 누구 같으시네?
강다정이 좋아하는 꽃 하나, 둘, 셋!
- (가영) 귤꽃 - (은하) 붉은여우꼬리 [다정이 '목련'을 말한다]
(은하) 귤에 무슨 꽃이 있어요?
귤꽃이 왜 없어요?
(가영) 아니, 그러는 그쪽은
꽃 이야기 하는데 동물 들이대기 있어요?
빨간 여우가 웬 말이야?
[어이없는 숨소리] 네가 말해 봐
그래, 말해 봐요
내 대답은 목련이었다고…
(은하) 하, 너 목련 안 좋아하잖아
시들어 떨어지면 길바닥에 널린 썩은 바나나 껍질 같다고
(가영) 그러니까, 웬 목련?
꽃치고 머리가 얼마나 큰데 비율이 그게 뭐야, 똥망
아, 난 이쯤에서 내 취향을 존중받고 싶다고 얘기하고 싶은데
(은하) 강다정이 좋아하는 노래 하나, 둘, 셋
- (은하) '호이짜호이짜' - (가영) 패트릭 '투 유'
(가영) 뭐야 진짜 그런 노래 좋아하는 거야?
아니, 뭐, 좋아하는 건 아니고 머리 감을 때 틀어 놓던 건데 요즘은…
(은하) 패트릭 '투 유'
내 통화 연결음인데
[놀란 웃음]
오, 진짜? 패트릭 좋아해요?
아, 어떻게 안 좋아해요 [부드러운 음악]
(은하) 잘생기고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웃음]
정말 안목 있다
[웃음] 좋아하세요?
아니…
아, 뭐, 좋아한다라기보다는
나도 뭐 물어봐도 돼? [은하와 가영의 웃음]
오, 반갑다
[다정의 어색한 웃음]
(다정) 나 누구랑 얘기하니
하나, 둘, 셋, 정답은 '나 혼자'
언니라고 불러도 되죠?
어, 되는데, 어…
(은하) 난 다정이랑 동갑이에요
(가영) 아하, 내가 또 언니구나?
됐어요, 그냥 서로 친구라고 부르죠, 뭐
맥주 좋아해요, 친구?
[웃음] 좋죠
[가영이 캔 맥주를 쉭 딴다]
(가영) 근데 새 친구는 이름이?
(은하) 아, 박은하요
반가워요, 갤럭시 박
[웃음]
(은하) 짠!
[떨리는 목소리로] 짠
[웃으며] '갤럭시'
[가영의 시원한 숨소리]
(태정) 이번 주에 한번 가려고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언제가 편해?
[당황한 숨소리] 아, 무슨 일은, 그냥…
[숨을 들이켠다]
누나, 동생, 뭐, 그런 거지, 어
아니, 이상하잖아 네가 우리 집엘 온다니까
(태정) 아, 나 아무 일도 없다니까
뭐, 알았어
(다정) 어
[휴대전화 조작음] 치
[청소기 작동음] [밝은 음악]
[다정이 손을 탁탁 턴다]
[쓱쓱 닦는다]
[그릇을 쓱 든다]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쨍그랑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문을 쿵쿵 두드린다]
(영도) 다정 씨, 괜찮아요?
[문을 쿵쿵 두드린다]
강다정 씨
[도어 록 작동음]
[다정의 어색한 웃음]
(다정) 그, 소리 들렸어요?
예, 되게 잘 들렸어요
별일 없는 거예요?
아예 없다고 할 순 없는데
(영도) 아, 저런
[다정의 어색한 웃음]
(다정) 이런 이벤트가 청소의 묘미죠
다 치웠다고 생각한 순간 와장창
이벤트가 좀 거친데
네
(다정) 어, 아니에요, 손 다쳐요
나 혼자 천천히 하면 돼요
같이 빨리해도 되죠
(영도) 신문지 있어요?
(다정) 아…
[영도가 그릇 조각을 정리한다] 어, 저, 괜찮은데
[청소기 작동음]
(영도) 이게 뭐예요?
[청소기 작동음이 뚝 멈춘다] (다정) 어, 그거 내가 한 거 아니에요
[익살스러운 음악]
내가 한 거 아니고 안가영 씨가 한 거예요, 진짜로
메모도 어디 있을 건데, '아일 비 백'
내가 버렸나? 어디 갔지?
[다정의 놀란 숨소리]
내가 한 거 아니에요
내가…
이름 붙어 있는 건 지금 처음 봤고요
내가 이 이불을
아니고, 수건을
[다정의 당황한 숨소리]
아니, 이걸 처음 들춰 봐 가지고
아니, 안가영 씨 미쳤나 봐
[떨리는 목소리로] 왜 여기다 남의 이름을…
[영도가 살짝 웃는다]
(영도) 갈게요
지금 내 말 안 믿는 거예요?
(다정) 아, 저, 잠깐만요
아니, 저기요
[도어 록 작동음]
(영도) 아까 문 열려 있던데 잊어버리지 말고 잠가요
[도어 록 작동음] (다정) 잠깐만요 누가 봐도 오해한 얼굴로
이렇게 가 버리면 안 되죠
안가영 씨하고 통화라도 해 봐요
네
(다정) 심지어 나는 그 과자를 냉동실에 놔뒀었다니까요?
엄청 차갑게 방치했었는데
[다정을 톡 치며] 네
(다정) 아니, 왜 그냥 가요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야 될 거 아니에…
[야릇한 음악]
(미경) 급하게 나가시더니 뭐 하느라고 아직 안 가시고?
(영도) 아, 예, 여기
자, 잠깐 뭐 위에…
아, 예, 예, 들어가세요
[차 문이 탁 여닫힌다]
[자동차 엔진음]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부드러운 음악]
(다정) 그걸 내가 막 흐트러뜨리기가 미안한 거 있잖아요, 뭔지 알죠?
누가 내 차 위에다가 눈 오리 만들어 놓으면
'그래, 너희들 거기서 놀아라 나는 그냥 버스 타고 갈게'
셔츠 단추만 뜯어진 건지 찢긴 부분도 있는지 모르겠는데
참고로 저희 호텔에서는
저희 호텔에서는!
성추행, 성희롱을 비롯
관련 교육을 철저하게 하고 있다는 말씀을 [말소리가 울린다]
아무튼 셔츠는 제가 꼭 새걸로 사 드릴게요
'일부러 보라고 놔둔 건가' 혹시라도 그런 생각 하신다면
그건 정말 엄청난 오해라는 말을 하고 싶고요
오해하지 않았다는 표시로 당근을 한 번만 흔들어 주세요
집에 당근이 없다면 오이나 가지라도
[다정의 어색한 웃음]
(다정) [지친 목소리로] 난 왜 기절도 안 할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유경) 이거 진짜 내가 가져가도 돼요?
(다정) 그럼
(유경) 나는 우리 호텔 프러포즈 패키지
이거 너무 좋은 거 같아요
(다정) 좋지, 평생 기억에도 남고
그것보다 실패 안 할 수 있잖아요
막 너무 좋은데 어떻게 할지 몰라서 집 앞에 막 찾아갔다가
(유경) 전금 금지…
점…
[발랄한 음악] 점…
[유경의 답답한 신음] [다정의 웃음]
접근 금지
- 천천히 발음해 봐 - (유경) 그거
그거 당하는 사람도 있잖아요
뭐, 요즘 같아선 누가 나한테
그렇게라도 해 줬으면 좋겠다 싶긴 한데, 쯧
'내려와, 나 네 집 앞이야'
(유경) '널 위해 준비했어'
[다정의 웃음]
[풍선을 탁 밀며] 그런 일방적인 고백은 딱 넣어 두시죠
고백이 좀 서툴 수도 있죠
[입소리를 쯧 낸다]
(유경) 풍선 불쌍하다
그, 댈러스였나 위스콘신이었나
거기는 키스 학교도 있대요
키스 이상하게 했다가 차인 사람들한테
키스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 주는 곳인데
실습도 한대요
맙소사
[영어] 그렇게 보지 마요 거기 가 본 적 없어요
(다정) [한국어] 갔다 온 거 아니지?
(유경) 아니에요
아니에요
저, 왜 믿는 눈이지?
아니에요, 안 가 봤어요
매니저님?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네
아니요, 괜찮습니다
오늘이요?
[당황한 웃음]
근데 무슨 일로…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여자3) 누구게!
[여자3의 웃음]
많이 기다렸지?
어, 죄송합니다
(남자3) 자기야, 거기서 뭐 해?
(여자3) 아, 몰라, 너 왜 거기서 나와
너 때문에 나 이상한 사람 만졌잖아, 씨…
- (여자3) 나 손 씻고 올게 - (남자3) 응, 빨리 씻고 와
[멀어지는 발걸음]
(은하) 여기가 어디라고
왜 또 왔대?
(철도) 내가 아냐?
얼굴에 티 좀 내지 마
나만 불편해?
아, 난 저 사람 여기 있는 거 너무 싫어
쫓아낼 순 없잖아
다정이 얜 어떻게 저 얼굴을 계속 보고 있는 거야?
(철도) 쓰읍, 들을라
[포스 조작음] (은하) 듣든 말든
[진동음]
(철도) 맛있게 드세요
아, 그리고 같은 걸로 한 잔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철도) 아, 네
[어두운 음악]
[어두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탁 소리가 울린다]
[긴장되는 음악]
(정민) 이 장미는 받을 거죠?
종이로 만든 거예요
안 시들고 가시도 없고 재활용도 되고
뭐, 급할 때는 펴 가지고 메모도 할 수 있고
[어두운 효과음]
아니, 오르골 좋아해요? 사러 갈까요?
(성준) 어린 시절 이야기 들으신 적은 없으시고요?
(정민) 2003년 3월 13일 21시
난 김명자를 죽였다
난 이제 모든 것을 끝내려 한다
[강렬한 음악]
[탁 소리가 울린다]
[비밀스러운 음악]
(다정) 그거 무서운 거 아니었어
알고 보니까 사탕 같은 거였어
(체이스) 강다정 씨가 궁금해졌다고 하면
그 마음도 이해할 수 있어요?
(다정) 너무 기억하기 싫은 장면이 있다고 하면
뭐라고 말해 줘요?
(영도) 내가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어요
그건 알죠?
(호) 미친 소리 같은데
저 이거 누군지 알 거 같아요
(태정) 내가 아까 그 형한테 누나 중학교 때 사진 보여 줬거든?
(영도) 도망가지 마라
내가 지구를 반으로 접어 달려가게 하는 사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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