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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나의 봄 9

 

 (영도집에 채소가 아무것도 없어서

 

 [휴대전화 조작음]  [드르륵거리는 소리가 흘러나온다]

 

 [닥터 할로우가 드르륵거린다]

 

 [닥터 할로우가 드르륵거린다]

 

 [웃음]

 

 [스탠드 조작음]

 

 [숨을 깊게 내뱉는다]

 

 [휴대전화 조작음]

 

 (가영왜 그리 두리멍청 웃고 있느냐

 

 (남희누가 언제 웃었다 그래요!

 

 (가영지금 네가 그러고 있지 않느냐

 

 참아 보려 해도 참아지지 않는 마음이  입가로 줄줄

 

 마치 귀여운 토끼 한 마리를 품은 듯

 

 세상 다디단 열매를 삼킨 듯 말이다

 

 (TV 속 남희아유

 

 [TV 속 남희가 식기를 달그락거린다]

 

 귀여운 토끼 좋아하시네

 

 자기가 밀감국의 공주라고 우기는  이상한 여자겠지

 

 삼시 세끼 짜장면만 처묵처묵

 

 그 시대엔 짜장면도 없어요?

 

 없다

 

 [영상 속 닥터 할로우가 드르륵거린다]  (TV 속 남희됐고  그입이나 좀 닦아요

 

 공주고 뭐고 아주 더러워서 못 보겠네

 

 (TV 속 가영감히 쳐다보지도  못할 만큼 내가 그리도 이쁘냐

 

 [TV 속 남희의 어이없는 웃음]

 

 (TV 속 남희이야

 

 이래서  공주병이라는 말이 생긴 거구나

 

 내가 아주 공주병의  실사판을 보고 있었네  [영상 속 닥터 할로우가 드르륵거린다]

 

 이게 휴지라는 거예요휴지?

 

 이렇게 지지 한 거 닦는 거?

 

 (TV 속 가영병에 걸린 것은  내가 아니라 네가 아니겠느냐

 

 상사병에는 약도 없다 하였거늘

 

 참으로 큰일이로구나

 

 귀여워

 

 [휴대전화 조작음]  [영상 속 닥터 할로우가 드르륵거린다]

 

 (가영잠깐

 

 내 얼굴은 왜 가리는 거예요?

 

 (제작진타임 슬립 한 옛날 공주가

 

 21세기 연예인하고 얼굴이 똑같으면  이상하잖아요

 

 (가영공주가 환생해서  연예인이 됐나 보다 그러겠죠

 

 [가영의 당황한 신음]

 

 어차피 우리 드라마에선  다들 이거만 마셔서?

 

 시청자들은 PPL인 거  이미 다 알고 있지 않나?

 

 (제작진설정까지 뽀개면서  과하게 하면

 

 거부감 생겨서 안 돼요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다정

 

 [어두운 음악]

 

 [어두운 효과음]

 

 [다정의 놀란 신음]

 

 [강조되는 효과음]

 

 [무거운 효과음]

 

 괜찮아요?

 

 잠시만요

 

 (다정그거

 

 제가 좀 볼 수 있나요?

 

 혹시 이거 직접 만드신 거예요?

 

 아니요

 

 누가 두고 간 거 같은데

 

 무슨 문제 있습니까?

 

 

 

 죄송하지만

 

 제가 오늘은

 

 보자고 하신 게 급한 일이 아니면

 

 급한 일은 아닙니다

 

 제가 다시 연락드리죠

 

 [다가오는 발걸음]

 

 [풀벌레 울음]

 

 (영도여긴 어떻게 알고 온 겁니까?

 

 주영도 선생님은  제가 가는 곳마다 계시네요

 

 강다정 씨하고는 무슨 일입니까?

 

 오늘도 본인과는 상관없는 일에 대해  물어보시고

 

 그 종이꽃

 

 누가 두고 간 건지 못 봤습니까?

 

 못 봤습니다

 

 (체이스나도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영도

 

 (체이스주영도 선생님은

 

 본인이 뭐라고 생각합니까?

 

 무슨 뜻이죠?

 

 [어두운 음악]  앞으로 조심해 달라는 뜻입니다

 

 항상 선 넘는 질문을 하시니까

 

 [피식 웃는다]

 

 내가 그랬나요?

 

 (체이스내가 실수한 적 있습니까?

 

 주영도 선생님의 사생활에 대해서

 

 어린 시절에 대해서

 

 좋아하는 여자에 대해서

 

 물어본 적 있습니까?

 

 방금 좋아하는 여자라고 했습니까?

 

 말꼬리를 잡으시네요?

 

 (영도기분 나쁘셨다면 사과드리죠  그런데

 

 제가 한 질문에 한 번도

 

 제대로 대답을 한 적이 없는 건  아십니까?

 

 대답할 이유가 없으니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를 탁 집어 든다]

 

 [휴대전화 조작음]

 

 (영도오늘 일이 많아서  늦게까지 병원에 있을 거예요

 

 [손잡이를 탁 잡는다]

 

 [긴장되는 음악]

 

 [체이스가 종이꽃을 부스럭거린다]

 

 [노크 소리가 들린다]

 

 바빠요?

 

 들어와요

 

 (영도아까 퇴근하는 길이었으면  아직 저녁 안 먹었을 건데

 

 배 안 고파요?

 

 과자가 있기는 한데

 

 (다정괜찮아요

 

 그건 못 주겠다

 

 과자에다가 또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내가 그런 거 아니라고요

 

 알았어요

 

 알았으니까 옷 뜯지 마요

 

 (영도셔츠도 몇 개 없는데

 

 누가 하나를  아주 갈기갈기 찢어 놔 가지고

 

 [다정의 한숨]

 

 새걸로 사 줄 거라고요

 

 오늘도 호텔 아케이드 다 돌았는데  딱 마음에 드는 게 없어 가지고

 

 주영도 씨 눈동자 색에  딱 맞는 셔츠 찾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내 눈동자요?

 

 자연광에서는 호박색이고

 

 (다정실내에선 헤이즐넛 색이고

 

 캄캄한 데서는 도토리 색이잖아요

 

 (영도

 

 나 막 변신하는구나

 

 처음 알았네

 

 [영도의 웃음]

 

 (다정왜 웃어요?  변신해서 신났어요?

 

 (영도아까 표정이 그래서 걱정했는데

 

 괜찮은 거 같아서요

 

 혹시 나 때문에 늦게까지  병원에 있는 거면

 

 (영도그런 거 아닌데

 

 (다정혹시라도 그런 거면

 

 나 괜찮으니까

 

 그냥 가도 된다고

 

 그 말 하려고 내려온 거예요

 

 내가 아까

 

 도망치듯이 그랬던 건

 

 무서워서가 아니라

 

 그냥 그 상황이 싫었어요

 

 무서워하는 내가 너무 싫어서

 

 그러니까

 

 걱정 안 해도 된다고요

 

 (영도약해 보이는 게 싫은 거예요?

 

 아니요

 

 겁먹고 아무것도 못 하는 게  싫은 거예요

 

 왜 그런지 물어봐도 돼요?

 

 [잔잔한 음악]

 

 주영도 씨도 힘든 얘기  나한테 다 해 줬으니까

 

 나도 말해 주고 싶은데

 

 말하고 싶은데

 

 말이 안 나올 거예요

 

 아무한테도  한 번도 안 해 본 이야기라서

 

 내가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어요

 

 그건 알죠?

 

 만약에

 

 어떤 환자가

 

 너무 기억하기 싫은  장면이 있다고 하면

 

 뭐라고 말해 줘요?

 

 (영도일단 앉아서  천천히 이야기하자고 하겠죠

 

 여기선 무슨 말을 해도 괜찮고

 

 비밀도 지켜 준다고

 

 다 말하기 어려우면

 

 첫마디만 한번 꺼내 보라고

 

 (다정

 

 

 

 내가

 

 일곱 살 때였는데

 

 [슬픈 음악]

 

 (영도

 

 나는

 

 아직도

 

 [흐느끼며기억이 나요

 

 엄마가

 

 [흐느끼는 숨소리]

 

 (다정) [연신 흐느끼며엄마가

 

 엄마가

 

 엄마가

 

 맞는 걸 봤는데

 

 엄마가

 

 죽을까 봐 너무 무서웠는데

 

 난 너무

 

 나는 아무것도 못 하고

 

 방문을 잠그고

 

 [다정이 오열한다]

 

 [다정의 울음이 잦아든다]

 

 (영도다정 씨가 내 환자였으면

 

 나는 그렇게 물었을 거예요

 

 만약에 그 일곱 살짜리가 여기 있으면

 

 그 꼬마한테 뭐라고 말할 거냐고

 

 '너 왜 가만히 있었어'

 

 '네가 엄마를 구했어야지'

 

 그렇게 혼낼 거 아니잖아요

 

 [거친 숨을 내뱉는다]

 

 다정 씨도 그 꼬마를 안아 줬을 거예요

 

 [다정의 등을 토닥인다]

 

 '이다음에 커서도'

 

 '그런 기억 때문에 힘들어하지 마라'

 

 '너는 잘못한 게 없고'

 

 '그 무서운 상황 견디고 잘 커 줘서'

 

 '엄마는 너한테 많이 고마울 거다'

 

 [흐느낀다]

 

 그렇게 말해 줬을 거고

 

 [거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다정이 훌쩍인다]

 

 (다정) [웅얼거리며티슈

 

 ?

 

 (영도티스

 

 티슈티슈

 

 여기요여기

 

 (다정물티슈 말고

 

 (영도물티슈!

 

 물티슈 말고물티슈 말고

 

 (다정) [떨리는 목소리로많이

 

 많이그렇죠

 

 (영도많이많이 필요하죠

 

 [달려오는 발걸음]

 

 여기요많이

 

 (다정) [작은 소리로떡볶이

 

 ?

 

 떡볶떡볶

 

 떡볶이?

 

 [발랄한 음악]  (영도떡볶이

 

 그렇죠  울면 배고프지떡볶이

 

 알았어요내가 떡볶이 시킬게요

 

 핸드폰

 

 어디 가요?

 

 (다정세수하러요

 

 (영도갑자기 세수는 왜

 

 (다정울면 못생겨져서  세수하고 분칠하려고요

 

 (영도지금도 예쁜데

 

 갔다 와요

 

 (다정옥상에서 먹어요

 

 병원에서 음식 냄새 나면 안 되니까

 

 (영도그래요

 

 [문이 탁 닫힌다]

 

 [풀벌레 울음]

 

 [다정이 코를 훌쩍인다]

 

 어유

 

 다 번졌어

 

 [노크 소리가 들린다]  (영도떡볶이 배달이요

 

 (다정나가나가요잠시만요!

 

 [부드러운 음악]

 

 (다정왜요?

 

 향수도 뿌린 거예요?

 

 떡볶이 냄새겠죠

 

 [호응하는 신음]

 

 요즘 떡볶이에서는 꽃향기도 나는구나

 

 장미

 

 작약

 

 [영도가 포장 박스를 부스럭거린다]

 

 왜요?

 

 (영도또 옷 뜯게요?

 

 [영도의 웃음]

 

 '이터널 선샤인봤어요?

 

 그거 재개봉했을 때 질문 많이 받았죠

 

 (영도실제로도 그렇게

 

 한 사람에 대한 기억만 골라서  지울 수 있냐

 

 (다정있어요?

 

 없죠

 

 그럼 '맨 인 블랙'에서 번쩍하면  기억 지워 주는 뉴럴라이저는?

 

 (영도없죠

 

 빛에 반응하는 단백질을 뇌에 넣어서

 

 특정한 기억 조작에  성공한 적은 있어요

 

 사람은 아니고 쥐한테

 

 안 되는구나

 

 (영도좋은 기억으로 나쁜 기억을  덮을 수는 있어요

 

 그 반대도 가능하고요

 

 [잔잔한 음악]

 

 어릴 때

 

 채혈하고 마취하고 그럴 때마다

 

 병원에서 사탕을 줬거든요?

 

 주사가 달콤하게 느껴지라고

 

 근데 그게 반복되니까

 

 나중엔 사탕이 아파졌어요

 

 그랬다가

 

 되게 힘들었던 날

 

 누가 사탕을 주고 갔는데

 

 그때부턴 사탕이 또 달콤해졌고요

 

 사탕을 누가 줬는데요?

 

 첫사랑

 

 첫사랑이 되게 예뻤나 보네

 

 사탕 한 알에 넘어갈 정도면

 

 (영도

 

 

 

 그만 치울게요

 

 누가 봐도 아직 먹는 중인데

 

 다 먹은 줄 알았죠

 

 배고프면 사탕이나 더 드시든가

 

 어릴 적이었어요열한 살 때

 

 [발랄한 음악]

 

 (다정안 물어봤는데

 

 그래서 구급함에  사탕 넣어 놓은 거였구나

 

 처음 봤을 때

 

 귀여운 척하는 건 줄

 

 내가 멋있는 척도 아니고  귀여운 척을 왜 해요

 

 귀여운 건 다정 씨가 하잖아요

 

 (영도울다가 떡볶이 찾고

 

 떡볶이 먹는데 향수 뿌리고

 

 뭐든 다 아시는 분이  모르는 척하는 법은 모르시나 보네

 

 (다정중학교 때  제일 앞자리에 앉아서

 

 선생님이 뭐 틀리면 바로바로 지적하는  그런 애였을 거 같아

 

 '선생님저기에  마이너스 표시 빠졌는데요?'

 

 (영도난 안 그랬는데  씁강다정 씨가 그랬나 보네?

 

 (다정아닌데?

 

 내가 중학교 때 얼마나 참하고

 

 겸손하고 순둥순둥 예쁘고

 

 [호응하는 신음]

 

 [영도의 웃음]

 

 왜 웃어요?

 

 (다정안 믿어요?

 

 믿어요

 

 [영도의 웃음]  (다정안 믿는 눈치인데

 

 (영도믿어요먹어요

 

 (은하지금 이 두 사람 뭐라는 거니?

 

 (아리누가 잘생겼는지  골라 달라는 거 같아요

 

 [익살스러운 음악]  (은하자꾸 2층 가더니

 

 이분한테 오징어 바이러스 옮겼니?

 

 어쩌다 이렇게 되신 거예요?

 

 혈연관계는 접어 두고  객관적으로 부탁드립니다

 

 개인적인 원한도 접어 두고 공정하게

 

 [은하의 한숨]

 

 (아리전 철도 사장님이요

 

 진짜진짜?

 

 - 너 지금 나 뽑은 거야?  - (은하) [아리를 툭 치며너 왜 그래

 

 (은하혹시 얘가 나 없을 때  협박했니?

 

 얘가 너 자른대?

 

 갑질하니?

 

 그런 거면 말해  내가 얘를 자를 테니까

 

 진심이니둘이 뭐 있니?  [감성적인 음악이 흘러나온다]

 

 - (영도여기 있었어?  - (하늘

 

 (하늘안녕하세요형사님

 

 - 오랜만에 뵙네요  - (진복아유오랜만이에요

 

 작년  정범이 기일 때 보고 처음이네

 

 영도 통해서  이야기는 자주 듣고 있습니다

 

 - (진복별일 없으시죠?  - (하늘

 

 (진복아이고이거 어쩌다가

 

 뭐에 물리신 거 같은데?

 

 사고가 좀 있었어요

 

 많이 다친 건 아니고요

 

 (진복

 

 (하늘영도야  이따 잠깐 나한테 들렀다 갈래?

 

 뭐 물어볼 거 있는데

 

 그래

 

 - (하늘다음에 또 뵐게요  - (진복또 봐요

 

 (영도앉으세요

 

 왜 또 그렇게 봐요?

 

 (진복몰라

 

 갑자기 아래위층으로  알콩달콩하니까 부럽네

 

 질투인가?

 

 그러시는 분은 최 형사박 형사랑  맨날 같이 계시면서

 

 그러네

 

 근데 넌 왜 한 번도 질투 안 했어?

 

 뭐 드실 거예요?

 

 (진복난 컵 빙수

 

 쿠키 크럼블로옆에 크로플도 꽂아서

 

 [영도의 헛웃음]

 

 (영도미숫가루 타 드실 것처럼  생기셔 가지고

 

 혹시 아바라가 뭔지 아세요?

 

 아이스바닐라라테

 

 (진복그거 누가 몰라?

 

 (영도저런

 

 [숨을 들이켠다]

 

 근데

 

 (진복수의사가  어쩌다가 개한테 물렸을까?

 

 [흥미진진한 음악]

 

 (하늘되게 이쁘게 생겼네

 

 너 되게 이쁘게 생겼다

 

 지금 뭐라 그랬어요?

 

 (하늘이름이 뭐야?

 

 말해 주기 싫어요?

 

 지금 뭐라 그랬냐고요

 

 (하늘얘 이뻐 가지고

 

 [진호의 거친 신음]  [하늘의 아파하는 탄성]

 

 왜 이러세요왜 물어요

 

 [하늘의 신음]

 

 살려 주세요!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심호흡]

 

 [익살스러운 음악]

 

 [한숨]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휴대전화 진동음]

 

 - 네  - (다정안녕하세요

 

 (다정저 강다정이에요

 

 아까도 전화드렸는데 안 받으셔서

 

 (다정

 

 죄송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서요

 

 얘기하시려던 것도 못 들었고

 

 왜 그랬는지 제 상황도

 

 설명드려야 될 것 같고

 

 (체이스아니요그럴 필요 없습니다

 

 그럼 제가 바빠서

 

 …  [통화 종료음]

 

 [어두운 음악]

 

 [전철 소리가 들린다]

 

 (남자1) 하나가 죽었는데

 

 똑같은 게 다시 나타났단 말이지

 

 내가 속은 거면

 

 날 죽이겠다고 사람을 보낸 놈이

 

 아직 멀쩡히 살아서  돌아다니고 있다는 건데

 

 만약에 내가 속은 거면

 

 [어두운 효과음]  내가

 

 [탁 소리가 울린다]

 

 (남자1) 열여덟 살짜리한테 속은 건데

 

 열여덟 살이요?

 

 선생님 때린 사람이 고등학생이었어요?

 

 [떨리는 목소리로손의  꺼껍데기가

 

 (노숙자1) 벗겨져서

 

 (성준뭐래?

 

 (횡설수설이죠  아직 상태가 안 좋아서요

 

 일단 들리는 대로  다 적어 오긴 했는데

 

 - (지문이 안 나왔다고요?  - (성준장갑을 낀 거겠지?

 

 (성준조각마다 지문을  일일이 지우지는 못했을 거니까

 

 아니요장갑 안 꼈을 거예요

 

 손의 껍질이  벗겨진 거 같다 그랬거든요

 

 [성준의 한숨]

 

 (성준박호밥 먹고 들어가자

 

 [성준의 피곤한 신음]

 

 [어두운 효과음]  (노숙자2) 어떤 남자가  5만 원을 주면서

 

 (아휴

 

 (진복손바닥 좀 볼 수 있을까요?

 

 선배님

 

 미친 소리 같은데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저 이거 누군지 알 거 같아요

 

 최정민 사건 때

 

 용산역 라커에다가  유서 넣어 놓은 사람이에요

 

 (진복응  이 사람이 놓고 간 거네

 

 그럼 일단 닥터 체이스가  저걸 들고 온 건 아니고

 

 (영도물어봤을 때도

 

 종이꽃에 대해서는  진짜 모르는 거 같았어요

 

 이건 카페 밖 화면인데요

 

 여기 잘 보세요

 

 그리고 이게

 

 박 형사 찌른 범인이 찍힌 건데

 

 난 이거 같은 사람 같거든요

 

 그러니까 박 형사 찌른 놈하고

 

 종이꽃 놓고 간 놈이  동일인이라 이거지?

 

 천우경찰서에 이거 보내서

 

 법보행 확인해 달라고 할 수 있어요?

 

 (진복해야지

 

 최정민 건 종결됐지만

 

 박 형사 건은 살아 있으니까  지금 한번 해 보자

 

 [휴대전화 조작음]

 

 (승원애가 너무 바빠서 안 된대

 

 나 잠깐뭐 놓고 왔다  일단 끊어 봐

 

 [휴대전화 조작음]

 

 (태정난 왔지많이 늦어?

 

 (다정아니야장 다 봤어

 

 냉장고에 상추깻잎 있으니까  놀지 말고 그거 씻어 놔라

 

 대충 하지 말고

 

 물에 5분 담가 놨다가  한 장씩 딱 잡고 흐르는 물에 앞뒤로

 

 (태정알겠어알겠어

 

 깨끗하게 씻고 있을게

 

 (다정내가 산 고기 보면  너 기절할 거다

 

 마블링이 설악산 눈꽃만큼 절경이야

 

 (태정아유빨리 보고 싶네

 

 얼른 와기다리기 힘들어

 

 [승원의 당황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승원저기혹시  4, 4, 4층 가시는

 

 

 

 저기혹시  우리 강다정 씨를 잘 아시는

 

 '우리 강다정'…

 

 (태정

 

 안녕하세요

 

 안녕 못 해요

 

 (승원아이씨

 

 [문이 탁 닫힌다]  뭐야?

 

 [다급한 숨소리]

 

 [당황한 신음]

 

 그걸 놓치냐?

 

 난 옷을 놓쳤지  넌 지금 뭘 놓친 거냐고

 

 (영도너 오늘 치 헛소리는  아까 다 했어

 

 - 옷 갖고 나가  - (승원아이씨

 

 강다정이 아니었어강냉정이었어

 

 (승원강무정강비정강몰인정

 

 이젠 그냥 4층 강 씨라고 해야 되냐?

 

 아니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

 

 (영도미친 척해도 소용없어

 

 자문이고 출연이고 이제 더는 안 해

 

 이게 다 그때 네가  죽 키스를 안 해서 그래

 

 (승원아니그렇다고 해도  아래위층 살면서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하늘이한테 가서 놀아 달라 그래

 

 아니면 1층 가서 놀든가

 

 (승원아니

 

 방금 웬 남자가 4층으로 갔다니까

 

 - (영도친구인가 보지  친구가 왜 거기서 씻어

 

 손 씻나 보지

 

 [한숨]

 

 네가 그렇게 제정신이고 건전하면

 

 내가 너하고 무슨 대화를 어떻게 하냐

 

 (영도나가

 

 - (승원) 4층  나가

 

 - !  - (영도나가

 

 (승원

 

 [문이 탁 닫힌다]

 

 [키보드 조작음]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숨을 들이켠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발랄한 음악]

 

 (태정만났어

 

 만났는데 진짜 너무 이상하던데?

 

 주영구야주영도가 아니야

 

 아니그런 사람이 의사 해도 돼?

 

 

 

 이상해

 

 누나 왜 만나?

 

 그러니까

 

 [오토바이 엔진음]

 

 - 수고하세요네  - (배달원맛있게 드세요

 

 [멀어지는 오토바이 엔진음]

 

 (영도안녕하세요

 

 주영도라고 합니다

 

 - ?  - (영도

 

 제가 주영도인데요

 

 (태정아니

 

 (태정그럼 그  승원이라는 분은 환자

 

 (영도

 

 아니요그거는 제 친

 

 

 

 그거는 중요한 건 아닌 거 같습니다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친구구나

 

 (태정몇 가지 여쭤봐도 될까요?

 

 초면에 많이 실례가 될 거 같긴 한데

 

 괜찮습니다

 

 대신 저한테도 막 물어보셔도 돼요

 

 그럴게요

 

 (태정몇 년생

 

 [휴대전화 조작음]  (영도) 84

 

 [익살스러운 음악]  - (태정생일은?  - 5 10

 

 (태정태어난 시간은?

 

 새벽으로 알고 있는데  그런 건 왜

 

 (태정새벽

 

 미션이 있어 가지고

 

 (영도

 

 MBTI는요?

 

 - ENFJ  - (태정술은?

 

 - (영도아니요  담배는?

 

 - (영도아니요  워라밸은?

 

 - 불가능  - (태정좋아하는 색깔은?

 

 - 검정  - (태정좋아하는 계절은?

 

 - (영도겨울  축구는?

 

 - (영도좋아하죠  어디?

 

 (영도바르셀로나

 

 

 

 (태정야구는?

 

 (영도좋아하죠

 

 - (태정어디?  - 쌍둥이

 

 - !  - (영도

 

 (태정

 

 - 음악은?  - (영도좋아하죠

 

 - 영화는?  - (영도좋아하죠

 

 - (태정여행은?  - 좋아하죠

 

 - (태정우리 누나는?  - 좋아하죠

 

 - 왜죠?  - (영도?

 

 - (태정왜 때문에?  - ?

 

 맷집은 좋은 편이세요?

 

 [문이 탁 열린다]  ?

 

 [다가오는 발걸음]  [문이 탁 닫힌다]

 

 - (태정왔어?  - (영도?

 

 (영도다정 씨

 

 (태정상추깻잎 빡빡 씻어 놨어

 

 둘이 어떻게

 

 (영도이 앞에서 만나 가지고

 

 [문이 철컥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 (태정술은 못 드시니까  - (영도

 

 (태정여기

 

 [태정이 캔 맥주를 쉭 딴다]

 

 [시원한 숨소리]

 

 내가 신기한 얘기 해 줄까?

 

 '거울 봤는데 잘생겨서 깜짝 놀랐다'  또 그런 소리 하면

 

 네가 고기 대신 불판에 올라갈 줄

 

 [익살스러운 음악]

 

 [이를 악물며이상한 소리면  하지 마라

 

 우리 가게에

 

 (태정가끔 오는  남자여자 손님이 있는데

 

 한 달에 두세 번?

 

 둘이 술도 마시고 얘기도 해

 

 - (다정근데?  - 둘이 남매야

 

 말도 안 돼

 

 남매가 술 마시는 게 왜

 

 한 달에 두세 번이면  알코올 의존증도 아닌데

 

 (태정술 취해서 넘어지면

 

 누나가 동생을 막 일으켜 주는데요?

 

 동생이 넘어져 있는데  그걸 안 밟았다고?

 

 - 부축도 해 준다니까?  - (다정미쳤나 봐

 

 동생이 누나한테 막 물도 떠다 줘

 

 그거 친남매 아니야

 

 [작은 소리로근데 친남매래

 

 그리스 비극에 나오는 친남매겠지

 

 (영도그럼 보통  친남매는 어떻게 해야

 

 일단 밖에서 만나면  무조건 못 본 척이죠

 

 (다정그게 아니면  최대한 상황을 짧게 끝내든가

 

 '꺼져저리 안 가?  네가 갈래내가 갈까?'

 

 잠깐만

 

 (태정누나 진짜  너무한 거 아니야?

 

 - (다정내가 뭐  누구는 고기 먹고 살고

 

 (태정누구는 공기 먹고 살아?

 

 (영도아이저런

 

 [영도의 당황한 웃음]

 

 난 네가 고기를 별로  안 좋아하는 줄 알았지

 

 (태정나 별명이 강고기야

 

 누나가 지었잖아

 

 (영도나 어릴 때  누나 있는 친구들 되게 부러웠는데

 

 제 어릴 때 꿈은

 

 - 외동이었어요  - (다정내 꿈은 막내였거든?

 

 넌 내가 세 살 때  이미 내 꿈을 박살 낸 거야

 

 난 태어나 보니  이미 꿈이 박살 나 있었다고

 

 - (영도드세요  - (태정드세요

 

 (태정먹어야지아유마블링

 

 (다정내려놔라

 

 [종소리가 들린다]  [새가 지저귄다]

 

 (여자문미란은 누구야?

 

 나잖아

 

 자기 이름이 문미란이었어?

 

 내 이름이 문피자인 줄 알았냐그럼?

 

 (여자그럼난 전집 하니까  내 이름은 김파전이고

 

 [미란의 헛웃음]  [여자의 웃음]

 

 (미란자기 이름은 왜 안 써?

 

 (여자애들 이름 적었으면 됐어

 

 (미란그게 애들이  제일 싫어하는 거야

 

 왜 자식들만 챙겨나부터 챙겨야지

 

 내가 안 행복한데  애들이 어떻게 행복해

 

 나와 봐

 

 자기 이름 뭐야

 

 (여자아유됐다니까

 

 - 김치전?  - (여자?

 

 - 김육전?  - (여자?

 

 - 김호박전?  - (여자아이

 

 (여자

 

 - (미란김  연아

 

 (미란

 

 [익살스러운 음악]

 

 진짜

 

 진짜 안 어울린다

 

 (여자본명이야

 

 트리플 악셀

 

 (여자근데 자기

 

 지난주엔 성당인가 교회인가  간다 그러지 않았어?

 

 (미란여기저기 두루두루  훌륭하신 분들 만나 보고 그러는 거지

 

 [여자의 헛웃음]

 

 나 요즘 꿈자리가 뒤숭숭한 게

 

 무슨 꿈?

 

 내가 해몽 좀 하는데

 

 별건 아니고

 

 몇십 년 안 보이던 얼굴이  꿈에 비치는 게

 

 내가 요즘  너무 편하게 살았나 싶기도 하고

 

 조만간 볼 일이 생기나 보네

 

 - 그런 거야?  - (여자그럼

 

 (여자아이고  등들도 많이도 달아 놨네

 

 뭔 소원들이 그렇게나 많을까

 

 나도 저거 하나 달면  개꿈으로 퉁칠 수 있는 건가?

 

 (미란여기다 아무거나 써도 돼요?

 

 (직원주소랑 이름 쓰시면 돼요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는 사람 이름 써도 되나?

 

 (직원그냥 하고 싶은 말 쓰시면 돼요

 

 [무거운 음악]

 

 [쓱쓱 적는다]

 

 [쓸쓸한 음악]

 

 (미란강윤찬

 

 약속 지켜 줘

 

 [코를 드르릉 곤다]

 

 [어두운 효과음]

 

 [미란의 떨리는 숨소리]

 

 [칼이 툭 떨어진다]

 

 여기서 끝내

 

 나는 너 못 죽이겠으니까

 

 (미란이걸로 네가 나 죽여

 

 그것도 못 하겠으면

 

 (미란지금 약속해

 

 [울먹이며애들하고 나  다시는 찾지 마죽을 때까지 찾지 마

 

 약속해

 

 (태정맞다

 

 [반찬 통을 정리하며아까 그 형한테  누나 중학교 때 사진 보여 줬거든?

 

 (다정무슨 사진?

 

 (태정누나 그빙빙 도는  꼴뚜기 안경 쓰고 다녔을 때 있잖아

 

 근데 그 반응이

 

 [프라이팬을 쓱 든다]

 

 [흥미로운 음악]

 

 (태정이때 누나 별명이  안경원숭이였어요

 

 진짜 라식 하고 인간 됐지

 

 웃기죠?

 

 예쁘네요

 

 (태정?

 

 - ?  - (태정?

 

 ?

 

 (미란영도가 그걸 보고도 예쁘대?

 

 (태정내가 밥 먹기 전에

 

 (태정그 형한테 쓸데없는 거  엄청 물어봤거든?

 

 그다지 예의 바르지 않은 말투로

 

 근데 그걸 다 참고  꼬박꼬박 대답을 해 주더라고

 

 거기서 이미 검증은 끝난 거지

 

 (미란그 사진도 보여 줬다니까  누나가 뭐래그게 중요한 건데

 

 그게 진짜 소름 끼치는 부분인데

 

 누나 반응이

 

 (태정예쁘대

 

 나도 잘못 들은 줄 알았는데

 

 진짜 그랬어예쁘다고

 

 (미란부끄러워했다고다정이가?

 

 그럴 리가 없을 텐데

 

 그러니까 소름이 끼친다는 거지

 

 (미란아무튼 네가 봤을 때

 

 누나한테 나쁜 일은 없다는 거지?

 

 - 그렇다니까  - (미란아참

 

 영도 생일하고 태어난 시 물어봤어?

 

 (태정응  근데 시간은 정확하게 모른대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다정안녕하십니까?

 

 [유경의 어이없는 숨소리]

 

 (유경) [영어정말 무례해

 

 [한국어난 저 팀 다 싫어요

 

 어제 닥터 베일은  메이드가 자기 보고 있는 줄도 모르고

 

 뒤에서 이거 했대요

 

 우리 직원한테 그랬다는 거야?

 

 (유경닥터 체이스한테요

 

 둘이 얘기하고 돌아섰는데 뒤에서 딱

 

 한 명은 왕따시키는 인종주의자

 

 그리고 한 명은

 

 왕따당하는 조금 불쌍하지만  조금 기분 나쁜 나무 작대기 같아

 

 [영어차갑고무례하고  인간미 없고재미없고

 

 잘생기긴 했지만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조작음]

 

 (체이스) [한국어호텔 앞입니다  잠깐 뵙죠

 

 [유경이 하품한다]

 

 (유경누구예요?  퇴근 시간 딱 알고 메시지 보낸 사람?

 

 데스크 비워 놓고 여기 있어도 돼?

 

 (유경이거 남자 옷 브랜드인데?

 

 안에 뭐예요나 봐도 돼요?

 

 (다정안 돼요일해요

 

 수고해내일 봐

 

 (유경나도 퇴근하고 싶다

 

 나도 퇴근 잘할 수 있는데

 

 [문이 탁 닫힌다]

 

 [흥미진진한 음악]  [차 문이 탁 닫힌다]

 

 [영어이게 무슨

 

 대체

 

 뭐지?

 

 (체이스) [한국어괜찮으면

 

 저걸 시켜 보고 싶은데

 

 (다정오늘의 정식이요?

 

 다른 사람하고는  한식 먹을 일이 잘 없어서

 

 

 

 한국에는 아는 사람이 별로

 

 (체이스없습니다

 

 저한테 서울은 그냥 뭐  외국 도시니까요

 

 (다정

 

 그렇겠네요

 

 저도 뉴욕 갔을 때  같이 밥 먹을 사람이 없어서 맨날

 

 햄버거 먹고 그랬는데

 

 [잔잔한 음악]

 

 (주인생선 가시 발라 먹다가  목구멍에 낄 놈을 봤나?

 

 나랑 저승길 동무 할 거 아니면

 

 음식을 잘근잘근  씹어서 삼켜야 될 거 아니여

 

 [주인의 호탕한 웃음]

 

 이거나 더 처먹어이놈아

 

 아이고이것들아맛있지?

 

 - (손님1) 맛있어요  - (주인맛있게 먹어

 

 - (손님2) 잘 먹겠습니다  - (주인또 오고

 

 (손님2) 

 

 (다정습관에는

 

 그 사람만의 역사가 있대요

 

 그 할머니도 그만큼  거칠게 살아오신 거 아닐까요?

 

 다른 사람들은  그런 무례한 표현에 대해서

 

 다들 이해를 한다는 거네요?

 

 말의 표현보다는

 

 의도를 생각해 주는 거겠죠

 

 (다정아까 그 말도

 

 좋게 생각하면 그런 뜻이잖아요

 

 '왜 그렇게 급하게 먹는  식습관을 가지게 됐냐'

 

 '체할까 걱정된다'

 

 '모자라면 더 먹어라'

 

 [한숨]

 

 (명자빨리빨리 안 먹어?

 

 누가 지금 밥 안 먹고 장난치냐

 

 늘 그렇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잘 이해합니까?

 

 늘은 아니겠죠

 

 (다정그러고 싶긴 한데

 

 세 번째였습니다

 

 (체이스강다정 씨가  그런 얼굴로 날 봤던 게

 

 엘리베이터 앞에서

 

 펍에서

 

 그리고 그때

 

 편해졌다고 느낀 건 내 착각이었고

 

 강다정 씨는 여전히 내가 불편한 거죠

 

 죄송해요

 

 제가 왜 그렇게 놀랐는지

 

 이유라도 바로 설명을 했어야 했는데  그냥 나와 버려서

 

 (체이스사과받으려고 한 말은 아니고

 

 강다정 씨가

 

 내 마음도 이해할 수 있는지

 

 그걸 물어보려는 겁니다

 

 [차분한 음악]

 

 내가

 

 또 같이 밥을 먹고 싶다고 하면

 

 내가

 

 강다정 씨가 궁금해졌다고 하면

 

 그 마음도 이해할 수 있어요?

 

 아니면 이런 말도 강다정 씨에겐

 

 무서운 일입니까?

 

 [세수한다]

 

 [문이 달칵 열린다]

 

 [라이터 뚜껑이 딸각 열린다]  [라이터가 쉭 켜진다]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칼에 푹 찔린다]

 

 [남자들이 다급해한다]

 

 (남자2) 아유아유죄송합니다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음악]

 

 [숨을 깊게 내뱉는다]

 

 (진복손바닥 좀 볼 수 있을까요?

 

 [칼로 푹 찌른다]

 

 [어두운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아리아까부터  이상한 사람이 얼쩡거려요

 

 (은하혹시

 

 다정이 그 사람 아니야?  얼굴 똑같은?

 

 아니요

 

 처음 보는 얼굴이었어요

 

 [숨을 들이켠다]

 

 혹시 그꽃 놓고 간 사람 아니야?

 

 에이설마

 

 내가 보고 올게

 

 - (아리혼자 가시게요?  - 괜찮아

 

 (은하저기요

 

 잠시만요

 

 (준호오랜만이다

 

 [준호의 어색한 웃음]

 

 여긴 왜 왔어?

 

 (준호여기

 

 여기에 일이 좀 있어서  지나가는 길에

 

 래영이한테 이야기 들었거든

 

 선보러 갔다가 너 만났다고

 

 - 머리 잘랐네?  - (준호

 

 이제  [잔잔한 음악]

 

 연극은 안 하는 거야?

 

 먹고살아야지나이가 있는데

 

 나 취직했어

 

 (은하커피 마실 거니?

 

 (준호은하야우리  이야기 좀 할래?

 

 (은하커피 마시러 온 거 아니면

 

 가 줄래?

 

 나도 먹고살아야 해서

 

 [한숨]

 

 연극

 

 결국 포기할 거였으면

 

 그렇게 징그럽게 평범한 양복 입고

 

 (은하취직해서 살 수 있는 거였으면

 

 그때는 왜 죽어도  포기 못 한다고 했어?

 

 ?

 

 왜 네가 제일 먼저 놓은 게 나였어?

 

 (은하기다리라고 하지

 

 그럼 내가 기다릴 수도 있었잖아

 

 왜 그냥 그만하자고 했어?

 

 왜 내가 기다린다는 말도 못 하게

 

 바닥까지 지친 얼굴을 하고  나한테 와서

 

 먼저 놔주면 안 되냐고 사정했어?

 

 그래 놓고 이제 와서 뭐?

 

 그때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날 위해서 그런 거였다고?

 

 [어이없는 숨소리]

 

 웃기지 말라고 해

 

 넌 그냥

 

 그만큼만 나를 믿었던 거야

 

 나는

 

 네가 주는 사랑을  받아 처먹을 줄이나 아는 사람이고

 

 너는

 

 너만 사랑할 줄 안다고 생각한 거야

 

 말해 봐

 

 내 말 틀렸어?

 

 (미경틀린 말은 아니네요

 

 [영도의 어색한 웃음]

 

 (은하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그냥 안 했어요

 

 의미 없는 거 같아서

 

 잘하셨어요

 

 [살짝 웃는다]

 

 일단 앉아서 이야기를

 

 (은하아니에요끝났어요

 

 다정이가 회의 중이라  소리 지를 데가 없어서

 

 실례했습니다

 

 감사합니다다음에 또 오세

 

 

 

 갈게요

 

 그래그럴래?

 

 (은하

 

 [멀어지는 발걸음]

 

 (미경

 

 아침에 문에 걸려 있었는데  전한다는 걸 깜빡해서

 

 (영도

 

 [흥미로운 음악]  (다정종이꽃 보고 놀라지 마세요

 

 이건 내가 접은 거니까

 

 (영상 속 남자3) 우리 뿅뿅아리들  다들 준비되셨죠?

 

 선생님

 

 (영상 속 남자3) 그럼  이제 색종이를

 

 먼저 이렇게 반으로 접어 주세요

 

 그다음

 

 아래 양쪽 꼭짓점을  위쪽 끝에 맞춰서

 

 접어 주시면 됩니다

 

 가운데 맞춰서 반

 

 위쪽도 맞춰서 반

 

 이렇게 네 번 접어 주시면 돼요

 

 다 됐죠?

 

 아니요아니요  잠깐잠깐만요잠깐만요

 

 (영상 속 남자3) !

 

 선생님은 이렇게 미리 만들어 왔어요

 

 참 쉽죠?

 

 우리 뿅뽕아리들다들

 

 장난하나

 

 다시

 

 뿅뿅 어린이 준비가  다 안 됐어요선생님다시다시  [키보드를 탁 누른다]

 

 (영상 속 남자3) 우리 뿅뿅아리들  [밝은 음악]

 

 (다정어릴 때

 

 뜨거운 거 만졌다가 놀라고 나면

 

 '소리만 들어도 겁먹잖아요

 

 그 경고는

 

 우리 뇌에 있는 편도체가 하는 거래요

 

 근데 편도체 뒤에는  해마라는 게 있어서

 

 새로운 기억을 등록해요

 

 좋은 기억을 많이 만들어 주고

 

 해마가 열심히 일을 하면

 

 무서웠던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덮을 수 있다는 건데

 

 아참

 

 주영도 씨 정신과 의사였지?

 

 아무튼 내 해마는

 

 이제 종이꽃을 이렇게 저장할 거예요

 

 '그거 무서운 거 아니었어'

 

 '알고 보니까'

 

 '그거 사탕 같은 거였어'

 

 [노크 소리가 들린다]  [문이 탁 열린다]

 

 (영도

 

 [문이 탁 닫힌다]

 

 (다정내일부터 2 3일 출장이라서

 

 그리고 오늘 퇴근도 늦을 거 같아서

 

 미리 두고 가요

 

 셔츠

 

 잘 어울렸으면 좋겠는데

 

 만약 안 어울리면

 

 또 갈기갈기 찢어 줄게요

 

 근데 이거 마무리 어떻게 하지?

 

 암튼 끝

 

 강다정

 

 [영도가 편지를 툭 내려놓는다]

 

 [종이꽃을 툭 내려놓는다]

 

 [문이 탁 닫힌다]  (영도다치지 말라고  지구 끝까지 밀어내면

 

 지구를 반으로 접어  다가오는 사람이 있다

 

 당신은 왜 멀어지지 않을까?

 

 당신은 왜 참아지지가 않을까?

 

 도망가라

 

 도망가지 마라

 

 제발 가까이 오지 마라

 

 제발 멀어지지 마라

 

 누구도 들어줄 수 없는  엉터리 주문을 외면서

 

 결국

 

 내가 지구를 반으로 접어

 

 달려가게 하는 사람이 있다

 

 (다정?

 

 (영도들어가도 돼요?

 

 (다정네  [다정의 당황한 웃음]

 

 무슨 일 있어요?

 

 (영도할 얘기가 있어서요

 

 - (영도어디 가요?  - 아니요

 

 (다정

 

 [다정의 어색한 웃음]

 

 가는 건 아니고  철도가 잠깐 보자고 해서

 

 (영도

 

 - 오래 걸려요?  - (다정아니요

 

 (다정금방 올 거예요

 

 혹시

 

 잠깐만 여기서

 

 

 

 기다릴게요

 

 [달려가는 발걸음]

 

 (철도왔어?

 

 (다정근데 철도야  급한 거 아니면 우리 지금 말고

 

 (철도난 왜 이럴까?

 

 (다정?

 

 아버지가 오신다는데

 

 한국 오신대?

 

 (철도이 나이 먹도록  아버지를 이렇게 겁내는 아들이

 

 세상에 나 말고 또 있을까

 

 [헛웃음]

 

 그런 생각이 들더라

 

 

 

 왜 그런 생각을 해

 

 하지 마그런 생각

 

 근데 철도야진짜 미안한데

 

 내가 엄청 중요한 일이 있어서

 

 (철도그렇지?

 

 넌 항상 바쁘게 열심히 살지

 

 나한텐 왜 그런 게 없을까?

 

 악바리 근성헝그리 정신

 

 [어색한 웃음]

 

 여유가 있다는 거는 나쁜 게 아니니까

 

 그래서 말인데 우리 나중에

 

 (철도왜 신은

 

 오직 나한테 외모만 주셨을까?

 

 (다정헛소리하는 거 보니까  가도 되겠다

 

 (철도나 겁나나 봐

 

 진짜 열심히 하는데도 잘 안될까 봐

 

 그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니까

 

 [철도가 컵을 탁 내려놓는다]

 

 [철도의 한숨]

 

 (영도화분 잘 있네요?

 

 (다정

 

 제가 맛있는 거 많이 주거든요

 

 콜라도 주고 커피도 주고

 

 (영도진짜 콜라하고 커피를 줬네?

 

 (다정해마야힘을 내

 

 해마 파이팅

 

 [힘주는 숨소리]

 

 [차분한 음악]

 

 (다정주영도 씨는

 

 그만큼만 나를 믿는 거 아니에요?

 

 나는 사랑을  받을 줄이나 아는 사람이고

 

 주영도 씨만

 

 사랑을 할 줄 안다고

 

 생각하는 거 아니에요?

 

 [무거운 음악]

 

 다정 씨

 

 [멀어지는 발걸음]

 

 (영도다정 씨

 

 [어두운 효과음]

 

 다정 씨가지 마요

 

 가지 마요

 

 [아련한 음악]

 

 (어린 다정서울 살다가  밤에 갑자기 강릉 갔을 때도

 

 '내가 코뿔소한테  쿵 받혀서 여기 떨어졌구나'

 

 근데 막 피 나고 그러진 않았으니까

 

 일어나서 또 막 걸었어요

 

 (영도요즘도 그런 생각 해요?

 

 (어린 다정아니요

 

 왜냐하면

 

 발이 생겼으니까

 

 (영도그러네요

 

 강다정 씨 발이 생겼네요

 


 

.너는 나의 봄 

  .영화 & 드라마 대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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