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2
(하경) 개새끼
(기준) 잘못했어
우리 이 결혼 엎자
그래
'그래'?
너 지금 '그래'라고 했니?
내가 너한테 무슨 할 말이 있겠어
'그래'?
'그래'?
'그래'?
[흐느끼며] 야
(하경) '그래'?
'그래'?
야, 네가 어떻게 나한테 그래
[흐느낀다]
[하경이 연신 흐느낀다]
(기준) 미안하다, 하경아
내가 진짜 개자식이다
[흐느낀다]
[천둥이 콰르릉 울린다]
(기준) 시세를 확인해 보니까 그사이에 많이 올랐더라고
우리가 처음 산 금액에서 못해도 두 배 가까이 오른 거 같아
너도 알다시피 나 돈 없는 거 너도 알잖아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이 아파트에 들어가 있는 게 내 전 재산인데
(하경) 그건 네 사정이고
그러니까 우리 와이프는 괜찮다는데
(기준) 막상 결혼하니까 그게 아닌 거야
야, 솔직히 남자 나이 서른여섯이면 적은 나이도 아닌데
최소한의 경제력은 있어야지 안 그래?
근데 그게 정 곤란하면
나누자, 반반
반반 좋아하네, 너 진짜 웃겨
너도 들었지? 나 본청에 남기로 한 거
하,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런 일로 나 진짜 너랑 얼굴 붉히고 싶지가 않아서 그래
(기준) 아, 진짜로
그건 너도 싫잖아, 같은 직장에서
[하경의 어이없는 숨소리] 안 그래?
[휴대전화 진동음]
[헛웃음]
그럼 잘 생각해 보고 연락 줘
어, 자기야
아니, 그, 자기 좋아하는 마카롱 사러 나왔지
[기준의 웃음]
(기준) [웃으며] 나도 빨리 가야지
[밝은 음악] (TV 속 캐스터) 오늘 아침은 옷차림에 신경을 쓰셔야겠습니다
강원도는 영하권으로 기온이 뚝 떨어졌고 [지글거리는 소리]
중부 지역 역시 평년에 비해 기온이 많이 낮습니다
아침 기온은 어제와 비슷하게 출발하겠지만
동해상에서 불어온 찬 바람의 영향으로 체감 온도는…
(시우) 체감 온도는 바람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다
바람이 어느 쪽으로 부느냐에 따라서
같은 공간에 있어도
사람마다 느끼는 온도는 다르다
(하경) 사장님 히터 좀 꺼 주시겠어요?
(사장) 아, 더우시죠? 열기 때문에
[히터 전원음]
[리모컨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탁탁 칼질한다]
(시우) 사장님, 히터 좀 켜 주세요 좀 추워 가지고요
(사장) 예?
어…
아, 네
[히터 전원음]
(시우) 그놈의 바람
바람이 항상 문제다
[리모컨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하경) 사장님, 덥다고요
[한숨]
(사장) [리모컨을 들며] 네
[히터 전원음]
[리모컨을 달그락 내려놓는다]
[탁탁 칼질한다]
(시우) 춥다니까요
(사장) 씨
[한숨]
저기, 죄송한데요
두 분이서 합의를 좀 하시죠? 켤 건지 끌 건지
[발랄한 음악]
[사장이 리모컨을 달그락 놓는다]
조상님이 도왔다고 하더라
(태경) 엄마 또 그 선녀 보살한테 갔었어?
그리고? 또 뭐래?
살다 보면 그놈 사는 데를 보고 절을 할 날이 올 거래
(수자) '알아서 떨어져 줘 고맙습니다' 하고
엄마 마음이 그런 거겠지
안 그래도 탐탁지 않던 사윗감이 제 발로 물러나 주니까
(하경) 오히려 잘됐다 싶은 거잖아 아니야?
(태경) 하경아, 엄마 속상해서…
100% 아니라고는 못 하지
사업이네 뭐네 허황된 꿈만 꾼다고 질색하던 네 아버지도
약속 하나는 칼이었다
엄마?
(수자) 어째 내가 그놈 자식 처음 볼 때부터 뭔가 께름칙했어
다른 것도 아니고
결혼 한 달 남겨 놓고 파투 내는 놈이 그게 정상이냐?
씀씀이만 봐도 그래!
요즘 젊은 사람들 뭐든 반반씩 부담한다지만
신붓집에 보내는 예물까지 반씩 부담하는 경우는
내가 듣도 보도 못했다
엄마 내 카드 고지서 봤지?
그걸 꼭 봐야 알아?
내 카드로 결제만 한 거야
퍽이나
아…
(수자) 괜한 청승 떨지 말고
너희들 살려던 아파트 명의나 깔끔하게 정리해
정리할 게 뭐가 있어 어차피 내 건데
서류상으로도 확실하게 해 두란 말이야
(수자) 또 뒤통수 맞지 말고
알았어, 내가 알아서 해
(하경) 어련히 알아서 내가 하려고
(태경) 헤어지면서 하경이더러 가지라고 했다잖아
위자료라고
결혼도 엎은 놈이야 뭐는 못 엎어?
[한숨]
[하경의 한숨]
[잔잔한 음악]
(청원 경찰) 씁, 아…
그러니까 성함이 어떻게 되신다고요?
(시우) 이시우요!
(청원 경찰) 저희가 원칙상
출입증이 없으면 들여보낼 수가 없어요
아, 저 기상청 직원 맞다니까요
(시우) 신분증이랑 사원증을 깜빡하고 집에 두고 왔어요
(하경) 대체 뭐니, 너?
[하늘이 우르릉 울린다]
[비가 쏴 내린다] (시우) '때 시', '비 우'
'때맞춰 내리는 비'
이시우입니다
(청원 경찰) 그럼 사번 좀 알려 주세요
(시우) 1835081이요
[키보드 조작음]
씁, 얼굴이 다른데요?
아니…
저 맞아요
이때는 고시 준비 중이라 좀 쪘을 때고요
(청원 경찰) 아, 이게 씁, 좀 많이 다른데?
아, 저 맞다니까요
(시우) 여기서 여기랑 여기만 빼면 저라니까요? [익살스러운 음악]
[청원 경찰의 미심쩍은 숨소리]
(하경) 그 사람 기상청 직원 맞아요
(청원 경찰) 아, 아세요?
(하경) 수도권청 소속이에요
(청원 경찰) 아…
그럼 일단 들어가세요
인사과 들러서 출입증부터 새로 발급받으시고요
네, 가 보겠습니다
(시우) 안녕하십니까
과장님 아니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감사합니다
(하경) 볼일 보고 가세요
(하경) 또 뭡니까?
볼일 보러 가는 길인데요?
파견 나왔거든요 총괄 2팀 특보 예보관으로요
뭐라고요?
앞으로 2주간
[흥미로운 음악]
[엘리베이터 도착음]
(봉찬) 벌써 7년이나 됐구나, 그게
- (하경) 국장님, 저… - (봉찬) 어
(하경) 어? 안녕하세요
(봉찬) 어, 그래, 마침 잘 왔어
그래, 온 김에 인사해
강릉 엄이야 워낙 잘 알고 있겠지마는
오늘부터 총괄 2팀에서 선임 예보관으로 일할 거야
저희 팀에요?
- (봉찬) 아, 엄 - (동한) 네
- 잘 부탁해 - (동한) 아유
부탁은 제가 해야죠
(동한) 잘 좀 봐주십시오 총괄 팀장님
[살짝 웃는다]
[봉찬의 웃음]
얘기 좀 하시죠
응, 그래
(하경) 생각해 보라고 하셔 놓고 이러시는 법이 어디 있습니까?
해, 생각
(봉찬) 근데 나도 무슨 대안을 마련해 둬야 될 거 아니야
잘 알겠지만 좀 있으면 여름철 방재 기간인데
그 기간 중에 총괄과장 자리 비면은
그때 뭐, 아무나 막 그 자리에 앉힐 수 있나?
나도 준비를 해 둬야지
그리고 어차피 갈 거잖아, 스위스
그거 때문에 온 거 아니야?
저 저희 팀에 파견 나온 특보 때문에 온 건데요?
아, 이시우?
(하경) 그 친구 완전 시한폭탄이에요
완전 대책 없는 무데뽀에
일에 대한 체계 자체가 아예 잡혀 있지 않은…
그래, 좀 뭐, 어리숙하긴 해
그러니까요
근데 촉이 좋아, 직관력이 좋다고
그런 친구들이 실전에 강하잖아
어,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파견 근무 철회해 주세요
아니, 어차피 떠날 사람이
그 팀에 누가 오든 간에 왜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거야?
저 아직 떠난다고 안 했잖아요
그럼 있게?
(기준) 너도 들었지? 나 본청에 남기로 한 거
뭐, 꼭 그런 건 아니지만…
알았어
일주일 안에 결정해
(봉찬) 그 WMO 교육 파견 가기 위해서
줄 서 있는 사람들 얼마나 많은지 알지?
나도 국제 협력과에다 답을 줘야 되잖아
일주일이야
알겠습니다
(봉찬) 그래
[봉찬의 한숨]
(명주) 파견 나오신 거?
(시우) 아, 네
- (수진) 얼마 동안요? - (시우) 2주요
- (동한) 음? - (수진) 어?
(석호) 엄 선임님!
[명주가 놀란다]
(동한) 아니, 수도권청에서 여기 어쩐 일이냐?
파견이요
그러는 강원청이야말로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나는 정식 발령
[저마다 놀란다] (수진) 진짜요?
(명주) 어머 드디어 총괄 다신 거예요?
어, 너무 축하드려요
(석호) 하, 됐어도 진작 됐어야죠
- (명주) 그래 - (수진) 축하드립니다
아니, 그런 거 아니고
어느 팀으로 가시는데요?
[한숨 쉬며] 2팀
- (동한) 2팀, 2팀 - (명주) 에?
[익살스러운 음악]
(명주) 2, 2?
(동한) 어, 여기인가? 선임 예보관 자리가?
(석호) 아, 그러니까
총괄 2팀 선임 예보관으로 오신 겁니까?
어, 맞아
진하경 과장 밑으로요?
(동한) 그렇지
밑으로
[휴대전화 조작음]
"세계 기상 기구"
"날씨, 기후, 물, 환경"
[차분한 음악]
"교육 훈련 프로그램"
(기자1) 얼굴이 반쪽이 됐어
(기자2) 살 많이 빠졌네 [기자들의 웃음]
(기자1) 막상 결혼하니까 어때? 한기준 사무관이 잘해 줘?
(유진) 씁, 겉으로는 좀 무뚝뚝한데
실은 완전 자상하거든
집에서도 청소며 뭐며 다 해 줘
[기자들의 탄성] [유진의 웃음]
(기자1) 이야 한 사무관이 그런 면도 있었어?
(기자2) 아주 꿀 떨어진다 꿀 떨어져
좋아? [웃음]
(기자1) 어유, 좋겠다
[빗소리가 들려온다]
[힘겨운 숨소리]
[유진의 놀란 숨소리]
(기자1) 서러워 가지고 살겠어? 결혼 안 한 사람 [기자들의 웃음]
내가 먼저 할게
(기자2와 기자1) - 어, 그래, 부케는 내가 받을게 - 응, 부케 받아 줘야 돼
- (기자1) 오케이 - (기자2) 응
(기자1) 유진이 예뻐진 거 봐
내가 먼저 할게
(기자2) 그래 네가 먼저 해라, 그래
결혼하면 예뻐지는 거 맞지?
(하경) 내가 왜 피했지?
내가 왜? 왜? 내가 왜?
(직원1) 그러게, 사내 연애는 하는 게 아니라니까
결혼에 골인하면 몰라, 헤어지면? [익살스러운 음악]
사람들 안줏거리밖에 더 돼?
(직원2) 게다가 총괄 팀이랑 대변인실이면
하루에 적어도 한 번은 마주칠 텐데 [문이 달칵 열린다]
야,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변기 물이 쏴 내려간다]
[세면대 물소리]
야, 그렇지 않냐? [물소리가 멈춘다]
[하경이 티슈를 쓱쓱 뽑는다]
[하경의 한숨]
[한숨]
(시우) 지금 때가 어느 때인데 시베리아 기단입니까?
(동한) 야, 그렇다고 오호츠크해 기단이
서쪽까지 영향을 주기에는 세력이 약하지
오호츠크해 기단이 맞대도요 바람이 그쪽에서 불어오잖아요!
바람이 북서쪽에서 불어오면 몰라도
오호츠크해만으로는 이렇게 기온이 떨어질 수가 없는 거라니까
(시우) 아, 그러면 여기 보세요
(하경) 뭡니까?
(석호) 기온이 계속 떨어지는 이유요
엄 선임께서는
시베리아 기단 영향 탓일 거라고 하고
이시우 특보는
오호츠크해 기단 때문이라고 하는 중이고
(명주) [한숨 쉬며] 어떻게 말릴 수가 없네요
정반대 성질인 두 기단을 갖고 싸우시니
(동한) 시베리아 기단이야 시베리아
(시우) 오호츠크해 기단이 더 설득력이 있다니까요
왜요?
이왕이면 저기 북태평양 기단까지 놓고 싸워 보시죠?
뭐예요, 장난치는 거예요?
아, 그건 말이 안 되죠 여름철 기단인데
5월 초에 기온이 5도까지 떨어지는 것도
말이 안 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고 무슨 북태평양을 갖다 붙여, 에이
(하경) 그러니까 모든 변수를 놓고 분석하자는 거예요
됐죠? 됐죠?
[시우의 답답한 숨소리]
[흥미로운 음악]
우리 팀 분위기 너무 무섭지 않아요?
시베리아 기단과 오호츠크해 기단도 모자라서
(명주) 북태평양 기단까지 한꺼번에…
[숨을 들이켠다]
최악의 기상 이변이 따로 없네
일종의 종말이지, 뭐
우리 팀 설마 해체되는 건가요?
(석호) 모르긴 몰라도
[석호가 숨을 들이켠다]
과장은 얼마 안 가서 교체되지 않을까 싶네
- (명주) 진짜? - (수진) 헐
그런 게 아니면
(석호) 엄 선임님을 우리 팀에 박아 놓을 이유가 없잖아
아…
진 과장님 스위스 간다는 소문 돌던데
(수진) 사실이었나?
그래? 아니, 갑자기 왜?
한기준 사무관 전근 취소됐대요
그래?
그럼 계속 여기 있는 거야, 그럼?
(명주) 아이고 껄끄럽긴 하겠다, 그렇지?
그러니까
저쪽이 간다는 거 아닙니까
아니, 왜 항상 이런 경우는 여자가 떠나요?
(수진) 똑같이 사내 연애 했고 잘못은 남자가 했는데
(명주) 세상이 언제 잘잘못 따지면서
돌아가는 거 봤니?
내가 보기엔
제일 뻔뻔한 사람 위주로 돌아가더라
쯧, 뭐, 그냥 속 시원하게 털고 가는 것도 나쁘진 않지
(시우) 진하경 과장님 어디 가십니까?
[석호의 헛기침]
(석호) 하, 넌 몰라도 돼
그냥 2주 동안 얌전히 있다 가라
(시우) 아니, 저…
[전화벨이 울린다] 아…
네, 총괄 2팀 오명주입니다, 네
(명주) 아, 네
[차분한 음악]
[숨을 씁 들이켠다]
[봉찬의 한숨]
(강원청 직원) 여긴 지금 한겨울이나 다름없어요
(봉찬) 그, 저녁부터는 평년 기온 되찾을 거라고 했잖아
네
(봉찬) 근데 왜 이래? 원인이 뭐야?
(하경) 바람의 방향만 봤을 때는
오호츠크해 기단의 영향을 받았다고 볼 수 있는데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진 이유는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봉찬) 그래? 최근 일조량은?
73으로 평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럼 일조량은 아닌 건데
- (봉찬) 엄 선임 - (동한) 예
뭔 거 같아?
(동한) 어, 북서쪽에 남아 있는 찬 공기의 세력이
일시적으로 강해진 탓 아니겠습니까?
(강원청 직원) 1978년 5월이랑 비슷한 상황이라는 거죠?
(부산청 직원) 예 2010년 4월하고도 [흥미로운 음악]
현상이 많이 닮아 있습니다
그때도 북서쪽의 찬 공기의 영향이었던 게 맞고요
(봉찬) [한숨 쉬며] 근데 저거
저, 오호츠크해에 있는 저건 뭐야?
분석 중입니다
[한숨 쉬며] 아이고 그놈의 분석 중
(봉찬) 음, 아, 뭔 거 같아?
그냥 뭐, 개인적인 의견도 좋으니까 얘기해 봐
(동한) 제가 봤을 때는
해수면의 온도 차로 인한 해무로 보입니다
저 지역이 원체 해무가 심하니까요
(봉찬) 뭐, 다른 의견 없고?
알았어, 그러면은
언론에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발표하고
어, 그, 내용만 전달하지 말고
직접 내려가서 상황 설명을 좀 해 줘
이거 특이 현상이니까
왜? 아, 불편한가?
아니요, 괜찮습니다
(하경) 그럼 가서 전달하고 오겠습니다
[봉찬의 한숨]
(봉찬) 자, 좀 있다 봅시다
- (봉찬) [힘주며] 아유 - (동한) 예
(직원들) 수고하셨습니다
(직원3) 수고하셨습니다
(시우) 수고하셨습니다
(기준) 기상청은 이번 이상 저온 현상을 [키보드 조작음]
단순히 계절적 변덕이 아니라
전 지구적 기후 변화에 따른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기상청은 이런 한반도의 기후 위기에 대처하고자
부처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여 기상 재해로부터
국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봉찬) 언론 대응력이 좋은 친구잖아
청장님께서 그 점을 높이 사셨는지, 뭐
곁에 두고 싶어 하시네
입만 살아 가지고
질문 있으십니까?
(유진) 문민일보의 채유진 기자입니다
[흥미로운 음악]
[기자들이 수군거린다]
이번 추위가 얼마나 갈 것으로 예상하십니까?
그 부분은 총괄 예보관님께 직접 듣겠습니다
(하경) 현재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추위는 하루나 이틀 정도 더 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고요
(유진) 그럼 모레부턴 날씨가 풀리는 건가요?
그러게요 저희 예상은 그렇습니다만
[키보드 조작음]
이번엔 예보관님의 예상이 좀 맞았으면 좋겠네요
(유진) 5월에 겨울옷은 좀 아니잖아요?
[기자들의 웃음]
(기준) 더 질문 없으시면
이것으로 브리핑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작은 목소리로] 유진아, 유진아
나가서 조금만 기다려
오케이
확인 부탁드려요
(기준) 축하합니다, 진하경 과장님
승진했다면서, 과장으로
야, 이거 이렇게 되면은
기상청 개국 이래 최연소 과장 아닌가?
(하경) 수고했어요 한기준 사무관님
(기준) 생각해 봤어, 어떡할지?
뭘? 내가 뭘 생각해야 되는데?
야, 하경아
반반이면은 너도 절대 손해 보는 거 아니야
반반?
한기준 반반 참 좋아해
(하경) 내가 이런 얘기까진 안 하려고 했는데
계산이 그렇게 정확한 애가 TV는 왜 가져갔니?
아, 그거 말했잖아
(기준) 필요한 거 갖고 가라는 줄 알았다고
야, 그리고 나도 생각해 봤는데
그 TV 내 돈 주고 산 거 아니었냐?
기억 안 나? 나한테 절반 가져간 거
내가?
[어이없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아…
그때 내 카드 한도 차 가지고
네 카드로 결제했던가?
그래, 내가 계좌 이체 했잖아 124만 원
현금 결제 하면 설치 포함 칫솔 살균기도 넣어 준다며?
그, 그랬었, 그랬었 그랬었던 거 같아
(하경) TV, 인덕션 홈 트레이닝 기구
전부 다 원상 복귀 시켜 놔
그 전까지 반반? 어림도 없을 줄 알아
야, 너, 진하경 너 진짜!
호칭 똑바로 해, 목소리 낮추고
(하경) 어디인 줄 알고, 씨
(기준) 야, 말했잖아
나도 이런 일로 너랑 언성 높이기가 싫어, 회사에서
근데 네가 이렇게 나오잖아? 나도 어쩔 수가 없어
어쩔 수 없으면 뭐? 싸우자고?
- 너 그러고 싶니? - (하경) 넌 그러고 싶니?
- 아, 나는 싸우는 거 싫어하는데? - (하경) 나도 싫어하…
(시우) 과장님
국장님이 찾으시는데요?
[기준의 헛기침]
호출했는데 핸드폰이 꺼져 있어서요
아…
- 가죠 - (기준) 예
[흥미로운 음악]
(기준) 저기요!
우리 어디서 본 적 있죠?
저요?
결혼식장에서
(기준) 맞죠?
부케
(시우) 아니요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유진) 왜, 무슨 일이야?
(기준) 아니, 저 사람 그날 그 미친놈 맞지?
아닌데? 자기가 잘못 본 거 같은데?
아닌 거 확실해?
전혀 아니야, 음
가 봐야겠다
- 이따 집에서 봐 - (기준) 응
(시우) 어디 가세요?
(하경) 국장님이 찾으신다면서요
(시우) 그냥 둘러댄 거였어요
좀 곤란한 상황이신 거 같아서
아…
저, 브리핑실 안에서는…
(시우) 저는 아무것도 못 봤습니다
봤다는 말보다 더 무섭네요
머리 좀 식히시고 들어오세요
(시우) 전 먼저 들어가 볼게요
[차분한 음악]
밑에서 잠깐 나 좀 봐
[멀어지는 발걸음]
(유진) 오빠가 여기 왜 있어?
(시우) 내 직장이니까
수도권청에 있어야 할 사람이 왜 여기 있냐고
파견 나왔어
[한숨]
꼭 이렇게까지 해야 돼?
결혼식장까지 와서 그만큼 망신 줬으면 됐잖아
여기까지 쫓아와서 뭘 어쩌려고?
너 때문에 온 거 아니라고 2주간 파견 나온 거야
[못마땅한 숨소리]
[한숨]
(시우) 너야말로 이래도 괜찮아?
나랑 이러고 있는 거 그 사람이 보면 어쩌려고
그 사람은 몰라
내가 오빠랑 동거했던 거 그 사람 모른다고
앞으로도 계속 몰랐으면 좋겠어
[헛웃음]
[한숨]
[잔잔한 음악]
- (직원4)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 (직원5) 그만 퇴근하겠습니다
(직원4) 안녕하세요
아유, 안녕하세요
(동한) 응
(직원4) 안녕하세요
아, 날이 왜 이렇게 춥냐
(석호) 어
누가 아니라냐
야, 이거 봐 봐, 응?
이거 계속 떨어진다니까, 이거?
씁, 잠깐 이러다 말 것 같지가 않아
- (1팀 총괄과장) 안녕하세요 - (직원6) 안녕하세요
(1팀 총괄과장) 안녕하세요 아, 춥다
[1팀 총괄과장의 웃음]
어!
이야
엄
[동한이 호응한다] 이게 얼마 만이냐, 응?
(동한) 어유, 맨날 모니터로 얼굴 봤으면서
뭘 새삼스럽게
(1팀 총괄과장) 역시 넌 화면이 낫다
[1팀 총괄과장과 동한의 웃음]
[차분한 음악] 어, 고생했어요, 예
[어색한 웃음]
(동한) 어, 어
[동한의 웃음]
(동한) 이거 봐 봐
(수진) 저희 오늘 회식하는 거 어때요?
이렇게 한 팀으로 만난 것도 인연인데
두 분 대화도 하실 겸
아, 저 늦어도 8시까지는 숙소에 체크인해야 돼서요
(시우) 다음에요
나도 집에 가야 돼
- (동한) 내일 봐 - (석호) 예
(명주) 가세요
거봐, 둘 다 싫어할 거라 그랬잖아
(명주) 총괄 팀은 팀워크가 생명인데
총괄부터 선임에 특보까지, 하
기단 성격들이 장난이 아니네
아이고, 본인들이 알아서 하겠죠
팀워크는 우리끼리 다지면 되죠
갈까요?
(명주) 응
[명주의 추워하는 숨소리]
- (향래) 맛있지? - (보미) 응, 맛있다
[향래의 웃음]
[초인종이 울린다]
누구 와?
이 시간에 올 사람이 없는데
(향래) 누구세요?
(동한) 나야, 문 열어
[도어 록 작동음]
아, 춥다
아니, 무슨 5월 달이 이렇게 춥냐
[도어 록 작동음]
(향래) 당신 갑자기 어쩐 일이야?
(동한) 문자 보냈잖아
오전에 본청으로 갔다가 집으로 바로 올 거라고
(향래) 문자 보냈어?
(동한) 아, 참 그…
오셨어요?
(동한) [웃으며] 어 무슨 키가 이렇게…
저녁 먹는 중이구나
어쩌지? 밥이 없는데
어, 괜찮아, 난 저녁 먹고 왔어
먹어, 먹어, 먹어, 먹어
[동한의 한숨]
[숨을 하 내쉰다]
당신 본청으로 발령 났어?
어, 내가 짐을 택배로 부쳤거든?
아마 내일 들어올 거야
아니, 그렇게 중요한 문제를 문자로 보내면 어떡해
아, 뭘 새삼스럽게 언제 안 그랬다고
아니, 아휴, 참
아, 이런 건 미리 일찍일찍 말을 해 줬어야지
당장 짐을 다 얻다 쌓아 놓으라고
짐, 짐이 얼마 안 돼
가방 두 개밖에 안 돼
하, 내가 못 살아, 진짜
[향래가 물을 조르르 따른다]
[향래의 거친 숨소리]
[남자1의 힘주는 숨소리]
끝났습니다
- (하경) 고생하셨습니다 - (남자2) 네, 수고하세요
(하경) 감사합니다
(남자들) 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하경) 이게 다 뭐야
[휴대전화 진동음]
(기준) 받았지?
(기준)
필요가 없긴 왜 없어, 장난하나
[흥미로운 음악]
[카메라 셔터음]
(하경) 완전 신형 TV 팝니다
밥솥 팝니다 [카메라 셔터음]
박스도 안 뜯은 스피커 팝니다
바퀴도 안 굴린 캐리어 팔아요
[스위치 조작음]
[잔잔한 음악]
(하경) 아, 이거 맞는 거야?
뭘 알아야지 위로 바르는 거…
아, 아! [기준이 놀란다]
(기준) [웃으며] 괜찮아?
잠깐 일로 와 봐, 너 일로 와 봐
(하경) 아이, 야!
[기준과 하경의 웃음] 어떡해, 어떡해, 어떡해
[웃으며] 야, 하기 싫으면 하기 싫다고 얘기를 해
(기준) 안 해, 안 해, 나 안 해
- (하경) 아, 야, 구겨지잖아 - (기준) 안 해
(하경) 이거 비싼 거야, 빨리 나와
[하경이 구시렁거린다]
(기준) 야, 밥 먹고 하자
(하경) 아, 싫어, 빨리해
(기준) 밥 먹고 하자
[스위치 조작음]
[도어 록 작동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한숨]
(남자3)
(하경)
(남자3)
(하경)
(남자3)
(하경)
(남자3)
뭐라는 거야, 치
(하경)
(남자3)
직…
(하경)
[휴대전화를 탁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익살스러운 음악]
그 TV 내 돈 주고 산 거 아니었냐?
기억 안 나? 나한테 절반 가져간 거
- (기준) 내가? - (하경) 그래
(하경) 내가 계좌 이체 했잖아 124만 원
백…
(남자3)
[휴대전화를 탁 내던진다]
아, 한기준 이 개새…
[하경의 성난 숨소리]
[새가 지저귄다]
[잔잔한 음악]
[키보드 조작음]
[키보드 조작음]
[펜을 탁 놓으며] 아 이것도 아니야
[하경의 한숨]
(시우) 일찍 나오셨네요?
(하경) 이 시간에 어쩐 일?
저 원래 이 시간에 자주 출근해요
아, 근데 본청이라 그런지
(시우) 자료실 스케일부터가 다르네요
오전 회의 전까지 혼자 다 이거 못 봐요
어, 저는 여기서부터 훑으면 되는 거죠?
파견 나온 사람이 이럴 필요까지 없어요
(시우) 사실 저요
고 국장님이 불러서 온 거 아닙니다
그럼요?
궁금했거든요, 어떻게 지내시는지
뭐가요?
두 분 파혼하고
한동안 전국 기상청 메신저가 뜨거웠던 거 아시죠?
그래서 알았죠
제 여친을 채 간 새끼가 바로 한기준이고
(시우) 그 새끼한테 파혼당한 여자가
바로 과장님이란 거요
(하경) 아, 이래서 사내 연애는 안 된다니까
우리 동네 똥개도 알걸요?
제가 누굴 만나고 어떻게 헤어졌는지
그래서 실제로 보니까 어때요?
생각보다는 괜찮았어요
누가, 한기준?
제가요
[잔잔한 음악] (시우) 되게 마음 아플 줄 알았는데
이상하게 괜찮더라고요
'그런 남자 만났구나' 인정해 버리니까
편안해졌달까?
그 남자가 좀 찌질하긴 하죠
[피식 웃는다]
은근 팩폭이시네요
아, 그래서 더 화가 나요
저렇게 찌질한 남자한테 차였다니까
[하경이 살짝 웃는다]
(시우) 스위스 진짜 가실 거예요?
어떻게 알았어요?
(시우) 다들 알고 있던데요? 과장님이 가실 거라는 거
근데요, 안 가셨으면 좋겠어요
피하고 싶어서 가는 거라면 더더욱
그건 이시우 씨가 상관할 문제가 아닌 거 같네요
바람은요
보이진 않지만 지나간 자리에 반드시 흔적을 남긴대요
(시우) 크든 작든
[새가 지저귄다]
(시우) 아, 쨍하니 좋네요
[시우가 숨을 들이켠다]
뭐 해요?
무슨 냄새 안 나요?
(시우) 이거 분명히 얼음 냄새인데
얼음 냄새요?
[시우가 숨을 씁 들이켠다]
지난 한파 때요
우리보다 더 큰 피해를 입은 게 시베리아였잖아요
그랬죠 바다가 꽝꽝 얼었을 정도니
그 얼음이요
지금 어떻게 됐을까요?
[밝은 음악]
한번 확인해 보죠
[바람이 휭 분다]
(하경) 오호츠크해와 사할린의 찬 공기가
동쪽으로 유입되는 모습입니다
[마우스 조작음]
오늘 새벽 관측 결과
지난겨울 시베리아를 덮친 한파로 인해서
얼어 있던 오호츠크해상이 녹지 않으면서
북쪽의 냉기를 강화시킨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뭐야, 그러니까 저게 다 얼음덩어리였단 말이야?
(하경) 네, 그렇습니다
[바람이 윙윙 몰아친다]
(직원7) 해무가 아니었네, 응?
(직원8) 아니, 저게 여태 저러고 있었던 거야?
- (직원7) 와 - (직원8) 어허, 참
(봉찬) 어쩐지
저 지역 지금 수온이 얼마 나와?
캄차카반도 쪽은 5에서 8℃
(하경) 그리고 사할린 쪽은 3에서 7℃입니다
야, 정말 이례적이네, 응?
(봉찬) 어떻게 하면 좋겠어?
일단 5월 초 기상 관측 사상 초유의 저온 현상이라고
(하경) 표기해야겠죠
예상하기로는 태백은 0.5℃
그리고 경북 봉화 쪽은
1.2℃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이고요
(봉찬) '초유의 저온 현상'
음, 오케이, 그렇게 하자고 [동한의 옅은 탄성]
- (하경) 네 - (동한) 제법이네
(봉찬) 자, 그러면 우리는
이게 도대체 언제까지 갈 건지 한번 뽑아 보자고
(시우) 점심 식사 가세요?
(하경) 가면요?
(시우) 같이 가려고요
(하경) 저, 이시우 씨
(시우) 구내식당 가실래요? 아니면 나가서?
(하경) 그거 어떻게 맡은 거예요?
(시우) 예?
그 냄새, 얼음 냄새요
(하경) 오호츠크해에 결빙된 얼음 냄새
그거 어떻게 맡은 거예요?
그게 어떻게 가능한 거예요?
[피식 웃는다]
(시우) 제가 개입니까? 그 냄새를 어떻게 맡아요
그리고 아무리 개코라도 그 냄새는 못 맡을걸요?
그럼 새벽의 그건 다 뭐예요?
그거는 자료 보고 알았는데요?
[키보드 조작음]
[키보드 조작음]
[잔잔한 음악] [살짝 웃는다]
[힘주는 신음]
[힘주는 숨소리]
[한숨]
[마우스 딸깍딸깍 누른다]
(시우) 일찍 나오셨네요?
이 시간에 어쩐 일?
저 원래 이 시간에 자주 출근해요
[휴대전화 진동음]
(시우) 보기보다 순수하시네요?
(하경) 어, 언니
(태경) 야, 진하경 너 그 아파트 정리된 거 아니었어?
어, 근데 왜?
아, 지금 네 앞으로 내용 증명서 날아왔어!
뭐? 뭐가 날아와?
(태경) 하, 아니 한기준 그 새끼는 양심이 없냐?
어떻게 반을 달래, 반을!
[흥미로운 음악]
하, 엄마 지금 펄쩍 뛰고 난리 났어
지금 당장 기상청 쫓아가서 한기준 멱살 잡고 흔들겠다는 걸
그럼 너 쪽팔려서 회사 못 다닌다고
내가 겨우겨우 뜯어말리고 있다니까!
[통화 종료음] 여보세요, 여보세요?
야, 진하경!
아이씨, 진짜, 씨
한기준!
(하경) 너 나와
[문이 쾅 닫힌다]
너 나오라는데?
너 뭐 하는 짓이야!
(기준) 야, 너 여기 회사야
남들이 보는 건 불편하니? 그럼 그런 짓을 하지 말았어야지
무슨 짓?
너 나한테 내용 증명 보냈더라?
(하경) 네가 나한테 어떻게 그런 걸 보내?
네가 나한테 무슨 짓 했는지 잊었어?
(기준) 야, 그건 그거고 아파트는 아파트고
넌 나한테 미안하지도 않니?
미안하다고 했잖아 도대체 몇 번을 더 말해야 되는데?
한 번
너 나한테 딱 한 번 얘기했어 미안하단 말
어쨌든 했잖아
야
너랑 나랑 보낸 시간만 10년이야, 10년
그 10년을 쓰레기로 만든 건 바로 너였고
(하경) 그래, 네 말대로 바람은 뭐, 어쩔 수 없었다 쳐
그래도 최소한 헤어지는 순간만큼은
진심으로 나한테 미안해했어야지
아파트 위자료로 주겠다고 한 것도 너야, 내가 아니고
왜?
그 상황을 빨리 끝내고 싶었거든 아니야?
그래도 난
최소한 내가 어느 정도 잘못했다고 생각했어
내가 너무 바쁘고 예민해서 너한테 까칠하게 굴었고
내가 너무 멍청해서 네가 얼마나 외로운지 몰랐으니까
그래, 내 책임도 있다 생각했는데
그걸 아는 애가 이렇게 덤벼?
뭐라고?
그래, 네 말대로 10년이야
그 10년 동안 내가 얼마나 힘들고 피곤했는지
나도 한번 다 얘기해 봐?
너 나보다 직급 높다고 나 얼마나 무시했냐?
(기준) 걸핏하면
'한기준 사무관, 나 물' '나 커피', '나 달달한 거'
사사건건 부려 먹고 시켜 먹고!
그 아파트 도배만 해도 그래
그냥 사람 사서 도배하면 될 걸 가지고
신혼 분위기 낸다고
쉬는 날 사람 불러내 가지고 고생시키고
결국 그날 어떻게 됐어?
비상 떠서 너 중간에 그냥 가 버리고
나 혼자 그 많은 도배 다…
야
너 내가 그날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아?
그럼 그렇다고 말을 했어야지
하면?
그거 때문에 또 얼마나 싸하게 굴려고?
(기준) 내가 너 그럴 때마다
기분 풀어 준다고 쩔쩔매던 것만 생각하면은
난 지금도 진저리가 나
알아? 너 그거 아냐고!
[차분한 음악]
[떨리는 숨소리]
[울먹인다]
대체 너하고 난…
우리가 보낸 시간은 대체 뭐였던 거니?
됐고
(기준) 얼마 줄 건지나 대답해 그 아파트
야, 네 말대로 10년 세월인데
너 혼자 다 먹겠다는 거 그건 좀 아니지 않냐, 안 그래?
그 집 나갔어
나갔어?
언제?
계약금 이미 받았고 중도금 이달 말에 들어와
그럼 내 몫으론 얼마인데?
2천만 원 청약 통장에 네가 딱 5백 넣었더라
(하경) 나머지는 다 내가 냈고
거기에 계약금, 중도금 대출금까지
다 내 통장에서 나간 거 알고 있지?
그럼, 그, 그, 그게 어떻게 되는…
그 집에서 너의 지분은 딱 7%라는 얘기야
(하경) 거기에 직구로 사 놓고
국내에서 샀다고 사기 치고 뜯어 간 내 돈까지
다 제하고 남는 금액
입금해 줄게
그러니까 하경아, 난…
반반?
좋아하고 있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당황한 숨소리]
근데 너 어차피 스위스 간다며
그럼 넌 당장 그 집이 필요 없는 거잖아
누가 그래? 내가 스위스 간다고
(기준) 다들 그러던데…
가는 게 아니야?
하, 이제 막 과장 달았는데 내가 가긴 어딜 가니?
야, 그럼 너 지금 여기서 나 이렇게 보는 거 안 불편하니?
아, 너는 나 불편하니?
(하경) 그럼 불편한 사람이 떠나
네가 가라고, 스위스 제네바로 이 개새끼야!
[밝은 음악]
[직원들이 술렁인다]
(직원9) 속이 시원하다
(직원들) 진짜 멋있다
(직원10) 아니, 아파트 내용 증명은 너무한 거 아닌가?
[직원들이 수군거린다]
너 앞으로 나 알은척하지 마, 알겠어?
(하경) 구경 끝났어요
(직원10) 가자, 가자
저 스위스 안 갑니다
진짜? 정말이야?
네, 총괄 2팀 제가 한번 잘 이끌어 볼게요
(봉찬) 오케이 오늘 회식 한번 하자
(하경) 아니요, 퇴근할게요
원칙대로 하겠습니다, 칼퇴
[웃음]
(시우) 과장님
뭡니까?
한잔하실래요?
이럴 때 가면 딱 좋은 데를 하나 아는데
[발랄한 음악]
(사장) 맛있게 드세요
(시우) 감사합니다
짠
아, 내가 웬만해선 술을 누구랑 잘 안 마시는데…
왜요?
(시우) 아, 술 때문이었겠죠 그 사람이랑
어머나, 사람을 뭘로 보고
나 한기준이랑 CC였거든요?
(하경) 그러다 기상청까지 같이 들어오게 된 거고
선배들이 그러더라고요
사내 연애 그거 할 거 못 된다고
그래서 서로 비밀로 하기로 해 놓고
그, 신입 환영회 때
술 진탕 마시고 내가 먼저 확 오픈해 버렸잖아요
[시우의 웃음] 한기준 얘 내 거라고
그쪽은요?
예?
부케, 그거 뭔데요?
아
그거요?
[흥미로운 음악]
(사진사)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활짝 웃으시고, 네
하나, 둘, 셋!
[카메라 셔터음]
부케 받으실 분 나와 주세요
[사람들의 탄성]
(시우) 제가 그렇게 해서 도망쳤다니까요?
(하경) [놀라며] 어머, 미친…
아니, 남의 여자를 가로채 가는 놈도 있는데
이 정도면 약과죠
(하경) 완전 또라이네 이거 안 마실 수가 없다
(시우) 짠
[시우의 시원한 숨소리]
[하경의 감탄하는 숨소리]
내가 유진이 진짜 많이 좋아했거든요
근데요
그렇게 오지게 진상 한번 떨고 나니까
후련은 하데요
근데 그거 알아요?
유진이 걔요
어마어마한 똥손인 거
똥손?
(시우) 골랐다 하면 바로 꽝 몰라요?
어쩌면 유진이가 한기준 씨를 픽한 것도
같은 맥락일 수도
일리 있다
한기준 걔 엄살 완전 심하거든요
(하경) 한번 아팠다 하면 세상 앓는 소리를…
피곤 좀 할 거예요
[피식 웃는다]
난 아픈 거 잘 참는데
게다가 어마어마한 길치예요
그, 운전면허도 다섯 번 만인가 붙고
난 한 번에 붙었어요
진짜요? 자
- 짠 - (하경) 짠
외모는 얼마나 신경 쓰는지 옷 정하느라고 약속은 꼭 늦고
벌레도 못 잡아요
(하경) 그리고 매운 거 하나도 못 먹고
게다가 쪼잔하긴 또 얼마나 쪼잔한지
아까 들었죠? 그래서 나 얼마 줄 거냐고 하는 거
[하경의 어이없는 숨소리]
[하경의 한숨]
왜 그런 남자랑 결혼까지 하려고 했어요?
어…
(하경) 글쎄요, 음…
난 그게 싫지 않았거든요
[잔잔한 음악]
아프면 아이처럼 징징대는 것도 미워 보이지 않고
그 쪼잔함도 신중한 성격 같아서
난 오히려 더 좋았고
무엇보다
날 굉장히 자랑스러워한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뭘 너무 몰랐던 거죠
그래도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에요
뭘요?
- 바람 - (시우) 네?
(하경) 바람이 지나간 자리는 크든 작든 흔적을 남긴다면서요
상처받은 사람은 나라는 걸 알고 나니까
이제 한기준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보이더라고요
덕분입니다
별말씀을요
[지글거리는 소리]
(하경) 하, 근데 오늘 좀 덥지 않아요?
(시우) 어, 그러네요?
좀 덥네요, 오늘은
[웃음]
(사장) 그… 두 분 다 더우신 거 맞죠?
(시우) 네
[에어컨 작동음]
한 병 더 마실까요?
(하경) 어, 좋죠
사장님, 이거 한 병만 더
(사장) 아, 네
(하경) 아, 이제 다시는 사내 연애 같은 거 안 해요
(시우) 에이 사람 일 모르는 겁니다
(하경) 아니요
내 인생에 두 번 다시 사내 연애는 없어요, 절대
- (시우) 에이 - (사장) 여기 있습니다
- (시우) 감사합니다 - (사장) 예
(봉찬) 그 얼음덩어리 자네가 발견한 거 아니야?
제 눈에는 여전히 해무로 보이는데요?
진 과장이랑 이시우 그 둘이서 찾아낸 거죠, 뭐
어이구
[바둑알을 달그락 집는다]
자네 같은 사람을 요즘 츤데레라고 한대
[바둑알을 탁 놓으며] 집중 좀 하시죠
아유, 그게 있었네, 가만있어 봐
(봉찬) 그걸 못 봤네 에이, 참, 씁
[웃음]
아이, 뭐야, 뭐 좋은 일 있으세요?
(봉찬) 어?
아니야, 뭐, 그냥
아, 진 과장이 예보국에 남겠다고 하네
뭐, 남아서 총괄 2팀 열심히 한번 끌어 보겠대
[바둑알을 탁 놓으며] 그렇구나
근데 어떡하냐?
[바둑알을 탁 놓는다]
너 총괄과장 자리 하려면 좀 한참 기다려야겠다
아니, 나는 진짜
그 자리 탐나서 온 거 아니래도 그러시네, 자꾸
근데 아무튼 2팀이 좀 시끌시끌하겠지?
[동한과 봉찬의 웃음]
(봉찬) 에이, 모르겠다
[봉찬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시우) 깼어요?
[숨을 하 내뱉는다]
미안
예?
일단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서
진심으로 사과한다
서로 동의한 거 아니었어요?
(시우) 그리고 좋았고요
[발랄한 음악]
- (하경) 감사합니다 - (시우) 안녕히 계세요
(하경) 어이, 때 시 비 우 씨 너 좀 멋지더라
(시우) 그랬어요?
그럼 멋진 김에
키스 좀 해도 돼요?
[함께 웃는다]
(하경) 얘 봐라?
(시우) 합니다, 그럼
[부드러운 음악]
[발랄한 음악]
그래, 우린 성인이야, 그렇지?
그렇죠
어젯밤 일은…
그러니까 사건, 해프닝
(하경) 그러니까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종의 천재지변 같은 거고
만나서는 안 되는 두 기류가 만나서 형성된 일종의
그, 벼락 같은 거랄까?
그래서요?
어, 그러니까 내 말은…
[하경의 한숨]
그냥 우리 쿨하게 잊자 어른답게 나이스하게
아, 어차피 이시우 특보는
다음 주면 수도권청으로 돌아갈 거고
(하경) 난 이제 총괄 2팀을 책임지면서
이제 일에만 올인할 예정이거든
다른 일은 신경 쓸 겨를도 없고
특히나 사내 연애…
아, 그런 거 알잖아 무슨 말인지 알지?
알죠, 물론
[함께 웃는다]
그래, 알아줘서 진짜 다행이다
- (하경) 고마워 - (시우) 네
[하경과 시우의 웃음]
그래, 그럼
(시우) 근데요
저 복귀 안 하는데
(하경) 응?
(시우) 실은 저 다음 주부터
본청 총괄 예보 2팀으로
정식 발령 받았거든요
무슨 말이야?
앞으로 우리 같은 팀이라고요
[부드러운 음악]
(시우) 앞으로 잘해 봐요, 우리
어른답게, 나이스하게
그럼
[스위치 조작음]
[샤워기 물이 솨 나온다]
미치겠다, 진짜
[부드러운 음악]
(동한) 아니, 진 과장은 원래 출근이 좀 늦나?
(하경) 죄송합니다
위성 센터 [재채기한다]
(선장) 조업 금지 좀 빨리 해제해 달라니께 뭣 허는 겨!
(기준) 아, 예,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
(하경) 풍랑 특보는!
사고로 이어지는 즉시 인사 사고입니다, 몰라요?
(기준) 할 수 있는데 일부러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닙니까
괜한 사적 감정으로 지금
(시우) 걱정 마세요 한 번 잤다고 사귀자고 안 합니다
- (명주) 야, 좋다 - (하경) 이쪽으로 온다
(시우) 우리요, 들킬까 봐 숨어야 되는 사이였어요?
(하경) 너 좀 가깝다?
과장님 나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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