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청 사람들. 사내연애 잔혹사 편 3
우리 쿨하게 잊자 어른답게, 나이스하게
앞으로 잘해 봐요, 우리
어른답게, 나이스하게
그럼
[스위치 조작음]
하, 미쳤다, 진짜
[피식 웃는다]
(시우) 배 안 고파요?
근처에서 뭐라도 먹고…
하경이 안 들어왔어?
어제 전화로 뭐라고 했다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한기준 그 새끼랑
끝장을 볼 테니까 엄마 걱정하지 말라고
[한숨]
(태경) 야, 씨, 너는, 씨
안 들어오면 안 들어온다고 전화라도 해 줘야지
엄마가 밤새 얼마나 걱정했는지 알아?
회사에서 막바로 오는 거야?
어
밥은?
생각 없어요
[문이 드르륵 열린다] [하경이 신발을 달그락 벗는다]
엄마는 지금 밥이 문제야?
얼굴 보면 몰라?
쟤 담판 못 지었어
다른 거 다 똑 부러지면서 어째
매번 자기 거 챙기는 데는 저렇게 헛똑똑이가 되는지 모르겠다
[태경의 한숨]
쯧, 가만있어 봐
[흥미로운 음악]
울어
울어?
- 비켜 봐 - (태경) 엄마, 엄마, 엄마, 엄마
(태경) 그냥 둡시다
속상하겠지
결혼하려던 놈한테 뒤통수, 앞통수 다 두들겨 맞고
그러게, 그러게
그렇게 그놈 감싸고 돌 때부터 내가 알아봤다니까
그러니까요 지금 얼마나 속으로 쪽팔릴 거야
아, 자기가 쪽팔릴 게 뭐 있어!
그놈이 잘못해서 깨진 거를
(태경) 엄마, 그냥 둡시다, 어?
생각 좀 정리하게 시간 좀 주자고요, 예?
으이그, 씨
[한숨]
[발랄한 음악]
[한숨]
미쳤어
[한숨]
[재채기한다]
[코를 훌쩍인다]
[한숨] [밝은 음악]
밤사이 영향을 주던 황사가 물러가고
오늘 한낮에는
봄보다 초여름에 가까운 날씨를 보이겠습니다
오늘 서울 낮 동안 28도까지 오르면서
어제보다 7도에서 8도가량 더 높게 나타나겠습니다
(시우) 환절기는 애매하다
옷을 두껍게 입기도
얇게 입기도
- (여자) 안녕히 계세요 - (종업원1) 안녕히 가세요
(시우) 뜨거운 걸 먹기도
차가운 걸 먹기도 망설여진다
- (시우) 안녕하세요 - (카페 주인) 안녕하세요
따뜻한…
아니, 아니 아이스아메리카노 주세요
- 한 잔이요? - (시우) 네
(시우) 감사합니다
(시우) 그래서 설명할 수 없는 지금 이 감정이
보내는 계절에 대한 아쉬움인지
새로운 계절에 대한 설렘인지 헷갈릴 때도 있지만
[신호등 알림음]
[신호등 안내 음성이 흘러나온다]
분명한 사실은 여름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진동음]
[휴대전화 진동음이 계속된다]
[시우가 재채기한다]
[잔잔한 음악]
[밝은 음악]
[살짝 웃는다]
(기준) 나 먼저 출근해 아침 차려 놨으니까 먹고 나가
[유진이 놀란다]
(동한) 어휴
어, 학교?
[보미의 한숨]
(보미) 다녀오겠습니다
(향래) 어, 학원 끝나면 전화해 [도어 록 작동음]
(보미) 네
갔, 갔다 와
[도어 록 작동음]
아, 쟤 왜 그래? 아침에 좀 예민한가?
(향래) 다 큰 딸이 있는 집에서 그러고 다니면 어떡해
이거? 왜?
아니, 아빠인데, 뭐
[한숨 쉬며] 그래, 아빠는 아빠지
14년 만에 같이 사는 아빠
[팔을 긁적인다]
(수자) 밥 다 됐는데 한술이라도 뜨고 가
(하경) 어, 늦었어요
(수자) 밖에 차 없던데 회사에 두고 왔어?
[흥미로운 음악]
아, 그렇지?
다녀올게
미치겠다, 진짜
네
아니요, 청소할 때 차 키 같은 건 안 나왔습니다
그래요?
아,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한 번만 다시 찾아 봐 주시겠어요?
(하경) 네, 부탁드릴게요
아, 예
(시우) 음… 최근 일주일간 부이 자료요
[키보드 조작음]
아, 들어왔네요, 고맙습니다 [마우스 조작음]
[키보드 조작음]
[시우가 재채기한다]
(명주) 시우 특보 감기인가 보다?
(시우) 네
(명주) 아유, 조심 좀 하지
(석호) 너 춥게 잤냐?
아니요
[반짝이는 효과음]
[발랄한 음악]
더웠는데
(명주) 혹시 외박했어?
어제 입은 옷 그대로인데?
너 외박했어?
사생활입니다
(명주) 오, 뭐야, 우리 시우 특보
알고 보니 궁금한 남자였어?
(수진) 오
(시우) [웃으며] 아니요
실은 아직 집을 못 구해서 연수원에서 임시로 지내는데요
아유, 뭐, 그나마도 이달 말이면 비워 줘야 돼서
짐도 못 풀고 있습니다
(명주) 그랬구나
어, 신 주임, 남는 방 없어?
작년인가, 아파트 분양받아서 들어가지 않았나?
그랬어요?
그 집 내 거 아니야, 은행 거야
(시우) 아, 누가 공짜로 있겠대요? 월세 낼게요, 월세!
시우야, 난 누구랑 같이 한집에서 못 사는 사람이야
(동한) 아니, 진 과장은 원래 출근이 좀 늦나?
(석호) 어, 이상하네?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는데
[자동차 경적이 요란하다]
[흥미로운 음악]
(수진)
(하경) 차가 너무 막혀서
(하경)
[한숨]
진 과장님이 좀 늦으시나 봐요
엄 선임님이 회의 좀 먼저 진행해 달라시는데요
[버튼 조작음]
(봉찬) 자, 좋은 아침입니다
[저마다 인사한다] 예, 예
[봉찬의 힘주는 신음]
[박 주무관의 한숨]
(직원1) [작은 목소리로] 시작 안 해?
(직원2) 안 왔어
(직원1) 안 왔어?
(명주) 수진 씨, 말씀드렸어?
[흥미로운 음악]
(명주)
(수진)
(명주)
(수진)
(석호)
[휴대전화 진동음]
[작은 목소리로] 엄 선임님
[동한이 휴대전화를 집는다]
[달려오는 발걸음]
[거친 숨소리]
(하경) [숨을 몰아쉬며] 죄송합니다
제가, 제가 어제 여기에 차를 놓고…
(봉찬) 어, 알았으니까 빨리 시작합시다
(하경) 죄송합니다
[하경의 거친 숨소리]
죄송합니다
시작 안 할 거야?
네
5월 10일 아침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위성 센터 [재채기한다]
[발랄한 음악] [하경의 거친 숨소리]
죄송합니다
(하경) 현재 실황 말씀해 주시죠
(직원3) 남쪽 고기압 가장자리로 하층 바람이 강해서
서해상은 풍랑 특보가 발효 중입니다
(하경) 어, 지금…
감사합니다
[하경이 코를 푼다]
[숨을 하 내뱉는다]
위성 영상을 보면 경상북도를 중심으로
구름이 시계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네요
이럴 경우 내륙 상황은…
(광주청 직원) 저, 아니요, 아니요 그거 말고
그제 발효된 풍랑 특보 상황 좀 먼저 정리해 주시죠
네?
(광주청 직원) 아, 여기 지금 풍랑 경보 때문에 난리도 아닙니다
[흥미진진한 음악]
(선장1) 조업 금지 좀 빨리 해제해 달라니께 뭣 허는 겨!
(선장2) 저번 선거 때 니들 뭐랬냐
어민들 살림살이 나아지게 해 준대매
이게 나아지게 해 주는 겨?
(선장1) 꽃게잡이 철 고거 딱 2주면 끝나는디
이틀째 바다도 못 나가게 처잡고 있으면 [선장2의 한숨]
우덜보고 뭐 어쩌자는 겨, 잉?
(선장3) 아, 됐고 그, 해경에 아는 사람 없소?
군수라도 나서서 힘 좀 써 봐 달라니께, 쫌!
(선장1) 아, 쫌! [저마다 말한다]
(총경) 안 됩니다!
아, 어민들 사정은 잘 알지만
기상청에서 풍랑 경보 해제하기 전엔
절대 출항 못 합니다
아, 현재 출동 가능한 경비정이 9대고요, 예?
경비 구조대랑 해경 구조대 전부 하면 32명 정도 되는디
아, 너울성 파도에 사고라도 한번 터져 보세요
답이 없습니다, 답이!
아, 글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여! 쯧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광주청 직원) 아, 지금 상황이 이런데
이거 뭐, 어레인지 좀 해 주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하경) 아, 그 지역 해상 상황이…
[키보드 조작음]
[시스템 작동음]
어, 현재 서해안의 파 주깃값이
11.4세크까지 떨어진 걸로 봤을 때
어, 그곳의 해상 모델값을 보면
어, 그러니까…
[긴장되는 음악] (명주) 지원 사격 좀 해 주자
요약 자료 좀 쏴 줘
(하경) 음…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상황 분석이 안 돼서요
엄 선임께서 저 대신 좀 맡아 주시겠습니까?
(동한) [한숨 쉬며] 어 아직 파고가 불안정합니다
현재 취주 거리가
길게 형성되고 있는 점을 고려했을 때
당장 파고가 가라앉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봉찬) 그래?
하이고, 참
아
특보 예보관 생각은 어때?
(시우) 파고는 여전하지만
파 주기가 14.5세크에서 11.4세크로 떨어진 걸 보면
풍속도 약해지고
너울성 파도도 점차 잦아들고 있는 상황입니다
(봉찬) 그러니까 엄 선임하고는 생각이 다른 거네?
네
[봉찬의 한숨]
(박 주무관) 청장님이신데요
태안 쪽 풍랑 경보 때문인 거 같은데…
[명주의 한숨]
지자체장들도 청장님 푸시하나 본데
(수진) 어떡해요
상황이 복잡하다
(봉찬) 진 과장 어떻게 할 거야?
아니, 엄 선임하고 특보 생각이 다른데
이럴 때 총괄과장이 결정해 줘야지
[차분한 음악]
[테이블을 툭툭 치며] 어이, 진 과장
파곳값 편차를 고려해서 한 타임 더 지켜보도록 하겠습니다
[직원들의 한숨]
(봉찬) 그래?
알았어
자, 그럼 한 타임 더 지켜보는 걸로 하겠습니다
그렇게 보고해
(박 주무관) 네, 알겠습니다
(하경) 이상 회의를 마치겠습니다
[직원들의 한숨]
죄송합니다
(봉찬) 뭐가? 늦은 거? 버벅댄 거?
한 타임 더 지켜봐야 할 거 같아서요
그럼 한 타임 더 지켜보면 되잖아 뭐가 문제야?
그렇게 되면 여기저기서 민원 들어오고 귀찮아지실 텐데…
어이, 진 과장
(봉찬) 그건 내가 알아서 할 일이고
진 과장은 총괄과장으로 총괄 팀만 잘 챙기면 돼
네, 죄송합니다
[웃으며] 됐어, 아, 참
(봉찬) 고생했어요
(직원들) 수고하셨습니다
[동한의 헛기침]
[한숨]
(수진) 과장님께서 회의 진행 부탁하신 거
분명히 전 전해 드렸습니다
그것도 두 번이나
[멀어지는 발걸음]
(동한) 커피 한잔해?
(직원2) 콜
[한숨]
(시우) 괜찮으세요?
(하경) 뭐?
늦은 거, 버벅댄 거 아니면 쪽팔린 거?
감기요
(시우) 아까 재채기 세게 하시던데
(하경) 나 원래 비염이야 환절기라 그래
[밝은 음악]
[휴대전화 진동음]
(남자1)
(남자1)
(하경)
[재채기한다]
[콜록거린다]
[하경이 코를 푼다]
[하경의 헛기침]
[하경이 코를 푼다]
뭐야, 왜 아직 여기 있어?
(시우) 몰랐어?
나 본청으로 정식 발령 받았는데
[못마땅한 숨소리]
왜 하필 여기야?
궁금하면 인사과에 직접 물어보든가
발령은 그쪽 소관이니까
[한숨]
앞으로도 계속 나랑 얼굴 마주치면서 지내겠다고?
어
(시우) 본청에서 일하는 게 내 꿈이었으니까 열심히 다녀야지
그 꿈 이루느라 너 놓친 건데
안 그래?
우리가 헤어진 게 그 이유 때문이었다고만 생각해?
뭐가 더 있는데?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거야?
[피식 웃는다]
어차피 상관없잖아
(시우) 이제 너는 너 나는 난데
[어이없는 숨소리]
(기자) 채 기자!
그럼 일 보세요, 채 기자님
누구야?
아, 총괄과 특보
(유진) 이번에 본청으로 발령받았대서
(기자) 어떻게 아는 사이인데?
(유진) 그냥 오며 가며 취재하다가 서로 얼굴 정도 아는 사람?
(기자) 어, 그렇구나
[기자의 탄성]
[전화벨이 요란하다] [긴장되는 음악]
(기준) 아, 예 아직 경보가 해제된 게 아니라서요
[저마다 통화한다]
아, 그럼요
조업하시는 데 애로 사항 있는 거 압니다만
아직 서해 지역 파곳값이 불안정해서
좀 더 지켜봐야 할 거 같다고…
(김 주무관) 예, 선생님 그, 파고가 높아서요
지금 바다에…
(업무과장) 저희도 마음 같아서는 그냥
속 시원하게 해제해 드리고 싶습니다
근데 이게 저희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잖습니까
예, 예
예, 그럼요, 예
(김 주무관) 게, 게시판이요?
[마우스 조작음]
아, 예, 잠시만요, 네
게시판 난리인데요?
[어두운 음악] (어민) 아, 기상청 엄살에
우리만 요렇게 피똥 싸는 거 아녀!
아, 시방 우덜 잡는 건 바다가 아니라 기상청이여!
아유
[갈매기 울음] 봐 봐! 풍랑 경보는 개뿔
지들이 바다를 알어? [메아리치는 효과음]
(업무과장) 저희가 지시 내려오는 대로
알려 드리겠습니다
- (업무과장) 예, 알겠습니다 - (기준) 아, 예
(기준) 저희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예, 예
[수화기를 탁 내려놓는다]
[기준의 한숨]
(업무과장) 아휴
야, 이거 도저히 안 되겠다
- 저, 한 사무관 - (기준) 예
(업무과장) 당장 총괄 팀 가서
예비 특보라도 받아 와야지 이거 도저히 안 되겠다
예비 특보요?
(업무과장) 하, 저 서해 풍랑 경보 언제 해제할 건지
예비 특보라도 받아 와야지
안 그러면 뭐 하루 종일 전화받다 끝나게 생겼어
예, 알겠습니다, 예
김 주무관 오늘 근무 총괄 몇 팀이야?
오늘 총괄 2팀입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아, 하필, 씨
야, 그럼 너 지금 여기서 나 이렇게 보는 거 안 불편하니?
아, 너는 나 불편하니?
그럼 불편한 사람이 떠나
네가 가라고, 스위스 제네바로 이 개새끼야!
(하경) 뭡니까?
(기준) 서해 중부 해상에 발효한 풍랑 경보요
벌써 이틀째인 거 알죠?
(하경) 그래서요?
언제쯤 경보가 해제될 건지
(기준) 예비 특보로라도 좀 내보낼 수 있으면…
아, 회의 내용 전달 못 받으셨구나
(하경) 풍랑 경보 해제는
너울성 파도의 위험 때문에
현재 상황으론 경보 단계 이하로는 무리입니다
그러니까 예비 특보 형식으로 내보내자는 거 아닙니까
(기준) 오늘 오후나 뭐, 아니면 내일 새벽이라도
언제쯤 파도가 가라앉을…
(하경) 파곳값이 불안정하다고요
괜히 조급한 마음으로 불확실한 정보 내보낼 수 없습니다
가서 기다리세요
[하경이 서류를 바스락거린다]
할 수 있잖아요
[긴장되는 음악]
(하경) 무슨 말입니까?
(기준) 예비 특보
할 수 있는데 일부러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닙니까
괜한 사적 감정으로 지금
[헛웃음]
(하경) 그러니까 내가 지금 한기준 사무관 엿 먹이겠다고
꽃게잡이 어민들의 발목을 붙잡고 있단 말입니까?
아니에요?
이봐요, 한기준 씨!
(시우) 저하고 얘기하시죠
특보 담당은 저니까 저한테 얘기하시라고요
(기준) 지금 대변인실 상황이 어떤지 알아요?
각 지방청이랑 관계 부처에서 걸려 오는 항의 전화로
업무가 거의 마비 상태입니다
아, 이거 뭔 일을 보려야 볼 수가 없어
대변인실에서 그 정도는 당연히 하는 거 아닙니까?
뭐요?
'그 정도'?
지금 풍랑 특보 때문에 총괄 팀 전부 다
(시우) 점심까지 걸러 가면서
데이터만 들여다보고 있는 거 안 보이십니까?
단계별로 예상 시나리오 만드느라 다들 쎄가 빠지게 일하는데
대변인실에서 그 정도 항의 전화는 마크해 주셔야죠
각자 힘들게 할 일 하고 있는 마당에
그쪽만 힘들다고 와서
컴플레인 거는 건 좀 아니잖아요
(기준) 이거 지금 당신이 낄 자리가 아니니까
그, 좀 빠져요
특보 담당은 나라니까요?
(기준) 아, 글쎄!
그쪽 과장이랑 얘기하겠다고, 나는!
(하경) 그만하자, 이시우 씨
(기준) 쯧
(하경) 한기준 씨도 이제 돌아가세요
(기준) 응?
아니…
야, 나 그냥 가라고?
(하경) 풍랑 특보는!
사고로 이어지는 즉시 인사 사고입니다, 몰라요?
누구 하나 엿 먹이겠다고 판단할 그런 문제가 아니라고요!
그러니까 가서 통보문 기다리세요
[헛기침]
- 뭐, 어쨌든 그… - (하경) 가서!
기다리시라고요
[마우스 조작음]
괜찮겠지?
(태경) 응?
하경이 말이야
꼭 나사 하나 빠진 애마냥 저러고 다니니까
[태경의 한숨]
왜 아니겠어
회사 가는 거 자체가 매일매일 지옥이겠지
한기준 그놈하고 한 직장에서 매일 얼굴 마주치는 것도 끔찍한데
(태경) 같이 일하는 회사 사람들 전부 다 그 사실을 알아
그런데도 괜찮은 척 아무렇지 않은 척
계속 일은 해야 돼
엄마 같으면 괜찮겠냐고
왜, 또? 엄마 뭐 하려고?
[통화 연결음]
응, 하경아 너 그 회사 힘들면 당장…
어, 나 지금 바빠
어, 어, 어, 그래
그러게, 엄마
우린 그냥 가만히 있어 주는 게 도와주는 거래도
목소리도 안 좋네, 어디 아픈가?
[다가오는 발걸음]
(시우) 이거요
나 비염이라니까
[하경이 커피를 달그락 젓는다]
보기보다 둔하네요
[숟가락을 달그락 놓는다]
열나거든요?
[부드러운 음악]
(시우) 지금 먼저 하나 먹어요
[약봉지가 바스락거린다]
너 지금 뭐 하는 거야?
사회생활 중인데요 과장님한테 어필하는 중?
걱정 마세요
한 번 잤다고 사귀자고 안 합니다
지금 꼭 먹어요
[긴장되는 음악] [갈매기 울음]
(선장1) 아이, 참
아휴
어, 잠깐만, 이
그려, 응?
아, 시방 바다는 잔잔혀!
배가 아니라 사람이 들어가 씻어도 된다니께
에헤
아, 우덜이 뒷간보다 바다를 더 많이 댕긴 사람들 아니여
아, 먼바다는요?
네, 지금 보시기엔 어떤데요?
아, 네
아, 그리고 구름 모양이랑 바람 방향 좀
자세하게 설명 좀 해 주시겠어요?
아, 네, 네
(시우) 현장 상황 체크해 봤는데요
너울이 해안가로만 치고 안쪽은 잔잔하다고 합니다
현장 상황 누군데?
관측선 탈 때 알게 된 선장님인데
태안 앞바다를 자기 손바닥처럼 훤하게 잘 아는 분이세요
해마다 너울성 파도로 배가 전복되는 사고만 18건
(하경) 사상자는 32명이야
그중 대부분이
바다를 자기 손바닥만큼 잘 아는 분들이셨고
해상풍이 약해지고 있다니까요
(동한) 뭐, 유의 파고 높이가 좀 아슬아슬하긴 한데
특보 말대로 풍속이 점점 약해지는 건
사실이니까
- 사실이지 - (시우) 예, 그래서
경보를 주의보 수준으로만 낮춰도
큰 선박은 출항할 수 있잖아요
(시우) 그럼 위에서 푸시도 덜할 거고
어민들 상황도 조금은 풀릴 거고
큰 배 나가면
(하경) 작은 배들 줄줄이 따라나설 텐데
너 그거 막을 수 있겠어?
그 통제가 안 돼서 해경도 걱정하는 건데
그럼 경보 상황 계속 유지하자고요?
[하경의 한숨]
어떻게 생각하세요?
결정하기 어려우면
그냥 수치대로 가든가
그렇다고 꽃게잡이 철인데
현장 어민들 상황을 무시할 수도 없고
(동한) 아니면
이시우 특보 감을 믿고 한 단계, 주의보로 낮추시든가
혹시 알아요?
또 용왕님께서 파도를 이렇게 가라앉혀 주실지
[흥미진진한 음악]
되게 남의 일처럼 얘기하시네요?
(동한) 어쨌든 결정은 과장 몫이지
내 몫은 아니니까
아, 오케이
[차분한 음악]
[전화기 조작음]
[전화벨이 울린다]
(기준) 네, 대변인실 한기준입니다
(하경) 15시 23분 총괄 예보 팀 결론을 말씀드리겠습니다
과장님, 과장님
(기준) 총괄 팀, 총괄 팀
(업무과장) 해제한대?
예, 말씀하십시오
(하경) 어, 서해안의 강풍과 파고는
주의보 수준으로 완화되었으나
(하경) 현재 그 지역의 유의 파고 편차가
큰 점을 감안해서
21시까지 지켜본 후
(하경) 주의보로 낮추거나 해제 여부 결정하겠습니다
아니, 저기, 진 과장, 잠… 뭐, 뭐, 뭐, 뭐라고요?
[통화 종료음]
(업무과장) 총괄과장, 저…
총괄과장!
[업무과장의 한숨]
[전화벨이 요란하다]
[김 주무관의 한숨]
아이고, 또 불이 나게 생겼구먼
(김 주무관) 예, 대변인실입니다
예, 예, 예 [직원들이 저마다 통화한다]
예, 조금 더 연장될 거 같습니다
네, 네, 네, 죄송합니다, 예 [한숨]
(동한) 자, 그러면 통보문 내보내겠습니다
(하경) 네
(시우) 생각보다 보수적인 예보를 하시네요?
난 수치와 데이터대로 결정했을 뿐인데, 왜?
(시우) 그 수치와 데이터 사이에 존재하는 게 분명히 하나 더 있죠
감이라는 거요
그리고 제 감은 별로 틀린 적이 없고요
[서류를 탁탁 정리한다]
- 이시우 특보 - (시우) 네
예보는 과학이야
내 팀에 계속 있고 싶으면 앞으로는 과학적 근거로만 얘기해
(하경) 네 감 말고
알겠니?
[긴장되는 음악] (수진) 16시 정각 현재부터 오늘 21시까지
서해안 풍랑 경보 유지하는 걸로 통보문 나갑니다
[키보드 조작음]
[마우스 조작음]
[시스템 알림음]
[마우스 조작음]
아휴, 또, 씨
[전화기 조작음]
[통화 연결음]
(선장1) 그래요?
[선장1의 한숨]
알겄습니다
예
아, 예!
쯧, 아이고
이놈의 날씨까지 그냥 '뒈져라, 뒈져라' 하는구먼, 씨
해산들 햐!
오늘 배 못 뜬댜
(선장3) 아, 또?
[저마다 못마땅해한다]
아,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일로 와, 그냥 한잔혀
[마트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태경) 이걸 누가 다 먹으라고
(수자) 너더러 먹으란 소리 안 할 테니까 잔소리 말고
너 저기 저 수산물 코너에 가서
미꾸라지 언제 들어오는지 좀 물어보고 와
왜? 또 추어탕 끓이게?
하경이 비위 약해서 먹지도 않는데 그걸 왜 또?
내가 가?
내가 가, 내가
아휴
아니, 요새 누가 집에서 추어탕을 끓이냐고
어플로 시키면 새벽 배송 다 되는데
하여튼 유별나, 하여튼, 어유
(이 여사) 아니, 이게 누구야?
수자 씨 아니야?
이 여사?
[이 여사의 웃음] (수자) 아이고, 오랜만이네
아니, 그동안 어디 아팠어?
운동하러도 안 나오고 통 안 보이길래
응, 우리 막내가 얼마 전에 해산했잖아
(이 여사) 산후조리 좀 해 주느라
몇 달 미국에 좀 나가 있었지
(수자) 아…
아들이야, 딸이야?
딸
아유, 잘됐다 뭐니 뭐니 해도 딸이 최고야
자기 둘째 딸도 시집갔지?
(이 여사) 내가 청첩장까지 받고 못 가 봐서
얼마나 미안했다고
아, 가만있어 봐
이렇게 만난 김에 축의금 좀 줘야겠다
(수자) 아이고 아니야, 아니야, 됐어
(이 여사) 되긴 뭐가 돼
우리 막내 시집갈 때 한 게 얼마인데
(수자) 아이고, 글쎄, 아니라니까
(이 여사) 아, 예
(수자) 저…
아, 안 갔어, 우리 딸
[흥미로운 음악] (이 여사) 응?
파혼했다고, 그냥
(이 여사) 아니, 왜?
아, 사위가 같은 직장 다니는 공무원이라고
그렇게 자랑하더니
(태경) 자랑을 하셨어요? 한기준 그 자식을?
시끄러워
(이 여사) 왜? 무슨 문제라도 있었어?
아유, 문제는 무슨
(수자) 아, 살다가 안 맞으면 이혼도 하는데, 뭐
그쪽이 너무 아닌 거 같아서
내가 엎었어, 내가
그랬구나
(이 여사) 자기 속도 말이 아니겠다
큰딸도 이혼당했는데 둘째까지 파혼당하고
아유
[가슴을 탁탁 치며] 내가 엎은 거라니까?
(이 여사) 그런 일 겪고도 이렇게 멀쩡해 보여 다행이다
[웃으며] 나라면 그냥 앓아누웠을 텐데
앓아누울 일도 쌨다, 원
그리고 사람이 말을 하면 좀 똑바로 알아들어!
(수자) 내 딸내미들, 얘네들 당한 거 아니고 한 거라니까?
야, 너 똑바로 말해 봐
너 이혼 한 거야, 당한 거야? 응?
그냥 가자, 엄마
- (수자) 아니, 가만있어 봐 - (태경) 안녕히 가세요, 네, 네
(수자) 말을 하면 알아들어야지
말을 콧구멍으로 듣나, 원 [태경이 재촉한다]
미꾸라지 좋은 거 들어왔대
- (수자) 들어왔대? - (태경) 어, 들어왔대
(수자와 태경) - 망할 놈의 여편네 같으니라고 - 가자, 가자, 가자, 가자, 가자
(수진과 직원4) 수고하셨습니다
요 앞에 새로 개업한 해물칼국숫집 있던데?
(명주) 오, 좋다, 좋다
아, 같이 안 가세요?
(동한) 응, 가서 맛있게들 먹어
(석호)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응 - (석호) 가시죠
(명주) 맛있대?
안 가십니까?
어, 가야지
(동한) 아이씨, 뻐근하네
[동한의 헛기침]
아…
(시우)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동한) 응, 내일 봐
(하경) 엄 선임님
(동한) 어
혹시 저한테 하실 말씀 없으세요?
예, 뭐, 특별히
(동한) 왜? 뭐, 나한테 할 말 있어요?
제가 못마땅하실 순 있지만
그래도 일은 일이잖아요
그렇죠
회의에 늦은 건 제 잘못이지만
그 정도 회의는
커버해 주실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어
그럼 지시부터 제대로 내렸어야지
[잔잔한 음악]
그래, 뭐 자기보다 한참 선배인 사람을
부하 직원으로 턱 받치고 앉아 있는 게
불편할 수 있죠
(동한) 부담스러울 수도 있고
근데 일할 때는 진 과장이 내 상관이고
나는 진 과장의 지시를 따르는 사람이고
그럼 눈치 보지 말고 제대로 지시를 내려야지
그 자리가 뭐, 그런 자리입니다
결정이 늦어지면
아까처럼 불만의 소리가 늘어날 거고
판단이 애매해지면
자기들이 맞다고 우기는 놈들 목소리만 커질 거고
제대로 지시 내리지 않으면
아무도 따르지 않을 거고
무슨 말인지 알죠?
네, 압니다
알아도, 뭐 당분간은 헤맬 수 있지만
앞으로
늦는 일은 없을 겁니다
(하경) 대신 만에 하나 부득이한 사정으로
오늘 같은 일이 또 발생한다면
그땐 엄 선임님이 제 자리 대신해 주세요
지시 사항입니다
[웃음]
(동한) 예, 내일 봅시다, 그러면
(하경) 들어가세요
[한숨]
[풀벌레 울음]
[휴대전화 진동음]
어
(태경) 진하경 너 오늘 늦게 들어와
왜?
(태경) 배 여사님 지금 소주 원샷 때리시는 중
(수자) 아유
♪ 그토록 사랑하던 그 사람 ♪
- (수자) ♪ 잃어버리고 ♪ - 그래, 알겠어
[피식 웃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한숨]
(남자1)
(하경)
(남자1)
[발랄한 음악]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안전띠를 탁 채운다]
[자동차 시동음]
[기어 조작음]
[오줌 누는 소리]
[동한이 놀란다] (보미) 아, 뭐야
[보미의 짜증 섞인 숨소리]
(동한) 아이씨
[한숨]
여기가 당신 혼자 사는 집이야?
(동한) 응?
(향래) 왜 화장실 문을 안 잠가?
습관이 안 돼서 그래
[한숨 쉬며] 아, 진짜…
[향래의 한숨]
남의 집 왔어?
어?
왜 그러고 섰어?
[노크 소리가 들린다]
과일 좀 먹고 해
(보미) 응
아까 많이 놀랐어?
(향래) [웃으며] 네 아빠도 진짜 주책이지?
들어갔어?
너도 아빠한테 너무 그러지 마
(향래) 우리랑 너무 오래 떨어져 지내서
뭘 몰라서 그런 거잖아
네가 조금만 살갑게…
나도 그래
(향래) 어?
나도 몰라서 그렇다고
내가 언제 아빠랑 살아 봤어야지
[차분한 음악]
[동한의 한숨]
[문이 탁 닫힌다]
[기준의 피곤한 숨소리]
하, 진짜, 씨
[무거운 음악]
[한숨]
[한숨]
[한숨]
(기자) 근데 말이야
한기준 사무관이랑 결혼하려고 했던 그 여자 있잖아
(유진) 응
(기자) 어제 대변인실 앞에서 대판 했다더라?
사람들 다 보는 데서 한기준 사무관 뺨까지 때렸대
뺨?
(기자) 아파트 절대 못 내놓겠다고
아유, 쯧
[어이없는 숨소리]
[한숨]
[도어 록 작동음]
[부스럭거리는 소리] [도어 록 작동음]
[기준의 한숨]
[한숨]
(유진) 오빠 벌써 왔어?
집 엉망이었지? 미안
나도 출근하느라 바빠 가지고…
[웃으며] 우리 오빠 힘들었겠다
(기준) 유진아
아,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네가 먹은 그릇은 좀 치우라고 했잖아
나도 바빠서 정신이 없었다니까
주방에 날파리 꼬인다고 몇 번 말하냐?
(유진) 그건 오빠가 바나나 껍질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서 그런 거였지
나 딱 한 번 그런 거거든?
한 번 아니거든?
아…
[한숨]
됐다, 말자
알았어
청소 오빠가 했으니까 이거 내가 갖다 버리면 되는 거지?
[유진이 봉투를 부스럭거린다] [숨을 후 내뱉는다]
(유진) 아…
아이, 어떡해
(기준) 아, 넌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냐!
그러는 오빠는? 제대로 하는 게 뭔데?
내가 뭐? 못한 건 또 뭔데?
[한숨]
[한숨]
그 여자랑 살려던 그 아파트 해결했어?
아니잖아, 못 했잖아
너 그거 어떻게 알았어?
나 빼고 기상청 사람들 다 알더라
[유진의 한숨]
(유진) 이 집 단기 임대라 월세 엄청 센 거 알지?
오빠한테 목돈 들어오는 대로 이사 갈 생각에 들어온 건데
왜 아무 말이 없어?
뭘 알아야 계획이라도 세우지
너 그건 생각하지 마
왜?
그 여자가 끝까지 못 내놓겠대?
(유진) 하, 대체 그 여잔 뭐가 그렇게 뻔뻔한 건데?
절반은 오빠 거라며
근데 왜 오빤 찍소리도 못 하는데!
[차분한 음악]
2천만 원 청약 통장에 네가 딱 5백 넣었더라
(하경) 나머지는 다 내가 냈고
거기에 계약금, 중도금 대출금까지
다 내 통장에서 나간 거 알고 있지?
그럼, 그, 그, 그게 어떻게 되는…
반반?
좋아하고 있네 뻔뻔한 것도 정도가 있지
[한숨 쉬며] 아무튼
뭐, 회사에서 더 이상 큰소리 나 봐야
너도 나도 좋을 거 없고
그냥 그렇게 정리하기로 했으니까 너 그런 줄 알아
[한숨]
[한숨]
(시우) 유진아
아, 넌 이런 거 하지 말라니까
(유진) 아, 나가면서 버리면 된다니까?
그냥 가
(시우) 너한테 더러운 거 들게 하기 싫어서 그래
치, 하여튼
[웃음]
[유진의 한숨]
[한숨]
[한숨]
(하경) 내가 이 자리를 참 좋아했었는데…
[초인종이 울린다]
[발랄한 음악]
이시우 씨가 여기 왜 있어?
(시우) 여기 맞는데?
네가 혹시 'issue'?
과장님이 'jjin'…
[문이 탁 닫힌다]
[도어 록 작동음]
[하경의 한숨]
그만 좀 보지?
(시우) 아, 예
이건가요?
(하경) 그냥 가
너한테 안 팔래, 왜인지는 알지?
네
- 이거는 버리는 건가요? - (하경) 아, 그냥 가라고
(시우) 네
근데요, 과장님
왜, 또, 왜?
온라인으로 중고 직거래 처음 해 보죠?
어
(시우) 아니 이 공기청정기 말인데요
테스트용으로 한 번밖에 사용 안 해 봤다면서요
그러면 뭐, 새거나 다름없고
업계에서 1등 하는 제품이라
못해도 40만 원은 넘게 받을 수 있을 텐데
꼴랑 30만 원에 콜 하는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그리고 이 스피커는 한정판이라 해외에서도 구하기 힘들다고요
- (하경) 그래? - (시우) 예
그, 마니아들한테 팔면
(시우) 프리미엄을 얹어 받을 수 있는 건데
이런 고급 스피커를 풀박 상태로 반값에 내놓는 건
판매가 아니라 기부죠, 기부
풀박이 뭐야?
(시우) 풀 박스 처음 상태 그대로 있는 거요
아, 그리고요
[밝은 음악] 여기 그, 물건들 파실 때 올린 인증 사진 말인데요
중고 거래는 은근 사기가 많아서
예, 이런 식으로 메모지에 닉네임이랑 날짜를
제품이랑 같이 찍어야 신뢰가 가서 덤비죠
- (하경) 음 - (시우) 이렇게
(시우) 이런 식으로요
예, 여기 찍어 둔 사진 올리고
닉네임, 예 [하경이 호응한다]
날짜, 네고 불가능
이건 이제 가격이 특가라는 말이죠
(하경) 음
- 그리고 풀박 - (하경) 으음
해외 한정판
(시우) 그리고 택포
(하경) 택…
[심장 박동 효과음]
(시우) 한 번 잤다고 사귀자고 안 합니다
왜?
예?
어?
뭐? 왜?
지금 저한테 왜냐고 물어보셨는데요?
아니, 아, 아무 말도 안 했는데?
[익살스러운 음악]
(시우) 아, 제가 뭐 잘못했습니까?
(하경) 아니
왜, 내가 뭐라고 했어?
근데 왜 그렇게 긴장하세요?
나 긴장 안 했는데, 하나도?
왜?
[휴대전화 진동음]
(시우) 왔다!
(하경) 왔어?
- (시우) 네! - (하경) 아
바로 산대요!
아, 잘됐다
[풀벌레 울음]
(남자2) 감사합니다, 잘 쓸게요
(하경) 감사합니다
[차 문이 달칵 열린다]
어쨌든 오늘 고맙다
고마우면 밥이라도 사든가요
무슨 뜻이야?
그냥 배고파서요
별 뜻이 있어야 돼요?
아니, 없지
(하경) 뭐 먹을래? 이시우 특보
그냥 아무거나?
가자
(수자) ♪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
♪ 휘날리더라 ♪
♪ 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 [잔잔한 음악]
(수자) ♪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 ♪
♪ 꽃이 피면… ♪
(하경) 환절기는 애매하다
춥다고 하기에도 덥다고 하기에도 어려운 계절
하지만 봄이 가고 결국 뜨거운 여름이 오는 것처럼
애매한 이 시기가 지나고 나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또 다른 계절의 꽃이 피어난다
(종업원2) 주문하신 A 세트입니다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시우의 시원한 숨소리]
아까 그 집 팔려고요?
(하경) 응
(시우) 아깝다
(하경) 아깝지
(시우) 나 같으면 그냥 살겠다
네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그 집이…
모르진 않죠, 나도
아…
그렇지
어쨌든 그 집엔 쌓인 추억이 너무 많아
그럴 땐 처분만이 답이지
추억이 많다고 어떻게 다 처분해요?
(시우) 그럼 마음은요?
사람이 들어왔다 나갔다고
마음까지 처분할 수 있나?
그래도 생각나는 건 다 없애야지
그래 봤자 후회되는 건 마찬가지던데
그런다고 돌이킬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시우) 이제 그 사람한테 나는 아무 의미 없는 사람일 텐데
나만 너무 손해 보는 게 아닐까
솔직히 아깝기도 하고요
과장님은 안 그랬으면 좋겠는데
걱정이야?
뭐, 경험자로서 충고?
가뿐히 사양할게
약은 먹었어요?
닭이나 먹어
[심장 박동 효과음] [부드러운 음악]
뭐 하는 거야?
(시우) 음
먹었구나
열은 내렸네요
(하경) 역시 환절기는 애매하다
[출입문 종이 딸랑거린다]
(명주) 아, 좋다 [수진의 탄성]
(종업원2) 어서 오세요 [흥미로운 음악]
[하경의 놀란 숨소리] - (종업원2) 몇 분이세요? - (수진) 세 명이요
(종업원2) 아, 세 분이요? 잠시만요
왜 그래요?
(석호) 저기 자리 빈 거 같은데
(종업원2) 저기 저희가 정리 다 마치고 안내해 드릴게요
- 근데 왜 숨어요? - (하경) 쉿
[작은 목소리로] 근데 왜 숨어요?
(하경) 들키면 안 되니까
왜요?
너랑 나 지금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어?
[놀라며] 이쪽으로 온다
[피식 웃는다]
야, 야, 너 어디 가? 어머
미쳤나 봐
(종업원2) 잠시만요
(시우) 어? [직원들이 놀란다]
여긴 어쩐 일이세요?
(수진) 신 주임님이 이 집이 치킨 맛집이래서요
시우 특보는요?
저도요
아는 분이 이 집 치킨 맛있대서 같이 한잔하러 왔다가요
아는 사람 누구요?
(시우) 어!
[휙휙 하는 효과음]
[휙휙 하는 효과음]
(시우) 아, 잘못 봤네 아는 분인 줄 알았는데
[명주의 웃음]
(명주) 아유, 싱겁긴
[직원들의 웃음]
(석호) 뭐 어떻게 자리 끝났으면 같이 한잔할까?
아니요 저는 급한 일이 생겨 가지고요
- (시우) 드시고 가세요 - (명주) 아
갈게요
- (수진) 가세요 - (명주) [웃으며] 예, 가요
(종업원2) 이쪽으로 오세요
(명주) 아, 네
[퉁퉁]
(하경) 어떻게 됐어?
눈치 못 챘지? 안 들켰지?
들켰어?
뭐예요, 이거?
뭐냐니?
우리요
들킬까 봐 숨어야 되는 사이였어요?
아, 우리 둘이 이런 데서 치맥 마시고 있으면
(하경) 불필요한 오해 할까 봐 그러지
둘 사이에 뭐 있는 거 아니냐고
소문나고 부풀려지고 이러면 안 되잖아
너 좀 가깝다?
과장님 나 좋아해요?
[잔잔한 음악]
아니, 왜?
그런 거 같아서요
아닌데
[어색한 웃음]
그, 그렇게 보였니?
(시우) 근데요
나는 썸은 안 탑니다
야, 누가 너한테 썸 타재?
그럼 사귈래요?
뭐야, 한 번 잤다고 사귀자고 안 한다며
나만 좋아한다고
사귀자고 할 순 없으니까
[부드러운 음악]
좋으면 사귀는 거고
(시우) 아니면 마는 거예요
어느 쪽이에요?
어느 쪽이에요?
우리
[사이렌이 울린다] (하경) 최근 발생한 추돌 사고는
안개로 인해 운전자의 가시거리가 좁아졌기 때문입니다
(유진) 우리나라는 왜 안개 특보를 안 하는 거죠?
(하경) 기자가 이렇게 사실을 왜곡해서 써도 되는 겁니까?
(기준) 덤비려면 뭘 좀 알고 덤비든가
진하경 쟤
여기서 날고 기는 애들 다 제치고 예보국 최연소 과장 먹은 애야
(하경과 시우) - 아, 그럼 나머지 지역은… - 상세 정보는요?
(수진) 아무래도 기상청 직원 같아요
딱 봐도 사내 연애지
(하경) 고생했어요 가서 일 보세요
(명주) 뭐야, 지금? 시우 특보 갈구는 분위기야?
(하경) 어, 뭐야, 이거 어떻게 꺼?
어, 이시우 특보
우리나라처럼 안개가 빈번한 모든 사례들 뽑아서
내 책상 위에 올려놔
뭐가 이렇게 많아?
아, 삽질 아니죠?
(하경) 아 이 죽일 놈의 사내 연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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