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S1.6
(계비) 아버님이 말씀하신 대로
모든 관문을 봉쇄했습니다
하나
이대로 정말 경상 땅을 버리실 작정이십니까?
기름진 전라도와 비할 바는 아니나
경상 땅의 백성들이 갖다 바치는 그 많은 세곡까지
진정 포기하자는 말씀입니까?
너에게 권력이라는 것이
기껏 눈앞의 돈 몇 푼이었느냐
이 연못 안에
시신이 몇 구가 있을 것 같으냐
(학주) 이 안에 시신이 몇 구가 있건 몇십 구가 있건
그 누구도 내게 아무 말도 못 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권력이다
그 권력으로 아버님을 잘 지켜 드리겠습니다
네 손에 그 권력을 쥐여 준 사람은 나다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는 사람도 나지
(학주) 내 명이 있을 때까지
절대 관문을 열지 말거라
세자는요?
세자가 아직도 버젓이 경상 땅에 살아 있습니다
그런 세자를 두고만 보실 작정이십니까?
세자는
반드시 죽일 것이다
내 손으로 직접
그 숨통을 끊어 놓을 것이다
[사람들의 기합]
(상주 목사) 대감! [문이 덜컥 열린다]
세자를 내놓으시지요
조학주가 문경 새재를 걸어 잠갔습니다
(상주 목사) 그 문을 다시 열려면 세자가 필요해요
세자는 어디 있습니까?
[다가오는 발걸음]
대감마님, 도착했습니다
예, 그리하지요
저하를 내어 드리겠습니다
(무영) 저하
누구도 믿을 수 없사옵니다
빨리 여기를 뜨셔야 합니다
저하
(도진) 세자 이창은 밖으로 나오시오!
[긴장되는 음악]
(도진) 먼 곳까지 오셨습니다
이제 그만 한양으로 가시지요
(상주 목사) 내금위가 아니오?
(도진) 죄인을 맡아 주어 감사합니다
이제 왕명에 따라
세자를 압송하겠습니다
대역죄인을 포박하라!
(내금위 군사들) 예!
(무영) 어디를 감히!
(안현) 누가!
누가 대역죄인인가
나라를 위하고
왕실을 위해야 할 내금위의 신분으로
사사로운 탐욕을 좇아 조학주의 개가 되었다
이 나라의 국본인 세자를 탄압하여
종묘사직을 뿌리째 뒤흔든 죄
죽어 마땅하다
거행하라!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도진) 뭐 하는 짓이오!
[내금위 군사들의 신음]
[내금위 군사1의 기합]
[내금위 군사1의 신음]
(안현) 이곳 상주는 제 고향이며 제 거처입니다
오늘 밤만이라도 편히 쉬십시오
[창이 답답한 숨을 내뱉는다]
지금은 한가롭게 쉴 때가 아닙니다
쉬면서
몸부터 추스르십시오
그래야
내금위장과 겨루실 게 아닙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두운 음악]
(안현) 어제
내금위장이 전서구를 통해 보낸
밀지입니다
저하가 이쪽으로 향하실 테니
내금위장이 도착할 때까지 감금해 달라 했습니다
제가 이곳으로 향하는 걸
내금위장이 알 리가 없습니다
[안현의 한숨]
저하의 일행 중에
조학주 사람 있습니다
(안현) 그러니
저와 나눈 대화를 그 누구에게도 내색하시면 안 됩니다
[떨리는 숨소리]
[도진의 괴로워하는 신음]
[힘겨운 목소리로] 너희들 그 누구도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도진) 너희들뿐만이 아니라 너희들 가족 모두
경상 땅에 갇혀 역병에 걸려
목이 잘려 죽을 것이야
[도진의 신음]
(상주 목사) 이게 무슨 짓입니까
어명을 받고 내려온 내금위를 몰살시키다니요!
조학주 대감이 가만있을 것 같습니까!
역모에 가담했다며 상주를 피바다로 만들 것입니다!
(창) 조학주는 이미 상주를 포기했소
상주뿐만 아니라 경상 좌도와 우도
이 땅과 이곳의 사람들을 모두 버린 겁니다
(상주 목사) 무슨 소리요?
저 수많은 중앙군이
나 하나 막자고 문경 새재를 막은 것 같습니까!
(군졸1) 목사 나리, 큰일 났습니다
[어두운 음악] [사람들이 소리친다]
(상주 군관) 양산, 경주, 대구, 합천, 창녕
남쪽 땅 여기저기서 역병을 피해 올라온 피난민들입니다
(상주 목사) 그곳들이 모두 역병에 당했단 말이냐
(창) 창녕까지 당했다면 길어야 이틀
빠르면 오늘 밤 안에
역병 환자들이 이곳으로 올라올 겁니다
[창의 한숨]
어서 성문을 열고 저들을 들여야만 합니다
경상 땅이 모두 당했다면
(상주 목사) 피난민들은 점점 더 들이닥칠 텐데
[사람들이 울부짖는다] 그 많은 자들을 어디서 재울 것이며 무엇을 먹일 것입니까
식량이 떨어지면 약탈이 시작될 거고
읍성 안은 난리가 날 겁니다
그럼 저들이 죽어 가는 걸 그저 두고 보겠다는 겁니까?
[소란스럽다]
[사람들이 울부짖는다]
(안현) 지금 성문을 열지 않으면
읍성 밖 상주 군민들도 위험해질 겁니다
성문을 여시지요
성문은 열 수 없습니다
읍성 안 사람들만이라도 살아야 해요
조학주도 문경 새재를 걸어 잠그며 똑같이 말했겠지
우리만이라도 살아야 한다고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할 뿐이오
누가 큰 백성이고 누가 작은 백성인가!
성문을 걸어 잠그면 밖에 있는 자들은 역병에 걸려 죽고
안에 있는 자들은 갇혀서 결국 굶어 죽을 것이다
상주를 책임지는 목사는 나요!
아니
당신은 더 이상 여기를 책임질 자격이 없어
뭐요?
무능한 관리 하나 때문에 모두를 죽게 만들 순 없다
이제부터 상주와 군민들은 내가 지킬 것이다
당신이 무슨 자격으로?
난 이 나라의 세자다
지금부터 상주 목사의 자격을 박탈한다!
세자 저하의 명이시다
상주 목사를 모시거라
대감, 이런 법은 없소
후회하게 될 것이오
비켜라!
[창이 칼을 탁 집어넣는다]
너희들은 어찌할 것이냐
(상주 아전) 성문을 연다 해도
피난민들과 성 밖의 군민들을 대피시키기에
읍성은 너무 협소합니다
그 말이 맞다
읍성은 모두를 대피시킬 수는 없다
모두를 구하려면
상주목 전체를 지켜야만 한다
이제 곧 역병 환자들이 밀어닥칠 텐데
어찌 상주목을 지켜야 합니까
역병 환자들은 낮에는 시신이 되었다가 밤에만 움직이며
물과 불을 두려워한다
이 점을 이용하면 그들을 막을 수 있다
상주목의 남쪽은 물길로 둘러싸여 있다
병성천과 운포늪
저 두 군데만 막아 낸다면
우리 모두
살 수 있다
[사람들이 계속 울부짖는다]
[사람들의 환호]
[비장한 음악]
[양반들의 헛기침]
(양반1) 아,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아, 양반한테 무기라니요!
[양반들이 호응한다] (양반2) 그러게 말입니다
(군졸2) 세자 저하의 엄명이 계셨습니다
[양반들이 구시렁거린다] [양반들의 언짢은 신음]
(양반3) 어허, 책을 들어야 할 손에 이런 걸 들다니
[양반3이 혀를 찬다]
[양반4의 한숨]
[사람들이 분주하다]
"경상도 지도"
[함께 힘을 준다]
(무영) 됐어, 됐어, 좀만, 됐어, 세워
[저마다 힘겨운 신음을 뱉는다] (남자1) 어허, 아이고, 힘들다
(무영) 자, 가시죠
(가노1) 살펴보고 오겠습니다
[말 울음]
[가노1의 기합]
(상궁) 오늘 중으로 아이가 나올 듯합니다
- (계비) 사내아이냐 - (상궁) 그건 아직...
(계비) 앞으로 사내아이일 때만 내게 알려라
(상궁) 예, 마마
[임산부1의 신음]
[임산부1의 괴로워하는 비명]
[힘주는 신음]
[울먹인다]
[임산부1의 힘주는 비명]
[흐느끼며] 엄마!
[임산부1의 울음이 들린다] [임산부들이 술렁인다]
[아기의 울음]
(무영 처) 태어났나 봐요
(임산부2) 아, 다행이에요 어젯밤부터 그렇게 힘들어하더니
(임산부3) 아유, 그러게! 아유, 죽다 살았네, 죽다 살았어
[아기의 울음이 뚝 멈춘다]
(산파) 날이 차네, 방으로 돌아가게
저, 아기가 울질 않던데 무슨 일 생긴 건가요?
산모도 아기도 무사하네
젖을 물리고 한숨 쉬는 중이니 그만들 돌아가게
아, 그런데 아들입니까, 딸입니까?
계집일세
[임산부2의 멋쩍은 신음] (임산부3) 아이, 왜 하필 계집이야
(임산부2) 아유, 계집이면 어때 건강하기만 하면 되지, 뭐
[무수리1의 놀란 신음]
(무수리1) [울먹이며] 아이씨, 어떡해
(무수리2) 하여간에!
[무수리1의 다급한 숨소리]
(무수리1) 아, 그래도 다행이다
중전마마 노의에는 탈이 없어서
(무수리2) 다행이고말고
얼룩 하나라도 졌으면 그 옷은 바로 잿더미가 됐을걸?
(무수리1) 그게 무슨 말이야?
(무수리2) 일전에 내가 봤는데
씁, 글쎄 중전마마는 이 귀한 비단옷을 태워 버리시더라
- 진짜? - (무수리2) 응, 진짜야
(무수리2) 상궁 마마께서 직접 태우셨어
얼핏 보니까 피가 좀 묻었을 뿐인데
진짜 아깝더라
(무수리1) 세상에
나는 이런 비단옷 걸쳐 보기만 해도 소원이 없을 텐데
(무수리2) 치, 우리 같은 천것이 뭘 바라겠어
아휴, 그만 가자
(무수리1) 어
[무수리들의 놀란 숨소리]
- (무수리1) 중전마마를 뵈옵니다! - (무수리2) 중전마마를 뵈옵니다!
(상궁) 청소가 끝났으면 나가 보거라
- (무수리1) 예 - (무수리2) 예
(무수리2) 한데 마마님
참말로 제가 중전마마의 시중을 드나요?
어째서 항아님들이 안 하시고 저 같은 천것이...
말을 삼가고 중전마마의 시중에만 집중해라
[어두운 음악]
(계비) 왜 이리 손이 더딘 것이냐
(무수리2) 송구합니다
[무수리2의 놀란 신음]
(상궁) 무엄하다
[긴장되는 음악] [무수리2의 떨리는 숨소리]
(계비) 어떠하냐?
내 아기가 아주 건강해 보이지 않느냐?
(무수리2) 살려 주십시오!
[거친 숨소리]
(범팔) 어
- (남자2) 나리, 제가 들겠습니다 - 어? 아니야, 가, 가, 가, 가
[약초를 물에 씻는다]
[범팔의 힘겨운 숨소리]
(범팔) 어떠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으냐
[범팔의 웃음]
[범팔의 멋쩍은 신음] [범팔이 호미를 뎅그렁 떨어뜨린다]
[범팔의 힘주는 신음]
[서비의 당황한 신음]
(서비) 참으로 용하십니다
[범팔의 웃음]
어찌 이리 잡초들만 골라 뽑으셨습니까
(범팔) 어?
아니, 그, 잘 확인해 보거라
분명히 네가 말한 대로 뽑아 왔다
[한숨 쉬며] 힘드셨을 텐데 쉬고 계십시오
[범팔의 당황한 신음]
(서비) 제가 직접 다녀오겠습니다
(범팔) [말을 더듬으며] 아, 그, 쉬다니, 그...
아, 사내자식이 어찌 쉰단 말이냐
서, 서비야!
(범팔) 아휴, 그 정도면 충분한 것 아니냐?
(서비) 아직 찾아야 할 약초가 더 있습니다 [범팔의 거친 신음]
(범팔) 그, 뭘 더 찾는다는 것이냐
- 무학초요 - (범팔) 어?
저하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그 약초가 필요합니다
(범팔) 저하께 드릴 약초란 말이지?
[범팔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목소리로] 서비야
[범팔의 힘겨운 신음]
서비야
나도 다쳤는데
(서비) 나리께서는 도망치다 다치신 거고요
[범팔의 힘겨운 신음]
(범팔) 아니, 그...
그, 그 길은 가면 아니 된다
그, 관아에서 그 길은 위험하여
그, 출입을 엄히 금했다 하였다
(서비) 호랑이가 나오는 길도 아닌데
무엇이 위험하다는 것입니까?
(범팔) 난들 알겠느냐, 언골인지 나발인지
뭐, 귀신이라도 튀어나오는 모양이지
아, 이제 그만 돌아가자
방금 뭐라 하셨습니까?
뭐, 뭘 말이냐?
언골이라 하셨습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그래
(범팔) 저 위에 있는 계곡 이름이 언골이라 하였다
[범팔의 거친 신음]
아니, 아니...
저 여인은 뭐 저리도 겁이 없는지
하긴
그게 네 매력이긴 하다
서비야
[범팔의 힘주는 신음]
[범팔의 당황한 신음]
아니, 서, 서, 서비야
[바람이 솨 분다]
[서비의 거친 숨소리]
[범팔의 힘겨운 신음]
[방울이 딸랑거린다] [서비의 거친 숨소리]
[범팔의 힘겨운 숨소리]
(범팔) 으스스한 것이 이곳은 벌써 한겨울이구나
사시사철 안개가 끼는 곳
[범팔의 의아한 신음]
[방울이 딸랑거린다]
(범팔) 아, 저, 서, 서비야
아니, 그, 어?
서, 서, 서비야
서, 서비야
[범팔의 난처한 신음]
[방울이 딸랑거린다] 아유
[범팔의 차가워하는 신음]
(범팔) 아유, 차가워, 어, 아이, 차가워
[서비의 다급한 숨소리]
[서비의 놀란 숨소리]
생사초...
[거친 숨소리] (범팔) 어?
뭐, 뭐라 하였느냐
(서비) 이 풀입니다
(범팔) 응?
(서비) 이 풀이 죽은 사람을 살렸어요
이 풀이 죽은 사람을 살렸어요
[긴장되는 음악] [서비가 생사초를 탁탁 캔다]
(범팔) 저것은 무엇이냐?
[방울이 딸랑거린다] [긴장되는 효과음]
[쿵 소리가 들린다] [놀란 신음]
[총성]
[군졸들의 탄성]
(영신) 조준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총구와 총열
그리고 방아쇠를 당기는 팔이 최대한 일자가 되게 만드는 겁니다
총을 잘 다루는구나
(덕성) 착호군 출신이라고 합니다
말씀드린 수망촌의 아이입니다
(영신) 격발!
[총성]
아는 자입니까?
아닙니다
모르는 자입니다
(영신) 격발!
[총성]
(무영) 모두들 잘 들으시오!
이제 곧 해가 질 것이오!
다시 한번 더 방적을 확인하고!
절대로 자기 자리에서 이탈하지 마시오!
알겠소?
[어두운 음악] (함께) 네!
"기름"
[군졸들의 힘주는 신음]
(군졸3) 자, 자, 자, 서둘러
(상주 군관) 배를 띄워라!
(가노2) 둘, 하나, 둘!
자, 하나, 둘!
[무거운 음악]
정찰대가 아직 복귀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말발굽 소리가 들린다]
(내금위 군사2) 도착했습니다
(훈련대장) 어서 오십시오, 영상 대감
어찌 되었는가
상주는 아직 무사합니다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말 울음]
[말 울음]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계속된다]
(무영) 저하
조금만 더 버티면 곧 해가 뜰 것입니다
[창의 한숨]
(무영) 저하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의 놀란 신음]
[말 울음]
정찰 나갔던 가노의 말입니다
(상주 군관) 길을 열어라!
피가 아직 마르지 않았습니다
이제 곧 들이닥칠 겁니다
불이 올랐다, 북을 울려라!
[북소리가 둥둥 울린다]
(무영) 제발 좀 떠라
(훈련대장) 날이 많이 춥습니다
안으로 드시지요
[산새 울음]
[사람들이 기뻐한다] - (남자3) 해다 - (남자4) 살았어, 살았어
[창의 한숨]
(안현) 오늘 밤도 대비해야 하니
휴식을 취하라 하겠습니다
[사람들이 환호한다] (가노3) 다들 들어오시오!
- (남자5) 살았다! - (가노3) 오늘은 그만 철수합시다!
[사람들이 저마다 말한다]
(함께) 하나, 둘, 하나, 둘
(가노2) 자, 이제 해도 떴고 우리 잠깐이라도 눈 좀 붙입시다, 예?
맛있는 밥 먹으러 갑시다!
(군졸4) 갑시다
[어두운 음악]
끝났다 생각하느냐
(상주 군관) 서둘러 정리하고 밤을 대비하시오!
(사람들) 예!
[까마귀 울음]
[새 떼 울음]
[긴장되는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범팔의 떨리는 신음]
(범팔) 저들이 어찌 낮에...
햇빛이 아니었어
온도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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