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S2.1
"상주"
이것이 죽은 이를 되살린다는
그 풀인가?
예, 그러하옵니다
이 풀의 진액을 침에 묻혀
(이 의원) 죽은 자의 인당혈에 꽂으면
산 사람의 피와 살을 탐하는 괴물로 되살아나는데
단, 천곡이 상하거나
죽은 뒤 시간이 지나 부패가 시작된 자는
되살릴 수 없습니다
[어두운 음악]
(군졸1) 사방이 왜적들이야 경상 땅에 상주만 남았어
(군졸2) 그놈들이 운포늪 바로 앞까지 왔다고 하던디
(군졸1) 운포늪까지 뚫리면은 상주는 끝이야
(군졸3) [떨리는 목소리로] 그럼 우리 다 죽는 거예요?
(군졸2) 씁, 씨 [군졸1이 혀를 쯧 찬다]
[군졸2가 코를 훌쩍인다]
[군졸1의 놀란 신음]
[군졸1의 긴장한 신음]
[까마귀 울음]
[호패들이 달그락거린다]
[조용한 발걸음]
[까마귀 울음]
[까마귀 울음]
[주제곡]
[긴장되는 음악]
[초조한 숨소리]
[괴물들의 신음이 들린다]
[괴물들의 신음이 들린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괴물들의 괴성]
아니, 저들이 어떻게 낮에...
[긴박한 음악]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모두 무기를 들고 전열을 갖추거라
[나팔이 울린다]
불이 붙지 않습니다!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괴물들의 괴성]
[괴물1의 비명]
[괴물들의 신음]
[거친 숨소리]
[괴물들의 괴성]
[괴물들의 괴성]
[가노1의 비명]
[가노2의 비명]
[그르렁거린다]
(안현) 불을 붙여라!
(영신) 서둘러요, 어서!
[총성] [괴물들의 신음]
(가노3) 빨리 배를 띄워라, 빨리!
(가노4) 서둘러!
(가노3) 어서! 어서 밀어!
[화살이 휙휙 날아온다] [괴물들의 신음]
[사람들의 힘주는 신음]
더 밀어! [사람들의 힘주는 신음]
[괴물들의 괴성]
[가노5의 놀란 신음]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가노6의 비명]
[영신의 힘주는 신음]
[괴물2의 비명]
(영신) 밀어요, 밀어요!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괴물3의 비명]
[덕성의 힘주는 신음]
[덕성의 기합] [괴물4의 괴성]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덕성) 막아라!
막아라!
[괴물들의 괴성]
[화살이 휙휙 날아온다]
[무거운 음악]
[괴물들의 괴성]
[그르렁거린다]
[가노들의 다급한 숨소리]
[괴물들의 괴성] [나무창이 푹 박힌다]
[괴물들의 괴성]
[긴박한 음악]
[파발꾼1의 기합]
(파발꾼1) 역병 환자들이 들이닥쳤습니다
(파발꾼2) 나리!
병성천에도 괴물이 몰려왔습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괴물들의 괴성]
[거친 숨소리]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창의 힘주는 신음]
(무영) 이제 곧 넘치겠습니다, 저하!
오연자총을 준비해라!
[괴물들의 괴성]
[총성이 연신 울린다]
[괴물들의 비명]
[그르렁거린다]
[창의 힘주는 신음] [괴물5의 신음]
[긴장되는 음악] [거친 숨소리]
[괴물들의 괴성] [총성이 연신 울린다]
(군관) 화살을 갖고 와라, 빨리, 빨리!
(가노7) 화살!
[화살이 휙휙 날아간다]
[괴물들의 괴성]
[괴물들의 괴성]
[총성이 연신 울린다]
[사람들의 놀란 신음]
[괴물들의 괴성]
[총성이 연신 울린다]
[괴물들의 괴성]
[창의 힘주는 신음]
[창의 힘주는 신음] (창) 물러서지 마라!
[남자1의 힘주는 신음] (창) 이곳이 뚫리면 모두 죽는다!
(가노들) 예!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괴물6의 괴성] [가노8의 기합]
[괴물들의 괴성]
[남자2의 힘주는 신음]
[괴물7의 괴성]
[남자2의 비명]
[남자2의 기겁하는 숨소리]
[남자2의 겁에 질린 신음]
[남자2의 힘주는 신음] [칼로 푹 찌른다]
[칼을 쓱 뽑는다] [겁먹은 신음]
[무영의 기합] [남자2가 털썩 쓰러진다]
[무영의 힘주는 신음] [괴물들의 괴성]
[무영의 힘주는 신음]
[칼로 푹 찌른다] [무영의 기합]
[무영의 힘주는 신음] [놀란 숨소리]
[가노9의 힘주는 신음]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저하!
(무영) 더 이상은 위험합니다, 저하!
[화살이 휙 날아간다] (안현) 퇴각하셔야 합니다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나팔이 울린다]
(군졸4) 퇴각 신호입니다!
줄사다리를 준비해라!
[긴박한 음악] [괴물들의 포효]
[목책이 우지끈 부러진다]
[땅이 쿵쿵 울린다]
[남자3의 당황한 신음]
(남자3) 어, 어떡해... [가노10의 놀란 신음]
[남자3의 당황한 신음]
[사람들의 놀란 신음]
[사람들의 두려워하는 신음] [남자3의 겁먹은 신음]
(가노10) 어유, 물, 물렸어
아니야
살짝 물린 거야
(남자3) [떨리는 숨소리로] 괜찮을 거야
[남자3의 겁먹은 숨소리]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하지 마 [남자3의 비명]
[영신의 난감한 숨소리]
(남자3) 아, 살려 줘!
(남자4) 저리 가, 저리 가 [남자3의 비명]
오지 말란 말이야 [남자3의 비명]
(남자3) 제발 살려 줘! [남자4의 힘주는 신음]
살려 줘!
[남자3의 힘겨운 신음]
[영신의 한숨]
(가노11) 우린 이제 어떻게 합니까?
[영신의 가쁜 숨소리]
상주읍성으로 가야 합니다
저쪽이라면 길이 있을 겁니다
(남자4) 저, 저기도 괴물이 있으면요?
(영신) 그럼 여기서 얼어 죽을 겁니까?
[영신의 힘주는 신음] [영신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군졸5) 빨리 오시오!
어서 오시오!
[저마다 살려달라고 외친다] [군졸들이 서두르라고 외친다]
(군졸6) 역병 환자다!
[사람들의 다급한 비명] [긴장되는 음악]
[괴물들의 괴성]
[괴물들의 괴성] [사람들의 비명]
[문이 쿵쿵거린다]
[덕성의 가쁜 숨소리]
(덕성) 병성천이 뚫린 것 같습니다
[창의 거친 숨소리]
[괴물들의 괴성]
(안현) 수로다
북천 쪽 수로로 달려라
(안현) 그쪽엔 전란 때 만든 암도가 있습니다
[창의 거친 숨소리]
(덕성) 가시죠, 뫼시거라!
(무영) 빨리요, 저하!
[긴박한 음악]
"홍치문"
[가노12의 다급한 숨소리]
(가노12) 문이 잠겼습니다 [가노13의 힘주는 신음]
[가노들의 힘주는 신음] [가노들의 거친 숨소리]
- (가노14) 비켜라! - (창) 방어벽을 구축하라!
(가노15) 방어벽을 세워라! [가노들이 저마다 외친다]
(영신) 어서, 빨리! [안현의 기합]
[사람들의 기합]
[함께 힘내는 신음] (영신) 어서, 빨리!
[연신 힘주는 신음]
[긴장되는 음악]
[괴물들의 괴성]
(가노 대장) 옵니다, 옵니다!
[모두 웅성거린다]
(가노 대장) 옵니다!
[가노들의 힘주는 신음]
[가노들이 저마다 외친다] [가노들의 기합]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사람들의 기합]
[가노 대장의 기합]
[가노12가 쇠사슬을 퍽퍽 친다]
[괴물들의 괴성]
[괴물8의 신음]
[괴물8이 그르렁거린다]
[괴물8의 괴성]
[덕성의 기합]
[덕성의 힘주는 신음]
[괴물들의 괴성]
[괴물들의 괴성]
[힘주는 신음]
(영신) 비켜!
[영신의 힘주는 신음]
[영신의 기합]
[가노들의 힘주는 신음]
(무영) 서둘러라!
[무영의 거친 숨소리]
[가노들의 기합]
(무영) 비키거라!
[무영의 힘주는 신음]
[무영의 힘주는 신음]
[무영의 거친 숨소리]
어? 저하, 저하 문이 열렸사옵니다!
(무영) 저하!
(창) 문이 열렸다!
(무영) 저하!
저하!
- (가노16) 빨리, 어서, 들어오십시오 - (가노12) 들어와, 빨리
[문이 삐걱거린다]
[영신의 힘주는 신음]
(덕성) 들어가, 어서, 빨리! [무거운 음악]
[가쁜 숨소리]
(영신) 뭐 하시는 겁니까?
[놀라는 숨소리]
(무영) 아니 된다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안현의 거친 숨소리]
[덕성의 거친 신음]
[결의에 찬 숨소리]
[덕성의 떨리는 숨소리]
[괴물들의 괴성]
[무영의 놀란 신음] [괴물들의 괴성]
대감마님을 모시거라, 어서!
[외마디 신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가노 대장) 가셔야 합니다 [창의 분한 숨소리]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괴물들이 연신 그르렁거린다]
[창의 분한 숨소리]
[덕성의 신음]
[덕성의 힘겨운 숨소리]
[덕성의 떨리는 숨소리]
[덕성의 고통스러운 신음]
(덕성) 미안하다
[덕성의 힘겨운 신음]
[덕성의 고통스러운 신음]
[덕성의 신음]
[영신이 칼로 푹 찌른다] [덕성의 힘겨운 신음]
[외마디 신음]
(상주 군관) 저하
[사람들이 술렁인다]
(상주 아전) 어찌 된 겁니까? [차분한 음악]
아침이 되면 다 시신으로 돌아간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창) 모른다
해가 뜨면 사라졌었는데
(창) 분명 그랬는데...
[괴물들의 괴성]
[음산한 효과음]
[괴물들의 괴성이 들린다]
(안현) 그 이유가
무엇이 중요하겠는가
[괴물들의 괴성이 들린다]
[안현의 한숨]
[괴물들의 괴성이 들린다]
[괴물들의 괴성]
[서비의 힘겨운 신음]
[서비의 힘겨운 신음]
[서비의 거친 숨소리]
[서비의 가쁜 숨소리] (범팔) 서비야, 서비야, 나 좀 잡아 줘
서비야, 서비야!
[범팔의 애쓰는 신음] [서비의 거친 숨소리]
[범팔의 연신 애쓰는 신음]
[서비의 다급한 신음] [범팔의 힘주는 신음]
[서비의 힘주는 신음] [범팔의 안간힘 쓰는 신음]
[범팔의 겁에 질린 신음]
[안간힘 쓰는 신음]
[괴물들의 괴성]
[범팔의 겁에 질린 숨소리] [서비의 지친 숨소리]
[범팔의 놀란 신음]
[범팔의 겁먹은 신음]
[괴물들의 괴성]
저것들은 왜 아직도 저러고 있는 것이냐
분명 해가 뜨면 사라지지 않았느냐?
[서비의 가쁜 숨소리]
생사초는 찬 곳을 좋아하는 풀입니다
(서비) [가쁜 숨을 내쉬며] 그 풀의 기질을 그대로 받았다면
햇빛을 두려워했던 것이 아니라
온도가 올라가는 것을 싫어했던 것입니다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그런데 동지가 지나 해가 떠도 찬 기운이 계속되자
잠들지 않게 돼 버린 것이지요
[서비의 한숨]
[괴물들의 괴성]
[의아해하는 숨소리]
어제부터 지금까지 한 명도 늘지 않았습니다
[서비가 숨을 들이켠다]
뭔 소리냐?
이 근방의 괴물들은 저들뿐입니다
(서비) 그러니 그동안 단 한 명도 늘지 않은 것입니다
[서비의 다급한 숨소리]
(범팔) 이 산속에 괴물이 더 없다 치자
읍성 쪽엔 괴물들이 득실거릴 텐데
거기까지 또 어찌 간단 말이냐?
읍성 쪽이 아니라 저 위쪽으로 가야지요
저들은 물을 건너지 못하니 저 위쪽으로 가면
저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서비의 다급한 숨소리] (범팔) 서, 서비야, 산 위에?
아이, 도대체 어디 간다는 것이냐?
[가쁜 숨소리]
제게 그리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나리는 해원 조씨이니 무탈할 것이라고요
(서비) 문경새재로 가시지요
[범팔의 놀란 숨소리] [서비의 거친 숨소리]
(범팔) 아, 아이, 저, 저...
[괴물들의 신음이 들린다] [겁먹은 숨소리]
[차분한 음악]
"숭례문"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양반) 아주, 빈틈없이 뿌려라
거기도 좀 뿌리고
(남자5) 한양에도 역병이 들이닥친대
(여자) 뭐야?
[여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남자5) 목 없는 귀신들이 남쪽에서 올라온대
[가마를 덜커덕 내린다]
(병판) 나라에 급한 일이 있어 영상께서 직접 문경으로 행차하셨네
이런 시국에 의정부까지 비우고 직접 와 확인할 것이
대체 무엇인가?
(치록) 매우 중요한 사안입니다
제조 대감께서 꼭 직접 보셔야 됩니다
[병판의 헛기침] [무거운 음악]
[문이 끼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병판) 이것이 무엇인가?
(치록) 어젯밤 북문 밖에서 발견된 여인들입니다
검안한 시생파의 말로는
갓 아이를 출산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이 여인과 함께 발견된 갓난아이는
발견 당시 이미 목이 졸려 숨진 상태였습니다
범인은 밝혀졌는가?
(치록) 이 여인이 죽기 전
남긴 말이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기거하던 곳의 사람들이 자신과 아이를 해쳤고
다른 사람들도 다 죽일 거라는 말을 남기고 숨졌답니다
그곳이 어디인가?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북문 밖 삼계동의 내선재입니다
북문 밖 내선재라면
해원 조씨 가문의 별채
중전마마의 사가입니다
[까마귀 울음]
[무령이 딸랑거린다] [피가 뚝뚝 떨어진다]
[음산한 음악]
[무령이 딸랑거린다]
[무령이 연신 딸랑거린다]
(상궁) 어영청에서 내선재를 눈치챘습니다
새재로 가신 영상 대감께 도움을 청해야 합니다
아버님은 아니 된다
아버님께는
절대 비밀로 해야 한다
왕자만 태어나면 된다
그리하면 어영청이건 그 누구건
내게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괴상한 신음]
(무녀) 그믐달이 지기 전
삼신상을 차리십시오
그날
왕자 아기씨를 품에 안으실 것입니다
[어두운 음악]
[까마귀 울음]
(강윤) 해원 조씨 가문의 옥패를 가지고 있어
우선 새재 안으로 모시고 왔습니다 [범팔의 개운한 신음]
(범팔) 어, 큰아버님!
[범팔의 힘겨운 신음]
(범팔) 하나뿐인 조카 범팔이옵니다
동래 부사로 취임한 첫날에 괴이한 역병을 만나
겨우 목숨만을 부지해 여기까지 왔습니다
절 거두어 주시옵소서!
(학주) 그래
내가 직접 너를 동래 부사 자리에 앉혔다
그런데
그 막중한 자리에 있으면서 고작 한 것이
네 목숨 하나 부지한 것이냐?
[떨리는 숨소리]
큰아버님,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동래를 책임져야 할 부사가
선전관으로 내려간 금군별장이
세자에게 죽임을 당할 동안 뭘 하고 있었는지 묻는 것이다
[떨리는 목소리로] 범일 형님이 도, 돌아가셨다는 말씀이십니까?
저, 저, 저는 몰랐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범팔) 미, 믿어 주시옵소서!
네 몸에 흐르는
해원 조씨의 피에 고마워하거라
[범팔의 떨리는 숨소리]
동래 도호부의 부사이며
해원 조씨의 유일한 후계자다
그에 걸맞은 대접을 해 주거라
[학주의 한숨]
(강윤) 저 계집은 어찌할까요?
[떨리는 숨소리]
저...
그것이...
동래 이승희 의원 밑에 있었던 의녀이옵니다
(범팔) 제가 살아서 예까지 올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주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이승희 의원 밑에 있었다?
그것이 사실이냐?
(서비) 그러합니다
저 아이에게도 거처를 마련해 주거라
[멀어지는 발걸음]
[괴물들의 괴성]
[괴물9의 괴성] [개의 놀란 신음]
[사람들의 겁먹은 숨소리]
[괴물9의 괴성] [사람들의 겁에 질린 신음]
[괴물들의 괴성]
아껴서 먹는다 해도
닷새밖에 못 버틸 것 같습니다
피난민들의 숫자가 워낙 많아서
매일 아침 성안 모든 사람들에게 골고루 나눠 주거라
아끼는 것이 마땅하나
부족함이 커서도 안 될 것이다
(가노 대장) 우리가 알던 그 역병이 아닙니다
3년 전에는 이러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인육만을 탐했을 뿐
물린 이가 병에 전염되지도 않았고
해가 뜬 뒤에 저리 날뛰지도 않았습니다
이 역병에 대해
조학주 대감이 숨긴 것이 있었습니다
대감마님을
저희를 속인 겁니다
(안현)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
[가노 대장의 한숨]
(가노 대장) 그때
죗값을 지금 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저희에게 천벌이 내린 겁니다
후회하느냐?
대감마님
난 후회하지 않는다
3년 전 우린
상주를, 경상 땅을 구했다
다시 돌아간다 해도 난 그때와 똑같이 할 것이다
송구합니다
소인이 잠시 정신이 나갔었나 봅니다
(가노 대장) 가서 병사들과 함께 읍성의 경비를 살피겠습니다
[어두운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저하
(무영) 저하
안현 대감과 가노가
이상한 얘기를 하는 걸 들었습니다
그들은 이 역병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눈치였습니다
조학주 대감과도 관련이 있는 것 같고요
저하, 속히 여기를 떠나시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제가 뫼시겠습니다
아까 지나온 수로를 지나
북천만 건너면 안전할 것입니다
(창) 왜 내게 그런 얘기를 하는 것이냐?
(무영) 예?
조학주가 그리하라 말하더냐?
저하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내금위들은 내가 이곳에 올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네가 그런 것이냐?
이젠
스승님과 내 사이마저
갈라놓으려는 것이냐?
저하
저를 못 믿으시는 겁니까?
(무영) 만삭인 안사람을 두고 저하를 따라
제 가족, 제 모든 걸 버리고
이 먼 경상 땅까지 와 있는
저를 못 믿으시겠다는 겁니까?
(남자6) 불이야!
(군졸7) 불이 났습니다!
불이야!
불이야!
[창의 가쁜 숨소리]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저마다 탄식한다]
[무영의 다급한 숨소리]
[창의 다급한 신음]
[사람들의 안타까운 탄식]
[사람들의 놀라는 신음]
[거친 숨소리]
[영신의 거친 숨소리]
[무영과 창의 거친 숨소리]
식량들은?
(안현) 안에 있는 식량들은 다 꺼내었느냐?
(군졸8) 못 꺼냈습니다
(상주 군관) 너희들은 대체 뭘 하고 있었던 것이냐
저리되도록 뭘 하고 있었어!
저희도 모릅니다
갑자기 건물 안에서 펑 소리가 나면서...
(상주 군관) 너 이 새끼!
(상주 군관) 저 창고가 얼마나 중한지 몰랐단 말이냐?
읍성 안 모두의 목숨 줄이 저 안에 있었다!
(군졸8) [흐느끼며] 잘못했습니다, 잘못했습니다
[사람들의 놀란 신음] 네 이놈!
(상주 아전) 내가!
내가 했소
[사람들이 술렁인다]
그들이 아니오
(상주 아전) 내가
내가 했소
내 아이를 굶어 죽게 할 순 없어서
그저 쌀 한 섬만 가져오려다
이리될 줄 몰랐소
그만 등불이...
등불을 떨어뜨려서...
[흐느끼며] 미안하오!
[어이없는 숨소리]
(상주 아전) [흐느끼며] 날...
날 죽이시오
[흐느낀다]
[울음 섞인 숨소리]
어차피 우린
다 죽소
[상주 아전의 떨리는 숨소리]
굶어 죽거나
[영신의 거친 숨소리]
(상주 아전) 저 괴물들에게 물려
다 죽을 거요
[의미심장한 음악]
[서비의 생각하는 숨소리]
[범팔의 한숨] [서비의 한숨]
(범팔) 그런다고 역병을 막을 방도가 생길 것 같으냐?
아무리 끔찍한 병도 막을 방도가 있었습니다
이 병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 풀을 좀 더 살펴보면
분명 막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문경새재 안에만 있으면 우리는 안전할 것이다
[무거운 음악]
[서비의 한숨]
상주읍성에는 아직도 사람들이 살아 있을 것입니다
그 사람들을 살려야만 합니다
아, 저하...
(학주) 들고 있는 것이 무엇이냐?
[서비의 놀란 신음]
(내금위 군사) 이리 내놓거라, 어서! [서비의 당황한 숨소리]
[서비의 긴장한 숨소리]
(학주) 이 풀이 무엇인지 아느냐?
[떨리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죽은 자를 되살리는 생사초라는 풀이옵니다
그 풀 때문에
이 역병이 시작되었습니다
[범팔의 긴장한 숨소리]
(학주) 네가 그걸 어찌 아느냐?
[떨리는 숨소리]
저도 이 의녀한테 전해 들어 알게 되었습니다
[긴장한 숨소리]
어찌 알았는지 어서 말씀 올리거라
[범팔의 떨리는 숨소리]
'이 생사초라는 풀로 붕어하신 전하를 되살렸다'
(학주) '그것이 역병의 시작이었다'
이승희 의원이 그리 말하더냐?
(범팔)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전하께서 붕어하시다니요
[서비의 다급한 숨소리]
(서비) 살려 주십시오
스승님이 병상 일지에 적어 놓으신 것을 보고
그 풀을 찾았을 뿐입니다
병상 일지를 보았다?
그럼 그것도 알고 있느냐?
죽은 이를 되살리는 방법 말이다
[긴장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생사초를 짓이긴 뒤 침에 묻혀'
(서비) '인당혈에 일 푼의 깊이로 꽂으면'
'한 시진 뒤에 죽은 시신이 살아난다'
그리 적혀 있었습니다
[떨리는 숨소리]
한양에 갈 때 저 아이도 데리고 갈 것이다
채비를 하거라
(내금위 군사) 예 [놀라는 신음]
한양에 갑니까? 언제 갑니까?
아직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
꼭 끝내야 할 일이지
그 일을 끝낸 뒤 한양으로 가
새로 태어날 왕자 아기씨를 맞이할 것이다
(안현) 지금 뭐라 하셨습니까?
(창) 문경새재로 갈 것입니다
(상주 군관) 저하
저 밖의 괴물들을 뚫고
문경새재로 어찌 가시겠다는 겁니까?
모두를 살리려면 가야 합니다
최정예 인원들로 뽑아 주십시오
[무거운 음악]
[숨을 들이켠다]
[칼을 쓱 집어넣는다]
(무영) 제가 앞장서겠습니다, 저하
가자
[긴장되는 음악]
[칼로 쓱 벤다] [신음]
[칼로 쓱 벤다]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괴물들의 괴성]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괴물10의 괴성]
[괴물들의 괴성]
[비장한 음악]
[다가오는 발걸음]
[무거운 음악]
[쇠사슬이 철컹거린다]
이제 불은 끄시오
[횃불이 칙 꺼진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창) 수로에서 북천까지는 지척입니다
괴물들은 물을 무서워하니 강을 건넌다면
그들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 겁니다
(상주 군관) 북천을 건넌다 해도 문경새재를 뚫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앙군이 지키고 있을 겁니다
(창) 3년 전 전란 때문에 중앙군의 숫자는 10분의 1로 줄었습니다
한양에 상주하는 정예 병력만 오천 정도죠
아무리 조학주라 해도
그 병력을 모두 출전시키기엔
부담이 컸을 겁니다
아무리 많이 차출했다 해도
절반인 이천오백을 넘지 않을 겁니다
경상 땅 모든 관문을 지키기에는
적은 숫자로군요
(창) 맞습니다
모든 관문으로 흩어졌다면 문경새재를 지키는 인원은
많아 봐야 오백입니다
오백의 인원으론 문경새재 모든 성벽을 지킬 수는 없습니다
(안현) 제1 관문, 이 북서쪽은
성벽이 높아서 지세만으로도 방비가 가능한 곳입니다
경계가 허술할 가능성이 큽니다
"산서면"
그래서 문경새재로 가시면
어찌하실 생각이십니까?
[긴장되는 음악]
조학주를
죽일 것입니다
(창) 가난과 굶주림을 외면하였으며
가져서는 안 될 것을 탐한 자
조학주를 단죄하고 내 자리로 돌아가
처참한 굶주림과 역병에서 백성들을 구할 것입니다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아
(창) 새 세상을 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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