킹덤 S2.4
저...
저, 저하
(무영) 저하, 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한 번이 아닐 텐데?
(창) 석류에 매작과에
뭐가 있더라?
[놀라는 숨소리]
(창) 너무 많아 다 기억도 나지 않는구나
(무영) 저하
감히 저하의 다과상에 손을 댄 죄 죽어 마땅하오나
나이 마흔 넘어 무과에 급제할 때까지
고된 삯바느질로 제 뒷바라지를 해 준
제 안사람만큼은 측은하게 여겨 주십시오
그 어진 안사람이 뒤늦게 아이를 가져 입덧으로 고생하는데
고기 한 점
쌀밥 한 그릇 먹이지 못하는 게
너무 가슴이 아파 [숨을 크게 들이켠다]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저하의 다과상에 손을 대었사옵니다
[숨을 크게 들이켠다]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진정...
네 안사람에게 주었느냐?
예, 저하
어찌 저하께 거짓을 고하겠사옵니까
네 안사람은 무사하냐?
예, 무사합니다
[한숨]
[서책을 달그락 집어 든다]
[한숨 쉬며] 다음부턴
[서책을 탁 내려놓는다]
네가 먼저 먹어 보고 주거라
무, 무슨 말씀이온지...
그럼 앞으로도
계속 내어 주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잔잔한 음악]
[창의 한숨]
(창) 그렇다면 넌 내게 무엇을 줄 것이냐?
(무영) 뭐든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다 드리겠사옵니다
내 곁에 있거라
(무영) 익위사로서 전하의 곁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것입니다
무슨 일이 생기건 어떠한 상황에 처하건
내 곁에 있거라
그럴 수 있겠느냐?
예, 저하
그럴 수 있사옵니다
무슨 일이 생기건 어떠한 상황에 처하건
저하 곁에서 저하를 지키겠사옵니다
[피식 웃는다]
(훈련 군관) 저하, 가셔야 합니다
말씀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조학주 대감을 막아야 한다고
[다급한 말발굽 소리]
[말 울음] (군관) 성문을 열어라!
영상 대감이시다, 성문을 열거라!
[무거운 음악]
병세가 위중합니다 어서 환자를 옮겨야 합니다
[범팔의 놀란 숨소리]
(범팔) 큰아버님, 괜찮으십니까?
[다급한 숨소리로] 서비야, 어떻게든 해 다오
침이건 약재건 무엇이건 가져다주겠다
침도 약재도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닙니다
(범팔) 이대로 돌아가시게 놔두자는 것이냐?
역병 환자에게 물려 생긴 병입니다
분명 역병의 증상 안에
병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걱정스러운 숨소리]
[서비의 초조한 숨소리]
이지를 상실하고
사람의 살과 피 냄새만을 쫓았습니다
불과 물을 두려워하고
짐승처럼 변했어요
[괴물들의 괴성]
[그르렁거린다]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학주의 힘겨운 신음] [범팔의 당황한 신음]
서, 서비야!
[범팔의 다급한 숨소리]
(서비) 그다지 깊지도 않은 물이었는데
역병 환자들은 그 물도 건너지 못했어요
불은 온도 때문이라면
물은 왜 그리도
무서워했던 걸까요?
[범팔의 불안한 신음] [물이 찰랑거린다]
[힘겨운 숨소리] [범팔의 불안한 숨소리]
(범팔) 이게 정말 효험이 있겠느냐?
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 이리해 보는 것 말고는 달리 방도가 없습니다
[힘겨운 숨소리] [범팔의 놀란 신음]
[학주가 컥컥거린다] [서비와 범팔의 놀란 신음]
[범팔의 당황한 신음] [긴장되는 음악]
[범팔의 놀라는 신음]
[학주의 괴상한 신음]
[서비의 힘주는 신음]
[학주의 괴로워하는 신음] [범팔의 놀란 신음]
[학주의 신음] [범팔의 당황한 숨소리]
[학주의 힘겨운 숨소리] (범팔) 서, 서비야,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서비의 당황한 숨소리]
[서비의 힘주는 신음] [범팔의 놀란 신음]
[힘주는 숨소리]
[서비의 거친 숨소리] [범팔의 당황한 신음]
[놀라는 신음]
뭐 하느냐! 어서 큰아버님을 밖으로...
잠시만요!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서비의 놀란 신음]
[숨을 후 뱉는다]
[힘겨운 숨소리]
[옅은 숨을 토한다]
[놀라는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학주의 가쁜 숨소리]
[한숨]
[종이 뎅 울린다] [놀라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이 소리는...
[종소리가 연신 울린다] (우의정) 왕자 아기씨입니다
중전마마께서
왕자 아기씨를 출산하신 겁니다
[대신들의 탄성] [대신들의 웃음]
[아기의 울음]
[아기가 연신 운다]
(좌의정) 중전마마
왕자마마의 탄생을 경하드립니다!
(대신들) 경하드립니다!
(우의정) 이 나라의 광영이옵니다
감축드립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어두운 음악]
[남자들의 힘겨운 숨소리]
[남자1의 힘주는 신음]
(남자1) 서두르게 해가 뜨기 전에 마무리 지어야 되네
[남자1의 신음]
좌익위 나리의 말씀이 맞았습니다
모두 만삭의 임부들입니다
[창의 거친 숨소리]
[분노에 찬 숨소리]
[여인의 비명이 들린다]
[문이 덜컹거린다] [여인의 비명]
[여인의 비명] [창의 다급한 신음]
(무영 처) 안 돼, 아가야 [남자2의 힘주는 신음]
[창의 힘주는 신음] [남자2의 놀란 신음]
[남자2의 신음]
아직 살아 있습니다
[거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좌의정)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중전마마의 사가에서 살인 사건이 벌어졌다고요?
보통 살인 사건이 아닙니다
임산부 일곱 명이 죽고
갓 낳은 여아 시신들이 발견됐습니다
(병판) 범인이 누군지
왜 그런 끔찍한 일을 저질렀는지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확실한 건
중궁전과 이 사건이 관련돼 있으며
범인이 노린 건
갓 낳은 사내아이라는 겁니다
[긴장되는 음악]
(우의정) 설마 중궁전에서
근본도 모르는 미천한 것을
원자로 세우려 하셨다는 말입니까?
말도 안 되는 얘기입니다
그 생각만으로도
불경죄예요!
이게 만약 사실이라면
이건 나라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입니다
(병판) 어영대장은 그걸 확인하기 위해 산실청에 든 거고요
(좌의정) 여, 영상 대감
새재에선 언제 올라오신 것입니까?
[군관들의 다부진 발걸음]
[무거운 음악]
(학주) 확증이 있습니까?
확증이 있는지 물었습니다
확증도 없으면서 이 나라의 국모께서 해산 중인
산실청에 들었단 말입니까?
감히 전하도 들지 못하는 산실청을 더럽힌 죄
나아가 이 나라의 왕실과 종묘사직을 우롱한 불경죄로
어영대장을 참해야 마땅할 것입니다
(병판) 대감!
어찌 그만한 일로 종이품 무관을 참한단 말입니까?
그뿐 아닙니다!
새재로 내려간 훈련대장과
훈련도감 병사들이 대역죄인 창에게 넘어갔어요!
(병판) 대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훈련도감 병사들이 도대체 무슨 이유로
왜 그런 일을 저질렀습니까?
그게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그들의 칼날이 우리를 노리고 있어요!
한시라도 빨리 그들의 죄를 벌해
이 나라의 기강을 세워야 합니다!
대역죄인과 뜻을 같이한
그들 역시 대역죄인
(학주) 그들의 가족과 친척들
그리고 삼족을 부대 참시해
본보기를 보여야 마땅할 것입니다
(병판) 진상도 파악하지 않고 그들을 참할 순 없습니다
[대신들의 겁먹은 신음]
이 나라의 안위를 위한 일입니다
이견 있으십니까?
(내금위 군관) 훈련대장 가족들을 추포하라!
[소란스럽다]
[사람들의 비명]
[여자1의 겁에 질린 신음]
[강윤 아들의 놀란 신음] 자네, 여기가 어디인지 모르는가?
[강윤 가족들의 비명] (강윤 아들) 어머니, 어머...
[사람들이 흐느낀다]
[여자2가 흐느낀다] (내금위 군사1) 이쪽으로 와라!
(내금위 군사2) 일어나!
(범팔) 서비야, 어서 가자
(서비) 왜 저들이 역적입니까?
저들도 새재의 군사들도 역적이 아닙니다
나리도 잘 아시지 않습니까?
(범팔) 말조심하거라
큰아버님이 얼마나 무서운 사람인지 모르느냐
[사람들이 애원한다]
(아이) [오열하며]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어머니!
[아이가 계속 오열한다]
(내금위 군사3) 뭐 하는 거야!
어서 가자
[아이가 연신 운다]
(범팔) 저쪽이 약방이다 약재를 사야 한다고 하지 않았느냐
약재는 저 혼자 사서 갈 터이니
먼저 돌아가 계십시오
[서비의 가쁜 숨소리]
[의아한 신음]
[서비의 다급한 숨소리]
[가쁜 숨소리]
[서비의 놀란 신음] [어두운 음악]
[한숨]
[숨을 들이켠다]
[까마귀 울음]
[무영 처의 힘겨운 신음]
[쓸쓸한 음악]
내 아기...
내 아이를 데려갔어...
[무영 처의 힘겨운 숨소리]
[창의 한숨]
[창의 한숨]
(창) 어찌 되었느냐?
고비는 넘겼으나
충격이 크신 듯합니다
근데 저분은 누구십니까?
좌익위의 가족이다
[한숨]
[한숨]
조학주가 살아났다 들었다
[무거운 음악]
이것이 무엇이냐?
충증입니다
생사초에 붙은 이 흰 것은 이 벌레의 알입니다
이것이 사람 몸속에 들어가 충으로 부화해
죽은 자를 되살린 것입니다
[한숨]
원인을 알아냈다면
역병을 다스릴 방도도 알아냈느냐?
상주의 백성들을 구해야 한다
송구합니다, 아직 거기까지는 알지 못하였습니다
[한숨]
(창) 고작 이 작은 벌레였구나
사람들을 죽이고
경상 땅을 뒤엎고
이 나라의 왕실을 뒤흔든 것이 고작
이 작은 벌레였어
괜찮으십니까?
[창의 한숨]
동래에서 여기까지
너무 많이 다치셨습니다
(창) 나보다 더 다친 이들이 많다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이 다치게 되겠지
난 그것을 막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
네가 해 줘야 할 것이 있다
[밤새 울음]
나리
[범팔의 걱정스러운 숨소리]
대체 무슨 약초를 구하러 갔길래 이제야 나타난 것이냐?
나리
청이 하나 있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중전마마의
의녀가 되고 싶다?
(범팔) 이 의녀가 큰아버님을 살렸습니다
공이 매우 크니 그 청을 받아들여 주십시오
(학주) 마침 중전마마를 뵈러 갈 참이었는데
잘되었다
[떨리는 숨소리]
[새들이 지저귄다]
[아기가 옹알거린다] [계비의 옅은 웃음]
(상궁) 마마
영상 대감께서 납시었습니다
[어두운 음악]
[숨을 깊이 들이켠다]
드시라 하여라
[문이 드르륵 닫힌다]
[계비가 살포시 웃는다]
(계비) 건강이 좋지 않으시다 하여 걱정하던 차였습니다
쾌차하신 것입니까?
새재의 일은 잘 마무리되셨고요?
(계비) 원자입니다
건강하고 영명하신
원자예요
(계비) 훈련도감 군사들의 삼족을 참하신다고요
잘하셨습니다
감히 대역죄를 지은 세자의 편을 들다니
죽어 마땅한 죄인들입니다
그들은
창을 잡을 미끼에 불과하다
[계비가 차를 조르륵 따른다]
진짜 죽을죄를 지은 죄인은
따로 있지
[학주가 차를 호로록 마신다]
[개운한 숨을 내쉰다]
[입소리를 쩝 낸다]
내가 데려온 저 아이는
의술이 꽤 쓸 만한 아이다
(학주) 출산을 하느라 건강을 해쳤을까 저어되니
진맥을 받아 보도록 하거라
어찌 저런 천것에게 제 몸을 맡긴단 말입니까
무엇 하느냐
진맥을 해 보라 하였다
아버님
[긴장되는 음악]
[심기 불편한 숨소리]
[서비의 초조한 숨소리]
[서비의 놀란 숨소리]
[서비의 아파하는 신음]
[난처한 숨소리]
진맥을 해 보거라, 어서
[초조한 숨소리]
두려울 게 없다면
진맥을 받거라
[옅은 숨을 들이켠다]
[긴장한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긴장한 숨소리]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얘기해 보거라
삽맥이
잡히질 않습니다
그것이 무엇을 뜻하느냐?
[떨리는 숨소리]
저 아이는
중전마마의 아이가 아닙니다
언제부터였느냐?
(범일) 어찌 된 것이냐?
(어의녀) 그, 그것이
척맥과 태맥이 잡히질 않습니다
(범일) 배 속의 용종을 잃으셨단 말이냐?
(어의녀) [떨리는 목소리로] 죽여 주십시오
[한숨]
(범일) 대체 중전마마의 수발을 어찌 든 것이냐!
[어의녀의 겁먹은 신음]
(어의) 송구하오나 중전마마의 충맥과 임맥이 워낙 허하셔서
모든 방법을 간구하여 받들었사오나
소용이 없었사옵니다
[어의의 비명] (범일) 아이 하나 얻는 것이
그리도 힘들었느냐?
낳으면 되는 것 아닙니까
아들을 낳을 것입니다
그리하면 됩니다
[어의의 겁에 질린 숨소리]
설마 거짓 회임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냐?
(범일) 궁궐의 수많은 눈과 귀를 어찌 속이겠다는 것이냐
말도 안 되는 생각 집어치우고
다시 회임할 수 있도록 몸이나 추스르거라
(계비) 전하의 춘추, 지천명이 넘으셨습니다
또다시 회임을 하기 전에 붕어하신다면요?
그리도 싫어하는
세자가
왕위에 오르는 것을 보고 계실 것입니까?
[범일의 한숨]
회임을 한 뒤에는 전하도 제 몸에 손을 댈 수 없습니다
중궁전을 지키는 내금위와 궁녀들
그리고 우리만 입을 다문다면 가능합니다
아버님께선
해원 조씨의 핏줄이 아닌 아이를
절대 인정하지 않으실 것이다
그러니
아버님께는 비밀로 해야죠
만약 아신다면
[긴장되는 효과음]
넌 어렸을 때부터 그러했다
(학주) 천성이 간악하고 교활했으며
어리석기 그지없었지
어리석은 너 하나 때문에
네가 저지른 어리석은 짓 때문에
해원 조씨의 가문이 무너질 뻔하였다
(계비) 아니요, 제가 지킨 것입니다
뿌리도 모를 저 천한 것으로 무엇을 지킨단 말이냐!
내가 만들려는 나라는
그런 나라가 아니다
그래서요?
창을 살려 이 아이 대신
왕으로 삼으실 생각이십니까?
[떨리는 숨소리]
강화도에 유배됐던
노성군의 후손이 살아 있다
[헛웃음]
(학주) 방계 중의 방계이나
저 천한 것보단 낫겠지
저 천한 것은
오늘 밤 죽일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 일을 아는 모든 사람들
중궁전 상궁들, 내금위들
그리고 이 의녀까지 다 죽일 것이다
그리고 넌
아기를 잃은 슬픈 대비가 되어
서궁에 유폐되어
[기침]
[학주의 한숨]
[학주의 기침]
평생을 보내게 될 것이다
[기침]
[거친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범일) 아버님께서는 해원 조씨의 핏줄이 아닌 아이를
절대 인정하지 않으실 것이다
만약 아신다면
[학주의 기침] [계비가 차를 조르륵 따른다]
[학주의 기침]
[쿨럭거린다]
[구역질하는 신음]
[힘겨운 신음]
[고통스러운 신음]
[계비가 차를 계속 따른다]
[학주의 분노에 찬 신음]
[학주의 힘겨운 신음]
[학주의 괴로워하는 신음]
[학주의 고통에 찬 신음]
[서비의 놀란 신음]
[학주가 쿨럭거린다] [서비의 놀라는 신음]
[학주의 힘겨운 신음]
[무거운 음악]
제가 계집이란 이유만으로
(계비) 언제나 경멸하고 무시하셨죠
그 하찮았던 계집아이가
이제 모든 것을 가질 것입니다
이제 해원 조씨 가문도
이 나라도
모두 제 것입니다
"요금문"
(범팔) [흐느끼며] 큰아버님
[까마귀 울음]
[범팔이 흐느낀다]
[범팔이 코를 훌쩍인다]
[범팔이 연신 흐느낀다]
[범팔이 흐느낀다]
[범팔이 연신 흐느낀다]
[종이 딸랑 울린다] [요령잡이가 상여가를 부른다]
[상여꾼들의 추임새]
(보부상1) 역병이었다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는 영상 대감마저 [상여가가 계속된다]
역병으로 돌아가셨어
아휴, 전하도 돌아가시더니
영상 대감까지 역병으로 돌아가셨네
(보부상2) 이 나라도 이제 끝이야
우리 모두 죽을 거라고
[상여가가 계속된다]
[보부상2의 한숨]
[상여가가 계속된다]
[원유의 하품]
[갈매기 울음]
[원유의 추워하는 신음]
(원유) [입김을 하 불며] 아이, 더럽게 춥네
아이, 거 올 거면 오고 갈 거면 가지, 뭐
추워 죽겠는데 뭐 한다고 거기 그러고 서 있소?
(창) 몇 시진 동안
고기 한 마리 못 잡으십니다
뭐, 시비 거는 거요?
(원유) 먹을 게 떨어진 지 오래잖소
물고기라고 뭐, 씨가 남아 있겠소?
몇 날 며칠을 기다리더라도 나와 주기만 한다면 고맙지요
[원유의 웃음]
백성들은 먹을 것을 하늘로 섬긴다는데
이놈의 나라는 아주 개판이오, 개판
[원유의 웃음]
[낚싯대가 달그락거린다]
(원유) 어, 어
(원유) 잡아, 여기 잡아
어! 잡았어? 잡았, 잡았, 잡았...
[창의 힘주는 신음] 가만있어, 가만있어 야, 당기지 말고 가만히
에이, 당기면 안 돼, 가만있어
잠깐, 잠깐, 살살, 살살 [창의 힘주는 신음]
자, 거기 그대로, 나한테 줘 봐, 줘 봐 [창의 힘주는 신음]
[낚싯대가 우지끈 부러진다] [함께 놀란 신음]
[창의 난감한 숨소리]
[원유의 허탈한 신음]
(원유) 아, 나 재수가 없으려니까 진짜 [한숨]
[창의 한숨]
우리 저 다시는 안 보는 걸로 합시다, 응?
(창) 아휴, 참
(원유) 아이고, 씨
[짜증 내며] 그걸 왜 이렇게...
잡고 있으라니까, 씨
(창) 당숙
[차분한 음악]
지금 뭐라 하셨소?
촌수를 따져 보니
제게 당숙뻘이더군요
(창) 잊힌 왕족이라고는 하나
그래도
왕족의 피를 속일 수는 없나 봅니다
'백성은 먹을 것을 하늘로 삼는다'
'한서'를 보고 계십니까?
왕족의 피라
꿈 깨시오
그쪽 피나 내 피나
저 아래 저잣거리 천민의 피나
그저 다 붉은 피일 뿐이오
당숙에겐 부질없는 일일지 모르나
이 나라에선
그 피가 중요합니다
대대로 이어 온
왕실의 피가
[말이 투레질한다]
[입김을 하 분다]
[쓸쓸한 음악]
[갈매기 울음]
(영신) 내일 훈련도감 병사들의 가족들을
참한다 합니다
(창) 너는
왜 나를 따르는 것이냐
네 가족들의 얘기를 들었다
가족의 복수를 위해 나를 좇은 것 아니냐?
이제 스승님도 조학주도
자신들의 죗값을 받았다
그런데
왜 나를 따르는 것이냐?
쌀 한 톨
고기 한 점 생겼습니까?
(영신) 그들이 죽었어도 사는 건 똑같습니다
여전히 배고프고 여전히 개판입니다
저하라면
그래도 조금은 다르게 만들어 주실 수 있겠죠
그렇지 않습니까?
[한숨]
나라와 가문에 큰일이 났으나
[풍경 소리가 들린다] 국모의 자리를 비울 수 없어 걱정이 컸는데
(계비) 오라버니께서 아버님의 장례를 치러 주셨으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범팔) 중전마마를 받드는 신하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옅은 웃음]
오라버니는 마음이 약하여 언제나 제 청을 들어주셨죠
그래서 제가 오라버니를 좋아합니다
화, 황공하옵니다
(계비) 오늘도 청이 하나 있습니다
친오라버니도 아버님도 모두 돌아가시고
이제 제 곁에는 아무도 없습니다
오라버니를
공석이 된 어영대장에 제수하겠습니다
내금위와 함께 내 곁에서
[어두운 음악] 나와 원자를 지켜 주세요
중전마마의 명을 받들겠사옵니다
[계비가 살짝 웃는다]
마마, 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범팔) 큰아버님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의녀 한 명을 중전마마께 데리고 가셨습니다
그 의녀가 어찌 되었는지...
중궁전에는 어의녀가 있어 쓸모가 없을 듯해
사가로 돌려보냈습니다
예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그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서비의 놀란 비명]
[서비의 신음]
(계비) 이승희 의원의 제자라 들었다
맞느냐?
역병 환자에 대해 더 많이 알아내거라
네 스승보다
더 많이 알아내야 할 것이다
[괴물들이 그르렁거린다]
내 아버지가 그러했듯
[괴물들의 괴성]
나도 저것들을 이용해
권세를 누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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