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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모 10

'임진년'

 

 [의미심장한 음악]

 

 (어린 현보폭은  이리 조금 더 벌리시고

 

 (담이웬 놈이냐

 

 (어린 현접니다현이요

 

 현이?

 

 "4 21질병출궁"

 

 병으로 출궁했다니

 

 무슨 병인지 기록이 남아 있는가?

 

 (상궁1) 담이라는  아이에 대한 기록은

 

 이것이 전부이옵니다

 

 보통은 병증에 대해

 

 간략하게나마  따로 기록을 해 두는데

 

 어찌 그 아이에 대한 기록은  남아 있질 않는지

 

 한데 어찌하여 그러시는지요?

 

 아닐세

 

 [풀벌레 울음]

 

 [무거운 음악]

 

 (지운그 아이한테 준 서책을  저하께서 가지고 계시더라고

 

 저하께서?

 

 [시끌시끌하다]

 

 [옅은 웃음]

 

 [멋쩍은 웃음]

 

 (싱겁기론  따라올 사람이 없습니다

 

 그래서였던 겁니까저하?

 

 [달려오는 발걸음]

 

 [가쁜 숨소리]

 

 (지운꿈인 줄 알았습니다

 

 한데

 

 꿈이

 

 아니었습니다

 

 잠시 흔들린 거라고 하신다면

 

 그렇다 믿어 드리겠습니다

 

 하나

 

 저는 아닙니다

 

 신하의 마음이 아니었습니다

 

 충심인 줄 알았으나

 

 연심이었습니다

 

 연모합니다

 

 저하

 

 [잔잔한 음악]

 

 사내이신 저하를

 

 이 나라의 주군이신 저하를

 

 제가

 

 연모합니다

 

 [떨리는 숨소리]

 

 정 사서

 

 우리는

 

 이루어질 수 없는 사이입니다

 

 (나는 이 나라의 세자이고

 

 정 사서는 나의 신하입니다

 

 (지운감당할 것입니다

 

 세상 사람들이 제게 뭐라고 하든

 

 아니

 

 저하께서 제게 뭐라고 하시든

 

 전부 제가

 

 감당할 것입니다

 

 [휘의 떨리는 숨소리]

 

 나는

 

 아닙니다

 

 (그날 내 마음이 무엇이었든

 

 그 일은 부디

 

 잊어 주시지요

 

 저하

 

 (오늘 얘기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애잔한 음악]

 

 [밝은 효과음]

 

 "자선당"

 

 (차라리

 

 다시 만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그랬습니다

 

 하면 이렇게

 

 아플 일도 없었을 테니

 

 "연선"

 

 (질금) [마루를 탁탁 치며]  형님

 

 나와 봐

 

 얼른!

 

 (지운아휴?

 

 [새가 지저귄다]

 

 [아련한 음악]

 

 [지운의 당황한 신음]

 

 여길 어찌

 

 기상이 늦으십니다

 

 해가 벌써 중천에 떴는데 말이지요

 

 (김 상궁저하께서  궐에 안 계시다니?

 

 오후에 대비전에 들기로 한 걸  잊을 리 없으실 것 아닌가

 

 그렇습니다

 

 그렇긴 한데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기셔 가지고

 

 (김 상궁자넨 대체 저하를  어찌 모신 게야!

 

 [김 상궁의 성난 숨소리]

 

 어디로 가신다던가?

 

 내 지금이라도 저하를 따라가  모시고 올 터이니

 

 [복동의 당황한 신음]

 

 (복동잠행에 가신 겁니다잠행

 

 목적지가 있을 리 없지 않습니까

 

 [김 상궁의 당황한 신음]  호위 무사가  동행하였으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김가온 그자에게  딱 붙어 따르라 일렀습니다

 

 요즘 제 말이라면 아주 그냥

 

 [웃음]

 

 (김 상궁

 

 [가슴을 탁탁 친다]

 

 [복동의 답답한 신음]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새가 지저귄다]  [복동의 초조한 숨소리]

 

 (복동오늘은 절대절대로  동궁전에 들지 말게

 

 아니야자네 지금 아예 퇴궐하게

 

 자네는 오늘 저하랑  저자에 간 걸세알겠는가?

 

 김 상궁마마님 눈에 띄면  너랑 나랑 이거야이거

 

 그게 무슨 말인가?

 

 [놀란 숨소리]

 

 (복동자은군 대감

 

 저하께서 궐을 나가셨단 말인가?

 

 그게 아니라이게

 

 [복동의 난처한 숨소리]

 

 [복동의 한숨]

 

 [거리가 시끌시끌하다]

 

 [헛기침]

 

 (주모맛있게 드시오

 

 [휘의 기대하는 숨소리]

 

 안 드십니까?

 

 

 

 [살짝 웃으며잠시만

 

 [휘가 단지를 탁 집는다]

 

 [휘가 살짝 웃는다]

 

 [휘가 단지를 탁 내려놓는다]

 

 됐습니다

 

 한데

 

 정말 어쩐 일로 나오신 겁니까?

 

 겨우 국밥이나 드시러  나오신 것은 아니실 테고

 

 맞습니다

 

 이 국밥이 자꾸 생각나서요

 

 진심이십니까?

 

 [피식 웃는다]

 

 식겠습니다어서 드시지요

 

 [부드러운 음악]

 

 [살짝 웃는다]

 

 [새가 지저귄다]  [풀벌레 울음]

 

 (이거 한 봉지 주시오

 

 좀 사 주시지요

 

 

 

 (허허실실 웃고 있는 것이

 

 딱 정 사서 같습니다

 

 그렇습니까?

 

 오늘 갓의 상태는 어떠신지요?

 

 비교적 괜찮은 거 같습니다

 

 다행이군요

 

 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그러게나 말입니다

 

 [사람들의 탄성]

 

 [광대들의 기합]

 

 [광대들의 기합]

 

 [사람들의 놀란 신음]

 

 [광대들의 기합]  [지운의 놀란 신음]

 

 [시끌시끌하다]  (광대도전해 볼  사람 있습니까?

 

 도전해 볼 사람?

 

 나와 보시오?

 

 (지운저하  [밝은 음악]

 

 (광대잠깐만아이고!

 

 뭣들 하고 있습니까?

 

 박수박수!  [사람들의 환호와 박수]

 

 (광대들하나!

 

 (광대박수!  [사람들의 탄성과 박수]

 

 [웃음]

 

 괜찮으시오?

 

 [숨을 씁 들이켠다]

 

 박수 한번 주시오박수 한번!

 

 [사람들의 박수]

 

 [사람들의 탄성과 박수]

 

 [시끌시끌하다]  (여인1) 재밌어?

 

 [여인2의 웃음]

 

 - (여인1) 간다!  - (여인2) 조심

 

 [사람들의 탄성]

 

 [여인1의 웃음]

 

 (여인1) 날아간다!

 

 한번 타 보시겠습니까?

 

 ?

 

 아니

 

 (저건 여인들이나

 

 (지운여기 그네를  타 보고 싶다는 분이 계십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여인2) 내려와 봐

 

 () [지운을 탁 치며]  이게 무슨 짓입니까?

 

 여인들만의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지운좋은 것은 함께 즐겨야지요

 

 (여인2) 선비님  타 보세요재밌어요

 

 [여인2의 웃음]  (아니나는나는나는

 

 (여인1) 타 보세요

 

 [휘의 당황한 신음]

 

 [사람들이 재촉한다]

 

 [잔잔한 음악]

 

 [사람들의 탄성]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내 참

 

 살다 살다 정 사서 덕분에  그네도 다 뛰어 보고

 

 별일이 아닙니까  [지운이 피식 웃는다]

 

 저야말로 저하 덕분에  오랜만에 힘도 다 써 보고

 

 별일이지요

 

 [휘가 숨을 씁 들이켠다]

 

 어째 궐 밖이라고  한마디도 지지 않으십니다?

 

 에이설마요

 

 [웃으며저하

 

 (지운다 오해십니다오해

 

 [지운의 웃음]

 

 ?

 

 저기 산 너머 큰큰 새가

 

 저기

 

 [피식 웃는다]

 

 [부드러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저하우선 저기  처마 밑으로 가시지요

 

 (

 

 [지운과 휘의 다급한 신음]

 

 [지운과 휘의 가쁜 숨소리]

 

 옷이 다 젖어 어찌합니까?

 

 (지운고뿔이라도 걸리면  큰일이실 텐데

 

 (제가 하지요

 

 [어색한 신음]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잔잔한 음악]

 

 [소란스럽다]

 

 (지운이제  말씀해 주십시오저하

 

 오늘 저를 찾아오신

 

 진짜 이유 말입니다

 

 (때로는 나도

 

 '저들처럼 사는 것은 어떨까?'  생각합니다

 

 마음 편히 웃고

 

 울고 싶을 땐

 

 마음껏 울기도 하고 말이지요

 

 궐에서는 나 자신에게조차

 

 솔직할 수가 없으니

 

 나는 평생 경쟁하며 살아왔습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삶을 살았고

 

 앞으로도

 

 그런 삶을 살게 되겠지요

 

 사람들은 세자인 나를  부러워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여기 있는  저 사람들이 부럽습니다

 

 누구에게도 눈치 보지 않고

 

 저리 마음껏 행복할 수 있으니

 

 (지운그리하시지요저하

 

 오늘처럼 웃으시고

 

 때론 우셔도 됩니다

 

 제 앞에서는 말이지요

 

 [한숨]

 

 고마웠습니다

 

 (정 사서 덕분에

 

 단 하루라도 행복할 수 있었으니

 

 저하

 

 더 좋은 곳에  자리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그곳으로 가는 것이

 

 정 사서에게도  좋은 기회가 될 것입니다

 

 떠나라

 

 명하시는 겁니까?

 

 이기적이라 욕하셔도 됩니다

 

 나는 곧

 

 가례를 올리고

 

 세자빈을 맞을 것입니다

 

 (이것이

 

 정 사서의 고백에 대한

 

 내 대답입니다

 

 [애절한 음악]

 

 힘든 일이라도 있으셨나 봅니다

 

 [울먹이며형님

 

 (그런 날이 있지요

 

 저도

 

 오늘이 그런 날이거든요

 

 [흐느낀다]

 

 [휘가 연신 흐느낀다]

 

 (저보다는 형님께  더 필요하지 않겠습니까

 

 형님이야말로 나중에  연모하는 여인이 생기면 주시지요

 

 [새가 지저귄다]

 

 입궐하시나 봅니다

 

 저하

 

 비를 맞으셨을 터인데  괜찮으십니까?

 

 

 

 저야 뭐

 

 [아련한 음악]

 

 어딜 가시는 길인가 봅니다

 

 국혼 문제로 아바마마를 뵈려고요

 

 

 

 (가자

 

 가례를

 

 올리고 싶습니다

 

 그 이야긴 끝나지 않았느냐

 

 (상선전하  다과가 준비되었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혜종이 주전자를 탁 내려놓는다]

 

 [차를 조르르 따르며]  세자가 이맘때쯤이면  국화차를 즐긴다더구나

 

 [다관을 탁 내려놓는다]

 

 빈궁 역시 국화차를 좋아하였지

 

 (혜종한데 나는

 

 단 한 번도 이리  차를 내려 준 적이 없었구나

 

 내가 왜 세자의 가례를  반대하였는지 알고 있느냐?

 

 제가 아직 아바마마의 눈에  미욱하기 때문이겠지요

 

 나 역시 세자의 나이에  가례를 치르었다

 

 어린 나이에 이뤄진 가정이었기에

 

 그 값어치도 품을 방도도 몰랐었지

 

 (혜종하여 나는

 

 내 가족을

 

 제대로 지켜 내지 못하였느니라

 

 [무거운 음악]

 

 너에겐

 

 그런 미숙한 가족을  만들어 주고 싶지 않았다

 

 널 세자로 보자면

 

 자전의 뜻을 따르는 것이 맞겠으나

 

 널 아들로 보아

 

 잠시간의 여유를 주고 싶었느니라

 

 진정

 

 가례를 올리고 싶은 것이냐?

 

 

 

 가례를 올리고 싶습니다

 

 [혜종이 입소리를 쯧 낸다]

 

 (혜종세자의 국혼은

 

 일개 사대부가의 혼례가 아니다

 

 조선의 명운이 걸린  국가의 중대사니라

 

 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겠지?

 

 (검험관초검과 복검  삼검까지 해 보았으나

 

 특별히 이상한 점은 없었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화살을 탁 맞는다]

 

 (형설그때 말한  그 오른쪽 어깨의 골절상은?

 

 추락한 지점의 높이가  다섯 척도 더 넘었으니

 

 아마 활에 맞은 후  낙상하며 생겼을 것입니다

 

 [한숨]

 

 내금위장 어른  의흥위 군사 하나가

 

 내금위장 어른을 뵙고자  찾아왔습니다

 

 강무장 사건에 관해서는

 

 이미 관련자들의 공초는  다 받았다 들었네

 

 (관군1) 그것이

 

 제가 몸이 안 좋아  병가를 내고 꽤 오래 쉬었던 탓에

 

 공초장에 올릴 진술 목록에선  빠진 모양입니다

 

 그래내게 고하고자  하는 것이 뭔가?

 

 범인으로 지목된 자는

 

 사람을 죽일 만한 배포가  없는 자입니다

 

 (관군1) 저도 그자가 죽어  속이 시원한 사람 중의 하나이지만

 

 그런 자가 감히 세자 저하를  시해할 마음을 먹었다니

 

 아무래도 이해가  되지 않아 말입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관군2) !

 

 [화살이 과녁에 탁탁 꽂힌다]

 

 (형설어깨를 다치다니?

 

 (관군1) 강무장 선발조가  되기 사흘 전

 

 저와 동석한 술자리에서  시비가 붙었습니다

 

 그때 싸우다  오른쪽 어깨를 심하게 다쳐

 

 팔도 제대로 들지 못하던 자입니다

 

 (관군1) 그런 자가  저하를 활로 쏘았다니

 

 아무래도 그게 좀 걸려서 말입니다

 

 (관군2) !

 

 [화살이 과녁에 탁탁 꽂힌다]

 

 다음

 

 장착

 

 (관군2) !

 

 [화살이 휭 날아간다]

 

 [풀벌레 울음]

 

 [어두운 음악]

 

 [긴장되는 음악]

 

 (관군3) 웬 놈이냐!  [칼이 챙챙 부딪는 소리가 들린다]

 

 [군사들의 힘겨운 신음]

 

 [군사들의 힘겨운 신음]

 

 [형설의 거친 숨소리]

 

 [군사들의 놀란 신음]

 

 [어두운 음악]  [형설의 거친 숨소리]

 

 (관군4) 내금위장 어른  무슨 일이십니까?

 

 김가온이란 자는 어디 있느냐?

 

 (관군5) 조금 전에

 

 전하를 뵈러  대전으로 간다 했습니다

 

 지금 뭐라 했느냐대전이라니!

 

 [긴박한 음악]

 

 [형설의 다급한 숨소리]

 

 [어두운 음악]

 

 [형설의 다급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긴박한 음악]  [형설의 다급한 숨소리]

 

 (가온김가온이라 합니다

 

 [긴장한 숨소리]

 

 [형설이 옷매무새를 가다듬는다]

 

 (형설고하시게

 

 (상선전하  내금위장 입시이옵니다

 

 (혜종들라 하라

 

 [긴장한 숨소리]

 

 (혜종이 밤중에 무슨 일이냐?

 

 보고드릴 것이 있어 왔사온데

 

 밖에서 잠시 기다리겠습니다

 

 알았다잠시만 기다리거라

 

 [어두운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혜종네가 세자의 호위를  맡고 있다 들었다

 

 그래어려움은 없느냐?

 

 전하

 

 상선에게 맡긴 네 검에

 

 부절 같은 것이 있더구나

 

 정인이 준 것이냐?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이옵니다

 

 그래

 

 (혜종앞으로도  세자의 호위에 힘써 주거라

 

 [긴장되는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문이 달칵 닫힌다]

 

 (형설조금 전 병조의 관청에서  살인 사건이 있었습니다

 

 [어두운 음악]

 

 어찌 육조의 관청에서 그런 일이

 

 범인은 잡았다더냐?

 

 방금 나간 김가온

 

 저자의 행적이 수상합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그게 무슨 말이냐?

 

 "자경전"

 

 [새가 지저귄다]

 

 (기재전하께옵서 드디어

 

 간택을 진행시키라 허하셨다고요?

 

 (대비나라의 국운이  걸린 문제입니다

 

 언제까지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었던 게지요

 

 또 다른 말씀은 없으셨습니까?

 

 세자빈 간택은

 

 장차 이 나라의 국모가  될 여인을 뽑는 자리입니다

 

 (대비내 왕실의 어른으로

 

 가장 현명하고  어진 이를 앉힐 것이니

 

 염려치 마시지요

 

 (기재물론 그러셔야지요

 

 하여 그에 합당한 이를  추천드릴까 합니다

 

 대비마마와 저

 

 그리고 세자 저하의 앞날에  도움이 될 만한 인물을 말이지요

 

 [저마다 말한다]  (여식1) 비단 이쁘다  어디서 났어?

 

 (여식2) 이거 우리 아버지가  구해다 주셨어

 

 (영수간택 단자를  넣지 말아 달라니?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소은소녀 아직은

 

 간택에 들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너의 마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이는 나라의 일이니라

 

 세자빈 간택은

 

 본래 내정자로 지목된 자를  따로 둔다 들었습니다

 

 (소은하니 저 하나쯤  처녀 단자를 넣지 않는다 하여도

 

 누구도 마음 쓰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삼간택에 오른 자는

 

 평생 수절을 해야 된다 들었습니다

 

 저는 그리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니 제발

 

 뜻을 거두어 주셔요아버지

 

 그것이 나라의 법이라면  응당 그리해야 할 것이다

 

 더는 이 아비를  불충한 자로 만들지 말아 다오

 

 [한숨]

 

 (하경소은아

 

 (소은?

 

 (하경이거너만 봐

 

 얼른

 

 이게 뭐야?

 

 오늘 초간택 때 나올 질문이래

 

 내가 그래도 너한테까지  숨기면 안 되는 거잖아

 

 (소은난 됐으니까 어서 넣어 둬

 

 진짜 안 봐?

 

 (상궁2) 저를 따르시지요

 

 - (소은가자  - (하경

 

 [부드러운 음악]

 

 [여식들이 스르륵 일어난다]

 

 (여식3) 한성부 서윤

 

 문 정 자 학 자의 장녀  정이입니다

 

 (소은이조 판서  신 영 자 수 자의 장녀 소은입니다

 

 (하경병조 판서

 

 노 학 자 수 자의 차녀 하경입니다

 

 (여식4) 홍문관 대제학  한 규 자 성 자의 차녀 연이입니다

 

 (대비어느 대감의 집에서  세 여인에게

 

 쌀 반 말로 한 달을 버티는  시험을 내었다

 

 한 여인은 양껏 먹다  쌀이 떨어지자 포기했고

 

 또 한 여인은  조금씩 나눠 먹었으나

 

 배가 고파 포기했다

 

 세 번째 여인은 나눠 준 쌀은  한 톨도 먹지 않았지만

 

 한 달을 버텼다

 

 어찌 된 일이겠느냐?

 

 (하경그 쌀로 떡을 만들어 팔고

 

 그 돈으로 쌀을  더 많이 샀기 때문입니다

 

 정답이다

 

 (대비하면 그 규수의 행동엔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느냐?

 

 이는 불공정한 것이 아니더냐?

 

 [무거운 음악]  [하경의 당황한 숨소리]

 

 그건

 

 [한숨]

 

 (소은혹 그 시험에  다른 규율이 있었사옵니까?

 

 없었다

 

 (소은하면 이는  불공정한 것이 아닙니다

 

 시험에 통과하고자

 

 떡을 만들 수 있는  자신의 능력을 십분 발휘해

 

 최선을 다한 것을  어찌 잘못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이판의 여식

 

 소은이라 했느냐?

 

 그러하옵니다

 

 (영수제 여식을 세자빈으로  생각하신단 말씀이시옵니까?

 

 [한숨]

 

 [새가 지저귄다]

 

 (혜종이판이 처음 출사했을 때

 

 내게 한 말 기억하시오?

 

 무엇에도 치우치지 않고  이해득실을 따지지 않는

 

 조정의 중심을 잡을 수 있는  그런 신료가 되겠다 하였던

 

 그 말 말이오

 

 물론이옵니다전하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사옵니다

 

 하오나

 

 (혜종지금이 바로

 

 [어두운 음악]

 

 이판의 말을  직접 보여 줄 때입니다

 

 [밝은 효과음]

 

 (소은

 

 [살짝 웃으며이거  도련님께서 나눠 주셨습니다

 

 [당황한 신음]

 

 아버님께서는 이조의 일로  아직 퇴청치 않으셨습니다

 

 [한숨 쉬며알고 있소

 

 내 이판 대감이 아니라

 

 그대를 만나러 온 것이오

 

 저를 어찌

 

 [살짝 웃는다]

 

 우리의 인연이 꽤 깊군요

 

 (이리 다시 만날 줄 알았다면

 

 그때 속이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놀랐다면 미안하오

 

 아닙니다

 

 저야말로 혹 무례를 범했다면  용서하시옵소서

 

 (소은저하

 

 [한숨]

 

 (이판 대감의 성정과 같이

 

 집도 역시 단아하고  반듯해 보이는군요

 

 날이 선선하니  잠깐 함께 걷는 것도 좋겠지요?

 

 [잔잔한 음악]

 

 [새가 지저귄다]

 

 [휘의 한숨]

 

 10살의 소저께선

 

 이곳에 서서  어떤 낭군을 그리셨습니까?

 

 ?

 

 (궐 후원에 자란  소나무 아래에선

 

 10살의 난 말입니다

 

 내게로 난 길이 가시밭길이라 해도

 

 우직하게 밟고 와 줄

 

 곱고

 

 강한 사람을 그렸습니다

 

 (혜종이판이 널 도와줄 것이다

 

 그러면 세자의 앞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니라

 

 (그 길 걸어와 줄 수 있겠냐는  부탁을 하러 왔습니다

 

 (만달유력한 내정자로는

 

 이판 댁 아씨와  병판 댁 아씨 정도겠네요

 

 (범두그럼 우리  내기나 한 판 할까?

 

 난 병판 댁에 걸겠어

 

 청백리이자 대쪽 같은  유림의 거두 이판 대감께서

 

 상헌군 대감 눈에  들 리 없지 않겠는가

 

 (만달좋습니다

 

 그럼 전 이판 대감 댁에 걸지요

 

 주상 전하께서

 

 상헌군 대감의 사람이  자명한 병판 댁 아씨를

 

 순순히 세자빈으로  받아들이겠느냐 이 말입니다

 

 아니 그렇습니까사서 나리?

 

 [달려오는 발걸음]  (문수정 사서!

 

 정 사서

 

 [문수의 가쁜 숨소리]

 

 사실인가?

 

 저하께서 자네한테  승전직을 궈권했다는 것이?

 

 어디로 가는데?

 

 사간원?

 

 사헌부?

 

 대체 어딘데!

 

 아닙니다그런 거

 

 아유그러지 말고  얘얘기를 좀 해 봐

 

 내가 뭐그렇게  쪼잔한 그런 사람 아니잖아

 

 어디야?

 

 많이 좋은 자리인가?

 

 (지운송구하지만  오늘은 먼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문수그  그러지 말고 저정 사서

 

 어디어디로 가는지

 

 정 사서!

 

 [떨리는 숨소리]

 

 저 자식이 지금지금

 

 승전했다고 지금 날날  과괄시하는 거

 

 뒷골

 

 [징 소리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만달과 범두의 놀란 신음]

 

 (만달어어보덕 어른  아유아유

 

 [만달의 놀란 신음]

 

 [풀벌레 울음]

 

 (소은저는

 

 세자빈이 될 자신이 없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기도 하고

 

 

 

 소저의 마음에  다른 사람이 있습니까?

 

 [한숨 쉬며송구합니다

 

 [잔잔한 음악]

 

 [옅은 한숨]

 

 여기까지 찾은 이상

 

 나 역시 바로 포기하겠다  말해 주진 못하겠네요

 

 (조만간 또 보시지요

 

 [냇물이 졸졸 흐른다]  [풀벌레 울음]

 

 이 시간에 여길 어찌

 

 이판 댁에 다녀오는 길입니다

 

 (지난번에 정 사서와  함께 있던 분이

 

 이판 댁 따님이시더군요

 

 그분께 세자빈이 되어 달라  청하였습니다

 

 정 사서와 연이 있는 분이란 걸

 

 알면서도 말이지요

 

 그러셨습니까

 

 일전에 제가 말한 그 제안은

 

 생각해 보셨습니까?

 

 (원한다면 더 나은 곳으로도  추천을 해 드릴 수 있는데

 

 저는 저하를 뵈면

 

 마주 서 이야기 나누고 싶습니다

 

 이렇게 갑자기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더더욱요

 

 [잔잔한 음악]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기라는 건

 

 제겐 궐을 나가라는  말과 같은 의미로 들려서요

 

 저하께선 제가 정말 그러기를  바라시는 것입니까?

 

 그것이 아니라면

 

 나 역시

 

 어렵게 말한 진심이었습니다

 

 정 사서라면 나를  이해해 줄 거라 생각했는데

 

 내 생각이 틀렸나 보군요

 

 잘 알았습니다

 

 [풀벌레 울음]

 

 [한숨]

 

 [거리가 시끌시끌하다]

 

 꽃이 예쁘게 피었습니다

 

 [다가오는 발걸음]

 

 정 사서의 서연이 아니지 않습니까

 

 (지운문학께 부탁해  하루만 바꾸어 달라 청하였습니다

 

 오늘 서연은 없는 걸로 하지요

 

 (지운제 대답이

 

 듣고 싶다 하셨지 않습니까

 

 서연이 끝난 후  답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이 저하와 저의

 

 마지막 서연이 될 것이니 말이지요

 

 [애절한 음악]

 

 (지운) '시신야일 화취조야'

 

 () '나무는 똑같이 널어놓아도'

 

 '불은 마른 쪽으로 타들어 가고'

 

 '평지야일 수취습야'

 

 '땅은 평평하게 골라도'

 

 '물은 습한 데로 스며들 것이다'

 

 '초목주생 금수군언'

 

 () '초목도 같은 것끼리 자라고'

 

 '금수도 같은 것끼리  무리 지을 것이니'

 

 '물각종기류야'

 

 '시고질적장이궁시지언'

 

 () '만물이 다  끼리끼리 모이는 것이다'

 

 '그러므로 과녁이 세워져야  화살이 꽂히고'

 

 (지운오늘부터  저하의 서연을 맡게 된

 

 사서 정지운이라 합니다

 

 (지운하면 이제 그 연씨도  곧 꽃을 피우겠네요

 

 그때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저하

 

 [문이 달칵 열린다]  (거기에 대한 답은

 

 제가 해 드리지요

 

 (지운적절히 내려  참 좋은 비처럼

 

 저 역시 저하께  그런 사람이 되어 드리겠습니다

 

 저하께서 제게  그리하신 것처럼 말이지요

 

 앞으로도 늘  함께해 드리고 싶습니다

 

 (지운) '림목무이부근지언'

 

 '수성음이중조식언'

 

 '나무가 무성해야 도끼도 내닫고'

 

 () '그늘이 짙어야  새가 날아들고'

 

 [지운의 한숨]

 

 "대학장구"

 

 이제 말해 주시지요

 

 내 제안에 대한  정 사서의 뜻이 무엇인지

 

 잠시만

 

 함께 갈 곳이 있습니다

 

 [잔잔한 음악]

 

 [풀벌레 울음]  [새가 지저귄다]

 

 [바람이 쏴 분다]

 

 기억하십니까?

 

 저하와 서연을 시작한 후

 

 처음으로 함께했던 곳이  여기였는데

 

 (지운어쩐지 그날이

 

 까마득한 옛날처럼 느껴지네요

 

 (지운그래도 한 번쯤은

 

 믿어 볼 수 있는 거 아닙니까?

 

 다른 누군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서

 

 저하를 위해서 말입니다

 

 사람들과 너무 거리 두려  하지 마십시오

 

 그럼 저하께서 더 외로워지십니다

 

 (지운다시는 궐에  들어오지 않을 거라 다짐했었는데

 

 그랬다면 후회할 뻔했습니다

 

 실은 어느 곳이나 한 군데  오래 머무는 성격이 되질 못합니다

 

 하여 제가 살던 방식 그대로

 

 다시 돌아가 보려고 합니다

 

 행복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단 하루가 아니라

 

 매일매일

 

 꿈도 희망도 없던 저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신 분이  저하셨으니까요

 

 자리를 옮기라 명하신 건

 

 받아들일 수가 없을 거 같습니다

 

 궐에 있으면

 

 자꾸만 동궁전을  기웃댈 거 같아서요

 

 시강원 스승님들께  인사를 드린다는 이유로

 

 동궁전에 있는 나무가  예쁘다는 핑계로

 

 그것도 아니면

 

 자은군 대감께서  그곳에 있진 않나 하는

 

 솔직하지 못한 기대로요

 

 [애절한 음악]

 

 [바람이 쏴 분다]

 

 "사직소"

 

 강녕하십시오저하

 

 외롭지 마시고요

 

 [바람이 쏴 분다]

 

 (괜찮으십니까?

 

 마음이 헛헛하실까 해서요

 

 (헛헛은요

 

 (지운저하께선 잘 지내시지?

 

 (소은) [흐느끼며잔이야!

 

 (지운별일은 없고?

 

 (왜 죽였느냐?  [창운군의 힘겨운 신음]

 

 죄 없는 그 아이를 왜!

 

 (복동지금까지  잘 참아오시지 않으셨습니까

 

 한데 이번만은 어찌하여

 

 (지난 10년을  그리 참으며 살아오지 않았더냐

 

 [나무꾼의 놀란 신음]  (유생숙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세자 저하를  폐세자로 명하시옵소서!

 

 (유생들명하시옵소서!

 

 (폐세자가 되면 저하를  기다리는 것은 죽음뿐입니다

 

 (지운저하를 지킬 것입니다

 

 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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