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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모 19

 


 "연선"


 담이야


 [떨리는 숨소리]


 전하이십니까?


 담이가


 (지운) 어째서  말씀하지 않으신 겁니까?


 전하께서 담이라는 사실을요


 [한숨 쉬며] 그것이  뭐가 중요하겠습니까


 어차피 지금


 이리 함께인데


 나로 인해 상처받을 정 주서를  볼 자신이 없었습니다


 (휘) 나 때문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더욱 나빠지는 걸


 바라지도 않았고요


 저를 볼 때마다 그 일이 떠올라  괴로우셨을 터인데


 (휘) 정 주서 역시


 오래 아팠다는 거 압니다


 정 주서와 나


 누구도 선택한 적 없는 일이었으니


 자책하지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운의 떨리는 숨소리]


 [애절한 음악]


 [지운이 훌쩍인다]


 그 후로


 오래 찾았습니다


 (지운) 도성에 오면  그 다리를 꼭 찾곤 하였지요


 일생이 외로웠을 아이가


 [울먹이며] 그래도


 부서지지 않고  단단하게 웃던 그 아이가


 어딘가 살아 있다면


 부디 행복하기를


 그렇게 바랐었습니다


 나 역시 그랬습니다


 (휘) 어쩌면 그때의 기억으로


 버텨 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때


 정 주서를 만나


 행복했습니다


 [지운이 훌쩍인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다시  내 앞에 나타나 주었으니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나는


 [울먹인다]


 [밝은 효과음]


 [매파의 기뻐하는 숨소리]


 (매파) 참으로 선녀가  따로 없습니다


 가만 보자


 이쪽 단이 조금 기니  품을 약간만 줄이면 딱 되겠습니다


 그럴 필요 없네


 예?


 (매파) 어찌 그러십니까?


 그만 나가 보시게


 [문이 달칵 열린다]


 [한숨]


 [문이 달칵 닫힌다]


 [잔잔한 음악]


 [대문이 덜컹 열린다]


 [풀벌레 울음]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제가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소은) 생각해 보았는데


 이 혼인 없던 일로  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마음에도 없는 혼인을 한다는 것이


 저와 도련님, 우리 둘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 될 거 같아서요


 도련님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이 계시다는 거


 압니다


 마음이라는 것이  원래 뜻대로 되지 않는 법이지요


 누군가를 좋아하는 마음은


 더더욱


 미안합니다


 정말


 (소은) 사과하실 필요 없습니다


 이 혼인은 제가 깨는 것이니까요


 아버님껜 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애잔한 음악]


 [대문이 덜컹 닫힌다]


 [흐느낀다]


 (소은) 좋은 인연이고 싶었는데


 아픈 인연이었나 봅니다


 그저 '그런 인연도 있었다'


 그리 생각하겠습니다


 [새가 지저귄다]


 (석조) 결국 네가  일을 이리 만들었구나


 전하께서 위험해지셔도  상관이 없다


 그리 생각하는 것이냐?


 (지운) 아버지께서야말로


 진정 전하를 지켜 주실 생각이  있긴 하셨습니까?


 그게 무슨 말이냐?


 전하께서 담이 그 아이란 얘기는  왜 하지 않으셨습니까?


 [무거운 음악]


 [한숨]


 진정 담이까지  죽이려 하신 겁니까?


 (지운) 죄 없는  궁녀 아이를 죽이고


 담이 그 아이까지


 [한숨]


 아버지께선 대체


 어떤 삶을 살아오신 겁니까?


 아직도 제가 모르는 아버지의 죄가


 더 남은 것입니까?


 무슨 말이 듣고 싶은 것이냐?


 (지운) 어릴 적 다정했던  아버지의 그 모습이


 도무지 잊히질 않아


 절 오래 힘들게 했습니다


 그냥 모든 걸 잊은 척  그때로 다시 돌아가면 어떨까


 의미 없는 기대도 해 보았습니다


 [떨리는 목소리로] 그래도  아버지를 용서할 수 없겠지만


 적어도


 이해해 보려는 실낱같은 희망이


 제게도 생기고 있었단 말입니다


 [한숨]


 이해할 필요 없다


 이리된 이상


 나도 내가 해야 할 일을  하는 수밖에 없겠구나


 [지운의 분한 숨소리]


 비밀을 묻기 위해  전하를 시해하고자 하신다면


 저를 먼저 베셔야 할 겁니다


 [김씨 부인의 떨리는 숨소리]


 지운아


 [떨리는 숨소리]


 [풀벌레 울음]


 [긴장되는 음악]


 (기재) 창운군이 전하를  공격하였단 얘길 어찌 숨겼는가?


 전하께서 알리길  원치 않으셨습니다


 어명을 따랐다?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어두운 음악]


 [석조의 거친 숨소리]


 기어이 이리 나오시겠다?


 [옅은 한숨]


 말해 보시지요


 나에게 군대감의 쓰임이  무엇이 있을지


 그야 대감께서  쓰고자 하는 곳에 쓰여야겠지요


 현이에게 사람을 붙여 놓았습니다


 주상께서 움직일 일이 있으면


 누구보다 바삐 나서는 아이가  그 아이니


 도움이 될 것도 같은데 말이지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문이 덜컹 열린다]


 [승규의 겁먹은 신음]


 [놀란 신음]


 [문이 덜컹 닫힌다]


 저, 전하


 [승규의 긴장한 숨소리]  조 내관을 죽인 연유가  무엇이더냐?


 [당황한 신음]


 (승규) 어, 어찌


 제게 그런 것을 물으십니까?


 지금 당장 모든 진실을 고하거라


 하면 내 목숨만은 살려 줄 것이니


 [긴장한 숨소리]


 (지운) 소낭초를 구한 것이


 서 의원 당신의 짓이라는  증좌가 있소


 하니 발뺌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오


 [어두운 음악]


 [승규가 울먹인다]


 선대왕께서 돌아가시는 걸  확인한 직후


 (승규) 상선을 죽이라는  상헌군 대감의 명이 있었습니다


 [흐느끼며] 조 내관이  선대왕을 오래 모셨기에


 독살에 가담하더라도  언제든 마음이 변할 거라고


 사, 사, 사, 살려 주십시오, 전하


 목숨만은 살려 주십시오


 소낭초를 구할 수 있는 곳을  알고 있느냐?


 그 이후로


 어디서도 소낭초를  들여오진 않았을 겁니다


 (승규) 워낙에 위험한 물건인지라


 상헌군 대감께서 갖고 계신 것이  전부라 합니다


 (휘) 너는 곧장 강화로 가  겸이를 데려와 다오


 내가 독초에 관해  조사하고 있음을 안다면


 분명 외조부는  겸이까지 건드리려 할 것이다


 예, 전하


 외조부 댁에  갈 일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하여 직접 확인할 겁니다


 전하께서 직접 가신다면


 상헌군께서 경비를  더더욱 삼엄히 하시겠지요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저, 위험합니다


 혼자선 안 될 겁니다


 은서가 강화에서 돌아오면…


 말씀하셨지 않습니까


 상헌군께서 알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몰래 들어가는 것이라면  혼자인 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지운) 전하 혼자 남겨 두고  다치는 일 없습니다


 저를 믿으십시오


 정 주서


 정 걱정되면


 한 번만 안아 주시겠습니까?


 [잔잔한 음악]


 걱정 말거라, 담이야


 (지운) 어릴 적  어여쁜 소녀 하나가


 제게 무예도 배우지 않느냐  통박을 준 적이 있었지요


 [지운이 숨을 씁 들이켠다]


 그 후로 얼마나  무예 연습을 열심히 하였는지


 다치지 않을 것입니다


 염려하지 마십시오


 하면 내가 궐로 돌아가  시간을 끌어 보겠습니다


 (대비) 소문이라니요?


 (휘) 저자에 왕이 쌍생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더군요


 여아와 한 태에 난 쌍생이라고요


 (대비)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주상?


 어찌 그런 해괴한 말씀을…


 다시는 그런 말도 안 되는…


 (휘) 애써 숨기실 필요 없습니다  할마마마


 어제 외조부님께  모두 들었거든요, 저도


 제게 쌍둥이 누이동생이  있었다고요


 [어두운 음악]


 제가 태어난 해


 산실청의 모든 사람들이  죽었다고요


 쌍생의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모두 죽여 비밀을  묻으시려 하였다고 들었는데


 그게 사실입니까, 할마마마?


 어찌 그런 말씀을…


 (기재) 있는 사실이니  말씀을 드린 것이지요


 이 중대한 비밀을


 언제까지 전하께 숨길 수는  없는 법이 아닙니까


 [한숨]


 (대비) 오늘 한 말씀은  잊으셔야 합니다


 주상께서 여아와  쌍생이었단 것이 밝혀지면


 왕실의 권위는  바닥으로 떨어질 것입니다


 더구나 그 비밀을 묻기 위해  저지른 일들이 밝혀진다면…


 (휘) 사지라 하였지요


 두 사람만의 비밀이라도  반드시 남이 알게 된다 하였습니다


 이제 소문은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가기 시작하였으니


 민심이 동요하겠군요


 (대비) 당장 소문을 막아야 합니다


 주상의 자리가 위태로워질 거예요


 그런 것은 두렵지 않사옵니다  할마마마


 (휘) 다만


 그날 궐의 비밀을 묻는 것에


 동의하셨던 할마마마와 외조부  [긴장되는 음악]


 두 분께서 받으실 고초가  걱정입니다


 저를 위해 수많은 목숨들을 빼앗아  비밀을 묻으셨으니


 두 분께서도 그 죄를  피하기 어려우실 것 아닙니까


 하나 너무 염려는 하지 마십시오


 소문은 그저 소문일 뿐


 죽은 제 누이동생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 한


 비밀은


 영원히 밝혀지지 않을 것 아닙니까


 물론이지요


 (기재) 죽은 계집이 살아오다니


 [웃음]


 만약 그런 일이 있다면


 제가 전하를 위해  또 한 번 피를 못 묻히겠습니까


 염려 마십시오, 전하


 [새가 지저귄다]


 [관군1의 가쁜 숨소리]


 상헌군 대감께서 보내셨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석조의 다급한 숨소리]


 [거친 숨소리]


 [김씨 부인의 비명]


 [칼을 챙 뽑는다]


 [거칠게 싸운다]  [박진감 넘치는 음악]


 [김씨 부인의 겁먹은 숨소리]


 [놀란 신음]


 영감


 (석조) 그 손


 그 손 놓지 못하겠느냐!


 (수하1) 검을 버리시지요


 (석조) 상헌군 대감을 봬야겠다


 내가 직접 말씀드릴 것이다


 (수하1) 그럴 필요 없소


 상헌군께서는  영감의 목만을 보고자 하시니


 [긴장되는 음악]


 [석조의 거친 숨소리]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놀란 숨소리]


 [떨리는 숨소리]


 [김씨 부인의 애절한 숨소리]


 (수하1) 포박해라


 [석조의 힘주는 신음]  [수하1의 힘겨운 신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거칠게 싸운다]


 [김씨 부인의 놀란 숨소리]


 [거친 숨소리]


 (지운) 어머니  괜찮으세요, 어머니?


 [석조의 힘주는 신음]  [수하2의 비명]


 [칼로 쓱 벤다]


 [석조의 거친 숨소리]


 (지운) 어머니


 (지운) 영지야, 질금아!


 - (영지) 오라버니!  - (질금) 형님!


 - (지운) 문 좀, 문 좀 열어 줘  - (질금) 아니, 이게…


 (질금) 어, 아니…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상헌군의 짓입니까?


 대체 왜…


 내가 전하의 비밀을  모두 알고도 숨겼다는 것을


 아신 모양이구나


 [어두운 음악]


 상헌군이 소낭초를  가지고 있다 들었습니다


 어디에 있는지 아신다면


 가르쳐 주십시오


 그걸 찾아  대체 어찌하겠다는 것이냐!


 상헌군의 죄를 밝힐 것입니다


 그까짓 독초 하나 찾는다고  그게 가능할 성싶으냐?


 (지운) 이제 가족들까지  위험해졌습니다


 그러니 말씀해 주셔야 합니다


 [한숨]


 [수하들의 기합]  [현의 힘겨운 신음]


 [현의 거친 숨소리]


 [복동이 흐느낀다]


 (복동) 마마님


 [거칠게 싸운다]


 [현의 거친 숨소리]


 [거칠게 싸운다]


 [현의 힘겨운 신음]


 (복동) 자은군 대감


 [현의 힘겨운 신음]  [자객들의 기합]


 [현의 거친 숨소리]


 [복동과 김 상궁의 떨리는 숨소리]


 (현) 대체 왜 이렇게까지  하시는 겁니까?


 보내 주십시오, 형님


 (기재) 자은군이  주상과 각별하다지요?  [무거운 음악]


 살아 있으면 앞날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습니까?


 왕이 되고자 하는 자라면  비정해져야지요


 내 가족과 형제의 목숨도


 그을 수 있는 배포가  필요한 법입니다


 하여 내게 아우를 베라?


 [숨을 들이켠다]


 자은군이 주상이 아끼는  내관과 상궁을 데리고


 (기재) 도망쳤다지요?


 그들을 데려오십시오


 하면 내 한 번은 생각해 볼 테니


 미안하구나, 현아


 너와 내가  형제로 태어난 것을 원망하거라


 [김 상궁의 비명]  (복동) 자은군 대감!


 [현의 비명]


 [현의 힘겨운 신음]


 (김 상궁) 나리  [복동이 흐느낀다]


 [기합]


 [김 상궁과 복동의 비명]


 [떨리는 숨소리]


 [함께 흐느낀다]


 군대감 나리


 (원산군) 네 형으로서  나의 마지막 배려니라


 다시는


 돌아오지 말거라


 [떨리는 숨소리]


 가자


 (김 상궁) 군대감 나리  군대감 나리!  [복동이 흐느낀다]


 군대감 나리!


 [긴장되는 음악]


 (석조) 상헌군의  서재에 있을 것이다


 그곳에 중요한 것들을  따로 보관한다 들었다


 푸른색 향합을 찾거라


 그것이 소낭초일 것이다


 [기재의 웃음]


 네놈이 용케도 살아남았구나


 (석조) 용서해 주십시오, 대감


 여기서 이렇게 끝낼 수는 없습니다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십시오


 (기재) 용서를 하기엔  네 실수가 너무 크다


 그깟 계집아이 하나 처리하지 못해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다니


 게다가 그 사실까지  숨기려 하지 않았더냐


 [석조의 떨리는 숨소리]


 부디 제 가족만은


 지킬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어두운 음악]


 [지운이 달그락거린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향합을 탁 닫는다]


 (기재) 그래  전하의 계획을 알고 있다고?


 전하께선 대감이 여연에  사병을 키우고 있음을 밝히신 후


 (석조) 제현 대군에게  왕위를 양위할 계획이십니다


 [헛웃음]


 계집임을 숨기고 상왕이 되시겠다?


 [긴장되는 음악]


 [수하3의 기합]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거칠게 싸운다]


 [거칠게 싸운다]


 [지운의 거친 숨소리]


 (수하4) 저쪽이다!


 (기재) 무슨 일이냐!


 [수하5의 힘겨운 신음]


 [석조의 거친 숨소리]


 네놈이 정녕 은혜를  이리 갚으려는 것이냐?


 [거칠게 싸운다]


 (석조) 멈추거라!


 [석조의 거친 숨소리]


 (지운) 아, 아버지


 (석조) 누구든 움직인다면  즉시 대감의 목을 벨 것이다!


 [긴장되는 음악]


 어서 가거라, 어서


 [지운의 긴장한 숨소리]


 (지운) 아버지


 (석조) 일을  더 어렵게 만들 셈이냐


 가라니까!


 [활시위가 빠드득거린다]


 (지운) [놀라며] 아버지


 [석조의 힘겨운 신음]


 [극적인 음악]


 [석조의 거친 숨소리]


 [달려오는 발걸음]  [지운의 당황한 숨소리]


 [김 상궁과 복동의 겁먹은 숨소리]


 - (김 상궁) 정 주서 나리  - (복동) 정, 정 주서…


 내게 빚을 하나 지셨습니다, 대감


 [거친 숨소리]


 [지운의 거친 숨소리]


 (질금) 아이, 아  진짜 급한 일입니다, 예?


 저 좀 들여보내 주십시오!


 전하께 꼭 고할 말이 있습니다


 정말, 정말 중요한  일이란 말입니다! 예?


 (수문장) 네깟 놈이 전하께  중요한 일은 무슨


 [질금의 힘겨운 신음]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석조) 한 시진이 지나도록  지운이가 궐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너는 곧장 가서  이 사실을 전하께 고하거라


 반드시 전하께 전해야 한다


 (석조) 부탁하마


 [결연한 숨소리]


 (질금) 아이씨!


 [울먹이며] 저 좀  들여보내 주십시오


 제발, 제발 한 번만  들여보내 주십시오, 예?


 [질금의 다급한 숨소리]


 (춘생) 어이, 질금이


 니 여기서 뭐 하냐?


 형님!


 [질금이 울먹인다]


 형님


 왜 이려?


 아이…


 우는 겨?


 [휘의 한숨]


 [궁녀들의 겁먹은 신음]  [쿵 소리가 들린다]


 [다가오는 발걸음]  [궁녀들의 비명]


 [어두운 음악]


 [놀라며] 형님


 (휘) 형님!


 혀, 형님


 형님  [휘의 다급한 숨소리]


 형님


 [힘겨운 목소리로]  송구합니다, 전하


 두 사람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당황한 숨소리]


 형님


 [힘겨운 신음]  (휘) 이를 어찌…


 어서 어의를 부르거라, 어서!


 (내관) 예, 전하


 [울먹이며] 형님


 (휘) 이, 이 무슨…


 [복동과 김 상궁의 긴장한 숨소리]


 [석조의 힘겨운 숨소리]


 [지운의 힘주는 신음]


 [수하1이 향합을 탁 뺏는다]


 아비와 아들이


 겨우 이걸 위해 목숨을 걸었더냐?


 [힘겨운 숨소리]


 [분한 숨소리]


 어리석은 놈


 (기재) 가족을 위한다더니


 고작 이것이었느냐?


 네가 그리 끔찍이  지키고자 한 아들이니


 마지막 모습을 잘 담아 두거라


 [긴장되는 음악]


 [당황한 신음]


 [석조의 다급한 숨소리]


 안 된다, 안 된다!


 (석조) 차라리 날 죽이거라!


 이 아이가 무슨 죄란 말이냐


 안 된다, 안 된다, 안 된다!


 [기합]


 [수하1의 기합]  (석조) 안 된다!


 [박진감 넘치는 음악]


 [수하들의 비명]


 [칼 뽑는 소리가 챙챙 울린다]  [수하들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수하들의 힘겨운 신음]


 [거칠게 싸운다]


 (휘) 감히 왕의 군사들과  맞서는 자


 반역으로 잡아들일 것이다!


 - (김 상궁) 전하  - (복동) 전하


 무슨 짓입니까, 전하?


 외조부님이야말로  이것이 다 무슨 짓이란 말입니까?


 (휘) 나를 보필하는  내금위장과 상선을


 이리 사사로이 잡아 두시다니


 이것 엄연한 반역이 아닙니까


 반역?


 (기재) 전하께서 감히


 반역이란 말을  입에 올리신 겁니까?


 [긴장되는 음악]


 (휘) 예


 왕인 나의 뜻에 반하였으니


 반역입니다


 왕이라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휘) 이건


 그 반역의 증거겠지요


 뭣들 하느냐


 대역죄인 상헌군과 그의 가병들을  모조리 잡아들이거라!


 (관군들) 예!


 크게 실수하신 겁니다, 전하


 실수는 외조부님이 하셨지요


 아니 그렇습니까?


 [관군2의 힘주는 신음]


 - (김 상궁) 전하  - (복동) 전하


 [복동이 흐느낀다]  (휘) 내가 많이 늦어 미안하구나


 [울먹이며] 아닙니다


 전하께선 괜찮으십니까?


 [휘의 한숨]


 (지운) 아버지


 아버지, 괜찮으십니까?  [석조의 힘겨운 숨소리]


 (질금) 형님!


 (춘생) 정 주서


 아니, 이를 어쩐다냐?


 우리 정 주서 얼굴이  완전 상해 불었네


 [춘생의 다급한 숨소리]


 (질금) 형님, 괜찮아?


 (지운) 네가 어쩐 일이야?


 (질금) 어르신께서 부탁하신 거야


 전하를 모셔 오라고


 [석조의 힘겨운 신음]  [무거운 음악]


 - (춘생) 어? 어어, 어르신, 어유  - (지운) 아버지, 아버지


 [사람들의 힘주는 신음]


 아버지


 [원산군의 힘겨운 신음]


 [걸쇠가 달칵 잠긴다]


 [어두운 음악]


 (기재) 전하께서


 제게 이런 짓을 하시고도


 무사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십니까?


 무사하겠지요


 그러기 위해 견뎌 온 것이니


 (기재) 견뎌 왔다?


 [헛웃음]


 지금이라도  제가 전하의 비밀을 밝히면


 어찌하려 하십니까?


 (휘) 선대왕을 죽이고


 그 죄를 무고한 이들에게  덮어씌운 역적의 말을


 [코웃음]


 과연 누가 믿어 주려 하겠습니까?


 곧 죽을 자가 실성을 하였다는  취급이나 받으시겠지요


 (기재) 그깟 독초 하나를  손에 넣은 것으로


 모든 걸 밝힐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휘) 예, 밝힐 겁니다


 외조부가 쓰신 소낭초 독과


 창천군이 썼다고 한  부소화 독을 비교해


 아바마마의 죽음이  조작되었다는 사실을 알릴 겁니다


 조 내관을 죽인 어의 서승규가


 그에 관한 증언을 해 주겠지요


 뿐만 아니라 제겐


 부호군께서 목숨을 걸고 구해 준


 여연의 사병들을 확인할  장부까지 손에 있으니


 외조부님의 역심 또한


 밝혀낼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쯤 나의 군사들이  여연으로 달려가고 있을 것입니다


 외조부가 저지른 모든 악행들은


 하나도 남김없이


 내일 조정에서 밝혀질 것입니다


 역시


 내 외손주십니다


 [웃음]


 장하십니다, 전하


 (휘) 선대왕을 독살하고  이를 조작, 은폐하여


 무고한 이들의 목숨을 빼앗은  역적 한기재를


 참형에 처한다


 [어두운 음악]


 또한 상헌군 한기재로 인해


 (휘) 억울한 누명을 쓰고  유배된 제현 대군과


 과거 역적으로 몰려  억울한 죽임을 당한


 익선 강화길의 신분을 복권하여


 그 억울함을 풀어 줄 것이다


 (문수) 들라 하라


 [장엄한 음악]


 (대비) 양위라니요?


 (휘) 예, 제현 대군에게  용상의 자리를 맡길 생각입니다


 대체 왜…


 갑자기 어찌하여  이러는 것입니까, 주상?


 [한숨]


 신사년 그 밤


 쌍생이었던 여자아이는


 죽지 않았습니다


 [무거운 음악]


 "강녕전"


 (휘) 12살에 궁녀가 되어  다시 궐에 들어왔지요


 (휘) 사실을 눈치챈 외조부가


 아무도 몰래  그 아이를 죽이려 하였으나


 마침 옷을 바꿔 입은 오라비가


 대신하여  죽임을 당하였던 것입니다


 [당황한 숨소리]


 그게 무슨…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 것입니까?


 바로 제가


 그 여자아이입니다


 [슬픈 음악]


 [떨리는 숨소리]


 (휘) 상헌군의 처결이  마무리될 때까지만


 시간을 주십시오


 일을 마무리하는 대로


 제현 대군에게 양위를 하겠습니다


 모두를 속이고


 왕의 자리에 오른 죄를 물으신다면


 그 역시 따를 것입니다


 [허탈한 숨소리]


 모든 결정은 대왕대비마마와


 즉위하실 새 왕께서 해 주십시오


 [흐느낀다]


 (상궁1) 마마, 마마


 - (상궁1) 마마  - (상궁2) 마마


 (상궁2) 괜찮으십니까, 마마?


 [새가 지저귄다]


 [훌쩍인다]


 [석조의 옅은 숨소리]


 [석조의 힘겨운 신음]


 [놀란 숨소리]


 정신이 드십니까?


 [힘겨운 숨소리]


 지운이는?


 [안도하는 숨소리]


 [무거운 음악]


 (지운) 전하께서  상헌군의 죄를 밝히셨습니다


 상헌군을 따른 자들 모두


 참형에 처해질 것입니다


 옷을 가져와 다오


 전하께 가서 죄를 고하마


 나 역시


 죗값을 받을 것이다


 [한숨]


 네 어미를


 부탁한다


 [새가 지저귄다]


 (휘) 잘 어울리는구나, 은서야


 양위라니요


 (제현 대군) 부디 할마마마께  전하신 그 뜻을


 거두어 주십시오, 전하


 (휘) 일어나거라


 (제현 대군) 이 나라의 왕은  전하십니다


 어찌 저에게 전하의 자리를  이어받으라 하시는 겁니까?


 내 외조부의 죄가 밝혀졌다


 (휘) 외조부로 인해 희생된  무고한 이들 때문이라도


 나는 이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느니라


 그 자리는


 전하의 자리입니다


 (제현 대군) 전하께서  자격이 없으시다면


 누구에게 자격이 있다 하겠습니까


 전하의 자리는


 형님이 아닌 그 누구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잔잔한 음악]


 이건 명이 아니라 부탁이다


 너라면 할 수 있을 것이다


 아바마마의 유지를 이어 다오


 저, 전하…


 [석조의 한숨]


 전하께


 저의 죄를 청하고자 합니다


 (휘) 용서를  구하고자 하는 것이오?


 나는 그대를 용서할 생각이 없소


 그대는 무고한 사람들을 죽였고


 죄 없는 어린 여자아이를 베었소  아들의 눈앞에서


 또한


 나의 오라비이자


 이 나라의 왕이  되었어야 할 이를 죽였지


 그 손으로


 하니


 지금 당장 참형에 처한다 해도


 그 죄를 모두  용서받지는 못할 것이오


 알고 있습니다


 [휘의 한숨]


 (휘) 원산군이 외조부와  내통하였다 들었소


 여연으로 군사를 보내 놓았으니


 내금위장이 가 그곳을 살피시오


 여연은 그 누구보다 내금위장이  더 잘 알고 있을 것이니


 그 일을 끝낸 후


 그대에 대한 처벌을 결정할 것이오


 예, 전하


 [무거운 음악]


 [칼을 탁 집는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기재) 아이의 시신을  거두었다고 들었다


 (기재) 아이를 봐야겠다


 [이월의 겁먹은 숨소리]  (어린 지운) 안 돼!


 [어린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어린 지운) 안 됩니다, 아버지  안 돼요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석조) 네가 상관할 바가 아니다  비키거라


 아버지!


 (어린 지운) 안 돼!


 [어린 지운의 떨리는 숨소리]


 [문이 달칵 열린다]


 (복동) 부르셨습니까, 전하?


 왔느냐, 복동아


 예, 말씀하시지요


 부탁할 것이 있다


 중전과의 합방일을 좀 잡아 다오


 예?


 합방이라니요  갑자기 어찌 그러시는 겁니까?


 (휘) 부원군이 상헌군과 함께  여연에 사병을 키웠소


 (하경) 알고 있습니다


 조정에 저 역시


 폐서인에 처하라는 상소가  많은 걸로 압니다


 처벌을 내리시면  달게 받을 것입니다


 부원군이 참형만은 피할 수 있도록  내가 힘을 써 보겠소


 (휘) 중전은


 궐을 떠나시오


 사람들에겐  병으로 죽었다 할 것이니


 떠나 새 삶을 사시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어찌 제게…


 지난번


 중전에게 해 주겠다던 말


 지금 하려 하오


 [무거운 음악]  [놀란 숨소리]


 [놀란 숨소리]


 (휘) 나는


 사내가 아닙니다


 전하, 어찌…


 미안하오


 [한숨]


 그동안 중전을 속여 온 나를


 용서해 주시오


 [하경의 떨리는 숨소리]


 말도 안 돼


 (휘) 지금껏 중전에게  말하지 못한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내가 여인이라


 중전에겐 벗으로도


 지아비로도 다가갈 수가 없었소


 나의 죄책감으로


 중전을 보듬어 주지 못했습니다


 (하경) 어째서


 어째서 제게 이리 밝히신 겁니까?


 이제 와 왜


 왜 그러셨습니까?


 평생 모른 척 묻어 두시지


 제가 이를 빌미로


 아버지의 죄를 사하여 달라  겁박이라도 하면 어쩌시려 합니까?


 전하의 목숨이라도 노리면  어쩌시려고…


 그렇다 하더라도  받아들여야겠지요


 (휘) 중전에게 지은 나의 죄가


 그보다 클 것이니


 중전은


 나에겐 너무나 과분한 사람이었소


 중전의 허물은 하나도 없으니


 원망할 것이 있다면


 부디 나를 원망하십시오


 [흐느낀다]


 [새가 지저귄다]


 [잔잔한 음악]


 아버지


 잘 계시는 거지요?


 "도현 세자 신주"


 (관리인) 아버님을  뵈러 오신 겁니까?


 (현) 예


 혹 형님께선  오시지 않으셨습니까?


 [원산군의 힘겨운 신음]


 (관리인) 사흘 전  먼저 다녀가셨습니다


 (관리인) 아  [관리인이 서신을 쓱 꺼낸다]


 오시면 이걸 전해 달라 하셨는데…


 형님께서 어디로 가신지는  모르십니까?


 (관리인) 송구합니다, 그건 저도…


 [새가 지저귄다]


 (지운) 여기 계셨습니까, 전하


 드디어 내일이


 제현 대군께 양위하는 날이군요


 아주 오래 기다려 온 날인데


 마음이 후련하지만은 않습니다


 (휘) 겸이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우는 건 아닌가 해서요


 제현 대군께선  훌륭히 해내실 겁니다


 내금위장이 찾아왔었습니다


 죄를 청하더군요


 알고 있습니다


 미안합니다


 나는 정 주서의 아버지를


 아직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휘) 아니, 어쩌면


 영원히 용서치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잔잔한 음악]


 용서하지 마십시오


 (지운) 저 때문에  마음 쓰지도 마시고요


 전하께서 어떤 선택을 하시든


 원망치 않을 것입니다


 (복동) 전하!


 [울먹이며] 전하, 아유


 의금부 옥사에 갇혀 있던 상헌군이


 사라졌다 합니다


 [긴장되는 음악]  뭐?


 [거친 숨소리]


 [문이 달칵달칵 열린다]


 [어두운 음악]


 (복동) 아유


 [당황한 숨소리]


 이게 무슨…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현의 다급한 숨소리]


 (원산군) 긴 낚싯줄을  똑바로 드리우니


 물결 하나 겨우 일다


 많은 물결 번져 가네


 (원산군) 고요한 밤 물은 차고


 물고기는 아니 무니


 빈 배 가득


 나의 꿈을 싣고 돌아오네


 (현) '월명'


 '아몽'


 달빛이 아니라


 나의 꿈을 싣고 온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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