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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모 20

 

 (상헌군은  아직도 찾지 못하였느냐?

 

 (가온백방으로  알아보곤 있사오나 아직

 

 너무 염려하지 마십시오

 

 (지운평안도와 함경도에 있는

 

 군사들 모두  함께 찾고 있다고 하니

 

 곧 소식이 올 것입니다

 

 [한숨]

 

 여연의 소식은 아직이냐?

 

 아마도 내일이나 되어야  도착할 거 같습니다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전하

 

 [어두운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형님이 밤에 어쩐 일이십니까?

 

 전하께  알려 드려야 할 것이 있어

 

 [서신이 바스락거린다]  이것 좀 보시지요전하

 

 [서신을 탁 잡는다]

 

 (이건 예전에 원산군 형님이  쓰셨던 시가 아닙니까?

 

 갑자기 이건 왜

 

 (원래 형님께서  쓰셨던 단어는 '월명'이었습니다

 

 '만성공재월명귀'

 

 '빈 배에 밝은 달만  가득 싣고 온다'

 

 () '만성공재아몽귀'

 

 '빈 배에 나의 꿈을  가득 싣고 온다'?

 

 (아무래도

 

 형님께서 역심을  품은 거 같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내일 있을 제현 대군의  즉위식을 중단하고

 

 당장 군사를  모으셔야 합니다전하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문이 달칵 닫힌다]

 

 (제현 대군형님이 시간에  두 분이 어찌 함께

 

 지금부터 내가 하는 얘기  잘 듣거라

 

 내일 있을 너의 즉위식은  미뤄야겠다

 

 [어두운 음악]  (적당한 날을 잡아  내가 다시 알리마

 

 그때까지 너는

 

 자은군 형님과 함께  잠시만 궐을 나가 있거라

 

 ?

 

 갑자기 어찌 그러십니까?

 

 시간이 없다

 

 설명은 자은군 형님께서  해 줄 것이니라

 

 겸이를 부탁드립니다형님

 

 따라오시지요  제가 대군을 모시겠습니다

 

 하오나

 

 (괜찮을 것이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니

 

 어서 가거라어서

 

 [밝은 효과음]

 

 [사병들의 함성]  [칼 뽑는 소리가 챙챙 울린다]

 

 [거칠게 싸운다]

 

 [사병들의 함성]

 

 [칼이 챙챙 부딪친다]

 

 (지운어서 몸을  피하셔야 합니다전하

 

 아직 겸이가  궐을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하오나

 

 역모의 명분은 분명 저일 겁니다

 

 겸이가 왕이 되면  그 명분도 사라지겠지요

 

 하니 무슨 일이 있더라도  겸이를 지켜 내야 합니다

 

 (외조부가 또다시  조정의 권력을 장악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습니다

 

 겸이에게 가거라

 

 내가 시간을 끌 동안  너는 자은군 형님을 도와

 

 겸이를 반드시  궐 밖으로 빼내야 한다

 

 알겠느냐?

 

 전하

 

 (제현 대군역모라니요

 

 전하를 두고 혼자서  도망칠 순 없습니다

 

 (대군께서 살아 계셔야

 

 전하께서도  후일을 도모할 수 있습니다

 

 (제현 대군하지만

 

 (저를 따라오시지요

 

 [무거운 음악]

 

 왕을 참칭한 계집이다

 

 당장 잡아들이거라!

 

 (역당의 무리들이다!

 

 한 명도 빠짐없이  잡아들여야 할 것이다!

 

 [함성]

 

 [거칠게 싸운다]

 

 대군을 이리 내거라

 

 (이것이 형님이 말한  그 꿈입니까?

 

 내 돌아오지 말라 일렀거늘

 

 (원산군네가 자초한 일이니  날 너무 원망치는 말거라

 

 [거칠게 싸운다]

 

 [현의 힘겨운 신음]

 

 [거칠게 싸운다]

 

 [현의 힘겨운 신음]

 

 형님!

 

 [힘겨운 신음]

 

 [제현 대군의 떨리는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형님

 

 - (제현 대군형님!  - (안 돼!

 

 [대비의 거친 숨소리]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대비이게 무슨 짓이오원산군!

 

 [거친 숨소리]

 

 할마마마

 

 [사병들의 기합]  [관군들의 힘겨운 신음]

 

 어찌 이런 위험한 곳에  나와 계십니까?

 

 (원산군이것은 사내들의 일이니

 

 돌아가 계시지요할마마마

 

 [활이 툭 떨어진다]

 

 (대비하늘이 무섭지도 않느냐?

 

 제 아우를 베는 것도 모자라

 

 이리 대역무도한 죄를  저지르려 하다니

 

 제현 대군을 죽인다고

 

 내 순순히 왕위를  넘겨줄 거 같으냐!

 

 (원산군하늘이 두려운 건  할마마마 역시 마찬가지실 텐데요

 

 [어두운 음악]

 

 오래전 반정의 대가로  중전의 자리에 오르신 분이니

 

 그 왕의 적장손이 저입니다

 

 그 피가

 

 어디 가겠습니까?

 

 원산군!

 

 (원산군할마마마를  안으로 모시거라

 

 일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발짝도 나서게 해선 안 된다

 

 (대비이 손 놓거라!

 

 감히 누구 길을 막느냐!

 

 [대비의 힘주는 신음]  (제현 대군할마마마

 

 할마마마!

 

 [제현 대군의 떨리는 숨소리]

 

 [원산군의 기합]

 

 (안 돼!

 

 [울먹이며안 돼

 

 안 돼

 

 안 됩니다

 

 안 돼

 

 안 돼

 

 안 됩니다

 

 형님을

 

 절대로 용서치 않을 것입니다

 

 절대로요

 

 용서하지 말거라

 

 현아

 

 [원산군의 기합]

 

 []  [원산군의 힘겨운 신음]

 

 [사병들의 기합]

 

 [거친 숨소리]

 

 [거칠게 싸운다]  [어두운 음악]

 

 [힘겨운 숨소리]

 

 네 이놈!

 

 [거친 숨소리]

 

 [박진감 넘치는 음악]  [거칠게 싸운다]

 

 [복동의 힘겨운 신음]  [김 상궁의 놀란 신음]

 

 [겁먹은 신음]

 

 (복동마마님

 

 [기합]

 

 (복동아!

 

 [울먹이며전하

 

 [긴장되는 음악]

 

 가서 주상의 목을 가져오너라!

 

 (사병들!

 

 [휘와 사병1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사병2의 기합]

 

 [사병3의 기합]

 

 [사병3의 힘겨운 신음]

 

 [지운과 휘의 거친 숨소리]  [어두운 음악]

 

 [함성이 들린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관군들의 함성]

 

 [거칠게 싸운다]

 

 아버지

 

 (석조이곳은 내가 맡을 테니  넌 어서 전하를 모시거라

 

 [어두운 음악]  [석조의 거친 숨소리]

 

 광화문에서 신무문까지

 

 밖으로 통하는  모든 길이 막혔습니다

 

 궐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니  우선 안으로 피하시지요

 

 (김 상궁전하

 

 (살아남으시오

 

 내 아직 그대를 용서치 않았으니

 

 꼭 살아남아  벌을 받아야 할 것이오

 

 [거친 숨소리]

 

 [비장한 음악]  [석조와 관군들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칼이 챙챙 부딪친다]

 

 (지운저는 여기서  길을 막겠습니다

 

 먼저 들어가시지요

 

 정 주서

 

 걱정하지 마십시오  곧 따라가겠습니다

 

 [복동의 당황한 신음]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복동가시지요전하

 

 (김 상궁전하!

 

 (복동전하!

 

 (가온전하!

 

 [가온의 다급한 숨소리]

 

 (형님

 

 [문이 달칵 닫힌다]  [휘의 가쁜 숨소리]

 

 [무거운 음악]

 

 [놀란 숨소리]

 

 마마

 

 [놀란 숨소리]

 

 겸아

 

 () [울먹이며어찌

 

 어찌 이런 일이

 

 겸아일어나 보거라

 

 어서 일어나래도!

 

 안 된다

 

 안 된다이리 가선

 

 내가 잘못했다

 

 내 궐에 너를  부르지 말았어야 했거늘

 

 [휘가 흐느낀다]

 

 눈 좀 떠 보거라

 

 겸아

 

 [휘가 연신 흐느낀다]

 

 [거칠게 싸운다]

 

 [석조의 힘주는 신음]

 

 [거친 숨소리]

 

 [거칠게 싸운다]

 

 [지운의 거친 숨소리]

 

 [거칠게 싸운다]

 

 원산군 대감께서  치명상을 입으셨답니다

 

 뭐라숨은 붙어 있다더냐?

 

 한데 상황이  좋질 못한 거 같습니다

 

 [의미심장한 음악]

 

 원산군이 다쳤단 얘기가  흘러 나가서는 아니 될 것이다

 

 [거칠게 싸운다]

 

 [긴장되는 음악]

 

 [석조의 거친 숨소리]

 

 (지운많이 다치셨습니다

 

 여긴 제가 맡을 테니 어서

 

 (석조해야 할 일이 있다

 

 [거친 숨소리]

 

 [사병4의 기합]  [힘주는 신음]

 

 [거칠게 싸운다]

 

 [석조의 기합]

 

 [거칠게 싸운다]

 

 [석조의 힘겨운 신음]

 

 [석조의 거친 숨소리]

 

 [기재가 칼로 푹 찌른다]

 

 [무거운 음악]

 

 [석조의 힘겨운 신음]

 

 [석조의 힘겨운 신음]

 

 [석조가 털썩 쓰러진다]

 

 [석조가 콜록거린다]

 

 치우거라

 

 [석조가 콜록거린다]

 

 [힘겨운 신음]

 

 [거칠게 싸운다]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석조의 힘겨운 신음]

 

 (지운) [흐느끼며]  아버지아버지제발

 

 아버지정신을

 

 정신을 차려 보십시오

 

 이리 돌아가시면 안 됩니다

 

 아버지제가

 

 꼭 해야 할 말이 있습니다

 

 그 할 말을 못 했단 말입니다

 

 [석조의 힘겨운 신음]

 

 (석조너를 보아

 

 내가 가장 좋았던 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나를 닮지 않은 것이었다

 

 [슬픈 음악]

 

 그만 말씀하십시오

 

 상처가 더

 

 [석조가 헐떡거린다]

 

 용서하지 말거라  이 아비를

 

 (석조지운아

 

 지운아

 

 내 아들

 

 [옅은 신음을 내뱉는다]

 

 [지운이 흐느낀다]

 

 [원산군이 콜록거린다]

 

 [원산군의 힘겨운 신음]

 

 [힘겨운 신음]

 

 이제 대감 차례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제현 대군을 죽였으니

 

 [원산군의 힘겨운 신음]

 

 (원산군그 계집을 끌어내리고

 

 나를 그 자리에

 

 올리셔야지요

 

 상처가 너무 깊습니다

 

 (의원이대로라면 아무래도

 

 살리시게

 

 반드시 살려야 하네

 

 [어두운 음악]  [원산군의 힘겨운 신음]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군사들이  더 몰려오고 있습니다

 

 이제 여기도 안전하지 않으니  어서 몸을 피하시지요전하

 

 나 혼자 도망칠 순 없습니다

 

 전하

 

 전하

 

 [문이 달칵 열린다]

 

 (지운가셔야 합니다

 

 [문이 달칵 닫힌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습니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창덕궁으로 가시지요

 

 제가

 

 건춘문을 뚫어 보겠습니다

 

 사셔야 합니다

 

 전하만은 꼭

 

 살아남으셔야 합니다

 

 [무거운 음악]

 

 외조부를 만나겠습니다

 

 - (김 상궁전하  - (복동전하

 

 (원산군 형님께

 

 양위의 뜻을 밝힐 것입니다

 

 (안 됩니다전하

 

 일단 몸을 피하십시오

 

 후일을 도모하셔야 합니다

 

 내가 물러나지 않으면

 

 외조부는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김 상궁전하  대체 어쩌시려고

 

 전하

 

 내가

 

 외조부를 설득해 보겠습니다

 

 (복동안 됩니다

 

 전하의 목을 내놓으라  들어온 자들에게

 

 무슨 말이 들리겠습니까

 

 (김 상궁홍 내관의 말이  맞습니다

 

 오래 겪으셨지 않습니까

 

 끝까지 전하를 죽이시려 할 겝니다

 

 전하제발

 

 이제 더는 방법이 없질 않습니까

 

 저 때문에

 

 모두 죽을 순 없습니다

 

 (이제 더는

 

 내 사람들이 죽는 것을

 

 바라보고 싶지 않습니다

 

 잠시만

 

 정 주서에게 할 얘기가 있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미안합니다

 

 안 됩니다전하

 

 (걱정 마십시오

 

 꼭 살 것입니다

 

 정 주서에게  받을 것이 있지 않습니까

 

 그때

 

 내게 했던 말 기억나십니까?

 

 갖고 싶은 게 무언지 물어봤었지요

 

 생각해 봤는데

 

 하나 있습니다

 

 [훌쩍인다]

 

 그것이

 

 무엇입니까

 

 비녀

 

 [잔잔한 음악]

 

 비녀가 갖고 싶습니다

 

 댕기 말고

 

 고운 비녀요

 

 (이 일이 끝나고

 

 궐을 나가게 되면

 

 꼭 사 주십시오

 

 [지운의 떨리는 숨소리]

 

 [울먹이며살고 싶습니다

 

 하여

 

 꼭 살 것입니다

 

 대전을 나가는 길을 찾겠습니다

 

 [울먹이며제가  전하를 지킬 수 있게

 

 명하여 주십시오

 

 연모합니다

 

 정 주서를 만나고 지금까지

 

 단 한 순간도  연모하지 않은 적이 없었습니다

 

 양위를 하겠습니다

 

 잘 생각하셨습니다

 

 당연히 그러셔야지요

 

 (외조부님의 뜻대로  모두 할 터이니

 

 더 이상의 희생은 멈추어 주십시오

 

 [어두운 음악]

 

 (여인이라는 비밀을 감추고

 

 외조부님과 왕실을 능욕한 죄

 

 달게 받을 것입니다

 

 전하께서 용상의 자리에  앉게 된 것은

 

 사실 전하의 잘못만은 아닙니다

 

 (기재첫 번째 잘못은  소신에게 있지요

 

 전하의 죽음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죄

 

 두 번째 잘못은

 

 전하의 모친인  소신의 딸에게 있습니다

 

 어찌 보면 전하께선 그저

 

 희생당한 셈이지요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변 사람들로 인해  운명이 짜 맞춰졌으니 말입니다

 

 그러하면 숨죽여  조용히 사셨어야지요

 

 하여 마지막 잘못은  전하에게 있습니다

 

 오늘의 일 역시 모두

 

 전하의 탓인 게지요

 

 그렇군요

 

 [헛웃음]

 

 (이제 와 말씀드리지만

 

 저 역시 지금껏  많이 힘들고 두려웠습니다

 

 나의 것이 아닌 삶을

 

 내 것인 양 감추면서 살아왔으니

 

 참으로 기구하지 않습니까?

 

 이런 저를 지켜 주신 것이

 

 바로 외조부님이셨습니다

 

 [무거운 음악]

 

 살아오며 참으로 원망스러웠지만

 

 

 

 감사하기도 하였습니다

 

 (기재저 역시  전하를 많이 아꼈습니다

 

 사내아이로 태어났더라면

 

 좋았을 뻔하였지요

 

 [옅은 웃음]

 

 [휘의 한숨]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열린다]  (기재이것이 저의  마지막 배려입니다전하

 

 (계집이기에

 

 제가 꼭 죽어야만 하는 것입니까?

 

 애초에 탄생조차 하지 않았으니

 

 죽음인들

 

 두렵고 억울할 연유 또한 없겠지요

 

 [어두운 음악]

 

 마지막으로 이 손녀가 올리는

 

 차 한 잔만 받아 주시겠습니까?

 

 외조부님과 이리 마주 앉아  차를 마시는 일도

 

 이제는 더 없을 터이니

 

 [주전자를 탁 내려놓는다]

 

 [휘의 한숨]

 

 [잔을 탁 집는다]

 

 [기재가 차를 호록 마신다]

 

 생각해 보면

 

 제가 딸로 태어나  오히려 다행입니다

 

 (아들로 태어나  제가 왕이 되고

 

 외조부님께서 지금처럼  제 곁을 지키셨다면

 

 서로가 힘들지 않았겠습니까

 

 외조부님과 제가 그리는 세상이

 

 너무도 달랐으니

 

 [의미심장한 음악]

 

 [한숨]

 

 (예전에 정 주서가  내게 주었던 것이네

 

 불안을 없애 주고  용기를 줄 거라 했는데

 

 [휘가 향합을 탁 집는다]

 

 외조부가 오기 전에

 

 이걸로 차를 우려

 

 내게 가져다주게

 

 이건

 

 (김 상궁전하

 

 대체 무슨 생각을

 

 [김 상궁의 떨리는 숨소리]

 

 아니 됩니다

 

 [향합을 탁 닫으며절대절대로

 

 아니 되옵니다

 

 고마웠네그동안

 

 (어마마마께서  돌아가시고 나서

 

 자네가 내겐  어머니나 마찬가지였네

 

 (김 상궁) [흐느끼며전하

 

 대체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제발 뜻을 거두어 주시옵소서

 

 (이리하지 않으면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자네도 알지 않는가

 

 도와주게제발

 

 자네에게만큼은

 

 속이고 싶지 않았네

 

 [숨죽여 흐느낀다]

 

 그러니 내 뜻을 알아주게

 

 제발

 

 [흐느낀다]

 

 [무거운 효과음]

 

 (복동마마님!

 

 [복동의 힘주는 신음]

 

 (가온내리시게

 

 [복동이 흐느낀다]

 

 (복동마마님  대체 어쩌자고 이러신 겁니까!

 

 대체 왜요!

 

 이거 놓게

 

 [복동이 연신 흐느낀다]

 

 (김 상궁나도 전하를  따라갈 것이네

 

 [울부짖으며나도  전하와 함께 갈 것이야!

 

 [문이 쾅 열린다]

 

 (지운그게 무슨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십니까?

 

 마마님!

 

 [무거운 음악]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거칠게 싸운다]

 

 [지운의 거친 숨소리]

 

 (김 상궁) [흐느끼며]  전하를 지켜 주십시오

 

 전하를

 

 살려 주십시오제발

 

 하여

 

 이리 함께 죽을 수 있어

 

 정말 다행입니다

 

 (지금 마신 그 차에  독이 들었습니다

 

 소낭초지요

 

 외조부님께서  아바마마를 죽이셨던

 

 그 독입니다

 

 [놀란 숨소리]

 

 [극적인 음악]

 

 저와 함께 가시지요

 

 외조부님

 

 네 이년!

 

 [기재의 성난 숨소리]

 

 (기재무슨 짓을 한 것이야!

 

 끝까지 나를 능욕하려던 것이냐!

 

 [휘의 힘겨운 신음]

 

 (이렇게라도

 

 외조부님을 벌할 수 있어

 

 여한이 없습니다

 

 [휘가 콜록거린다]

 

 [기재의 힘겨운 신음]

 

 [휘가 콜록거린다]

 

 [괴로운 신음]

 

 (기재용서치 않을 것이다

 

 용서치 않을 것이야

 

 [힘겨운 신음을 내뱉는다]

 

 [휘의 힘겨운 신음]

 

 [무거운 음악]

 

 [허탈한 웃음]

 

 [휘의 힘겨운 신음]

 

 [콜록거린다]

 

 [지운의 다급한 숨소리]

 

 (지운) [흐느끼며전하

 

 전하정신을 차리세요

 

 전하

 

 게 아무도 없느냐!

 

 전하

 

 전하

 

 전하

 

 전하

 

 (지운전하

 

 [부드러운 음악]

 

 [문이 달칵 열린다]

 

 (김 상궁그리하지 않아도  아주 어여쁘십니다공주마마

 

 오늘이 혼례식인데  또 늦장을 부리실 겁니까?

 

 부마 되실 분께서  입궐하신 지 한참입니다

 

 벌써?

 

 [웃음]

 

 아참복동이는?  [문이 달칵 열린다]

 

 (복동공주마마

 

 [문이 달칵 닫힌다]

 

 세자 저하께서  선물을 보내 주셨사옵니다

 

 오라버니께서?

 

 (복동

 

 지난번 대신 서연에 들어 주어  아주 고마워하십니다

 

 (김 상궁

 

 두 분께서 아직  그런 장난을 치신단 말입니까?

 

 

 

 오라버니가  급한 일이 있다셔서  [멋쩍은 웃음]

 

 (얼른 가자기다리시겠다

 

 [김 상궁의 당황한 신음]

 

 (김 상궁공주마마  제발 뛰지 마십시오!

 

 [문이 달칵 열린다]  (복동공주마마!

 

 [잔잔한 음악]  [바람이 살랑거린다]

 

 [새가 지저귄다]

 

 (도련님!

 

 공주마마

 

 [휘의 웃음]

 

 [휘와 지운의 웃음]

 

 (지운어찌 이리 늦으십니까?

 

 한참을 기다렸습니다

 

 [웃음]

 

 [함께 웃는다]

 

 연선아

 

 내 부인이 되어 주어 고맙다

 

 내 너를 꼭

 

 행복하게 해 줄 것이야

 

 '연선'

 

 [의미심장한 효과음]

 

 [휘의 당황한 웃음]

 

 혹시 이거

 

 꿈입니까?

 

 [슬픈 음악]

 

 [살짝 웃는다]

 

 [바람이 쏴 분다]

 

 [당황한 신음]

 

 도련님?

 

 [당황한 숨소리]

 

 (도련님

 

 가지 마십시오

 

 [당황한 신음]

 

 어딜 가신 겁니까?

 

 [울먹인다]

 

 복동아

 

 김 상궁

 

 다들 나만 두고 어딜 간 게야?

 

 [휘가 흐느낀다]

 

 혼자 두지 말거라

 

 혼자

 

 [떨리는 숨소리]

 

 가지 마십시오

 

 전하

 

 가지 마십시오

 

 (지운가지 않았습니다

 

 약조하지 않았습니까

 

 함께하기로

 

 [잔잔한 음악]  전하

 

 (지운정신이 좀 드십니까?

 

 [울먹이며제가

 

 제가 보이십니까?

 

 [문이 달칵 열린다]  [달려오는 발걸음]

 

 [문이 달칵 닫힌다]

 

 (복동전하

 

 전하

 

 어떻게

 

 (지운) [흐느끼며고맙습니다

 

 살아 주어

 

 정말 고맙습니다전하

 

 [울먹이며불편하신 곳은  없으십니까?

 

 (복동) [울먹이며]  따뜻한 물이라도 가져오겠습니다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힘겨운 숨소리]

 

 외조부님은

 

 [긴장한 숨소리]

 

 어찌

 

 (김 상궁상헌군께서는 결국

 

 돌아가셨습니다

 

 [떨리는 숨소리]

 

 모두 끝났습니다전하

 

 (지운모두요

 

 이제

 

 아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슬픈 음악]

 

 [휘가 흐느낀다]

 

 [휘와 지운이 흐느낀다]

 

 [새가 지저귄다]

 

 궐 밖으로 모시거라

 

 (대비장례는 치르지 않을 것이다

 

 무덤 또한

 

 만들지 말거라

 

 (관군들

 

 (대비대신들에겐 아직

 

 주상이 깨어난 사실을  말하지 않았습니다

 

 주상의 비밀을  모두가 알게 되었으니

 

 깨어났다 알리는 순간 그 처벌을

 

 피할 수 없겠지요

 

 하여 죽었다 할 것입니다

 

 그날 이후 영영  깨어나지 않았다고 말이지요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떠나

 

 그저 모른 척 살아가시지요

 

 이것이 주상께 해 줄 수 있는

 

 내 마지막 배려이니

 

 그럴 수 없습니다

 

 (세상에 영원한 비밀은  없는 법입니다

 

 언제고 이 사실 또한  밝혀지게 되면

 

 오늘과 같은 피바람이  불지 않으리란 법이 없겠지요

 

 왕이 되실 자은군 형님도

 

 할마마마도

 

 저를 숨긴 모두가  위험에 처할 것입니다

 

 하니 숨어 사십시오

 

 조용히 없는 사람으로 살면  될 일입니다

 

 (지금껏

 

 그리 살아왔습니다

 

 [쓸쓸한 음악]

 

 살아서도 살아 있지 않은 채

 

 그렇게 말이지요

 

 이제는 더 이상

 

 그런 허상의 삶을  살고 싶지 않습니다

 

 [휘의 한숨]

 

 이미 저로 인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지 않습니까

 

 더는 숨길 수 없음을  알고 있습니다

 

 처벌을 내린다면

 

 마땅히 받겠습니다

 

 주상

 

 (범두) '여인의 몸임을 숨기고  왕이 되고자 한 것은'

 

 '조정의 대신들과  조선의 백성들을 유린한 일이다'

 

 '이는 나라의 근간을  흔들고도 남을'

 

 "교지"

 

 '중죄에 해당한다'

 

 죄를 벌하신다면  마땅히 받을 것입니다

 

 (영수전하

 

 아뢰옵기 황공하오나

 

 소신 전하와 여기 계신 대신들께

 

 드리고픈 말씀이 있사옵니다

 

 남녀가 유별하다는  성리학의 이념에 맞추어 보면

 

 이번 일은 용서받지 못할  중죄임이 분명하나

 

 선왕께선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세손의 자리에 앉으셨고

 

 또 세자로 키워지신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장엄한 음악]  또한 보위에 오르셨을 적에

 

 역대 어느 선왕 그 이상으로

 

 나라와 백성을 위한  선정을 베풀기에

 

 그 노력을 다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 그것을

 

 교리와 이념의 잣대로만  벌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 일은 선왕께서  백성을 능욕한 것이 아니라

 

 예행한 망국신 무리들이  제대로 왕을 모시지 않고

 

 권력을 좇기에 급급했기에  일어난 일입니다

 

 하니 선왕을 벌하시기 전에

 

 지금껏 악행을  저지른 자들을 묵인한

 

 조정의 대소신료 모두의 책임을

 

 엄중히 물어 주시옵소서

 

 (문수아뢰옵기  황공하오나전하

 

 선왕의 세자 시절엔

 

 시강원 스승으로

 

 또 왕이 되어서는 도승지로

 

 가장 가까이서 보필한 저 또한

 

 스승이자 신하로서

 

 그 죄를 기꺼이 나누어 지겠나이다

 

 [범두가 교지를 탁 내려놓는다]

 

 (범두통촉하여 주시옵소서전하

 

 (영수통촉하여 주시옵소서전하

 

 (대신통촉하여 주시옵소서전하

 

 (대신들통촉하여  주시옵소서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전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전하

 

 (사안은 엄중하나

 

 개인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

 

 옳은 말이오

 

 내 이를 참작하여 형을 내리겠소

 

 [무거운 음악]

 

 (지운죄인 이휘에게  팽형의 벌을 내려 주십시오

 

 (대비그게 무슨 말이오?

 

 이휘는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아닙니까

 

 오래전 돌아가신 세손이시니

 

 죄인 이휘에게는 팽형의 벌을 내려

 

 지금껏 살아온 그 행적을 지우시고

 

 궁녀였던 소녀 담이는

 

 사망한 그 신원을 회복시켜

 

 새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여인의 몸을 숨기고  왕위에 오른 죄인

 

 이휘에게

 

 팽형을 내릴 것이다

 

 [웅장한 음악]

 

 (대신들성은이 망극하나이다

 

 (또한 쌍생으로 태어나

 

 여아라는 이유로  버려져야 했던 담이의 신원은

 

 회복하여 새 삶을 찾아 줄 것이다

 

 [바람이 쏴 분다]  [새가 지저귄다]

 

 [흥미로운 음악]  그러니까 이것은

 

 (질금저 옛날 구중궁궐  깊은 곳에서 벌어진 일이었지

 

 백옥처럼 아름답고

 

 강철처럼 단단한 여인이  용상에 올라

 

 부정으로 얼룩진 백관들의 부패를  모두 밝혀내고는

 

 이슬처럼

 

 (여인1) [놀라며이슬처럼?

 

 사라진 거야?

 

 (여인2) 그럼그럼 뭔데?

 

 이슬처럼

 

 영롱한 가마솥 물에 퐁당

 

 팽형을 언도받고  새 삶을 살아가게 되었다는

 

 전설의 여인 이야기

 

 팽형팽형이 뭔데?

 

 있잖아

 

 삶은 물에 들어갔다 나와서

 

 (질금이 세상에  없는 사람으로 살아가는

 

 존재 자체가 사라졌다 치는 것이지

 

 [여인들의 의아한 신음]  (여인2) 삶은 물에?

 

 삶은 물에 들어갔다고?

 

 누가 진짜 들어갔대?

 

 그건 말이 그렇다는 얘기고

 

 [여인들의 탄성]

 

 [문이 달칵 열린다]

 

 [문이 달칵 닫힌다]

 

 [여인1의 놀란 숨소리]

 

 [여인들이 키득거린다]  [부드러운 음악]

 

 (질금아이고  이제 입궐하십니까?

 

 내금위장 나리

 

 [여인들이 웅성거린다]  

 

 (영지이거 드시고 가세요

 

 종일 전하를 지키셔야 되는데  빈속은 안 좋으니까

 

 고맙소

 

 [사발을 탁 내려놓는다]

 

 (가온이거

 

 (영지이게 뭐예요?

 

 약초 시장 다닐 때 쓰라고

 

 예쁘다

 

 (질금이게 뭐야?

 

 나는내 거는?

 

 [가온의 헛기침]

 

 아이내 거는!

 

 [영지의 웃음]

 

 [시끌시끌하다]

 

 (유공궁금한 게 있었는데

 

 아씨는 왜 그때  폐서인이 되겠다고 하신 거예요?

 

 (하경그냥

 

 유배 가신 아버지도  마음 편히 보러 가고 하려고

 

 (유공진짜 그것 때문이라고요?

 

 [하경의 한숨]

 

 (하경궐에서의 일  없던 일 되는 건 싫었거든

 

 그래도 좋았던 기억도 많았으니

 

 [유공이 살짝 웃는다]

 

 (유공그래도 지금 전하께서  이리 신분도 돌려주시고

 

 중전이었다는 기록도 없애 주셔서  다행이지 뭐예요

 

 이제 아씨도 좋은 분 만나서  혼례도 올리고 하시면 되겠어요

 

 [아련한 음악]

 

 이거 우리 전하께도 잘 어울리겠다

 

 [한숨]

 

 잘 지내시겠지?

 

 건강히

 

 [바람이 쏴 분다]

 

 [달려오는 발걸음]  (복동전하!

 

 아유또 여기 계신 겁니까?

 

 [김 상궁과 복동의 가쁜 숨소리]

 

 (김 상궁어찌 저희를  빼놓고 오신 겁니까?

 

 선왕 전하께서 궐을 떠나시기 전

 

 전하의 곁에 늘 붙어 다니라

 

 [김 상궁의 가쁜 숨소리]

 

 [김 상궁이 숨을 고른다]

 

 그리 말씀하셨는데  [복동의 한숨]

 

 아시면 저희 혼납니다

 

 잘 지내겠지?

 

 둘 다

 

 [풀벌레 울음]

 

 [들뜬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지운의 힘주는 신음]

 

 [긴장한 숨소리]

 

 [지운의 탄식]

 

 (지운아이고그래

 

 오늘은 그냥 산나물무침 먹을게

 

 가라

 

 [부드러운 음악]

 

 [지운의 놀란 신음]

 

 [토끼 울음]

 

 [한숨]

 

 [지운의 당황한 신음]

 

 (지운아니부인  아놀랐지 않습니까

 

 (담이) [한숨 쉬며]  오랜만에 활을 들었더니

 

 실력이 영 안 나오네요

 

 아니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담이서방님께서  물고기를 못 낚으시니

 

 제가 사냥이라도 해서  먹여 살려야지요

 

 아니못 낚다니요?

 

 (지운저 서운합니다부인

 

 그저 물리실까 봐

 

 물고기를 못 낚는 게 아니라  안 낚는 것뿐인데

 

 거참어제인가 그제인가

 

 뭐야물고기를 잡다가

 

 물고기 밥이 될 뻔했습니다  아주그냥

 

 [웃음]

 

 부인

 

 부인!

 

 [지운의 힘주는 신음]  [담이의 웃음]

 

 (지운어딜 도망가시오

 

 내 분명 안 놔 준다 약조했지 않소

 

 [담이의 웃음]

 

 바다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

 

 늘 궁금했는데

 

 한번 가 보시겠습니까?  무엇이 있는지

 

 [잔잔한 음악]

 

 [갈매기 울음]

 

 아니요

 

 이젠 너머의 삶이  궁금하지 않습니다

 

 여기 이대로도

 

 충분히 좋으니까요

 

 아참

 

 (지운이거

 

 이건

 

 갖고 싶다고 하지 않으셨습니까

 

 비녀

 

 잠시만 그대로 계십시오

 

 어여쁘구나연선아

 

 정말로

 

 (담이지금까지의 모든 일들이

 

 마치 꿈을 꾼 것만 같습니다

 

 아주 길고 무섭고

 

 아름다운 꿈

 

 (지운앞으로는 무섭지 않고

 

 아름답기만 한 꿈을 꾸실 겁니다

 

 제가 늘 곁에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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