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와 조이 1
(남자2) 에잇 [남자1의 비명]
[천둥이 콰르릉 울린다]
[무거운 음악]
[첨벙 빠지는 소리]
[만족스러운 소리] [물이 찰랑거린다]
미역은 거품이 날 때까지 조물조물 빨아서
그 떫은맛을 제거해야 하느니라
(이언) 특히 냉채같이
삶지 않고 바로 먹는 요리 같은 경우에는
손질을 잘못할 경우 미역이 미끄덩거려서
[낑낑댄다] 식감을 망칠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하느니라
[문이 삐걱 열린다] (육칠) 도련님!
(구팔) 이언 나리!
[육칠과 구팔의 다급한 숨소리]
(육칠) 지금 지금 미역 빠실 때입니까?
묘시입니다, 출근하셔야지요
(구팔) 새로운 도승지는 지각하면 회초리 친다면서요
[밝은 음악]
다녀오마!
- (구팔) 도련님! 도시락, 도시락 - (육칠) 예
어어
- (육칠) 도련님, 옷, 옷! - (구팔) 출근복 입으셔야죠!
(구팔) 나리!
"광화문"
(육칠) 도련님, 관복, 관복!
나리, 옷은 입고 출근을 하셔야 할 거 아닙니까?
- (구팔) 옷 입으시라고요, 옷 - (육칠) 관복, 관복! [이언이 호응한다]
[육칠과 구팔의 힘주는 소리]
(이언) 어
[바람 소리 효과음]
[바람 소리 효과음]
[구팔의 힘주는 소리]
[날렵한 효과음]
[바람 소리 효과음]
[이언의 놀란 탄성]
[육칠과 구팔의 가쁜 숨소리]
(이언) 오늘 저녁은 만두다
(육칠) 만두고 호두고 복두 쓰셔야죠
- (구팔) 나리, 나리, 빨리, 빨리 - (이언) 야, 야, 야, 야, 야!
(구팔) 늦기 전에 얼른 가십시오!
[이언의 다급한 탄성]
(이언) 자, 자, 자, 잠깐…
[문이 삐걱거린다] [이언의 다급한 탄성]
(육칠) 도련님, 복두!
[흥미로운 음악] [문 잠그는 소리]
[새가 지저귄다]
[하품한다]
[헛기침]
[부스럭대는 소리]
[종이 딸랑 울린다]
(관료1) 오 점심시간일세!
(관료2) 아이고, 오 점심
[관료2의 웃음]
가만있어 봐, 어?
[익살스러운 효과음]
(관료3) 우리의 낮 밥이 저기에 있네
- (관료4) 응, 가세 - (관료3) 가자고
(관료5) 어?
나 갑니다
아, 저, 여봐들!
아이, 아이
그, 나, 나도 같이 데려가라니까 [수저 잘그락대는 소리]
[관료5의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이언) 오늘부터는 값을 받겠습니다
남의 노동을 맨입으로 취하셔야 되겠습니까
[관료3의 의아한 숨소리]
묘시에 출근하려면 저는 낮 밥을 준비하기 위해
인시부터 일어나 준비를 해야 한단 말입니다
(관료3) 아, 그러니까
아, 그 계집종을 부리거나
어서 장가를 들면 되지 않겠는가?
저의 입맛은 제 손맛으로밖에 감당하지 못합니다
[경건한 음악] - (관료4) 아유 - (관료5) 아이고, 맙소사
(관료3) 아이고, 이럴 수가
어머나
- (관료3) 이야, 솜씨 정말… - (관료4) 멋지다, 이거
[관료들이 저마다 감탄한다]
[익살스러운 음악] - (관료3) 먹는 게 맞지? - (관료4) 아이, 뭘 고민하나?
(관료5) 아, 잠깐만 아, 나 현기증 왔어, 아
(관료3) 아유, 까짓 내 다음 달 녹봉에서 쌀 두 됫박
콩 다섯 홉을 내가 덜어 주지
[관료5가 헛기침한다] (관료4) 동의하네
(관료5) 나, 나도 동의하네 [관료들의 웃음]
[관료들의 의아한 소리]
금일 점심값은 제주산 메밀가루와 완주산 생강
혹은 꿩고기로 받을 것입니다
(관료3) 거 좀 과하질 않나, 응?
[관료5의 헛기침] 아니, 가뜩이나 녹봉도 줄었는데
대신 방납 상인들한테 뒤로 받은
공상물이 늘었겠지요?
(관료3) 이 자식이, 아유 [관료5의 헛기침]
자넨 신참이라, 어? 잘 모르겠지만 그…
(관료4) 헤헤, 이보게, 어?
그만한 부수입도 안 받으면 양반 체면을 어떻게 지키겠나?
(관료5) 아니면 그, 관심 있으면 방납 상인을 내가 소개시켜 줄까?
됐습니다
(이언) 저는 그저 제 요리 수준에 걸맞은 식재료가 필요할 뿐
전혀 궁금치 않습니다
(관료3) 쯧
[킁킁 맡는 효과음]
[관료4의 감탄하는 숨소리]
[관료5의 감탄하는 숨소리]
[관료4의 감탄하는 숨소리]
[삐 소리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내일 점심은
(이언) 토란국에 닭찜을 할까 하고요 [꿀꺽 삼키는 효과음]
물론 관심들 있으신지 모르겠습니다만
[흥미로운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아작 깨무는 소리]
[만족스러운 숨소리]
(관료3) 있네, 관심이 있네 [관료5의 웃음]
아, 무지하게 관심이 있는 사람이네
- (관료4) 나도 - (관료3) 응? 자, 들었지?
- (관료4) 들었어 - (관료3) 어, 들었지?
- (관료3) 제주산 메밀가루에 - (관료4) 생강이랑 꿩이랑
[관료들의 웃음]
(관료5) 내 대제학이라도 만들어 주겠네
[관료들의 웃음]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의 놀란 탄성]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관료들의 웃음]
[관료들이 저마다 말한다]
- (관료5) 어이구, 깜짝이야! - (관료4) 어머나!
(관료5) 뭐야, 뭐야?
야, 너 여기가…
(관료4) 경기도로 암행을 나갔던 칠복이 아닌가?
[관료6의 신음] [관료들의 놀란 탄성]
- (관료5) 아이고, 이거 어떡해 - 응교 나리?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 (관료3) 아이고 - (관료4) 저, 저, 저, 어?
(관료4) 파견 나간 어사들마다 다 저 꼴로 돌아오는 게
저게 말이 되는가, 저게?
(관료3) 그래도 저 경기도 어사는 용케 살아는 돌아왔네그려
(관료5) 아니, 뭐, 이
주, 죽어 가지고 돌아온 이가 있다던가, 응?
[관료3이 중얼거린다] (이언) 천리만리 험준한 산길을
변변히 먹지도 못하고 행군해야 하는데
목숨이 어찌 담보되겠습니까?
(관료3) 그, 그, 왜 아니겠나, 응?
최근에 충청도로 파견 나갔던 어사 박무경이는
아직 그, 죽었는지 살았는지 소식조차 묘연하다지
(관료4) 아, 그런 일이 있었는가?
(관료5) 아니, 그, 그, 아직도 연통이 없다던가?
(관료3) 넌 아는 게 뭐냐, 어?
[배를 툭툭 치며] 그만 좀 처먹고, 좀
(관료5) 연통을… [관료4가 중얼거린다]
[관료5의 헛기침] (관료3) 그러니까, 응?
[의미심장한 음악] 암행어사로 발탁이 되는 순간
인생은 끝장이 난다고 봐야 하는 걸세, 응?
그러니까 자네도 그, 조심을…
여보, 여보세요, 얘는, 응?
- (관료5) 뭐야 - (관료3) 아, 얘 어디 갔…
(관료3) 아, 이보게
아, 얘기하는 도중에 어딜 가나, 응?
(이언) 어차피 신임관인 저와는 상관없는 일
감찰 파견에 대해 근심해서 무엇하게요?
(관료3) 저, 저, 저, 저 저 싸가지 없는 놈, 저
자기 일 아니라고, 씨 [관료5의 헛기침]
(관료4) 요리 실력만 아니었으면
내 뒤통수를 팍 후려갈기고 싶네 [관료5가 호응한다]
[관료들이 구시렁댄다]
[관료들의 어색한 웃음]
(관료5) 근데 꼭 저기 저런 녀석들이
그, 장원 급제를 먼저 해 가지고 그냥
힘든 임지 한 번 안 거치고 승승장구를 한다니까, 그냥
(관료3) 망할 놈의 세상… [관료들이 구시렁댄다]
(관료5) 아, 아닐세
그, 가, 가라니, 그… [흥미로운 음악]
(이언) 한데
응교 나리가 중도에 돌아왔으면
추생은 다시 하는 것입니까?
[관료들의 의아한 탄성]
(관료5) 아이, 가만 아, 그, 그럼 추생…
- (관료4) 망했다 - (관료5) 아이
[빠른 곡의 가야금 연주]
[새가 지저귄다]
(승) 전하, 드릴 말씀이 있사온데
[헛기침]
이, 조만간 암행어사 추생이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말씀이온데
왜 그러시오? [승의 웃음]
아, 인물이야 홍문관의 아무나 뽑아서 보내면 되는데
(승) [작은 목소리로] 지난번 암행어사가
하필이면 충청도로 가는 바람에
소신이
아주 조금 곤란한 상황이 있었습니다 [멋쩍은 웃음]
아, 거 좀 적당히 해 먹지
내 암만 임금이라도
영상의 뒷배를 무한정 봐줄 순 없다니까
[멋쩍은 웃음] (왕) 거 좀 살살 좀 하시오, 살살
쯧, 쯧, 쯧 [승의 웃음]
(승) 망극하옵니다
저, 그래서 지역 추생은…
(왕) 어디로 하면 되는 것이오?
남쪽만 아니면 됩니다
특히 충청도
(내관) 전하, 대제학이 알현을 청하옵니다
[헛기침]
[흥미로운 음악]
(왕) 대제학은 뭘 번번이 오시오?
지역 추생이야
과인과 영상이 간단하게 하면 되는 것을 [승이 난감해한다]
(태선) 오늘 바로 지역 추생까지 하시옵니까?
소인은 그저 분대 파견을 갔다가 방금 전 귀성한
홍문관 관리의 장계를 가져온 것인데
그럼 장계만 이리 주고 이만 가 봐도…
(태선) 이왕 왔으니
추생하시는 것을 소인이 받들도록 윤허해 주십시오
안 그래도 홍문관에 들러
어사 추생을 이르고 오는 길이옵니다
전하께서 이렇게 근심해 주시니
오늘 밤에라도 바로 새 어사를 파견할 수 있을 것이옵니다
뭐, 그럼 그리하시오, 대제학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잘그락거리는 소리]
[날카로운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바람 소리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탁 떨어지는 소리]
[째깍거리는 효과음]
[웅장한 음악]
(조이) 충청좌도 개화골 집주릅
노추한의 처, 김조이
대명률 형전에 따라 나리께 이혼을 청하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대명률 형전에 이르기를
부부가 이혼을 원하면 허락한다 하였습니다
바라건대 국법을 마땅히 따져
이 혼인의 이의를 판가름해 주십시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거 대충 살지 굳이 사정파의를 해야겠느냐?
예, 꼭 해야겠습니다
(조이) 스물하나에 얼굴도 모르는 남정네한테 시집와
방년 스물넷이 되었습니다
지난 3년도 분통한데
억울하게 30년을 더 사느니 이제라도 각립하여
남은 생을 개화골 노추한의 처가 아닌
김조이로 살고 싶습니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이방) 저, 저, 그, 저
많이 그, 피곤한 여인 같은데 그냥 이혼을 해 주든가
(추한) 아, 나리, 지는유…
(팥순) 싫습니다!
[웅장한 음악]
그리는 못 합니다요
[발소리가 쾅쾅 울린다]
[무거운 음악]
나리
억울하고 분통한 건 접니다요
저만큼 며느리한테 잘한 시어미가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하십시오
제가 밥을 굶겼습니까
잠을 안 재웠습니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삼시 세끼 따뜻한 밥 지어서…
[익살스러운 효과음] (조이) 그 밥 제가 다 했고요
[익살스러운 음악] (팥순) 항상 갓 담근 김치에…
(조이) 그 김치 매번 제가 담갔습니다
(팥순) 철철이 제철 나물 제철 채소만으로다가…
(조이) 그 나물, 그 밭일 제가 다 했고요
(팥순) 제때제때 딱딱 맞춰 따뜻한 밥 먹게 했구유
(조이) 제때제때 그 상 누가 차렸을까요?
(팥순) 보십시오
지금도 따박따박 말대꾸하는 거 보이시쥬?
(조이) 부연 설명을 드린 것뿐이고요
(팥순)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항상 이 며느리를
친딸처럼 여겼습니다요
(조이) 결정적으로 딸이 없으십니다
[팥순의 성난 소리] [조이의 아파하는 탄성]
(팥순) 어우, 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절대로 손찌검하지 않았습니다요
[흥미로운 음악] [팥순의 멋쩍은 웃음]
아, 머리채는 몇 번 이래 잡아 봤어도
그렇지유? [팥순의 멋쩍은 웃음]
[기완의 헛기침]
(여자1) 뭔 시어머니가 남의 집 딸내미를 막 부리는 게
무슨 자랑이라고 [여자들이 호응한다]
(남자3) 어디 아녀자 목소리가 담장을 넘어가?
(남자4) 며느리가 시어머니 수발드는 거
당연한 거 아니여?
(남자3) 이 여편네가 그냥, 확, 씨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쨍그랑 깨지는 효과음] (이방) 거, 시끄럽다!
(기완) 혼인은 인륜지대사라 하였거늘
그런 사소한 이유로 기별이 성사되리라 여기진 않겠지?
- (조이) 예 - (기완) 그럼 국법에
억지 이혼을 주장하면
장이 80대인 것도 알고 있겠구나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흥미로운 효과음]
예, 알고 있습니다
그럼 기별을 원하는 이유를 소상히 고해 보거라
[숨을 후 내뱉는다] [흥미로운 음악]
저는 처음부터
이 혼인을 원한 적이 없사옵니다
(추한) 나리 저는 처음부터 조이를유…
[익살스러운 효과음] [추한의 신음]
저 말은 생판 거짓부렁입니다요
(추한) 엄니, 저도 말 좀 허요!
아, 진짜
양가 부모 허락하에 올린 혼인을
(팥순) 어찌 처음부터 원치 않았다 할 수 있습니까요?
(조이) 나리 이건 저의 송사입니다
- (팥순) 야! - (이방) 장팥순은 빠지라
[이방의 헛기침]
(조이) 또한 저는
분명 '김조이'라는 이름이 있습니다
하지만 시집을 온 후 늘
'이년', '저년', '망할 년' '죽일 년' 등등으로만 불렸지
한 번도 제 이름으로 불려 본 적이 없습니다
[여자2의 어이없는 숨소리] (팥순) 아휴, 저런 썩을
아, 지가 무슨 이름이 필요해요, 어?
기생도 아니고, 어?
[사람들의 웃음]
(여자3) 웬일이야
(이방) 어허
그것조차 사사롭다
(팥순) 게다가 저 방정치 못한 옷차림 좀 보십시오!
제가 동네 창피해서 못 살겠구먼유
(조이) 나리
여인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헤아려 주십시오
또한 조금이라도 일을 수월하게 하기 위해
옷을 조금 고쳐 입은 게 동네 망신이 되는 행동이었다면
이 많은 동네 여인들이
제게 자신의 옷을 수선해 달라고 부탁했을까요?
(여자1) 이게 얼마나 편한디
[여자들이 저마다 호응한다] (여자2) 아이고 흉볼 게 없응께
솜씨 좋은 것도 그냥 흉이네요
[남자들이 저마다 구시렁댄다] (남자3) 흉하다, 흉해, 아이고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요
(팥순) 전 시어미 취급을 못 받은 게
[팥순이 숨을 크게 들이켠다]
한두 번이 아니고만요
[드르렁거리는 효과음]
(조이) 어머니 [팥순의 코 고는 소리]
점심때가 지났는데 시장하지 않으세요?
(팥순) 잔다고
[초조한 숨소리]
그러면 어머니
점심상 다 봐 놨으니까 시장하실 때 드세요
전 잠시 외출… [탁 치는 소리]
(팥순) 어딜 가려고?
[어색한 웃음]
점심상 봐 놨는데 지금 드시겠어요?
추한이는?
추한이 점심은 챙겼냐?
네, 일찌감치 점심 챙겨 먹고 남사당패 구경하러 갔어요
어, 그려?
[팥순의 웃음]
너는? 너도 먹었고?
[목탁 두드리는 효과음]
아유, 아니요
어머님 드시기 전에 제가 어찌 먹나요?
[살짝 웃는다] (조이) 게다가 아침에 먹다 남긴 밥 치우라고
제 밥그릇에 얹어 주셔서 체했거든요
[웃음] [팥순이 살짝 웃는다]
계집이 비위가 그리 약해서 얻다 쓸 겨?
그럼 난 좀 잘 테니께 낸중에 점심 내와
[팥순의 옅은 헛기침] 그럼 상 다 차려 놨으니까 원할 때 드셔요
저는…
[탁 치는 소리] 시방 뭐라는 겨?
나보고 다 식은 걸 먹으라고?
[한숨]
실은
친정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셨다는 소식이 들려서요
(조이) 가서 잠깐이라도 얼굴 뵙고 오려고요, 어머니
[헛웃음치며] 뭐여?
청나라 끌려갔다 온 게 뭔 자랑이라고
[흥미진진한 음악] (팥순) 시방 조용히 죽어 지내도 모자랄 판에
동네방네 소문낼 일 있냐?
'우리 엄니 청나라 갔다 왔슈'라고
저희 어머니 죄인 아니에요
정작 부끄러운 건 가족을 지키지 못한 저희들이지
끌려간 어머니가 아니에요
뻔뻔스럽기는 지 어미를 똑 닮아 가지고
(팥순) 그 어미의 그 딸년 아니랄까 봐
암튼 난, 아유, 지금은 막
아유, 밥 생각 없으니까 낸중에 다시 차려 와!
으휴
다 차려 놨으니까 시장하실 때 밥 퍼 드세요!
(팥순) 뭐? '밥 퍼'?
아, 저년이
저년이 시어미 밥 굶긴다!
아이고
'밥 퍼' 드시란다, '밥 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여자4) 아, 푸라니
[팥순이 흐느낀다] 이게 말이여, 방귀여
시어머니한테 밥을 푸라니?
(여자5) 미쳤는갑네
조이 계집애가 보통이 아니구먼
- (여자4) 그러니까 - (여자1) 아유, 시집와서
(여자1) 친정 가 본 지가 언제인지!
울 엄니는 살아 계시는지!
(여자2) [울먹이며] 난 고조부 제사상 차리느라
친정 엄마 임종도 못 지켰네
[여자2가 흐느낀다] (여자1) 괜찮여, 괜찮여, 응
(팥순) 나리!
저, 저 싸가지 없는 년
응, 응, 우리 착한 추한이가 [추한의 힘겨운 숨소리]
그래도 부인이라고 평생 데리고 살겠다고 하니
비록 지 잘못도 모르고
동네 망신 시킨 며느리지만
제가 잘 가르쳐서
어, 받아 거두어들이겠습니다요
(팥순) 그동안 [팥순이 울먹인다]
염려시켜 드려서 죄송하구먼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여자2) 대단혀
그 착한 아들이
노름빚 때문에 자모전을 들락거린 건 아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남자5) 이런
(여자1) 인간 말종이여, 인간 말종
- (여자6) 노름은 빼도 박도 못혀 - (여자1) 이야
(팥순) 무슨 이, 개소리여!
우리 추한이가 뭐, 노름을 했다고, 어?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여자1) 쳇, 노름혔어 거하게 혔어
아유, 아니여
그, 노추한이는 노름을 한 사실이 있는가?
그, 아니…
어, 없습니다
네, 없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기완) 어
(이방) 증인 요청…
(기완) 어, 어 [기완의 헛기침]
그, 원고는 증인이 있는가?
예
아마 여기 있는 사내들 중에도 아는 자가 있을 겁니다
[흥미진진한 효과음]
[까마귀 울음 효과음] (남자6) 아유 난 그런 거 턱도 몰러
[흥미로운 음악] [기완의 헛기침]
그, 기별을 원하거든
증거를 보충하거나 증인을 데려오라
증인? 증인이라니요?
(기완) 허위로 소송을 건 것이면 장형에 처할 것이다!
[헛기침]
[남자들의 웃음]
(여자1) 조이 어째
[어이없는 숨소리]
[조이의 한숨]
[팥순의 코웃음]
[팥순의 웃음]
네까짓 게 다시 안 기어들어 오고 배겨?
곤장 맞기 싫으면 냉큼 튀어가서 저녁이나 해 놔
(팥순) 추한아
- (추한) 예, 엄니 - (팥순) 가자
[사람들의 박수] (여자7) 아유, 아유, 잘됐어
[여자1의 어이없는 숨소리]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한숨]
[밝은 음악] [시끌벅적하다]
(상인1) 어서 오십시오, 나리
[숨을 씁 들이켠다]
[짤랑대는 소리]
(상인2) 어서 오십시오, 나리
(상인3) 돼지고기랑 닭고기 있습니다
- (이언) 돼지고기로 주게 - (상인3) 예
[조이가 콜록댄다]
[밝은 음악] (이언) 꿩고기, 제주산 메밀가루 완주산 생강
벌써 가져다 놓으셨군
[삐걱 열리는 소리]
(이언) 육칠아
(육칠) 퇴청하셨습니까, 도련님
[바람 소리 효과음]
[이언이 손을 탁탁 턴다]
[보글보글 끓는 소리]
[육칠의 웃음]
(육칠) 나리께서 부엌을 똥둑간보다 더 자주 드나드시오
이걸 큰마님께서 아셨다?
저희는 경을 칠 겁니다
내 미각과 너희들 볼기짝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면
(이언) 당연히 후자겠지
이렇게 요리도 얌전히 잘하시고
(구팔) 뉘 집 처자인지 우리 도련님이랑 혼인만 치르면
아주 팔자가 좔좔하게 필 것인데
거참 안 생기네
(이언) 혼인을 하면 팔자가 핀다는 건 헛소리니라
각자 모실 어른들이 갑절로 늘어나는 데다
아이라도 생기면 뒤치다꺼리는 어찌 다 할 것이며
녹봉은 또 얼마나 아껴 써야겠는가 [수저 잘그락대는 소리]
대체 누구를 위한 혼인이냔 말이다
먹자 [밝은 음악]
[풀벌레 울음]
[피식 웃는다]
적적하니 좋다
[긴장되는 음악]
[흥미로운 음악] [바람이 휭 분다]
[바람 소리 효과음]
[천둥소리]
(세자) 이언아
[천둥소리]
[바람 소리 효과음]
(세자) 자, 여기가 조선이고
[천둥소리]
[날카로운 효과음]
(이언) 저하!
[천둥소리]
[긴장되는 음악]
[문이 탁 열린다]
[비가 쏴 내린다] (육칠) 도련님! 일어나십시오
얼른 도망치셔야 합니다
세자 저하는? 세자 저하는 괜찮으신가?
[가쁜 숨소리]
[산새 울음]
[거친 숨소리]
[문 두드리는 소리]
[문이 탁 열리는 소리] (구팔) 뉘십니까?
[신발 신는 소리]
[흥미로운 음악]
[무거운 효과음]
도승지 영감
(도승지) 어명이다, 배복하라
[종이 부스럭대는 소리]
"정해년 5월 10일"
[흥미진진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도승지) 이 시간 이후의 절차는 알고 있겠지?
성심으로 받들어라
저, 저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영감
이게 정녕 소인에게 하달된 어명이 맞습니까?
아, 암행어사라니
(육칠) 암행어사?
(이언) 소인은 홍문관에서도 신참 중의 신참이온데
당초에 선발된 인원들이
모두 패부진하였느니라
[콜록대는 기침 소리]
(관료5) [힘겨운 목소리로] 아, 송구합니다
도승지 영감, 고뿔이 그치지를…
[콜록댄다]
(관료4) 영감!
엊저녁에 조부님께서 별안간에…
[흐느낀다]
(관료3) 제 아내가 산달이 얼마 남지 않아서
[여자8의 아파하는 탄성] 어이쿠, 어이쿠, 벌써 나오나?
아유, 아유, 조금만 참게
안에 들어가서 낳자고, 응?
여기선 안 될세, 아이고
"부진"
[개 짖는 소리]
(이언) 뭐라? 조부님이 돌아가셨다고?
[익살스러운 음악] 작년에 돌아가신 조부님이 어떻게 또 돌아가신단 말인가
고뿔? 산달?
핑계 한번 다채롭게들 준비하셨네
[옷을 탁 잡으며] 응? 했네, 했어!
(육칠) 저…
[육칠의 헛기침]
[쉰 목소리로] 도련님 제가 어제부터 몸이 좀…
왜? 너도 산달이 가까워졌느냐?
예, 산달입니다
[육칠이 콜록댄다]
그러는 너는?
- 예, 저는 고향에… - (이언) 고향에
고향에서 키우던 개가 죽어서 삼년상이라도 치러야겠고?
당장 짐 싸서 일각 안에 튀어나오지 않으면
(이언) 앞으로 매 끼니마다
된장에 간장을 비벼 먹을 테니 그리 알아라, 응?
[육칠이 콜록댄다]
[흥미로운 음악] (이언) 식자재들을
마을 사람들이 가져가도록 내어놓거라
(구팔) 아유, 그건 걱정하지 말고 빨리 봉서부터 열어 보십시오
궁금해요
(육칠) 믿습니다, 경기도
[구팔의 초조한 탄성]
"남대문 밖에 이르면 열어 볼 것"
(이언) 그래, 이왕 발령이 났으니
부디 가까운 곳으로
경기도
경기도
[이언의 긴장한 숨소리]
(육칠과 구팔) 경기도, 경기도
경기도, 경기도, 경기도!
- (구팔) 경기도! - (육칠) 경기도! 경…
[발랄한 효과음]
[심박동 효과음]
'충청도'?
[고독한 음악] [이언의 절망하는 숨소리]
충청도…
충청도라 [종이 구기는 소리]
(육칠) 충청도면 며칠이면 되는 거지?
(구팔) 우리 나리 날마다 소갈딱지 부리더니
[유쾌한 음악] 윗전들이 좋아하겠냐고, 쯧
내 절대 출세는 아니 하겠다고
과거는 보지 않을 것이라고 버티다가
할머니께 회초리를 맞을 적에
(이언) 잽싸게 나가서
싸리나무를 꺾어 온 놈이 누구였더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휙휙]
한편, 싸리나무는 쉽게 부러진다며
보다 튼튼한 물푸레나무가 좋겠다고
할머니께 조언한 자도 있었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퍽 깨지는 소리]
[살짝 웃는다] 그러고 보니 내 오늘날
최연소 암행어사로 파견을 나가게 되기까지
참으로 혁혁한 공을 세운 자들이 여기 있구나
[익살스러운 음악]
안 뛰어와?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이참에
충청도 맛집 탐방이나 해야겠다
내 안 그래도
그, 풍문으로 들어 가 보고 싶었던 데가 많았느니라
(구팔) 아유 그래도 어사인데요, 나리
가끔은 감찰도 하고 뭐, 수사도 하고 그러셔야죠
(이언) 됐다, 이놈아
그, 쓸데없이 나랏일에 힘 빼지 말고
휘 주변 고을 맛집 탐방이나 하고
충청 감영에 얼굴이나 비추고 올라오면 되는 것을
[이언의 웃음]
(구팔) 세자 저하 생전엔 그렇게 나랏일에 진심이시더니
(육칠) 도련님, 아니, 어사 나리
[살짝 웃으며] 밤새 이렇게 걸으실 건 아니시죠?
아니, 너무 맛집만 따지지 마시고
어디 가다 보면 주막이라도, 응?
"주막"
[개 짖는 소리]
(조이) 보리야, 안에 있지?
황보리!
[산새 울음]
보리야, 뭐 해?
(보리) 어? 조이 언니
(조이) 뭘 그리 놀라? [문고리 달그락대는 소리]
[어색한 웃음] [바닥을 탁 짚는다]
[보리의 멋쩍은 소리]
너 그게 뭐야?
[어색한 웃음]
[조이의 놀란 숨소리]
[한숨] 이게 뭐야?
처녀가 무슨 배내옷을…
내 거 아니여
그, 저기…
(보리) 응, 아랫집 사는 귀순이가…
이런 얼빠진 것
(조이) 미쳤어, 미쳤어!
아, 아파, 언니
앞날이 구만리인데 어쩌려고 애를 가져, 애를, 어? [보리의 아파하는 신음]
어떡하려고, 아, 어떡하려고!
아, 잠깐만
어떤 놈팡이랑 눈이 맞았길래
놈팡이 아니여, 놈팡이 아니랑께!
놈팡이 아니면, 뭐 원님이라도 되냐, 어?
겨! 원님 애여
- 원님? - (보리) 맞아, 원님 애
(보리) 술 판다고 요놈 저놈 치근덕대는 것도 싫고
나도 고운 옷 입고 뜨끈한 방에서
편하게 살아 보고 싶어서 그랬구먼, 왜!
보리, 너 그럼!
(조이) 너, 소실로 들어가는 거야?
[흥미로운 음악]
[한숨]
[보리를 탁 잡으며] 잘했다 그래, 잘했어, 어?
사랑이 밥 먹여 주는 것도 아니고
원님이라면 개화골에서 제일 높은 양반인데
어차피 우리 신분에 그렇게라도 팔자를 고쳐야지
[보리를 탁 치며] 잘했네, 잘했어
그려?
어디 근본도 없는 놈팡이랑 하룻밤 실수로
덜컥 애만 가졌나 걱정했더니
차라리 잘했다
(조이) [한숨 쉬며] 원님 애면 최소한 이 고생은 안 하겠지
엄동설한에, 어? 삼복더위에
장사한다고 네가 오죽 고생을 했어, 어?
아유, 쯧, 쯧, 쯧, 쯧 손 좀 봐, 이게 뭐야
나무토막도 이것보단 낫겠다
[보리를 토닥인다]
[살짝 웃는다]
아, 그리고 무엇보다, 쯧
원님도 네가 증인이라면 모른 체하지 못하겠지
증인?
[옅은 헛기침]
그, 실은
오늘 내가 보리 널 찾아온 건…
[다듬이질 소리]
[뒤적이는 소리]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
[추한의 신음]
어? [개 짖는 소리]
거기 서
(조이) 아, 그거 귀한 옷감이란 말이야!
[팥순의 짜증 섞인 탄성]
아, 일 안 하냐?
방망이 때려
아, 그날 분명 노름을 하러 갔을 텐데
아, 혹시 기억 안 나?
(조이) 아, 왜 그날 있잖아, 그
[흥미로운 음악] 그, 왜 저번 보름에
경상도에 온 채굴꾼들이
은잔 다발을 싸 와서 이렇게 거하게 막 투전판 벌였다면서
(보리) 아, 겨, 본 거 같아
뒷방에 상 들이고 내갈 때
보리야, 그럼
증언 좀 해 주면 안 될까?
- 증언? - (조이) 응
아, 어차피 너 소실로 들어가면 장사도 그만둘 거잖아
노름한 사실을 증명만 할 수 있으면
나비 받아 낼 수 있어
[경건한 음악]
[반짝이는 효과음]
[신비로운 효과음]
[애원하는 숨소리]
보리야, 제발, 응?
[보리를 탁 잡는다]
나도 좀 훨훨 날아가게 해 줘
그러니께
언니 남편이 여기서 노름했다는 걸 나한테 증언해 달라는 거여?
응
아이, 아니, 이 마을 사내놈들은 죄다 한통속이라
(조이) 아무도 나서 주지를 않잖아
보리야
제발!
아이, 그려도 나한텐 다 손님들인디
나도 네 덕에 팔자 한번 고쳐 보자
(조이) 아니, 기회만 있으면
남정네들처럼 과거도 보고 관직에도 나가 보고 싶어 [차분한 음악]
하지만 그럴 수가 없잖아
그렇다고 팔자타령만 하면서 이대로 사는 건 더 싫어, 보리야
[보리를 탁 잡는다]
나도 행복해지고 싶어
안 될까?
보리야? 응?
[한숨]
겨
(보리) 나가 언니 위해 그거 하나 못 해 줄라고
걱정 말어, 증인 서 줄 텐께
(조이) 고맙다, 보리야!
맞다, 아기
[함께 살짝 웃는다]
설마 내가 아까 배도 때리진 않았지?
[살짝 웃는다]
황보리, 너 정신 똑바로 차려, 응?
넌 이제 엄마야
엄마, 알지?
[살짝 웃는다]
[보리를 탁탁 토닥인다]
[비장한 음악]
[바람이 휭 분다]
[유쾌한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나팔 소리 효과음] [말이 투레질한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바람이 휭 분다]
[말이 투레질한다]
[유쾌한 음악] 고삐를 이쪽으로 당기면서 가면 되느니라
[구팔의 힘주는 소리] [말 울음]
[육칠의 힘주는 탄성]
[이언과 구팔의 놀란 탄성]
(육칠) [힘주며] 착지
(구팔) 어떻게 멈춰, 이거?
이제 좀 알 거 같습니다
(이언) 잘하고 있다 [웃음]
[말 울음] 음, 좋아, 좋아, 좋아
아, 어디까지 가는 게냐?
같이 가거라!
[달그락대는 소리]
- (구팔) 나리 - (이언) 이랴
- (구팔) 아, 밥 안 먹어요? - (육칠) 도련님
(이언) 충청도에 별미가 기다린다
말은 당근이라도 먹었지
(이언) 편히 오거라
[새가 지저귄다] [말이 투레질한다]
(구팔) 이언 나리, 배고파요
아, 어, 그래
[흥미로운 음악] (이언) 자
어서 들거라
(이언) ♪ 짜글, 짜글이 ♪
[유쾌한 음악] ♪ 쪼글, 쪼글이 짜글이가 났네 ♪
[구팔과 육칠의 어색한 웃음]
♪ 짜글, 짜글이 ♪
(이언) ♪ 짜글이, 짜글이 ♪
♪ 짜글이요 ♪
♪ 짜글이 먹으러 넘어간다 ♪
[시원한 탄성]
[산새 울음]
[흥미로운 음악]
(육칠) 어허, 아, 시원하다
[육칠의 기분 좋은 탄성]
(이언) 아이…
[익살스러운 음악]
[육칠의 기분 좋은 탄성]
더럽게 뭐 하는 짓이냐!
(육칠) 구팔, 아까 오다 보니까
여기 마을 초입에 방앗간이 하나 있더라고
이따가 가서 거기를 털 거야 [흥미로운 음악]
내가 주인장 관자놀이를 때려서 기절시킬 테니까
네가 밧줄로 묶어
예, 꼭 좀 그럽시다
(육칠) 우리도 주인 나리만 잘 만났으면
착하게 살 수 있었어, 안 그래?
삼백 리 길을 오면서 고작
주먹밥 두 덩이에 쥐방울만 한 대추 세 알이 전부였어
이게, 이게 사람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전 뱃가죽이 발바닥에 들러붙어서
더는 걷지도 못하겠습니다
(구팔) 나리께 저 먼저 옥황상제님 곁으로 간다고 좀
꼭 좀 전해 주…
(육칠) 구팔, 구팔!
정신 차려라
혼자 가면 안 된다 정신 차려라, 구팔
구팔! 구팔
야, 야
어제오늘 가볍게 소식 좀 한 걸 가지고
(이언) 누가 보면 내가 몇 날 며칠 굶긴 줄 알겠다, 응?
시장이 반찬이라잖느냐
맛있는 음식을 먹으려면 이 정도 성의는 보여야지
그걸 가지고, 쯧, 쯧, 쯧, 쯧
일어나라 다 왔다, 다 왔어, 밥 줄게
(구팔) 아, 그러니까 언제요! 다음 생에요?
(이언) 말했지 않느냐
여기서 오십여 리만 더 가면 충청도 최고 별미라는
[경건한 음악] 보리네 짜글이집이 있단 말이다
그 집은 고추를 말려 가루를 내어 만든
특제 다진 양념으로 국물을 낸다고 하니
그 맛이 궁금하지 않느냐?
(구팔) 짜글이고 쭈그렁탱이고요
전 더 이상 배고파서 못 갑니다
그 흉포했던 병자년에도요
이것보단 배불리 먹었어요
내 짜글이를 곱빼기로 먹게 해 주마
(육칠) 곱빼기 해 봤자 구팔이 한 입이면 끝납니다
아, 못 갑니다, 못 가
[육칠이 물을 첨벙거린다]
알았다, 알았어
곱빼기에 수육도 추…
수육 받고 탁주도 추가요
[유쾌한 음악]
그래, 알았다
가자
안 가?
[산새 울음]
[긴장되는 음악]
[천둥소리]
이게 뭐대유?
우리 목숨 줄이다
(보리) 잉?
(기완) 무조건 잘 가지고 있어야 한다
아무 때나 떠나도 챙길 수 있게
떠나유?
왜 떠나유?
[기완의 거친 숨소리]
(기완) 어쨌든 떠날 채비를 하고 있거라
그냥 그렇게만 알고
[하늘이 우르릉댄다]
(조이) 보리야, 아직 안 잤지?
(보리) 어, 조이 언니
(조이) 아이고
(보리) 아이, 아, 오밤중에 왜, 뭔 일 있는 겨?
(조이) 아유
[탁 내려놓는 소리]
이게 뭐여?
(조이) 너 이거 먹고 싶어 했잖아 좀 먹어 봐
[보리의 놀란 숨소리]
(보리) 아, 그렇긴 한디
아, 이렇게 귀한 걸 어디서 구했디야?
아이, 청도에서 보부상이 올라왔길래
뒤로 빼돌린 거래
[놀란 숨소리]
[작은 목소리로] 그럼 이거 진상품 아니여?
임금님께 올리는
[살짝 웃는다]
[보리를 탁탁 치며] 괜찮아
아, 양반님네들은 다 이렇게 저렇게 빼내서 먹던데, 뭐
그분들이야 양반이니께
아유, 괜찮다니까
배 속의 아기가 먹고 싶다는데
이모가 돼서 이 정도도 못 해 줄까?
(조이) 얼른 먹어 봐
[기대되는 효과음]
[밝은 음악] [놀란 숨소리]
맛있어
맛있어, 진짜
[웃음]
아유, 천천히 먹어, 체할라
[음미하는 숨소리]
그…
홍시는 어떤 분이야?
아니, 그, 아니, 아니
원님은 어떤 분이야?
(조이) 좋은 분이셔?
잉, 나가 홀로 커서 그런가
난 아부지 같은 사내가 좋더라고잉
아유, 그래도 내 눈엔
[보리를 탁 치며] 네가 더 아깝다 이 기지배야
아기는? 배 속에 잘 있는 거 같아?
잉
아직은 안 느껴지는디
(보리) 그래도 느껴져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밝은 음악] [어색한 웃음]
아유, 알았다
둘이 행복하면 됐지, 뭐
[보리를 탁탁 치며] 나 갈게 시엄니 몰래 나온 거라
벌써 가는 겨?
언니도 이거 가져가서 맛봐야
(조이) 아유, 됐어, 잘 자!
(보리) 언니도 이런 건 못 먹어 봤을 거 아니야?
조이 언니!
[풀벌레 울음] (조이) 내일 봐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팥순) 아, 어디
증인 있으면 데려와 보라지
(여자9) 보라 해
(팥순) 어? 보라 해!
[여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여자10) 보라 해, 보라 해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팥순) 아, 얘, 추한아, 추한아 어서, 응?
(팥순) 아이고, 야 이 변변찮은 놈 같으니라고
(이방) 해운판관이 개화골에 나타났습니다
치부책을 저한테 주십시오, 저한테
[무거운 음악]
제가 잘 숨기겠습니다요
(조이) 나리
어, 어, 그래, 그 그, 어디까지 했더라, 그
(기완) 이방
(이방) 예 [이방의 헛기침]
(기완) 어, 맞다
그, 증인은 구했느냐?
[흥미진진한 음악]
예, 노추한이 노름을 한 걸 본 사람이 있습니다
증인을 대령하라!
(이방) 그, 참, 그, 진짜, 아유
야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 (남자7) 없어 - (남자8) 아유, 참
[익살스러운 효과음]
[조이의 놀란 숨소리]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쿵 하는 효과음]
아니… [헛기침]
[팥순의 웃음]
[조이의 한숨]
[흥미로운 음악] [새가 지저귄다]
[이언의 탄성]
(이언) 충청좌도 개화골이라
[구팔의 감탄하는 숨소리]
(육칠) 드디어 짜글이를 먹는 겁니까?
(구팔) 나리, 근데
웬 이상한 양반이 마을 휘젓고 다닌다고
괜히 소문이라도 나면 어떡해요?
어사인 거 들키면 위험하다면서요?
그렇지
(육칠) 도련님의 안전을 위해서라면
제 한 몸 희생하겠습니다
[유쾌한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반짝이는 효과음]
(구팔) 저 봐
[육칠과 구팔의 웃음]
[이언의 헛기침]
(육칠) 어허
방득이, 네 이놈
그, 경망스럽게 굴지 말고 나처럼 차분히
차분히 좀 있거라
(이언) 내 비록 안전을 위해 변장을 했다마는
- 우리끼리 있을 때… - (구팔) 네 이놈!
지금 나리께 그게 무슨 말버릇이냐? 쉿
(이언) 이씨
(육칠) 잔말 말고 어서 밥이나 먹자꾸나
콩이네 쭈글이인가 뭔가
그 집으로 신속히 안내하거라
보리네 짜글이…
(구팔) 저짝 오른쪽 장터 끝자락이라고 합니다
- (육칠) 가세 - (구팔) 예
(이언) 어, 여기다, 어, 어
[이언의 웃음] (구팔) 드디어 다 왔다
[구팔의 가쁜 숨소리]
(구팔) 뭐예요, 이거?
[익살스러운 음악] (이언) 닫다니
[육칠의 힘없는 신음]
- (이언) 이보시오! - (육칠) '닫음'
아무, 아무도 없소?
- (구팔) 휴업이야? 휴업? - (육칠) '닫음', '닫음'
- (구팔) 뭘 닫음이야, 어? - (이언) 아무도 없소?
(구팔) 야…
- (이언) 여기 아무도 안 계시오! - (구팔) 어? 뭘 닫아?
- 문 닫음? - (이언) 아무도 없소?
(육칠) 우리 배고픔!
- (구팔) 아이, 계셔요? - (육칠) 왜 닫음?
(이언) 아무, 아무도 없소?
[이언의 가쁜 숨소리] - (육칠) 도련님 - (구팔) 뭔 소리야
[이언의 절망하는 숨소리]
[실성한 웃음]
(구팔) 어떻게 된 거예요?
아니, 우리, 우리 못 먹어요?
(이언) 아, 아
(구팔) 아니, 여기 맛있다고
(이언) 아니…
[숨을 후 내뱉는다]
사람 뒤통수를 쳐?
주인장이 왔나 보다
(이언) 자, 빨리, 빨리, 빨리!
(조이) 야, 황보리!
황보리, 너…
흥, 어쭈?
[이언의 헛기침] 아, 요것 봐라
걱정 말라고 큰소리 빵빵 치더니
(이언) 찾는 사람이 혹시 여기 주인장이오?
(조이) 잡히면 죽는 건 알아 가지고 튀었네, 요게
(이언) 튀다니? 여기 주인장이 어디로 튀었단 말이오?
(조이) 흥, 막상 나오려니 겁났나 보지?
아, 급하셨구먼 숟가락 놓자마자 튄 거 보면
하여간 어리숙한 게 눈치만 빨라 가지고
아니, 증언을 못 하겠으면, 어? 증거라도 내놓든가
(이언) 아니, 그…
(조이) 하, 나쁜 기지배 자기만 잘 살겠다고
(이언) 아, 이 집 주인 어디 갔소?
(조이) 아, 어디 갔어, 진짜로!
허, 참, 아, 이보시오!
(이언) 여기 사람이 말을 걸질 않소?
[반짝이는 효과음]
[감성적인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근데 아까부터 이 거지들은 뭐야?
[익살스러운 효과음]
왜 주인도 없는 집까지 쳐들어와서 구걸을 하고 난리야?
[목탁 두드리는 효과음]
[헛기침]
[흥미로운 음악] (이언) 아, 우리는 구걸을 하러 온 게 아니라…
(조이) 꺼져!
흥!
황보리 죽었어, 오늘이 제삿날이야
[흥미진진한 음악]
(이언) 이 집 주인한테 가는 거요?
오늘 안에 먹을 수 있는 거요?
(조이) 황보리 못 봤어요?
[가쁜 숨소리]
황보리
(이언) 어디까지 가는 게요?
(조이) 황보리 못 봤어요? 황보리, 황보리
아이, 혹시 보리…
아유, 진짜
(이언) 그 보리라는 처자 찾을 수 있는 게요?
아니, 그, 밥은?
[무거운 음악] [사람들의 비명]
(여자11) 사람 아니여, 저게?
아유, 세상에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아유, 사람이 왜 저기 빠진 거여?
[긴장되는 효과음]
[어두운 효과음]
[무거운 효과음]
(조이) 보리잖아
보리야 [조이의 떨리는 숨소리]
보리야
보리야, 정신 차려, 보리야
[조이의 떨리는 숨소리]
보리야…
야, 나가자 [첨벙거리는 소리]
[조이의 힘주는 소리]
[조이의 힘주는 소리]
보리야
보리야
[볼을 탁탁 때리며] 보리야 보리야, 눈 떠 봐, 보리야
보리야
[조이가 흐느낀다]
보리야
어떡해, 어떡…
보리야, 보리야
[조이가 서럽게 운다]
(육칠) 아이고 이게 다 뭔 일이랍니까?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그 별미 식당 주인이 갑자기 죽어 버리다니
[사람들이 안타까워한다]
(여자12) 산길도 시방 험한디
(여자13) 목욕이라도 하려다 그랬나?
(여자12) 그런가 보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조이) [흐느끼며] 보리야
보리야, 일어나
[조이가 흐느낀다]
어떡해
(이방) 어허, 이런 빌어먹을
- (이방) 끌어내라, 음 - (나졸들) 예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조이) [흐느끼며] 보리야
잠시만, 잠시만요, 잠시만요
왜 이러십니까? 보리를 어디로 데려가시는 겁니까?
(이방) 아, 가만있어, 좀
(조이) 보리야!
(구팔) 나리, 이거 혹시 조사해 보셔야 되는 거 아닙니까?
사람이 죽었는데요
(조이) 보리야, 보리야
(이언) 하나 뭘 어쩔 것인가
젊은 처자가 횡사했다니 안타깝다만
실족으로 인한 사고가 아니겠느냐
(육칠)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합니다
죽은 사람이라고 저렇게 거칠게…
- (구팔) 씨, 가서 한마디 할까요? - (조이) 보리야, 보리야
(조이) 아직, 아직 보낼 준비가 안 되었습니다
(이방) 시간 없다 서두르래도, 어?
(조이) 제발, 제발 작별 인사 할…
(이방) 물렀거라! [사람들의 놀란 탄성]
(육칠) 아, 거 살살 좀 하쇼, 살살
사람을 무슨 쓰레기 다루듯…
[조이의 성난 숨소리]
(이방) 치도곤을 치기 전에 물렀거라!
아무리 천것이라도 그렇지요
가족이 없다고 망자의 한을 달랠 시간조차 아니 준단 말입니까?
(이방) 그래서
동무라서 같이 황천까지 배웅이라도 하겠느냐?
[무거운 음악]
[헛기침]
서둘러라 [이방의 헛기침]
[하늘이 우르릉댄다]
(조이) 보리야, 보리야!
보리야! 보리야!
[조이의 거친 숨소리] 보리야!
나리!
보리야!
보리야!
[조이가 흐느낀다]
[흐느끼는 숨소리]
[흐느낀다]
(육칠) 관아로 들어간 걸 보니까
뭔가 조사를 하긴 할 모양입니다
(구팔) 거, 조사 한번 참 거칠게 하네
진짜 뭐 켕기는 게 있긴 있나 봐요
[이언의 한숨]
(이언) 이만 떠나자꾸나
- (구팔) 떠나시다니요? - (육칠) 아, 어디로요?
(이언) 내 너희들에게 말하지 않았느냐
절대 관아 일에 엮이지 않고
맛집 탐방하다 무탈히 올라가겠다고
고을 수령의 비위도 아니지 않느냐
내가 규찰할 사안이 아니다
[이언의 헛기침]
그러니까 다음 맛집이…
(나졸) 아유, 수령 나리 [흥미로운 음악]
이를 어째, 수령 나리
저리 비키시오!
[문 두드리는 소리]
열거라!
[거친 숨소리]
[무거운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보리) 떠나유?
왜 떠나유? [천둥소리]
[한숨]
[탁 치는 소리] (기완) 아이씨
[천둥소리]
난 그냥
우리 같이 살 집이나 한 칸 마련할 양으로
해운판관 나리가 시키는 대로
조운선에 조금 손을 댄 것뿐이었는데
[작은 목소리로] 조운선에 손을 댔다구유?
(보리) 나리!
어사가 그리될 줄은…
[천둥소리] [한숨]
[탁 잡는 소리]
일이 더 커지기 전에 발을 빼고 도망치려면
이 치부책을 갖고 있어야 해
(기완) 그래야 우리가 목숨을 부지할 수가 있어
(보리) 나리
[문이 탁 열린다]
(이방) 나리, 나리!
[울먹이며] 이, 죽은 어사가…
바닷가에서 시신이 나왔답니다
[흥미로운 음악] 뭐, 뭐라?
[이방의 겁에 질린 숨소리]
아, 일단 치우거라!
[이방의 다급한 소리] 오늘 바로 묻으라굽쇼?
그래!
- (오작인) 아니, 하지만 원래는… - (이방) 원래는 뭐?
없애, 그냥 태워라, 아유, 몰라!
지금 저깟 게 문제가 아니야, 이씨
(오작인) 아니, 저 다 태, 태우라굽쇼?
이방 나리
아니, 이방 나리, 태우다니요?
(이방) 아, 태워 버리든 묻어 버리든 네가 알아서 처리해라
- (기완) 뭐 하냐, 빨리! - (이방) 예
(이방) 가져와, 지게 [오작인이 놀란다]
- (오작인) 아, 지게 - (이방) 아유
[가쁜 숨소리]
[조이가 흐느낀다]
[거친 숨소리]
아닌 건 아닌 거야
말할 건 말할 거야
[숨을 후 내뱉는다]
나리! 좀 나와 보십시오!
간곡한 청이 있습니다!
나리!
[문이 탁 열린다]
(조이) 나리!
[이방의 재촉하는 소리] 나리, 제발요
- (이방) 얼른 싣거라, 얼른, 어? - (조이) 보리야
[헛기침]
(이방) 아, 아유, 진짜
얼른 가서 태워 버려, 어?
- (이방) 무조건… - 태우다니요?
무슨 소리입니까?
[이방의 헛기침] (조이) 제가 무덤을 만들고 장례를 치를 것입니다, 나리!
(이방) [헛기침하며] 가
[이방의 재촉하는 소리]
(조이) 나리, 나리!
나리! [문이 탁 닫힌다]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무거운 음악]
사람이 죽었는데 장례는커녕 당일에 처리해 버리는 경우가
대명천지 어디 있냔 말입니다!
왜 이렇게까지 혹독한 것입니까?
신분이 천하다고 죽은 당일에 화장을 하다니요
(오작인) 저리 좀 비켜서라 이것아!
시키는 대로 해야지 나라고 뭐 별수 있느냐
(조이) 삼베옷이라도 한 벌 지어 입혀 보내면
안 되는 것입니까, 예?
그 아이는 배 속…
그 아이는 배 속에 아기도 있단 말입니다
[조이가 흐느낀다]
[문이 탁 열린다]
(기완) 가자
[이방의 다급한 소리]
[이방의 다급한 소리]
나리!
보리에게 어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이방) 이걸, 콱 그냥!
아, 빨리 가시죠, 얼른
빨리 가자, 얼른, 자
[어이없는 숨소리]
[이방이 재촉한다]
(이방) 아, 이놈, 이것들아 [기완의 가쁜 숨소리]
서둘러라, 서둘러! 얼른, 얼른, 아이고
[이방의 다급한 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이언) 아까 저 여인이 한 말 들었느냐?
[의미심장한 효과음]
(조이)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그 아이는…
그 아이는 배 속에 아기도 있단 말입니다
배 속에 아기가 있는데
굳이 계곡에 올라갈 이유가…
(여자14) 계곡 바위에서 미끄러졌구먼
- (여자15) 그러게 - (여자12) 산길도 시방 험한디
(여자13) 목욕이라도 하려다 그랬나?
목욕, 목욕이라
- (조이) 나리! - (이방) 빨리 가시죠, 얼른
보리에게 어찌 이러실 수 있습니까?
[의미심장한 효과음]
아니다
구태여 요란하게 소설을 쓸 이유가 있겠느냐
(이언) 그냥 가자
(구팔) 그래요
(이언) 씁 거참, 신경 쓰이게 하네
딱 하나만 알아보고 가자 딱 하나만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음산한 효과음]
(기완) 박무경
(이방) 저, 저…
(기완) 어디서 건졌느냐?
아니, 그, 그물에
뭣이 묵직한 것이 딸려 올라오기에
상어라도 되는가 싶어 건져 봤더니…
분명
침몰시킨 조운선에서 해결했거늘
[기완의 거친 숨소리]
(이방) 그믐이라
물이 들어오는 바람에 떠밀려 왔나 봅니다요
[작은 목소리로] 그래도 나리 저희에겐 치부책이 있으니
저 시신만 잘 처리하면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요?
치, 치, 치부책
(기완) 이 치부책을 갖고 있어야 해
그래야 우리가 목숨을 부지할 수가 있어
(보리) 나리
아! 젠장
[기완의 거친 신음]
나리는 알고 계실 것 아닙니까? 숨긴 곳을, 예?
저, 겨, 경황이 없어서
저, 미처 거기까진 듣지 못했다네
[절망하는 탄성]
(기완) 저, 일단 보는 눈을 피해 그, 빨리빨리 옮겨라, 어?
(이방) 아, 뭣들 하느냐?
어여 들어, 옮겨, 어, 얼른, 얼른
[이방의 다급한 숨소리]
- (이방) 자, 빨리 얼른! - (기완) 내가 너라면
살기 위해 입을 다물 것이다
아유, 여부가 있겠습니까요? 아유
(기완) 가세, 빨리빨리
(이방) 얼른 안 오고 뭘 해, 어?
[흥미진진한 음악]
(이방) 얼른 좀 와, 진짜
얼른 와
[기완의 놀란 탄성]
(이방) 아이고, 참, 썩 물렀거라!
고개를 숙이십시오!
[의미심장한 효과음] [마패가 짤랑댄다]
[무거운 음악]
[문이 탁 닫힌다]
[딸각 내려놓는 소리]
[거친 숨소리]
[중얼거린다]
[흥미로운 음악]
(남자9) 아유
(기완) 가세, 빨리빨리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유쾌한 음악]
(석기) 치부책 어디 있냐고 치부책!
(이언) 유품은 아무것도 안 남았다 이거지?
(육칠) 방득이, 네 이놈 나댈 자리가 아니다
- (이언) 야! - (조이) 왜!
(조이) 어머머 얘 좀 봐, 얘 좀 봐
(승) 어사 하나 제대로 처리를 못 해?
(태서) 찢어 죽이든 발라 죽이든 필요한 건 치부책입니다
(육칠) 누가 살해하고 사고사로 위장한 건 아니겠지요?
(태선) 조심하십시오
(조이) 이건 관아의 물건이잖아
(조이) 지아비와 시어머님을 고발해도 되겠습니까?
(육칠과 구팔) ♪ 아, 암행어사 ♪
(이언) 지금부터 이 사건은 내가 처리하마
.어사와 조이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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