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와 조이 2
(기완) 박무경
분명 침몰시킨 조운선에서 해결하였거늘
그리고 나리, 저희에게는 치부책이 있으니
(이방) 시신만 잘 처리하면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요?
아! 젠장
[기완의 거친 숨소리]
나리는 알고 계실 것 아닙니까? 숨긴 곳을, 예?
저, 겨, 경황이 없어서
저, 미처 거기까진 듣지 못했다네
[절망하는 탄성]
[와장창 깨지는 소리]
[석기의 힘주는 신음] [이방의 놀란 탄성]
(석기) 치부책 어디 있냐고 치부책!
아유
[이방이 중얼거린다]
[이방이 연신 중얼거린다]
(이방) 얼른 와, 아, 진짜
얼른 와
[이방이 중얼거린다] [이언의 놀란 탄성]
아이고, 참, 썩 물렀거라!
[이방의 짜증 섞인 숨소리]
고개를 숙이십시오!
[무거운 효과음] [마패가 짤랑댄다]
[마패가 짤랑댄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구팔) 나리
보셨습니까? 방금, 방금 시신에서…
마패다
아, 잠깐만, 마패면은 그럼 설마 저분도…
파견을 나갔다 실종이나 사망 처리 되어 보고된
어사 중 하나겠지
(관료) 최근에 충청도로 파견 나갔던
어사 박무경이는
아직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 소식조차 묘연하다지
- 육칠아 - (육칠) 예
너 옷 좀 제대로 입어야겠다
(육칠) 예?
[딸각 내려놓는 소리]
[거친 숨소리]
하, 진짜
[흥미로운 음악]
(이언) 이리 오너라!
이리 오너라!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리 오너…
[이언의 헛기침]
(이방) 모두가 퇴청한 시각에
누가 이렇게 관아 앞을 소란스럽게 한단 말이오?
어허
(육칠) 예를 갖추어라
예?
(육칠) 나로 말할 거 같으면 한성부 호관의 판방으로 [익살스러운 음악]
- (이언) 호방의 판관 - (육칠) 호방의 판관으로
오동잎이라고 하네
오동잎이요?
[반짝이는 효과음]
(육칠) 그렇네
내 다름이 아니라 식가를 얻어 고향에 가는 길에
요 앞 솔고개에서 그만
도적을 만나 봇짐이 털렸지 뭔가
[옅은 헛기침] 해서
내 여기 수령 나리께 국밥이라도 한 그릇 얻어먹고
잠시 쉬어 갈 수 있을까 하여 와 보았네
글쎄요
하면은 저기 그, 주막이나 민가에서 도움을 청하시지
이곳은 공무를 집행하는 관청입니다만
(육칠) 예끼, 이 사람!
내 어찌 양반 된 신분으로 밥 동냥을 하겠는가
보는 눈이 있는데!
예, 송구스럽습니다만은
저희는 화급한 용무가 있어 어렵겠사오니, 그럼
[이방의 헛기침]
(이언) 저희 나리께선
사헌부 오 대감 영감과 오촌 지간입니다만
[까마귀 울음 효과음]
(육칠) 방득이, 네 이놈!
네놈이 어찌 사헌부 오 대감 오촌 당숙님을
함부로 입에 담느냐
내가 혈연 그 혈연 같은 것을 앞세워
밥 한 끼 얻어먹으려는 아주 구차한
그런 구차한 사람이 되지 않았느냐
나중에 사헌부 오 대감 오촌 당숙님을 어찌 뵈려고!
사헌부 오 대감 오촌 당숙님은 잊어 주시게
(구팔) 아니, 나리 무릎도 안 좋으신데
그럼 또 어디 가시려고요?
지금 이 고생 하시는 거를
사헌부 오촌 오 대감 영감께서 보시면
얼마나 그, 하시겠습니까
우리가 이 고생 하려고 여기까지 이렇게 걸어왔습니까?
얼른 빨리 다시 말해 보세요, 예?
(육칠) 그만, 그만, 그만하라!
[구팔의 한숨]
걷다가 죽으면 그 또한
고작 한성부청 5품 판관인 나의 팔자인 것을
신경 쓰지 마시게
(구팔) 나리, 제발요
[육칠의 힘겨운 신음] (이방) 아유, 아유, 나리 나리, 그것이 아니오라…
(육칠) 가자, 출발하자꾸나
얼른 고향으로 가서
사헌부 오 대감 오촌 당숙님을 뵙고
무릎아, 일어나라!
[육칠의 기합]
(이방) 저, 저 나, 나, 나리, 나리, 나리!
여, 여기서 잠깐만 잠깐만 기다려 주시옵소서, 예
[육칠의 힘겨운 탄성]
참말입니다요
그걸 어찌 믿어?
그 고관대작의 인척 행세를 해서
지방관을 착복하는 사례가 어디 한둘이냐?
(이방) 아니, 하면 이대로 돌려보냈다가
참말이면 그땐 그때는 어찌하십니까요?
아, 그런다고 이런 상황에
그 외부인을 관아 안으로 들인단 말이냐?
그냥, 그냥 국밥이나 한 그릇 휘리릭 말아 먹이고
그냥 보내시지요
밥 한 그릇에 명운을 거시겠습니까?
[조심스러운 숨소리]
그 사이에 저는 치부책을 찾아오겠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어디 있습니까, 치부책?
아, 모른다니까
그, 보리가 당부대로 어딘가 잘 숨겨 두었겠지
[한숨]
그러니 네가 가서 꼭 찾아오너라, 꼭
(기완) 어? 저, 어서
어, 자, 어서, 어, 어서, 어서
[산새 울음] [풀벌레 울음]
"주막"
[차분한 음악]
[한숨]
[탁 집는 소리]
망할 기지배
[탁 내려놓는 소리]
(보리) 언니가 잘 정리해 줄 거제?
몰라
내가 왜 네 뒤치다꺼리를 해야 되는데
(보리) 나는 가족이 없잖여 언니밖에
또, 또 그 소리
그러게 왜 제명에 못 죽고 야단이야? 야단이
[탁 내려놓는 소리]
다 해 줄 거믄서 공연히 이런다니께
언니야
여기 싹 깨깟이 치워 주고잉
내 물건들
고이고이 태워서 잘 보내 줘
알겄제?
치, 웃기고 있네
(조이) 멍충이
[훌쩍인다]
[한숨]
[흐느끼는 숨소리]
[흐느낀다] [옷을 탁탁 쓰다듬는다]
이 쪼끄만 저고리 하나 입혀 보지도 못하고
[훌쩍인다]
[한숨]
[옅은 한숨]
착해 빠져서 세상 누린 것도 없이
진짜 대단하다, 황보리
이 등신, 반푼이, 바보 천치, 얼뜨기
[속상한 숨소리]
이거라도 꼭
꼭 잘 묻어 줄게, 보리야
[흐느낀다]
[조이가 연신 흐느낀다]
[풀벌레 울음]
[멀리서 개가 멍멍 짖는다]
[조심스러운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이방) 아니, 저건 왜 주인도 없는 방에 들어가서
저러다 치부책이라도 발견하면…
아니지, 발견해도 그게 뭔지 모를 거야
그러면 들어가서 확 쫓아 버려?
아니지, 아니지 괜히 긁어 부스럼이지
[헛기침]
- (팥순) 아이고, 나리 - (이방) 아이, 저…
[이방의 놀란 탄성]
[이방의 옅은 헛기침]
혹시 우리 며느리 못 보셨슈?
(팥순) 아휴, 고년이
또 뒷간 간 사이에 토꼈지 뭐예유
아, 불안해서
뒷간 문도 그냥 열어 놓고 일을 봤는디
(이방) 그런 얘기를 그렇게 자세히 그, 듣고 싶지 않네
[이방의 헛기침] (팥순) 아이고, 저년 저게
저년이 또 보리네 들어갔구먼
[이방의 놀란 탄성]
[흥미진진한 음악]
[팥순의 놀란 숨소리]
[까마귀 울음 효과음]
혼자 있게 두게
동무를 기리는 중이지 않는가 [야릇한 음악]
저녁은 자셨어유?
[익살스러운 효과음] [풀벌레 울음]
[이방의 헛기침]
아니면
즈 집에 가셔서
(팥순) 저녁 한술 뜨시면서 제 얘기 좀 들어주셔유
억울하고 분통 터져서 못 살겠구먼유
[콜록댄다]
나 배 안 고프네
[이방의 헛기침]
[익살스러운 효과음]
(팥순) 그럼 왜 이 야밤에
정처 없이 주막 앞을 어슬렁거리는가?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집에 들어가 봐야
쓸쓸하시쥬?
[반짝이는 효과음]
[깨갱대는 효과음]
어허, 이 사람이 그, 저 [헛기침]
씁, 아참, 근데 원님은
보리 고년이 그렇게 돼서 어쩐디야?
어허, 거참!
가세, 가세 자네 집으로 가서 얘기하세
[팥순이 웅얼거린다] (이방) 자, 가세
(팥순) 그 둘이도 그렇고 그런 사이…
(이방) 어허! 자, 자, 얼른 가세 빨리 가세 [개 짖는 소리]
(팥순) 우리 집에 가유?
[팥순의 웃음]
[새소리] [승의 헛기침]
(상인) 아이고, 오셨습니까 대감마님
아, 요 녀석 턱 밑에 방울을 달아
놀라 뛰는 모습을 보면 [새소리]
그, 매양 시간 가는 줄 모르실 겁니다
베 한 필 값만 주십시오
전백 비둘기는 없는가?
(상인) 흰 비둘기는 워낙 희귀해서
낭가삭기를 통해서 들어오는 상인을 통해 구해 볼 수는 있으나
족히 녹용 한 대 값은 될 터인데
구해만 주면 녹용 두 대 값을 주지
(상인) 아, 알겠습니다요, 예
[새소리] [어르는 입소리]
[긴장되는 음악] (태선) 미꾸라지로군
두루미 먹이로 줄
미꾸라지를 파는 곳이 있다 하여 온 것인데
여기 계셨습니까?
대제학은 수고롭게
굳이 미꾸라지를 사러 여기까지 오셨소?
(태선) 우리 집 두루미가
벌레란 벌레는 다 잡아먹어 버려서 말입니다
[새소리]
미꾸라지를 부리신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조심하십시오
두루미한테 잡히면 끝이니
[찰랑거린다]
[웃음]
공께서는
스스로를 두루미씩이나 된다고 생각하시는가?
(승) 내가 보기엔 자네나 나나 미꾸라지일세
주상 전하라는 두루미 앞에서는
(태선) 두루미를 길러 보니
잘라 낸 깃털이 다시 자라면 날아가 버리더군요
언제까지 영상 대감의 조롱 속에
머물러 있을 거라고 확신하지 마십시오
내 두루미가 날아간다 한들
어찌 공에게 가겠는가
[물이 찰랑거린다]
어서 미꾸라지나 사서 댁의 두루미나 먹이시게나
[승의 웃음]
(상인) 네, 들어가십시오 대감마님 [문이 탁 열린다]
[풀벌레 울음]
어사 하나 제대로 처리를 못 해
일을 이토록 그르치다니
태서 이놈은 대체 어디서 뭘 하는 게야?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바람이 솨 분다]
[물 떨어지는 소리]
[무거운 음악]
(석기) 아이고, 아이고
[산새 울음] [석기의 가쁜 숨소리]
태서, 태서, 여기 있었는가, 어?
[석기의 가쁜 숨소리] (태서) 해운판관 나리께서 이 시간에 어인 일이십니까?
아, 저, 그게, 그게 말이네
(태서) 마침 잘 오셨습니다 [석기의 초조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이것 좀 보십시오
은입니다
어?
드디어 연은분리에 성공한 겐가, 어?
[석기의 웃음]
제가 뭐라 하였습니까?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납 한 근으로 은 두 돈이 분리되었습니다
이제 은을 화폐로 사용하는 나라와 교역이 가능해졌다는 뜻이지요
무기를 사야겠습니다
조선도 뒤엎을 만큼 잔뜩
그, 저, 축, 축하하네
한데 지금 이럴 때가 아니네
(석기) 아, 저
치부책을 찾지 못했다네
개화골 이방 말대로 그 수령의 첩년을 찾았는데
그년이 끝내 입을 열지 않아 살짝 겁을 준다는 게 그만
계곡 아래로 떨어져서는
영상 대감은 지금 뭘 하고 계신 건지
한양에서 또다시 어사가 파견되었다는 소문이…
[석기의 비명] [무거운 음악]
[석기의 놀란 숨소리]
(태서) 개화골을 다 불태워서라도 찾아내라고 했어야지요!
[거친 숨소리]
[돌이 탁 떨어진다]
[겁먹은 숨소리]
[석기의 겁먹은 숨소리]
찢어 죽이든 발라 죽이든
그건 나리께서 알아서 하세요
그게 수령이건 어사건 상관치도 마시고요
필요한 건 치부책입니다
아셨죠?
[겁먹은 신음]
치, 치부책, 알았다네, 치부책
[거친 숨소리]
[석기의 겁먹은 탄성]
이런, 이런 환대에 감사하오
[기완과 육칠의 웃음]
(육칠) 이, 이, 이, 제가 요새 수전증이 있어 가지고
혹시 결례가 안 된다면
그, 하인의 도움을 받아도 되겠소이까?
아, 뭐, 그러시든지요
[살짝 웃으며] 감사하오
방득아!
여기 와서 내 수발 좀 들거라
[비장한 음악]
[이언의 헛기침]
(육칠) 무릎, 무릎
(이언) 아 [이언의 헛기침]
[기완의 웃음]
물을, 물을 주거라
[발랄한 효과음] (이언) 아, 예
[흥미로운 음악]
[물 따르는 소리]
(기완) 진짜 사헌부 대감의 조카라면
[탁 내려놓는 소리] 왜 하필 지금 온 건가
(육칠) 도련님 저 좀 살려 주십시오
진짜로 합니까, 예?
[물 따르는 소리] (이언) 시작해
[육칠의 옅은 헛기침] (육칠) 너무하네, 진짜
(육칠) 아참
아까 오다가 우연히 보니까 누가 죽은 모양이던데
[콜록댄다] [탁 내려놓는 소리]
그, 주, 죽다니요, 누가요?
(기완) 어허, 거참, 그럴 리가 [기완의 웃음]
아니, 왜 그렇게 놀라십니까?
그, 제 말은 동네 아낙 하나가…
아, 아, 아낙이요
맞습니다, 예
(기완) 그 아낙은 목욕을 하러 산에 올라갔다가
발을 헛디딘 모양입니다
이 마을 지세가 험해서, 그
뭐, 그런 불미한 점을 예방하기 위해
논의 중입니다
[육칠의 웃음]
(육칠) 노고가 많으십니다그려
[기완과 육칠의 웃음]
(육칠) 육전, 또 얼른
(이언) 물어라
[육칠의 헛기침]
그런데 말입니다
(육칠) 나야, 뭐 형률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오
보통은 사람이 죽으면
그 복검 복검을 실시하지 않습니까?
[당황한 숨소리] 살인 사건도 아닌데
어찌 복검을 하겠습니까?
그 아낙은 사고사인 것을요
[육칠의 웃음]
그렇군요, 제가 잘 몰랐습니다
(기완) [살짝 웃으며] 뭐, 아닙니다
모르실 수도 있지요
아, 그 손맛이 참 좋던 아이였는데
하, 거참
(이언) 더 파고들어라
[의미심장한 효과음]
[잔 내려놓는 소리] 한데 참 이상하지요?
[흥미로운 음악] (육칠) 임신한 여인이
굳이 찬 계곡물에 목욕을 하러 갔다
게다가 그 임신한 몸으로
그 산꼭대기까지는 또 어찌 올라갔을지
아니, 그런데
그 여인이 임신했다는 것을 어찌 아십니까?
쩝, 그, 저
과, 관아 밖에서 사람들이 쑥덕이는 걸 들었습니다
[육칠의 웃음]
(육칠) 한데 원님께서는 어찌 알고 계십니까?
아, 그, 고을 처자니, 뭐
저도 오가다 들은 바가 있어서
[기완과 육칠의 웃음]
그, 지아비도 없는 모양이던데
[육칠이 혀를 쯧쯧 찬다]
(육칠) 혹시
누가 살해하고 사고사로 위장한 건 아니겠지요?
[탁자를 탁 친다] 무슨 그런 말씀을
그, 살, 살해라니요!
(육칠) 뭐, 하기사
천부당만부당, 그럴 일이야 없겠죠
그, 주막 아낙 따위가
원한 관계랄 게 무에가 있겠습니까, 그
치정 관계라면 모를까
[술병 내려놓는 소리]
[잔을 탁 내려놓는다]
[기완이 숨을 카 내뱉는다]
(이언) [작은 목소리로] 어사에 대해 물어보거라
[한숨]
한데 말입니다
얼마 전에 충청도로 감찰을 갔던 어사가
그, 완전히 거지꼴이 돼서… [기완이 탁자를 쾅 친다]
그럴 리가요 그, 복귀를 하다니요?
[흥미로운 음악]
[기완의 거친 숨소리]
(기완) 그, 잘못 아셨겠지요
복귀했을 리가 없습니다
[기완의 헛기침]
(육칠) 충청도가 아니라 경기도 경기도 어사였나 봅니다
[육칠의 웃음] 아, 다 드셨으면
(기완) 그만들 가시지요
밤이 늦었습니다 [기완의 웃음]
손님 가신다!
- (기완) 아유! - (구팔) 아이
[기완이 재촉한다] (구팔) 아니, 저 육전 하나만요
[풀벌레 울음] (육칠) 아, 취한다
(구팔) 혼자만 먹으니까 좋아요? [익살스러운 음악]
이쪽에도 음식 좀 한 상 내 달라고 그 말 한마디만 하면 될 것을
그게 그렇게 어렵나? 배고파 죽겠구먼, 씨
(육칠) 연기가 쉬운 게 아니여
연기하기도 바쁜데 언제 그걸, 쯧
[구팔의 한숨] 나…
[육칠의 한숨]
저 제법 호관의, 아니
호방의 판관 같지 않았습니까?
(이언) 증좌를 찾으러 가야겠다
(구팔) 어디로요?
[딸꾹질한다]
아, 아, 치부책
[초조한 숨소리]
저, 이방은 대체 어디서 뭐 하는 게야, 씨
(팥순) 그년이, 그 콩알만 한 게
왈바리 몽짜 같은 게 되바라져 갖고는
밥 먹을 때 체할까 봐
[발랄한 음악] 간장도 내줬지
그, 기름진 괴기는
그냥 내 새끼나 처먹이고
내가 자기 몸 생각해서 [젓가락 달그락거리는 소리]
이 싱싱한 채소를 얼마나 줬게요
'아', 응, '아', 응, 응
[젓가락 내려놓는 소리] [술 취한 목소리로] 아유, 아유 치부책 찾으러 가야 하는데
(이방) 이씨
근데 나리는
[잔을 탁 내려놓는다]
아까부터 뭔 생각을 그렇게 하신대유?
[반짝이는 효과음] 뭐, 할 말 있으면 해 보셔유
(이방) 응
(팥순) 나한테 뭐
원하는 게 있어유?
[팥순의 웃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없슈, 없습니다
없긴
없으면 왜 집으로 오자고 했대유
아유, 남자들은 왜 이렇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팥순) 여우짓을 햐?
[이방의 놀란 숨소리]
[산짐승 울음 효과음]
[차분한 음악]
(조이) '지옥 같은 조선 지옥 같네'
그렇게 염불을 외더니
치, 탈출해서 좋겠다
거기 가서는
고래 등 기와집에 살면서
비단옷만 입고
고깃국에 칠첩반상 먹으면서 행복하게 살렴
괜히 구천일랑 떠돌지 말고
(조이) 이야, 이, 이거 봐 봐 이거 봐 봐
(보리) 아니, 시방 남녀가 지금 뭣들 하는 겨?
아, 이거 다 알아야 되는 것들이여 나중에
- (보리) 몰라도 돼 - (조이) 이 그림이
이렇게 잘, 잘 나와 있잖아
- (조이) 이야… - (보리) 아, 언니는
(보리) 남사스럽게 이런 걸 즐겨 보고 그래
(조이) 이거 봐 봐 [보리의 부끄러운 탄성]
어머, 어머
'사랑으로 노는데'
[책을 탁탁 짚으며] 이 모양으로
(보리) 확실혀? [조이의 탄성]
[조이의 웃음]
[살짝 웃는다]
[한숨]
[책이 화르르 탄다]
(조이) 응?
[무거운 음악]
이게 뭐람?
[부스럭거린다]
[조이가 탁탁 턴다] [입바람을 후후 분다]
[입바람을 후 분다]
(이언) 이보시오 뒤에 누구 있는 게요?
[개 짖는 소리]
[책이 탁 떨어진다]
뉘시오? 여기 이제 장사 안 합니다만
(육칠) 거, 나로 말할 거 같으면 한성부 호관의 판방…
(이언) 그, 하여간 문 좀 열어 보시오
그냥 지나가시죠
(이언) 여봐라 사람이 말을 하는데, 쯧
'여봐라'?
(조이) 어디 하인이…
어? 뭐야?
아까 그 밥 구걸하던 거지들 아니야?
(이언) 거지 아니오!
하, 참
아, 진짜 그냥 갈 것이지
어디 소리를! 쯧
떽! 눈 안 깔아, 어?
(육칠) 어허, 방득이 네 이놈 눈 깔아라
(구팔) 깔아, 인마
(육칠) 양반인 내가 해결하겠다 [육칠이 이언을 탁 민다]
본인은 한성부청 5품 판관으로 [흥미로운 음악]
전혀 이상하거나 나쁜 사람이 아니오 [이언의 한숨]
[익살스러운 효과음]
[육칠의 웃음]
[이언 일행의 놀란 소리]
웃기지 마
너희들처럼 한양에서 뭐라도 되는 양반인 양
사기 치고 돌아다니며 밥 빌어먹는 사기꾼들
(조이) 한둘인 줄 알아?
[코웃음 치며] 시골이라고 우습나 보지?
너희들 그렇게 높으신 양반들 사칭하다 걸리면
태형에, 장형에 인생 쪽박 차는 수가 있어, 알아?
[성난 숨소리]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라
사지가 멀쩡하면 가서 흙짐이나 나르든가 할 일이지
어디 젊은 놈들이 밥을 날로 먹으려고 들어? 쯧
[구팔의 당황한 소리]
(조이) 아휴, 이놈의 풍진 세상
[이언의 신음]
(이언) 나, 나 지금 나, 나, 나 지금 머, 머리를
나, 나 지금 머리를 맞은 거야?
저는 종5품 판관이라고 했는데 맞았습니다
(구팔) 나리, 그냥 가요
증좌 찾으려다 저승사자 먼저 찾아요
저 성질 더러운 애 그만 건드시고
- (이언) 야! - (조이) 왜!
(이언) 너, 너
내가 진짜 진짜 높으신 양반이면 어쩔 거야?
(육칠) 방득이 네 이놈, 미쳤느냐?
아… [헛기침]
내, 내, 내 말은! 그, 그
우리, 우리, 우리 나리가
진짜 높으신 양반이면 어쩔 거냐 이 말이다!
(구팔) [작은 목소리로] 요, 요
(이언) 이 말이오!
쳇, 높으신 분은 무슨
[익살스러운 음악]
근데
진짜 참말로 한양에서 왔어?
요?
[산새 울음]
(조이) 내 집이 아니라서 먹을 게 없어
요
- (육칠) 신경 쓰지 마십시오 - (조이) 예?
(육칠) 마시오, 아니, 말 거라
신경 쓰지 말거라
[흥미로운 음악]
(조이) 그, 한성부 판관이면 엄청 높은 분이신 거잖아요
그럼 과거도 합격하셨겠네요?
암, 합격했지
(육칠) 급제했지 한 방에 붙었지, 그까이 거
우리 나리 원래 벼슬에는 일체 관심이 없었는데
(구팔) 집안 어르신들이 하도 '시험을 쳐 봐라, 쳐 봐라' 해서
그냥 쳐 본 게 떡!
바로 장원 급제 했다 아닙니까
[저마다 웃는다]
- (조이) 오, 장원 급제요? - (구팔) 그럼요, 그럼요
[구팔의 웃음] 오, 시제가 뭐였는데요?
[긴장되는 음악]
시제라…
[육칠이 마루를 탁탁 두드린다]
가만있어 보자
시제라, 그, 시제가 뭐였더라?
[마루를 탁탁 두드린다]
시제가 무슨 뜻인 줄은 알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너희 거지들 맞지?
(이언) '관어해자난위수'
[감성적인 음악]
'바다를 본 자에게 강물은 물로 보이지도 않는다'
'큰일만 다뤄 온 자에게 작은 일이 어찌 대수로울까'
'맹자' 진심 상편의 출전이지요
부제는 '관어대부'로
목은 선생의 부가 나오고요
기억나십니까, 판관 나리
아, 그렇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육칠) '맹자'는 진심이었지
[웃으며] 아, 기억이 나는구나
가르친 보람이 있다
[육칠과 구팔의 웃음] [헛기침]
그, 그러면, 그
잠시만, 잠시만요
(팥순) 나리
[팥순의 속상한 숨소리]
나리
나리!
[팥순의 힘주는 소리]
생긴 건 멀쩡하게 생겨 가지고
[흥미로운 음악] 왜 혼자 사는지 알겠구먼, 쯧
이게 다 조이 이것 때문이여, 어?
이 기지배가 오밤중이 되도록…
[팥순의 성난 숨소리] [문이 탁 열린다]
(조이) 이것 좀 봐 주십시오
아니, 아니, 이거 말고
[산새 울음]
이게 제가 직접 쓴 소송장인데
글솜씨가 박한 탓인지
아무래도 재판에서 지게 생겼습니다
(육칠) 재판이라니?
기별을 하려 한단 말이오?
[멀리서 개가 멍멍 짖는다]
[조이의 옅은 헛기침]
(조이) 아니, 이 정도면 괜찮지 않습니까?
한데 저희 시댁 식구들이 워낙 극성이라서요
번번이 거짓말로 변호를 해 대니 이길 수가 없단 말이지요
하여간 그래서 말인데
과거를 급제하셨을 정도면 문장력도 꽤나 좋으시겠지요?
음, 두말하면 입이 아프지
[헛기침] (조이) 그럼 이것 좀 고쳐 주시면 안 될까요?
그, 문장이 좀 있어 보이게
있어 보이게?
- 예 - (구팔) 아니, 근데
기별을 왜 하시려는 겁니까?
아직 나이도, 뭐
나이가 뭐? 나이가 무슨 상관인데? 쯧
거참, 사나워서 말을 못 걸겠네
(육칠) 방득이 네 이놈 나댈 자리가 아니다!
이 자식이, 너…
(조이) 어머머 얘 좀 봐, 얘 좀 봐 [익살스러운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깜빡이는 효과음] 어디 주인 나리한테 꼬장이야, 꼬장이
떽! 쯧
나 지금 맞, 맞은 거야? [구팔의 난감한 숨소리]
(조이) 그래 주둥이를 또 놀려 봐라
두 대는 더 못 칠 줄 아느냐?
두 대?
두 대 때렸잖아
[작은 목소리로] 아이, 나리, 나리
(이언) 나 지금 입술을 맞, 맞, 맞은 거…
우리 할머니도 나를 여기는 안 때리셨지…
- (조이) 그러니까 여기서부터 - (구팔) 고정하십시오, 나리…
여기까지 한번 봐 주시면 정말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봐 주세요
- (조이) 어떠세요? - 저게 사람을 때려 놓고
신경도 안 써, 씨 [구팔의 놀란 탄성]
[쾅쾅] [이언의 신음]
(육칠) 나리, 아니, 방득아
(육칠) 방…
아, 그, 또 지랄이 났네, 이거
[아파하는 숨소리]
- (조이) 어머머, 어머머 - (육칠) 오
[아파하는 신음] (조이) 어머, 어머, 어머, 어머
정말 심각한 병인가 보네요 [이언의 아파하는 숨소리]
(육칠) 심각하지 멀쩡하다 갑자기 이렇게 '악, 악'
(조이) 아
[아파하는 숨소리]
[육칠의 어색한 웃음]
- (조이) 아, 이것 좀… - (육칠) 아
아, 감사합니다
(팥순) 어디 있어? 이 여시 같은 게!
너 지금 몇 시여, 응?
며느리가 심야에 집에도 안 들어오고
[코웃음 치며] 이제 아예 막 나가는 겨?
[옅은 헛기침] 저 이제 며느리 아니에요
이혼할 거니까
아, 이 대추만 한 게, 어?
(팥순) 질기기도 하네, 참말로!
뭐여? 사내들
남정네들 아니여?
너 지금 미쳤냐, 어?
너 지금 여지껏 저 사내들하고 같이 있었던 거여?
딱 잡았다, 요것아, 어? 가자
- (조이) 아, 어머니! - (육칠) 뭐 하는 짓이오?
그짝은 알 것 없으니까 말 건네지 마시오
(팥순) 나 이 기지배 시어머니요!
(구팔) 이분은
한성부 판관이십니다
뭐, 뭣이?
(조이) 들으셨잖아요
저분은 한성부 판관이시고요
제 소송장 쓰는 걸 도와주시러 오셨어요
[팥순의 헛웃음]
뭐여?
아, 네까짓 촌년이
어, 판관 나리를 어떻게 알고?
너 사내들하고 헛짓하다가 들키니께
(팥순) 어, 지금 별 흰소리를 다 하고 자빠졌네, 어?
저 사람이 판관 나리믄
나는 중전마마다
요것아, 어? [조이의 아파하는 신음]
(조이) 참말로 저분이…
(이언) 한성부는 사법을 담당합니다
[흥미로운 음악]
한성부는 형조, 사헌부와 함께 삼법사의 하나로
민사 소송을 주로 다룹니다
한양뿐 아니라 지방의 송사도 규찰할 수 있으며
형벌을 내릴 수도 있지요
아, 형벌이요?
저희 나리께서 진짜 판관인지 아닌지
시험해 볼 요량이면 마음대로 하십시오
하나 오늘의 무례를
저희 나리께선 쉽게 잊지 않으실 겁니다
[육칠의 헛기침]
(팥순) 냉큼 튀어 들어오너라
알겄냐?
[밝은 음악]
[헛기침]
(육칠) 기별을 하려는 이유가 무엇이냐?
(조이) 방금 보셨잖습니까?
한데, 뭐 시어머님 때문만은 아니에요
그냥 그저
적어도 지금보다는 행복해지고 싶어졌달까
[조이의 멋쩍은 웃음]
아, 이런 얘기 안 하고 싶습니다
어차피 욕만 먹을 거
[한숨 쉬며] 보리가 살아 있었으면…
(육칠) 그, 보리라는 처자 말인데
그 처자가 혹시
오늘 죽었다는 그…
어떻게 아십니까?
(구팔) 어, 아까 오다가 우연히 듣게 됐습니다
굉장히 우연히
(조이) 아
[살짝 웃는다]
친동생 같은 아이입니다
원래는 이혼 재판의 증인을 서 주겠다고 했는데
아니, 오시까지 온다더니
갑자기 목욕을 갔지 뭡니까?
[의미심장한 음악]
그러다 그만 사고를…
오시까지 증인 출두를 약조했다?
아, 절대 약속을 어길 아이가 아닌데 왜 그랬는지
(이언) 계곡까지는 최소 3리가 넘는데
여인의 걸음으로
게다가 임신 중이었으니
왕복하자면 못해도 한 시진은 족히 걸릴 것이다
하나
시신이 떠내려온 시간은 대략
[무거운 음악]
[조이의 떨리는 숨소리]
(조이) 보리야
(이언) 미시쯤이었을 것이다
(조이) 아, 걔가 절대 그럴 애가 아니거든요
(이언) 앞뒤가 맞질 않아
대놓고 약속을 어길 심산이 아니었다면
그 처자는 이유가 불분명한 외출을
갑자기 한 것이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보리라는 처자 말인데
다른 이유가 있지는 않았을까요?
괴롭힌 사람들이 있다든가…
아니야, 절대 그럴 리 없어
걔가 얼마나 손맛이 좋고
동네 사람들이 하나같이 좋아라 하는데
그, 보리라는 처자가 남긴 유품 같은 건 없나?
(조이) 응?
근데 얘가, 얘가 또 반말이네?
공손하게 여쭈어라
없습니까, 유품?
응, 없어, 내가 다 태웠어
뭐? 그걸 왜 다 태워?
그게 다 증거가 될…
죽더라도 자기 쓰던 살림은 챙겨 가야
옥황상제 뵐 낯짝이 있지
[어이없는 숨소리]
(조이) 근데 이걸 왜 묻는데?
아니, 갑자기 이걸 왜 물으십니까?
가뜩이나 동무가 죽어 슬퍼 죽겠는데
거, 그게 미안하게 됐다 [서랍 여는 소리]
우리가 좀 궁금한 게 있어 가지고 [서랍 닫는 소리]
그러니까 유품은 아무것도 안 남았다 이거지?
[한숨]
가시죠, 나리
(육칠) 아
- (조이) 아니 - (구팔) 어, 어…
(조이) 아니, 아니, 아니, 나리!
이거, 이거 제 소송장 고쳐 주신다면서요?
(이언) 알았소, 해 주면 되잖소
(조이) 아니, 그쪽 말고 아니, 나, 나리
아, 저, 아, 저, 나리!
(이언) 아니, 사람이 생각이 없어, 생각이 [풀벌레 울음]
게다가 인간이 폭력적이야
것도 모자라 간사하기가…
양반이면 넙죽 천민이면 막 깔아뭉개고
(육칠) 저희들이 딱 그런 마음으로 삽니다
(구팔) 아, 물론 저희야 좋은 나리를 만나서
호강하면서 살고 있죠
[이언의 헛기침]
(이언) 하, 생각을 하자, 생각을
벼락치기만으로도 장원을 했던
나의 눈부신 총명함을
[흥미로운 음악]
이 사건
죽은 어사는 박무경일 테지
(육칠) 박무경이요?
[의미심장한 효과음] 충청도로 파견된 선임 어사의 이름을
(이언) 홍문관에서 들었다
그렇다면
죽은 지 며칠 만에 바닷가로 쓸려 왔단 말인데 [마패가 짤랑댄다]
누군가 그를 살해한 게 아니라면
수령이 굳이 시신을 숨길 생각까지 안 해도 돼
- 구팔 - (구팔) 네
넌 나와 함께 가야 할 곳이 있다
(구팔) 어딘데요?
그리고 육칠이, 아니지
판관 나리
[육칠의 멋쩍은 웃음]
이 방득이 대신
돌아가신 어사의 행적을 탐문 좀 해 주시겠습니까?
(이언) 특히 어사가 발견된 바닷가 어부들을 중심으로다
(육칠) 아유 해 떨어진 지 오래입니다
보부상이나 어부들이 모여 자는
봉놋방 같은 데를 쑤시면 될 것 아니냐?
[멋쩍게 웃으며] 그런 방법이
(구팔) 우리 나리 진짜 어사 같으셔
진짜 어사다
한 입으로 두말하는 진짜 어사
맨날 맛집 탐방이나 하자고 그러시더니
[멋쩍은 헛기침]
이 건 하나만이다
그러고 나면 다시는 엮이지 않고
예정대로 맛집 탐방을 할 것이다
(구팔) 진짜죠?
움직이자
(육칠) 아, 예
[남자1의 힘주는 소리]
[남자들의 거친 숨소리] [남자2가 말한다]
[풀벌레 울음]
(남자3) 아, 주모
여기 국밥 네 개 말고 탁주 하나 [주모가 인사한다]
- (주모) 아, 저쪽 가유, 저쪽 - (남자3) 아유
저, 실례지만 뭐 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남자3이 호응한다]
(남자3) 그, 배가…
(남자4) 이게 꼭 누가 일부러 구멍 낸 조각인 것마냥…
(남자3) 시체를 못 찾았어
어디서 들은 겁니까?
[의미심장한 효과음] [마패가 짤랑댄다]
[산새 울음] [풀벌레 울음]
[한숨]
[멀리서 개가 멍멍 짖는다]
아휴, 또 저러고 주무신다
(조이) 아이
[잔을 탁 내려놓는다]
꽁꽁 숨겨 놨는데 그걸 다 찾아 드셨네
소화도 못 하실 거
씁 [한숨]
아이, 짜게 드시지 말라니까
맛난 안주 다 놔두고
[잔잔한 음악]
[조이의 힘주는 소리]
(조이) 어머니, 이불, 이불 위로 [팥순의 귀찮은 숨소리]
[팥순이 술주정한다]
아, 너무 굴러가시면 안 돼
어머니, 베개
[팥순의 취한 신음]
이야
[조이의 힘주는 숨소리]
아유
엄니도 나랑 싸우느라 늙으셨네
[입바람을 후 분다]
[한숨]
아니, 내 소송장을 가져가 버리면 어쩌겠다는 거야?
씁, 근데 이건 뭐지?
[긴장되는 음악]
아, 아까 판관 나리께 여쭤볼걸
어?
[의미심장한 효과음]
"사무당"
[무거운 효과음]
이건 관아의 물건이잖아
[피곤한 숨소리]
[편안한 숨소리]
(조이) 보리를 아시지요?
[긴장되는 음악]
원님께서는 황보리를 아시지요? [개 짖는 소리]
그 손맛 좋고 한없이 착하던
황보리를 아시지요?
[문이 삐걱 열린다]
아니, 넌…
이 야밤에 무슨 행패냐?
제가 보리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관아의 물건을 하나 발견해서 말입니다
[놀란 숨소리]
[산새 울음]
[기완의 긴장한 숨소리]
[기완의 헛기침]
그래, 그 치부책, 아니, 아니
그 물건은 어디 있느냐?
저만 아는 곳에 두었습니다
그, 당장 가져오지 못할까!
드리지요 [기완의 안도하는 숨소리]
(조이) 제가 그걸 가지고 있어 봐야 무엇하겠습니까?
다만
[무거운 음악] 다만?
저의 이혼 송사가 아직 결판이 안 났지 않습니까
아, 그거야 네가 증인을 데려오지 못해…
그 증인이
보리였습니다
(조이) 보리는 터무니없게도 급사하였고
왜 죽은 보리가
관아의 물건을 가지고 있었는지 연유는 알 수 없지만
그것을 보리에게 맡긴 사람이 누구인지는
제가 알아 버렸지 않습니까?
어찌할까요?
건방지게 협상을 하려 들다니
(기완) 네깟 게 무엇을 원하기에
사정파의를 원합니다
그걸 허락할지 말지는 내 권한이다
감히 판결에 간섭하려 드느냐!
[헛기침]
그렇습니까?
하면
(기완) 저, 하, 하나
[기완의 한숨]
그, 허락하마
[숨을 씁 들이켠다]
내일 동이 트면
첫 번째 송사로 처리해 주겠노라
(조이) 그렇다면
미리 판결문을 써 두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물건부터 내놓아라
내일 여기에 관아의 인장을 찍어 주시면
그때 물건이 있는 곳을 알려 드리지요
[한숨]
[헛기침]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리
(기완) 아, 진짜, 씨
(조이) 한데
보리에 대해 궁금한 건 하나도 없으신가 봅니다?
소인이 그 아이의 절친한 동무라고 말씀드렸는데도요
[차분한 음악]
나리를 향한 그 아이의 진심 어린 연모에 대해
서툴게나마 빚을 갚으시려거든
배 속 아기를 위한 천도재 정도는
지내 주실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거친 숨소리]
하, 잘했어, 김조이
잘했어
[거친 숨소리]
(조이) 미안해, 보리야
이렇게밖에 못 해서
근데 나
이렇게 해서라도 새 출발을 하고 싶어, 보리야
[한숨]
[흐느끼는 숨소리]
[훌쩍인다]
[흥미진진한 음악]
[오작인의 다급한 숨소리]
(오작인) 난리 났네, 난리 났어
나보고 어떡하라고, 아이씨
- (오작인) 아이씨 - (이언) 멈추어라
[놀란 숨소리]
(이언) 단 한 발짝도 움직이지 마라
당신, 당신 누구야?
[오작인의 다급한 숨소리]
[오작인의 힘주는 소리]
[이언과 오작인의 힘주는 소리]
[오작인의 힘주는 소리]
[이언의 힘주는 소리]
[오작인의 놀란 탄성]
[이언의 가쁜 숨소리]
난 어명을 수행 중인 암행어사다
지금부터 이 사건은 내가 처리하마
[긴장되는 음악]
[짤랑대는 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구팔) 괜찮으세요?
아, 심장 떨려 뒤지는 줄 알았어요
그러게 꼴랑 두 명이서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둘이 아니다
육칠이 형 와 봤자 달랑 세 명인데요, 뭐
역참에 가서 네가 더 데려오면 될 것 아니냐
역참이요?
[시끌벅적하다] (남자5) 엿 좀 사십시오
- (남자6) 갔다 나올 때 엿 살게요 - (남자5) 엿입니다
(남자5) 아, 예
(남자5) 자, 엿 사시오, 엿
[긴장되는 음악]
[남자7의 힘주는 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팥순) 증거도 없고 증인도 없는데
아, 저 기지배는 뭘 믿고 저런대유? 어?
[시끌벅적하다] (여자1) 그러니까
(조이) 하, 오늘이면 끝이야, 끝 참자
(팥순) 하늘 같은 서방과 시어미를
얼마나 우습게 알았으면, 으이그 [문이 탁 열린다]
(기완) 거, 시끄럽다, 조용히 해라
"사무당"
이런 송사는 오래 끌어 봤자
풍속만 문란해질 뿐 고을에 이로울 게 없으니
속히 판결하겠다
옳거니
(팥순) 아, 그럼유
[팥순의 웃음]
저 왈가닥 엉덩이나 몇 대 치시고
그만 집으로 돌려보내 주시면 됩니다유
[기완의 지시하는 소리] (이방) 아
[이방의 힘주는 숨소리]
[팥순의 웃음] [조이의 한숨]
노추한과 김조이는 앞으로 나오라
- (추한) 예 - (조이) 예
[비장한 음악]
[한숨]
판결하겠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주막"
[육칠의 헛기침] [흥미로운 음악]
[힘주는 소리]
[목청을 가다듬는다]
[구팔의 헛기침]
- (육칠) 아 - (구팔) 아, 아
(함께) ♪ 암행어사 ♪
[발소리가 울린다]
[밝은 음악]
출근하자
[육칠이 목청을 가다듬는다]
'참으로 원통한 일이다'
'남녀가 만나 서로 존중하며 해로하지는 못할망정'
'원수가 되어 악다구니만 써 대니'
'더 이상 인연을 유지함은 의미가 없습니다'
(팥순) 어, 안 됩니다유
(기완) 그, 원고의 탄원과 주변 증언을 합해 본 바…
(팥순) 아, 증언이 어디 있슈?
그, 닥쳐라! 여기 이방이 증인이니라
(기완) 네가 영웅담처럼 늘어놓은 얘기들이
그, 죄다 며느리 학대가 아니면 무엇이냐!
[익살스러운 음악]
[기완의 헛기침]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거, 물론 김조이가 시모와 남편에게 순종하지 않고
방자하게 행동한 점은 칠거에 해당하니
그, 마땅히 죄로 다스려야…
(팥순) 그럼유, 그럼유
(기완) 아…
그, 하겠으나
[강조되는 효과음]
혼인 파탄의 책임이
모두 김조이에게만 있다고 보기는 힘든 조항들이
(기완) 입증된 터
[흥미로운 효과음]
'대명률의 2조항을 적용하여'
'의절이혼을 명한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밝은 음악]
[팥순의 놀란 숨소리] (추한) 예?
[저마다 황당해한다]
그, 두 사람은 수압하라
- (추한) 어머니 - (팥순) 어, 그래
예
(팥순) 이의 있습니다요
말이 안 되는구먼요
제가 아무리 까막눈이어도요
의절이혼은 여편네가 잘못했을 때
남편이 내쫓을 권리가 있다는 거지
[흥미로운 음악] 여편네 편들어 주라고 만든 법이 아닌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요!
[사람들이 항의한다]
제가 하늘 같은 서방과 시댁을 우습게 안다면서요?
(조이) 온 집안 망신을 다 시킨다면서요, 어머니
그러니 대명률에 따라
전 서방에게 쫓겨나도 싼 그런 여인입니다
아니에요?
[팥순의 어이없는 숨소리]
그러니까 절 내쫓으셔야죠
제가 그렇게 오만방자한 계집년인데요
그간 송구했습니다
부디 의절해 주세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팥순) 아유, 야 아니, 아니, 그런 게 아니고
- (팥순) 아, 그러니까 - (기완) 빨리빨리…
(팥순) 니가 방자한 건 맞는디
아, 뭐, 또 그렇다고 의절당할 만큼
뭐, 잘못한 건 없는디
거, 똑바로 말하라
(기완) 네가 지금껏 김조이가 괘씸하다고 노발대발한 것을
여기 있는 모두가 보았다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팥순) 아, 아유, 그, 그러니께유
우리 며느리가
뭐, 내쫓길 만큼 이렇게 잘못한 건 아니고요
(조이) 그럼 전 별 잘못도 없는 며느리인데
왜 구박하셨어요?
[흥미로운 음악] 이유 없이 해를 당하고 살았으니
지아비와 시어머님을 고발해도 되겠습니까?
(팥순) 너 그게 무슨 말이여?
어떻게 하시겠어요?
며느리가 악독하니 그만 내쫓으시겠어요, 아니면
잘못 없는 며느리를 몰아세운 죄로 고발당하시겠어요?
[남자8의 탄식] (여자2) 그렇다고 고발이 말이 되는 거여?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저는 어머님이 불쌍해요
이런 상황에서도
노 서방 저 사람은
어머님 뒤에 숨어 아무 책임도 지지 않고 있잖아요
(조이) 어머님이 똥 기저귀를 갈아 주길 기다리면서요
어머님을 이런 자리까지 끌어내 망신시킨 건
제가 아니라
어머님 아들 노추한이에요
[한숨]
(추한) 엄니, 어, 엄니
설마 어머님께 이것까지 대신해 달라고 할 생각이에요?
[흥미로운 음악]
[팥순이 탁 잡는다]
[붓 내려놓는 소리]
[강조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문이 삐걱 열린다]
[긴장되는 음악]
[익살스러운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뭐야, 씨
[놀란 숨소리]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아니, 저…
아, 뭐, 별건 아니고요
[구팔이 숨을 후 내뱉는다]
(함께) 암행어사 출두요!
[고독한 음악] [놀란 탄성]
(이방) 예?
(기완) 아, 뭐야?
[놀란 숨소리]
[문들이 삐걱 열린다]
[당찬 음악] [소란스럽다]
[역졸들의 함성]
(역졸1) 비켜라!
[소란스럽다]
(추한) 아이고
[기완의 놀란 탄성]
[역졸들의 함성]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이방) 어디 가!
(구팔) 육방 관속은 모두 나와 부복하라!
[흥미로운 음악]
(역졸2) 조용히 해!
[의미심장한 효과음]
[발소리가 울린다]
[기완의 놀란 숨소리]
(이방) 응?
[기완과 이방의 놀란 숨소리]
[기완의 겁먹은 숨소리]
(이언) 공무를 집행하러 왔소
수색해라!
[초조한 숨소리] (역졸들) 예!
[흥미진진한 음악]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8) 어사 나리라고?
[사람들이 연신 웅성거린다]
아니, 왜 암행어사가 하필 오늘 출두를 해?
(조이) 아이
(이언) 내 눈에만 터무니없는 숫자로 보이는 것이냐?
(육칠) 아무리 모르는 사람이 보아도
이 숫자는 어림없습니다
(구팔) 저 창고 안에 아직 들어내지 못한 게
달구지로 석 대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불안한 숨소리]
범죄를 한 종류만 저지르는 인간은 없지
[초조한 숨소리] [무거운 음악]
[떨리는 숨소리]
(이언) 수령 장기완은 들으시오
(기완) 송구하오나 어사또 나리께 고합니다
소인이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소인이 부패를 저지르고 횡포를 부렸습니다
어찌하여 묻지도 않은 죄를 자복하는 것이오?
어, 어차피 죄가 드러날 테니
(기완) 그, 속히 처벌해 주십시오
아니, 그, 한양으로 압송해 주십시오
[기완의 겁먹은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이언) 처벌은 현착한 불법 문서를 검토한 뒤
전하께 보고드려 진행할 일이지
지금 이 자리에서 논할 사안이 아니오 [기완의 불안한 숨소리]
또한
지금 내가 추궁하고자 하는 죄는
부패나 횡포가 아닌
살인죄요
[무거운 효과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아이고
전임 어사 박무경은
(이언) 이 지역의 세곡과 군량 탈루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소
서계까지 송달한 직후에 갑자기 실종된 것이고
한데 수령 장기완은
죽은 어사의 시신을 발견하고 유기를 명하였소
왜?
사인을 숨기려고
그, 아닙니다
전 그저 그 시신의 신원 확인차
그, 관아로 데려온 것뿐이옵니다!
(이언) 데려와라
[흥미로운 음악]
이 마패는
시신의 소매에 있었다
수령 장기완은 그 시신이 전임 어사임을 알고 있었는가?
(이방) 나리, 나리!
[울먹이며] 이, 죽은 어사가… 바닷가에 시신이 나왔답니다
(기완) 뭐, 뭐라?
예, 알고 있었습니다
거짓입니다
전 진짜 몰랐습니다
데려와라
그대는 수령이 시신을 앞에 두고 한 말을 들었는가?
예
(기완) 분명 침몰시킨 조운선에서 해결하였거늘 [무거운 음악]
[기완의 떨리는 숨소리]
'해결했다'
무엇을 해결하였소?
(이언) 조운선을 침몰시키고
어사를 살해한 것을 말하는 것인가
아닙니다
전 결코 살해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조운선은 침몰시켰나 보군
[말을 더듬으며] 아 그, 그것이 아니오라…
[기완의 난감한 숨소리]
이것이 무엇인지 알아보시겠소?
그, 소인이 그걸 어찌…
이것은 곰솔이라는 귀한 목재로
법으로 오직 조운선을 만들 때만 사용하게 되어 있소
시신이 있던 바닷가에서 발견되었고
(남자4) 이, 어지간해선
조운선이 좌초되는 일은 없는데 말이여
[흥미로운 음악]
이게 꼭 누가
일부러 구멍 낸 조각인 것마냥
봐 봐
(이언) 수령 장기완은 부정부패가 드러날 것이 두려워
어명을 받들어 지방관을 감찰하던
(이언) 전임 어사 박무경을 살해하였소
[무경의 비명]
[천둥소리]
(이언) 그리고 살해 정황을 덮기 위해
조운선을 침몰시켰소
[쾅 부서지는 소리]
[긴장되는 음악] (이언)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신이 떠오르자
그 시신을 유기하려 한 것이오!
결코 소인이 죽이지 않았습니다!
직접 살해하지 않았어도 방조했거나 묵인했겠지
꼭 손에 칼을 쥐어야만 살인인가
[절망하는 숨소리]
명이다!
지금 당장 봉고하고 관인을 압수하라!
(역졸들) 예!
관인을 압수하다니요? 아직 도장을 안 찍었는데
(구팔) 어허! 누가 고개를 드는 거요?
하, 압수하면 안 되는데, 아이
(이언) 그리고 수령 장기완을 즉시 하옥하고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조사가 끝날 때까지
당분간 이곳을 출입하는 자가 없게 하라!
(조이) 아니 되옵니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언) 넌 입 싸대기 기별 부인?
방득이잖아
[익살스러운 음악]
[헛기침]
어, 어, 어, 어사또 나리, 그
(조이) 예, 그게 아니오라 제가
제가 미쳤나 봅니다
소인이 그러니까 그땐 진짜 거지인 줄 알고
아니, 그때 근데 진짜로
돈도 없고 지위도 없게 생기긴 해서…
아니, 하여간 정말로 죽을죄를 지었는데요
- (팥순) 어사 나리! - (추한) 엄니
(팥순) 이 기지배도 그냥 하옥시켜 주셔유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건 무효여
[팥순의 코웃음] [팥순의 힘주는 소리]
[팥순의 힘주는 소리]
관아의 인장도 없응께, 응?
[팥순의 거친 숨소리]
옜다, 이거나 먹어라
[조이의 한숨]
때마침 잘 와 주셨네유, 어사님
그럼 늘 만수무강하시고
저희는 그만 돌아가겠습니다요
[팥순이 살짝 웃는다]
요 왈짜 기집, 어? [조이의 아파하는 신음]
(이언) 무례를 밥 먹듯이 범하는 자로군
[흥미로운 음악]
그 손 거두어라
겁도 없이 관청 안에서 폭력을 쓰네?
내가 너무 늦은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네
[종이 부스럭대는 소리]
[종이 부스럭대는 소리]
[종이 부스럭대는 소리]
'개화 수령 장기완이 중대 혐의로 체직된 바'
'여인 김조이의 기별 소송에 관해 기위 사의를 마쳤으므로'
'충청좌도 행대 어사인 나의 권한으로'
'정해년 윤 5월 5일'
[감성적인 음악]
기별을
허한다
[유쾌한 음악]
(조이) 이젠 후회하면서 사는 것은 그만하렵니다
[남자9의 힘주는 소리] (이언) 암행어사가 들쑤시고 다닌다는 소문이
[사물놀이 연주] 남도 전체를 휩쓸기 전에
이 사건의 배후를 찾을 것이다
(석기) 어사 파견은 막았어야지요
(태서) 전부 죽이면 될 것 아니냐 [날카로운 효과음]
(세자) 소중한 걸 지키려면 싫어하는 것도 감당할 줄 알아야지
(아전) 독약의 으뜸이 되기도 하지요
(이언) 내가 이곳에 온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이언의 비명]
(조이) 저희가 다시 볼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요
(승) 뒤탈 없이 처리하라고 하질 않았어!
(조이) 나리께서는 제 삶을 되찾아주셨잖습니까
(이언) 너 스스로 되찾은 것이다 너의 용기로
.어사와 조이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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