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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런 온 10

 

 나한테 뭘 기대했는데

 

 네가 마감 없이 시간 쓰는데도  기다려 주는 거?

 

 네가 네 시간 써서  그리는 줄 아나 본데

 

 너 지금 내 시간 쓰는 거라고

 

 거기다 대고 뭐실망?

 

 [어두운 음악]

 

 (단아)  뭐야

 

 (영화)  대표님이 망친 거예요

 

 [한숨]

 

 뭐 하는 짓이야내 그림에

 

 - 그리는 건 저예요  - (단아내가 그걸 몰라?

 

 모르고 있잖아

 

 내 거야

 

 내가 당신 줄 때까진

 

 내 거라고

 

 - (단아너 미쳤니?  - 봐주는 것도 정도가 있지

 

 네가 뭔데

 

 (단아)  네가 뭔데 날 봐준다 만다야

 

 네가 뭔데

 

 건방지게 나한테 기대를 하고  실망까지 하는 거냐고

 

 당신은 뭔데 날 자판기 취급 하는데

 

 널 키워 줄 수도 있고  폐기 처분 할 수도 있는 사람

 

 물어본 거 아닌데?

 

 내가 사람인지 모르는 거 같아서  알려 주는 거지

 

 알려 줘네가 나한테?

 

 너 말 안 올려?

 

 존대로 말하면 같은 내용이라도  공손하게 들리나 봐?

 

 분위기 개박살 났어도  품위 지키란 얘기야

 

 하긴

 

 (단아)  품위도 애초에 가진 사람이  지키는 거지

 

 [영화의 헛웃음]

 

 (영화)  늘 이런 식이에요?

 

 네가 날 얼마나 봤다고  ''로 운을 떼?

 

 대표님 세계에선  그딴 태도가 기본이냐고

 

 통제선 세워서 사람 가둬 놓고  기계 취급 하고

 

 통제하지 못할 바엔 버릴 거고

 

 네가 똑바로 했어도  내가 이런 식이었을까

 

 지기 싫어서 그렇게 사는 건 아니고요?

 

 그렇게 살면 재밌어요?

 

 재미없을 건 뭐야

 

 인생 재밌자고 사는 건데

 

 퍽이나 재밌겠네

 

 [단아의 웃음]

 

 (단아)  네가 가난해지면 더 재밌을 텐데

 

 [감성적인 음악]

 

 나처럼 네 그림  알아봐 주는 사람 없어서

 

 붓도 못 사고 물감도 못 사고

 

 그림 그릴 이유도 목적도 사라지고

 

 그럼 결국 그림을 못 그리게 되겠지

 

 (단아)  그래

 

 내가 못 가질 바에야  완전히 망가지는 게 낫지

 

 겨우 이 정도에  상처받은 눈깔 하진 말고

 

 방금 그 패기 넘치던 학생 어디 갔어

 

 [영화의 한숨]

 

 (영화)  이딴 식일 줄은 몰랐네

 

 난 그냥

 

 지금처럼 마주 보고 그림 얘기 하는 거

 

 그거 하나 기대했는데

 

 대표님

 

 되게 별로다

 

 비즈니스에 애먼 꼴 기대하면  이 꼴 나는 거야학생

 

 배움이 됐길 바라

 

 못난 새끼

 

 [한숨]

 

 (단아)  !

 

 [단아의 거친 숨소리]

 

 약 올라

 

 [통화 연결음]

 

 실장님나예요

 

 화랑이나 갤러리에 소속 안 된

 

 신인들아마추어들  포트폴리오 좀 꾸려 줘요

 

 미술품 매매 계약서도  하나 만들어 두고

 

 기한 조건 명시해서

 

 [한숨]

 

 (선겸)  밥 제때 안 먹고  저렇게 다 갈아 먹는 거

 

 문제예요

 

 갈아 먹는 것만 문제인가?

 

 [달그락 소리가 들린다]

 

 (집주인)  영화 학생잠깐만

 

 (영화)  안녕하세요  무슨 일 있으세요?

 

 (집주인)  이번 달 월세 왜 안 줘?

 

 맞는다

 

 [인터폰 조작음]

 

 [통화 연결음]

 

 실장님내 젤리빈 어디 있을까?

 

 나 당 떨어져 죽으라고 숨긴 거예요?

 

 (지현)  자꾸 한 번에 다 털어 넣으셔서  소분해 뒀습니다

 

 갖다드리겠습니다

 

 그 맛에 먹는 건데그게

 

 [흥미진진한 음악]

 

 [한숨]

 

 (영화)

 

 

 

 자존심이냐월세냐

 

 자존심이냐월세냐

 

 (영화)  내가 그걸 왜 넣어 놔 가지고

 

 아유배야

 

 진짜

 

 [휴대전화 알림음]  [한숨]

 

 "네 사진이니?"

 

 [휴대전화 알림음]

 

 [짜증 섞인 숨소리]

 

 "언제부터 친해졌어?"

 

 [휴대전화 알림음]

 

 

 

 어어?

 

 "궁금한 게 많아"

 

 "네가 태웅이의 여자 친구니?"

 

 [짜증 섞인 신음]

 

 [휴대전화를 툭 내려놓는다]

 

 (매니저1)  고소 필요하면

 

 저 통해서 얘기해 주시겠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휴대전화 조작음]

 

 [통화 연결음]

 

 안녕하세요김명수 실장님?

 

 서태웅 매니저 되시죠?

 

 고소 건은 아니고요

 

 서태웅한테 제 SNS 언팔 좀 하라고  좀 전해 줘요

 

 [통화 종료음]

 

 뭐야이 싸가지는  [카메라 셔터음]

 

 (태웅)  뭐야장난 전화?

 

 아니

 

 너한테 자기 SNS 언팔 좀 하라고  전해 달라는데?

 

 그걸 전하라고 전하는 형은 뭐야?

 

 (매니저1)  네 매니저

 

 너 근데 대체 누굴 팔로잉한 거야?

 

 몰라

 

 (영화)  이 동네 진짜 이상하네

 

 졸라 싸가지 없네?

 

 (태웅)  

 

 한국 나이로 게맛살이 몇 살이야?

 

 뭐야그 게맛살

 

 내가 제대로 찾은 게 맞네이씨

 

 (태웅)  ?

 

 [축구하는 소리가 들려온다]

 

 [카메라 셔터음]

 

 이거 서단아잖아

 

 (태웅)  서단아가 여길 왜

 

 '늘 보던 학교 풍경에  풍덩 하고 들어온'

 

 [헛웃음]

 

 [태웅이 씩씩거린다]

 

 - (루시안어디 가?  - 어디 가

 

 (루시안)  짐 싸러 숙소 가야지나랑

 

 너랑 왜스케줄 다 끝났잖아이씨

 

 (루시안)  내일부턴 지방 스케줄이고  난 리더잖아

 

 가면 얼마나 있는데?

 

 세 밤만 자면 돼

 

 아씨진짜 짜증 나

 

 들어가

 

 (우식)  오늘 고생하셨습니다

 

 아이네가 더 고생했지

 

 페이는 계좌 이체 해 드릴게요

 

 - 많이 넣어 주십시오  - (우식

 

 - (선겸빨리  - (우식선배님

 

 (우식)  

 

 안남시청 소속이셨잖아요

 

 그러면 혹시 소속 팀 정리 같은 거는  어떻게 하셨어요?

 

 나는 에이전시가 했어

 

 (선겸)  내가 한 거는 문서 전달받고

 

 사인해서 보낸 게 다고

 

 

 

 제가 그런 건 아직 잘 몰라서요

 

 너희 팀에서는 뭐래?

 

 너 계약 기간 한참 남지 않았어?

 

 한참 남았죠

 

 일상생활 가능해지면 보자고 하셔서

 

 조만간 찾아봬야죠감독님

 

 - 우식아  - (우식?

 

 (선겸)  지금 네가 서 있는 데가  트랙이라고 생각해 봐

 

 [잔잔한 음악]

 

 우리가 선택하는 거는  출발선에 섰을 때잖아

 

 그러실까 봐  이런 얘기 안 했던 거거든요

 

 (우식)  선배님은요

 

 은근히 박력 있으십니다

 

 

 

 조심히 들어가세요

 

 들어가겠습니다

 

 [휴대전화를 탁 꺼낸다]

 

 [통화 연결음]

 

 실장님저 기선겸이에요

 

 혹시 내일 대표님 비는 시간 있을까요?

 

 시간 맞춰서 가겠습니다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여보세요

 

 나 뭐 안 하는데

 

 지금요?

 

 [캔 맥주를 탁 내려놓는다]

 

 술 먹자고 불렀어요?

 

 울적해서 불렀어요

 

 [선겸의 신음]

 

 여기 어때요?

 

 (영화)  좋죠?

 

 (선겸)  추운데

 

 전 되게 좋아해요

 

 (영화)  야경도 이쁘고

 

 조건 대비 월세도 싸니까

 

 [영화가 살짝 웃는다]

 

 아마 이번 달이 마지막이겠지만

 

 [익살스러운 음악]  이번 달 월세 빵꾸 났거든요

 

 엄마한테 빌려 달라고 하면

 

 당장 방 빼고  기숙사 들어가라고 할 텐데

 

 제 수중에 여윳돈이

 

 어디에서 30만 원을  메우나 싶기도 하고

 

 갑자기 룸메 구한다고  구해지는 것도 아니고

 

 이거는

 

 한참 전에 사 둔 거예요

 

 돈 빌려 달라고 부른 거예요?

 

 제가 형  한 달만 모시고 살면 안 될까요?

 

 계셔만 주시면 제가

 

 (영화)  손에 물 한 방울도  안 묻히게 해 드릴게요

 

 공짜로?

 

 

 

 현재 제가 부족한 금액만 내주시면

 

 (영화)  한 달간 모든 게 공짜?

 

 다 공짜

 

 - 계좌 번호 불러요  - (영화!

 

 (영화)  그냥 빌려주시게요?

 

 - 이렇게 쉽게?  - (선겸

 

 (영화)  !

 

 진짜

 

 아유진짜 고마워요

 

 - 계좌 번호  - (영화

 

 (영화)  제 친구들도 사정 비슷해서

 

 진짜 막막했는데

 

 근데 형 동거 거절 되게  대놓고 잘하신다

 

 [영화가 살짝 웃는다]

 

 [영화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개운한 신음]

 

 서단아 대표님요

 

 형한테도 갑질한 적 있어요?

 

 내가 갑질이라고 느껴 본 적은

 

 딱히 없어요

 

 난 왜 갑질이라고 느꼈지?

 

 못나서 그런가

 

 (매이)  나 왔어집에 있어?

 

 [영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미주)  왔어?

 

 있어

 

 - (매이없는데?  - 있어

 

 [익살스러운 음악]

 

 (매이)  장 좀 봐야겠다

 

 반찬 똑 떨어졌는데뭐 먹었냐?

 

 (미주)  그냥

 

 (매이)  일어나

 

 나가자

 

 산책시켜 주게?

 

 산책도 시켜 주고  요리 보조도 시켜 준다내가

 

 언니 최고

 

 찬장에 참깨 좀

 

 

 

 (매이)  너 웬일로 백수다요새?

 

 (미주)  나 서울 온 지 얼마 안 됐잖아

 

 그건 알바였잖아본업인마

 

 아니하나 들어오기는 했는데

 

 받아쓰기부터 해야 된다 그래 가지고  내가 안 한다 그랬어

 

 아유공포물이나 들어왔으면  좋겠구먼

 

 아론 소킨이 쓴 공포물이어도?

 

 어머무슨 그런  흉악한 소리를 해언니는?

 

 근데 저거 뭐야?

 

 (미주)  그 양반이 놓고 갔어

 

 (매이)  우리 먹으라고 남겨 두고 갔나?

 

 - 냉장고에 대파 좀 꺼내서  - (미주썰어 올게

 

 (미주)  아이고야

 

 - 언니  - (매이

 

 나 진짜 찌질한 거 같아

 

 정작 나도 내 마음 전할 수 있는  정확한 말 한마디 하지도 못했으면서

 

 거절당하고 다시 못 보는 게 두려워서  그래서 못 하고 있었으면서

 

 그 사람은

 

 해 주길 기다리고 있었더라고내가

 

 좀 싱겁네

 

 (미주)  내가 그우리 사이에 문제가 뭔지  암만 생각을 해 봐도

 

 이거는 사귀는 사이면  다 해결이 될 문제인 거야?

 

 그럼 다 자연스러워지는데

 

 이제 관계가 끝나는 게 무서우니까

 

 그래서 현상 유지만 하고 있었던 거지

 

 간 좀 봐 봐  [미주의 부정하는 신음]

 

 - 짠가?  - (미주너무 맛있는데?

 

 언니그게 아니라  내 얘길 좀 들어 보라고

 

 (미주)  나 지금 진짜 진지해

 

 그 진지한 얘기를 왜 나한테 해

 

 (매이)  그 양반 만나서 직접 해야지

 

 고해 성사 그만하고 불러내

 

 꿀 놓고 갔다며

 

 그 핑계로 불러내

 

 어머나 왜 그 생각 못 했지?

 

 (미주)  어머

 

 나 그럼 만나 가지고  시원하게 고백해 버릴까?

 

 나 너를?

 

 오늘부터 1?

 

 근데 차이면 어떡해?

 

 차면 얌전히 차이긴 할 거고?

 

 너 죽고 나 죽는 거지

 

 죽으면 안 되지  [미주의 한숨]

 

 보자

 

 (매이)  고백해 봐미주야

 

 그래야 시작하지

 

 (미주)  

 

 그러니까

 

 [부드러운 음악]

 

 [미주가 술병을 탁 내려놓는다]

 

 이거 마시면

 

 우리 사귀는 거다

 

 안 마시면?

 

 볼 일 없는 거지

 

 죽을 때까지

 

 [익살스러운 효과음]

 

 [딸랑거리는 효과음]

 

 초장부터 절망 편인데?

 

 무의식의 반영인가 봐

 

 그럼 다시

 

 [슬픈 음악]

 

 지금 고백한 거예요?

 

 (선겸)  이제 와서?  [미주의 당황한 신음]

 

 내가

 

 얼마나 큰 상처를 받았는데

 

 아니왜 울울고 그래요?

 

 울면 곤란하잖아

 

 [선겸이 흐느낀다]

 

 저한테 왜 그랬어요?

 

 [미주의 놀란 신음]  (선겸)  말해 봐요

 

 저한테 왜 그랬어요?

 

 아니내가 뭘 또 그렇게  심하게 했다고 정색하는 거예요?

 

 나도 상처받았다니까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애초에 왜 다 밤에 술집이야?

 

 맨정신엔 안 돼?

 

 [놀라며]  맞네

 

 그럼 낮에 만나야겠다

 

 모두가 맨정신인 곳에서

 

 (미주)  근데 내가 불러내면

 

 그 양반이 나온다는 보장은 있는 거야?

 

 (매이)  난 모르지

 

 (미주)  아니꿀 그거 안 받으면 그만이잖아

 

 [흥미진진한 음악]

 

 (선겸)

 

 (선겸)

 

 (선겸)

 

 (선겸)

 

 (선겸)

 

 (미주)  !  [선겸의 당황한 신음]

 

 (선겸)  !

 

 !

 

 (매이)  그만 가어디까지 가

 

 그만 가고 전화나 해

 

 나 못 하겠어

 

 (매이)  얼른 하고  이거 깍두기 조금 할 거니까

 

 - (매이깍둑썰기 해 줘  

 

 [통화 연결음]

 

 [초조한 숨소리]

 

 (미주)  여보세요저기요

 

 아니꿀 왜 놓고 갔어요?

 

 딴건 다 야무지게 챙겨 갔으면서?

 

 돌려줄 테니까 만나요  아주 중요해 보였으니까

 

 [통화 종료음]

 

 어떡해

 

 [익살스러운 음악]  [미주가 냄새를 킁킁 맡는다]

 

 파 냄새

 

 이건 또 어떡해  [못마땅한 신음]

 

 - 치약으로 씻어  - (미주그럼 치약 냄새 나잖아

 

 그럼 다시 파 썰어  깍두기에 넣게

 

 그래

 

 이 시간에 뭐예요피싱?

 

 만나자는데?

 

 (영화)  지금요누군데요피싱?

 

 오미주 씨요

 

 지금이라고는 안 하는데

 

 - 그럼 언제요?  - (선겸모르겠어요

 

 이거 지금 무슨 대화지?

 

 (영화)  아니그러지 말고

 

 다시 전화를 해 봐요

 

 그 정도 사이는 되잖아요

 

 (선겸)  

 

 … 되나?

 

 - 저야 모르죠  - (선겸

 

 [통화 연결음]

 

 [휴대전화 진동음]

 

 (미주)  언니왔어왔어왔어

 

 어떡해벌써 거절인가?

 

 나 아직 아무것도 안 했는데 어떡하지?

 

 약속 시간 물어보려는 거겠지

 

 네가 밑도 끝도 없이  보자 하고 끊었잖아

 

 그렇지그러겠지?

 

 (매이)  온전한 모습이 드물다요새

 

 (미주)  스물아홉이면 한창 그럴 나이지

 

 (매이)  한창 정신 못 차릴 때지

 

 (미주)  직역해 줘서 고마워

 

 정신 사납게

 

 (매이)  빨리 받고 무나 마저 썰어

 

 몇 번 말해!

 

 언니나 전화 못 받겠어  [매이의 못마땅한 신음]

 

 (매이)  끊겼다

 

 (미주)

 

 (영화)  전화는 안 받고 문자로 왔네

 

 에이누나 그렇게 안 봤는데

 

 되게 좀 찌질하다

 

 

 

 

 

 미주 누나 되게 좋아하는데

 

 용기 내서 형 편든 거예요

 

 용기

 

 이번 것도 용기 내게 한 건가먼저?

 

 왜요용기 필요하세요?

 

 제가 좀 드릴까요?

 

 전 당분간 필요 없을 거 같아서

 

 괜찮아요

 

 예전 같았으면 약속 잡고 만나는 거  되게 부러웠을 텐데

 

 이제 볼 일 없다고 생각하니까  덜 부럽네

 

 근데

 

 두 분 무슨 문제라도 있어요?

 

 대부분 내가 문제죠

 

 대부분 문제인 형

 

 뭐가 문제인데요대부분

 

 재미없잖아요

 

 (영화)  난 형 웃긴데

 

 사람이랑 뭘 나눠야 할지

 

 뭘 나눠 줘야 될지를 잘 몰라요

 

 그런가?

 

 근데 이건 뭐예요?

 

 [영화의 한숨]

 

 형이 봤을 땐 뭐 같아요?

 

 (선겸)  

 

 예술

 

 (영화)  

 

 오케이

 

 형이 그렇다면 예술

 

 그렇게 쉽게요?

 

 원래 내가 한 건  남이 예술이라고 해야 예술이거든요

 

 (영화)  근데 형이제  말씀 편하게 하셔도 되는데

 

 편하게 하고 있어요

 

 (영화)  

 

 안 나눠 주네

 

 [영화의 웃음]

 

 [문이 스르륵 열린다]

 

 (지현)  기 선수

 

 일찍 오셨네요  대표님 아직 회의 중이신데

 

 (선겸)  기다릴게요

 

 (동경)  기 선수여기 웬일?

 

 대표님 뵈러 왔어요

 

 (동경)  이것 좀 봐 줄래요?

 

 우리 자선 달리기 팸플릿  샘플 나왔거든

 

 (선겸)  대표님 매년 하시는 거요?

 

 (동경)  후보 1, 2

 

 뭐가 더 이뻐요?  업체 선정에 참고하게

 

 근데 제가 보면 아나요

 

 모르는 사람이 봐도 예쁘면  그게 진짜지

 

 (선겸)  이거

 

 (동경)  보는 눈 있다니까

 

 실장님

 

 우리 자선 달리기 팸플릿  샘플 좀 봐 줘요

 

 뭐가 더 이뻐요?

 

 저는

 

 대표님 선택하시는 걸로 하겠습니다

 

 (동경)  그래요그럼

 

 서 대표는 무슨 일로?

 

 혹시 불려 왔어요?

 

 이제 막 오라 가라 할 사이  아니지 않나?

 

 제가 먼저 미팅 요청했어요

 

 기 선수가 타고난 것 중에  되게 좋은 게 있는데

 

 (동경)  모르지?

 

 사람한테 자극 주는 거

 

 그때 제가 타고났다고 하신 거

 

 - 정말이에요?  - (동경?

 

 그거

 

 (동경)  나도 기 선수 통해 받은 게 있거든

 

 기 선수가 그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던 2년 동안

 

 몰랐어요

 

 이젠 알았으니까  잘 응용해 봐야겠네?

 

 (정도)  애들도 아니고 뭔 만화방에서

 

 (현진)  회장님 취향이시랍니다

 

 아쉬운 사람이 참아야지  [문이 덜컹 열린다]

 

 회장님 오셨네요  [문이 덜컹 닫힌다]

 

 - (명필일찍 오셨습니다  - (정도

 

 [정도의 웃음]

 

 (정도)  이런 덴 처음이라서

 

 구경 좀 하고 있었습니다  [문이 덜컹 열린다]

 

 이참에 하나 추천 좀 해 주시죠  [문이 덜컹 닫힌다]

 

 제 취향이 의원님 취향에 맞을지  모르겠네요

 

 유명한 것부터 보시죠

 

 저쪽 코너에 많습니다

 

 회장님 취향은 뭐길래

 

 (정도)  한비광이 얘가 문제구먼

 

 가는 족족 사건을 일으키고 말이야

 

 (명필)  딸이 넷이나 있다니

 

 부럽다

 

 [익살스러운 음악]

 

 안 그래도

 

 (정도)  따님 선 자리 피드백 없으셔서  퍽 섭섭했는데

 

 (명필)  안 그래도

 

 기 선수 요새 뭐 하나 했는데

 

 (정도)  

 

 그게쉬는 중입니다  [정도의 웃음]

 

 잘 쉬는 것도 선수한테는 중요하니까요

 

 휴식

 

 (명필)  우리 딸내미는

 

 매일 일이다 뭐다 바쁜데

 

 기 선수는 휴식

 

 이러니 내 욕심에  딸 결혼시키고 싶어도 꾹 참게 돼

 

 본사 일에에이전시에

 

 매년 자선 행사에

 

 실제로 뛰어서 기부까지 하고

 

 선겸이한테도 육상부 데리고

 

 참가를 하라고 해야겠는데요?

 

 육상부 기 선수 거예요?

 

 (정도)  

 

 수년째 재능 기부 중인 육상부요

 

 - …  - (정도이왕 하는 거

 

 (정도)  본격적으로 국대 상비군으로  키워 보라고 했죠

 

 지역 팀 하나 만드는 거야

 

 저한텐 일도 아니니까요

 

 나 의원님 그거 하나는 참 부러워

 

 아들딸 다 명예직인 거

 

 아이고저는

 

 엘리트 아들딸 두신  회장님이 더 부러운데요

 

 (점원)  주문하신 김치볶음밥 나왔습니다  어디다 드릴까요?

 

 (정도)  이쪽으로이쪽으로

 

 (명필)  

 

 - (점원맛있게 드세요  - (정도라면 언제 나와요?

 

 (단아)  기 선수 때깔 좋아졌네?

 

  20분밖에 시간 못 내는 건 들었지?

 

 (선겸)  괜찮아요

 

 (단아)  지문 다시 등록해 주면 돼?

 

 이사님한테 앙탈 부렸다며

 

 앙탈을 부렸다고요제가?

 

 그거 때문에 온 거 아니야?

 

 (선겸)  

 

 왜들 그렇게 나를 재수 없어 했는지

 

 이제 좀 알 것 같더라고요

 

 (단아)  [잔을 잘그락 들며]  그걸 이제 알았니?

 

 고마웠어요

 

 나 마음 정리하는 동안

 

 뭘 정리했고 처리했는지  이제 좀 알 것 같아요

 

 (선겸)  내가 누리던 것들이 뭔지  그때는 미처 몰랐었어요

 

 [잔을 잘그락거린다]

 

 그게 우리 일이지우린 일을 잘하고

 

 (단아)  고작 그런 마음이나 전하러 온 거야?

 

 (선겸)  그냥 답답하기도 하고

 

 대화도 좀 하고 싶고요

 

 (단아)  기 선수가 좀 답답하긴 하지

 

 우식이 일이에요

 

 우식이가 누군데

 

 대표님이 그때 도와줬던

 

 

 

 (단아)  선수촌 나왔다며

 

 [잔을 잘그락 내려놓으며]  그럼 이제 국대 아닌 거네?

 

 소속 팀으로 돌아갔나?

 

 팀에서 이적 권고하거나

 

 의리로 우식이 안고 가겠죠

 

 대표님 생각은 어떠세요?

 

 (단아)  뜨거운 감자골칫덩이

 

 부담스럽지  일단 감독 눈 밖에 난 건 기정사실

 

 국대 팀 관리 소홀 책임도  대가리가 졌을 테니까

 

 말 나오는 건  원체 싫어하는 사람들이고

 

 (선겸)  공론화는 시켰는데

 

 일단 피해자니까  사회적인 시선 생각하면

 

 내칠 명분도 딱히 없어 보이고

 

 그럼 실업 팀으로 이적은 가능할까요?

 

 되겠니어느 팀 대가리든

 

 복귀시켜도  머릿수만 채우게 할 거 같은데?

 

 새로운 팀을 찾아주는 거

 

 그것도 에이전시에서  할 수 있는 일 아니에요?

 

 (단아)  설마 너랑 다른 육상 선수들이  같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지?

 

 다를 건 뭐예요

 

 기준이 공명정대한 건 좋은데  좀 냉정하게 봐

 

 정말 다른 걸 몰라?

 

 내 이름 앞에 붙은 연관 검색어  겨우 그런 거요?

 

 겨우 그런 상품성  아무나 있는 줄 알아?

 

 (단아)  집안 배경 빵빵해얼굴 잘생겨

 

 보여 준 기량 만년 2등인데  그건 아무나 하나?

 

 근데 김우식은

 

 상품화시킬 포인트가 있나?

 

 당연히 김우식 선수 기량이죠

 

 (선겸)  팀에서 원하는 게  결국 선수 기록이고 메달이니까

 

 (단아)  말이 쉽지 많이 다쳤잖아

 

 재활해서 100% 돌아온단 보장 있어?

 

 더 좋아질 가능성도 있어요

 

 (선겸)  힘든 시기인데 잘 버텨 줬고

 

 이제는 페널티 없이  훈련에만 매진 가능해졌고

 

 아예 종목 전향하면?

 

 (단아)  장거리도 재능 있다면  서명에서 스폰서십 해 줄 순 있지

 

 마라톤을 뛰라고요?

 

 (선겸)  마라톤은 중계라도 해 주니까  로고 달고 달리라고계속 비춰 주게

 

 스폰서십이란 게 뭐야  결국 그게 다인데

 

 단거리는 100m 뛰면 끝이잖아

 

 그렇죠

 

 10초면 끝나는 게임인데

 

 [잔잔한 음악]   10초 중에 첫발 잠깐 움직였다고

 

 10초도 못 뛰고 끝나는 경우도 있고요

 

 [단아의 헛웃음]

 

 (단아)  진짜 답 없는 장르다  돈은 대체 누가 벌어?

 

 선수가 벌어야죠

 

 역시 넌 선수만 생각해  내 생각 안 하고

 

 (단아)  기 선수가 보기엔

 

 뭐로 어필해야 팔릴 거 같아  실업 팀에?

 

 쫓겨난 피해자

 

 (선겸)  대표님 착한 역할 하는 거  좋아하잖아요

 

 재기 불능해 보였던 선수를

 

 아름답게 복귀시킨다  전략적 박애주의로

 

 표현은 마음에 드는데

 

 (단아)  근데 뭐든 감수하기로 한 사람  흔드는 게 의미가 있어?

 

 그거 기 선수 네 미련 아니야?

 

 맞아요

 

 내 미련 이렇게 쓰는 거예요

 

 (단아)  섣불리 접근할 수 없는 문제야

 

 그럼 조심스럽게 접근해 봐야 되겠네

 

 대화 고마웠어요

 

 (선겸)  가 볼게요

 

 기분 나쁘니?

 

 아니요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정도)  글쎄 둘만 나가자는 게 아니라니까

 

 선겸이도 뛰기로 했어애들 데리고

 

 걔 봉사 다니는 학교 애들

 

 (지우)  우리 아들 그만 좀 힘들게 해요

 

 사회에 환원하는 행사인데그게

 

 그러니까 나 없으면 못 나가냐고

 

 못 나가지

 

 당신 없이 나만 나가는 게  무슨 의미야

 

 그럼 못 나가면 되겠네

 

 주최가 서 대표라니까?

 

 그 스케줄 못 빼?

 

 힘든 당신 돕자는 거 같아서 싫다니까?

 

 (매니저2)  지우 선배님곧 슛 들어갑니다

 

 갈게

 

 끊어요나 일해야 돼  [통화 종료음]

 

 (지우)  아유우리 현기 언제쯤 연기가 늘려나

 

 누나

 

 저 이럴 때마다 진짜  양심에 가책 느끼는데

 

 내일부터 출근할 때  양심 집에다 놓고 와

 

 또 무슨 헛짓거리를 하려는 건지

 

 의원님요?

 

 요새 어디 재벌 딸이랑  우리 아들이랑 못 엮어서

 

 아주 환장을 했거든

 

 아드님 최태리랑  벌써 헤어진 거예요?

 

 태리랑 사귀어?

 

 근데 태리가 왜?

 

 [차분한 음악]

 

 (직원)  

 

 열람 가능한 자리 확인해 드릴게요

 

 여기 리스트 작성해 주세요

 

 [스크린에서 영화 소리가 흘러나온다]

 

 내일이네

 

 (미주)  이거 돌려주려고

 

 (선겸)  

 

 [선겸의 헛기침]

 

 어제 '제리 맥과이어영화 봤어요

 

 - 재밌었어요?  - (선겸재미없었어요

 

 (미주)  

 

 근데

 

 따뜻했어요

 

 (선겸)  왜인지 생각해 보니까

 

 그 영화를 얘기해 주는  오미주 씨가 따뜻했더라고요

 

 영화는 어땠어요?

 

 그 주인공은

 

 갑자기 고꾸라진 자기를  못 견뎌 하더라고요

 

 유일하게 남은 사람한테도 상처 주고

 

 (선겸)  그러다 뒤늦게서야 소중함을 깨닫고

 

 근데 문득 그게 내 모습은 아닌가

 

 우리 관계가 끝나는 게

 

 무서웠어요

 

 계속 이어질수록

 

 나는

 

 오미주 씨가 좋아해 줄 때나  의미 있고 소중하죠

 

 [부드러운 음악]

 

 근데

 

 그 오미주 씨의 감정이

 

 연애 감정은 맞나?

 

 오미주 씨도 나랑 손잡고 싶을까

 

 안고 싶을까

 

 입 맞추고 싶을까

 

 그걸 잘 모르겠더라고요

 

 나는 그런데

 

 나 싫어하지 마요

 

 왜 이렇게 두서가 없어요?

 

 그랬어요?

 

 미안해요

 

 이게 내 대답

 

 그럼 나 계속해도 되는 거예요?

 

 뭐요좋아해 주는 거?

 

 아니요좋아하는 거

 

 하지 말라면 안 할 거예요?

 

 안 할 거예요?

 

 아니요

 

 할래요

 

 하고 싶어요

 

 해요시켜 준다내가

 

 진짜요?

 

 [선겸의 안심하는 숨소리]

 

 (선겸)  다행이다

 

 [선겸의 안심하는 숨소리]

 

 나 사실 걱정 많이 했거든요

 

 기선겸 씨 그날 상처받았을까 봐

 

 나는 한 달짜리 하기 싫어요

 

 (미주)  나 혼자선 못 하니까 좀 도와줘요

 

 이유 없이도 잘 돕잖아요

 

 이유까지 있으면 얼마나 잘 돕겠어

 

 노력할게요

 

 (미주)  

 

 - 배고플 거죠?  - (선겸그래야겠죠

 

 (미주)  그렇죠

 

 [보글보글 끓는다]

 

 [식기를 잘그락거린다]

 

 이제 먹어도 되지 않을까요?

 

 그래야겠죠?

 

 [선겸의 당황한 신음]

 

 (미주)  날씨가 좋네요오늘?

 

 (선겸)  그러네요?

 

 어떻게 지냈어요서울 와서?

 

 나는 잘 존재했어요

 

 나도 잘 지냈어요

 

 대표님도 만나고

 

 우식이도 보고

 

 우식 씨 공무원 시험  준비하는 거 같던데

 

 (선겸)  어떻게 알았어요?

 

 나도 전에 한 번 봤거든요

 

 진짜 한대요공무원?

 

 쉽지 않을 텐데

 

 고민 중이겠죠

 

 나야 사표 쓰고 나온 거지만

 

 우식이는 권고사직 받기  직전인 것 같아서

 

 그렇게 말하니까 되게 회사원 같다

 

 회사원 맞아요

 

 실업 팀 소속이니까결국

 

 (미주)  맞네

 

 참 어려운 거 같아요

 

 그게 어디든 직업인으로 산다는 게

 

 [잔잔한 음악]

 

 나는 번역가 되면

 

 내가 좋아하는 영화  진짜 마음껏 보면서

 

 돈도 벌 수 있을 줄 알았거든요?

 

 근데 이게 막상 직업이 되고 나니까

 

 참 진짜 가끔은

 

 이게 세상의 모든 영화가  다 재밌을 순 없으니까

 

 영화가 재밌어 본 적이 없어서

 

 그래도 그나마 다행인 거는

 

 내가 좋아서 이 일을 시작했다는 거?

 

 (미주)  그거 하나인 거 같네

 

 하나 더 있네  아직 싫어지지 않은 거

 

 근데 가끔은 진짜 더럽게  일이 안 풀리는 날도 있거든요

 

 막 알던 단어도 사전 찾아봐야 되고

 

 지나간 대사 열 번 들어도  막 안 들리고 막 그런 날

 

 내가 편견이 있었나 봐요

 

 즐거워 보였거든요

 

 그건 나도 마찬가지예요

 

 (미주)  운동선수들은 보기에 뜨거우니까  뜨거운 줄만 알았지

 

 꿈만 먹고 사는 사람처럼

 

 차가울 때가 더 많아요

 

 대회 나가는 것도 다 출전비 나오니까

 

 (선겸)  출전비 때문에 스타트만 하고  안 뛰는 경우도 있고요

 

 [총성]

 

 그럼

 

 그때 상황 때문인 줄 알았는데

 

 (미주)  시합에서 그냥 안 뛰어도 되는 거예요?

 

 메달 따는 사람 다 정해져 있으니까

 

 (선겸)  예선 때 뛰어 보고

 

 오늘 아니다 싶으면 안 뛰는 거죠

 

 (미주)  

 

 난 기선겸 씨가 안 뛰었던 그 순간이

 

 되게 영화 같다고 생각했는데

 

 영화 얘기 하니까  영화 씨 생각난다그렇죠?

 

 아니요안 보고 싶은데요?

 

 생각 안 나는데요?

 

 (선겸)  이영화가 누구예요?  난 기억도 안 나는데

 

 어디로 가요?

 

 데려다줄게요  [미주의 부정하는 신음]

 

 오늘은 내가 데려다줄래요  그게 어디든

 

 내가 데려다줄게요

 

 아니에요갑시다

 

 이제 다 왔어요

 

 우리 동네로 이사 왔어요  기선겸 씨?

 

 (미주)  진짜 무서운 사람이네?

 

 영화 씨네 집이에요

 

 이번엔 영화 씨네 집이에요?

 

 이 동네 부유령이야뭐야?

 

 그건 아니고

 

 근데 가까이 있으니까 좋다

 

 좋아요?

 

 좋죠

 

 [부드러운 음악]  아이동네가 가까워서

 

 (미주)  가까우니까 가까우면 그

 

 알죠여러모로

 

 그럼 그렇게 할까?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들어가요

 

 내가

 

 무사히 들어가는 뒷모습 한 번  봐 준 적이 없더라고요

 

 그게 어찌나 사무치던지

 

 아이뭘 또

 

 앞으로 잘해 줄게요내가

 

 (미주)  나 기선겸 씨 너무 재밌으니까

 

 - (선겸들어가요  

 

 (미주)  

 

 자면 잔다뭐 하면 한다  이렇게 영통도 좀 주시고요

 

 

 

 내가 잘할게

 

 내가 진짜 호강시켜 준다

 

 (선겸)  우리 말 막 놓는 거예요이제?

 

 - 그럴까?  - (선겸아니

 

 (미주)  그래

 

 그래존대해도 이 모양인데  말까지 놓으면

 

 아유진짜 그 꼴을 어떻게 봐

 

 나 진짜 갈게요연락 진짜 해야 돼요

 

 안녕

 

 (영화)  미친 사랑

 

 미친 로맨스

 

 내일이 과제 마감인데

 

 여기 어쩐 일이에요?  [선겸이 중얼거린다]

 

 근데 이건 왜 들고 다녀요?

 

 이거 반품 안 돼요

 

 나 아무래도 걱정되는데정말

 

 (영화)  이게요?

 

 (선겸)  아니내가 데려다주면 편할 걸

 

 굳이 자기가 데려다주겠다 그래 가지고

 

 왔다 갔다  거리가 얼마나 되는 줄 알고

 

 우리 집 오면 또 차는 뭐 타고 가  택시 타고 가야지

 

 그럼 택시 타는 게  또 걱정이 안 되냐고

 

 세상이 너무 흉흉하니까

 

 그나마 이 동네 아는 집이 여기라서  여길 왔네

 

 대낮부터 뭔 걱정을 그렇게 많이 해요

 

 저 형 이렇게 말 많이 하는 거  처음 봐요

 

 아이걱정이 되죠  날씨가 이렇게 추운데

 

 (선겸)  우리 한 달 같이 사는 거

 

 아직 유효해요?

 

 [익살스러운 음악]

 

 그 제안

 

 그때 돈 빌려주고  치우신 거 아니었어요?

 

 월세를 미리 낸 셈 치면 되잖아요

 

 월세 부담 덜고 좋긴 한데

 

 근데 갑자기?

 

 그래야 나 데려주기도 편하고

 

 내가 데려다줄 수도 있고

 

 (선겸)  오케이그러면 되겠다

 

 여기

 

 저 이 대화 못 따라가겠어요

 

 근데 뭐일단 뭐오케이

 

 - 여기 괴한은 출몰 안 하죠?  - (영화

 

 [영화가 바닥을 쓱쓱 쓴다]  (선겸)  낮은 또 왜 이렇게 짧아요즘에

 

 (선겸)  총 말인데

 

 가짜라도 가지는 게 의미가 있나요?

 

 진짜를 찾았으니까

 

 (미주)  넌 당분간 킵이다

 

 [단아의 뿌듯한 숨소리]

 

 왜 생각했던 거보다 안 신나지?

 

 마음에 안 드십니까?

 

 (단아)  아니야아니야아니야아니야

 

 액자가 아니라

 

 나인 거 같아

 

 아니야곧 기 프로도 보는데

 

 좋아 볼래요신나 볼래

 

 신난다!

 

 [단아가 손뼉을 짝 친다]

 

 [헛기침]

 

 (단아)  사진 잘 골랐지?

 

 이거 보여 주려고

 

 붙인 적 없던 정도 떨어지겠네

 

 (단아)  어디 봐여기 봐

 

 [단아의 놀란 숨소리]

 

 근데 왜 이렇게 야위었어?

 

 밥은 제때 먹고 하는 거예요?

 

 (은비)  챙겨 주는 척은

 

 내 선수인데 챙겨야지

 

 어떻게 나랑 계약했다고  바로 애를 팽해요?

 

 (은비)  애가 물건이야?

 

 그래 놓고 뭐내 선수?

 

 정작 본인은 관심도 없던데

 

 쟤야 원래 자기 일에 관심이 없으니까  나라도 화를

 

 선겸이가 봤어요이 꼬라지?

 

 세상에 이런 남매도 있구나?

 

 한배에서 나오면 다 그래요?

 

 세상에 이런 식으로  비꼬는 사람도 있구나?

 

 진심인데

 

 우리 집구석이랑 다른 버전 신기해서

 

 (은비)  나랑 선겸이는 착하잖아요

 

 대표님은 못돼 처먹었고

 

 [어이없는 숨소리]

 

 (단아)  내가 못돼 처먹었으면

 

 매년 자선 달리기 주최를 하겠어요?

 

 나 참 좋은 사람이야

 

 (은비)  본인 이름에 기름칠하는 게  무슨 자선이야?

 

 (단아)  우리 기 프로도  좋은 사람 한번 안 해 볼래요?

 

 그거 하프 마라톤이잖아요

 

 (은비)  21km를 언제 뛰어  가뜩이나 바빠 죽겠는데

 

 밀린 광고 일정 다 못 털었지?

 

 이젠 1등도 좀 지겹고

 

 은퇴하고 좀 쉬어 볼까 했더니

 

 일이 좀 많네요내가

 

 무슨 소리야은퇴 절대 안 되지  나랑은 이제 시작인데

 

 누나 된 도리로

 

 방패 몇 년 더 해 준다고  죽는 것도 아니고

 

 좀만 더 1등으로 있어 줄까 해요

 

 (은비)  선겸이도 내 방패 오래 했으니까

 

 [흥미진진한 음악]  (단아)  기왕 방패 할 거

 

 예쁜 방패 입자

 

 더 구린 것도 잘만 입었더구먼

 

 (은비)  하지 마하지 마하지 마!

 

 새로 짜서 보낸 것 중에 골라요

 

 내가 알아 버렸으니까  과거에 뭘 입었는지

 

 나 대표님 진짜 싫어

 

 괜찮아요내가 좋아하면 되니까

 

 [은비의 성난 신음]

 

 [한숨]

 

 [한숨]

 

 (단아)  뭐야

 

 (영화)  대표님이 망친 거예요

 

 아유

 

 오늘 액자 와서 기분 좋았는데  왜 또 생각나

 

 아니지

 

 나 오늘 기분 좋았어

 

 [웃음]

 

 (단아)  나 오늘 기분 되게 좋았어

 

 맞아나 되게 기분 좋았지

 

 

 

 아씨아니야

 

 [거친 숨소리]

 

 가짜로 좋았어

 

 기분이 좋아야 돼서

 

 너 때문에

 

 대표님

 

 (지현)  정말 거기로 가실 겁니까?

 

 그냥 늘 가시던 바로 가시는 게

 

 오늘의 불면은  책으로 해결될 게 아니에요

 

 책은 말 못 하잖아

 

 [익살스러운 음악]

 

 [숨을 들이켠다]

 

 여기 집주인이랑 선약이실까요?

 

 그저 배달인데요

 

 언니치킨이랑 먹태 왔는데

 

 (미주)  혼자 먹지

 

 어디서 치킨 냄새 안 나요?

 

 이걸 대표님이 왜

 

 주고 가세요

 

 (단아)  나 오늘 치킨 처음 먹어 보겠네

 

 (미주)  이건 주시고요  돈 주고 사 드세요

 

 근데 우리 집은 어떻게 알았지?

 

 이 착장은 또 뭐고?

 

 집 앞에 나갈 때도  이러곤 안 나가겠다

 

 들어오란 얘기가 먼저 아닌가?

 

 그건 손님일 때나 그러는 거죠

 

 (미주)  그냥 가져가세요그럼

 

 (단아)  안 그래도 짜증 나는데

 

 오미주 씨까지  짜증 나게 할 거예요진짜?

 

 그러셨구나

 

 힘내세요파이팅

 

 

 

 나 문전박대 처음 당해 봐

 

 나 같은 여자를  문밖에 세워 두고 되게

 

 매력적일 뻔했네

 

 (미주)  이러는 여자는 내가 처음일 뻔했어

 

 (단아)  [헛웃음 치며]  귀엽네

 

 기 선수 어디 갔어요?

 

 왜 왔냐고요진짜

 

 술 마시려고

 

 (미주)  친구가 없으신가 봐요

 

 일종에 이것도 친한 척인가?

 

 혼자 술 까고 있었어요?

 

 뭐 좋은 일 있나?

 

 - 좋은 일 있어요  - (단아좋은 일은 위스키지

 

 (미주)  비싼 술은 무슨 맛인지 모르겠어서

 

 (단아)  비싼 맛이에요온더록스 잔 있어요?

 

 [미주가 컵을 잘그락거린다]

 

 (미주)  없어요

 

 여기다 드세요

 

 (단아)  최소한 투명한 거 없을까요?

 

 꼭 유리 아니어도 돼플라스틱이라도

 

 [어이없는 숨소리]

 

 [미주의 한숨]

 

 [미주가 컵을 잘그락거린다]

 

 (미주)  다음에 본인 잔은 챙겨 오세요

 

 다음도 있구나우리

 

 [단아가 술을 졸졸 따른다]  본인이 좀 사이코패스 같은 거  알고 계시죠?

 

 (단아)  …  [익살스러운 음악]

 

 누가 나한테 공감 능력이 쓰레기라더라

 

 근데 맞는 거 같아  나도 그게 편하고

 

 왜 내가 공감까지 해 줘야 되지?

 

 마음이 쓰이니까

 

 (미주)  마음에 걸리니까

 

 마음에 문제 있으세요?

 

 공감도 지능이고 머리로 하는 거라고

 

 머리에도 문제가 있으신가 봐요

 

 말이 좀 심한데?

 

 나 방금 진짜 상처받았어

 

 (단아)  나 되게 착한 사람인데  왜 다들 나한테

 

 (미주)  그 말이 아니잖아요  이 소시오패스야

 

 그러니까

 

 (단아)  살면서 진짜 많이 들은 말인데  왜 걔가 하니까 거슬릴까

 

 (미주)  그 말도 아니잖아요  아답답해

 

 제발 제가 하는 말에  맥락 좀 파악 좀 해 주실래요?

 

 (미주)  이거라도 줘요?

 

 나 소주 안 마셔 봤어요

 

 내가 몸에 아무거나 안 넣거든

 

 (미주)  싫으면 말고

 

 한 잔 줘 봐요맛이라도 보게

 

 (단아)  오미주 씨가 평생 먹고 탈 안 났으면  기미 끝난 거네

 

 [헛웃음]

 

 탈은 먹을 때마다 나거든요?

 

 첫 잔은 원샷이에요

 

 [단아의 쓴 숨소리]

 

 기 선수는 왜 치웠어요?

 

 치운 게 아니고

 

 때가 돼서 출가한 거예요

 

 (미주)  그거 확인하려고 왔어요?

 

 (단아)  술 마시러 왔다니까

 

 그러니까 술을 여기까지 마시러 온  이유가 있을 거 아니에요

 

 오미주 씨급이면 알까 싶어서

 

 뭘요?

 

 같은 서민이니까

 

 [익살스러운 음악]

 

 나가요

 

 맛있네

 

 - (단아고소하니  나가라고요

 

 (단아)  아니

 

 걔가

 

 내 그림을 망쳤어

 

 그래 놓고 나보고 망쳤대

 

 내가 자기 손으로 망치는 거 다 봤는데

 

 아니오죽했으면 그랬겠어요?

 

 왜 자꾸 말로 죄지어요?

 

 말로 죄를 어떻게 지어요

 

 천 냥 빚 갚는다고 하면  아주 까무러치시겠네

 

 (단아)  하여튼 이미 망친 건 제쳐 두고

 

 오미주 씨가 나한테 뭘 맡겨 뒀다 치자

 

 언제 돌려받아야  기분이 제일 더러울 거 같아요?

 

 또 죄짓게요?

 

 (미주)  아니왜 더럽게 돌려줘야 되는데

 

 내 기분 더럽게 했으니까

 

 - (미주복수하겠다고?  - 아니그럼 내가 의식하는 거 같잖아

 

 지금 충분히 의식하고 계신데?  [휴대전화 진동음]

 

 누구지?

 

 (선겸)  나 자요잘 자요

 

 어머뭐야

 

 하란다고 진짜 했네?

 

 귀여워

 

 (미주)  그러면

 

 [단아의 쓴 숨소리]  '잘 자요'

 

 - 진짜…  - (미주) '잘 자요'만 보내긴

 

 (미주)  좀 성의가 없지?

 

 진짜 마음에 들었는데

 

 '좋은 꿈'

 

 아니야아니야아니야  아니야아니야

 

 꿈도 안 꾸고 자야 숙면이지

 

 마음에 잘 드는 것도 없어서  뭘 마음에 잘 안 들이는데

 

 -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요'  - (단아그래서 한번 마음에 들이면

 

 - (단아끝까지는 가  전송

 

 축구도 그랬고

 

 '내일도 좋은 하루 보내요'

 

 좋네좋네좀 자연스럽고

 

 결국 평생 미련으로 남았으면서

 

 [감격하는 신음]

 

 (단아)  잊을 만도 한데 자꾸 집착하게 되고

 

 [단아의 한숨]

 

 나 어떡하지진짜?

 

 귀가하셔야죠

 

 (미주)  어머머?

 

 어머이 양반 좀 봐?

 

 집에 가야죠

 

 저기요

 

 아유씨  [미주의 힘주는 신음]

 

 [미주의 비명]

 

 (미주)  진짜

 

 [미주의 거친 숨소리]

 

 [미주의 한숨]

 

 이쁘게도 자네

 

 [힘주는 신음]

 

 [새가 지저귄다]

 

 뭐야?

 

 언제 갔대?

 

 (명필)  명민이가 없으니

 

 밥상이 적적하구나

 

 조용하고 좋은데요

 

 일은무탈하고?

 

 - (단아네  자선 행사 준비는?

 

 잘되죠제가 하는데

 

 그 분야는 관심도 없으시면서

 

 이번에도 뛸 거야?

 

 주최만 하고 안 뛰면 진정성 없잖아요

 

 컨디션 조절 잘해라무리하지 말고

 

 걱정돼아비

 

 병자 취급 하지 마세요

 

 안 아픈 지가 언젠데

 

 [숨을 후 내뱉는다]

 

 아유

 

 또 소주를 마시면 내가 진짜

 

 조금 마신다

 

 [지현이 펜을 탁 줍는다]

 

 꿀물입니다어제 과음하신 거 같아서

 

 (단아)  저 꿀 병에서 나온 거면  갖다 버려요통째로

 

 포트폴리오 수집은요아직?

 

 이번 주까지 마치겠습니다

 

 빨끈 뒤져 봐요

 

 그 학생만큼 그리는 사람  널리고 널렸겠지

 

 아니널리고 널려야 돼

 

 (단아)  다음에 찾아낸 사람은

 

 꼭 문서로 묶어 둬야겠어요

 

 공증을 받아 두는 게 나으려나?

 

 대표님

 

 서명민 전무가 바꿔 건 그림 때문에

 

 이영화 학생이 필요하셨던 거  아니었습니까?

 

 그랬죠

 

 (지현)  그러셨는데 지금은 그림을

 

 이영화 학생 때문에 찾고 계시네요

 

 그럼 저는 이영화 학생 기준으로  찾으면 될까요?

 

 [흥미진진한 음악]  [한숨]

 

 아니

 

 

 

 (단아)  그 학생한테 돌려줘요

 

 변상할 필요 없고

 

 다신 귀찮게 하지 말라고도

 

 알겠습니다

 

 [문이 탁 여닫힌다]

 

 (영화)  여긴 또 어떻게 알고

 

 아니

 

 여기까지 알아도  찾아오면 안 되지 않나?

 

 연락이 안 돼서  여기까지 직접 오게 됐습니다

 

 (영화)  [자전거 받침대를 탁 차며]  

 

 실장님 번호 차단했거든요

 

 대표님이 돌려드리랍니다

 

 (지현)  변상 필요 없고

 

 앞으로 귀찮게 하지 말란 말도  전하셨습니다

 

 대표님 개인 번호 갖고 계시죠?

 

 제 앞에서 삭제해 주시기 바랍니다

 

 쌩까는 것도 대리인을 통해서 하네?

 

 [헛기침]

 

 애초에 안 그렸으면 됐던 문제 아닌가?

 

 실장님 같았으면 거기서 물러섰겠어요?

 

 자기 재능 알아봐 주는데?

 

 그래닿지도 않는 번호  나도 필요 없어

 

 (영화)  봐요여기 있죠?

 

 삭제됐죠?

 

 됐어요

 

 귀찮게 하지 마요이제

 

 [자전거 받침대를 탁 찬다]  학교 가는데 재수 없네

 

 돈 벌기 힘들다

 

 (동경)  여기 어쩐 일이세요?

 

 가끔은 연속극도 괜찮지 싶어서

 

 - 서 대표는요?  - (동경수영하고 있어요

 

 물에 있을 때 안 건드리는 게 좋아서

 

 오늘 촬영 없어서 인사 왔어요

 

 우리 딸 전학 왔잖아

 

 미국 보낼 땐 못 했는데

 

 지금이라도 해 보려고치맛바람

 

 - 너무 늦었나?  - (동경좀 늦으면 어때요

 

 어차피 우리한텐 계속 애들인데

 

 [호응하는 웃음]

 

 내가 기다릴 시간까진 없고

 

 (지우)  이사님 봤으니까 갈게요

 

 간식 드셔 가면서 해

 

 저기잠깐만요집사님잠깐만요

 

 버리는 건가나한테?

 

 마음 상하시라고  드리는 거 아니에요절대

 

 내가 마음이 왜 상해

 

 우리 선겸이가 받아들였으면  말 얹을 생각 없어요

 

 (지우)  예쁘게 잘 나왔네

 

 기 선수 얼마 전에 왔었는데  잘 지내는 거 같았어요

 

 

 

 나도 만났어요

 

 껍데기는 그래 보이더라

 

 알맹이는 어떨지 몰라도

 

 가까워지고 계신가 봐요

 

 가끔

 

 엄마도 좀 해 볼까 싶어서

 

 오늘처럼

 

 [우식의 한숨]

 

 (감독)  앉아

 

 위약금은 내 선에서 막아 볼 테니까  둘 중에 골라

 

 계약 해지서는 네가 사인만 하면 되고

 

 이적할 팀 있으면  이적 동의서 작성해 와

 

 네가 서류 써 오면  내가 승인만 하면 되니까

 

 저 받아 주는 팀이 있을까요?

 

 (감독)  

 

 너 꼭 실업 팀으로 이적해야 되겠냐?

 

 연봉이 걸린 문제라는 거 알겠는데

 

 너 혼자 훈련해도 되잖아

 

 혼자 할 거면

 

 뭐 하러 합니까

 

 좋아하면 못 할 게 또 뭐냐?

 

 대한민국 육상 선수 중에

 

 진짜로 좋아하고

 

 잘해서 하는 선수가 있었습니까?

 

 한 번만 참지 그랬냐

 

 [어두운 음악]

 

 참는 거 잘하잖아

 

 한 번만

 

 한 번만 더 참았으면요

 

 저 아마 이 자리에 없었을 겁니다

 

 (감독)  너 지금 나 협박하는 거냐?

 

 네 재능나이 나도 아까워

 

 그래도 한창때라는 게 뭐냐

 

 뭐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거잖아  근데 나는

 

 너 볼 때마다 내 불찰이 떠오를 텐데

 

 넌 내가 얼마나 괴로울지 생각 안 해?

 

 ?

 

 죄송합니다

 

 (감독)  이제 다 지난 일이야

 

 너도 잊어버려

 

 우식아

 

 새 출발 해야지

 

 ?

 

 (할머니)  감독님 잘 만났어?

 

 할머니

 

 나 공부해서 공무원 될까?

 

 그래

 

 아니면 나 잘생겼으니까 연예인 할까?

 

 그래

 

 오래 살아할머니

 

 아주아주 오래알겠지?

 

 나는 오래 살았으니까 괜찮아

 

 (할머니)  너나 아프지 말아

 

 [휴대전화 진동음]

 

 (미주)

 

 (미주)

 

 (선겸)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휴대전화 진동음]

 

 (우식)  선배님저 팀에 서류 제출했습니다

 

 위약금 없이 계약 해지할 수 있게  배려해 주셨어요

 

 제 얘기 들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걱정 마시고 또 봬요

 

 [휴대전화를 탁 닫는다]

 

 [어두운 음악]

 

 [거친 숨소리]

 

 (선겸)  우식아

 

 김우식!

 

 [아파하는 신음]

 

 [우식의 아파하는 신음]  (선겸)  너 괜찮아?

 

 - (우식선배님나중에요  ?

 

 (우식)  오늘 말고

 

 [우식의 아파하는 신음]

 

 - 김우식  - (우식제발

 

 제발 그만 오세요

 

 (우식)  

 

 흔들리고 싶지 않아요

 

 오지 마세요

 

 [우식의 아파하는 신음]

 

 원래부터

 

 그만두기로 했고요

 

 애초에 선배님한테  연락할 수 있었던 것도요

 

 그 결심대로 살았으니까

 

 [울먹이며]  그래서

 

 그래서 가능했던 건데

 

 오늘 뛰어 보니까 어때?

 

 [한숨]

 

 (우식)  진짜

 

 아파요힘들고

 

 못 할 거 같아요

 

 솔직히

 

 트랙이라고 생각할 수가 없어요

 

 걸리는 게 많아서

 

 [차분한 음악]  [우식의 한숨]

 

 저는요

 

 그냥 부상당한 선수가 안 돼요

 

 몸도 마음도 그래요

 

 제가

 

 제가 다 문제예요

 

 10년 동안

 

 10년 동안 육상만 했는데

 

 예전보다 기록이 안 나오면 어떡하지?

 

 진짜 어떡하지?

 

 나 어떡하지?

 

 그게 제일 무서워요

 

 무서워요

 

 그 걱정을 왜 길바닥에서 해?

 

 트랙에서 해야지

 

 [훌쩍인다]

 

 해 보고 안 되면

 

 그때 포기해도 되잖아

 

 (선겸)  우식아

 

 내가 돼 볼게

 

 네가 믿어 주면

 

 그걸 해내는 사람

 

 오늘은 일단

 

 일어나는 것부터 해 볼까?

 

 [밝은 음악]

 

 [선겸의 당황한 신음]  (미주)  진짜 왜 자꾸 저렇게 웃어진짜

 

 나 죽이려고

 

 너 나 좋아하니?

 

 (영화)  그랬으면 뭐가 바뀌나?  난 이미 끝냈는데

 

 (미주)  [놀라며]  21km?

 

 뭐야같이 달리자면서요  이 자식아

 

 (선겸)  같이 나가자고 했어요

 

 (미주)  아주 보기 좋았어요  요렇게 훈훈하니

 

 어머너무 귀여워웬일이야

 

 나 보고 싶어 하고 있었어요?

 

 (선겸)  손잡을래요?

 

 (미주)  아니근데 왜 나랑 자꾸  이런 대화 해요?

 

 뭐야하지 마요  진짜 친한 거 같으니까

 

 - (영화이게 뭐예요?  - (단아그림 좀 그려 봐학생

 

 (영화)  아주 기상천외한 갑질을 하시네

 

 - 어디서 수업 들으세요?  - (단아타고났나 봐

 

 (단아)  그림 말고  그림 그리는 걸 좀 봐야겠어서

 

 사라지지 마요

 

 안 사라질게요

 

 (선겸)  계속 남아 있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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