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와 조이 11
(조이) 갑비고차의
터럭손이라는 여인을 찾고 있습니다
(조이) 엄마
(덕봉) 당장 저 셋을 배에 태워 이 섬에서 내보내시오
(조이) 진짜 이언 나리가 맞으십니까?
정녕 허깨비가 아니란 말입니까? [이언의 아파하는 탄성]
(승율) 조이야
(광순) 조이랑은 어떻게 아는 사이입니까?
(조이와 승율) 소꿉동무요
(태선) 박태서가 세자 저하의 죽음에도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이언) 확신할 수 있습니다
(신하) 영의정 박승을 파직하여 주시옵소서
(신하들) 파직하여 주시옵소서!
(승) 누구 마음대로 추포를 해? 누가 나를 감히!
[말종의 놀란 탄성]
(말종) 야!
(이언) 체포해라!
[흥미로운 효과음]
[밝은 음악]
(광순) 자, 내가 우리가 필요한 생활비를 계산을 해 봤는데
월세 내고 우리 셋이서 사치 안 하고
검소하게 밥만 먹고 살아도
한 달에 쉰여덟 냥 서른여섯 전은 있어야 살 수 있다이
그 말은 곧, 셋이서 한 달에 얼추
예순 냥은 벌어야 살 수 있다는 거네요?
(광순) 어, 어
난 점을 봐 주고 반 냥은 벌 수 있어
[광순이 호응한다] (비령) 하루에 한 명씩만 점을 봐 줘도…
(광순) 열다섯 냥
- (비령) 열다섯 냥이야 - (조이) 응
물론 손님이 있어야겠지만
[비령을 툭 치며] 있을 기다
나는 정리할 게 조금 있어 가지고
그것만 정리하고 나서 바로 상단 일을 알아볼게
(광순) 내가 글을 읽을 줄 알고
산가지를 할 줄 아니까 아마 금방 가능할 기다, 응
(비령) 응
(조이) 그럼 저는 침모를 해 볼게요
오, 그래
마침 승율이가
우리처럼 집 사기당할 뻔한 여인들을 구해 줬는데
그중에 방물장수가 있다니까
마님들 상대로 옷 짓는 일을 부탁드려 볼게요
[웃으며] 오, 그래 잘됐다, 잘됐다
장터에 벽보라도 붙일까? 용한 무당 있다고 [광순이 손뼉을 탁 친다]
오, 그거 좋은 생각이네
거기다가 솜씨 좋은 침모가 있다고도 해 줘
그래, 그래, 그래, 그래
그거는 내가 쓸게 벽보는 내가 쓸게
(비령과 조이) 그럼 붙이는 건 우리가 할게요
(광순) 그래, 그래
[밝은 음악]
(조이) 오장동 맞춤 전문 침모 조이
최소한의 옷감으로
최대한의 결과물을 뽑아내는 맞춤 재단 옷
몸매의 장점이 극대화되는 맵시로
차원이 다른 인생 옷을 만들어 드립니다
- (조이) 아주 마음에 드는구먼 - (비령) 나도
(비령) 남편의 과거 연애사가 궁금하십니까?
손 한 번만 잡아 보면 딱딱 알아맞히는 용한 무당 비령
당신의 길흉화복을 소상히 알려 드립니다
(조이와 비령) 문의 명철방 오장동 마당에
능소화가 핀 초가집
- (비령) 황비령 - (조이) 김조이 [비령이 가자고 말한다]
(조이) 확인해 주세요
(여자1) 새로 생겼나 봐
옷도 맞춰 주고 점도 봐 주고
[놀라며] 가 볼까?
(여자2) 그럼 나, 차 도령이랑 궁합 한번 맞춰 볼래
(여자1) 아, 마침 난 새 배자가 필요했는데
잘됐네
가 보자
(여자3) 소문 들으셨습니까?
오장동 침모 조이라고
들었습니다
색깔을 그리 잘 뽑는다지요
(여자3) 한 끗 차이로 사람을 맵시 있게 만들어 준다네요
(여자4) 청나라에서 왔다는 얘기가 있던데
(여자3) 조선에는 없는 솜씨라고 하더이다
(여자5) 물 건너온 침모라 다른가 보네요?
(여자1) 살짝만 만져 줘도 옷맵시가 산다잖아, 글쎄
(여자2) 선만 백 번 차인 이가 여기 옷을 입고, 글쎄
선 나가자마자 날을 잡았다잖아
(여자1) 아니, 조이 침모가 만든 옷을 입으면
살이 열 근은 빠져 보인다네요
(여자2) 깔 맞춤을 기똥차게 해 준대
자기 얼굴색에 맞게
- (조이) 이건 좀… - (광순) 화사해 보인다, 응
(여자6) 자네 손을 거치면 호박도 수박이 된다지?
이판댁 여식도 자네가 지은 옷을 입고
선 자리에 나갔다가 혼사가 성사됐다고 들었네
[살짝 웃는다]
예, 감사하게도 잘되었다 들었습니다
[한숨]
(여자6) 아, 셋째 딸이면 얼굴도 안 보고 데려간다는데
우리 수련이는 선만 백 번째니
우리 딸 혼인만 성사되면 내가 두 배로 보답할 테니
우리 수련이 환골탈태 좀 시켜 주게, 응?
[날렵한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조이) 음
어떻게, 희망이 보이는가?
[조이의 고민하는 숨소리] (여자6) 어디 한번 해 보게
예
일단 따님의 체형보다 옷이 너무 큽니다
그렇다 보니 서 있는 자세가 엉거주춤해 보이고
(조이) 소매가 손등을 많이 덮고 있어
예쁜 손을 다 가리고 있습니다
저고리 색깔 또한
따님의 피부색은 차가운 빛이 도는 쪽빛보다는
따뜻한 빛이 도는 꼭두서니 쪽이 더 잘 어울릴 것 같고
얼굴이 갸름해 보이게 옷깃을 조금 더 깊게 파고
치마폭은 풍성하게 하는 것보다는
좁고 일자로 떨어지게 하는 것이
따님의 맵시를 더 돋보이게 할 것 같습니다
(조이) 다 되었습니다
[웅장한 음악]
[반짝이는 효과음]
[유쾌한 음악]
[여자6의 감탄하는 숨소리]
(여자6) 아니, 이게 누구야, 응?
사람이야, 선녀야?
선녀님 납시었네, 응?
[여자6의 웃음]
아, 여보게, 너무 고맙네
자네가 우리 가문을 살렸네
아유, 아닙니다
[여자6의 감탄하는 숨소리]
(여자6) 아유, 세상에
(여자3) 소문 들으셨습니까? 그 침모 말입니다
사실 청나라가 아니라 은하수를 건너서 왔답니다
[놀란 숨소리]
그럼 설마 직녀라는 말입니까?
(여자4) 어쩐지 사람의 솜씨가 아니더니
(여자3) 역시 사람이 아니었어
(여자4) 그러니까
[여자들의 웃음]
(여자5) 아유, 신통방통이야
[비령의 헛기침]
(비령) 어떻게, 기다리시는 동안 손금 좀 봐 드릴까?
씁
[비령의 놀란 숨소리]
남편한테 여자가 있어 [사람들의 놀란 숨소리]
- (여자7) 여자요? - (비령) 아휴
- (비령) 머리가 길고 - (여자7) 길고 [유쾌한 음악]
- (비령) 입술이 붉고 - (여자7) 붉고 [방울 소리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여자7의 긴장한 숨소리]
눈이 두 개야!
[사람들의 놀란 숨소리]
- (여자7) 두 개? 어머, 어떡하지? - (여자8) 나도 한번…
- (비령) 한 명씩 오시오, 한 명씩 - (여자7) 아니, 어떤 년이길래
(비령) 보자
[여자들이 저마다 말한다] 명줄이 기네, 장수하겠어
(광순) 비, 비령아, 반 냥, 어
(비령) 말년에 자식 복이 있을 거 같고 [여자들의 탄성]
(조이) 제가 이번에 새로 만든 건데
(광순) 장인의 손길로 한 땀 한 땀 꼼꼼하게…
(조이) 아유, 또 부끄럽게 칭찬을 해 주시고 그래
(비령) 곧 짝을 만나겠구먼?
[여자들의 놀란 숨소리]
(광순) 아, 요거 두 개 빼놓을게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이 귀한 거를…
(조이) 감사합니다, 아, 예, 네 [광순이 말한다]
[잘그락대는 소리가 난다] (비령) 시원해?
(조이) 응, 아주 좋아
(비령) 우리 얼마나 모았어요?
(광순) 네가 점 봐 가지고 받은 돈만 스무 냥이다
[조이와 비령의 놀란 숨소리]
(비령) 그럼 우리 내일 운종가 갈 수 있겠다, 그렇죠?
어, 그래, 가 가지고 빈대떡 하나 사 묵자
- (비령) 좋아요 - (조이) 오, 빈대떡 좋아요 [광순의 웃음]
(비령) 이거 너무 이쁘다
(광순) 이거 팔린 거다
(비령) 아…
(광순) 이것도 팔린 거다
(비령) 아, 팔린 거구나 [광순의 웃음]
(조이) 언니, 근데 이건 얼마예요?
- (광순) 서른 냥 - (조이) 와
(비령) 이거 얼마예요? 우리 진짜 부자 되겠다
[광순과 비령의 환호]
[흥미로운 음악] [함께 웃는다]
(조이) 언니, 언니 저 빈대떡이랑 시루떡 [광순이 호응한다]
[여자들의 웃음]
(여자9) 함인정에 콩고물 마를 날이 없답니다
인절미 때문에
(여자10) 보위에 올랐다고
천박함이 사라지는 건 아닌가 봅니다
(여자11) 그러게나 말입니다 [여자들의 웃음]
(여자9) 전하께서는 여인을 볼 때
발톱이 가지런한지를 본다네요 [여자10의 헛웃음]
(여자11) 그래서 궁녀마다 버선을 벗겨 본다더이다
[여자들의 웃음] (여자10) 취향도 참 이상하지 여인의 발톱이라니요
(여자9) 그나저나
병판댁에서 도수 도령 앞으로 매파를 보냈다더군요
(여자10) 도수 도령이라면
그 영의정 박승 대감의 외아들 말씀이십니까?
(여자9) 예
그쪽 집안에서도 며느릿감을 찾는다 하더이다
[의미심장한 음악] (여자11) 아들이 둘이라 들었는데
(여자9) 서자가 하나 더 있다고는 합니다
태서라고
박승 대감이 하녀를 건드렸다나 봐요
한날한시에 하나는 안방에서 하나는 문간방에서
울음소리가 났다네요
[여자들의 웃음]
(여자11) 아, 그래서 본부인이 화병으로 일찍 가셨군요
(여자9) 그 하녀도 집을 나갔다고 하더이다
네 살배기를 버리고
(여자11) 아이고, 기막혀라
[여자들의 웃음] 아이고, 참
(여자10) 다 되었으면 이제 내 차례네
(조이) 아, 네
[여자11이 살짝 웃는다]
[밤새 울음]
[발랄한 음악] (구팔) 도련님
[날렵한 효과음] 조이 누님이 오늘 밤에 우물가에서
단둘이만 보자고 하시는데요 왜일까요?
도련님, 한밤중의 우물가야말로
[발랄한 효과음] 진정한 밀회의 장소가 아니겠습니까?
- (육칠) '안 돼요' - (구팔) 어, 어 [매혹적인 음악]
[쪽 하는 효과음] - (구팔) 아! - (육칠) '안 돼요'
[날렵한 효과음] [구팔이 낄낄댄다]
[헛기침]
- (조이) 아 - (이언) 어
(조이) 오셨습니까?
그래
굳이 이곳에서 보자고 한 이유가 무엇이냐?
제가 마님들 옷을 지어 주러 갔다가
박승 대감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빨리 감기 효과음] [조이가 속삭인다]
[이언의 기분 좋은 숨소리]
- (조이) 나리 - (이언) [헛기침하며] 그래
(조이) 다시
[빨리 감기 효과음] [조이가 속삭인다]
[익살스러운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그랬단 말이냐?
예, 그렇다고 합니다
고생했다
앞으로도 무슨 일이 있으면 얘기해 주거라
예, 알겠습니다
(조이) 그럼 전 바빠서 이만 가 보겠습니다
(이언) 어, 어? 어, 저, 저, 저, 저기, 그… [종종거리는 효과음]
[익살스러운 음악]
바쁜가 보구나
[헛기침]
[밤새 울음]
(구팔) 조이 누님이
[날렵한 효과음] 오늘은 억새밭에서
[음산한 음악] 단둘이 만나자고 하십니다
억새밭 [음산한 효과음]
(육칠) 억새밭이라면 요새 [구팔의 신음]
처녀 귀신이 나온다 하던데
[육칠의 거친 숨소리]
[구팔의 겁먹은 신음] [긴장되는 효과음]
아니, 만나도 이런 곳에서 만나자고 하는가 [음산한 음악]
[이언의 긴장한 숨소리] [풀벌레 울음]
[밤새 울음] [헛기침]
[헛기침]
[긴장한 숨소리]
(조이) 나리 [음산한 효과음]
[부스럭 소리가 들린다]
나리
나리
[긴장되는 효과음]
나리
[이언의 놀란 탄성] [익살스러운 효과음]
[조이의 힘주는 소리]
- 나리 - (이언) 어
오늘은 박도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언) 어, 어, 어
어, 그래
[유쾌한 음악]
[빨리 감기 효과음] [조이가 말한다]
그랬단 말이냐?
예, 그렇다고 합니다
(조이) 그럼 이만
[음산한 음악] (이언) 응? 아, 저…
[긴장되는 효과음]
[이언의 놀란 소리]
[음산한 효과음]
[익살스러운 효과음] 아니…
저런 것도 하네
[날렵한 효과음]
[야릇한 음악] [물소리가 들린다]
(구팔) 오늘은
[날렵한 효과음] 물레방아 헛간으로 오시랍니다
헛간? 실내? 끝
[육칠의 거친 탄성]
[익살스러운 음악]
(이언) 흠, 그래
[긴장한 숨소리]
[헛기침]
- (조이) 나리 - (이언) 어
[이언의 헛기침]
- 나 오늘 진짜 너… - (조이) 나리
[가쁜 숨소리] 박태서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박태서?
[흥미로운 음악] [조이가 말한다]
[빨리 감기 효과음]
[가쁜 숨소리]
[놀란 숨소리]
그랬단 말이냐?
예, 그렇다고 합니다
[한숨]
(조이) 그리고
[야릇한 음악]
[이언의 놀란 탄성]
[쪽 하는 효과음]
[쪽 하는 효과음]
[땡 하는 효과음] (조이) 어머머, 어머, 어머머
어머, 어머, 어머머, 어머 [이언의 신음]
[발랄한 음악]
[멋쩍은 숨소리]
아니, 흠, 그, 아무리 바쁘셔도 [이언의 의아한 소리]
매무새는 단정히 하셔야지요
아, 어, 그렇지
[이언의 어색한 숨소리]
아이, 뭐
(조이) 거적을 두르셔도
멋지시긴 하지만 [이언의 놀란 소리]
[조이의 수줍은 웃음] [이언의 신음]
아, 그럼 전 주문이 밀려서 이만
(이언) 응? 저, 저, 잠깐만…
(조이) 아, 바쁘다, 바빠
[이언의 아파하는 신음]
[아쉬운 숨소리]
[탄식]
오늘도 참 바, 바쁘구나
[한숨]
[헛기침]
[무거운 음악]
(이언) 박태서가 보이질 않습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것은 초오입니다
민간에서 약초로 알려져 있으나…
독성도 있지
이 초오를 대량으로 몰래 생산한 자가
박승의 서자 박태서입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태선) 설마 박승과 박태서가
세자 저하의 죽음에도 관련이 있다는 말인가?
그런 얘기는 함부로 꺼내는 게 아닐세
그때 저하를 치료하기 위한 임시 시약청을 꾸린 자가
영의정 박승이었습니다
(이언) 시약청이 생기고 치종의가 바뀌고
"세자 탕약 약방문, 초오"
갑자기 초오의 처방 횟수와 사용량이 지나치게 증가하였습니다
이것이 그저 단순한 우연이었겠습니까?
전 확신할 수 있습니다
그날
제가 본 치종의는
진짜 치종의가 아니었던 겝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분명
진짜 치종의는 따로 있었을 겝니다
국문이 개시되기 전까지
반드시 치종의와 관련된 증좌를 손에 넣고 귀청하겠습니다
믿고 기다려 주십시오
"광화문"
[새들이 지저귄다]
알아는 보셨습니까?
(익위사) 송구하오나
나리께서 그날 보았다는 가짜 치종의에 대한 기록은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었습니다
[한숨]
대신 사라진 진짜 치종의에 대해선 알아낸 것이 있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병오년생 경상도 출신으로 실력 있는 명의인지라
저하께서도 꽤 믿는 분이었다고 합니다
그 치종의는 세자 저하께서 훙서하시기 전
돌연 파직당한 뒤 궐에서 사라졌는데
[초조한 숨소리]
[중얼거린다]
아마도 엄청난 기록광이었던 것 같습니다
[용균이 중얼거린다]
(이언) 그렇다면 분명
저하에 관해서도 기록을 남겼을 겝니다
(익위사) 그랬겠지요
마지막으로 그 치종의를 본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중얼거린다]
(익위사) 괴상한 행동과 망상을 거듭하다 [소리친다]
어느 날 씻김굿을 한다며
삼각산에 있는 진인사라는 사찰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풍경이 딸랑거린다]
"진인사"
[무거운 음악] [새들이 지저귄다]
[가쁜 숨소리]
그럼
그 치종의가 아직 살아 있단 말입니까?
그런 듯합니다
[한숨]
(이언) 그렇다면 찾아야 합니다
국문이 시작하기 전에 반드시
그 치종의를 찾아야 합니다 그게 관건입니다
[거친 숨소리]
[긴장되는 음악]
[긴장되는 효과음]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긴장되는 효과음]
[거친 숨소리]
(이언) 이랴!
[기합]
(이언) 추국 전까지 반드시 찾아야 한다
[이언의 기합]
[말의 울음]
[구성진 가야금 연주]
[새들이 지저귄다]
(내관) 전하
전하
[왕이 가야금을 탁 친다]
아, 거참 가야금 한번 타기 어렵네
(왕) 에이
(내관) 송구하오나, 전하
옥사에 갇혀 있는 박승 대감이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해 대는 통에
저, 그게…
[무거운 음악]
(승) 전하
(왕) 진짜 치종의가 살아 있다니 그게 무슨 뜻이냐?
그게 무슨 뜻인지는
전하께서 더 잘 아실 테지요
[왕의 성난 숨소리]
감히 겁도 없이 과인을 농락하려 들다니
소신은 그저
저만 알고 있던 것을 전하께 알려 드린 것뿐이옵니다
(승) 혹여 세자가 독살되었다는
헛소문이 퍼질까 염려되어
그것도 부왕에 의해
[긴장되는 효과음]
하여 제가 필요할 것입니다
이역만리 타국에서
고생하다 귀국한 세자를 질투한 부왕이
아들을 독살했다는 헛소문을 지우시려면
저를 방면해 주시면
그때처럼 이번에도
전하의 용상을 지켜 드리지요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감이 고조되는 음악]
[무거운 음악]
[말종의 힘주는 소리]
[말종의 한숨]
[말종의 힘주는 소리]
(말종) 아이씨, 이거
어, 안 되겄어, 이거?
[말종의 힘주는 소리]
[말종의 아파하는 숨소리]
아유, 진짜!
[말종의 짜증 섞인 탄성]
염병 뒤지게 튼튼하게 지었네, 어?
백성들 세금 걷어 가지고 이거 짓는 데 다 쓴 겨
내가 그렇게 세곡을 해 처먹었는데도 그냥
나라 살림에 타격이 한 개도 없어
참
야
너는 뭐, 이렇게 얌전한 겨, 어?
뭐, 도 닦는 겨?
염병할 놈
너 지금 잠이 오냐, 어?
아니, 태서가 저, 산에서 내려올 터인디
태서까지 잡혀 오면 워떡해?
(태서) 말종이 데리고 먼저 가 있어
[무거운 음악] 갑비고차 도착하는 대로 한기 데리고 피신하고
말종이 말대로 곡두도 위험할 수 있으니까
부탁한다
(맹수) 무슨 소리야? 너도 같이 가야지
(태서) 먼저 가 있어
나 잠깐 누구 좀 만나고 갈 테니까
누구?
임금
(말종) 너 지금 잠이 오냐고, 자식아! [긴장되는 효과음]
너, 아따, 깜짝이야
갑자기 눈을 뜨면 워떡해? 애 떨어질 뻔했잖여
임금 얼굴을 바로 눈앞에서 볼 수 있는 방법
뭐?
태서가 한 말이
이거였어
아, 도대체 뭐라는 거여?
[한숨]
(말종) 아, 대체 태서가 뭐라고 했는데 이 지랄인 겨?
아, 설마
[한숨]
아, 지가 자초해서 여 국문장으로 잡혀 온다는 겨?
[한숨]
이런, 염병
하, 임금을 국문장에서 볼 생각을 한 겨?
미친놈
[밤새 울음]
[엽전이 짤랑댄다] [조이의 기분 좋은 탄성]
너무 좋아, 돈 소리
(비령) 조이 언니! 나 광순 언니랑 야시장 갔다 올게
어!
(광순) 비령이 델꼬 갔다 올게 [살짝 웃는다]
아유, 비령이 신났네, 신났어
(조이) 아! 누가 또 이렇게 잘 만들었을까, 어?
[흥얼거리며] 돈도 많고 주문도 많고
씁, 이거는
자, 이제 여기다 이렇게 놓고
이거는
비상금으로다가 내 가방에
[엽전을 잘그락 넣는다]
[가방을 부스럭 뒤적인다] 응?
[한숨]
보리 너도 같이 있었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밝은 음악]
조이 언니
(조이) 어
- 웬일이야? - (보리) 잉
나 머리 좀 빗겨 줘
[살짝 웃는다]
[빗을 탁 받는다] 앉아 봐
(조이) 오
맨날 부러진 빗만 쓰더니 새 빗이네
잉, 아까 어떤 아줌니가 줬어
아참, 그 아줌니가 언니 찾던디?
- (조이) 나를? - (보리) 잉
언니 집 알려 달래서 알려 줬는디 못 만났어?
그래?
오늘 찾아온 사람 없었는데?
씁, 이상하네
언니 고향 여울골에서 왔다고 혔는디
[조이가 보리를 탁 잡는다]
- 여울골? - (보리) 잉
언니랑 같은 동네 사람이라고 하던디?
아, 동네 사람
그냥 동네 사람이래?
잉, 그냥 동네 사람이라 혔어
동네 사람?
씁, 누구지?
[보리의 아파하는 탄성]
아파, 언니
아, 미안, 미안 [보리의 아파하는 신음]
(조이) 아, 그러니까 움직이지 마
움직이면 더 아프다니까
[보리가 살짝 웃는다]
언니가 이렇게 머리 빗겨 주니까 꼭 엄마 같어
(보리) 나가 엄마가 없어 봐 갖고
이런 게 엄마 같은 느낌인지는 모르겄지만
그 빗, 언니 햐
(조이) 네가 받은 건데 왜 날 줘?
어차피 언니가 빗겨 줄 건디 뭐 어땨?
그 빗 언니 거 햐 언니 좀 마음껏 부려 먹게
[살짝 웃는다]
[웃음]
그래
이왕 부려 먹는 거 마음껏 부려 먹어
매일매일 빗겨 줄 테니까
(보리) 잉
[한숨]
"화약 매매 문기"
[의미심장한 음악]
(조이) 나리
조심히 다녀오십시오
한데 그 장부는 무엇이냐?
아, 화약 거래 장부 같았습니다
화약?
참으로 질리는 놈들 아니냐
바다를 건너 갑비고차에까지 거래를 트다니
이 장부는 나중에 육칠이에게 주거라
장계와 함께 증거 자료로 올릴 터이니
[승율의 헛기침]
(승율) 안에 있니?
어!
(승율) 집 계약 문서 가지고 왔는데
[가방을 부스럭 정리한다]
[헛기침]
[헛기침하며] 아이고
참외가 이제 철이 지났나 봐 잘 없어
그래도 가지고 왔지
하, 나 진짜 김조이 말 잘 들어
[살짝 웃는다]
[승율의 힘주는 소리]
여기 계약 문서
어, 고, 고마워 [문서를 부스럭 집는다]
아, 그래도 한번 살펴봐 봐
으응, 알아서 잘했겠지
근데 얼굴이 왜 그래?
- 피곤해? - (조이) 어?
어, 어
[참외를 쓱쓱 깎는다]
넌 외지부니까 법에 대해 많이 알지?
응, 너보다야 많이 알겠지
(조이) 그럼 있잖아
국문이 열렸을 때 모든 증거가 다 있어야
죄인을 처벌할 수 있는 거지?
그렇지
(승율) 자백을 받기도 하지만
증거가 있으면 더 수월하고 확실하지
근데 혹시
그 범죄 증거 문서에
이름이 있으면 어떻게 돼?
[무거운 음악]
(승율) 응?
범죄를 저지른 건 아닌데 그런 건 절대 아닌데
(조이) 만약에, 만약에 누군가
그 증거 문서에 이름만 올라 있다면
그래도 처벌되는 거야?
씁, 아무래도 연루가 되어 있다는 거니까
처벌까진 몰라도
일단 잡혀가서 고문이나 형신 정도는 받겠지?
[승율이 칼을 탁 내려놓는다]
그런 게 왜 궁금한데?
(문지기) 지나가시오
이쪽으로 서시오
자, 지나가시오
"박태서, 차말종 지맹수, 강한기"
예, 지나가시오
그, 어, 지나가시오
거 어디서 오는 길이오?
갑비고차에서 왔소
(문지기) 갑비고차?
잠깐 이쪽 명부에 이름이랑 주소 하나 적고 가시오
무슨 이유로…
[문지기의 한숨]
흉악 범죄가 발생해서 연루자들 색출 중이오
(문지기) 여인이니까 해당 사항은 없겠지마는
충청, 경상, 갑비고차에서 오는 자들은 전부 기록 중이오
- (문지기) 자, 여기다가 쓰시고 - (덕봉) 예
(문지기) 거기 다음
어, 이쪽으로 서시고
자, 지나가시오
지나가시오, 서시고
(덕봉) 제가 글을 잘 몰라서 주소는 어찌 적는지 모르겠습니다
- (문지기) 가시오, 가시오 - (덕봉) 아, 예, 예
(문지기) 이쪽으로 서시고
어, 그 뒤에 서시고
이름이랑 주소 적으시오
[의미심장한 음악]
(승율) 아니 이걸 네가 갖고 있으면 어떡해?
(조이) 모, 모르겠어
[난감한 숨소리]
나 어떡해, 승율아?
어머니가 위험해지면 어떡해?
[조이와 승율의 한숨]
의금부에 넘겨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무서워
그러니까
어쩌다 암행어사와 엮이게 돼서 지금 이 사달이 났단 말이지?
(승율) [바닥을 탁탁 치며] 무려 암행어사
[한숨]
진작에 넘겼어야 했는데
하, 내가 약속을 어겼어
이럼 안 되는 거 정말 잘 알지만…
(승율) 하, 그래
너도 사람이고 딸인데 그럴 수밖에
그렇지만 이러면 너까지 공범이 돼
증거를 은닉하는 거니까
그리고 나리도 곤란해지겠지
그 어사 나리가 이미 장부 내용을 봤다면서
(승율) 그럼 이 장부가 없어도
이미 죄인들을 고문해서 자백받았을지도 몰라
그럼
어머니도 곧 체포가 될 수도 있다는 거네?
(승율) 하지만 네 말대로 죄를 짓지 않으셨다면 풀려나겠지
그 어사 나리가 공명정대한 분이라면서
조사를 통해서 무고함이 밝혀지면 [의미심장한 음악]
도와주시지 않을까?
(조이) 하지만
어머니께서 진짜 죄를 지으셨다면…
(승율) 가자
[승율의 힘주는 숨소리]
[승율의 한숨]
가자, 응?
[조이의 한숨]
나 못 하겠어, 못 가겠어
[의미심장한 음악]
[승율의 한숨]
이래서 법이 잔인한 거야 모순도 있고
[한숨] (승율) 삼강오륜이 중하다면서 어떨 땐
천륜을 저버리는 선택을 강요하고
[한숨]
그럼 오늘 밤에 충분히 생각을 좀 해 보고
마음 정해지면 언제든 불러 알았지?
(승율) 그리고 이것 좀 먹어, 응?
먹어야 힘을 내지
간다
[문이 탁 닫힌다]
[긴장되는 음악] [풀벌레 울음]
[긴장되는 효과음]
[덕봉의 힘주는 소리]
[덕봉과 벼루아짐의 가쁜 숨소리]
(덕봉) 미안하네
도성 내에 검문이 많아 돌아오느라 좀 늦었네
(벼루아짐) 아따, 늦을 수도 있제
찾았는가?
(벼루아짐) 친구 도움으로잉 어찌저찌 집은 구한 거 같드마
친구?
친구라는 놈이 사내더라고
(벼루아짐) 알아본께 그, 한양서 외지부 하는 놈이라던가
최승율이라고 혹시 알랑가?
아, 승율이
조이 소꿉동무일세 믿을 만한 녀석이고
아, 그랴?
고맙네, 알아보느라 애썼겠어
[멋쩍은 숨소리]
어미란 자가 구접스러워서 애먼 자네가 고생이구먼
(벼루아짐) 구접스럽긴 뭣이?
어미도 사람인디 살아야제
[벼루아짐이 코를 훌쩍인다]
언능 가쇼잉
애기 마음에
너무 오래 남을 가시는 박아 불덜 말고잉
[긴장되는 음악]
[밤새 울음] (태서) 어디 있어?
어디 있는지 말해
[용균의 거친 숨소리] 아직까지 목숨이 붙어 있는 거 보면
아직 유효하다는 거잖아, 그 약조
모릅니다
(태서) 당신이 보고 들은 모든 걸
평생 입 다물기로 하고 받은 대가 어디 있어, 어?
정말 모릅니다
[용균의 겁먹은 탄성] (태서) 어디다 숨겼냐고!
[옅은 신음]
[용균의 떨리는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용균의 신음]
(용균) 아, 안 돼, 안 됩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용균의 떨리는 숨소리]
아, 아, 안 됩니다
안 돼, 안 됩니다!
[흐느끼며] 안 됩니다
"약방 일기"
[의미심장한 효과음]
안 돼, 안 됩니다
안 돼
(승) 시약청이 신설된 이후 보고 들은 모든 것을 함구하고
동궁전에 탕약을 들이도록 협조하는 대가로
딸 라광순의 신변에
일체의 위협도 가하지 않을 것을 약조한다
"박승"
[의미심장한 효과음]
[용균의 신음]
[용균이 탁 쓰러진다]
[긴장되는 음악]
[말의 거친 숨소리]
(이언) 워
[긴장되는 효과음]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덕봉) 계십니까? 실례합니다
(조이) 누구세요?
[차분한 음악]
한번
안아 봐도 되겠니?
[조이의 흐느끼는 숨소리]
[조이가 흐느낀다]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한숨]
[풀벌레 울음]
[무거운 음악]
[이언의 기합]
[태서의 신음]
[힘겨운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이언의 거친 숨소리]
[날카로운 효과음]
어떻게 네가…
[비장한 음악]
[의미심장한 효과음]
(세자) 등에 종기가 좀 나서 말일세
(이언) 혹시 어떤 약재를 썼는지요?
(의관) 초오를 사용하였사옵니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강조되는 효과음]
[태서의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이언) 역시
네놈이 범인이었구나
네놈이 세자 저하를!
- (태서) 나는… - (이언) 닥치거라!
저하께서 돌아가시고 지난 1년 동안
내가 겪은 지옥을
네놈은 가늠하지도 못할 것이다
[이언의 한숨]
[떨리는 숨소리]
일어나라
이대로 널 죽여 버리면 성에 찰까 싶지만
그리하면
세자 저하께서 너무 원통하시지 않겠는가
[떨리는 숨소리]
(이언) 그리고
이렇게 누군가를 해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을 때
그 권력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게 내가 가진
사람으로서의
양심이다
(관군) 여기 있다, 부수찬 나리!
[관군들이 태서를 탁 잡는다]
끌고 가라
[흐느낀다]
[잔잔한 음악]
[조이가 연신 흐느낀다]
[덕봉이 조이를 토닥인다]
조선에 돌아와 보니 네가 시집을 갔더구나
(덕봉) 부유한 중인 집안이라지?
돌아오셨단 얘기를 듣고 찾아뵈려고 했는데
못 갔습니다
어차피 찾아왔어도 만나지 못했을 게다
바로
쫓겨났으니까
죄송해요
(덕봉) 네가 죄송할 게 무에 있어?
시절을 잘못 만난 탓이지
[살짝 웃는다]
그래도
그래도 한 번쯤은 절 찾아와 주실 줄 알았어요
(조이) 비록 저는 못 갔지만
그래도 기다렸습니다
어머니를
어리석긴
저 살자고 도망친 어미한테 그런 걸 기대하다니
알아요
피치 못할 사정이 있으셨겠죠
상관없습니다
개화골은 왜 떠났고?
아
[헛기침]
사실 얼마 전에 기별했습니다
잘됐구나
잘됐다고요?
애초에 원해서 한 혼인도 아니었겠지
그럼 이대로 혼자 살아도 된단 말씀이에요?
(덕봉) 아무렴, 뜻대로 하거라
[안도하는 숨소리]
홀로 서는 법을 배우는 게 생의 목적임을
너도 알아야지
하여간 이제 서로 생사를 알았으니 되었다 [차분한 음악]
지난 9년간 너도 고단했겠지만
나는 생존이 우선이었다
이렇게 네 앞에 살아 있기 위해 노력했고
그걸 알아줬으면 해
어찌 그걸 모르겠어요?
어머니께서 돌아와 주셔서 감사할 뿐인데
[의미심장한 효과음]
그러니 앞으로도 나를 놓고 살아갔으면 한다
나는 더 이상 너의 어미만으로 살아갈 수 없는 몸이다
사실 이제는 누구를 위해서도 살고 싶지 않고
온전히 홀로 되고 싶은 마음뿐이야
어머니
(덕봉) 너는 성인이니 내가 염려할 것도 없고
그야 물론이에요
저도 어머니를 도와 제 밥벌이를…
나는 머물지 않겠다는 이야기니라
무슨 말씀이세요?
어미로서의 도리도 여기까지라고 생각했으면 하고
왜, 왜, 왜요?
혹시 몸이 편찮으신 거예요?
(조이) 아니면 무슨 사정이라도 있으세요?
제가 다 이해할 테니 말씀해 주세요
덕봉이란 이름도, 과거도 다 버리고 살겠다는 뜻이니라
(조이) 왜요?
터럭손으로 사시게요?
[긴장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의금부에서 이걸 찾고 있어요
그게 무엇이길래?
(조이) 여기 이 나비 무늬
어머니 표식이잖아요
이건 의금부에 잡혀간 죄인들이 염초를 거래한 장부인데
여기에 왜 어머니 표식이 있는 건데요?
그자들과 무슨 관계가 있길래요?
갑비고차에서는 왜 그런 흉흉한 일을 하시고요?
도대체 어머니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데요?
살아남는 중이니라
알겠느냐?
나도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하는 것이다
그러니 너도 정신 차리고 네 앞길에나 충실하면 그만일 터
그 장부니 하는 것도 의금부에서 찾고 있으면
당장 갖다주면 될 것이 아니냐?
그랬다가 어머니도 수사 대상에 오르면요?
(덕봉) 내가 왜?
거기에 내 이름이라도 있더냐?
나비 수결 따위가 무슨 근거가 된다고
그 중요한 증좌를 네가 갖고 있는 것이야?
너야말로 의금부에 끌려가 경이라도 치고 싶은 게야?
그건 제 질문에 대한 답이 아닙니다
(조이) 그 범죄자들과 함께
범죄를 저지르셨는지를 여쭈었습니다
[울먹이며] 이름은 없어도
이게 어머니인 것은…
저는 아니까요
제가 아니까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면
나를 위해 너도 범죄를 저지르든가
아니면 너를 위해 정의를 지키든가
선택하면 될 일이다
거기서부터 너의 홀로서기를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구나
[흐느낀다]
[조이의 울음]
[차분한 음악]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숨소리]
(덕봉) 이보시오
여기가 개화골이 맞소?
- (남자1) 그렇쥬 - (덕봉) 혹시
김조이라고 이 마을로 시집온 처녀를 아시오?
(남자1) 아, 시집을 왔으면 서방 이름을 대야 알지
일개 외간 처녀의 이름을 어쩌케 안대유?
[남자1의 어이없는 숨소리] [남자1의 헛기침]
(보리) 지가 알아유
[잔잔한 음악]
조이 언니는 지가 잘 아는디
아줌니는 어쩐 일로 울 언니를 찾아오셨대유?
'울 언니'?
나는 조이의…
여울골 마을에서 심부름을 온 사람일세
언니 고향이유?
(보리) 어쩐대?
울 언니가 을매나 좋아할까
가만있어 보자, 어찍하남?
아, 지가 지금 장사하러 가는 길인디
아, 지금 이게 중요한 게 아니지
지가 지금 당장 뫼시고 가서…
(덕봉) 괜찮네
어딘지만 알려 주면 혼자 가겠네
아이고, 그라믄
(보리) 저짝으로 줄곧 가셔서유
냇가가 나오면 오른쪽, 오른쪽으로
열 걸음, 열 걸음 정도 가시면 큰 할아범 나무가 나오는디
그짝에서
세 번째, 세 번째 집이네유 세 번째유
고맙네
나중에 조이 언니에게 댕기를 땋아 달라고 부탁해 보게
솜씨가 좋거든
[살짝 웃는다]
(보리) 조심히 가셔유
[놀란 숨소리]
아…
세 번째 집
(팥순) 시방 뭐라는 겨, 어?
나보고 다 식은 걸 먹으라고?
[조이의 한숨]
(조이) 실은
친정어머니가 집으로 돌아오셨다는 소식이 들려서요
가서 잠깐이라도 얼굴 뵙고 오려고요, 어머니
(팥순) [헛웃음 치며] 뭐여?
청나라 끌려갔다 온 게 뭔 자랑이라고
시방 조용히 죽어 지내도 모자랄 판에
동네방네 소문낼 일 있냐? [차분한 음악]
'동네 사람들!'
'나 청국 끌려갔다가 왔슈!' 이러게?
저희 어머니 죄인 아니에요
(조이) 정작 부끄러운 건 가족을 지키지 못한 저희들이지
끌려간 어머니가 아니에요
(팥순) 뻔뻔스럽기는 지 어미를 똑 닮아 가지고
[팥순의 짜증 섞인 숨소리]
암튼 난, 아유, 지금은 막
아유, 밥 생각 없으니까 낸중에 다시 차려 와!
어휴!
(조이) 다 차려 놨으니까 시장하실 때 밥 퍼 드세요!
(팥순) 뭐, 뭐, '밥 퍼'? '밥을 퍼'?
아이고
아이고, 추한아!
저것이 시어미 밥 굶긴다!
추한아!
(조이) 나빴어, 진짜
어떻게 그런 말씀을 하셔?
내가 별별 시집살이 다 참았어도 어머니 욕을 하는 건 못 참아
청국에 누가 가고 싶어서 갔어?
전쟁에 진 게 나라 탓이지 왜 여인들 탓인데?
왜 세상만사가 다 여인들 탓인데?
[한숨]
[새들이 지저귄다]
[옅은 한숨] [발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음악]
(구팔) 옴마, 우리 나리가 드디어 잡았다는 거 아닙니까?
형님, 이놈 저, 왜, 그놈
(육칠) 야, 이 빌어먹을 놈아
네놈 때문에 우리가
나리 제사 치를 뻔했다 이놈아, 어? [구팔이 만류한다]
천하의 나쁜 놈
(구팔) 아유, 형님, 됐어요, 됐어 이놈 이제 죽었어
[육칠의 헛기침] 자, 저 나리가 저희 나리입니다, 저희 나리
홍문관 부수찬
나주 라씨 라이언 나리! 예?
저기 우리 나리예요, 우리 나리
[구팔의 헛기침]
[풀벌레 울음]
[당찬 음악]
(구팔) 동네 사람들!
우리 나리가, 라이언 나리가!
대역적 놈을 추포했습니다!
(육칠) 우리 나리가 역적을 잡았습니다, 여러분!
(남자2) 어, 저놈이네, 저, 저, 어
(남자3) 아이고, 저, 저, 저 도적에 살인에 [남자2가 호응한다]
살다 살다 저런 악질범 새끼는 난 난생 또 처음 보네, 또, 어?
(남자2) 오죽했으면은 어명이 떨어졌으려고
저런 놈들은 참수형을 시켜야 돼
(남자3) 아, 당연하지
모가지를 그냥 댕강 날려야 한다니까
(남자2) 이 천하의 나쁜 놈아, 응?
- (남자2) 아유 - (남자3) 참으시오, 응?
- (남자2) 에이, 퉤 - (남자3) 참아
(남자2) 저런 대역죄인은 맞아도 싸지
얼마나 나쁜 짓을 하고 살았겠나 죽어도 싸지, 암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이언) 화약 거래 장부가 있었는데
[이언이 책을 뒤적인다]
[흥미진진한 음악]
(조이)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여자12) 곡두상단이 지금 초토화되고 있대요
(바회) 우리의 이름이 들어간 장부가 안 보입니다
(이언) 이것이 과연 궐의 도움 없이 가능했겠습니까?
(구팔) 나리, 우리가 금방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셔요
(이언) 필시 약방 일기에는 무언가가 있을 것입니다
(승) 내가 도망을 갔는가 숨기를 했는가? [맹수의 기합]
버젓이 네 눈앞에 있는데
(조이) 진실이 무엇이든 저는 완전한 답을 알고 싶습니다
(태선) 죄인을 형틀에 묶고 국문하라!
.어사와 조이 ↲
.영화 & 드라마 대본 ↲
No comments:
Post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