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와 조이 12
(태선) 박태서가 가짜 치종의였다니
확실한 건가?
(이언) 예
그날 제가 본 치종의 손목에 있던 흉터
[한숨 쉬며] 그 흉터가
박태서의 손목에 있었습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박승이 세자 저하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게
정녕 사실이었다니
(태선) 박승이 왜?
무슨 연유로 그런 무서운 짓을 했단 말인가?
(이언) 이것은 박태서가 가지고 있던 약방 일기입니다
시약청에 있었던 모든 일들이 촘촘히 기록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그저 기록에 불과할 뿐
어디에도 정확히 박승을 지목한 대목은 없네
(태선) 이 정도로는 박승이
세자 저하를 독살했다는 걸 증명할 수가 없어
게다가 치종의가 사망한 상황에서는 더더욱
(이언) 이것이 그저 단순한 약방 일기라면
[긴장되는 음악] 박태서가 도주 중 구태여 진인사까지 찾아가
이걸 손에 넣으려고 한 이유가 있겠습니까?
[흥미로운 음악]
박승은 서자인 박태서를 이용해
충청도 지방 세곡은 물론
충청도 관리들과 버젓이 손을 잡고 불법 이익을 내고 있었습니다
충청도로 감찰 나온 어사들을 거침없이 살해했고
궐로 들어오는 모든 장계와 보고를 막고 있었습니다
이것이 과연
궐의 도움 없이 가능했겠습니까?
[긴장되는 효과음]
박승은 저하를 독살하는 조건으로
누군가로부터
충청도를 받은 것입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자네 설마…
이 모든 사건은 거기서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언) 치부책은 비록 뒷장이 타 버렸지만 [조이가 입바람을 후후 분다]
세곡을 빼돌린 정황을 증명할 수 있습니다
(구팔) 나리, 나리, 나리, 장부!
(이언) 그리고 소양상단과 산채에서 확보한 거래 장부들로는 [구팔과 조이가 말한다]
충청도 관리들과 결탁했다는 걸 밝혀낼 수 있습니다
(광순) 이거는 노비 거래 장부다
아주 관리들이랑 짜고 할 수 있는 나쁜 짓은 다 했네요
(이언) 박태서는
불법으로 광산을 운영하며 은을 생산해 왔고
그곳에서 초오를 불법 재배 하고 있었습니다
[석기의 신음] 거기에 박도수는
해운판관 홍석기를 살해했습니다
[이언의 기합]
"약방 일기"
(이언) 필시 약방 일기에는
무언가가 있을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박승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국문을 통해 어떻게 해서든 밝혀내야 합니다
(태선) 충분히 타당한 추측이네
[무거운 음악]
하지만 그러기에는 사안이 너무 커
자칫 잘못 건드렸다가는
오히려 우리가 다칠 수 있네
정확히 수사해야 합니다
너무 위험하네
박승 뒤에 자네와 내가 생각하는
그 누군가가 있다면 특히나 더
대제학 영감
(태선) 일단 이번 국문에서는
세자 저하 문제는 건드리지 마세
자네 마음 급한 건 충분히 이해하네
하지만 지금은 박승을 잡아넣는 것에만 집중해야 돼
일단 박승의 권력부터 빼앗은 다음에
그다음에 시작해야 돼
그래야만 승산 있어
이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세
[한숨]
[무거운 음악] [새들이 지저귄다]
[다가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효과음]
"출문 팔백 냥"
[익위사가 종이를 부스럭댄다]
염치없지만
이번까지만 받겠습니다
이번까지라니?
후원자께서는 후원을 멈추실 생각이 없으시네
압니다
(익위사) 혹 후원금이 부족한 거라면
말씀을 드려 볼 수도 있네만
그분이 후원해 주신 덕분에
갈 곳 없던 저희들이 꼬리섬에 모여
살아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덕봉) 그분 덕에 용기를 얻어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살아남아
이제 스스로 농사를 짓고 가축을 키우고
돈을 벌며 자립은 하였으나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대부분 쫓겨났거나 부모가 없거나 도망친 자들이기에
조선의 백성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호구 대장에 이름이 없어
혹여 누가 아파 의원을 찾아가면
문전 박대 당하기 일쑤고
몇 배씩 값을 더 쳐줘도 약을 구하기 힘든 실정입니다
무엇보다 언제 관원들이 급습해
마을을 해산시킬지 몰라
늘 두려움에 떨며 살아야 하지요
하여 떠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떠나다니?
(덕봉) 세상에는 조선 말고도
다른 나라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끔 갑비고차 바닷가에
이양인의 배가 들어오는 것도 보았고요
이양인의 배를 탈 수 있는 자금이 확보되는 대로
아이들과 여인들을 데리고 조선을 떠날까 합니다
꼭 그리해야겠는가?
(덕봉) 그래서 말인데
떠나기 전에 그분을 꼭 한번 뵙고 싶습니다
만나서 감사의 인사를 직접 드리고 싶은데
혹 어디 사시는 누구신지
알려 줄 수 있으신지요?
미안하네
난 그저 심부름꾼일 뿐
그분에 대해선 언급할 수가 없네
[무거운 음악]
(말종) 너, 너, 너, 너 태서, 태서 아니여?
[울먹이며] 야, 야 태서야, 태서야
태서야, 태서야, 아유
[흐느끼며] 태서야
[말종의 다급한 숨소리]
너 진짜 니 발로 잡혀 온 겨? 응?
(태서) 너희들 빠져나가지 못한 거냐?
[말종의 멋쩍은 숨소리]
(말종) 미안하게 됐다
맹수 이 새끼가 신발 산다고 꾸물거리는 바람에
국수를 세 그릇이나 처먹은 게 누군데
(말종) 니가 늦으니까 내가 한 그릇씩 더 처먹은 거 아니여?
[태서의 거친 숨소리] (태서) 이런 멍청한…
[한숨]
한기는?
[한숨]
(맹수) 모르겠다
[한숨]
곡두라고 성할 리가 있겄어?
[한숨]
"갑비고차"
[사람들이 두런거린다]
(여자) 형님! 형님!
[여자의 가쁜 숨소리]
(덕봉) 무슨 일인가?
왜 이렇게 숨이 넘어가?
형님, 강한기
강한기네 곡두상단이 지금 초토화되고 있대요
[긴장되는 음악] 초토화되고 있다니?
아니, 육지에서 관군들이 들어왔는데
(여자) 곡두상단에 있는 물건이며 사람이며
닥치는 대로 싹 다 끌고 가고 있대요!
[긴장되는 효과음]
- (바회) 형님! - (덕봉) 어
(덕봉) 무슨 일인가?
물건들은?
(바회) 일단 강한기가 불법으로 빼돌린
진상품과 교역 물품은 다 털어 갔습니다
[놀란 숨소리]
하지만
[작은 목소리로] 염초나 무기에 관해서는
모르는 거 같았습니다
그런데 우리의 이름이 들어간 장부가 안 보입니다
(조이) 터럭손으로 사시게요?
의금부에서 이걸 찾고 있어요
여기 이 나비 무늬
어머니 표식이잖아요
강한기는?
강한기도 잡혀갔는가?
[덜커덕 소리가 난다]
[새들이 지저귄다]
"화약 매매 문기"
[차분한 음악]
(조이) 여기 왜 어머니 표식이 있는 건데요?
도대체 어머니께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데요?
(덕봉) 그것이 마음에 걸린다면
나를 위해 너도 범죄를 저지르든가
아니면 너를 위해 정의를 지키든가
선택하면 될 일이다
[탁 울리는 효과음]
[무거운 음악] (맹수) 설마 우리 때문에 계획이 틀어진 거냐?
아, 계획이 뭔디, 응?
야, 태서야, 너
여기 일부러 잡혀 온 거여? 진짜로?
알면 닥쳐
그럴까?
씁, 야, 우덜 신경 쓰지 말고 그냥 너 하려던 거 햐
여기는 의금부야
네가 들락거리던 관아 나부랭이하고는 다르다고
그렇지
[맹수의 한숨]
지금쯤 박승을 지옥으로 보낼 수 있었어
너희들이 멍청하게 잡혀 오지만 않았어도
[맹수의 한숨]
[의미심장한 효과음]
(맹수) 너 정말 그걸 들고 자폭할 생각이었냐?
내가 혼자였으면 자폭이든 자복이든
자결이든 뭐든 해서
(태서) 이걸로 박승을 끝장냈을 거야
아, 그런 게 있으면 이야기를 해 줘야지, 섭섭하게
우리가 위험해질까 봐 그런 거잖아, 모르겠어?
참, 넌 왜 이렇게 꼬였냐, 어?
(말종) 말끝마다 그냥 왜 그러는 겨?
[무거운 음악] [태서의 한숨]
(태서) 내 말 잘 들어
너희 둘은 내가 다 시켜서 했다고 무조건 발뺌을 하고
어떻게 해서든 살아서 궐을 빠져나가
형벌은 면하지 못하겠지만
내가 시켜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자복을 하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거야
그럼 넌?
너희들이 형을 받고 국문장을 나가면
내 국문이 시작될 거다
(태서) 그때 이걸로 박승을 고발하면 돼
야, 암만 그려도 저, 어찌케 너만 두고 그랴?
너희들 목숨까지 걸고 도박을 할 순 없어
(태서) 그러니까 제발
닥치고 살아서 빠져나가 달라고
[맹수의 한숨]
(말종) 아휴
쯧, 그랴, 응
알았응께, 응?
아, 내가 해 볼 테니께
나 여, 연기 하면 또 잘하잖여, 어?
그랴 [말종이 훌쩍인다]
(태서) 맹수, 너도
(맹수) 알았다
[한숨]
[뒤적이는 소리가 난다]
화약 거래 장부가 왜 빠졌지?
이 장부는 나중에 육칠이에게 주거라
장계와 함께 증거 자료로 올릴 터이니
아, 예, 알겠습니다
(이언) 대제학 영감
빠뜨린 자료가 하나 있어 찾아오겠습니다
그리하게
(태선) 간 김에
눈 좀 붙이고 좀 쉬었다 오게
국문이 내일로 미뤄졌다고 하니
미뤄졌다니요?
강한기를 잡으러 갑비고차에 간 관군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은 모양이야
(이언) 아
너무 걱정하지 말고 좀 쉬었다 오게
그럼 그리하겠습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탁탁 찧는 소리가 난다]
[울먹인다]
나리
[도마질 소리]
나리
우리가 금방 갈 테니까 조금만 기다리셔요
[유쾌한 음악]
조선인의 힘은 역시 마늘이지
아, 그럼요
(구팔) 이 마늘이랑 파가 없으면은 그게 어디 조선 음식이래요?
아이, 왜 이렇게 울어, 근데?
[익살스러운 효과음] [육칠의 놀란 숨소리]
- 아이씨, 내 눈, 내 눈! - (구팔) 아!
아, 미안, 미안, 미안, 미안
나 실명한다, 어? 나 실명해 [구팔이 난감해한다]
나 죽는 거 아니냐?
- (구팔) 아이고 - (육칠) 씨, 나
(육칠) 뭐라도 먹어야 될 거 같아
(구팔) 어?
(육칠) 내 눈이 너 때문에 실명을 할 거 같아
[긴장되는 효과음]
실명 안 했거든요
[육칠이 콜록댄다]
이 많은 재료 중에
(구팔) 아주 고기만 정확히 집어서 처먹고 있어, 이씨
고기가 제대로 삶아졌네, 응?
야, 우리가 그래도
나리 밑에서 요리 실력은 일취월장했어, 응?
아유, 그럼요, 그 된장 좀
네
[그릇을 탁 집는다] (육칠) 응?
네가 나한테 뭔데 명령을 하냐?
- 소금 - (육칠) 예
[육칠의 헛웃음]
(육칠) 아, 네가 뭔데 나한테 명령을 하냐고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 간이 됐나? - (육칠) 아, 왜 명…
[발랄한 음악] 짜, 짜, 짜!
(구팔) 짜긴 뭐가 짜?
짜, 이씨!
큰일 났네, 이거 나 고기 다 넣었는데
아유, 우리 나리 짠 음식 질색하시는데
아유, 씨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익살스러운 효과음] 그럼 그냥 우리가 먹자
[발랄한 음악] 그럽시다, 그럼
나 원래 짜게 먹는데, 뭐
(육칠) 나도 [구팔의 웃음]
(구팔) 짜게 먹어야 맛있지
(육칠) 밥도 많이 먹지
[구팔과 육칠의 웃음]
[육칠이 흥얼거린다]
- (구팔) 제대로 드시네, 아주 - (육칠) 아
[육칠의 애교 섞인 탄성] (구팔) 음? 음
[육칠의 애교 섞인 소리]
[구팔의 탄성]
[구팔과 육칠의 만족스러운 소리]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육칠이 흥얼거린다]
(구팔) 안 사요!
옆집 가서 팔아 보든가
(육칠) 그렇지 옆집이 훨씬 부자지
우리 집 나리는 워낙 좀생이라
- (구팔) 응, 응 - 가셔, 가셔
[익살스러운 음악]
(이언) 그랬군요
[익살스러운 효과음]
이 집 나리가 워낙 좀생이라
고작 반찬을 고기로 드십니까?
[구팔이 꿀꺽 삼킨다]
쯧
(구팔) 아, 나리, 언제 오셨대요?
버는 사람 따로 있고 쓰는 사람 따로 있고, 쯧쯧
(구팔) 아, 그게
우리 고생하시는 나리 좀 갖다드린다고 만들다가
간이 너무 짜게 돼 가지고…
[육칠이 살짝 웃는다]
(육칠) 일은 어떻게 되어 가십니까?
아이, 보나 마나 우리 나리 완벽하시겠지, 뭐, 그렇지?
(구팔) 아이, 뭐, 박태서까지 잡아 처넣었으면은 끝났지
- (구팔) 그렇죠, 어? - (육칠) 그렇지!
너는 그나저나
(이언) 산채에서 받은 화약 거래 장부 좀 가지고 오너라
너는 그걸 받았으면 나에게 진작 가지고 오질 않고
안 받았는데요?
안 받았다니?
산채에서 받은 화약 거래 장부 말이다
(구팔) 나리, 그거 조이 누님한테 있지 않습니까?
그 녀석이 아직도 안 줬단 말이냐?
예
[무거운 음악]
[육칠의 힘주는 소리]
오장동이라 했느냐?
아, 가 보시려고요?
[중얼거리며] 거기 광순 누님도 있는데
빈손으로 가실 건 아니죠?
그럴 여유가 없다, 앞장서거라 [문이 탁 열린다]
(육칠) 아…
(구팔) 어?
나리
[차분한 음악]
안색이 왜 이렇게 창백한 게냐?
나리, 송구합니다
(조이) 진작 드렸어야 하는 것을 잘못된 선택을 했습니다
이유는 밝힐 수 없지만
이 장부를 태우려고 했습니다
정말 송구합니다
송구하긴
지금 가져가면 딱 알맞으니 염려 말거라
나리
진실이 무엇이든
명확하게 수사하여 주십시오
(조이) 저는 완전한 답을 알고 싶습니다
그래, 최선을 다하마
[반짝이는 효과음]
밥은 먹었느냐?
괜찮습니다
[살짝 웃는다]
(이언) 저것들을 해결해야 돼서
[유쾌한 음악]
- (이언) 육칠아, 구팔아 - (구팔) 예
준비해 오거라
- (육칠) 네 - (구팔) 네
[도마질 소리가 난다]
- (이언) 찾았느냐? - 아니요
[조이가 뚜껑을 잘그락 여닫는다]
[이언이 뚜껑을 잘그락 여닫는다]
[옅은 헛기침]
[도마질 소리] (이언) 아!
(조이) 왜요, 왜요? 왜, 왜, 왜, 왜?
[조이의 놀란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멋쩍은 헛기침]
[조이의 놀란 탄성]
[이언이 조이를 탁 잡는다]
[조이의 탄성]
[발랄한 음악] (조이) 아이, 아이
[푸푸거리며] 이러시면 안 되죠
[조이와 이언의 웃음]
[이언의 웃음]
[흐뭇한 숨소리]
나리
(조이) 진짜 너무하십니다
[웃음]
[픽 웃는다]
(조이) 잠깐만요 잠깐, 잠깐, 잠깐
그, 보리네 짜글이를 먹고 싶다고 하셨지요?
[살짝 웃는다]
그랬었지
실은 그 짜글이 비법
제가 보리에게 전수해 준 것입니다
참말이냐?
혹시 집에 마자기 있습니까?
[발랄한 음악]
(이언) 자고로 이런 것은 사내가 하는 것이다
이리 내거라
그때 산적한테 잡혔을 때
기억 안 나십니까?
[조이의 웃음]
앉아서 기다리십시오, 금방 됩니다
[이언의 한숨] [조이가 달그락거린다]
[이언의 탄성]
[조르르 소리가 난다]
짜잔
(이언) 이것이 보리네 짜글이 특제 양념
[빨리 감기 효과음] 여기서 오십여 리만 더 가면 충청도 최고 별미라는
보리네 짜글이집이 있단 말이다
그 집은 고추를 말려 가루를 내어 만든
특제 다진 양념으로 국물을 낸다고 하니
그 맛이 궁금하지 않으냐?
한양에서 보리네 짜글이를 먹을 수 있다니
이건 엄청난 일이 아니냐?
이게 그리도 기쁘십니까?
내게도 이 비법을 알려 다오
싫습니다
[조이가 달그락거린다]
[이언의 헛기침]
나중에 짜글이집을 하게 될지도 모른단 말입니다
[부드러운 효과음]
[밝은 음악]
가르쳐 다오
[멋쩍은 숨소리]
남의 비법을 맨입으로 취하시려는 겁니까?
안 됩니다
가르쳐 주기 싫으면
매일 네가 우리 집에 와서 짜글이를 해 주면 되겠구나
(조이) 예?
난 퇴청할 때마다
네가 우리 집에 있었으면 좋겠단 말이다
(이언) 아
그, 그…
[이언의 멋쩍은 숨소리]
[조이가 그릇을 달그락댄다]
[밤새 울음]
[밝은 음악]
[이언이 뚜껑을 탁 내려놓는다]
(조이) 음!
정말 맛이 특이합니다
한 번도 먹어 보지 못한 맛인데
이상하게 한번 먹으면 계속 먹게 되는 그런 맛이랄까
나리께서는 어떻게 이런 요리를 하게 되셨습니까?
[멋쩍은 웃음]
나에겐
입맛이 까다로운 형님이 한 분 계셨더랬다
(이언) 입맛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12첩 반상도 싫다 하셨지
[살짝 웃는다]
[살짝 웃는다]
나리도 어서 드셔 보십시오
그래
(이언) 음
깔끔하고 텁텁하지 않으면서도 짙은 맛이로구나
너는 국물을 어떻게 이렇게 만들 생각을 하였느냐?
어릴 때 어머니가 자주 해 주시던 음식입니다
어머니는 참 손이 고왔더랬지요
그런데…
(조이) 아
국물에 밥 한 그릇 뚝딱 비벼 드십시오
속이 든든해야 일도 거뜬하게 할 수 있습니다
그래, 너도 어서 먹거라
(이언) 속이 헛헛하면 마음도 허전한 법
한 끼를 먹어도 맛있게 먹어야 행복한 법이니라
[무거운 음악]
염초는 뒷산 헛간에
(덕봉) 조총은 모래 해변에 묻어 두고
우리 쪽 장부도 필요한 거만 남기고 모두 태우게
(바회) 예
(여자) 우리한테도 들이닥치면 어쩝니까, 예?
이제 우리 어떻게 합니까?
경망스러운 말 말고
여인들하고 밥 지어 먹고 평소처럼 지내면 되네
꼬리섬은 무슨 수를 써서든 지킬 테니까
[문이 끼익 열린다]
[한기가 물을 후룩 마신다]
[한기의 거친 숨소리]
아까 내게 한 말 다시 해 보게
이양선을 탈 수 있게 주선해 드리지요
(한기) 이양선을 타려면
단순히 뱃삯만으로는 안 될 것입니다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조이) 와
[조이가 살짝 웃는다]
어?
나리, 저기 서쪽 하늘에 [잔잔한 음악]
좀생이별 보이십니까?
(이언) 음
좀생이별
저걸 말하는 것이냐?
아이
저긴 북쪽 하늘 국자별이고요
아, 북쪽이로구나
저기, 저기
[이언이 살짝 웃는다]
(이언) 저기 저 별이로구나
아이고, 저건 닻별입니다
닻별, 어
(조이) 저기
(이언) 어, 요 별
요거로구나
아이, 저건 개밥바라기잖아요
개밥바라기라고?
(이언) 그럼 저 별인 것이냐?
(조이) 저 별이 뭔데요?
(이언) 저 개밥바라기 옆에 있는 별 말이다
(조이) 개밥바라기 옆에 있는 별이 뭔데요?
(이언) 저거 안 보이느냐?
(조이) 저건 달입니다
[무거운 음악]
(태선) 나장은 죄인을 형틀에 묶고 국문하라!
(도수) 영, 영상 대감을 좀 불러 주시오
내, 내 그분의 하나뿐인 아들이오
영상 대감, 말이라도 좀…
[도수의 겁먹은 소리]
영상, 영상 대감 말이라도 좀…
(왕) 몽두를 벗기거라
(도수) 영, 영상 대감을 좀 불러 주시오
[겁먹은 숨소리]
[도수의 놀란 소리]
- (도수) 어? 저, 저, 저, 전하! - (말종) 저, 전하
(도수) 전하! 전하!
[관원1이 도수를 탁 때린다] [도수의 놀란 소리]
(관원1) 무엄하다!
어디 감히 고개를 드느냐?
[도수의 겁먹은 숨소리]
죄인 박승은 어디 있는가?
- 대제학 - (태선) 예, 전하
죄인 중에 여인이 있다 하지 않았소?
(태선) 송구하오나
갑비고차의 곡두상단을 샅샅이 수색을 하였으나
강한기를 찾지 못하였다고 합니다
(왕) 여인 하나 추포해 오지 못해 국문에 차질을 빚다니
[왕이 혀를 쯧쯧 찬다]
추국을 시작하라
[무거운 음악]
(이언) 박태서, 차말종 지맹수, 박도수
절도와 강도는 물론
인신을 납치 매매하고
진상품과 세곡을 약탈해 궁의 재물을 도적질하고
강상을 어지럽혔으며 살인의 대죄까지 저지른
정범들을 체포하였음을 아뢰옵니다
죄를 시인하고 공초하겠는가?
[겁먹은 숨소리]
차말종부터 형문할 것이다
소인을 왜…
대감, 영감, 전하!
(말종) 소인은!
[말종의 비명]
[나장1이 말종을 퍽퍽 때린다] [말종의 비명]
- (태선) 서른 대를 쳐라 - (나장1) 예
(말종) 아, 저, 아, 잘못혔습니다 [나장1이 말종을 연신 때린다]
아! 잘못혔습니다! 소인이 잘못혔습니다
살려 주십시오
무슨 잘못을 했단 말인가?
(이언) 죄목을 상세하게 고해야 할 것이다
(말종) 아, 그, 그
귀한 진상품을 빼돌리고
천하의 대역죄를 지었습니다
[말종의 거친 숨소리] (이언) 대역죄라면
소양상단의 객주로 충청 감영에 뇌물을 주며
양민들을 납치, 학대하여 노비로 삼고
감찰 나간 어사들을 살해하고!
박태서와 공모하여 불법으로 광물을 캐고
도적과 약탈을 일삼은
그런 대역죄 말인가?
(말종) 예?
아닙니다, 아닙니다! [나장1이 말종을 때린다]
아이, 전!
저는 그런 것까지는 모르겄고
재물이 탐나 가지고 그냥 호의호식했을 뿐…
증거가 있는데도 감히 거짓을 고하는가!
[나장1의 힘주는 소리] [말종의 신음]
[나장1이 말종을 연신 때린다]
사, 살려 주십시오!
[말종의 거친 숨소리]
별 같잖지도 않은 양반집에 태어나 가지고
꼴에 양반집이고
(말종) 지는 서자라고 쫓겨나 살다가
처지가 같은 동무들끼리 만나 가지고 입에 풀칠이나 하려고
이런 망나니짓을 혔습니다!
- 쳐라! - (나장1) 예
[말종이 울먹인다]
[나장1이 말종을 때린다] [비명]
그 모든 것은!
[말종이 흐느낀다]
(말종) 태서가
태서가 시켰고!
[긴장되는 음악] [말종이 흐느낀다]
[거친 신음]
그리고 저 박도수라는 놈은
해운판관 홍석기를 죽였습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도수의 놀란 숨소리]
네, 네놈이!
(도수) 너 같은 상것이 날 언제 봤다고 입을 놀려?
전하! 전하!
사실이 아니옵니다!
저는 오늘 이놈, 이놈들을 처음 보았고
무슨 천인공노할 짓거리를 하였는지
이제야 알았습니다
다들 조용히 하라!
(도수) 저, 저 영상 대감을 불러 주십시오
전하! 전하! [한숨]
소인은 결단코 무고합니다
[도수가 흐느낀다]
박도수는
해운판관 홍석기를 죽인 게 사실인가?
[울먹이며] 아, 아닙니다
제가 죽이지 않았습니다
증인을 대령하라!
[긴장되는 효과음]
[놀란 숨소리]
[긴장되는 효과음]
(비령) 소인이
박도수가 해운판관을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하였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도수의 당황한 소리]
허, 허위 자백입니다!
(비령) 또한 소인을 납치하여
박태서의 은신처로 끌고 가기도 했습니다
(왕) 박도수가 박태서와 교류하는 사이였단 말이더냐?
전하, 저, 저 말을 어찌 믿겠사옵니까?
(도수) 박, 박태서가 저희 집안의 서자인 건 맞사오나
열다섯이 되던 해에 가출하여
지금껏 생사도 모르고 살았습니다
저는 정말 박태서와 교류하던 사이가 아니었습니다!
소인이 목격한 날에는
박도수, 박태서, 차말종이 모두 한곳에 있었고
[도수가 흐느낀다] (비령) 소양상단에서 노비 생활을 하던 당시
상단에 출입하던 박태서와 지맹수를
여러 번 보았습니다
[도수의 떨리는 숨소리]
[한숨]
(이언) 실상이 이럴진대
아직도 공초하지 않는다니
[도수가 울먹인다] 여봐라!
압슬형을 준비하라
[겁먹은 탄성]
말하, 말하겠습니다 말하겠습니다
[도수가 흐느낀다]
저, 저는, 어 소, 소인은 그냥 분부대로
(도수) 태서를 만나러 충청도에 갔사온데…
[무거운 음악]
누구의 분부인가?
박승 대감을 말하는 것인가?
[문이 삐걱 열린다]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도수가 흐느낀다]
(도수) 아, 아, 아버, 아버지…
(승) 전하, 신 박승
전하의 특은을 받고 방면되어 [무거운 음악]
이번 사건의 위관을 맡아 전신하였사옵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전하
박승은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된 자입니다
(태선) 가볍게 방면하는 것은 온당치 않습니다
게다가 위관이라니요?
(왕) 그 증거라는 것에
영상의 이름이 있느냔 말이오
(이언) 전하
이름은 명시되어 있지 않으나
여러 거래 장부들을 대조해 보면 필시 그 여죄가 드러날 것이옵니다
직접적인 증거도 없는데
(왕) 나라의 재상을 치죄한단 말이냐?
(태선) 하오나 전하
국문을 앞둔 자가 추고 중에 홀로 면하는 법은 없습니다!
확실한 증거도 없는데 무엇을 추고한단 말이오?
(태선) 전하
박도수와 박태서는 박승의 적자와 서자입니다
아무리 증거가 없다고 하여도
박승은 그들의 죄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왕) 그럼
박승의 직첩을 거두고 강등하는 걸로 할 터이니
대제학은 그만하고
위관은 추국을 진행하시오
[긴장되는 효과음]
[의미심장한 음악]
저, 전하
(말종) 전하, 전하
[말종의 힘겨운 숨소리]
소인이
박승에게 그동안 얼마나 상납을 했는지
[긴장되는 효과음] 그 내역을 기록한 배당 증서를 가지고 있습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지만 아는 곳에 꽁꽁 숨겨 놨습니다
지금 당장이라도 가서 가지고 올 수 있습니다
전하
전하
(이언) 지금 즉시 죄인들을 분리하여 하옥시키고
증거를 보충하여 형무를 다시 재개하여 주시옵소서
아니 되옵니다
(왕) 그리하든가
죄인들을 하옥시켜라!
[무거운 음악] [도수의 겁먹은 소리]
- 되었어, 되었어, 되었어 - (도수) 아버지, 아버지
(도수) [울먹이며]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
[도수가 흐느낀다]
[말종의 힘겨운 소리]
거짓이면 넌 이 자리에서 참수를 당할 것이다
배당 증서는 어디 있느냐?
[숨을 씁 들이켠다]
아는 주막에 숨겨 놨는디?
허튼수작은 삼가는 것이 좋을 것이다
줄 땐 주더라도 너한테는 못 주지
하옥시키게
(나장들) 네!
[말종의 힘겨운 숨소리]
[말종이 질질 끌려간다]
[의미심장한 음악]
차말종은 절대
저에게 배당 증서를 내어 줄 자가 아닙니다
내 눈에도 그래 보이네
아무래도 관원들을 시켜
증좌를 찾아 오게 해야 할 듯싶은데
믿을 만한 자가 있겠습니까?
(태선) 잠시 와 보게
(관원들) 예
(태선) 사헌부 시절 내 밑에 오래 있었던 친구들일세
차말종을 대동하고 가서 배당 증서를 찾아 와 주게
부탁하네
(관원들) 예
"광화문"
비령아!
(비령) 조이 언니
조이 언니
(조이) 아이고 고생했다, 고생했어
아유, 얼마나 떨었을까
아니야, 이언 나리도 계셨고
나 진짜 안 떨고 잘했어
그래그래, 그랬으면 다행이고
가자, 얼른 집에 가자
(비령) 응
자, 업혀 [밝은 음악]
어?
(비령) 언니, 나 어린애 아니거든
아이, 다리가 얼마나 후들거렸겠어
그 다리로 어떻게 걸으려고, 응?
업혀
(비령) 언니
내가 언니보다 키도 커
[조이의 멋쩍은 웃음]
그런가?
[비령과 조이가 살짝 웃는다]
(조이) 그럼
절대 내 손 놓지 마, 알았지?
(비령) 응
[살짝 웃으며] 가자
[비령과 조이가 대화한다]
[긴장되는 음악]
[말종의 힘겨운 신음]
배당 증서 잘 숨겨 놓은 거 맞지?
[말종의 힘겨운 숨소리]
박승 그 영감탱이 믿을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내가 숨겨 놓고는 잠깐 까먹은 겨
(말종) 참 나
아, 내가 생각났으니께
걱정하지 말어 [숨을 후 내뱉는다]
(맹수) 반드시 찾아와야 된다
가서 퍼뜩 찾아올 텐께
(말종) 있어, 잉?
(관원2) 가자
(말종) 태서야, 걱정 말어
나 말종이여, 차말종!
(말종) 아, 저기
일로
예, 여, 여기 맞아요, 저기
저, 저 끝에, 저 끝에 있슈
[말종의 힘겨운 숨소리]
[말종의 신음]
저, 저 위에 있슈
[말종의 가쁜 숨소리]
하, 그려
얌전히 거기 잘 있었구먼
그 안에 보시면 박승 수결 보이실 거요
[긴장되는 음악]
(말종) 그려, 되었어
됐어, 됐어 [말종의 벅찬 숨소리]
(관원3) 차말종은 어디 있는가?
방금 관원들이 와서 데리고 나갔다
(관원3) 하달받은 관원들이 우리 말고 또 있나?
[어두운 효과음]
[놀란 숨소리]
(말종) 아니, 아까는
이짝으로 안 온 거 같은디, 어?
아, 이짝으로 가도 궐이 나와요?
[말종의 신음]
[긴장되는 음악]
아, 왜 이러는 겨?
지금 우리 태서랑 맹수한테 가야 되는디!
[말종의 거친 숨소리]
뭐여?
[거친 숨소리]
옘병
[숨을 하 내뱉는다]
[어두운 음악]
[문이 달칵 잠긴다]
차말종이 죽다니요?
[무거운 음악]
차말종이 죽다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태선) 우리가 보낸 관원들이 갔을 때는
다른 관원들이 와서
차말종을 데리고 나간 다음이었다고 하네
다른 관원이라니요?
박승이 손을 쓴 모양이야
[당황한 숨소리]
(태선) 관원들 말로는
차말종이 거짓을 고하고 도주하려다가
그 과정에서 사고로 사망했다고 하는데
그럼 배당 증서는요?
그런 건 애초에 없었다고 하는군
[헛웃음]
어느 쪽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라이언 장계 드림"
이건 분명 박승의 농간입니다
이렇게 당할 순 없습니다
(태선) 그만두게
[한숨]
이런 부조리를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태선) 아직도 모르겠는가!
전하께서
박승의 손을 들어 준 걸세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아직도 모르겠나?
[한숨]
(맹수) 어디로 가는 게냐?
어디로 데려가는 거냐?
차말종은, 차말종은 어디 있는 거냐?
(나장2) 차말종은 사망했다
(맹수) 그게 무슨 소리야? 사망하다니
말종이가 왜!
[맹수의 신음]
그럴 리가 없다, 그럴 리가 없어
말종이를 어떻게 한 거냐?
차말종!
말종아
[풀벌레 울음]
[무거운 음악]
(승) 죄인이 사망하여 수사 불가함에 따라
국문을 종결하노라
죄인 박도수는 살인죄를 저질렀음이 밝혀진바
[도수가 훌쩍인다] 삼천 리의 유형에 처하노라
모든 증거를 합한 결과
박태서와 지맹수는
그 죄를 일일이 열거하기도 벅찬바
[긴장되는 효과음]
참형을 명하노라
[긴장되는 효과음]
(승) 드디어 네놈과도 끝이 나는구나
[무거운 음악]
[작은 목소리로] 내가 무슨 발악을 써서라도 막을 테니
넌 도망가
여긴 궐이다
우리 같은 거렁뱅이들이 살던 그런 곳이 아니야
그럼 이대로 죽는다고?
정신 차려, 이 새끼야
(맹수) 말종이가 왜…
우리 살리자고 말종이까지 죽었는데
[문이 탁 열린다]
박태서와 지맹수의 사형을 곧 집행하네
참관하시게
그들이 죽으면 이 수사는
이대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까?
박승이 그렇게 살아 나갔는데도 말입니다
(태선) 지금은 운신의 폭을 접고 때를 기다려야 할 때일세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는 박승한테 진 거네
아니요, 전 승복하지 못합니다
(태선) 이보게, 이보게, 부수찬
[풀벌레 울음]
(승) 괜찮으냐?
[도수가 끙끙 앓는다]
[승의 안도하는 숨소리]
아들아
[힘겨운 숨소리]
[도수의 겁먹은 소리]
아비다, 아비야
[떨리는 숨소리]
여기 어디야? 나 유배 온 거야?
(승) 집이다, 집이야
집이야?
속전을 주고 꺼내 왔으니 안심하거라
[안도하는 숨소리]
[울먹인다]
(도수) 아버지
(승) 아유, 아유, 아유, 내 새끼
아유, 아유, 아유, 내 새끼 [도수가 서럽게 운다]
(도수) 아, 근데 진짜
아, 진작에 좀 꺼내 주지
나 아버지 때문에 진짜 엄청 고생했어!
어유, 그래, 그래, 그래, 내 새끼
(승) 어유, 우리 아들 많이 놀랐구나, 어?
아이고, 아유
괜찮다, 괜찮아, 괜찮아, 아유
[문이 쾅 열린다] [도수의 놀란 소리]
(하인1) 아이고, 안 됩니다요 [하인2가 만류한다]
안 됩니다, 나리
(승) 도수가 쉬고 있지 않느냐!
여기가 어디라고, 버르장머리 없이
세자 저하를 시해한 이유를 들어야겠습니다
[긴장되는 음악]
[승의 웃음]
그 질문이 성립되려면 먼저
내가 세자를 독살했다는 것부터 찾아냈어야지
박태서를 시켜
초오가 든 탕약을 동궁전에 들이지 않았습니까!
(승) 그게 자네가 생각하는 진실인가?
그래서
그 진실이라는 걸로 나를 잡았는가?
내가 도망을 갔는가 숨기를 했는가?
버젓이 네 눈앞에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잡지 못한 것도 막지 못한 것도 네놈이야
난 이미 보았다네
[의미심장한 효과음] [잘그락거리는 소리]
[바람 소리 효과음]
"충청좌도"
(승) 이보시게, 이보시게
[승의 코웃음]
그리고
처음부터 알고 있었지
(승) 내 생각을 말해 주랴?
이참에 네놈이 다 뒤집어쓰고
어사에게 쓸려 가 세상에서 사라지면 좋겠구나
네놈이
내 생각대로 해 줄 거라는 걸
[긴장되는 음악]
[이언의 놀란 숨소리]
[가쁜 숨소리] [승이 혀를 쯧쯧 찬다]
못난 놈이 넘어지면 꼭 돌부리 탓을 하지
[웃음]
(도수) 아버지
어, 도수야, 아비 여기 있다
[놀란 숨소리]
(승) 어, 도수야, 도수야
[떨리는 숨소리]
[거친 숨소리]
[무거운 음악]
(승) 그래서
그 진실이라는 걸로 나를 잡았는가?
내가 도망을 갔는가 숨기를 했는가?
버젓이 네 눈앞에 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잡지 못한 것도 막지 못한 것도 네놈이야!
[탁 울리는 효과음]
[사람들이 웅성거린다] (남자) 대역죄인이네, 대역죄인
[무거운 음악]
(태선) '통상 1심으로는'
'사형을 집행하지 않는 것이 법조이나'
'죄인들의 죄질이 극히 악랄하며'
'탈옥의 염려가 있어 즉시 처분을 시행하노라'
[떨리는 숨소리]
(망나니) 자, 한번 놀아 보자
[망나니가 칼을 질질 끈다]
[망나니의 기합]
[망나니의 거친 신음]
[망나니의 기합]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효과음]
[망나니의 기합]
[사람들의 비명] [긴장되는 음악]
[사람들이 소란스럽다]
[사람들의 비명]
[맹수의 신음]
(태선) 주변을 경계하라!
[태서의 거친 숨소리] (태서) 물러나게 하시오
나를 죽이든 살리든 어차피 너희는 사형이다
살아서는 빠져나가지 못할 것이다
태서야, 죽여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그만두어라
어서 죄인들을 쳐라
여기서 빠져나가게 해선 안 돼!
무엇 하는가?
죄인들을 사형시키라는 어명을 어길 것인가!
[태서의 힘주는 소리]
(이언) 영감, 괜찮으십니까?
(태선) 살려 두지 마라
- (태선) 살려 두지 마라! - (관원4) 쫓아!
(태선) 쫓아라!
[시끌벅적하다]
[박진감 넘치는 음악]
[화살이 쉭쉭 날아간다]
[사람들의 놀란 탄성]
[비장한 효과음]
[이언의 기합]
[이언의 신음]
[이언의 기합]
[이언과 태서의 힘주는 소리]
[태서의 신음]
[이언의 기합]
[칼이 탁 떨어진다] [이언의 힘주는 소리]
[이언의 힘주는 소리]
[태서와 이언의 힘주는 소리]
[태서의 힘겨운 신음]
[맹수의 기합]
[신음]
[콜록댄다]
[태서의 힘겨운 숨소리]
[힘겨운 신음]
[무거운 음악] [힘주는 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흥미로운 음악]
(조이) 실패하면 어떻습니까?
잘못되면 또 어떻습니까?
(이언) 똥이다 [육칠과 구팔의 웃음]
(도수) 아버지, 나 진짜 무서워
(덕봉) 죄인들이 탈출했으니
제일 먼저 의심받을 사람은 강 행수요
(태서) [힘겨운 목소리로] 어머니
(태선) 뭐 하는 짓이오!
(승) 조아려라!
(승) 죽 쑤는 놈 따로 있고 퍼 먹는 정승이 따로 있지
(조이) 나리는 분명 다시 일어나실 겁니다
(이언) 조이야
내 너를 위해 다시 시작할 것이다
.어사와 조이 ↲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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