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사와 조이 14
(조이) 마음이 제게만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한숨]
저도 나리를 좋아하고 나리도 저를 좋아하는데
어르신께서 저만 책망하시는 것은
공평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원, 살다 살다
내가 도대체 무슨 말을 들은 게야?
(조씨) 쥐방울만한 게 토끼처럼 눈을 댕글댕글 뜨고는 [깜빡이는 효과음]
뭐가 어째?
[한숨]
[한숨]
그 아이만 뭐라 할 게 아니야
내 손주 놈이 천하제일
어벙한 꺼벙이 등신인 것을
[발랄한 음악] [이언이 흥얼거린다]
[도마를 탁 내려놓는다]
[반짝이는 효과음] [흥얼거린다]
[이언의 탄성]
[이언이 쓱쓱 휘젓는다]
(이언) 씁, 으음
좋았어
[흥얼거린다]
할머님
또 부엌에 있었던 게냐?
[멋쩍은 웃음]
(이언) 할머님께서 오셨다기에
제가 그, 과편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수작 부리지 마라, 이놈아!
[유쾌한 효과음]
[뻐꾸기 울음 효과음]
꿀 더 넣어야 돼
녹말도
(이언) 아…
들어오너라
(이언) 네
[작은 목소리로] 씁 망보라 그랬잖아!
(육칠) 갑자기 들어오셨는데 어떻게, 신호 보냈잖아요, 신호
슉슉슉슉, 오셨는데 어떡해요?
- (이언) 빨리 - (육칠) 빨리 입혀, 빨리
(구팔) 갑자기 들어오시는 바람에…
(이언) 에이, 차나 내오거라
(구팔) 아…
아휴, 씨
큰마님한테 회초리나 또 맞아라
센 걸로 하나 꺾어 와야지, 씨
(조씨) 꿈자리 사나워 잠이나 자겠누?
너는 방 꼬라지가 이게 뭐냐?
항상 주변을 정돈해야
팔자도 가지런해진다고 그렇게 일렀거늘
[멋쩍은 웃음]
어찌 기별도 없이 오셨습니까?
자주 오시네요?
[조씨가 상을 탕 친다]
(조씨) 혼인은 언제 할 것이야?
[흥미로운 음악]
갑자기요?
그래, 이놈아
직첩도 받았고 밥벌이도 해결됐으니
(조씨) 광부 생활도 그만 청산하고
이, 이 너저분한 방구석에
원앙금침 한 채 장만해야 할 것이 아니냔 말이다
아니, 그…
과거를 선택하든 혼인을 선택하든 하나를 선택하라 그래서
과거를 쳤더니만, 쯧
김 대감 댁, 박 대감 댁 손자들은 진작 혼인해서
(조씨) 떡두꺼비 같은 증손주도 척척 안겨 주는데
너는 도대체 어찌할 작정이야?
김 대감 댁, 박 대감 댁 손자들은 장원 급제 못 했는데요?
[헛기침]
[헛기침]
대사헌댁 여식이
지혜롭고 해사하니 아주 찬찬하더구나
(조씨) 먹는 것을 좋아하니 너랑도 잘 어울리겠고
[익살스러운 효과음]
할머니
세자 저하께서 돌아오신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이언) 전 당연히 저하를 보필해야 할…
(세자) 의무 같은 건 없으니
[흥미로운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놀란 숨소리]
저하
내 핑계는 대지 마시고
[살짝 웃는다]
(육칠) 씁, 내 생각엔 말이야
건국 이래로 가장 잘생긴 세자 저하 같아
씁, 암만 봐도 세자 저하를 얼굴로 뽑은 거 같아
그렇지, 그렇지
그러면은 우리 나리랑 저하 중에 더 잘생긴 사람은?
나
(구팔) 아유, 아유, 아유
그런 것 좀 하지 마요, 좀!
너? 으음, 나
하, 참 나
♪ 나, 나야, 나 ♪
(조씨) 그러니 얼마나 패륜입니까, 저하
오대 독자가 혼인을 안 하겠다니
이대로 가문의 대를 끊겠다고 선언한 것이 아닙니까?
[헛기침]
저하께서 분명히
자신의 삶을 포기할 만큼 가치가 있는 것은
세상에 없다 하셨습니다
뭐, 그랬지
그래?
(조씨) 하면
너를 키우느라고 희생된 내 삶은 어쩔 것이냐?
그렇지
(조씨) 여인들한테는 온갖 법도니 규율이니 끌어다가
희생시켜 놓고
사내들은 그렇게나 본인들 운신이 소중하더냐?
저하께서도 한 말씀 해 보세요
[흥미로운 음악]
네가 잘못했다
구구절절이 네 말이 틀렸느니라
[작은 목소리로] 저하
혼인을 한다고 네 삶을 포기한다는 둥 하는 것은 과장이고
(세자) 조선 사내들 특유의 엄살이니라
처의 뒷바라지를 받고
되레 승승장구할 수도 있지 않으냐?
희생은
여인이 더 하겠지
(조씨) 제 말이 그 말입니다
(세자) 간선하실 때 불러 주십시오
저도 같이 보고 싶습니다
그래 주시겠습니까?
[절망하는 숨소리]
(세자) 제가 그때까지 이 녀석의 불통 고집을
잘 다듬어 놓도록 하겠습니다
[조씨와 세자의 웃음]
바깥에 물푸레나무가 가득하니 회초리로 쓰십시오
좋은 생각이십니다
[웃음]
[웃음]
[까마귀 울음 효과음]
[탁탁 호미질한다] (세자) 내가 좀 도와줄까?
(이언) 저리 가십시오
[이언의 헛기침] (세자) 아니…
[탁탁 호미질한다]
이 가지는 꼭지를 따면 되느냐?
[발랄한 음악] [헛기침]
[이언이 연신 호미질한다]
아, 따면 되냐고
[이언의 헛기침]
씁, 어허
감히 일국의 왕세자한테 등을 돌리다니, 무엄하다
네가 언제까지 대꾸를 안 하나 내가 두고 볼 것이다 [이언의 힘겨운 탄성]
내가 익위사를 불러서
네놈을 혼쭐을 내 줘야지만 성이 차…
(이언) 아유!
[이언의 거친 숨소리]
아니, 나이가 몇인데
유치하게 코흘리개 시절처럼 장난이나 치고 그러십…
[이언의 아파하는 탄성]
[이언의 아파하는 신음] (세자) 그러게 왜 성질이냐?
양반집 규수가 시집을 온다고 하면
'옳다구나' 큰절이나 할 것이지
네가 혼인을 안 하면
나는 조카를 어디서 본단 말이냐?
[이언의 아파하는 신음]
[씩씩댄다]
(이언) '조카', '조카' 이런, 조카 같은 소리 [세자의 헛웃음]
조카는 무슨 놈의 조카
[이언의 헛기침]
[이언의 한숨] [이언이 부스럭댄다]
언제는 절대 혼인하지 말자더니
혼자서 냉큼 장가가 버리고
배신자 [세자의 웃음]
이런 속절없는 바보가 있나
내 말만 그리 잘 들어서 어찌 살아갈 것이냐?
[콧방귀] (세자) 내가 없으면 어쩌려고
저하는 저보다 오천 년은 더 오래 사실 겁니다
(이언) 궐 안에 워낙 진귀하고 맛있는 게
어지간히 많아야지, 원
쯧
[세자의 불편한 숨소리]
[어두운 음악] [어두운 효과음]
(세자) 아무튼 이언이 너 이 형님 말 명심하거라 [잔잔한 음악]
알겠느냐?
[이언의 콧방귀]
[이언이 부스럭댄다] 내 말만 고지식하게 따르지 말고
세상 형편을 두루 살피면서 융통성도 좀 발휘하고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도 좀 의지하고 그러란 말이다
(세자) 씁, 그나저나 오늘 저녁은 무엇이냐?
[이언의 헛웃음]
수라상 놔두고
왜 저희 집에서 저녁을 찾으십니까?
네가 해 준 게 훨 맛있는데 어쩌란 말이냐?
(세자) 아니지, 아예 이참에
네가 내 기미 나인으로 들어오는 것은 어떠냐?
[헛웃음]
너같이 뛰어난 미각을 가진 자가
조선에는 없을 테니 말이다
제가 어떻게 나인으로 들어갑니까?
그러게, 그것참 아쉽구나
(세자) 씁
딱인데
[헛웃음]
[세자의 웃음]
(이언) 아, 우선 팥부터 좀 도와주십시오
내 오늘은 시간을 널널이 비워 두었느니라
(이언) 안 돌아가십니까? 돌아가십시오, 좀
오늘 차린 걸 다 먹을 때까지는 절대 가지 않을 거야
(이언) 차린 게 없습니다, 저하
[한숨]
그 토깽이 말이
틀린 게 하나도 없어
[놀란 숨소리]
(이언) 할머, 할머니?
[아파하는 탄성]
팔도의 청춘 남녀들이
(조씨) 죄다 그네터에 몰려서 짝을 짓고 있는 단옷날에
너는 왜 방구석에 있느냐?
(이언) 아, 할머니, 이것 좀…
[이언의 아파하는 탄성]
(조씨) 밥만 축내지 말고
가서 손주며느리 하나 데려오란 말이다, 이놈아!
아, 할머니
(조씨) 중매도 싫다, 혼인도 싫다
어떻게 좋은 것만 하고 사느냐?
어떻게 네가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아!
[이언의 아파하는 탄성]
(이언) 할머님! 체통을 지키십시오
[씩씩댄다]
[흥미로운 음악] 교양 있게 대화로 풀자고요, 응?
나만 손주며느리가 없어!
(조씨) 온 사대부가의 여인들이 다 손주며느리가 있는데
나만 없어, 이놈아!
포기하시라니까요
(이언) 혼인이 적성에 맞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그럼
[이언의 아파하는 신음] (조씨) 식충이처럼 밥만 축내는 게
적성에 맞느냐? [이언의 아파하는 탄성]
(구팔) 씁, 가만 보면 매를 벌어요, 매를, 어? [이언의 아파하는 신음]
맷집이 늘지, 저러다 [획획 때리는 소리]
[이언의 아파하는 탄성]
(육칠) 씁
(조씨) 다 손주며느리가 있는데
나만 없어, 이놈아! [찰싹]
- 아이… - (육칠) 이거야, 이거야
(이언) 할머니, 갑자기 이런다고 혼인할 마음이 생기겠습니까?
[이언의 겁먹은 탄성] (조씨) 오냐
마음에 드는 여인이 나타날 때까지
맞아 보자! [이언을 찰싹 때린다]
(이언) 아, 아, 할머니 아, 아, 할머님!
[거친 숨소리]
마음에 드는 여자를 만나는 게 그게 제 마음대로 되냐고요
그럼 이놈아 가서 과부라도 데려와!
(조씨) 네 마음에만 들면
- 상관 안 할 테니, 안 할 테니! - (이언) 아, 할머니, 할머니, 아! [찰싹찰싹 때리는 소리]
[한숨]
진짜 기별한 여인을 데려올 줄이야
[한숨]
꽃단아
밖에 꽃단이 있느냐?
(꽃단) 예, 마님!
[문이 탁 열린다]
부르셨습니까?
(조씨) 그
그 김조이라는 아이에 대해 소상히 좀 알아보거라
김조이요?
(조씨) 그, 왜 이언이 방에서 그…
[입소리를 쪽 낸다]
(꽃단) 아, 아, 그 꿀 떨어지던…
그래
아무튼 간에
어디에 사는지, 무얼 하고 사는지
일거수일투족 빠짐없이 모조리 다 알아 오거라
알겠느냐?
네, 마님
[꽃단의 다급한 숨소리]
[문이 탁 여닫힌다]
[한숨]
아, 말을 너무 많이 했나?
그냥 어르신 말씀 듣고만 있을걸
아, 말대꾸는 왜 해 가지고
아니야
그래도 혼인은, 혼인은
신, 신, 신…
(조이) 아, 아유, 김조이
[한숨]
왜 참지를 못하니, 어?
이러니까 내가…
(승율) '왈짜 소리 듣는 거야'
[발랄한 음악]
차 한잔하시겠습니까? 귀여운 아가씨
[피식 웃는다]
그러시지요, 꽃도령
[승율과 조이의 웃음]
(승율) 음, 자
(조이) 이거 먹을래
(승율) 그래 이게 더 비싼 거였는데
(조이) 아, 아, 그럼 그거 마실래
[승율과 조이가 아웅다웅한다] (꽃단) [놀라며] 에구머니나
[잔잔한 음악] [새들이 지저귄다]
[바람이 솨 분다] [조이가 입바람을 후후 분다]
[숨을 내뱉는다]
[입바람을 후 분다]
[조이의 한숨]
[밝은 음악]
(조이) 우아
[승율의 헛기침]
마음에 드는 게 있어?
(조이) 승율아
(승율) 마음에 들면 여기부터 여기까지
전부 내가 사 주고
[피식 웃으며] 얼씨구
[비녀를 툭 놓으며] 아이, 됐어 우리 주제에 옥비녀는 무슨
우리라고 못 하란 법 있어?
(승율) 사람이나 사람 가리지 비녀가 사람 가린다던?
얼마요?
(상인) 에헤, 이건
[비녀를 툭 놓으며] 진사댁 마나님이나 돼야 팔 거유
아, 저렴한 거 봐, 저렴한 거, 응?
[조이가 풉 웃는다]
(조이) [승율을 툭 치며] 아이고, 창피해라
내가 너 거절당할 줄 알았다
아, 내, 내가 취재에 붙으면
이까짓 장신구쯤은 달구지로 하나 가득 사 가지고…
그때쯤 되면 나는 할머니 돼 있겠네, 어?
[상인이 픽 웃는다] (조이) 이리 장터나 쏘다니는 걸 보면 세월이지
진짜로 내가 취재에 붙어서 이 비녀 사 주면
나한테 시집올래?
[풉 웃는다]
[조이의 웃음]
승율이 네 말대로 취재에 붙으면
그때 한번 생각해 볼게
(조이) 간다, 이놈아
(승율) 내가 진짜 붙으면 어쩌려고
딱 기다려, 김조이
[상인의 헛기침]
(상인) 씁, 에헤, 진사댁 마님 [승율의 아파하는 신음]
어여 쫓아가
[상인의 웃음]
씁, 에이! 아이… [탁 소리가 울린다]
[입바람을 후 분다]
(승율) 어쩔 셈이야?
(조이) 응?
너랑 이언 나리 말이야
어쩌다니, 뭘?
(승율) 죽었다 깨어나도
기별한 여인과 양반 사내는 혼인하는 일이 일어날 수 없는 게
이 나라의 불문율이야
'경국대전'에서도 재가는 금지하고 있는 거
너도 알잖아
아마 이언 나리가 너랑 혼인을 하겠다고 하면
이언 나리와 할머님은 둘째 치고
이 나라의 학자들이 들고일어날 거야
전국의 상소문이 올라오고 유생들이 궐 앞에 운집해
일부종사를 운운하며 시위를 할 수도 있어
상소문에 시위라고?
(승율) 응
[어이없는 숨소리]
그, 승율아 난 그냥 이언 나리랑…
(승율) 그래서 내가
외지부로서 가진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방법을 찾아 봤더니
이 나라에서 시행되는 모든 법문을 해석해 봤을 때
너랑 이언 나리가 정식으로 혼인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하나야
이언 나리에게 소송을 걸면 돼 습첩으로
그때 너랑 이언 나리가 습첩을 했던
그 현장에 있었던 사람을 증인으로 세우고
이언 나리에게 소송을 거는 거지
그러면 이언 나리는 강상의 법도에 따라
무조건 너를 처로 맞이해야만 하고
그렇게 되면 너랑 이언 나리는
공식적으로 혼인을 할 수 있어
[흥미로운 음악]
(이언) 게 멈추지 못하겠느냐!
[탁] [이언의 비명]
(조이) 뭐야, 어디야, 누구야?
뭐야? 뭐야?
(이언) 그 앞을 지나가다 처음 마주친 사내가
그 여인을 데려가 처를 삼아야 한다는 제도가
조선에 있느니라 [이언이 말한다]
이를 '습첩'이라 하는데…
(구팔) 그리고 습첩 그거야, 뭐 안 지켜도 그만 아니겠습니까?
(이언) 어허! 강상죄가 지엄하거늘
[한숨]
아
(승율) 만약 네가 원하면
내가 너의 소송을 도와줄게
하지만 그 길은 보나 마나 가시밭길이겠지
[승율의 힘주는 소리]
난 네가 가시밭길 걷는 거 싫다
조이야
나랑 같이 꽃길만 걷지 않을래?
[차분한 음악]
[강조되는 효과음]
[피식 웃는다]
(조이) 아유, 됐다, 이놈아 [승율의 아파하는 탄성]
[조이의 웃음] [승율의 아파하는 숨소리]
이야, 우리 승율이 일 잘하네, 어?
시키지도 않은 일을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 오고 말이야
[아파하는 숨소리]
네가 왜 최고의 승률을 자랑하는 외지부인지 알겠다, 알겠어
[조이의 헛기침]
근데 난 너한테 비녀 받을 생각도
그렇다고 소송을 의뢰할 생각도 없거든?
[조이의 헛기침]
그러니까 영업은 다른 데 가서 하거라
알겠느냐?
[조이의 웃음]
[승율의 아파하는 신음]
(승율) 본전도 못 찾았군
(조이) 아유, 그러게 객기는 왜 부려서
객기 아니야
(승율) 봐
거절당하면 떠나려고 짐까지 싸 왔는데
진짜?
[웃음]
오라버니 출장 간다, 이놈아
(승율) 내 소문이 바다 건너까지 쫙 났는지
의뢰가 들어와서 말이다
[피식 웃으며] 그럼 그렇지
근데 너 일머리 보니까 그럴 만해
오래 걸릴지도 몰라
[승율을 탁탁 치며] 그래그래 조심히 잘 다녀오고
밥 잘 챙겨 먹고 아프지 말고
(승율) 벌컥벌컥 화 좀 내지 말고
울지 말고
[헛웃음]
(조이) 아유, 출장이라며?
무슨 이별사가 이리 길어?
아, 어여 가
(승율) 먼저 가
(조이) 그럼 나 먼저 간다
아
올 때 비단옷 사 와
[조이의 웃음]
(조씨) 이 봇짐은 다 무엇이냐?
사건 수사를 위해 갑비고차에 잠시 다녀오겠습니다
살아 돌아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어딜 가겠다는 게야?
(조씨) 강등도 되었다면서
이 사건에서 손을 떼면 안 되는 것이냐?
이건 제가 맡은 일이고 제가 마무리해야 할 사건입니다
최대한 조심할게요, 할머니
그래
(조씨) 네 말대로 네 문제는 관여하지 않으마
대신
혼사 문제는 너 혼자만의 일이 아니니
이 할미 말을 따르거라
잔말 말고
이 할미가 정해 준 집안과 올해 안에 무조건 혼례를 치르거라
- 알았느냐? - (이언) 할머님
혼인이야말로 제 일입니다
(조씨) 그렇게 혼인이 하기 싫으면 그 아이도 만나지 말거라
혼인에 대한 확신도 없으면서
조이 그 아이는 대체 왜 만나는 게야?
혼인에 대한 확신은 없어도
조이 그 아이에 대한 확신은 있으니까요
그 아이도 너에 대한 확신이 있다더냐?
(조씨) 조금 전까지 다른 사내랑 있는 것을 보았다는데
[흥미로운 효과음]
설마 사람을 붙이신 겁니까?
그래
아, 어떤 아이인지 알아야 나도 판단을 할 것이 아니냐?
잘하셨습니다
[흥미로운 음악]
(이언) 할머님도
그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지켜보신다면
분명 호감이 생기실 겁니다
할머님
저를 향한 할머님의 애틋한 마음 모르지 않습니다
하나
혼인을 하지 않겠다는 제 마음은 확고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머님께서 혼인을 강요하신다면
하겠습니다
조이와
[놀란 숨소리]
혼인에 관해서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이 둘 중 하나뿐입니다
혼인을 하지 않거나
꼭 해야 한다면 조이와 하거나
다른 선택의 여지는 제 인생에 없습니다
[한숨]
그럼 전 갑비고차에 다녀오겠습니다
마음이 정해지시면 말씀해 주세요
[흥미진진한 음악]
[살짝 웃는다]
[문이 탁 여닫힌다]
[한숨]
[아이들이 시끌벅적하다]
(덕봉) 자
[문이 덜컥 열린다]
자, 갖고 가게
자
(여자) 고생했어 조심히 들고 가게
[여자의 한숨]
[여자의 힘주는 소리]
[한숨]
이제 좀 사람 사는 데같이 만들어 놨더니만
속상하네요, 형님
우리도 이 나라 백성인데
[차분한 음악] 끌려가면 끌려갔다고
돌아오면 돌아왔다고 푸대접만 받고 떠나니, 원
미련 두지 말고 떠나세
[한숨]
푸줏간의 물건들은 정리해서
장에 가져가 물물 교환을 하게
가능하면 먹거리로 가져오고
네, 그럴게요, 형님
(여자) 형님은 좀 쉬세요 여긴 제가 알아서 할 테니까
(덕봉) 애들 밥은 내가 챙길 테니
나머지는 부탁하세
네
(포목점 주인) 아유, 마침 잘 왔네
아, 그렇지 않아도 일거리가 들어와서 찾고 있었는데
(조이) 그래요?
(포목점 주인) 좀 전에 정승댁 하인이 왔다 갔는데
아, 뭐, 값은 상관없으니 실력 제일 좋은 침모한테 부탁해서
도련님 옷 좀 지어 보내라고 하더라고
내 자네 오기만 기다렸어
(조이) [웃으며] 아유, 고맙습니다
솜씨 한번 잘 발휘해 봐
(포목점 주인) 그 집 도련님
마음에만 들면 아주 옷을 달구지로 지어 가니까
예
(포목점 주인) 아, 근데 짓는 김에
대감마님 버선도 같이 지어야 하는데
요
버선목 요 안쪽에다가
요렇게 주머니를 달아서 만들 수 있지?
버선에 주머니를요? [흥미로운 음악]
(포목점 주인) 응 늘 그렇게 맞춰 가시니
그렇게 만들어 드리면 되네
아, 근데 이게 좀 급하다고
내일까지 꼭 좀 해 달라시는데 되겠지?
그럼요 [포목점 주인의 웃음]
(포목점 주인) 그러면은 여기 골라 보게
아, 비단은 여기가 제일 비싼 거니까
여기서 골라 보고
(조이) 네
[조이의 고민하는 숨소리]
[새들이 지저귄다]
[차분한 음악]
(광순) 아이고
저, 길 좀 묻겠습니다
그, 요, 욜로 쭉 가면은 세운사라는 절이 나옵니까?
(남자) 예, 조금만 가면 일주문이 보일 거구먼요
- 아, 예, 고맙습니다 - (남자) 예
(비령) 이게 뭐요?
(조이) 아, 버선 안쪽에 주머니를 달아 달래서
희한하지?
버선에 주머니?
무슨 보물단지라도 숨겨 두려고 그러나?
(조이) 그러니까 말이야
씁, 급하다고 내일까지 꼭 만들어 달래
(비령) 그나저나 광순 언니 진짜 바람난 거 아니우?
어떻게 맨날 늦어?
[조이의 한숨]
차라리 바람난 거면 괜찮게?
씁, 요즘 표정도 그렇고 난 좀 걱정돼
그, 실은 나도
[의미심장한 음악]
광순 언니가 자꾸 꿈에 신발을 찾는 게
[한숨 쉬며] 어째 꿈자리가 뒤숭숭해, 쯧
(조이) 신발?
그거 안 좋은 꿈이야?
그게, 나도 잘…
흉몽 같기도 하고 길몽 같기도 하고
[문이 탁 열린다]
(광순) 아이고
[힘주는 숨소리]
아이고 [조이와 비령이 당황한다]
(조이) 어, 어디 갔다가 이제 와요?
(비령) 아이고 저녁도 안 먹었나 보네 [광순의 지친 숨소리]
(조이) 있어 봐요 얼른 차려 올게요
(광순) 어 아이다, 아이다, 아이다
개않다, 개않다, 대충 먹었다
[코를 훌쩍인다]
(비령) 광순 언니, 뭔 일 있소?
얼굴이 왜 그러우?
어? 아, 아이다, 아이다, 아이다
아이, 아니긴 뭐가 아니에요?
(조이) 왜 그래요? 무슨 일인데, 응? 말해 봐요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건 도울게요 [비령이 호응한다]
아, 그
실은 나도 사람을 좀 찾고 있다
- 사람? - (비령) 누구? [의미심장한 음악]
어, 우리, 우리 아부지, 어
아이고, 참
[광순의 헛기침]
(조이) 어디 계시는지 짚이는 데는 있어요?
뭐, 한양 인근 어디에
암자에 들어갔다는 소식까지는 들었는데
정확히 어느 암자인지는 모른다
[살짝 웃는다]
그럼 한양 근처에 있는
암자란 암자는 다 찾아 보면 되겠네
어, 그럼 되겠네
같이 찾아 봐요
아이고, 아이다
야, 한양 근처에 암자가 얼마나 많은지 아나?
(광순) 아, 그…
[강조되는 효과음]
[함께 놀란다]
[흥미로운 음악]
(함께) 에이
(비령) 얼마 없네
- 아, 별로 없네, 어, 어 - (비령) 어
아, 문제는 이게 다 산꼭대기에 있다는 거다
(조이) 아, 그래서 맨날 산을 타느라…
(광순) 느그는 고마 됐다
내 혼자서 조금씩 댕기면 된다
[광순이 코를 훌쩍인다]
(조이) 이까짓 거 하루 날 잡으면 되겠네
안 그래, 비령아?
그럼
내가 산에 살던 사람인데 산에는 도가 텄지 [조이의 웃음]
아이고, 아이다
아직 확실한 것도 아인데
괜히 가 가지고 허탕 치면 우야노
(조이) 아유! 미리 생각해서 뭐 하겠노?
그라고 뭐, 아니면 다시 찾으면 되제
내가 광순 언니 아부지 찾을 때까지 같이 댕겨 줄 거다
[웃음]
혹시 아우?
왔다 갔다 하긴 해도 내 신기가 도움 될지
[밝은 음악]
[웃음]
그래
그러자, 뭐든지 같이 하자
(광순) 함께 하자, 어 [조이의 웃음]
- (광순) 고맙다이 - (비령) 걱정 마요, 언니 [탁탁 토닥이는 소리]
아유, 혼자 고생했어요
[함께 웃는다]
(광순) [웃으며] 조이야, 니 사투리
[사람들의 웃음]
[어색한 말투로] 나는 한양 사람이에요
(조이) 산을 몇 개 가야 된다고요?
[흥미진진한 음악]
여기 같은데
[의미심장한 효과음]
꼬마야
여기가 꼬리섬이 맞니?
(덕봉) 뉘시오?
어머니?
(승율) 어머니, 어머니 맞으시죠?
승율이 아닌가?
예, 어머니, 여울골 승율이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어, 그래
공기가 참 좋네요, 어머니
(덕봉) 여기서 이럴 게 아니라 어디 안으로라도…
(승율) 괜찮습니다 여기도 전 좋습니다, 어머니
(덕봉) 아
- (덕봉) 자 - (승율) 아이고, 아이고
[덕봉이 살짝 웃는다]
[승율이 살짝 웃는다]
[승율이 숨을 카 내뱉는다]
(승율) 여전히 어머니 솜씨는 최고십니다
[웃음]
[승율이 그릇을 탁 내려놓는다] 그래, 외지부가 되었다지?
알고 계셨네요?
(승율) 그럼 조이도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계시겠군요
지난번 조이를 만나
절연을 하고 온 이후로는 알지 못하네
절연이라니요?
조만간 이곳을 떠날 생각이거든
[차분한 음악]
조이한테 난 짐밖에 안 되는 어미가 아닌가
조이라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승율) 충분히 혼자서도 씩씩하게 잘 해낼 거예요
벌써부터 솜씨 좋은 침모로 소문이 나서
손님들이 줄을 쫙 서고요
이젠 조이 곁에 함께 있을 동무도 있고
무엇보다
조이를 아끼고 지켜 줄 나리도 계십니다
[흥미로운 음악] 예, 홍문관 부수찬 라이언이라는 나리십니다
충청도 암행어사였을 당시 조이와 인연이 되어
지금까지 조이 곁에 계신 걸로 알고 있고요
[무거운 효과음]
(조이) 왜요?
터럭손으로 사시게요?
의금부에서 이걸 찾고 있어요
"화약 매매 문기"
그래서 조이가 그 장부를 가지고 있었던 거로군
(승율) 제가 오늘 어머니를 찾아온 이유도
실은 그것 때문입니다
[무거운 음악]
이언 나리께서
역적 박태서 무리와 관련해 사건을 쫓고 계십니다
하여 부탁드리려고 왔습니다
어머니께서 이대로 떠나시는 것이 조이를 위한 길인지
곁에 남아 이 사건에 도움을 주시는 것이
조이를 위한 길인지
한 번만 더 생각해 주세요
비록 조이의 정인 자리는 이언 나리에게 뺏겼지만
조이의 죽마고우로서
저도 조이를 위해 무언가 하고 싶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어머니
[풍경이 딸랑거린다] (육칠) 그러니까 남긴 게 아무것도 없다는 말씀이시죠?
(구팔) 뭐든 좋습니다, 스님 [육칠의 한숨]
그냥 라용균 님에 관련된 거면…
(스님) 그게, 남은 거라곤 그분이 신던 짚신뿐입니다
(육칠) 아, 그럼 그 짚신이라도 볼 수 있겠습니까?
[작은 목소리로] 아 짚신은 뭐 하게요?
나도 몰라, 일단 다 챙겨 보자
(스님)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육칠) 예
(구팔) 짚신…
[조이 일행의 가쁜 숨소리]
(조이) 어, 저기 보이네요
(비령) 느낌 왔어 여기 계신 거 같아
(광순) 여기에…
(조이) 얼른 가 보자 [비령이 호응한다]
(구팔) 짚신…
(광순) 아, 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어?
(육칠) 아니, 광순 누님
육칠아
어, 조이 누님, 비령아
(비령) 어? 구팔 오라버니
(조이) 너희들이 여기 왜…
(구팔) 아, 아, 저희 그, 이언 나리 분부로
증좌 찾으러 왔어요
(육칠) 아, 그러는 광순 누님은 왜…
(광순) 아, 내 우리 아부지 찾으러 왔다
(육칠) 아…
[무거운 음악]
느그 와 그라노?
그…
혹시 아버님 함자가…
(광순과 구팔) - 라… - 라, 용 자, 균 자 되십니까?
어, 어, 맞, 맞다
야, 근데 니 우리 아버지 함자를 어떻게 아노?
[차분한 음악] [풍경이 딸랑거린다]
나는 그때
아부지가 그냥 제정신이 아닌 줄만 알았다
(용균) 사향이 한 돈 반에 백렴이 두 돈
초오가 네 돈
사향이 한 돈 반에 백렴이 두 돈, 초오가 네 돈 [무거운 음악]
[문이 탁 닫힌다] 백렴이 두 돈, 초오가 네 돈…
[용균이 당황한다]
도대체 언제까지 이러실 겁니까?
[광순이 종이를 탁 내려놓는다] (광순) 아버지
인제 정신 좀 차리소
그만 좀 하세요
(용균) 광순아 나는 잘못 처방한 적이 없다
나는 당귀도 한 냥을 정확히 넣었고 초오도…
세자 저하께서…
저하께서는 이미 훙서하셨습니다
[떨리는 숨소리] (광순) 근데 아직도 그때 일을
이래 헤집어 꺼내면 어쩌자는 겁니까?
동네 사람들이 듣기라도 하면…
아이고, 아버지, 안 됩니다 아버지, 아버지…
내가 그런 게 아니다!
(용균) 누군가 세자 저하를 독살한 거야
- 아버지 - (용균) 그렇지 않으면
탕약에서 그런 성분이 나올 리가 없어!
큰일 날 소리 하지 마이소
사람들이 진짜인 줄 알면 우짤라꼬 이랍니까?
[울먹이며] 아버지 그만 좀 하이소
(용균) 광순아 이 집에서 어서 떠나라
자칫하면 너까지 위험해질 수 있어
아이고, 아버지
- 어서 피해, 어서 가 - (광순) 아버지, 정신 좀 차리소
어서 가!
아유, 어딜 갑니까, 가기는!
어서 가라고!
아, 괜, 아버지, 괜찮습니다
(용균과 광순) - [흐느끼며] 어서 가, 어서 - 아버지, 괜찮습니다, 아버지
(광순) [용균을 쓰다듬으며] 아버지,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근데 아버지…
아버지 말이 진짜였구나
(광순) 그래서 누가 그런 기고?
누가 감히 세자 저하를…
우리 아버지를…
어떤 놈이고?
박태서입니다
[긴장되는 효과음]
(비령) [놀라며] 언니
(광순) 아, 괜찮아, 괜찮다 내, 내 괜찮다
괜찮다
그게,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무거운 음악]
(벼루아짐) 지가, 아휴
지가 죽을죄를 지었어라, 대련님
[벼루아짐이 흐느낀다]
도련님이라니요?
(태서) 저한테 왜 이러세요?
어머니
[벼루아짐이 연신 흐느낀다]
제가 아무리 어렸어도
어머니 얼굴도 몰라볼까 봐요
(벼루아짐) 아니어라
아니어라
태서 대련님, 아니어라
어린 저를 버리고 떠나신 게 미안해서 이러시는 거면
저는 원망하지 않아요, 어머니
(벼루아짐) 지가
지가
아들을 바꿔치기했어라 [긴장되는 음악]
[초조한 숨소리]
[아기 울음이 들린다]
(하인1) 아들입니다요, 나리!
아, 아, 아들이라고?
(승) 아, 아유, 아이고, 아이고 감사합니다
[승의 기쁜 숨소리]
아들입니다요, 나리
[헛기침]
아, 저런 천것이 낳은 것이 나랑 뭔 상관인데?
(승) 아들은 무슨 어차피 서자 새끼
[승의 헛기침]
저, 우리 아들 손가락, 발가락은 열 개씩 맞던가?
날 닮았던가?
(하인1) 예, 나리, 감축드리옵니다
(승) 아이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가쁜 숨소리]
(벼루아짐) 아휴
[흐느낀다]
미안하다, 미안해
[벼루아짐이 흐느낀다]
(벼루아짐) 내 새끼를 평생
서자로 천시받고 살게 할 수는 없었어라
[떨리는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벼루아짐) 어, 대련님
대련님! 대련님 [문이 탁 여닫힌다]
"갑비고차"
"주막"
[익살스러운 음악]
[이언이 웩웩거린다]
(주모) 아이고
얼굴을 보니 뱃멀미를 심하게 하신 모양이네요?
(이언) 아, 주모
여기서 제일 유명하고 맛있는 음식이 뭔가?
(주모) 뭐, 음식이래 봐야 국밥이 다인뎁쇼
(이언) 아
그럼 그거 한 그릇 주게
(주모) [웃으며] 예, 아이고
[이언이 웩웩거린다]
[힘겨운 신음]
(주모) 자, 뜨듯한 국물 드시면 좀 나으실 겝니다, 예
많이 자십시오
[주모가 콜록댄다]
(이언) 간이 너무 심심한데?
[흥미로운 음악]
[그릇을 탁 집는다]
[국물을 조르르 따른다]
이거지
[웃음]
- (보부상1) 아이고, 힘들다 - (보부상2) 힘들어
(주모) 아이고, 어서 오세요들 [보부상들이 힘들어한다]
- (보부상1) 아이고, 안녕하시오 - (주모) 예, 예 [보부상2의 힘겨운 숨소리]
(주모) [웃으며] 저기 안쪽으로 앉으시오 [보부상들의 지친 신음]
(보부상2) 주모 여기도 국밥 주시게 [주모가 호응한다]
(주모) 네, 국밥 두 개
(보부상1) 아, 근데
그, 곡두에 대해 들었는가?
[어두운 음악] (보부상2) 어?
(보부상1) 글쎄 그 곡두상단 행수가
역모에 가담했다가 그냥 걸려서 풍비박산이 났다는구먼
(보부상2) 아이고, 어쩐지 상단이 남아 있질 않더니
그래서 다 때려 부순 게로군
(보부상1) 아휴, 그게 관군이 그런 게 아니라
그, 한양에서 영의정인가 하는 높은 양반이
그 자리에 아들 별장을 만들라면서
다 허물어 버린 거라네, 글쎄 아유
(보부상2) 아이고 그 잘나가던 상단이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다니, 쯧, 쯧, 쯧
인생무상이야
[사람들이 시끌벅적하다] (이언) 박승이 그사이에 갑비고차까지 장악했단 말인가?
[책장을 사락 넘긴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참으로 질리는 놈들 아니냐?
바다를 건너 갑비고차에까지 거래를 트다니
[의미심장한 효과음]
(이언) 갑비고차에 분명
박태서 무리에게 협력한 자가 있었을 것이다
[발소리가 들린다]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가쁜 숨소리]
박태서!
[긴장되는 효과음]
가야 돼
네놈을 한양으로 압송하겠다
아버지께 가야 돼 해야 될 말이 있어
[이언의 신음]
[이언의 성난 숨소리]
[이언의 힘주는 소리] [태서의 신음]
(태서) 가야 한다고!
[이언의 신음]
[이언의 힘주는 소리]
[태서의 기합]
[이언의 힘주는 소리] [태서의 신음]
[태서의 힘주는 소리] [이언의 신음]
[이언의 힘주는 소리]
[태서의 신음]
[이언의 힘주는 소리] [태서의 신음]
[태서의 힘주는 소리]
[태서의 힘주는 소리]
[태서의 기합]
[태서의 신음]
[태서의 거친 숨소리]
네놈을 그냥 보내 줄 수 없다
비키라고!
[이언의 힘주는 소리]
[태서의 신음]
[이언의 힘주는 소리] [태서의 신음]
[이언의 가쁜 숨소리]
[이언의 기합] [긴장되는 효과음]
[무거운 음악]
[거친 숨소리]
[거친 숨소리]
[숨을 하 내뱉는다]
[거친 숨소리]
[한숨]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아이고
[비령의 힘주는 소리]
[물이 찰랑거린다]
(비령) [작은 목소리로] 조이 언니
저거 오늘까지 아니야?
다녀와
광순 언니는 내가 보고 있을 테니까
그래도 되겠어?
[물이 찰랑거린다]
약조했다며
신용 잃으면 안 되잖아
[살짝 웃는다]
그럼 얼른 다녀올게
[비령의 한숨]
- (조이) 갔다 올게, 어 - (비령) 살펴 가
[문소리가 달칵 난다]
(비령) 아이고
(조이) 저, 버선을 지어 왔습니다
(하인2) 들어오세요
여기서 잠시만 기다리세요
수노를 불러올 테니
네
[도수의 신난 웃음]
(승) 어, 아들아, 아들아 다쳐, 다쳐, 다쳐
- (승) 이놈, 어, 어 - (도수) 아버지
[승의 웃음]
(승) 안 돼, 야, 도수야 도수야, 다쳐, 다쳐, 다쳐
(도수) 아버지, 아버지 [승의 웃음]
- (도수) 아버지 - (승) 아이고, 아이고
- (승) 다쳐, 다쳐, 다쳐 - (도수) 아버지
(승) 우리 아들 다쳐 [도수의 신난 탄성]
[승의 웃음] (도수) 아버지 나 기분이 너무 좋아
[무거운 음악] (승) 우리 아들이 좋다니까 이 아비도 기분이 좋구나
[승과 도수의 웃음]
[뛰는 발소리가 들린다]
어, 도수야 [도수의 신난 웃음]
(태서) 그렇게 오랜 시간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싶었는데
내가 적자래
[태서의 떨리는 숨소리]
도수가 아니라
[헛웃음]
내가
적자라고
아이가 바뀌었대
나와 도수가 바뀐 걸 알면
아버지는 뭐라 하실까?
그런다고 네가 살아온 삶이 바뀌진 않아
아무리 원망하고 화내고 후회해도
있었던 일들이
없었던 일로 되진 않는다
[숨을 들이켠다]
[한숨]
네가 정녕 바뀌길 원한다면
방법은 하나
응당한 죗값을 치르는 것
[한숨]
[한숨]
마지막 탕약은
내가 가져가지 않았다
[긴장되는 음악]
아마 도수겠지
[새들이 지저귄다]
이리 두고 앉게
[살짝 웃는다]
가까이 와서 편히 보게나
(세자) 땅과 바다는 본래 원형으로
하나로 합쳐져서 이렇게 둥근 공 모양을 하고 있다고 하네
내 기회가 되면
여기 있는 다른 나라들을 가 보고 싶은데 말일세
[세자가 콜록댄다]
이렇게 건강이 좋지 않아서야
혹 알겠는가
차별도 없고
평등한 나라가 있을지도
[차분한 음악]
(태서) 그런
그런 나라가 참으로 존재합니까?
글쎄
(세자) 어딘가엔 있지 않겠느냐
아니, 없다면
이 나라를 그리 만들면 안 되겠는가?
[강조되는 효과음]
실없는 농담 해서 미안하네
[놀란 숨소리]
[의미심장한 효과음]
(태서) 저하
송구하오나
탕약의 용량을 소인이 착각한 것 같습니다
다시 내어 오겠습니다 그건 잡숫지 마시옵소서
괜찮네
[코를 훌쩍인다]
[옷이 탁 떨어진다]
[태서의 긴장한 숨소리]
[어두운 음악] 용서하십시오, 아버님
제가 아버님의 분부를 따르지 못하고 실수를…
(도수) 아휴, 겁쟁이 자식 쯧, 쯧, 쯧
아버지, 제가 잘 처리했나이다
[도수가 살짝 웃는다]
잘 드시던데
[긴장되는 효과음] [긴장되는 음악]
아이고
내가 뭐랬어요, 아버지 태서는 못 한다니까
(승) 아유
네 손에 피를 안 묻히려고 했는데
[성난 숨소리]
못난 놈
그깟 일 하나 제대로 처리를 못 해
우리 도수 손에 피를 묻혀?
쓸모없는 놈
당장 내 집에서 나가!
[탁]
[벼루가 달그락 나뒹군다]
(도수) 쯧
[무거운 음악]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승) 그래
누구, 누구 본 사람은 없느냐?
아버지가 다 손써 놔서
내의원 명부도 안 적고 그냥 통과했나이다
[도수의 웃음]
아유, 내 새끼, 아유, 내 새끼 아유, 내 새끼
(승) [웃으며] 아유, 아유
이 아비 닮아서 배짱도 좋지
- (승) 아유 - (도수) 그럼
(승)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내 새끼
[승의 웃음]
[도수를 토닥이며] 아이고 내 새끼, 아이고
[도수의 웃음]
아이고
[승의 웃음]
[떨리는 숨소리]
[숨을 들이켠다]
맞아
내가 잘못했다
(태서) 너무 많은 죄를 지었어
네 말대로
죗값 치르겠다
모든 걸 자복할게
친구들 데리고 한양으로 가겠다
[긴장되는 음악]
박승이 인장을 찍어 준 서약서다
[승과 도수의 웃음]
(승) 아이고, 도수야
[화살이 쉭 날아온다] [광순의 놀란 탄성]
[승의 헛기침]
[의미심장한 효과음]
(조이) 설마 여기가
[놀란 숨소리]
박승 대감의 집인 거야?
[분위기가 고조되는 음악]
(승) 보고 들은 모든 것을 함구하고
동궁전에 탕약을 들이는 데 협조한다 [의미심장한 효과음]
"박승"
[긴장되는 효과음]
[흥미진진한 음악]
(조이) 나리가 목숨을 걸고 찾아낸 증좌들이…
(익위사) 최초의 후원자는 돌아가신 세자 저하셨네
(덕봉) 라이언 나리 되십니까?
(광순) 탕약 성분이다
세자 저하의 독살을 알릴라고
(태서) 어디에 계시든 아프지 마세요
(태서) 어머니, 아버지
[음산한 효과음] [도수의 비명]
(조이) 이 집에 아들 귀신이 붙었다고
헛소리를 하는 거 있죠? [무령이 딸랑거린다]
(비령) 살생을 밥 먹듯이 하니
귀신들이 드글드글 붙는구나
(이언) 반드시 박승의 추포권을 받아 오마
움직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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