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온 15
나 완주한 거죠?
(미주) 와, 어떡해, 나 완주했다, 진짜
아, 너무 좋다
- (선겸) 나도요 - 근데 대회는 끝난 거예요?
네
기선겸 씨는요?
금방 다 뛰었어요?
(미주) 아, 참…
주최 측도 너무하네
암만 늦었어도 좀 기다려 주지
내가 기다렸잖아요
보일 때까지
끝까지
[밝은 음악]
(미주) 내 첫 결승선
(선겸) 내가 기다리게 한 적이 많았어서
그때마다 오미주 씨는 기다려 줬고요
(미주) 난 지금이 더 신기한데?
잘해서요
기다리길 잘했다 싶어서
기다리길 잘했다, 진짜
참 잘했어요
(미주) 근데 '이티' 본 거예요?
영화, 무비
(선겸) 아니요, 안 봤어요
(미주) 아, 네
나 사실 완주하려고 연습 되게 많이 했어요
깜짝 놀래 주려고
- 거짓말 - (미주) 어어?
나 러닝 뛴 거 여기 기록 다 나와 있어요
(미주) 증거가 다 있다고요, 보여 줘요?
참, 진짜
나 이렇게 달리는 삶은 또 처음 살아 봐 가지고
되게 자랑스러워 죽겠구먼
어? 안 믿어요?
치, 진짜
나 잡아 봐라!
어? 왜 안 와요, 아, 진짜
- (선겸) 아, 아, 나 잡아… - 잡으러 오라…
[한숨]
(미주) 잡아 봐요, 나, 알겠죠?
(선겸) 해요, 해요
네, 해 봐요
- (미주) 나 잡아 봐라 - 잡을게요, 잡아요
- 나 잡아 봐라 - (선겸) 잡아요, 정말
잡아요
[미주의 웃음]
데려다준다면서요
둘만 있는 거 아니었어요?
(단아) 운전은 누가 하니, 너 장롱면허라며
난 운전할 기력이 없고
(영화) 셋이 가자는 줄 알았으면 그냥 버스나 탈걸
(단아) 실장님, 차 세워요 이 학생 내린대요
병실도 못 들어가게 하고
복도에서 나 혼자 얼마나 뻘쭘했는지 알아요?
들어와서 뭐 하게
네가 수액을 놓을 수 있기를 해 맞기를 해
(영화) 옆에 있어 주고 싶은 거지
실장님은 되고 난 안 돼요?
저 앞에 세울까요?
집 앞에서 내릴 거거든요?
(단아) 그만 앵앵거리자, 골 울려
그때 대표님은 나 자는 거 몰래 훔쳐봤으면서 난 못 하게 하고
훔쳐보다니, 지켜본 거지
(단아) 야, 너 안 닥쳐?
대표님 [지현의 헛기침]
너무 품위 없어요?
못 들은 걸로 하겠습니다
[차 문이 탁 닫힌다]
몸조리 잘해요 아프면 나한테 진짜 혼나요
(지현) 들어가세요, 이영화 씨
(영화) 실장님
저희 대표님 잘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허, 왜 저러지?
[대문이 철컥 여닫힌다]
실장님
(지현) 네
나 잘하고 있는 건가?
(지현) 어떤 걸요?
지금 이거
[잔잔한 음악] (단아) 언제 그만둬야
잘 그만뒀다고 소문이 날까?
(지현) 시작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그만둘 거부터 생각하십니까?
[헛웃음] 뭐야
(단아) 응원해 주는 거예요?
그땐 응원이 안 되니 어쩌니 했으면서
(지현) 대표님도 응원을 안 하시는데 저라도 해야 하지 않나
(단아) 좋아지기 시작한 순간들에 매번 끝이 났으니까
축구도 그랬고
살면서 한 번씩 마주치려고 좋아한 건 아니었거든
[지현의 헛기침]
(지현) 이영화 씨가 축구처럼 돼 버리는 게
무섭다?
슬프다
(미주) 짠 해요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선겸) 짠, 고생했어요
(미주) 음, 시원하다, 아유
이 집 맥주 잘하네
뭐, 메뉴판 외워요?
이러다 한 잔 다 비우겠네
아, 안주로는 메뉴를 골라 본 적이 잘 없어서
나 알쓰잖아요
- 아무거나 골라 봐요 - (선겸) 음…
(미주) 음, 아니, 아니, 아니
맥주는 먹태지, 탕은 소주 안주고
먹태 먹읍시다
(선겸) 나보고 메뉴 고르랬으면서
(미주) 또 말대답하네?
도대체 말대답의 기준이 뭔데
- (미주) 이런 거 - 이거 대답 아니고 질문인데
- 사장님, 여기 먹태 하나 주세요 - (사장) 네
(선겸) 나 사실
고민 있는데
(미주) 사장님, 여기 짬뽕탕도 하나 주세요!
- (사장) 네 - 됐죠?
들을 준비 됐어요?
어?
뭐야, 왜 그래요, 무섭게?
무섭지 않게 해 볼게요
(선겸) 아버지를 만났는데 결혼은
서단아 대표랑 하고 연애는 아무나 하래요
(미주) 음, 그러니까
결혼만 대표님이랑 하면 연애는 마음껏 해라?
[미주의 한숨]
하, 나 진짜 부자들 생각은 못 따라가겠다
사장님, 여기 500 하나만 더 주세요
(사장) 네
[미주의 한숨] 근데 아버지 딴에는 그게 양보라고 생각하시는데
대표님도 알아요? 자기 결혼 얘기?
나도 너무 오늘 들은 얘기라서
대표님 생각은 못 들어 봤는데 뭐, 나랑 별반 다를까요?
다르면 어떡해요
그 미친 여자 생각이 어디로 튈 줄 알고
(미주) 아, 참…
우리 그냥 한번 가서 꿇을까요? 눈 딱 감고?
그거 원하신다면서요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
아무리 쉬워도 안 돼요
(선겸) 애초에 오미주 씨가 왜 뭘 잘못했는데
잘못이라는 게 좀 상대적인 거니까
사람마다 기준이 다르기도 하고
그러니까 의원님 기준에는
제가 기선겸 씨 만나는 게 잘못인 거잖아요
(선겸) 다시는 그 얘기 하지 마요
내가 안 괜찮아요
(미주) 아유, 대쪽 같은 양반
감사합니다
그래요, 답 없는 얘기 그만하고
우리 오랜만에 만났는데 우리 얘기나 합시다
일은 좀 어때요?
(선겸) 우식이가 기량이 많이 올라왔어요
어떤 면에서는
예전보다 더 잘하는 거 같아요
[놀란 신음] 그럼 이제 복귀해요, 우식 씨?
잘됐으면 좋겠다, 진짜
우선은 실업 팀 여기저기 다녀보고 있어요
[미주가 호응한다] (선겸) 긍정적인 데도 한 팀 있고
그럼 바로 대회 나가는 거예요?
시즌 시작하려면 봄은 돼야 돼요
아, 시즌이 있구나
그럼 우식이를 트랙 위에 올려놓고
그리고 무사히 스타트 하는 데까지가 일단은 첫 목표
그다음은
그 이후에 차근차근 생각해 보면 되고
나 이제 좀 알 거 같아요
(미주) 기선겸 씨가 살아가는 방식
[잔잔한 음악]
그때도 그랬잖아요
차근차근 한 사람씩 이기다 보니까 눈앞에 아무도 없었다고
바로 눈앞에 놓인 과정들을 찬찬히 밟아 가는 거
그렇게 가는구나 싶어서
처음으로 나한테
웃어 주기도 했고
그, 9초대 할 뻔했던 그날
나 오늘 기록 쟀으면
9초대였을지도 몰라요
9초대면 어떤 건데요? 좋은 거예요?
아유, 완전 좋은 거죠
웃는 거 되게 예뻤는데
어, 왜인진 모르겠는데 눈물이 날 거 같더라고요
그냥 기분이
9초대
내 입으로 누군가한테 말해 본 거 진짜 처음이에요
[미주가 호응한다] (선겸) 우리 쪽에서는
이게 너무 마의 숫자라서
근데 그걸 말하는 순간
그 앞에는 오미주 씨가 있었고
그걸 말할 수 있는 순간의 앞에도
오미주 씨가 있었네요?
있어서 뭐 어쨌다고요
나한테 이제 9초대는 그런 의미라고요
아, 뭐야, 개설레게
[미주의 설레는 신음]
더 설레면 실수라도 할 기세네요?
바라는 거 같아서 안 해야겠네 그 실수
[미주의 헛기침]
(미주) [웃으며] 왜 그래요
섭섭해서 그래요?
아니요?
하나도 안 섭섭한데요?
- (미주) 배부르다 - (선겸) 음, 배부르다
아, 오늘 완주 회식 해 줘서
너무 고마워요
- (선겸) 아니에요 - 아니에요
나 사실
고민도 있는데
[놀란 신음] 고민이 있어?
(미주) 고민을 다 말한다고요?
아, 진짜 나날이 큰다
이 맛에 애 키우나 봐
나 아직도 물가에 내놓은 애 같아요?
날이 이렇게 추운데 물가에 내놓기는 왜 내놔요
옆구리에 착 끼고 있어야지
고민 뭔데요?
에이전시 들어오라고
동경 이사님한테 제안받았어요 에이전트로요
헐, 제리 맥과이어
(미주) 쿵칫쿵칫, 쇼 미 더 머니
- 기선겸이에요 - (미주) 헐!
(미주) 그럼 선겸 기, 쿵칫쿵칫
아, 아유, 나 취한다, 취한다
유산소를 너무 많이 했더니 술이 금방 도네?
우식이 뒤에 나 하나 있는 것보다는
에이전시가 있는 게 더 안전하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미주) 음…
기선겸 씨를 위해서도 좋은 방향으로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당신 인생이기도 하잖아
그러네요
근데 대표님이랑은 괜찮겠어요?
딱 봐도 가치관이랑 방향성 다 다른데?
또 똑같은 문제로 부딪치게 되겠죠
겨우 그런 상품성 아무나 있는 줄 알아?
(단아) 집안 배경 빵빵해, 얼굴 잘생겨
보여 준 기량 만년 2등인데 그건 아무나 하나?
근데 김우식은
상품화시킬 포인트가 있나?
당연히 김우식 선수 기량이죠
(선겸) 팀에서 원하는 게 결국 선수 기록이고 메달이니까
대표님이 정말로 몰랐던 거라면
내가 보여 주면 되는 거 같아요
(선겸) 결과로 보여 주면 누구보다도 납득이 빠른 사람이라서
[호응한다] [휴대전화 진동음]
잠깐만요
양반은 못 되겠네
왜 야밤에 전화질이야?
허, 참
(미주) '단아야, 결혼 준비 내가 알아서 할게'
'시간 내 와서 식만 올려라'
이게 뭐야, 누군데요?
(단아) 우리 회장님, 내 아버지
[흥미진진한 음악]
내 결혼 내용을 나만 모르네?
(미주) 그러니까, 이게 무슨 개같은 소리야?
(단아) 기 선수는 아는 바 있어?
의원님이랑 쿵짝인 거 같은데
(선겸) 대표님이랑 결혼만 하면 연애는 자유롭게 하래요
내가 아는 건 그 정도가 다예요
(단아) 오미주 씨 생각은?
이 화제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잖아
너랑 만나는 사이고 나랑도 만나는 사이인데
(미주) 내가 언제?
둘이 나 몰래 만나는 사이였어요?
아니거든요?
어차피 할 결혼 귀찮은데 그냥 구두로 한다고 할까, 우리?
(미주) 아, 좀 꺼져요
내 사무실이에요
(단아) 그냥 결혼해서 셋이 같이 살자
차라리 그게 편하지 않겠어요?
하, 미친, 진짜
세상에서 제일 불편한데 무슨 소리 하는 거예요?
(단아) 그럼 그렇다 치고
기 선수한테 계획이라도 있어?
있으니까 모시고 왔겠지
어차피 대표님이나 나나 서로랑 결혼하기 싫잖아
아, 뭐, 난 상관없는데
오미주 씨가 상관있을 테니까 하기 싫은 걸로 할게
[헛웃음] 되게 고맙네
아버지 곧 경선 때문에 거기 올인하실 거예요
애초에 결혼이 중요한 게 아니라
(선겸) 서명필 회장님이 필요한 거니까
우리가 시간 좀 끌어 보다가
한번 엎어 보죠
음, 뭐랄까
음, 되게 거창한 계획은 아닌 듯한데
되게 당차게 말하네요?
(단아) 너 요새 협상 많이 하더니 뻔뻔해졌다?
심플해서 좋아 내 시간 안 써도 되고, 오키
뭘 봐, 너무 아름답니?
음, 아니요
아니라 그러면 내가 뭐가 돼 안 아름다워?
할 얘기 남은 거 아니었어요?
나중에요, 갈게요
(선겸) 가요
오늘 그 얘기도 하려던 거 아니었어요?
에이전시 지원하는 거? [문이 탁 닫힌다]
원칙이라는 게 있으니까 일단 공고 뜨면 지원하는 게 순서죠
[호응한다]
일기 열심히 쓴 게 복선이었네?
글발은 자소선 쓸 때 발휘해요
- 자소서는 뭔지 알죠? - (선겸) 알아요
어디로 가요?
집으로 가나? 일하러?
(미주) 음…
먼저 가요, 생각해 보니까 할 말은 내가 남았네
음,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선겸) 때리지는 마요
- 뭐, 참아 볼게요 - (선겸) 봐줘요
응, 그럴게요
- (선겸) 가요 - 가요
[헛웃음]
이러는데 나랑 안 만나는 사이?
나 찜찜했는데 많이 참았어요
쿨해 보이고 싶어서
그때 왜 그랬어요?
신경이 쓰이네
걔가 뭘 마음에 들인 게 오랜만이라
오랜만인 건 어떻게 아는데?
그 마지막이 나였으니까?
도발했잖아, 그때
오미주 씨, 그게 언제 적 일인데 그걸 아직도…
내가 찌질해서 그렇다, 왜
[익살스러운 음악]
(단아) 사실을 구술했을 뿐인데
나 도발 어떻게 하는지 몰라요
(미주) 아, 타고나셨나 봐요, 아가씨
아가씨? 하, 참, 뭐야, 그 호칭
영화 '아가씨' 몰라요? 히데코 아가씨
'사랑하게 되실 거예요, 아가씨' 이거 몰라요?
세 아가씨 다 몰라요
[미주의 헛웃음]
(미주) 아니, 그거 뭐였냐고요
기선겸이 대표님 좋아한 것처럼 말했잖아, 나한테
[단아가 커피 잔을 탁 내려놓는다]
[한숨]
아무리 육상이라도
기 선수 배경이면 우리만 콘택트했을까
(단아) 그 수많은 에이전시 중에 걔가 나를 마음에 들여서
그 얘기였는데?
아니, 그거를 그렇게 말해요?
(단아) 한국말은 끝까지 들었어야죠
멋대로 연애사라고 결론 내린 건 오미주 씨였잖아
아니, 그거를 그 타이밍에 그 온도로 얘기하면
내 귀에는 당연히 그렇게 들리죠
이거 봐, 내 잘못 아닌데 또 나한테 뭐라고 하고
아이, 뭐, 과정이 어쨌든
결과적으로 대표님이 한몫한 건 맞아요
난 또 큐피드인 줄 알았네
(단아) 고맙긴, 뭘, 우리 사이에
(미주) 근데 정략결혼 화제였으면
영화 씨도 불러야 됐던 거 아니에요?
걔 나한테 사적인 연락 금지라서
대표님이 부르면 됐잖아
그러네
그걸 왜 다 끝나고 얘기해요?
끝나고 생각났으니까
아, 그리고 하나 더
기 선수 씨한테 야밤에 전화 금지
(미주) 갈게요
치, '기 선수 씨'?
[어두운 음악] 이 이야기의 교훈은
(선겸)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라
상황을
너 그래서 말인데
나랑 같이 일 안 해 볼래?
아, 왜 이렇게 떨어
이야…
자기는 땀도 예쁘게 흘린다
다한증이야?
- 형 - (선겸) 어
나 경찰이야
[긴장되는 음악]
(영화) 형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
나 다한증이야
상황을 믿어도 너는 경찰인데
(선겸) 그것도 다한증 있는?
내가 총을…
어디다가 뒀더라
망했다
(선겸) 이름, 생년월일
경력
씁, 경력?
(영화) 뭘 쓰시는데 그렇게 진지해요?
내 이력서요 [영화가 호응한다]
(선겸) 근데 경력이…
운동만 계속해서 그런가 별로 쓸 게 없네요?
국가 대표 말고는 딱히 경력이라고 할 게…
아유, 재수 없어
(영화) 형, 그냥 사진을 겁나 큰 걸 붙여요 그럼 끝나요
(선겸) 이거 규격에 맞춰서 붙여야죠
나도 이 정도는 알아요
정말 중요한 걸 모르시네
(영화) 형, 얼굴
응? 무조건 크게
말했어요, 예?
말했어요, 저 지금, 기억해요
명심하세요, 형, 형, 얼굴, 크게
간다, 가요
지켜요, 약속
[부드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우식의 만족스러운 신음]
(영일) 야
내가 그렇게 불쌍하냐? 2등 한 번 했다고?
뭐 이런 것까지 사 가면서 동정을 해?
안 불쌍한데요
제가 선배님을 왜 동정해요
근데 갑자기 안 하던 짓을 왜 해
저 오늘 처음으로 직거래해서 돈 벌었거든요
(우식) 계속 안 팔려서 헐값에 팔긴 했는데
뭐, 그래도 계속 갖고 있으면 짐 되니까
팔고 나니 후련하네요
뭐 팔았는데?
(우식) 공무원 시험 책이랑
기출 문제집 뭐, 이것저것
그런 거 준비했었어?
(우식) 네, 노량진도 갔었어요
그, 성근 선배 하시는 학원요
나 이제 다시는 2등 안 할 거야
그게 선배님 마음처럼 돼요?
그럴 생각으로 한다고
아…
그러니까 너도 나 이길 생각으로 해
네, 그럴게요
그리고 너 이거 계산하지 마
(영일) 건방지게 까마득하게 어린 후배가, 이씨, 쯧
내가 사 줄 테니까 많이 먹어
(우식) 더 시켜도 돼요? 피자?
- 사장님! - (영일) 야
(남자) 얘기 좀 하자
(예준) 어디라고 여기까지 와, 미쳤냐?
할 말 없다니까
(남자) 야
아, 왜 자꾸 튕겨 [차 문이 탁 열린다]
아, 싫다니까, 좀 [차 문이 탁 닫힌다]
(동경) 고예준
누구세요?
우리 아들이 무슨 잘못이라도 했어요?
(남자) 아니요
- (동경) 저기요! - (예준) 엄마
[의미심장한 음악]
- 엄마, 그게… - (동경) 설명하지 마
너
이번 주일부터 엄마랑 같이 교회 가
- (예준) 엄마 - (동경) 하지 마!
나 남자 좋아해
(동경) 아니야
아닐 거야
[차 문이 탁 닫힌다]
(예준) 부정해도
이게 나야
[자동차 시동음]
[한숨]
[동경의 거친 숨소리]
엄마라는 게
남의 자식 신경 쓰느라
제대로 봐야 할 것도 못 보고
[떨리는 숨소리]
[멀리서 개가 왈왈 짖는다]
[예준이 훌쩍인다]
우냐?
(예찬) 우, 진짜 울어?
[예준이 훌쩍인다]
나도 남자 좋아해
(예준) 어?
남자 좋아하는 거 뭐 그렇게 유세라고
(예찬) 아휴
제대로 말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들키는 거 말고
[잔잔한 음악] [예준이 훌쩍인다]
뭐 이런 걸 챙겨 와
주머니에 있길래
저번에 코 풀고 넣어 놨나?
아유, 춥다, 가자
엄마가 뭐라 하면 내가 오빠 편 들어 줄게
너 저번부터 왜 자꾸 나한테 잘해 주냐?
네 기분 거지 같으면 내가 거슬리니까 그러지
나 대학 못 가면 네가 책임질 거야?
- 아니 - (예찬) 아, 그러니까
빨리 걸어, 추워, 어휴
(예찬) 어휴, 찐따, 어유
[한숨]
[선겸이 키보드를 탁탁 두드린다]
올해에도 못 이루는 건가, 내 로망?
형, 가스버너 얼마인지 좀 물어봐 줘요
형
(영화) 선겸이 형!
가스버너
가스버너 얼마인지 좀 물어봐 줘요
형 눈 커서 내가 다 보인댔죠?
형이 관심을 안 주니까 제가 관종이 되는 거 아니에요
얼만데요, 가스버너
음, 좋은 거는 5만 원에서 10만 원?
(영화) 생활비에 월세 내고 나면 항상 빠듯해서 못 샀어요
술 먹을 돈은 있으면서
근데 갑자기 가스버너는 왜요
옥탑에서 삼겹살 구워 먹으면 맛있잖아요
미주 누나 있지 않을까요?
(영화) 애교 떨어서 빌려 봐야지
아, 오미주 씨한테 애교를 왜 떨어요
그, 전화하지 마요 내가 해 볼 테니까
[휴대전화를 탁 집는다]
[발랄한 음악]
[통화 연결음]
- 바빠요? - (미주) 예, 뭐, 일하는 중이죠
- 혹시 가스버너 있어요? - (미주) 가스버너?
(미주) 어, 있을걸요? 근데 그건 갑자기 왜?
영화 씨가 옥탑에서 삼겹살 구워 먹고 싶다 그래서
(미주) 헐, 대박
빌려줄 테니까 나도 끼워 줘요
네
- (선겸) 아, 들어와요 - (영화) 어서 오세요
- (선겸) 아, 줘요 - (미주) 실례합니다
(선겸) 아유, 이 손 봐, 다 얼었다
감수할 만했어요
삼겹살이랑 기선겸 씨가 기다리는데
(선겸) 에이, 뭘 감수를 해
- (미주) 괜찮아요 - (선겸) 그게 뭐라고, 이쪽 손
[선겸의 놀란 신음]
- (선겸) 얼음이야, 얼음 - (미주) 아, 따뜻하네
(영화) 아, 나도 대표님 부르고 싶다
뭐, 집주인 의사가 그렇다면 그렇게 하세요
사적인 얘기 금지예요 그림 얘기 빼고
또라이들 아니야?
그때 그, 고향에서 한 사적인 그건 뭔데요
연락하는 거 아직 허락 못 받았어요
그럼 그림 얘기면 되는 거 아니에요?
(선겸) 집 좀 보여 줄까요?
(영화) 형 천재다
(선겸) 여기가 이제 자는 곳이고요
- (미주) 여기가 자는 데예요? - (선겸) 제가 소파에서 자고
- (선겸) 영화 씨가 저기서 자고 - (미주) 안 추워요?
[통화 연결음] (선겸) 괜찮아요, 안 추워요
대표님
아, 잠깐만요, 끊지 말아 봐요
(영화) 아…
[선겸과 미주가 대화한다] 아, 전화를 끊을 의도로 받으면 안 되죠
그림 얘기예요, 그림
저 다 그렸으니까 저희 집으로 오세요
지금요, 네
[통화 종료음]
(미주) 그림 다 그린 거예요? 이거예요?
(영화) 아니요?
(선겸) 그럼 대표님한테 거짓말한 거예요?
거의 다 그렸는데 '거의'를 빼먹었을 뿐이에요
그걸 빼먹으면 거짓말이지
(미주) 아주 죄를 짓네, 지어
아유…
고기는 언제 먹어요?
고기는 내가 구울게요
나 고깃집 알바 오래 해 가지고 되게 잘 굽거든요
이제 재료 사 와야죠
우리 다 같이 가요, 예?
아, 준비를 좀 하고 불러
요
(미주) 둘이 갔다 와요
나 여기까지 오는 데도 힘들었어
(선겸) 음, 그러면 저기 따뜻한 데서 쉬고 있어요
(미주) 아, 그럴게요, 네, 알았어요
(영화) 형은 술도 잘 못 마시면서 왜 자꾸 번들로만 담아요?
낱개로 담아 본 적이 없는데
(선겸) 여기는 소주를 짝으로는 안 파나 보네?
짝? 한 짝?
아니, 그걸 누가 다 마셔요
있으면 다 마시던데
[의아한 숨소리]
[익살스러운 음악] (영화) 에헤, 에헤!
형, 아니…
아, 이 양반이 진짜
아, 형, 고기를 얼마나 갖고 온 거예요, 지금
네 명이니까, 우리
(영화) 아, 네 명이면 두 근만 사 와도 되는데
이거 몇 근이야, 이거, 아유
그냥 사다 놓으면 다 먹던데
아까부터 누가 그렇게 다 드신다고 하는 건지 참
- 내 동료들 - (영화) 동료들요?
동료들이면…
우, 운동선수들
운동선수들
(영화) 와, 장난 없다
나야 생큐지, 뭐
근데 목살…
[흥미진진한 음악]
(영화) 이 정도면 되겠죠?
- (미주) 네 - (영화) 됐죠? 두 개
(영화) 대표님이다!
- 뭐야, 이 그림? - (선겸) 대표님 오셨어요?
뭐긴 뭐야, 고기 먹는 그림이지
아
내 그림 어디 있어?
(영화) 하나, 둘
샥! 짜잔
어때요, 그림 같죠? [영화의 웃음]
(단아) 이건 고기잖아 내 그림 어디 있냐고
마음속에?
그럼 마음에서 꺼내서 보여 줄 거니?
마음속엔
이거밖에 없는데
(미주) 영화 씨, 그만해요
(선겸) 나는 여차하면 대표님 말릴게요 [영화가 말한다]
(미주) 네
(영화) 삼겹살 같이 먹고 싶어서 불렀…
[익살스러운 음악] 맞고 고소해, 합의금 많이 줄게
- (미주) 아이고, 아이고 - (영화) 얼마나 줄 수 있는데요?
네가 아픈 만큼 많이
(선겸) 대표님, 대표님, 진정하세요 대표님 손 다쳐요
지금 손이 문제예요?
- (단아) 오케이, 그러면 - (영화) 오!
[영화의 신음] (단아) 때리지 말고 밀자
왜, 그런 거 있잖아 삐끗해서 떨어진 거지
그렇게 처리하자, 기 선수, 어?
그렇게 쉽게 처리가 될까요?
처리되면 어쩌게?
(영화) 아니, 여기서 떨어져 가지고 팔이라도 부러져 봐
[힘겨운 신음] 그림 못 그리지
(단아) 팔만 부러질까? 어?
[헛웃음]
나 처음으로 대표님 이해될 거 같아
아씨, 이해하기 싫은데
일단 와 가지고 고기 좀 먹어요 태우면 벌받아요
- 와서 미주 씨 좀 도와줘요 - (미주) 빨리 와요
[영화의 당황한 신음] (선겸) 손 시리죠?
[단아가 냄새를 킁 맡는다]
소주면 소주고 맥주면 맥주지 소맥이 뭐야
[단아의 한숨] [미주의 탄성]
서단아 성질 많이 죽었다
(미주)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와서 좀 앉아요
뭐, 스탠딩 파티야?
- (선겸) 오미주 씨 말 들어요, 대표님 - (미주) 그래
의자다운 의자가 있어야 앉지
- (선겸) 잘 익었어요 - (미주) 우린 뭐, 공중에 떠 있나?
(단아) 미리 계획을 말해 줬으면 내가 내 술 가져왔잖아, 전용 잔이랑
(미주) 대표님은 뭐, 나한테 미리 말해 주고 동해 데리고 갔나?
아니, 그렇게 불평만 할 거면 가든가요
누나, 대표님한테 왜 그래요 기껏 왔는데
아, 왜 오미주 씨한테 소리를 지르고 그래요, 뭘 잘했다고?
(미주) 맞아, 불렀으면 좀 챙기든가
(단아) 나만 참아서 되는 문제면
참아 볼게, 내가
나 오늘 삼겹살 처음 먹어 보는 건가?
[미주가 풋 웃는다]
[익살스러운 음악] [영화의 만족스러운 신음]
(선겸) 이티 친구
아, 대표님이랑 같이 먹으려고 부른 거 아니에요?
근데 왜 그렇게 혼자서 열심히 먹고 있어요
(영화) 쌈은 셀프
개인마다 취향이 달라요
(미주) 오, 오, 오! 어디, 어디
아유, 술 아깝게
줘요, 나 마시게
기 선수가 하나 싸 줘 보자, 쌈
(미주) 씁! 쯧, 어딜, 진짜
기 선수, 기 선수 그거 그만하랬죠?
대표님 선수 아닌 지가 언젠데
이름 모르는 거 아니야?
기도 안 차서, 진짜
진짜 알아요? 이름 뭔데
오, 웬일이야, 진짜 생각 안 나
(단아) 잠깐만, 나 알아요
아, 장난치지 말고
(단아) 검색 찬스 한 번만
[한숨]
뭘 알아야 입력하지 검색어 뭐라고 입력할 건데?
기 선수니까 기…
(단아) 뭐, 입력하면 대충 연관 검색어 뜨지 않을까?
대표님, 제 이름은 알아요?
딱 한 번만 불려서 확인하고 싶네
(단아) 아, 자판기
내 이름은 알아요?
오미주
왜 설레지?
(미주) 아씨, 왜 불쾌하지?
(단아) 국가 대표 육상 선수
아! 기선겸
(영화) 대표님, 아
- (단아) 아, 이제 와… - (영화) 아, 아
(영화) 휭! 휭!
(미주) 왜 저러지?
(영화) 오…
(영화) 삼겹살 먹어 보니까 어때요? 맛있죠? 그렇죠?
[함께 대화를 나눈다] (단아) 서민 음식 먹는 거…
(영화) 다음에 또 먹으러 가요, 예?
[익살스러운 효과음] [매이의 신난 웃음]
[익살스러운 음악]
언니, 여기서 뭐 해?
어, 미주야
(매이) 그때 그 난리 통에 다 계셨던 분들
안녕하세요
오랜만이네요, 동거인분
언니 혼자 뭐 해, 여기서?
아니, 나 일행이 있어
(매이) 뭐야, 어디 갔어
지현아
- 정지현 - (단아) 정지현?
나 이름 아는데
실장님 성함이랑 같잖아요
맨날 직책으로 부르니까 모르지
(단아) 아…
지현아
[익살스러운 음악]
(단아) 실장님이 왜 거기서 나와요?
(지현) 아, 예, 그, 제가
이 미끄럼틀과 어떤 놀이터
그리고 처음 데이트해 보고 싶…
그, 대표님 일정에 오늘 여기가 없었던 걸로 제가 알고 있는데
(매이) 대표님?
혹시 그때 전화했던
악덕하시다는
악덕?
누나,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어, 응?
누나?
(지현) 저…
대표님, 제가 다 말씀…
다 설명드리겠습니다
[폭죽이 펑 터진다]
[아름다운 음악]
[종소리 효과음]
(지현) 그 순간
제 마음속에서도 뭔가 펑 하고
(단아) 아직도 그때 생각만 하면…
(영화) 생각하지 마요, 대표님
아, 생각해 보니까 그때 내가 언니 때문에 놀라 가지고
아…
(미주) 이런 게 자만추예요
아,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영화) 아, 그래도 한 명은 로맨틱했어 가지고 다행이다
그러고 회사 복귀하려는데 얘가 나를 따라온 거야
(지현) 저기, 저…
정지현이라고 합니다
네
그, 초면에 실례지만 혹시…
혹시…
(지현) 혹시…
교제 중인 분 있으십니까?
[부드러운 음악] 네?
아…
혹시 기혼이십니까?
네?
아, 가장 먼저 이 질문이 선행됐어야 했죠?
어…
연애 대상에 남성이 포함돼 있습니까?
네?
(선겸) 근데 동거인분 그때 분명 무성애자시라고 하시지 않으셨어요?
아, 무로맨틱은 아니에요
스펙트럼이 워낙 넓으니까
그, 연애를 안 하는 주의는 아니었다는 거죠 [선겸이 호응한다]
그땐 지현이 널 만나기 전이었으니까
[헛기침하며] 아, 누나, 사람들 다 보고 계신데 왜 그래
앞으론 주말에 업무 전화 자제할게요, 실장님
사생활은 존중해야지
부탁드립니다
애가 심성이 고와서 싫은 소릴 잘 못해요
네?
이미지 메이킹을 대체 어떻게 했길래
남이사
오늘처럼 또 낚시질하면 그땐 옥탑에 매달아 버린다
농담을 되게 진담처럼 하신다
농담이겠니?
이 동네에 또 온단 얘기를 그렇게 하는 거예요?
아예 이사라도 올까 봐
저희 집은 안 돼요 선겸이 형 있어요
[영화의 웃음]
사실은 오늘
이거 주려고 부른 건데
[잔잔한 음악] [단아의 헛웃음]
너 자꾸 거짓말하면 코 길어진다
진짜 생일도 꼭 챙길게요
난 응원하거든요, 대표님 미련
그럼
다음 선물은 뭐, 축구공인가?
어…
모른 척하면서 받아 주기예요, 예?
깜짝 놀라면서 받아 주기
(영화) 약속
뭘 그렇게 봐?
너무 아름답니?
참…
안 어울린다 싶어서
대표님과 가로등이라니
네가 뭔데 평가질이야
상상도 못 해 본 그림이라
(영화) 근데
상상했어도
그 어떤 상상이었어도
실제보다 멋지진 않았을 거 같아요
좋다, 실재해 줘서
나도
저
새 목표 생겼어요
또 내가 협조해야 돼?
대표님은 그냥 그 자리에 있으면 돼요
거리 유지해 보려고
어디서든 볼 수 있게
(영화) 너무 멀면 안 보이고
너무 가까우면
시야가 다 가려질 테니까
협조해야 되네
[통화 연결음] 아, 왜 안 받아
받아라
너 어디야?
(미주) 나? 집이지, 일하고 있고
너 지금 여기 누가 와 있는 줄 알고 집이야
코드 네임 캔디
빨리 와
(매이) 아유…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시면
(지우) 아, 갑자기 찾아온 내가 잘못이죠
아, 근데 좀 앉아도 될까요?
제가 정신이 없어 가지고 자리도 안 권했네요
- (매이) 이쪽으로 - 아, 여기
(매이) 간식 너무 감사합니다
어, 기다리시는 동안 심심하시면
포스터에 사인 한 장만…
아, 네, 백 장도 해 드리죠
네 [지우의 웃음]
[다급한 숨소리]
(매이) 이러고 왔어?
아, 나 화장할 시간이 없었어 가지고
- 많이 이상할까? - (매이) 많이 수상해
(매이) 엊그제 라섹 수술 한 거 아니면 벗자
어, 맞네
그냥 눈 수술했다고 할까?
선글라스랑 모자 둘 중에 하나만 하든가, 그럼
아, 안 돼, 나 머리 안 감았단 말이야
팬인데 뭔들 안 이쁘시겠냐
- (매이) 얼른 안 가? - (미주) 아!
(지우) 음, 내가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제철 굴 맞죠? 그때 그 영화제에서
(미주) 어, 네, 네, 언니, 맞아요 어, 웬일이야
아, 아, 뭐야, 진짜
근데 요즘이 진짜 제철이시잖아요
(지우) 아유, 나 떠올리고 되게 뿌듯했잖아
(미주) 아, 웬일이야
아, 아, 근데 저는
어, 딴 얘기 하실 줄 알고
되레 긴장했는데
나랑 나눌 대화에 긴장할 게 뭐가 있어요
나 보면 그냥 막 떨리고 그래?
(미주) 네, 아, 그것도 그렇고
어, 저는 다 알고 오신 줄 알고…
알고 왔지
태리가 한 감독 연출이랑
번역가님 자막 덕분에 비행기도 많이 타고
(지우) 레드 카펫도 원 없이 밟아 봤다 그러더라고
마음도 참 아름다우시네요 최태리 님은
나랑 같은 소속사 식구예요
어떨 때는 진짜 식구보다도 태리가 더 식구 같아
커피 차 언제 보내 줄 거예요?
아, 그걸 제가 보내도 돼요?
응, 보내 줘요, 선겸이랑 같이
[부드러운 음악]
아, 선겸이가 백수라 더치페이가 가능할까 모르겠다
기선겸 씨 백수 아니에요
그럼 뭐예요?
아, 모르세요?
몰라요
그…
아, 그, 제가 지금 잠깐 긴장해 가지고 생각이 잘 안 나는데
(미주) 그, 아, 그거 뭐지
그, 그, 제리 맥과이어가 하는 건데
그, 있잖… 아, 잠깐, 미치겠다, 진짜 [지우의 웃음]
아…
- 아, 아, 에이전트, 에이전트 - (지우) 아!
아, 바보
[시원한 숨소리]
[미주의 시원한 숨소리]
아, 진짜 안주가 따로 없다
(미주) 안 먹어도 배부르다
그래서 뭐라셔
(매이) 지우 님도 너랑 그 양반
반대하러 오신 건 아니지?
(미주) 으음, '캔디' 한영 잘 부탁한다고
언니도 비행기 타는 거 좋아하신다고
근데 참 말 몇 마디 섞지도 않았는데
모자지간이긴 한가 봐
(미주) 아, 모르세요?
몰라요
내가 지우 언니에게서 그 양반의 향기를 잠깐 느꼈어
캔디 실물 영접했으니 작업 능률도 더 올라가겠네
(미주) 그렇지, 그렇지, 그렇지, 짠 하자
여보의 연애를 응원하며, 짠!
하, 진짜 연애 얼마 만이냐
연애 아닌데
(매이) 지현이가 그냥 일방적으로 나 쫓아다니는 거야
실장님이?
- 왜? - (매이) 왜인지
모르겠니?
어
그걸 아직 몰라?
- 야, 우리 헤어져 - (미주) 싫어
(매이) 죽 같네
- (미주) 여봉 - 아, 애교 죽 같네
[미주의 웃음]
[비장한 음악]
[총성]
[새 울음]
(단아) 아, 다 도망갔네
너 이제 어떡할 거야
몰라
아, 그래도 여기 하루에 한 끼는 주고 괜찮은 편이었는데
괜찮다고?
완전 거지 같던데
- 우리 거지 맞아 - (단아) 아
[미주의 놀란 숨소리]
사람도 죽일 줄 알아요?
많이 죽였나 본데?
내가 죽을 거 같아서 그냥 다 죽여 버렸어
[미주의 놀란 숨소리]
너희는 이제 어떡할래?
비슷한 데서 비슷한 일 하거나 길거리에서 굶어 죽겠죠
뭐, 여기든 밖이든 버림받은 건 매한가지고
그럼
나랑 같이 갈래?
너희들이 못 가진 거
없는 거 내가 다 해 줄게
- 예를 들면? - 예를 들면?
어…
어? 뱉고 나서 생각한다
- 꼭 사기꾼들이 저런 말 하지 않아? - (미주) 어
(지우) 일단 애가 둘이니까
엄마부터 해 볼까?
[지우의 웃음] [총성 효과음]
"캔디, 코드 네임 캔디"
음…
이건 투 나오겠는데?
투 떡밥이네
[미주가 하품한다]
밤새웠냐?
언니
'캔디 2' 나올 건가 봐
(미주) 엔딩에 캔디가 지켜야 될 애들이 생기거든
너 왜 스포해, 죽을래?
아, 쏘리
(미주) 투는 이제 캔디가 소중한 걸 지키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그런 내용으로 나와야 돼
그건 진짜 법적으로 꼭 나와야 된다
어떻게 개봉도 안 한 영화 스포를
- 오미주 극혐! - (미주) 아, 쏘리
야, 너 이거 뉴스 봤냐?
- (미주) 뭐? - 안 봤지, 뭐
- (미주) 헐 - 진짜일까?
아닐걸?
적어도 프로님 애인은 연하 같았는데
(매이) 댓글 난리 났네, 이거, 어떡하냐
근데 언니는 왜 이렇게 동요해?
지현이네 회사 일이잖아
기은비 프로 거기 소속 아니야?
아, 그렇지, 그렇지, 맞네, 맞네
(미주) 언니가 생각이 깊다
나는 그 양반 누나인 것도 방금 생각났는데
네가 내 아들 이상하게 물들여 놔 가지고
이제 내 딸까지 흠집 나게 생겼다
[잔잔한 음악]
설마
아니겠지?
(매이) 아휴, 우리 지현이
오늘 야근하겠네
데이트 취소해 줘야겠다
[통화 연결음]
[헛기침]
어, 기선겸 씨, 어디예요?
아, 그러면 끝나고 우리 집에서 볼까요?
네, 그래요, 네
[통화 종료음] 아, 참…
연락처를 알아 둔 보람이 있어야 될 텐데
(미주)
(미주)
[한숨]
[전화벨이 울린다] (단아) 네, 제가 다시 전화드릴게요
[통화 종료음]
그러니까 기 프로한테 내가 직접 물어보자고 했죠? [휴대전화 진동음]
(동경) 네, 실장님, 기 프로는요?
(지현) 호텔에는 없습니다
청운동 본가로 가 보는 중입니다 [동경의 한숨]
알겠어요
(동경) 일단 오늘은
'기은비 입장 확인 중'
보도 기사로 막고 내일까지 기 프로 안 닿으면
사실무근으로 대응합시다
[한숨]
올해는 내가 굿한다
하고야 만다, 진짜
[휴대전화 진동음]
[블루투스 조작음]
- 네, 엄마 - (지우) 누나 기사 난 거 봤어?
무슨 기사요?
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가서 누나 좀 도닥여 줘
엄마 지금 촬영 때문에 지방이거든
지방 아니었으면 엄마가 가셨을 거예요?
하…
우리 아들 정곡을 다 찌를 줄도 알고
아니, 못 갔을 거야, 서울이어도
지금 찍는 것도 해야 되고
할리우드 영화 오디션 때문에 영어 대본도 외워야 되고
건강 잘 챙겨 가면서 하세요
엄마 스케줄 워낙 바쁘잖아요
아, 내가 너무 이기적인가?
이상한 기사 나서 우리 딸 속상할 텐데
일을 내팽개치고 가 보질 않네, 내가
일 내팽개치면
엄마 팬들이 서운해할 거 같은데?
[전화벨이 울린다]
(동경) 미안, 미안
회사에 이슈가 좀 있어서
신경 쓰지 마요, 괜찮아
누나 일 때문에 바쁜 거예요?
기사 봤구나?
(동경) 기 선수도 너무 염려 마요 그건 우리 일이니까
근데 어쩌지? 서 대표 외부 미팅이 늦어져서
오후 늦게나 올 거 같은데
저 대표님 뵈러 온 거 아니에요
그럼 여기 왜 있어요?
저 이사님한테 인사드리자마자 바로 여기로 와 있으라고 하셔서
아, 내 정신 좀 봐
난 당연히 서 대표 보러 온 줄 알고 여기 넣어 놨네?
[동경의 한숨]
컨디션 좀 안 좋으신 거 같은데 괜찮으세요?
어, 엎친 데 덮치기까지 해서
(동경) 그럼 여기 왜 왔어요?
아, 공고 내신 거
지원하러 왔습니다
직접 권해 주셨는데 얼굴 뵙고 드리는 게 예의인 거 같아서요
생각보다 두툼하네?
자소서 열심히 썼나 봐요
네
진지하게
잘 검토해 볼게요 [휴대전화 진동음]
일 보세요, 저는 알아서 가겠습니다
그럼 면접 때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동경) 네, 기자님
하, 당연히 사실이 아니지
(미주) 기사 봤어요?
(선겸) 오면서 봤어요
나도 연락 안 되기는 마찬가지고요
그때 말한 사진
그거 나한테 말해 준 게 기선겸 씨 누나분이었어요
[의미심장한 음악]
누나를…
만났어요?
찾아오셨어요
영 찜찜해서 대비하라고 나한테 알려 주신 거 같아요
오미주 씨가 되게 마음에 들었나 보다
나야 영광이죠
근데 그때 내가 듣기로는
의원님이 가족들마다 사생활…
(미주) 폴더라도 만드시는 것처럼 들렸는데
맞아요?
가능성이 없지는 않죠
[한숨]
이게 맞는지 아닌지 확실하지도 않고
뭐, 그냥 홧김에 하신 말씀일 수도 있는데
나는 그 뒤 내용이 너무 마음에 걸려 가지고
[초인종이 울린다]
(미주) 오셨나 보다
(선겸) 누가요?
두 분이 등잔 밑에서 편하게 얘기했으면 해서
[은비가 거친 숨을 내뱉는다]
(은비) 라이언이 전화를 안 받아
연락 안 돼도 잘만 찾아내더구먼
나 이제 걔가 도망조차 안 가고 그냥 헤어질까 봐 그게 제일 무서워
물 더 드릴까요?
(은비) 아, 네
아, 저, 불러 줘서 고마워요
내가 이런 얘기 할 데가 없거든 친구도 없고
먼저 불러 줘서 염치 불고하고 왔어요
뭐, 술 드릴까요?
아, 저 술은 안 마셔요
(은비) 한번 시작하면 절제가 안 될 거 같아서
[한숨]
내가 그 남자랑 차를 마시긴 했어
근데 그건 아버지 기다리면서 마신 거고
내 잘못이 아예 없다고 할 수가 있나?
아, 날 믿어 줄까?
나 걔 없으면 안 되는데
누나 걔 없이도 잘 살았어
- (은비) 아니거든? - 라이언이랑 한 살 때부터 살았어?
이럴 때일수록 확실하게 얘기를 해야죠
(미주) 그분도 지금 프로님이랑 비슷한 심정일 텐데
전화를 안 받는데 어떻게 말을 해요
뭐, 문자도 있고 메일도 있고
와, 그 방법이 있구나
(은비) 생각도 못 했어
아, 아버지
선거에 불똥 튀면 어떡하지?
누나, 이럴 때는
누나 걱정부터 좀 해
[잔잔한 음악]
우리도 좀 이기적으로 살자, 좀
[헛웃음]
많이 컸다, 기선겸?
직접 말씀드리는 게 좋겠지? 사실 아니라고?
아이고…
같이 가 줄까?
불난 집에 기름 부을 일 있니?
[은비의 헛웃음]
아, 물 잘 마셨어요
너무 걱정하지 마시고 힘들면 언제든지 찾아오세요
저 맨날 집에 있으니까
고마워요, 통역사님
(은비) 나 진짜 아니에요, 아빠
난 내 애인 두고 바람 절대 안 피워요 그것도 유부남이랑
(정도) 당연하지
내가 우리 딸을 안 믿으면 누가 믿어
우리 딸이 그 피라미 같은 의원보다 몇십 배
아니, 몇백 배 더 유명한데
노근성이한테는 노이즈 마케팅으로 이만한 게 어디 있겠어
아빠만 믿어, 다 해결해 줄게
네
아, 저 에이전시에 가 봐야겠어요
거기도 난리 났을 텐데
음, 그래
훈련에 집중해야지, 중요한 때인데
(정도) 그래
아빠가 미안하다
너까지 말려들게 한 거 같아서
아니에요
믿어 주셔서 감사해요
[어두운 음악]
기 프로 연락 닿았어요?
(동경) 일단 대응은 했으니까
좀 잠잠해지면 입장 표명 해야 할 거 같은데 [문이 탁 닫힌다]
[한숨]
내 선수가 꽃뱀 소리나 듣다니
아니, 기 프로 스펙에도 꽃뱀 소리가 하고 싶나?
[지현의 헛기침]
악성 게시 글 수집 중입니다
밥 잘 먹고 입 잘못 놀린 벌 받게 해야죠
(동경) 지금 기 프로도 얼마나 심란하겠어
내일까진 지켜봅시다
혹시 모르니까 기 선수한테 연락 한번 해 봐요
피는 물보다 진하니까 거긴 닿았을 거 아니야
나는 짐작 가는 데로 해 볼게요
(지현) 예
[정도가 구토한다]
[힘겨운 신음]
너무
모든 걸 걸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몸 상하십니다
이게 내 팔자인데 어떡해
크든 작든
모든 일에 내 전부를 걸어야지
스케줄을 좀…
조정할까요?
잠도 거의 안 주무시잖아요
잘 시간 주고 말해
육체적으로
정말 너무 힘들다
(정도) 맨날 웃어야 돼서 기 빨리고
몸이 힘들어, 진짜, 몸이
[정도가 흐느낀다]
[정도가 흐느낀다]
[한숨]
[흥미진진한 음악]
아, 대표님 굿 샷
(은비) 여긴 어떻게 알고?
[한숨]
암만 고단해도 훈련은 할 거 같아서
사실이에요? 스캔들 내용?
[은비의 헛웃음]
(은비) 사실이겠어요?
우리 선에서 사실 한 번 막았던 이슈예요, 결국 터졌지만
(은비) 아버지가 좀 기다리래요
알아서 하시겠죠
그러려고 있는 에이전시가 아닐 텐데?
아, 뭐, 의원님이 에이전트셨어?
상태 괜찮은 거면 그걸로 됐어요
(은비) 설마
나 걱정돼서 온 거?
골프 치러 온 거
(단아) 아, 기 프로 진짜 한 번을 안 봐주더라
어쩜 그래, 일반인 상대로?
기 프로가 봐준 게 아니라고 장담하십니까?
아하 [휴대전화 진동음]
[밝은 음악] (영화)
아…
나 모자 써서 지금 머리 엉망인데, 응?
눌린 머리도 아름다우려나?
차에 있는 헤어 세팅기 가져다드리겠습니다
[조작음]
[조작음]
이번에도 구라면
(단아) 살려 둘 자신이 없는데
혹시 모르니까 갖고 올라가?
맞으면 아프지 않을까?
[영화가 숨을 깊게 내뱉는다]
(영화) 뭐야
저, 뭘 들고 온 거예요?
(단아) 혹시 몰라서 [영화가 호응한다]
(영화) 자, 드디어
[영화가 손뼉 친다]
개봉합니다, 기대해 주세요
하나, 둘
셋! 짜잔
[부드러운 음악]
그림…
참 시끄럽네
소리가 들려요? 막?
과학이 그 정도로 발전했나?
네가 아직 어려서 안 숨겨지는 거지
학생일수록
자기 내면이나 성향이 그림에 잘 보이거든
학생 많이 만나 봤나 봐요
이론이 그렇다는 거야, 이론이
너무 열렬히 외치고 있잖아 사랑한다고
사랑해요, 대표님
[감성적인 음악]
맞아요
그런 마음으로 완성한 작품
치
작품이세요?
보통은 작업이라고 하지 않나?
(영화) 이번 거만큼은 작품이라고 부르고 싶어서요
아, 물론 제가 죽고 나서 평가받아야죠 작품이라고
그 전까진 작업이 맞지
궁금하네, 네 작품
제 죽음으로 완성하라는 건 아니죠?
오래 살아야지 무슨 그런 흉흉한 소릴 해, 창창한 나이에
(단아) 아니…
[영화의 신음] 아, 넌 대체 이걸 어떻게…
남들 보는 미술관에 걸라는 거야 부끄럽게
[단아의 헛기침]
개인 소장 해야겠네, 어쩔 수 없이
[휴대전화 진동음]
- 잠깐 나 통화 좀 - (영화) 네
네, 실장님
네?
뭐라고?
[어두운 음악]
아, 잠깐만
(단아) 진짜로?
아, 일단 알겠어요, 갈게요
왜요?
(영화) 회사에 무슨 일 있어요?
아니면 또 어지러워요?
- 대표님 - (단아) 어
아, 회사 일
나 가 봐야 될 거 같다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어…
운전할 수 있겠어요?
어
나 아니면 누가 해 들어가, 추워
연락…
할 거죠?
부모가 죽는다고
모든 자식이 슬퍼하는 건 아니야
모든 부모가
자식을 맹목적으로 사랑하지도 않더라
영화야
예
넌 오래 살아
천재들은 요절한다잖아
.런 온↲
.영화 & 드라마 대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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