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 온 3
제 여자 친구입니다
[태리의 헛웃음]
[작은 소리로] 아, 미쳤어요? 맞을래요?
진짜
아, 미친놈아, 진짜
진짜
[선겸의 힘없는 숨소리] [익살스러운 효과음]
[미주의 당황한 신음]
(대리 기사) 예,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예
아, 대리 부르…
아, 어느 분…
(미주) [힘겨운 목소리로] 아, 여기요, 여기, 여기
(대리 기사) 아유, 예
괜찮으세요? 아유, 저…
[대리 기사의 당황한 신음]
[흥미진진한 음악]
사진들 찍으셨나요?
저 여자분은 일반인이니까
고소당하기 싫으면 알아서들 하세요
뭐, 기선겸은 내 알 바 아니고 내 남친도 아닌데
수고
[기자1의 한숨]
[밥솥이 쉭쉭거린다] [칼질 소리가 들린다]
(매이) 일어나셨네요
동거인이에요
연인 아니고 친구 사이니까 오해하지 마시고
(미주) 아유, 제가 얹혀사는 거죠, 대표님
안녕하세요, 기선겸입니다
(선겸) 초면에 이렇게 뵙게 돼서 정말 죄송한데
죄송한 김에 욕실도 좀 쓸 수 있을까요?
되게 깔끔한가 봐요?
- 그런 편이에요 - (미주) 뭐, 어디까지 할 건데요?
(미주) 얼굴? 머리? 몸?
어디까지 할 수 있습니까?
괘념치 말고 다 하세요
(미주) 칫솔이랑 갖다줄 테니까, 잠깐만요
이거
이거 일단 먹어요
- 이게 뭔데요? - (미주) 숙취 해소제
(미주) 처음 봐요? 앞으로 많이 좀 봐야겠던데
영 알쓰야, 알쓰, 응?
자, 일단 먹어요
[흥미진진한 음악]
"싸이코"
(미주) 새 옷 뒀어요, 편하게 입고 나오세요
- (선겸) 이, 이건가요? - (미주) 네
(선겸) 안 그러셔도 되는데, 감사합니다
[익살스러운 음악] [미주의 웃음]
(미주) 기선겸 씨 옷은 지금 세탁기 돌리고 있어요
그거 남자 옷이에요
여기 베란다에 일부러 보이라고 걸어 두는 용도, 여자 둘이 사니까
실제로 누가 입는 건 처음이에요
왜요, 너무 유난이에요?
아…
거기까지는 생각 안 했는데
(선겸) 거기까지도 생각하는구나 싶어서요
옷 빌려줘서 정말 감사합니다
마음에 들면 빌려줄게요 돌려만 주세요
마음에 안 들어요 바로 돌려드릴게요
그래요
(매이) 이 대화 뭔지 모르겠지만
손님, 운동화도 다 긁혔던데?
현관에 남자 신발도 하나 있으니까 신고 가세요
사이즈가 맞으려나 모르겠네
(미주) 어머나, 어머나 우리 집에 신데렐라가 왔네
신데렐라는 알죠?
알아요, 몰라요?
(선겸) ♪ 언니와 계모들에게 구박을 받았더래요 ♪
(미주) 아, 아네? 구박 안 할 테니까 앉아요
자
'계모와 언니들' 아닌가?
술이 덜 깬 거 같은데
자, 지금이에요 배고플 때 탕
먹읍시다
그럼 제가 설거지하고 가겠습니다
(미주) 그래요
(선겸) 잘 먹겠습니다
울 엄마표 갈비탕 맛있어요 [미주의 만족스러운 신음]
많이 드세요
네
[숨을 들이켠다]
저, 근데
여기는 어떻게 오게 된 거죠?
[흥미진진한 음악]
(대리 기사) 내비상에 집 주소 없는데요?
선수촌하고 에이전시
아, 여기 서울호텔 있는데요?
(미주) 호텔요?
(대리 기사) 어떻게, 서울호텔로 가 드릴까요?
아나, 진짜, 세상에
셋 중에 제일 괜찮아 보이는 게 호텔이네
저, 한남 오거리로 가 주세요
- (대리 기사) 한남 오거리요? - 네
(대리 기사) 예, 알겠습니다 [미주의 한숨]
진짜 대가리 한번 깨 보고 싶네, 쯧
[내비게이션 음성] 길 안내를 시작합니다
기분 좀 어때요?
좀 좋아졌어요?
(미주) [힘주며] 아유, 진…
[미주의 신음] (선겸) 아유, 아파
(미주) [힘겨운 목소리로] 씨, 잠깐만요
잠깐만요
[미주의 힘겨운 숨소리] [열쇠가 찰랑거린다]
(미주) 엄마! 어머, 어떡해
엄마, 뭐야
어, 언니
뒤에 뭐야
가지가지 한다
오다가 주웠어
이쁘지?
(선겸) 아유, 추워
버리고 오려 했다가
(미주) 괜히 죽기라도 하면 또 경찰서 오가고 그래야 되니까
열심히 제가 업고 왔죠
(매이) 업었다기엔 어폐가 있죠
정확히는 질질 끌려오셨달까
(미주) 그렇지, 뭐든 정확한 게 좋지
그래서 그쪽은 정확히 어디서 기억이 끊겼는데요?
제가 어제
계산을 하고 나서부터는
기억이 없어요
(미주) 거기서 끊겼다고?
지금 맞자, 어제 그러기로 했잖아
어제 그러…
그럼 혹시 그게 꿈이…
아…
(선겸) 아니었구나
때려요
원래는 키스하고 바로 맞았어야 됐는데
키스, 키스는 무슨 그냥 뽀뽀였지
(미주) 립밤 뭐 써요? 촉촉하니 맛있던데
(매이) 아하…
- 아저씨야? - (선겸) 상표 확인해 봐야 돼요
저 아무거나 쓰거든요, 립밤
개가 사람 사귀어 왔을 리 없지
[매이의 못마땅한 신음]
[미주가 입바람을 후후 분다] (선겸) 꿈이 아니었구나
[웅장한 음악]
(선겸) 저, 여기까지만 나오셔도 됩니다
저 들어가 보겠습니다
아, 뭐, 이쪽도 나름 잘 어울리네요
(선겸)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 내가 집 다음에 사고 싶었던 게 차였는데 [발랄한 음악]
아직 집을 못 사 가지고 차도 못 샀지 뭐예요?
아, 근데 그때 제가 뉴스를 보니까
그, 시속 200km였나?
웬 역주행 차가 이 차를 들이받았는데
이 차 운전자는 경미한 타박상만 입고 괜찮았더래요
저도 그 뉴스 봤습니다
이 차 아니에요
[미주의 놀란 숨소리]
아, 이거 딱 보니까 V8이네 밟는 대로 쫙쫙 나가고
(미주) 내가 죽기 전에 이런 차 한번 몰아 보는 게 소원이었는데
근데 마침 딱 눈앞에 있네? 이 V8이
이거 8기통 아니고 6기통입니다
아니, 시승 좀 시켜 달란 말이잖아요 싫어요?
(미주) 아, 보통 연인들 차도 같이 쓰고 그러던데
본인 입으로 그랬잖아요 진짜 여자 친구라고
그럼 나는 진짜 미친놈이게요?
저 서단아 대표 만나러 갈 건데 괜찮겠어요?
아…
예, 뭐, 괜찮을래요 저 그냥 차에 있죠, 뭐
- 미팅 있어요? - (선겸) 미팅 아니고 사과요
- (미주) 사과요? - 어제 제가 성질을 좀 부렸거든요
감정적인 건 썩혀서 좋을 게 없으니까요
대표님이랑 뭐 감정적일 것까지 있어요?
(선겸) 보통은 없는 건데 어제는 있었네요
[자동차 리모컨 조작음] 타세요, 시승시켜 줄게요
[지현의 당황한 신음]
(지현) 기 선수, 연락도 없이 어쩐 일로
대표님 지금 혹시 계신가요?
방금 본사 연락 받고 나가신 참인데
뭐, 메모 남겨 드릴까요?
제가 직접 만나서 말씀드릴게요
(지현) 저, 기 선수님
대표님이 많이 아끼십니다, 기 선수
알고 계셨으면 해서요
알고 있어요
[옅은 헛기침] [문이 달칵 닫힌다]
(미주) 타세요
[미주의 힘주는 숨소리]
[미주가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선겸이 안전띠를 달칵 채운다]
대표님은? 잘 만났어요?
뭐, 만날 기회를 안 주네요?
[호응한다]
그럼 어디로 모실까요?
- 성원병원요 - (미주) 병원은 왜요
- 병문안 때문에요 - (미주) 아…
(선겸) 가는 길에
인형도 좀 사 가지고 가야 되겠다
인형 맛집 제가 잘 알죠
- 알아서 모실게요 - (선겸) 예, 감사합니다
[한숨]
[선겸의 당황한 신음] (미주) 어?
[익살스러운 음악] 야…
- (미주) 야… - 아니, 어, 언제부터 여기 있었어요?
(미주) [헛웃음 치며] 몰랐어요?
(선겸) 이러다가 내 차 들고 튀는 데까지가 계획인 거예요?
고작 절도까지가 제 계획일까요?
[타이어 마찰음] [함께 놀란다]
(미주) 아씨, 저 새끼가 진짜 돌았나
아, 나 진짜 빡치게 하네?
[자동차 경적]
이거 오미주 씨가 잘못한 거예요
(미주) 아니에요
[선겸의 당황한 신음]
(선겸) 아니라고 우기면 달라지나? [미주의 한숨]
면허는 딴 거 맞죠?
[총성]
[총성이 연신 울린다]
[게임 기계음이 흘러나온다]
[총성]
[총성이 연신 울린다]
[게임 기계음이 흘러나온다]
(미주) 어이
문안 가는 분이 많이 어린가 봐요
(선겸) 어리긴 하죠
아, 보통 병문안에는 과일이나 음료수 아닌가?
말동무라도 했으면 해서요
혼자 있으면 되게 심심하거든요
근데 이런 거에 계속 말 걸면 귀신 붙어요 [선겸이 살짝 웃는다]
근데 이걸 왜 안 사고 꼭 따야 되는 거죠?
아, 그거야 당연히 따는 게 더 짜릿하니까 그러죠? [휴대전화 진동음]
(미주) 잠깐만요
(지현) 기선겸 선수 화보 인터뷰 질문지 포워딩 했습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미주) 어, 저 실장님이 일 주셔 가지고 들어가 볼게요
(선겸) 인형 고마워요, 운전도요
차는 안 사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운전을 약간 거지같이 하던데
그, 우리 어제 있었던 일
이야기 안 하기로 암묵적으로 합의한 건가요?
나 계속 그거 풀려고 기다린 건데 인형도, 운전도
지금 맞으면 될까요?
(선겸) 사과 원하면 사과할 거고
사과받기 싫으면 안 받아도 됩니다
고소하고 싶으면 하세요
대표님이 변호인단 못 꾸리게 막을게요
[미주의 헛웃음] 이걸 다 원하시면 다 하셔도 되고요
(미주) 제일 중요한 게 빠졌잖아요
이유
[흥미진진한 음악]
나한테 왜 그랬냐고요
[숨을 들이켠다]
상황을 모면하고 싶었어요
하필 옆에 있던 게 오미주 씨였고요
'하필'?
(미주) 아, 그게 누구든 상관없었다는 것처럼 말하네?
어젠 제가 제정신이 아니었어요
(선겸) 옆에 있던 게 누구든 봉변당했을 것 같은데
(미주) 아, 그게 누구든 상관없었으면
옆에 최태리네 아빠도 있었잖아요
네?
아, 그게 누구든 상관없는데 왜 나한테 했지?
(미주) 기선겸 씨가 이성애자라서 그런가?
(선겸) 제 말은 그게 아니라요
(미주) 제시한 후보들 중에 때리는 게 제일 마음에 드는데
그건 킵해 둡시다
여기 너무 길거리고 난 또 지성인이라서요
병문안 잘해요
[게임 작동음]
[미주가 숨을 후 내뱉는다]
[게임 기계음] 어쭈구리, 대단한데?
[선겸의 당황한 신음]
(선겸) 안녕하세요
(할머니) 우리 우식이 친구대요?
저 우식이 선수촌 선배입니다
기선겸입니다
(할머니) 아, 인물이 하도 훤해서
아유, 난 여자인 줄 알았네
- 남자예요 - (할머니) 들어가 봐요
(할머니) 나는 일하러 나갈 시간이 돼서 가 봐야 되거든?
- 일을 하신다고요? - (할머니) 응
거창한 건 아니지만
빌딩 청소하러 다녀요
(할머니) 아참
근데 우리 우식이 훈련하다 다친 거 맞아요?
물어봐도 말을 해 줘야 말이지
내가 걱정이 돼서 물어보는 거유
죄송합니다
죄송하기는, 선배가
(할머니) 우리 우식이 만나러 와 준 것만 해도 너무 고맙지
고마워요
(우식) 선배님
훈련 안 받으니까 아주 살판났어
표정 좋아, 아주 그냥
옷 뭡니까?
- (선겸) 옷? - 인형은 또 뭐고요
이거 네 거야
(우식) 우아, 이걸 선배님이 직접 사신 겁니까?
말동무라도 하라고
(선겸) 다리 아프니까 앉아
할머니 와 계실 줄 몰랐어서
방금 뵀어, 요 앞에서
저, 별말씀 안 하셨죠?
그냥…
몸은 좀 어때 아이, 뭐, 안 괜찮지, 뭐
재활하고 하면 복귀까지는 좀 걸릴 거 같아요
전지훈련도 못 가겠네?
간만에 제주도인데
전지훈련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어쩌실 겁니까, 징계위
징계 주면 받고
자격 정지 먹이면 먹고
(우식) 저 때문이잖아요
그냥 저 때문에 그러셨다고 하면
(선겸) 진짜
그러면 사람들이 우리 사이를 오해하겠네?
[우식의 한숨]
농담이 나오십니까?
농담 아니야 이건 진짜 걱정돼서 그래
영웅이라도 되고 싶으셨어요?
(선겸) 누가 들으면 내가 무슨 나라라도 구한 줄 알겠네
사람 한 명도 못 구하는데 무슨
그럴 거 알면서
왜 그러셨어요
너는 계속 참을 거니까
[잔잔한 음악]
(선겸) 이제 입촌해서 태극기 달았는데
웬만해서는 노이즈 만들기 싫었을 거고
정치적으로든 개인적으로든 보복당할 수도 있는 게 두렵고
반면 나는 은퇴도 얼마 안 남았고
퇴촌하면 그만이고
돈도 많고
[한숨]
재수 없네요
그래, 농담이라도 좀 해
진담인데요?
나 갈게
(우식) 저, 선배님
그땐 경황이 없어서 말씀 못 드렸는데
진짜 감사합니다
옷 진짜 이상해?
[우식의 난처한 숨소리]
(우식) 옷이랑은 별개로
진짜 감사합니다
쉬어
(선겸) 아프니까 쉬, 쉬고 있어
[알람이 울린다]
[자동차 경적]
(미주) 아,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진짜, 쯧
동반 인터뷰는 무슨 거의 단독 인터뷰구먼
[통화 연결음]
[헛기침]
어, 실장님, 안녕하세요?
네, 네, 어, 그, 포워딩 해 주신 인터뷰지에 문제가 좀 있어서요
(지현) 번역상의 문제입니까?
기 선수 부분만 중점적으로 봐 주시면 되는데
아, 그, 기선겸 선수가 꿔다 놓은 보릿자루라서
볼 내용이 없어 가지고요
예
아, 네, 그럼 제가 이슈 메일로 정리해서 보내 드릴게요
네
네, 들어가세요, 네
[통화 종료음]
봉사 너무 열심히 한다 기선겸 그거 뭐 이쁘다고
[휴대전화를 달그락 내려놓는다]
[한숨]
(현진) 의원님께서 직접 오고 싶어 하셨는데
중요한 조찬이 길어져서요
부득이하게 제가 오게 됐습니다
그이는 죽을 때도 부득이하게 죽을 거야
의원님 조찬 마치시면 같은 차로 모셔 갈 겁니다
알지 [차 문이 탁 열린다]
알지, 같은 차에서 내려야 되잖아
아, 가는 길에 숍에나 좀 들러 줘요 사진 찍힐 텐데
코르셋 좀 조여야지
[엘리베이터 도착음]
오, 폭행 선수 기선겸
너도 여기 묵냐?
나는 여기 살지
아직도?
어, 그럼 나 네 차 태워 줘
아버지가 보낸 차 타기 싫어
내 얘기는 어디서 들었어?
내가 모르는 건 이 세상에 없어요
너 최태리랑 진짜 사귀냐?
나 왜 상견례 안 불렀어?
안 사귀어
아, 지긋지긋하네, 진짜
아, 나도 지긋지긋하네, 진짜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 물어보잖아
모르는 거 없다면서 이거는 왜 몰라요?
그러네?
이번에는 얼마나 있을 건데?
밀린 국내 광고랑 스케줄 소화하고
[은비의 한숨]
그 새끼도 잡을 때까지
그 새끼?
라이언? 또 도망쳤어?
도망이라니, 또라니!
누가 들으면 오해하겠어
하고 있는 게 연애는 맞아요?
내가 연애라고 정하면 연애야
(은비) 세계 1등은 곧 법인 거 몰라?
(은비) 아휴, 선거철도 매번 지긋지긋해
매번 우리 가족 다 데리고 나가서 재롱 잔치 하잖아
아니, 가족으로 장사 좀 그만하지 쪽팔리지도 않나?
그만하실 이유가 없지
그러려고 만든 가족인데
[카메라 셔터음]
아!
(지우) [웃으며] 어서 와
(은비) 어, 아빠
와, 어떻게 볼 때마다 근사하니, 아들?
[카메라 셔터음] 근사할 때만 보시잖아요
너 어디 있는지 몰라서 집으로 보냈는데
(지우) 어떻게 잘 찾아 입었다
보내긴 매니저가 보냈어도
고르긴 내가 고른 거야
네, 옷 딱 이거 엄마 취향이던데요?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카메라 셔터음]
- (가사 도우미1) 안녕하세요 - (선겸) 안녕하세요
(가사 도우미2) [반가운 목소리로] 기 선수
[가사 도우미2의 웃음]
아니, 근데 못 본 새에 왜 이렇게 말랐어
나 살 하나도 안 빠졌는데
(가사 도우미2) 아닌 거 같은데?
[선겸이 냄새를 킁킁 맡는다]
와, 잡채 했다
[가사 도우미2의 웃음]
(가사 도우미2) 기 선수 온다 그래 가지고
잡채 좋아하잖아
자, 맛 좀 볼래?
아
사전 동의 없이 손님 들인 페널티가
트랜스크립트 보는 거였어?
페널티치곤 영광이지
제2의 '라라랜드'야, 이게
아, 나 진짜 뮤지컬 영화 하기 싫다고, 아
(매이) 누가 시켜 준대?
그냥 한번 봐 보라고
이거 다 볼 때까지 집에 못 간다
[못마땅한 신음]
[한숨]
'라라랜드'가 몇 만 들었더라?
[키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라라랜드'
응?
사실 나는 익숙해서 괜찮거든요
익숙해서 괜찮다는 건
원랜 안 괜찮았다는 건가?
[부드러운 음악]
[헛기침]
아, 아, 기선겸 선수
괜찮은 겁니까?
왜 사진 속에서는 매번 그 모양입니까, 예?
대답해 보세요
아, 왜 설레지?
그날은 취해서 빵긋빵긋 잘만 웃더구먼
(정도) 하나님, 아버지
오늘의 일용할 양식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가족들이 다 모였으니
식사 맛있게 마치고 돌아갈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예수님 이름으로 간절히 기도드렸사옵나이다
아멘
[숨을 깊게 내뱉는다]
너
사귄다는 그 여배우는 뭐야?
안 사귑니다
(정도) 어디 근본도 없는 딴따라 나부랭이 만나는 거
질질 흘리고나 다니고
(지우) 아, 듣는 딴따라 기분 참 좋다
(정도) 경찰서는 왜 간 거고
선수촌에서 올라온 지 얼마나 됐다고 그런 델 드나들어
(지우) 의원님, 아직도 선겸이 보고받으세요?
누가 보면 되게 사랑하는 줄 알겠어
사랑하지!
내가 얘네 아버지인데
(정도) 네 누나
반의반만이라도 좀 따라가 봐
얌전히 골프만 쳐
평생 1등을 한 번 안 놓쳐
근데 넌 뭐야
만년 2등도 모자라 가지고 애도 아닌 게 사람을 패? 쯧
쪽팔린 줄 알아, 인마
(은비) 아버지 말씀 이상하게 하신다
뭐, 애면 패도 돼요? [지우의 웃음]
(지우) 이겼어, 아들?
(정도) 이겨야지, 내 아들인데, 쯧
국가 대표라고 전국에 얼굴 팔린 놈이 잘하는 짓이다, 아주
오래 참으셨네요?
건별로 불러다가 그때그때 조지고 싶으셨을 텐데
지역 순방하느라고 바빴어, 인마
나는 뭐, 노는 줄 알아?
바쁘신 거치고는 너무 잘 아셔서요
[정도의 한숨]
(정도) 징계위 알아서 처리할 거니까 넌 가만히 있어
걔네한테 돈이라도 먹이시려고요?
(정도) 그러니까 애초에 사람을 왜 팼어! 쯧
내가 너한테 뭘 바랐어
네 그 쉬운 인생에서
국대 타이틀 그것 좀 유지하라는데
그게 그렇게 고깝고 어려워?
달리기로 전향한 것도 그래
축구를 시켰어야 하는 건데 골라도 하필
아휴, 하여튼 사내자식이 야망도 없어 가지고
사람 갈아 넣어야지 채울 수 있는 야망보다는
차라리 없는 게 낫지 않을까요?
너 지금 나 비꼬는 거야?
징계위요
막지 마세요
저 처벌받겠습니다
(정도) 이 새끼가!
[컵이 쨍그랑 깨진다] [긴장되는 음악]
[지우의 한숨]
내 정치 인생에서
네 오점이 내 오점인 거 몰라?
징계는 뭔 징계
네가 마약을 하길 했어 불법 도핑을 했어
겨우 사람 좀 때린 거 가지고!
그럼 그걸로 할까요? 마약 도핑?
더 자극적이고 좋은데요?
저 더 분위기 망치기 전에 가 볼게요
결혼기념일 축하드립니다
(정도) 대체 뭐가 문제야
당신은
애 교육을 어떻게 시킨 거야
[헛웃음]
내가 애들 교육에 매진했으면 칸의 여왕 됐을까?
신사임당 됐지
[한숨]
오늘도 개판 났네
(은비) 야, 기선겸!
야! 기선겸!
여사님이 갖다주래
- (은비) 잡채 - 누나
안 받냐?
미안해
[은비의 한숨]
상견례 안 불러서?
[한숨]
[피식 웃는다]
다음에 꼭 부를게
[은비의 웃음]
들어가
[훌쩍인다]
박매이 진짜…
영화 하나는 더럽게 잘 골라
[슬픈 숨소리]
엔딩 미쳤다, 진짜
[훌쩍인다]
[아파하는 신음]
미쳤어, 진짜, 뮤지컬 꺼져!
[훌쩍인다]
[잔잔한 음악]
뭘 먹는 거야?
뭘 먹는 거야, 지금? 밖에서?
(미주) 뭘 먹은 거예요?
(선겸) 잡채요
그러니까 그걸 왜 밖에서 사람들 쳐다보는데
(선겸) 배고파서요, 어디 다녀와요?
동거인 사무실에 좀 갔다 왔어요
나 만나러 왔어요?
- 네 - (미주) 무슨 일인데요?
핑곗거리는 준비 못 했어요
(미주) 음, 그러면
그때 빌린 옷 돌려주려고?
- 네, 맞아요 - (미주) 맞긴 뭐가 맞아요
내가 옷을 도시락 통에 넣어 가지고 빌려줬어요?
(미주) 연락을 하지
연락이라도 하고 올 걸 그랬나 봐요
근데
전원이 꺼졌네요
뭐야? 왜 갑자기 바보가 돼서 왔어요?
얼굴은 왜 또 주먹질이고
(미주) 가만있어 봐요 내가 마침 연고가 있어서
음, 여기
고마워요
(미주) 반창고도 있는데
어어, 아니, 아니
여기
왜 맨날 다쳐서 와요?
그러게요, 진짜 관종인가
사진 찍혔던데, 집 앞에서
- 집 없다면서 - (선겸) 이런 날에만 있어요
평소에는 없고요
(선겸) 집은 돌아오는 곳이잖아요
[부드러운 음악]
방금 오미주 씨처럼
(미주) 어어?
- 막 만지네? - (선겸) 남은 거 아까워서요
그러니까 누가 많이 짜래요?
원래 처음 짤 땐 많이 나와요
하필 다친 내가 옆에 있던 게 잘못이죠, 하필
집 말인데요
집이 없으면
비슷한 거라도 만들면 되지 않을까요?
나도 그래서 만든 거거든
돌아오고 싶어서
[편안한 음악이 흘러나온다] (영화) x가 1일 때 A지?
자, 극한값 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돼 0분의 0 꼴이네
인수분해와 약분
그렇지, 그러면 2가 나와
근데 연속이 되려면 함숫값이랑 같아야 되지?
그러니까 A가 2
정답은 3번
오케이? 이렇게 풀면 돼
와, 수포 안 한 미대생이라니 너무 사기캐 아니냐?
와, 수포 안 하는 체대 입시생이라니 너도 사기캐 아니냐? 응?
응, 아니야, 엄마한테 사기 치려고 수포 안 하는 거야
야, 너 그, '응, 아니야' 그거 대체 무슨 뜻이냐? 어?
긍정이야, 부정이야, 뭐야
요즘 애들 말투가 진짜…
응, 아니야
너희 아줌마 아직 모르시지? 너 운동하는 거?
알면 나 죽지
야, 사기를 치려면 집에서 수업하면서 쳐야지
너 왜 카페에서 왜 이러고 있냐, 어?
아, 집에 엄마는 없고 엄마 아들만 있으니까 그러지
아, 넌 고예준을 왜 그렇게 싫어해?
외동이 뭘 알아 싫은 데 이유가 어디 있냐?
아니, 공부 잘하는 오빠를 두고
나한테 이렇게 과외 받고 있으니까 그렇지
하, 고예준은 내가 왜 이 문제를 못 푸는지 이해를 못 하거든
(예찬) 내가 공부를 왜 못하는지도 이해를 못 하는데
하, 아니
[흥미진진한 음악] 오빠, 나 이 문제 좀 알려 줘
두 실근이 알파, 베타일 때
(예준) 이건 마이너스 5, 마이너스 3
응, 이거 대입해서 풀면 그게 답이야
(예찬) 하, 그러니까
이게 답이 왜 이렇게 나오는지 알려 달라니까?
[헛웃음]
이건 그냥 지구가 둥근 거랑 똑같은 거잖아
[예찬의 헛웃음]
[문이 탁 열린다] (예준) 고예찬!
빨리 와 봐, 진짜 급해
아, 급하다고! [문이 쾅 닫힌다]
고예찬!
(예찬) 아, 왜
- 어, 궁금한 게 있어 - (예찬) 뭐
넌 대체 공부를 왜 그렇게 못해? 진짜 궁금해서 그래
[예준의 신음]
아, 고예찬, 진짜로 아, 진짜, 진짜, 진짜
(예찬) 왜
아, 거, 나갈 때 불 좀 꺼 줘
(예찬) 아유! 진짜 [예준의 신음]
[예준의 신음]
[밝은 음악이 흘러나온다]
고예준이 잘못했네, 응
자, 이제 수다 그만 떨고 다음 문제 좀 풀자, 응?
[컵을 탁 내려놓는다]
오빠, 좋아하는 사람 없어?
음, 첫사랑이 언제인지도 묻지 그래?
첫사랑 언젠데?
육하원칙에 맞춰서 좀 길게 얘기해 줘
너, 이씨, 또 수업하기 싫어 가지고
딴소리하는 거 내가 모를 거 같아?
계속 모르던데
자, 다음 문제
아, 첫사랑 진짜 언젠데
씁!
아직 없어, 첫사랑
첫사랑이 왜 없어?
[탁자를 탁 치며] 아직 안 했으니까 없지!
- 자, 다음 문제, 제발 - (예찬) 아, 제발
- 아, 제발 진짜 - (예찬) 아, 제발
- 다음 문제 제발, 없어, 진짜 없어 - (예찬) 아, 제발 알려 줘
[흥미진진한 음악]
(단아) 미국 측에서 온 화보 콘셉트랑 룩 북이에요
스포츠웨어는 당연히 우리 서명패션 거고
뭐, 하이앤드 브랜드랑 믹스 앤드 매치 콘셉트인데
시선 뭐야? 너무 뜨거운데?
우리 대표님이 회장님 눈에 들려고 아주 발악을 하시는구나
(은비) 참 열심히 사시는구나 싶어서
[헛웃음]
와, 나는 기 프로한테 옷 한번 입혀 보자고
이 발악을 하는 건데 몰라주니 섭섭하네
난 대표님 싫어요
[단아의 놀란 숨소리]
(단아) 기 프로 이럴 때마다 진짜 깜찍한데 아나 몰라
선겸이 좀 그만 이용해 먹으란 얘기예요
어떻게 그만 이용해요
걔 덕에 기 프로가 이렇게 나랑 말도 섞어 주고
우리 옷 입고 화보도 찍어 주는 건데?
(은비) 걔가 무슨 인질도 아니고
(단아) 우리 빨리 계약서나 쓰죠
(은비) 얘기가 왜 계약서로 튀어요?
(단아) 우리 대표님이라며
나 설레게 한 건 책임져야지 [은비의 황당한 숨소리]
(은비) 누가 설레래?
아, 선겸이 싸운 건 어떻게 할 거예요?
아예 징계 먹을 거 각오하고 저지른 무드던데
아, 그거
기 프로는 기 선수랑 싸워 본 적 있어요?
얼굴을 자주 봐야 싸우는 것도 하지
싸웠어요, 선겸이랑?
잘 모르겠어서
(단아) 걔가 화를 낸 건지 아니면 내가 화를 돋운 건지
(은비) 선겸이는 화 안 내요
걔가 만일 화를 냈다?
그럼 대표님이 잘못한 거지
나는 잘못 안 해요
내가 만약 잘못을 했다? 그럼 상대방이 잘못된 거지
[영어] 어쩌라는 거지?
[한국어] 우리가 싸움의 정의를 파악하는 동안
의원님이 싹 덮을 거란 거죠
(은비) 이런 말 좀 그럴 수도 있지만
난 아버지가 덮는 것도 이해돼요
선겸이 내 동생이잖아
폭행, 그것도 동료면
운동 인생 끝날 수도 있잖아요
기 프로 미국 물 좀 오래 먹더니 조선의 무드는 다 잊었나 봐
사람 좀 때려선 안 끝나요, 인생
적어도 이 나라에선
(규덕)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별일도 아니었습니다
[어두운 음악]
저희가 군기가 빠져서
선배님이 정신 교육 시켜 주신 겁니다
(위원1) 상황 들어 보니 선수들끼리
단순히 뭐 주먹다짐을 좀 한 거 같은데
주먹다짐도 아닙니다 그냥 선배님이 기합 좀 주신 거죠
(기범) 이런 걸로 폭행 운운하는 건
저희 입장에서도 듣기 좀 그렇습니다
저희가 경솔했습니다
- 죄송합니다, 선배님 - (기범) 죄송합니다
남자들끼리 좀 치고받은 거 갖다가 일을 크게 만들면 쓰나
폭행 맞습니다
처벌받겠습니다
(위원2) 처벌?
피해자가 없는데 무슨 처벌?
(위원3) 당사자가 폭행이 아니라는데
왜 자꾸 폭행이라는 건가 기선겸 선수
피해자는 없고
가해자만 있는 상황이 이상하지 않나?
앞으론 조심들 해
(위원1) 기선겸 선수도
뭐, 충분히 반성을 했을 거라고 믿고 좋게 좋게, 어? 넘어가자고
화해는 알아서들 하고
- (위원1) 이만 가시죠 - (위원3) 가시죠
(위원1) 징계위를 마친다
(선겸) 안건이 이게 다입니까?
(위원2) 뭐가 더 있어야 하나요?
이만 해산들 하죠
(선겸) 이제까지 모든 징계위가 다 이런 식이었습니까?
믿음으로 좋게 좋게 피해자도, 가해자도 없이?
(위원1) 말조심해
너 한 명이 괜히 깨끗한 물에 분탕질하고 있잖아, 지금!
육상은 이런 징계위 자체가 이례적이야!
기왕 이례적일 거
보시는 눈앞에서 폭행하면 인정들 해 주실 겁니까?
[버럭 하며] 뭐야?
안 해 주겠죠?
제가 무슨 수를 써도요
[한숨]
- (감독) 배고프지? - (규덕) 아, 네
(감독) 식당 예약해 놨으니까 가서 실컷 먹어
(선겸) 감독님
우식이가 드린 거 어떻게 됐습니까?
제출 안 하셨습니까?
(우식) 선배님
좀 있다가 감독님 오신댔어요
그 폭행 증거 제가 감독님 편에 다 보낼게요
선배님 징계도 가벼워질 수 있게 제가 꼭
나는 상관없어
네가 괜찮겠어?
저야 뭐
입원하니까 좋더라고요
(우식) 안 맞아도 돼서
저 같은 사람이 있다면
제 용기로 뭔가
뭔가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했으면 더 좋겠고요
[어두운 음악]
(감독) 별거 아니던데, 뭐
따로 제출하고 말고 할 것도 없었어
그걸 왜 감독님이 판단하십니까?
(선겸) 아까 진술 얘네 그렇게 시킨 것도 감독님이십니까?
야, 다 잘 끝났는데 왜 이래, 또
- 감독님 - (감독) 애초에
네가 조용히 대화로 잘 풀었으면
이런 문제도 안 생겼잖아
그러니까 애초에 묵인할 문제를
제가 문제 삼은 게 문제라는 말씀이십니까?
그것도 감독님 줄 타고 온 애들 건드려서요?
(감독) 이 새끼가 진짜 보자 보자 하니까
다 알면서 그냥 넘어가실 겁니까? 안 창피하세요?
- (감독) 이 새끼가! - (이 코치) 가, 감독님
- 여기 연맹 앞이에요, 참으세요 - (감독) 놔 봐, 놔 봐
(감독) 놔 봐, 이 새끼야!
너 네 아비 백 믿고 간이 배 밖으로 나왔지, 지금
(선겸) 아버지를 믿었으면 애초에 이런 짓도 못 했습니다
[버럭 하며] 기선겸 너 그만 안 해?
너 나중에 아주 혼날 줄 알아
가세요, 감독님 감독님, 가세요
애새끼 교육 똑바로 시켜라
(이 코치) 너희들 다 흩어져 위화감 조성하지 말고
감독님, 감독님!
(규덕) 야, 가자
(선겸) 경솔해서 죄송해?
우식이한테도 그 말 그대로 똑같이 할 수 있겠네?
[어두운 음악]
[규덕의 헛웃음]
이상하게 걔한텐 안 죄송한데
우식이가 너희한테 잘못한 게 하나라도 있어?
그게 그렇게 중요하면 지금부터 생각해 볼 테니까
위선 그만 떨죠
(규덕) 무슨 짓을 해도 뒷배 든든해서 다 묻을 수 있는 건 선배잖아요, 예?
- (기범) 규덕아, 가자 - 놔 봐, 이씨
아, 내 말이 틀렸냐고 왜 혼자 고상한 척인데
난 우리가 대체 뭐가 다른지 모르겠는데
그러네
아니지, 내가 더 나쁘네
걔한테 희망을 줬으니까
[휴대전화 진동음]
(우식) 대체 어디서 사신 겁니까?
제 말동무
표정은 왜 이런 건가요?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 (현진) 오미주 씨 되시죠? - (미주) 네
(현진) 잠깐 저랑 대기하시죠 곧 나오실 겁니다
아, 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쩐 일로 부르셨는지
인사라도 하고 싶었어요
내 아들 일 봐 주시는 분이니까
아드님은 참 좋으시겠어요
고작 일주일짜리 인연에도 이렇게 신경 써 주시고
[정도의 웃음]
(정도) 아비 마음 이런데 몰라주니 야속하죠
나 너무 팔불출인가? 어?
아, 실은
선겸이가 사고를 좀 쳤어요
걔가 내 아들이라 만만치가 않은 놈이거든
마음 상하면 어디로 튈지 몰라서
단속 좀 해 달라고 불렀어요
통역하는 건 뭐
예쁜 말만 잘 골라서 해야 하는 건 기본이니까 알 거고
(미주) 네?
(정도) 내 아들의 일거수일투족
보고해 주는 정도?
통역사라 계속 붙어 다닐 수 있잖아
그렇다고 허튼 마음 먹으면 안 되겠죠?
수작을 건다거나
[손가락을 딱 튀긴다]
(정도) 자, 받아요
어디서 많이 본 진행인데
- 이게 뭐죠? - (정도) 아, 뭐면 좋을까요
거마비?
국민들 혈세로 제 거마비 챙겨 주시는 겁니까?
오, 혈세로 적선하면
국민들이 선행이라고 하지 않겠어요?
[정도가 살짝 웃는다]
(정도) 황 교수한테 얘기 들었어요
불우한 환경 속에서 꿋꿋하게 잘 컸다고
거마비가 싫으면
없는 부모 대신 내가 용돈 준 셈 칩시다
제 없는 부모님을
왜 의원님이 대신하시죠?
(미주) 저희 부모님 돌아가신 게 의원님 탓도 아닌데
[웃음]
아, 그럼 뭐
조의금이라고 치고 받으면 되겠네
(현진) 의원님, 인터미션 끝나 갑니다 [차분한 음악]
시장님은 자리에 돌아오셨답니다
(정도) 음, 그래
제주도에서 만납시다
통역 아가씨, 잘 좀 부탁해요, 예?
[문이 탁 열린다]
[문이 탁 닫힌다]
[어이없는 숨소리]
[한숨]
[알람이 울린다]
[피곤한 신음]
[알람이 뚝 멈춘다] 원랜 자고 있을 시간인데
아, 진짜 가기 싫다
[헛기침]
[한숨] [밝은 음악]
"제주 공항"
[한숨]
- 오미주 씨 - (미주) 어?
어, 기은비 프로님
타세요, 우리 목적지 같잖아요
아…
저를 어떻게 아시고…
내가 그쪽을 무슨 수로 알아요?
얘가 안대서 세웠지
(선겸) 대표님은 내일이나 오실 거예요
오늘은 저 옷 안 입혀도 돼서
전화 좀 잠깐 하고 올게요
무슨 사이냐?
네 통역사랑
통역해 주는 사이
(미주) [영어] 다음 질문 부탁드립니다
(에디터) 세계 1위를 놓친 적이 없는데
항상 정상에 서는 건 어떤 기분인가요?
(은비) [한국어] 음, 세계 1위는
생각보다 재미없지
사람이 하늘도 좀 올려다보고 살아야 되는데
난 거울이나 봐야 되나?
이 질문 넘겨주세요, 지루하네
(미주) [영어] 노코멘트 하셨네요
[에디터의 당황한 웃음] 다음 질문 부탁드려요
(에디터) 기은비 프로는 미국에서 더 오래 생활하지 않았습니까?
영어에 능통한데 왜 인터뷰마다 굳이 통역을 쓰시나요?
[한국어] 내가 한국 사람이라서
(은비) 영어 잘하죠
근데 나보다 잘하는 선수가 너무 많아
골프는 나보다 잘하는 선수 없잖아
세계 1위가 한국 사람인데
굳이 영어로 인터뷰할 필요 있나요?
한국어가 전 세계로 퍼지는 건데
멋진 논리네요
저, 두 선수분 잠시만요, 죄송합니다
[영어] 대답 통역 전에 짚고 넘어갈 게 있습니다
제가 분명 질문을 고르게 분배해 달라고
메일로 요청드렸는데 피드백 안 주셨죠
저희는 기은비 프로 쪽이 투어 이슈가 있어서 중점적으로…
인터뷰 시작부터 지금까지 기은비 프로한테만 질문하고 계십니다
[한국어] 멋있다
[영어] 이게 고르게 분배한 건가요?
[한국어] 뭔 말인지나 알고 멋있냐?
(에디터) [영어] 당신 말이 맞아요, 죄송해요
[한국어] 잘해 드려 [에디터가 영어로 말한다]
너 위해 주고 계시니까
(미주) [영어] 감사합니다
그럼 앞의 질문에 답하겠습니다
[한국어] - (선겸) 나 먼저 간다 - (은비) 응
(기자2) 기선겸 선수
저 스포츠 투모로우 이하영 기자입니다
내일 훈련 땐 정신없으실 거 같아서 미리 인사드려요
잠시 시간 괜찮으세요? [선겸의 거절하는 신음]
아, 제가 엄청 팬이거든요
아, 그, 스캔들 기사는 잘 보셨나요? 그거 제가 쓴 건데 [선겸이 호응한다]
아, 동료 선수 폭행했다는 소문 사실인가요?
아, 다들 쉬쉬하는 모양인데
제가 워낙 기선겸 선수한테 관심이 많아서
사실 여부 확인차
- 뭐, 이래도 시간 안 괜찮으신가요? - (선겸) 아, 예, 죄송해요, 네
(기자2) 아, 진짜
[기자3의 한숨]
너무 좋아, 진짜 좋아
(기자3) 아, 대체 어디가 그렇게 좋으신데요
내일 기선겸 뛰는 거 촬영 잘해라
그래야 클릭 수 왕창 먹지
(기자3) 하, 네 [카메라 셔터음]
[한숨]
아들한테 아범 교육 왜 그렇게 시켰냐고
할 수도 없고, 진짜, 쯧
얼굴 보기 불편해 죽겠네
저, 혹시 기정도 의원님
어느 동에 묵고 계신지 알 수 있을까요?
규정상 알려 드리기 어렵습니다
아, 제가 의원님이 고용한 통역사인데
돌려드릴 물건이 좀 있어 가지고
어려울까요?
(직원) 죄송합니다
아, 아니요, 당연한 거죠 제가 죄송합니다
(은비) 의원님 아직 안 오셨어요 내일 오세요
(미주) 어? 프로님
아, 몰랐어요
근데 왜 아버지 물건이 통역사님한테 있어요?
(미주) 아…
아, 나 방금 사생활 침해했죠? 미안
(은비) 나 그냥 마주친 김에 인사나 하려던 건데
선겸이가 좋은 통역사님 만난 거 같아서
아, 좋은 통역사라니요
아닙니다
저, 그럼 먼저 가 볼게요
[풀벌레 울음]
[뛰어오는 발걸음]
[긴장되는 음악]
(선겸) 미주 씨, 오! [미주의 놀란 비명]
[미주의 겁먹은 신음]
(미주) 아, 뭐야
(선겸) 오미주 씨
[미주의 거친 숨소리]
[울먹이며] 아, 뭐예요, 진짜
- (미주) 아… - 아, 지금 우는 거예요, 설마?
[훌쩍인다] 아, 놀랐잖아요
(선겸) 저, 이거는
제가 진짜 너무 미안해요 [미주가 훌쩍인다]
나는 그냥
나처럼 러닝하는 사람인 줄 알고
아이, 아무튼 그…
어, 그, 나를 어떤 식으로 생각했을지
알 것 같아서 그게 참 미안한 것 같아요
그러니까 야밤에 러닝을 왜 해요 미친놈처럼
(선겸) 아, 그러니까
미친놈이 소화가 덜 됐나, 아…
(미주) 맛있는 밥 먹고 소화가 왜 안 돼?
(선겸) 걸리는 게 좀… 많아서요
내가 아무것도 못 해냈는데
그래서 원칙대로라면
나는 여기 오면 안 되는 거였거든요
그런 것치고는 스케줄 많던데
(미주) 화보에, 인터뷰에, 훈련에
나 좀 더 뛰다 갈 건데
좀 기다려 줄 수 있어요?
네, 좀 진정하고 있어요
[미주가 훌쩍인다]
[한숨]
[한숨]
[한숨]
[무거운 음악]
(선겸) 이제 좀 어때요?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좀만 더 있다 가요
(선겸) 그래요
좀만 더 있다 갑시다
[미주의 한숨]
아까 총이라도 있었으면 내가 정말 대가리라도 깼을 텐데
다시 한번 사과드릴게요
[코를 훌쩍인다] (선겸) 그러면 그 라이터가
호신용이었던 거예요?
뭐, 비슷해요
갖고 왔어요, 라이터?
그게 선수촌에 있는데
- (미주) 응? - 내가 선수촌에를 못 가요
왜 못 가요?
내가 후배들을 때리게 됐거든요
[미주의 당황한 신음]
이제 좀 걸어야 되겠죠?
(선겸) 가요
[잔잔한 음악]
연맹에서는 한국 신기록을 세울 때마다 포상금을 줘요
그거 받는 선수가 몇 명이나 되겠어요, 솔직히?
근데
그 포상금만 바라보는 선수들 정말 많아요
[미주가 호응한다]
우식이도 그중의 한 명이고요
근데 그 친구가 어느 날 저한테 묻더라고요?
'선배님은 왜 달리십니까'
걔는 날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는데 저는 대답 못 했어요
'왜'가 있을까? 그냥 달리는 건데
(미주) 직업 정신 때문일 수도 있잖아요 먹고살려고
먹고살 걱정은 한 적이 없어서 직업 정신은 아닌 거 같아요
[미주의 헛웃음]
아, 이런 거구나
좀 재수 없긴 하네
왜 달리는지는 얘기 못 해 줬는데
이거 하나는 확실하게 좀 알려 주고 싶었던 것 같아요
'나도 똑같이 처벌받았으니까'
'너 때린 걔네들도 처벌받을 거다'
그런 너무 당연한 거 있잖아요
근데 아무것도 못 해냈죠
(선겸) 참…
10초면 끝나는 게임인데
그 10초를 뛰려고 이렇게
아등바등해야 되나 싶고
저는요
어제 힘든 일이 있었으면
그래도 오늘 습관처럼 나가서 뛰고
어제 있었던 일은 그냥 없는 셈 치고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고
평생 그러고 살았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하,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아니, 그러고 싶지가 않아요
하기 싫으면 하지 마요
극복이라는 게
꼭 매 순간 일어나야 되는 건 아니에요
(미주) 주말엔 쉬어도 돼
그러니까 하기 싫으면 하지 마요 그게 뭐든
진심이에요
내가 뭐, 이래라저래라 말할 처지는 못 되죠
난 하기 싫은 통역 하러 왔으니까
루저죠, 사실
하기 싫었구나
그쪽 때문은 아니고
나름 반갑던데
지금도 그렇고요
내일 잘 부탁하는 의미예요
(미주) 이제야 하네요, 악수를
(선겸) 그러네요
잘 부탁합니다
저도요
[미주의 웃음]
(단아) 아, 뭐야, 뚜껑 열리는 차 안 했어요? 제주도인데?
바람이 많이 붑니다, 제주도가
아, 뭐, 나 바람에 부서질까 봐 그랬구나
(지현) 네
실장님 선글라스 끼니까
깍두기 같다
[익살스러운 음악]
(단아) 와…
(선겸) 너 여기 왜 와 있어?
재활받고 있는 줄 알았는데
참관만 하러 왔습니다
(우식) 감독님께서 배려해 주셨어요
바람도 쐴 겸 가자고
배려?
뛰지도 못하는 선수 데려와 주신 거잖아요
(우식) 감사하죠
저, 근데
징계위…
[우식의 한숨]
다들 참여한 거 보니까
아무 일도 없었던 걸로 결론 난 거죠?
[잔잔한 음악]
그래도 저는 좋습니다
아, 선배님이랑 같이 못 뛰는 거
그거는 아쉽긴 한데요
언제 또 선배님이랑 제주도 와 보겠어요
아무 일도 없으신 거면 됐습니다
저 후회 없어요
원망도 안 합니다
그 선배들은 징계 안 받았고
그건 공식적으로 잘못하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그럼…
저는 그 사람들을 용서해야 하는 거겠죠?
죄가 없으니까
너는 걔네가 용서가 돼?
안 돼?
그럼 용서하지 마
용서하는 건 네 권리야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고풍스러운 음악이 흘러나온다]
[저마다 인사를 나눈다]
서 상무, 네가 고생이 많았다
서 전무가 고생을 안 한 덕이죠
고마워, 오빠
(명민) 넌 꼭 말을 그렇게 하더라
듣는 사람 기분 잡치게
(단아) 자, 오신 김에 바람이나 좀 쐬실까요?
국가 대표 육상 팀이
오늘부터 전지훈련에 돌입한다고 합니다
참관해서 격려라도 해 주시면 참 아름답겠죠?
나 기다리게 하는 건 기 선수밖에 없을 거야, 응?
기다리게 해서 기선겸인가?
(단아) 안 웃겨? 난 웃긴데
[단아의 헛기침]
좀 있으면 기 프로 개인 촬영 들어가
기 선수는 훈련 마치고 합류해
외신들도 훈련 참관하니까 표정 관리 잘하고
외신들이 언제부터 우리한테 그렇게 관심이 많았어요?
왜들 몰렸겠어, 기 선수 때문이지
(단아) 너 도하에서도 잘했고
무엇보다 육상계 간판스타고
- 잘생겼고 - (선겸) 무엇보다
상무님 옷도 입혀야 되고
옷도 네가 잘나가는 선수니까 입히는 거야
광고 효과 톡톡하니까
회사 왔었다며, 왜 왔었어?
대표님한테 화냈던 게 신경 쓰여서요
네가 말한 후배 김우식 선수니?
많이 다친 거 같던데, 다리
네 화는 좀 풀렸어?
대표님한테 냈던 화는 풀렸고요, 아니
대표님한테는 화도 안 났는데
이걸 다행이랄지…
근데 다른 화는 안 풀 거예요
계속 화나 있을 거예요
계속 화낼 거고
[밝은 음악]
(감독) 아이고, 오랜만입니다 [카메라 셔터음]
(사진작가) 자, 찍겠습니다
[카메라 셔터음]
[영일의 거친 숨소리] (우식) 선배님
(영일) 야, 기자들만 더 온다는 거 아니었어?
[영일의 시원한 숨소리]
우리가 동물원 원숭이들이야, 뭐야
[어두운 음악]
[함께 대화를 나눈다]
(정도) 어, 저, 수고들 해
아니죠?
- (정도) 뭐가 - 쟤네한테 돈 줬냐고 묻는 겁니다
아니라고 해 주세요, 제발
[못마땅한 숨소리]
뭘 그렇게 순진하게 그래
(정도) 별것도 아닌 거 가지고
사고만 치지 마
오늘은 특별히 카메라가 많잖아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 대답 안 해? - (선겸) 그러니까요
저를 이 자리에 못 오게 하셨어야죠
저는 기회 드렸어요
(미주) 무슨 생각 하고 있을까?
어젯밤에도
지금도
[부드러운 음악]
(미주) 트랙에 혼자 남겨진 것도 같고
트랙을 다 가진 것도 같고
달리지 않는 순간에도 치열하게 달리고 있는 것 같고
(이 코치) 자, 선수들 위치로
(선겸) 육상에는 무조건 스타트를 해야 하는 룰이 있다
제자리
[차분한 음악]
(선겸) 스타트 라인에 선 그 순간
차렷!
(선겸) 선수는 선택할 수 있다
끝까지 질주할 것인지
애초에 달리지 않을 것인지
[총성]
[카메라 셔터음]
[선수들의 거친 숨소리]
(선겸) 나는
달리지 않는 걸 선택했다
여전히 왜 달리는지는 대답할 수 없지만
[외신 기자들이 어리둥절해한다]
[영어] - (외신 기자1) 왜 저러지? - (외신 기자2) 모르겠어
(기자2) [한국어] 기선겸 선수, 몸이 안 좋은 겁니까?
스캔들과 관련이 있습니까?
저, 혹시 소문이 사실입니까?
(기자4) 왜 안 뛰는 겁니까?
못 뛰겠어서요
[카메라 셔터음]
저 동료 후배들을
폭행했습니다
[감성적인 음악] [기자들이 웅성거린다]
[카메라 셔터음이 연신 울린다]
아, 지금 너무 멀쩡해 보여서 무섭거든요?
(미주) 지금 확 뛰어들기 좋아 보이니까 좀 뒤로 좀 와요, 제발 좀
(선겸) 여기 거긴가 봐요
- 같이 가는 저승길 - (미주) 야
(정도) 아가씨!
내가 아가씨를 통역하라고 붙인 줄 알아요?
(단아) 의원님한테 따로 용돈 받으셨다고
역시 그 따까리의 따까리야
(기자4) 기선겸 선수한테 폭행당한 겁니까?
(선겸) 나한테 되게 궁금한 게 많네요?
[헛웃음] 염병
(단아) 그림이나 한 장 그려 줘요
제가 그림 그리기 싫다면요? 대표님 그림
- (선겸) 오미주 씨 - (미주) 지금 나한테
(미주) 통역 내용을 자체 편집 하라고 오더를 내리는 거예요?
(단아) 통역사까지 데려가라고는 안 했는데?
(선겸) 제 얘긴 할 필요 없어요
뭔 개소리예요 난 당신 얘기가 제일 중요한데 [카메라 셔터음]
(선겸) 아까부터 나한테 했던 말들이 다 고백같이 들려서요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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