쌈 마이웨이 3
(아나운서) 2017 KBC 아나운서 신입 공채
- 잠깐 앉아있어, 금방 해줄게 - 응, 고마워
(아나운서) 창조적인 당신의 색을 KBC의 미래와 함께하는...
오늘 출근길 어제보다 쌀쌀합니다
나가실 때 옷차림 따뜻하게 하셔야겠는데요
얇은 카디건 하나...
아, 언니 옷이나 뜨습게 입지 그러세요
현재 북쪽에서 다가오는 기압골의 영향으로
오늘 낮 한때 비 소식 있습니다
(설희) 아, 애라, 아
(아나운서) 현재 기온 보실까요?
에이, 그냥 네가 해, 네가 해 그냥 네가 하시라고
뭘?
너 아나운서 공채 시즌이라 또 세상 까칠해진 거잖아
아냐, 아냐 [달그락 소리]
왜 안 해?
내가 너처럼 날개 달고 태어났으면
어떻게 해서든지 한 번 더 날아보겠다
내가
날개를 달고 있어?
응 [달그락 소리]
봐, 이거 콩나물국 아니고 두붓국이다
똥만이랑 꼭 먹고 가 [달그락 소리]
갔다 올게 [부스럭 소리]
니들 어제 교도소 갔다 왔잖아
[웃음, 달그락 소리]
교도소는 아니고, 응?
흐흥, 돈 벌고 올게
[달려간다]
[툭툭 찬다] 야, 문 열어
[툭툭 찬다]
[덜컹 소리]
[삑삑, 드륵 소리]
(동만) ♪ 사랑은 ♪
[샤워 소리]
♪ 한 번씩 ♪
쟤 왜 저래? 나오면 얼마나 쪽팔리려고
♪ 나도 몰래 새어 나와서 ♪
♪ 길을 잃은 아이처럼 ♪
♪ 울고 보채도 ♪
아 씨, 오늘 좀 안 올라가네 아 씨...
야! 너, 너...
너 우리 집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오지 말랬지!
네, 네가 비번을 바꾸랬지!
- 공공칠빵이 뭐냐고 - 어이씨...
[달그락 소리] 어!
[요란한 소리]
[설레는 음악]
아이씨...
야, 보디로션 뭐 쓰는데?
지가 송승헌이야, 뭐야?
강동호야?
[익살맞은 효과음]
음!
야, 맛있다
[쩝쩝거린다]
아, 힘들어 아 씨, 머리 안 감아서 그런가?
야
우리 웬만하면 아침엔 좀 보지 말자
왜?
아, 아니, 그냥 저녁에 보고 싶어서
별...
저녁 때 지가 내가 왜 보고 싶어? [기막힌 소리]
[먹는다] [진동 소리]
[달그락 소리]
누구야? 누군데 안 받아?
아, 스팸!
뭘 꼬치꼬치 캐물어?
걔한텐 연락 안 왔지?
안 왔어 밥이나 먹어, 밥이나!
나 분명히 옛날에 걔한테도 말했어
네 앞에서 한 번만 더 얼쩡거리면 내가 아주 죽여버린다고
내가 하나 못 하나 이따 봐, 너
[한숨]
[웃으며] 선배님, 잘 지냈죠?
다들 정말 한번 보고 싶다
네
아, 근데 참 그 선배는 뭐한대요?
이름이 무슨, 애라였나
그래, 맞다, 최애라!
아, 아뇨 친했던 건 아니고
그 언니도 아마 방송 쪽에 있을 거 같아서
네? 백화점?
[잔잔한 음악]
습, 그러니까 옷을 갈아입고 와 보니까
요게 데스크 위에 떡하니 요렇게 있더라, 이거지?
이게 대체 뭘까요?
누가 아침부터 이걸...
아, 이거 그 테러 아니여?
응?
그러면 저기, 한번 풀어볼까?
[잡는다] 어!
[의미심장한 음악] 풀지 마요
왜, 최 인포도 느낌이 막 쎄해?
이거, 전문가의 솜씨예요
전문 포장 값으로 한 돈 2만 원 줬겠는데
주인이 와서 포장 값 물어내라고 하면 어떡해요, 큰일이지
그래, 그럼 냅두자
일단은 내가 분실물 신고 방송부터 할 테니까는
그, 요거는 그, 그냥 여기에다 잠깐 냅두자, 응?
여, 여기다요?
[벨 소리] [진동 소리]
[메시지 알림음]
[쩝쩝거린다]
(혜란) 전화 받아 안 받으면 집으로 갈게
[숨을 내쉰다]
[먹는 소리]
[후후 불며 먹는다]
[종소리]
[발소리가 울린다] [세련된 음악]
(혜란) 김밥 한 줄 주세요
어?
언니
[달그락거린다]
대박, 야, 지금 그 박혜란이 천 원 김밥 먹고 있다니까?
이거 실화냐?
김밥 안 먹어?
다이어트 중이라서요
그럼 김밥집엔 왜...
누구 좀 사다 주려고
근데 이렇게 우연히 언니를 다 만나고
반갑네요
[내려놓는다]
우연 맞니?
다이어트를 하는 재벌가 유녀 박혜란이가
하필 내 직장 앞 천 원 김밥집에
하필 내 점심시간에 나타난 게 우연 맞아?
너는 매사 우연으로 움직이는 애는 아니잖아
그럼 기왕 만난 김에 오빠 연락처 좀 알려주세요
아님 사는 데나?
네가 동만이가 왜 궁금해?
[웃음] 언니한테 대답할 필요는 없는 거 같아요
연락처 아시죠?
몰라
몰라요?
나도 요즘 연락 안 해 동만이 결혼해서 지방 내려간 뒤론
아무래도 유부남이니까 연락하기 그렇더라고
그게 예의잖아
아...
- 그래요? - 예, 의
예의가 뭔진 알지?
[덜컹 소리] [익살맞은 음악]
[물을 마신다]
[내려놓고 신음한다]
동만이 건들지 마
궁금해하지도 마 얼쩡대지 마
언닌 참 여전히 주제넘네요
아유, 무거워라 아이고, 무거워라
아이고...
[신음 소리]
진드기 소독을 주임님이 하시면
전 비데랑 이 청정기랑, 어...
내가?
소독을 내가 해?
그, 주임님 담당이니까요
그렇게 분업을 해야 빨리 끝나니까요
아, 너는 분업을 좋아하니?
근데 있잖아 이 한국 사회는 분업보다는
장유유서에 따른 위계질서로 가는 거거든
아, 그러니까 지금
여길 제가 혼자 다 하라는 말씀이세요?
뭘 물어봐, 씨
너 이럴 때 보면 진짜 군대 안 갔다 온 놈 같아
[달그락 소리]
[물소리] 어어, 어우, 죄송합니다
아이고, 아이고
(여직원) 제작비 절감 방법도 참 가지가지다
아니, 왜 우릴 불러다 체리를 먹으래?
[웃음] 저는 땡땡이 치는 것 같고
- 좋은데요, 뭐 - 맛은 있네
체리 먹는 그림만 녹화로 좀 따는 거니까
- 그냥 맛있게 먹어주시면 돼요 - 네
아, 저, 그리고
그 샐러드하고 요거트에도 막 섞어 먹으라고
네, 부장님
- 맛있게 먹어, 맛있게 - 네
아, 요거트는 아니라니까
[한숨]
[신나는 음악]
[감탄한다]
조금 더 밝게 해주세요
[툭 친다]
[달그락 소리]
뭐라는 거야? 왜 이렇게 웃어?
나도? 뭐가 나도라는 거지?
[기침, 탁 소리] 왜 저래?
- 어, 뭐야? - 괜찮아요? 잠깐만요
[기침] [무거운 음악]
도와주세요, 여기 걸리신 거 같은데, 지금?
어?
[달려간다]
[발소리가 울린다]
- 언니! - (주만) 비켜요!
[물러나는 발소리] [설희의 신음]
[사람들이 놀란다] [주만의 신음]
[흔드는 효과음]
[사람들이 놀란다] [휙 소리]
[휙 날아간다]
[와르르 떨어진다]
[뎅 소리]
[와르르 떨어진다]
[신음, 바람 효과음]
[신음하며 누른다]
[헐떡이며 내려간다]
[후 부는 소리]
[가쁜 숨소리]
[감미로운 음악]
동만이 잘할 수 있지?
쳇, 왜 백설희가 백설공주야?
백설희니께 백설공주지 불만덜 있어?
체, 나무 주제에?
나, 떡갈나무여!
그러니까 이때 동만이가 설희한테 뽀뽀를 하면 돼
[효과음]
[효과음]
[효과음]
[터지는 효과음]
[울며] 백설희 콧물 싫어!
[동만, 설희가 운다]
[휙 소리] 아!
이게 진짜, 확 그냥 가!
뽀뽀 좀 하라고!
(설희의 독백) 옛날부터 내 로망은 백설공주였다
[주만이 헐떡인다]
그리고 이제야
진짜 백설공주가 된 것 같았다
[헐떡인다]
그러니까 대체 체리를 왜, 왜, 왜! 요거트에 말아 먹어요!
[크게] 체리는 체리! 요거트는 요거트!
식감은 찍먹이라 했지 않습니까!
찍먹!
[꽂는다]
[신음한다]
아, 이 징글징글한 과민성 대장염 [방송 알림음]
(김 비서) 방금 3층 여성복 매장에서 휴대폰 보조 빠데리
빠데리를 놓고 가신 분은 속히 찾아가시길 바랍니다
뭐야? 김 비서 아냐?
왜 저이가 방송을 해?
빠데리가 또 뭐야?
(여 1) 방송하는 언니가 갑자기 석 달이나 휴직계를 냈다잖아
왜?
(여 1) 시집간대
[뚜껑을 딴다]
[걸어오는 소리]
[다가간다]
비서님, 후식!
왜 이래, 또 무섭게!
아이, 오늘따라 유독 피곤하실 것 같아서요
실무 보시랴, 방송하시랴
아, 뭐여? 그냥 할 말 햐
제가 전부터 쭈욱 말씀드렸던 거요
사내방송 TO 나오면 살짝 귀띔 좀 해주십사 하고?
크으, 최 인포
아주 야망가여, 야망가 그지?
또 이런 갑작스러운 사태에
우리 비서님께서 아주 많이 당황하셨을 텐데
이럴 때 저 같은 비선라인이
이렇게 촤악 발 빨리 움직여야 되는 거고요
비선라인?
비서님 라인
[기막힌 웃음, 헛기침]
우리 찍먹 김 선생, 응?
의인 표창이라도 해드려야 되는데 말이야
누가 보면 마누라 죽는 줄 알았겠다
제가 소방교육 때 유독 하임리히법을 열심히 받아서...
그래
이거 뒤처리도 유독 열심히 부탁해?
아우, 아우, 두야...
[퉤 뱉는다]
아, 진짜
- 대리님 - 왜?
완전 기사도 쩔어요 진짜 멋졌어요
그 체리, 내가 먹고 싶다는 생각 들 만큼
[앙증맞은 음악] 네?
[수줍은 웃음]
[걸어간다]
[툭 소리]
[툭 소리]
(김 비서) 뭐, 그렇게 어려운 건 없어
그냥 마이크에다 대고 트림만 하지 말아
내가 누가 와도 새로 면접은 딱 볼 테니까는
최 인포도 뭐, 그때 되면 확 들이대 보는 거지, 그지?
그때 가서 잘하면은
땜빵으로 왔다가 말뚝 박을 수도 있는 거고, 뭐
진짜요?
[치익 소리]
아니, 단기사병 갔다 온 놈이 대한민국 육군 병장 특등 사수한테
사회생활을 가르쳐? 이걸 확 그냥...
아, 진짜
[벨 소리] [한숨]
[부스럭 소리]
이 타이밍에 넌 참 에러다
왜, 또?
아침에 보고 점심까지 전화질이야
뭘 또 오라 마라냐, 너는?
뭐? 대박?
[발소리]
그러니까 네가 오늘 사내방송을 한다는 거지?
야, 근데 나는 왜 불렀을까?
아, 이 역사적인 순간에 당연히 네가 있어야지
특별히 해줄 임무도 있고
3시 30분에 내가 첫 방송을 하거든?
내 데뷔 방송, 녹음 좀 해줘
녹음?
아 씨, 진짜 와, 별걸 다 시키네
야, 그러면 생방이 지금 20분밖에 안 남았는데
얼른 스피커 바로 아래 자리를 잡아야 될 거 아니냐고?
아유 넌 또 시키면 참 잘해, 앙?
좋아, 출동! [걸어간다]
[달칵, 방송 알림음]
백화점 내 고객 여러분께 안내방송 드립니다
지금 8층 행사장에선 기능성 등산복 세일을 진행하고 있사오니
관심 있으신 고객님들께선
행사장으로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사내 아나운서 최애라였습니다
[경쾌한 음악]
[띠링 소리] 야, 방송 진짜 잘하네!
완전 백지연이에요, 백지연 그죠?
[발을 구른다] 어떡해, 어떡해! 어우
[감격한 소리]
야, 얘 지금 방송에다 대고 지 이름 얘기한 거잖아, 그지?
어?
아, 왜 방송에다 대고 지 이름을 얘기하고 그래?
아유
얌마, 그것도 장갑 끼고 해 타 죽어!
(애라) 지금 8층 행사장에선
기능성 등산복 세일을 진행하고 있사오니
관심 있으신 고객님들께선
행사장으로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사내 아나운서 최애라였습니다
크으...
[전철이 덜컹거린다]
와...
어떡하지, 나?
왜? 왜, 뭐 잘못된 거 있어?
내가 듣기엔 완전 퍼펙이었는데?
어떡하지?
나 진짜
너어무 좋아
너무너무 너무!
[잔잔한 음악] [훌쩍인다]
사람은 진짜 자기 하고 싶은 거 하고 살아야 되나 봐
하고 싶은 거 해보니까 그렇게 좋아?
죽지!
[웃음]
[숨을 내쉰다]
(애라) 1층 인포메이션 데스크에서
내용물 미상의 상자를 보관하고 있습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 원래 인포에 있던 분?
아, 애라 언니요?
저깄잖아요
(애라) 이상, 사내 아나운서 최애라였습니다
[가져간다]
- (여 2) 서현족발에 소주? - (남 1) 저기, 예?
[문이 닫힌다] [웃음]
[걸어간다]
[발소리]
[멈춰선다]
[다가오는 발소리]
[의미심장한 음악]
(애라) 누나는 신디 정이 아니라
왕십리 럭키백화점 인포 최애라다
꼭 청구서 들고 원수 갚으러 와라
[불안한 숨소리]
[차가 출발한다]
[빠르게 걷는다]
[뛰어간다]
[끼익 급정거한다]
[헐떡인다]
[탁 잡는다] [애라의 놀란 소리]
[부스럭 소리]
[휙 소리, 때린다]
꺼져, 이 변태 새끼야! 따라오지 말라고!
야, 야!
[경적 소리]
[차 문을 닫는다] [헐떡인다]
어우, 참, 가자
[돌아본다]
[놀란 숨소리] [신음]
아, 어떡해?
아까 욕한 건 미안하게 됐어요
그러게 왜 사람을 따라와요?
아니...
[달그락 소리]
이거 애라 씨 드린 건데 분실물 돼 있어가지고...
아, 뭔데요?
[포장을 뜯는다]
(무빈) 애라 씨!
퇴근하시면 편한 신 신고 정문으로 와주세요
기다릴게요, 무빈
애라 씨, 저번에 발차기로 백미러 박살 낼 때요
구두 굽 부러졌잖아요
그래서 다음에는 그 헥토파스칼 킥 날리실 때
이 운동화 신고 더 가볍게 날아다니시라고요
[툭툭 친다] 이거 에어도 들어있어요
이러면 재밌어요?
이번엔 뭐 신발 내기들이라도 하신 거예요?
아뇨 전 그런 뜻이 아니라...
나요, 그쪽 보기 상당히 거북하고 삔또 상해요
그니까 이런 우스운 짓 마시고 서로 볼일 없게 하죠?
전 애라 씨랑 놀고 싶어요
뭐요?
애라 씨 보고 싶었어요
[달콤한 음악]
애라 씨 보고 나서 계속 계속 애라 씨 생각났어요
저 오늘 애라 씨 이렇게 보려고
이 우스운 짓도 며칠 꼬박 생각한 거예요
그니까...
이, 이 옷도 새 옷이고요 저 오늘 미장원도 갔다 왔고
그 레스토랑도 예약했고
혹시 몰라서 자동차에 기름도 만땅으로...
(애라의 독백) 조금 귀여웠다
기름은 왜 만땅 넣으셨을까?
아니, 뭐 혹시나 드라이브나 뭐
남산이라도 가고 싶어 하실까 봐...
언제 적 남산이야
그리고 혹시
남친 있으세요?
없으면 뭐, 어쩔 거야?
그럼 나 일단 열 번만 만나봐요 나 자신 있어요
나 진짜 열심히 잘할게요
나 뭐든 열심히는 해요
아니, 뭐가 또 이렇게... 도대체 뭐야?
아니, 애, 애라 씨가 너무 예쁘니까
예뻐서 누가 채갈까 봐... [기막힌 소리]
예쁘기는...
[웃음] 애라 씨
이거 맞나 한번 신어봐요
애라 씨 발 정도면 230?
[곤란한 웃음]
235?
이야, 딱 맞겠다 빨리 신어봐요
[감미로운 음악]
신어봐요
신데렐라 유리구두처럼
(애라의 독백) 내 발은 245
근데 이 에어 달린 유리구두에 발을 욱여넣어 봐야 되는 걸까?
[웃음]
[버스가 덜컹거린다]
[잔잔한 음악]
[툭툭 찬다]
(동만) 하고 싶은 거 해보니까 그렇게 좋아?
(애라) 죽지!
[퍽퍽 치는 소리]
[사각거린다]
[기합 넣으며 친다]
[사각거린다]
(동만) 코치님!
[달려온다]
저건 남의 영업장을 왜 자꾸 기습을 해?
아, 저 맘에 안 드는 새끼 또 왔네
[헐떡인다]
나 단도직입적으로 딱 하나만 물을게요
내가 만약에, 내가 만약에요
격투기 한다면요
어?
[일어선다]
어, 어
나 돈 많이 벌 수 있어요?
나 나중에 나이 들어서 싸움 못 해도
격투기로 쭉 먹고살 수 있어요?
야, 너 왜 자꾸 돈, 돈 거려?
인생 뭐 돈 보고 가냐?
돈보다는 뭐, 꿈, 어? 노력, 마음
뭐 이딴 거 보고 그냥 못 먹어도 고 해보는 거지, 씨
돈이 있어야 꿈도 꾸고 마음도 쓰는 거잖아요
아이씨, 이 새파란 게 왜 자꾸 찌들어 빠진 소릴 하고 있어?
나요 우리 엄마 집도 사주고 싶고요
우리 아빠 똥차도 바꿔주고 싶어요
그게 다 내 마음인데 그게 다 돈이잖아요
돈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다들 거짓말하면서
사실 이 마음도 이거 다 돈이었잖아요
근데 나만 좋자고 나 하고 싶은 거 하면 안 될 거 같으니까
일단 한 번 묻는 거라고요
그리고 나는 우리 동희도 끝까지 지켜줘야 되니까
못 먹으면 고 하면 안 되는 거잖아요
아이씨!
그니까 나 격투기 하면 돈 많이 벌 수 있어요?
너 돈 벌고 싶으면 이 근처에 얼씬도 하지 마
나 찾아오지도 마 이 새끼야
[걸어간다]
[슬픈 음악]
(동만) 그냥 하고 싶을까 봐
환장하게 하고 싶을까 봐!
(동만부) 털어버려!
사내새끼가 여적지 그 일을 속에 맺혀놓고 사냐?
(탁수) 나는 죽어도 안 들어가니까 알아서 하라고!
(원보) 탁수야
얜 뭔데 이렇게 싸가지가 없어!
[효과음] [발차기 소리]
[휙 소리] [효과음]
하, 씨...
아, 그래가지고 아빠 내가 오늘 방송을 했다니까?
어!
[웃음]
당연히, 으흠
사내 아나운서 최애라였습니다
이거도 했지
내가 녹음한 거 보내줄게
아, 그럼 내일도 네가 하고 모레도 네가 하는겨?
아, 그럼 말여 저, 아빠가 내일 갈게!
아이, 가게 셔터 내리고 갈게
애라가 뭘 하나 벼?
몰러
아, 이제야 딸내미가 마이크를 잡았는디 아빠가 안 듣고 배겨?
아, 그러지 말고 말여 아빠는 내일 점심이야
아이, 아침 장사만 하고 갈 테니께 그런 줄 알고 끊어
응, 그려, 그려
아이고, 기특한 거 [웃음]
- 아, 야, 기군아! - 예
여기 저, 도미 좀 쓸어내 봐라
(남직원) 도미가 있었어?
근데 여태 안 꺼낸겨?
너그들 말이여 전부 다 돈 낼 생각하지 말어
저, 저 도미까지는 내가 해서 그냥, 어?
내가 전부 다 쏠래야, 그냥
왜? 애라 시집간디야?
[놀란 소리] 아니, 시집이 문제여?
내가 지금 사내 아나운서 아빠가 됐는디!
어휴, 내가 미쳐
촌스럽게 뭘 올라온다 그래, 진짜
[차 소리]
[삑 소리]
[억지로 코를 곤다]
[걸어온다]
[툭툭 친다] [동만의 신음]
[툭툭 친다] [동만의 신음]
[한숨]
[숨 막힌 소리] [익살맞은 음악]
[기침하며 때린다]
케켁...
야! 야, 이 또라이야
어우, 씨...
깡패냐?
- 일어나 - 어우 씨, 이씨
아씨, 아유, 씨...
[헐떡이며 일어난다]
[신음하며 앉는다]
[툭툭 친다] 좋다!
아나운서가 서서 가야겠니? [웃음]
뭐, 뭐?
[천천히 걷는다]
설아!
혹시, 떡볶이?
[부스럭 소리] 그것도 삼거리 떡볶이?
혹시, 맥주?
그것도 쏘맥?
[앙증맞은 음악]
- 쏘맥 떡볶이, 쏘맥 떡볶이 - 아휴, 너네 진짜
도핑테스트 한번 해봐야 돼
- 도핑테스트! - 도핑테스트!
정신 나간 애들 같아, 진짜
대리님은?
아, 야근 오늘 못 들어올걸?
야, 우리 쭈만이 진짜 출세했다 야근도 하고
진짜 회사원 같아
아무튼 그래서 나 오늘 후리야, 후리
남일 바 콜?
설아, 프리
- (애라) 프, 리 - (설희) 프, 리
["또 밤이 지나버렸네"]
[걸어간다]
[문을 연다]
[들어간다]
[문을 닫는다]
[살금살금 걷는다]
[계단을 오른다]
[내려오며 한숨 쉰다]
(동만) 어이차, 후
(애라) 아!
숨이 다 탁 트이네
[발소리]
내가 남일 바 파라다이스 때문에 지겨운 남일 빌라를 못 뜨잖냐
근데 바뀐 주인은
우리 아지트 아직 발견 못 한 거 같지?
야, 근데 니들 새 주인 얼굴 본 적 있어?
나도 5층에 드나드는 거 본 적이 없네
남일이 엄마래 남일 빌라의 그 남일
- 설희네 족발처럼? - 응
그러니까 이 빌라의 진짜 주인이 이사 온 거지
세탁소 아줌마가 그랬어
근데 좀 묘하대
어?
새로 온 집 주인 좀 묘하대
귀신 아니야, 귀신?
사람 드나드는 거 안 보이는 것도 그렇고
갑자기 이사 온 게 이상하잖아
[의미심장한 음악]
[문이 덜컹 열린다]
[발소리]
[바람 소리]
[한숨]
아휴, 자꾸 사, 사람 목소리가 들리지?
[쪼르르 따른다]
- 소주 많은 거 같은데 - 아냐, 소주는 많아야 맛이야
[동만의 한숨] (애라) 맙니다, 촤악!
- (애라) 와! - (동만) 시원하다!
나도 그냥 폭탄주 줘봐
진짜?
야, 주지 마
얘 술 먹으면 내가 피곤해
얘는 소주 한잔만 해도 네발로 기어 다니는 애라고!
맛만 좀 볼게
아우... [설희의 기침]
(애라) 아유...
[기침 소리]
너 뭔 일 있어?
- 주만이랑 싸웠어? - 아니
그게 아니고 [털고 훌쩍인다]
손톱에 보석 박는 거 좀 웃기지 않아?
왜, 누가 보석 박고 왔어?
우리 신입 인턴
어제는 소매에 이렇게 레이스 같은 거 달린 거 입고
이렇게 공주처럼 퍼지는 거 입고
오늘은 핑크색 투피스까지 입고 왔더라
걔 이뻐? [퍽 친다]
회사에 패션쇼 하러 오는 애 같지 않아?
웃겨, 정말
아니, 그래서 걔 이쁘냐고
왜, 쭈만이한테 꼬리 쳐?
아유, 쭈만이가 꼬리 친다고 넘어가나?
아니, 아니 그냥 그런 애가 있다고
아니, 그래서 걔 이쁘냐고 대답 좀 해줘
내가 뭐 도깨비야, 뭐야 유령 취급을 해?
여기서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네
그 여자들은
격투기, 그런 거 안 보지?
(설희) 격투기?
아, 그 막 피 나고 그러는 거?
아이 뭐, 그게 또, 뭐 이렇게 피 나고 뭐 이런 건 아니고
- 야 - 뭐?
너 요즘 어디서 뭐 하고 다니냐?
넌 뭐 하고 있는 거냐?
넌, 너 이렇게 우리 외할머니처럼 그렇게 굴지 마!
이 새끼...
나 졸리다
[힘없이 걷는다]
설희 너 주만이한테 전화하러 가지?
야, 설아 좀 튕겨라, 튕겨, 어?
전화 안 해
(애라) 있사오니 관심 있으신 고객님들께선
행사장으로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이상, 사내 아나운서 최애라였습니다
이상, 사내 아나운서 최애라였습니다
사내 아나운서 최애라였습니다
[기막힌 웃음] 그렇게 좋냐?
나 진짜 목소리만 들으면 좀 백지연 느낌 나지 않냐?
그렇게 좋은 거 어떻게 참고 살았냐?
그냥 한 번 들이대 까짓거 못 먹어도 고지
요즘 그 뭐, 공채도 뜨더만 [퍽 친다]
안 해
[한숨 쉬며 눕는다]
야, 넌 마이크 체질이라며
그래서 굳이 인포 데스크에서 굳이 마이크 쓰는 거잖아
안 해, 안 해
아, 왜!
들러리 하기 싫어
들러리?
모집 전형엔 학벌이니 나이니
다 상관없다고 약을 팔아 놓고는, 개코나
아, 나한테 펌프질만 하지 말고 넌 뭐 꿈 없냐?
나?
나야, 뭐
[눕는다]
[웃으며] 부자
아, 찌질해
근데 찌질한 와중에 뭔가 훅, 와 닿기는 한다
[돌아누워 휙 뺀다]
- 자! 헤헤헤 - 아!
습...
[애라의 헛기침, 신음]
그럼 너 부자 되면 나중에 나 사모님 시켜줄래?
야
내가 네가 이래서 부자를 못 해
야
- 힘 빼 - 힘 안 줬는데?
야, 우리 어렸을 때
맨날 장래희망 적어내라 그러면서 그랬잖아?
니들은 뭐든 다 될 수 있다고
근데 커서 보니까
어른들이 뭣 모르는 애들한테 참, 사기 많이 쳤지
난 그때 미스코리아부터 대통령까지 아주
다방면으로 김칫국 마셨는데
나는 그때 진짜 진짜 맨날 꿈 바뀌었었는데
[발랄한 음악]
우리 동만이는 커서 뭐가 될래?
떡꼬치!
뭐?
난 커서 떡꼬치가 될겨
- 동만아 - 에이씨
앉아, 앉아, 어?
에이씨
아, 윤도현이 될 거라고!
전국구가 코앞이다
고동만을 서울로!
[박수와 환호]
[애라의 하품]
그래서 떡꼬치
지금 꿈 없냐?
그냥 없는 거로 치자
없는 거로 치는 건 뭐냐?
꿈 없는 척 사는 게 낫지
있으면 괜히 사람 마음 찌질해져요
어휴, 그래, 맞다 꿈꿔서 뭐 하냐?
현실은 인포 데스크인데
뉴스 데스크 꿈만 꾸고 있으면 화딱지만 더 나지
아우, 그냥 꿈 안 꾸련다
뭐, 다 꿈이 있어야 되냐?
나 하나쯤 꿈 없어도 세상 잘만 돌아간다
[돌아눕는다]
야, 자지 마라 그냥 여기 냅두고 간다?
아, 이게 진짜 옥상에서 자빠져 자다가
입이라도 한 번 돌아가 봐야 정신을 차리지
너, 그거 구안와사 알지? 허준에서 나온 거
너 그렇게 돼
[앙증맞은 음악]
야, 너 근데
콧구멍 되게 작다
못생긴 게 피부는 되게 좋네
뭐 이렇게
맨드로롬 하냐?
너 그러지 마
내가 뭐?
[일어나 앉는다]
너 저번 날에도 한 번 봐줬지?
[앉는다]
네가 뭘 봐줘?
너 저번에 경찰서 갔다 오다가 나 냅다 안았잖아
- 나 생생히 기억해 - 아, 그거?
아, 뭐 또 그게 생생할 것까지야
너, 분명히 경고하는데 앞으로 나 터치하지 마
["또 밤이 지나버렸네"] 허! 우와!
우와, 진짜 웃겨
야, 누가 들으면 막
내가 막 너 이상하게 만지고 막 그런 줄 알겠네
나는
쿨하지 못한 촌년이라 착각해
너는 세상 유념 무상 똥 멍청이
2차 성징도 하다 만 후레빠진 꼬마 새끼라
내가, 끌어 냅다
[끌어안는다] 이러고
응?
이러고, 응?
이래도!
마음이 성철스님 같을지 몰라도 나는!
멀미 나
그러니까 내 비위 건들지 마
[다가간다]
'돈 터치', 선 지켜!
[부스럭거리며 일어난다]
♪ 모르겠죠 ♪
♪ 내가 원한 사랑은 아냐 ♪
♪ 꿈꿔왔던 그런 사랑이 ♪
[놀란 소리, 훌쩍인다]
저게 막, 이렇게
막, 사, 사람을 그렇게 막 만지냐...
[계단을 내려간다]
어우...
날이 왜 이렇게 더워졌어?
더럽게 덥네
습... 아, 뜨거, 아씨
♪ 뚜 뚜루뚜두뚜 ♪
[한숨] [새가 지저귄다]
[계단을 오른다]
[탁 붙이고 올라간다]
[바스락 소리]
[앙증맞은 음악]
[부스럭거린다]
[벨 소리]
[일어난다]
뭐야?
노트북 가방 [바스락 소리]
어제 드디어 택배로 왔더라고
자기야
이게 이태리 소가죽에다가 초경량이라 되게 가볍대
인터넷 최저가로 엄청 싸게 샀잖아
- 얼만데? - 30만 원
- 30만 원? - 응
잘나가는 대리들은 다 이거 드나 봐, 응?
우리 자기도 절대 꿀리면 안 되지
어때? 이쁘지?
설아, 너 왜 자꾸 엄마처럼 굴려고 그래?
뭐가?
너는 다 떨어진 레저 가방 들면서
나보고 이태리 소가죽 가방 사주면 내가 막 얼씨구나 하겠어?
에이, 자기는 사람 만나는 사람이고
영업하는 사람이니까 폼 나면 좋잖아
난 너한테 아들 같은 놈 되고 싶지 않아
우리 가족처럼 말고 좀 발랄하게 산뜻하게 그렇게 지내자
응?
자기, 나 이제 싫어?
바보야, 좋으니까 그렇지 좋으니까!
[달콤한 음악] 바보야, 속 터져서, 응?
뽀뽀
[쪽 소리]
치... [일어선다]
[앉으며] 자
뽀뽀도 되게 오랜만인 거 알아?
[쪽, 쪽 소리]
[웃음]
[걸어간다]
야, 저기 네 조강지처 오셨다
동만 바라기
- 베프, 베프 - 동만이 베프는 난데?
네가? 고동만 베프?
- 그럼 너라고? - 응?
[웃으며] 아, 우리 셋 다 베프지
[동만의 웃음]
얼른 가봐 너 기다리시는 거 같은데
- 가, 가 - 아, 저 형 진짜 피곤해
[걸어간다]
[익살맞은 음악]
어이, 모닝 순대!
어, 아침에도 순대를 파시나 보네
[덜컹 소리]
아니, 나보고 코치님 찾아오지도 말라매요
자기가 큰소리 꽥 질러 놓고서
뭐 하루도 안 돼서 이렇게 자기가 납셨나?
자기? 자기?
진짜 은근 질척거리는 스타일이라니까?
[홱 던진다]
- 아야 - 비켜, 상 펴게
[덜컹 소리]
괜히 이거 피는 척하지 말고
[덜컹, 쾅 소리] 뭔데요, 뭐
- 말하면 들어주냐? - 아, 뭔데, 빨리 얘기해봐요
말하면 무조건 들어주냐?
코치님
오늘도 파이팅
가, 가!
아 씨, 왜 이래?
너랑 같이 보려고 장당 19만 8천 원에 샀어
네가 버리든지 팔아먹든지 알아서 해!
아오, 씨...
아 씨, 이 형 진짜 피곤해!
(장호) 내 소박한 소원 하나도 안 들어주는 싸가지!
양아치! 배신자!
아, 몇 신데?
눈 없어? 거기 써 있잖아!
[잔잔한 클래식 음악] [걸어간다]
[헛기침]
(연지) 오프닝 방송 테스트하겠습니다
오프닝 방송 테스트하겠습니다
(김 비서) 화가 날 때가 있어요
그런 거를 잘 체크하시면 그럼 이렇게 됩니다
[웃음] 어이쿠야
최 인포 일찍 출근했구나
누구세요?
어, 야, 그게 있잖아
새로 온 사내 아나운선데요?
[당황한 소리]
어, 이게 뭐예요?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최 인포야, 일단 나가자 나가서 얘기하자
- 아니 어떻게, 저기... - 나, 나가!
어!
뭐야, 왜 이렇게 시끄러워?
전임자의 추천과
아나운서 아카데미 추천하고 그, 그...
그런 여러, 여러 가지 복합적인 상황으로다가
지금 여기 새 아나운서가 픽스가 된 겁니다
분명히 새 지원자 누가 와도 면접은 있을 거라고 하셨잖아요
기회도 안 주는 건 반칙이죠
이건 정말 노사, 신뢰의 문제잖아요!
[익살맞은 음악] 노, 노사?
[작게] 사내에 어떤 단체가 있나?
예?
아, 이건 정말 노사 문제의
'시발'점이 되고도 남을 사건이죠
일 처리를 왜 이렇게 하십니까?
면접 봅시다, 공정하게
갑시다
[웃음]
감사합니다
[한숨 쉬며 뚜껑을 딴다]
아, 죽겠다, 씨
[마신다]
근데 주임님
이렇게 갑자기 말씀도 안 하시고 담당 일을 넘기시면...
꼬와?
아니, 꼽진 않는데요
야, 그러면은 지금 얘가 나한테 헤어지자는데
내가 지금 진드기를 잡고 싶겠니?
저번에도 저한테 넘기시고 오늘도 또 이러시니까
그럼 얘가 헤어지자는데 내가 술을 안 처먹게 생겼냐고
술은 드셔도 되시죠, 근데요
이러다가 스케줄 꼬여서 저번처럼 고객님한테 컴플레인 들어오면
저희 지점 입장도 좀 곤란해지고...
야, 차 세워봐
- 예? - 차 여기 잠깐 세워봐
[차에서 내린다]
[차 문을 닫는다]
[차 문을 닫는다]
속이 많이 안 좋으세요? 왜 갑자기 차를...
동만아
[퍽 찬다] 아! 습...
야, 너 지금 나 가르치냐?
죄송합니다
하...
너 지금 이빨 꽉 물었지?
제가 이빨 깨무는 것까지 주임님한테 물어봐야 되는 거...
아니잖아요
와, 이 새끼가 이게 진짜
[툭 친다] 야
[어두운 음악] 꼽나 봐
[툭 친다] 꼬와?
[툭 친다] 꼽냐고
또 이빨 물어봐
[툭 친다] 또 이빨 물어보라고!
[한숨]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꼬우면은 때려치워!
제발 좀 관둬!
안 붙잡는다니까, 응?
[후 분다]
아, 몰라
[삐 소리] 존x 빡치네, 씨x 새끼
아, 내가 빼박 확정이래서 왔더니 상호인 개 짜증 나
아, 그니까 씨x 언니가 다시 말해보라고!
아, 형부가 노사 어쩌고 하니까 딱 쫄더라니까?
백화점만 갖고 있으면 뭐 하냐고!
아, 존x 극혐이야! 씨
[빠르게 걸어간다]
미국의 원유 생산이 늘어날 조짐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국제유가시장의 변동이
국내 경제에 어떤 효과를 불러올지가
관건으로 주목되고 있습니다
발음이 아주 아카데미 출신답네요
다음, 최 인포 씨는 뭐 준비한 멘트 있으세요?
[헛기침]
지금 지하 1층 식품 코너에선
국내산 소꼬리 국내산 소꼬리를
kg당 19,800원에 한정판매하고 있사오니
동창들과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주부님들께선
서둘러 곰국용 판매대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발랄한 음악]
난 소꼬리 판매대로 막 뛰어가고 싶은데요
음, 습, 그래도 그,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백화점 안내 방송하는데
배럴당 국제 유가 읽는 게 큰 효과가 있나요?
현장을 더 잘 아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합니다
연지 씨는 그럼 나이가?
만으로는 스물셋입니다
스물셋
(점장) 아, 예
나이 제한 없던 거로 아는데요
음, 여러 가지 통합 점수를 합산해서
습, 확정은 연지 씨로 하고
최 인포 씨는 다시 본인의 자리에 돌아가서
맡은 바 업무에 충실해 주세요
네
제가 도로 내려가야죠
아카데미 안 나오고, 나이 많고 점장 형부 없는 제가
밀려나는 게 맞죠
[슬픈 음악]
[일어선다]
그냥 애초에
면접 보잔 말씀도 하지 말지 그러셨어요?
[곤란한 웃음]
[걸어 나간다]
[문을 열고 나간다]
뭘 보십니까?
[방송 알림음]
(연지) 백화점 내 고객 여러분께 안내 방송 드립니다
9층 행사장에서는 가전제품 특별전이 진행 중입니다
관심 있으신 고객님들께서는
행사장으로 방문해 주시기 바랍니다
(애라) 아빠
올라오지 마
[달그락 소리]
네, 고객님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화장실은 어느 쪽인가요?
- 이쪽으로 가시면 됩니다 - 아, 네
[걸어간다]
[차들이 다닌다]
[사람들이 걸어다닌다]
[걸어온다]
너 뭐야, 갑자기?
웬일로 부르지도 않았는데 와?
무슨 일 있어?
아, 그냥 지나가는 길에 너랑 밥이나 먹으려고
근데 너 방송하는데도 계속 이거 입어?
오늘 방송했어?
솔직히
내가 어디 가만 앉아있을 체질이냐?
완전 좀이 쑤시고 아주 진력이 나고 답답한 게
영 못 해 먹겠더라고 그래서 그냥 됐다 그랬어
아빠도 바쁜데 올라올 일 없고 잘됐지, 뭐
[잔잔한 음악]
[슥 다가간다]
왜 뒤돌아 앉아?
이러면 요새야
나 등짝 겁나 넓어 저쪽에서 아무도 못 봐
근데 뭐?
그냥 울라고
뭐래?
울고 싶을 땐
센 척하는 게 쿨한 게 아니고
울고 싶을 땐 그냥 우는 게 쿨한 거야
[울먹이며] 누가 운대?
사람들이 왜 그렇게 경우가 없냐?
줬다 뺏는 게 어딨냐고
[작게 운다]
얼마나 좋아했는데
좋아 죽겠다는 앨 왜 자르냐?
[울음소리가 커진다]
야, 잘 가려라 [기침]
야, 나 아는 사람 보면 진짜 쪽팔려 죽는다
[툭툭 두드린다]
아, 나도 하고 싶다, 진짜
나는 왜 안 되냐...
[두드린다]
맛있다 [먹는 소리]
너 관장님이 이렇게 너 수시로 소시지 사주고 그러잖아
너 이러는 것도 엄마한테 얘기해봤어?
네, 그래도 관두래요
- 아니, 왜? - 모르죠
너 또 맞고 들어왔냐?
[바스락 소리]
[한숨]
너 저기 가서 발차기 백 번 해
아... [힘없이 일어선다]
바보
[걸어온다]
[앉는다]
아주 한 번 발길 트더니 끄떡하면 온다?
코치님, 나 맞았어요
뭐, 맞아? 누구한테 맞아?
군대도 단기사병 갔다 온 놈한테
사람들 겁나 많은 데서 쪼인트 까이고
콩만 한 주먹으로 콩, 콩, 콩, 콩 네 대 맞았어요
아, 씨
아, 이것들은
왜 다 얻어 처맞고 다녀 사람 열 받게!
에휴... [부스럭 소리]
야
[발랄한 음악]
[우물우물 먹는다]
그래서, 이르러 왔어?
뭐, 한번 가보든가
누군데? 코치님이 가서 때려줘?
그런 거 말고
[일어선다]
8시라며
[일어선다]
가게? 진짜 가?
뭐, 한번 가보든가 뭐, 소원이라며
버스 안 탔지?
아이, 이유가 뭐 있어
그냥 내가 방송실에 갇혀있기 갑갑해서 안 한다 그랬다니까
밥?
먹고 있지
[한숨]
아, 뭐 먹는지는 왜 물어봐?
말하면 아빠가 알아?
아니, 아빠 왜 맨날 밥 먹는 거만 물어봐, 짜증 나게
아니, 지금 아빠가 짜증 나게 하잖아
뭐, 내가 밥도 못 먹고 다닐까 봐 그래?
[울먹이며] 맨날 밥, 밥, 밥
맨날 그것만 물어봐, 씨
[슬픈 음악]
[발소리, 한숨]
[후루룩 먹는다]
[차가 달린다]
[차에서 내린다]
[달려가 차 문을 연다]
자
[신음하며 내린다]
[차 문을 닫는다]
이게 진짜 우리가 함께하는 무도인 역사의 마지막 장인 겁니다
이거 딱 재밌게 보고 딱 접는 겁니다, 예?
너 뭐, 이제 나랑 다신 안 볼 사람처럼 얘기한다?
아, 이제 코치와 선수로는 그만 보자고요
- 이제 형아, 동생 해요 - 이씨
나 지금 뭐 본 거 같은데?
안 돼, 아무튼 형은 절대 안 돼 이리 와
아, 저 고집도 참
[관객의 응원] [격투기 시합 소리]
[짝 소리]
야, 어때, 재밌지?
볼만 하지?
야, 여기가 이렇게 막 두근두근하고, 막
어우씨, 막 막 이러지 않아?
아, 언제 끝나요? 더럽게 기네, 진짜
알았어, 인마, 쯧
[툭 치며] 이제 한 경기 남았어
습, 지금 나올 애가 데뷔 2년 만에 링을 평정한 앤데
저놈아가 다리가 준해
걘 뭐...
뭐, 하여튼 그런 앤데
[일어서는데 잡으며] 야
그냥 한번 보자, 어?
알았어, 알았어 알았어
[한숨]
[차들이 달린다]
[시끄러운 클럽 음악] [관객의 응원]
(사회자) RFC 라이트급 슈퍼 파이트
김탁수 선수가 출전합니다!
[관객들의 환호]
[발차기 소리]
저, 봐봐
보라고, 저 자식 어떻게 사는지 좀 보라고
돌 맞을 짓은 같이 해놓고 왜 니만 고개 처박고 사는데?
코치님
진짜 나한테 너무 잔인한 거 아니에요?
["알듯 말듯해"]
♪ 알듯 말듯 해 ♪
♪ All I wanna do ♪
♪ All I wanna do ♪
♪ 혼자 착각한 거니 ♪
♪ 뭐 줄듯 말듯 네 맘을 ♪
[효과음]
[효과음]
♪ 애매한 우리 사이를 Tell me now ♪
뭐, 뭐야, 돈 터치라고
에이, 못생긴 게... [효과음]
♪ 너는 나를 걱정하게 해 ♪
아 씨, 아!
야, 머리 냄새 이거 실화냐?
너 돼지갈비 먹었지?
어우, 이 바야바같이 생긴 게 진짜...
씨...
야, 이거 제대로 해놔라
앞머리 만지는 거 극혐 죽는다, 진짜?
아오, 내가 너 뭐, 뭐 먹는지까지 내가 알아야 되냐?
어우, 씨 어우, 씨, 들어가
[일어서서 간다]
[주제곡 "Dumbhead"] ♪ 내 모습이 화려하진 않아도 ♪
(무빈) 애라 씨 우리 내일 데이트해요
제가 풀코스로 계획 쫙 짜올게요
(탁수) 너 혹시 나 만나러 왔냐?
내가 돌아올까 봐 겁나요?
이거 말하는 거 봐라?
야, 김탁수!
넌 나랑 링에서 만나면! 진짜 뒤져
애라 씨 먼저 올라가는 거 보고 가야 마음이 편해서요
애라야!
[동만의 웃음]
어, 네가 왜 우리 집 앞에 있어?
(무빈) 애라 씨 정식으로 만나보려고
남녀 사이에 친구가 있어요?
(애라) 얘랑 나랑은 남매 같은?
(동만) 남매는 아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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